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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주목해야 할 시니어 직업 키워드 5가지
- 올해 주목해야 할 사회 현상 중 하나는 은퇴 세대의 폭발이다.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1955년생부터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이 본격화한 1963년까지 9년간 태어난 이들이다. 정부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숫자는 약 711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의 14.3%에 달한다. 이들이 한꺼번에 은퇴자 인력시장으로 몰리면서 평생 겪었던 경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니어에게 제2, 제3의 직업을 찾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가 됐다. 새롭게 떠오른 무술년 새해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위해 어떤 분야를 주목해야 할까. ‘세대융합창업’ 안 되면 함께하라 최근 정부가 내놓은 창업지원정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세대융합창업’으로 귀결된다. 세대융합창업은 경험이나 자본력은 있지만 창업의 핵심인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첨단기술에 취약한 시니어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능숙하고 여러 가지 영감이나 발상은 많지만 맨몸뿐인 청년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시너지를 얻는 창업 형태를 의미한다. 정부 입장에선 은퇴한 시니어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창업으로 몰고 가기엔 창업 성공률이 높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2003년부터 2009년까지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사업 창업의 생존율은 6년 차에 32%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세대융합창업.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마케팅이나 재무관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은퇴자들의 멘토링이 이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중·장년과 청년의 매칭창업을 지원하는 세대융합창업 캠퍼스를 전국 6개 권역에 신설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창업 팀에게는 총사업비의 70% 이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마케팅 등의 사업비와 창업 공간이 무상 제공된다. 경험자들은 젊은 세대를 수평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이 창업 성공률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조언한다. 지난 12월 리스타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최종웅 대표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공동 창업한 젊은 파트너의 조력이 컸다”며 “구성원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성장동력 여전한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분야는 올해도 여전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3D 프린터나 드론의 경우 올 한 해 대중화를 통해 폭발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 분야는 주요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시니어들에게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접 기술개발에 참여하지 않아도, 본인이 평생 해온 분야를 바탕으로 대중화한 솔루션을 이용한다면 4차산업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인이나 봉제업에 종사하던 은퇴자가 3D 프린터를 통해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은퇴 건설업자가 드론으로 건축물 균열 검사 등을 하는 식이다. 공유경제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공유 경제는 시니어에게 안성맞춤인 분야다. 숙박 공유 대표 기업 에어비앤비 조재은 팀장은 “기존 숙박공유에 참여하는 시니어 호스트의 증가는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 설명하면서 “가이드의 경험과 생활을 공유하는 ‘트립’ 서비스에도 그 특성상 시니어 가이드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위한 ‘건강과 음식’ 고령화와 관련한 건강, 음식에 관한 시장은 고령화 시대에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고령자를 위한 건강음식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틈새를 공략할 여지는 충분하다.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슬로푸드에 대한 요구와 기능성 식품의 대중화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 타나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한국리서치와 2016년 액티브 시니어 7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은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사 먹고(26.9%),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먹지 않으며(39.0%), 음식 성분을 따지며 가려 먹는다(42.3%)고 답했다.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선호한다는 응답률도 31.3%나 됐다. 특히 유가공이나 농산물의 가공제품 상품화는 ‘귀촌’에 맞물려 은퇴자들의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수원시 창업지원센터 최봉욱 센터장은 “올해 시니어들에게 유망한 분야는 4차산업과 함께 건강이나 바이오 관련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식이 바뀌면 시장이 열린다 ‘웰다잉’ 우리 사회의 죽음에 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후 벌어질 일들을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달 시범사업이 끝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부분. 일반인은 관여하기 어려운 의료 부분에까지 고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죽음학 혹은 죽음준비학의 대중화 역시 우리 사회의 ‘죽음 준비’를 시기적으로 앞당기고 방식도 다양화하는 초석이 됐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냈다. 수의나 봉안당의 사전 준비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 외에 엔딩노트 작성, 유품 정리,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관리, 애완동물 신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노령화 속도에 비해, 국내 웰다잉 관련 시장의 다양성이나 규모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내 웰다잉 관련 산업이 종활(終活)로 대표되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전망한다. 인구절벽 속 귀촌, ‘6차산업’ 노려라 귀농과 귀산촌, 귀어촌을 포함한 귀촌은 ‘편의점·커피숍·통닭집 창업’만큼이나 시니어에게 노후를 보내는 가장 흔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보다는 휴양이나 도피의 개념이 컸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귀촌 지역 원주민들과의 갈등.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귀촌인은 조력자나 협력자이기보다는 ‘투자 여력 충분한 동일 업종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마을 일이나 지역 산업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으로 자리 잡게 돼 귀촌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귀촌을 할 때는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상품화를 진행하는 ‘6차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6차산업은 농작물을 경작하는 1차산업과 이를 가공하는 2차산업, 서비스업이 중심이 되는 3차산업을 결합한 형태의 산업을 의미한다”면서 “지역민들에게 귀촌인이 환영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인구절벽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자체를 귀촌 지역으로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작목반이나 어촌계 가입비 무료, 거주지 지원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2018-01-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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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소년의 꿈을 다시 펼치다
- 은퇴하면 고생은 끝나고 안락한 행복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를 어떻게 하면 더 보람 있게 살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 한구석에 두고 실현하지 못한 글쓰기에 대한 꿈이 되살아났다. ‘문학소년의 꿈’이었다. 은퇴하자마자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이 관악 기자학교였다. 기사작성의 실전교육을 마친 후 몇 군데 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하고 기자가 되었다. 밤새워 글을 쓰면서 블로그 활동도 했다. 세상과 대화하는 또 다른 길이 열렸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수년 동안 몇몇 신문과 블로그에 썼던 글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도 오프라인 기사가 몇 차례 실렸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아내와 아들이 ‘애독자’가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가족은 평소 상대방의 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시인으로 활동하는 아내의 말처럼 실력도 문제이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다. 문학도 아들에게도 독후감을 요구했으나 대답하지 않고 눈길을 피했다. 척하면 삼천리. 배워야 한다. 관악문화원 문학반을 찾았다. ‘맛보기 강의 들어보고 수강 신청하라’는 안내가 재미있었다. 아담한 강의실에서 몇십 명이 모여 오순도순 토론도 하며 문학수업이 진행되었다. 10년 넘도록 계속 이어져온 문학창작교실이란다. 매주 화요일 오후 저명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설과 강의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수강생의 창작 시와 수필 낭독, 토론이 끝나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바로 여기야!’ 무릎을 탁 쳤다. 이후 글쓰기에 코를 박았다. 박수진 지도교수는 저명 시인이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주옥같은 시와 동요가 여러 편 실렸다. 강의 전반에는 지도교수가 품격 높은 작품들에 대한 해설을 진행한다. 지도교수는 왕성한 창작활동과 재능기부를 하면서 매주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열정적인 강의를 했다. 주입식이 아닌 토론이 곁들인 강의였다. 매번 예정시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누구 하나 지루해하지 않았다. 강의 때마다 수강생들은 시나 수필을 써와서 강의에 참가한다. 강의 후반부에서는 습작품 첨삭지도가 토론식으로 이루어진다. 작성자가 먼저 낭독하고 참가자들이 자유토론으로 의견을 말한다. 수강생들이 진땀 흘리는 시간이다. 남의 작품을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다가 자기 작품을 발표할 때는 어린아이가 된다. 한 줌의 작품은 이리 찢기고 저리 벗겨진다. 앞과 뒤를 바꾸고 넘어진 가지를 자르고 나면 모양새가 갖춰진 한 편의 작품이 재탄생한다. 작품이 새로 태어나는 눈부신 과정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감동하며 박수를 친다. 살아 있는 문학 공부다. 단기가 아니고 연중 계속 이어지는 수업이 이곳의 특징이다. 마치 학교에 다니는 기분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 문우들을 사귀었다. 화려한 전직의 은퇴자와 문학에 관심 있는 가정주부가 많다. 이분들은 오랜 기간 문학반에서 수강하면서 현재 시인,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도 몇 번씩 한 프로들의 ‘심화 과정’이다. 수업이 끝나면 가끔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환담을 나눈다. 걸쭉한 인생 이야기는 훌륭한 글쓰기 소재가 된다. 관악문화원 문학아카데미 회원의 동인지 출판 준비가 한창이다. 모두가 두툼한 동인지에 작품과 이름을 올릴 것이다. 연말에는 합동으로 시를 낭송하고 수필을 발표한다. 젊은 시절 줄줄이 외었던 시 구절 하나 온전히 기억나지 않지만 글을 쓰면서 그 기억을 되살린다. 우리 에 ‘기사’를 올리고 블로그에는 ‘작품’을 올린다. 신문기사가 감정을 섞지 않는 주지적인 글이라면, 문학은 주정적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배우면서 쓰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두 분야의 글쓰기는 동전의 양면 같다. 보는 관점만 다를 뿐이다. 양쪽을 어우를 수 있어 즐겁다. 앞만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살아온 삶 ‘70년 체험’ 이야기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손주를 돌보면서 옛 조상들의 삶을 생각한다. 이제 ‘30년‘ 삶에 대해 고민한다. 생각이 점점 깊어진다. 관악문화원 문학아카데미 동호회 안내 위치 관악문화원 관악산 입구 주차장 바로 위 전화번호 02-885-5975, 878-1931 강의와 토론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반부터 2시간 개설 과정 문학반 외 서예반, 무용반 등 40여 개 수강료 3개월분 6만원, 연중 강의 계속
- 2017-11-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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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향에 취해 나를 들여다본다
- 필자는 3년 전에 은퇴를 했다. 은퇴를 몇 년 앞두고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심하게 된 것은 은퇴 준비 없이 살아가는 노인들의 비극적인 삶이 매스컴을 통해 보게 되면서부터다. 필자도 쉼 없이 달려온 직장생활 43년 만에 완전한 자유인이 되었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깨알 같은 시간들을 뒤로 한 채 텅 빈 세상 속으로 내동댕이쳐진 듯한 허전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버지로 허둥대며 살아왔던 시간들을 돌아보니 정녕 자신은 잊어버리고 살아온 지난날이었다. 어린 시절, 고향집 사랑방은 필자의 큰아버님께서 운영하시던 서당(書堂)이었다. 밤이 되면 사랑방에서 천자문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퍼졌다. 틈틈이 서당으로 불러 천자문을 읽고 쓰기를 가르쳐주셨던 큰아버님의 배려로 제법 붓 잡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서예 대가 김상용 선생님께 사사 정년퇴직 후에는 그동안 잊고 살아온 서예를 다시 해보겠다는 희망의 불씨를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의 천자문 읽는 소리와 아련한 묵향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퇴직이 몇 년 안 남은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서예 대가 김상용 선생님을 만나 정식으로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비록 늦은 나이에 입문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연마하던 필자에게 선생님은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지도해주셨고 글쓰기 이전에 마음가짐의 정갈함을 늘 강조했다. 어느 날 오후, 종로3가에 있는 서실(書室)을 찾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예 개인지도를 받는 곳이었다. 필자는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는 스승님을 위해 가끔씩 간식을 준비해 찾아가곤 했다. 그날도 간식거리를 준비해 서실을 찾았는데 마침 후배 문하생이 지도를 받고 있었다. 느닷없이 필자가 등장하자 그날의 마지막 수업을 끝내신 선생님께서는 막걸리 한잔 하자며 극구 붙드셨다. 평소에도 선생님과 가끔씩 들르는 종로3가 단골 녹두빈대떡 집에서 스승과 제자가 막걸리 사발을 앞에 놓고 세상 사는 얘기에 푹 빠졌다. 선생님은 값비싼 양주에 진수성찬을 차려준다 해도 이렇게 조촐한 이야깃거리를 안주 삼아 기울이는 막걸리 한 잔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선생님과 호젓한 빈대떡집에 마주 앉아 ‘막걸리 한잔의 행복!’으로 담소삼매경에 빠지다 보니 어린 시절 시린 손 호호 불며 주전자 들고 막걸리 받으러 가던 추억이 떠올랐다. 고사리손에 주전자 들고 고개를 넘던 기억은 아버지와 관련한 소중한 추억 중 하나다. 필자는 서예에 입문하면서 선생님의 지도하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면서 붓글씨를 배워나갔다. 다음 시간까지 해갈 과제물을 숙제로 받아오는 날이면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몇 번이고 쓰기를 반복했다. 다음 날, 그중 제일 잘 썼다고 생각되는 한 점을 골라 의기양양하게 서실로 달려가면 선생님은 가차없이 따끔한 지적을 하셨다. 어쩌랴! 다음번 과제물을 받아와 선생님께서 지적했던 부분을 염두에 두고 또다시 붓과 씨름했다. 묵향에 취해 어질어질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정진했다. 선배 문우들과 함께한 전시회 2010년 초, 우연한 기회에 중국 산둥 성의 동남부에 위치한 린이(臨沂) 시를 여행하게 되었다. 당연히 린이 시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왕희지의 고택을 방문했다. 서성(書聖)으로 존경받는 동진의 서예가 왕희지는 지금의 산둥 성 린이 현에서 태어났으며 동한 시대에 시작된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의 실용서체를 예술적인 서체로 완성시킨 인물이다. 서예 공부를 하던 중 돌아보게 된 왕희지의 발자취는 필자를 더욱 분발하도록 했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던 2013년 11월의 어느 날, 인사동 모 전시회관에서 그동안 틈틈이 갈고닦았던 서예작품 전시회를 가졌다. 턱없이 부족한 필력이었지만 까마득히 높은 선배 문우들 틈에서 몇 점을 출품하게 되었다. 비록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경력이 일천한 관계로 선배 문우님들 눈에는 그저 보잘것없는 작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좀 더 정진하는 계기로 삼고자 겁 없이 전시회에 명함을 내밀었다. 하기야 처음부터 잘 쓴 사람은 없겠지만 공부를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떠올리며 스스로 부족함을 깨닫고자 해서였다. 쉼 없는 도전정신은 내면의 자아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준다. ‘정년퇴직’은 은퇴자의 무덤이 아니다.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기도록 해주는 반전의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니어들이여, 용기를 내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자!”
- 2017-11-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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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비를 줄여야 돈 걱정 없다
- 돈 걱정 없이 사는 방법은 번만큼만 쓰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 시니어의 사회은퇴 전후의 생활은 전혀 딴판입니다. 은퇴 전에는 돈이 부족하더라도 나중에 보충해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수입은 줄고 늘리기 매우 어렵습니다. 소비지출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생활주변에서 지나치기 쉬운 낭비를 줄여야 해답이 나옵니다. 건강관리비 누구든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소망합니다. 건강하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을 필요가 없고 건강식품을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건강관리비를 확 줄일 수 있습니다. 건강하려면 섭생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여야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상쾌한 바람이 부는 운동하기 딱 좋은 때입니다. 산행·마라톤·수영·골프 등 체력과 취미에 맞는 운동을 하면 됩니다. 운동을 쉬지 않고 하여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마음을 다잡이야 운동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고 비가 오는지 눈이 내리는지 걱정하면 운동하러가기 싫어집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지 말아야 합니다. 비오면 우산을 들고, 눈이 쏟아지면 털모자 하나 머리에 쓰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먼동이 트면 집을 나서 아침 산책을 하면 하루가 상쾌합니다. 아침 산책길은 맑은 날도 이슬이 내려서 평지보다 미끄럽습니다. 산에서 넘어지면 대형 골절사고가 납니다.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동호인을 즐겁게 사귀면 운동을 지속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친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운동에 빠질 수 없습니다. 산악회에 참여하여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지방 원거리를 찾고 가끔 해외원정 산행을 하면 효과는 더욱 높아집니다. 산행이 어려우면 걷기 쉬운 둘레길을 찾고, 더 낮은 자락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신체조건에 맞춰 무리하지 않도록 걸으면 건강에 유익합니다. 햇볕 쪼이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걸으면 됩니다. 누구나 만보를 걷을 수 있습니다. 자원봉사에 동참하면 건강유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재산기부·재능기부·노력봉사 중 자기처지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사회에서 터득한 귀중한 체험을 후세대에 전하는 숭고한 일입니다. 참가자들과 함께 어울려서 마음의 평온을 얻고 나눔의 기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사회교육에 참여하여 새로운 배움을 익히고, 남녀노소 세대들과 어울리는 일도 건강유지에 큰 보탬이 됩니다. 자기완성을 위한 자존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차량유지비 자동차는 편리한 교통수단입니다. 하지만 차량유지비를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를 구입할 때나 유류가격이 상승할 때 잠깐 고민하다가 금방 잊고 생활합니다. 사회은퇴자는 차를 사용할 필요가 많이 줄어듭니다. 가끔 운전석에 앉으면 차운전이 낯설게 느껴지고 행동이 굼떠져 사고를 내기 쉽습니다. 차는 주차장에서 먼지만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을 그만 둬야하는 이유입니다. 차가 보이면 차를 사용하고 싶고 걷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차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야 대책이 나옵니다. 자원봉사활동과 사회교육에 참여하면서 굳이 자동차를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도로혼잡에 고생하지 않고 약속시간을 잘 지킬 수 있는 전철과 버스 대중교통 이용이 최선입니다. ‘건강하려면 불필요한 차를 없애자.’ 차 없애기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주위의 눈을 의식하고 차의 편리함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서입니다. 차는 편리하게 이용하되 불필요한 경우에는 과감하게 없애야 합니다. 이를 실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자동차를 없애면 유류비·수리비·세금·보험료 등 차량유지비가 모두 없어집니다. 새 차 구입하는 목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어집니다. 비가 오나 눈이 내리거나 교통사고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에 평온이 옵니다. 몸이 건강해지면 건강관리비도 확 줄어듭니다. 한가한 때 전철에 앉아서 책을 읽고, 버스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전철역까지 왕복 걷기를 자주 하고 운동량이 부족하면 다음 날 꼭 보충하는 습관을 기르면 더욱 좋습니다. 허망한 투자 세상에 공짜가 없는 줄 알면서도 고수익·고배당 유혹에 넘어가기 쉽습니다. 섣불리 투자하였다가 재산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보다 판단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쇠퇴하였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화려했던 젊은 날을 하루속히 잊어야 합니다. 자랑해서도 아니 됩니다. 후세대에 자리를 비켜주고 물러나야 합니다. 유능한 후계자를 도우면서 여유를 가져야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환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면서 장기투자를 헤서도 아니 됩니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관리할 수 없습니다. ‘현금만이 나의 것’ 입니다. 높은 이자를 지불하는 차입금이 있으면 빨리 정리하여야 합니다. 현금수입이 없는 부동산 담보 대출이라면 당장 큰 부담입니다. 이른바 흑자도산입니다. 부동산이 커지면 나중에 자식들의 상속분쟁만 키웁니다. 부동산·장기채권 대신 현금을 확보하여 지기의 소비를 희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후세대 관리 시니어 살림살이는 ‘현금흐름 수지균형’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현금이 부족하지 않아야 합니다. 인생 전반부는 증기기관차처럼 자신을 불태우며 앞만 보고 열심히 살면서 수입을 늘려 재산을 키웠습니다.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선 후반부는 빈손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부족해서도 아니 되지만 남길 수도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습니다. 자신은 알뜰하게 살았으나 자식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주위에 많습니다. 단호하게 뿌리치지 못하면 자신과 자식 모두에게 큰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이를 거절하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먹는 것보다 먹이를 구하는 훈련을 시키라’라고 흔히 말합니다. 자식들에게는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무조건 자식을 도와주는 것보다 교훈도 함께 전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2017-11-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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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경력 나이테
- 필자는 도전을 즐겨 한다. 삶을 활기차게 하며 희망을 준다. 현재 자리에 머물고 있음은 퇴보이다. 왜냐하면, 주변 환경이 급하게 움직이며 변하고 있어서다. 앞서지는 못하여도 변화의 속도에 묻어가야 한다. 인간의 뇌는 자극을 줄 때 성장하고 더 건강해진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기회가 있으면 망설이지 않으려 한다. 2014년 11월 24일 KBS 1TV 아침마당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름 세자를 삼행시로 지어 이렇게 소개했다. “변함없는 용기로 도전하는 남자” 이러한 공개적 선언도 도전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담배를 끊으려는 의지를 강건히 하기 위해 친구들 앞에서 금연을 선언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도전으로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노사발전재단에서 주관한 “금융인 희망 스토리 수기 공모전”에 출품하여 우수상을 받았다. 금융권에 재직 또는 퇴직한 사람을 대상으로 모집하여 같은 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한 사업의 하나다. 필자는 조기 퇴직한 후 먹고 살기 위하여 다양한 직업과 일을 하였다. 대중 드라마 엑스트라 출연, 조경관리, 만화방 창업, 부대찌개 음식점 운영, 결혼 주례 등 별별 일을 하였다. 뒤늦은 나이인 63살에 “은퇴설계 전문 강사 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인생 은퇴설계 전문 강사로 나서게 되었다. 이 일이 후반생을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삶으로 만들어 가고 있어 “새로운 인생, 은퇴설계 전문 강사” 제목으로 수기 공모전에 출품했었다. 우수상에 선정되어 11월 3일 노사발전재단이 주최한 “2017년 금융인의 밤” 행사에서 상을 받았다. 수기 공모전은 두 번째 수상이다. 2016년도에 사회연대은행이 주최한 공모전에 “세 알의 씨앗을 뿌리다”라는 수기를 출품하여 수상한 경험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경험과 삶에서 얻은 지혜를 전수하는 일은 인생에 가치와 의미를 준다. 미국인 젤린스키는 수많은 은퇴자를 면담하여 얻은 결과치를 모아 펴낸 “은퇴 생활백서”에서 은퇴 후 가장 가치 있는 일로 경험 전수와 봉사를 들고 있다. 전 반생에서 경험한 삶의 지혜를 혼자 가지고 있다 세상을 떠난다면 아까운 일이다. 필자는 그런 일로 은퇴설계 전문 강사로 나서게 되었다. 그 배경과 내용 그리고 희망 사항을 수기로 썼다. 필자의 강의는 직접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에 공감과 관심도가 높다. 뒤늦은 나이 63살에 시작하였으나 어느 사이 5년의 경력이 쌓였다. 이제 조금 강의에 대해 눈을 떠간다. 수기공모전 우수상 또한 강사 경력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자료가 되었다. 브라보마이라이프 월간지 동년 기자로 써온 글들이 수기를 쓰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 2017-11-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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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회가 만난 CEO 스토리] 이종수 한국사회투자재단 이사장·임팩트금융 추진위원회단장
- ‘누군가를 돕는 것은 스스로를 돕는 것이다’. 취약계층, 사회적 패자들의 자활을 돕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디자인하는 이종수(63) 한국사회투자재단 이사장 겸 임팩트금융 추진위원회 단장, 남들이 ‘문제없다’를 외칠 때 그는 ‘문제 있다’를 외치며 우리 사회의 궁벽한 문제를 드러내고 찾아낸다. 그리고 해결을 도모한다. 철거민촌 소년이 글로벌 금융인을 거쳐 사회운동가가 되기까지의 진솔한 패자부활전 이야기를 들어봤다. 별명이 소셜 디자이너입니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나요. “패자부활전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격차와 갈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디자인한다고 해서 언론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빈곤의 사전 예방, 차단을 위해서는 단순히 퍼주기 식의 복지 지원이 아니라 한 사회 생태계 구성이란 전향적-종합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젠 고기 잡는 도구를 빌려주는 것까지 함께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장을 만들고 고기를 잘 잡을 수 있는 환경 조성까지 해야 합니다. 취약 계층 자활도 단순한 지원을 넘어 융자의 시대를 지나 이젠 사회투자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런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게 제 일입니다. 빈곤도 커다란 흐름 속에서 이해해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착한 금융 2.0은 복지 측면에서 개인 대상 직접 자금 지원이었다. 3.0은 사업 지원, 사업 아이디어 사전 자문과 사후 사업 멘토링까지 종합관리 시스템으로 패키지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4.0은 투자 생태계 마련, 즉 사회투자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업과 프로젝트를 발굴해 투자하고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개인도 종합검진을 미리 하면 중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 빈곤, 취약 계층 발생도 사후 대책을 넘어 문제 요인을 사전에 진단, 예방하는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취지다. 이 이사장은 사회투자금융 활동의 선구자로서 늘 앞장서 각 단계마다 진화를 주도해왔다. 사회투자라는 용어가 아직은 낯선데요. 사회와 투자라는 용어가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만. “사회 문제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합니다. 그러나 그 예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문제는 너무 복잡해 주는 복지 방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습니다. 많은 사회 문제가 경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해결 방식도 전통적인 복지에 금융경영 등과 같이 시장적인 방법을 융합해 해결해야 합니다. 사회투자는 재원의 선순환을 이루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주는 복지를 넘어 구조와 예방의 사회 인프라를 깔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사회간접자본과 같습니다. 다리, 항만 부두 등을 건설하는 데는 당장 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사회 발전의 근간을 마련하지 않습니까?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패자부활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이고 예방적인 차원에서 지속가능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사업에도 투자하는 등 다층적 접근을 해야 합니다.” 사회금융기관은 일반 은행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일반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수익과 담보를 본다면 사회투자를 지원하는 사회 금융기관들은 그 기업과 프로젝트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는 사람과 기업의 철학을 본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재무적 수치나 성과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즉 장애인, 노숙자, 저출산, 고령화, 청년 일자리, 주거 문제, 환경 문제, 자살률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가를 우선적으로 판단해 투융자를 결정합니다. 돈의 회수 가능성을 본다는 점은 같지요. 공익적 개념이더라도 지속가능하게 사업을 진행하려면 재원의 선순환이 필수이니까요.” 은퇴자들과 매칭 포인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설립한 사회연대은행에서는 시니어브리지라는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은퇴하였거나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교육하고 논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벌써 400명 이상의 시니어들이 교육을 받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전문성을 갖고 사회적 기업에 컨설팅을 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봉사가 가능합니다. 일정 교육을 받고 커뮤니티를 구성,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인생에는 두 가지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돈을 벌어 재무적 성과를 내는 재무적 가치, 사회적 의미를 두고 봉사하는 사회적 가치. 이 중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가치에 점점 더 무게중심을 두게 되더군요.” 당면한 사회 문제 중 심각한 게 양극화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끝났다고들 말합니다. “부모의 가난이 새로운 연좌제가 되고 있는 것이죠. 요즘은 개천의 용을 보기가 힘듭니다. 개천에선 욕만 나오는 세태이지요. 싹수 있는 지렁이들의 신분상승 희망조차 개천 바닥 아래로 봉인돼버린 것입니다. 어느 나라이든 명문대 인재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존재해요. 영국의 이튼스쿨 출신, 미국의 아이비리그 출신 등. 우리 사회의 문제는 갈등과 적대감이지요. 리더들이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제도 개선 등 따뜻한 개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이사장은 “실업, 저출산, 주거난, 장애인 문제 등이 곪아 터지면 결국 빈곤의 문제로 수렴된다. 이들이 벼랑에서 떨어져 사회적 비용이 더 크게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이라는 책에서 “가난이 자존심에 미치는 영향은 공동체가 가난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방식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며 “경제적 능력주의 사고는 가난한 사람을 불운한 게 아니라 실패자로 묘사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체제에선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고, 자선-복지-재분배-동정의 필요성은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과연 빈곤을 그들만의 인과응보에 의한 책임으로 볼 것인가. 한 부모가 아이를 서울역으로 데려가 노숙자를 가리키며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산교육(?)을 했다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으로 다뤄진 적도 있지요. “가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을 수만은 없습니다. 현대사회는 복잡해서 여러 가지 사회적인 상황이 개인을 빈곤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국민총생산이 성장하는 것만으로는 그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민총생산이 늘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소외되고 낙오되는 사람들을 보듬고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입니다. 이를 위해선 공동체 정신, 커뮤니티 정신이 기본적으로 중요합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온통 효율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가 실현돼야 합니다.” 개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사장님도 흙수저 출신의 개천룡이십니다. 어떻게 글로벌 금융인이 되셨는지요? “사당동 달동네의 철거민촌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교(서강대 경영학과)에 들어갔어요. 민주화운동을 하다 민청학련사건으로 옥살이를 하게 됐습니다. 이게 빨간 줄이 돼 국내 일반 직장에 취업이 안 되는 겁니다. 신원조회를 하지 않는 외국계 기업 직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친구가 권해줘서 우연히 응시한 미국 은행 체이스맨해튼은행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참, 인생이란 알 수 없더군요.” 민청학련 경력(?)이 인생의 장애물이자, 도약대, 두 가지 역할을 했군요. “20대 때 세상의 불공평,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질풍노도 같았어요.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고, 제 가난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고, 화가 꾹꾹 쌓여 폭발 직전이었지요. 처음엔 독방에 수감됐는데 매일 고함을 치고 벽을 쳤어요. 3개월 후 잡범들과 합방을 하면서 비로소 제 마음속 억눌린 화가 풀리더군요.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가난이라고 불만을 가졌던 게 사치였던 겁니다. 비교도 안 되게 별별 힘든 사연이 다 있더군요. 그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자’는 생각을 했지요. 책으로 배운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 그 결심으로 대학생활 내내 구로동 공단에서 야학을 열심히 했어요.” 그 후에도 초심을 잘 유지하셨나요. 젊은 시절의 결심은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법인데요. “하하. 웬걸요. 몇 번의 초심 재생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레드카펫 깔린 외국 직장에서 고연봉의 좋은 대우 받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7명이나 딸린 해외생활을 하면서 ‘그때 그 마음’이 바래버렸어요. 꿈은 이루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힘들어요. 내 삶은 우연찮게 사건이 ‘사연’을 상기하게 만들어요.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돌아보게 되었지요. 1996년 캄보디아에서 은행을 설립할 때인데요. 가난을 한탄할 틈마저 주지 않는 매정한 세상에 지친 서민들의 우울한 눈동자를 봤어요. 까맣게 잊고 있던, 감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과 예전 결심이 떠오른 겁니다. 내 삶을 돌아보게 됐고 사표를 냈지요.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이라고 하지만, 가슴에서 발까지의 결심이 더 힘들더군요. 이후 캄보디아 농촌 빈민을 위한 자활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농촌 빈민 직업 훈련 프로젝트 등 ‘가슴이 시키는 일’에 연달아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캄보디아 내전 등 내부 문제 때문에 아쉽게도 끝까지 추진하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에겐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이때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에 영감을 받아 귀국해 사회연대은행을 설립하게 된다. 당시 국내에선 개념조차 없는 때라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한국형 사회연대은행을 기초부터 공부해가며 시작해 실행까지 도맡아서 했다. 세계 최대 보험중개사인 에이온코리아 사장으로 계시다 비정부 시민사회 단체인 사회연대은행 대표로 옮기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10년간 양다리 기간이 있었습니다. 두 곳이 인근 건물이어서 상호 양해 하에 두 곳의 장(長) 역할을 왔다 갔다 병행했지요. 그러다 사회연대은행 운영이 어려워져 직원 급여도 못 주는 상황에 직면했어요. 3개월 월급 못 줄 땐 가시방석이었어요. 웬만한 직장에서 그랬다면 야단이 났을 텐데, 마이너스통장 쓰면서도 견디는 모습을 보며, 나 혼자 편하게 지내도 되나 갈등이 생기고, 인간적으로 모순 상황을 못 견디겠더라고요. 고민 끝에 에이온에 사표를 냈고 마음이 가는 바를 좇고 나니 편해지더군요. 온전한 헌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정한 이익과 불이익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니 결정이 오히려 쉬웠습니다. 버는 거야 옛날과 비교할 수 없게 줄었지만요. 막상 살아보니 상상했던 것보다는 불편하지 않아요. 밥값 내던 시절은 잊고 빈대가 되고, 기사 딸린 승용차를 타는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고…. 많이 벌면 많이 쓰고, 조금 벌면 조금 쓰게 되는 게 사람 사는 이치더군요(웃음).” 사표를 쓴 당일에 스페인 산티아고로 직행, 혼자 도보순례를 하셨다면서요. “모양만 좋은 ‘데코레이션 나’가 아닌 진짜 ‘내 안의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만나기 힘든 게 나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살면서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나이기도 하고요. 자신만이 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 사람들 눈에 보이는 나는 내 참모습과 일치하는가.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어보는 시간이었어요.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나에게 지지 말자고 결심했지요.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하는 매일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이사장님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패자부활전, 초심 회복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 그런가요. 격렬한 희망과 내려놓기, 그것이 제 나름의 인생 지혜입니다. 격렬한 희망이란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긍정적 기회로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하나하나 보면 실패였지만 돌아보니 그게 저수지가 됐어요. 감옥에 들어간 일이나, 젊은 시절의 방황이나 해외 돌아다니면서 은행을 설립한 일이나…. 또 하나는 내려놓기입니다. 돈뿐 아니라 일에 대한 욕심도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따라오더군요.” 이 이사장은 인터뷰 중 일어나더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을 펼쳐 한 대목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읽어주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출발이다. 과거를 지움으로써 현재를, 지금을 버림으로써 미래를 들일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다른 것을 쥘 수 없는 것처럼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내려놓음은 익숙함에 찍는 단정한 마침표다. 나를 타성, 관성, 습성에 젖게 했던 세상의 기준과도 이별이다. 그는 자신이 지은 집에서 80대 노부모를 모시고 산다. 소셜 디자이너란 별칭처럼 ‘남이 디자인해준 집’에서 사는 것은 재미없기 때문이란다. 아버님(86)은 시력을 상실하시고, 어머님(85)은 치매이시지만 그는 이 역시도 문제로 보지 않는다. ‘노인의 문제는 곧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노인 병환, 공양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 노인들이 어떻게 존엄한 삶을 살게 할 것인가, 양질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기회로 받아들인단다. 타고난 소셜 디자이너 이종수 이사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 2017-09-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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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는 자격시험
- 지난 9월 17일은 금융권에 종사한 적이 있는 시니어들이 그동안 갈고 닦았던 실력을 견주었던 특별한 날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신용회복위원회가 주관하는 신용상담사 자격 취득 시험일이었다. 신용상담사는 그동안 국가공인이 아닌 민간 자격증이었는데 올해 정식으로 공인 자격증이 되었다. 이미 자격을 취득했던 사람들도 완화 시험을 통해 네 과목 중 두 과목을 다시 합격해야 정식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올 수험생들은 명실상부한 1회 수험생이다. 잘만하면 1회 합격자가 될 테니 기쁨도 두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전언에 의하면 시험은 꽤 난이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분에 1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답안지 작성 시간을 감안하면 1분에 1문제 풀기에는 몹시 버거웠다고 한다. 읽다가 시간이 다 갔다고 푸념을 하는 수험생들도 있다. 상담사를 뽑는데 고시 수준으로 문제가 나왔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 작년 합격률이 8%였다고 하니 문제의 수준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그래도 올해는 1회 시험이고 작년에 너무 합격률이 저조했으니 올해는 좀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 했던 많은 수험생들이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기를 감추지 못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는 금융권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금융권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더 일찍 은퇴하여 어렵게 사는 경우도 흔치 않다. 그러고 보니 소싯적 일반 회사에 다니던 사람들이나 화려했던 금융회사에 다니던 사람들이나 은퇴하고 나면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이다. 갈 곳 없는 베이비부머들이 많아서인지 자격증의 쓸모는 차치하고 응시자는 넘쳐났다. 용산고에서 응시한 사람들만 해도 1100여명이나 되었다. 용산공고에서 완화시험을 보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1800여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자격을 취득해서 쓸모가 있다면야 수만 명이 응시해도 상관은 없지만 이처럼 별 용도가 보이지 않는 자격증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용산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본 한 시니어는 “현대중공업에 다니다 퇴직하여 지금은 경영지도사로서 소상공인의 경영컨설팅을 해주고 있다.”면서 “신용상담사 자격을 취득하면 경영 컨설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응시했다.”고 답했다. 그는 몇 가지 자격증이 더 있는데 아마 노후를 대비해서 적극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했던 것 같다. 어쨋든 그에게는 자격을 취득하고자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시니어가 아닌 젊은이들은 왜 신용삼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일까. 한 젊은 응시생은 “혹시 취업을 하는데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해서 시험을 보았다.”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응시한 줄은 몰랐다.”며 오히려 놀라는 눈치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자격증이 있다. 사실 변호사나 의사 자격증은 한번만 취득하면 평생을 잘 살 수 있다. 자연 노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예로부터 ‘사’자 들어가는 직업은 3가지 열쇠 정도는 받고 여자를 고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자격증 만능의 시대가 열렸다. 공인이든 아니든 따놓고 보자는 식이 되었다.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자격증만 따면 된다는 식이다. 가히 자격증 홍수시대이다. 젊은이들의 취업이 어려우니 자격증의 몸값은 더 올랐다. 하지만 막상 취득하고 나면 써먹을 수 없는 자격증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후회한다. 아픔이고 슬픔이다. 이처럼 수험장에만 가도 그 시대의 아픔을 읽을 수 있다. 신용상담사 자격 취득 수험장에 깃든 아픔은 수많은 금융권 은퇴자와 젊은 미취업자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숨이 잘 대변하고 있다. 신용상담사는 신용이 훼손된 사람 즉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들의 신용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에서 생긴 자격증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채무불이행자는 백만 명이 넘는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는 더욱 급속도로 그 수가 늘어난다. 외환위기 때는 300만명에 육박했다. 그 후 신용회복위원회가 설립되고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이 제정되어 많은 금융채무불이행자의 경제회생을 도왔다. 앞으로도 그 임무는 막중할 것이다. 그러나 신용상담사를 필요로 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일찌감치 자격증의 한계가 노출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많은 은퇴자와 젊은이들이 자격 취득을 위해 담은 며칠이라도 잠을 줄이고 공부를 해야 했던 것은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겪는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 2017-09-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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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농부들 콧대 꺾은 도시농부 김재영씨
- 지금의 중장년층에게 커다란 생채기를 남긴 IMF. 도시농부 김재영(金宰永·58)씨 역시 나라가 휘청거릴 만한 큰 위기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원래는 인쇄기계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죠. 인쇄업이 사양산업이기도 했지만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더 이상 회사를 유지할 수 없었죠. 그래서 결국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아봤어요.” 원래 생각했던 것은 귀농이었다. 부모가 이미 가평에서 텃밭을 가꾸며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기댈 곳은 그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당장 서울을 떠날 수 없었다. 아이 교육이나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결국 미루고 미루다가 2010년에 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입학했어요. 기왕 귀농을 하려면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죠. 2014년에 졸업하고 나서는 좀 더 실무적인 교육과정을 찾았어요. 이론과 현실은 다르니까요.” 인연이 닿은 것은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전문가양성과정이었다. 그는 이 교육을 통해 현장에서만 할 수 있는 교육을 배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미있는 스토리 중 하나는 그의 아내 이광희씨의 존재다. 이광희씨는 김씨와는 부부 이상의 상호보완적 관계로 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도 함께 졸업하고 도시농업전문가양성과정도 함께 다녔다. 부부가 된 이후에 캠퍼스 커플이 된 셈이다. 도시농부가 된 뒤에는 사단법인 도시농업포럼이나 서울특별시도시농업전문가회, 서울특별시시민정원사회 등의 단체를 통해 주로 강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은 올해 초의 일이다. “아내도 도시농부다 보니 여러 가지 작물을 키워요. 주로 음식이나 차에 쓰이는 허브 종류가 많은데 습한 곳에서 자라는 작물은 옥상정원이나 텃밭에서 키우기 어렵다며 제게 이런저런 주문을 했어요. 그런 아이디어를 모아 부분적으로 작물을 키우는 데 적용하고 있었죠. 그런데 주변에서 서울시에서 하는 도시농업경진대회에 한번 출품해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하더라고요.” 출품자가 너무 적으면 관련 기관에서 애를 먹을 수도 있어 모르는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가 출품한 것은 다양한 장치를 활용한 아이디어 텃밭. 2층 구조로 설계해 아래쪽에는 햇볕이 직접 닿으면 안 되는 음지식물을 심고 위에는 양지식물을 심는 구조였다. 타이머와 빗물받이를 이용해 우수가 저장되면 식물의 생육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한쪽에는 태양전지판을 설치해 보조 조명을 밝히는 전원으로 썼다. 해충기피 식물의 배치도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얻었다. 그의 아이디어 텃밭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깜짝 놀랐어요. 아내와 주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것뿐인데. 예전에 기계 관련 사업을 했던 것이 제작에 많은 도움이 됐죠.” 그의 텃밭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하는 생활원예 중앙경진대회에서도 최우수상에 뽑혔다. 전국의 농촌 출신의 진짜 농부들을 제치고 얻은 도시농부의 쾌거였다. “도시농업은 저처럼 쉽게 농촌으로 떠나기 힘든 은퇴자들에게 딱 맞는 직종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어요. 교육을 다니다 보면 어디서 어떻게 교육을 받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주변에 살펴보면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은 생각보다 많아요. 거기서 한 걸음씩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 2017-09-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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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나눔교실, 춘천 토박이 멘토 4인방
- 청춘의 낭만을 품은 도시, 강원도 춘천. 이곳에 남다른 교육열을 불태우는 멘토 4인방이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인생나눔교실을 통해 국군장병들을 위한 인생 멘토링에 참여하게 된 이백우(66)·이정석(67)· 차관섭(67)·허남신(43)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르치는 수업’이 아닌, ‘함께 나누는 교감’을 통해 청춘들을 품고 있는 그들을 만나봤다. 인생나눔교실을 통해 ‘멘토’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함께하게 된 데에는 이백우씨의 역할이 컸다. 영어교사 은퇴 후, 인생나눔교실 1기에 지원해 3년째 멘토링 활동 중인 그는 고등학교 동기인 차관섭씨와 제자였던 허남신씨를 짝꿍으로 맺어주었다. 차관섭 “강원도청 산림정책관 등을 맡으며 반평생 공직생활을 했어요. 수직적인 직장 문화를 벗어나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것이 초반엔 걱정스럽더라고요. 그때마다 이 친구(이백우)가 ‘당신은 할 수 있을 거야!’라며 희망을 준 덕분에 활동할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또 한 사람, 차씨의 곁엔 환상의 짝꿍 허남신씨가 있다. 그녀 역시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이백우씨의 추천으로 인생나눔교실에 참여하게 됐다. 그렇게 그들은 사제지간에서 멘토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백우·이정석 멘토, 교직의 보람을 잇다 춘천여자고등학교 교장을 지냈던 이정석씨는 은퇴 후 봉사활동에 눈을 뜨며 인생나눔교실에 참여하게 됐다. 동갑인 데다가 음악을 좋아하고, 같은 영어 교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멘토링 파트너 이백우씨와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한 지도 3년째,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호흡이 척척 맞는다. 이들의 수업 목표는 바로 ‘대화를 통한 공감’이다.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강의 형태에서 벗어나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세대 간 공감을 이뤄나가고 있다. 이정석 “두려움은 없었어요. 40년을 교육자로 지냈으니까. 하루는 종이접기를 하려고 색종이를 가져갔는데, 멘티들이 초등학교 때 추억이 생각난다며 종이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이들이 간직한 동심, 그런 감성적인 것들을 끌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백우 “신세대와 쉰세대 간의 공감·소통·배려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최근 ‘욜로(YOLO)’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 기성세대와는 생각이 참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죠. 욜로는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건데, 어른들은 저축도 하고 앞날 생각하며 살길 바라니까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차관섭·허남신 멘토, 멘토링 속 멘토링 차관섭·허남신 멘토 콤비 역시 ‘노 티칭(no teaching)’을 원칙으로 대화와 이해를 통한 수업을 진행한다. 사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아버지와 딸뻘이다. 함께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자 이구동성으로 ‘전혀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 차관섭 “같이 군부대에 갈 때면 카풀(carpool)을 하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리거든요. 내가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허 선생 사는 이야기도 듣고 하면서 오늘은 어떤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할지 등등을 의논하게 되죠. 어떻게 보면 딸 같지만, 때로는 친구 같고 그래요.” 허남신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 상하적인 느낌이 들었다면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차 선생님은 저를 굉장히 존중해주시고, 같은 멘토로서 대해주셔요. 또 둘이 있을 때는 제게 멘토 역할을 해주시거든요. 저는 A가 맞다 생각했는데, 차 선생님은 ‘그게 아니야’라는 말 대신 ‘B도 있고 C도 있는데, 나는 D도 해봤어’라는 식으로 말씀하시죠. 그런 유연성, 배려 속에서 선생님 인생을 나누고 제 인생도 나누는 것 같아요. 인생나눔교실의 또 다른 성과인 셈이죠.” 멘티에게 배운 ‘요즘 아이들’ 네 명의 멘토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보람된 순간은 바로 자신으로 인해 멘티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을 때다. 모두를 만족하는 수업이 되기는 어렵지만, 단 한 명이라도 그 시간을 통해 작은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길 바라는 그들이다. 차관섭 “얼마 전, 한 장병이 쉬는 시간에 쪽지를 하나 주고 갔어요. 나처럼 공직생활을 꿈꾸고 있는데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싶다고요. 그야말로 내 인생을 나누고 도움을 줄 기회잖아요. 언제라도 시간이 되면 따로 만나서 그동안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고, 그 아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물론 그들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인생만을 나누는 것은 아니다. 멘티와의 생각나눔을 통해 배우는 것 또한 적지 않다. 이정석 “작년에 최전방에 있는 장병들에게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라 했는데, 제대하고 돈 벌어서 아버지 차 사드리겠다, 부모님 해외여행 보내드리겠다 등을 적더라고요. 대개 우리 세대는 요즘 애들이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다고 여기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오히려 이들은 이렇게까지 생각하는데 나는 내 부모에게 어땠는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실수하는 멘토가 되고 싶다 국군장병을 위한 수업이지만, 사실 그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는 게 나름 고충이라고 한다. 사는 지역, 나이, 학벌, 가치관, 장래희망 등 각양각색의 성향을 지닌 이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늘 어느 것 하나에 치우치거나 차별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백우 “예전에 아이들에게 ‘아버지’로 삼행시를 지으라 했는데, 한 아이가 아버지에 대한 원망 섞인 시를 지었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요즘은 편부모나 조손 가정이 많아졌잖아요.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는 주제를 정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도 마음 다치는 아이가 없도록 배려하고 있죠.” 특별히 더 신경 쓰는 것은 언어다. 아무래도 나이 차가 나기 때문에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대화에 불편함이 생길 수 있어 이 점을 늘 염두에 둔다고. 이정석 “어느 날 ‘계모’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아이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멘티들이 알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또 유행어나 줄임말 같은 신세대 언어도 이해하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이정석씨가 그토록 언어에 신경 쓰는 까닭은 ‘쉽게 대화할 수 있는 멘토’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각자가 바라는 멘토의 모습에 대해 물어봤다. 이백우 “재미있는 멘토, 얼핏 생각나는 멘토, 그렇게 기억되면 좋겠어요.” 허남신 “여유 있는 멘토, 실수하는 멘토 그런 인간미 넘치는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 차관섭 “나는 그들의 멘토보다는 형으로 남았으면 해요. 인생의 형이 되어주고 싶어요. 그냥 형처럼, 정말 형처럼 내 모든 것을 그들에게 주려고 해요. 그들이 그렇게 나를 형으로 생각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죠.” 인생나눔교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인생나눔교실은 선배세대(멘토)와 후배세대(멘티)가 나눔·소통·배려 등 인문 가치와 삶의 지혜를 공유한다. 2015년부터 인문적 소양을 갖춘 은퇴자 및 인문·문화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수도권·강원권·충청권·영남권·호남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뉘어 멘토를 선발한다. 올해는 3월 지원자를 받아, 4월부터 12월까지 총 250명의 멘토가 3000여 회의 멘토링을 진행한다(자세한 사항은 인생나눔교실 블로그 참조 blog.naver.com/arko2010).
- 2017-08-3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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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떠나지 않고 내 집에서 ‘도시농부’ 될 수 있을까
- 누구나 노후에 작물을 기르며 텃밭을 가꾸고 싶은 작은 소망이 하나씩 있다. 밥상 위에 놓을 야채 몇 가지가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좋고, 주변에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더 좋다. 여기에 약간의 용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그렇다고 집을 등지고 시골로 내려가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잘만 하면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다. 바로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은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 자연이 도시화되고 상당수의 인구가 도시에 몰려 살면서 농촌이 가지고 있던 일부 농업 기능을 도시로 옮기고자 하는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다. 그녀는 백악관 텃밭에서 작물을 가꾼 경험을 바탕으로 이라는 책을 2012년에 발간했다. 미국은 자생적 도시농업의 대표적 국가로 각 주정부마다 시민들이 마음껏 경작을 할 수 있도록 세세한 조례를 마련해놓고 있다. 뉴욕 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도시 텃밭 조성을 위한 시민사회단체가 운영하는 그린 섬(Green Thumb) 프로그램을 시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또 식량위기를 도시농업으로 돌파한 쿠바의 이야기나 시민농원법을 통해 공동체 텃밭의 운영을 권장하는 일본 역시 도시농업의 주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도시농업의 세계적 우수사례 서울 이렇게 많은 도시가 도시농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환경 문제가 있다. 도심의 생태계를 도시농업을 통해 복원시키고 거주 환경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급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로도 도시농업이 꼽힌다. 각종 텃밭 관리나 농업 관련 교육 등은 은퇴자 일자리에 적합한 분야 중 하나다. 특히 ‘땅’을 기반으로 한 농업은 지역 공동체 결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결국 지역에서 거주기간이 긴 중장년층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공동체 문화가 조성되고, 지역의 경제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금상첨화다. 국내에서 도시농업에 대해 정책 개발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의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모범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도시농업 1.0 사업을 통해 도시농업이 정착될 수 있는 제반 준비와 함께 다양한 실험적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2018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도시농업 2.0’을 진행하고 있다. 1.0이 관 주도의 취미·여가형 도시농업이었다면, 2.0은 민관이 결합해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에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의 도시농업 사업이 잘 적용된 대표적인 곳이 바로 종로구 행촌권 성곽마을이다. 종로구 행촌동 일대 지역은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으로 그동안 돈의문 뉴타운 사업이나 재개발구역에서 소외되어왔다. 그러다 주거환경관리사업 정비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더불어 도시농업 시범마을로 특화돼 연중 자동화 재배가 가능한 IoT(사물인터넷) 스마트팜 조성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 지역민들은 지역공동체 거점인 ‘행촌共터’를 3호점까지 개설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도시농업을 위한 여러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육묘장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텃밭을 가꿔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소득도 올렸다. 양봉도 시작해 꿀 800ℓ를 얻기도 했다. 올해는 도시농업의 특성상 작은 면적에서 높은 효율의 수확을 얻어내기 위해서 부가가치가 높은 더덕, 감초, 어성초 등을 심은 약초밭도 만들었다. 농부 되기 위해선 교육이 우선 도시농부가 되는 과정은 무엇이 있을까. 도시농부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 관련 교육과정을 통해 농업의 기초를 쌓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지역별 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정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을 통해 매년 100명 이상의 도시농부를 배출하고 있다. 도시농업 교육기관을 표방하는 민간단체들도 상당히 많다. 일부에선 “교육기관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 서울시에서 꼽은 도시농업 시민단체만 해도 협동조합을 포함해 44개나 된다. 관련 소규모 시민단체들은 지역에 따라 활성화된 곳도 있지만 조직적, 재정적 어려움도 상당하다. 이러한 교육 과정의 정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가자격증 제도인 ‘도시농업관리사’ 제도가 실시된다. 지난 3월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9월 22일부터 시행 예정인 도시농업관리사는 도시민의 도시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도시농업 관련 해설, 교육, 지도 및 기술보급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또 개정안에는 도시농업의 범위에 ‘수목과 화초를 재배하는 행위’와 ‘곤충을 사육(양봉 포함)하는 행위’를 추가해 도시농업의 범위가 넓어졌다. 해설과 교육, 기술 보급도 도시농업 도시농업이 단지 주변의 작은 유휴지에 작물을 심어 가꾸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텃밭학교나 스쿨팜 사업 등을 통해 작물에 대한 교육과 이를 통한 인성 교육을 추진하는 단체들도 많다. 도시농업포럼의 꿈틀텃밭학교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교장으로 부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5년부터 초등학생들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텃밭을 가꾸는 데 필요한 각종 교육, 채취한 농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단순한 농업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텃밭이라는 공간을 통해 가족 간의 잃어버린 대화를 회복하고, 아이들의 인성 발달 등 긍정적인 효과가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직업으로서 도시농부는 어떨까? 아직은 글쎄다. 일부에선 “농작물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강사로 활동하는 것이 벌이는 더 낫다”고 평가할 정도. 도시농업에서의 텃밭이라는 공간은 농촌의 대규모 농업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일부 지자체나 주민단체가 고부가가치 농작물에 열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농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이를 가공해 서비스 사업으로 연계해야 도시농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 2017-08-30 1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