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대중교통을 이용한 국내 여행 코스 짜기.’ 이런 미션이 주어졌을 때 막막한 심정이 든다면, 아직 자유여행 초보 단계다. 어디에 누구랑 갈지, 뭘 먹고 즐길지 등 고민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의 밑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면, 다음 7개 질문을 가이드 삼아 따라가 보자. 이후 국내 자유여행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면 초보 딱지를 떼는 건 시간문제다.
도움말 이주영 여행작가(한국여행작가협회 홍보이사, '셀프트래블 타이완'ㆍ ‘나홀로 여행 컨설팅북’ 저자)
[Q1] 얼마나 다녀올까?
자유여행 초보자들은 종종 여행 기간을 간과하곤 한다. 무작정 가고 싶은 지역과 볼거리 등을 늘어놓고 고민하다 보면, 결국엔 일정이 맞지 않아 계획이 어그러지곤 한다. 어디로 갈지 결정하기에 앞서 중요한 건 얼마나 갈 수 있느냐다. 여행 기간에 따라 지역뿐만 아니라 동행인, 교통, 숙박, 즐길거리 등도 영향을 받는다. 먼저 얼마 동안 다녀올지 정하고, 차차 다른 요소들을 결정하는 게 순조롭다. 기간에 제한이 없더라도 초보자가 긴 일정을 소화하긴 어렵다. 동행자 포함 자유여행이라면 적정 기간은 2박 3일이다. 특히 동행자와의 첫 여행이라면 그 이상 일정은 추천하지 않는다. 자유여행이라도 동행자가 있으면 본인 뜻대로만 일정을 꾸리진 못한다. 그러면서 종종 여행지에서 다툼이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단 한번 다녀와 본 뒤, 서로 여행 궁합이 잘 맞는다면 서서히 기간을 늘려가는 게 좋다.
Tip_나 홀로 여행이라면 3박 4일이 효과적이다. 혼자 떠났을 땐 그만큼 여유롭게 자유여행의 참맛을 느껴야 한다. 2박 3일의 경우 ‘출발 당일-떠나기 전날-떠나는 날’로 이어진다. 가는 걱정, 떠나는 아쉬움 없이 오롯이 온전한 여행을 단 하루라도 즐기려면 3박 4일은 돼야 한다. 그렇다고 일정을 너무 길게 갖는 것도 권하지 않는다. 중장년의 경우 홀로 떠난 기간이 길면 자칫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Q2] 누구와 갈까?
함께 떠날 사람(들)이 누구인가에 따라 자유여행의 콘셉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과 어린 손주를 데리고 가는 여행은 같을 수 없다. 배우자와 단둘이 가는 여행과 부부 동반 단체 여행은 또 다르다. 동성인지 이성인지, 몇 명인지 등에 따라 숙소 구성이나 교통편 등도 고려해야 한다. 여행 지역을 고르고 누구와 갈지 정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동행자가 정해졌을 때 함께 갈 곳을 결정한다. 그밖의 요소들도 서로의 취향과 편의를 고려해 의견을 모아야 한다. 같은 지역이라도 누구와 가는지에 따라 여행의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Tip_자유여행 초보자끼리 떠나는 경우라면 3인 구성이 안정적이다. 단둘이면 각자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셋이라면 둘 이상의 의견이 같을 때 다수결로 선택하기 용이하고, 중재자 역할이 있으면 더 균형이 잘 맞는다. 4인까지도 괜찮지만, 5인 이상 구성인 경우는 숙소나 교통, 음식점 예약 등이 더 불편해 권하지 않는다.
[Q3] 어디로 갈까?
어디든 끌리는 지역이 있다면 그곳이 최적이다. 고향이나 추억이 있는 장소도 좋고, TV나 영화에 등장한 명소도 좋다. 초보자라면 관광 및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도시가 수월한 편이지만, 소도시를 차분히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이때 여행 기간이 2박 3일, 3박 4일 정도라면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는 일정은 피해야 한다. 자칫 이동하는 데만 모든 일정을 할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않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가급적 한 지역에서 머무는 게 여유롭고 안정적이다.
Tip_특별히 시의성에 맞춘 지역을 살펴보고 싶다면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를 찾아보자. 국내 여행 정보가 워낙 방대해 오히려 헤맬 수도 있는데, 이때 메인 화면을 중심으로 보면 좋다. 메인에는 주로 그 시기에 가보면 좋을 지역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노출된다. 여러 곳을 도장 깨기 하듯 여행하고 싶다면 매년 리뉴얼되는 ‘한국관광 100선’ 지도를 내려받아 보자. 지도와 주요 관광지가 표시되어 여러 지역의 동선을 짤 때도 활용도가 높다.
[Q4] 어떻게 갈까?
여행지가 정해졌다면 다음은 교통편이다. 고속버스와 고속열차 중 선택 가능한 지역이라면 초보자에겐 후자를 추천한다. KTX, SRT의 경우 출발지와 도착지 구분이 어렵지 않고 현장뿐만 아니라 앱과 사이트에서도 예약된다. 고속버스는 익숙한 경로가 아니라면 서울 내에서도 터미널을 헷갈리거나, 지역 내에서도 도착지가 여러 군데인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몇몇 지역 터미널은 온라인 예약이 불가하고 현장 구매만 이뤄지기도 한다. 운전이 가능하다면 초보자에겐 자가용이 더 수월하다. 일일이 대중교통 경로를 알아보거나 짐을 들고 다니는 수고는 물론 교통수단의 제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장거리 여행이라면 일부는 항공이나 고속열차·버스로 이동하고 현지 렌터카나 공유차량 서비스를 이용하면 효율적이다.
Tip_아무래도 대중교통이 어렵고 불편하다면 택시 투어를 추천한다. 시간 단위로 원하는 코스를 택시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가령 6시간 동안 미리 정해둔 명소, 맛집, 숙소 등을 이동한다거나, 택시 투어에서 추천하는 지역을 둘러보는 식이다. 대체로 지역 기차역이나 관광안내소 등에서 택시 투어 서비스를 안내받을 수 있다. 또는 여행 택시 예약 앱인 ‘로이쿠’를 이용하면 택시 예약 및 추천 코스 확인이 가능하다. 금액대는 지역 및 기사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일반 택시보다 조금 더 든다고 보면 된다. 여럿이 이동한다면 비용을 나눠 내면 되니 가격 부담이 줄어 효율적이다.
[Q5] 무엇을 할까?
내가 가는 지역에 해당 기간에 즐길 행사나 축제 등이 있는지 찾거나 관광 명소 등을 정리하는 단계다. 때로는 이러한 요소에 이끌려 여행 일정이나 지역이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머드축제’에 가보고 싶어 7~8월에 보령에 가는 식이다. 이처럼 특별히 즐길거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면 지역을 중심으로 찾아나가면 된다. 앞서 언급한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나 각 시·군·구 홈페이지 등을 살펴보거나, 여행사 상품·서적 등을 참고해봐도 좋다. 여행 초보자들이 기억할 건 ‘욕심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즐길 생각에 너무 일정을 촘촘하게 짜면 동선이 어지럽기도 하고,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Tip_간편하게는 포털 검색창에 ‘지역명+문화관광’을 치면 각 지역 관광 안내 홈페이지가 나온다. 지역별 사이트마다 구성과 내용은 다르지만, 정확도 높은 여행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유용하다. 만약 온라인 콘텐츠 검색이나 활용이 어려운 중장년이라면 시·군·구 문화체육관광 부서 또는 지역 관광공사를 통해 지역 관광 팸플릿이나 홍보 책자를 우편으로 신청해 받아보면 된다. 발송 후 받아보기까지 얼마간의 기간이 소요될 수 있으니, 촉박한 일정이라면 관련 홈페이지 내 e-북이나 PDF 파일 등을 내려받도록 하자.
[Q6] 어디에서 잘까?
여행 시 예약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숙박이다. 경비 면에서도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러한 이유로 무턱대고 숙소를 먼저 예약하는 이가 상당수다. 그러나 숙소야말로 최후에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단 숙소를 정했는데 알고 보니 관광지 등 볼거리와 동선이 안 맞거나, 주변 교통편이 난해하면 ‘아차’ 싶을 수 있다. 더욱이 앱이나 플랫폼을 이용해 특가로 예약한 경우 취소가 어렵거나 환불 수수료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급적 숙소는 일정이 정리된 이후 최적의 동선을 확인해보고 예약하는 것이 안전하다.
Tip_숙소를 예약할 때 주로 앱 등에서 리뷰를 참고한다. 이때 리뷰 페이지 상단 게시물이 ‘별점순’으로 나열된 경우가 많다. 해당 탭을 눌러 ‘최신순’으로 정렬해 리뷰를 확인하길 권한다. 별점이 높은 게시물은 홍보성이거나 해당 여행객의 취향에 잘 맞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과거에 비해 관리가 소홀하거나 서비스가 달라지는 곳도 적지 않다. 최신순으로 리뷰를 보면 현재의 상태 파악은 물론 부정적 의견도 고루 살펴볼 수 있어 숙소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Q7] 어떤 걸 먹을까?
앞선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해둔 상태라면 맛집을 정하는 건 비교적 수월하다. 동선 내에서 취향과 입맛에 맞는 곳을 고르면 되기 때문이다. 유명 음식점이라도 나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우연히 간 식당에서 기가 막힌 요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너무 맛집에 연연해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음식이든 새로운 곳에서 경험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다. 패키지여행이라면 쉽지 않지만, 자유여행에서는 맛집에 대한 선택권이 다양하다. 때론 젊은이들이 줄 서는 식당도 들러보고, 전에 먹지 않았던 디저트도 맛보면서 자유여행의 매력도를 한층 끌어올려 보면 어떨까.
Tip_특정 지역이나 명소 인근의 맛집을 찾을 때 포털사이트에서 ‘지역명 또는 명소+맛집’을 검색하면 된다는 건 익히 알 것이다. 이 또한 괜찮은 방법이지만, 여행 일정을 짤 때는 같은 단어라도 지도 앱에서 검색해보길 권한다. 그러면 지도 화면과 함께 맛집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해당 화면에서 예약이나 리뷰 확인도 가능해 더 유용하게 쓰인다. 가끔 현지에서 가려던 음식점이 폐업했거나 대기가 지나치게 길어 당황스러운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도 지도 앱을 켜서 ‘지도중심’ 탭을 이용하면 현재 위치 기준 주변 맛집을 거리순으로 파악할 수 있어 편리하다.
‘나는 솔로’, ‘환승연애’ 등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시기에 실버세대도 사랑한다며 나타난 프로가 바로 HCN 충북방송 ‘홀로탈출’이다. 실버세대의 로맨스가 이렇게 귀엽고 순수하다니! 유튜브 채널 최고 조회수 57만 회를 넘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실버 싱글 남녀의 끝 사랑을 찾아드리고 싶다”고 말하는 조미선·이창수 PD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홀로 된 인생, 다시 한번 로맨스를 꿈꾸다.’ ‘홀로탈출’은 60·70대 싱글 남녀 8명이 짝을 찾는 과정을 담은 러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조미선 PD는 “문득 왜 젊은 사람들의 연애 프로그램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HCN의 주요 시청자층인 실버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면서 “처음 기획 때는 지금보다 출연진 연령대가 높았고, 경로당 미팅 콘셉트를 생각했다. 과거 ‘장수퀴즈’라는 프로그램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미선 PD는 든든한 후배 이창수 PD와 ‘홀로탈출’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두 사람 모두 PD 경력 10년이 넘었지만 예능 프로그램 제작은 처음이다. 섭외, 연출, 편집 뭐 하나 쉽지 않았다. 괜한 도전을 한 것인가 싶었는데, 내부 시사회에서 ‘재밌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행이구나 하고 마음을 쓸어내렸더니 이내 대중의 뜨거운 반응이 터졌다. TV 최고 시청률은 5.08%(디지털 케이블 플랫폼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으며, 유튜브 채널은 3월 현재 총 조회수 780만 회를 향해 간다.
나이 먹어도 똑같아
‘홀로탈출’의 기본 형식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출연진이 실버세대로 달라지니 변화가 확 느껴진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보통 사람들이 짝을 찾는다. 그래서 그들의 로맨스가 친근하게 다가오며 더욱 응원하게 된다. 조미선 PD는 “우리 이웃 같은 사람들을 계속 출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부 연애 프로그램의 출연진은 방송계 진출이라든지 홍보를 목적으로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홀로탈출’은 이 부분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제작진이 출연진 검증에서 철저히 하는 부분이 있다. 면담 후 출연이 결정되면 혼인관계증명서를 무조건 받는다. 싱글임을 검증하는 것. 현재까지 지원자 및 출연자는 이혼 또는 사별을 경험한 돌싱이었으며, 미혼은 없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여성 지원자가 남성에 비해 훨씬 많은 상황이라고 한다.
“남성 싱글들의 성향은 정말 극과 극이라고 하더라고요. 외부 활동을 많이 해서 연인이 있거나, 아니면 외부 활동을 극도로 안 하거나. 그러니까 진짜 싱글은 후자인 경우가 많은데, 주변에서 방송 출연을 권유해도 내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즌1 때도 남성 출연자들을 겨우 섭외해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죠. 여성들은 방송국 프로그램이라는 안정감 때문인지 많이 지원하세요. 경쟁률도 매 시즌 높아지고 있죠. 시즌1 때는 2:1, 시즌2 때는 8:1 정도였습니다. 현재는 시즌3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경쟁률이 벌써 10:1을 넘어섰습니다. 시즌3는 꽃피는 따스한 봄날인 4월에 촬영할 예정이에요. 시즌1, 2는 추울 때와 더울 때 촬영이 진행돼 출연진들을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 죄송했거든요. 출연자도 8명 이상 될 수도 있습니다.”
실버세대 싱글들이 원하는 이성상의 기준은 어떻게 될까. 조미선·이창수 PD는 “남성들은 여성을 볼 때 외모와 나이(연하)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성들은 남성을 볼 때 경제력 위주로 보는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또한 흥미로운 부분은 여성 출연자들이 ‘평범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패셔너블하거나 잘 꾸미는 남성을 보면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홀로탈출’의 여성 출연자는 대부분 ‘너무 튄다’면서 부담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실버세대와 MZ세대의 싱글 남녀가 원하는 이성의 모습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홀로 탈출이 필요한 이유
5070 싱글들이 사랑을 찾는 과정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은 사랑 앞에 매우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이다. 상대방이 좋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굴에 그대로 표가 난다. 또한 오랜만의 데이트에 설레는 모습을 보이지만, 마음만 앞서 말실수를 하기도 한다. 조미선·이창수 PD는 “실버세대의 로맨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젊은 층과 동일한데 좀 더 솔직한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남성 출연자들은 살림을 해줄 여성을 찾는 것 같다’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기도 했죠. 그분들은 홀로 식사하고 살림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셨던 것 같아요. 그게 꼭 연애를 해서 이성이 해결해주길 바란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봐요. 잘 포장해서 말할 수도 있는데, 너무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말하다 보니 여성 출연자와 시청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이 생긴 것 같습니다. 표현이 솔직하고 투박해서 벌어진 문제라는 거죠.”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시즌1의 자기소개 시간이 담긴 부분이다. 3월 현재 조회수 57만 회를 넘어섰다. 조미선 PD는 “연애 예능의 자기소개에서 사별 얘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우리 유튜브 채널 시청자의 90%는 50대 이상이다. 출연진이 사별과 외로움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하셨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버세대가 사랑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미선·이창수 PD는 결국 ‘외로움’이라고 얘기했다.
마음은 늙지 않는다
조미선 PD는 “출연진과 인터뷰를 해보면 그동안은 자식 키우느라 정신없었는데 자식들이 결혼 후 혼자 남으니까 적적함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이제는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로맨스를 나눌 친구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창수 PD는 시즌1에 출연한 군인 출신 박영수 씨를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뽑았다.
“처음엔 정말 밝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속사정을 들어보니 밝은 이면에 아픔을 가진 분이셨죠. 자신에 대해 ‘사별했고, 자식도 없고, 진짜 홀로라서 출연했다’고 덤덤하게 말하시는데, 외로움이 느껴지더라고요. 저희 프로그램의 취지와 정말 맞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촬영할 때도 성격이 좋으셔서 인기남에 등극했고, 네티즌한테도 응원을 많이 받으셨죠. 좋은 짝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미선·이창수 PD는 젊은이들이 사랑하듯이, 실버세대도 똑같이 사랑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두 PD는 앞으로도 이 마음을 잃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홀로 되신 분들이 다시 설레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프로그램이 되고 싶고, 더 나아가 실버세대가 당당하게 사랑하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홀로 탈출하세요!”
‘홀로탈출’ 커플 이충국♥최문숙 인터뷰
“사랑은 남사스러울 게 없다”
‘비주얼 커플’로 통하는 이충국·최문숙 씨는 ‘홀로탈출’ 시즌1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충국 씨는 촬영을 마친 후에도 직진 로맨스를 펼쳤고, 최문숙 씨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벌써 만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는 두 사람은 결혼도 계획하고 있다.
‘홀로탈출’ 촬영 당시 이충국 씨는 최문숙 씨의 어떤 점에 끌리셨나요? 최문숙 씨는 언제부터 마음이 열렸는지 궁금합니다.
이충국 최문숙 씨가 가장 예쁘기도 했고, 시니어 모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보니 호감이 갔습니다. 사실 저는 여성분들한테 관심을 많이 못 받았어요. 최문숙 씨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게 호감을 갖도록 많이 노력했죠. 하하.
최문숙 이충국 씨의 첫인상은 날라리 같았고 비호감이었어요.(웃음) 그런데 데이트를 하면서 대화를 나눠보니 생의 아픔이 있는 분이더라고요. 그리고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이 있는 사람 같다고 느꼈죠. 그때부터 어떤 사람인지 탐구했어요. 촬영 후 5~6번 정도 만나서 얘기를 많이 나눈 뒤 교제를 결심했습니다.
교제하면서 느낀 연인의 장점에 대해 칭찬 부탁드립니다.
최문숙 이충국 씨는 굉장히 긍정적인 분이에요. 또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배려심이 깊다는 것도 장점이죠. 요리도 정말 잘해요. 또 시니어 모델로 통하는 점이 많아서 좋아요. 커플이자 동료로서 HCN 광고 촬영을 같이 할 때 편해서 좋았는데, 또 광고를 찍고 싶습니다!(웃음)
결혼 계획도 세우셨나요?
이충국 앞으로 1~2년 안에 혼인신고도 하고, 전원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최문숙 씨가 대전에 살고 있어서 그곳에서 살 가능성이 제일 큰 것 같아요. 혼인신고를 안 하고 동거만 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졸혼도 많이 한다는데, 저는 법적으로 부부가 되어야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70세를 바라보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일할지 모르잖아요. 그 안에 빨리 자리를 잡아서 최문숙 씨를 행복하게 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문숙 씨의 자녀분들도 만나보셨나요? 자녀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이충국 저는 방송에서 말했듯이 아들이 하늘나라로 떠났고 가족이 없죠. 자식을 먼저 보내면 평생 가슴에 안고 산다고 하잖아요. 최문숙 씨의 자식들을 친자식처럼 생각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최문숙 이충국 씨가 굉장히 사려 깊은 분이라 저희 애들이 잘 따르고, 응원을 많이 해줍니다. 손주들도 참 좋아하고요.
60대에 사랑을 찾은 소감과 함께 ‘홀로탈출’ 출연을 추천해주세요.
이충국 주변을 보면 방송 출연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번만 용기를 내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홀로탈출’에 출연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최문숙 씨를 만났죠.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생각하고, HCN 방송국에 굉장히 감사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여왕님으로 모시고 살겠습니다!
최문숙 어렸을 때는 첫눈에 반해서 사랑할 수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여러 가지를 따지게 되더라고요. 동년배들에게 이제는 조건만 따지지 말고 나와 공통점이 있고 재밌게 잘살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혼자 지내면 외로운데 같이 밥 먹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세상사도 같이 논하는 사람이 생기면 인생이 참 즐겁답니다. 주변에서 ‘이 나이 먹어 연애하는 게 주책 아닌가, 남사스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랑에는 남사스러울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홀로탈출’ 출연도 좋고,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길 바랍니다.
영화에 나오는 요리 장면은 입맛을 돋게 만든다.
다채로운 디저트부터 레스토랑 음식까지 눈으로 맛보며 영화를 감상하자.
아메리칸 셰프(2015)
티빙,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시청 가능
주인공은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긴 후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에 도전한다. 실화 바탕 영화로 몰입감은 두 배.
라따뚜이(2007)
웨이브 시청 가능
생쥐 ‘레미’는 재능 없는 요리사 ‘링귀니’의 요리모 안에서 그를 조종한다. 점차 둘은 환상의 요리 실력을 발휘하는데,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해피 해피 브레드(2012)
웨이브, 왓챠 시청 가능
부부가 새로 오픈한 ‘카페 마니’에는 유쾌한 이웃들로 웃음이 가득하다. 맛있는 빵과 요리를 통해 손님들에게 행복을 전하고자 한다.
엘리제궁의 요리사(2015)
웨이브, 왓챠 시청 가능
‘라보리’는 우연한 기회에 대통령의 개인 셰프로 엘리제궁에 입성하게 된다.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들로 맛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줄리 & 줄리아(2009)
왓챠, 티빙, 웨이브 시청 가능
‘줄리아 차일드’는 명문 요리학교 출신 프렌치 셰프다. 요리 블로거 ‘줄리’는 줄리아의 요리책으로 레시피에 도전하며 점차 꿈을 키워간다.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과 어울리는 감성적인 영화 5편을 소개한다.
체실 비치에서(2018)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시청 가능】
가을 극장가에서 많은 관객이 찾았던 작품.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헤어지게 된 두 인물의 사연과 감정선이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리틀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5)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시청 가능】
이치코는 요리와 얽힌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가을의 모습이 농촌 생활의 로망을 더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2022)
【티빙,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시청 가능】
아내 세연의 마지막 생일선물은 첫사랑을 찾는 것. 남편 진봉은 아내와 함께 여정을 떠난다. 가을 풍경 속에서 시작되는 둘만의 추억여행.
한창나이 선녀님(2021)
【티빙, 웨이브 시청 가능】
강원도의 가을 풍경이 그려지는 영화. 가축도 기르고, 나무에 올라 감도 따고, 시내도 나가는 어느 선녀님. 새집을 지으면서 하루는 더 바빠진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왓챠 시청 가능】
뉴욕의 가을, 성격도 취향도 다른 두 사람이 재회했다. 둘은 과연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작금의 노포 열풍은 박찬일(58) 셰프의 솜씨 덕을 톡톡히 봤다. 오랜 식당 나이 든 주인의 변치 않는 손놀림을 세상에 퍼 올린 지난 10년 사이, 노포는 낡은 식당에서 맛과 문화의 정수로 변모했다. 이제 노포의 매력을 깨달은 사람들은 그가 짓는 글을 안내서 삼는다. 오래된 것은 훌륭하고, 훌륭하기에 오래됐다고 믿는 음식 기행문에는 사람 냄새가 짙다.
박찬일 셰프는 글 쓰는 요리사다. 글의 중심부에는 오래된 것에 대한 애정이 자리한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노포를 취재하고 기록하는 일에 썼다.
박찬일의 화법은 담백하되 긴 여운을 남긴다. 해장국 한 그릇이면 역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추켜세운다.(‘해장국은 역사의 음식이다. 우리는 청진옥 해장국 한 그릇을 먹으면서 역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더 이상 어떤 평이 필요한가.’ -책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중) 서서갈비에 대해선 드럼통이 K-고깃집 테이블이 된 과거와 ‘커뮤니티 테이블’이라는 최신 개념의 원형이라는 현재를 한데 묶는다.(‘최대 여섯 팀이 이 드럼통을 놓고 화덕에 고기를 구웠다. (중략) 고기가 섞이기도 하고, 먼저 익으면 다른 손님들에게 고기를 밀어주기도 했다. (중략) 그야말로 요즘 유행한다는 ‘커뮤니티 테이블’의 진정한 원형인 셈이다.’ -책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중)
노포(老鋪)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다. 원래 잘 쓰지 않는 단어였고, 선구자나 다름없는 그 역시 같은 한자 언어권인 일본에서 넘어온 단어가 아닐까 추측하는 정도다. 다만 그가 노포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같다. 오래됐기에 훌륭한 가게다. 뒤집어도 참이다. 훌륭하기에 오래될 수 있었을 것이므로. 또한 존경받아야 할 곳이다. 노포의 ‘노’에는 ‘오래되다’는 뜻도 있지만 ‘존경한다’는 뜻도 있으니까.
오래돼서 훌륭한, 훌륭해서 오래간
당연하게도 노포의 매력은 음식이다. 음식이 맛있어야 식당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식당은 내부가 세련됐어도 맛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반면 오랜 식당에는 정서와 추억이 벽면을 가득 채운 낙서처럼 남아 있다. 게다가 팝스타 마돈나가 스테이크를 썰던 레스토랑,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술 한잔하던 카페라면? 그런 식당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당초 그의 취재는 중년의 흥미로부터 시작됐다. ‘부모님과 함께 갔던 식당 중 아직 남아 있는 곳을 글로 정리해보자.’ 부원면옥이나 하동관이 그랬다. 오래된 식당이 문 닫기 전에 글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졌고, 취재는 10년 넘도록 이어졌다. 거절당해도 몇 번이고 찾아가 인터뷰를 청하고, 지인을 총동원하곤 했다. 책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등은 이렇듯 어렵사리 세상에 등장했다.
그는 노포 예찬론자지만 노포가 곧 선(善)이라 말하지 않는다. 주인이 지나치게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겸손해야 하고, 식당이 깨끗해야 한다. 취재를 위해 찾았다가 그냥 나온 적도 많다. 노포 찾아 삼만 리, 전국을 누비다 보니 공통점이 추려졌다.
“책에 적어둔 그대로예요. 일단 음식이 맛있죠. 주인은 자신이 파는 음식을 매일 먹어요. 주인이 직접 일하는 거죠. 직원은 사장 못지않게 오래 일합니다. 노포는 단골손님의 경력도 오래됐어요. 그 덕분에 처음 방문한 손님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암호 같은 주문법이 있습니다. 또 단순한 원칙을 오래도록 지켜오고, 거래처를 잘 바꾸지 않는 것도 공통점이죠. 하나 더, 정확한 개업 햇수를 잘 모릅니다. 식당 일을 천하고 힘든 것으로 생각했고, 노포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으니까요.”
평양냉면 식당 우래옥의 김지억 전(前) 전무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 일할 때 아는 이라도 오면 숨었어. 여관, 술집, 밥집 하는 이, 어디 사람 취급했나.” 2000년대 이후 미식을 즐기는 문화가 일상이 되고, 주방장은 ‘셰프님’이라 불리며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식당은 불안정한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좌우 충돌, 전쟁과 민주혁명, 산업화 등의 굴곡을 거친 이들은 장사처럼 불안정한 일을 자식에게 맡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일은 고돼도 벌이는 좋았기 때문에, 대학 나와 펜대 굴리는 직업을 갖도록 자식을 뒷바라지했다. 마침 부는 재개발 바람 타고 가게를 허물어버리기도 했다. 이어나갈 의지가 있었음에도 가업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은 제하더라도, 그렇게 없어진 노포가 많았다. 그 때문에 ‘백년식당’이 보통명사처럼 쓰이지만 실제로 100년 된 식당은 없다. 그나마 1950년 전에 지어진, ‘반백년식당’은 전국에 10곳이 채 안 된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얼마 전 일이다. 재건축을 위해 30년도 안 된 아파트를 때려 부수고, 보유한 땅이나 건물이 역사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으면 싫어한다. 소유자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다. 이런 실정을 고려할 때, 30년가량이면 노포라 부를 만하다.
기꺼이 음식을 기록하는 일
다행인 점은, 느리지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대를 휩쓴 레트로 열풍을 타고 노포는 ‘힙’하고 멋진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나 지역사회에서도 이를 보존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모색했다. 노포가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발 빠르게 움직인 ‘사업가’들도 왕왕 있다. 오래된 가게를 사들여 상호와 내부를 그대로 둔 채로 영업하거나, ‘옥’이나 ‘집’으로 끝나는 세 글자 가게명을 달고 내부를 그럴듯한 노포처럼 꾸며 프랜차이즈화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주인의 친부 이름과 생년을 따와 ‘찬일집, since 1965’라고 적힌 간판을 내거는 경우는 귀여운 수준이다.
박찬일 셰프는 이 모든 관심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노포에 대한 관심이 한 철 유행처럼 지나가 버릴까 걱정되기 때문. 가짜 노포가 등장하면서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그러다 전통적인 원칙을 고수하며 양심적으로 운영하던 노포가 초심을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걱정된다고. 실제로 그의 기준에 들었으나 제하게 된 식당이 몇몇 있다. 노포를 아끼고, 노포가 더 많은 사회를 꿈꾸는 그로서는 지나친 상업화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계획이 없지만 취재를 멈추진 않을 것이다. 오랜 이야기를 듣고 잘 다듬어 세상에 내는 작업 말이다. 노포에서 내어주는 곰탕 한 그릇, 이를 가져다주는 여든 먹은 종업원이 곧 역사이자 문화재다. 예술 분야의 장인은 문화재로 지정해 기술이 대물림되게끔 하는데 유독 음식에서는 그런 인식이 덜했다. 박찬일이 보는 노포는 하나하나가 박물관이고 문화재라, 세대교체가 되기 전에 기록해야겠다는 다급함이 있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이 고된 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언젠가는 없어진 노포를 취재하고 싶어요. 망해서 가게를 접은 식당의 주인, 그곳에서 일했던 직원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거죠. 식당이 남아 있는 곳은 사람이 죽어도 공간이 남아 있으니 덜해요. 하지만 가게조차 없는 곳들은 사람이 죽고 나면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버리죠.”
노포를 취재하다 보면 안타까운 일이 이뿐이겠는가. 폭력적이었던 종로 피맛골 재개발 과정, 결국 원래 자리에서 쫓겨나고 만 을지OB베어가 그렇다. 그는 한 건물주가 ‘우리도 화장실 좀 가자’고 써서 붙인 쪽지를 기억한다. 개발을 찬성하는 쪽의 입장을 이해한다. 스스로 ‘낭만적인 사람’이라 자조하지만서도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싹 갈아엎는 재개발 대신 불편한 점을 보완하고 보존했더라면 더 큰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유수의 오랜 도시들은 차도 못 다니는 좁고 울퉁불퉁한 골목 경관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요즘 관광 오는 외국인들, 노포에서 국밥 먹으면서 엄청나게 좋아하더라는 설명을 그가 덧붙였다.
노인을 위한 나라, 시민의 자부심이 되다
오랜 식당은 무엇보다 시민의 정서적 공공 자산일 수밖에 없다. 똑같은 노포라도, 식당에는 이발소나 기름가게보다 내밀한 구석이 있다. 그의 말마따나 ‘음식과 술이라는 촉촉하고 진한 매개체로 정서를 주고받으며 오래 머무르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 보기에 불편한 것도, 삶의 흔적이 쌓였음을 알고 나면 소중해진다. 서울 연남동 서서갈비에서는 처음 찾은 20대 손님도, 몇십 년 단골손님도 ‘불편하게’ 서서 고기를 굽는다.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멋있다고 생각할 뿐.
40년, 50년 넘도록 오래 일한 직원은 그 의미를 더한다. 박찬일 셰프는 노포가 곧 ‘노인을 위한 나라’라고 말한다. 노인이 찾아가기에 노포가 있고, 노포가 있기에 노인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추억이 깃든 식당에서 식사하고, 공간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은 언제 봐도 멋있단다.
“외국 영화를 보면 50년 된 단골이 늘 앉던 자리에 앉죠. 그러면 머리가 하얗게 센 종업원은 묻지도 않고 알아서 메뉴를 내와요. 무얼 먹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는 거죠. 멋있지 않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식당이 곧 노포예요. 사장과 손님이 함께 늙어간 거죠. 이런 곳은 직원도 오래 일해요. 힘은 떨어져도 기술이 좋아서 노련하죠. 단골손님 각각의 사연을 다 기억하다 보니 이야기도 곧잘 받아주고요. 단골 매출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노포는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요즘, 모범적인 노인 노동 사례이자 연구 대상이다. 그가 찾은 노포들은 일할 능력이 되면 ‘갈 데까지 가보는’ 종신 고용을 고수한다. 직원이 평생을 일하며 원칙을 고수한 덕분에 가게는 한결같은 맛으로 손님을 잃지 않는다. 청진옥, 우래옥, 조선옥 같은 곳이 일찍이 해왔던 방식이다. 노동자를 임금 지급 대상과 효율로만 보는 기존의 경제 논리를 뒤집는 격이다. 여기에 박찬일 셰프는 노인이 정서적으로도 무언가를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최근에 우래옥의 김지억 전 전무님과 냉면을 먹었어요. 거기 직원이 오랜만에 뵙게 돼서 좋다고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선물을 주더군요. 여든 훌쩍 넘은 단골손님이 ‘전무님이 여길 다 나오셨냐’며 반가워서 손을 덥석 잡는 일도 있었죠. 나도 나이 들어 저런 뭉클함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박찬일 셰프는 조선옥의 김진영 사장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그분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박 씨 아저씨(박중규 조선옥 주방장)가 그냥 계속해서 일을 나왔으면 해요. 그분이 영영 안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너무 싫어.’” 박중규 옹은 올해로 여든넷, 입사 65년 차 주방장이다. 김 사장이 국민학교 시절부터 봐왔던 ‘아저씨’는 단순한 직원이 아니다. 이런 장면을 마주할 때면 박 셰프 말마따나 ‘마음속 울대와 현이 찌르르 울려’ 감동한다. 효율만을 따져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비효율의 끝, 노포가 노포로 남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숨 가쁘게 시간이 흘러간다. 어느덧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다. 한겨울 차디찬 공기와 그 풍경 속으로 데려다주는 대청호의 새벽을 찾아간다. 자동차로 어두운 새벽길을 두 시간여 달려 쨍한 추위 속에 호수의 새벽 공기를 맞는 일, 신선하다.
엄동설한의 캄캄한 새벽길은 생각처럼 어렵진 않다. 달려갈수록 조금씩 걷혀가는 어둠을 확인하는 일도, 중간에 잠깐 들른 휴게소의 적막함도 어두운 길을 달리는 사람들만의 즐거움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기준으로 두 시간 정도 새벽길을 달리면 시골길 드문드문 몇 채의 농가와 들판이 내다보이고 대청호를 향한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청호 오백리길 제4구간 출발점인 윗말뫼 주차장은 한적하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총 21개 구간으로 이루어졌다. 이 구간 안에 대전, 청주, 충북 옥천군과 보은군이 경유한다. 그 속에 마을과 산과 들과 강과 호수가 오백리길을 이어준다. 원래는 대덕군과 청원군 사이에 있다고 하여 대청호라 이름 붙였다. 이 지역에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1980년 대청댐 완공과 함께 지역 마을 담수화가 시작되면서 생겨난 인공 호수가 대청호다. 이때 수몰 지역은 86개 마을로 4000세대가 넘었고, 주민은 2만 6000여 명이나 되었다.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생긴 대청호로 인해 어릴 적 따뜻했던 추억 속 아름다운 시골 마을은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루어진 대청호는 인공 저수지로는 저수량 기준으로 소양호와 충주호에 이어 국내 세 번째다. 스무 개가 넘는 대청호 오백리길 구간을 편안히 즐기는 방법은 호수 둘레길을 산책하듯 걷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4코스 호반 낭만길은 대청호수를 가까이에 두고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습지공원과 자연생태관 등이 걷는 길마다 이어지며, 총길이는 약 12.5㎞이고 5~6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지금도 호반길을 걷기 위해 찾아드는 이들에게 큰 불편은 없는 편이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3년 열린관광지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대청호 일대는 장애인, 노약자 등 이동 약자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무장애 관광 환경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제는 이동 약자의 문턱이 더욱 낮아진 대청호 오백리길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정보취약계층이 불편 없이 관련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도 개선한다.
취향에 따른 구간별 길을 걷다가 갈대숲이나 호숫가에 멈춰서 조용히 대청호를 즐길 수도 있고, 또는 드라이브만으로도 좋다. 굳이 걷기에만 집중하지 않고 발걸음에 따라 또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일부를 걷거나 쉼을 택하면 된다. 걷는 속도나 그 길을 모두 걸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일인가. 단 한두 시간을 걸었어도 그저 자연 속에서 음미하는 시간이 의미 있다. 온몸의 세포를 깨우고 다독이는 그 순간만으로도 충만하다.
동이 트기 전 호수에 도착하는 이들에겐 새벽 물안개에 대한 기대가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은 마냥 맑고 쾌청한 호수를 보게 된다.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에 주로 발생하는 물안개가 이날따라 피어오르지 않았다고 글렀구나 생각할 일은 아니다. 새벽의 거대한 호숫가에 서보았는가. 온몸이 떨리고 시리도록 쨍한 상쾌함으로 간단하게 마음의 평안을 던져준다. 이렇게 겨울과 마주한다.
호수 주변에 들면 몇 걸음 옮겼을 뿐인데 공기 맛이 다르다. 건너편의 산과 능선이 호수 안으로 잠겨 흔들림 없는 반영으로 여행자를 맞는다. 호반 둘레길에 깊숙하게 들어가면 질퍽한 습지 위로 풍성한 억새가 숲을 이루었다. 가끔 바스락거리며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가 나곤 한다.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철새가 푸드덕 날고 먹잇감을 찾는 백로의 날갯짓을 보게 된다. 계절에 따라 개구리는 물론이고 메뚜기나 거북도 볼 수 있다. 자연환경이 청정해 구간 안에 자연생태관도 운영한다.
수변탐방로에서 한없이 호수에 취했다가 명상정원 방향으로 향하면 무엇이 기다릴까. 호수와 숲이 함께하는 곳이다 보니 발밑에는 여전히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10분여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숲길의 자연스러움에 젖어든다. 호수와 정원 사이 언덕처럼 완만한 등성이에 ‘대청호 오백리길’ 표지판이 보인다. 쉼을 제공하는 벤치와 정자가 호수를 앞두고 나무 아래 고즈넉하다. 이곳에서 호수를 빙 돌아보며 각자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명상정원은 물속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건네주는 공간인 듯싶다. 한 번쯤 들러서 간단하게라도 그리움을 풀어보도록 전통 조형물이 조성되어 있다. 옛 마을길의 한옥 담장, 장독대, 널찍한 평상 등으로 그들의 깊은 그리움이 해소될까마는 수몰민들을 위로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마을 어귀에서 자라던 나무였는지 여전히 우뚝 서 있는 나무는 사진가들의 피사체가 되어 언제까지나 물속에 잠겨 있는 모습이 애잔하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물속의 작은 섬들이 이루는 반영의 멋과 함께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명상정원에는 드라마 ‘슬픈 연가’, 영화 ‘역린’, ‘창궐’, ‘7년의 밤’ 등의 촬영지였다는 안내가 줄을 잇는다. 이런 이유 말고도 이곳에 서면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아련한 마음이 생겨난다. 세상의 흐름 속에서 변화해가는 현장과 그들의 어제와 오늘, 그뿐 아니라 이 모습을 대하는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은 힐링의 장소로 이곳을 찾는다. 포토존에서 셔터를 누르고 나무 그네에 앉아 눈앞의 호수를 마냥 누리며 새벽의 호수를 만끽한다.
4구간 호반 낭만길은 계속 이어지는데, 명상공원에서 조붓한 길을 따라 1km쯤 거리에 자연생태공원과 추동 취수탑이 자리 잡고 있다. 상수원 취수구역이다. 가래울 마을과 황새바위와 연꽃마을에 이어진 오리골 제방이 시원하다. 철 지난 논과 밭을 끼고 걷는 길에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마을도 지나고, 데크로 연결되는 길도 나온다.
감나무에 넉넉히 남겨둔 까치밥의 푸근함을 올려다보면서 마을 옆 데크를 걷다가 예닐곱 단쯤 되어 보이는 알타리 무더기를 보았다.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라는 인심이었다. 이런 인정 넘치는 구경은 여행의 덤이다. 도로 옆으로 나오니 자전거 부대들이 씽씽 달린다. 시골길을 달리는 라이딩족들의 활기찬 질주가 상쾌함을 듬뿍 얹어준다.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을 찾는 이들이 들르는 곳이 또 있다. 3구간 종착지인 윗말뫼의 더리스. 호수를 앞에 두고 탁 트인 풍경이 압도한다. 더리스&테라베오는 슈하스코 브라질 바비큐 전통요리 레스토랑이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청호 오백리길 산책로와 호숫가의 전경을 보려고 찾아온다. 더리스 정원 아래로 계단을 내려가면 프라이빗한 장소가 나타난다. 커플 의자에 앉아 마음껏 물멍에 빠져들면 된다. 때가 맞으면 거위 떼가 찾아와 물속에서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는 평온한 시간이다. 혹시나 비가 많이 내린 후라면 벤치와 나무가 물속에 잠긴 그림 같은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추운 겨울날 그리움 속 마을을 찾아 떠난 여행지에서 문득 유년의 시간을 발견한다. 그 길 위에서 기억 저편의 할머니와 내 부모 형제들을 만난 듯 뭉클함도 얻는다. 소박한 자연 속에서 비로소 들여다보는 내면 깊숙이에 위로 한 줌 들여놓았다. 떠돌던 마음은 차분히 잦아들고 한없이 따뜻하다. 세상 소음 따윈 잊고 호숫가를 걷는 내 발밑에서 마른 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전부였던 하루가 한동안 몇 알의 비타민이 되어줄 것이다.
여행 정보
자동차로 서울 기준 두 시간 정도 소요. 특히 청주에서 출발해 근교 문의문화재단지와 대청호를 함께 둘러보는 코스도 좋다. 전통문화와 호수의 멋을 제대로 느껴볼 만한 곳이다. 대청호 코스 대전역발 시티투어 순환버스가 토·일 주말에 있다.(2시간 반 정도 소요)
간밤에 내린 비로 배롱나무꽃이 많이 떨어졌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꽃을 보기란 참 애매하다고는 하나 배롱나무는 가을의 문턱을 넘었어도 붉은 꽃을 보여준다. 요즘 하는 말로 핫핑크 색감이다.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어나기 시작해서 가을까지 피고 지는 식물, 강한 생명력으로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화려한 꽃 호강을 선사한다. 배롱나무꽃을 보려거든 서천이다. 서천의 해안도로를 달리면 배롱나무꽃 길이 우리를 맞아주고 전통 건축과 어우러진 꽃 무리가 운치를 더한다.
빗소리는 주룩주룩 빈 당에 가득한데 / 낮 꿈을 막 깨고 나서 붓을 바삐 찾노니 / 마음이 맑아 절로 사사로운 뜻 없는지라 / 더위 한 번 식혀준 은혜 하늘에 감사하네.
고려 삼은 중 한 분인 목은(牧隱) 이색 선생의 시를 찾아보았다. 충남 서천의 문헌서원은 목은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자 지방 유림들이 뜻을 모은 곳이다. 기록에 따르면 창건 연대는 1594년이고 당시 이름은 효정사였다. 그 후 정유재란으로 소진되었으나 이전하여 광해군 때 문헌(文獻)이라 사액받았다고 전한다. 그러다가 고종의 서원 철폐령으로 사라졌으나 뜻있는 유림들이 복설하였고, 문헌서원 역사마을 조성사업에 따라 현재에 이르렀다.
배롱나무꽃과 함께하는 서원의 품격
서천 솔바람길을 따라 이색 선생 동상이 보이는 정원이 평온하다. 서원의 홍살문을 넘으면 연지 위 경현루의 반영이 잔잔히 흔들린다. 예스러움이 은은한 연못은 배우 박보검이나 유아인이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하던 곳이기도 하다.
널찍한 잔디밭을 걸어 외삼문인 진수문과 정면의 진수당에 들면 양쪽으로 유생 숙소인 동재와 서재가 자리 잡고 있다. 문헌서원(文獻書院)이라는 현판은 진수당 마루 안쪽으로 걸려 있어 들여다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뒤편 돌계단으로 오르면 떡하니 장판각이 중심 잡듯 위치한다.
담장 따라 효정사, 교육관, 영모재, 그 길 안으로 목은 선생의 영정을 보관하는 영당(影堂)을 따로 앉혀 아늑하다. 이색의 선비 정신과 성리학, 그리고 풍류가 깃든 기린산 중턱의 묘소를 바라보며 세월을 거슬러 보는 시간이다. 산수 좋은 수려한 자연 속을 산책하다 보면 옛 어른의 멋과 정취, 정신과 자연관의 교감에 빠진다.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힐링 여행지다. 숲이 감싼 산줄기 뒤편으로 선비의 기개를 닮은 듯 쭉쭉 뻗어 울창한 소나무가 든든하다.
바로 영당 뒤편 노거수 두 그루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배롱나무꽃을 풍성하게 피워 올린다. 전통 건축의 지붕 위로 진분홍 배롱나무꽃 무리가 몽글몽글하다. 지난밤의 비바람으로 이미 많은 꽃이 떨어졌지만 배롱나무의 강한 생명력은 계속 이어진다. 아무리 꽃이 붉어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대단한 권력 또한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부귀라는 꽃말의 배롱나무꽃은 7~9월까지 계속 꽃을 피워서 백일홍 나무라고도 불린다. 무려 석 달 열흘 동안 피어나니 비바람에 꽃을 좀 떨구었기로서니 그저 슬플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지대에 의지한 채 노구를 딛고 서서 해마다 꽃을 피워내는 문헌서원의 배롱나무를 본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하다.
문헌서원 옆 전통 한옥 숙소
이렇게 고즈넉한 곳에 짐을 풀고 하루나 이틀쯤 쉬며 돌아보는 소도시 여행은 휴식이 된다. 하룻밤 묵어갈 숙소로 문헌서원 전통호텔이 서원 입구에 있다. 정부와 서천군의 전통역사마을 조성사업계획에 따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지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옥마을 형태다. 나무를 이용한 서까래와 온돌, 돌을 이용한 기단, 문풍지가 정겨운 두 겹 곁문을 열면 친환경자연 속에 스미듯 지은 옛 가옥의 따스함이 다가온다. 안온하게 스며든 햇살을 받으며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가만히 쉴 수 있는 시간은 가히 ‘득템’이다.
한옥 스테이를 할 경우 미리 예약하면 식사도 가능하다. 문헌 전통 밥상은 모두 지역 제철 농수산물을 사용해 만든 신토불이 건강식이다. 상쾌한 새벽 산책 후 한옥 마당을 내다보며 받는 소박하고 정갈한 아침 밥상은 추천할 만하다.
한산 모시와 소곡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산 모시 짜기. 전통의 맥을 잇고자 서천에서는 모시풀을 처음 발견한 건지산 기슭에 한산모시관을 개관했다. 모시관 담장 아래 푸릇하게 자라고 있는 모시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전시관에서 모시의 모든 것을 관람한 후, 모시 체험과 중요무형문화재 전통직조기능 보유자의 시연 공방도 볼 수 있다. 모시 짜는 여인상이 있는 정원 아래 너른 마당에서는 여행자들이 투호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옛날 백제 유민이 나라를 잃고 한을 달래기 위해 빚어 마신 백제 궁중 술이라고 전하는 한산 소곡주. 보통 추수가 끝난 가을에 빚어서 100일 동안 땅에 묻는다. 술이 독해서 며느리가 젓가락으로 찍어 맛보면 취해서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서 엉금엉금 긴다는 일화는 물론, 조선 시대에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에서 쉬다가 술맛에 눌러앉아 과거 시험장에 가지 못했다 하여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전해 내려오는 소곡주다. 취해도 좋을 가을이다.
솔바람 숲 맥문동과 서해 갯벌
다시 꽃구경, 서천의 장항 쪽으로 달리다 보면 장항 송림 산림욕장이 나타난다. 방풍림만으로도 압도한다. 수령 50년 이상 된 해송이 하늘을 가려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해송 아래 온통 보랏빛 맥문동 물결이다. 이곳에 오토캠핑장이 있어서 공기 밀도 걱정 없이 휴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해솔밭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기벌포 장항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바다 위로 우뚝하다. 15m 높은 상공에서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상쾌한 시간 속에 서는 것은 멋진 일이다. 이곳 이름이 기벌포 해전 전망대인데 백제의 마지막 해전지였다. 발아래로 해송림이 있고 눈앞에는 서천 바다 갯벌이 있다. 멀리 서해 근대산업의 중흥을 이끈 장항제련소도 보인다.
레트로 장항 골목 여행과 서천 맛집
옛날 기찻길을 지나 장항 골목 여행의 묘미도 쏠쏠하다. 편하게 레트로 흐름대로 놀거나 시대극처럼 양산 예쁘게 쓰고 느린 감성으로 즐기는 여행도 어울릴 듯한 곳이다.
장항에 맛집들이 즐비한 6080 음식 골목 맛나로(路). 특히 홍어탕과 아귀찜이나 탕으로 유명한 식당이 몇 군데 있으니 그중에서 끌리는 곳으로 들어가면 바로 맛집이다. 탕에 향긋한 미나리가 푸짐하다. 식사 후 맛나로 옆 골목을 걷노라면 레트로 분위기가 솔솔 난다. 라테 위에 달고나 듬뿍 얹은 달고나 라테를 먹을 수 있는 명물 카페도 빠뜨릴 수 없다. 때에 따라 체험도 가능하다. 지역의 젊은 청년들이 지역사회 살리기를 위한 건강한 일꾼 역할을 자처했다.
서해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전통 횟집 또한 장항 부근에 많다. 매일 공급되는 제철 해산물을 이용해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소박한 물회 한 상으로도 바닷가 식사를 만끽할 수 있다. 이제 홍원항 전어가 제철이다.
직장인의 90%는 기회만 된다면 이직하고 싶어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 분야에서 베테랑이 된다는 건 ‘시간’을 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투입 시간 대비 산출 결과의 효율을 생각하는 시대, 다양성이 더 중요한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이 사람을 대체할 거라는 이 시대에 베테랑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누군가의 노하우를 배우려면 베테랑이 있는 현장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유튜브, SNS 등에 ‘꿀팁’(매우 유용한 정보나 조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수없이 올라오는 통에 굳이 베테랑을 찾아가지 않아도 배울 방법이 많다. 그런 데다 시대 변화는 어찌나 빠른지 4차 산업혁명으로 2030년이면 지구상에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어쩐지 베테랑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라지는 영역의 베테랑은 디지털 시대에 다른 형태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새로 등장하는 분야에서는 새로운 베테랑이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시간이 빚는 베테랑
베테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이다. 의미상 숙련자, 전문가와 비슷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인다는 뜻이 조금 더 강하게 녹아 있다. 그렇기에 베테랑이라면 누구나 그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방법이나 요령은 어디에도 없는 그만의 기술이다.
한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을 만나보니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휴, 그때는 누가 옆에 앉혀놓고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매일 청소하면서 어깨너머로 눈동냥하며 공부했죠.(웃음) 그렇게 종일 눈으로 배우고 일과 끝나면 무작정 따라 해보는 거예요.” 베테랑의 노하우를 얻으려면 눈치가 좋아야 했다. 알려주지 않아도 혼자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면 어느새 베테랑이 다가와 자신의 노하우를 하나씩 알려줬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 기술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렇게 도제식(徒弟式) 교육이 이뤄졌다.
그렇기에 베테랑의 노하우에는 시간뿐만 아니라 그의 감(感)이 녹아 있다.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이유는 개인의 손맛 때문이다. 같은 기술을 배워도 기술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제식 교육 하면 ‘무형문화재’ 같은 ‘장인’(匠人)이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기술자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많은 영역에서 도제식 전수가 이뤄진다.
영화 제작, 검사나 경찰의 수사, 기자나 PD의 취재, 조향사의 조향 과정 등에도 사수(師授)의 노하우가 입으로 전해진다. 사수는 ‘스승에게서 학문이나 기술의 가르침을 받음’이라는 뜻이다. 일터에서는 스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수와 부사수’ 관계로 일을 가르치고 배운다. 요즘 버전으로 말하자면 ‘멘토링’(Mentoring)이다. 멘토링은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멘토, Mentor)이 지도와 조언을 통해 멘티(Mentee, 멘토링을 받는 사람)의 실력과 잠재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바뀌고 있다. 한 분야의 베테랑은 오랜 시간을 들여야 빚어지는데, 일자리가 아예 사라진다면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제빙기 개발은 얼음 장수를 사라지게 했다. 냉장고나 제빙기가 없던 시절에는 한강이 얼면 강의 얼음을 깨 파는 얼음 장수가 있었다. 하지만 냉장고와 제빙기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정에서 얼음을 얼려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얼음 장수는 사라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고 한다. 또 한 번 사회가 크게 발전하는 시기다. 2016년 다보스포럼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는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약 710만 개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분야의 베테랑은 더는 ‘시간’을 누적할 수 없어 도태될 것이고, 새롭게 생긴 일자리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베테랑이 생겨날 것이다.
옥스퍼드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는 논문 ‘고용의 미래’에서 △정교한 손가락 움직임 △손재주 △좁은 작업 공간과 불편한 자세 △독창성 △순수예술 △사회적 지각 △협상 △설득 △타인의 배려 및 보살핌이 필요한 영역은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무리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뜻이다.
베테랑의 감(感) 입는 디지털
단순·반복적이거나 숙련도가 떨어지는 일이 대체로 자동화되고 있는데, 이 자동화에도 베테랑이 필요하다. 바로 그들의 ‘감’이 자동화를 더 정교하게 만들기 때문. 포스코는 베테랑 근로자의 경험과 감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베테랑의 머릿속에 있는 주관적 데이터를 객관적 데이터로 바꾸어 ‘스마트 고로’를 만들고 AI가 학습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 결과 품질 불량률이 63% 감소했다. 사람이 아닌 AI가 베테랑의 노하우를 배우는 셈이다.
현대건설도 현장 베테랑의 지식과 노하우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특히 안전·품질 분야를 스마트화해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노하우를 빅데이터화하면 신입 직원에게 밀려날까 불안해하던 중장년 베테랑도 이제는 스마트 기술에 적응하며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베테랑이 오히려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더 가치 있고 창의적인 일을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 역시 숙련 기술의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는 생산 현장을 강조하는 의미였지만, 지금은 제조 설계부터 고객 만족까지 통합된 하나의 흐름을 가리킨다. 설계, 생산, 서비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 되었다. 최근에는 모노즈쿠리 혁신을 외치며 베테랑의 노하우와 디지털을 결합하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활용이 새로운 부가가치의 원천인데, 모노즈쿠리 과정에서도 수많은 데이터가 발생한다”면서 “일본 제조 기업은 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생산 효율화를 목적으로 내세운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내부에서만 공유하던 데이터를 산업의 경계를 넘어 기업이 상호 거래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단순한 생산 효율화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베테랑의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이어가는 베테랑도 있다. 과거 도제식 교육과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노하우를 축적한 베테랑과 그들을 찾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생겨난 이유다.
‘탤런트뱅크’는 전문 인력 상시 고용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고도의 비즈니스 문제가 닥쳤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프로젝트별로 연결한다. 현장에서 은퇴한 베테랑이 전문가로 투입되는 것. 재의뢰율이 60%를 넘어설 만큼 기업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클래스101’은 중장년 베테랑의 노하우를 교육과 강의 형식으로 전한다. 음악·미술·운동 등 취미 관련 강의부터 부업·재테크 노하우, 업무 능력 향상 등 일 잘하는 방법, 인문·사회·예술을 비롯한 교양 강의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숨은 고수라는 뜻의 ‘숨고’에서는 900여 분야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견 산책’, ‘주례’, ‘게임 레슨’ 등 소소한 영역까지 포함된다. 베테랑 전업주부의 노하우를 살려 ‘정리수납 고수’로 활동하거나, 기업에서 인사관리와 교육 일을 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취업 컨설팅 고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대의 흐름은 다양한 직종, 여러 분야의 베테랑을 사라지게도 하지만, 그들의 노하우는 무형의 가치로 남아 디지털과 융합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불교에서 회향(廻向)이란 자신이 닦은 공덕을 타인에게 돌려 함께 성불(成佛)하길 바라는 행위다. 비단 불자만 이러한 양식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타심으로 말미암아 행하는 모든 일에 이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희유(希有) 스님은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회복지사의 삶 또한 수행자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승려복을 입은 서울노인복지센터장이 되어 회향을 실천한 지도 어언 10년에 다다랐다.
한때 탑골공원은 그야말로 노인들의 핫플레이스였다. 지금도 그 명맥이 남아 있지만 과거에 비할 순 없다. 당시 노인들이 이곳에 몰려든 가장 큰 이유는 무료 급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시는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탑골공원 성역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수많은 노인이 제 집처럼 드나들던 사랑방을 잃고 말았다. 그 해결책으로 서울시는 인근에 옛 통계청 건물을 개조해 2001년 지금의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설립했다. 도심 한복판에 군집해 있던 노인들이 탑골공원을 떠나 그 안에서 여가를 즐기길 바랐던 것이다. 그렇게 서울노인복지센터가 노인들의 성지 역할을 해온 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역사의 절반가량은 희유 스님도 함께했다. 사실상 인연은 그전부터였지만 말이다.
“2013년부터 서울노인복지센터장을 맡았어요. ‘아니, 스님이 왜?’라며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참 묘한 인연으로 시작됐죠. 과거 수행자로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사회복지학 공부를 하며 그것을 채워보고자 했어요. 당시 학교에서 연우회라는 봉사단체 모임에 들었는데, 그 활동의 일환으로 방문한 곳이 바로 서울노인복지센터였습니다. 무료 급식소인 만발공양간에서 자원봉사를 했거든요. 어르신들이 정말 많이 오시더라고요.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일했는데도 너무나 보람찼던 기억이 나요. 우리 센터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는데, 그 후로도 이런저런 인연이 쌓이며 지금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전화위복의 디딤돌로
그동안 센터를 운영해오며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심각했다. 특히 감염병 취약 계층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관이다 보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또 어르신 수준과 편의에 맞춘 대면 서비스가 많았던 터라 거의 모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했다. 이는 기관 차원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센터를 찾던 어르신 개개인에 대한 염려도 놓을 수 없었던 희유 스님이다.
“지난 2~3년이 센터 어르신들에겐 아주 긴 시간이었을 거예요. 이곳에서 일과를 보내거나 일상의 활력을 채우곤 하셨는데, 하루아침에 발이 묶여버렸으니까요. 특히 연세가 많은 분들은 이곳에 다녀가시는 것만으로도 건강관리가 되거든요. 어떻게 해야 어르신들이 집에서도 센터와의 연을 이어가고 우울하지 않게 보내실까 고민했죠. 결국 그동안 마련해오던 스마트 시스템 구축을 확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그 출발은 ‘탑골 TV’(유튜브 채널)의 부활이었다. 이전부터 간간이 콘텐츠를 올렸지만 반응은 심심했다. 먼저 해당 채널을 매개로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낸 각종 복지 정보나 교육 프로그램 영상물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어르신들은 변화된 시스템에 잘 따라와 주었고, 채널도 점차 활기를 띠었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의 제약은 있었다. 자료 공유가 어렵다거나, 구성원 간 상호작용이나 소속감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러닝 시스템 ‘도시락’도 고안했다. ‘도전하는 시니어의 즐거운 배움의 맛’이라는 뜻을 담았다. 아울러 융합형 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콘 스페이스(Be@con Space)를 마련해 질 좋은 온라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렇게 한동안 온라인 플랫폼과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소통을 이어가는 사이, 코로나 빗장도 서서히 풀려갔다. 그간 센터도 더욱 스마트한 모습으로 어르신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 대표적인 시스템이 바로 ‘복지i’와 ‘나.비’다.
“기존의 실물 회원카드를 통한 관리 체계는 효율성도 떨어졌고, 어르신들의 복합적인 욕구를 반영하기에 제한적이었어요. 깜빡하고 카드를 두고 오시는 일도 왕왕 있었죠. 그런데 보니까 어르신의 70%가량이 스마트폰을 쓰시더라고요. 아, 그러면 모바일에 회원증을 심어드리면 되겠다 싶은 거예요. 그렇게 디지털화된 회원관리 시스템 ‘복지i’가 탄생했습니다. 또 센터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 마이페이지 ‘나.비’(나로부터의 비상)도 구축했어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공지사항을 알리거나, 개인별 프로그램 및 건강관리도 가능해졌죠. 아울러 센터에서는 건강, 문화, 스마트 등 각 영역에서의 활동 정도를 ‘나비지수’라 하고, 그것을 ‘봉봉’이라는 단위로 시각화해 다양한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하게 찾는 보람형 일자리
아직 서울노인복지센터를 가본 적 없는 이라면, 꼭 한 번쯤 들러보길 권한다. 입구에 있는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센서부터, 실내 스마트 텃밭, LED 공기살균기, 카페 키오스크 등 발이 닿는 곳곳에 스마트한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교육장을 비롯해 TOP 독립영화관, 물리치료실, 탑골미술관, 요리연구소, 커피전문랩실 등 다양한 시설들로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또 본관, 별관, 분관 등 규모도 작지 않은데, 이곳에는 희유 스님이 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이하 취업지원센터)와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도 있다. 두 곳 역시 코로나19의 여파가 컸지만, 스마트한 대응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며 전화위복을 맞았다. 특히 취업지원센터의 경우 과거 취업훈련센터부터 거듭 변모하며 중장년 일자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취업훈련센터 시절에는 생계형 일자리 위주로 알선했어요. 요즘엔 일상에 의미를 더하는 보람형 일자리를 선호하는 분위기죠. 취업지원센터도 이러한 흐름과 욕구를 반영한 민간 일자리 발굴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있는 기존 직무 중에서 시니어가 충분히 도전할 만한 일을 발굴해 기업에 제안하고, 교육을 통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식이죠. 가령 비대면 상황에서는 배달업계가 한창 떴는데, ‘배달의민족’과 협력해 물류센터 파킹·패킹 업무 등의 일자리를 창출했어요. 또 택시기사의 경우도 어르신들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근무 환경이 빡빡한 게 흠이었거든요. 한 모빌리티 플랫폼에 어르신들의 일상에 무리가 없는 주 4일, 주간 근무 가능 조건을 제안해 채용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최근 많은 부분이 엔데믹(대면)으로 전환됐는데, 이미 팬데믹을 겪으며 디지털·스마트 기기 등에 익숙해진 시니어들의 능력치도 한껏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교육을 더 선호하거나, 디지털 환경을 편리하게 여기는 어르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예전처럼 모두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고민하는 중이다.
“스마트 교실이라고 해서 일반 오프라인 강의실에서 태블릿 PC 등을 활용해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융합형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강사가 문제를 내면 각자 스마트 기기로 답을 하는 등 취업 교육 현장에서도 디지털 환경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보려 합니다.”
스스로 일궈가는 선배시민의 자긍심
지난해 설립 20주년을 맞아 펴낸 자료집에는 ‘선배시민이 참여하고 배우고 나누는 광장 서울노인복지센터’라는 비전이 담겨 있다. 그동안 센터에서는 권익증진 사업을 통해 사회와 정책 변화 속에서 노인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 의무를 다하는 선배시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도왔다. ‘어르신 정책 모니터링단’이나 ‘선배시민 거버넌스’ 등이 그 예다. 희유 스님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노인이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었을 때 후배시민에게 존경받는 선배시민이 될 수 있으리라 조언했다.
“예전에 센터로 향하는 안국역 출구를 공사한 적이 있어요. 당시만 해도 건너편 운현궁 방향엔 횡단보도가 없었는데, 출구가 막히니 어르신들이 무단횡단을 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오시면서 사고가 자주 났어요. 예방 차원에서 안전 교육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죠. 결국 어르신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시라 제안했습니다. 몇몇 분들이 직접 경찰서도 찾아가고 의회에서 모니터링도 하면서 일종의 캠페인도 진행했죠. 덕분에 운현궁 쪽으로도 횡단보도가 놓이게 됐습니다. 그 성과를 다들 뿌듯해하시고 자랑스러워하셨어요. 그렇게 스스로 권리와 의무를 알아가고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을 돌아보고 공동체의 권익에 대해서도 생각이 확장돼요. 이로써 자신의 경륜을 후배시민에게 베푸는 선배시민으로 발돋움하는 거죠.”
희유 스님은 자신 또한 선배시민으로서 성숙한 삶을 살아낼 수 있길 희망하고 있었다. 기관장 은퇴는 만 65세인데, 올해 환갑을 맞아 이제 센터를 떠날 날도 5년 남짓 남았다. 물론 수행자로서의 삶은 은퇴가 없으니, 승려 신분으로 더욱 회향에 정진하리라는 계획은 분명할 테다. 센터에서 남은 5년을 희유 스님은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올해로 기관장 10년 차인데, 과연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을까 반성을 많이 하죠. 그런 부족함을 채워가면서, 은퇴할 때 ‘그래, 이만하면 잘했지!’ 싶으면 성공일 것 같아요.(웃음) 센터를 책임지는 동안은 부처님의 가르침 중 ‘사섭법’(四攝法)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베풀고(보시섭), 따뜻한 얼굴과 말로 살피며(애어섭), 선행으로 이롭게 하여(이행섭), 센터를 찾는 어르신 한분 한분의 희로애락과 함께하려 해요(동사섭).”
회향도, 사섭법도 모두 실천하려면 타인이라는 마중물이 필요할 테다. 홀로 애쓴다고 이뤄지는 마음가짐이 아니기에 그러하다. 이에 희유 스님은 더 많은 어르신이 센터를 찾고, 주변에 있는 복지관을 애용하길 강력히 권했다.
“저는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전 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실제로 해외에서 우리 센터에 견학도 많이 오는데, 일본에서도 감탄하고 가더라고요. 일본을 포함한 다른 나라 노인 시설을 보면 대개 케어와 돌봄 위주인 경우가 많거든요. 우리나라 복지관들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문화·여가 생활을 장려하는 곳이 드뭅니다. 그러니 ‘역세권’, ‘숲세권’ 이런 것만 따질 게 아니라, 유익한 노후를 위해 이제는 ‘복세권’이 더 중요합니다. 나이 들수록 복지관을 곁에 두고 사세요. 한국 노인복지관, 그야말로 ‘짱’입니다.”
●Exhibition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일정 8월 28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한-멕시코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국내 최초의 아스테카 특별전이다. 아스테카는 마야, 잉카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 3대 문명으로 꼽힌다.
전시에서는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을 비롯해 독일 린덴박물관, 네덜란드 국립세계문화박물관 등 멕시코와 유럽의 11개 박물관이 소장한 아스테카 문화재 208점을 만날 수 있다. 총 5부로 구성됐으며, 1521년 스페인 정복자들의 침략 전까지 아스테카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1부와 2부에서는 아스테카의 문화와 종교 등 그들의 독특하고 복잡한 세계관과 신화를 설명하고, 자연환경과 생활 모습 및 정치, 경제 체제를 소개한다. 3~5부에서는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의 모습과 그 가운데 핵심적인 건축물인 대신전 템플로 마요르에 대해 알 수 있다.
특히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소조상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13~16세기 아스테카인은 인간이 지하세계에서 나온 거인의 뼈로 창조됐다고 믿었다. 높이 176㎝, 무게 128㎏의 소조상은 기괴한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인신공양과 활발한 정복전쟁에서 비롯된 잔혹한 이미지, 스페인 정복자를 신으로 오해했다는 이야기와 달리 아스테카 문명의 예술과 지식은 매우 발달했다”라면서 “멕시코에서 이뤄진 최신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정복자가 왜곡하고 과장하기 이전 아스테카의 본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나의 하루 이야기-헝가리에서 온 사진
일정 9월 12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헝가리 민족학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이번 전시에서는 세 아이의 사진을 통해 1936년과 2021년 헝가리 어린이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약 70km 떨어진 작은 마을 볼독(Boldog)에 사는 두 소녀의 사진은 지난 80여 년 동안 헝가리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보여준다. 또 헝가리 남서쪽에 위치한 퇴코파니(To¨ro¨kkoppa´ny)에 살고 있는 피테르 코바치는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오던 전통 놀이 ‘파프리카’(Paprika) 게임을 친구들과 즐겨 한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피테르와 친구들이 파프리카 게임을 현대화해 즐기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Book
◇오늘 한 끼 어떠셨나요?(이우석·꿈의지도)
저자 이우석 소장은 스포츠서울에서 20여 년 여행기자로 활동하면서 주로 밥과 여행에 관한 글을 썼다. 퇴사 후 그는 ‘놀고먹기연구소’라는 회사를 차리고 미식과 여행에 관련된 일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오늘 한 끼 어떠셨나요?’는 문화일보에 연재 중인 ‘이우석의 푸드로지’를 엮은 것이다.
이우석 소장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식재료와 음식을 네 가지 주제 ‘따뜻한 밥 한 끼’(국밥·솥밥·꽃게·덮밥·볶음밥·달걀·순대·불고기·닭곰탕·배추), ‘제철에 먹는 별미’(도다리쑥국·봄나물·조개·보리·막국수·민물고기·새우·추어탕·버섯·굴·냉면·대구), ‘한잔 술 부르는 일품요리’(곱창·양고기·복어·소고기·갈비·전·오징어·족발·육회), ‘정식 부럽지 않은 분식’(떡볶이·오뎅·만두·라면·국수·돈가스·햄버거)으로 나눠 소개했다.
특히 저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음식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순대는 몽골 기병의 행동식이며, 대구 떼를 쫓다가 뉴펀들랜드를 발견한 사실, 공깃밥이 1960년대 분식장려운동에서 탄생한 배경, 어묵이 아니라 ‘오뎅’이라 불러야 하는 이유 등을 알려준다. 이우석 소장은 음식과 함께 맛집 230곳도 소개했다. 이 소장이 20여 년간 직접 맛보고 검증한 곳이다. 일 년에 360일은 맛집 순례를 하는 저자가 적어도 몇 번씩은 방문한 집들이다.
◇셜록 홈즈 다시 읽기(안병억·열대림)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인 저자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관통하는 12가지 핵심어로 명탐정 홈즈를 새롭게 바라본다. 컨설팅 탐정, 과학수사, 천재성, 네트워크, 전쟁 등을 주제로 홈즈와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가치관, 그리고 동시대의 사회상을 들여다본다.
◇사우디 집사(배영준·델피노)
저자 배영준은 현대중공업에 근무하고 있다. 사우디에서 근무한 적 있는 그는 당시의 경험을 녹여 소설을 썼다. 소설은 프랑스 국립 집사학교를 졸업하고 사우디 왕가의 집사가 된 한국인
피터의 모험기를 그린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닐 올리버·윌북)
저자 닐 올리버는 BBC 다큐멘터리 진행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해온 고고학자다. 그는 지구 위의 특별한 유물과 유적 36개를 엄선해 거기에 담긴 인류의 깊은 사연을 들려준다. 역사, 예술, 문화, 지리, 인류학을 아우르는 인문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Stage
◇레 미제라블
일정 8월 5일 ~ 15일
장소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연출 유준기
출연 윤여성, 김명수, 정욱, 박웅, 임동진, 문영수, 최종원, 강희영 등
연극 ‘레 미제라블’은 한국 연극 역사와 함께한 배우들이 2011년부터 만들어온 공연으로 매번 전회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2020년 코로나19를 뚫고 공연이 올라 화제를 모았으며, 2년 만의 귀환이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걸작을 원작으로 한다. 19세기 프랑스대혁명 전후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며,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진정한 휴머니즘과 인간의 존엄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윤여성, 김명수, 정욱, 박웅, 임동진 등 원로 배우와 문영수, 최종원, 강희영 등 중견 배우들이 이번에도 명품 연기를 펼친다. 더불어 400여 명의 오디션 지원자 가운데 발탁된 젊은 배우들이 화합의 무대를 펼칠 예정으로 기대를 더한다.
◇두 교황
일정 8월 30일 ~ 10월 23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연출 김민영
출연 신구, 정동환, 서인석, 서상원, 남명렬, 정재은, 조휘 등
원로 배우 신구와 정동환이 연극 ‘두 교황’으로 만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우정을 다룬 연극 ‘두 교황’이 영국 초연 이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펼친다.
신구는 서인석, 서상원과 함께 베네딕토 16세 역에 캐스팅됐다. 정동환은 남명렬과 프란치스코 역을 소화한다. 영국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이 극본을 썼다.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 베네딕토 16세와 자유로운 진보 성향의 개혁파 프란치스코의 대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9년 6월 연극으로 초연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엘리자벳
일정 8월 25일 ~ 11월 13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옥주현, 이지혜, 신성록, 김준수, 노민우, 이해준, 이지훈, 강태을, 박은태 등
뮤지컬 ‘엘리자벳’이 10주년을 맞았다. 2012년 초연 당시 15만 관객을 동원하고 각종 뮤지컬 어워즈 상을 석권한 스테디셀러 대작이다.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의 드라마틱한 인생에 판타지적 요소를 결합한 서사와 음악, 무대예술, 3박자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이번 10주년 공연에는 ‘엘리자벳’의 독보적 흥행을 이끌어낸 옥주현·신성록·김준수·이지훈·박은태·민영기 등의 배우들이 귀환한다. 또 이지혜·노민우·이해준·강태을 등의 뉴캐스트들이 합류, 역대급 무대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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