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청력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다. 45세 이상의 성인은 4%, 65~75세는 30~35%, 75세 이상은 50% 이상이 난청을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한 증세다. 문제는 방치하면 증세가 계속 나빠지는 데 있다. 40~50대에는 주로 고음만 안 들려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듣는 데 불편함을 느껴 소위 ‘가는귀먹은’ 상태가 된다. 노인성 난청이 심해지면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다’는 우울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울 강서구 소재 귀 전문병원 소리귀클리닉 문경래 원장에게 노인성 난청에 대해 알아봤다.
노인성 난청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무엇인가요?
“소리는 잘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말귀를 못 알아듣겠어요” 하며 찾아오는 분이 많습니다. 소리가 들려도 단어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노인성 난청의 증상은 말소리가 똑똑하게 들리지 않고 작게 들리거나, 중얼거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 사람이 많이 모인 시끄러운 장소에서 하는 대화를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 들었을 때 어떤 사람은 귀가 밝고 어떤 사람은 난청 증상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눈의 노화나 피부의 노화가 사람마다 다르듯, 귀의 노화도 사람마다 그 속도가 다릅니다. 아무래도 유전적인 영향이 많지요. 젊었을 때 염증을 많이 앓았다든가 소음에 많이 노출된 적이 있다면 노화가 더 빨리 일어나게 됩니다.
노인성 난청의 진단법이 있나요?
청력검사를 통해 난청을 진단합니다. 난청의 여부와 난청이라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인성 난청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노인성 난청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난청이 생긴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 환자는 나이가 들어 노인성 난청이 생긴 줄 알고 ‘나중에 보청기나 해야지’ 하고 방치하다가 내원했습니다. 그런데 검사해보니 노인성 난청이 아니라 ‘이경화증(귓속의 뼈가 굳는 병)’이라는 질환이었습니다. 이 병은 수술하면 좋아질 수 있거든요. 수술하고 난 뒤 청력이 좋아졌다며 만족해하셨어요.
노인성 난청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치매와도 관련이 있나요?
난청을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앞에서 말씀드렸던 ‘단어 분별력’이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노인성 난청으로 인해 바깥 소리들이 뇌까지 전달이 안 되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청각 관련 뇌 부위가 녹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빨리 진단하고 필요하면 청각재활도구(보청기, 청각 임플란트 등)를 사용해서 잘 듣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청력 저하’와 ‘치매’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보고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력 저하가 있는 환자들이 치매가 잘 온다는 것인데요, 그 이유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뇌를 안 쓰면 녹슬기 때문입니다.
난청이 우울증이나 당뇨병 등 다른 질병과 관계가 있나요?
난청이 있으면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져서 만남을 꺼리게 되고, 시끄러운 곳에 가지 못하게 되어 사회생활이 점점 줄어듭니다. 노년기일수록 활발한 사회활동이 정신건강에 중요한데, 난청이 있는 분들은 사회생활을 안 하게 되면서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높아집니다. 당뇨병이 있거나 만성신장질환이 있는 분들은 난청이 생길 확률이 일반인보다 더 많습니다.
노인성 난청 수술은 어떤 수술인가요?
만약 난청의 원인이 ‘달팽이관의 노화’가 아니라, 고막 손상, 염증, 소리를 전달하는 뼈의 이상인 경우에는 이를 교정해주는 수술을 합니다. 수술 후에는 보청기나 다른 기기 착용을 하지 않아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달팽이관의 노화로 청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청각 임플란트 삽입 수술을 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약물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나요?
전혀요. 흰머리를 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희 병원을 포함해 일반적인 이비인후과의 치료 방법은 정기적인 귀 검사를 하는 ‘청력 관리’, 보청기 착용을 하는 ‘청각 재활’, 이명과 어지럼증 등 난청과 함께 동반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순으로 진행됩니다.
병원에서도 보청기를 맞출 수 있나요?
병원에서도 보청기를 맞추는 환자가 많습니다. 난청이 있으면서 수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은 보청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보청기에서 소리가 나거나, 착용을 불편해하고,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청기들이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습니다.
보청기를 선택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요?
난청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전문 청각 검사자에게 정확한 청력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합니다. 이후 환자의 청력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선택하면 됩니다. 귓속형, 귀걸이형, 오픈타입 등 보청기 종류는 다양합니다. 적응하는 시간 동안 귀에 뭔가 걸리는 느낌을 참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참고 착용하다 보면 적응이 됩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보청기를 제대로 조절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세 가지를 잘 지킨다면 보청기를 편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중풍’은 ‘풍에 맞는다’는 의미다. 풍은 떨리는 증상, 저리는 증상, 시린 증상을 포함한다.
흔히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뇌 손상이 발생하며 생기는 병이다. 뇌졸중과 비슷하지만, 중풍은 ‘뇌졸중’으로 분류하지 않는 질환도 포함하고 있어 그 범위가 좀 더 넓다. 중풍은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한 번 발병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얼굴이나 팔, 다리가 저리면서 마비 증상이 오고 말투도 어눌해지는데 심해지면 전신이나 팔, 다리 등 몸의 일부가 마비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환자의 수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 인구 100명당 남자는 3.94명, 여자는 2.52명의 중풍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2015년 기준). 하우연한의원 윤정선 원장에게 중풍의 발병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요즘은 이전보다 중풍 환자가 줄어든 것 같은데 맞나요?
요즘은 모두들 건강에 관심이 많아 검진도 자주 하고 미리미리 고혈압 약도 챙겨드시니 중풍 환자들이 예전에 비해 좀 줄어들긴 했죠. 하지만 중풍이 심한 분들이 외부 활동을 잘 안 하셔서 그렇지, 아직도 우리나라의 중풍 발병률은 세계 1위입니다. 성인의 3대 사망 원인 중 빈도수가 가장 높습니다.
중풍의 원인은 뭔가요?
풍은 몸 안에서 생기는 내풍과 외부 환경으로 생기는 외풍으로 구분되는데, 주로 유전에 의한 체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합니다. 혈관의 탄력이 약해지거나 혈액이 탁해지는 것도 유전적인 요인이 있거든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환경적인 요인을 더해 간의 기운이 울체(기혈이 퍼지지 못하고 한곳에 몰려 막혀 있는 증상)되고 그 기운이 오래되면 사지(四肢)가 힘없이 늘어지고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며 근육 경련이 자주 일어나는 ‘간열’이 발생하면서 서서히 고혈압 증상이 생기는 거죠. 간열이 심해지면 그다음 단계가 스트레스가 심해 지거나 화를 잘 내게 되는 ‘간화’, 머리가 심하게 어지럽고 팔다리가 땅겨서 잘 걷지 못하는 ‘간풍’으로 진행되면서 풍이 발생합니다.
고혈압 외에 중풍과 연관된 질병이 있나요?
한의학에서는 그동안 고혈압 단계부터 중풍으로 보고 치료를 해왔어요. 최근엔 양방에서 고혈압 약이 손쉽게 처방되고 관리되면서, 뇌경색이나 뇌졸중의 단계를 중풍으로 보고 있어요. 평소 고혈압이 있거나 당뇨가 있어서 말초순환에 장애가 있는 경우 합병증으로 중풍이 올 수 있습니다.
중풍에도 전조증상이 있나요?
근육 떨림이나 손 저림, 순간적으로 한쪽 사지에 힘이 떨어지거나 어지러움, 잦은 두통, 안면 홍조와 뒷목 당김, 불면증 등이 전조증상입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증상들이 전조증상일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은 폭풍이 오기 전에 잔가지가 떨리듯 미리 보여주는 증상일 수 있으므로 비슷한 증상이 오면 꼭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이런 상황을 그냥 지나치면 큰일 날 수 있어요. 중풍은 한 번 발병이 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후유증이 큽니다. 병이 커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입니다.
전조증상을 느끼면 이미 늦은 상황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고혈압 증상이 있고 위에서 말한 전조증상들이 나타나는 중풍 초기라면 한방 치료가 좋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미 진행이 많이 되었다면 큰 병원에 가서 치료할 것을 권합니다. 한방 치료는 중풍 전조증과 중풍 후유증 치료에 더 적합합니다.
한의원에서는 중풍 검사를 어떻게 하나요?
진맥을 통해 중풍 전조증상을 진단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양방과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해요.
양방 MRI 검사 등에서는 문제가 없는데 진맥을 해보면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죠. 양방 진료를 믿고 치료를 늦추다가 풍을 맞은 환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양방 검사에 이상이 없어도 진맥과 증상으로 중풍이 예견되는 상황이라면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늦추면 증상이 심해지나요?
대부분 병원 가는 것을 늦춰서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중풍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만성두통, 두통으로 인한 구토, 언어장애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절대 치료를 늦추면 안 됩니다.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뇌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과 흡연자의 경우는 40세 이후부터 뇌질환 관련 건강검진을 1년에 한 번 이상 받아야 합니다.
한의원에서는 어떤 치료를 하나요?
중풍 전조증상이 있으면 중풍환과 사혈요법, 침 등으로 최대한 관리하고 치료 과정에서 증상의 완화가 더디거나 심해지면 양방 치료를 권하기도 합니다. 중풍 재활 치료에서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양방 재활 치료를 통해 많이 호전되기는 하지만 여기에 한의학 치료를 겸하게 되면 재활시기를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의원에서는 재활을 위해 한약 치료, 침 치료, 재생 치료, 보행특화 치료 등을 해요. 한약 치료를 통해 오장육부와 뇌에 진액을 충분히 공급하고 침 치료를 통해 뇌신경, 척추신경을 활성화시킵니다. 재생 치료는 뇌, 신경, 혈관 등의 재생을 돕습니다.
예방법을 알려주세요.
중풍은 크게 오기 전에 신호를 꼭 보내는데 그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작은 증상이라도 진료를 통해 예방해야 합니다. 식생활 관리나 금연, 유산소 운동, 체중관리 등 생활습관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지나치게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 동물성 지방질이 풍부한 음식들은 피해야 합니다. 기름진 음식은 경락의 순행을 막아 열을 일으켜 중풍이 발생할 확률을 높이거든요. 유산소 운동은 순환기계를 튼튼하게 하고 혈관을 보호해주고 동맥경화의 위험 요인들인 스트레스와 비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비인다중풍(肥人多中風)’이라 해서 비만하고 습이 많은 사람에게 중풍이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어요. 스트레스 관리도 필요합니다. 지나친 감정적 자극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화열(火熱)이 심해져 중풍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야채나 과일은 중풍 발생 위험이 3분의 2로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1년간 금연하면 흡연 때에 비해 중풍 발생 위험이 반으로 감소하고 5년 이상 금연하면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으로 위험도가 줄어듭니다.
건강정보 홍수의 시대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든데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신문이나 방송의 주된 소비층이 시니어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흰 가운을 입은 의사의 단체 출연은 예사다. 음식을 소개하며 자연스레 효능을 소개한다거나, 병을 앓았던 환자가 본인의 경험을 ‘진리’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정작 의료계에서는 이런 건강정보 프로그램의 유해성을 경고한다. TV 건강 프로그램, 제대로 시청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10월, 대한가정의학회 학회지에 흥미로운 논문 하나가 발표됐다.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으로, 50세 이상 성인의 TV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건강 습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이었다. 중앙보훈병원에 다녀간 환자 249명을 대상으로 조사된 이 연구의 결과, TV 건강 프로그램을 신뢰하는 이유로 ‘의사가 출연해서’가 51%(122명)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서’(28.4%), ‘TV에서 전달하는 정보이므로’(11.2%), ‘실제 환자가 나와서’(7.4%) 순이었다. 또 TV가 제공하는 건강정보에 높은 신뢰도를 보이는 환자의 공통점은 TV 시청시간이 길다는 것이었다.
건강의 적은 쇼닥터?
이렇듯 시청자들의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하다. 시청자가 의학적 지식을 받아들일 때 의사의 의견은 마지막 보루와도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의 말을 100% 신뢰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한 예로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발모에 효과가 있다며 자신이 만든 어성초 제품을 방송매체를 통해 홍보한 A원장에 대해 회원 권리 정지 2년과 위반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A원장은 어성초가 탈모를 치료한다고 자신이 만든 제품을 홍보하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후두부 동맥 혈류량이 5배 증가해 발모 효과가 강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의사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어 중징계를 내렸다. 소위 쇼닥터에게 내린 첫 번째 징계로 꼽힌다. 쇼닥터(Show Doctor)는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로,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에 대해 과장하거나 근거 없이 이야기하는 의사와 의료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의협에서는 쇼닥터에 의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4월 의사윤리 강령·지침을 11년 만에 개정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목적 혹은 자신의 병원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사들이 방송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의료법에 의해 광고게재 제약을 받는 병원들은 언론기사 노출이나 방송 출연에 목매는 경우가 많다. 올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4차까지 이뤄진 시정권고소위원회 결과를 살펴보면, 시정권고 총 374건 중 의료기관의 기사형 광고로 지적된 사안이 49건이나 된다.
체험 환자의 증언이 갖는 함정
의사들이 등장하지 않는 건강 프로그램들은 더욱 문제다. 특히 병을 앓았던 환자의 체험담은 시청자들을 솔깃하게 만든다. 방송사는 환자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검증이나 여과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시청자 입장에선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분위기다. 말하자면 의사들이 농담처럼 말하는, “의사는 믿지 않아도 이웃사촌은 철석같이 믿는” 심리를 이용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경험담에는 효험을 얻은 음식이나 민간요법을 만나기 전 어떤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가 대부분 생략되어 있다.
이런 증언 형식의 방송은 언급된 내용에 대한 책임에서 제작진이 비켜설 수 있게 해주는 구조도 된다. 방송은 그저 환자 경험에 대한 내용을 옮길 뿐이다. 일부 인터넷 환우 커뮤니티에는 흥미로운 체험을 한 환자를 찾는, 방송작가들을 위한 별도의 게시판이 운영될 정도다.
한 한의사는 “방송에서 특정 질환에 좋다고 소개된 약재나 음식을 살펴보면 몸에 다른 이상을 일으킬 정도로 비정상적인 분량을 섭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실제 치료 효과는 다른 데서 왔는데 음식이나 민간요법에서 얻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아 그대로 믿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풍선에 공기를 불어넣으면 어느 정도 커진다 한계치에 다다르면 곧 터질 것처럼 불안해진다. 우리의 몸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혈압을 예로 들어보자.
혈액이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혈관 벽에 가하는 압력이 '혈압'이다. 이는 측정하는 위치에 따라 정맥압, 동맥압, 폐정맥압, 폐동맥압 등 그 종류를 달리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혈압은 보통 팔의 동맥에서 측정하기 때문에 동맥 압력을 이야기 한다. 성인을 기준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경우가 바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이다.
흔히 고혈압을 장년층 이후에서 나타나는 노인병으로 보곤 하는데, 우리나라 만 18세 이상의 성인 약 30% 정도에서 발견되는 아주 흔한 질병이다. 외국의 고혈압 유병률이 27%것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수치다. 그런데도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것은 평소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고혈압 자체로도 문제가 되지만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고혈압은 왜 생기고 어떻게 나타날까
우선 고혈압은 가족력을 무시할 수 없다. 부모나 가족 중에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평소 자신의 혈압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또한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와 비만은 고혈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고령, 흡연, 알코올, 짜게 먹는 습관 등도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것은 고혈압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반해 평소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 세계 6억 명의 인구 가운데 해마다 3백만 명이 고혈압으로 목숨을 잃는다.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고혈압을 방치할 경우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심부전, 협심증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혈압을 재는 습관, 건강을 지킨다
약국이나 병원에 가면 누구나 혈압계를 사용할 수 있다. 또 요즘에는 주민센터 등에도 혈압계를 구비해 두고 있다. 139~89mmHg까지를 정상혈압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사소한 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큰 힘이 된다. 물론 혈압을 잴 당시의 컨디션에 따라 혈압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평온한 상태에서 혈압을 잴 것을 권한다. 고혈압은 모두에게 자각증상을 보이 진 않지만 갑작스럽게 혈압이 오르면 더러 두통, 어지러움, 손발의 마비, 호흡곤란,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무리해서 운동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갑작스럽게 혈압이 오를 있기 때문에 가벼운 걷기 운동이나 아령을 드는 등의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행스럽게도 고혈압은 평소 관리를 잘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는 희망적인 질병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신향병원 내과 과장 박현근 (내과 전문의)
10년 새 12배 늘어난 ‘성조숙증’이 뭐길래
우리나라에서만 7만5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진료를 받은 성조숙증은 이제 익숙할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을 앓는 아이들은 2006년 6400명에서 2015년 7만5000명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10년 만에 12배가 늘어난 셈이다. 성조숙증이란 쉽게 말해 신체가 너무 빨리 성장해 문제가 되는 질환을 말한다. 여아는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고, 남아는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며 사춘기가 시작되는 2차 성징이 나타난다. 성조숙증은 주로 여아들에게 자주 발생하며 발생 후 호르몬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여아는 10세 무렵에 월경을 시작할 수도 있다. 월경은 여자의 몸이 출산할 준비 과정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너무 이른 나이에 시작해선 안 된다. 남아의 경우 키가 다 크기 전에 2차 성징이 시작돼 성장이 멈추기도 해서 남자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 식습관과 위생 수준, 소아비만 증가, 스트레스 등이 조기 발육에 영향을 끼친다고만 알려져 있다.
허약한 뚱뚱이 체질은 위험군!
평소 체질이 약해 잦은 배앓이를 하는 아이들의 경우, 학교나 유치원 등에서 겪는 단체생활로 인해 장염 등에 노출되기 쉽다. 설사, 복통 등을 반복하고 면역력과 소화 능력이 저하되면 식욕부진이 일어나고 이는 영양 섭취 미달로 인한 성장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장내 기능이 약해지거나 식욕부진이 지속되면 전체 ‘면역력’이 약해져 성조숙증 외에도 다른 질병 발생률도 높아진다.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단체생활로 아무래도 감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평소에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면역력을 보강한다고 전문가와의 상담 없이 이런저런 영양제나 보양식을 마구 먹이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아직 성인만큼의 소화력이나 흡수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일대일 처방이 중요하다. 또 무분별한 항생제 복용 역시 장내 유익균을 감소시켜 오히려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반면 아이가 너무 잘 먹어도 문제가 된다. 요즘에는 체력은 부실하고 덩치만 큰 아이들이 많아졌는데 이는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정크푸드나 서구화된 식습관에 익숙해진 때문이다. 과다한 영양으로 오장육부는 허약하고 몸집만 큰 ‘허약한 뚱뚱이’ 체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허약한 체질에 비만이 겹치면 성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럴 경우 성장호르몬 대신 나이에 맞지 않는 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성조숙증을 앓게 되고, 몸은 이미 2차 성징이 일어났다고 착각해 조기에 키 성장이 멈춰버리기도 한다.
만약 우리 손주가 성조숙증이라면
손주가 또래보다 빨리 자라는 것 같다면 먼저 정확한 검사와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 또는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로 혼자 섣불리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병을 키우는 상황이 된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발병시기, 진행속도, 약물투여 등에 대해 병력 청취를 한다. 이후 신장, 체중, 2차 성징 발생 정도, 색소침착 등에 대한 진찰을 한다. 골연령(骨年齡) 검사는 주로 왼쪽 손목 X선 검사 또는 호르몬 자극검사 등의 임상적 방법으로 진단한다.
성조숙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데, 양방과 한방의 치료 방법은 차이가 있다. 일반 병원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한다. 대개 4주마다 한 번씩 근육주사로 성선자극호르몬(여성의 난소와 남성의 고환에 작용해 발육과 성호르몬의 생성과 분비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호르몬 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성호르몬을 억제해 성장 속도를 늦추고 골 성숙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것은 2차 성징의 쇠퇴가 일어나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보다 근원원적인 치료에 집중한다. 아이만의 체질적 특성과 성장 속도에 맞는 일대일 맞춤보약을 지어 복용하도록 하거나 약침시술 및 생활관리 처방을 한다. 이는 신체 성장의 정상 속도를 찾아 제대로 맞추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조숙증을 받아들이는 보호자의 태도다.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은 또래와 자신의 몸이 다르다는 사실에 매우 민감할 수 있으므로 따뜻한 말로 차분하게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치료하지 않으면 빨리 월경을 시작해서 큰일이 난다거나 약을 먹지 않으면 키 성장이 멈춰버린다는 등의 겁주는 말은 위험하다. 그보다는 “보다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지금 속도를 맞추는 과정”이라고 설명을 해주는 건 어떨까. 조숙한 신체를 갖게 된 아이들은 또래 집단의 시선에 예민해질 수도 있으니 “달리기 해봤지? 친구들보다 한 걸음 앞섰을 뿐이야, 곧 친구들도 따라올 거야”라는 설명으로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윤정선 한의사
하우연한의원 대표원장, EBS 육아학교 소아청소년과 분야 BEST 육아멘토, 윤스한의원 대표원장,
소아한방 편 공동저자
김포시에 사는 오영자(52·가명)씨는 요즘 불만이 많다. 당뇨병 치료 중이어서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먹는 것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얼마 전 의사가 인슐린 주사로 치료 방법을 바꿔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복부에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하다니… 인슐린 주사는 치유가 어렵다는 증거라는 주변의 이야기도 자신을 짓누른다. 그녀의 고민은 당연한 것일까?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宋基壕·46) 교수에게 당뇨 환자들의 일반적인 고민에 대해 물어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당뇨병은 일명 ‘성인병 4종세트(당뇨, 고혈압, 고지혈, 통풍)’의 대표 주자로 꼽힐 만큼 흔한 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선천적으로 포도당을 연소하는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소아 당뇨병을 1형이라고 부르고, 서구화된 식생활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이 떨어지는 상태를 2형이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는 2형으로 보면 된다. 유전이나 감염 등도 2형 당뇨병의 원인으로 유추된다.
당뇨병은 혈관병이다
송기호 교수에게 던진 첫 질문은 “당뇨병은 정말 완치가 안 되는 병인가?”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대답은 예스였다.
“대부분의 경우 당뇨병은 완치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젊을 때 비만으로 당뇨에 걸렸다가 체중 감량 후 완치한 사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죠.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완치가 안 된다니 겁부터 날 법하다. 하지만 송 교수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당을 조절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치료만 잘하면 문제될 일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와 포도당 연소에 관한 병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 수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진짜 주의해야 할 부분은 그다음부터라고 송 교수는 지적한다.
“당뇨병을 무서운 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잘 쌓입니다. 당연히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생기는 병이 문제가 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서운 것은 대혈관 합병증이에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것들이죠. 그래서 당 수치뿐만 아니라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조절도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당뇨 합병증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망막병증이나 통증, 저림 증세가 나타나는 신경병증 역시 미세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혈관병의 일종.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에 의해 망막의 혈관이 손상된 상태를 의미한다. 망막병증은 당뇨 환자의 약 60%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의 가장 큰 복병은 합병증
안타깝게도 당뇨는 혈관성 질환 외에도 다양한 합병증이 따라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당뇨병성 족부병증(당뇨발)이다. 당뇨발이라 불리는 당뇨병성 족부병증은 여름철 당뇨 환자를 위협하는 당뇨 합병증 중 하나. 하지 절단, 족부궤양 등으로 대표되는 당뇨발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의해 상처 발생이 쉬워지는 동시에, 고혈당으로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아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은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을 잘 관리해야 한다.
폐렴을 당뇨 합병증으로 보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 감소와 신체기관의 기능 저하로 인해 감염질환에 특히 취약해 감염질환의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경우 건강한 성인에 비해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최대 3.1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깨가 굳는 오십견(유착성관절낭염)도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중 하나. 전체 인구 중 오십견 환자가 2~3% 정도인 반면 당뇨 환자는 36%로 5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 일반 오십견 환자에 비해 더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약 vs 주사제 무엇이 다를까
당뇨를 치료하는 방법은 먹는 약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환자에 따라 인슐린을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선천적인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가 필수다.
먹는 약과 주사제는 체내에서 작용하는 방식이 다소 다르다. 주사제는 인슐린을 몸속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먹는 약은 췌장 등 소화기관에서 인슐린 분비를 좀 더 활발히 하도록 자극하거나, 이뇨를 촉진해 당 배출이 잘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당뇨병 초기 환자의 경우 인슐린 주사를 사용해 혈당을 잘 잡아주면 6개월 이내에 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간혹 주사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계시는데, 치료 효과가 크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으신 분들은 약을 써도 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인슐린 주사가 효과적이죠”라고 설명한다.
일부 환자들은 ‘주사제=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초기 환자에게 사용하기도 하고, 먹는 약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이 나아질 수도 있다.
당뇨 약 오래 먹어도 될까
당뇨병은 평생의 친구라고 표현할 만큼 오래 함께해야 한다. 이는 당뇨 약 역시 평생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별 문제는 없을까? 송 교수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약을 많이 먹는다고 체내에 무언가가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24시간 동안 대사되면 사라져요. 오래 먹는다고 문제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간혹 약을 오래 먹으면 좋지 않다고 안 드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경우 혈당 조절이 안 돼서 더 심각한 병까지 얻게 됩니다. 당뇨 약은 무조건 드셔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당뇨 약이 췌장에 무리를 주거나 췌장암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오해하는데, 이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당뇨 약과는 무관하게 당뇨병 환자의 췌장암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정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한 병
시니어의 경우 당뇨병 발병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당을 소비하는 양도 줄어드는 데다 근육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은 줄고 내장지방은 증가해요. 근육 감소는 당뇨뿐만 아니라 낙상 등 다른 질환의 발병 가능성도 높이기 때문에 운동은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관절이 좋지 않다면 아쿠아로빅이나 실내자전거를 이용한 운동이라도 하시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니 일주일에 150시간 이상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당뇨병 발병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고혈압, 중풍, 만성신부전 같은 병들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나이와 여명에 따라 맞춤 치료를 진행한다. 여명이 많지 않은 암환자들이 무리하게 혈당 조절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콤한 음료수, 당뇨 환자에게는 독
당뇨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역시 음식이다. 혈당 관리가 음식 섭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www.diabetes.or.kr)를 방문해보면 식생활에 대한 안내가 매우 상세히 나와 있다. 얼마나 먹고 식사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면 좋은지, 외식은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에 관련한 내용들이다. 또 계절별 식단이나 요리법도 알 수 있다.
송 교수는 “식단을 짜서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기본적으로 빵이나 케이크와 같은 가공된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쌀 역시 백미보다는 가공이 덜 된 현미를 먹고, 고기보다는 생선을 드시고, 야채를 많이 드세요. 그리고 소식하는 습관도 아주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가 특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한 것 중에는 음료수가 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오렌지주스와 같은 과즙 음료들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될 독이라고 송 교수는 말한다. 당뇨에 좋다고 소문난 음식들 역시 맹신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 의사들에게 여주, 돼지감자, 누에가루, 달맞이꽃종자유, 해독주스와 같은 것들은 아주 익숙한 것들이에요. 환자들이 건강식품만 믿고 약을 끊는 경우가 있거든요. 환자에게는 치명적이죠. 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들은 되레 간수치만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복용하시면서 적당히 드시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맹신은 절대 안 됩니다. 방송에 나오는 검증 안 된 일반인의 경험담들도 믿지 마세요.”
당뇨병 소모품비용지원제도를 아시나요?
당뇨병 환자들에게 약값 외에도 부담되는 것이 있다. 바로 혈당 검사지나 채혈침, 인슐린 주사기, 1회용 주삿바늘 등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5년 11월 15일부터 모든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국민 소모품 구입비용을 지원한다. 본인 비용으로 구매하면 구매 비용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건강보험 당뇨병 환자 등록→처방전 발급→의료기기 판매업소에서 제품 구입→요양비 청구순이다.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다니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관련 절차를 도와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지원 금액이 적지 않기 때문에 지금 병원을 다니고 있다면 반드시 챙기자.
시니어들은 고령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크고 작은 질환에 시달린다. 흔히 이야기하는 노화의 과정인 셈이다. 다양한 질환은 부위와 병증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시니어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병들은 증세가 가볍다면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피부병. 단지 가렵고 변색이 되는 것을 떠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건선(乾癬)은 겨울철 건조한 환경과 함께 시니어들을 속 썩이는 대표적 질환. 한의원에서는 드물게 건선치료만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 원장(李起熏·46)을 만나 이 병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건선은 피부에 작은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면서 발진된 부위 위에 새하얀 비듬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나는 만성 피부병이다. 붉은 발진도 함께 나타나는데, 맨 처음에는 작은 크기로 나타나다 새로운 발진들과 합쳐져 커지고, 주위로 퍼져 나간다. 심한 경우에는 온몸이 빨갛게 발진으로 뒤덮이는 경우도 많다.
양의학에서는 건선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피부에 있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동성이 증가되어 면역물질이 과다 분비되는 것이 주된 원인이 아닐까 추정만 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건선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이기훈 원장은 건선의 원인으로 열(熱)을 지목한다.
“건선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먼저 첫 번째 원인은 외적인 요인이에요. 건조한 환경입니다. 건조한 환경은 건선을 악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쳐요. 실제로 겨울철에 건선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요인은 바로 열이에요. 체내에서 발생한 열이 몸 밖으로 방출되지 못하고 피부에 누적되면서 여러 증상으로 발병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건선이에요.”
건조한 환경은 건선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데, 환자 중 일부는 겨울철에 발병했다가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바로 습한 여름 공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건선 환자가 건조한 공기를 피해 습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가서 지냈더니 건선이 말끔하게 나아 실제로 이민까지 심각하게 고려한 사례가 있었을 정도라고 했다.
시니어에 발병하면 반점이 온몸 덮기도 해
건선은 보통 20~30대 젊은 층에 많이 생기지만, 60세가 넘어 처음 발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건선은 편도염이나 고열 감기를 앓고 나서 건선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발병하는 건선은 대부분 물방울 모양으로 나타난다. 당연히 편도염이나 고열 감기를 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과 관련이 있다.
이에 반해 시니어들이 앓는 건선은 조금 다르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땀의 배출이 줄고 피부가 건조해지는데, 전신의 건조함이 건선 발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발병하는 형태도 물방울 모양이 아닌 홍피성(紅皮性), 즉 붉은 반점이 전신을 덮는 모양으로 대부분 나타난다. 또 이런 홍피성 건선은 가려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골치 아프다.
이 원장은 “피부에 습기가 없이 건조하고 기초 대사가 떨어지면서 열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건선으로 이어지게 되고요. 실제로 실내 습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만으로도 건선에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붉어지는 피부는 대인관계까지 어렵게 만든다. 많은 사람이 피부병은 전염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피하려는 경향이 있고, 본인 스스로도 붉은 피부를 부끄럽게 생각해 대인기피증까지 겪는 경우도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 조심해서 사용해야
이렇게 붉은 반점과 함께 가려움을 유발하는 질환이 또 있다. 바로 아토피다. 아토피와 건선은 서로 같은 듯 다른 질환이다 보니 치료의 혼선을 주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아토피 환자는 건선으로 오해받아 엉뚱한 치료를 하고, 또 건선 환자는 아토피 치료로 시간을 헛되이 버리는 것이다. 건선이나 아토피가 생명과 직결되는 병은 아니지만 정확한 진단부터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발병하는 위치부터 아토피와 건선은 차이가 있습니다. 아토피는 관절 안쪽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반대로 건선은 관절 바깥쪽에서 발병해요. 예를 들어 무릎관절 앞쪽의 무릎뼈가 있는 쪽에 발병하면 건선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오금 쪽에 나타나면 아토피로 볼 수 있죠. 건선은 외부와의 마찰이 잦은 부위에서 일어나는 셈이에요.”
아토피와 건선 치료를 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바로 스테로이드 사용이다. 스테로이드는 아토피 질환에서 단기적인 효과를 보이는 약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건선에서도 표면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물론 그 부작용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피부가 얇아지거나 화상과 유사한 금단증상이 나타나거나 얼굴이 달덩이처럼 붓고 어깨에 비대증이 나타나는 등의 현상이다.
“만약 건선으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았다면 3개월 정도 발라보다가 시험 삼아 중단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때 만약 건선이 다시 심하게 올라온다면 그건 건선을 치료하고 있는 게 아니라 부작용을 동반하면서 건선을 일시적으로 막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장기적으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증상이 되레 심해질 가능성도 높아요. 물론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도 마찬가지고요. 때문에 달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일부에서 처방하는 면역억제제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고령의 시니어들에게는 장기적 복용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치료는 6개월에서 9개월 소요되는 장기전
그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이 원장은 건선은 그 원인을 제거해야지 외치(外治), 즉 침이나 연고 같은 외부의 치료는 그 효과가 5%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치료에 대한 진행 속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건선의 원인, 그러니까 피부가 마르고, 열 배출이 어려워지는 원인을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스트레스와 음식, 과로, 편도염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에요.”
치료를 하면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PASI(건선의 중증도를 나타내는 국제기준) 수치가 10% 이하로(PASI90) 내려가는 데 걸리는 기간은 6개월에서 9개월 정도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일반 성인 기준이며, 시니어의 경우에는 3개월 정도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말한다.
“건선 치료는 일종의 빙산이라고 보면 돼요. 질환이 눈으로 확인될 만큼 발현되는 것은 일부일 뿐이고 진짜 문제는 수면 아래에 자리 잡고 있어요.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그래도 환자의 85~90%는 PASI90에 도달합니다.”
고기는 담백하게, 튀김은 피해야
일상생활에서 건선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기훈 원장은 일단 음식을 꼽는다.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해요. 가장 나쁜 건 튀김. 고온 상태에서 기름으로 조리한 음식은 좋지 않아요. 볶음도 마찬가지고요. 찬 음식에 가열되지 않은 기름이 첨가된 건 별문제 없어요. 그리고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보다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드세요. 호두나 잣 같은 견과류나 배같이 단맛이 나는 과일은 도움이 됩니다. 대신 신맛이 나는 귤과 오렌지, 사과는 피하셔야 합니다.”
조심해야 할 음식은 역시 술이다. 상대적으로 몸의 열을 덜 올리는 맥주가 그나마 낫고, 양주와 같은 독한 술은 상극이다.
“일상생활에서 고쳐야 할 습관 중 하나는 잠이에요.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불면이 있다면 치료해야 합니다. 또 샤워할 때 비누나 보디클렌저 같은 계면활성제를 너무 자주 쓰시면 몸이 건조해져요. 특히 때 미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스트레스 없이 생활하시면 건선 걱정은 줄일 수 있습니다.”
이기훈 원장이 말하는 건선 자가진단법
1 겨울이 되면 빨간 반점이 나타난다.
2 몸에 두드러기가 잘 생긴다.
3 피부 가려움증을 겪는다.
4 무릎이나 팔꿈치에 각질이나 반점이
생긴다.
5 각질을 떼어내면 피가 맺힌다.
6 여름에는 괜찮다가, 겨울에 반점이
생긴다.
7 붉은 반점 주위가 가렵다.
8 수포나 농포가 생기기도 한다.
한 의사의 말이 기억난다. 수술은 의사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환자에게는 평생 한 번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는. 그 수술이 만약 내 혈육에게 장기를 받는 이식수술이라면 어떨까. 아마 더욱 잊을 수 없는 아픔이자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수술이 두 번 반복된다면? 더욱이 그 대상이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들이라면. 마치 통속적인 비극 드라마 같아 보이지만 현실이고, 비극도 아니다. 바로 경희의료원에서 만난 변은옥(邊銀玉·53)씨의 이야기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경희의료원 신장내과 임천규(任天奎·63) 교수는 처음 변은옥씨를 만났을 때를 기억했다. 당시 그는 젊고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 중 한 명이었다. 그때는 눈앞의 환자가 어떤 일들을 겪을지, 30년간 자신이 계속 돌봐야 할 대상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변은옥씨가 처음 왔을 때는 스물한 살의 꽃다운 나이였죠. 젊은 미혼 여성인데도 비정상적으로 혈압이 높았던 것이 기억나요. 악성 고혈압이었어요. 검진을 해보니 이미 신장기능이 약 15%정도밖에 기능하지 않았어요. 신장염에 의한 만성콩팥병이었어요. 사구체신염으로 부르는 이 병은 젊은이들이 잘 걸리는 병이죠. 보통은 급성으로 나타났다가 낫는데, 만성으로 진행되면 골치 아파지죠.”
변씨가 경희대를 찾은 것은 1984년 9월이다. 사실 그녀는 다른 병원을 먼저 들렀다 왔다고 했다.
“서대문구청에 취업한 지 얼마 안 돼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혈압이 너무 높다고 이상하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근처에 있는 큰 병원을 갔는데 신장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 얼마 못 살 것 같다고 하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다른 병원을 찾는 것이 낫겠다 싶어 생각한 곳이 삼촌이 수술받았던 이곳이었어요. 임천규 교수님을 그때 처음 뵈었는데, 마음이 편안하도록 말씀도 잘해주시고, 용기를 낼 수 있게 응원해주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나요.”
처음 병원을 다닐 때만 해도 변씨는 몸의 이상을 크게 자각하진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 점점 눈도 잘 보이지 않게 되고, 이명이 들리는 등 상태가 나빠지면서 실감이 났다고. 당시에는 잘 알려진 병이 아니어서, 주위에선 어차피 살 가망이 적지 않겠냐며 수술을 말리는 사람도 있었단다.
꽃다운 처녀에게는 힘든 수술
이식수술이 처음부터 결정된 것은 아니다. 사실 효과로 따지면 신장이식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수술을 주저한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임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결혼도 안 한 처녀가 수술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큰 사건이었어요. 몸에 칼을 대버리면 흉터도 남고, 혼삿길도 영영 막혀버린다는 인식이 있었죠. 게다가 기증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였어요. 요즘은 그래도 뇌사자 장기기증이 제도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인식도 좋아져서 기증자를 찾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당시는 남에게 신장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래서 약물치료를 시작했고, 그것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자 투석을 시작했다. 하지만 투석은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었다고 변씨는 이야기했다.
“결핵이 있어서 그것을 치료해야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결핵이 나을 때까지 6개월을 투석했는데 살아 있는 기분이 아니었어요. 투석을 하고 나면 몸이 하늘에 붕 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몸에 힘이 다 빠져버리죠.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어요.”
혈액 투석에 대해 임천규 교수는 “사실 혈액 투석은 정상적인 신장기능의 10~15% 정도만 대신할 수 있어요. 일주일에 세 번, 네 시간씩 꼬박꼬박 투석을 받는다 해도, 혈액 속 노폐물은 늘 80% 이상 쌓여 있다는 얘기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독만 제거하는 셈이에요. 신장이식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어 투석을 평생을 해야 하니 환자 입장에선 무척 번거롭고 힘들죠. 특히 젊은 여성에게는 견디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내 딸 살리겠다는 어머니의 결심
“차라리 내가 죽고 말지, 너 죽는 꼴은 못 본다.”
변씨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건강한 신장이 두 개나 있는데, 당신 딸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선언한 것. 그렇게 이식수술은 결정됐다. 1986년 6월 9일이었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어수선하던 시기. 그녀도 그녀 나름의 치열한 투쟁의 시기를 수술대 위에서 맞이하고 있었다.
모두의 기대대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변씨는 당시를 “수술을 마치고 나서 눈이 떠지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이었어요. 엄마의 것이 내 몸속에 있다는 느낌,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때문에 복잡한 감정이었죠”라고 회고했다.
사실 변씨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병을 심하게 앓았고, 몸에는 커다란 생채기까지 있었다. 아이도 가질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군가를 감히 남편으로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하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엔 예외가 없는 것인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아버지는 제 상태가 이 모양이니까 데릴사위라도 들일 생각까지 하셨어요. 그러다 남편을 만나 1년 연애를 했는데, 제 사정에 대해 모두 이해해줬어요. 애가 생기지 않아도 좋다고까지 얘기해줘서 결혼을 결심했죠.”
그리고 그 결실로 아들 김영수(金泳洙·26)씨를 얻는다.
30년 만에 다가온 또 다른 시련
평온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볕이 좋은 날엔 빨래를 해서 널고, 점심 설거지를 끝내면 저녁 메뉴를 걱정했다. 모임에 나가 수다도 떨고, 특별히 기분 좋은 날엔 술도 약간 입에 댔다. 아들은 경찰을 꿈꿀 정도로 바르고 강직했으며 가족이 의지할 수 있는 집안의 기둥으로 자라났다.
그런데 또다시 탈이 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자궁이 말썽이었다. 결국 5년 전 자궁을 적출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때 출혈이 많았던 탓일까. 신장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결국엔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임 교수의 입에서 나오고 말았다. 투석이었다.
“또다시 투석을 받아야 한다니 끔찍했죠. 하지만 다시 이식수술을 할 순 없다고 생각했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어요. 1월에 투석을 위한 동정맥류수술을 하고 나서, 4월부터 투석을 시작했어요. 그래도 30년 전보다는 장비가 좋아져서 좀 할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에 반대로 저혈압이 오고 몸이 빠르게 무너져버리더라고요.”
이 과정을 편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한 사람이 있다. 이젠 성인이 된 아들 영수씨다. 그는 어머니의 간호를 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머니의 인터뷰를 곁에서 말없이 바라만 보던 그에게 질문을 하자 다소 상기된다. 젊은 혈기와는 다른 뜨거운 무엇이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환자인 어머니의 모습이 익숙했어요. 계속 봐왔으니까요. 그때부터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할머니처럼 나도 어머니에게 신장을 드려야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요. 다만 시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랐죠. 하지만 늘 마음에 품고 있었던 다짐이라 문제가 생기고 나서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전혀 고민도 없었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신장이식 기증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수술 후기도 보고, 이식수술에 대해 직접 공부하면서 전혀 겁낼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어머니랑 함께 찍은 사진이 별로 없더라고요. 어머니 건강이 회복되시면 봄에 제주도에 같이 다녀오려고요.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사진을 많이 찍고 싶어요.”
네 개의 신장이 준 꿈과 희망
신장이식은 고장 난 오일필터를 교체하는 자동차 정비와는 다르다. 수명을 다한 부품은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지만, 신장이식은 원래의 신장을 떼어버리지 않는다. 기증받은 신장을 몸에 더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임천규 교수는 변씨의 경우 어머니의 것을 받았다가 다시 아들의 신장을 받았으니 4개의 신장을 몸에 지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장이식은 기본적으로 수명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변씨의 경우는 이식 환자들 중에서도 오래 사용한 편이에요. 게다가 나이든 어머니의 신장을 이식받은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죠. 두 번 신장이식을 받는 케이스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이식을 받고 싶어도 몇 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죠. 신장이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부분은 이식의 거부반응을 줄이는 면역억제제가 좋아져서 꼭 기증자가 가족일 필요도 없고 혈액형이 같을 필요도 없어요. 심지어 수혈이 불가능한 혈액형끼리도 신장이식은 가능해요.”
현재 대한고혈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임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고혈압은 신장질환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고혈압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신장의 소금배설 기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에요. 혈압이 높은 편이라면 신장을 잘 관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식 환자들은 늘 불안하게 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무조건 재미있게 살고, 걱정하지 말고, 약만 제때 드신다면 몸은 나아질 겁니다.”
처음 신장이식을 받은 지 딱 30년이 되는 해인 2016년 9월 21일, 변씨는 두 번째 신장이식을 위해 수술대에 누웠다.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였다. 결국 아들의 성화에 그리고 투석의 고단함이라는 현실을 이기지 못했다. 결정을 내린 뒤 수술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변씨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사실 이 질문을 던지러 왔는데, 꺼내기가 쉽지 않다. 아들의 신장을 받은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 가혹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미안한 마음이 제일 컸어요. 가족이라고 모두 신장을 선뜻 내어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투석실에 앉아 있으면 자식을 원망하는 부모들을 심심치 않게 보거든요. 그런데 아들이 먼저 수술을 하자고 적극적으로 권해줘서 새 삶을 얻을 수 있었어요. 수술을 여러 번 했는데도 별 탈 없이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모두 하느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분을 위해서 좋을 일 많이 하고 살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만 환자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당뇨병 환자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는 특히 식단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우리나라의 전통식단인 밥, 국, 찌개, 각종 채소를 비롯한 밑반찬으로 이루어진 한식을 위주로 먹었을 때는 당뇨병에 대한 걱정이 덜했지만, 요즘처럼 과식이 문제가 되고, 서구형 식단이 전통식단의 자리를 대신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당뇨병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게 되었다. 관련 기관의 예측에 따르면 현재의 식단 패턴을 유지하면서 고령화 추세가 더해진다면, 2030년 즈음에는 당뇨병 환자가 약 7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이 2030년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령 국가로 진입하는 문턱이다. 인구 감소세까지 감안한다면, 성인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당뇨병 환자가 될지도 모른다.
이 식단 변화에 따른 당뇨병의 우려는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더 위험한 복병이 될 수 있다. 고지방의 섭취가 많은 서양인들은 우리나라보다 비만 인구가 훨씬 더 많지만, 주로 하체에 살이 붙은 ‘서양배형 비만’인 당뇨병으로 이어질 확률이 비교적 낮은데, 탄수화물 섭취로 인한 비만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부에 지방이 많은 ‘사과형 비만’이 많아 당뇨병으로 진전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피마 인디언의 비극’이다. 피마 인디언들은 원래 아시아 대륙에 살던 부족으로서 유전자가 몽골계로 분류되는 일족이다. 이들은 미국이 건국되기 이전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 한 부류는 멕시코에서, 다른 부류는 애리조나 사막지대에 정착했다.
애리조나 ‘피마 인디언’의 비극
멕시코에 정착한 이들은 지금까지 밀, 콩, 호박 농사 등을 지으며 전통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풍족한 생활은 아니지만, 균형 잡힌 신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애리조나에 정착한 이들의 삶은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룬다. 애리조나는 방울뱀이 연상되는 따가운 햇볕의 사막지대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이 척박한 지역을 개척해 왔던 피마 인디언들은 사냥이나 낚시, 얼마간의 농사로 연명했다. 그런데 백인 이주자들에게 수로를 강제로 빼앗기면서 생활이 결핍해지자 이들의 식단에 변화가 생겼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콜라, 햄버거와 밀가루, 설탕 등을 보조해주기 시작했고, 이 음식에 익숙해진 피마 인디언들은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금, 45세 이상 인구의 70%가 당뇨병 환자가 되었다. 반면, 멕시코에 정착한 다른 부류의 피마 인디언의은 당뇨병 발생률이 6%에 지나지 않는다. 애리조나 피마 인디언에게 이런 비극이 생긴 것은 유전자가 우리와 유사한 검약 유전자(Saving Gene)의 비율이 서양인들보다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서 곡식을 주로 먹고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기상환경의 변화 등으로 오히려 수렵민족보다 영양 환경이 불안정했던 탓에, 일단 영양분이 섭취되면 분해를 지연시키는 유전자가 발달했던 것이다. 그래서 서구인들과 비슷한 식단을 접한 애리조나의 피마 인디언들은 오히려 같은 식단을 공유했던 백인들보다 훨씬 더 비만과 당뇨병에 쉽게 걸리고 만 것이다. 즉,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식단의 서구화는 이런 비극을 예견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약의 부작용, 생명과 직결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처럼 만성적으로 평생 동안 약을 복용하는 당뇨병약도 증상에 따라 한 가지로만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약에다가 인슐린 주사를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평생 동안 먹을지 모르는 당뇨병약에도 당연히 부작용이란 것이 있고, 더욱이 그 부작용이 때로는 생명과 관계된 것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뇨병은 합병증 때문에 환자가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그중에서 심뇌혈관 질환이 가장 생명과 직결된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일반 환자에 비해 사망이나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2~4배나 높기 때문이다.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당뇨병약이 거꾸로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면 어떨까? 이에 관해 2015년 국내에서 발표된 논문에 두 가지 이상의 당뇨병약을 조합하여 복용할 경우, 어떤 조합이냐에 따라서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다르다는 보고가 나왔다. 혈당을 정상 범위로 조절해주기 때문에 합병증인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률도 무조건 낮춰줄 것이라는 기대를 정면으로 반박한 연구 결과였다.
뿐만 아니라 현재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임상 지침에서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목적으로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할 것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저용량의 아스피린은 혈전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저용량을 사용할 경우 장기간 사용하더라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2년에 내놓은 연구 결과 보고서는 이 기대도 무너뜨렸다. 오히려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사용한 환자군에서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환자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그 위험은 여전히 높았다.
이 기대와 다른 연구 결과는 고지혈증 치료제로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스타틴(Statin) 제제에 대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2015년 연구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주는 스타틴계 약물을 폭넓게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스타틴을 사용한 환자군에서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연구진은 당뇨병 발생 위험을 두려워하여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한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의사의 임상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하고 있지만, 당뇨병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이 심뇌혈관계 질환임을 상기할 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 사용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한 당뇨병약도 부작용으로 소변량이 증가하여 탈수의 위험성을 주의사항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이뇨제를 이미 사용하고 있을 75세 이상의 고령환자에게는 가급적 권장하지 않는다.
당뇨병약은 평생 동안 복용하기 마련이므로 가급적 부작용이 최소한으로 적은 안전한 약을 사용해야 한다. 약물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연구들에서 새로운 위험이 발견됨에 따라 이제 당뇨병약도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점검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질병을 치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약을 복용하는 첫 번째 목적이라면, 오히려 그 약으로 인해 또 다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도 귀 기울여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급증이 우려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경희대한방병원 이재동 척추관절센터장은 비만이 관절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오랜 기간 연구를 해왔다. 살 찐 형태에 따라 상체 비만, 하체 비만, 전신 비만 등 세 가지로 구분해 각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법을 알아보자. 한의학적 관점에서의 체형별 비만관리 핵심을 4회에 걸쳐 게재한다.
1. 중년 다이어트의 중요성 2. 체형별 다이어트 생활습관 3. 체형별 다이어트 식이요법 4. 체형별 다이어트 운동요법
1 소식(少食)과 다작서식(多嚼徐食)
‘一無二少三多...’ 라는 말이 있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첫째, 금연이 중요하며 둘째, 식탐과 술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다이어트도 식욕을 줄여 소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만은 소모되는 에너지보다 섭취한 에너지가 더 많을 때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천천히 많이 씹는 방법이다. 음식을 먹고 배부른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최소 15~20분 정도가 걸리는데 저작 운동 시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하여 포만감을 더 일찍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위와 십이지장의 경계인 유문은 1mm 이하로 분해되어야 넘어갈 수 있는데 만약 충분히 씹는 과정 없이 위만 이 분해 과정을 담당하면 위염 등의 질병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30번 이상 꼭꼭 씹어 천천히 먹게 되면 위염을 예방할 수 있고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 Tip 천천히 먹는 것 (多嚼徐食)-30번 이상 꼭꼭 씹어 먹기 >
음식을 먹어 위가 가득 찬 것만으로는 배가 부르다고 느끼지 못한다. 배가 부르다고 느끼려면 먹은 음식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소장에서 흡수되어 혈액 속을 돌아다녀야 한다. 혈액 속에 포도당이 흡수되어 혈당이 상승해야 뇌는 위가 “나 이제 꽉 찼어 배불러”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음식을 먹고 배부른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최소 15~20분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빨리 먹으면 배가 부른데도 배부름을 느끼지 못하여 실제로 더 많이 먹게 되어 복부 비만의 적이 된다. 단물이 나올 때까지 천천히 30번 이상 꼭꼭 씹어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니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2 고단백 식이(食餌)
소식은 하되 먹지 않고 굶어 살을 빼는 다이어트를 할 경우 다이어트 후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요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식사량을 줄이면서도 특히 탄수화물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고단백 식이를 하였을 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닭 가슴살, 콩, 흰 살 생선과 같은 고단백 식단을 하는 것이 좋다. 같은 열량이라도 고단백 식사를 한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체중이 두 배나 많이 빠졌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3 아침은 여왕처럼, 점심은 공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아침은 바쁘므로 간단하게 먹거나 건너뛰고 저녁은 한 상 가득 푸짐하게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침을 먹지 않게 되면 점심시간 전까지의 공복감으로 간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간식은 보통 식사 열량의 몇 배나 될 수 있으며 트랜스지방이 많이 든 식품이 대부분이라 곧바로 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저녁때 과식을 하게 되면 식후 에너지 소모가 적어 쉽게 살이 찔 뿐 아니라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수분 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몸이 붓는 원인이 된다. 특히 야식 습관을 가진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어도 혈당조절이 힘들어 내장과 간 등에 지방으로 쌓여 비만이 되기 쉽다. 이는 또 고지혈증을 비롯해 고혈압, 당뇨병, 관상동맥 질환까지도 야기시킬 수 있다. 이밖에 야식은 신체 전체에도 이상을 부른다. 잠자리 시 위와 식도의 괄약근이 열리면서 위안의 음식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염이 발병하기도 하고, 수면 시간이 미뤄져 만성피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비만환자의 42%가량이 야식 습관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저녁은 최대한 거지처럼 먹고, 약간 배가 고픈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고, 대신 다음날 아침을 든든하게 먹자. 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량은 3:2:1 정도가 적당하다.
4 비타민, 미네랄, 견과류 3단콤보
비타민과 미네랄은 비록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수백만 가지 화학반응의 촉매 역할을 하여 에너지 대사가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쉽게 말해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이 수많은 화학반응 과정을 거치면서 에너지로 사용되어야 살이 빠지는데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하면 에너지로 바뀌지 못하므로 살이 빠지지 않는다.
따라서 토마토, 당근, 버섯과 같은 과일과 채소를 통해 칼슘, 비타민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일과 채소는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몸속 노폐물이 잘 배출되게 한다. 식이섬유도 함유하고 있어 장 기능을 개선시켜 변비에도 효과가 좋다. 또한 잣, 호두, 해바라기씨, 홍화씨, 아몬드, 땅콩 등 견과류를 매일 꾸준히 먹는 것도 좋다. 이 식품들에는 내장과 내장 사이에 끼어서 좀처럼 빼기 힘든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녹여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리놀레산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공복 시에 매일 10~20알 정도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 Tip 비만에 좋은 물 마시기 >
물은 몸무게의 60%를 차지하고 인체 내 순환 기능, 배설 기능, 체온 유지를 통한 항상성 유지 등 많은 생리적 역할을 하는 소중한 존재이다.
보통 성인은 하루 평균 1∼2ℓ(8∼10잔)의 물을 별도로 보충해 주는 게 적당하다. 수분 섭취량이 적으면 대변이 굳어져 변비가 될 수 있으며, 피로 누적과 비만을 부를 수 있다. 피로 해소를 위해서는 몸 안에 있는 노폐물이 원활하게 배설돼야 하는데, 소변, 땀, 대변의 주원료인 물이 부족해 배설이 잘 이뤄지지 않아 체내에 독소가 쌓여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하루에 8~10잔씩 물만 잘 마셔도 건강을 지키고 살을 뺄 수 있다. 다만 식사 중에 마시는 물은 혈당 수치를 급격하게 상승시키기 때문에 비만을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단 커피와 탄산음료는 이뇨작용이 강해 상당량의 수분을 배출할 수 있고, 음료수에 첨가된 설탕, 카페인, 나트륨, 산성 성분 등의 첨가물은 열량이 높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생수로 마시는 것이 좋다.
5 체형별 다이어트 식이요법
상체 비만 : 상체 비만은 비뇨생식기의 문제로 몸에 음의 에너지가 부족해서 기운이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어깨나 팔뚝이 굵어지는 체형으로 기운을 끌어내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음기를 보강해줄 수 있는 찬 성질의 음식이 좋다.
대표적으로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대부분 좋고 또한 마른반찬보다는 물기가 많은 탕 종류의 음식이 좋다. 좋은차로는 산수유차 구기자차 보리차등이다.
하체 비만 : 하체 비만은 소화기의 문제로 우리가 음식을 100이라는 양을 먹으면 70%는 소화되고 나머지 복부에 그냥 쌓이기 때문에 하체 비만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런 체형은 속을 따뜻하게 해주며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좋다. 대표적으로 찹쌀로 된 음식은 대부분 좋으며 밀가루 음식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좋지 않고 차로는 인삼차, 생강차, 계피차 등이 좋으며 특히 탄산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전신 비만 : 전신 비만은 전신에 에너지를 보내주는 순환기능의 문제로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음식량을 줄여 소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순환장애로 몸에 노폐물이 쌓이기 때문에 음식은 이뇨작용이 많은 호박이나 율무가 들어가는 음식이 좋고 특히 율무는 밥이나 선식이나 차로 마셔도 좋다. 이외 녹차나 박하차 등도 전신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