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면? 아마도 누구나 현재의 삶과 다른 쪽으로 ‘나’를 데려갈 것이다. 금쪽같은 여생을 진정 자신이 원했던 방식으로 누리고자 할 것이다. 절박하면 길을 바꾸게 마련이다. 중년 이후의 귀촌은 머잖아 닥쳐올 노년, 그 쓸쓸한 종착에 대한 대책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절박한 기색을 머금는다. 노후의 안정과 평안을 성
고요히 혼자 떠나 볼 수 있는 때다. 물론 둘이, 여럿이도 괜찮다. 온몸에 한기가 엄습하고 찬 이슬이 피부에 촉촉이 느껴지는 저수지의 새벽이다. 일출 이전의 어둠 속에 서서 물체를 확인하는 시간이 주는 혼자만의 충만함, 여럿이 함께 있다 해도 이럴 때는 혼자가 된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괴산의 문광저수지에 도착한 것은 새벽 여섯 시가 될 무렵이었다.
취미(趣味)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10대 때부터 지금 60대에 이르기까지 바둑을 취미로 삼고 살아왔다.
바둑을 두는 환경은 인터넷이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바뀌었다, 예전에는 상대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도구로 바둑판과 바둑돌이 있어야 했다. 지금은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바둑 둘
12년 만에 최고로 길었던 추석 연휴가 지났다. 긴 연휴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수많은 며느리들에게 육체적인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늘어난 휴일만큼 더 많은 가사에 시달리면서 허리와 손목, 어깨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정형외과는 명절 연휴 직후가 성수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연세에이스정형외과에서 만난 이순옥(李純玉·64)씨도 명
삶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면? 아마도 누구나 현재의 삶과 다른 쪽으로 ‘나’를 데려갈 것이다. 금쪽같은 여생을 진정 자신이 원했던 방식으로 누리고자 할 것이다. 절박하면 길을 바꾸게 마련이다. 중년 이후의 귀촌은 머잖아 닥쳐올 노년, 그 쓸쓸한 종착에 대한 대책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절박한 기색을 머금는다. 노후의 안정과 평안을 성
단풍도 녹음처럼 짙어간다. 유독 예쁜 색을 만드는 단풍이 있다. 은행잎처럼 물감을 부은 듯 온통 같은 색으로 물드는 잎이 있는가 하면, 그러데이션되어 색의 농담(濃淡)이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 보이는 잎도 있다.
감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유난해서 이파리 몇 개를 주워본다. 완벽한 모양의 잎이 아닌 자연스럽게 벌레가 먹거나 얼룩진 잎을 고른다. 누군가 물을
평범한 문학관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충청북도 영동군 매곡면에 위치한 이 작은 문학관은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안정된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문학관과는 완전히 다르다. 소설가 이동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농민문학기념관은 그의 소장품들과 사유물 그리고 농민문학에 관한 자료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번듯한 입구나 잘 차려 입은 안내인은 없지만 농민문학이 표
가을이 오면 우울증은 언제, 어디서든 뜬금없이 시작된다. 가령 오늘 입은 옷이 정말, 정말 마음에 안들 때, 혹은 마치 어제 막 맨몸으로 태어난 사람처럼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이때 스카프를 떠올리는 건 ‘슈퍼 그레잇’한 일이다. 밋밋한 까만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만난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즉흥적으로 자신의 집 커튼을 쭉 찢어 스카프처럼 목에
어느 날 인생 이모작을 잘 준비했다는 지인을 만나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 부분이 있었다. 이제 남은 시간엔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것이었다. 또 죽을 때까지 공부를 멈추면 안 된다는 것. 하기 싫은 일이나 시험을 위해 하던 공부에서 해방되었으니 허락된 시간을 누리자는 생각이었다.
인문학 책을 함께 읽고 나눌
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 중 하나. 특히 산으로 둘러싸여 살아온 한국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일까. 시니어가 은퇴 후 원하는 새로운 직업이나 취미를 꼽을 때 단골로 선택되는 분야가 바로 목공예다. 뚝딱뚝딱 제품을 만들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완성된 제품을 보며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배우자나 가족이 만들어진 가구를 반겨준다면 이보다 즐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