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공기관 퇴직자로 구성된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이하 NIPA 자문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운영하는 해외봉사단 사업으로, 개도국 정부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공 분야의 기술 및 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기술, 에너지자원, 무역투자, 지역발전 등의 자문을 통해 파견국의 경제, 사회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퇴직 후 자신의 경력을 나눈다는 보람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자긍심까지 느낀다는 그들. NIPA 자문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윤병남(71) 씨는 과거 20년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통신시스템 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10년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국가정보화사업단장으로 일하다 2010년 퇴직했고, 2017년에는 경기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직을 마무리했다. 은퇴 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국가정보화전략으로 펼쳤던 주요 에피소드들을 글로 남기고자 했다. 그러던 중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운영하는NIPA 자문단에 참여했던 한 카이스트 교수에게 관련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렇게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그 교수가 말하길 전자정부 구축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관심이 지대하고, 베트남국립대학교 내 정보화연구원에 연구·교육 환경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더군요. 또 이를 지속 발전시킬 교육수요원 육성과 박사과정 개설 소식도 들었죠. 그 교수가 내 이력을 알던 터라, 관련 사업에 적임자라며 추천했어요. 그때부터 관심을 두고 플랜을 짜 나갔죠.”
그렇게 윤 씨는 교수직을 은퇴한 그해 8월 NIPA 자문단이 되어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떠나기 전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확장’이었다. 그리고 이를 성사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부터 다듬기로 했다.
“아무래도 해외 파견직으로 나가면 동료 없이 혼자 처리할 일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현직에 있는 후배들과 협력해서 풀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죠. 어느 분야든 이러한 활동을 원하는 분들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점검해보고 연락처 관리 등을 미리 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베트남 청년의 꿈을 이뤄내다
NIPA 자문단이 된 그는 베트남국립대학교 정보기술연구원에서 전자정부연구시스템 구축과 기술자문, 정보화기술정책세미나 및 아키텍처 설계 교육과정 개발 등을 맡았다. 윤 씨는 국내에서의 풍부한 경험으로 전자정부 구축에 많은 예산과 인력,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예상했다. 포부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고, 강력한 입법화를 통한 실행체제 구축과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선행돼야 함도 잘 알고 있었다.
“베트남 정부의 현 수준은 한국 GDP의 10분의 1 수준이에요. 30년 전 한국 전자정부가 떠올랐습니다. 베트남의 정보화 수준과 예산 편성을 고려한, 미래 지향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보화 인적자원 확보 및 마인드 확산 관련 자문이 필요해 보였죠. 이러한 특징을 염두에 두고 베트남국립대학교에 전자정부연구소를 구축해 인적자원개발 활성화 작업을 진행해나갔습니다.”
윤 씨는 2년간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베트남 인재를 한국 내 대학원 박사과정 장학생으로 추진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해당 학교에서 한국어능력자격증 등을 요청하는 바람에 진행이 불가능했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성사해낼 수 있었단다. 개인의 성과보다는 한 청년이 꿈을 이루도록 자신의 힘을 보탰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베트남 컴퓨터소프트 경진대회에서 3년간 우승권에 있었던 아주 유능한 인재였어요. 촉박한 일정이었기에 그 학생과 몇날 며칠을 밤새워가며 수많은 행정 서류 등을 준비했죠. 덕분에 공식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3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 박사과정 장학생으로 말이죠. 그 청년이 눈물을 글썽이며 드디어 한국 유학 꿈이 이뤄졌다고, 당신이 없었다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이라 말하는데, 무척 감격스럽더군요.”
대한민국 시니어의 경험을 세계로
윤 씨의 공을 높이 산 베트남국립대학교 학장은 그가 임기를 다하던 날 송별식에서 교수 임용장과 감사장을 수여하며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 아직도 보람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학장의 바람처럼 다시 자문단으로 베트남에 가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포부를 물었다.
“전자정부연구소에 설치된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해 베트남국립대학을 대상으로 대학정보화 프로젝트를 수행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대학을 종이문서를 사용하지 않는 정보화 시범 장소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요.”
은퇴 직후와 비교해 NIPA 자문단 활동 이후 윤 씨의 목표는 더욱 확대된 듯 보였다. 아울러 그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국가정보화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개발도상국 관련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자문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물론, 자문의 바탕이 되는 것은 지난날의 시행착오와 그가 쌓아온 경험들일 것이다. 윤 씨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성과도 낸 시니어라면 이러한 자문단 활동이 은퇴 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화라는 흐름 속에 우리가 쌓아온 경험을 개도국들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으면 해요. 이는 도움을 베푸는 차원을 넘어, 본인이나 국가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나아가 자신과 대한민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윤병남 자문단원
ㆍ파견 국가 베트남
ㆍ파견 기간 2017년 8월 14일~2019년 8월 13일
ㆍ파견 분야 정보통신
ㆍ파견 직종 ICT정책
ㆍ파견 기관 베트남국립대학교
ㆍ자문 내용 베트남 전자정부연구소 구축 기술 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