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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철의 야생화] 남도의 가을을 단풍보다 더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
- 열흘간의 황금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0월입니다. 연휴와 함께 계절도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면서, 산과 들을 울긋불긋 물들이는 단풍을 찾아 강원도로, 설악산으로, 높은 산으로 너나없이 줄지어 떠나는 광경이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그 와중에 비할 데 없이 붉게 타오르는 가을을 만나려면 남도로 가야 한다고 길을 잡는 이들이 있습니다. 단풍보다 붉게 타오르는 진홍의 축제를 보려면 남으로, 남으로 가야 한다고 속삭이는 이들이 따로 있습니다. 꽃무릇을 만나려는 이들입니다. 고창 선운사 등 남도의 절집 마당에 펼쳐진 수천, 수만 평의 꽃무릇 군락이 선홍으로 붉게 물드는 그 장관을 놓칠 수 없다며, 강원도 단풍을 제쳐놓고 남도행을 고집합니다. 비늘줄기가 돌 틈에서 자라는 마늘을 닮았다고 해서 석산(石蒜)이란 국명을 얻은 꽃무릇은 상사화나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 제주상사화, 백양꽃과 마찬가지로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즉 잎과 꽃이 나는 시기가 달라 서로를 애타게 그린다는 국내 상사화속 7개 식물의 하나입니다. 다만 다른 상사화들이 대개 6월에서 8월 사이 노란색 또는 연분홍색의 꽃을 피우고 일찍 지는 데 반해, 꽃무릇은 9월 초순쯤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해 중순부터 진홍색 꽃을 피우다가 추석 즈음에 절정을 이룹니다. 그리고 꽃이 시들면 그때부터 잎이 새로 돋기 시작해 겨울을 나고 이듬해 초여름이 되면 사그라듭니다.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만/이 무렵// 그래선 안 된다고/그러면 안 된다고// 안간힘으로 제 몸 활활 태워/세상, 끝내 살게 하는// 무릇, 꽃은 이래야 한다는/무릇, 시는 이래야 한다는// ―오인태 시인의 ‘꽃무릇’ 석산보다 꽃무릇이란 우리말 별칭이 더 친숙한 꽃. 그 또한 본래는 야생화였겠지만, 지금 우리가 흔히 만나는 것은 선운사 등 유서 깊은 사찰에서 일부러 가꾼 조경용, 원예종입니다. 불교와 함께 중국에서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꽃무릇이 남도 지역의 사찰에 널리 번진 것은 알뿌리에 방부제 효능이 있어 경전을 묶거나 단청이나 탱화를 그릴 때 즙을 내 풀에 섞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는다고 해서 예로부터 일부러 심어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늘줄기로 풀을 쑤면 경전을 단단하게 엮을 수 있다고 해서 사찰에서 상사화를 많이 심어온 것과 같은 이치로 보입니다. Where is it? 고창 선운사와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가 예로부터 대규모로 꽃이 피는 3대 꽃무릇 군락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숲’으로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된 경남 함양의 상림공원도 길이 1.6km 물길을 따라 꽃무릇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운치 있게 피어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서울 시내 사찰들도 경내에 꽃무릇을 대거 심고 있는데, 강남의 봉은사와 강북의 길상사가 볼 만하다. 충남 보령의 성주산 자연휴양림도 꽃무릇 수십만 송이가 진홍색 꽃을 피워 많은 이들이 찾는다.
- 2017-10-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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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실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 회장, 도산의 삶과 함께 살다
-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꿈에라도 거짓말을 했거든 깨어나서 반성하라’고 말한 도산 안창호는 그 모든 위업을 아우를 수 있기에 진실이 화두인 요즈음,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태산처럼 서 있는 거목이다. 대학 시절 처음 도산의 존재를 접한 후 평생 동안 그를 사숙했다. 일과 삶 모두에 도산의 정신을 새기기 위해 산 김재실(金在實)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 회장은 지금 시대야말로 도산의 신념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광복 72주년을 맞이한 올해 72세인 그가 평생을 바칠 정도였던, 도산에게서 발견한 거대한 화두란 무엇일까? 우리나라 역사에서 도산 안창호는 유독 커다란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그는 1878년에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한학을 공부한 후 언더우드 학당에서 수학했다. 그야말로 조선 말기의 혼돈과 신문물의 합리주의를 동시에 겪으면서 자라난 세대였다. 그는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 참여하여 탁월한 연설을 통해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일찌감치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활동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지적이고 신중한 조직가였던 도산 안창호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안창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립협회를 창립하여 재미동포들이 민족의식을 자각하는 데 일조했으며 일제가 나라를 빼앗으려 하자 바로 귀국하여 신민회를 조직, 대성학교와 태극서관을 설립해 민족운동을 펼쳐나갔다. 안창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무력으로 세상을 바꾸려 했다기보다는 지적인 조직가로서 신중한 행보를 거듭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신중함은 머뭇거림이 아니다. 그가 그 누구보다도 확고한 민족의식과 미래에 대한 굳은 의지를 바탕으로 이뤄진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었음은 일제강점기 동안 세계 이곳저곳을 오가며 벌인 그의 행적을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를 통해 오늘날에도 표표히 흐르고 있다. “참배나무에는 참배가 돌배나무에는 돌배가 열린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망명하여 1913년에 흥사단을 창립했어요. 흥사단은 민족운동에 매진할 인재를 모으고 양성하기 위해 조직됐죠. 흥사단 일을 하느라 대학교를 휴학했던 게 기억나네요. 그때는 도산 선생의 이념을 어떻게 실천하느냐, 흥사단을 어떻게 전파하느냐만 생각하며 살았죠.” 김재실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 회장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오롯이 도산에게 바친 것으로도 모자라 그 후 기업 경영을 하면서도 5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도산의 정신을 실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는 충남 천안이 고향이며 병천중학교를 거쳐 서울대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산 안창호와 만나게 된다. “1963년 대학 1학년 때였습니다. 도산 서거 25주년 추모식장에 걸린 ‘참배나무에는 참배가 돌배나무에는 돌배가 열린다’는 글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죠. 이를 계기로 흥사단 대학생 아카데미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흥사단은 유력한 사회인사들이 청년 시절 거치는 대표적인 모임이기도 했다. 전남도지사를 지낸 박준영, 순천향대학교 부총장을 지낸 이윤배, 교육부장관을 지낸 황우여가 그 면면이다. 흥사단에 바친 청춘 흥사단 활동은 김 회장의 젊은 시절 꿈이 신문기자가 되게 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흥사단에서 라는 잡지가 나와요. 왜 인가 하면 도산 선생의 말씀 중에 ‘기러기는 항상 줄을 맞춰 다닌다’는 말에서 따온 거예요. 그래서 흥사단의 상징이 기러기이기도 하죠. 이걸 제가 3년 동안 편집하고 책을 냈어요. 그래서 언론계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동생 여섯을 책임지는 가장이 됐기 때문이다. 가장이 되자 그는 생활인으로서 충실한 선택을 했다. 한국산업은행에 입사한 그는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00년부터는 산은캐피탈 사장으로 활동했다. “산은캐피탈 CEO가 된 뒤 180여 명의 직원들을 책임져야 했죠. 그 고민이 매우 컸습니다. 굉장히 열심히 일했어요. 그 와중에도 도산 선생의 정신을 경영에 도입하고자 노력했죠.” 도산의 삶에서 배운 교육자의 삶 산은을 나온 김 회장은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상임고문과 대통령 자문 동북아경제추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며 잠시 동안 공직에서의 모험을 하고, 다시 기업계로 돌아왔다. 대아건설 감사와 경남기업 관리총괄 사장, 성신양회 대표이사 사장, 태강코퍼레이션 고문을 거쳐 현재는 동양시멘트(삼표시멘트) 상임감사로 있다. 다양한 조직의 요직을 거치면서도, 그는 도산이라는 자신의 롤모델을 놓치지 않았다. 숭실대와 성균관대, 성신여대에서 ‘경제통계학’, ‘경제수학’, ‘경영정책’ 등을 강의하고 대학 재학 중 도시 빈민 미취학 아동을 위해 청영고등공민학교(야학)를 설립·운영했으며, 흥사단 이외 ‘나라발전연구회’ 총무를 맡는 등 교육이라는 도산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자신의 삶에 심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흥사단은 나이 제한이 없어요. 흥사단 후배들을 제가 많이 만났죠. 대학생활 아카데미 회장, 고등학생 아카데미 지도교사도 했으니. 그때 가르친 고등학생들이 지금 칠십이 다 됐어요(웃음).” 도산 사상의 중심은 ‘진실’ 그렇다면 도산 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도산 사상의 중심은 진실입니다. 그는 나라가 망한 것도 이완용 때문이 아니라 거짓 때문이라고 하실 정도였죠.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야 한다’,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말아라. 꿈에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통회하라’고 했습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도층이 진실하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다른 문제는 아무것도 없어요. 지도층이 거짓말을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도산은 진실을 위해서라면 자신에게 다가온 커다란 유혹도 매몰차게 거절하는 이였다. “1907년에 이토 히로부미가 도산을 중심으로 청년내각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때 도산이 그 제안을 거절했죠. 그리고 상해 임시정부는 도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봐야 해요. 상해 임시정부는 1919년 4월에 설립됐는데 도산이 5월 25일에 미국에서 상해로 와서 임시정부 내무총장 겸 국무총리 서리로 취임해 독립운동에 매진했죠. 또 미국과 상해를 오가며 대독립당 결성 운동을 전개하고 임시정부 경제후원회를 조직했어요. 당시 미국에 있는 교포들이 돈을 모아서 상해에 지원금을 보낸 것도 도산의 공이라 할 수 있죠.” ‘도산의 희망편지’로 청년들에게 희망을 김 회장은 도산을 가리켜 ‘사람을 만드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산 선생이 다른 독립운동가와 다른 것은 그가 인격 훈련을 중시한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도산 선생은 항상 교육을 강조했고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래서 다른 어떤 독립운동가들보다도 더 우리가 생활 속에서 닮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남게 됐죠.” 그는 도산의 사상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근거를 도산의 말들에서 찾는다. “도산 선생은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힘이란 신용의 힘, 그리고 지식의 자본, 마지막으로 금전 자본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실을 통한 관계를 중요시했고, 한 사람이 한 가지 이상의 기술을 갖게끔 공부를 하라고 했으며 돈을 벌어서 저축하여 돈의 힘을 가지라고 말씀하셨죠. 이건 현재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는 얘기입니다.” 김 회장은 도산이 말한 ‘힘’을 믿고 ‘도산의 희망편지’ 보내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SNS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일이죠. 2016년 3월 10일 선생 서거 78주년이 되는 날부터 시작한 일입니다. 요즘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에게 도산의 말씀 중 한 구절씩을 선정해 매주 목요일에 이메일로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대략 2만여 명에게 보내고 있고, 받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라도 연락하면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는 대로 그 글귀들을 모아서 책자로 발간할 계획입니다.” 여생은 도산 안창호 기념사업에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1973년, 사업회는 도산의 묘소를 서울 망우리 산꼭대기에서 도산공원으로 이장했다. 1998년에는 도산기념관 건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해마다 3월 10일이 되면 도산의 추모식을 거행한다. “1937년 수양동우회(修養同友會) 사건 때 도산 선생은 일제에 붙잡혀 취조를 받게 됐어요. 그 사건에 도산의 제자 60여 명이 잡혔기 때문이죠. 고문을 당하면서도 도산은 초인간적인 면모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12월에 병보석을 나와서 다음 해 3월 10일에 사망하시고 말았죠.” 또한 도산학회를 조직해 도산 사상에 대한 논문집도 내고 있고, 연설문이나 서신 등도 책자로 발간했다. 청소년들 대상으로는 도산 정신을 2세들에게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는데 매년 2000명이 넘게 참여한다고 한다. 글짓기 공모도 매년 실시하여 도산의 탄신일인 11월 3일에 시상식을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국제학술대회도 열고 있다. 그야말로 도산 안창호와 관련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멈추지 않고 살아야 멋지게 나이 든다 사업회가 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은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김 회장의 정의와 묘하게 부합되는 면이 있다. 어쩌면 그 많은 사업들을 추진하는 에너지가 바로 거기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김 회장이 말하는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이란 바로 ‘뭔가를 쉬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멈추면 안 되죠. 생각으로 하든 몸으로 하든, 쉬지 말아야 멋지게 나이 드는 겁니다.” 그가 말하는 멋지게 나이 드는 또 하나의 방법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다. “도산은 사람을 좋아했어요. 그는 사람을 만나면 성의를 갖고 만나는 사람이었죠. 그렇게 나이 들어서도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는 데 돈이 많이 든다고 안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돈이 많이 드는 걸 피하려면 공동체에 속하는 게 좋습니다.” 점점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시니어에게 커뮤니티는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사람 대하는 법을 간략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요즘은 이메일도 있고 전화도 있고 문자도 있잖아요. 그런 도구들로 관심을 가져주고 표현하다 보면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있는 거죠.” 도산 정신이 뿌리 내리도록 전파 “도산 선생은 정말 성실하고 매사를 철저히 챙기면서도 크게 생각하신 분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런 도산의 생활 태도를 닮아보려고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정의하면서 김 회장은 다시 한 번 도산을 불러왔다. 사람을 키우는 일을 그 무엇보다도 중시했던 도산의 마음은 김 회장을 통해서 그대로 실천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김 회장의 대답은 단호하면서도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 자체를 응축하고 있었다. “날 기억할 게 뭐가 있어요? 저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묵묵하게 도산 사상 전파 운동을 할 것입니다.” 김재실 회장은 “1947년 사업회 출범 이래 신익희 선생이나 강영훈 전 국무총리처럼 사회적 지위와 덕망이 높으신 분들이 이끌어왔는데 부족한 제가 회장이 돼 송구스럽고, 두려움이 앞선다”고 밝혔다.
- 2017-09-1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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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추천 전시, 도서, 영화, 공연
- ◇ exhibition 무민원화전: Moomin Original Artworks 일정 9월 2일~11월 26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핀란드 화가 토베 얀손(Tove Jansson, 1914~2001)의 손에서 탄생한 ‘무민(Moomin)’의 70여 년 연대기가 펼쳐진다. 무민은 1945년 얀손이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라는 소설을 시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전 세계 대중에게 알려졌다.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와 더불어 저작권자(얀손의 조카 소피아 얀손)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과 오브제까지 총 3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무민캐릭터스, 핀란드 탐페레무민박물관, 헬싱키시립미술관, 헬싱키연극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던 주요 작품들이 이번 국내 첫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무민 라이브러리, 무민 상영관 등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참여 공간도 함께 마련된다. The Selby House:#즐거운 나의 집 일정 10월 29일까지 장소 대림미술관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하는 아티스트 토드 셀비(Todd Selby, 1977~)의 작품 400여 점을 총망라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 사진들뿐만 아니라, 일상 소재에 위트를 더한 일러스트레이션, 영상, 그리고 새롭게 창작한 대형 설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입구부터 시작해 전시장 내부, 정원, 카페까지 미술관 전체가 즐거움으로 가득한 ‘셀비의 집(Selby’s House)’으로 꾸며졌다. 유명인들의 사적 공간을 담은 사진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가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거실, 침실, 작업실을 재구성한 ‘셀비의 방’과, 그의 유년기 시절 꿈과 기억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셀비의 정글’은 관객이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 book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재닛 웨어 저·인물과 사상사 간호사로서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 데 헌신해온 저자가 임종 환자를 지켜보며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삶의 마지막 순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을 기록했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은 탄생 못지않은 기적임을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 유홍준 저·창비 1993년부터 시작한 답사기가 남도, 제주, 북한, 일본 등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의 문화유산과 역사, 인간사 등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종묘와 더불어 창덕궁, 창경궁 구석구석을 살피며 조선시대 건축의 아름다움과 삶의 애환 등을 담았다. ◇ movie 안녕 히어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로, 오늘날의 노동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품을 연출한 한영희 감독은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이에 대한 다양한 화두가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현실은 나아지지 못한 실정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노동과 해고의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그는 영화의 영문 제목을 ‘굿바이 마이 히어로(Goodbye My Hero)’라고 지으며 “세상의 영웅(노동자)들이 더는 짓밟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봉 9월 7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한영희 출연 소년 현우, 아빠 정운 치어댄스 일본 최고의 고교 치어 댄스팀 ‘제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팀의 탄생부터 이후 3년간의 도전기를 담았다. 인생에서 가장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고교 시절을 그린 성장 스토리로 중장년에게는 추억을, 청춘들에겐 용기를 북돋워준다. 한국에서는 로 잘 알려진 히로세 스즈가 몸치 소녀 ‘히카리’ 역을 맡았다. 또 로 익숙한 아마미 유키가 호랑이 선생님 ‘사오토메’ 분을 연기하며 훈훈한 사제지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출연 배우들이 완벽한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반년 동안 특훈과 합숙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며 영화 속 치어리딩 장면이 기대를 모은다. 개봉 9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가와이 하야토 출연 히로세 스즈, 토미타 미우, 아마미 유키 등 ◇ stage 쿵짝 지난해 초연에서 전 회차 매진 기록을 달성했던 뮤지컬 이 1년 만에 재연을 확정지었다. 주요섭 작가의 단편소설 의 옥희를 주인공으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와 삶의 의미에 대해 재조명한다. 장소 동숭아트센터 일정 9월 30일까지 연출 우상욱 출연 윤여진, 권태진, 조현식 등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신념을 지키려는 선생님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 사이의 대립을 그렸다.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 잘 짜인 논리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일정 9월 8일~10월 15일 연출 이재준 출연 우미화, 박정복 등 틱틱붐 배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성기윤을 비롯해 의 원년 멤버들이 뭉쳤다. 의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작품을 향한 예술혼을 불태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소 대학로 TOM 일정 8월 29일~10월 15일 연출 박지혜 출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 등 서편제 소리꾼의 길을 찾아나서는 아버지 유봉과 그의 딸 송화, 의붓 남동생 동호의 50년을 넘나드는 소리 인생을 그린다. 판소리 가락과 함께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이 제작한 서정적인 록, 발라드 등이 독특한 앙상블을 이룬다.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일정 8월 30일~11월 5일 연출 이지나 출연 이자람, 차지연 등
- 2017-09-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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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자는 왜 백자가 되는 꿈을 꾸었을까?
- 울란바토르 남쪽 톨 강 자이슨 지역의 복두한산에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전형적인 동양 문양의 작은 구름 몇 조각이 떠 있다. 그리고 며칠 전 몽골의 바이칼–홉스굴 호수가 보고 싶다는 손님들과 30시간 여 오가는 길 내내 다양한 구름과 비를 만났다. 다시 말해도 몽골의 하늘은 보면 볼수록, 거기 떠 있는 구름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 멋과 풍이 깊어진다. 지금 차창 너머로 보이는 구름도 한눈에 담지 못할 정도로 웅장하며, 그 깊이 또한 여러 층이다. 색과 채도마저 없는 무채색의 농담만으로도 저토록 다양한 깊이를 보일 만큼 듬직하고 깊숙하다. 새벽 해뜨기 전 울란바토르를 출발, 구불렁 고불랑 울퉁불퉁 홉스굴에 닿으니 밤이다. 배정된 게르에 짐을 풀고 동이 트는 아침을 맞았다. 밤에 가늠되지 않던 호수가 하늘 아래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잘못 보았을까? 호수가 아니다. 하늘이다. 위와 아래로 막연히 갈라진 두 하늘이 하나다. 차이가 있다면 아래 하늘빛이 더 짙고 깊다. 그 두 하늘이 한동안 갈리며 열리더니 위아래의 경계가 흐려지듯 서서히 한 덩이가 된다. 게르에 누워도 천장이 하늘이고, 문을 열어도 하늘이다. 경상남도 크기라는 홉스굴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피부로 느껴진다. 호숫가에 닿으니 온통 하늘이고 구름이니 어찌 하늘과 구름의 에스프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하늘과 구름에 빠지지 않으리오? 특별히, 보이는 아름다움으로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사진가라면…. 하늘 넓은 몽골에 산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구름 따라 흐르는 의식을 감당하기 어렵다. 차라리 나도 흐른다. 몽골국제대학교에서 사진 강의를 하면서 구름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몽골에 오기 전에도 내 사진 강의 목록에는 ‘구름은 언제나 완벽한 균형’, ‘구름은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추상과 구름’, 그리고 ‘보들레르의 이방인’이 있었다. 내게 사진을 배운 아내는 미국에서 구름 사진만으로 개인전을 했다. 요즘 우리 부부의 몽골 생활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 창조주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위해 숨겨놓은 여러 장치 중 구름이 단연 최고다. 특별히 아름다움을 찾는 일을 제일로 하는 사람 예술가, 그중에서도 시각 예술가를 위한 최고의 교재는 구름이다. 아름다움에 빠져 아름다움을 탐닉했다는 보들레르는 자기의 부모나 친구… 세상 모든 것들과 비교하며 그의 시 ‘이방인(L′étranger)’에서 노래한다. … 그래? 그럼 어디에 네 마음이 있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저 구름들이야 저 아름다운 구름을 흘러가는 저기 저 구름들을! 풍요로운 뭉게구름, 작은 구름덩이 보래구름, 빛이 닿아 투명해진 구름과 마구 색을 섞어버린 불꽃구름, 한 조각의 떠도는 구름, 쫓고 쫓기는 큰 짐승과 같은 구름, 숨 가쁘게 달려가 자취를 남기지 않는 구름, 밤하늘의 구름, 그림자 같은 구름…. 꿈결 같은 청자구름 문양이 휘영청 달항아리 아우라로 떴다. 함철훈(咸喆勳) 사진가·몽골국제대학교 교수 1995년 민사협 초청 ‘손1’ 전시를 시작으로,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 2012년 이탈리아 밀란시와 총영사관 주최로 전을 FORMA에서 개최. 2006년 인터액션대회(NGO의 유엔총회)서 대상 수상. 저서로 , 등이 있다.
- 2017-08-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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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속삭임이 들리는 자연 쉼터를 찾아서
-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 쾨쾨한 매연, 고막을 괴롭히는 소음…. 공해로 얼룩진 도시의 묵은 때를 자연의 민낯처럼 깨끗이 씻어내고 싶다. 일상의 번잡함일랑 잠시 내려두고 너른 자연의 품 안에 뛰어들어보자. 갑자기 떠날 곳이 막막하다면,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국립자연휴양림’을 이용해보는 것 어떨까? ◇ 수도권 아쉽게도 서울에는 국립자연휴양림이 없지만, 도심에서 가까운 경기도에는 5곳이 있다. 그중에서도 ‘산음자연휴양림’은 3km 거리의 ‘치유의 숲길’, 산림치유프로그램, 건강증진센터 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산림치유지도사가 진행하는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양주시에 위치한 ‘아세안자연휴양림’은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0개국의 전통가옥과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유명산자연휴양림’은 우리 꽃 자생식물원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유익하다. -산음자연휴양림(양평군) 산림치유지도사 상주 -아세안자연휴양림(양주시) 이국적인 객실 외관 -운악산자연휴양림(포천시) 가마터 향토유적지 인근 -유명산자연휴양림(가평군) 우리 꽃 자생식물원 보유 -중미산자연휴양림(양평군) 산림레포츠 오리엔티어링 ◇ 경상도 한려해상국립공원 북단에 위치한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 좋다. 아울러 전남 여수와 경남 남해 앞바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통고산자연휴양림’은 불영사 계곡, 덕구온천, 백암온천, 동해안 해수욕장 등과 연계한 관광 코스로 이른바 3욕(금강소나무숲 삼림욕, 해수욕, 온천욕)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더불어 관동 8경 중 하나인 월송정과 명사십리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망양정도 가까워 즐길거리, 볼거리가 풍성하다. -검마산자연휴양림(영양군) 책 4000여 권의 숲속도서관 운영 -남해편백자연휴양림(남해군) 편백나무숲 산림욕, 나비더테마파크 -대야산자연휴양림(문경시) 문경 8경 중심부, 천연염색체험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울주군) 통행차량이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 -운문산자연휴양림(청도군) 야생식물관찰원, 농경시대 귀틀집 -지리산자연휴양림(함양군) 토요 숲속야학, 한지체험관 운영 -청옥산자연휴양림(봉화군) 그린스쿨, 자연학습 체험 교육 -칠보산자연휴양림(영덕군) 금강송숲 탐방, 숲속 작은 음악회 -통고산자연휴양림(울진군) 3욕(삼림욕·해수욕·온천욕) 체험 ◇ 충청도 충남 서부의 최고 명산으로 불리는 오서산 자락에 있는 ‘오서산자연휴양림’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양관과 물놀이장, 야영장, 숲속교실 등을 고루 갖췄다. 휴양림에 자생하는 대나무 숲을 거닐며 숲 해설은 물론, 활쏘기 투호 등 놀이체험과 목공예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은 산 전체가 해송(海松)으로 뒤덮인 희리산의 푸름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휴양림 수종의 95%가량을 차지하는 해송에서 피톤치드와 테르핀 성분이 다량 분비돼 삼림욕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상당산성자연휴양림(청주시) 유아, 학생 대상 산림교육 프로그램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보은군) 휴양림 내 토속 식용·약용식물 자생 -오서산자연휴양림(보령시) 어린이물놀이장, 대나무숲 체험장 -용현자연휴양림(서산시) 백제 후기 문화유산·유적지 인근 -황정산자연휴양림(단양군) 황정산 암벽지대 소나무 군락 경치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서천군) 해송 삼림욕, 솔방울 공예 체험 ◇ 전라도 ‘방장산자연휴양림’ 내 ‘에코어드벤처’에서는 숲속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면서 자연을 감상하는 친환경 레포츠 ‘집라인(zipline)’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편백나무를 이용한 비누, 문패, 액자 만들기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곳이다. 낙안읍성민속마을 2km 지점에 자리한 ‘낙안민속자연휴양림’, 덕유산국립공원, 무주리조트 등과 가까운 ‘덕유산자연휴양림’,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위치한 ‘변산자연휴양림’ 등은 주변 관광지, 휴양지와의 접근이 편리하다. -낙안민속자연휴양림(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 주변 경관 -덕유산자연휴양림(무주군) 야생식물관찰원, 반딧불이 관찰 -방장산자연휴양림(장성군) 에코어드벤처 친환경 레포츠 -변산자연휴양림(부안군) 모항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 인근 -운장산자연휴양림(진안군) 휴양림 내 7km의 갈거계곡 -진도자연휴양림(진도군) 2017년 개장, 남도소리체험관 -천관산자연휴양림(장흥군) 휴양림 진입로에 동백·비자나무숲 -회문산자연휴양림(순창군) 유아·청소년 대상 ‘열려라곤충나라’ ◇ 강원도 1989년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휴양림 ‘대관령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대관령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휴양림 내 50~200년생 아름드리 소나무 숲 중 일부는 1920년대 인공으로 소나무 씨를 뿌려 조성해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다양한 목공예 프로그램을 즐기고 싶다면 ‘백운산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휴양림 내 ‘숲속공예교실’은 2013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로부터 지속가능한 발전교육(ISD) 공식프로젝트로 인정받았다. 또한 대한걷기연맹에서 지정한 ‘제1호 건강숲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리왕산자연휴양림(정선군) 정선오일장(아리랑시장) 인근 -검봉산자연휴양림(삼척시) 오토캠핑장, 산림문화 프로그램 -대관령자연휴양림(강릉시) 숯가마를 활용한 체험·공예 프로그램 -두타산자연휴양림(평창군) 두타산 두근두근둘레길 탐방 -미천골자연휴양림(양양군) 휴양림 내 통일신라시대 선림원지 -방태산자연휴양림(인제군) 인근 내린천 래프팅 체험 -백운산자연휴양림(원주시) 숲속공예교실 문화 프로그램 특화 -복주산자연휴양림(철원군) 용탕골 계곡과 잠곡리 경관 수려 -삼봉자연휴양림(홍천군) 오대산국립공원 인근 활엽수 -용대자연휴양림(인제군) 다람쥐 등 다양한 야생동물 서식 -용화산자연휴양림(춘천시) 등산·캠핑 전문 산림레포츠 휴양림 -청태산자연휴양림(횡성군) DIY목공교실, 인도네시아전통전시관
- 2017-08-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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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시간 나이테를 그리다
- 추억은 그리움이고 행복의 고리다. 감감히 멀어져 가는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을 되살리는 순간은 더 없는 기쁨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인생의 황혼기에 가까워가면 그 심정은 간절해지기까지 한다. 지나간 날은 고난의 시간이었어도 좋은 날로 기록된다. 그래서인지 사람은 늘 고향을 그리워하게 된다. 고향의 품에 안기면 그냥 여유로워지기 마련이다. 정지용 시인이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 러뇨”라 읊었듯 때로는 달라진 고향 산천에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그러나 추억은 늘 그대로이다. 고향을 찾은 날은 옛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는 즐거움과 잔잔한 행복으로 가득해진다. 필자는 오랜만에 올봄에 고향산천을 찾았다. 지리산 청학동 마을이 있는 청학 계곡이다. 행정상으로는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일원이다. 지금의 청학동 도인촌에 살던 조부모님은 빨치산을 피해 십여 리 떨어진 아랫마을, ‘대밭 몰(죽동)’로 이주해 살았고 그 마을도 지금은 하동호 댐에 묻혔다. 초등학교 시절에 뛰놀던 동네와 마을 앞을 흐르던 냇물, 설날이면 연 날리던 들녘이 물에 잠겼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밤 새우듯 이야기꽃을 피우다 잠시 눈을 붙였다. 호수에 어리는 아침의 고향 풍경이 보고 싶은 마음에 자는 듯 마는 듯 이르게 눈을 떴다. 어찌 보면 사진을 찍고 싶은 사진작가의 일상적 버릇인 셈이다. 덜 깬 눈을 비비며 카메라를 챙겨 하동호 둘레의 오솔길 자락에 섰다. 태양이 동산을 오르기 전이다. 물안개가 산허리를 옅게 두르고 있다. 산 그림자는 호수에 선명히 드리워져 대칭을 이룬다. 호수로 가지를 뻗은 소나무의 짙은 향내가 코끝에 와닿고 풀잎에 조심스레 앉은 이슬방울이 바짓가랑이를 적신다. 호수를 전망할 수 있는 가장자리에 섰다. 그리고 카메라로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렸다. 청학동이 저 멀리 그려지고 옛 고향 마을이 배치되는 풍경의 구도를 잡았다. 잔잔한 미소의 필자도 하나의 배역이 되었다. 혼자여서 타이머를 활용하여 스마트폰 카메라의 셀카 기능으로 찍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담았다. 필자는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추억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어렴풋이 떠오르고 스쳐 지나간다. 잊혔던 기억이 현장에서 하나둘 살아나고 스르르 행복이 가슴을 흔든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앞산 건넛산 산자락 숲속에 장끼, 뻐꾸기 울어 에고 산울림 된다. 소년이 되어 “뻐꾹, 뻐꾹~” 흉내 내어본다. 이슬 머금은 여린 풀잎을 꺾어 풀피리 불어보나 예전 같지 않다. 소 풀 먹이던 뒷동산 언덕배기에 밤꽃이 은은한 향기를 흩뿌린다. 호수 가의 대나무 댓잎은 바람결에 서로 부딪히며 고향의 봄을 연주한다. 죽순이 자라는 소리 들리는 듯하다. 옷가지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멱감던 냇가의 조약돌은 물속에 자리해 보이지 않아도 필자는 어느새 고운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고 호수를 향해 던진다. 물 위를 튕겨가며 물방개 물결을 만든다. 추억을 둥글게 그렸다 사라진다. 하동호에 묻힌 예전 고향 풍경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속에 뚜렷이 다가온다. 언제 찾아도 좋은 마음의 고향이다. 세월이 쌓이고 인생을 마무리해갈 즈음이면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이유인지 모른다. 가끔은 고향의 품에 안겨 지친 다독이며 추억을 되돌려 봄으로써 행복한 시간을 만들 필요도 있지 싶다. 고향의 품에 안겨 커다란 또 한 겹의 행복한 시간 나이테를 그렸다.
- 2017-07-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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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식이 만난 귀촌 사람들] 전남 구례 시골로 귀촌한 김창승·김태영씨 부부
- 허비되기 쉬운 건 청춘만은 아니다. 황혼의 나날도 허비되기 쉽다. 손에 쥔 게 많고 사교를 다채롭게 누리더라도, 남몰래 허망하고 외로운 게 도시생활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머리에 들어온 지식, 가슴에 채워진 지혜의 수효가 많아지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은하계를 덧없이 떠도는 한 점 먼지이지 않던가.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한다. 어둠 속을 부유하는 먼지의 신세를 면하기 위해, 저마다 나름의 별이 되기 위해, 타성에 젖은 삶을 바꾸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스스로 자청한 귀촌이라는 점에서는 유쾌한 도발이거나 즐거운 실험이다. 정착에 성공한다면 주야간에 얻어 누릴 것이 많은, 자못 성대한 사업이 바로 귀촌이라는 논평도 널리 돌아다니는 게 사실이지 않던가. 서울에서 이름 난 회사의 간부로 근무했던 김창승(58)씨. 그는 오래도록 그저 평범하고 무난한 인생을 끌어왔더란다. 퇴근 뒤 주점에 들러 한잔 마시는 일이나, 휴일에 느긋하게 골프를 즐기는 정도를 여흥으로 알고 살았다. 뭐 하나에 빠지면 수면 밑바닥까지 함빡 빠져드는 버릇, 그게 특유의 개성이라면 개성이라지. 본인이 선택한 일을 숭상하는 사람임을 알 만하다. 그런데 아마도 김창승씨가 가장 애호하는 건 아내 김태영(57)씨라는 존재였던 모양이다. 아내는 귀촌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 나섰으며, 그는 즉각 응했다는 게 아닌가. 그는 ‘충성!’을 속으로 외치며 대번에 아내의 뜻을 따랐던 것 같다. 이를 부부애의 한 절경이라 봐도 무리가 없을 터. 세상의 모든 아내들이 부러워할 정경이렷다. 동쪽으로 가자 하면 일쑤 당나귀처럼 어깃장을 부려 서쪽으로 냅다 뛰기도 하는 게 남편이라는 종족이니 말이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내가 원하는 귀촌을 결행하기 위해 자신의 내부에 들어 있는 생각과 가치관 따위를 새삼스럽게 신중히 점검한 김창승씨는, 귀촌이라는 종목이 사실상 자신에게도 어울리는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후 매우 신속하게 일을 서둘렀다. 그는 곧장 회사에 사표를 냈다. 2014년 1월 엄동 철에 부부는 마침내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시골로 귀촌했다. “아내의 고향이 구례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인생 후반을 맞이하고 싶다는 게 아내의 소망이었어요. 이 사람은 초등학교 교사인데, 고향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텃밭농사를 통해 순수한 먹거리를 거두어 먹고, 자연의 품안에서 평온한 생활을 하며 늙어가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던 거죠. 어릴 적의 추억이 서린 시골에 대한 향수가 소박하지만 절실한 꿈으로 부푼 것 같았어요. 가만히 생각해보자니 저에게도 신선한 전환일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일에 착수했습니다. 집안 어른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밀어붙였어요. 어느덧 귀촌 3년의 세월이 흘렀는데요. 아내는 물론 저 역시 크게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김창승씨 내외가 깃들어 사는 집은 오래된 기와집. 마당엔 갖가지 나무와 화초들이 자라고, 온갖 작물들이 자라는 텃밭도 솔숲처럼 싱그럽다. 낡고 빛바랜 태로 세월의 풍상을 웅변하는 고가(古家)가 자아내는 푸근한 정감. 길차게 자란 채 집을 빙 에두른 대나무들이 뿜는 청신한 기운. 남도의 전형적 농가의 구색이며, 수더분해서 다분히 이상적인 조경이며, 꾸민 바 없이 자연스럽게 잘 꾸며진 미학의 공간이다. 아니, 이토록 고리타분한 집에서 살려고 시골을 내려왔소? 하고 딴죽을 걸 사람이 드물지 않겠지만, 인간이란 저마다 다양한 취향을 관철하며 즐기며 살아가게 돼 있는 동물. 김씨 내외는 이 옛집이 취향과 구미에 맞아 오직 만족스럽다는 거다. 집 뒤 저편으로는 지리산이 거인의 눈을 껌벅이고 있으며, 집의 전면으로는 수려한 섬진강이 요요히 남실거린다. 명당에 들어앉은 집이라 간주한 내외는 이 집을 아예 사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단다. 집주인이 집을 팔 의향이 눈곱만치도 없어서였다. 그래서 당분간 그냥 빌려 쓴다. 먹거리 정도는 자급하기로 귀촌이나 귀농을 하는 사람들이 맨 처음 해결할 문제는 단연 거처나 땅을 확보하는 일이다. 게다가 시골의 집값, 땅값은 늘 생각보다 비싸며, 매물 자체가 드물며, 뭘 모른 채 엄벙덤벙 순진하게 덤벼들었다가는 잔머리 굴리는 재주를 가진 이들의 농간에 깜박 속아 넘어갈 수도 있다. “귀촌 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역시나 들어가 살 집을 장만하는 일입니다. 시골에 빈집은 드물지 않지만,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절대 팔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요. 도시에 나가 사는 자제들이 언젠가는 들어와 살거나 별장 용도로 쓰겠다는 생각들이니까요. 그렇다면 현지의 사정도 파악할 겸 잠정적으로 세 들어 살 집을 마련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지만, 딱히 임대할 만한 집도 드문 게 현실입니다. 저희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서야 이 집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우선은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지요.” “집 지을 땅이나 농토를 구입하려고 10년을 돌아다녔다는 사람도 있습디다. 뜸들이다 늙어버리는 것이죠. 이상적인 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과욕이지 않을까 싶어요.” “자연 경관이 빼어난 땅을 덜컥 샀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발이나 건축을 할 수 없는 땅을 속아서 사는 케이스죠. 계절마다 땅 사정이 다르다는 점도 유념해야 해요. 여름엔 바람골이라 시원하겠다 싶어 사들였다가 겨울이 돼서야 유난한 얼음골이라는 걸 알고 낙심하는 수가 있으니까요. 땅이나 집의 거래 때 마을의 내부 가격과 부동산 업체에 내놓는 가격차가 크게는 두 배에 달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해요.” “선생 내외는 혹한기 1월에 여길 들어왔어요. 춥고 외롭고 불안하진 않았나요?” “고가의 보일러를 손보고, 벽지를 바르고, 그러곤 그냥 살았어요. 당시엔 TV도 없었어요. 온천지에 깜깜한 밤이 내리면 7시부터 잠을 잤죠. 그렇게 긴긴 겨울을 좀 스산하게 지냈으나, 어느덧 봄이 왔고요, 그 첫봄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몰라요. 이어 여름이, 가을이 오가고, 절기에 맞춰 농사가 시작되거나 마무리되고, 온갖 꽃들이 피고 지고, 참으로 감동적이었어요. 꿈꾸듯이 지낸 날들이었어요.” “일은? 농사는? 그저 자연 풍경을 관람하며 지냈나요?” “아내가 교직에 있고, 나름 물적 여력도 좀 있고 해서 황급히 돈벌이에 나서진 않아도 되는 여건이었어요. 그렇지만 이왕에 시골에 살게 됐으니 부부의 먹거리 정도는 자급을 하자, 뭐든 소소하게나마 농사도 지어보자는 생각으로 농토 400평을 샀습니다. 거기에 주로 콩을 심어 된장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귀촌과 귀농을 겸한 방식으로 살아온 셈이죠.” 도시라고 왜 매력 요소가 없을까마는, 한결 안전한 삶이 시골에서라고 거저 주어질 리가 있을까마는, 인구와 차량과 소음이 거품처럼 바글거리는 도회의 생활이란 시골에 비해 피로와 고독을 가중시키는 게 사실이다. 차갑고 쓸쓸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곳, 타산이 없는 동행을 만나기 어려운 장소가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쟁과 긴장이 덜한 시골에서 권태를 피해 생기를 유지하고 행복을 구가한다는 게 용이한 일만도 아니다. 적막하거나 적적한 시골살이에 무기력하게 코 꿰게 된다면 그 역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김창승씨는 가급적 일을 만들어 거기에 온전히 투신하는 게 복된 삶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즈음의 그는 거의 일벌레다. “시골 인심은 정말 순후해” “콩농사와 벼농사, 그리고 양봉도 합니다. 벌통 20개를 운영하고 있어요. 왜 양봉이냐? 지리산 지구인 이곳엔 산야초가 타지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아요. 벌들이 꿀을 물어올 꽃들이 지천이라는 얘기죠. 과수농사도 좀 합니다. 아내는 저보고 일을 벌이지 마라, 좀 편하게 살자, 그렇게 투정처럼 말하지만 일이 즐거우니 어떡하나요? 물론 농사로 아직 수입을 올리진 못하고 있어요. 경험을 축적하는 단계라는 거.” “구례군 귀농귀촌협회장이기도 하죠? 귀농귀촌인들의 실태에 훤하겠어요. 그들은 어떤 문제에 가장 큰 애환을 느끼죠?” “만족할 만한 소득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점이죠. 농사로 돈을 만지기란 실로 어려워요. 더구나 막연히 뭔가 잘되겠지 하고 무작정 들어온 경우는 실패하기 십상이에요. 시골에 내려와 살고자 한다면 미리 도시에서 한 가지쯤 기능을 익혀두는 게 현명하다고 봅니다. 목공, 배관, 전기기술, 중장비 또는 숲 해설사라거나, 유용하게 써먹을 기능 분야가 많으니까.” “마을 주민들과 흐뭇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처신이 필요할까요? 융화에 실패하고 패잔병처럼 철수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아 묻는 질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이죠. 흠. 전통 농경사회의 특성이랄까, 시골 주민들은 ‘외지 것들’ 또는 ‘도회지 놈들’에게 일단 경계심을 품게 마련입니다. 개나 끌고 다니며 괜히 거들먹거리는 사람들, 온갖 참견을 하고, 육하원칙을 내세워 따지고 비판하는 부류들을 좋아할 리가 없죠. 제가 온몸으로 느낀 거지만, 시골 인심은 정말 순후해요. 주민들 속으로 겸손하게 들어가야 합니다. 돈 드는 일도 아녜요. 경로당에 수박 한 덩이 들고 가서 노인들과 어울리는 일은 사실 즐거운 일입니다. 마을 사람 하나와 싸움을 하면, 그건 결국 마을 전체에 싸움을 거는 일과 마찬가지라는 걸 알아야 해요. 존중하라! 그리 말하고 싶어요. 우리네 어버이들이 대부분 시골 출신 아니겠어요?” 자아도취엔 리스크가 많지만 겸허한 실천으로는 길이 열린다. 시골이라는 공동체에서 나를 낮추면 뜻밖에도 쏟아져 들어오는 것들이 많다. 우호적인 눈길, 미더운 관심, 끈끈한 유대감이 시골살이를 안정적인 쪽으로 데려다준다. 그렇다면 귀촌이란 수신(修身)이구나! 교만하거나 우매한 나를 독사의 눈으로 냉철하게 돌아봐 교정하는 교실에 들어선 것이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자신을 세우되 이웃을 품는 일, 끔찍한 아귀다툼의 세태에서 한발 떼어 자연과 인간에게 순하게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일, 이는 음풍농월만큼이나 발랄한 자아실현의 길이지 않겠는가. “아침저녁으로 새롭게 변하는 자연 풍경들이 정신과 영혼을 정화해주는 것 같아요. 이건 도시에선 도저히 느낄 수 없는 행운이죠. 산과 들과 강, 하늘과 별과 숲을 바라보면 때로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환희가 가득하기도 합니다. 마치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때처럼….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내가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이 되었다는 주체의식과 생기를 깨달아요. 예전엔 아내가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운 섬처럼 저를 느끼곤 했으나, 이젠 온전한 기쁨을 느껴요. 뭔가 한층 높고 고결한 곳에 있다는 실감이랄까, 그걸로 만족스러운 겁니다.” 삶의 일상에 자연이 붙어 있을 경우, 행복의 빈도는 더 잦아진다. 강바람에 들이 일어서고 눕는 풍경을 바라보는 일, 나뭇가지 하나를 집 삼아 밤을 나는 박새를 바라보는 일, 별이 모이는 걸 바라보는 일, 이 모든 소소한 풍경들에서 내 심장의 볼륨이 높아지는 걸 깨달을 수 있는, 시골살이란 어쩌면 낙원으로의 입문이다. 낙원의 한 치 곁엔 늘 연옥이 있는 법이지만.
- 2017-07-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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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주변 속 넘치는 인삼, 알고 드시나요?
- 광고 속 회사원은 낙하산을 타고 나타난 과장 때문에 상한 속을 인삼으로 달랜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 연기자들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다 지치자 인삼을 찾는다. 또 인삼 관련 매장은 이제 공항 면세점 한쪽을 차지하게 돼, 과거와는 위상이 달라졌다. 이렇듯 인삼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건강식품이 됐다. 뿐만 아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음료나 초콜릿 등에도 인삼은 단골 첨가물이 됐다. 피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넘쳐나는 인삼을 우리는 제대로 알고 먹는 것일까? 도움말 본디올대치한의원 최철한(崔哲漢) 원장 먼저 인삼의 종류부터 알아보자. 인삼은 크게 생육 환경과 가공 방식에 따라 구분한다. 생육 환경에 따라서는 밭에서 인공적으로 키워낸 재배삼(栽培蔘), 산삼의 씨를 산림에 인공적으로 뿌려 키운 산양삼(山養蔘)과 장뇌삼(長腦蔘), 자연적으로 자라난 산삼(山蔘)이 있다. 가공 방식에 따라서는 가공하지 않은 생삼(生蔘)과 수삼(水蔘)이 있고, 껍질을 살짝 벗겨 햇볕에 건조한 백삼(白蔘), 생삼을 수증기에 쪄서 익힌 다음 건조시킨 홍삼(紅蔘)이 있다. 이밖에 찌는 대신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건조시킨 태극삼(太極蔘)도 있다. 인삼은 생으로 먹는 게 좋다? 서양의학을 공부한 일부 의사들 중 “인삼은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가공 과정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쉽게 확인도 어려운 상태에서는 차라리 날것 그대로 먹는 게 낫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saponin)이 고열에 증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삼의 모든 효능이 사포닌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단지 화학적 성분만으로 가치를 평가한다면 100년 묵은 산삼 대신 5년 묵은 인삼 여러 뿌리를 먹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인삼을 쪄서 홍삼이 되면 성분이 변화하는 것도 이들이 주장하는 이유다. 최철한 원장은 “실제로 수삼에는 20여 가지의 사포닌이 있지만, 이것을 찐 홍삼은 30여 가지의 사포닌이 있습니다. 찌는 과정 중에 새로운 사포닌이 만들어지는 것이죠”라고 설명한다. 그는 가장 보편적인 인삼의 섭취 방법으로 홍삼을 권했다. “홍삼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이 먹더라도 큰 문제가 없으면서 약효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섭취 방법은 가루나 고(膏)의 형태를 입에 오래 머물고 있다 삼키는 것이 좋습니다. 차로 먹을 때도 입에 오래 머금었다 드세요. 즉 입에 물고 있다가 침이 많이 나오면 그때 삼키는 것이 좋습니다.” 다양한 인삼 제품 모두 좋을까? 최근 인삼이나 홍삼 성분이 포함된 여러 종류의 제품이 시중에 출시되고 있다. 농축액은 캡슐 제품에서부터 스틱 형태까지 가공 가능한 종류는 거의 다 나와 있다. 그 대상도 갱년기 여성에서부터 성장기 청소년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홍삼 성분이 포함된 기능성 화장품과 애완동물용 사료도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다양한 상품화가 결국 세대를 막론한 홍삼의 과용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인삼을 과다 복용할 때 인삼오남용증후군(ginseng abuse syndrome)과 같은 질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이 증후군은 고혈압, 불면, 피부발진, 설사 등을 유발한다. 최 원장은 지나친 상업화는 경계해야 하지만 약재에 있어 선악론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효과가 없는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겠냐는 것. 그는 “효과 없는 것은 없습니다. 효과가 적다면 양이나 복용 횟수를 늘리면 됩니다. 병든 그 사람에게 필요한 약재를 먹게 하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물도 중요한 치료제가 될 때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장뇌삼은 전부 가짜다? 몇 년 전까지는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장뇌삼 등으로 불리던 것을 산림청에서 용어를 재정립하여 산양삼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산지관리법 제2조 제1호의 정의에 따르면, 산양삼은 산지에서 차광막 등 인공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생산되는 삼(건조된 것을 포함)을 말한다. 산양삼은 임산물로 임업 및 산촌진흥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자연성·청정성이 보장되도록 관리되고 있다. 실제로 2007년 경상남도 함양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별로 산양삼 생산이력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이 제도를 따르기 위해서는 재배 전 토양이 농약에 오염되지 않았는지 인증받아야 하고, 판매 전까지 주기적으로 농약 성분이나 중금속 검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산림청등 관계 부처에서도 산양삼이 고부가가치 임산업 제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산양삼을 무조건 색안경 쓰고 볼 필요는 없다.
- 2017-05-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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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이 참 곱다
- 올해로 구순이 되는 노모를 모시고 형제들과 함께 남도 나들이를 다녀왔다. 잔치 대신 해외여행을 추천해 드리니 지난 추억이 있는 그곳을 돌아보고 싶으시단다. 우여곡절 끝에 일정을 맟춘 네 자녀들과 함께 변산-개심사-내소사-목포-신의동리-광주-담양을 4박 5일 동행했다. 모두가 귀한 기억을 하나씩 더 안고 온 흡족한 추억 여행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헌것 주면 싫어해요.”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향 방문에 앞서 일가친척에게 보낸다며 온갖 것을 정리하신다. 한 달 전부터 방 한쪽에 놓인 가방에는 눈에 익은 낡은 옷가지에서부터 모자, 가방, 스카프, 냄비, 스테인 그릇, 전자제품, 갖가지 건강기구까지 한 살림이다. 나들이용으로 당신 카디건을 장만하면서 동서 블라우스, 시동생 티셔츠, 사촌조카 치마까지 거침없는 노모의 구매가 조금은 낯설었다. 바리바리 싸놓은 보따리가 한 짐이다. 급기야는 겉옷까지 주고 오셨지만 더 못 준 것이 아쉽다 하신다. 묵은 추억을 찾아가는 마음은 기존 여행과는 사뭇 다르다. ‘기억 찾기 퍼즐놀이라고나 할까?’ 제각각의 추억을 지닌 관계로 감흥 역시 다르다. 기억의 파편들은 저마다 다른 프리즘으로 떠오르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몇 편의 이야기로 아스라하게 남겨지나보다. 내 어린 추억은 이렇다. 할아버지 댁 입구를 지키던 우람한 구슬나무, 넓게만 보였던 앞마당, 높이 올려보았던 감나무, 소와 닭이 잠자던 외양간, 흙바닥의 낮은 부엌, 아궁이 위에 놓여 있던 커다란 무쇠 솥에서 나는 보리밥 냄새, 땔감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와 재미난 불 때기. ‘시골집이 있기는 하나?’ 좁은 농로는 2차선 도로가 되어버렸고, 실 같던 흙길은 시멘트에 덮여 낯설었다. 그 길에 서서 마을 주민에게 옛집을 물으니 손끝으로 방향을 알려준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반색하며 맞이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있었다. 서로 주름진 얼굴을 마주 보며 흐린 기억을 더듬으며 애써 끈을 찾는다. 선친께 술을 부으며 절을 올리고 나니 아직 남은 지인 몇 분이 찾아오고, 묵고 묵은 긴 이야기는 밤까지 이어진다. 바다 위로 섬을 잇는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7월 준공이라는 말에 모터 나룻배로 섬을 이동하니 그쪽 역시 공원 조성으로 중장비 소리가 시끌하다. 하루 네 번 다니는 마을버스를 눈 빠지게 기다리다 물으니, 기사 양반이 친척 결혼식으로 뭍에 갔다가 오후에나 온단다. 시골답다. 덕분에 맥없이 길가에 한 줄로 앉아 구순 노모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전래 동화처럼 듣는다. 그 이야기 속에 철쭉, 벚꽃,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할미꽃, 수국 등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봄꽃이 참 곱다.” 따스한 햇살 속에서 반짝이는 벚꽃 사이를 걸으며 노모가 하시는 말씀이다. 우리네 인생도 꽃을 닮았다는 말에 완전 동의하며 살아 있는 人花, 사람꽃끼리 한 번 더 쳐다본다. 동행한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엄마와 같이할 수 있는 봄이 몇 해나 남았을까?’
- 2017-05-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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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공감] 이웃나라 축제 부럽지 않은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
- 줄다리기가 재밌으면 얼마나 재밌을까, 멋있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어렸을 적 운동회 단골 메뉴인 줄다리기?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에 가본 사람이 아니면 콧방귀 뀌며 줄다리기를 논할 자격이 없다. 웅장하고 기운찬 줄을 대한다면 가볍게만 바라봤던 마음이 싹 가셔버린다. 이웃 주민의 안녕을 넘어 온 나라의 상생과 화합을 염원하는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충청남도 당진시는 서해대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만날 수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민속문화가 있다. 바로 500년 역사의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다. 지난달 6일에서 9일까지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 일원에서 한 해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고 마을의 화합을 염원하는 축제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기지시줄다리기의 시작은 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을에 큰 해양 재난이 닥쳤는데, 강하고 센 땅의 기운을 누르고 흐트러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줄다리기 행사를 시작했다. 또 기지시리의 시장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내포지방 교통의 요지로 떠오르게 되면서 줄다리기 또한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으로 자연스럽게 남게 됐다. 기지시줄다리기는 198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 보존하고 있다. 또한 국내 여섯 개(당진 기지시, 창녕 영산, 밀양 감내, 의령, 삼척, 남해) 단체의 줄다리기와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3개 국가의 전통 의례와 놀이가 ‘줄다리기 의례와 놀이’라는 종목으로 2015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기지시줄다리기의 가장 큰 볼거리는 줄다리기에 사용되는 줄이다. 2월 15일부터 3월 10일까지 한 달여간 기지시리 주민 수십 명이 꼬고 이어서 만들어낸 줄은 직경 1m, 암·수 줄 길이 200m, 무게 40톤에 이른다. 물윗마을이 이겨, 나라가 태평할 것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의 백미는 행사 마지막 날이다. 마을 주민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 놓은 암·수 줄 앞에서 줄고사가 행해진다. 이때 전국에서 모인 수백 명의 인파가 물윗마을[水上]과 물아랫마을[水下]로 나뉜 두 개의 줄을 들고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줄나가기가 진행된다. 1km 남짓 되는 거리를 이동하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다. 각 줄 머리에 올라선 두목의 구령에 맞춰 사람들은 “의여차, 의여차!” 소리를 내며 서로의 기운을 모아 한 걸음, 한 걸음씩 이동한다. 시원한 바람이 때마침 불어주어 땀을 잠시 식히긴 했지만 행사장에 도착한 참여자들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줄나가기는 지신밟기와 용이 승천하는 과정을 묘사해 한 해의 풍수를 통해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행사장에 도착한 두 개의 줄을 결합하면 곧바로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줄다리기는 물윗마을과 물아랫마을이 겨루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수상(물윗마을)이 이기면 나라가 태평하고 수하(물아랫마을)가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대로 이기고 지는 일보다 모두가 화합하는 데 의의를 둔다. 올해는 수상이(물윗마을이)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했다. 행사에 참여한 모두가 나라의 태평과 화합을 기대하며 기쁨과 환호 속에 행사를 마무리했다.
- 2017-05-16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