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쓴 모습이 카리스마 있어 보이지만, 그 속에 보이는 정동기 본부장의 눈빛은 꽤나 깊이 있다. 40년 가곡 감상으로 다져진 남다른 감성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게다. 그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가곡 감상 사이트 이름도 ‘내 마음의 노래(www.krsong.com)’일 만큼 가곡은 이미 그의 삶을 대변한다. 이제 가곡을 떼어 놓고는 그의 삶을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 잡이 목련화는 /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백화점 스피커를 타고 가곡 ‘목련화’가 매장 구석구석을 수놓는다. 백화점 구경을 하러 온 한 고등학생 소년의 귀가 그 음악을 향한다. 소년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 발걸음을 멈추고 그 곡을 음미하기 시작한다. 5분 남짓 노래의 최면에 흠뻑 빠져 있던 소년은 노래의 마침표가 찍히자 최면에서 깨어난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차비 500원을 꺼낸다. 차비를 모두 쓰면 집까지 걸어가야 하지만 음반을 구입하는 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집으로 오는 길에 손에 들려 있는 것은 가곡 ‘목련화’가 담긴 커다란 LP판. 그때 그의 나이 18세,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 정동기 본부장의 가곡 음반 수집 인생의 시작이었다.
◇가곡 3000장
“장르를 불문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LP가 모두 3000장, CD가 3000~4000장 정도 됩니다. 그중 한국 가곡 LP가 500장, 한국 가곡 CD가 2500장 정도이고요. 가곡 음반만 3000장가량 되는 셈이죠. 제가 운영하는 가곡 감상 사이트 ‘내 마음의 노래(www.krsong.com)’에도 1만여 곡의 가곡이 올려져 있습니다.”
가곡 음반 수집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정 씨. 요즘도 틈이 날 때마다 명동과 회현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가곡 음반을 탐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웬만한 한국 가곡 음반은 모두 가지고 있어 음반 시장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새로운 음반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그의 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방송사에서도 가곡 음원이 필요할 때 그에게 대여를 요청할 정도다.
그가 일명 ‘도너츠 판’이라고 불리는 10인치 LP판 다섯 개를 꺼내들었다. ‘방첩의 노래’, ‘저축의 노래’, ‘새마을 노래’, ‘고속도로의 노래’, ‘축구의 노래’라는 음반이었다. 그 제목부터 음반의 표지까지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 음반들은 시대의 상황을 대변해 주는 일종의 역사다. 정 씨는 가곡이 아니더라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음반들도 그때마다 모았다고 했다.
“예전에는 국가에서 하는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관련 홍보물을 음반으로 제작하기도 했죠. ‘저축의 노래’는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고속도로의 노래’는 경부고속도로 완공 기념으로 만들어진 음반입니다. 이 곡들은 가곡은 아니지만 가곡 작곡가들이 직접 곡을 만들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음반 ‘나그네의 노래’와 ‘길은 멀어도’의 기억
“잊고 있던 노래가 몇 년, 몇십 년이 흐른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20세 때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즐겨 듣던 가곡 ‘나그네의 노래(이호섭 곡)’라는 곡이 있었어요. 30대부터 그 음반을 찾으려고 수소문을 했는데도 찾기 힘들더군요. 그렇게 수소문한 것만 20여 년이었어요. 그런데 50대가 돼서 그 곡 작곡가의 아들이라는 분이 제가 아버지의 자료를 수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에게 연락을 해주어 그 음반을 우연히 얻게 된 적도 있습니다.”
정 씨가 가곡 음반을 수집한 세월만 해도 40년이 다 돼 간다. 수집 과정 중에서 그가 선택한 가장 소장 가치가 있는 LP는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라는 곡이 들어 있는 영화 ‘길은 멀어도’ 10인치 음반이다. 그 음반을 구하기까지 나름의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가곡 대중화 운동’을 펼치곤 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뜻을 모아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열기도 했는데, 10여 년 전에는 그 연주회에 가곡의 거장 김동진 선생을 모셔 온 적이 있었다. 김 씨가 작곡한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라는 곡을 직접 공연하기 위함이었다. 김 씨는 이곳에서 영화 ‘길은 멀어도’에 삽입된 적이 있는 이 곡을 직접 부르고 해석도 해줬는데, 이 곡과 영화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함께 설명했다고 한다.
“원래 영화에서 주인공인 최무룡 씨와 김지미 씨가 이 노래를 불렀어야 했는데, 최무룡 씨가 노래를 잘 못해서 김 선생님께서 직접 노래를 하셨다고 해요. 그 당시 영화는 모두 더빙이었으니 아무도 몰랐던 거죠. 최무룡 씨 부분은 김동진 선생님이 하셨고, 김지미 씨 부분은 바리톤 김동규 씨의 어머니인 성악가 박옥련(현재 ‘박석련’으로 개명) 씨가 불렀다고 합니다. 행사 때마다 얘기를 해주셔서 인터넷 LP 사이트를 뒤져 어렵게 구해 가치가 있는 음반입니다.”
◇저녁에 어울리는 음악
정 씨는 정통 클래식과는 달리 가곡은 아침이나 저녁에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가곡이 담고 있는 특유의 서정성이 하루 일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활력과 평안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한국 가곡의 80%는 한국인의 서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속에 가곡과 같은 서정을 갖고 있어야 그 삶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취미가 노후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근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는 가곡이야말로 신중년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특효약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가곡을 합창해 보는 것은 음악적으로 자기표현능력을 키우면서도 서로 어우러지기 위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그가 10년이 넘게 가곡 합창과 발표회의 고삐를 놓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가곡은 신중년의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동심은 곧 젊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지금까지 해온 열정의 연장선에 있다. 지금의 직장인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에서 클래식한 한국문화가 더해지고, 고급스럽게 재창조돼 신중년이 이런 것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말이다.
“오디오 감상실을 활용해 옛날 유료 음악감상실처럼 소장하고 있는 가곡 음반을 ‘더 클래식 500’ 회원들에게 들려 드리고 싶어요. 거기에 ‘음반으로 살펴보는 한국가곡사’ 등 더 클래식 500 특별전시회도 제가 가진 콘텐츠를 일터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클래식 500
학교법인 건국대학교가 설립한 도심 속의 미래형 복합문화주거공간 ‘더 클래식 500’은 세련되고 편안한 하우징 서비스와 고급스럽고 우아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클래식 500은 상위 1%를 위한 프라이빗 시니어 타운으로 소수만을 위한 하우징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프리미엄 레지던스 콘셉트의 호텔 ‘PENTAZ’ 는 오래 머물러도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진행한다.
뭘해도 톡톡튀는 대한민국 1% 슈퍼 울트라 부자들. 하지만 보통사람들이 일상에서 그들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슈퍼갑부들은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띠고 몸을 은신하거나 아니면 아예 군중들이 모이는 대중적인 장소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생활을 무척이나 궁금해한다. 그래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직접 나서 슈퍼갑부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취재해봤다.
◇대기업 2ㆍ3세대들의 럭셔리 물물교환
자산이 1000억원이 넘나드는 슈퍼리치들은 대개 미술품(그림)을 좋아한다. 포르셰나 BMW 등 고급 자동차는 이미 모두 섭렵했고 명품패션도 모두 경험해 본 까닭이다. 차원이 다른 럭셔리 상품에 눈길을 돌리는 셈이다. 게다가 희귀 그림 등 안전자산인 고가의 미술품은 오래 묵혀둘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도 하는 데다 자식에 상속할 경우 세금을 피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어 더 인기가 높다.
슈퍼리치들이 자신의 저택에 미술품이나 골동품을 보관하는 방을 따로 마련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래서 일까. 극소수 이너서클(inner circle) 문화에 익숙하고 이를 즐기는 슈퍼갑부들은 자기들끼리 희귀 미술품과 고급주택을 맞교환하기도 한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맞닥뜨린 결과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3세인 유종팔(45ㆍ가명)씨가 그런 케이스였다. 수년전 서울 강남구에 25억원을 호가하는 고급주택을 사들인 그는 최근 이 집을 처분해야 했다. 당시엔 여자친구와 단둘이 조용히 지내기 위해 강남의 한 고급주택가 빌라를 선뜻 구입했지만 최근 결별하며 필요 없어진 것. 이 와중에 평소에 막역하게 지내던 VVIP마케터가 희귀 미술품을 가진 슈퍼리치를 연결해 줬고 강남집과 바꾸기로 결정했다.
유씨는 "희귀 그림 주인이 이 분야에 잔뼈가 굵은 대가인 것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딱히 현금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 그림과 교환했다.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앞으로도 예술품들을 모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5000만원짜리 경주마 타는 거부도(巨富), 경주마에 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10억
부동산개발업으로 1000억원대 슈퍼갑부 클럽에 가입한 김봉갑(70ㆍ가명)씨. 5년전부터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는 요즘 달고살던 수면제를 단방에 끊었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서러브레드 경주마를 타면서 부터다. 사연은 이랬다.
2009년 심장발작으로 전신마취 수술 후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진 김씨. 죽을 고비는 넘겼지만 이후 찾아온 지독한 불면증이 그를 괴롭혔다. 수면제 복용은 당연하고 불면증 클리닉 치료까지 받아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하지만 지인의 권유로 경기도 부천 인근 승마장에서 경주용말을 타고 나선 밤 9~10시를 넘기지 못한다. 그는 벌써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부터 졸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경주용말을 타면 낙마에 대한 걱정 때문에 몸과 정신(멘탈)이 바짝 긴장을 한다. 때문에 말을 타고 내리면 몸의 긴장이 갑작스레 풀리면서 피로감이 몰려와 꿀잠을 잘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말을 타는 자체가 굉장한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곯아 떨어지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기도에 한 승마클럽 회원인 그는 요즘에도 일주일에 두세번씩 경주마에 몸을 싣고 클럽 인근 갈대밭으로 갯벌로 내달린다. 뿐만 아니다. 그는 마주 명함까지 팠다. 지금까지 경주마에 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10억원에 이른다. 손익을 계산해보면 투자금 대비 아직 마이너스이지만 경주 대회 결과에 따라 돈을 더 벌수도 있는데다 상위랭크한 말들도 있어 낙담하지 않는다. 말들 덕분에 지독한 불면증과 이별한 것만 생각해도 말은 여간 효자가 아니다. 더욱이 마주 동호회에서 대기업 임원을 비롯해 전직 장관, 장성 등 고급 인맥도 쌓을 수 있었다. 주말마다 마방을 찾아 자식같은 말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는 그런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전 재산 기부하는 젊은 갑부 "또 벌면 되지요"
슈퍼리치를 상대하는 시중은행 PB팀장들에 따르면 돈이 많은 부자들도 5000원짜리 점심값을 아낀다. 그 돈을 아껴서 다시 종잣돈을 만들어 100억원대, 200억원대 300억원대 등 순차적으로 부자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역시 지독하다라고 할만큼 근검절약하는 사고방식과 습관이 그들을 부호의 위치로 올려준 셈이다.
하지만 기부할 땐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재산을 재단 등에 선뜻 기부하기도 한다. 이런 경향은 특히 나이가 젊거나 IT(정보기술)계열에 몸담도 있는 젊은 갑부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국내 한 IT기업에서 임원직을 맡고 있던 박웅구(48ㆍ가명)씨가 그런 케이스다. 그의 재산을 관리하던 담당 PB에 따르면 100억원에 이르는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그는 사실상 전 재산을 한 재단에 기부했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 모두를 그 재단에 기부하고 나니 박씨에게 남은 재산이라곤 분당의 아파트 한 채와 자동차가 전부였다고. 특히 그 엄청난 거액을 기부하고도 그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박씨는 "나는 여전히 회사에서 다시 돈을 벌 수 있다.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 회사에서 주식을 재단에 기부한 임원들이 서너명 더 있었다고 한다. 그의 담당 PB는 "기부로 인해 자신의 전재산을 내놓는 데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만큼의 부를 이룬 슈퍼리치는 역시 일반인들과 멘탈은 물론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슈퍼갑부는 신변노출을 꺼리다보니 괴이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보통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야할 때 낡은 차를 타고 가기도 하고 일부러 헌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한다. 자신이 고액자산가임을 숨기기 위해서다. 심지어 고급주택의 모델하우스(견본주택)에 15년 이상된 국산 구형 자동차를 끌고가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한다. 이에 그들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도 슈퍼리치 마케터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996년부터 2012년까지 16년 동안 종합소득금액 증가분 102조원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57조6000억원이 상위 10% 몫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나머지 90%의 몫은 44조4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 1996년판부터 2012년판까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2일 밝혔다.
종합소득금액은 사업, 임대, 이자, 배당, 근로 소득 등 다양한 형태의 소득을 합산해 과세하는 종합소득세 대상 소득이다.
연보엔 소득 규모별로 ‘1000만원 이하’에서 ‘5억원 초과’까지 10개 구간으로 나눠 인원과 소득금액 등의 정보가 실려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1996년 24조원이었던 종합소득금액은 과세 대상자의 인원수 및 소득액 증가와 세원 포착 확대 등으로 2012년 126조원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과세대상자도 같은 기간동안 약 121만명에서 435만명으로 4배 늘었다.
이같이 1996~2012년 증가한 종합소득금액의 56.4%(57조6000억원)가 상위 10%한테 돌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10%가 전체 종합소득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6년 45.4%에서 2012년 54.3%로 늘었다.
특히 최상위 1%의 소득 비중도 같은 기간 14.9%에서 21.7%로 커졌다. 반대로 나머지 90%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연구소측은 “외환위기(1997년) 이후 최고 소득층으로 향한 소득 집중과 불평등이 극심해졌다”며 “이는 재벌 대기업의 독식 구조와 수출 일변도 경제 구조, 부동산과 금융 투자에 기댄 자산경제의 비대화,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고용 불안 등의 구조적 요인이 중첩돼 나타난 문제”라고 말했다.
1996~2012년 각 분위별(소득의 크기에 따라 등분함) 1인당 평균소득의 변화 추이를 보면, 상위 1%는 2억9500만원에서 6억3000만원, 상위 10%는 9000만원에서 1억5700만원으로 증가했다.
반대로 나머지 90%는 1335만원에서 1550만원으로 느는 데 그쳤다..
연구소는 “각종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복지 강화를 통한 저소득, 서민 계층에 대한 소득 이전 등의 조세 및 재정지출 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나라 살림살이의 근본적인 전환을 포함한 경제구조의 전반적인 개혁 없이는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의 심화 추세는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죄송하지만, 여기에 실버타운도 함께 있는 게 맞나요?”
분명 ‘THE CLASSIC 500’이라는 글자를 똑똑히 확인하고 들어갔음에도, 이곳이 실버타운이 맞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국대학교를 비롯한 백화점, 영화관, 먹자골목 등 젊은이들의 천국인 곳에 우뚝 솟은 실버타운, 그리고 럭셔리한 호텔식 로비까지. ‘여기가 실버타운이다’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 ‘이 호텔은 고객층 연령대 높은 편이네’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호텔이라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더 클래식 500은 A동 5~20층은 호텔객실로, 20~50층과 B동 5~40층은 시니어들의 주거공간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론트 데스크 서비스, 도어·발렛 서비스, 퍼스널 컨시어즈 서비스(쇼핑·여행 예약 대행) 등 기존 호텔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집 안 청소와 세탁 등을 해주는 하우스키핑 서비스, 24시 콜센터, 우편·택배 서비스를 365일 내내 제공하는 등 6성급 호텔 수준의 생활 서비스도 함께 이뤄진다.
시니어들이 거주하는 주거공간을 둘러보기로 했다. 다른 실버타운에 비해 더 클래식 500의 독특한 점은 400여 개의 가구 모두 단일 평수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구조와 인테리어에 따라서는 A 타입과 B 타입으로 나뉘지만 183.76㎡로 동일하다.
내부로 들어서자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인근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캠퍼스와 건국대병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든 현관의 문턱을 제거하고, 거실과 주방을 구분 없이 통합해 동선을 최소화 한 점은 거동이 불편할 수 있는 시니어들에겐 편리할 것으로 보였다. 24시간 내내 긴급 사태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동작감지센서와 응급콜 장치가 집안 곳곳 눈에 띄었다. 24시간 메디컬 센터와 단지 내 영상통화가 가능한 화상전화기, 출입문 개폐와 일괄 점등 및 소등이 가능한 스마트 태그 장치, 단지 내 시설 예약이 가능한 디지털 TV 등 편리하고 스마트한 시스템이 접목돼 있다.
더 클래식 500은 호텔이 한 공간에 있는 만큼 입주민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룸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위트룸·주니어 스위트룸·스탠다드 룸 등 구성원에 알맞게 선택해 자녀, 손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입주민과 자녀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다. 이뿐만 아니라 고품격 호텔식 레스토랑 ‘라구뜨’(la goutte, 저지방·저염·저당 한식 뷔페)와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 정통 유러피언 요리와 280여 종의 와인 판매), 세계적인 명품 영화·오페라·클래식 등의 공연을 원음으로 현장감 있게 감상할 수 있는 AV룸 ‘엔포에버’, 최신가요 및 팝송 등을 최신음향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는 노래방 ‘안단테’ 등도 입주민과 방문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이러한 호텔식 서비스를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에 알맞게 녹여낸 것이 이곳의 메리트다. 호텔리어 출신인 더 클래식 500 박동현 대표는 “더 클래식 500은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보통 실버타운에 간다라고 하면 부모 입장에선 뒷방 늙은이 신세 같고, 자식 입장에서도 고려장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여기 와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긴 화려하고 좋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곳을 선택하게 된다”며, 자녀들 입장에서도 노인들만 사는 쾌쾌한 곳이란 느낌이 안 들어 좋아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자식·손자들이랑 근사하게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 잠도 자고 갈 수 있는 호텔도 있고 해서 크게 만족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교류하면서 안 좋았던 부모·자식 사이도 좋아지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고 전했다.
6성급 호텔서비스를 자랑한다는 더 클래식 500. 럭셔리하고 근사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좋은 점이야 두말할 것 없지만, 8억8000만원을 웃도는 높은 보증금과 생활비로 실버타운계의 타워팰리스로 알려졌을 정도다. 그럼에도 입주율 100%를 달성하며, 시니어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한 통계 조사에서 51.8%의 시니어들이 도심에서 살고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원형보다는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형 시니어 타운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액티브시니어들은 도심에서 최고 의료서비스와 여가 지원 서비스를 받으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펼치고 오히려 더 활발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싶어 한다. 이러한 점에서 더 클래식 500의 개방성과 접근성이 입주율 100%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 들어오려면 8억~12억 정도에 생활비도 350~400만원 정도는 내야 하는데, 사실 금액이 만만치 않죠. 주거공간도 굉장히 호화스럽고요. 실제로도 상위 1%의 분들이 거주하고 계십니다. 여긴 거의 400가구 정도 있는데, 한 150~200 가구 정도에 보증금도 한 3억~5억원 정도 해서 이 정도로 화려하지 않더라도 한 달에 200만원 정도면 생활할 정도인 시니어타운이 있으면 좋죠. 그런 규모의 시설이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좋고. 시니어들도 만족할 만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때론 너무 럭셔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기대치가 높아 서비스 질이 조금이라도 떨어지거나 하면 불평불만을 피할 수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더 클래식 500은 이러한 호텔식 서비스 외에도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 스파, 실내 골프 연습장, 도서관 등 일반적인 실버타운 내 시설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건국대병원 교수진으로 구성된 메디컬 전문의와 전담 건강 관리팀(의사·간호사·운동 처방사·물리 치료사·영양사 등)이 개인별 맞춤 건강·운동·영양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국내에서 운영 중인 실버타운 가운데 더 클래식 500만이 유일하게 대학병원이 300m 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어 위급 상황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더 클래식 500의 입주민들은 다양한 의료 서비스 중에서도 전담 간호사의 케어 서비스에 크게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전담 간호사는 입주와 동시에 배정되는데, 입주자의 생활 질환부터 식사, 운동 등 전반적인 케어뿐만 아니라 외래진료 예약, 진료 상담을 연계해주며, 이후 투약 방법 교육 및 체크도 진행한다. 이처럼 노인 복지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품격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더 클래식 500의 매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편리한 교통, 백화점·마트·영화관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편의 시설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 역시 입주자들이 더 클래식 500을 만족해하는 이유다.
더 클래식 500의 탐방을 마친 후, ‘기회가 되면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과연 그런 기회가 생길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 일까.
대한민국 1% 시니어라는 그곳의 입주민들은 8억이 넘는 보증금과 매달 400만원에 육박하는 생활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99%의 시니어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곳 입주민들의 말처럼 진정 호화스러운 서비스 속에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림의 떡을 바라보는 이들의 삶의 질은 어디서 찾아야만 하는 지 안타까움이 남는다.
‘상위 1%.’ 우리나라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수치다.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상위 1%에 들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등 명문대학에 진학이 가능하다. 운동선수라면 상위 1%에는 속해야 직업선수로 밥을 먹고 살 수 있다. 일반 직장에 들어가면 상위 1%가량만 임원으로 승진한다.
때문에 1% 안에 드는 것은 한국인의 끊이지 않는 과제이자 목표다. 상위 1% 안에 드는 사람이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상위 1%에 드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은 상위 1%의 시니어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상위 1%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최고급 실버타운인 만큼 회사의 대표는 까다로운 사람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예상은 더 클래식 500의 박동현 대표를 만난 지 몇 분 만에 빗나간 것으로 확정됐다.
◇근육질의 호텔리어 출신 사장님
“제가 여기 대표로 온지 1년 만에 머리색깔이 변했습니다. 대한민국 재계, 법조계, 의료계, 학계 등등 상위 1% 시니어 분들만 모여 계십니다. 요구 조건이 보통 까다로우신 게 아니죠.”
더 클래식 500은 183.76㎡의 단일평수지만 보증금이 가장 싼 룸이 8억8000만원, 한달 공동관리비만 198만원(식대, 개별관리비 별도)에 달하는 최고급 실버타운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시니어들이 모인만큼 상대적으로 그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터. 박 대표는 어르신 고객들에 팔씨름을 일부러 져주기도 하는 등 최상위 시니어 입주민의 취향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의외로 여유로운 모습도 읽을 수 있었다.
박 대표의 여유는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신라호텔과 조선호텔에서 30년 넘게 호텔리어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 정신이 몸에 밴 탓이다. 신라호텔 시절에는 삼성그룹 계열사 간부들의 교육을 담당할 정도로 서비스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다.
“제 서비스 철학은 SAS(Speedy, Accurately, Safely)입니다. 서비스는 빠르고 정확하고 안전해야 합니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마음가짐입니다. 마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와야 합니다. 더 클래식 500은 입주민들과 호텔 투숙객들이 ‘가족’같은 느낌을 받도록 하고 싶습니다.”
박 대표가 취업할 당시에는 삼성물산 등 종합상사가 선망의 대상인 시절이었다.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젊은이들을 설레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그러나 박 대표는 모두가 지망하는 삼성물산 대신 당시 인식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다른 삼성계열사에 비해 월급이 50만원 더 많았던 호텔신라를 선택했다. 입사동기 중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사람은 박 대표가 유일했다. 월급을 조금 더 받기 위해 호텔업계에 입문했지만 평생의 자산인 서비스 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평생을 호텔에서 보내다시피 해 서비스정신이 몸에 익은 박 대표지만 마냥 부드러운 사람은 아니다. “제가 건장한 편 아닙니까. 예전에 지하철에서 고등학생들이 말 타기를 하면서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주위에 아주머니, 할머니 분들만 계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그때 몸에 딱 붙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얘들아 공공장소에서 부모님들도 계신데 떠들면 되냐. 앉아라’고 했더니 조용히 앉더라고요.”
박 대표는 건강을 위해 꾸준히 보디빌딩을 해왔다. 취미로 해왔지만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호텔에서 근무할 시절에는 보디빌딩 대회에도 나갔다. 60일간 준비해서 ‘2011년 미스터 화성시장배 보디빌딩 선발대회’ 장년부에 출전해 당당히 입상했다.
“체지방을 빼기위해 60일 동안 매일 달걀을 60개, 고구마 4박스, 토마토 3박스를 먹었죠. 물은 많이 마시고 소금은 전혀 먹지 않았고요. 체지방이 19%에서 6%까지 내려가니 몸도 가벼워지더라고요.”
“노화는 엉덩이부터 시작됩니다. 엉덩이가 약해지면 걷기가 힘들어지고 결국은 호흡기도 함께 약해지는 거죠. 엉덩이가 평평한 사람은 절대 오래살 수 없다고 봐야 해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시니어 분들이 고객인데 대표가 늙어 보이면 안 되죠. 지금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호텔 아닌 시니어 사업을 해야”
더 클래식 500에는 호텔 팬타즈가 운영되고 있어 박 대표는 완전히 호텔업계를 떠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더 클래식 500에서 일한지 1년 반 만에 시니어 산업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와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니어 산업의 삼성전자가 되고 싶습니다. 직원들에 시니어 업계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되자고 독려합니다. 시니어 산업에서 일해 보니 정부에서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는 우리사회의 빠른 고령화 속도에 비해 한국의 대기업이 시니어 산업에 관심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은 세계의 유례없이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입니다. 이미 2000년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고 2018년에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일본보다도 빠른 속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기초연금 문제를 비롯해 고령화에 대비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이미 호텔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게다가 역사적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줄고 있어요. 중국 사람들은 한국호텔에 올만한 여유 있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너도나도 호텔산업에 뛰어들게 아니라 시니어 관련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합니다. 그러면 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질 것입니다.”
박 대표가 이처럼 다른 대기업의 참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고령화는 전 국가가 나서서 다뤄야할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국가경쟁력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고령화와 이념 갈등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고령화 정책도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참여로 경쟁이 심해지겠지만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감수할 수 있다.
“대기업이 시니어 산업에 참여해서 경쟁이 심해지면 좋은 겁니다. 서비스 업체는 경쟁이 심해져야 합니다. 경쟁 속에서 태어나는 서비스와 재화는 더 좋아지기 마련이죠. 땅도 좁은 나라에서 호텔만 지어서는 안 됩니다.”
시니어 사업에 대한 애정으로 더 클래식 500을 전국 체인으로 확대하고 싶은 야망도 있다. “전국에 노인 관련 시설이 많지만 고급 유료 주거 시설은 별로 없어요. 이 정도의 규모와 시설은 아니더라도 150~200실 정도의 보다 저렴한 시설을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에 만들고 싶습니다.”
◇“감사하며 사는 마음가짐이 필요”
더 클래식 500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분명히 존재한다. 보증금과 생활비가 지나치게 높아 부자 시니어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이번 달부터 시작된 공동관리비 인상에 일부 주민이 반발하기도 했다.
“도심형 시니어 거주 시설의 초창기 단계라 보증금이 비싸게 느껴 질 수도 있지만 현재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가격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편입니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 시니어 주택에 비해서도 관리비가 저렴합니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남은 재산을 모두 시설에 맡기고 여생을 책임져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나갈 때 돌려준다고 하니 일본인 입주자가 깜짝 놀라더군요.”
하지만 박 대표도 이곳에 모인 입주자가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노년에 여기까지 오실 정도면 성공한 인생임에 틀림없죠. 그러나 그건 과거의 삶일 뿐입니다.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다는 데 감사해야 합니다. 입주자 중에 불평불만에 차 있는 분도 계십니다만 일부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즐겁고 감사하게 생활하고 있죠.”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더 클래식 500의 입주민들은 광진구 내 독거노인에 생활용품을 전달하는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대표 자신이 자원봉사단의 단장을 맡아 입주민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봉사에 참여하지 않으시려는 분도 계시죠. 그러면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죽을 때 다 가져가실 겁니까’라고 말씀드립니다.”
입주민과 소탈하게 어울리는 박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대개 사장을 지낸 사람들이 나중에 외롭게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지켜야할 건 지켜야겠지만 너무 권위에 기대있다 보면 말년이 외로워요. 저는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입주민과의 모임에서는 박 대표가 건배사를 알려주고 복습도 시킨다. “‘빠·삐·따’가 전에 제가 만든 건배사에요. ‘빠지거나 삐지거나 따지지 말자’는 뜻이죠. 다음 모임에서는 ‘빠·삐·따·용’으로 발전시켰죠. ‘빠지거나 삐지거나 따지면 용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니어 업계에 몸담은 이후 박 대표는 하나뿐인 아들에게 부쩍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봉사를 강조한다. “이 땅에서 호흡이 멈추는 날까지 사명에 충실하라고 하죠. 대단한 것 같아도 나이 들면 쇠약해 지는 게 인간의 본질 아니겠습니까?”
△1957년생 △청주고, 중앙대 신방과 학사·석사 수료, 서울대학교 웰에이징 시니어산업 최고위과정 수료 △호텔신라 마케팅 팀장 △조선호텔 상무 △더 클래식 500ㆍ호텔 펜타즈 대표이사사장
국내 백화점업계의 ‘VIP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VIP는 전체 고객 비중에서 1%에 불과하지만 통상 백화점 매출액의 10~15%를 차지한다. 주요 백화점들이 VIP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연간 구매액이 10억원이 넘는 고객에게 연말에 9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상품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세계 여행 상품권이나 전세기 이용권 등 원하는 상품을 제공한다.
백화점별로는 고객 등급 제도에 따라 1년 내내 ‘특별한 대접’이 기다린다. 현대백화점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TCP(Top Class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블랙쟈스민’등급의 혜택이 가장 많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소 연 9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블랙자스민 등급인 한 고객은 “현대백화점 상품은 물론 금괴 등 백화점이 판매하고 있지 않은 상품도 퍼스널 쇼퍼에게 요청할 수 있다”며 “혜택이 편리할 뿐 아니라 동호회 활동이 활성화돼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쟈스민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구매금액 기준뿐만 아니라 구매 회수도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 한 번에 대량 구입하는 경우 가입이 불가능하며 하루에 1억원 이상 구입하면 VIP 포인트도 50%만 인정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애비뉴엘에서 연 1억원 이상을 쓰면 ‘LVVIP(Limited Very Very Important Person)’로 분류돼 발렛파킹과 전일 무료주차, 퍼스널 쇼퍼를 포함한 맞춤 서비스를 받는다. 에비뉴엘과 백화점 고객을 각각 애비뉴엘 VIP와 MVG로 나눠 관리했던 롯데백화점은 올해부터 전국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영플라자, 롯데아울렛, 엘롯데에서 구매한 금액을 모두 합산해 등급을 산정한다.
신세계백화점은 금액으로 분류하는 대신 연매출 상위 999명을 ‘트리니티’로 관리한다. 본점ㆍ강남점ㆍ센텀시티점 트리니티 라운지에서는 특급호텔 수준의 음료와 다과 서비스, 최신 매거진, 해외 원서 등이 제공된다. 특히 신세계는 백화점 이외의 공간에서도 누릴 수 있는 VIP 혜택을 확대했다. 트리니티 고객은 인천호텔 출국장 VIP 라운지 패밀리룸을 이용할 수 있으며 조선호텔에서도 VIP 혜택을 받는다. 이밖에 대한항공 전 노선 비즈니스 및 이코노미항공권을 7% 할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VIP 고객의 매출 기여도가 매년 높아지고 있어 이들을 잡기 위한 서비스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된 혜택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백화점 VIP 고객들은 카드ㆍ호텔 등 다른 부문에서도 VIP인 경우가 많다”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VIP 혜택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해당 고객의 요구는 가능하면 모두 대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동장세 속에서 KB자산운용, 한국밸류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등 가치철학을 고수하는 자산운용사 포트폴리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웅필 이사를 필두로 가치주펀드 ‘총아’ KB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이후 알서포트 지분율을 2.97%포인트 늘렸다. 지난 7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알서포트는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국내는 물론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할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투자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1위 실내 인테리어업체인 국보디자인도 12만261주(지분율 1.61%포인트) 더 사들였다. 국보디자인은 건설경기 불황 속에서도 우수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아울러 참치업황 업황 회복 기대감에 동원산업도 지분율을 1.34%포인트 높였고 교재 매출 성장으로 이익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는 정상제이엘에스도 1.24%포인트 더 샀다.
이 밖에 케이엠에이치(0.84%포인트), 골프존(0.58%포인트), 넥스트아이(0.45%포인트), 코오롱인더스트리(0.22%포인트), 삼기오토모티브(0.08%포인트) 등도 매수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치투자 전도사’ 이채원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은 KG케미칼(1.82%포인트)과 아세아(1.04%포인트)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 밖에 경동나비엔(0.63%포인트), 아이디스(0.42%포인트), 엔피씨(0.31%포인트), 케이지이티에스(0.19%포인트), 아이디스홀딩스(0.11%포인트) 등도 '러브콜'을 보냈다. 아울러 올해 큰 폭의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나이스정보통신(5.81%), 삼성전자·LG전자·해외업체 등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비에이치(5.60%) 등을 신규 편입했다
마지막으로 ‘가치투자 대가’ 허남권 본부장이 이끌고 있는 신영자산운용은 케이씨코트렐(2.29%포인트)와 제로투세븐(1.07%포인트)를 중심으로 화천기계(1.01%포인트), 해덕파워웨이(1%포인트), 한진(0.1%포인트) 등을 추가매수했다. 업황 개선과 신규시장 진출에 올해 성장 가능성이 높아 지고 있는 휴맥스(5.07%)와 절대적인 저평가 구간에 진입한 S&T모티브(5%) 등도 포트폴리오에 새로 추가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이 완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고 자금 흐름도 ‘신흥국→선진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레이트로테이션(자금대이동, Great Rotation)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시장 변화에 발맞춰 위험자산, 미국 금리상승, 글로벌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00명의 프라이빗 뱅커(PB)들에게 2014년 자산관리 전략을 들어봤다.
◇금융중산층, 연 수익 9~11% 목표로 ‘펀드·ELS’ 담아라
이투데이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11개 증권사 100명의 PB들에게 ‘2014년 자산관리’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산 1억원 이하의 금융 중산층의 내년 적정 목표 수익률은 9~11%(38%)로 조사됐다. 11~15%라고 답한 응답자는 16%를 기록했고 15% 이상이라고 조언한 PB도 11%나 됐다. 반면 5% 미만 답변은 5%에 불과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편승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적극 늘려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조언이다.
그렇다면 100인의 PB가 꼽은 올해 유망 자산은 무엇일까. 적립식 펀드가 23.5%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주가가 오를 때는 적게 사고 주가가 낮을 때는 더 많이 매수해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복리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유용하다. 유형별로는 가치주보다는 성장주에,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 주자 파생결합증권(ELS·DLS)은 18.63%의 응답률을 보였다.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주식(18.01%)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응답자도 18%를 상회했다. 이 밖에 선진국펀드(9.94%), 상장지수펀드(6.83%), 예·적금(3.11%), 원자재(1.8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물가연동국채(0.62%)와 해외고수익채권(1.24%)은 외면당했다.
그레이트로테이션 속에서 100세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금융 중산층은 어떻게 노후를 맞이하고 있을까. 전체 응답자의 35%가 금융자산의 30% 이하를 노후 준비에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20% 이하(32%), 10% 이하(14%), 40% 이하(8%) 등도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연금상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함께 개인이 준비하는 사적연금의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개별상품 투자보다 안정성이 높고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한국투자증권 한 PB는 “증시 파고를 거치면서 최근 금융 중산층들은 ELS 등 은행금리 2배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금융 고소득층, 연 수익 6~8% 목표로 ‘주식·헤지펀드’ 담아라
자산 10억원 이상의 금융 고소득층은 중산층과 약간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연 목표수익률은 6~8%(48%)가 압도적이었다. 3~5%라고 응답한 비율도 27%나 됐다. 반면 금융 중산층의 목표 수익률이 몰려 있던 9~11%(13%), 11~15%(1%), 15%(2%)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자산 규모가 큰 만큼 안정성이 더 부각된 것이다.
유망 상품도 차이를 보였다. 고액자산가들이 내년 가장 큰 관심을 둬야 하는 상품에는 주식이 15%(48%)의 지지를 얻으며 1위에 올랐다. PB들은 올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중공업 등 경기 민감주가 더 선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위에는 한국형 헤지펀드(12.89%)가 차지했다. △롱숏(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팔아 양쪽의 가격 차이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 △이벤트드리븐(각종 이벤트로 인한 가격변동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 △CTA(금이나 원유, 옥수수 등 원자재의 가격 방향성에 투자하는 전략)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변동장세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최근 규제 완화로 투자나 운용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아울러 즉시연금(9.03%), 물가연동국채(4.52%), 월지급식상품(8.39%) 등 ‘세(稅)테크’와 관련된 투자자산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도가 약화되고 있음을 감안해 금, 은 등 원자재에 투자하라는 PB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46%의 응답자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5~3%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3.9%)와 IMF(3.7%)보다 더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3~2.5%(23%), 3~3.5%(18%), 2% 이하(10%), 3.5~4%(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속에서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 한국은행의 금리도 ‘동결(56%)’될 것이란 답변이 대다수를 이뤘다. 올해 코스피지수 예상범위는 1900선 이상이 44%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고, 1900선 미만(29%), 1950선 이상(18%), 2000선 이상(9%) 순으로 나타났다.
[용어설명]
그레이트로테이션이란?
미국 통화정책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와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