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민혜 동년기자(한국농어촌공사 창녕지사)
자연친화적이고, 느린 삶에 대한 도시민의 소망은 최근 TV 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설마 귀촌생활을 낭만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지요? 보통 귀촌에 대한 의견을 부부에게 물으면, 여자 분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도 없고, 놀러갈 곳도 없는 산속 오지에서 어찌 살란 말이오?” 하고 말입니다. 100% 공감합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마치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치킨 같은 깨알 귀촌 Tip 8가지를 준비했습니다.
귀촌 전 작은 주말농장이라도 경험해보자
새싹이 쏙쏙 올라오면 가슴이 설레나요? 식물과도 대화를 할 수 있나요? 밭이나 창고에서 혼자 일할 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의 평화를 느끼시나요?
교직을 은퇴하기 전부터 반쯤 귀촌생활을 해온, 창원시에 거주하는 J 씨는 일주일의 절반은 300평 블루베리 농장에서 생활합니다. 푸른 하늘을 보며 야외 테이블에 멍하니 누워 있거나, 책을 보거나, 잡초를 뽑습니다. 요즘도 ‘나만의 놀이터’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J 씨처럼 이런 생활이 자신과 궁합이 맞는지 미리 경험해보세요.
귀촌하면 농사일 말고도 재미있는 일이 많다
귀촌이라 해서 땡볕에 쭈그리고 앉아 일만 하지는 않습니다. 부부가 모두 비슷한 성향이기는 어렵습니다. 귀촌 후에 마을회관에서 ‘노래 강사’를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또 시골 분들과 소통이 잘되어 마을 이장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군청 인근 지역이라면 도시민의 선입견과 달리 각종 문화시설도 갖춰져 있고,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수영장, 게이트볼장, 각종 문화수업, 도서관, 예술회관도 있습니다. 또 여러분의 재능기부가 필요한 곳도 많습니다.
귀촌인이 많은 동네를 선택하자
귀농·귀촌 후 농촌생활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시는 분도 제법 있습니다. 비슷한 삶의 철학과 생활 패턴을 가진 이웃을 만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안으로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이 읍·면 인근 지역 또는 귀농·귀촌인이 많은 동네, 마을과 조금은 단절된 장소도 좋겠지요. 물론 장점과 단점은 있습니다. 기우(杞憂)일 수도 있겠지만 참고해서 결정하세요.
사전에 관공서 등을 방문해 정보를 모으자
농촌 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자치마다 귀농·귀촌인에 대한 각종 지원이 최근 많아졌습니다. 사전에 해당 지역 농업기술센터, 농지은행, 읍·면사무소, 귀농학교 등을 방문해 각종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농지원부를 미리 만들어두면 농지 구입 시 취·등록세 50%가 감면되기도 합니다. 운이 좋으면 농지은행, 마을 이장님 등을 통해 적당한 임차농지, 임대용 시골집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골집을 덜컥 사기 전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마을 분위기를 먼저 알아보면 좋습니다.
마을 특유의 공동체적 요소를 이해하자
농촌 특유의 마을 운영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네 길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조금씩 개인 소유 토지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즉 사도가 제법 있습니다. 당신이 걷는 길이 개인 땅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동네의 수도시설은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설치하는 경우도 있으며, 마을회관도 일부 비용을 개인이 부담한 경우도 있습니다. 마을의 꽃과 나무도 동네 사람들의 수고로 이뤄진 것이고, 청소도 마을회의를 통해 날짜를 정한 뒤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합니다.
마을 행사에 기부 조금 한다고 생각하자
마을 운영 방식이 도시와 다르므로 동네 주민 입장에서는 이방인이 각종 수혜를 공짜로 받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약간은 조심스러운 제안이지만, 마을 행사가 있을 때 금전적 지원을 포함한 적합한 방법을 고려해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얼마 전 시골에 사는 친구는 아버지에게 연락을 받았다 합니다. 마을회관 건립 기금을 좀 내면 안 되겠냐고 말입니다. 너도 어차피 귀농할 거 아니냐 하면서요. 친구는 싫다고 했대요. 그런데도 친구 아버지는 언젠간 귀농할 아들을 위해 기부를 조금 했다고 합니다.
음식, 정보, 대화, 잡일 등 많이 베풀자
시골에서의 삶은 좋은 말로 하면 ‘더불어’ 사는 것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사생활’ 보호가 잘 안 되는 생활입니다. 시골에서는 누구네 집에 자가용이 들어가는지, 누구네 아들이 왔는지, 누가 생일인지, 누구의 제사인지 다 알아요. 모든 게 오픈되어 있기 때문이죠.
시골 분들은 또 이웃과 정말 많이 나눕니다. 당연하지요. 이웃이 어릴 적 친구, 친구 아버지 또는 어머니입니다. 음식을 만들면 조금 더 만들어서 옆집, 경로당에 나눠줍니다. 장날 읍내에 갈 때도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닙니다. 핸드폰 사용법도 알려주고요. 누가 내 밭의 농작물 조금 따 먹는 거 개의치 마세요. 가능한 한 자주 베푸세요.
귀농·귀촌 목표를 명확히 하고, 철저히 준비하자
단순한 귀촌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귀농·귀촌이 목표인가요? 즉 농사를 지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나요? 만약 수익 창출을 내야 된다면 철저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어느 분야나 새로 시작한 일에서 바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농사일도 전문화·기계화되어 있습니다. 1000평 농사짓는 거나 5000평 농사짓는 거나 에너지는 비슷합니다. 기계화가 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량생산을 위한 농기계 가격은 정말 비쌉니다. 나중에 정산을 하면 손해가 날 수도 있습니다. 도시가 힘들어, 농사나 짓지 하는 생각으로 시골에 내려가면 힘들 수도 있습니다 .
단순한 귀촌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귀농·귀촌이 목표인가요? 즉 농사를 지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나요? 만약 수익 창출을 내야 된다면 철저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전시 두들월드
일정 7월 4일~9월 9일 장소 아라아트센터
‘뭔가를 끼적거리다’라는 뜻의 두들(doodle). 언뜻 보면 낙서처럼 보이는 두들링 작업에 푹 빠진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미스터 두들 (Mr.Doodl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영국 아티스트 샘 콕스(Sam Cox)가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다. 두들월드 전에선 그를 세계에 알린 독특한 벽화 작품, 서울 전시를 위해 특별히 작업한 서울 시리즈, 그리고 현장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설치 작품까지 총 70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축제 부여서동연꽃축제
일정 7월 6~15일 장소 부여서동공원
매년 7월이면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등 50여 종의 다양한 연꽃이 부여 궁남지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는 물론 야생화와 수생식물이 있어 아이들의 자연생태 학습장으로도 좋다. 부여서동연꽃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우수 축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축제기간에 연밥인형만들기, 연지탐험, 연씨팔찌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전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 신카이마코토展 ‘별의 목소리’부터 ‘너의 이름은.’까지
일정 7월 13일~9월 26일 장소 한가람미술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데뷔 15주년을 기념한 전시다. 그의 대표 작품으로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등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별 설정 자료, 애니메이션 콘티, 작화 등 신카이 마코토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원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180도 와이드 스크린, 프로젝터 매핑 등을 이용해 애니메이션 속의 명장면을 재현했다.
연극 생쥐와 인간
일정 7월 24일~10월 14일 장소 대학로 TOM 1관 출연 문태유, 신주협, 최대훈 등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레니’와 그런 레니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조지’라는 이주 노동자의 비극적인 우정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성과 비극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 인랑
개봉 7월 25일 장르 SF, 액션 감독 김지운 출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등
‘인랑’은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대결 속에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과 총격신을 더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영화 어느 가족
개봉 7월 26일 장르 드라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등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원제는 ‘만비키 가족’. 일본어 만비키(万引き)는 좀도둑을 의미한다.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는 한 가족이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같이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연료 값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주행거리가 많은 경우 가계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운행 요령에 대해 알아봤다.
시동 전
1. 목적지 정보는 미리 준비
목적지 경로에 대한 사전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나게 되면 주행할 거리가 불필요하게 많아지게 되고 이럴 경우 주행 중 지도를 보며 목적지를 찾게 되므로 위험하기도 하고 시간 낭비까지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여행 전 미리 지도를 점검해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잘 숙지하고 운행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운전 중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다 큰 사고가 난 사건을 봤는데 본인의 과실이므로 보험 전액을 받을 수 없다.
2. 무게와 연비의 관계
차에 불필요한 짐을 많이 싣고 다니면 연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트렁크에 있는 불필요한 짐을 정리해 차를 가볍게 하는 것이 연비 개선의 첫걸음이다. 차에 있는 짐을 반드시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해 불필요한 물건들은 집에 보관하고 꼭 필요할 때만 가지고 다니도록 한다(삼각대. 공구. 예비 타이어는 필수 지참).
3. 타이어는 적정 공기압으로 유지
타이어의 공기압도 연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공기압이 부족한 상태로 주행하면 연료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소모되므로 적정 공기압 유지는 필수다.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는 기간이 오래 경과하면 특별한 사고가 없어도 서서히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차량별 타이어의 규정 압력은 약간씩 다르다. 연비를 좋게 한다고 과다한 압력을 주입하면 승차감이 떨어지므로 반드시 규정 압력을 준수한다.
시동 후
1. 불필요한 공회전은 피한다
시동을 걸어놓은 채 일을 처리한다든가 사람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공회전을 오래하면 연료 소비가 많아질 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므로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2. 급가속, 급제동을 피하자
가속 페달을 급히 밟을 때 연료 소비 역시 급격하게 늘어난다. 급가속을 계속하면 연료가 추가로 소모될 뿐 아니라 엔진에 무리가 간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번갈아가며 조작하면 연료 소모는 물론 브레이크 패드의 조기 마모를 가져오므로 주의해야 한다. 연료 절감에 가장 경제적인 운전은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등 이른바 3급에 대한 방지다. 상황에 따라 연료가 2배 이상 소모되기도 한다. 연료 소모뿐 아니라 ‘급’ 자가 들어간 운전을 하면 매우 위험하다.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급회전, 급차선 변경 등 하나같이 안전운전에 장애가 되는 나쁜 습관이다. 다른 차에 혼동을 일으켜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고, 에너지 낭비도 상당하다. 차량 사고를 방지하는 기본 운전은 다른 차량에 내 차의 위치와 추후 운전 방식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방향지시등이나 비상등으로 다른 차량에 내 차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차선을 변경하거나 내 차의 정지를 알려주는 비상등도 켜지 않는 운전자가 많다. 이럴 때 다른 차량이 능동적인 대처를 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앞뒤 차의 간격이 좁다 보니 앞차에 사고가 발생하면 몇 대가 연이어 충돌하는 큰 사고로 커진다. 예방과 안전은 한 템포 느린 운전과 여유다. 앞서 언급한 ‘급’ 자가 들어가는 운전을 지양하면 교통사고도 줄이고 연료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3. 정속 운전 = 좋은 연비
흔히 시속 60~80km를 경제속도라 한다. 차량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이 속도 내에서 운행하면 가장 높은 연비가 나오기 때문이다. 가속 페달을 고정해 시속 60~80km로 주행하면 연비는 더욱 좋아져서 같은 거리를 급하게 운행했을 때보다 연료 소모가 월등히 준다. 반드시 경제속도가 아니라 해도 90km, 100km와 같이 규정 속도를 정해 정속으로 주행하면 안전하고 알뜰한 운전을 할 수 있다.
4. 타력 운전과 엔진 브레이크
엔진 브레이크란 내리막길에서 주행 속도보다 낮은 기어를 한 단계씩 서서히 낮게 선택하며 가속 페달 누름 상태를 가감해 동력 손실을 줘 제동력을 얻는 것을 말한다. 고속 주행 중에는 관성과 중력을 이용한 타력 운전을 하고 내리막을 운전할 때는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자.
5. 예측 운전
주행 중 신호등이 적색에서 청색으로 바뀌는 시간을 예측해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서행 시에는 뒤에 오는 자동차의 주행을 방해하지 않는 운행이 필요하다. 차가 멈췄다가 출발할 때는 연료 소모가 많다.
6. 오랜 정차 중에는 기어를 N으로 한다
신호 대기를 하거나 잠시 정차할 때는 괜찮지만 오랜 시간 정차할 때는 기어를 N으로 위치해야 변속 레버를 보호할 수 있다. 또 수동 차량의 경우 불필요하게 클러치나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려놓으면 연료 소모는 물론 브레이크 라이닝 수명이 단축되므로 주의를 요한다.
7. 에어컨 사용은 효율적으로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압축기가 작동하기 때문에 연료 소모가 많다.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연료가 아깝다고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을 열고 달리면 압력 때문에 자동차에 힘이 필요하게 되고 그만큼 연료 소비가 많아진다. 이럴 때는 에어컨 사용이 오히려 경제적이다
8. 평상시에는 연료를 반으로 채우며 겨울철에는 빙결을 방지하기 위해 가득 채울 것
가솔린 1L의 무게는 0.71kg 경유는 0.8kg이다. 연료의 무게로 인한 연료의 소모도 크다. 자동차에 경고등이 들어올 때 기름을 넣는 경우도 있는데 경고등이 들어올 때까지 타면 자동차 연료 펌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따라서 경고등이 켜지기 전에 주유를 하는 것이 자동차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경고등이 들어올 경우 차종마다 약간 다르지만 20~30Km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료의 찌꺼기가 연료 순환 중에 차량 성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9. 차계부를 만들자
가정에서 가계부를 사용하면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고 알뜰한 살림을 할 수 있듯이 자동차도 차계부를 만들어 차량 관리 및 연료 주입량 등을 기록하고 어떤 운전 방법이 경제적인가를 월별로 비교하면 연료 절감법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엔진오일이나 다른 소모품 교환, 즉 스파크 플러그 등 기간이 경과하면 교환 날짜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차계부 기록은 반드시 필요하다.
OECD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률은 100명당 19.6명으로,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32위 수준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50년엔 100명당 71.5명, 2075년엔 80.1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돈을 버는 사람이면 무조건 어르신 한 명을 봉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는 요양보호사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그런 것일까.
지난 4월 18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4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통해 4만909명의 요양보호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전체 4만5510명이 응시해 응시자 중 89.9%가 합격했다. 응시자는 23회 시험에 비해 6891명이 늘어났다.
많은 숫자가 배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2016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직 요양보호사는 31만3013명에 그쳤다. 그간 배출인원이 151만 명 이상임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다.
이에 반해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인정받은 대상자는 2012년 34만1788명에서 2016년 51만9850명으로 증가했다.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약 2명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자격 취득자 많지만 일손은 부족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인 등의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지원 등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고용해야 하는 인력을 말한다. 요양보호사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통해 자격시험이 관리되는 국가자격제도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초기에는 일정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취득이 가능했지만, 2010년부터는 자격시험제도가 시행됐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은 정해진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기, 실습 교육을 각 80시간씩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다. 이후 시험에선 각 6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합격이 된다.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기관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정된 요양보호사교육원은 2017년 기준 전국 1725개소에 달한다. 교육비는 기관마다 제각각이지만 대략 60만 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도 일부 있다. 요양보호사 수급에 비상이 걸린 지자체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경기도 안산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충청북도 음성군도 비슷한 시기에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부산시 수영구는 일부 교육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육 희망자를 접수했다.
가족 돌봄에도 유리해 관심 늘어
요양보호사는 시니어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다. 은퇴 시기가 되면 배우자나 부모가 치매 등 질병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가족을 돌보는 실질적인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족요양비의 존재도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이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가족 등으로부터 방문요양에 상당하는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때 등급과 관계없이 월 15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 초 가족요양비와 가족인요양보호사제도도 개선해 가정에서 부모를 돌볼 수 있도록 해 시설 수요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력 제한이나 자격 획득이 어렵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수요가 많아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다. 때문에 조선족이나 고령자의 지원도 적지 않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돕는다는 직업적 자긍심이나 보람도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데 힘이 된다.
근로환경 열악, 수입 좇으면 못해
그렇다면 실제 근무 환경은 어떨까. 현장에선 요양보호사가 전문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의 근무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집으로 찾아가 돌봄서비스를 실시하는 재가요양보호사가 전체의 약 70%에 이른다. 시설요양보호사는 나머지 30%에 해당한다. 상당수의 재가요양보호사는 단시간 비정규직, 시설요양보호사는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근무 방식도 쉽지 않다. 비교적 수입이 좋은 입주요양보호사는 부가적인 요구사항이 많아 힘들다고 한다. 한 요양보호사는 “기본적으로 어르신에 대한 가사 지원이 업무 영역에 포함되지만 실제로는 5~6인 가족 전체 살림을 도맡아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부적절한 성적 요구가 성희롱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한다. 수입이 좋은 입주 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입장에선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근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주 토요일에 퇴근했다가 일요일에 출근하는 입주요양보호사는 월 급여를 200만~250만 원 수준으로 받는다. 그러나 주 3회 몇 시간씩 들리는 재가요양보호사의 수입은 몇십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이라고 해서 근무 환경이 속편한 건 아니다. ‘퐁당퐁당’과 ‘주주야야휴휴’가 대표적이다. 퐁당퐁당은 24시간 근무와 휴일이 반복되는 방식이고, 주주야야휴휴는 주간근무 2일, 야간근무 2일, 휴일 2일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이다. 요양원에서 주간근무만 고집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실질소득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야간근무 시간 중 4~6시간을 수면을 위한 휴게시간으로 지정해 임금을 줄이는 방식은 요양보호사들이 악습으로 지적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시설의 한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부터 수가를 지원받기 때문에 설립 요건부터 운영에까지 제약은 많고 수익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때문에 일부 시설에서는 인건비나 식비 등 절약이 가능한 부분에서 이윤을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운영에 가족 참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열악한 조건을 반영하듯 서울시에서는 어른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이들을 위한 노동상담 등 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금이나 퇴직금 문제뿐만 아니라 성희롱 등도 주된 상담 분야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들은 돈이 목적이 아닌, 사회에 공헌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나쁜 태도로 근무하게 되면 비인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환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종종 그런 일도 생긴다. 병원에 비해 보는 눈이나 관리자도 적은 사각지대에서의 근무가 잦은 만큼 스스로의 자긍심이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왜 여행하느냐에 대해서는 사람 수만큼 다양한 정의와 이유가 있지만 아마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일상에 묻혀버린 꿈과 환상을 충전하기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른이 된다는 건 시시해지는 것”이라고 일갈했듯이, 인생은 예술작품이 아니고 영원히 계속될 수도 없다.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후회가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하고, 이럴 땐 다시 한 번 꿈을 충전하기 위해 무언가라도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떤 여행도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여행이야말로 진정 젊음을 충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
아프리카와 인도 대륙 사이의 바다, 인도양에 유유히 떠 있는 섬 마다가스카르는 실제로 가본 사람이 많지 않지만 그 이름만은 의외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이곳이 바로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와 보아뱀의 고장이며,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여행은 비행기에 오르면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목적한 나라의 비행기를 타는 경우 여행 기분은 배가된다. 마다가스카르항공은 프랑스 것이라더니 모든 안내방송이 프랑스어가 먼저 나온다. 그다음이 영어, 그다음이 말라가시어(마다가스카르 공용어) 순이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여행의 인상은 바로 승무원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이에 위치해 있는 마다가스카르에는 18개에 이르는 다양한 부족이 살고 있고, 외모 또한 아시아인에서 아프리카인까지 다양하다. 그 이유는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는데, 2000년 전 인도네시아인들이 배를 타고 건너와 살기 시작한 뒤 아랍의 상인들과 아프리카의 노예, 유럽의 제국주의가 밀려온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마다가스카르는 80%의 국민이 농사를 짓는 농업 국가로, 국토의 많은 부분이 논이며, 우리처럼 하루 세끼 쌀밥을 먹는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하루 세끼 흰쌀밥을 먹는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하게 다가오면서 왠지 마음이 푸근해졌다.
바오바브나무의 고향, 모론다바!
바오바브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쪽 끝에 있는 모론다바라는 도시로 가야 한다. 모론다바로 가는 비행기는 19인승 프로펠러 비행기로, 손님의 숫자에 따라 제멋대로 항공시간을 변경해버리기도 해서 고객을 당황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탑승수속 땐 짐의 무게뿐만 아니라 승객의 몸무게도 잰다. 비행기가 워낙 작아 무게를 초과하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오지를 가든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천천히, 천천히”와 “문제없다”는 말이다. 마다가스카르어(말라가시어)로는 “모라모라”, “짜마니노나”라 한다. 황당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이들은 “모라모라”, “짜마니노나” 하며 활짝 웃는다. 오지 여행에서는 아무리 서둘러봤자 소용없다. 어차피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니 느긋한 마음을 먹는 편이 낫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마다가스카르의 최대 볼거리로 꼽히는 바오바브나무 군락지와 칭기국립공원의 입구 역할을 하는 모론다바는 ‘긴 해안’이라는 뜻으로 바닷가에 면해 있다. 수도 안타나나리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살갗을 태울 듯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람도 개도 늘어져 있는 이곳에서는 휴양 모드의 유럽 여행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동네 소녀들은 그늘에 앉아 머리를 땋으며 놀기도 하고, 소년들은 타는 듯한 태양 볕에도 아랑곳없이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천 년의 지혜가 들려주는 말들
해안가를 벗어나 바오바브 애비뉴로 들어서자 마치 영화의 예고편처럼 드문드문 바오바브나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침내 눈앞에 짠하고 나타난 바오바브나무 군락지! 그것은 목이 꺾어질 듯 올려다봐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고도 장대했다. 1년에 고작 3mm씩 자라는 나무가 저만큼의 크기가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걸까. 정말이지 바오바브나무 하나만 보고 간다 해도 마다가스카르 여행은 충분할 것 같다.
바오바브나무는 세계적으로 8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마다가스카르와 아프리카에 7종이 흩어져 있으며 나머지 1종은 호주에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바브나무는 다른 바오바브나무와의 비교를 불허한다. 속이 뻥 뚫릴 만큼 하늘을 향해 길쭉길쭉 늘씬늘씬 시원하게 뻗어 있다.
감탄사가 터지는 순간을 많이 만나는 일, 그것이 바로 행복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소혹성 B612를 온통 엉망으로 만드는 무서운 식물이 있다”며 바오바브나무를 안 좋게(?) 묘사하고 있지만, 난 천 년이나 되었다는 신비한 바오바브나무를 보면서 식물이야말로 신의 안장을 충실하게 드러내는 생명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바오바브나무를 바라보며 한없이 걷고 또 걷는데 저 멀리 보이는 바오바브나무에 뭔가 자그마한 것이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벌레라기엔 좀 크다 싶은 그것을 가까이 가서 보니 한 아이였다. 아이는 바오바브나무와 인간을 대조해서 보여주려는 듯 나무에 딱 붙어 서 있었다. 그 장면은 내게 영원히 잊지 못할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천 년이나 된 바오바브나무와 대조되는 작은 인간의 모습. 마치 “문명국가에서 온 너희들이 좀 산다고 오만해봤자 천 년 된 바오바브나무 앞에선 모두 다 ‘고작 요만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또 내게 나무처럼 살라고 말하는 듯했다. 현실이라는 대지에 굳건히 발을 딛고서도, 끝없이 천상을 향해 뻗어 나가라고….
러브 바오바브와 성스러운 바오바브
두 번째 날엔 바오바브 애버뉴를 조금 벗어나 독특한 바오바브나무들을 찾아갔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러브 바오바브(love baobab)’와 ‘성스러운 바오바브(holy baobab)’다. ‘러브 바오바브’는 다른 바오바브나무와 달리 두 개의 줄기가 엉켜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신혼여행객이나 연인이 많이 찾아와 사랑을 맹세한다고.
‘신성한 바오바브’는 성황당처럼 마을 입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데, 주변에 울타리가 쳐져 있고 마을 주민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동네 주민들은 이 나무를 몹시 영험하게 여겨 아침저녁으로 이곳에 가 소원을 빈다.
그렇게 러브 바오바브와 성스런 바오바브를 거쳐 이윽고 다시 돌아온 ‘바오바브 애비뉴’. 역시 마다가스카르는 바오바브나무 하나만 실컷 봐도 그만인 곳이었다.
마다가스카르에 온 지 며칠 안 되었지만 그래도 묘사할 게 몇 개 있었던 것 같다. 온종일 먹어도 좋을 것 같은 끝내주는 바게트 맛이라든지 수도 안타나나리보 재래시장의 생동감 넘치는 삶의 모습, 칭기국립공원의 찌를 듯한 암석들까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숙소를 향해 달리는 길. 군락에서 떨어져 혼자임을 즐기는 바오바브나무들이 양손을 펼쳐 바이바이를 한다. 하나하나 작별을 고하며 바오바브나무들에 이름을 붙여본다.
발레리나 바오바브나무, 고독한 바오바브나무, 체조하는 바오바브나무….
천 개의 느낌표가 가슴에 와 박힌다.
travel tip
★찾아가기인천에서 방콕까지 타이항공(5시간소요), 방콕- 마다가스카르까지는 마다가스카르 항공(9시간 소요).
★기본여행정보한달간 무비자국가로 오랫동안 프랑스식민지였던 관계로 현재까지도 불어가 널리 통용되며 마다가스카르어(말라가시어)가 공용어다. 화폐단위는 아리아리(Ariary)로, 1000원=2000아리아리 정도. 커피와 사탕수수, 쌀이 주농작물이다.
★지도 & 추천여행루트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시내관광, 재래시장, 유적지를 본후 국내선으로 모른다바로 이동해서 바오밥 군락지, 그랑칭기국립공원을 보는 것이 핵심코스.
★준비물오프로드에 가까운 비포장도로를 장시간 달리므로 앉아있기 편안한 차림을 하는게 좋으며, 오지마을을 지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필이나 공책, 천으로 된 가방, 의류, 풍선, 사탕 등 준비해가면 현지인들을 위한 소중한 나눔이 될 수 있다.
★여행경비350만원 내외
‘앞으로 10년만 엄마의 상태가 지금처럼 유지되도록 도와주세요.’ 2007년 겨울 엄마의 치매 판정이 내려진 날, 하윤재(河侖材·47) 감독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당시 일흔이 넘은 노모에게 10년은 막연히 긴 시간이라 여겼다. 그러나 만 10년이 지난 현재, 절망으로 휩싸였던 그날의 기억이 무색하리만큼 모녀는 여전히 인생의 희로애락을 나누며 알콩달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 감독은 엄마와 딸의 애틋한 일상을 추억하면서도 같은 처지의 치매 가족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라며 에세이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를 펴냈다. 엄마의 기억이 사라지는 순으로 구성한 책이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모정은 결코 기억과 비례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라는 책 제목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직접 제목을 지은 하윤재 감독은 “엄마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손을 놓는다는 의미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섯 남매 중 막내인 하 감독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남다르다. 막내딸이 먹고 싶은 거라면 달나라에 가서라도 구해올 엄마인데, 언제부턴가 음식이 하기 싫다며 의아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반찬 투정을 하며 졸라 겨우 엄마의 요리를 맛보게 된 순간, 하 감독은 간이 맞지 않은 음식과 함께 두려운 기운을 한가득 머금었다.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무료 건강검진”이라 거짓말까지 하며 병원에 모시고 가면서도 내심 단순한 노화 현상이길 바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치매’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하 감독의 예민한 성격 덕분에 아주 초기 단계에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당시에는 ‘치매’라는 말에 온 정신이 쏠려 절망감만 앞섰다.
“우선 치매에 대해 알아야겠더라고요.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너무 많은 정보가 뒤섞여 있었는데, 결론은 하나였어요. ‘사람마다, 집안마다 다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엄마를 보살필 수 없잖아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며 공부도 하고, 나중에는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게 됐죠. 대부분 치매 관련 책에는 환자를 어떻게 위로하고 보살펴야 하는지 잘 쓰여 있어요. 그러나 치매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어떻게 위로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글은 찾기 힘들더라고요.”
엄마의 치매가 가져온 선물
처음 치매 진단을 받고, 점차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하 감독은 치매가 진행되는 속도를 살피다가 한 4~5년 정도 됐을 때 어머니에게 당신의 상태를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 막상 시기가 되었지만 오히려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충격으로 후폭풍이 클 것만 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9년 차에 접어들었고,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힘든 고백을 결심하며 말로만 하기보다는 그동안 잘 지내준 엄마에 대한 보답으로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엄마의 사진으로 만든 앨범과 용돈을 함께 드리며 치매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끄집어냈다.
“저희 친할머니, 외할머니께서도 치매를 앓으셨는데 엄마는 두 분을 보살피면서 치매를 굉장히 두려워하셨어요. 그런 엄마가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면 절망감에 빠지실까봐 걱정스러웠죠. 누군가는 어차피 잊어버릴 텐데 말하면 어떠냐고 하지만, 가끔 멀쩡하실 때 보면 기억이 돌아오기도 하고, 당신의 인생도 생각하곤 하거든요. 다행히 치매라는 사실을 아시고도 염려스러운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어쩌다 모든 걸 다 기억해낼 때 제게 ‘그동안 나를 지켜줘서 정말 고맙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엄마도 자신의 상태를 느끼고, 제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다 인식하고 계신 거죠.”
하 감독은 머리로는 기억 못할지라도 마음으로 나눈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때문에 매 순간 소홀하지 않고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리려 촉각을 곤두세우는 그다. 어머니를 향한 깊은 관심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까지 따스하게 변화시켰다.
“엄마의 치매가 아니었다면 굉장히 오만한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잘나가는 또래 친구들이랑 백화점에 명품 보러 다니고 소위 상류층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낮았겠죠. 예전에 환자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때론 병이 감사하다’라고 하는 게 전혀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말이 이해돼요. 얼마 전에는 공중화장실을 갔다가, 쓰레기통에 휴지를 던졌는데 안 들어갔어요. 예전의 나였다면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계시니 알아서 치우겠지 하고 휙 나갔을 텐데, 그날은 내가 버린 휴지랑 옆에 떨어진 것까지 다 주워서 넣고 나왔어요.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일이지만, 제겐 상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잊히지 않는 엄마의 얼굴
하 감독은 단편영화 ‘봄날의 약속’으로 제33회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단편 쇼케이스 등에 초청되었고 청룡영화상, 필름 카라반 단편영화제 등에 진출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깊은 여운과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삶’을 모티브로 한 시나리오의 힘이었다. 한편으로 보면 이 역시 어머니가 딸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았다. 어머니는 당신의 삶을 담은 딸의 영화를 보고는 하 감독에게 “그래서 네가 뭘 했다는 건데?”라고 물었다. 무심한 듯한 어머니의 질문은 평소 막내딸을 향한 염려에서 비롯됐다.
“엄마는 제가 언니들처럼 선생님이 되거나 월급 받는 직장에 다니시길 바라셨어요. ‘봄날의 약속’이 나오기 전까지는 영화 기획PD 일을 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느냐고 자주 물으셨죠.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는다거나, 연기를 한다거나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답답해했어요. 직접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한 이유는 엄마에게 ‘이거 다 내가 만든 거야’라고 속 시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 뒤로는 뭘 하느냐고 잘 묻지 않으셔요. 최근에는 장편영화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진흥사업에 채택돼서 촬영할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장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저런 설명은 안 하셨지만, 그 한마디에도 막연히 내 딸이 원하는 바를 이뤘다고 인지하시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준비 중인 차기작은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아니지만, 나중에라도 어머니와의 일상 중 시나리오에 쓰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했다. 하 감독은 어떠한 일화보다도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식은 부모에게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게 가슴에 남잖아요. 매일 밤 자기 전 기도를 하는데 그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학창 시절 일인데, 전에 살던 방배동에 아주 가파른 언덕길이 있거든요. 하루는 엄마가 경동시장에 갔다가 찜통이랑 장바구니를 이고 그 언덕을 내려오고 계셨어요. 마침 언덕 아랫골목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엄마가 저를 보고는 반가워하며 부르셨죠. 아마 짐이 무거워서 그러셨을 텐데, 봤으면서도 모른 척 지나가고 말았어요. 그때 엄마의 얼굴이 정확하게 각인돼서 기도할 때마다 생각나요. 아무리 남들이 효녀라고 잘한다고 해도 그날 일이 자꾸만 채찍질하듯 떠올라서 죄스러운 마음이 커요.”
다음 생엔 엄마의 딸이 아닌 엄마로
어머니의 치매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간다는 하 감독은 소중한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지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물론 소중한 사람들에는 어머니가 가장 중심에 있다.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상황을 떠올리며 그는 마지막 인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고마웠어요”라는 과거형 인사나 “사랑합니다”라는 현재형 인사는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이지만, 또 다른 시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그가 찾은 인사말은 “다음 세상에서 또 만나자”였다. 하 감독은 언젠가 그 말을 해야 할 때쯤이면 어머니가 자기 의지대로 인사를 못하시리라는 생각에 미리 인사를 해두기로 했다.
“엄마가 컨디션 좋은 날 미리 인사드렸어요. ‘엄마, 우리는 참 좋은 인연인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 다음 세상에서도 다시 꼭 만나자’라고 했는데, 엄마가 ‘만나지 말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야 꼭 만나고 싶지만 지금도 네게 짐이 되는데 싫다. 다음에는 좋은 부모 만나서 편히 살아라’ 하시는데, 순간 눈물이 확 쏟아지더라고요. 그동안 제게 해주신 게 얼마나 많은데, 어째서 당신이 짐이라고만 생각하시는지….”
그런 어머니의 반응은 하 감독의 바람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인사처럼 다음 생에 어머니를 만난다면 어떤 인연으로 마주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그는 단박에 “엄마의 자식이 아닌,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처럼 그 역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일 터였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해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
“엄마가 내 딸이 됐을 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건 ‘연애를 많이 해봐라’예요. 그 시절엔 거의 그랬지만,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보고 결혼해서 맏며느리라 평생 고생만 하셨거든요. 엄마가 다시 태어나면 대학도 다니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해외여행도 가고, 운전도 하고, 편한 아파트에도 살아보면 좋겠어요. 그동안 나는 엄마 덕분에 그런 걸 다 누리고 살았잖아요. 다음 생에 가능하다면 엄마 덕분에 제가 경험한 모든 것을 다 해드리고 싶어요.”
북한 핵 개발을 소재로 한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3)로 밀리언셀러에 이름을 올린 김진명(金辰明·60). 그 후 ‘한반도’, ‘제3의 시나리오’, ‘킹 메이커’, ‘사드’ 등을 펴내며 한국의 정치·외교·안보 문제에 촉각을 내세웠던 그가 이번엔 ‘미중전쟁’으로 돌아왔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지만, 묵직한 주제인 만큼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그는 정말 두려운 건 북핵도, 트럼프의 불가측성도, 중국의 경제 보복도 아닌,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눈치만 살피는 우리의 모습이라 강조하며 용기와 결단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난제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KAL 007기 피격사건을 다룬 소설 ‘예언’ 이후 5개월 만에 ‘미중전쟁’이 나왔다. 1·2권으로 나뉘어 총 6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을 발 빠르게 내놓은 데에는 김진명 작가의 급급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게다가 ‘미중전쟁’이라는 단도직입적인 제목까지 달고, 그가 독자들에게 서둘러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미국은 원산 앞바다까지 가공할 위력의 B-1B 전략폭격기를 들이대고 북한은 워싱턴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북핵을 둘러싸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데도 우리는 그저 눈치만 보고 있어요. 분명한 입장 없이 그들의 비위만 맞추다가는 구한말 때와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질 거라 예상해요. 그럼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 것이냐, 이에 대한 솔루션을 하루빨리 이야기하려고 급히 쓰게 됐어요. ‘미중전쟁’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남북의 문제만이 아니라 시야를 더 넓히자는 뜻에서 붙인 거고요.”
나라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소설을 썼다는 김진명의 말에 작가로서의 남다른 사명감이 느껴졌다. 소설가이지만 작품에 대한 문학적 해석보다는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그의 모습이 대중에겐 더욱 익숙할 것이다. 혹시 그런 자신의 이미지로 인해 작품활동에 불편함은 없는지 묻자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해외에서는 나라의 정치학을 세우거나 정책을 마련할 때 톰 클랜시 같은 전문 작가들의 작품을 참고하잖아요. 그만큼 글로써 사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작가는 어떤 전문가나 정치인보다 더 해박하고, 예지력이 있어야 해요. 웬만한 식견 가지고는 어림없죠. 그런데 한국 사회는 소설의 영역을 너무 좁혀놨고, 작가들은 그 좁은 세계에 갇혀 있어요. 작가는 자기만의 영역을 벗어나 사회 문제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할 정도의 세계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에는 그런 작가가 얼마 없기 때문에 내가 좀 특별하고 이상해 보이는 거죠.”
허용된 거짓이 요구하는 소명
김진명의 소설 속 캐릭터는 대부분 실존 인물이며 실명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그가 창조한 주인공은 대개 비범하고 전지전능한 인물이라는 것. ‘미중전쟁’의 주인공 김인철 역시 세계은행 법무팀 조사요원으로 문재인, 블라디미르 푸틴, 시진핑 등 국가 정상들과의 접촉이 가능할 정도로 특출한 면모를 지녔다. 때론 비현실적인 인물 설정에 대해 비평하는 독자들이 있는데, 그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작품마다 주인공이 한결같이 천재적이고 전지전능하다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죠. 그러나 소설 속에서 그들은 세계 최고 권력자를 상대로 아주 내밀한 비밀과 약점을 캐내는데 그걸 보통 사람이 해낸다면 더 비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사실 내가 쓰는 소설은 일반 소설과 다르게 주인공이 큰 의미는 없어요. 주인공은 숨겨져 있는 무서운 비밀을 밝히는 한 도구일 뿐이지, 그의 내면이나 감정에 의해 어떤 일이 벌어지지는 않거든요.”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동시에 김 작가의 주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혹시 소설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기 생각을 펼치고 싶지 않은지 묻자 그는 “소설이 가장 편하다”고 대답했다.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이해가 부딪치기 때문에 법으로 엄격히 규제를 하죠. 조금만 이상하면 정보보호법이나 명예훼손에 걸려 법의 영역을 뚫고 진실을 파헤치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그러니 대중은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에 접촉할 방법이 없죠. 언론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진실을 드러내려 하면 그들 내부에서 굉장히 겁을 내고, 역시 법으로 제재를 받을 테니 알맹이는 감춰진다고 봐요. 그런데 소설은 거짓말을 허용하잖아요. 단순한 사실의 나열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진실을 드러낼 수 있죠. 물론 거짓말을 허용하는 대신 소설가에게는 그만큼 소명의식이 요구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이야기하잖아요. 나는 작가이고, 그런 측면에서 허구를 통해 진실을 끌어내는 인류 최고의 장치는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고구려 정신의 회복이 필요한 때
‘미중전쟁’의 또 다른 주인공 최이지는 북핵 문제, 중소기업 인재난 등에 대해 잡지에 글을 쓰고 대통령에게 제언하는 등 김진명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이번 소설을 통해 북핵 문제 외에도 한국 경제난, 미래 먹거리, 인구절벽 등의 고민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로 경제 지표는 좋은 데 반해 그 돈이 소수에게 몰리는 현상을 꼽았다. 대기업이나 부자들이 돈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관해 중장년층의 인식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라 역설했다.
“우리 세대는 학교에서 저축을 장려했어요. 어렸을 때 배운 사고에서 멈춰 돈을 쌓아두고 쓸 줄 모르죠. 그게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굉장히 장애가 돼요. 자본주의는 수요만 있으면 잘 돌아가는데 이 수요를 막고 있는 거죠. 저축으로 부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부동산 투기예요. 나눠야 할 자본을 나만 잘살자고 쥐고 있으면 젊은이들은 어떡해요. 취직이 안 되면 장사나 사업을 해야 하는데 비싼 땅값에 임대료에 집도 마련 못하니 결혼, 육아는 엄두를 못 내죠. 우리 세대는 노력해서 벌은 거고 애들은 노력을 안 해서 못 벌었다는 인식도 문제예요. 과거야 한창 경제가 성장할 때니까 가능했죠. 현 상황을 인식하고 젊은이들 처지에서 생각해봤으면 해요. 얘들아, 안심하고 결혼해서 애 낳아라, 우리가 키워주마, 이런 마음의 유대가 없으면 아무리 지원금을 쏟아 부어도 우리에게 오는 인구절벽을 피할 수 없다고 봐요.”
김진명은 세대뿐만 아니라 친미와 친중, 보수와 진보 등 한국 사회 면면이 다 갈라져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를 대표할 가치관이 없다는 것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며 그는 고구려 정신을 강조했다.
“옳다 그르다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해요. 옳고 그름은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자기가 맞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사람은 한심한 거예요. 예를 들어 택시가 교통질서를 흐린다는 이유로 택시 정류장을 만든다고 합시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히 탈 수 있는 택시의 장점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이런 간단한 문제에도 입장이 나뉘고, 정반대 의견도 다 일리가 있는데, 하물며 나라의 정책이나 외교, 안보 문제는 얼마나 생각이 많이 갈리겠어요. 우리 사회는 나는 옳다, 너는 틀리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너무 많아요. 고구려는 아무리 파가 갈려서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도 외적이 침입하면 완전히 대동단결했거든요. 고구려 700년 역사가 가능했던 이유죠.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고구려 정신을 회복하길 바랍니다.”
한 해 동안 활동한 정책기자단에서 매우 흥미로운 팸투어가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박물관을 견학하는데 112 종합상황실과 종합교통 정보센터도 볼 수 있고 마지막 순서로 경찰박물관에서 38구경 권총을 시뮬레이션 사격해 볼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첩보영화나 CSI 시리즈물을 매우 좋아해서 총격장면은 이미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나도 총을 발사해 본다면 명사수처럼 과녁을 다 맞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해보았다.
먼저 지역의 치안상황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112종합상황실과 서울 시내 주요 도로를 24시간 모니터링하여 원활한 흐름을 돕는 종합교통센터, 과학수사 CSI를 둘러보았다.
경찰청의 특성상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 곳도 있어 조심스럽게 취재를 해야 했다.
먼저 경찰청의 홍보관이라 할 수 있는 서경미디어 홀에 갔다.
이곳은 경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서울 경찰, 인권으로 디자인하다’라는 슬로건이 있었다.
서울 경찰의 발전사를 보니 1946년 9월에 수도관 경찰청이 창립되었고 1948년 12월에 서울특별시 경찰국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1991년 8월 1차장, 7부, 2담당관, 17관 6직할대, 27개 경찰서를 가진 서울특별시 지방경찰청으로 승격되었고 2014년 지방청 및 경찰서 112 종합상황실이 과 단위 승격했고 2016년 5월 지방청 사이버 안전과가 신설되었으며 지하철 경찰대가 과 단위 승격했다고 한다.
전국 17개 경찰청 중 서울경찰청은 31개 경찰서, 88개 지구대, 152개 파출소로 수도 서울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안전한 서울, 시민과 함께’ 라는 비전으로 시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정의로운 서울 경찰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예방과 소통, 공정, 활력을 실천 전략으로 하고 있으며 기본과 원칙, 학습과 실천, 존중과 배려를 추진기반으로 삼고 있다.
고귀한 희생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6.25전쟁 중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치열한 치안현장에서 헌신적으로 봉직하다 전사, 순직한 분이 1380여 명이나 있어 그들을 기리고 있다.
경찰관이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선발 과정도 설명되어 있고 잘 몰랐던 경찰 계급장도 사진으로 안내되어 있었다.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치안이란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치안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범죄예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셉티드(CPTED)기반 범죄예방 환경조성을 하는데 셉티드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이라는 선진국형 범죄예방 기법의 하나로 취약한 환경을 개선하여 범죄기회를 감소시키는 전략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 보호 3대 치안정책으로 젠더 폭력 근절과 학대 실종 대응, 청소년 보호로 여성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과 아동, 장애인, 노인이 소외되지 않게 하며 청소년의 안전한 성장을 돕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건 현장에는 과학수사가 함께 하는데 현장에 남아있는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수집 분석하여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나는 CSI 라스베이거스, 뉴욕, 마이애미 미드 수백 편을 통해 그 진가를 익히 알고 있다.
종합교통정보센터에는 서울에 3500대의 CCTV가 설치되어 도로의 흐름을 파악하고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교통경찰과 일반 경찰의 차이점은 제복에 있는데 일반 경찰이 청록색 셔츠인 반면 교통경찰은 도로에서 눈에 띄기 쉽도록 흰색 옷을 착용한다고 한다.
밤낮으로 우리 서울시민을 위해 24시간 차량흐름을 분석하시는 경찰관들에 매우 감사하는 마음이다.
서울 역사박물관의 경찰박물관에 가서 필자는 드디어 기대하던 총을 만져보게 되었다.
경찰박물관에는 경찰백차와 순찰 사이드카 등이 진열되어 있고 경찰청장 집무실도 꾸며져 있었으며 포돌이와 포순이도 매우 친근하고 귀엽게 다가왔다.
경찰박물관 시뮬레이션 사격장 사격술 교육에서 경찰관의 총기사용 목적과 총기사용 가능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사격요령을 들은 후 우리는 4명씩 사격장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잠시 배웠지만 그대로 따른 것 같은데 20발 중 단 한 발 그것도 과녁의 가운데를 벗어난 곳을 맞춰 1점을 받았다.
필자의 운동신경을 탓하며 몹시 실망했다.
잘 쏜 분의 경우 98점을 받기도 했다. 단 한 발만을 맞췄지만 총 쏘는 동안 스릴 있고 재미있어 드라마의 경찰 요원이라도 된 듯 즐거웠다.
경찰청에서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가까이 알게 되는 팸투어를 하게 되 큰 보람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국민건강보험을 운용한다. 모든 국민이 가입하여 복지의 꽃을 피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건강보험료의 올해 6.55%에서 12.7% 증가한 7.38%로 8년 만에 인상한다고 발표하였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장기요양급여를 받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장기요양기관 종사자의 임금이 올라간 것을 반영한 것이다. 개정안은 또 장기요양 서비스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급에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해 경증치매 노인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서비스를 확대하려고 보험료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노력을 먼저 서둘러야 한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종이문서가 소용없는 세상이 되었다. 국민건강보험 시행 후 수십 년 동안 신분확인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종이건강보험증이 그렇다.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증이 없어도 보험가입자다. 건강보험증은 병원ㆍ약국 요양기관 어디에서도 소용없다. 묻는 사람도 없고, 제시를 요구 받은 일도 없다. 배달 받은 즉시 쓰레기로 변한다. 자원낭비의 현장이다.
2017년 9월 19일 정보공개서에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건강보험증 9천8백여만 건을 발급하였다. 용지대와 우편비용만 293억여 원이다. 장당 평균 300원 정도다. 정보공개조차 못하는 관리자 인건비와 수선비 기타비용을 제대로 계산하면 그 액수도 이보다 훨씬 많으리라 추정된다. 수십 년 동안 되풀이 된 아무 소용없는 종이 건강보험증 발급의 폐해다. 발급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의례적인 답변일 뿐, 업무개선계획이나 예산낭비 절감계획은 정보부재를 이유로 답변을 내 놓지 못한다.
소용없는 종이건강보험증을 폐지하자고 제안하였다.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에 따라 건강보험증 발급이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 법 제12조 제1항에 건강보험증을 발급하도록 하였다. 신분확인을 위해서다. 하지만 제3항에서 주민등록증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진이 없는 건강보험증은 병원ㆍ약국 어디에서도 필요하지 않다. 모든 국민의 정보는 이미 컴퓨터에 내장되어 있어 확인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신분확인용으로는 사진이 부착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이 필요할 뿐이다.
건강보험증을 폐지하여야 할 이유다. 신분증이 없는 어린이는 필요할 경우에 동행한 보호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가족관계증명원으로 ‘관계’를 살핀다. 외국인일 경우 여권, 외국인등록증으로 확인한다. 현장에서 아무 소용없는 건강보험증이 사라진지 수십 년이 되었다.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충분히 폐지할 수 있다. 필요하면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건강보험 시행 후 40년 가까운 세월 이를 변함없이 발급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료 인상을 서두를 때가 아니다. 불필요한 종이 건강보험증을 폐지하여 막대한 예산낭비부터 먼저 줄이는 노력을 하여야 하겠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는 우리에게도 현실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곁에 두고 있다. 바로 일본이다.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모셨던 A씨는 지난 2012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울 종로의 상가 건물 소유주였던 어머니에게 A씨의 삼촌 B씨가 접근해, 사후에 재산을 모두 자신이 맡는다는 위임장과 유언장을 받아낸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법원의 상속재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냈지만, B씨는 법원의 결정 직전에 건물을 급히 팔아버렸다.
결국 소송을 벌인 끝에 2015년 법원은 치매로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들을 배제하고 동생에게 모든 재산의 관리 처분 권한을 준 위임장은 무효라며, 건물을 산 매수인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유언자 의사 정상 여부 판정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민법에선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 선고, 성년후견 심판 등의 제도로 법률 행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모든 성인은 기본적으로 의사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과 같은 법률 행위와 관련해 치매 같은 질환으로 인해 의사능력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사람에게도 현실적인 고민이 될 수 있다. 치매가 없거나 사소한 건망증이 나타나는 초기 치매의 경우 일상생활에는 장애가 없지만 병력이 법적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언을 남겨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다.
일본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본의 메디컬리서치라는 회사는 최근 ‘의사능력감정(意思能力鑑定)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유언 작성 전 작성자의 뇌 대사 기능을 아밀로이드 PET-CT 등의 장비를 이용한 진단과 정신과 전문의의 면담을 통해 의사능력의 유무를 감정하는 서비스다.
회사 측은 “일본은 치매환자 1300만 명 시대가 도래했고, 치매로 인한 상속 분쟁이 2014년 1만2577건에 달했다”며 “치매환자라도 유언장을 작성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의사능력감정을 통해 의사능력이 인정되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야 의사능력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종합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법원에서 법적 분쟁으로 인해 소견서 작성을 요청받는 일이 왕왕 있다”며 “의학적으로 의사능력을 감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법적으로 첨예한 경우 소견서 작성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의 의사 출신 성용배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유언장 작성자가 자발적으로 인지능력과 관련한 진료나 감정을 받고, 진료기록, 소견서 등 그 근거를 남기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는 의사능력의 존부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문제제기의 소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환자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치매환자를 위한 일본 최초의 원격진료 서비스도 얼마 전 시작됐다. 준텐도(順天堂)대학교병원은 지난 7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IBM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환자나 보호자는 아이패드를 통해 병원과 치료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병원 측은 “환자의 내원에 필요한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가족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자를 돕는 간병인을 통한 정보도 의사가 참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효율적인 진료 서비스 제공과 함께 지역 병원과의 연계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 측은 원격진료가 활성화돼 자료가 축적되면 치매환자의 빅데이터 분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서울대학교병원이 원격치매센터를 설립해 일찌감치 원격진료 서비스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이어 정부의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수년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돼왔다. 그러나 원격진료를 ‘정보통신기술 활용의료’로 명칭을 바꾸고 대상도 축소해, 보건복지부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