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어학연수는 학생들이나 가는 일로 여겨왔다. 국제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좀 더 젊은 나이에 현지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생까지 어학연수를 떠나는 계층은 주로 학생들이다. 그런데 필자의 한 친구가 아내와 함께 2015년 5월부터 이듬해 4월 말까지 1년 동안 독일에서 어학연수를 해 주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의 나이 63세 때였다.
지난해 연말 광화문 한 커피숍에서 친구 부부를 만났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효과였을까? 친구는 커피를 주문하면서 만난 외국인과 독일어로 스스럼없이 대화를 했다. 친구는 국내에 있는 독일문화원에서도 독일어를 배울 수 있음에도 현지로 굳이 떠났다. 어학연수 당사자는 친구였지만 그의 아내도 여행 겸 함께 떠났다. 그것도 잘되던 사업까지 스스로 접고서 말이다. 게다가 아흔 살이 넘는 모친이 요양원에 있어 장기간 외국에 머무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녹록지 않은 현실임에도 과연 무엇이 환갑이 지난 그를 독일 현지로 떠나게 한 것일까? 친구는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자신의 블로그에 ‘황 첨지의 독일 유랑기’를 올렸다. 그 후일담에서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친구는 “내게 있어서 정말 후회 없는 시간이었고 순수하게 나를 위해서 시간과 내가 벌었던 돈을 쓴 보람 있는 과정이었다”라고 썼다.
우리는 반생의 삶을 살아오면서 자신보다는 가족이나 직장을 위해 희생한 면이 많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면서 가족을 위해 조연 역할을 자처해온 삶인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나 이루고 싶은 꿈도 접어두기 십상이었다. 친구의 어학연수는 접어두었던 꿈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독일어 교사로 잠시 근무하다 보험사로 이직했는데 이때 필자와 인연을 맺었다. 보험사 지점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후에는 여러 가지 사업에 손을 대며 살아왔다. 그런 생활 속에서 늘 마음 한구석에 늘 독일어 공부에 대한 욕구가 꿈틀댔지만 환갑의 나이를 훌쩍 넘어설 때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세월만 흘려보냈다. 그 사이 가까운 친구도 한둘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살다가는 영영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엄습했을 때 뒤늦은 나이인 60세에 시작한 사진을 통해 인생 2막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리고 세월은 결코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음을 느끼며 결단을 내렸다. 꿈을 펼쳐보자고 말이다. 어느 정도의 노후자금을 마련해놓은 점도 한몫했다. 물론 돈이 풍족해도 자신의 꿈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독일문화원 어학과정에 등록해 공부하려 했단다.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같은 교회 신자 한 분이 “이왕에 시작하려면 아예 독일 현지로 떠나면 어때요?”라고 조언을 했고 친구는 동감했다. 그런데 그를 망설이게 하는 걱정거리가 있었다. 요양원에 모셔놓은 아흔 살 넘은 어머니였다. 자신이 독일에 가 있는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때 또 다른 신자가 조언을 했다고 한다. 남편이 시어머니 때문에 결정하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1년이 지나가더라고 말하면서 걱정은 내려놓고 무조건 독일로 떠나라고 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그렇게 해서 독일행을 결정했고 1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지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에게는 다행히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인들의 진솔한 조언은 꼭 필요하다. 독일 어학연수는 친구의 인생에서 참 잘한 결정으로 남았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중요한 오늘을 허비함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다.
오늘도 친구는 또 다른 꿈을 이룰 계획을 세우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생 2막을 의미 있고 보람 있게 살아가려는 은퇴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친구 이야기다. 일본의 한 호스피스가 임종을 앞둔 1000명에게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가 물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인생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머뭇거리지 말고 꿈을 향해 당장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오간다는 신조어 “욜로족(YOLO,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삶, 즐기자”)이라는 삶의 방식도 생각해보는 요즈음이다.
5070 시니어 매거진 는 최근 우리 사회의 중심축을 담당하며 주목받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정의하고, 액티브 시니어의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 등을 알아보기 위해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50대와 60대 32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중 본인 소득이 있고, 자신을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를 ‘액티브 시니어’로 정의했다. 조사에 참여한 액티브 시니어는 총 707명이었다. 한국리서치는 조사결과 분석 과정에서 더 다양한 결과 도출을 위해,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분석을 함께 진행했다.
10명 중 6명 “나는 행복한 사람” 답해
대한민국 액티브 시니어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리서치와 본지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자신감’과 ‘행복’.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이뤄낸 인생의 결과물들에 만족하고, 그 과정에서 쏟아부운 본인의 노력을 인정하는 삶. 또 인생의 결과물을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시기의 사람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 ‘사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50~60대 전체는 절반이 안 되는 43.5%만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액티브 시니어들은 이를 훨씬 넘는 59.5%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라이프스타일을 묻는 질문에는 48.4%가 미래를 걱정하기에 앞서 현재의 삶을 즐긴다고 답했는데, 50~60대의 경우 성인 평균(40.2%)보다도 못 미치는 35.6%에 불과했다.
인생의 도전이나 변화,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응답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보통의 50~60대는 새로움의 추구에 소극적(38.7%)인 반면, 전체 성인 평균은 이보다 다소 높게(45.0%) 나타났다. 하지만 액티브 시니어는 변화 추구에 적극적인 태도(58.8%)를 보였다.
이렇게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는 배경에는 나를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와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가생활에 많은 돈을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액티브 시니어의 36.8%가 그렇다고 답했다. 50~60대 평균이 22.2%에 불과한 것에 비해 대조적이다. 나에 대한 투자가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비슷하다. 50~60대(30.5%)에 비해 40.2%는 나에게 쓰는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가짐은 취미활동을 위한 동호회 활동으로 이어지는데, 실제로 ‘이러한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는가?’라는 질문에 43.0%가 그렇다고 답했다. 역시 평균적인 50~60대(33.3%)에 비해 높았다.
비싸더라도 건강한 먹거리 선호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형마트나 할인매장 등 유통업계에서 유기농 제품이나 건강제품 매장의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은 괜한 수고가 아니었음이 증명됐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사 먹고(26.9%),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먹지 않으며(39.0%), 건강을 위해 음식 성분을 따지며 가려먹는다(42.3%)고 답했다. 모든 항목에서 50~60대보다 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성인 전체 평균과도 비교된다.
가격보다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다른 항목에서도 나타난다. 가격이 비싸도 유명상표 제품을 선택한다는 액티브 시니어는 32.9%로 50~60대 평균(23.1%)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선호한다는 응답도 마찬가지. 50~60대는 20.4%만이 그렇다고 했지만, 액티브 시니어의 응답률은 31.3%로 높았다. 최근 커피 업계가 커피값이 비싸도 내가 원하는 맛과 향의 커피를 골라 마시겠다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고가의 스페셜티 커피를 속속 출시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움직임이다.
즐겨 찾는 건강식품은 영양제와 인삼‧홍삼
설문결과 액티브 시니어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내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응답한 액티브 시니어는 무려 77.2%에 달했다. 거의 대부분 병원 문턱을 높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있는지에 대한 문항도 마찬가지. 60.7%의 액티브 시니어가 내 몸을 위해 기능성 식품을 먹고 있었지만, 성인 전체에서 먹고 있는 사람은 절반이 되지 않았다(45.4%).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는데, 비타민·영양제를 언급한 액티브 시니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41.7%). 그 뒤를 인삼·홍삼제품(22.0%)과 생즙(5.4%), 한약·보약(5.1%)이 이었다. 한약·보약에 대한 응답이 낮은 것은 놀라웠다. 과거 한약과 보약이 호황을 누렸던 건강식품 시장을 각종 영양제들이 빠르게 대체해나가고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게 했다.
건강에 대한 투자와 함께 외모에 대한 투자에서도 그 차이는 나타난다. 액티브 시니어의 40.5%가 다이어트 중이라고 답했고, 59.5%가 젊게 보이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형에 대한 거부감도 이제는 옛말이 돼서 아름다워지기 위해 성형해도 좋다고 말한 액티브 시니어는 37.9%에 달했다.
‘윤리적 소비’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
나를 위한 투자에 관심이 많고 나만을 위해 돈을 소비한다면, 이기적인 집단으로 봐야 할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그렇지 않다. 액티브 시니어는 인생의 ‘전반전’을 살아오면서 형성한 부를 사회와 건전하게 나눌 수 있는 방법에도 관심이 많았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잘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49.5%가 그렇다고 답했다. 19세 이상 전체 평균은 35.6%에 불과했다. ‘자원봉사나 기부에 참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단연 액티브 시니어의 응답률이 높았다. 36.7%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50~60대 평균은 28.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은 제품 구매로도 이어졌다.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려 한다는 응답 역시 액티브 시니어가 41.2%로 50~60대 평균(35.8%) 또는 성인 전체 평균(36.2%)에 비해 높았다. 결국 최근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착한 소비’나 ‘윤리적 소비’를 이끌고 있는 세대 역시 액티브 시니어 세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의 투자처는 역시 부동산
액티브 시니어는 남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다양한 분야의 상품들 중에 액티브 시니어의 화제에 오른 분야는 부동산(34.9%)과 금융서비스(30.4%), 화장품(29.1%)이 꼽혔다. 이런 관심은 액티브 시니어의 은퇴 준비나 자산관리와 관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의 경우는 앞에서 언급한 외모에 대한 투자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부동산이나 금융에 대한 높은 관심은 투자 방식이나 규모에서도 나타난다. 액티브 시니어 중 증권사를 이용하고 있는 비율은 약 10.4%로 성인 평균(7.7%)에 비해 높았고, 평균 투자금액은 훨씬 더 차이가 났다. 액티브 시니어는 평균 투자금액으로 약 3400만원이라고 답한 반면, 성인 평균 투자금액은 2600만원 선이었다. 신문에서 투자 관련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다는 비율도 30.3%로 19.0%가 응답한 50~60대 평균과는 차이가 있다.
투자와 관련해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스스로에 대한 평가다. ‘자신이 돈을 운용하는 데 뛰어나다’라고 평가한 액티브 시니어는 총 27.4%로 50~60대 평균 16.0%와 큰 차이가 있었다.
투자처에 대한 응답으로는 은행(75.3%)을 가장 선호했고, 이어 연금·보험(40.1%), 부동산(18.6%), 주식(9.0%)이 뒤를 이었다. ‘여유자금이 생긴다면 어디다 투자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부동산의 순위가 상승했다. 물론 안정적인 은행(45.7%)을 가장 선호했지만, 그다음으로 꼽힌 투자처는 부동산(33.5%)이었다. 그리고 연금·보험(8.3%)과 주식(4.4%)이 그 뒤를 이었지만 부동산과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결국 안정적 자산 형성과 투자 자금이라는 인식의 차이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울타리로서 그동안은 안정적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해왔지만, 더 여유가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할 용의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에 대한 관심 역시 적지 않았는데, 자동차 보험(63.8%)과 손해보험(64.2%), 생명보험(76.6%) 모두 19세 이상 성인 그리고 50~60대 전체 평균에 비해 높은 가입률을 나타냈다.
어느 60대 여성들의 대화
어느 화창한 주말 오후! 어린이 놀이터를 빙 둘러싸고 있는 벤치에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분이 앉아 있다.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할머니의 존재를 잊은 듯 신나게 노느라 여념이 없었고, 할머니 두 분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잠시 손주들의 존재를 잊은 듯했다. 우연히 그 옆에서 할머니들과 아이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정쩡하게 서 있던 필자는 어느 순간 벤치 쪽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시선을 고정했다. 남 이야기를 엿들은 것 같아 조금 민망하지만 직업병 탓으로 돌리며 그 내용을 여기에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할머니 한 분이 많은 돈은 아니지만 곗돈을 탄 모양이었다. 그 곗돈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서로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요즘은 은행에 넣어둬도 이자가 얼마 붙지 않아 재미도 없는데, 곗돈을 어디에 쓸 거유?”
“연금에 가입해 매달 연금으로 받으려고 해요.”
“연금으로 받으면 몇 푼 되지도 않을 텐데, 차라리 여행을 다녀오거나 며느리에게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매달 받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데…. 그리고 이제 우리 노후는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시대잖우.”
이 말을 들은 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과 감정의 줄타기 게임
위의 대화는 오늘날 60대의 고민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돈이 좀 생기면 고민도 생긴다. 자식을 위해 써야 할지, 아니면 이기적으로 보이더라도 자신을 위해 써야 할지, 자신을 위해 쓴다면 어떻게 쓰는 게 과연 좋을지 판단이 잘 안 선다. 노후를 위해 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을까? 이성은 연금에 가입하라고 권하는데, 감정은 자식을 위해 쓰라고 부추긴다. 이성과 감정의 줄타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감정의 힘에 굴복하고 만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 나오는 여성처럼 꿋꿋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그 결과는 어떨까? 감정적으로 내린 판단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지혜로운 판단이었음을 곧 알게 된다.
2001년, 미국의 저명한 두 교수가 2001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 중 2150년까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두고 내기를 걸었다. 미국 앨라배마 버밍햄대학교 오스태드 교수는 메트포르민과 라파마이신 등이 인간의 수명을 상당히 늘려줄 것이라며 생존 쪽에 내기를 걸었고, 시카고대학교의 올생스키 교수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걸림돌로 작용해 아무리 오래 살아도 115세밖에 못 살 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1년에 각각 150달러씩 내어 300달러를 펀드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2016년까지 연평균 9.5%의 높은 수익률을 보여 300달러가 1275달러로 늘어났다. 2016년 이들은 각각 300달러씩 또 내어 600달러를 이 펀드에 추가로 넣었다. 이 펀드가 2150년까지 연평균 9.5%의 수익률을 실현하면 2150년에는 약 2억 달러가 된다. 이 돈은 내기에서 이긴 사람의 유족이 다 가져가기로 했다. 지금의 60대가 150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없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명이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연금을 선택한 이성의 판단은 옳은 것이다.
60대 연금술의 핵심과 전략
60대 연금술의 핵심은 어떤 연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에 있다. 가진 돈을 모두 연금으로 전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바로 여기에 60대 연금술의 전략이 있다. 모든 자산을 연금화한 뒤 매달 받는 연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하면 대응할 수 없다. 연금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나오겠지만, 당장의 큰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 빚을 얻게 된다면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는 쪼들린 생활을 해야 함을 물론 최악의 경우에는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후지타 다카노리의 저서 는 연금으로 일상적인 생활은 그럭저럭 유지하더라도 여윳돈이 없는 상황에서 질병 등 추가로 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곧바로 하류노인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현금이 흘러넘치는데도 경제 주체들이 돈을 움켜쥐고 풀지 않아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마치 경제가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유동성 함정’이라 한다. 은퇴자의 경우도 연금이 쉼 없이 나오는데도 일시적 지출에 대응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를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이라고 하자. 은퇴자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결국 60대 연금술의 핵심은 연금화와 유동성의 적절한 조화라 할 수 있다.
정상연금이냐? 연기연금이냐?
60대가 연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국민연금의 수령시기를 법에서 정한 시점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뒤로 미룰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다. 2017년에 만 60세가 되는 1957년생은 만 62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민연금은 정상 수령 연령부터 받는 것이 기본이지만 최대 5년간 앞당겨 받을 수도, 늦춰 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앞당겨 받는 것을 조기연금, 늦춰 받는 것을 연기연금이라고 한다. 조기연금을 신청하면 정상연금보다 일찍 수령하므로 1년당 6%씩 수령액이 낮아지며, 연기연금을 신청하면 1년당 7.2%씩 수령액이 늘어난다.
1957년생이 62세에 연금을 신청할 경우 연간 1200만원(월 100만원)을 받는다고 해보자. 이 사람이 연금 수령을 5년 늦게 신청할 경우와 5년 빨리 신청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5년 늦게 신청할 경우에는 1년당 7.2%씩 급여액이 올라가므로 첫해 연금액은 36% 증가한다. 반면에 5년 빨리 신청할 경우에는 1년당 6%씩 급여액이 삭감되므로 첫해 연금액이 정상연금액보다 30% 줄어들게 된다. 첫해 받게 되는 월 연금액은 조기연금 70만원, 정상연금 100만원, 연기연금 136만원이다. 이렇게 보면 언뜻 연기연금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연기연금에 비해 조기연금은 10년 먼저, 정상연금은 5년 먼저 받기 때문이다.
어떤 수령 방법이 가장 유리한지는 누적연금액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누적연금액 곡선의 기울기가 가장 가파른 것은 연기연금이고, 그다음이 정상연금이다. 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상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을 초과하지만,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에게는 추월당함을 의미한다. 정상연금 월 100만원과 이 연금액이 매년 물가상승률(2% 가정)만큼 증가한다고 했을 때 76세가 되면 정상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조기연금의 누적연금액보다 많아지고, 80세가 되면 10년 늦게 시작한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을 추월하며, 84세가 되면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정상연금의 누적연금마저 넘어서게 된다( 참조). 이는 84세 말까지 생존해 있을 경우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이 가장 많음을 뜻한다.
2015년 완전생명표에 따르면, 62세 여성의 기대여명이 25.1세이므로 여성은 평균적으로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많은 연금을 받는 방법이며, 남성의 기대여명은 20.6세이므로 연기연금을 우선으로 생각하되 상황에 따라 정상연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많은 연금을 받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황이란 가족력이나 본인의 건강상태 등을 말한다. 이 상황을 감안해 기대여명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낮으면 정상적으로 62세에 연금을 신청해야 가장 많은 연금액을 받는다.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 피하기
이제 60대 연금술의 전략이라 할 수 있는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 피하기에 대해 살펴보자.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나오는 종신연금의 적정비율은 은퇴 자산의 규모, 국민연금 수령액, 주택연금 가입금액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은퇴파산 확률이 가장 낮은 종신연금의 비중은 24~42%라고 한다. 종신연금의 비율이 24% 이하로 떨어지면 장수리스크와 변동성리스크 때문에, 42%를 넘게 되면 구매력리스크와 이벤트리스크 때문에 은퇴파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참조). 모든 자산을 종신연금으로 전환해버리면 은퇴파산 확률이 90%로 올라가는데, 이는 일반 국민들이 이용하는 사적연금의 경우 연금액이 일정 금액으로 고정되어 있어 인플레이션에 취약하고, 이 상황에서 질병이나 사고 등 큰 금액의 지출이 생기는 일이 발생하면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종신연금의 비중을 3분의 1 정도로 유지하고, 나머지 자산은 인플레이션 헤지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서는 투자형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저축 투자형 소비’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은퇴 자산을 운용하는 새로운 패턴을 말한다. 과거의 은퇴자들이 저축한 돈에서 매달 생활비를 빼 쓰는 방식을 취했다면, 단카이 세대는 저축한 돈의 일부를 투자로 운용하는 것이다. 단카이 세대는 투자를 위험한 행위로만 생각하지 않고, 돈에게 일을 시켜 새로운 돈을 벌어들이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일본의 50~60대 남성들의 일상 대화 속에 건강 이야기 못지않게 ‘돈이 되는 금융상품’이 회자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어른 문화 연구소’의 소장인 사카모토 세쓰오는 저서 에서 아베노믹스가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일부 기관 투자가나 해외 펀드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많은 개인 투자가들이 참가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개인 투자가의 중심적 존재가 바로 단카이 세대였다”고 말한다.
투자를 통해 돈이 제대로 일을 수행하면 괜찮은데, 반드시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는 게 투자의 세계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고 아울러 유동성을 확보하기에 좋은 것이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의 고령자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매월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 자금을 지급받는 국가 보증의 금융상품(역모기지론)을 말한다. 주택연금을 받으려면 우선 주택금융공사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고, 이를 제휴 금융기관에 내면 그 금융기관에서 주택연금을 지급해준다.
주택연금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연금지급방식이다. 주택연금의 지급방식은 월 지급금을 종신토록 지급받는 종신방식과 고객이 선택한 일정 기간 동안만 월 지급금을 지급받는 확정기간방식으로 나뉜다. 종신방식은 다시 인출한도 설정 없이 월 지급금을 종신토록 지급받는 종신지급방식과 수시인출한도(대출한도의 50% 이내) 설정 후 나머지 부분을 월 지급금으로 종신토록 지급받는 종신혼합방식으로 구분된다. 수시인출한도를 잘 활용하면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주택연금을 신청할 때 무조건 종신지급방식을 고집할 게 아니라 국민연금 수령액,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수령액을 먼저 계산한 뒤 부족한 월 생활비만큼을 종신연금으로 수령하고 나머지는 수시인출한도를 설정해 유동성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종신토록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조달받으면서 갑자기 도래할 수 있는 예상외 지출 건에도 대응할 수 있어 은퇴파산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손성동(孫盛東)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매달 시니어의 제2인생과 직결된 새로운 직업을 소개해온 이 코너가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이해 새해 각오와 어울릴 만한 주제를 준비했다. 바로 특정한 직업이 아닌 ‘창업’이다. 취미활동이나 공부를 통해 익숙해진 일 혹은 남에게 도움이 되는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세우는 것. 창업은 시니어에게는 거창한 일로 여겨지지만, 벤처나 스타트업이 뜨고 있는 요즘 사회에선 어렵지만도 않다. 또 시니어의 창업을 돕기 위한 관련 기관의 도움도 쏠쏠하다. 새해 계획을 이미 세워놨다면 ‘창업’이라는 꿈을 하나 더 집어넣어보면 어떨까?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올해 사업 활동 결과는 이상이며, 내년 사업 계획을 보고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스크린의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은 말쑥한 정장 차림도, 대기업 임원도 아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여성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니어의 모습.
지난해 12월 7일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도심권50플러스센터가 진행하는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참여한 단체들이 지난 1년간 사업 결과를 평가하고 다음 해 활동을 소개하는 자리. 현장에선 센터에 의해 ‘보육’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 10개 업체의 대표자들이 모여 성과를 자축했다.
비록 프레젠테이션이 서툴러도, 아직 대표라는 직함이 쑥스러워도, 한 회사를 설립해 성장시키고 있다는 보람 때문인지 이들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이들은 어떻게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을까.
창업은 ‘소자본’ 1억원 내외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17년 한국경제 7대 이슈’ 보고서에서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경제활동인구 증가가 취업자 증가보다 커 고용 여건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만큼 시니어들의 취업활동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취업활동이 어렵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창업’. 그러나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 해도 종목 선정이나 자금 마련, 동료나 직원 확보, 판로 개척 등 막막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시니어들은 어떻게 창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최근 은퇴 후 창업 시 망하지 않는 5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소자본으로 창업하기 ▲365일 묶여 있는 창업 피하기 ▲가족의 지지 확보하기 ▲잘 알고, 좋아하는 일 선택하기 ▲사업가 마인드로 무장하기 등이다.
소자본 창업을 추천하는 이유는 상당수의 시니어들이 창업할 때 은퇴 자금을 한꺼번에 투자해놓고 사업이 안 되면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또 잘 알지 못하거나 가족의 도움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면 그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창업 금액은 1억원 내외가 적당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창업진흥원의 시니어 창업기술센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자
창업을 원하는 시니어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장치들이 정부기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는 창업진흥원. 만약 어떤 ‘아이템’을 갖고 사업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창업진흥원을 노크해보라. 창업진흥원에서는 각 지역 23개 시니어 창업기술센터를 운영하면서 시니어의 창업을 돕고 있다. 또 별도의 시니어 기술창업스쿨을 통해 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창업진흥원 지식서비스창업부 이경희 대리는 창업진흥원의 활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창업진흥원에서 기술창업, 즉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시니어의 창업에 가장 적합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시니어들은 창업에 올인할 경우 사회적 약자가 되기 쉽고,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은 창업은 폐업률이 높습니다. 때문에 창업에 필요한 지식과 준비 과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술교육을 지원해 안정적인 창업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창업진흥원은 지난해까지 진행했던 시니어 기술창업스쿨을 올해부터는 각 지역의 시니어 창업기술센터로 이관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니어 창업기술센터는 교육뿐만 아니라 설립된 회사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입주공간지원 사업, 창업자금지원, 마케팅활동지원 등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이 설립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시니어에 국한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창업진흥원의 창업지원 교육이나 프로그램들은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에 창업 전 꼼꼼하게 살펴보고 도움을 받으면 좋다.
모임과 함께 사업 계획 다듬은 뒤 출발해도 늦지 않아
하고 싶은 사업은 있는데 누군가의 힘을 빌리고 싶다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바로 서울50플러스재단 산하 각 지역의 50플러스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와 인큐베이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도심권50플러스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도심권50플러스센터의 정현주 대리는 현재 센터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센터에서는 2016년 현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10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사업계획 심사와 인터뷰를 통해 10개 업체를 선정해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사업이 다듬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또 지자체나 다른 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면 저희가 다리 역할을 하고, 사업 내용에 따라 센터가 직접 돕기도 합니다.”
센터에서 지원 기업을 선정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일반 창업지원 기관과는 다소 다르다. 기업 활동을 통한 이윤이나 생존을 위한 기존 기업 혹은 청년창업 기업과의 경쟁에 그 초점이 맞게 되면 취지와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거나, 사회 참여적 조직, 협동조합, NPO(비영리 민간단체)를 지향하는 곳을 우선시한다. 물론 사업성이 있어야 함은 기본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은 전 단계로 센터 내 커뮤니티를 선택한다. 동호회 활동과 비슷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사업 계획을 보완하고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다. 또 센터 내 활동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실제로 현재 인큐베이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중 일부는 이미 협동조합을 갖췄거나, 사단법인의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참여 기업 중 한 곳인 주식회사 리스타트의 경우 창업투자회사를 통해 자금 투자를 약속받기도 했다. 준비하고 있는 기업의 일자리와 은퇴 후 구직자들을 맞춰주는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 전국 시니어 창업 기술센터 |
서울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테크노파크 1203호(02-944-6038),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18 마포창업복지관 601호(070-7727-4101), 서울특별시 성북구 화랑로 211 성북벤처창업지원센터 B104(02-941-7257) | 경기 경기 의정부시 경의로 114 영빈빌딩 4층(031-828-8877),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로 107 창업보육동 B2(031-259-6692),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로 205번길 26, 213호, 214호(031-707-5962) | 부산 부산광역시 남구 신선로 365 행정관 302호(051-629-7971) | 울산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 곡천동문길 20-22(052-277-1996),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진순환도로 1138(HRC빌딩8층)(052-219-8632) | 대구 대구광역시 수성구 청수로 64, 1층(053-784-8261), 대구광역시 달서구 상인로 128, 1층(053-643-7994), 대구광역시 달서구 달서대로 675, 복지관 3층(053-589-7932) | 경북 경북 칠곡군 왜관읍 공단로 1길, 2층(054-973-9605) | 인천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06-1 서울외과 4층(032-567-5051) | 광주 광주시 동구 금남로 238 무등빌딩 10층(062-236-3262) | 경남 경남 양산시 주남로 288 영산 테크노폴리스 산학협력관 3314호(055-380-9577), 경남 진주시 동진로 33 경남과학기술대학교 8동 3층(055-751-3610) | 강원 강원 춘천시 동면 장학길 48 한림성심대학교 산학관 1층(033-240-9833) | 충북 충북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377-3 서원대학교 글로벌관 B203호(043-217-1311), 충북 청주시 상당구 교서로 8-2, 3층(070-4814-6515) | 전북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린대로 945-6 소상공인희망센터 희망관 1층(063-717-1322), 전북 익산시 인북로 187, 1층(063-841-7480) | 전남 전남 목포시 석현로46 목포문화산업지원센터 1층(061-280-7492)
글 손성동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ssdks@naver.com
어느 택시기사에게서 엿본 50대의 자화상
온 나라가 최순실 게이트로 들끓던 어느 날 택시를 탔다. 갑자기 불편해진 다리와 피곤한 몸에 잠깐이나마 휴식을 주기 위해서였다. 푹신한 의자에 등과 목을 기대고 편히 쉬고 있는데 기사분이 말을 걸어왔다. 눈을 감고 건성으로 대답해도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말을 걸어왔다. 피곤한데다 슬슬 짜증지수가 올라왔지만 어느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사연은 이렇다.
“제가 퇴직을 하고 마땅히 할 일이 없어 택시를 몰고 있는데, 하루 12시간 일해도 한 달에 100만원 벌기가 어려워요.”
“그래요?”
“3년 무사고면 개인택시를 신청할 수 있는데, 그걸 기다리며 참고 있습니다. 근데 그게 만만찮아요.”
동병상련인가. 기사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초보 택시기사라 해도 하루 12시간 일하고 한 달에 100만원 벌기가 힘들다니…. 일주일에 12시간 강의하고 한 달에 200만원 정도 버는 나는 그에 비하면 호사스런 퇴직자가 아닌가! 이번에는 내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하루에 몇 킬로미터 운전하세요?”
“대략 230킬로미터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교통지옥 같은 서울 시내에서 하루 230킬로미터씩 운전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힘든 노동이다. 3년 무사고가 만만찮다는 것을 처음엔 수긍하지 못했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 달에 100만원 벌기도 힘든데 누구는 한 방에 10억, 20억, 100억을 해먹었다니 박탈감이 너무 커요.”
최순실 일당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마음의 상처가 큰 것 같았다. 3년 뒤 개인택시 신청할 날을 기다리며 힘든 나날을 참고 견뎌나가는 초보 택시기사에게 최순실 일당은 정말 못할 짓을 했구나. 저 마음의 상처는 누가 보듬어줘야 하나.
택시에서 내려 걷는 동안에도 초보 택시기사가 한 말이 내내 귓가를 맴돌았다. 무거운 발걸음 위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고군분투하는 50대들의 자화상이 슬그머니 내려앉았다. 지금 50대는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창 공부할 자녀도 있는데,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자신들의 노후 준비도 불확실하고, 고령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급한 마음에 자영업에 뛰어들어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은 경우가 허다하다. 100세 시대에 50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연령대다. 50대 10년을 잘 견뎌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노후는 크게 달라진다. 50대 10년을 잘 견뎌낸 사람은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고 부족분을 사적연금이나 다른 자산으로 보완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동안 쌓아온 노후 자산에 손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의 길에 내몰린 50대!
연금해지의 경제학
요즘 연금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순실 일당에겐 연금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겠지만, 일반 서민들에게 연금은 금과옥조 그 자체다. 기나긴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느냐, 불안에 떨며 보내느냐는 연금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과옥조 같은 연금을 깨트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50대들이 많다. 필자의 이야기부터 해본다.
어느덧 1년 전의 이야기다. 갑작스레 닥친 퇴직은 나름 평온했던 필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렸다. 엄청난 대지진이었다. 이로 인해 지상의 평화로운 날들은 순식간에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고 필자의 일상도 완전히 망가져버리고 말았다. 정신은 혼미해졌고, 가슴은 불구덩이로 활활 타올랐고, 두 발은 갈 길을 잃고 방황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줄기 빛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연금이었다. 연금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유지해야 하나, 해지해야 하나. 한 달 보름 정도의 고민 끝에 아내를 대동하고 해지의 길에 올랐다.
해지의 길에서 자괴감이 몰려왔다. “당신은 연금 전문가라면서 이렇게 해지를 해도 돼요?” 아내의 말에 뜨끔했다. “나만 믿어.” 그 당시 뭘 믿고 아내에게 그렇게 큰소리를 쳤을까? 당시 내게 남은 유일한 길은 ‘배수의 진’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으므로,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우선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배수의 진’을 친 장수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거운 갑옷으로 몸을 감싼다면 행동이 굼떠 적의 포로가 되거나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지쳐 쓰러지고 말 것이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은 갑옷 때문에 오히려 위험에 빠지는 역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당시 내 형편은 엄청난 무게의 갑옷을 입은 것처럼 무거웠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안게 된 수억의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빚을 안고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내 몸을 꽉 쪼이며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이 족쇄를 떼어내지 못하면 사즉생(死則生)의 ‘배수의 진’도 별무소용일 터! 그래서 선택한 길이 ‘연금을 죽임으로써 연금을 얻는 방법’이었다. 연금을 해지해 우선 몸을 가볍게 만든 후 난관을 돌파하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수확물로 즉시연금을 구입한 셈이다. 나는 해지가 불가능한 국민연금을 제외한 모든 연금을 해지해버렸다.
그런데 필자와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문제다. 올 상반기에만 보험 해약 환급금이 사상 최대인 14.7조원을 넘어섰고, 작년 한 해의 연금저축 해지 금액은 2.5조원에 달한다. 대부분 손해를 감수하며 해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지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필자처럼 어쩔 수 없이 모든 사적연금을 해지해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부만 해지하면 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흔히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쳐 사적연금이라고 부른다. 개인연금에는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연금저축이 있고, 이런 혜택은 없지만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연금보험이 있다. 연금저축의 경우 5년 이상 유지하고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3.3~5.5%의 연금소득세만 부담하면 되지만, 중도에 해지하면 16.5%의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연금저축을 중도에 해지하면 납입 원금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연금보험은 다소 복잡하다. 연금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면 세제상 불이익을 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해지 환급금이 납입 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납입 원금 대비 해지 환급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해지 환급률은 어느 보험사 상품이냐, 적용 이율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공시이율형 연금보험의 해지 환급률이 납입 원금의 100%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공시이율형 연금보험이 대략 7년, 최저이율보증형 연금보험이 10년 정도다.
퇴직연금은 근무기간과 최종 3개월간의 평균 임금에 의해 급여가 결정되는 확정급여형, 적립금의 운용 수익률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확정기여형, 이직할 때 적립금을 계속 쌓아가는 계정인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연금으로 인출할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 3~5%의 연금소득세를 적용받지만, 일시금으로 인출할 경우에는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은 퇴직소득세를, 근로자 자신의 불입금이나 운용 수익에 해당하는 금액은 기타소득세(16.5%)를 적용받는다. 연분연승법이 적용되는 퇴직소득세는 계산이 복잡하지만 가입해 있는 퇴직연금사업자에게 문의하면 알 수 있다.
이처럼 각각의 연금은 세제가 다르고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욱 다르다. 따라서 개인 사정으로 연금 해지를 고려할 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첫째,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하자. 일분일초가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해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연금은 한 번 해지하면 해지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둘째, 해지가 아닌 다른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자. 납입액이 부담스러워 해지를 결심한 경우라면 해지보다는 납입 중단을, 자금이 필요해 해지를 결심한 경우라면 중도인출 후 추가납입이나 담보대출 등의 방법을 먼저 생각해보자. 중도인출 후 추가납입은 연금보험 가입자가 자금 필요시 해약 환급금 범위 내에서 중도인출하고 나중에 추가납입으로 인출액을 보충할 수 있는 제도를, 담보대출은 퇴직연금 적립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셋째, 해지를 해야 할 경우에는 손해율을 따져보고 손해율이 적은 것부터 해지하자. 개인이 손해율을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각자 가입해 있는 금융회사에 문의하면 된다.
가교연금 만들기
지금까지 빚 때문에 고민이 많은 50대의 연금술에 대해 살펴봤다. 이른바 연금해지의 경제학이다. 인생 100세 시대의 50대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50대 10년의 강’을 무사히 잘 건너는 사람은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50대에 연금을 무턱대고 해지해버리면 노후에 가택연금당하기 십상이다. 50대 연금술의 핵심은 죽을 때까지 연금에서 소득이 창출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빚 규모가 미미하거나 없는 50대 중에 퇴직으로 인해 생활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자녀교육과 내 집 마련, 부모님 봉양 등으로 수중에 남은 돈이 별로 없는 50대들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득이 적더라도 제2의 일자리를 찾고 가교연금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는 가교연금에 대해서만 살펴보겠다.
먼저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나이를 확인하고, 지금부터 그 나이까지 안정적인 소득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가입해 있는 개인연금이 있다면 수령 방법으로 수급기간이 정해져 있는 확정연금형을 선택하면 된다. 이 방법으로도 생활비를 마련하기 힘들다면 퇴직할 때 받은 퇴직 급여를 활용해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할 수 있도록 확정연금형 즉시연금이나 인출형 예금상품, 월지급식 펀드 등에 가입한다.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즉시연금과 인출형 예금상품과 달리 월지급식 펀드는 수입이 일정하지 못하거나 예상보다 일찍 수입이 중단되는 일이 생길수도 있지만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으므로 각자의 위험 성향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가교연금을 구축하고도 남은 퇴직 급여가 있다면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종신지급형 즉시연금에 가입해 부족한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개인형 퇴직연금에 넣어두고 계속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때는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낮은 수준의 이율에 만족하지 말고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 급여를 가교연금 만들기에 다 써버린 50대라고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 집이 있다면 60세 이후에 주택연금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신연금 만들기
50대 중에는 생활비가 전혀 문제가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 50대 후반의 A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지내다 지금은 가교직업(bridge job) 형태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A씨의 고민은 자녀의 결혼이다. 최근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A씨의 재산 상태에 관심을 가지며 눈치를 살피기에, 결국 A씨는 두 자녀에게 결혼자금으로 거액을 떼어주기로 결심했다. 그러고 나니 A씨 부부의 노후생활 자금이 빠듯해질 것 같더란다. 더 이상의 재산을 자식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고 결심한 A씨는 비상자금을 제외한 금융자산은 모두 즉시연금으로, 집은 주택연금으로 활용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 손성동(孫盛東)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혼자 살기 때문에 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에게 기대기도 쉽지 않다. ‘최고의 은퇴 준비는 은퇴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처럼, 노후소득 준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능한 한 계속 근로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시니어가 소득활동을 완전히 그만두는 시기는 평균 71세로, 40~50대에 일단 은퇴하더라도 자의든 타의든 일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입은 예전처럼 높지 않고, 건강 문제 등으로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은퇴 후에도 생활 수준 유지를 위해 원활한 소득 발생과 갑작스러운 목돈 지출을 막는 자산관리가 중요하다. 은퇴 전후에 있는 싱글들을 위한 실질적인 자산관리 방법을 알아봤다.
정하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금은 노후소득이 꾸준히 발생하도록 돕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평균연령이 82세로 늘어난 지금, 50대에 은퇴해도 30여 년의 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현재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5070 시니어에게는 충분한 연금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자체가 부족했다. 1970년의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61.9세, 1988년에는 70.3세에 불과했다. 2000년대 이후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가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자녀교육비 등이 우선순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현재 고령자의 연금은 생활비를 대체하기에 역부족이다. 통계청의 5월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55~79세 고령층의 연금수령액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을 모두 합해 월 평균 51만원에 불과하다. 싱글은 연금 부족 문제가 더 크다. 부부에 비해 받는 연금이 절반밖에 안 되는데 월세, 광열비 등 고정지출 때문에 생활비는 절반보다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표준생활을 위한 1인가구의 적정 노후생활비는 월 142만원으로, 부부 기준 225만원의 63% 수준이다.
연금을 늘리기 위한 두 가지 단기 처방
좋은 소식은 지금이라도 연금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20~30대와 달리 적립시간이 짧기 때문에, 소액 장기적립이 아닌 목돈을 활용해야 한다. 소중히 모아온 자산을 활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러한 자산이 단기에 바닥나지 않도록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첫 번째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활용해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5070 시니어들은 급격한 경제성장기 부동산시장의 높은 성장을 경험한 세대로, 자산이 부동산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혼자 사는 데 주택이 무슨 소용이냐며 집을 팔고 전·월세로 변경하는 싱글 시니어도 많지만, 살아왔던 거주지 근처에서 이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는 것은 노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매월 연금을 받는 역모기지 상품이다. 주택연금의 수령액은 주택 가격과 집주인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만 60세인 1956년생이 5억원 가치의 주택으로 종신형 주택연금을 신청한다면, 살던 집에 계속 살면서도 매월 113만6000원을 평생 받을 수 있다. 또 목돈 지출에 대비한다면 연금을 조금 줄이고 대출한도의 최대 70%까지 인출한도를 설정해 가입하면 범위 내에서 수시로 인출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즉시연금보험은 목돈을 일시에 납입한 후 즉시 또는 정해진 기간 이후 일정한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보통 만 45세 이상 가입할 수 있는 이 상품은 가입 후 다음 달부터 바로 연금을 수령할 수도 있어 연금 소득을 즉시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50대에 퇴직하고 만 60세 이후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하기 전까지 소득 공백기간을 채울 때 특히 유효하다. 가입조건에 따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2013년 이후 가입한 즉시연금은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는 종신형일 경우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금액에 관계없이, 그 외의 방식은 계약 후 연금수령까지 10년 이상 유지하면 1인당 최대 2억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가 적용된다.
노후 파산 막는 의료비 대책
싱글 시니어는 자기 건강관리에 쏟는 열정이 대단하다. 그러나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갑자기 큰 병에 걸려 예상외의 지출이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주목되는 현상이 일본의 ‘노후파산’이다. 제도가 잘 발달되어 연금액이 높은 일본도 예상보다 평균수명이 길어져 노후 의료비를 크게 지출하고 파산에 이르는 고령자가 200만명 이상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고령자 연간 진료비가 국민 전체 평균의 3배 수준인 1인당 343만원으로 매우 높다. 이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합병증에 걸리거나 회복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소득활동을 해왔다면 갑자기 그만두게 될 수도 있어 혼자 사는 시니어는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의료비 부담을 대비해 보험을 충분히 유지하는 한편, 비상시 예비자금으로 쓸 수 있는 금액도 일정 부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혼자 살수록 자산관리 필요
혼자 사는 시니어라고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독거 고령자는 평균 3.8명의 자녀가 있지만 같이 살고 있지 않을 뿐이다. 싱글이어도 자녀가 있으면 관련 지출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결혼비용이 가장 크고 최근에는 자녀 가족의 사정에 따라 부모가 계속 생활비를 보태주는 경우도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 셋 중 하나는 결혼비용의 60% 이상을 부모가 부담하며, 소득이 높은 가정일수록 부모와 자녀 모두 높은 지원을 기대한다. 물론 부모로서는 가능한 한 많이 지원해주고 싶겠지만 노후자금을 생각해 적절한 선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자녀 입장에서도 홀로 사는 부모가 마음 쓰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자녀에게 많이 퍼주어도 자녀가 나이든 부모를 봉양하기 어려운 시대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노후를 편안히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자녀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부자는 돈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사람이다.”
한 TV 인터뷰에서 부자가 내린 ‘부자’의 정의다. 혼자라서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은퇴 후 긴 시간 동안 필요한 돈을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싱글들의 현명한 자산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싱글들의 노후 의료비 보험 추천
실손의료보험 병이나 사고로 통원이나 입원을 했을 때, 실제 환자가 지출한 의료비에서 자기부담금을 뺀 만큼을 보상해주는 의료보험이다. 대부분의 질병부터 CT, MRI 등 고가의 검사비용까지 보장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지만, 여러 보험사에 가입해도 보장한도만 늘어날 뿐 총보상액은 지출비용만큼만 나오므로 중복 가입으로 보험료를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보험사에 따라 최대 75~80세까지 가입이 가능한 노후실손의료보험은 50대 이상 시니어가 일반의 70~80% 수준의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어 저렴하게 노후 의료비를 대비할 수 있다.
정액 보장보험 거액의 치료비가 발생할 수 있는 중증 질병 등에 대비하려면 정액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혼자 사는 시니어는 사망할 때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보다는 질병이나 사고가 났을 때 보장 금액이 큰 보험이 효과적이다. 가입시 보험료도 중요하지만 보장 범위가 너무 좁지 않아야 하며, 보장기간은 가급적 긴 것이 좋다.
어릴 적부터의 친구 셋이 오랜만에 만났다. 한 친구가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어 자리를 못 비워 두 사람이 가게로 갔다. 저녁시간은 치킨 배달이 많아 바쁘니 점심시간에 만났다.
치킨 집 친구는 올해 말까지만 치킨집을 하다가 은퇴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부부가 같이 장사하느라고 너무 고생을 많이 했고 돈도 벌 만큼 벌어 노후자금은 확보해놨다는 것이다. 이제 그 친구를 치킨집에서 볼 날도 얼마 안 남았다. 친구도 그만 둘 날이 며칠 남았다며 손가락으로 세고 있었다. 그만둘 생각을 하니 주문에도 더 적극적이고 친절해졌다고 한다. 그동안 쓰던 주문 전화번호도 꽤 알려져 있는데 프리미엄을 받고 넘겨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적당한 권리금을 갖고 들어올 작자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수년간 자리를 지켰을 만큼 어느 정도의 매출은 보장이 되는 가게인데도 그 동네가 곧 재건축에 들어가게 되면 재입주하기 전까지는 매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약점이 있다. 결국 권리금을 좀 깎아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치킨집이 팔리면 양평에 전원주택을 하나 사서 노년을 텃밭이나 가꾸며 살겠다고 했다. 마침 먼저 자리 잡은 친구가 있어 마음을 굳힌 것 같다. 농사지어 수익을 낸다는 것은 또다시 노동을 요구하니 어렵고 과일나무 심어 과일이나 따 먹고 즐기는 수준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전철로도 갈 수 있으니 앞으로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또 한 친구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파는 사업을 하는 친구다. 비서 한 명 두고 몇 명 안 되는 직원들과 일하는데 지식을 파는 사업이기 때문에 자신이 은퇴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복지의 최고 좋은 방법이 일하는 거라는데 하는 데까지 할 생각이라고 했다. 늘 바쁘게 살아 자주 볼 수 없어서 원망을 많이 했다.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차츰 일을 줄이고 스트레스 덜 받는 방향으로 회사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어릴 적 어울리던 친구 세 명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고 있다. 최근 카톡으로 자주 연락하고 산다. 그러다 보니 이제야 자주 만나자는 스케줄을 짜게 된다. 일단 그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보내는 스케줄을 짠다. 당일 만남은 물론 일박으로 단풍여행 계획도 짜본다. 당일이면 계룡산 정도를 행선지로 잡고 일박이면 경상도의 우장산이나 전라도의 내장산까지도 가보자는 계획을 짜본다. 내년 3월에는 한국 친구들이 미국에 부부동반으로 열흘간 놀러간다는 계획도 잡아본다. 미국 친구 한 명은 벌써 캠핑카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이제 내년부터는 우리 친구들이 65세가 된다. 각자 다른 길에서 바쁘게 살았다. 다시 모여 풀냄새 난초 냄새나는 우정의 지란지교로 돌아가야 한다. 딸린 식구도 생겼다. 모두의 공통점은 여행이나 자주 다니자는 것이다. 어딜 가나 경로우대를 받을 수 있으니 더 좋다. 그러자니 내 주변의 스케줄을 줄여야 한다. 고정적으로 시간을 내야 하는 일부터 정리해야 한다. 놀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여행을 감당할 체력도 다져야 한다. 의상이나 신발 등 장비도 점검해야 한다. 여행 갈 때 새 신을 신었다가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으니 신발도 지금부터 길을 들여놓아야겠다.
함께 있다 보면 닮게 된다. 같은 관심사가 생기고 비슷한 부분에서 웃고, 울고, 기억을 저장하고 추억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한성대학교 문화인류학 교수이자 (사)글로벌발전연구원장(ReDI) 이태주(李泰周·54)의 서재가 그렇다. 함께해 온 흔적과 이야기, 좋아하는 것,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책 사이이 남자의 서재, 책 말고 다른 물건(?)도 많다와 책상 위에 있다. 멀리 한국으로 여행 온 남태평양의 조각들 하나하나가 호탕한 웃음, 장난 가득한 이태주의 눈 코 입과 사뭇 닮았다.
한성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태주 교수는 그밖에도 하는 일이 많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의 불씨를 키웠으며 눈에 잘 띄지 않는 해외지원 자금이 잘 쓰이는지 감시하는 시민운동단체의 대표로 10년간 일해 왔다. 코이카, 문화관광부, 외교부 등 정부기관 정책자문과 관련한 서류작업은 늘 끊이지 않는다.
이태주 교수의 서재 이야기를 해 보자. 한성대 연구관에 있는 그의 서재는 서재라기보다 놀이터 같은 느낌을 풍긴다.
“여름방학 동안 서재 중앙에 있었던 탁상을 치웠어요. 피곤하면 바닥에 눕기도 하고, 물구나무도 서고 혼자 별짓 다 합니다.”
이 교수의 서재는 작은 공간에 미닫이로 된 책꽂이를 원래의 서가 앞에 덧대어 실용성을 높였다. 해외지원, 정책, 공적 자금 감시 관리 관련 서류들이 미닫이 책꽂이 뒤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책이 몇 권 정도가 되느냐 혹은 책을 분리하는 기준이 있냐는 질문에 “할 일 없냐!”며 웃어 제낀다.
“분리할 수준을 넘어섰어요. 빈 공간만 있으면 아무 곳에나 처박아 놔. 오래된 책은 잘 보지는 않지만 버리지는 못하고 있어요. 20년 된 책들은 미닫이 안쪽으로 보내 버렸어요. 최근에는 국제개발 쪽 일을 많이 하니까 그 옆에는 최근 관련 서류들이죠. 감당 못해요. 좋아하는 책을 따로 모아놓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책을 보유한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당하게 가지고 있다가 어느 시점이 됐을 때 기증하든가 나누어 써야 하는 공유재산이란 생각 때문이다.
책, 사서 보는 나이가 따로 있다
요즘은 기증받는 책들이 많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100% 돈을 주고 사서 봤다.
“그러고 보니까 책 사는 나이가 있는 거 같아요. 한참 연구할 때요. 교수도 정교수가 되기 전까지 해마다 논문 몇 편을 써야 해요. 논문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계속 자료도 봐야 합니다. 필요하면 아마존닷컴(외국인터넷서점)에서 외국서적도 사야 하고 꾸준히 도서를 구매했죠. 뭐 요즘은 남들이 책을 냈다 그러면 주는 거만 받아요(웃음). 곧바로 책꽂이로 들어가요.”
이 교수의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무난하고 말랑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다. 가령 소설이라든지 만화책 말이다. 문화인류학에 관련된 책도 많고 국제개발 분야가 서재 한가득하다.
“개발, 발전문제 그게 한 분류입니다. 한참 내가 공부할 때는 남태평양에서 연구했어요. 사모아, 피지, 통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이런 곳에서요. 한쪽 서가 서너 개 정도는 전부 남태평양과 관련된 책들입니다. 또 20대 때, 대학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관심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20대부터 50대까지 관심 영역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책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굉장히 많이 달라졌죠.”
이태주의 서재에는 세계가 있다
이 교수의 서재에서 의미를 찾으라면 우리에게 생소한 국가나 지역에서 직접 사들인 책들이 많다는 점.
“아프리카 여행할 때 아프리카 책, 인도 책, 유럽 책, 이집트에 가면 이집트 사람이 쓴 책 등. 나는 인류학자이기 때문에 그 지역 문명과 인류, 문화 다양성 등을 알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책은 국내 도서관 어디에 가도 없어요.”
이 교수의 첫 직장이 유네스코였기에 유네스코 관련된 책들도 많다. 베트남어로 된 책들도 여러 권 보였다. 1992년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뒤 이 교수는 한국인 최초 베트남 연구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베트남에서 6개월여 생활했다.
“시클로를 타고 구석구석 다니고 베트남어도 좀 그때는 했습니다. 여기 있는 책이 현지에서도 얼마 안 되는 베트남 책을 모은 것입니다. 뒤 칸에 보면 베트남 관련된 서가가 또 있어요. 현지어로 된 건데 제목하고 목차 정도는 읽을 줄 압니다.”
서재에서 주로 놉니다
이태주 교수가 제일 잘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공적 개발 원조를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다.
“어떻게 통합해서 효과적으로 할 것이냐. 국민 세금 낭비하지 않고 개발도상국을 제대로 도울 것이냐. 이런 것을 정리해서 정부에 만들어 줍니다.”
정년이 보장된 편한 교수 생활을 하는 줄 알았더니 서류 작업이 끊이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그는 이게 바로 진짜 제대로 노는 것이라고 말한다.
“놀지 않는 게 아니고 종일 놀아요. 사실 노는 거하고 일하는 게 구분이 안 돼야 성숙한 사람입니다.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고 ‘아! 맘에 안 든다’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글 쓸 때는 밤도 새울 수도 있고, 밤을 새워도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 내가 하고 싶은 글 쓰는 건데 뭐. 몰입해서 하는 일이잖아요?”
서재에서 그는 글 쓰는 것 외에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서재 말고 놀이터란 말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 남자의 서재는 ‘삶의 이력서’
사실 이 교수의 서재에서 책 다음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외국을 다니며 전리품처럼 모아 놓은 가면을 비롯한 기념품이다. 아프리카에서 사 온 전통 북을 보고 신기하게 봤더니 직접 북을 멋지게 연주한다.
“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하나씩 가져다 놓은 것들이에요. 처음 이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 누구나 신기해하죠. 서가 위와 창문 주위에 올려놓은 물건(?)들에 정신을 놓더라고요.”
아프리카나 서태평양에서 가지고 온 가면뿐만 아니라 중국 진시황릉 병마용 조각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있어 서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이력서지”라고 운을 뗀다.
“삶의 이력서지. 그때그때 나의 흔적을 뒤져볼 수 있잖아요? 물론 내가 쓴 노트나 메모가 흔적일 수 있지만 ‘아, 내가 80년대에는 이런 책을 봤구나. 30대에는 이런 책을 봤구나’ 그런 거죠. 그때는 몰입해서 살았던 거 같아요. 치열했죠. 요즘은 책을 잘 읽지 않는데 그때는 밑줄을 그어 가면서 봤어요. 언젠가는 버리겠죠? 내가 은퇴할 때쯤 되면 좋은 책들은 좀 정리를 하고 보고서 같은 건 다 버릴 생각입니다. 리포트는 평생 간직할 책은 아니잖아요. 서류 모아 놓은 것은 언젠가는 책 쓸 때 써 먹으려고요.”
그의 서재 현관에는 2019년 9월이라고 쓰여 있다. 그때는 연구년으로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네덜란드의 국경도시 마스트리트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동구 분쟁지역, 발칸반도, 사라예보 등지를 다녔다. 이번에는 중국의 상하이 혹은 브라질의 리우를 연구년 베이스 캠프로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2027년 2월 28일이라고도 쓰여 있다. 그날이 바로 정년이라고. 매일 매일을 즐기며 살지만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그날을 향해 가고 있다. 그의 서재에는 세계와 함께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살고 있다. 하루하루 모래시계를 바라보듯.
“저기 책꽂이에 걸어놓은 건 콜롬비아에서 사온 것입니다. 콜롬비아에 갔다가 정말 놀랐어요. 일반 레스토랑인데 연인이 딱 들어와서 주문하자마자 바로 테이블에서 춤추더라고요. 밥 먹고 춤추고 그러더라고요.”
손성동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ssdks@naver.com
몇 년 전 모 대학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평생교육원에 다니고 있는 남성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성은 누구일까? 옷 잘 입는 여성? 돈 많은 여성? 요리 잘 하는 여성? 셋 다 아니다. 가장 인기 있는 여성은 단연코 ‘예쁜 여성’이었다. 젊으나 늙으나 남자에게는 예쁜 여성이 최고다. 남자는 참 단순하다. 사람마다 미의 기준이 다른 게 그나마 다행일 정도다.
그럼 평생교육원에 다니는 여성에게 가장 인기 있는 남성은 어떤 사람일까? 잘 생긴 남자? 돈 많은 남자? 근육질 남자? 모두 아니다.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남성은 ‘연금 많이 받는 남자’다. 잘 생기거나 근육질 남성은 온전한 내 남자가 되기 힘들고, 돈 많은 남자는 자식들 차지이거나 분란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정경제를 꾸려온 사람들답게 여성들은 참 현실적이다.
상대적으로 이성을 지배하는 좌뇌가 발달한 남성은 감성에 휘둘리고, 감성을 지배하는 우뇌가 발달한 여성은 이성에 좌우되는, 남녀관계는 정말로 모를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실버파산, 노후파산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화두로 등장했다. 노후에 생계를 꾸려갈 만큼 수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파산이라는 달갑지 않은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현실적인 여성들이 미리 냄새를 맡고 연금에 손을 들어 준 이유를 알 만하다.
연금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후에 일정한 주기로 일정액의 현금이 내 통장에 꽂히는 것. 일정한 주기는 매달일 수도, 분기일 수도, 매년일 수도 있다. 물론 매달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연금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지만 사람마다 연금에 부여하는 의미는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세계적으로 유명인사인 오 노레드 발자크(1799~1850), 한스 안데르센(1805~1875),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78)를 통해 연금의 다양한 의미를 에이브러햄 매슬로(1908~1970)의 욕구 5단계설에 비춰 살펴보도록 하자.
오 노레드 발자크 : 절대적 생존 수단으로서의 연금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소설가로 사실주의 선구자로 알려진 인물, 나폴레옹이 칼로 시작한 일을 자신은 펜으로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지닌 나폴레옹 숭배자, 이라는 90여 편의 소설로 구성된 소설 위의 소설을 구상한 혁신자, 짓누르는 눈꺼풀을 커피로 녹여 낸 커피 중독자…. 오노레 드 발자크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에서 발자크를 ‘현대 문학의 가장 위대한 노동자’ ‘환상적인 작업 기계’로 묘사한다. 사흘에 잉크병 하나를 비우고 펜 10개를 닳아 없앨 정도로 많은 글을 썼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기에 색다른 별명을 하나 더 붙이고 싶다. 바로 ‘연금 애호가 발자크’다.
발자크의 소설에는 유독 ‘연금’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언어학에서는 작가가 특정 주제에 관련된 어휘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이 곧 그 작품의 중심 테마일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본다. 발자크가 그의 소설에 ‘연금’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곧 ‘연금’이 소설의 중심 테마임을 의미한다.
발자크가 연금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잠시 엿보기로 하자. 에서 발자크는 연금을 ‘열심히 일한 사람들의 한가로움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묘사한다. 에서는 딸의 사교 비용을 대느라 연금증서까지 팔아 치운 나머지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는 고리오 영감의 마지막 절규를 숨 막힐 정도로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연금에 대한 발자크의 생각이 가장 잘 녹아 있는 대목은 에 나오는 하녀 나농의 이야기다.
“160㎝가 넘는 큰 키 때문에 키다리 나농이라 불리게 된 그녀는 35년 전부터 그랑데 집에 살고 있었다. 1년에 60리브르밖에 받지 못하지만 그녀는 소뮈르 지방에서 제일 부유한 하녀로 통했다. 35년 동안 60리브르를 차곡차곡 모은 결과 최근에 크뤼쇼 집에 4000리브르를 종신연금으로 맡길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이루어진 나농의 끈질긴 저축의 결과는 어마어마한 것으로 보였다. 하녀들은 그것이 고된 노역의 대가라는 사실은 생각지 않고 60대의 노파가 마련해 놓은 노후자금에 질투심을 드러내곤 했다.”
위 구절을 보면 연금에 대한 발자크의 생각과 당시 프랑스 사회를 읽어낼 수 있다. ①노후에 연금을 받으려면 오랜 기간 동안 차곡차곡 돈을 모아야 한다. ②연금은 고된 노역의 대가다. ③연금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④유력 집안이 금융회사를 대신해 연금을 지급한다. ⑤여자가 160㎝만 넘으면 큰 키로 인정받는다. ④와 ⑤번을 제외하면 요즘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발자크가 그의 소설 속에 연금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집안 내력과 극도의 경제적 궁핍을 겪은 경험에서 자연스레 나온 것이지 않을까. 츠바이크의 에는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누구보다도 오래 살려는 그의 의지는, 가입자가 죽으면 남은 사람에게 연금이 덧붙여지는 이른바 톤틴식 연금에 들었다는 사정을 통해서 더욱 강화되었다.”
발자크는 자라면서 아버지로부터 연금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발자크는 젊었을 때 인쇄업과 활자제조업에서의 연이은 사업실패로 평생 빚더미에 짓눌려 살았다. 다시 츠바이크의 말이다. “3년 동안의 사업가 활동에서 얻게 된 10만프랑의 빚은 그에게 ‘시시포스의 돌’이 되었다. 그는 평생 근육을 거의 망가뜨리면서 이 돌을 꼭대기로 굴려 올리곤 했지만, 언제나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생애 최초의 이 잘못은 그를 언제까지나 채무자로 남도록 운명지었다. 자유롭게 창작하고 종속 없이 산다는 어린 시절의 꿈은 절대로 실현되지 않을 것이었다.”
발자크에게 연금은 생존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생존의 문제였다. 빚의 노예로 노동자처럼 소설을 써야 했던 그이기에 같은 사회성 짙은 소설이든 같은 연애소설에도 어김없이 연금이 등장한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에 접목하면 1단계인 ‘생리적 욕구’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안데르센 : 복합적 의미로서의 연금
한스 안데르센은 소개가 필요 없을 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덴마크의 동화작가다. 하지만 안데르센과 관련하여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바로 안데르센이 그렇게도 연금 받기를 원했다는 점이다. 안데르센은 젊은 시절 엄청난 고통과 각고의 노력 끝에 정상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정상에 오르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에 빈 곳이 있었으니 바로 연금이다. 그의 경쟁자이면서 자신보다 역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사람은 연금을 받고 있는데,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자신은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실에 꽤 자존심도 상했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안데르센의 에 매료된 덴마크 총리가 그의 거처를 방문한다. 물론 안데르센은 그가 총리인지 모른다. 방문 목적과 자신의 신분을 밝힌 총리는 안데르센에게 어려운 점이 없는지 묻는다. 이에 안데르센은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금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국왕 면담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총리는 돌아가 덴마크의 유명한 물리학자인 외르스테드를 통해 국왕 면담을 주선한다. 국왕과 면담 후 안데르센은 그렇게도 원하던 연금을 받게 되었는데, 그 장면과 감정을 자신의 자서전인 에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프레데릭 6세 때 이미 몇 년 전부터, 문학청년이나 예술가들을 해마다 선발해 여행 경비를 주는 제도 외에도, 이들 가운데서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골라 많지 않은 돈이지만 연금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대부분의 유명한 시인들이 모두 이 보조를 받고 있었다. 욀렌슐레게르, 잉게만, 하이베르그, 카를 빈터 등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헤르츠도 얼마 전부터 이걸 받고 있어, 그의 미래는 생계가 탄탄하게 보장되어 있었다. 나도 그럴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 내 희망이자 소원이었다. 그 꿈이 이루어졌다. 프레데릭 6세는 내가 1년에 200릭스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나는 기쁘고 고마운 나머지 펄쩍펄쩍 뛰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단지 살기 위해서 억지로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몸이 아프거나 병에 걸려도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확실한 버팀목이 생긴 것이다. 늘 신세를 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바야흐로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다.”
안데르센이 연금을 받고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던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온다. 안데르센이 연금에 집착한 이유는 뭘까? 하나는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에 몰두하기 위한 경제적 토대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데르센은 여행을 매우 좋아했다. 당시 여행비용은 꽤 비쌌다. 여행을 통해 자신의 정신과 사상을 깊게 하고 넓혀 나갔던 안데르센은 여행을 포기할 수 없었다. 영국 여행에서는 찰스 디킨스를, 프랑스 여행에서는 빅토르 위고와 발자크 등 세계적 작가들을 만나고 교류했다. 결국 안데르센에게 연금은 더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경제적 안정 수단이었던 셈이다. 매슬로의 욕구5단계설의 두 번째 욕망인 ‘안전욕구’였다.
“여행은 마법의 물약처럼 마음을 정화하고 육체에 원기와 젊음을 불어넣는다. … 나의 내면에 보석 같은 소재들이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이 보석들을 제대로 다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이 보석들을 정력적으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다듬어 종이에 옮겨 놓기 위해서는, 정신을 신선하게 재충전할 필요가 있다. 내게 있어서 여행은 정신을 정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나는 늘 더 젊어졌고 더 강해졌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연금을 통해 국왕으로부터 인정받는 명실상부한 명사의 반열에 오르고 싶은 욕구이지 않을까. 국왕과의 연결선이 없어 자신보다 못한 경쟁자가 연금받는 것을 부러워하고 시샘하던 안데르센이 드디어 자신도 그들의 리그에 속하게 된 것이다. 매슬로의 욕구5단계 중 3단계인 ‘사랑과 소속 욕구’를 쟁취한 셈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확실한 기반을 구축하는 덤까지 얻었다. 5단계 욕구 중 4단계인 ‘존경 욕구’를 충족하는 기쁨까지 누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안데르센에게 연금은 매우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도구였던 것이다.
오토 폰 비스마르크 : 정치 도구로서의 연금
비스마르크는 우리에게 독일의 철혈재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스마르크가 철혈재상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당근과 채찍을 효율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리라. 그는 항상 한 손에는 채찍을, 다른 한 손에는 당근을 들고 다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78년 10월 9일 공산주의 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사회주의자법’ 제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여지없이 다음과 같은 당근책을 제시한다.
“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며, 노동자들에게 기업 이윤의 배당을 보장하고, 기업의 경쟁력과 시장상황을 고려한 범위 내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모든 계획들을 후원할 예정입니다. … 만약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이성적인 방법으로 미래를 내다 보면서 노동자들의 운명을 개선하기 위한 긍정적인 방안을 제안한다면 나는 국가부조라는 이념을 염두에 두면서 자구책을 강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방안을 호의적으로 검토할 것입니다.”
1881년 3월 8일 산재보험법을 제안하면서는 “국가란 오직 유복한 사회계급의 보호를 위해서만 창안된 것이 아니다. 무산계급의 요구와 이익에도 봉사하는 복지기구”라고까지 강조했다. 1881년 11월 17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황제교서에서는 “사회적 폐단을 단지 사회민주주의의 과격행위를 탄압함으로써만이 아니라, 노동자 복지를 적극적으로 도모함으로써 척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4대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은 사회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비스마르크의 당근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이다. 비스마르크에게 연금은 5단계 욕구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의 실현 수단의 한 방편이었던 셈이다.
>> 손성동(孫盛東)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虎死遺皮人死遺名(호사유피 인사유명).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삶의 흔적을 남기는 일을 소중하게 여겼음을 나타내는 이야기다. 인간의 수명이 크게 늘고 있다. 건강 수명도 그렇다. 100세 장수 시대에서 건강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인구의 평균 수명이 120세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예측한다. 노후에 주어질 한가한 시간, 여가가 많이 늘어난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노후 삶의 질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후 여가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준비의 필요성이 화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변화를 싫어하는 속성이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 그 반증이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이유다. 그렇지만, 은퇴 후 4~50년의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기에 여가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안이다.
과거의 갑옷을 벗지 않고
준비는 여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재무준비에 치중했다. 은퇴 후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 마련이 그 중심이었다. 경제적 준비도 선결 과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나긴 노후의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느냐이다. 필자(66세)와 5575세대는 삶의 우선순위가 자식을 키우는 일이었다. 우리 부모 세대가 그러했듯이 우리 또한 답습해왔다. 자신의 삶은 늘 뒷전이었다. 자식에게 보상받기를 원해서가 아니고 당연한 부모의 책임으로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았다. 자식의 성공은 곧 자신의 즐거움이었고 영광이었다. 자식 농사라고 하였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 삶을 살았다. 정년까지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리 많지 않은 노후 시간을 보내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년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수명이 늘어날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급격한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경제부분과 마찬가지로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여가생활 준비 역시 대부분 하지 못하였다. 직장과 집을 오가는 생활이었다. 이웃을 살펴보아도 은퇴를 한 사람의 대부분이 하릴없이 하루를 지루하게 보낸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기도 하고 영광스러웠던 과거에 사로잡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글쓰기는 시간 관리에 좋고 삶의 흔적을 남겨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원제도가 놀랍게 발전하고 있다. 눈만 돌리면 나날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수없이 많다. 다만 관심이 없을 뿐이다. 필자가 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하기 전에 살던 아파트 이웃에 살던 94세 할아버지는 아파트 정원의 공간을 이용하여 텃밭을 가꾸며 노후를 즐겁고도 건강하게 보내고 있었다. 이런 작은 일도 여가를 잘 보내는 방법의 하나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고 도전하지 못할 나이가 없음을 증명해 보였다.
필자는 그런 노후생활 준비의 하나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이투데이’ 경제신문의 자매지 ‘브라보마이라이프’의 기자로 활동 중이다. 유어스테이지라는 포털사이트에 9년 전부터 블로그를 개설하여 거의 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리고 있다. 2011년에는 대한민국 100대 우수 블로그에 선정되기도 하여 두서너 군데 홈페이지의 기자로도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고 적은 금액이지만 원고료도 받는다. 취미 활동이 용돈도 버는 소일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써 놓은 글을 정리하여 수필집 두 권을 출간하였다. “아름답게 보니 아름다워”와 “카메라로 쓴 아름다운 이야기”가 그것이다. 노후 생활과 사진 촬영에 관해 써 놓은 글을 정리 편집하여 책으로 만들었다. 글쓰기는 여가를 무료하지 않고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의 하나고 삶의 흔적을 남기는 의미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