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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 독립을 위한 몸과 마음 치유법
- 상처 없이 매끈한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에게나 유독 아프고 쓰라린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꺼내기조차 쉽지 않고, 내 책임 같아 품에 안고 살았을 과거의 상처. 어떻게 치유하고, 독립하는 게 좋을까? 동트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지만, 상처를 품에 안고 사는 사람의 마음속 어둠은 해소될 길 없이 번져만 간다. 이럴 때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일상을 벗어나 고요한 공간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에는 마음에 쌓인 불순물이 쏟아지겠지만 어느새 감정 분출이 끝나고 치유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과거를 마주하는 글·그림 과거의 나와 독립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적고, 내면을 마주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건넬 수 있다. 두려움을 발설할 계기를 마련하는 셈이다. 박미라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장은 우울, 불안, 무기력, 트라우마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처방한다. 박 소장이 30여 년간 심리상담자로 활동하며 가장 먼저 쓰게 하는 글감은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다. 10분이나 20분 정도로 시간을 정해두고 그 안에 글을 쓰도록 한다. 망설임을 줄여 최대한 빨리 내면을 끌어내는 방법이다. 그러면 욕하며 무시했던 사람들만 ‘죽도록 미운 당신’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찍 돌아가신 아빠, 집을 나간 엄마, 실은 사무치게 그리웠던 이들을 대상으로 꽁꽁 숨겨뒀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외에도 박 소장은 ‘내 인생이 서러운 100가지 이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미처 하지 못한 말’, ‘자기 비난 실컷 하기’ 등의 글제를 제시했다. 그림을 이용한 치유 방법도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카툰캠퍼스가 여러 노인 기관들과 협력해 진행하는 ‘시니어 만화창작학교’에서는 2014년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만화 자서전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사물이나 인물 그리는 법, 소묘 등 그림 그리기 수업 외에도 스토리 전개 수업이 포함된다. 어릴 적 사용했던 소품 그리기, 기억에 남는 추억의 장면 그리기 등 주제를 던져 이야기를 유도하는 식이다. 이 과정은 아픈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소이자 앞으로의 인생 방향을 알려주는 현명한 가이드가 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현상규 강사는 “어르신들이 열심히 살아왔던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며 정체성을 다지는 것은 물론, 참여자들 간에 격려와 공감을 주고받아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몸으로 하는 내면 위로 신비롭고 종교적인 수행법으로 인지되던 명상이 대중화되고 있다. 정신과나 심리상담소에 갈 경제적·물리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편하게 마음을 가다듬기 위함이다. 유튜브 검색창에 ‘명상’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고요한 음악을 배경으로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기도 하고, 자연 소리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 매일 예뻐지는 주문 등 샤머니즘 요소가 담긴 명상 음악도 있다. 이는 불면증 치료, 생활 습관 교정, 자존감 회복 등 활용 범위가 넓다. 유튜브 명상이 인기를 끌면서 전문 ‘명상 유튜버’가 등장할 정도다. 명상 문화를 일찌감치 받아들인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서는 애플·나이키·페이스북·인텔·위워크 같은 많은 기업이 사내 명상센터를 개소하거나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내 명상 인구는 최근 5년간 3배 정도 늘어났다. 미국을 기점으로 확산된 치유 방법의 하나로 춤 치료, 댄스 테라피(Dance Therapy)가 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댄스 테라피의 신체적·심리적 효과에 대한 연구 사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춤이 사람의 보행 속도, 균형성 개선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효과를 느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방암을 앓고 있던 60세 최순덕 씨는 “우울감과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던 중 우연히 만난 훌라댄스 덕분에 네 번의 항암 치료와 서른세 번의 방사선 치료를 견딜 수 있었다”며 마음의 병을 이겨낸 사연을 풀어냈다. 남희경 명지대학교 예술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불안, 우울, 분노와 같은 감정은 가장 먼저 ‘몸’으로 나타난다. 몸은 마음이 사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불안하면 몸이 경직되고, 우울하면 무기력해진다. 또 화가 나면 압력솥처럼 끓어오르기도 한다. 따라서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말이 필요하다면, 나 자신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몸을 감각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몸을 기반으로 마음을 돌보는 것에 대해 조언했다.
- 2022-02-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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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품 논란 없는 NFT, '투자 열풍'
- 2020년 10월 미국 프로농구 NBA가 기존에 판매하던 트레이드 카드에 NFT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15초가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에 NFT를 적용해 판매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누적 판매액은 1조 원을 넘겼으며, 인기 카드의 경우 수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 NFT 시장 규모는 2876억 원으로 전망됐으나 2021년에는 약 11조 8700억 원에 달하며 몇 십 배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복제할 수 없는 토큰 NFT는 해킹이나 복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 중 하나로 Non Fungible Token의 약자다. 우리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해석한다.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코드값을 부여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한 토큰이다. 그리고 각 토큰은 고유하기 때문에 상호 교환이 불가능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불린다. 대체 가능한 토큰(Fungible Token)으로는 많이 알려진 비트코인, 이더리움, 클레이튼 등의 가상화폐가 있다. 1비트코인은 1비트코인과 교환이 가능해 대체 가능하다. 조금 더 쉽게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에는 아주 많은 만 원권이 있고 각 만 원을 구분하기 위한 일련번호가 적혀 있지만, 우리는 한 장의 만 원과 다른 한 장의 만원을 같은 가치로 인식하고 교환한다. 그런데 내가 갖고 있는 만 원에 NFT를 적용한다면 시중에 있는 그 어떤 만 원과도 교환할 수 없다. 일련번호와는 또 다른 복제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입히는 행위다. NFT는 글, 사진, 음악, 그림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라면 무엇이든 적용 가능하다. 심지어는 자신의 방귀 소리를 녹음한 ‘소리’에 NFT를 적용해 판매한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NFT의 시초라고 불리는 작품은 ‘크립토펑크’다. 캐나다 개발자 두 명이 1만 개의 토큰을 만들어 각 토큰에 특이한 디지털 아이콘을 부여했다. 이 토큰을 셀럽들이 구매하면서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한편 ‘비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작가가 13년 동안 매일 만든 5000개의 디지털 작품을 타일처럼 작게 이어 하나로 만든 뒤 NFT를 적용해 ‘Everdays : The First 5000 Day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작품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021년 3월 800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낙찰됐다. 디지털 콘텐츠에 날개를 달다 무명 예술가의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 고가에 거래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트위터 창시자 잭 도시는 자신이 가장 먼저 트위터에 작성했던 ‘방금 내 트위터 설정을 마쳤다’(Just setting up my twttr)라는 문장에 NFT를 적용해 판매했다. 이 글은 약 35억 원에 판매됐다. 실물 자산도 아닌 디지털 자산이 이렇게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이 시니어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다. 처음 NFT에 대한 관심은 ‘셀럽들이 투자하는 디지털 자산을 나도 보유하고 있다’는 심리에서 시작되었으며, NFT를 통해 자신의 디지털 작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 그동안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해 작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던 많은 디지털 창작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하나의 방편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만드는 NFT NFT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종이에 사인을 하고 스캔해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코드값을 부여한 뒤 블록체인에 등록하고 NFT 거래 사이트에 등록하면 내 사인 이미지를 판매할 수 있다.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가격과 로열티를 설정할 수 있으며 저작권 판매 여부도 정할 수 있다. 로열티는 내 작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내가 받는 일종의 수수료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NFT는 디지털 작품의 소유권을 사고파는 것을 의미하지만, 만약 원작자가 저작권을 판매한다고 명시하거나 2차 창작 및 이윤 추구가 가능하다고 했다면 NFT 재가공도 가능하다. 또한 실물 작품도 함께 판매할지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책을 쓰면 나는 원작자가 된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판매되지만 책을 산 사람이 임의로 표지를 바꿔 재판매할 수 없고 내 허락 없이 내용을 각색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샀던 책을 중고로 판매하는 건 가능하다. 책의 소유권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NFT는 코드값으로 원작자를 명시한 작품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작품의 진의를 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자산에 고유성을 부여하며, 원작자가 저작권 판매를 명시하지 않은 이상 해당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만 거래할 수 있다. 가상화폐인 OO코인에 투자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NFT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NFT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누군가의 NFT를 사서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하거나, NFT 기반 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NFT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NFT 투자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가상화폐처럼 NFT 시장도 과열되어 거품이 있다고 말하지만, 차기 투자 시장으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하다. 실물 지폐가 플라스틱 카드 속으로, 실물 카드가 모바일 속으로 들어가는 세상에서 NFT가 우리의 일상 어디까지 영향력을 가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2022-02-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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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의 홀로서기는 나이들며 잃는 것에 대한 애도
- 홀로서기는 인간이 사는 동안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마치 나비가 되기 위해 애벌레가 번데기의 변태 과정을 거치는 것과 유사하다. 가장 안정적인 홀로서기는 오랜 기간 개체의 성장을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예를 들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준비한다. 부모의 품 안에서 경험을 쌓고,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자신을 확장시켜 결국 부모로부터 독립을 이뤄낸다. 그러나 노년기의 홀로서기는 좀 다르다. 체력과 건강을 잃고, 퇴직 후 직업과 수입원을 잃거나, 언젠가는 배우자·친구들을 떠나보낸다. 노년의 홀로서기는 ‘성장’이 아닌 갑작스런 ‘상실’을 기반으로 하기에 액티브 시니어라는 역동적인 단어를 붙인다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움을 지우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흔히 노년기의 홀로서기를 준비할 때 자신의 마음속에 바라는 ‘결과’를 먼저 떠올린다. 경제적으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고, 신체적 건강을 통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 등을 말이다. 이를 위해 재정적으로 철저하게 은퇴 설계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취미 생활도 찾으며, 여러 질병이 보장되는 보험도 마련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런 것들을 철저히 준비했다 하더라도 마음은 여전히 괴롭고, 자식들 문제, 돈 문제, 주위 사람들과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히려 건강에 더욱 집착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한 자신을 한탄하거나 질투에 휩싸여 결핍을 경험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제2의 인생을 찾아가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내면의 상실과 결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런 괴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는 우리가 노년의 홀로서기에 앞서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와 동일한 문제다.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 ‘어바웃 슈미트’의 주인공도 바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다. 평생을 몸담았던 보험회사에서 66세에 정년퇴직을 맞이한 슈미트. 아내는 이제 주름 가득한 할머니가 되어 사사건건 자신을 간섭하고, 딸과의 관계는 냉랭하다. 하루에 77센트를 후원하는 탄자니아 꼬마 엔두구에게 편지 보내는 것 이외에는 일상의 공허함을 느끼던 슈미트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내의 죽음과 이후 알게 된 그녀의 외도를 맞닥뜨린다. 설상가상 딸은 물침대 외판원인 ‘놈팡이 같은 녀석’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아내도, 딸도, 친구도, 직장도 어느 날 갑자기 모두 사라져버린 슈미트는 마지막 남은 희망인 딸의 결혼식을 방해하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좌충우돌 부딪치는 그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결국 딸은 놈팡이와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린다. 그동안 당연한 듯 슈미트의 삶에 자리 잡고 있던 결과물들이 은퇴 이후 노년기의 문 앞에서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렸다. 어쩔 수 없이 결혼식 축사 후 화장실에서 홀로 터뜨리는 그의 울음은 그렇기에 더욱 애잔하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되돌릴 수 없는 노년의 상실이라는 단단한 벽 앞에 무릎 꿇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눈물에는 좌절과 고통, 깊은 외로움만 담겨 있지 않다. 만약 이런 것들만 남았다면, 그는 축사는커녕 결혼식을 박차고 나가 딸의 비극적인 미래를 냉소적으로 곱씹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동안 살아왔던 슈미트의 방식대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울고 있었다. 이는 자신의 삶에서 노년의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요, 그렇기에 자신을 위한 애도의 눈물이기도 하다. 비록 스스로를 실패자라 생각하지만, 그는 상실에 대한 애도 과정을 거쳤기에 이제 홀로서기를 할 준비를 마쳤다. 그 증거로 슈미트는 엔두구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난 무엇을 달라지게 한 거지? 나 때문에 이 세상이 무엇이 더 좋아진 거지?” 슈미트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노년의 홀로서기는 상실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기 전에, 나이 듦에 따라 잃게 되는 것들을 ‘어떻게’ 떠나보낼지에 대한 애도(Breavement)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된다. 상실로 시작되는 노년기를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통합(Ego Integrity)을 이뤄내지 못하면 현상 유지도 아닌 절망(Despair)이 일어나는 시기라 설명했다. 그가 이야기한 통합이란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생에 그래야만 했던 것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일이나 실수했던 것들을 받아들이고 수용, 통합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 잘 살아냈다는 느낌으로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기회를 얻게 된다. 노년의 홀로서기는 과거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물론 자기중심적으로 살거나 고독한 삶이었다면 슈미트처럼 좀 더 시행착오를 겪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년의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나 마땅히 이 통과의례를 거치는 동안 떠나보내야 할 것들의 의미를 되새기며, 새로 맞이할 것들에 대한 채비를 할 것이다. 노년기가 삶의 종점이 아닌 또 다른 제2의 인생을 위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과정임을 이해한다면, 상실의 고통을 겸허히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는 사춘기에서 경험하는 혼란과 방황처럼 또 다른 의미의 ‘늦깎이 성장통’인 셈이다. 이제 슈미트처럼 좌충우돌 부딪쳐갈 당신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2022-02-1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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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 스마트 케어 전문 기업 ‘캐어유’
-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 지금,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스마트 케어 사업을 운영 중인 신준영 캐어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은행 점포는 하나둘 사라지고, 점원 대신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으며, 스마트폰 QR이 신분증을 대신하는 시대다. 고령화와 더불어 급격히 찾아온 비대면 사회의 도래로, 노인 디지털 소외가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캐어유는 디지털 정보에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IT 기반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고령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 및 기술을 개발해, 이를 어르신들에게 보급하고 교육하기까지 전반을 관리한다. 급격히 벌어진 디지털 격차로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활기찬 노년을 선물하고 있다. 노인 삶 향상 위한 콘텐츠 개발 2014년 창업한 캐어유의 시작은 치매 예방을 위한 콘텐츠 개발이었다.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우울증 및 스트레스 척도를 측정하고,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정신 건강 테스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자가진단 앱으로 개발했다. 이후 5개 영역의 인지 능력(기억력, 순발력, 사고력, 집중력, 판단력)을 훈련하고 향상시키는 ‘엔브레인 게임’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개별 관리할 수 있는 ‘엔브레인 플랫폼’도 있다. 이는 주로 노인복지기관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로, 앞서 말한 정신 건강 테스트와 엔브레인 게임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물론, 디지털 사례 관리 기능을 통해 개별 어르신의 특이사항까지 파악 가능하다. 즉 캐어유의 모든 서비스가 집약된 플랫폼으로서 어르신 개개인에게 질 좋은 맞춤형 케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탑재한 제품도 생산한다. 태블릿이나 케어로봇, 키오스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캐어유의 ‘엔브레인 키오스크’는 어르신을 위한 교육용으로 만들어졌다. 음식점, 은행 ATM, 그리고 무인 민원발급기까지 노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키오스크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경험해봄으로써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어르신과 강사 교육도 직접 단순히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한다. 다양한 노인복지시설에서 엔브레인 서비스를 활용한 디지털 치매 예방 교육뿐 아니라, 스마트폰 기초 과정부터 민원, 교통, 배달 등 일상생활에 유용한 앱이나 키오스크 등 디지털 문해 교육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 대표는 “캐어유 교육 프로그램은 디지털 역량 강화 이상의 효과를 가진다”라며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집에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각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 외로움을 해소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캐어유는 어르신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도 직접 교육해 양성한다. 강의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이를 진행하고 관련 지식과 자질을 유지할 수 있는 보수 교육까지 시행하고 있다. 신 대표는 “어르신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강의력은 물론, 노인과 노인 기관에 대한 이해, 어르신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소통 능력 등이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강사 교육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최근 강사 교육을 받고자 하는 중장년층도 많아졌다. 5060세대는 고령자인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가 많아 노인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높을뿐더러 은퇴 이후 새로운 직업이나 재능기부 차원에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국가의 인정을 받은 사회적 기업 캐어유는 이밖에도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보건소·치매안심센터와 함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 치매 인식 개선 교육, 치매 환자 파트너 교육, 장기요양보험 신청 방법 공유 등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인정받아 2020년에 ‘치매극복선도기업’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11월엔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령친화산업 육성 분야 유공자 포상도 받았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캐어유 서비스를 받고 인지 능력이나 정신 건강이 좋아지신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해서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2022-01-2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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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이런 사람” MBTI가 뭐길래
- 세상은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간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틈,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변화하는 세상을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최신 문화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000이고요, 저의 MBTI는 ENFP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의 흔한 자기소개 방법이다. MBTI 검사를 직접 해보거나 알고 있는 시니어도 많지만, 이 네 글자의 알파벳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 시니어들 역시 적지 않다. ‘ENFP’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의 말을 해석하면 “저는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이 풍부하고 즉흥적인, 한마디로 ‘재기발랄한 활동가’ 유형의 사람입니다”라는 뜻이다. MZ ‘과몰입’ 이끈 성격 유형 검사 MBTI는 심리학자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개발된 성격 유형 검사다. 여러 문항을 통해 개인이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그리고 판단(J)과 인식(P) 등 4가지 지표 중 어떤 특성에 가까운지 파악해 분류하고, 이 지표의 조합을 통해 총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구분한다. 한국에 도입된 것은 1988~1990년이지만, 최근 2~3년간 온라인에서 비공식적인 검사법이 확산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MBTI 검사 결과로 나온 성격 유형을 통해 본인을 소개하거나 타인의 MBTI를 바탕으로 상대를 이해하는가 하면, 일상적인 대화 소재나 온라인 콘텐츠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방송만 봐도 MBTI는 다양한 화제를 이끈다. 2020년 6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대중적 사랑을 받은 ‘싹쓰리’(유재석, 이효리, 비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그룹) 멤버들의 MBTI 궁합이 방송을 타며, 높은 시청률과 함께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로도 다양한 방송에서 출연자의 MBTI를 활용한 콘텐츠가 다수 만들어졌고, 지난 12월에는 채널S의 MBTI 탐구 예능 ‘후 엠 아이’가 첫 방송을 탔다. MZ세대는 SNS나 유튜브를 통해 MBTI 관련 밈(인터넷을 중심으로 모방을 거듭하는 유행)을 확산시키며 하나의 놀이 문화로 만들었다. MBTI 성격 유형별 연애법·공부법·인간관계 대처법 등의 차이를 다룬 콘텐츠가 끝없이 생산되고, 댓글에는 유형별 사람들이 모여 자신과 타인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유형별 오픈채팅방까지 만들어 소통할 정도로 MBTI의 특성과 밈을 찾아보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지표 MZ세대가 이렇게 MBTI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정의하는데, 지난 수년간 전자매체 이용 증가로 사람들의 대면 접촉이 감소하면서 MZ세대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었다”라며 “MBTI는 이들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매개체가 된 데다, 쉽고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 유행하게 된 것 같다”라고 현상의 원인을 설명했다.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MZ세대의 특성 역시 MBTI 열풍에 한몫했다. 평소 MBTI에 관심 많은 직장인 하현정(27) 씨는 “내 MBTI 유형인 ISFP의 특성에 대한 콘텐츠들을 찾아보면서 내 성격이나 행동의 근거를 알아가고, 이를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 재밌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시대에 MBTI는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역할도 해낸다. 서 교수는 “면대면 만남과 상호작용이 줄어들면서 소통에 더 많은 장벽과 장애물이 생겼다”라며 “MBTI와 같은 도구를 활용해 상대를 이해해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판단 잣대로 쓰여서는 안 돼 MBTI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다 보니 취업 시장에서 구직자의 MBTI를 묻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한 식품 기업은 공채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소개하시오’라는 문항을 추가했고, 한 광고대행사는 최근 채용공고에 “MBTI가 ‘E’로 시작하는 분을 우대한다”고 적었다. 에너지 넘치고 적극적인 사람을 찾는다는 취지였다. 이는 전문가들이 MBTI 열풍에 대해 크게 우려했던 현상이다. 서 교수는 “입체적인 인간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범주화한 MBTI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결과이고, 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라며 “MBTI 유형을 가지고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를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로 쓰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MBTI를 맹신하기보다는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 2022-01-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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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작가가 밝히는, 부자의 돈 버는 비밀
- 사실 흔쾌히 하고 싶은 인터뷰는 아니었다 고백하고 시작해야겠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신분 확인이나 팩트 체크가 어려울 수 있고, 독자의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 게다가 상대는 작가.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는 상대는 실력을 겨루는 느낌까지 들어 신경이 쓰인다. 그럼에도 그를 모시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가 연구해온 부자가 되는 방법이 궁금해서다. 카메라 앞이 아닌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부자들이 고백한 돈 버는 비밀 말이다. 명칭에서 느껴지듯 유령작가, 즉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는 흔한 직업이 아니다. 정치적 영향력이나 정치후원금 등의 이유로 출판기념회가 필요한 정치인의 회고록이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성공담,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가의 자서전 등의 출판물을 집필하는 이름 없는 작가를 말한다. 출판사의 기획의도나 의뢰인의 목적에 맞게 대신 글을 써주고, 본인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는 대필 작가이기 때문에 고스트라이터라 불린다. 출판업계의 이름난 구원투수 이 유령작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터뷰 후 그가 어떤 인물인지 확인해야 했다. 사진 속 가면을 쓴 그의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겠지만, 사실 그는 꽤 번듯한, 막 중년이 된 사내다.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의 팀장으로 활동 중이며, 출판계에서는 꽤 이름난 작가로 본인 이름으로 낸 자기계발서도 10권이 넘는다. 그가 고스트라이터가 된 것도 출판사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괴팍한 부자 의뢰인의 등쌀에 못 이겨 다른 작가들이 연이어 쓰러졌을 때 편집자가 그를 찾았고, 단시간 내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글솜씨와 친화력, 빠른 일처리 등의 장점이 그를 곤란할 때마다 찾는 업계의 대표적인 ‘구원투수’로 만들었다. 의뢰인의 성향이나 과거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습관을 따라 하거나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고집스러움은 그를 롱런하게 했다. 그를 만나게 된 계기는 최근 출간한 한 권의 책이다. ‘히든 리치’란 제목 그대로 숨겨진 부자들을 만나 부를 형성한 과정과 현재 자산의 정도에 대해 노골적으로 물어본 책이다. 그는 과거 유령작가로 활동하면서 작성한 집필 노트를 오랜만에 들여다보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직장인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저 역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은 이 세계에서 가정을 지키고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인데, 직장에서의 소득은 충분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니까요.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손에 쥔 것은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방법이 있을지, 어떻게 시드머니를 준비할지 고민하던 중 본가에서 대필 작업할 때의 노트를 발견했고, 일반인들이 따라 할 수 있게 내용을 엮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단지 과거의 노트를 요약해 끄적인 책은 아니다. 과거 대필해주었던 책 속 주인공이나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을 다시 찾아 노크했다. 그러고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현재 자산은 얼마입니까”, “처음 시작할 때 수중에 얼마가 있었습니까”, “어떻게 자산가가 될 수 있었습니까”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정성껏 대답해주진 않았다.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중에서 성심껏 취재에 응해준 24명의 이야기를 자산 형성의 유형별로 구분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는 책에서 부자의 유형을 일단 아끼고 보는 ‘고전형’, 위험을 무릅쓴 ‘전투형’, 자신의 전문 분야를 기반으로 한 ‘안전형’, 천재에 가까운 ‘변칙형’, 물려받은 자산을 늘린 ‘보수형’, 감을 갈고 닦아 수단으로 삼은 ‘천리안형’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뻔하지만 따라 하기 힘든 비결 그는 이 책을 부자가 되고 싶은 대중을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고 이야기했는데, 읽어본 소감을 더하자면 부자가 된 사람들의 세밀한 사례집에 가깝다. 그들의 자산 형성 과정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나온다. 더 매력적인 것은 다양한 부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산의 규모로 보면 상대적으로 수수한(?) 백억대 부자에서부터 수천억대 자산가의 이야기도 다룬다. 직업이나 자산 형성 과정도 다양하다. 그 과정에서 느낀 공통점은 바로 ‘돈에 대한 욕망’이었다. 모두 남에게 쉽게 지지 않을 만한 욕망의 소유자로 느껴졌다. 작가도 동의했다. “책 속에 등장한 한 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얼마면 무릎을 꿇을 수 있냐? 1만 원? 10만 원? 쉽게 대답하지 못했죠. 그랬더니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라면 1원에도 꿇는다. 돈이 생기는 일인데 무릎 꿇는 것이 무슨 대수냐며 말이죠. 그럼 절을 한다면 얼마를 주겠냐고 되묻기도 했어요. 저울질 따위는 필요 없죠. 다만 작은 돈과 큰돈이 있을 뿐이죠. 돈에 대한 욕망을 바탕에 둔 실용적 사고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기기 힘들어요. 아마 그 과정에서 비리나 부정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겠죠.” 아끼고, 발품 팔고, 돈을 놀게 놔두지 않고,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돈 버는 기본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덕목은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부자가 되는 비결은 이 기본기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아니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사실 책 속 부자들의 자산 모으는 방법은 누구나 알 만한 내용이에요. 하지만 부자들은 그 뻔한 방법 중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실천했다는 점이 다르죠. 실제로 만나보면 같은 정보를 접하더라도 그것을 대하는 민감성이나 실천력의 차이가 매우 커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도 ‘나도 도전해야겠다, 나도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욕구가 생기길 바랐어요.” 빚투 그리고 재테크 작가는 복권이나 코인에 매달리는 청춘들에게도 조언을 전했다. 최근 경제지를 중심으로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들이 직장을 통한 자산 형성을 기대하지 않고, 코인이나 주식에 매달리는 ‘빚투 열풍’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20대의 복권 구입 비용은 코로나 이전보다 300% 넘게 증가했단다. 그러나 실제 부자들을 만나보면 월급쟁이 부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회가 계층화되고 고착화되었다는 분석이 많죠. 사다리가 치워져 젊은 세대가 계급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를 길이 잘 안 알려져 있을 뿐이에요. 블록체인, 메타버스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은 젊은 직장인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어요. 사실 이런 첨단 분야는 전통적인 부자들이 접근하기 힘들죠. 정보를 가지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일반인은 호재가 있을 때 삼성전자에 투자하지만 기술과 공정, 소재를 이해하는 사람은 관련주에 투자해 더 큰 이익을 얻기 마련이죠. 마치 용의 머리는 작게 움직이지만 꼬리는 크게 휘청이는 것과 같아요. 기술의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능력은 회사 생활에 전념하지 않으면 생겨나지 않죠. 또 그들이 근무하는 판교나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어떤 회사가 망해 나가고, 빈자리에 어떤 회사가 들어오는지, 주변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투자의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옛날처럼 큰 시드머니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최근의 투자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갈수록 기회도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마음만은 청년’인 시니어들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의 책을 자세히 보면 직업상담사나 창업 컨설턴트들이 하는 이야기와 맥락이 닿는다. “은퇴 후 평생 직업이었던 분야를 접고 새로운 분야를 찾아 도전하시는 분이 많잖아요. 하지만 성공 확률은 대단히 낮죠. 부자가 되는 방법도 비슷해요. 본인이 직장 다닐 때 잘 알던 해박한 분야에서 더 공부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노력이 더 유리해요.” 흔히 몇 차례 소심한 시도가 실패하는 경험을 하면 재테크 무용론자가 되기 십상인데, 이 책에는 재테크를 통해 부자가 된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각종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재테크의 전형 같은 부자도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부자가 목표는 아니더라도 재테크는 하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한다. “큰돈을 벌지 않더라도 재테크는 누구나 해야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부는 팽창하고 있고, 세상 사람들은 조금씩 부자가 되고 있어요. 모두 다 움직이고 있는데, 나 혼자만 멈춰진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조금씩 가난해지고 있다는 뜻이 돼요. 사회가 부유해지는 것에 맞춰 재테크를 통해 나의 재산을 조금씩 늘려야 소득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요. 재테크는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일이 된 셈이죠. 과거에는 가만히 있어도 시간의 흐름만으로 연공서열에 따라 월급이 오르고 집값이 올랐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관심을 갖고 흐름에 맞춰 함께 달려줘야 해요.” 뒷조사까지… 부자들의 ‘면접’ 각 분야의 성공한 명사들을 취재하다 보면 첫 만남은 ‘테스트’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본인을 상대하는 기자의 능력이나 이해도가 어느 수준인지 궁금해한다. 일종의 면접이다. 작가는 “부자들 중 대부분이 그런 테스트를 즐기고, 상대가 대필 작가라면 그 강도는 훨씬 세진다”고 말했다. “간단히 훑어보거나 몇 마디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테스트’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도 흔해요. 감당 못 할 만한 행동을 던지고 반응을 보는 경우도 있어요. 약속 시간에 늦는다거나, 들어주기 힘든 부탁을 하는 식이죠. ‘이거 하면 얼마 버냐’며 묻기도 하고. 또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단답형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부자도 있었죠. 제 뒷조사를 몰래 한 분도 있었어요.” 그 까다로운 면접들을 어떻게 통과했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뿐 다른 비결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저 비굴해 보이지 않게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만난 부자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작가는 간단히 유형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부자와 같은 스테레오 타입은 오히려 만나기 힘들다고 그는 설명한다. “최근에는 젊은 부자들이 많아져서, TV 속 회장님 같은 분은 그리 많지 않아요. 자린고비 같은 타입이 있는 반면, 설렁설렁 있는 대로 벌고 쓰고 하는 사람도 있죠. 애써 공통점을 찾자면 본인들이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에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가족을 위해 애쓰셨던 분이에요. 흔히 부자가 되면 가족이나 친척들과 등을 진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아요. 가난한 부모에 가정사가 행복하지 않은 분이었는데, 부자가 된 뒤 가족에게 베풀면서 사시더라고요. 흔히 알고 있는 부자의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분이셨죠.” 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작가는 부자가 되었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 어떤 길을 가고자 할까? “아직 부자가 되진 않았죠. 많은 이들과의 교류 속에서 배우려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의 비법이나 투자 방법 등을 서슴없이 알려주는 분도 많아요. 부자들은 자기 비법을 숨긴다는 것도 옛말이죠. 그렇다고 당장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회사원 신분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책의 구분법으로 설명하자면, 지금은 ‘고전형’과 ‘안전형’의 방식을 따르는 정도입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를 바탕으로 기회를 엿보는 중입니다. 다만 부자들과 함께하면서 저 스스로를 그들과 동일시하거나 혹은 부정적으로 변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곁에 있다 보면 그들에 대한 대접을 저에 대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거든요. 그저 삶의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게 유지해나가고 싶습니다.”
- 2022-01-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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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해진 중장년 평생교육, 온라인을 입다
- 복지관과 기술교육기관. 기관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찾아오는 쪽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모든 것을 바꿨다.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기관은 텅 비고 말았다. 이에 기관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복지관 대신 애플리케이션 내 게시판으로 불러 모았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돌봄 방안까지 덧입었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노인을 위해서. 기관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노년기 사회생활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60대 노인 과반수가 나 홀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하루 5시간 이상의 여가시간 반절 혹은 그 이상을 TV 시청하는 데 썼다. 그간 지자체와 복지관에서는 노인의 사회적 관계 단절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왔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동영상·모바일 앱 장착한 복지관 이에 복지관들은 프로그램의 형식부터 바꿨다. ‘비대면 방식’ 하면 떠오르는 화상 공유 활용이 대표적이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자체적으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좌 영상을 공유하거나, 카카오채널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코로나 시국에는 노인들과 강사가 직접 대면하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수나 참여 횟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카카오톡 채널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구연동화나 요가를 동영상 강좌로 배우는 ‘집이지만 괜찮아’, 칼림바 악기의 실시간 화상 강의 등의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설·추석 명절 온라인 합동차례도 진행한다. 복지관에선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고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동영상 주소를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로 꼬박꼬박 전송한다. 노인 건강관리를 위해선 ‘언택트 동네 한바퀴 걷기’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노인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고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심한 결과다. 복지관은 실시간 걸음 수와 주간·월간 걸음 수, 걸음 수 순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워크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매월 둘째 주 주간 걸음 수 10위 안에 든 어르신들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드린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기능했다. 걷고 싶은 길을 걸으며 직접 찍은 풍경을 앱 내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게시판에 공유하고,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우철홍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복지1과 팀장은 “너무 춥거나 폭설이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진행하려 한다”며 “코로나19가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염려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져도 한동안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어르신 질환 관리 SNS 그룹을 운영하고, 백신 접종 건강상담을 진행하며 비대면 건강관리에 나섰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복돌(福doll)이’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에게 공백 없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돌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가족 안전망이 취약하거나 활동 제약이 심한 어르신에게 제공됐다. 복돌이는 약 복용이나 기상·취침, 환기·산책해야 할 시간을 알려준다. 일정 시간이 되면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주고, 토닥여달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게다가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 집 안에만 있는 어르신의 활동을 파악하는 데도 쓰인다. 이에 어르신들은 복돌이의 얼굴을 직접 씻기고, 옷을 만들어 입혀주는 등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복돌이와 생활하는 한 어르신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게 말을 걸어주는 상대가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며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갈 때도 ‘복돌이가 집에 있구나’ 생각하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다”라며 만족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대면과 비대면을 합친 ‘온오프믹스’(On-off mix)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니어 슈퍼스타 종로’, ‘바운스바운스’ 같은 기존 지역 문화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식이다. 올해는 전 세대가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참가자 연령을 제한하지 않았다. 만 60세 이상 참가자는 선배 부분, 만 59세 이하는 후배 부문으로 나뉘어 출전하는 방식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측은 “온 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축제를 즐기고 소통하자는 뜻에서 이번 대회를 개최했다”라며 “위드 코로나 또는 뉴노멀 시대가 온다면 이러한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 지역 내 찾아가는 서비스, 커뮤니티 케어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관의 역할 고민하는 계기로 작용해 코로나19는 복지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복지관을 방문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돌봐야 하는 낯선 상황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제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박미연 창동어르신복지관 관장은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복지관으로 찾아왔다. 프로그램을 열어도 신청자가 넘쳐 자리가 부족했고, 신청자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복지관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자제와 거리두기는 실제로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켰다. 복지관 방문이 어려웠던 1년 사이 치매 전 단계인 인지경도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올해 어버이날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나눠드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어르신들 안부를 직접 묻기 위해서였다.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 외에 참여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안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집에만 계시던 나 홀로 어르신들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연결돼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약 없는 전염병 사태가 낳은 ‘코로나 블루’가 전 세대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복지관 역시 어르신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형식이나 구성,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방향성은 일맥상통한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박미연 관장은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앞으로 맞이할 상실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창동어르신복지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비대면과 대면 방식을 병행하되 형식보다는 교육 내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웰다잉(Well-dying)으로 한데 묶이는 생애설계, 죽음교육 등이 그것이다. 비대면·4차 산업혁명에 맞춰 변화하는 기술교육원 평생교육기관을 논할 때 기술교육원을 빼놓을 수 없다.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기술교육원은 만 15세 이상의 모든 서울시민에게 열려 있으나, 특히 50대 이상 시니어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다. 2021년 상반기 모집 기준 50대 이상 지원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을 정도다. 요양보호사 과정이나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과정이 시니어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 중 요양보호사 과정은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취득률이 2020년 기준 평균 98.9%를 기록하는 등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역시나 ‘비대면’으로 압축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직업훈련기관인 중부기술교육원에서는 온라인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과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권미진 중부기술교육원 경영지원부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19로 교육 내용을 바꾸진 않았으나, 비대면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교육생에게는 담당 교수나 행정 담당자가 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 개편 및 신설도 앞두고 있다. 올해 신설된 방송영상크리에이터, 웹콘텐츠디자인 과정 등이 포함된다. 중부기술교육원 홍보 담당자는 “유튜버를 희망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고자 하는 분들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많이 지원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이론 등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대면 방식으로 실습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IP] 서울시 기술교육원 지부별 학과 안내 동부 디지털콘텐츠디자인, 기계융합로봇, 특수용접, 스마트카정비, 조경관리 등 중부 요양보호사,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글로벌조리, 방송영상크리에이터, 헤어뷰티 등 북부 자동차외장튜닝, 배관용접, 자동차정비, 건축시공, 전기용접, 건물보수. 직업상담사 등 남부 가구디자인, 주얼리디자인, 옻칠나전, 바리스타디저트, 헤어디자인, 외식조리 등 주간 1년, 주간 6개월, 야간 6개월, 단기 과정 등 총 4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각 과정마다 진행되는 학과가 상이하며, 내년 교육과정은 12월 중순 서울일자리포털과 서울시 홈페이지, 각 기술교육원 지부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 2021-12-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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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의 벽 넘는 긱 워커 플랫폼 ‘탤런트뱅크’
-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기대수명에 따라 일하고 돈을 벌어야 할 날도 함께 늘어나야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 은퇴를 미루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이에 은퇴한 시니어들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탤런트뱅크는 ‘긱 경제’를 기반으로 한 일자리 중개 플랫폼으로, 고경력·고스펙 전문가와 기업을 매칭한다. 공장환 탤런트뱅크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우리 사회는 건강과 전문성이 온전하더라도 20~30년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은퇴해야 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지식이나 기술 등 능력치가 충분함에도 수십 년에 달하는 노년을 경제활동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에 절망과 무력감을 느끼는 시니어들이 많다. 이렇게 전문 경력을 가진 시니어 전문가가 은퇴 후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일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있다. 탤런트뱅크는 수십 년간 전문 분야 경력을 쌓아온 시니어들과 기업을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모기업 ‘휴넷’의 사내벤처 형식으로 출범했다. 고용 패러다임의 변화 탤런트뱅크 서비스의 바탕에는 ‘긱 경제’(Gig Economy) 개념이 존재한다. ‘긱 경제’란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특정 프로젝트나 업무별로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 형태의 고용을 늘리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프로젝트의 ‘문제 해결’ 방식에 초점을 맞춰 비효율적인 채용을 줄이고, 구직자는 원하는 업무와 시간을 선택해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긱 경제의 핵심이다. 탤런트뱅크는 전문인력 상시 고용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고도의 비즈니스 문제가 닥쳤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프로젝트별로 매칭한다. 탤런트뱅크는 출범 이후 국내 ‘긱 경제’ 시장의 성장과 고용 패러다임 변화로 사업이 크게 확장하며 지난해 말 별도법인으로 분사했다. 사업 초반에는 고령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은퇴 전후의 전문가에 우선 주목했지만, 현재는 ‘긱 경제’의 성장으로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전문가들이 탤런트뱅크를 찾고 있다. 등록 전문가 수는 1만 명을 돌파했고, 그중 서류전형과 1:1 심층 인터뷰 등 까다로운 내부 검증 시스템을 통해 인증받은 전문가는 4000여 명 수준이다. 현재 프로젝트 의뢰 수는 3000여 건에 달한다. 전문가와 기업 모두 만족도 높여 탤런트뱅크 서비스는 은퇴 후 새로운 조직과 환경에서 업무를 보는 시니어 전문가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선사하고 있다. 공 대표는 “인생 1막을 마친 전문가들에게 2막에 대한 대안은 없는 게 현실이다”라며 “은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데, 탤런트뱅크는 전문성을 살리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은퇴하기까지 열심히 달려온 시니어들은 풀(full) 에너지에서 벗어나 원하는 시간, 주기, 형식 전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긱 워커’의 삶에 더 만족하는 경향도 있다. 전문성을 갖췄다면 기존 연봉보다 높은 수입을 얻기도 한다. 공 대표는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가라면 주 1회 일하고 월 400~500만 원의 임금을 받기도 한다”며 “긱 워커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맡으면 월 1000만 원 이상의 수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지식·능력으로 자유로운 일상도 즐기고 전문성도 살려 일할 수 있는 것이다. 탤런트뱅크의 서비스는 재의뢰율이 60%를 넘어설 만큼 기업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탤런트뱅크만의 강점은 ‘고급’, ‘검증’, ‘신뢰’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까다로운 내부 검증 시스템으로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 전문가의 역량, 근무 조건, 인성 등을 사전에 철저하게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은 기업과 전문가가 함께 일하는 방법에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발전을 돕는다. 공 대표는 “단순히 헤드헌터가 인재를 추천하는 수준이 아니라, 해결이 필요한 ‘문제’에 맞는 전문가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미리 차단한다”며 “이에 따라 한 기업이 동일한 전문가를 반복해서 의뢰하다가 채용하는 경우도 다수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양성도 목표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100년 넘게 사는 장수 시대에는 평생직장에 취직해 60세 전후 은퇴하는 현재 시스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직종과 직장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에 탤런트뱅크는 전문가 교육을 통해 전문가들을 양성·육성할 예정이다. 공 대표는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전문가’와 ‘전문가가 될 사람’이다”라며 “현재 탤런트뱅크는 ‘전문가’에 집중해 서비스를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는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탤런트뱅크는 향후 ‘온라인 자문 서비스’, ‘전문가 서베이 기반 시장 리포트’ 등 더 발전된 서비스 개발로 다양한 서비스와 고용 형태를 제공하여 긱 경제를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위드 코로나’와 함께 독립적으로 일하는 방식인 ‘긱 워커’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 대표는 은퇴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에게 “인생 1막이 끝나도 2막이 있다. 그동안은 2막을 시작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세상은 바뀌고 있고, 당신이 쌓아온 전문성을 발휘할 서비스와 기회들이 나오고 있다”라며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 본인의 전문성으로 세상과 오래 소통하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 2021-12-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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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지 수거 노인 돕자", 팔 걷은 스타트업들
- 폐지 수거 노인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박스를 모으고 있지만, 낮은 수익성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폐지 줍는 65세 이상 성인은 100명당 1명꼴(2017년 기준 약 6만 6000명)이다. 몸을 움직일 수 있으나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노인들이 일상 유지를 위한 수입을 위해 돈벌이에 나서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자료를 살펴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이 한 달에 필요한 생활비는 129만 3000원이다. 그러나 이들이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폐지를 주워 만지는 돈은 2~3만 원으로 2021년 최저임금 기준 시급(8시간 기준 69760원)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고된 노동에 비해 적절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폐지 수거를 돕거나 대체할 수 있는 일거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끌림은 가볍고 안전한 리어카를 직접 개발하고, 그 위에 광고를 부착하여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폐지 수거 노인에게 전달하는 소셜 벤처다. 현재 서울 17개 구, 부산 6개 구, 인천 3개 구, 광주, 제천에서 리어카 광고를 진행 중이다. 끌림은 “지난 4년 동안 전국 27개 지역구, 401명의 어르신께 336개의 끌림 안전 경량 리어카를 무상 임대해드렸다”며 “더불어 끌리머 어르신들께 2억 2천만 원의 임금을 지급해드렸고 이를 폐지 무게로 환산하면 10,200톤”이라고 설명했다. 아립앤위립은 폐지 수거 노인을 대상으로 일거리 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노인들에 ‘미술 작업’을 맡기고 이를 제품화해 판매한다. 노인들이 그림을 그리면 일종의 저작권료를 지불한 뒤 엽서, 마스킹테이프, 수제 노트 등 굿즈로 재탄생시키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익을 내는 식이다. 또 판매 제품의 포장 작업을 어르신들에게 맡겨 두 번의 일거리를 창출하게 된다. 러블리페이퍼는 친고령,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페지 수거 노인들이 자원 재생활동가로 자부심을 느끼며 폐자원을 수집, 운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kg당 50원 정도에 그치는 폐지를 300원에 매입해 예술작품(페이퍼 캔버스 아트) 및 교구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이때 발생한 수익으로 다시 폐지 수거 노인들의 생계 안전, 여가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캔버스는 △시세의 6배가 넘는 가격으로 박스 구매 △박스, 캔버스 천 재단 △풀칠, 사포질 등을 통해 완성된다. 러블리페이퍼는 2019년 7월부터 폐지 수거 노인을 직접 고용해 폐박스 캔버스 제작을 함께한다. 러블리페이퍼는 “어르신들이 손도 빠르고 이해력이 좋아 준비한 물량을 금새 마무리하신다”며 “우리의 목표는 폐지 수거 어르신들 삶의 변화를 위한 인식 개선이다. 어르신들이 계속 일을 하실 수 있도록 명화 작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 2021-12-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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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대 67개국 여행자' 신명숙 "늦은 나이란 없다"
- 서울에서 레코드숍을 운영하는 그녀는 작은 체구지만 단단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푸른 자연 속을 뛰놀면서 자란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간직한 꿈이 있다. 바로 ‘지구별 여행자’가 되는 것. 그녀는 오늘도 레코드숍에서 세계 각국의 음악들을 들으며 음악의 본고장을 여행하는 꿈을 꾼다. 이는 어떤 영화의 스토리가 아닌, 도서 ‘여행을 수놓다’의 저자 신명숙 작가(68)의 이야기다. 신 작가는 ‘늦었다 싶을 때가 이르다’는 생각으로 60대의 나이에도 여행과 모험을 즐기고 있다. ‘오늘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신명숙 작가에게 받은 에너지를 시니어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신명숙 작가는 2007년 50대에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해 67개국을 다녀왔지만, 아직도 갈 곳이 많이 남았고 힘닿는 데까지 여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군가는 편하게 크루즈, 패키지 여행을 즐겨야 할 나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왜?’라고 반문한다. 신 작가가 문학계에 이름을 올린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녀는 2016년 미래에셋 수필부문 공모에 당선됐고, 2018년 계간지 ‘주변인과 문학’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2018년 나온 여행 에세이 ‘지구본 위를 거닐다’, 2020년 나온 시집 ‘웅이와 라넌큘러스’가 있다. ‘여행을 수놓다’는 지난 8월 출간됐다. 담백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레코드숍, 그리고 여행 섬세한 글을 쓴 그녀가 여행 작가 이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다. 실제 만난 신명숙 작가는 예상보다 더 호탕하고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역시 평범한 삶은 아니었다. 신 작가는 무려 23년간이나 레코드숍을 운영했고, 그러면서 늘 여행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생각해보면 분명한 것은 레코드숍을 하면서 늘 새로운 세계를 꿈꿀 수 있었고, 새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의 본고장에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꾼 것 같아요. 힘들기도 했죠.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고, 서울에서 분당을 왔다 갔다 하느라 매일 밤 12시에 집에 들어오곤 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오고 호황도 겪었지만, MP3가 나오고는 사양 산업이 되어 결국 가게를 정리했지요.” 2004년 레코드숍 문을 닫았다. 매일 바쁘게 일하던 사람이었기에 쉼표는 어색했다. 일상이 무료했고, 우울증 비슷한 것도 겪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되는 법. 신 작가는 기분 전환을 위해 성남문학원에 다녔고, 여행자의 삶도 시작됐다. 오랫동안 품었던 꿈에 가까워졌다. 첫 여행은 딸과 함께한 중국 패키지 여행이었다. 이후 몇 차례 패키지 여행을 경험한 뒤 신 작가는 여행의 참맛을 맛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이에 2007년 패키지가 아닌 배낭여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혼자 타국을 여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낭여행 동아리에 가입했고, 사람들과 함께 인도 여행을 떠났다. 책 소개에도 적혀 있듯이, 이 인도 여행은 신명숙 작가가 여행자의 삶을 사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두 명씩 현지 가정에서 숙박 체험을 했어요. 저는 한 총각과 아잔타 석굴 뒤편에 있는 집에 가게 됐어요. 거기가 정말로 더러워요. 화장실 하나 없는 곳이더라고요. 제가 간 집은 애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곳 사람들 주식이 짜파티라고 부침개처럼 생긴 것에 달밧이라는 것을 앙금처럼 부어서 먹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그거를 한 일곱 식구가 7~8장을 놓고 먹는 거예요. 그 사람들한테 모자란 양인데, 거기서 또 한 장을 제게 주는 거예요. 사람이 이렇게도 사는구나, 충격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18세 아기 엄마가 있었는데, 내가 아이섀도 바르는 걸 그 큰 눈으로 쳐다보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쓰던 것을 줬더니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저를 보던 눈빛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사람들이 인도에 갔다 오면 인생관이 바뀐다고 하던데 저도 그랬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애들이 반찬을 남기면 ‘너네들은 인도 한 번씩 갔다 와야 해’라고 말했어요.” 이후 2008년부터는 남편과 함께 여행했다. 여행 동반자가 된 부부는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여전히 금슬 좋은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과거 펜팔로 만난 사이라고. 신명숙 작가는 예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그 기본에 연애편지와 일기가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다. 일기는 지금도 매일 쓴다고. “제가 남편한테 같이 여행 다니자고 꼬셨죠.(웃음) 여행하면서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오는데 남편과 공감이 안 되는 거예요. 얼마나 서글퍼요. 그래서 제가 나이 들어 공감하면서 얘기할 수 있게 같이 여행 가자고 했죠. 2008년에 중국 장자제에 갔는데, 남편이 반한 거예요. 2009년에는 북인도에 갔고, 그렇게 주기적으로 1년에 두 번은 여행을 갔어요. 지금은 제가 우리를 ‘2인조 시니어 여행단’이라고 불러요. 저는 바람잡이, 남편은 행동대장이에요. 처음에는 제가 다 리드했거든요. 지금은 역전되어 남편이 어디 가자고 예약도 다 하기 때문에 전 신경도 안 써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웃음)” 발칸, 중동, 시베리아 여행을 수놓다 ‘여행을 수놓다’는 2017~2018년의 여행기다. 신명숙 작가는 책에 나온 순서와 반대로 발칸, 중동, 시베리아 순으로 여행을 했다. 책에 실린 여행지는 러시아, 발칸 지역의 루마니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중동 지역의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 그리고 그리스, 포르투갈이다. 책을 읽으면 신명숙 작가와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가본 적 없는 곳이지만 설명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이는 신 작가가 태블릿 PC에 여행의 순간순간을 기록했기에 가능했다. 그 메모들이 쌓여서 여행기가 됐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책으로까지 나왔다. 신명숙 작가는 ‘여행을 수놓다’가 천편일률적인 여행책과는 다르기를 바랐다.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느낀 것까지 쓰자면 아마 책 몇 권은 되겠지만, 그런 책들은 시중에 이미 많죠. 저는 그것들을 전부 배제하고 진솔하게 긴장된 부분을 이겨낸 후 제 자신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부각하려고 했고, 의도한 부분을 함께 여행하는 분위기로 공유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문학을 가까이하다 보니 말장난을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닌 산문식으로 썼고, 차별화하려고 했어요.” 신명숙 작가는 여행지 중에 “발칸 지역의 알바니아, 마케도니아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을 바꿔서 다른 곳을 가게 될 때가 있는데, 두 국가가 그랬다. 사전지식 없이 갔지만 좋았고 인상에 남는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특히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보면 신 작가도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도움도 받았다. 그 수많은 인연 중에서 신 작가는 알바니아에서 ‘저주받은 산’으로 통하는 세스산을 같이 트레킹한 사람이 제일 생각난다고 말했다. “스물네 살의 프랑스 아가씨인데, 처음에는 배낭 큰 거 메고 당당했거든요. 그런데 한산한 산장에 내리니까 기가 확 죽는 거예요. 혼자 무서우니 계속 우리한테 따라붙는 거죠. 그래서 트레킹을 같이 했는데, 그녀의 가방이 너무 크고 무거우니까 계속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했죠. 겨울 산행은 빨리 올라가고 빨리 내려와야 위험하지 않아요. 그런데 놓고 갈 수도 없고, 정말 책에 표현한 대로 내버리고 싶더라고요. 그 아가씨 부모님이 의사예요. 우리나라 정서를 생각하면 돈이 많겠다 싶은데, 두 분이 공공기관 의사라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자립심을 키우고자 혼자 6개월 동안 여행을 하는 건데, 1달러에도 벌벌 떨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책에서 ‘깍쟁이’라고 표현했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배운 게 많아요.” 반대로 시베리아 여행은 예상보다 잔잔했다고 기억되는 듯하다. 시베리아 여행 후기는 횡단 열차 탑승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바이칼호를 보기 위해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72시간을 내리 기차 안에 있어야 한다. 때문에 책 내용 또한 기차 안과 밖의 풍경,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신명숙 작가는 기차처럼 달리고 싶었나 보다. 역시 에너지가 넘치는 신 작가다. 코로나19, 다시 열린 여행길 “1년에 두 번은 여행을 나가야 견딜 수 있었다”는 신명숙 작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혀 답답했을 터. 그래도 남편과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캠핑을 즐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단다. 또한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건강 유지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매일 등산을 포함한 운동을 1시간 이상 한 지도 30년이 됐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등산을 많이 해본 신 작가는 안나푸르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온 67개국 중에서 가장 좋았던 나라를 묻자 어떻게 한 나라만 꼽을 수 있겠냐고 고심하더니 칠레라고 답한다. “칠레를 바람의 땅이라고 하는데, 호수가 정말 많다. 그런데 호수 빛이 다 다르고, 라마들이 능선에서 돌아다니는데 정말 아름답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해외여행길이 다시 열리고 있기에, 그녀는 다음 목적지로 중앙아시아를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는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상반기에 안 되면 또 6개월을 기다려야겠죠. 중앙아시아, 그러니까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을 가보고 싶어요. 아직 안 가보기도 했고요. 비행기로 5시간 내로 갈 수 있는 곳은 다 남겨뒀어요. 일부러 먼 곳만 갔죠. 중남미 쪽은 비행기만 20시간 넘게 걸려요. 하루라도 어릴 때 멀리 다녀온 거죠. 아, 유럽도 나중에 가도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남겨뒀어요. 노후에도 심심하면 여행을 가야 하잖아요. 지금까지 늘 해왔던 것처럼 건강 관리하고 여행을 가야죠.” 신명숙 작가는 여행 외에 글쟁이, 그리고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목표도 있다. 그것은 신 작가에게 ‘제2의 인생’ 희열을 느끼게 해준 손주들과 관련 있다. 손주들, 그러니까 두 딸의 자녀들은 각각 열 살, 일곱 살, 다섯 살이다. 신명숙 작가는 손주들이 태어날 때부터 기억에 남는 순간을 모두 기록해뒀다. 나중에 손주들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책을 만들어서 선물해줄 계획이다. 과거 바쁘게 사느라 엄마로서는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할머니로서는 다르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손주들을 정말 사랑하고, 그애들을 잘 데리고 다녀요. 이번 여름에도 제가 자진해서 수영장, 해수욕장에 데리고 다녔어요. 요즘 애들은 정서적으로 시골 이런 것에 너무 고갈되어 있어요. 우리 애들도 호텔이나 가려고 하니까, 그거를 제가 대신 해주는 거죠. 내가 시골에서 자라서 심성도 악하지 않고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손주들에 대해 쓰고 있는 것도 나중에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할머니의 흔적을 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 애들이 안 하니까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그리고 두 딸에게 속죄하는 마음도 있어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내 빈자리를 매정하게 다그치는 것이 바르게 세우는 것이라 믿었고, 엄마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곁에 없어 어릴 적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비가 온다’고 전화하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뛰어서 가라’고 했던 말이 그렇게나 서운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요. 그래도 그런 흔들리는 날들이 쌓여 지금에 이르렀음을 두 딸에게 고백하는 마음도 전하고 싶어요.” 신명숙 작가 인생의 좌우명은 ‘리드하는 삶을 살자’다. 누군가한테 끌려가거나,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내 삶은 내가 키를 잡고 살자는 생각이다. 평생 활기차게 진취적으로 살아온 신 작가는 늦은 나이에 꿈 또한 실현하고 있다. 그녀는 인생에서 늦은 것은 없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배낭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은 시니어분들이 배낭여행을 못 떠나는 이유는 안정적인 현시점에서 탈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거예요. 굳이 배낭 메고 힘들게 가야 여행이냐, 패키지로 얼마든지 편하게 갈 수 있는데…. 그거에 갇혀서 못 나가는 거예요. 내 주위 사람들만 봐도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오히려 패키지만 열심히 찾아다니더라고요. 제가 만든 말이 있어요. ‘삼잘’이라고.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라는 뜻이에요. 너무 ‘삼잘’에 연연하지 말고, 여행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많은 시니어분들이 내 책을 보고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2021-12-22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