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월세 과세 여파, 강남재건축 냉탕으로
-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매물이 하루 3~4개씩 나오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호가만 떨어지고 있어요. 두달여 동안 온탕과 냉탕을 드나드는 듯 합니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온기가 돌던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정부의 규제 완화책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던 투자심리가 정부의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의 여파로 얼어붙은 것.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은 결정을 미루고, 집주인들은 최근 거둬들였던 매물을 다시 시장에 내놓고 있다. 14일 한국감정원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 상승해 28주 연속 상승했지만 수도권(0.14%)과 지방(0.06%) 모두 전주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특히 고가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서울과 강남의 상승 폭이 둔화됐다. 서울의 상승 폭은 1주일 새 0.05%포인트, 강남은 0.13%포인트 감소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이후 줄곧 상승하던 잠실주공5단지와 개포주공, 은마 등 재건축 단지들의 매매 호가는 전주보다 1000만원가량 내렸다.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는 최근 일주일새 호가가 500만~1000만원 내렸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40㎡형은 지난해 말 5억3000만원에서 이달 현재 6억3000만원으로 2개월 새 최대 1억원까지 올랐다가 하락 반전한 것이다. 인근 재건축단지인 개포 주공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개포 주공1단지 전용 42㎡형은 7억1000만원 선으로 일주일 새 1000만원 내렸다. 개포동 H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 거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갑자기 세금을 더 거두겠다고 하니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느냐"면서 "방문 고객은 물론 상담 전화도 끊겼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주요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은마 아파트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또한 거래가 줄어들면서 호가도 약보합세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단기간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추격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호가도 조금 빠지고 거래도 뜸해졌다"고 말했다. 소강상태에 빠진 주택시장은 정부가 임대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올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달 주택 거래가 크게 늘었지만 이달에는 거래 증가폭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국회에서 정부 대책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어 시장이 관망세 짙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선 세금 부과 기준을 놓고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되는 만큼 이 법안들이 당초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주택관련 협회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전월세 대책이 대거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인 만큼 이로 인한 주택시장의 여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도 “(2.26전월세 대책이 나와 심리적인 영향이 있겠지만)앞으로도 전국 집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다. (정부의 보완대책 등이)시장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지속 모니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4-03-17 14:32
-
- 살아나는 부동산시장…분양 쏟아지고 청약률 높아져
- 아파트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비수기에도 불구, 수요와 공급 모두 선방하며 다가오는 봄 성수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일반분양 가구는 14곳, 7432가구로 200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동월(2월) 대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과 비교하면 4810가구, 작년 2월 물량인 3344가구와 비교하면 4088가구가 각각 늘었다. 2월이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분양물량이 많았던 이유는 1월 설연휴로 분양물량이 일부 미뤄진 데다 대구·부산·경북 등 최근 분양 열기가 뜨거운 지역의 분양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량만 많은 게 아니라 청약 성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2월 분양된 14개 단지 중 8개 단지가 순위 내 마감을 기록한 것. 1월 3개 단지가 분양에 나섰지만 한 곳도 3순위 모집까지 정원을 채우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청약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서울 금천구에서 분양한 ‘롯데캐슬 골드파크(1차)’가 3순위 마감했고, 경기 하남시(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엠코타운센트로엘’이 1순위에서 마감했다. 엠코타운 센트로엘 전용면적 98㎡A는 16.98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산과 대구에서는 1순위 마감 단지가 3곳 나왔다. 부산 동래구에서 분양한 ‘사직역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 부산 연제구에서 분양한 ‘부산 연산동 일동미라주’,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범어 화산 샬레’가 각각 1순위 마감했다. 특히 ‘사직역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는 총 1만1680명이 몰리며 평균 50.3대 1, 최고 145.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3월에는 강남 재건축 물량을 비롯해 동탄2신도시, 세종특별자치시 등 인기지역 물량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어서 분양시장 분위기가 더욱 달아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14-03-05 11:22
-
- 살아나는 주택시장…수익형·토지시장도 ‘훈풍’
-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오피스텔 등 월세수익형 부동산과 토지시장에도 온기가 전달되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00원원 안팎의 중소형 빌딩 매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대형 빌딩보다 경기 상황에 덜 민감한 데다 자녀 증여용으로 적당해 투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 빌딩 거래량은 작년 하반기(1조6881억원)보다 7% 정도 늘어난 1조8000억원 대로 예상된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이와 함께 은퇴한 베이비부머 투자가 늘면서 2억원 이하의 소형 오피스텔 매매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토지시장도 세종시 등 노른자위 지역을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주택업계의 택지 매입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LH가 실시한 경기 용인시 서천지구 중대형 아파트용지 1필지 공개입찰에 19개 건설사가 참여했으며, 앞서 서천지구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도 실수요자가 대거 몰리며 106필지가 한꺼번에 팔렸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장기 침체에 빠졌던 부동산시장에 모처럼 주택·비주택 부문 간 '동반 회복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2014-03-05 08:01
-
- [특별자문단 칼럼] 발이 시려요-장동민 원장
- 겨울이 되면 평소보다 더 심해지는 증상 중의 하나가 바로 수족냉증(手足冷症)이다. 특히 원래 손발이 차가웠던 사람은 몸 밖의 외부 온도까지 차가우니 그 고통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수족냉증은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고, 어릴 때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 증상의 원인이 양기부족((陽氣不足)으로 오는 것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주위를 보면 예전에는 눈 속에서도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녔었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슬그머니 내복을 찾게 되더라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양기(陽氣)와 수족냉증이 매우 깊은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수족냉증을 치료할 때 양기가 부족한 지를 꼭 살펴야 하는데, 이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바로 배가 차가운지의 여부다. 왜냐하면 사람 몸의 배는 뿌리에 해당되고 손발은 가지 끝의 이파리로 비유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즉, 배에 있는 보일러의 화력이 약하면 손발까지 온기가 제대로 가지 못하게 되므로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이다. 실제 손발이 시릴 때 직접 손발에 불을 쬐는 것보다 따뜻한 국물을 먹어 배속이 뜨뜻해지면 자동적으로 손발까지도 따뜻해지는 것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또 끼니때를 걸러서 공복(空腹)이 되면 손발이 싸늘하게 식고 떨리는 경험을 해 본 적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손발이 차가울 때 우선 배를 따뜻하게 하는 치료법을 먼저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배가 차가와지는 이유도 매우 다양하다. 물론 찬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배를 차갑게 노출시키는 경우에도 배가 차가와지지만 과도한 부부관계나 비뇨생식계통이 약해져서 아랫배의 단전(丹田)이 차가와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비뇨생식 계통을 강화시키는 처방을 복용하면서 부부관계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장기능이 약해져 배탈 설사가 나거나 대변이 시원치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로부터 배탈이 나면 배를 뜨뜻한 아랫목에 대고 지지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이러한 경우에는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한약을 쓰거나 배에 뜸을 떠주는 치료법 등이 효과적이다. 이 밖에 양기는 부족하지 않은데, 손발 자체에 순환이 안 되는 경우에도 손발이 시리다. 이러한 경우 서양의학에서는 ‘레이노드증후군’이라고 한다. 혈순환이 좋지 않거나 몸에 노폐물이 너무 많이 쌓였을 때도 나타난다. 물론 운동을 해서 순환장애가 해소되면 다행이지만 운동을 해도 개선되지 않을 때는 한의원에 가서 순환을 도와주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젊었을 때 산후에 제대로 조리를 하지 못해 수족냉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늦더라도 산후풍(産後風) 치료를 꼭 해줘야만 한다. 근본원인을 치료해야만 제대로 치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출산 후에 함부로 목욕을 하거나 찬바람 쐬는 것을 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밖에 경추나 요추와 같은 척추이상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경추에 이상이 생기면 팔로 가는 경락이 막혀 손이 저리거나 시린 증상이 나타나며, 요추에 이상이 생기면 다리로 가는 흐름이 막혀 발이 저리거나 시린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추나요법이나 지압 등을 통해 척추교정을 해줘야만 수족냉증이 사라진다. 이와 함께 각종 말초혈관이나 신경장애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만약 손발이 시리다면 일단 가까운 한의원부터 찾아가 정확한 원인부터 찾는 것이 좋다. 일시적으로 순환이 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간단한 침구치료나 약침 등으로도 회복시킬 수가 있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된 경우에는 한약치료를 병행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장동민 하늘땅 한의원 원장
- 2014-02-14 14:25
-
- 주택거래량 늘자 공인중개사 2년만에 다시 증가
- 2013년 전국에 부동산 중개업을 영위하는 등록 공인중개사(이하 공인중개사)가 전년대비 251명 증가하며 2011년 이후 2년 만에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주택거래량이 11만6천건 늘어났던 점이 중개업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가율로 보면 거래량이 15.83% 증가하는 동안 공인중개사는 0.33%의 소폭 증가에 그쳐 부동산시장 내 민심을 대변하는 중개시장이 완전히 살아나지는 못한 분위기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3년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국기준 85만1850건으로 2012년 대비 15.8%증가했다. 수도권은 36만3093건으로 33.51%, 지방은 48만8757건으로 5.46% 증가하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량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정부의 4.1대책과 8.28대책 등 부동산종합대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더 큰 영향을 발휘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3년의 주택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중개시장 내 온기는 수도권과 지방이 차별화돼 나타났다. 이는 공인중개사 수의 6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시장 포화상태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2013년 12월 말 기준 전국 공인중개사는 7만5630명으로 2012년 대비 251명 늘어났다. 2011년에 1598명 늘어난 이후 2년만의 증가세로 주택거래량이 늘어나며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다소나마 개선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 지역 별로 살펴보면 수도권 공인중개사가 4만4942명으로 2012년 대비 1306명 감소하며 전체 분위기와 대조를 이뤘다. 반면 지방은 3만688명으로 2012년대비 1557명 늘어나며 전체 공인중개사 증가세의 주요원인이 지방 때문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정부의 취득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폐지 등의 정책효과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게다가 가격이 상승하려면 필수적으로 거래량 증가가 동반되므로 거래량에 민감한 공인중개사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초의 세금감면효과 이후 주택임대관리업 도입(2월), 리모델링수직증축 허용(4월), 6.4지방선거(6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면제 종료(12월) 등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변화의 요인들도 많은 만큼 2014년이 과거의 침체기를 이겨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도권의 2013년 주택거래량이 전년대비 33.51%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 숫자는 오히려 감소한 점을 볼 때 수도권에서의 공인중개사시장은 포화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문에 거래량 증가에 따른 공인중개사의 순증 효과는 지열 별로 제한적인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 2014-02-12 11:01
-
- 추억여행 가 보실래요…'추억더하기'를 소개합니다
- “불꽃을 피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윤시내의 '열애'가 흘러 나왔다. 그냥 묵묵히 아무 표정없이 두 눈을 감고 있는 사람. 그런데 그 사이로 다른 얼굴들이 들어온다. 눈을 감고 추억에 젖은 사람, 윤시내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 다소 촌스러운 분위기. 조명이라고 해봐야 노란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마치 예전의 디스코텍을 연상케 한다. 현란하지 않지만, 튀지 않는 소박한 분위기는 잠깐 잡념을 떨쳐 버리고 나만의 세계에 젖어들기 충분하기도 했다. 나즈막한 DJ의 중후한 목소리. 자세히 들어보면 꽤 세련된 모습이다. 소박하지만 뭔가 진중한 이 분위기 속에서도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 미동이 나타난다. 음악가락에 몸을 맡기는 사람, 눈을 살포시 감는 사람. 처음찾은 이곳은 어색하기만 했는데, 이미 먼저 자리를 찾은 사람들은 이미 분위기에 흠뻑 젖어있었다. 이 자그마한 공간은 훈훈한 추억의 온기로 가득 했다. '추억 더하기’에 다들 몰입해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양은 도시락을 먹는 사람, 차를 마시며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 그리고 친구들과 옛 이야기에 웃음 짓는 사람으로 15개의 테이블은 만원이었다.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추억더하기’는 지난 해 5월 문을 열었다. 양은 도시락 3000원, 잔치국수 3000원, 커피 2000원.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제공하는 ‘추억더하기’는 신중년들의 쉼터이자 놀이터 그리고 일터가 됐다. 추억더하기가 문을 연 취지를 설명하는 김대영 실장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추억더하기는 장사 목적이 아닙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와 서비스 차원에서 운영되는 거예요. 추억더하기는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거리에 내몰린 어르신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 맞잡은 두손, 노년 데이트의 장 추억더하기에는 삼삼오오모여 이야기꽃을 피운 할머니들, 젊은 시절 못 다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있다. 이곳에서 만난 유 할아버지(84)와 김 할머니(78)는 두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기자는 그 맞잡은 손이 너무나 아름다워 귀여운 손자 웃음을 지었다. 한 달에 두세번 이곳을 찾는다는 노년커플에게 왜 계속 오게 되냐고 묻자, 가게에 대한 호평 일색이다. “여기가 좋은 이유? 너무 많지. 성실한 대접도 좋고, 가격도 싸고, 음식도 깔끔하고 우리같은 노인네가 갈데가 어디 있어 이만하면 아주 좋지. 아 참. DJ 저 양반 목소리가 구수해서 자꾸 찾게 돼.” 이 노년 커플이 처음 발을 들인 것은 근처에 위치한 실버영화관에서 영화데이트를 즐긴 이후 였다. 실버영확관의 팸플릿 광고를 통해 알게 돼 이곳을 찾은 이후, 이 커플은 추억더하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김 할머니는 젊은 시절 유 할아버지가 장교였던 탓에 이제야 제대로 된 데이트를 이곳에서 한다며 웃음 지었다. 육군 대령으로 전역해 재한 군인회 회장까지 한 유 할아버지는 “추억은 아름답잖아”라며 추억더하기에 있는 의미를 전했다. 김 할머니는 젊은 시절 군인인 남편 탓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자가 넌지시 “할아버지가 야속하셨죠”라고 농담을 던지자, 귓속말로 “(데이트 할 때 마다 사람)수가 너무 많았어”라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 노년 커플은 인사동과 종각 그리고 사적지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인생 이막의 데이트를 꽃피우는 것이다. 유 할아버지는 “옛날부터 인사동을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인사동 거리 변천사를 보기 위해 찾아와. 어떻게 변했을까. 종각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어떨까 이런 것을 보려고 말이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변해버린 종로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종로는 말이야. 보신각도 있고, 인사동도 있고 해서 우리나라 전통이 많이 살아 있는 곳이야. 근데 지금은 너무 많이 변해버렸어. 외국인들이 저렇게 많이 찾는데도 종각에서는 전통 음식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신세대 음식점으로만 만들어져 있어서 뭔가 많이 아쉽네.” 오후 4시 DJ가 DJ 박스에서 나오자 젊은이랑 함께해서 좋았다는 얘기를 남기고 노년커플은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 추억을 틀어드립니다. 장민욱 DJ “나도 신성일처럼 생겼으면 좋았을 텐데. 근데 말이에요. DJ의 첫째 조건은 못 생겨야 돼. 난 잘 생긴 DJ들 미워. 그래서 배철수 씨가 좋아. 여러분 남자의 시기 질투가 더 무서운 겁니다. 아시죠?” 중후하면서 유머 넘치는 DJ의 멘트에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능글능글한 진행으로 노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DJ 박스의 주인은 37년차 베테랑 DJ 장민욱(58)씨다. 다른 곳에서 DJ를 하다 4년전부터 낙원동에서 DJ를 한다는 그는 신중년들에게 추억여행을 선사한다. 손님들이 보내는 각가지 사연을 소개하고, 신청곡을 틀어주면서 말이다. 베테랑 DJ답게 웬만한 LP판은 모두 소장하고 있다. 장 DJ의 자리 뒤쪽에 위치한 2700여개의 LP판이 그의 DJ 인생을 대변해준다. 폴 모리아악단의 ‘이사도라’, 노사연의 ‘님 그림자’, 윤시내의 ‘열애’. 신중년들의 신청곡이 쏟아진다. 장 DJ는 수많은 LP판 숲에서 신청곡을 금새 찾아 뽑아낸다. 그야말로 프로 중의 프로였다. 어느덧, 기자와 마주 했던 시간이 가고 오후 4시가 되자 그는 LP판이 가득한 DJ 박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턴테이블에 판을 건다. 이어서 마이크를 당기며 '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낮은 톤으로 마치 속삭이듯, 그 옛날 그 다방에서 그랬듯. "오늘 하루 어떠셨습니까? 요즘 모두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지금 좋은 분들과 함께 하고 계신가요? 여러분 어깨에 걸린 묵직한 삶의 무게, 그 시절 그 음악으로 덜어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신청곡과 함께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번 신청곡은 노사연의 ‘님 그림자’, 이어지는 곡 윤시내의 ‘열애’ 입니다." # 우리는 70대 직장인 추억더하기를 들어가려는 찰나. 얼굴의 미소를 한껏 머금은 ‘만학도’ 교복 할아버지가 기자를 맞이했다. 교복을 입은 어르신의 가슴에는 ‘청춘복’이라는 명찰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에는 70년대 교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두 분이다. 한 명의 홀 서빙, 한 분은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다. 매니저를 맡고 있는 정광석(73)씨는 이곳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일한 원년멤버다. 추억더하기에는 정 씨와 같이 70세가 넘은 노년들 16명이 일하고 있다. A조와 B조로 나눠 격일로 근무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도 덜하다. 원래는 서빙을 맡고 있는 여성 할머니들도 교복을 입고 근무를 했지만 음식이 튀거나, 치울 때 더러워져 남성 할아버지들만 교복을 입기로 결정했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표정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은 여느 젊은이들 못지않다. 일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곳 '추억더하기'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다. “나이 칠십 먹은 노인네를 어디서 써주겠어. 그저 아침에 일어나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지. 친구들도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일도 어렵지 않아서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다니까” 추억더하기가 지난 해 5월 문을 연 이후 종업원이 바뀌거나, 중도에 그만 둔 사람이 한명도 없다. 이러한 종업원들의 성실함과 직업의식이 더해져 추억더하기를 더욱 빛내고 있다. 추억더하기는 옛 기억을 추억하는 노년들이 발길이 늘자 안산에 2호점을 낼 예정이다. 어르신들의 쉼터와 놀이터 그리고 일터로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어르신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추억더하기는 대한민국 성장의 땀방울이었던 신중년들을 모시고 대접하는 따뜻한 가게로 낙원동을 빛내고 있다.
- 2014-02-10 18:49
-
- [기지개 켜는 분양시장] 주택시장 '봄바람' 분다
- 올해 분양시장에는 봄이 일찍 왔다. 설 연휴 직후로는 이달 분양 물량이 2000년 이후 최대치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월 전국에서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는 총 1만3816가구다. 2000년 이후 2월 물량으로는 14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같은달 분양 물량(3818가구)과 비교하면 3.6배나 많다. 특히 서울·수도권에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물론 흥행성이 검증된 위례신도시, 동탄신도시 등에서 첫 분양이 시작돼 7617가구(5개 단지)에 달하는 알짜 물량이 쏟아진다. 건설사들이 지난 한해 8·28 대책 등을 통해 서울 강남, 위례신도시 등에서 시작된 분양 활기를 이어가기 위해 일찌감치 물량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아파트 분양시장이 지난해와 같은 붐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희망은 여전하다. 지난해 국회가 취득세율 인하, 리모델링 활성화 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을 뒤늦게 몰아치기로 처리하면서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4·1 부동산대책을 통해 연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양도소득세 5년간 한시감면, 생애최초주택자 취득세 면제 등의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8·28 부동산대책 때는 공유형모기지를 도입했다. 분양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거의 다 꺼낸 셈이다. 추가적인 규제완화 입법도 기대된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탄력적용) 법안 추진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이 법안까지 처리된다면 분양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되면서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의지를 보이면서 주택시장 활성화에 대한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의 기대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 분양시장은 개발 호재가 풍부한 지역이나 지난해 분양시장을 이끌었던 주요 지역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전세가격 때문에 전세거주자의 매매전환 수요가 늘고,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물량이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신규 택지가 거의 없어 기존의 주택이나 아파트를 헐고 새로 아파트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올해 강남권에서는 그동안 수요자들이 기다려왔던 대형 재개발·재건축 물량들이 쏟아질 예정”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는 만큼 입지가 뛰어난 강남권 물량 등은 희소성을 발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권역에서는 사실상 강남생활권에 속하는 위례신도시(성남, 하남권역)와 동탄테크노밸리, KTX/GTX 추진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한 화성시의 동탄2신도시가 주목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지방에서는 지난해 분양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대구가 여전히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대구는 대구혁신도시, 대구국가산업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등 개발 호재가 많다. 또 세종시는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분양시장에 파란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굵직한 세제 대책들이 부동산 기대심리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문제는 거시경제인데 경제성장률이 상향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 중에 부동산 경기의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2014-02-06 15:41
-
- [포토에세이]'빛의 정원'으로 변신한 아침고요수목원 "아듀~ 계사년"
-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온다. 겨울이 찾아왔다. 차가운 공기에 그녀의 뺨은 분홍빛으로 물들고 코끝은 루돌프 사슴처럼 변했다. 살며시 잡은 그녀의 작고 가느다란 손에 어느새 온기가 퍼진다. 경기도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 아이들 웃음소리, 행복한 가족들의 표정, 부드럽게 속삭이는 연인들의 사랑에 이곳은 한겨울이지만 따뜻함이 넘쳐흐른다. 찰칵! 찰칵! 해가 산허리를 넘어가며 어둠이 드리워지면 갑자기 형형색색의 조명에 알록달록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손길이 바빠지는 순간이다. 핸드폰으로, 카메라로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오색별빛정원전. 10만여 평 규모 아침고요수목원을 채운 나무들마다 LED전등이 불을 밝히면 꿈속에서도 만나기 힘든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치 밤하늘의 별빛이 정원에 내려앉은 듯하다. 사랑의 하트, 루돌프 사슴, 호박 마차, 대형 트리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온 어른들도 어느새 동화 속 주인공이 된다. 나무 하나 하나에 정성스럽게 색을 입히고 조화를 이뤄 꼼꼼하게 조명을 설치한 정성에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을 쌓는다. 올해 아침고요수목원 오색별빛정원전의 주제는 ‘사랑’이다.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요즘 이곳에서 만들어간 특별한 ‘사랑’을 주위에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 2014-01-24 17:25
-
- 부동산 거래 온기는 돌지만…회복세는 '아직'
- 새해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말 취득세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리모델링 수직증축, 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이 처리되면서 부동산 투자 심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1월 현재 아파트 거래량은 2593건으로 작년 1월 거래량(1134건)보다 91% 증가했다. 아직 이달 거래 신고가 완료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규제가 일시적으로 풀렸던 2011년 1월(5575건)과 비슷한 수준까지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동산 거래 회복조짐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초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작년말과 비교해 호가가 많게는 1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20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진행 속도가 빠른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전용면적 54㎡형의 호가는 9억4000만원으로 작년 말(8억5500만원)과 비교해 8500만원 상승했다. 인근 대치은마 아파트도 호가가 뛰었다. 이 아파트 76㎡형의 경우 한달 전 7억7000만~8억원 선이었지만 최근 8억~8억2000만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개포주공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작은 평형 위주로 매매가가 많이 올랐다"면서 "부동산 규제가 풀리면서 일부 대기수요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집주인들도 호가를 높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분당신도시 아파트들도 호가가 상향 조정됐다.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공무원3·4단지 전용 59㎡형은 한달여만에 5000만원 가까이 올라 4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정자동 S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매물에 호가를 수천만원씩 높이면서 추격매수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다만 4월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되면 일부 거래가 이뤄지며 집값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오른 가격에 추격매수세는 활발하지 않아 이달 중순들어 거래가 급감하는 모습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올 초에 잘되는가 싶더니 저가 매물 거래 뒤 가격 저항감이 나타나면서 벌써 거래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목동 S공인 관계자 또한 "연초 들어 매도자들이나 매수자들이 시장 분위기를 살피는 문의전화가 늘었다"면서 "하지만 매수자들의 보수적인 시각은 여전히 일부지역의 거래가 전반적인 회복세로 번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거래 회복이 본격화될지는 설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아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부장은 "올해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다소 빨라졌다"며 "아직은 저가매물을 찾는 문의가 많아 거래사례가 적지만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설 이후 거래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2014-01-20 18:43
-
- [正論]안영희 중앙대 교수 "이젠 다양성의 시대다"
- 1년 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도, 봄을 상징하는 입춘(立分)도 지났다. 입춘은 24절기의 시작이고, 바야흐로 봄을 맞아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한다는 절기이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맹위를 떨치던 추위도 한풀 꺾이고 제법 봄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예년의 기온을 보면 입춘이 지나고 설을 쇠어도 아직 춥기는 매한가지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설을 쇤 대지는 한겨울과는 다른 온기가 차오른다. 매섭던 칼바람도 한결 부드러워진 듯 하고 깊게 쌓인 눈도 하루하루 녹아서 없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역시 이름답게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의미일 것이다. 봄이 오면 만물이 생동한다. 특히 '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꽃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피는 꽃은 뭐니 뭐니 해도 복수초(福壽草)라고 할 수 있다. 새해 달력이나 야생화를 주제로 한 사진 작품에서 하얀 눈 속에 노랗게 꽃이 핀 복수초가 흔히 등장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복수초는 자생지에서 2월 말께 개화하는 종도 있다. 복수초(Adonis amurensis)는 여러해살이 풀로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자생식물이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지역에 따라 독특한 개화습성과 형태를 지닌 복수초가 자생한다. 백두대간 산줄기에 자생하는 복수초는 꽃이 먼저 피고 나중에 잎이 나오는 특징이 있고 개체의 크기가 작으며 가장 일찍 개화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복수초는 잎과 꽃이 동시에 피고 키가 큰 것이 특징이다. 중부지방의 서해안 일대에서 자라는 복수초는 꽃이 크게 피지만 개화시기가 늦은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렇듯 외국에 비해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 다양한 복수초가 자생하고 있다. 복수초는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가까운 일본에서는 무려 60여종의 원예품종이 육종되어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식물체에서 아도닌(adonine)을 비롯하여 각종 유용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밝혀진바 있다. 따라서 이뇨제나 강심제 등의 생약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복수초 종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의 반대편인 중남부 유럽에도 복수초와 유사한 종이 자생하고 있다. 보통 아도니스(Adonis aestivalis)라고 부르는 종으로 꽃이 새빨갛고 1년생 풀인 것이 다르다. 유럽에서 이 식물을 재배한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아도니스는 잘 생긴 미소년으로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애인으로 나타나 있다. 사냥에 나선 혈기왕성한 아도니스는 연적인 아레스가 풀어놓은 산돼지의 날카로운 어금니에 물어 뜯겨 죽었다. 아도니스의 상처에서 떨어진 붉은 피는 붉은색 복수초가 되어 피어났고 이를 애통해하는 아프로디테의 눈물은 흰 아네모네(바람꽃)라는 꽃이 되었다고 묘사되어 있다. 희한하게도 유럽과는 환경조건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의 산야에도 복수초가 피는 곳에는 반드시 바람꽃이 함께 자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지구상에는 비슷한 듯 하지만 서로 다른 생물 종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종의 다양성은 물론 인류 및 문화의 다양성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주제라 할 수 있다. 세계는 더욱더 글로벌화 되고 있고 가까워지고 있다. 이전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경제적 이유 등을 위해 방한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많고 더 다양한 외국인들과 그들의 문화를 접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반만년 이상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에게는 큰 충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자생 복수초가 있듯이 지구의 저 편에 또 다른 복수초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복수초는 개발 여하에 따라 인류를 위한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 설 연휴동안 TV 방송에는 저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을 소개하는 설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이제는 우리들 주변에 너무도 가깝게 다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다. 더불어 우리들 의식도 이제는 보다 범세계적이고 포용력 있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건설적인 다문화를 보다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주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 2014-01-02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