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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만에 재취업 "일하는 순간순간 최상의 기쁨 느껴요”
- “근무 첫날은 쥐가 날 것처럼 다리가 저렸습니다. 계속 서 있어야 하거든요. 안 해봤던 일이라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치더라고요. 그만둬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것조차 못하면 앞으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죠. 4일째 되니 아픈 곳이 없어지고 진즉 일을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일하는 순간순간 최상의 기쁨을 느낍니다.” 30년 만에 재취업에 성공, CGV 인턴십으로 근무하는 김기영(61) 씨는 일을 시작한 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나이에 일? 큰 기대 없이 구직 김기영 씨와의 대화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보이지만 차근차근한 말씨로 달라진 삶에 대해 풀어내는 모습이 단단해 보였다. 땅속에서 오래도록 씨앗으로 있다가 싹을 틔워 한 뼘 정도 자란 나무가 그려졌다.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이진아 컨설턴트가 그녀를 처음 상담했을 때 취업에 대한 의지는 있어 보였지만 자신감이 떨어져 보였다고 한다.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제대로 준비도 못한 채 일자리희망센터를 방문한 김 씨, 그것이 그녀 인생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켰을까? “작년 말 남편이 정년퇴직을 해 집에서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보통 문화센터, 구청에서 진행하는 강좌를 수강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졌어요. 이래저래 답답했습니다. 수십 년을 일하다 이제야 쉬게 된 남편에게 잔소리를 할 수는 없어 답답함을 참고 있을 수밖에요. 어느 날 친구가 동구 새로일하기센터에 구직 등록을 하면 일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더라고요. 사실 못 미더웠지만 신청을 했어요. 돌파구가 필요했거든요.” 호텔 룸메이트 교육에 관심이 있었지만 침대보 하나 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자신을 볼 때 포기가 답이었다. 경력도 없지, 체력은 약하지, 그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의심이 계속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구직 등록을 한 지 두 달 만에 CGV 시니어 인턴십 활동을 해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두 줄짜리 이력서 들고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방문 CGV 시니어 인턴십 관련 핸들링은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진행했다. 김기영 씨는 이력서를 가지고 방문했다. 결혼 전에 5년간 은행에서 근무했던 경력과 문화센터에서 컴맹 탈출 교육을 받다 흥미를 느껴 땄던 컴퓨터 자격증 내용을 적은 두 줄짜리 이력서였다. 첫 상담을 했던 이진아 컨설턴트는 이력서 내용을 보충하고 자기소개서를 꼭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기소개서에 고용주가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 있는 경험과 의지를 꼭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코칭 포인트였다. “극장에서의 근무는 서비스 정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기영 씨가 짧은 기간이지만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봤어요. 고객 응대 서비스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자기소개서를 쓰도록 조언했지요.” 이진아 컨설턴트는 긴 경력 단절로 인해 재취업에 대해 불안해하는 김 씨에게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되찾도록 계속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그러자 점점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면접 스킬을 코칭받고 CGV 면접에 응한 그녀는 결국 최종 합격통지를 받았다. CGV 극장에서 일하며 기분 좋은 에너지 흡수 출근해서 하는 일은 입장 티켓 확인, 고객 퇴장 후의 간단한 청소다. 하루 5시간 일하고 30분의 휴식시간이 있다. 출근 첫날에는 내내 서 있었던 탓에 다리가 아파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날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조태임 컨설턴트에게서 전화가 왔다. 힘들긴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 4일째부터는 아픈 것이 사라졌다. 그 후로는 만족도 최상이다. 취업 후에도 일자리희망센터의 관리는 지속되었다. “근무를 시작한 후 조태임 컨설턴트가 2~3일에 한 번꼴로 전화를 해서 힘들지는 않은지, 어려운 점은 없는데 꼼꼼하게 묻고 관리해주고 있어요. 덕분에 취업을 하게 되어 고마운 마음이 큰데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힘까지 불어넣어주니 더할 수 없이 감사해요.”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도 크다고 했다. “같이 일하는 젊은이들한테 ‘노인네들 데리고 일하니 힘들지요?’라고 물으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며 기꺼이 가르쳐줘요.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하나씩 배워가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좋은 에너지를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100세 시대라는데, 70세까지는 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찾고자 하면 일자리 정보는 많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할 일은 널려 있다. 오랫동안 경력이 단절된 사람이라도 자신처럼 딱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식물을 좋아하니 조경 관련 자격증을 따서 연관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오늘은 오후 근무가 있는 날이라며 출근을 서두르는 그녀는 일에 대해 100% 만족한다고 했다. 근무 9개월 5일의 인턴십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김 씨에게 CGV 인턴십은 삶의 질과 방향을 바꿔놓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 낸 작은 용기가 불러일으킨 나비 효과다. 조금씩 도전해서 앞으로 한 걸음씩 더 내디뎌갈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취업상담, 교육, 일자리 연결의 세 가지 업무를 진행한다. 취업상담을 통해 예전에 하던 일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파악해 가능한 훈련과 교육정보를 알려주고 워크넷에 구직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생애경력설계, 전직지원서비스, 일일직업체험(타일시공, 드론 촬영 등)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개인의 직업 역량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김기영 씨처럼 구직 단계에 방문하면 이력서, 자기소개서, 면접 스킬 등 구직활동에 필요한 실용정보를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취업 후의 관리까지 진행한다.
- 2020-08-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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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위의 파라다이스 '외도보타니아'
-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렵게 되자, 이국적인 국내 여행지가 주목받고 있다. ‘바다 위의 식물 낙원’이라 불리는 경남 거제도의 외도 보타니아도 그중 한 곳이다. 사실 외도 보타니아의 인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1995년 개장 이래 누적 방문객 수가 2000만 명이 넘는 거제 대표 명소이니 말이다. 나만 해도 그 방문자 수에 ‘4’를 더했다. 이번 방문 때는 비가 왔다. 비 오는 날의 섬 여행도 꽤 낭만적이었다. 바깥 섬이 식물의 낙원이 되기까지 거제도 남쪽 외딴 섬 외도(外島)는 미운 오리 새끼였을까. 마음 심 자를 닮아 ‘지심도’, 보배에 비길 만한 풍광을 지녀 ‘비진도’라 불리는 거제도의 다른 섬들에 비하면 이름조차 초라한 섬이었다. 그랬던 외도가 부침개처럼 운명이 뒤집히는 일이 벌어졌다. 50여 년 전 이창호(1934∼2003) 씨가 낚시하러 외도에 들른 것이 인연이 되어, 몇 년에 걸쳐 외도를 매입한 것이다. 이창호 씨와 그의 아내 최호숙 씨는 1969년부터 외도를 해상식물원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무시로 닥치는 태풍과 거친 파도에 맞서며 척박한 땅에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웠다. 외도는 기후가 따뜻하고 물이 풍부해 종려나무, 야자나무, 선인장 같은 아열대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했다. 첫 삽을 뜬 지 26년이 지난 1995년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외도 보타니아를 선보일 수 있었다. ‘보타니아’(botania)는 ‘botanic’과 ‘utopia’의 합성어로서 바다 위 ‘식물의 낙원’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외도는 ‘보타니아’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고,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마치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된 것처럼. 국내 최초 해상식물원의 인기는 개장한 지 25년째인 지금도 여전하다. 외도행 유람선 선착장이 거제도에 7곳이나 있으며, 유람선이 매일 여러 차례 외도 보타니아를 왕복한다. 바람의 언덕과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19~2020 한국관광 100선’에도 들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해금강 유람선 타고 바다 위 정원으로 외도 선착장 7곳 중에 도장포를 애용한다. 도장포 가까이에 외도 보타니아와 인기 쌍벽을 이루는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가 있어서다. 외도로 가는 길에 즐기는 해금강(海金剛) 유람은 덤이다. 선실 밖으로 나가 출렁대는 유람선에 몸을 맡기고,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해금강은 강이나 바다가 아닌, 바다 위로 솟은 바위섬이다. 금강산처럼 경치가 아름답다고 하여 ‘바다 위의 금강산’이라 부른다. 해금강 해안 절벽 위에는 거센 바람을 견디며 살아온 노송들과 석란, 풍란 같은 희귀한 난초들이 자생한다. 절벽 아래에는 파도가 오랜 세월 조각해놓은 십자동굴, 부엌굴 등의 해식동굴이 있다. 선장의 설명을 들으며 해금강의 기암을 바라보면 사자, 촛대, 기도하는 소녀처럼 보인다. 30분가량의 해금강 유람이 끝나면 외도 보타니아에 도착한다. 외도 모양을 형상화한 빨간 등대가 맨 먼저 반긴다. 선장이 1시간 반 뒤에 유람선으로 돌아오라고 당부한다. 순환형 산책 코스대로 걸으면 되므로 관람시간 90분이 턱없이 부족하진 않다. 유럽식 정원과 건축물로 꾸민 외도 외도 보타니아 관광은 아치 모양의 작은 정문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세계 각국 방문객을 맞이하는 외도 광장에는 한글·영어·한자로 쓴 ‘외도 보타니아’ 조형물들이 장식돼 있다. 광장을 지나면 향나무 여러 그루를 연결해서 한 몸처럼 다듬어놓은 나무 작품이 보인다. 이곳의 인공미를 대표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나무는 눈이 부리부리한 뿔 달린 도깨비 또는 기세등등한 불꽃을 닮았다. 산책로 입구에 턱 버티고 서 있어 사찰의 사천왕상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선인장, 알로에, 용설란 등이 자라는 선인장가든을 지나면 외도 보타니아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비너스가든이 나온다. 지중해풍의 건축물과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뻗은 정원,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세워진 하얀 비너스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호숙 씨가 영국 버킹검 궁의 뒤뜰을 모티브로 직접 구상하고 설계한 공간이라고 한다. 비너스가든 끝에 있는 유럽식 사택 ‘리하우스’는 KBS 드라마 ‘겨울연가’(2002)의 마지막 촬영 장소였다. 외도 보타니아를 전국에 소문낸 일등 공신이다. 이탈리아어로 ‘환영합니다’라는 뜻을 지닌 벤베누토정원은 사계절 꽃이 피는 꽃동산이다. 철따라 튤립과 양귀비, 수국, 동백 등이 피고 진다. 이 꽃들은 관람객들의 감탄을 먹고 자란다. 꽃길을 걷다 보면 짙푸른 동백숲길과 대숲길이 나타난다. 밀감나무 3000그루와 편백나무 8000그루가 늘어선 ‘천국의 계단’을 내려서면 야자수 산책로가 기다린다. 프랑스식 연못과 조각상을 배치해 이국적인 정취가 가득하다. 외도 보타니아는 구석구석 아름답다. 귀부인이 그려진 화장실 이정표마저 예쁘다. 화장실 벽 둥근 창으로 보이는 해금강과 외도 등대는 또 어떻고. 바람의 고향 도장포 외도 관람을 마치고 도장포로 돌아와 바람의 언덕에 오른다. 하늘이 맑으면 언덕 아래에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비췻빛 바다가 일렁인다. 바람의 언덕은 바다로 돌출한 곶이라 늘 세찬 바람이 분다. 풀들이 바람 부는 방향으로 일제히 누워 있다. 언덕 위의 풍차는 신나서 춤추듯 바람개비를 씽씽 돌린다.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혀도 시원한 바람이 그저 반갑다. 만약 이 언덕을 ‘도장포 잔디공원’이나 ‘도장포 민둥산’이라고 이름 지었다면 얼마나 낭만이 없었을까. 풍차 왼쪽, 숲속 계단을 오르면 호젓한 동백숲길이 나온다. 이 숲길이 도장포마을 윗길로 이어진다. 윗길에서 굽어본 도장포마을 전경도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장관이다. 마을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바다가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도장포마을 남쪽 바닷가에는 신선이 머물렀다는 신선대가 있다. 부안의 채석강과 지형이 비슷하다. 책을 포개놓은 듯 가로지층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태곳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공룡 발자국 같은 작은 웅덩이도 수없이 많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는 파도가 으르렁대며 들락거린다. 신선대를 본 사람들이 웅장한 기암절벽과 절벽 아래 몽돌해변을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이색 명소&맛집◇ 매미성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 때문에 바닷가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16년 동안 혼자 쌓아 만든 성벽이다. 처음에는 시멘트 벽돌로 쌓아 볼품이 없었다. 점차 네모반듯한 화강암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는 방식으로 바꿔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유럽 중세시대의 성을 연상케 해 이국적인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풍경보다 사진에 담았을 때 더 멋지게 보여 인생사진 명소로 유명해졌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외도널서리 외도 보타니아 설립자인 최호숙 씨가 구조라해변에 유리 온실 콘셉트 카페인 외도널서리를 개장했다. ‘널서리’(nursery)는 ‘묘목을 기르는 땅’이라는 뜻으로 외도 보타니아와 통하는 면이 있다. 유럽풍으로 지어 외국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같다. 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빛깔 고운 구조라에이드 한 잔 어떨까. 계절에 상관없이 초록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게 큰 매력이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로4길 21, 매일 10:00~21:00 예이제게장백반 거제도에서 이름난 무한리필 게장 백반집이다. 본점은 도장포에 있다. 바람의언덕점은 도장포와 가까워 외도 관광 전후에 들르기 좋다. 메뉴는 게장백반 한 가지다. 메인 요리인 간장게장과 꽃게장을 비롯해 불볼락구이, 간장새우, 충무김밥, 조개미역국 등 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온다. 작은 꽃게를 사용하지만, 살이 제법 차 있어 먹을 만하다. 쫀득한 맛이 일품인 간장새우도 리필된다. 경남 거제시 남부면 해금강로 132, 매일 10:30~21:00, 게장백반 1인분 1만5000원
- 2020-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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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가수 괜찮았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해
- 아내 외에 진성이 고마워하는 사람이 또 있다. 올여름에 집에 초대할 두 명을 꼽아 달라고 하자 그는 서슴없이 탤런트 김성환과 가수 남진을 말했다. “무명 시절 야간업소를 전전할 때 김성환 씨를 알게 됐어요.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진정한 연기자이지요. 제가 아플 때도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가슴속으로 늘 형님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진 형님도 수십 년 전부터 저를 만나면 항상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노력하면 언제든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셨죠. 대중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중가수의 참모습을 두 분에게서 봅니다.” 그렇다면 가수 진성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을까? “저는 시골에서 자란 촌놈이에요. 어렸을 때 마음먹은 거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히트곡 한두 개 만들면 ‘그 친구 그런 대로 노래는 좀 했지’라고, 그렇게만 기억해주면 인생 괜찮게 살았다고 생각해요. 인생에는 음과 양이 있는데 양은 언제든 음으로 변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너무 칭찬하면 불안해요. 그냥 ‘그 가수 괜찮았어’ 하면, 그 정도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성다움은 ‘진정성’에 있다 진성은 이제 다수의 오리지널 히트곡을 보유한 트로트계의 스타로서 ‘괜찮았다’라는 평가 이상을 받는 가수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가 존경한다는 남진처럼 적극적이고 꾸준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못난놈’, ‘상팔자’ 등 신곡 4곡이 담긴 EP를 발매하고 적극적인 예능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년에 올해의 계획을 세워놨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대중과 가깝게 만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방송을 많이 하는데 방송의 본질을 잘 알고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는 얼굴을 그저 알리는 데 포맷을 맞추다 보니 ‘오버’도 하고 더러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모습이 제가 봐도 좋지 않아 보일 때가 있어요. 물론 버라이어티적 관점으로 보면 그런 재미도 필요하지만, 그 경계를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정성 있게 가는 게 진성답다’라는 얘기를 많이 듣기도 하고요,” 나이 들면서 좋아지는 게 있냐고 물었더니 완숙미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이 참 적절한 표현이라고 했다. “멋지게 나이 들려면 자신을 낮추면 돼요. 옛날 얘기가 하나도 틀린 게 없어요.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하잖아요. 우리 나이가 되면 그걸 터득해야 해요. 저는 100%는 아니지만 이제 50%는 겨우 알 거 같아요.(웃음)” 최고의 음악 선보이며 마무리하고파 진성은 40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노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어 불안했다고 한다. 다행히 이젠 먹고살 만한 정도는 됐고, 홀가분해졌다고. “히트곡이 한두 개 더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하지만 일흔을 넘어서까지 노래를 하고 싶진 않아요. 60대 중후반 정도에 은퇴할까 생각 중입니다.”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지만 그간의 삶이 쉽지만은 않았던 때문일까. 그는 이미 30년 전부터 은퇴 나이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가수로서의 진성을 볼 수 있는 시간은 5~6년 정도 남은 셈이다. “노래 봉사도 눈동자가 살아 있을 때 해야죠.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과거의 그처럼 지금도 수십 년째 무명생활을 하고 있을 누군가가 생각나서일까. 그러나 당장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진성을 사랑하는 팬이 있고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라도 더 그렇다. “지금 전국적으로 행사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방송에 매진하다 보니 팬들과 가깝게 교류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고요. 하지만 가수를 일 년 하고 끝낼 것도 아니고 몇 년은 더해야 하니까 좋은 시절이 오면 여러분 곁에 가고 싶어요. 저는 라이브 가수예요. 좀 더 내실 있는 음악을 만들고 선보이면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 2020-08-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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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 난 여전히 부족하다
- 재즈(jazz)라 발성하면, 뭔가를 예리하게 찢는 한 줄기 섬광이 연상된다. 어감부터가 고압전류를 뿜는다. 재즈의 선율은 비를 느끼게 한다. 비처럼 축축하고 감미롭고 애절하지 않던가. 어떤 정점에서는 복받쳐 흐느낀다. 서러워 휘청거리며 홍수처럼 범람한다. 희로애락의 음표로 엮어지는 인생을 닮았다. 재즈 뮤지션은 인생을 노래하되 고감도의 직관으로 자유롭게 선율을 빚어내는 예인이다. 신관웅은 정작 ‘대부’니 ‘레전드’니, 화려한 수식에 불편하다. 내가 감히? 달갑지 않아 손사래를 친다. 재즈에 쏟은 게 많아 이룬 것 또한 많겠지만 아직은 멀었단다. 혹시나 사탕발림 췌사는 아닐까, 공연히 목에 힘줄 일 아니다, 조심조심 운신하며 내 길 가면 그만! 그런 투의 신중 모드로 풍문을 후루룩 귓전으로 넘긴다. “재즈 불모지였던 국내의 기반을 열심히 닦은 성과는 좀 있겠지.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인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것,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 예술가는 이걸 유념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남들의 덧없는 평판에 휘둘리는 일처럼 우스운 게 다시 있겠나. 게다가 난 여전히 부족하다.” 무엇이 부족한가? “좋은 재즈 뮤지션은 마음먹은 대로 자유자재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고도의 기량으로 연주한다.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차 없이 드러낸다. 보통은 이게 정말 힘들다. 찰리 파커(Charlie Parker)나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같은 천재들은 연주 초년부터 독특한 자기 사운드를 노출했다. 그들의 경지를 무슨 수로 따라잡을까. 난 내가 다소 실망스럽다. 내 컬러를 확고하게 지니지 못한 핸디캡에.” 오르면 오를수록 태산? 이는 어쩌면 아티스트의 숙명이 아닐까?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있지만, 한계를 절감할 때면 가끔 신앙인의 기도를 생각한다. 신에게 가까이 가려는 열망에도 불구하고 거듭 미끄러지는 게 신앙이다. 그럼에도 한 발짝이나마 더 다가가려 노력하는 게 신앙이지. 재즈가 이와 닮았다. 이 점에서 온전히 투신할 만한 가치를 지닌 게 재즈의 세계라고 나는 믿는다.”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콘서트를 말해 달라. “2015년에 있었던 ‘신관웅 재즈 50주년 헌정 콘서트’를 잊을 수 없다. 재즈 뮤지션 100여 명이 참여했는데 내가 모든 과정을 연출했다. 흥분과 전율을 느낀 무대였지. 객석을 가득 채운 청중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도올 김용옥 선생은 헌정시를 통해 ‘재즈를 모르는 인간에겐 새로운 것이 없다’고 읊더라.” 공연 예술인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무대 공포증을 느낀다고 들었다. ‘이 순간 차라리 공연장이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어!’ 그런 가망성 없는 도피 충동에 사로잡힐 지경으로. “긴장감을 피할 수는 없지. 그러나 연주가 시작되면 곧바로 몰입된다. 가장 중요한 건 청중의 반응이지. 공연 성패의 근 50%는 청중의 열광 여부에 달려 있다. 환호가 터지면 신명이 올라 다이내믹한 음색을 내게 되거든. 그러나 재즈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드물다. 요즘은 코로나19로 공연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지만, 이전에도 늘 관객이 적었다. 소수의 마니아들만 재즈를 즐길 뿐이거든. 이거 아나? ‘재즈 1세대’로 일컬어지는 내 또래 뮤지션들은 지독히도 배를 곯으며 연주활동을 했다는 거. 도무지 밥벌이가 되질 않더라고. 오죽하면 ‘재즈 악사는 악에 바친 사람들’이라는 우스개까지 나돌았겠는가.” 재즈의 요람, 클럽 ‘문 글로우’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재즈의 연원은 뚜렷하지 않다. 대체로 아프리카 흑인 음악을 원류로 변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초창기엔 미국의 홍등가나 술집에서 흐느적거리며 즐긴 섹시하고도 저속한 음악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루이 암스트롱 같은 걸출한 뮤지션들이 등장하면서 시대정신과 자유혼을 담은 깊고 서정적인 장르로 승화됐다. 직관에 의한 즉흥 연주, 영감과 열정의 분출, 도발과 절규, 관능미의 표현 등을 속성으로 지니는 재즈의 포용력은 놀랍다. 어떤 음악 장르나 경향을 만나더라도 거침없이 흡입, 다종다양한 가지를 쳐나갔다. 스윙재즈, 비밥재즈, 쿨재즈, 핫재즈, 록재즈, 프리재즈, 퓨전재즈 등등이 파생했던 것. 재즈의 근본정신은 물론, 포식처럼 거대한 융합작용까지 특이하고 복잡한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대중의 접근이 쉬우랴. 쉽고 편하게 재즈를 소화할 내장기관을 가진 사람들이 드문 건 요즘도 마찬가지. 신관웅은 얼마 전 요상하게도 겨우 대여섯 명의 관객을 앞에 둔 야외공연까지 경험했다. 재즈의 불황이 이렇게 만성적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풍금을 장난감처럼 늘 끼고 놀았단다. 심각한 몰입이었다고 하니 순진한 어린 혼의 음악적 빙의? 대학에선 경영학을 배웠으나 시늉뿐, 젊은 그는 엑스트라 악사로 용산 미8군 무대에서 건반을 연주하며 주체하기 힘든 청춘의 열기를 다독였다. 그러다가 재즈를 만나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매혹을 느껴 재즈 피아니스트로 비상했다. 비상? 즐겁고 기꺼워 재고 따질 것 없는 재즈에의 투신이었으니 허공으로 첫 날갯짓을 하는 어린 새의 두려움 없는 비상과 닮았다. 그러나 삶이라는 허공의 기류는 차고 사나워 날갯죽지 부러지기 십상이다. “재즈라는 신천지를 발견하고 기뻤다. 하지만 밥을 버는 일이 난감했지. 재즈 밴드를 만들어 미8군 무대에서 활동했으나 그것만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기 힘들었거든. 나이트클럽 같은 일반 무대에서도 팝송이나 대중가요를 연주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러나 번번이 쫓겨났다. ‘하이고, 아저씨들의 연주 리듬으로는 도저히 춤을 맞춰 출 수가 없어요!’ 클럽 댄서들이 그렇게 따지며 대들었거든.(웃음)”
- 2020-08-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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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준비에 대한 인식 확산이 필요한 시대
- 은퇴 후에도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노년층을 의미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액티브 시니어를 우리말로 바꿔 ‘활동적 장년’으로 선정했다. 런던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과정 수업 도중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당신이 100년 산다고 가정할 때, 소득의 약 10%를 저금하고, 최종 연봉의 50%를 가지고 은퇴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인가?” 학생들은 곧바로 계산을 했다. 답은 80대였다. 일순간 강의실은 조용해졌다. 80대까지 지금과 같은 업무 강도로 일해야 한다니…. 런던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이 함께 쓴 ‘100세 인생- 저주가 아닌 선물’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장수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교육-일-퇴직으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3단계 삶의 모습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앞으로는 은퇴와 정년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70세 혹은 80세까지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지금의 나이가 몇 살이든 우리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시대를 선도적으로 살아가고 제2의 청춘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처럼 다가오는 노년의 꿈을 계획하고, 노후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액티브 시니어는 누구인가? 은퇴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100세 시대, 아무 준비 없이 은퇴하기엔 여생이 너무 길다. 은퇴 후 노후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면,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액티브 시니어를 롤 모델로 추천한다. 액티브 시니어는 미국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버니스 뉴가튼이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고 말하며 만들어낸 신조어다. 뉴가튼 교수는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5세까지를 젊은 노인(young old)으로 구분했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은퇴 후에도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세대로 가족 중심에서 벗어나 자기중심의 삶을 영위하면서 자기개발과 여가활동, 사회적 관계 맺기 등을 적극적으로 한다. 기존의 시니어가 노년을 인생의 황혼기로 인식했다면, 액티브 시니어는 노년기를 새로운 인생의 시작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실제 나이보다 5~10년 젊다고 생각하고, 진취적으로 삶을 사는 세대다. 액티브 시니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액티브 시니어의 공통점은 자신이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한지 알고 노년의 삶을 준비한다. 다시 말해 미래의 삶에 대한 자기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길거리 화가가 된 60세 여성, 의상 공부가 하고 싶어 다시 대학을 간 80세 여성, 40세에 사진을 취미로 배워 10년 후 프랑스에서 전시회를 연 50세 남성, 자식을 다 키우고 60세에 요식업을 시작한 남성 등, 이들은 은퇴를 제2의 인생 시작점으로 설정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자녀 세대에 의존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배움을 통해 스스로 노후를 대비했다. 이들은 못다 이룬 꿈을 성취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꿈이 반드시 거창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면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얻는 이들은 항상 활력이 넘친다. 그래서 액티브 시니어라 부른다. 시니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액티브 시니어들처럼 노후를 잘 준비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노후를 아직 준비하지 못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지난 5월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에서 발간한 보고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에 따르면, 퇴직자의 평균 생활비는 월 252만 원이다. 또 대부분의 퇴직자들이 경제활동을 못하면 1년 내 형편이 어려워질 것을 걱정했다. 이분들께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현금 흐름을 유지할 것을 권유한다. 재취업이나 소자본 창업, 주택연금 등을 통해 소득을 유지하는 다양한 방법도 있다. 아직 퇴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노후 준비를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다가오는 미래는 먹고만 사는 시대가 아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소득, 취미, 일자리, 관계, 건강 등 행복을 주는 요소들이 골고루 갖추어질수록 좋다. 자신만의 삶의 기준들을 정하고 장기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행복만큼이나 미래의 행복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 Early Design, Self Planning! 고령화가 심각해질수록 사회적으로 노인 문제도 점점 커질 것이다. ‘100세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로 보면 주인공의 행복과 불행은 결국 작가이자 감독인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시니어 당신에게 무엇을 준비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제대로 예측하고 준비한다면, 장수는 저주가 아니라 선물이고 축복이다. 주체적으로 제2, 제3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주위를 살펴보면 노후 준비를 위한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주최하고 ㈜드림업컨설팅이 주관하는 ‘2020 해피에이징 교육캠페인’도 그중 하나다. 노후준비문화 확산을 위해 액티브 시니어를 주제로 진행 중인 ‘해피에이징 교육캠페인’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올해로 6년째 진행하는 무상교육 프로그램이다. 사회공헌적 취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초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고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고령 사회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개인 스스로 노후를 대비해 ‘Early Design, Self Planning’하는 것이다. 노후 준비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 필요한 시대다. 지금 당장 준비해야 늦지 않다. 당신도 액티브 시니어가 될 수 있다.
- 2020-07-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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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주현미 "시대를 읽는 유행가, 세대를 잇는 트로트"
- 최근 대한민국 가요계는 그야말로 ‘트로트가 대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년 주류에서 벗어나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젊은 세대도 대폭 늘었다. 이러한 열풍 속, 트로트의 지난 100년을 더듬어보고, 앞으로의 100년을 그리는 이가 있다. 바로 가수 주현미다. 올해로 데뷔 35년 차, 그녀는 현재의 명성에 머무르지 않고 트로트의 명맥을 다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일환으로 일궈낸 첫 에세이 ‘추억으로 가는 당신’의 저자로 대중 앞에 선 주현미를 만나봤다. “트로트 붐의 과실만을 노리며 몰려드는 사람들과 달리,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조용히 묵묵하게 해내고 있는 가수.” ‘추억으로 가는 당신’ 서두 추천사에서 김영식 KBS 가요무대 PD가 쓴 표현이다. 그의 말대로 주현미는 눈앞의 이익이 아닌, 사명감을 안고 이번 책을 엮었다. “책이 나오니 기분이 참 묘해요. 첫 음반이 나왔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많이 설레고 신기하네요.(웃음) 그런데 에세이를 냈다고 하니 흔히 가수로서 제 삶에 대해 썼으리라 생각하더군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닌데 말이죠. 개인사보다는 우리가 사랑했던 가요들의 역사에 대해 담고자 했어요. 유행가는 그 시대의 상황과 서민들의 애환을 투영하는 거울과 같죠. 그 뒷이야기를 알면 노래에 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물론 곡마다 얽힌 제 경험과 추억도 곁들였지만, 그것이 주는 아니었죠.” 이렇게 책이 나오기까지는 2018년부터 운영해온 유튜브 채널 ‘주현미TV’가 밑거름이 됐다. 사실 ‘주현미TV’가 탄생하게 된 배경 역시 책 출간 계기와 다르지 않았다. 대중을 비롯한 가요계 후배들이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부르길 바라는 마음, 또 시대를 거치며 변형된 가요의 원곡들을 복원해 자료로 남기고자 하는 뜻이 컸다. “가령 ‘사의 찬미’를 찾아서 들어보면, 수많은 가수가 불렀지만 윤심덕의 원곡을 그대로 따라 부른 이는 없어요. 무엇이 원곡인지, 어디가 어떻게 바뀐 건지 알기 어려워졌죠. 문제는 대부분 우리 가요가 이런 상황 속에서 불리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미래 세대가 원형을 찾아 거슬러 올라갈 때 너무나 힘들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그 중간 역할을 해야겠다 싶었죠. 재작년부터 저희 밴드마스터인 이반석 음악감독의 도움으로 유튜브를 통해 매주 한 곡씩 옛 노래를 기록해나가고 있어요.” 취미까지 되어버린 트로트 사랑 현재 ‘주현미TV’가 선보인 곡은 130여 곡. 그중 50곡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책에 담겼다. 책에는 주현미의 목소리로 녹음한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곡마다 QR코드가 첨부됐다. 애당초 작업을 결심하고 추려낸 옛 노래는 1000여 곡에 달했단다. 목표량을 채우려면 앞으로 근 10년은 바라봐야 하는 오랜 작업이지만, 이만큼 해온 것도 다행이라며 뿌듯해하는 그녀다. 그도 그럴 것이, 매주 한 곡에 5분 남짓한 영상이지만 이를 위한 노력은 시공을 넘나들고 있다. “대부분의 자료가 ‘~라고 전해진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식으로 돼 있고, 서로 다른 내용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근거를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기록물로 남기는 자료라 팩트 체크를 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죠. 수십 년 전 이야기부터 책이나 음반 등 온갖 자료를 총동원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과거 ‘SP’라 했던 돌판 음반을 갖고 계신 일본 팬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정리한 곡은 제 스타일로 부르지 않고 최대한 담백하고 깔끔하게 불러 원곡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죠.” 얼마 전 10만 구독자(실버버튼)를 돌파한 ‘주현미TV’. 혹자는 수익이나 홍보 목적으로 개설된 소속사 유튜브 채널이라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현미TV’는 현재 그녀의 사비를 통해 제작할뿐더러, 오히려 수익은 마이너스나 다름없다고. 혹여 영상이 인기를 끌더라도 저작권이 있는 곡들이기에 이윤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구조란다. 그럼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던 건 트로트를 향한 진심, 그리고 후배와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였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힘든 작업인 줄 몰랐기 때문에 겁 없이 시작했던 것 같아요.(웃음) 물론 힘들고 수익이 안 난다고 해서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술도 안 마시고, 특별히 사치도 안 하니까, 이걸 내 용돈으로 하는 취미라 여기려고요. 또 35년간 팬들 사랑 덕분에 행복했고 돈도 벌 수 있었는데, 이 일이 그에 보답하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결코 가벼운 무대와 노래는 없다 다른 세대보다 특히 중장년층이라면 이번 책을 통해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주현미는 책에서 “옛 노래가 많은 공감을 얻는 것은 그 시절을 직접 겪었거나 그 아픔을 간직한 채 노래를 부르시던 우리 부모님이 기억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녀에게도 그런 옛 노래가 있는지 묻자 최희준의 ‘하숙생’이라 답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줄곧 하숙생을 흥얼거리셨는데, 그때는 그 가사가 무슨 얘긴가 했어요.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지금 와서 불러보니 참 위안이 되고 삶의 내공이 느껴지는 가사더군요. 아버지는 어떤 심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버지도 지금의 내가 느끼는 허무함과 슬픔을 경험하셨을까 싶었죠. 시간을 뛰어넘어 노래가 이어준 감정 덕분에 그 시절의 아버지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어요.” 아마 이러한 감정 또한 나이를 먹고 삶이 숙성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산물일 테다. 어느덧 예순, 그녀는 현재의 시점을 자신의 노래 ‘가을과 겨울 사이’에 빗대 표현했다. 그리고 인생의 봄이었던 시절에 불렀던 ‘비 내리는 영동교’, ‘짝사랑’ 등도 인생이 무르익으니 노랫말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한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예전의 낭랑한 목소리도 듣기 좋지만, 깊이가 더해진 주현미의 노래에 더 큰 위로를 받고,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무리 작은 무대에 서도 여전히 긴장이 되고 떨려요. 노래를 부를 때, 나에겐 아무런 추억거리가 없는 가사라 해도, 듣는 이는 어떤 깊은 사연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때문에 곡 하나하나를 절대 가볍게 해석할 수 없고 편하게 부를 수 없는 거죠. 대중이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함께하는 친구 같은 가수로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찔레꽃’을 부른 백난아 선생님은 타계하시기 직전 앨범에 이런 글을 남기셨어요. ‘아직도 사랑이 많고 아직도 열정이 많습니다. 아직도 그리움이 많고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팬들이 있고 무대가 있는 한, 이 생명 다할 때까지 노래할 것입니다.’ 저 역시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노래하겠습니다.”
- 2020-07-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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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나면? 물 마신다, 그러곤 끝!
- 교수실에 앉자마자 고재윤(65,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가 보이차를 내놓는다. 중국의 6대 명차에 속하는 만전(蠻磚) 보이차. 수령 500년에 이르는 차나무에서 딴 잎을 5년간 숙성시킨 차란다. 목으로 넘기자 상쾌한 뒷맛이 혀에 고인다. 진귀한 차라고 굳이 내세우지 않으나, 고재윤의 표정은 은근히 득의양양하다. 그는 보이차에 풍덩 빠져 산다. 요번 세상은 그저 보이차를 탐구하는 데에 시간을 쓰기로 했나? 진정한 보이차가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양, 그는 줄기차게 명차 원산지를 찾아 중국 오지를 순례했다. 보이차 공부만 고재윤의 일은 아니다. 물과 와인 역시 열공을 해 달통했다. 통하면 보이고, 보이면 자유롭다. 사통팔달하는 식견으로 전공 분야에 관한 생각에 장애나 망상이 없다. 그러자 행복이라는 이름의 댄서가 그를 부둥켜안고 블루스를 추나? 깊고 너른 공부가 주는 맛과 멋에 겨워 인생을 통째 긍정하며 만족한다는 게 아닌가. 처음엔 웬 물 공부, 술 공부, 차 공부냐며 환상적인 인간 취급을 하는 눈총들이 많았단다. 그러나 갈 데까지 가보고서야 결론이 날 일이라는 신념으로 스스로 노정한 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모처럼 생명을 얻어 세상에 나왔으니 하고 싶은 공부는 똑떨어지게 하고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었을 테다.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1회 졸업생인 고재윤은 1980년, 쉐라톤 워커힐 호텔의 말단 웨이터로 입사해 사회와 만났다. 원래 타고났다는 근면성에 기민하게 회전하는 머리까지 가세한 성과였을까. 그는 호텔의 혁신과 성장에 세운 공이 많아 ‘워커힐의 전설’로 불렸다. 이후 2001년, 모교의 외식경영학과 교수로 변신하면서 와인 공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워커힐 호텔 식음료부장으로 재직할 때 독일의 유명 호텔에서 열린 와인 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 와인 공부에 입문했다.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독일의 산골 마을들이 와인 하나로 풍족하게 사는 모습이었다. ‘아하, 한국도 와인사업을 진흥시켜야 한다!’ 퍼떡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 그래 워커힐에 소믈리에(sommelier,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매칭하는 사람) 프로그램을 국내 호텔 최초로 도입했다. 와인의 대중화와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 판단해서였다. 경희대 교수로 옮겨간 직후에도 국내 대학에 없었던 와인학 강좌 개설을 주도했다.” 한국산 와인의 세계시장 진출에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나는 우리의 와인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주력해왔다. 예컨대 국가대표급 소믈리에를 배출해 ‘와인 소믈리에 올림픽’ 등 각종 세계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국내에 소믈리에 대회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현재 자격증을 가진 와인 소믈리에가 3000여 명에 이른다.” ‘와인 소믈리에 올림픽’에선 무엇으로 실력을 겨루지? “이론 실력, 와인을 호리병에 옮겨 담는 디캔팅(decanting) 동작과 기술, 와인 비교 능력, 음식과 와인의 매칭 솜씨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당신을 사로잡은 최고의 와인을 꼽는다면? “이탈리아의 말비라(Malvira) 와인이다. 풍부한 미네랄, 진한 과일 향, 입안에서의 섬세한 질감으로 유명한 와인이다. 빌 게이츠가 좋아했던 와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술맛의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흔히 비싼 와인을 좋은 걸로 알지만 오해다. 내 입맛에 맞으면 그게 가장 좋은 와인이다. 와인 고수가 되려면 생산 현지에서 신선한 와인을 비교 시음해 품질을 판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현지의 재배 풍토와 문화, 양조자의 철학을 파악하는 일도 기본이다.” 시들해진 부부 사이를 짜릿하게 북돋워주는 와인을 추천한다면? “‘사랑의 와인’으로 소문난 프랑스의 라파주(Lafage)를 배우자와 즐긴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다. 이 술을 만든 장 마크 라파주는 6대째 포도농사를 이어온 가문의 자제로 13세에 와인 양조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학에서 와인 양조학을 공부하다 같은 학과 여학생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이 부부는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와인 양조 기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거니와 금슬 좋기로도 소문이 자자하지. 결국 라파주는 부부 금슬을 스토리텔링해 성공한 와인이라는 거. 이처럼 근사한 스토리텔링으로 부상한 와인이 많다. 눈여겨볼 대목이다.” 물과 보이차로 건강 되찾아 와인은 덧없는 인생에 휴식과 낭만을 부여한다. 엔도르핀을 돌게 하는 귀여운 요정? 그러나 지나치게 마신 술은 반란을 일으켜 몸을 역습한다. 조신한 음주가 상책이겠으나 술과 정분이 나면 자제가 쉽지 않다. 와인의 속 깊은 세계를 탐구하는 흥미와 보람에 심취한 고재윤에게도 잦은 음주가 관습이었던 모양이다. 결국은 몸에 이상이 오더란다. 고혈압과 당뇨, 비만 등 각종 성인병이 방문했던 거다. 그는 병원치료 대신 물을 통한 자연치유법으로 건강을 회복하기로 결심하고 물 공부에 나섰다. “세계적인 장수마을들엔 흔히 좋은 샘물이 있다. 칼슘, 마그네슘, 게르마늄 등 약리작용을 하는 성분들을 함유한 물이 장수와 병 치료에 유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엔 없지만 유럽엔 오직 물로 치료를 시도하는 수치(水治) 병원도 있다. 다양한 물마다의 성분과 농도를 적절히 배합한 약수를 음용하게 하고, 목욕이나 물 마사지까지 병행해 질병을 다스린다. 여하튼, 난 물의 힘을 믿고 물 공부를 하며 좋은 물을 찾아 마시는 걸로 자가치료에 열중했다.” 마침내 물 요법으로 건강을 되찾았겠군. “물의 긍정적인 힘과 매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물의 해독작용이 충분하진 않아 한계가 있더라. 그렇다면 해독에 유능한 뭔가를 찾아내야 했는데 바로 보이차였다. 결국 물과 보이차로 당뇨와 고혈압을 잡았지. 85kg이었던 몸무게도 65kg으로 돌아왔다. 이후 감기 한 번 걸린 일 없이 살고 있다. 그러니 좋은 물과 좋은 보이차 마시기를 사람들에게 권장하는 일을 어떻게 참을 수 있겠나. 물 공부, 보이차 공부를 어떻게 중단할 수 있겠나.”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흔히 보이차를 사온다. 이미 보이차가 널리 보급된 현실이지 않나? “이거 아나? 시중에 등장하는 보이차의 99.5%는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거. 한마디로 0.5% 외엔 모두 가짜 보이차다.” 저런! 중국 상인들의 농간에 속고 있다는 얘기?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이지? “통상 100년 이상 자란 자생 고차수(古茶樹)에서 채취한 찻잎을 전통 방식의 수작업으로 만든 보이차를 진품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생산량이 1% 미만에 불과해 구매 자체가 어렵다. 결국은 인위적으로 재배한 차나무 잎을 원료로 한 저질 보이차가 진짜 보이차로 둔갑한다. 맛과 향, 약리작용이 크게 떨어지는 가짜를 고가로 팔아먹는다. 나는 이와 같은 보이차 유통의 폐단까지 알리고 싶은 것이다. 진품 보이차를 구하려면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한다.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가 구매하는 방법도 요긴하다.” 보이차 강의를 위해 학생들을 데리고 생산 현장을 찾아다닌다지? “와인이든 보이차든 현장을 직접 리서치하지 않는 학문은 의미 없다는 기본을 철저하게 고수해왔다. 와인 공부가 낭만적이라면 보이차 공부는 거의 고행이다. 명산지들이 다들 오지 산골에 있기 때문이지. 오토바이를 타고 혼자 산길을 달리다 산사태를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기꺼이 고생을 감수한다. 가령 해발 3000m 고지에 있는 2700년 수령의 차나무를 찾아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보이차의 정수를 찾아 마치 탐험처럼 대차게 오지를 누볐다는 얘기다. 그는 기쁘다, 어쩌다 만난 와인과 보이차, 그리고 물이 자신의 인생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행운에. 공부가 많아 성취도 완연하다. 수많은 논문과 책을 냈으며, 그의 쓸모를 인정한 경희대는 교수직 정년을 3년 연장해줬다. 그는 ‘소믈리에 대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수원지 오염 문제 이슈화해야 고재윤의 얘기에 따르면, 한국은 물에 관한 한 자못 독보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물 연구가와 다양한 물 교육 프로그램을 보유해서다. 대학에서 워터 소믈리에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 ‘파인 워터스(Fine Waters) 국제워터품평회’라고 세계적 권위를 가진 물 품평회 기관이 있다. 여기에 소속된 심사위원 6명 중 2명이 한국인이다. 고재윤, 그리고 그의 제자 김하늘 워터 소믈리에가 바로 그들. 모두들 가급적 좋은 물을 마시고 싶어 한다. 유럽산 초고가 생수나 탄산수를 사 마시는 이들도 늘고 있다. 어떤 물이 좋은 물인가? “일단은 신토불이 관점에서 물을 봐야 한다. 내가 태어난 곳의 물을 먹는 게 가장 안전하다. 광고에 이끌려 괜히 비싼 해외 탄산수를 마실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인의 DNA와 식습관에 부합하는 성분을 지닌 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육식을 위주로 하는 서양인들이 만든 물엔 소화작용을 촉진하는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육식 중심이 아니지 않은가.” 국내산 생수가 한국인에겐 이상적? “기본적으로 그렇다.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곡류와 채소류, 해초류엔 이미 미네랄과 이산화탄소가 다량 함유돼 굳이 미네랄 함량이 높은 생수를 고를 필요가 없거든.”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생수 중 좋은 걸 선택하는 방법은? “첫째, 제조일자를 보고 가장 최근에 생산된 생수를 택하라. 페트병 속에서 오래 묵은 물에선 환경호르몬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둘째, 생수가 태어난 수원지를 확인, 이왕이면 자연환경이 살아 있는 지역에서 채수된 물을 택한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 취수한 물을 유리병에 담은 생수, 이쯤이면 썩 좋은 물이다.” 2017년, 국내 생수업체의 80%가 위생기준을 어겨 적발됐다. 하천 물을 생수로 속여 팔고, 대장균이 검출되고, 심지어 발암물질까지 검출돼 놀라웠다. 그 사건 이후 3년이 지났다. 현재의 시판 생수들은 안전할까? “생수회사의 수원지로 하천 물이나 축산 폐수 등이 유입해 발생한 문제였다. 최근엔 검사기준이 매우 강화되었다. 품질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생수회사가 문을 닫게 되어 있거든. 따라서 요즘의 생수는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 수질 안전성을 위해 일부 업체들은 수돗물처럼 고도정수(高度淨水)나 오존 처리를 해 생수를 생산하지만 사람이 마시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수원지로 유입되는 오염원들을 철저하게 차단하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그게 실로 중요한 과제다. 정부가 나서 수원지 관리 법규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해외에선 수원지 반경 50여 km 일대를 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농사조차 짓지 못하게 한다. 우리도 이 사안을 이슈화해 조속히 보호구역을 설정해야 한다. 문제를 외면하다간 언젠가 엄청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연을 파헤치는 개발을 능사로 삼으며 상황을 방치할 경우 머잖아 모든 지하수가 오염될 게 아닌가. 먹는 물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는 거다.” 소나무보다 오래 살 수 없고, 페트병보다 빠르게 썩는 게 사람 몸뚱이다. 그저 은하계를 부유하는 한 점 먼지에 불과한 게 사람임을 얼른 알아차리는 게 속 편하다. 그토록 허망한 게 삶이지만 사는 동안엔 물다운 물을 마음 놓고 마셔야 할 게 아닌가. 수원지 보호구역의 조속한 설정을 역설하는 고재윤의 얘기를 듣자니 밤처럼 캄캄한 정책의 불감증에 불안하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 가급적 물처럼 사는 게 개중 자유롭다. 그러나 물처럼 살면 이미 성인이지 그게 중생인가? 여차하면 화가 치솟아 들이박는 게 인간이다. 물의 달인 고재윤에게 “당신은 화를 어떻게 처리하지?”라고 묻자 돌아오는 답이 이색적이다. “뭐 별로 화낼 일이 생기지 않더라. 가끔 화 비슷한 게 올라오면 물을 마신다. 그러곤 끝! 하하하!”
- 2020-07-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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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무더위에 쉬어가며 읽을 만한 신간
- # 친구에게 (이해인 저 · 샘터사) 이해인 수녀가 친구들에게 바치는 수많은 사랑의 헌사를 모아 어른을 위한 그림책으로 역었다. 친구의 의미, 이상적인 우정의 모습, 우정을 가꾸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 등을 사색하게 한다. # 데이터 프라이버시 (니혼게이자이신문 데이터경제취재반 · 머스트리드북) 넘쳐나는 데이터가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함으로써 개인의 디지털 자산 권리 보호와 데이터 윤리에 관해 성찰하게 한다. 글로벌 사례 등을 통해 데이터 경제의 최신 동향을 짚어준다. # 나무 이야기 (케빈 홉스 외 공저 · 한즈미디어) 원예전문가가 소개하는 인류의 삶을 바꾼 100가지 나무 이야기. 지구의 역사와 함께한 나무부터 현재 우리 주변에서 자생하는 나무들까지, 아름다운 세밀화와 더불어 다채롭게 다루고 있다. # 내 인생을 완성하는 것들 (라이언 패트릭 핸리 저 · 위즈덤하우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경쟁사회를 사는 이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애덤 스미스의 인생철학을 담은 ‘도적감정론’ 속 키워드를 통해 좋은 삶과 행복의 원리를 찾아간다. # 허영만의 주식 타짜 (허영만 저 · 가디언) 허영만 화백인 직접 만난 주식 고수 7명의 수십 년 투자 노하우를 집약해 재미있는 만화로 쉽게 풀어냈다. 누구든 주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성공 방법을 제시한다. # 그렇게 중년이 된다 (무레 요코 저 · 탐나는책) 저마다의 방법으로 중년과 갱년기를 맞이한 여성들의 에세이 25편을 모았다. 피할 수 없는 중년의 징후들을 유쾌하면서도 진중하게 블랙코미디처럼 그리며 잔잔한 웃음과 위로를 건넨다. # 휴머니멀 (김현기 저 · 포르체) ‘휴머니멀’은 ‘휴먼’과 ‘애니멀’의 합성어로, 공존과 멸종의 기로에서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삶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인간이 동물, 생명,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심해볼 기회다.
- 2020-07-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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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티고 여미다 마침내 우리 옷 문화를 꽃피우다”
-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입성, ‘사랑의 불시착’ 등 드라마의 세계적 성공과 K방역 선전 등이 새로운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 것,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요즘이다. 생활한복의 대명사인 ‘돌실나이’ 김남희(53) 대표는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모습으로 기자를 마주하며 최근 우리 문화에 대한 해외의 호의적 반응에 발맞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문화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뛰어들어 27년을 버틴, 그리고 마침내 온몸으로 피워낸 돌실나이와 김 대표의 역사와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활한복의 대명사인 돌실나이의 인사동점 매장에서 김남희 대표와 인터뷰를 하기 전, 그녀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느낌을 전하자 김 대표가 웃으며 “대표라는 생각 별로 안 하고 살아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돌실나이의 역사와 함께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팀장들은 모두 근속 연수가 20년을 넘었고, 30여 개 매장 직원들도 10년 이상 일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혼자 했겠어요. 이 황무지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소박한 문화를 일구자 김 대표가 황무지라고 표현한 것처럼, 돌실나이는 ‘강한 자가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자가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회사다. 그 시작은 오래전, 김 대표의 대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복이 일상생활에서 입는 옷이어야지 화려하고 아름다운 예식용으로만 정착되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저는 의상학과 전공을 살려서 우리 옷 일꾼으로 나라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죠.” 김 대표는 의상학과를 다니며 ‘우리입거리연구회’를 만들었다. 한복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규합총서’ 같은 고서를 뒤지며 원료 염색하는 법을 익히고 실제로 만들었다. 그 일을 다섯 명이 시작했는데 끝까지 남아준 사람이 정경아 씨였다. “그래서 경아와 돌실나이를 만들어 3년을 같이했죠. 회사 이름은, 함께 한 마을에 간 게 계기가 돼서 지었어요. 전남 곡성에 있는 석곡마을인데, 거기서 나는 삼베 이름이 돌실나이였죠. 다 사라져가는 문화가 그 마을에 남아서 이어지고 있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저런 일을 하자고 마음먹게 되었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소박한 문화를 이끌어가는 일 말이죠.” 이상은 높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끝까지 뜻이 맞은 두 사람이 시작한 돌실나이였지만 예상대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환경오염을 하지 않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소색 의류를 만들자고 했어요. 소색은 염색하지 않은 흰색과는 다른 본디의 색을 이르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광목색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한 시즌 제품을 만들고 나니 이걸로 먹고살 순 없겠다고 판단하게 됐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염색을 조금만 하자.(웃음) 환경을 오염하지 않는 자연 염색이나 소소한 파스텔 계통의 연한 색을 쓰자고 했죠. 그렇게 점점 먹고살려다 보니 강한 색을 쓰게 되고 화학섬유도 쓰게 되고 변질되어 갔어요.(웃음) 월세도 내야 하고 직원도 생기고 물건도 만들어야 하고 재고회전율, 영업이익율도 신경 써야 했으니까요.” 이상은 높았지만 현실은 거칠었다. 김 대표의 ‘타협’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었다. 그런데 극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IMF 금융위기가 도움의 손길이 되었다. “사실 생활한복은 IMF 덕분에 큰 종목이에요. 1996년 12월에 우리 옷 입기 발족식을 문체부에서 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한복 입고 출근하는 걸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자는 거였죠. 그런데 특별한 행사 또는 결혼식할 때 입어보는 한복을 매번 입기는 불편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공무원 사회도 생활한복에 눈을 돌리게 됐죠. 그리고 1997년 IMF가 터지면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야’라는 인식과 함께 한복 붐이 일었어요. 매일 대리점 내달라는 전화가 올 정도였죠. 생활한복 브랜드가 눈만 뜨면 생겼는데 그해 2000개 가까운 브랜드가 생겼어요.” 포기하고 싶었던 숱한 시간 이겨내다 생활한복 업체들이 갑자기 난립하면서 민감한 사안이 생겼다. 바로 카피 문제였다. “저희는 연구개발 비용을 많이 쓰면서 공을 들여 한복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다른 데서 저희 걸 베낀 제품을 팔더군요. 그런데 유행이라는 게 폭풍처럼 왔다가 거품처럼 꺼지잖아요? 3년 차 되니까 그 사람들은 돈 챙겨서 떠나더라고요.” 한탕주의가 망친 시장은 냉정하고 무서웠다. 상당수의 저품질 생활한복이 소비자에게 큰 실망감을 남겼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복의 생활화라는 순수한 뜻을 갖고 시작한 다른 문화 단체들이 하나씩 파산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재고를 사주고 하면서 돌실나이도 역경에 처했다. “제일 무서운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에 ‘생활한복은 천박한 것이야’라는 생각이 박힌 거였어요. 한철 장사를 한 사람들이 팔다 남긴 재고들이 한 2~3년 시장에 계속 돌더라고요. 볼 때마다 창피했어요.” 김 대표는 생활한복이 싸구려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활한복의 고급화를 위해 ‘아회’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해외 패션쇼와 박람회 활동을 추진했다. 론칭할 때는 꽤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아회 한복을 입고 상견례하는 게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4년가량 추진한 아회는 결국 정리했다.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맞았어요. 고가 의류는 성공하는 비법이 있더라고요. 비싼 옷을 소비하는 이들의 마인드와 문화에 대한 어울림이 있어야 했는데, 제가 못 어울리겠는 거예요. 결국 내 정서에 맞는 일을 해야지 싶어서 담백한 생활한복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며 돌실나이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로 했죠.”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그 시점에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사업이 갑자기 커졌다가 줄어들면서 감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람을 뽑는 일보다 줄이는 일이 열 배 더 힘들어요. 퇴사 예정자 중에 출근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고요. 30대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한때는 화보 촬영할 돈이 없어서 마네킹에 옷을 입히고 인화해서 매장에 붙이고… 별짓 다 했죠.(웃음)” 지금이야 겨우 웃으며 할 수 있는 얘기이지만 김 대표의 심신에 깊이 새겨진 씁쓸한 흔적들이다. 그 때문일까. 그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아파서 꼭 해야 할 일 외엔 못했다고 한다. 갱년기 같은 증상들을 겪었다. 수면장애 때문에 항상 졸렸고 저체온증에 시달렸으며 악몽도 꿨다. 생활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동시에 팀장급 직원들이 개인 사정들이 생겨 휴직에 들어가면서 회사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래도 작년부터 하는 일이 원활해졌어요. 내가 덜 아프게 됐고 휴직 들어갔던 책임자급 직원들이 다 돌아왔어요. 자리가 하나하나 채워지고 연말연초 계획도 끝내고 나니 일주일에 두 번 점심시간 운동도 가능해졌어요. ‘아, 나 이제 이렇게 살 수 있나봐’ 했는데 딱 2주밖에 못했어요. 코로나 터지면서 도루묵.(웃음) 내 인생에 뭘 노냐, 그냥 일해야지.(웃음)” 왜 이렇게 미련한지 자신도 이해 못해 들으면 들을수록 김 대표와 돌실나이의 역사는 거친 현실에서 계속 깨지면서 앞으로 전진한 역사처럼 보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활한복 브랜드이지만 이렇게 상처가 가득 새겨져 있음을 아는 이 누가 있을까. “주어진 내 밥그릇이란 없는 듯해요. ‘너희는 자리 잡았잖아’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회사가 부동산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번 건 다 연구개발에 투자하거나 회사에 있고. 저는 통장관리도 해본 적 없어요. 재무관리실에서 다 하고 월급만 받아요. ‘시즌 기획을 잘못했다, 고객들에게 외면받았다’ 하는 일이 두세 번만 일어나도 회사가 휘청이기에 실상 굉장히 피가 말라요. 하루하루 생존하기 위해서.” 한 번 잘하기도 어려운데 계속 잘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어제까지 잘했어도 한 번 실수하면 소비자는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사업은 그렇게 냉정한 자본주의의 현실을 극복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죠.(웃음) 그래도 그냥 가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첫사랑과 결혼했고, ‘이렇게 살아야겠다’ 생각한 삶을 지금까지 살고 있고, 초등학교 때 친구들도 아직 만나고 있는 걸 보면 한 번 관계를 맺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인가봐요. 돌실나이도 그래요. ‘계속 가보자, 잘하든 못하든 그 자리에 있자’ 하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왜 이런 미련한 생각을 하며 사는지 저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가요. 그런 DNA가 있나보죠.” 한 해에 600~700개 새로운 아이템 제작 김 대표에게 의상학과는 재수하기 싫어서 점수에 맞춰 들어간 학과였다. 그런 그녀가 27년 동안 계속 한복만 만들게 된 것은 이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제가 돈으로는 안 움직이거든요. ‘그럼 내가 사는 힘이 뭘까?’ 생각해보니 스스로 정한 사명감일 듯해요. 나를 그 안에 가둬놓고 살고 있었다는 걸 중년이 돼서 깨달았죠. 한심하고 답답한 부분도 있긴 한데, 그 묵직한 무게감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무언가를 만지고 그리는 창의적인 일이 제 적성에 맞아요. 계속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버릇과 완벽주의가 옷 만드는 일에 적용이 돼서 오늘의 돌실나이가 있게 된 셈이죠.” 그녀의 말처럼 돌실나이의 옷 디자인은 매번 바뀐다. 철저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다. 김 대표는 차라리 새로운 걸 하는 게 낫다고 웃으며 말했다. “25년간 둥근 깃을 변형하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조금 다르면 ‘똑같다’고 하고, 많이 다르게 하면 ‘어색하다’고 하는 그 사이에서요.(웃음) 대신 똑같은 옷은 안 만들기에 회전속도가 빨라요. 2016년에는 1년에 1000여 개의 새 아이템을 만들었고 지금은 좀 줄어서 600~700개의 아이템을 제작하고 있어요. 계속 신상품을 내놓고 회전율과 품종 관리도 철저히 합니다. 물론 100% 자체 개발이고요. 외부 사람이 보면 ‘이 정도 매출이 나오는 회사가 개발비를 이렇게나 써?’ 하며 놀라요.” 떳떳하고 당당하게 우리 문화 만들어가겠다 마침 정부가 우리의 한복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나섰다. 지난해부터 문체부와 교육부, 한복센터는 협업 아래 한복 교복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맞춤형 한복을 학생들에게 교복으로 보급하는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돌실나이는 2019년 한복의 전통과 멋을 살리면서도 학생들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도록 실용화한 교복을 디자인해 ‘한복 교복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총 30여 가지의, 학생들이 스타일링하기 좋은 디자인으로 개발된 교복은 한복 특유의 곡선미와 세련된 색감은 물론 활동성까지 최대한 살렸다. 올해부터 20여 곳의 전국 학교 학생들이 돌실나이가 제작한 교복을 입게 된다. 김 대표는 최근 한복업계가 침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한복이라는 장르를 유행 이상의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요즘 고민이다. “우리의 자존심으로 당당하게 한복을 지켜내고 싶어요. 그러려면 매출도 키우고 해외에도 눈을 돌려 한류문화에서 한복이 뒤처지지 않게끔 해야겠죠.” 돌실나이는 다양한 문화운동도 기획하고 있다. 인사동점 3층에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강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시험 삼아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그녀는 돌실나이가 소비자들과 함께하는 문화운동을 하면서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구차하게 살지 않을래요. 자존심도 끝까지 지킬 거고요. 그리고 ‘버젓한 한복 브랜드가 일반 의류 브랜드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으니 젊은이들이여, 한복에 뜻을 가지고 오라, 도전하라’고 말할 수 있는 롤 모델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의 한복을 자랑스럽고 번듯한 브랜드로 꼭 키우고 말겠다는 그녀의 말에서 자기중심을 잃지 않는 내밀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냉철해 보이지만 따뜻한 뚝심으로 걸어가는 김남희 대표. 그녀의 손끝에서 우아함과 실용성이 함께 닿게 될 우리 옷 문화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 2020-07-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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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 독자를 위한 7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 판화, 판화, 판화 일정 8월 16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내 현대 판화를 대표하는 작가 60여 명의 작품 100점을 통해 ‘판화’라는 특수한 장르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책방’, ‘거리’, ‘작업실’, ‘플랫폼’ 등 4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하던 장소의 명칭과 특징을 빌려와 판화가 존재하고 나아갈 자리에 대해 고찰한다. 판화로 제작된 아티스트 북, 드로잉, 설치, 조각 등을 비롯해 인쇄문화와 판화의 관계를 나타낸 작품들, 또 타 장르와 구분되는 판화 고유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대표작 등을 폭넓게 감상할 기회다. ◇ 너의 감정과 기억 일정 12월 27일까지 장소 디뮤지엄 듣고 보는 경험을 소리, 빛, 공간 등 다양한 감각이 결합된 작품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기존 전시실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특별 공간까지 공개하며 디뮤지엄 개관 이래 최대 규모로 꾸렸다. 관객은 오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전달되는 자극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총 11개 섹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13개 팀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관객주도형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라이트 아트, 비주얼 뮤직 등 사운드·비주얼 작품 22점을 다양한 범주로 소개한다. ◇ 데스 브로피 초대전: 즐거운 인생 일정 8월 31일까지 장소 흰물결갤러리 사람들의 유쾌한 모습을 포착해 재미있게 표현해온 영국 화가 데스 브로피의 초대전. 2년 전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통해 인간미 넘치는 작품들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큰 웃음과 행복을 선사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각박해지고, 웃음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일상이 주는 즐거움과 그 안에 담긴 유머와 사랑을 전하고자 기획됐다. 작가 특유의 따스한 감성이 돋보이는 50여 점의 유화, 수채화, 판화 등을 통해 기쁨과 긍정의 에너지를 물씬 느낄 수 있다. ◇ 현대 HYUNDAI 50 PART II 일정 7월 17일까지 장소 갤러리현대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1부)에 이은 갤러리현대의 50주년 특별전 2부로, 갤러리의 역사와 더불어 한국 미술사 100여 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갤러리현대와 성장한 한국 작가 16팀의 대표작과 신작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전통의 현대화라는 문제의식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 강익중, 김민정, 이슬기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기간에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마련된 대형 작품 ‘광화문 아리랑’도 만날 수 있다. ● Stage ◇ 라스트 세션 일정 7월 10일~9월 13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오경택 출연 신구, 남명렬, 이상윤 등 위대한 두 학자 C.S. 루이스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세기적 만남을 그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9월 3일, 두 주인공이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신에 대한 물음과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등을 주제로 치열한 논변이 오간다. 배우의 호흡이 중요한 2인극 형태로, 프로이트 역에 중견배우 신구와 남명렬이 캐스팅되며 눈길을 끌었다. ◇ 오네긴 일정 7월 18~26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제인 번 출연 유니버설발레단 오만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순수한 시골 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이 원작이다. 차이콥스키 작곡의 오페라 탄생 이후 존 크랑크의 안무가 더해지며 발레극이 완성됐다.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를 아름다운 발레 동작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며 애틋함을 자아낸다. ◇ 제이미 일정 7월 4일~9월 11일 장소 LG아트센터 연출 심설인 출연 최정원, 조권, 신주협 등 영국 웨스트엔드의 히트 뮤지컬 ‘제이미’의 세계 최초 라이선스 프로덕션 무대를 국내에서 만난다. 꿈과 자아를 찾아나선 소년 제이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신나는 팝 음악과 스트리트 댄스가 보는 내내 흥을 자아낸다. ● Movie ◇ 소리꾼 개봉 7월 1일 장르 드라마 감독 조정래 출연 이봉근, 박철민, 이유리, 김동완 등 한국형 뮤지컬 영화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선 소리꾼과 그를 필두로 길에서 뭉친 광대패의 팔도유랑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학규는 부패한 권력을 향해 피폐해진 백성의 마음과 단호한 의지를 노래로 대변하는 인물이다. 학규 역의 국악인 이봉근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연기에 도전하며 소리꾼다운 노래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밖에 배우 박철민, 이유리, 김동완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희로애락을 팔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우리 가락으로 표현한다. ◇ 욕창 개봉 7월 2일 장르 드라마 감독 심혜정 출연 김종구, 강애심, 전국향, 김도영 등 욕망과 상처를 감춰왔던 가족이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갈등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렸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에베레스트 개봉 7월 22일 장르 액션, 모험 감독 이인항 출연 성룡, 장쯔이, 오경, 정백연 등 ‘1917’, ‘어벤져스: 엔드 게임’ 제작진과 성룡, 장쯔이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 한순간 삶의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한때 정복했던 에베레스트에 재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Book ◇ 우아하게 나이들 줄 알았더니 (제나 매카시 저ㆍ현암사) TED 강연 영상 ‘당신이 결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들’로 600만 뷰를 기록했던 저자가 나이가 들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해 말한다. 외모와 건강의 변화는 물론 기억력 감퇴, 세대 갈등, 결혼의 의미 등 중년 이후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해 진솔하게 들려준다. 절망스러운 상황들을 유쾌하고 재치 있는 문장으로 담았다. ◇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저ㆍ파람북) 인간이 말에 처음 올라탄 무렵, 역사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두 나라의 전쟁을 그린다. 두 마리의 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 김훈 특유의 힘 있는 문장이 빛을 발한다.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저ㆍ김영사)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의 경험담을 통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찰하게 한다. 실제 현장에서의 사례와 더불어 특수청소부로서의 고충과 보람 등에 대해 말한다. ◇ 인생의 태도 (웨인 다이어 저ㆍ더퀘스트) ‘계속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라며 고민하는 중장년들을 위한 삶의 지혜와 위안을 선사한다. 아울러 불행했던 과거, 불안한 미래와 작별하고 오직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것을 조언한다.
- 2020-07-01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