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동부금융센터빌딩,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100세 시대’를 말하는 전 부총리이자 현 SA(Senior Achievement) 대표인 강경식 대표의 눈빛은 노련함과 친절함으로 채워져 있었다. 대화 내 상식을 파괴하고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려는 자유로운 사고가 그의 넉넉한 아우라가 되어 빛났다. 그가 제창한 SA는 시니어들의 성공적 노후를 위해 마련된 사회운동으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자유롭고도 다양한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 100세시대 참여마당, SA를 창립하게 된 배경과 시니어들의 등대로 자리하는 그의 존재감을 확인해본다.
사진 장세영 기자 photothink@etoday.co.kr
Q. 100세시대를 맞이하는 현재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실 100세시대 이야기들은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의 모든 시스템이나 정책에 대한 발상 자체는 옛날 ‘환갑시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틀에서 100세시대를 생각한다는 점이 문제다.
소위 과거의 환갑시대 시스템은 인생을 초년, 중년, 노년의 삼분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공부할 때가 따로 있고, 일할 때가 따로 있다는 게 아니다. 그런 구별이 없이 일생이 하나로 쭉 연결이 되면서 이 두 가지가 함께 융합된 생활을 해야 한다.
과거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94~95년도에 21세기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해서 부문별로 모아 공론사업을 벌였다. 연구하고, 추진해봤지만 그런 것들이 지나고 나니 대개 일회성으로 끝나고 지속성이 없더라.
Q. SA의 시작은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1960년대 초반에는 평균수명이 50대 초반이었다. 지금은 80대 초반 정도다. 따지고 보면 30년 정도가 길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 실제로 과거보다 늘어난 수명 연장의 혜택을 받아 현실을 살아가는 노인들이 있는데 그들에 맞춘 시스템이 필요하다 느꼈다. 그래서 사람들을 한번 모아봐야 겠다 해서 1년 반 전부터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한 만 명 정도 모아서 대대적으로 하려 했으나 도저히 안 되겠어서 일단 시작했다. 차차 1주년, 2주년 행사를 하며 늘려갈 계획이다.
나는 2002년부터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 386들이 집권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시장경제교육 을시켜야겠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뉴욕에서 JA(Junior Achievement)를 알게 됐다. 아이들에게 경제 교육을 하는 매뉴얼이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JA 코리아를 만들었다.
당시 그렇게 ‘청소년의 성공이 우리 모두의 성공이다’라고 외쳤던 ‘주니어 어치브먼트(Junior Achievement)’를 응용하여 ‘시니어의 성공이 우리 모두의 성공이다’라는 ‘시니어 어치브먼트(Senior Achievement)’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Q. SA를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슬로건이라면?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다. “홀로서기, 그리고 함께 가자.” 각자가 자기 인생을 홀로 선다. 이제는 예전 대가족제 시대처럼 자식들한테 효도 받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얼마 안 있으면 은퇴 노인 한 명당 일하는 인구는 둘도 안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결국은 ‘Alone!’ 각자 자기 인생을 홀로서기 해야 한다. 투게더는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사는 사회를 말한다.
오근재 전 홍익대교수가 쓴 이라는 책은 우리나라의 퇴직한 사람들이 마치 효용을 다한 쓰레기처럼 퇴적된 공간에 머문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년퇴직한 시니어는 지식과 경험을 고루 갖춘 우리 사회의 엄청난 리소스다. 그런 리소스를 활용하지 못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손해다. 이러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도움 되고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생산성을 발휘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Q. 구체적으로 실행하고자 하는 활동이라면 무엇이 있는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여러 가지 활동 중 하나가 있다. 같은 아파트 사는 시니어하고 같은 아파트 사는 아이하고 함께 베란다에 상자 등을 놓고 농작물을 심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본인과 아이에게 정서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농작물을 심고 관리하는 것은 시간도 할애해야 하고 손이 많이 간다. 이런 일을 시간이 비는 시니어들이 함께 하면 좋지 않겠나 하는 거다. 지역사회 발전에도 도움 되고, 자원으로서 은퇴 시니어들도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하게 되고, 이런 것이 ‘투게더’다. 이 활동을 실행한 날 참여한 사람이 250명 정도 있었는데, 다들 취지는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이걸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이냐 하는 이야기들이 처음부터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익 단체가 아니다. 나는 SA에 대해서 보통 생각하는 단체의 콘셉트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사실 SA에 모인 사람들 중 상당수도 무언가를 내걸고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는데, 그런생각을 바꾸는 데도 오래 걸렸다.
1968년에 만들어진 해외의 어떤 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4살부터 19살까지 학년 구분이 없이 다닌다. 교과서, 커리큘럼, 교실도 없다. 전부 앉아서 논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친구에게서도 배울 수 있고 선배나 후배에게서도 배울 수 있다. 하고 싶은 것을 게시판에 적어내면 아이들이 사인을 해서 함께 클래스를 만들고, 아이들 한 표, 선생님도 한 표, 교장도 한 표 이런 식으로 규율도 만들고 한다. 짜여진 틀 대신 자기 하고 싶은 것에 대해 파고들 수 있어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에도 잘 간다. 그야말로 행복한 생을 사는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은 살아갈 때 문제가 생기면 엄마부터 찾는데, 그 아이들은 문제해결능력을 스스로 키웠다. 교육이라는 것은 지식을 전수 받는 것인데, 요즘은 지식을 얻기 위해선 웹서핑만 하면 가능한 시대다. 그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발적으로 찾아 몰입하는 것을 더 중요시 해야 한다. SA도 똑같은 것이다. 회원들 각자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함께 여행도 가고, 국내 탐방도 가고,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 하면 그것도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하고. 나는 성과가 천천히 나오더라도 계속 갈 생각이다. ‘Slow but Steady’.
Q. SA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스마트폰 번호와 자기 이름만 있으면 가입이 된다. 이메일 주소는 옵션이다. 전화번호는 있어야 그래도 소통이 되니까. 그 정도의 최소한의 소통 창구만 있으면 된다. 다른 무엇도 필요치 않다. 우리는 주로 문자로 소통한다. NSI(국가경영전략연구원) 사이트를 빌려 쓰는데, 홈페이지는 따로 만들어 갈 예정이다.
나중에 독자적으로 운영될 정도가 되면 사단법인 같은 구조는 복잡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로 운영하고자 하는데 현재 고민 중이다. NPO와 같은 형태의 단체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할수 있겠다.
Q. SA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은?
미국에는 연령제한금지법이 있다. 우리나라도 연령제한금지법을 만들고자 한다. 활동하고 싶은 사람에게 제도적으로 장애가 되는 것은 없어야 한다. 소위 평생 경력으로 사는 데 방해되는 요소를 차단하자는 의미다. ‘돈 달라고 안 한다. 취직시켜달라고 안 한다. 우리가 알아서 할 텐데 못하게 막지는 말아라’는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 사회이고 시장경제 사회다. 이런 데에 관심이 있고 참여 가능한 사람만 모아서가고자 한다. 우리가 모든 사람을 다 설득하고 이끌어 갈 수는 없다.
그러니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 다. 단, 무언가를 숨기거나 패거리를 만들진 않는다. 열려 있다. 전화번호만 있으면. 그래서 ‘참여마당’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강압적으로, 동기 없이 참여만을 강요하는 단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는 오는 사람 안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방식이다.
기존과는 다른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선은 익숙해지게 하는 것 자체가 목표다. 그런 방침이 받아들여지는 것 자체가 내가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다 흥미를 보이고 인연이 되면 이야기를 해서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언론에 공개된 오비들도 일부 소식지에 알리는 정도다. 입소문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SA를 통해서 여러 가지 활동이 있을 수 있다. 함께 북카페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떠한 부조리에 대해 사진을 찍어 신고하는 활동을할 수도 있는 것이고, 동네에 독거노인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이들을 돌보고 약간의 돈을 줄 수도 있고. 이렇게 하면 공무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큰 부담 없이 사회에 필요한 일들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도움이 될 만한 걸 모아서 SA뉴스 이런 식으로 해서 몇 번 발행했다. 아직까지는 정보 위주였지만 앞으로는 활동 위주의 뉴스가 될 것이다. 그들의 활동을 알리고 그걸 보고 관심 있는 분들이 신청을 하는 것이다.
웹진도 활용할 계획이다. 운영 시스템은 준비돼 있으나 무엇이 올라 오느냐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 전달하고 쌍방향식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
Q. 삶의 성공 기준은 무엇인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내년이면 고등학교 졸업한 지도 환갑이다. 동창들끼리 고졸 환갑잔치를 하려 한다. 내가 문집을 내면 어떠냐고 제안했는데 ‘고등학교 때의 강경식’에게 ‘지금의 강경식’이 편지를 쓰자는 콘셉트였다. 그걸 나중에 아이들에게 주면 좋지 않겠나 했는데, 반대가 심해 채택은 되지 않았다.
이런 것이 어찌 보면 과거로의 복귀다. 인생이라는 것은 한 번 살지 두 번 못 사니까 그렇게라도 복귀해보자 하는 것인데, 다들 복귀하기 싫단다.(웃음) 그 친구들이 봤을 땐 내가 인생을 다 이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있다. 우리 살 때는 가난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생각을 못 했다. 선택의 기준이 좁았다. 요새 아이들도 그런 좁은 선택의 기준을 강요받는 게 안타깝다.
Q. 후배 시니어들에게 던지는 화두라면?
내가 골프를 가끔 치는데, 스코어를 안 본다. 잘 치고 기분 좋은 것만 기억한다. 애써 나쁜 것을 뭐 하러 알려고 하나.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을 되풀이하지 않는 선에서 끝내고 그 기억은 털어버린다.
그리고 사람마다 취향도, 롤모델도 다르다. 그러니 자신의 고정관념을 덮어씌우는 것만은 안 했으면 좋겠다. 나도 누군가 조언을 구할 때 그 사람이 아주 잘못된 길로 갔을 때만 지적하는 정도다. 그 사람의 선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떻게 하라는 말을 해줄 수도 없고, 그 사람 자신도 어떠한 선택을 했다고 후회할 수도 없는 법이다.
강화도 초지대교 지나 해안대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작은 섬 하나가 연결되어 있다. 5000만평의 세계 3대 갯벌이 신비롭게 펼쳐져 있는 ‘동검도’란 섬이다.
조용했던 동검도가 최근 ‘영화의 섬’으로 불리우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갯벌 앞 섬마을에서 희귀 영화를볼 수 있는 특별함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흔히 접하기 힘든 세계고전, 예술영화, 작가주의 영화를 365일 상영하는 예술극장이 오픈했다. 도시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예술극장을 섬에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그를 만나기 위해 동검도로 영화여행을 떠나보자.
글 김미숙 객원기자 mebranding@naver.com 사진 이형용 MeBranding 이사
얼굴을 들면 탁트인 갯벌과 하늘, 내려다 보면 구불구불 시골길… 섬 풍경 가운데 현대적인 건축물이 한 프레임에 담긴 조화가 인상적이다. ‘DRFA 365 예술극장 & 조나단의 커피’ 감각적인 하얀 입간판에 먼저 눈길이 간다. 건물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걸작영화 포스터, 세계 유명 감독들의 흑백사진들, 진한 커피향과 잔잔한 음악까지. 마치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간 기분이다.
서너명의 중년남성들이 편안한 웃음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도시의 일반극장에선 보기 힘든 스태프 구성이다. 그리고 한 남자가 친절하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덥수룩한 수염, 순수하고 털털한 인상이 섬 촌장님 같다. 그가 바로 DRFA 365 예술극장의 조나단 유(본명 유상욱, 51세) 대표다.
“누구신가요?” 첫 질문에, 0.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라이터이자 동검도 DRFA 365 예술극장 대표인 조나단 유입니다. ” 당당히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은 외모와 전혀 다른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극장 안 카페에서 동검도에 극장을 지은 이유부터 오직 영화 한 길을 걸어온 삶, 그리고 新청춘(중년)들과 나누고픈 영화 & 힐링문화에 대한 생각까지 그와의 담론이 시작됐다.
#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이 극장이 생긴 취지는 소중한 세계 고전영화, 제3세계, 예술영화의 복원과 상영을 위해서라 했다. 1999년 DRFA(Digital Remastering Film Archive)란 동호회 형식으로 시작되었다.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보여줄 좋은 작품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조나단 유 시나리오 스쿨과 DRFA 회원들은 영화 복원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공유할 극장 마련에 힘썼다 . 그리고 마침내 2년여 준비 끝에 접근성 좋고, 천혜자연의 동검도에 DRFA 365 예술극장을 설립하게 됐다.
유 감독은 시나리오 스쿨을 함께 운영 중이다. 젊은 작가들은 물론 작가를 꿈꿨던 시니어들에게도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하고, 작품과 감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계속해서 작가들을 발굴하고, 좋은 작품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해외 희귀 작품을 번역하고, 본인 스스로도 30년째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뼛속까지 영화인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다.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사장될 뻔한 훌륭한 고전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세상에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한다. 우리는 그로 인해 좋은 영화를 경험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됐다. 영화 저작권을 15000편이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익이 생길 때마다 또다시 영화 번역과 디지털 복원, 저작권 구입 등 재투
자하는 그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 중년의 청춘 감성 일깨워
동검도 DRFA 365 예술극장의 주 관객층은 50~60대 중년여성층이다. 최근 들어 10대 학생들부터 70대 장년까지 남녀노소 관객층이 다양해졌다. 그래도 이곳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꽃누나 언니들’이다. 그 이유는 중년 감성을 깨워주는 유 감독만의 섬세함과 배려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영화 전문가로 영화와 시나리오 외에도 재주가 참 많다.
하루 두 번 영화가 시작되기 전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다. 영화 OST나 상영될 영화와 관련 음악을 선곡해 연주하고, 영화배경과 감독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가 시작 전부터 이미 중년 여성관객들로 하여금 젊은 날의 추억과 로맨스로 빠져들게 한다.
피아노 선율은 영화에 몰입도를 높여주고, 닫혔던 마음을 열어주는 사랑의 묘약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유 감독은 영화와 음악 외에도 음식학-사상체질학 등에도 조예가 깊다. 관객들 하나하나의 모습을 살피고, 각 개인에 체질에 맞는 차나 음식을 권한다. 관객들은 영화를 본 이후 영화 주제 뿐 아니라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커피,영화, 소통을 즐기면 저절로 행복한 표정이 된다.
1. 김미숙 객원기자와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나단 유 감독
2. 갯벌 풍경이 내려다 보이는 극장 2층의 카페 공간 내부
3. 1층 벽면, ‘피아노 치는 조나단 유’ 감독의 흑백사진이 걸려있다.
4. 1층 ‘조나단의 커피’ 내부.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5. ‘DRFA 365 예술극장 &조나단의 커피’ 입간판 및 극장 건물 외관 밤 풍경
6. 1층 벽 한 켠에 걸려 있는 조나단 유 감독의 환영 인사말
7. 조나단 유 감독이 영화 상영 전에 작품 배경, 감독성향, 제작 배경 등 영화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한편 “인간의 삶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성경을 51번 읽었는데 매번 새롭더라구요.”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다양한 삶의 모습에 관심이 많다. 자신의 콘텐츠와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서비스하는 모습 역시 그의 또 다른 삶의 모습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동검도에서 그의 섬세한 배려와 서비스 정신이 영화의 감동과 함께 깊은 인간적인 여운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동검도를 다시 찾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될 정도로 말이다.
# 영화와 공유로 새로운 문화 창조
오후 3시. 오후 6시 하루 두 번 영화가 상영된다. 해질녁 동검도 갯벌의 노을 빛에 젖어 있노라면, 피아노 연주가 들리고, 영화 시작을 알린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 여성관객들이 많았던 날. 노년이지만 여전히 청춘인 두 자매의 로맨스를 그린 ‘라벤더의 여인들(영국,2004)’이 상영됐다. 누가봐도 관객들의 취향, 스타일을 고려한 영화다.
영화가 끝난 후,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는 사람, 잃었던 감성을 다시 찾은 느낌이라며 유 감독에게 감사를 전하는 사람, 다섯 번 봐도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답다는 사람 등 어느 대형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 목격됐다. 모두가 영화 주인공들처럼 소녀 감성으로 돌아간 청춘들의 모습이었다.
유 감독은 DRFA 365 예술극장은 35개 좌석의 소극장이지만, 최고의 사운드 시설을 설치했다고 했다. 영화를 최상의 컨티션으로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프로그래밍한다며. ‘영화’를 매개체로 공감할 수 있는 소통공간이 영화인으로써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제 이 공간은 더 이상 제가 주인이 아닙니다. 관객이 6000원을 내고 6000원의 가치를 함께 소유하고 있는 공유 공간이 됐습니다.”
개관 후 꾸준히 관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종교, 여성, 다문화가정 단체 등 관객층도 다양해졌다. 관객 다양화는 극장의 활용도 마저 바꿔놓았다고 한다. 심야영화제, 여성영화제, 이달의 감독전 등 유감독이 기획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관객 스스로 영화를 매개로 하는 힐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안한다. 극장 이상의 놀이터, 새로운 문화가 꽃피는 ‘아이디어 창조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시의 기업형 예술극장도 경영상 어려움으로 사라지는 이때, 문화 소외지인 섬에 있는 예술극장 관객수와 프로그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 꿈과 낭만이 흐르는 섬, 동검도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을 물었다. “동검도에 제2예술극장과 작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처럼 영화로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봉사하며 살고싶은 게 개인적인 비전입니다.”
이것은 유 감독만의 꿈은 아닐 게다. 요즘처럼 몇 백만이 들었는가가 우선시되는 시대. 극장을 나오면 제목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상업영화 홍수 속에서 우직하게 영화의 작품성과 순기능을 지키는 DRFA 365예술극장의 자원봉사자들, 후원자들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순수 관객 모두의 꿈일 것이다.
동검도에는 꿈이 흐른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영화는 물론 5000만평의 갯벌, 억새풀밭, 하와이안 코나 커피, 백만불짜리 산소를 선물 받는다. 잊혀질 예술영화를 살리고, 잃었던 청춘의 낭만이 되살아나 더욱 행복하다.
아름다운 영화의 섬 동검도로 좋은 사람들과 시네마기행을 떠나보자. 동검도 영화 인생, 조나단 유 감독이 당신의 영화여행의 매력적인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영화감독·시나리오 작가 조나단 유
MBC 문학상 수상
,
가 2년 연속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 수상
대종상
시나리오상 수상
◆김미숙/브라보 마이 라이프 객원기자-퍼스널 브랜딩 큐레이터
-미브랜딩(MeBranding) 대표
-브랜딩 컨설턴트, 강사, 카피라이터, 커리어 코치
-www.misukkim.com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어쩌면 그건 동물 본연이 가지고 있는 영역에 대한 욕구에서 출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차 한 잔을 마주하며 예술과 문화 감성을 즐기는 그들만의 공간인 ‘다락찻집’은 공간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곳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앤틱 가구, 시, 노래, 춤, 그림이 있는 다락찻집은 아는 사람만 가는 은밀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아지트이다. 한 번만 들러도 열성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는 다락찻집의 특별한 무언가를 확인해 본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bravo-mylife.co.kr 사진 이형용 MeBranding 이사
예술과 감성을 사랑하는 럭셔리 중년들의 시크릿 아지트, ‘다락찻집’은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에 위치해 있다. 청계산 옛골을 지나 있는 이 곳은 간판도 명확하지 않아 찾기가 어려운숨 겨진 장소다.
고급기생’ 의 격 있는 스킨십으로 예술과 감성이 무르익다
다락찻집의 마담 나무(Namu)가 직접 만든 문패가 걸린 문을 열고 들어 간 다락찻집 안에선 자연스럽게 예술적 아우리가 뿜어져 나왔다.
엔틱 가구와 피아노, 아기자기한 소품과 인테리어로 이뤄진 구성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치된 테이블, 시중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유럽의 명품 찻잔들, 작은 그림들이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함께 시끌벅적한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준다. 전직 앤틱 딜러기도 했던 마담이 직접 고른 앤틱 가구들은 즉석에서 판매되기도 한다고.
다락찻집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화제와 격이 있는 소통은 그동안 중년들이 그리워했던 부분을 건드려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파리의 살롱 문화에서처럼 문화를 즐기고 춤과 노래, 문학을 얘기하며 저마다 갖고 있는 색깔 있는 인생이야기에 흠뻑 취하는 분위기다.
매일 온다는 한 단골 고객은 “3040세대가 와도 세대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진정한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나만의 시크릿 장소로 아끼고 있는 곳”이라 말했다.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함께 단골 고객이 된 이들은 1달에 1번 정도로 일요일에 파티를 연다. 그날이 되면 멋지게 차려입고 다락찻집에 와 춤과 음악, 문학, 그림 등 자신들의 문화를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아한 예절과 세련된 취미들을 함께 발산하며 저마다의 매너, 감성, 지혜를 공유하는 것이다. TEA ART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불현듯 누군가가 가곡에 팝을 부르면 누군가는 왈츠&탱고를 추고 누군가는 거기에 무용을 얹는다. 그리고 멤버들은 박수 치며 노래와 춤 솜씨를 감상한다.
철학이 묻어나는 대화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는 한국적 ‘살롱’
다락찻집 마니아들의 구성원 면면은 화려하다.
시를 쓰는 60대 기업 회장, 탱고와 트위스트를 추는 70대 패션 디자이너, 모델 워킹을 가르치
고 본인 소장품을 무료 전시하는 갤러리 관장, 차 문화 보급을 위해 앞장서는 티 소믈리에&티 파티 플래너인 다도문화원 교수, 에어돔 친환경 농장을 운영하는 식물학 박사, 시계 박물관을 경영중인 치과 원장, 중년들의 다운에이징에 힘을 쏟는 성형외과 의사, 화장품회사 CEO, 감자와 옥수수를 무제한으로 공수해 오는 강원도 슈퍼리치 등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 품격은 어디에서 볼수 없는 휴먼 앤틱 자체였다.
힐링을 하러 찾아 온 예술가들과 법조인, 의학인, 기업인, 대학교수 등 다양한 고객이 자연스
럽게 한데 어울리는 자리인 것이다.
성형외과 의사 부인인 한 단골은 “철학이 묻어나는 대화를 하며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여기 멤버들과 예술적인 감성을 나누면 나를 찾는 여정 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파리의 귀부인이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고 웃었다. 또 갤러리를 운영하는 한 단골 귀부인은 “비싼 음식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해놓고 부자들만 간다고 해서 그곳이 럭셔리한 장소는 아니다. 중년이 되면 편안하고 나만이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취향이 거의 유사하여 서로 통하는 그것(?)이 많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정서를 느끼면서 성장할 수 있다. 이곳이 진정 상류층이 즐기는 아지트다”라고 말했다.
다락찻집의 가족을 만드는 ‘나무 마담’의 한국적 예술 사교가 무게중심
다락찻집은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곳이라 이런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당연히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다. 그러다 두 번째 방문이 이뤄지고 세 번째, 어느덧 익숙한 단골이 되고 하나가 되어 한 가족이 되어간다. 그 무게 중심에는 주인장인 나무 마담의 역할이 크다. 새로운 손님도 함께 어우러지도록 음식과 음악, 그리고 낭만과 예절을 꽃피우는 살롱 문화를 전파하는 나무 마담만의 리더십이 여기저기 돋보인다.
그녀에게선 한국적 예술 사교를 느낄 수 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생이 살찌워지는 느낌이었다. 라디오 PD인 나무 마담의 부군이 소장하고 있는 막대한 카테고리의 음악 CD를 효과적으로 틀어주는 게 소통의 방법 중 하나였다.
한국적 살롱문화가 깃든 ‘다락찻집’의 멋과 감성
“비 오는 날에 맞는 멋진 음악을 선사해주면 고객들은 감성이 통했다고 좋아하십니다. 음악부터 대화의 첫 출발지가 되면서 유유상종 모든 예술과 문화를 공유하는 마당이 되는 것 같아요.”
다락찻집은 술은 팔지 않고 차를 판다. 찻집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 외에도, 굳이 술이 필요 없이 예술만으로도 충분히 취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일까.
“차와 예술을 파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니까 옛날 기생과 다름없습디다. 하지만 좀 더 세련되고, 술을 팔지 않는 서비스를 하기에 ‘고급 기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단골들이 그리 불러주니 나쁘진 않아요.”
나무 마담은 평창에 ‘아무아(a moi)’라는 자작나무 숲 펜션을 오픈할 예정이다.
자유를 즐기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자신을 찾는 시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만 멤버로 만들어 진행할 생각이라고 한다.
다락찻집이 중년들의 사랑방을 토대로 새로운삶과 지혜를 창출하는 예술문화공간의 롤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소위 로얄 패밀리, 연봉 2억원 이상, 기업 오너, 자산가와 전문 경영인, 스포츠 스타와 문학인 들이 와서 쉬는 곳. 그러나 오로지 한 손님, 한 가족만을 위한 공간으로서 존재하는 곳. 강화에 위치한 담담각(淡淡閣)은 조용한 자신만의 프리미엄을 누리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20년 동안 준비된 공간이다. 그동안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알려져 왔던 담담각의 특별한 모습을 담백하게 담았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bravo-mylife.co.kr
사진 장세영 기자 photothink@etoday.co.kr
담담각(淡淡閣)의 도우미와 집사들이 바쁘다. 디테일한 취향에 따라 저녁 식사를 위해 더덕구이, 바비큐 숯과 그릴 장비를 준비하고 어디선가 테이블을 가져와 정원에 가지런히 셋팅한다. 바지런히 패 둔 장작을 가져와 벽난로를 피우니 거실이 금방 따뜻하게 데워진다. 손님들을 위해 호박죽, 전복죽으로 건강한 아침이 차려졌다. 게다가 직접 재배한 상추, 딸기, 고구마, 건강한 오골닭이 매일 낳는 담담각표 유정란을 삶아 강화순무김치와 함께 얌전히 차린 아침 테이블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정갈하고 예의 바르게 손님들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집사ㆍ 도우미들은 다른 어떤 숙소에서도 느껴 보기 힘든 한국식 명품 서비스를 보여줬다.
그들만을 위한 새로운 문화공간, 현대판 아방궁
한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들이 전통문화를 경험하고자 숙소로 임대하게 된 것을 계기로 일반에 문을 열게 됐다. 집 전체를 대여하는 조건으로 임대료는 하루 150만원 선. 회의룸과 리셉션 장소도로 적합한 영빈관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한 가족이나 한 팀에게 통째로 빌려준다.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이 재방문하기 때문에 굳이 홍보나 광고를 할 필요도 없었다. 현재도 10월까지 예약이 차 있는 상황이다.
“짬짬이 시간 내서 조금씩, 계속해서 만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담담각의 규모가 크다는데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한 저로서는 규모가 큰지 작은지도 잘 모르겠어요.”
3개의 정원과 2채의 한옥(본채, 행랑채), 3개의 침실과 욕실, 2개의 거실, 별도의 쉼채로 구성된 5000평 규모의 담담각은 완공까지 무려 20년이 걸렸다. 소유주인 지동훈 강화한옥문화연구소 소장이 긴 시간만큼이나 공을 들인 건 소수의 그들만을 위한 완벽한 휴식처로서의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걸 증명하듯 내부 곳곳에서는 진품 골동품과 미술품이 놓여 있어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격조 높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덕망있는 분들은 가족 여행을 이곳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어른들은 한옥이 정서에 맞는 편이지만 아이들은 불편해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좋아하고 즐거워 하더군요.”
지 소장은 “불면증인 분들도 여기 와서는 잠도 푹 주무시고 하루 머물다 가면 생명이 연장된다는 생각이 든다고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실 때 가장 보람이 있다”며 웃는다.
VVIP만을 위한 완벽한 휴식처를 만들다
한옥의 공간이라 빛과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볕 몇 조각이 어우러지는 방마다 그의 수집 작품에 터를 잡는다. 저마다 삶과 체취를 품은 작품들은 독특한 예술적 분위기를 뿜어낸다. 왠지 모를 행복감이 밀려온다. 특별한 프라이빗 공간을 나름 재해석하고 연출함으로써 담담각은 럭셔리하게 정취가 물씬 익어가고 있다.
5000평 집 전체를 감싸고 있는 돌담은 지 소장의 수집 인생의 대표 작품이다. 강화도 자연석으로 돌담을 쌓고 한옥 바깥은 원형을 유지하면서 내부는 현대인이 생활할 때 불편하지 않게 재배치했다, 새 둥지도 지방에 내려가서 입수하는 등 꼭두 소품 하나 하나 애정을 갖고 배치하고 천천히 뜯어 고친 결과 우물이 있던 마당이 부엌으로, 거실로 바뀌며 집이 커졌다.
각 방과 거실, 주방 곳곳에 좋은 컬렉터와 좋은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는 지 소장은 추억과 취향을 작품 하나 하나에 깃들게 하고 싶어했다.
계단의 장대석은 서울 상왕십리 공사 현장에서 가져왔다. 연개소문 생가에 가서 소나무를 어렵게 모셔와 정원에 심었다. 고재상을 거치지 않고 20년간 직접 발품 팔며 사 모으니 이제 전국에서 고귀한 물건들이 있다 싶으면 지 소장에게 먼저 연락이 온다.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산하 유럽·코리아재단의 이사장으로도 있는 지 소장은 “월급 타서 아파트·상가 같은데 투자하지 않고 한옥 가꾸는 일에 돈을 쓰니까 사람들은 저 보고 미쳤다며, 시간이며 노동력까지 버리느냐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다”고 말했다.
1인용 침대와 쇼파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북유럽풍 스타일 가구와 뱅앤올룹슨 오디오를 설치한 쉼채는 원래 경기도 용인에 있는 조그만 절의 본당이었다. 도시개발로 철거될 절을 옮겨놓은 것. 지 소장이 담담각에 쏟는 스케일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빈관 앞 입구 마당도 현재는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조만간 박물관을 꾸밀 생각이다. 또한 이미 논밭을 일구고 있는 담담각 마을 입구 터에도 조만간 카페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여행길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문화유산은 왕릉이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깊은 감흥을 느끼기도 하고 지루함의 원천이기도 한 왕릉은 대부분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에 위치,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이 된다.
조선왕릉은 500년 넘게 지속된 왕조의 왕과 왕비가 묻힌 무덤이다. 따라서 왕릉만 둘러봐도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변천 과정을 파악할 수 있어 현장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부터 마지막 황제 순종의 유릉까지 총 42기 중 북한 개성에 위치한 2기를 제외한 40기(서울 8기·경기 31기·강원 1기)의 왕릉이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중 태릉과 강릉(서울 노원구)은 중종의 계비인 문정왕후, 그의 아들인 명종과 인순왕후의 능묘다. 태릉은 국가대표 선수촌이 들어서면서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 왕릉보다 선수촌이 더 유명해졌다. 그러나 선수촌 개발은 왕릉 훼손의 원인이 됐다. 특히 하나로 이어졌던 태릉과 강릉이 완전히 분리됐다. 강릉은 그동안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1월 1일부터 경기 남양주 사릉(思陵)과 함께 개방됐다. 사릉은 단종의 비 정순왕후의 능으로 다른 능에 비해 단출한 것이 특징이다.
동구릉(경기 구리)은 경복궁의 동쪽에 아홉 개의 능이 모여 있다 해서 동구릉이라 이름 붙여졌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 왕릉군으로 조선을 개국한 태조의 건원릉을 비롯해 현릉, 목릉, 숭릉, 원릉, 수릉, 경릉, 휘릉, 혜릉이 함께 자리한다.
영녕릉(경기 여주)은 세종 영릉과 효종 영릉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세종 영릉은 조선왕릉 최초의 합장 능으로 소헌왕후와 함께 합장돼 있다. 효종 영릉은 인선왕후와 함께 있는 쌍릉이다.
서오릉(경기 고양)은 서쪽에 다섯 개의 능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추존왕 덕종 경릉과 예종 창릉, 숙종 명릉, 익릉, 홍릉을 비롯해 순창원 등 2원 1묘가 있어 동구릉 다음으로 큰 왕릉군이다.
파주삼릉(경기 파주)은 세자빈으로 세상을 떠난 장순왕후의 공릉과 성종의 비 공혜왕후의 순릉 그리고 영조의 장남인 추존왕 진종과 그의 비 효순왕후의 능이다. 서삼릉(경기 고양)은 서쪽에 있는 세 개의 능으로 희릉, 효릉, 예릉이 자리하고 있다.
장릉(경기 김포)은 인조의 아버지 추존 원종과 비 인헌왕후를 모신 쌍릉으로 대원군의 묘제를 따라 봉분은 병풍석과 난간석 없이 호석(무덤의 외부를 보호하기 위해 돌을 이용해 만든 시설물)만 두르고 있다.
조선왕릉은 대부분 1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지불한다. 주차비를 별도로 징수하는 곳도 있다. 일부 왕릉은 시간을 정해 왕릉에 대한 문화해설을 진행하고 있어 사전정보 파악 후 입장하면 보다 기억에 남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우린 행복할 거고. 같이해 줄래요? 쭉 이렇게.”
지난 3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 15회의 한 장면이다. 이날 방송에서 이우영(박유환 분)은 정희재(윤승아 분)와 함께 펜션여행을 떠나 이같이 프러포즈했고, 정식 연인이 됐다.
요즘 펜션여행이 대세다. 남녀노소, 세대를 아우르는 사계절 추천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자연에 자율이라는 요소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무대로 내 맘대로 추억을 스케치할 수 있지만 야영이나 비박처럼 수고스러움은 없다. 이제 펜션은 누구나 선호하는 여행지가 됐다. 최근에는 각종 스파와 브런치, 프러포즈 이벤트, 바비큐 메뉴 등을 갖춘 낭만적 분위기의 펜션이 늘면서 단순 잠자리에서 벗어나 펜션 자체가 훌륭한 여행지가 됐다.
시작하는 연인이라면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의 프러포즈 장면을 꿈꾼다. 가족은 새삼 가족애를 느끼는 계기가 된다. 또 동아리나 직장 동료 간 펜션여행은 팀워크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펜션 하면 로맨틱한 단어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통나무·모닥불·바비큐파티 등이다. 통나무집에 모여 앉아 준비한 음식을 함께 해 먹으며 숨겨뒀던 요리 솜씨를 발휘하기도 하고, 장기자랑이나 게임을 통해 끼를 발산하기도 한다. 의외로 섬세하고 꼼꼼한 동료의 모습이 듬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국내에는 특색 있는 펜션이 많다. 아름다운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비치펜션을 비롯해 자연휴양림 안에 조용히 자리한 펜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젊은 남녀의 눈길을 사로잡는 펜션, 고급 빌라가 부럽지 않은 럭셔리 펜션, 각종 스파를 만끽할 수 있는 스파 펜션 등 다양하다.
그러나 펜션 선택에 앞서 확인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취향과 목적에 맞는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족, 친구, 연인, 직장동료 등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펜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또 각종 단체를 통해 떠나는 여행이라도 수련회, MT, 세미나, 워크숍 등 다양한 목적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여행 목적에 부합한 시설을 갖췄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숙박 시설과 바비큐 파티도 합리적 가격에 제공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계절에 상관없이 주변 즐길거리가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펜션여행이라고 해서 펜션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면 지루하기 때문이다. 일부 펜션은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각종 할인권을 제공하는 등 패키지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100% 충족시키는 펜션은 없다. 완벽에 가까운 시설(환경)을 갖췄다 해도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결국 이 같은 기준에 최대한 부합하는 펜션을 선택하는 것이 후회 없는 펜션여행의 비결이다.
목적지를 결정했다면 예약에 신경 써야 한다. 일단 펜션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무턱대로 예약하는 것은 바람직한 습관이 아니다. 우선 계약 시 환급 규정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펜션은 휴가철 등 성수기에 예약이 집중된다. 성수기에는 학교 MT 등 단체 숙박 예약이 많은 만큼 숙박 예정일에 임박해 계약을 해지하면 사업자는 기회비용을 이유로 환급을 거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해당 펜션 홈페이지에 환급 규정을 게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 시 환급 내용을 미리 확인해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규정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해 두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를 통해 시설물 등을 미리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다. 홈페이지에 안내된 시설 등을 꼼꼼하게 살피고, 홈페이지 광고 외에 숙박 경험자들의 후기도 검색해 보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불만사항이 많거나, 아예 없거나 또는 관리가 안 되는 곳은 피해야 한다.
입금은 소재지를 정확하게 확인한 후 해야 한다. 펜션과 관련된 소비자피해 유형 중 유령 사업자도 있기 때문이다. 계약금만 받고 잠적하는 경우다. 펜션은 농어촌정비법 제86조(농어촌민박사업자의 신고)에 따라 시·군·구에 신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해당 펜션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