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3

벚꽃과 전시 사이, 4월의 미술관

입력 2026-04-03 17:00

[미술관 탐방]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날, 영화 속 기억이 남아 있는 미술관 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 미술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대표 야외 조각(생성형 AI 이미지)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 미술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대표 야외 조각(생성형 AI 이미지)
벚꽃 사이, 영화처럼 시작되는 산책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게 아니라 조금씩 물들어가는 것.”

1998년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을 기억한다면 이 대사와 함께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 서울대공원 근처의 미술관, 그리고 그 주변을 천천히 걷던 두 사람의 모습. 영화 속 배경이 되었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지금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다.

과천 서울대공원 일대는 수도권에서도 손꼽히는 벚꽃 명소다.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길과 주변 숲이 연분홍빛으로 물들고, 미술관 앞마당과 야외 조각공원은 봄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된다.

수련과 샹들리에, 서로 다른 시간이 빛으로 만나는 전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는 소장품 전시 ‘수련과 샹들리에’를 통해 해외 미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이 수집해온 소장품은 한 시대의 예술과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기원으로 여기는 16세기 유럽의 ‘호기심의 방’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으로, 미술관이 소장한 해외 미술작품 가운데 엄선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명상의 시간을 제안한다.

전시 제목인 ‘수련과 샹들리에’는 서로 다른 두 이미지를 결합한 말이다. 자연을 상징하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 ‘수련이 있는 연못’과 현대 미술가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 ‘검은 샹들리에’에서 가져온 단어다. 두 작품 사이에는 약 100년의 시간이 놓여 있다. 전시는 그 사이에 펼쳐진 다양한 해외 미술을 함께 보여준다. 서로 다른 시대와 감각이 한 공간에서 만나며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게 한다.

벚꽃이 화사한 미술관 길을 거닐다 보면, 오래된 영화의 기억처럼 잊고 지냈던 설렘이 다시 스며든다. 서로 다른 시간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우리 삶에도 따스한 봄기운이 번져간다.

주요 작품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브라보 마이 라이프)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브라보 마이 라이프)

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1917~1920,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빛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순간을 포착한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수련 연작의 후기 작업에 해당한다. 원근법이 느껴지지 않는 평면적인 구성과 붓 터치는 추상화된 경향을 보인다. 고요한 연못을 바라보듯 작품 앞에 서면,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듯한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보테로, ‘춤추는 사람들'(브라보 마이 라이프)
▲보테로, ‘춤추는 사람들'(브라보 마이 라이프)

페르난도 보테로, ‘춤추는 사람들’, 2000

풍만하고 과장된 인물 표현으로 잘 알려진 콜롬비아 출신 화가 보테로의 작품.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의 인물들이 춤을 추며 화면에 따뜻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인간적인 유머가 어우러지며 보는 이에게 편안한 웃음을 전한다.

▲생팔, ‘검은 나나(라라)’(브라보 마이 라이프)
▲생팔, ‘검은 나나(라라)’(브라보 마이 라이프)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라라)’, 1967

부풀어 오른 몸과 강렬한 색채의 드레스를 입은 ‘검은 나나’는 전통적인 여성 이미지에 대한 통념을 유쾌하게 뒤흔드는 작품이다. 작가는 임신한 친구에게서 영감을 받아 풍만한 신체를 긍정적으로 표현했으며, 자유롭고 역동적인 자세를 통해 생명력과 해방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샤갈, ‘결혼 꽃다발’(브라보 마이 라이프)
▲샤갈, ‘결혼 꽃다발’(브라보 마이 라이프)

마르크 샤갈, ‘결혼 꽃다발’, 1977~1978,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88세의 샤갈이 그린 작품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와 강렬한 색채 사용 등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인다. 부유하는 인물과 꽃다발은 현실과 꿈이 뒤섞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색채와 상징이 어우러진 화면 속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자유롭고 따뜻한 것인지 다시 떠올리게 한다.

▲아이 웨이웨이, ‘검은 샹들리에'(브라보 마이 라이프)
▲아이 웨이웨이, ‘검은 샹들리에'(브라보 마이 라이프)

아이 웨이웨이, ‘검은 샹들리에’, 2017~2021

화려한 샹들리에 형식에 해골과 장기 형상을 결합한 설치작품. 빛을 비추는 장식 속에 죽음의 이미지를 담아내며 삶의 이면을 드러낸다. 아름다움과 불안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가치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7년 1월 3일까지

관람 시간 10: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요금 3000원(65세 이상 무료)

전시 장소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원형전시실

관람 요금 3000원(65세 이상 무료)

무료 셔틀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 미술관 구간 순환 버스(4번 출구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20분 간격 운행)

전시 해설 화~금요일 12시, 14시, 16시(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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