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85세) 씨는 경기도 양평에서 2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22세 때 직업군인과 결혼했고, 배우자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모은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자녀는 없고 배우자가 2000년에 사망한 후 홀로 생활해왔다. 노년이 외롭기는 했지만, 배우자가 남긴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고혈압과 당뇨를 앓
“마, 잡상인은 저리 가이소!” 아무리 농이 섞였다 해도 지인의 한마디는 그를 슬프게 했다. 23년간 나라를 위해 일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경상도 사내로서는 분을 삭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빙긋이 웃는다. 사소한 냉대쯤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거절도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보람
인생을 재밌고 멋지게 사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다지만 세대를 뛰어넘어 이리도 신나게 유쾌하게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 마치 나이를 거꾸로 거스르며 사는 사람 같았다. 말투건 표현이건 도무지 언제 태어났는지 가늠 불가다. 그의 취미는 디제잉과 수상 스포츠. 그리고 라틴댄스도 요즘 온몸으로 접수 중이다. 올해 나이 64세, 젊음 지수는 딱 그 반의반으로 느껴지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맘때가 되면 나는 아버지의 향기가 무척 그리워진다. 1950~60년대의 척박한 농촌에서 살면서 억척스럽게 농사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8남매를 낳아 오순도순 가정을 꾸려 열심히 사셨다. 농사일의 고단함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잘 견뎌내던 아버지는 유난히 백합꽃 향기를 좋아했다.
집 마당 한쪽 꽃밭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지
깊고, 넓고, 짙고, 푸른 강 같은 느낌이었다. 휘몰아침 없이 잔잔해 보이지만 물속 안은 빠르게 흐르기도 하고 느린 속도로 쉬기도 하다 소용돌이를 만들어 새롭게 정리한다. 그리고 또다시 흐르는 강물 말이다. 인생을 두고 큰 그림 그릴 생각은 없었을 게다. 그저 걷다 보니 길이 만들어졌고 어딘 가에 서 있었다. 인생 속에서 받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하고 호
툭! 톱질이 멈추자 나무 조각이 떨어진다. 바닥에 쌓인 부스러기가 많아지는 만큼 그의 마음도 홀가분해졌다. 그간의 과오가, 미련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수입이 막막한 지금의 사정이나 쪼그라든 통장 따위는 잊은 지 오래. 그에겐 눈앞에 놓인 나무만이 전부였다. 서울남부기술교육원에서 만난 김유(金維·49) 씨는 “앞으로 내가 살길을 찾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마음만 동동 구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이번 호에는 맹문재 시인이 한평생 민족의 통일을 노래한 故 김규동 시인에게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 댁에서 안방을 둘러보다가 저는 잠시 흠칫했습니다. 선생님의 침대 머리맡에 낡은 증명사진이 한
딸의 방에서 우연히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내 어머니인 할머니가 내 딸인 손녀에게 보낸 편지다.
80세 넘은 어머니는 공교육을 받지 못했다.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몰랐다. 그런 문맹 상태로 한평생 시장에서 옷가게를 하여 우리 삼 형제를 키우셨다. 70세가 다 되어 장사를 그만두신 후 첫 번째로 하신 일이 ‘학력 인정 성인학교’인 ‘양원초등학교’에 입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신모 씨는 최근 손주를 보는 재미가 줄어 걱정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녀딸이 말문이 터진 후 함께 도란도란 대화를 하는 것이 삶의 낙 중 하나였는데, 요즘 부쩍 손주 목소리를 알아듣기 힘들어졌다. 난청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조용한 장소에서 무턱대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일도 많아졌다. 가톨릭대학교 인천
‘어라! 나 어느새 이렇게 나이 들었어? 이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도다!’ 우리는 흔히 그렇게 영탄한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흘러 흩어진 세월을 아쉬워한다. 그러고서도 정작 무한정한 시간을 움켜쥔 것처럼 하루하루를 허비한다. 시간이야말로 고귀한 재산이라는 걸 까먹는다. 이 양반을 보시라. 시간 누수 없이 은퇴 이후를 산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