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배국남 논설위원 겸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etoday.co.kr
“제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 주위에서 책 쓰는 것을 권했지만, 저술은 작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해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시간이 흘러 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써봤는데 제 삶을 더 열심히 살게 됐어요. 책 쓰는 것이 저의 삶을 더 알차게 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고요.” , , 등 에세이, 소설, 요리책 등 8권의 책을 쓴 중견 연기자 김수미(64)가 밝힌 책 쓴 배경과 책 쓰기의 긍정적 영향이다.
요즘 김수미처럼 책을 쓰는 연예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책을 쓰는 연예인들은 빅뱅, 구하라 등 젊은 아이돌가수부터 최불암, 김혜자를 비롯한 원로 연예인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쓰는 책도 요리를 비롯한 좋아하는 취미나 사회 활동과 관련한 에세이, 연예인 삶과 생활을 담은 수필집, 연예인과 밀접한 뷰티와 패션 정보서, 그리고 소설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과거에는 대필 작가에게 의뢰해 책을 쓰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았으나 이제는 원고 쓰는 일부터 사진, 삽화 등 직접 작업하는 연예인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불암, 김수미, 김혜자 등 중장년 연예인에서부터 김병만, 하정우, 유준상, 빅뱅에 이르기까지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책은 연예인의 삶과 생활, 일상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연예인들은 에세이를 통해 연예인의 삶과 생활, 연예인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뿐만 아니라 인생의 교훈이나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 있다. 최불암의 에는 배우 입문에서 연기자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어려움,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30만 부가 넘게 팔린 김혜자의 는 전 세계 기아 현장과 빈민 지역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에 대한 느낌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해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이 사랑 나눔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역할도 했다. 김수미의 는 급증하는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면서 이를 극복할 방법을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들어 제시했다.
드라마, 뮤지컬, 영화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는 유준상은 최근 펴낸 에세이집 을 통해 20년차 배우로서의 소소한 삶을 그렸고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는 연기자 김여진은 에세이집 에 사회운동을 했던 대학 시절부터 2011년 홍익대와 한진중공업 노동자 해고사태 등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기록, 배우로서 겪었던 일과 사랑을 담았다. 스타 하정우는 연기에 대한 단상과 연기자의 길을 먼저 걸었던 아버지 김용건을 비롯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를 펴냈다. 개그맨 김병만은 자전적 에세이집 를 통해 어려운 집안 형편과 기나긴 무명생활을 딛고 달인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요즘 10~30대에게 인기가 높은 아이돌그룹 빅뱅의 는 부제, ‘꿈으로의 질주, 빅뱅 13,140일의 도전’이 알려주듯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해 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멤버별로 진솔하게 담아 학부모와 청소년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미자, 장미희, 김미화, 서갑숙, 패티김, 조영남 등도 자신의 일상과 연예 활동과 관련한 수필집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병만은 “제가 힘들게 살았고 어렵게 연예인이 됐지만 꿈을 잃지 않고 살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었습니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과 용기를 주고 싶어 책을 썼어요”라고 책 쓴 이유를 말한다.
연예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인 패션, 뷰티, 다이어트에 대한 연예인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현정이 쓴 은 연기자로서의 삶과 생활, 그리고 여성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피부 관리에 대한 다양한 요령 등이 담겨 있다. 뷰티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는 연기자 유진의 과 연기자 박수진의 , 연기자 이혜영의 , 가수 옥주현의 등이 대표적이다. 카라 멤버 구하라의 네일북 , 소녀시대 효연의 패션 스타일에 관련된 등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연예인 뷰티, 패션 관련 서적이다.
연예인들이 많이 쓰는 책은 바로 자신이 하는 취미 생활이나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에 대한 것들이다. 취미를 넘어 그림 그리기가 직업이 된 가수 조영남은 미술 관련 책을 연달아내고 있다. 조영남은 , 등을 통해 미술과 그림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탤런트 김호진은 을 출간해 화제가 됐으며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하희라, 진미령, 류시원 등도 요리책을 냈다. 가구 만들기가 전문가 수준인 탤런트 이천희는 최근 출간한 에 가구 만드는 법부터 가구 만들기가 삶에 활력소를 주는 이유 등을 담았다.
유기견 보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효리는 최근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를 펴냈는데 이 책에는 이효리의 사진과 함께 그가 키우는 동물들과 유기견 보호소의 현실, 모피 동물들의 고통이 담겨 있다. 재테크를 잘하기로 유명한 방송인 현영은 를 출간했는데 15만 부가 팔리는 열기를 연출했다.
또한, 연예인들이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담은 인터뷰집도 속속 책으로 출간되고 있다. 여성과 주부의 삶에 관심이 많은 박경림은 여성으로, 그리고 엄마와 아내로 성공한 여성들의 인터뷰집 을 펴냈고 방송인 김제동은 시인 김용택, 소설가 조정래, 홍명보 전 축구대표 감독 등 25명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 에세이집 를 출간했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이 쓰는 책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문성과 높은 글쓰기의 수준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소설이다. 가수 이적의 , 타블로의 , 차인표의 , , 구혜선의 등은 바로 연예인들이 쓴 대표적인 소설들이다. 이들 연예인이 쓴 소설들은 차이가 있지만 3만~10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패션으로서의 문학’이라는 글을 통해 “연예인이 쓴 소설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제공하는 글쓰기다. 상품으로서의 문학, 연예인 소설의 동시대적 의미는 상품성이 출판의 중요한 잣대가 된 현실, 그리고 팬시한 상품으로서 소설을 선택하는 독자의 경향이 만들어 낸 시대적 산물이다”고 분석했지만 연예인이 쓴 소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정다정씨(43)는 “차인표씨가 쓴 를 봤는데 ‘자살은 삶의 목록에 없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소설을 통해 잘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이 내는 책에 대해 유명성과 인지도만을 내세운 마케팅용으로 내용이 부실하다는 평가 등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진솔한 이야기이고 접해보기 힘든 내용인 데다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주류여서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많다.
책을 내는 연예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책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책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기 때문에 삶을 열심히 살게 된다.”
최불암, 김수미, 조영남 등 책을 3~20권을 낸 중장년 연예인들은 사람들, 특히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신중년 세대에게 책 쓰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책을 쓰게 되면 지나온 인생 1막을 정리하게 되고 앞으로 살 인생 2막에선 오류를 줄이면서 가치 있게 사는 길을 찾게 된다”고 말하면서.
조영남은 책을 쓰게 되면 여생이 훨씬 가치 있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취미와 사회활동에 대한 책을 쓴 젊은 연예인들은 “자신이 하는 취미생활과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책을 쓰게 되면 직장에서 얻지 못한 생활의 활력을 얻게 되고 직업 이외의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어 삶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책 쓰기를 권한다.
우리나라에서 배움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 어디일까? 입시에 모든 걸 걸고 있는 학원가?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배움은 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강제적인 행위인 경우가 많다. 진정 배움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정말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뜨거운 열망을 보여주는 곳은 다름 아닌 평생교육의 장인 노인복지관이다. 그러나 현장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통계지표가 보여주는 65세 이상 노년층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7%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평생교육의 현실을 통해 평생교육이 반드시 정착되어야 하는 이유를 확인해 본다.
전주에 있는 꽃밭정이 노인복지관에는 요가, 라인댄스, 근력강화운동 등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사교성을 높이는 활동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탁구장과 당구장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전북에만 특성화되어있는 순환운동(맞춤식 운동법)과 본인에게 맞는 맞춤 운동법으로 6개월 동안 집중관리를 해주는 프로그램 등이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한다. 이미 마을의 모임터로 자리매김한 복지관은 무언가를 배우고 즐기려는 사람들로 항상 활기가 넘친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지난 해 베이비부머의 행복한 내일 만들기를 돕는 ‘내일행복학교’를 열었다. 내일행복학교는 은퇴 후 새로운 배움을 통해 흥미롭고 설레는 노년을 기획하고자 한다거나, 지난 평생을 일과 가정에 몰두한 자신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휴식과 치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제2의 인생에 도전하기를 꿈꾸는 베이비부머를 위한 교육과정이다.
내일행복학교는 연간 총 5기가 진행될 계획이며, 각 기수별로 총 5개 과정(노년설계아카데미, 창업아카데미, 직업전문아카데미, 창의직업아카데미, 힐링아카데미)이 포함되어 있다. 바리스타 교육, 설문조사원 교육, 영상제작 교육, 소자본창업 교육 등 각 과정은 중복 수강도 가능해, 다양한 경험을 희망하는 베이비부머에게는 희소식이다.
민요,요가, 바리스타, 네일아트, 색소폰, 동화 구연,도슨트 등 평생교육은 다각화 중
흔히 노인복지관이라고 하면 무료라고만 생각하겠지만, 유료인 곳도 있다. 더군다나 유료인데도 여전히 잘 운영된다. 바로 강남 시니어플라자가 그곳이다. 무료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용자들이 이용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강좌에 등록한 뒤 조금 다니다 그만두는 걸 반복하는 부작용이다. 또한 어려운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노인복지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강남시니어플라자는 약간의 경제적 부담으로 복지관 운영의 효율을 높여야겠다고 판단했다.
물론 반발이 컸다. 온갖 항의와 협박 전화가 시니어플라자와 구청으로 빗발쳤다. 하지만 ‘질 좋은 강의 제공을 위해서’라는 대한 설득과 함께 뚝심 있게 유료화 정책을 밀어부쳤다. 2012년 하반기가 되자 항의 전화는 잠잠해졌고, 유료화로 인해 좋은 강사를 유치할 수 있게 되자 호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시니어플라자 내 강의실이 동나 새 강의실 개설을 고민할 정도다. 그래서 회화 프리토킹반 등 일부 과목은 인근 강남구 노인지회, 삼성2동 문화센터 등을 빌려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복지관에 와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았어요. 자신감도 생기고 건강해져서 너무 좋아요. 몸도 아프고 삶이 지루했는데 이곳에서 운동도하고 사람들도 보고 삶이 즐거워졌어요. 첨엔 다리 올리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열개를 해요.”
유료로 경영되는 노인복지관도 등장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복지관을 넘어서 도서관에서도 제공되고 있는 양상이다. 관악구에서는 2011년부터 노인 자서전 발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24명의 자서전을 발간해 도서관에 비치했다. 그 외에도 도서관은 인생이모작의 기회로도 역할하고 있다. 구로구는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지역 복지관까지 확대해 ‘할머니, 할아버지 무릎에서 들려주는 옛이야기’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개설한 ‘이야기활동 전문가 3급’ 과정은 55세 이상 노인 30여명이 수강하고 있다.
최근 평생교육의 커리큘럼은 요가, 바리스타, 네일아트, 댄스, 동화 구연 등등 다종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평생교육이 단순히 소비만 이뤄지는 소비의 장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도와주는 생산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다.
이처럼 평생교육의 효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평생교육이라는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년층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약 7%로 노년층 대다수는 현재 평생교육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평생교육의 영원한 화두인 노년층 교육 이슈를 세부적으로 좀 더 살펴 보자.
65세 이상 노년층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7%… 활성화 시급
우선 성별로 보면 여성, 소득 수준 및 건강 상태가 좋은 노년층의 평생교육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이는 노년층 평생교육의 중요한 조건에 생활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연령집단별로는 65~69세가 7%, 70~74세가 8%, 75~79세가 7%, 80~84세가 5%, 85세 이상이 2% 수준.
교육 참여빈도는 주 2~3회가 4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이 주 1회로 37%였다. 노년층의 평생교육은 생활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운영되는 경우의 호응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 제공기관은 노인복지관 46%, 시‧군‧구민 회관/동‧읍‧면 주민센터 18%, 종교 기관 16%, 사설문화센터 및 학원이 5% 순이었다. 각 지역의 노인복지관은 지역에서 기업이나 종교 기관에게 수주를 줘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맡는 곳의 성향에 따라 노인복지관의 운영하는 양상도 달라진다.
참여 프로그램은 여가 및 취미가 43%로 가장 많았고, 일반 교양 21%, 건강 관리‧운동 20%, 정보화 13%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교육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에 대한 동기 부여가 활성화의 키포인트
평생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에 대한 욕구 자체가 없기 때문이며, 약 54%가 교육에 대한 욕구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해서, 상당수의 노년층은 평생교육을 받고 싶지 않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참여희망자가 선호하는 평생교육 제공기관은 노인복지관을 47%, 시‧군‧구민 회관/동‧읍‧면 주민센터 28%로 응답하여 현재 평생교육 참여자와 유사하다. 그런데 이 결과는 평생교육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노년층은 동일 기관에서 참여를 원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난 특성일 수도 있다. 그리고 시‧군‧구민 회관/동‧읍‧면 주민센터의 선호를 희망하는 비율이 현재 참여자에 비해 10%p 더 높다는 점은, 교육 제공기관의 친밀성과 접근성이 응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전체적으로 참여희망자들은 현재 평생교육 참여자들과 비슷한 선호도를 보임으로써 현재 이뤄지고 있는 노년층 평생교육의 양태가 현실적인 수용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향후 정책 개선에서는 노년층의 교육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층 사회활동 참여 가능성 높아… 평생교육 효과 기대
베이비부머를 포함하는 중장년층(50~64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4% 수준인데, 중장년층은 현재 평생교육을 받는 노년층이나 평생교육 가능성이 있는 노령층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서 향후 평생교육 수요 대비에 있어 시사하는 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중장년층은 현세대 노년층에 비해 경제활동참여율이 높아서 평생교육에 참여할 시간이 부족하다. 또한 현재 삶보다 노후 삶에서 사회참여활동의 중요성 더욱 높게 인식하는 걸로 조사됐다. 현재 삶에서 사회참여활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약 40%, 노후 삶에 있어서는 이 보다 높은 50%로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중장년층이 노년층으로 진입될 경우, 약 1/2이 사회참여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며 어떠한 형태로든 실제 사회활동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평생교육 제공기관의 강사 및 교육기관의 질 등 프로그램의 질적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다만 강사의 질이 94%, 교육기관의 수준․질이 89%, 비용이 87%, 접근성이 77%로, 우선순위로 봤을 때는 차이가 두드러지나 점유율 면에서 보면 세대적 차원에서의 경제 사정이 어떻게 변동될지에 따라 결과가 변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희망하는 교육프로그램은 1순위가 건강 관리로 64%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와 같은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는 파생적으로 보면 활발할 사회 활동도 보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2순위는 여가 및 취미(32%), 3순위 노후 준비(24%)였다.
평생교육은 여가 및 취미를 넘어 일자리, 자원봉사로 까지 이어지는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조금은 어색한 듯 쭈뼛쭈뼛 강의실로 들어서는 중년남성들. 새하얀 요리사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니 제법 초보 요리사 태가 난다. 초반의 어색함도 잠시, 레시피가 적힌 종이를 받아 꼼꼼히 순서를 확인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준비된 재료도 만져보며 실습 준비가 한창이다. 이근재 강사가 수업을 시작하자 각자 외투 안주머니에서 볼펜 한 자루씩을 꺼내 들고는 칠판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요리를 배우기 위해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에 모인 그들은 ‘쿠킹 마이 라이프’의 수강생들이다. ‘쿠킹 마이 라이프’는 영등포 시니어 행복발전센터가 은퇴 후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마련한 시니어 남성 요리교실이다. 요리의 매력에 흠뻑 취해 맛있는 인생 2막을 달리고 있는 초보요리사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젊은 노인·웃는 노인·멋쟁이 노인’ 이 세 가지가 내 남은 인생의 모토야.”
이제는 반 요리사가 다 됐다며 너스레를 떠는 이남칠(68)씨. 요즘은 매일 아내와 함께 식사준비를 하다 보니 부부 사이도 더 돈독해졌다. 강의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이씨. 그가 처음 요리를 배우고 부엌에 들어서자 부인의 첫 마디가 ‘당신 미쳤어?’였다고. 이씨가 맨 처음 만든 돼지목살찌개를 맛본 아내는 크게 만족하며 이제는 왜 부엌에 안 들어오나 하고 기다릴 정도라고 한다.
“‘아버지의 부엌’이라는 책을 읽고 요리를 시작하게 됐지. 딸이 어머니가 죽고 혼자 남은 아버지를 위해 요리도 가르치고 하면서 홀로서기 훈련을 시키는 내용인데, 그거 읽으니까 나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더라고. 내가 우리 와이프랑 동시에 하늘나라 못 가면 내가 스스로 나를 지켜내야겠다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에 집사람 밥하는 거 도와주고 살면 또 좋겠다 싶더라고”라며 연신 정성스레 멸치를 다듬었다. 멸치 한 마리를 다듬어도 정성을 다해야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는 말하는 그다. 이씨에게 인생 2막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젊은 노인·웃는 노인·멋쟁이 노인’ 이 세 단어가 어울리는 노인으로 늙어가고 싶다며 요리를 통한 봉사활동도 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삼식이 소리 듣고 살 수 있나. 내 손으로 밥 차려 먹으려면 배워야 해.”
2기부터 시작해 어느덧 4기째 ‘쿠킹 마이 라이프’에 참여하게 된 조용휘(65)씨. 작년 은퇴 이전까지는 라면밖에 끓여 본 적이 없던 그였다. 조씨는 “내가 필요해서 시작했지. 그것도 아주 절실하게. 언젠가는 또 혼자 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고”라며 은퇴 후 하나둘 노후 준비를 해가던 중 가장 먼저 삼식이(은퇴 후 바깥에 나가지도 않고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남편을 가리키는 신조어) 신세만큼은 면해야겠다 생각했다고. 이제는 아내 없이도 소박한 한 끼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을 겸비했다.
조씨와 함께 2기부터 수업에 참여해온 박우만(64)씨는 이제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다진다. 투박한 손으로 버섯을 조물조물 무쳐내는 모습이 제법 요리가 능숙해 보였다. 평소에는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며 취미 활동 삼아 요리를 시작했다는 그는 가끔 손주와 며느리에게 직접 저녁 식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얼마 전에는 손주한테 카레 덮밥도 해주고 그랬지. 아직 배우는 단계지만 나만의 방법을 찾고 나면 훨씬 요리가 재밌고 좋아질 것 같아.”라며 다음 5기 수업에도 참여해 더 많은 요리를 배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상남자가 되기 위해 앞치마를 둘렀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상남자’가 되기 위해서라고 답한 유연봉(65)씨. 그가 설명하는 상남자의 의미는 남달랐다. “상남자가 무엇이냐. 내가 생각하는 상남자는 스스로 자신을 돌볼 줄 알고, 건강 유지하면서 나이 먹었다고 처자식에게 기대지 말고 오히려 가족을 돕고 힘이 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지.” 3년 전 아내와 사별한 유씨는 이제는 정말 스스로 밥을 해먹어야 하는데 혼자 먹더라도 더 건강하고 맛있게 해먹고 싶다고 말했다. 유씨는 “일주일에 세 번은 소년원에 봉사활동 가서 아이들 한자도 가르치고 하면서 선생님으로 지내지. 젊은 애들이랑 지내다 보니 나도 젊어지는 기분이랄까. 이제는 애들이 ‘형님, 형님’ 할 정도라니까. 하하하.”라며 아이들도 가르치고 요리도 배우며 취미생활을 즐기니 외로움을 느끼는 날은 거의 없다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유씨와 한 조리대에서 마주하고 서서 묵묵히 요리를 해나가던 이환수(56)씨. 얼굴의 절반을 가린 마스크를 쓰고 있던 터라 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던 그였다. 그런 그가 육수 간을 보기 위해 마스크를 벗자 멋을 낸 턱수염과 주름살 없는 동안 외모가 눈길을 끌었다. 나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56살입니다. 이제 막 턱걸이 한 거죠 뭐. 은퇴까지는 한 3년 정도 남았는데 작년에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2년 동안 휴직상태인데 그동안 노후대비도 할 겸해서 요리도 시작한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가 계획하는 노후대비에 대해 묻자 “은퇴하고 나면 귀농하려고요. 내려가서 농사도 짓고 좋은 공기 마시면서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우선 아내보다 먼저 내려가서 이것저것 준비하려 하는데 그럼 혼자 밥을 해먹어야 할 거 아녜요. 그러려니 요리도 노후 준비에 빠질 수 없죠.”라고 설명했다.
요리실습 시간이 끝나자 강의실에는 따끈한 흰 쌀밥과 김치가 마련됐다. 각자 만들어낸 요리를 삼삼오오 모여 함께 맛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기자도 함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어르신들이 손수 끓여내신 버섯들깨탕을 맛보았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현재 우리나라에 남성들을 위한, 특히 중장년 남성들을 위한 요리교실을 찾아볼 수 없다는 시니어들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오직 요리를 배우기 위해 2008년 직장을 은퇴하고 지역 곳곳의 요리교실을 돌아다녔다는 A씨는 목에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 “요리 배우겠다고 학원이고 센터고 다 돌아다녀 봤는데 가보면 다 30~40대 여자들이야. 요리 배우러 왔다고 하면 ‘남성분 혼자이신데 그 연세에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어봐. 언뜻 보면 배려해주는 거 같아도 그게 거절 아닌 거절인 거지. 수강생들도 불편해하고 하니까 받아 줄 수 없다는 거야. 어디 요리뿐이야. 나이 먹은 남자가 어디 가서 뭘 배우는 게 요즘 세상에 쉬운 일이 아니야. 내 돈 주고 배우려는데 뜻대로 안 되니 원.”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현재 존재하는 남성시니어 요리교실은 ‘쿠킹 마이 라이프’가 유일하기 때문에 수업이 계속되는 한 끝까지 배워나가겠다며 열의를 다지기도 했다.
영등포 시니어 행복발전센터는 2012년 12월 1기를 시작으로 현재 4기째 ‘쿠킹 마이 라이프’를 운영하고 있다. 수업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영등포에 위치한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에서 진행된다. 이번 4기 수업은 버섯들깨탕·버섯강된장찌개·양배추찜·깻잎전·닭찜·두부조림·뚝배기불고기 등 한국 가정식뿐만 아니라 생선초밥·크림스파게티 등 별미도 배워볼 수 있어 시니어들의 기대도 매우 크다. 첫 수업에서 대다수의 시니어는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5기 때도 참여해 더욱 다양한 요리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쿠밍 마이 라이프’ 5기 수업은 5월 말부터 진행될 예정이며 자세한 사항은 영등포 시니어 행복발전센터 블로그(http://blog.naver.com/ydphappy1)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New Aging’ 과 ‘Life Reimagined’. 얼마 전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2014 Aging in America' 컨퍼런스 행사에 다녀온 연구소 동료가 고령화의 새로운 흐름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American Society on Aging(ASA)’ 가 주최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 중 하나로 매년 노화 · 의료 · 금융 · 교육 등 각 분야의 노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킹 기회를 갖는다.
고령화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지 60년 이상 된 미국에서는 ‘Aging’ 의 개념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데 단순히 경제적인 독립을 넘어 새로운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고려하는 ‘New Aging’ 에 대한 이해와 함께 관련 산업군도 발달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화와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던 반면 최근에는 고령화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마켓파워를 가진 시니어들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와 마케팅이 성장하는 추세다.
‘Life Reimagined’는 우리 말로 해석하면 ‘인생의 재창조’ 라고 할 수 있는데 은퇴 이후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데 집중했던 은퇴 설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개념이다. 길어진 인생의 후반기를 은퇴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찾고 자신만의 욕구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열정과 재능을 다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New Aging’ 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고령화 시대의 은퇴 컨설팅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은퇴 이후의 삶과 현실화된 100세시대에 대해 이제야 고민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와 시니어 세대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까지는 은퇴 전후의 중장년층 일부가 은퇴 준비를 위해 컨설팅을 받는 수준이고 그 내용도 은퇴 이후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자산 재분배 작업을 하는 정도다. 하지만 시니어 그룹에 대한 이해와 지원 비즈니스 및 마케팅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도 은퇴 이후의 새로운 인생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한 자기 계발과 교육 등 가치 실현을 위한 투자와 여가 활동이 늘어날 것이고 부를 축적한 시니어 세대의 사회 활동 증가와 창업 등이 활발해 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55세~64세의 창업 비중이 1996년 14.3%에서 2012년 23.4%로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와 부의 편중에 따라 시니어 세대의 사회 활동이 중요해 질 것이다.
은퇴 이후에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따져보고 이를 마련하기 위한 재무 설계와 자산 관리에 치중했던 은퇴 컨설팅도 변화할 수 있다. 생활비와 의료비 준비, 안전한 자산 상속 등에 집중했던 은퇴 설계는 인생 후반기의 재창조를 위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삶의 유지를 위한 비용 마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재투자와 소비 항목의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의 운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최근까지의 은퇴 컨설팅에서 부동산 자산은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도구이거나 소극적인 투자 상품 정도였다. 삶의 목표나 실현해야 할 새로운 가치와도 상관 관계가 낮았다. 은퇴 이후 인생의 재창조를 염두에 두고 부동산 자산 구성 또한 달라져야 한다.
경제적 독립을 위한 수익형 부동산과 인생 스케쥴에 따라 매각 및 현금화를 통해 자기 계발이나 교육에 재투자할 비용을 충당할 부동산 상품도 구분해 둬야 한다. 제2의 인생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일과 재능을 먼저 찾고 그에 부합하는 부동산을 구성해 넣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이 새로운 창업을 원하는 지, 아니면 전원의 농가 생활을 희망하는 지에 따라 궁합이 맞는 부동산은 따로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재능을 가지고 있는 영역에 따라서도 관심을 가질 부동산 품목은 모두 다른 법이다. 적합한 부동산 품목이 갖춰져 있다면 캠핑이나 스포츠 동호회, 쿠킹이나 공방 활동 같은 취미와 여가 활동을 제2의 직업으로 삼는 것도 어렵지 만은 않다.
김규정 연구위원-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컴퓨터를 잘 모르는 중년의 퇴직자가 우연히 소셜네트워크(SNS)를 배웠다. 페이스북, 구글문서, 개인 홈페이지를 차근차근 익혀 나갔다. 그러던 중 평소 취미로 즐겨 그리던 그림을 태블릿PC로 그리기 시작했다. 손가락만으로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는 묘미에 푹 빠졌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자신을 한국 최초의 ‘태블릿 화가’라고 부른다. 단순한 취미가 첨단의 정보통신과 결합해 새로운 일거리가 탄생한 셈이다. 최근 어느 불고깃집에서 10장이나 되는 그림을 주문해 사갔다고 한다. 이 태블릿 화가는 다른 은퇴자들을 교육하고, SNS를 사업에 활용하도록 컨설팅하는 일을 가미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노후에 빈곤한 삶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빈곤은 재정적 어려움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 사회교류, 자아실현, 취미여가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풍요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노후 빈곤을 극복하고 의미 있는 은퇴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중장년들을 만나 보면 은퇴 후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경향이 강한데, 일을 계속한다고 해서 멋진 노후생활을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중장년들에게 은퇴 후 취약한 분야가 여가활동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일을 한다. 이렇듯 우리는 쉴 줄 모르고 열심히 일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은퇴후에도 계속 일하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외국의 중장년들은 퇴직 후에는 다양한 여가활동을 마음껏 즐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가활동에서 일자리도 발견하고 창업을 하기도 한다. 우리도 이제 여가활동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학자들에 의하면 여가는 가벼운 여가와 진지한 여가로 나뉜다. 가벼운 여가(casual leisure)는 등산, 여행, 산책, 운동과 같은 단순하게 즐기는 활동을 말한다. 이 경우 여가를 즐기기 위해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래서 비교적 단순하며, 즐거움조차도 짧게 느끼게 되는 한계가 있다.
진지한 여가(serious leisure)란 배우고 활용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드는 높은 수준의 여가활동을 말한다. 즉 그림, 음악, 목공예, 원예, SNS, 운동 등을 프로 수준으로 한다. 여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난관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장시간 지속하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여가로 사회에 봉사하거나 사업으로 연결될 정도로 확장될 수도 있다.
은퇴 후 적절한 수준으로 가벼운 여가를 즐기면서, 하나 이상의 진지한 여가를 깊이 있고, 만족스럽게 추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진지한 여가일수록 삶의 질이 높아지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행복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재 우리나라 중장년층이 즐기는 여가활동은 너무 가볍다. 게다가 사진, 여행, 등산과 같이 특정 분야에 쏠려 있다. 이미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유럽과 북미에선 은퇴자들은 진지한 여가활동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학습하거나 배워서 관련 자격증을 딴다든지, 여러 사람에게 봉사하거나 코치하는 등 자기계발과 사회참여를 가미하는 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본격적 고령사회를 맞이해 좀더 진지한 취미 여가 위주로 은퇴생활의 질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은퇴 후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여가 계획(leisure planning)을 세워야 한다. 진지한 여가는 영혼을 자극하는 삶의 원동력이 되며, 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일거리로 삶을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갈 때 사랑이 존재해야 늙지 않고 긴장하며 살 수 있어요.”
올해 78세인 가수 현미는 젊게 사는 비결로 주저 없이 ‘사랑’을 꼽았다. 싱글인 그는 지난해 말, 한 방송에서 15세 연하의 남자친구와 연애 중이라고 밝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젊음이 경쟁력으로 인정받는 시대, 중·장년 스타들이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중은 열광한다. 도대체 세월을 거스르는 동안과 건강의 비결이 뭘까. 그래서 ‘꽃중년’ ‘꽃장년’으로 소문난 스타들의 ‘젊음의 비법’을 알아봤다.
◇“건강은 한 순간 얻을 수 있는 게 아냐”…생활습관 형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지하철 속 한 노인의 사진이 많은 네티즌의 이목을 끌었다. 노인이 앉아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거나 수첩에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방송인 송해 얘기다.
그는 얼마 전 실제 나이가 알려진 것보다 두 살 위인 1925년생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올해로 89세가 된 송해의 건강 비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항상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며 꾸준히 다리의 힘을 길러왔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그는 지금까지 장시간 서서 진행해야 하는 TV 장수 프로그램 ‘전국 노래자랑’의 터줏대감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라!”…젊은 친구 형
배우 임예진(54)은 몇 년 전 방송을 통해 딸의 청바지와 스니커즈, 백팩까지 애용하며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아이템으로 어려보이고자 노력했다는 것. 비록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변의 반응으로 그만둬야했던 굴욕적인 이야기를 털어놨지만 내 나이 때에 맞는 옷만 고집하는 대신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 보고자 시도하는 것은 분명 젊게 살 수 있는 비결이다.
그 비결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스타가 바로 배우 윤여정이다. 윤여정(67)은 작년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패션 비결은 배우 공효진, 김민희와 같은 옷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김민희에게 먼저 쇼핑을 한 뒤 연락하라고 말해서 그 옷을 산다”고 고백했다. 이어 “같은 옷 다른 느낌”이라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그녀에게는 젊은 패셔니스타들이 뿜어 낼 수 없는 완숙미가 더해진다. 트렌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내는 것. 그것이 윤여정의 젊음의 비결이다.
가수 겸 MC 조영남(69)은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는 흔한 동안형 스타와는 거리가 멀지만 ‘젊게 사는’ 대표적인 스타다. 그가 꾸준히 밝혀온 그의 젊음의 비결은 ‘젊은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교제다. 그는 몇 년 전 한 토크쇼에 출연해 24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여자친구(애인이 아닌 그냥 ‘친구’)가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여자친구들 외에도 일명 ‘청담학교’라고 불리는 모임을 만들어 젊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제한다고 알려졌다. 진짜 젊음은 젊은 마인드에서 나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영남. 그의 철없는 행동들이 밉지만은 않은 이유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식단관리 형
서양 속담 중에 “당신이 먹은 음식이 곧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건강해질 수도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법. 당연히 스타들도 그들의 젊음의 비법으로 음식을 꼽는 것을 잊지 않는다.
여자 스타들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뭘 먹을까. 최근 케이블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서 배우 김희애(47)는 여행을 떠나기 직전 “우리가 견과류를 먹어야 하잖아”라며 견과류 조림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배우 이미연(43) 역시 이에 동조하며 “(견과류는) 피부에도 좋고 노화방지에도 좋다”며 견과류를 필수 식품으로 뽑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꽃보다 누나’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이러한 여배우들의 대화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여행 중 공개된 이들 ‘누나’들의 매끈한 민낯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견과류를 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운동은 거짓말하지 않는다”…운동 형
호피무늬 비키니에 탄력 있는 몸, 자신감 있는 걸음걸이. 주인공은 60대의 배우 김수미(65)다. 그는 재작년까지 방송됐던 MBC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당당하게 비키니 몸매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그녀는 “매일 눈을 뜨자마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헬스와 반신욕도 빼놓지 않는다”고 밝히며 그 몸매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했다.
오윤아, 박하선 등 젊은 배우들이 자신의 몸매관리 비법으로 ‘줄넘기’를 꼽은 가운데 중년배우 김미숙도 여기에 동참했다. 김미숙은 작년 9월 방송된 한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날씬한 몸매의 비결은 줄넘기라고 밝히며 즉석에서 줄넘기 실력을 자랑했다. 초반에는 어설픈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2단 뛰기(쌩쌩이)를 연이어 성공하며 꾸준한 노력을 증명했다.
◇“커피를 멀리하라”…피부 미인 형
여배우들은 아침 식사로 아메리카노 한 잔에 토스트 한 조각을 곁들여 먹을 것만 같은데 의외로 배우 박정수가 밝힌 피부 비법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다. 2005년에 자신의 뷰티비법을 책으로 엮은 ‘박정수의 이너뷰티’를 발표하기도 한 박정수(61)는 60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동안피부로 유명하다. 그가 밝힌 자신의 피부 비법은 아침에 커피대신 물 한잔을 마시는 것.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 우리 몸의 수분을 빼앗기 때문이다. 이렇듯 음료 한잔을 마실 때조차 피부의 건강을 고려하는 섬세함이 그의 젊음의 비결이다.
◇“요즘은 이 맛에 살아”…취미생활 형
가수 서수남(67)에게는 요즘 또 다른 직함이 있다. 파워블로거 겸 사진작가. 한때 노래교실 사업을 하며 10년간 쉬는 날도 없이 일했다는 그는 어느 날 삶이 허무하다고 느꼈다. 그동안 벌어두었던 돈 대신 10억의 빚만 남긴 채 아내가 잠적을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파워블로거이자 사진작가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그의 블로그 ‘서수남의 마이라이프’에는 그가 직접 포스팅한 여행, 음악, 맛집, 리뷰 등의 글이 가득하다. 블로그를 하기 위해 시작한 사진도 이제는 준전문가 수준이 돼 그는 이 재능을 봉사활동을 하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고. 작년에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열정이 그를 젊게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