연극연출가 이윤택 인터뷰-⓵연극, 지역에 뿌리를 내리다

기사입력 2016-06-27 14:22 기사수정 2016-06-27 14:22

1980년대, 이윤택(李潤澤·64·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칼을 갈 듯 날카로운 기운으로 연극계 안을 찢고 등장했다. 부산에서 극단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연극을 시작한 이윤택. 맹렬한 전투력으로 1990년대 서울 연극 중심에 깃발을 깊숙이 꽂더니 ‘이윤택’ 아니면 볼 연극이 있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판세를 뒤엎었다. 무대와 객석을 호랑이처럼 맨발로 뛰어다니며 연출하던 모습은 늘 뇌리에 남아 있다. 21세기를 앞두고서는 새로운 연극의 뿌리를 내려 보겠다며 이윤택은 고향 땅으로 훌쩍 떠나 버렸다. 최고로 기 센 사람이라 여겼던 그는 지금,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백발(白髮)의 방랑자로 풀밭 위를 걷고 있다.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이윤택.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이윤택.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이윤택은 6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연극 연출가로 살고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에게는 강부자의 <오구-죽음의 형식>(이하 오구)이나 손숙의 <어머니>가 이윤택이 쓰고 연출한 작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부산을 기반으로 1990년대 서울 연극계를 점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만들며 얻게 된 ‘문화게릴라’라는 별명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을 듯싶다. 지역 곳곳에서 거의 매일 정신없이 무대가 올라가기 때문에 좀처럼 인터뷰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 6월의 첫날, 그것도 오전 시간이 괜찮다는 말에 새벽같이 일어나 한참을 차로 달려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본거지 도요창착스튜디오(경남 김해시 생림면 도요리)로 이윤택을 만나러 갔다.

한창 서울에서 연극을 하다 작정하고 밀양연극촌(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으로 연희단거리패가 찾아 들어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17년 전 일이란다. 도요로 옮긴 지도 7년이 됐다. 현재 밀양에는 30여명 도요에는 40여명의 단원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적한 시골에 젊은이들이 많이 있는 것 또한 진풍경이었다.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올해로 제16회를 맞이하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7·27~8·7) 주제는 바로 ‘연극, 지역에 뿌리를 내리다’. 실제로 지역에 연극이 제대로 뿌리를 내렸는지 궁금했다.

“여름이 되면 한국연극의 장이 밀양으로 넘어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연극이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 근래에 한국 연극계 전체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첫째는 시대적인 어려움이죠. 즉, 20세기가 인문주의가 중심이었다면 21세기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입니다. 두 번째는 서울의 대학로가 예전에는 연극인들이 모이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대단한 상업지구로 바뀌어 버렸어요. 마산, 거창. 춘천, 안동, 과천 등의 지역 연극축제가 없어졌습니다. 과천은 경마축제가 됐고요.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밀양시와 협업이 아주 잘 되고 있습니다. 올해 참가팀을 보더라도 오태석, 박정자 같은 원로들부터 박근형, 임형택. 극단으로는 백수광부, 청우, 골목길, 목화 등이 참여합니다. 대학극 수준도 상당히 높아져서 경복대학은 정약용을 주제로 한 창작 역사 뮤지컬 <시대가 저버린 이름 약용>을, 서울예대는 <미스사이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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