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요시고 사진전
일정 12월 5일까지 장소 그라운드시소 서촌
코발트빛 바다와 그 위를 헤엄치는 관광객, 알록달록한 파라솔. 전시장에 걸린 사진들은 잊고 있던 어느 여름날의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휴양지의 찬란한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낸 요시고의 전시가 국내 관객을 찾았다. 요시고는 스페인 출신 포토그래퍼 겸 디자이너로 본명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다. 유명 IT 매거진 ‘와이어드’와 베네통 매거진 ‘컬러스’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재는 ‘킨포크’, ‘비트라’ 등 글로벌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중해부터 마이애미, 두바이, 부다페스트 등 세계 여러 여행지를 기록한 35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대칭적 구도와 기하학적 기법 등 작가만의 표현 방식이 두드러지는 ‘건축’ 섹션을 시작으로 미국, 아랍에미리트 등 사막의 풍광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섹션을 거쳐 해변과 바다, 관광객의 모습을 담은 ‘풍경’ 섹션으로 마무리된다. 작가가 작품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해,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함께 거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방문객이 많고 대기 시간이 길어, 여유롭게 관람하고 싶다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윌리엄 웨그만 : 비잉 휴먼
일정 9월 26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개념미술의 선구자 윌리엄 웨그만의 전시가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네덜란드를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윌리엄 웨그만은 화가의 그림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1970년대 미국 사진계의 보수적인 관행을 깨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드러내며 사진 예술을 주류로 끌어내는 데 이바지한 예술가다. 특히 그는 자신의 반려견 ‘만 레이’를 의인화해 인간 사회를 풍자하고 내러티브를 시각화하는 사진 작업을 발표했다. 촬영 즉시 인화되는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활용해 후보정 없이 반려견과의 교감만으로 즉석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 ‘캐주얼’, ‘키’를 비롯해 희소성 높은 대형 폴라로이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여 점의 작품을 망라한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선보인 작품 외에 50점 이상이 국내에 처음 공개되며, 디올, 입생로랑, 마크제이콥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작도 선보인다. 반려견을 모델로 삼아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한 윌리엄 웨그만의 이번 전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친 현대인에게 웃음을, 반려동물 가구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 (하세가와 가즈오 외 공저·라이팅하우스)
평소와 달리 기억이 흐릿할 때 떠올려보는 질문이 있다. ‘100에서 7을 빼보세요.’ ‘하세가와 척도’의 문항 중 하나로, 치매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인지 기능 검사법이다. 이 척도를 만든 하세가와 박사는 평생 수천 명의 치매 환자를 돌본 치매 의료계 1인자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치매에 걸렸다. 그의 나이 88세의 일이다.
신뢰받던 의사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된 그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마지막까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치매 연구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듬해 치매에 걸린 사실을 공표하고, NHK 방송국과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 이 책은 그 기록의 결과물이다.
50년 넘게 치매를 연구했지만, 그는 환자가 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치매에 걸렸다고 24시간 비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 기억력은 흐릿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그렇기에 주변인이 치매 환자를 삶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대신 “나는 치매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남긴 2년간의 투병 기록은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기에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불안은 줄어들고 희망은 커진다. 치매를 절망적인 질환으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의 단단한 태도 덕분이다. 의사와 환자의 기로에 선 그의 이야기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치매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억을 잃어도 삶은 계속될 수 있다는 단서와 희망을 보여준다.
◇빨리 은퇴하라 (최승영 저·이은북)
은퇴를 앞둔 이들을 위한 진로탐색서.
단순히 불안한 마음을 잡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점점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김영미 저·혜윰터)
노화로 우울감을 느끼던 저자가 환갑의 나이에 자전거 라이더가 된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적 사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전국 자전거길을 섭렵한 저자의 도전이 짜릿한 설렘을 선사한다.
◇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 (로라 엘 마키 외 공저·뮤진트리)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인생 철학을 그가 남긴 희대의 명작들로 살펴본다. 평생 민중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정의를 향해 나아갔던 위고의 삶이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전한다.
● Stage
◇엑스칼리버
일정 8월 17일~11월 7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권은아
출연 김준수, 이지훈, 신영숙, 민영기, 최서연, 이상준 등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2년 만에 재연을 올린다. ‘엑스칼리버’는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영웅 서사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시골 청년 ‘아더’가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사들의 틈에 끼지도 못했던 평범한 인물이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이 벅찬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서양 신화 속 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국내 관객의 정서를 반영해 초연 당시 서사를 대폭 수정했으며, 아더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 또한 초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물, 불, 연기를 비롯한 특수 효과와 샤머니즘적인 퍼포먼스, 신비로운 영상 등 다양한 시청각적 장치로 마법과 마술이 공존하던 시대의 배경을 극대화해 몰입감을 더할 예정이다.
◇분장실
일정 8월 7일~9월 12일
장소 대학로 자유극장
연출 신경수
출연 배종옥, 서이숙, 정재은, 황영희 등
일본 현대 연극의 거장 시미즈 쿠니오의 대표작으로, 연극 ‘갈매기’가 공연 중인 어느 극장의 무대 뒤편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네 여배우가 ‘맥베스’, ‘세 자매’ 등 고전의 명장면을 연기하며 무대를 향한 열정과 삶에 대한 회한을 풀어낸다. 배종옥, 서이숙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표현하는 진짜 ‘배우 연기’가 완성도를 더한다.
◇광화문연가
일정 ~9월 5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윤도현, 엄기준, 강필석,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 등
이지나 연출, 고선웅 작가, 김성수 음악감독 등 최고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2017년 처음 선보인 창작 뮤지컬로, 죽음을 눈앞에 둔 ‘명우’가 미스터리한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와 함께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을 토대로 해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등 1980~90년대를 장악한 음악이 옛 시절의 추억을 깨운다.
베이비부머에게 가장 어울리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한 온라인 숙박 예약사이트가 지난 15일 여행 플랫폼 이용자(한국인 1003명 포함 총 2만8042명)의 의향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대별 추천 여행지를 집계했다. 이 중 1955년부터 1964년까지 시기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에게 어울리는 여행지로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선정됐다.
조사 결과 베이비붐 세대는 선호하는 여행지로 33%가 편안한 도시를 선택했다. 해당 사이트 사용자들이 ‘산책하기 좋은 도시’로 가장 많이 추천한 여행지 중 하나가 오스트리아 비엔나다.
비엔나는 음악과 건축의 도시다. 왕궁과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한데 어우러지는 지역으로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 하이든, 말러 같은 위대한 작곡가들이 주로 활동한 곳이기도 하다. 비엔나 곳곳에는 이들이 살았던 집과 흔적이 남아 있다. 이들이 활동했던 무대나 결혼식, 장례식이 열렸던 성당도 직접 가볼 수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 600년 역사가 깃든 고풍스러운 궁전 정원을 산책하거나 위대한 작곡가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시니어에게 매력적인 여행지다.
알베르티나 박물관
알베르티나 박물관은 원래 1805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궁으로 건축된 궁전이다. 왕궁과 미술관으로 활용되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연못’(The Water Lily Pond), 마르크 샤갈의 ‘연’(The Kite), 파블로 피카소의 ‘녹색 모자를 쓴 여인’(Woman in a green hat) 같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 작품부터 근세 미술, 100만 점의 그래픽 아트까지, 시기와 장르를 초월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국립오페라하우스 뒤편에 있는 알베르티나는 멜로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6)의 배경으로도 등장했다. 알베르티나를 거닐다 보면 비포 선라이즈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오페라하우스
비엔나의 국립오페라하우스는 파리 오페라하우스, 밀라노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로 꼽힌다. 유럽 최대 규모로 객석 2200석, 객석보다 세 배 넓은 무대, 관람객이 악보를 볼 수 있게 한 천장 객석 등을 보유하고 있다.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이자 짤츠부르크 음악제의 중심인 빈 필하모닉이 이 극장 소속 오케스트라다. 클래식 애호가인 시니어라면 비엔나에서 빠지지 않고 들려야 하는 이유다.
오페라 시즌인 9월부터 다음해 6월 사이에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 같은 인기 공연이 여러 차례 열린다. 7~8월은 공연 대신 가이드 투어만 진행하므로 오페라의 진수를 즐기고 싶은 시니어라면 이 시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쇤부른 궁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장인 쇤부른 궁전은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자 유산이다. 공간은 50만 평으로 방이 1411개나 있다. 쇤부른 궁전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궁전이자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문화가 그대로 녹아 있다.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왕궁에는 ‘파노라마반’이라고 부르는 꼬마기차가 다닌다. 방문객은 이 기차를 타고 넓고 화려한 궁전 정원을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다. 프로이센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만든 글로리에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인 쇤부른 동물원, 야자수 식물원과 마차 박물관 등 9개 정류장을 돌면 쇤부른 궁전을 힘들이지 않고 관람할 수 있다.
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매년 6월마다 쇤부른 궁전 정원에서 밤의 음악제를 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험이 사라져 다시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6월을 노려 이른 여름 휴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한국의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800만 명을 넘으면서 전체 인구의 16.4%를 차지했다. 동시에 유소년 인구와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예상보다 빨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통계청은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등록센서스 방식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부터 시작한 등록센서스 방식은 주민등록부와 외국인등록부, 건축물대장, 학적부 등 25종의 행정자료를 활용해 조사한다. 조사원이 가구를 방문해 조사하는 전통 방식과 차이가 있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인구는 5182만9000명으로 5177만9000명이던 2019년보다 5만 명 늘었다. 인구가 0.1% 늘어난 셈이다. 인구 증가율은 저출산 영향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2018년 0.4%, 2019년 0.3%, 2020년 0.1%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에 체류하던 한국인이 국내로 돌아와 인구 감소를 면했다.
정남수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지난해 출상⋅사망에 따라 집계하는 주민등록인구는 감소했으나, 인구주택총조사는 외국인을 포함해 국내에 거주하는 인구를 중심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인구가 소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성별 인구를 보면 남자가 2591만5000명으로 2019년보다 0.1% 줄었다. 여자는 2591만4000명으로 0.3% 늘었다.
연령별 인구를 보면 40대와 50대가 가장 많았다. 5세 단위로 나눈 연령별 인구에서 50~54세 인구가 424만 6000명 8.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45~59세가 419만5000명 8.4%, 55~59세가 409만2000명 8.2%로 뒤따랐다.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와 15세~64세인 생산연령인구는 감소했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가 늘면서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내국인을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는 중위연령은 44.3세를 기록해 1년 전보다 0.6세 올라갔다. 이 같은 추세라면 10년 내에 중위연령이 50세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국인 유소년 인구는 617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2.3%였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13만6000명이 줄어든 수치다. 1년 만에 유소년 인구 비중이 2.2% 감소했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도 줄었다.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보다 19만 명 줄어든 3575만 명이었다. 전체 인구의 71.3%에 해당한다.
유소년 인구와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775만 명을 기록한 2019년보다 46만 명 늘어난 821만 명이었다. 유소년 인구와 생산연령인구가 각각 2.2%, 0.6% 줄어든 반면 고령 인구는 무려 5.9%나 증가했다.
국제연합(UN)은 65세 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사회를 고령사회로,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처음 고령사회에 진입해 노인 비중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년 만에 15.5%에서 16.4%로 늘어났다. 최근 추세라면 2030년이 되기 전에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국인 인구는 코로나19 여파로 4.7% 줄어 1990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외국인 인구는 169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3.3%를 차지했다. 외국인 중에는 한국계 중국인이 54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중국인, 베트남인 순이었다. 중국인은 20만8000명, 베트남인은 20만 명이었다. 시군구별로는 경기 안산시 외국인 인구가 7만9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52)은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최근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인 그를 만났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를 꼽는다면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등산’과 ‘러닝’이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얻는 이유는 큰 제약 없이 언제든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마따나 옷과 신발만 있고 체력과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산을 오르고, 또 어디든지 달릴 수 있다.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은 등산과 러닝을 합한 산악 종목의 아웃도어 스포츠다. 전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스포츠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마운틴러닝(Mountain Running), 펠러닝(Fell Running), 알파인러닝(Alpine Running), 스카이러닝(Sky Running)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산악마라톤(Climbathon)으로 소개됐다. 1990년대 초반 북한산과 설악산 일대에서 산악구보 형태로 열린 대회를 효시로 볼 수 있다.
그 시작점에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이 있다. 트레일러너이기 전에 마라토너이기도 한 그는 오늘까지 30년 가까이 달려오면서 총 315회가량 풀 코스 마라톤 서브3(42.195km를 3시간 이내에 달리는 것)를 달성했고, 그중 100여 회 우승한 바 있는 ‘철의 사나이’다. 그를 일컬어 ‘철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34년 동안 근무하며 조선업에 종사 중인 ‘철의 노동자’다.
철의 노동자는 어쩌다 달리게 됐을까?
모든 러너에게는 ‘러너가 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심재덕은 왜 달리게 됐을까? “1992년 말, 그러니까 제 나이 스물다섯 살에 기관지 확장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폐 속 기관지가 손상을 입어 점차 후각을 잃게 됐고, 비염과 축농증으로 끊임없는 잔병치레를 해야 했습니다. 입을 거의 벌린 채로 살았어요.” 일종의 직업병이었을까. 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도한 화공약품에 노출되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 이상할 리 없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됐을 때, 역설적으로 그는 ‘숨을 쉬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전 달리고, 출근 후 점심시간을 쪼개 30분 동안 달리고, 퇴근 후 또 달렸다. 야간근무를 하면 달빛 아래 달렸다. 달리면 숨이 가빴지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렇게 회사 근로자의날 기념 4km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했고, 이를 계기로 거리를 늘려 5km, 10km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했다. 나가는 족족 우승했다.
우승이라니! 어릴 때 괴산 분지골에서 학교 다닐 때도 공부로 상 한 번 받아본 적 없었던지라 갑작스럽게 발견한 재능 앞에서 얼떨떨해도 기분은 좋았다. 내가 이걸 잘하는구나,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잘하게 되는구나, 더 잘하고 싶다! 그 후로 거리를 늘려 훈련해 하프 코스 마라톤에 출전했고, 달린 지 2년 만인 1995년 가을, 생애 첫 풀 코스 마라톤 대회인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39분 39초를 기록했다.
회사에 잘 뛰는 사람이 있다고 소문이 나니 사내를 비롯해 학교, 공공기관, 단체 등에서 마라톤 강연 의뢰가 빗발치듯 이어졌다. 특히 산업재해가 많은 조선업 종사자들에게 최고의 화두는 언제나 ‘건강’이었다. 6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마라톤 강연을 했다. 덕분에 근골격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사내에 달리기 붐이 일어 무려 20개 정도의 마라톤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변화에는 IMF의 영향도 있었다.
그의 마라톤 서브3의 신화는 계속됐다.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마라톤 대회가 지금처럼 성황리에 열리지 않았다. 많아야 1년에 2~3회 정도. 지병이 있어서 뛰는 데 불편함이 컸지만 참고 잘 뛰었다. 뛰는 게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기관지 확장증 환자가 달린 지 2년 만에 서브3라니. 어쩌면 ‘타고난 재주’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 극구 ‘99%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타고났다니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학창 시절에 100m 달리기를 하면 15초 안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 스피드로 그렇게까지 달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99%의 노력이었죠. 그만큼 열심히 달렸습니다.” 달리는 중에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장점을 발견했다. 바로 끈기, 인내, 즉 ‘지구력’이 좋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이 오래, 멀리, 긴 거리를 달릴수록 도리어 힘이 나는 체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산길’을 달릴 때 더욱 힘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라톤에 이어 산악마라톤에 발을 딛게 된 이유는 앞서 말했듯 그 시기에 마라톤 대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99%의 노력으로 기량은 한껏 올라와 있는데 솜씨를 발휘할 무대가 없는 상황. 있는 대회 없는 대회 전부 찾아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간헐적으로 열리던 산악마라톤 대회에까지 출전하게 됐다. 1997년 제천 금수산 마라톤 대회였다.
산악마라톤의 황제가 되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그리고 산을 달리는 동안에는 정말이지 이제야 자신의 호흡을 찾은 것 같다는 고조된 감정이 들었다.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내달리는 것이 평지를 달리는 마라톤보다 몇 배로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살아 있다는 기분 또한 강하게 들었다.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뛰어놀며 터득한 감각이 산을 달리면서 터져 나왔다. 달리면 달릴수록 힘들었지만 돌아서면 즐거웠다. 행복했다. 계속 산을 달리고 싶었다.
30대 중반, 그는 삶의 순리처럼 산악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마라톤과 달리 풍경과 지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산악마라톤에서 그는 인간 본연의 호연지기를 찾았다. 달릴 때, 특히 산을 달릴 때,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감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온 그간의 세월을 180도 뒤집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더 크고 높은 산을 달리고 싶다는 열망이 국경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즈음 달리기 실력도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산악마라톤 대회가 많이 열리고 있었어요. 바야흐로 저의 산악마라톤 ‘원정’ 시대가 시작됐죠!(웃음)” 자영업자도 아닌 월급쟁이가, 그것도 거주지가 서울도 아닌 한반도 끝자락인 거제에서 해외의 산을 달리려 분투했으니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따랐을까.
해외여행이 활발했던 시기도 아니었고 마라톤이 지금처럼 인기를 끌던 시기도 아니라서 해외 마라톤, 특히 해외의 산악마라톤 대회 정보를 찾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울트라 마라톤을 다룬 책이라면 어떻게든 구해 읽었고, 해외 마라톤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호의를 받았다. 특히 영어라는 난관 앞에서 어려움이 컸지만 그때마다 신의 이끄심을 느꼈다.
그런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특히 2006년 미국에서 열린 MMT(Massanutten Mountain Trail) 100mile 레이스에서는 세계적인 선수 칼 멜처를 제치고 17시간 40분 45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같은 해 일본의 대표적인 산악마라톤 대회 하세츠네컵에서는 71.5km 산길을 최초로 8시간 이내 기록으로 우승해 유명세를 떨쳤다. 이듬해 출전한 미국의 유서 깊은 트레일러닝 대회 웨스턴 스테이츠 100mile에서도 전체 순위 10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산악마라톤이 무엇인지, 칼 멜처가 누구인지,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박수 쳐주는 관중도 없는데, 그렇게 갈급해 해외의 산을 찾아다닌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우승하려고요. 세계 최고의 울트라 러너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세계의 센 놈들(?)과 대결해 이기는 기쁨을 맛봤으니까요.” 그렇게 산악마라톤 해외 원정에 쏟아부은 비용만 연간 1000만 원 정도. 10년이 넘었으니 합하면 1억이 훌쩍 넘는다. 그 돈 아꼈으면 지금쯤 아파트 한 채는 샀을 거라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
영원한 현역을 꿈꾸며
그는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 보통 등산객들이 2박 3일에 걸쳐 완주하는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지리산 주능선) 47km도 무려 7시간 42분 만에 내달린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20~40대 후배 러너들과 같은 대회를 달려도 거뜬히 우승할 정도로 울트라 마라토너로서, 트레일러너로서 그는 건재하다. 또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유지하고 있는 ‘턱걸이 60개 철칙’(턱걸이를 60개 하지 않으면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또한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이다. 바로 그의 달리기 인생을 담은 단행본 작업이다. “요즘은 퇴근하면 집에 가서 컴퓨터 켜고 매일 원고를 쓰고 있어요. 보통 새벽 1시까지 쓰고, 일찍 잔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마저 원고를 씁니다. 24년 가까이 훈련일지를 써온 것이 도움이 됐어요. 책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역시 노력하니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출간 예정입니다.”
그렇게 뛰었는데 ‘무릎’ 아프지 않냐고 물었다. 어떻게 달려야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달릴 수 있냐고. “달리기를 시작하시는 분은 처음부터 뛰지 마세요. 걸으세요. 걷다가 뛸 수 있는 체력이 되면 그때부터 조금씩 뛰면서 그 거리를 늘려보세요. 그리고 기본은 언제나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입니다. 이런 기초가 잘 닦이면 부상 없이 오래, 멀리, 즐겁게 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세월이 흐르고 지금보다 더 나이 들면 그의 몸도 노화가 올 것이고 지금과 같은 기량도 언젠가는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날에 대한 아쉬움이나 조바심은 없다고 말한다. 그 또한 삶의 순리대로 가는 것 아니겠냐며. 다만 그날까지 한 점의 후회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자신의 한계를 보고 싶다고. 남다른 달리기 열정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여러 모로 자극과 귀감이 되고 있는 심재덕은 ‘영원한 현역’으로 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달리고 있다.
입문자들에게 안내하는
트레일러닝 필수 아이템 11
1 기능성 상의와 방풍 재킷 면 소재 의류는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을 떨어뜨리므로 쿨맥스 소재의 기능성 상의를 착장한다. 변화무쌍한 기온에 대비해 방풍 재킷도 준비한다. 비 소식이 있다면 방수 소재 재킷을 챙긴다.
2 기능성 하의 면이나 청 소재 바지는 하체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며 신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최근 기능성 하의는 바지 내부에 속옷이 달려 제작된다.
3 모자 계절과 날씨 등 상황에 따라 선캡, 비니, 바이저 등의 모자를 착용한다.
4 GPS 시계 개인의 활동 거리, 시간, 고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GPS 시계를 활용하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고가이므로 입문 단계에서는 휴대폰 앱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5 서바이벌 블랑켓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인한 저체온증 사고에 대비해 배낭 안쪽에 항상 챙겨둔다.
6 헤드램프 길을 잃어 하산 시간을 놓치는 사태에 대비해 항상 준비한다.
7 과일 개인의 기호에 따라 수분과 당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는 과일을 준비한다.
8 트레일러닝 배낭 산에서 빠르게 물과 간식 등을 보급할 수 있도록 평소 트레일러닝 배낭을 등에 멘 채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착용했을 때 몸에 이물감이 없으면서 활동 거리에 적합한 용량의 트레일러닝 배낭을 준비한다. 보통 4~12리터를 착용한다.
9 에너지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간편하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도록 젤 형태로 만든 혼합음료다. 1시간에 30~60g 정도 섭취하길 권한다.
10 물 사용하기 편한 형태의 수통 안에 1리터 이상의 물을 준비해 수시로 급수한다. 트레일러닝 배낭 내부에 하이드레이션 시스템의 물팩을 넣어 호스를 이용해 마실 수 있고, 트레일러닝 배낭 어깨 밴드 부분의 주머니에 수통을 장착해 마실 수 있다.
11 트레일러닝화 발의 볼과 아치 등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준비한다. 활동 중 발이 부을 것을 대비해 일상화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의 신발을 권한다. 자신의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추천받고 싶다면 신촌 ‘러너스클럽’을 방문해보자.
눅눅한 한여름 더위가 기승이다. 습하고 더운 날씨가 몸을 지치게 하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훌쩍 떠나고 싶어도 쉽지가 않은 요즘, 브라보가 서울 사는 ‘1970년생 영숙’ 씨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림휴양지 3곳을 꼽아봤다.
서울시 중구 기준으로 1시간 내외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초여름 숲의 싱그러운 경치까지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잠시 여유를 찾아 역병과 무더위에 지친 마음을 달래줄 ‘산캉스(산+바캉스)’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성인처럼 삼성(三聖)산에서 누리는 푸른빛 힐링, 삼성산산림욕장
삼성산은 안양시 명칭이 유래한 곳이다. 고려가 세워지기 전의 일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금주(지금의 시흥)와 과주(지금의 과천)를 점령하기 위해 삼성산을 지나다 산꼭대기에서 피어오르는 오색구름을 목격했다. 이때 홀연히 나타난 능정이라는 승려가 “이곳에 절을 짓고 안양사라 칭하면 태평성대를 이룬다”고 말했고, 이에 왕건이 절을 세워 안양사라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가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돼 있다. 이때의 안양사는 폐사되고 없다. 하지만 불교에서 극락세계를 뜻하는 ‘안양’이 지명으로 남아있다. 현재의 안양사는 1950년대 후반 유명 건축가 김중업의 설계로 재창건한 사찰이다.
삼성산의 ‘삼성’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 윤필대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해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산산림욕장에서는 성인이 된 듯 삼성산 일대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안양예술공원에서 예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삼성산산림욕장은 안양예술공원 입구에서부터 안양사와 제1·2전망대를 지나는 5km 구간이다. 관악산과 함께 다녀오기 좋은 삼성산은 안양예술공원 주차장 인근의 마애정 옆 작은 샛길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라면 1전망대나 2전망대를 거쳐 삼막사까지, ‘등린이’ 시니어라면 1전망대까지만 오르기를 추천한다. 이번 주말에는 성인처럼 녹음 속에서 마음 수양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하철 타고 떠나는 치유와 힐링의 숲, 계양산산림욕장
계양산산림욕장은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인천 명소다. 봄에는 튤립꽃 전시를,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어 수도권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 계양산의 명소는 둘레길과 장미원이다. 이 외에도 계양산성과 문화회관, 어린이공원, 어린이과학관 같은 다양한 즐길거리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산림욕장 내에는 계양산 능선을 따라 ‘치유의 숲길’, ‘측백나무길’ ‘하늘길’ ‘우리꽃길’ ‘해맞이길’ 등 계양산 둘레길로 향하는 다양한 산책 코스가 마련돼 있다. 이 중에서 무장애데크길이나 계양산성 탐방로는 걷기가 편하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 연로한 어르신이나 어린 아이들도 함께 이용하기 좋다. 특히 무장애데크길 옆에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해 주는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가 곳곳에 있어 매력적이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시니어에게 무장애데크길을 추천한다.
계양산 둘레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언택트 여행지 100곳’에 선정된 바 있다. 야외 관광지이면서, 자체 입장객 수를 제한해 거리두기 여행이 가능한 관광지로 인정받았으니 마음 놓고 다녀와도 좋겠다.
한 마리 학처럼 자유로와 한강, 북한까지 관망하는 심학산산림공원
경기도 파주에 있는 심학산은 조선시대 왕이 애지중지하던 학 두 마리가 궁궐을 도망나왔는데, 이 곳에서 찾았다고 해서 ‘학을 찾은 산’, 심학(尋鶴)산으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학이 좁은 궁궐에서 벗어나 심학산에서 탁 트인 전망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추측을 부를 정도로 심학산은 멋진 전망으로 유명하다. 산 정상에 올라 감상할 수 있는 서해의 낙조가 일품이다. 이 외에도 파주출판단지와 자유로, 한강 하구, 김포, 관산반도를 바라보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심학산만의 매력이다.
심학산은 다른 산에 비해 높지 않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심학산 둘레길 역시 난이도가 높지 않아 무릎이 좋지 않은 시니어도 운동 삼아 걷기에 적당하다. 우거진 숲이 햇빛을 가려주니 무더위를 피하기도 좋다. 심학초교에서 약천사,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의 끝에는 정상전망대가 있다. 날이 좋다면 저 멀리로 북한까지 볼 수 있다. 또 전망이 가장 좋은 낙조전망대도 있다. 멀리 나서지 않고도 빨갛게 저무는 노을을 보며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면 심학산 둘레길을 걸어보자.
예나 지금이나 결혼 준비는 수고스럽다. 예식장부터 드레스까지 챙겨야 할 것도 많은 데다 정보가 폐쇄적이고 가격이 불투명한 업계의 관행상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고생하는 자녀를 위해 같이 공부하며 고민해주고 싶지만, 매번 따라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결혼 준비의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압축해 살펴볼 수 있는 이색 ‘웨딩 체험장’이 있다. 자녀 결혼 준비에 진땀을 빼고 있는 예비 혼주가 솔깃할 만한 곳이다.
결혼 준비의 전 과정을 부모가 전담 마크하던 시절이 있었다. 웨딩 플래너란 직업조차 없던 때다. 1980년대 서울 강남구 태극당 예식장에서 고객 관리를 맡았던 김은영(58) 씨는 “그때는 예식장에 부부만 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신부 측 어머니가 주로 동행했다”며 “지금처럼 업체가 많지 않아 예식장에서 결혼 준비 대부분을 해결했고, 그 전 과정에 어머니가 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 당시 부모는 일생에 단 한 번, 오직 한 쌍의 고객을 위한 웨딩 플래너였던 셈이다.
반면 오늘날 결혼 준비에서 혼주의 역할은 크지 않다. 정보를 얻는 경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그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대부분의 결정권이 자녀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자녀를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이 전부. 어쩔 수 없는 흐름인 걸 알면서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한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
결혼 준비 플랫폼 ‘웨딩북’은 이 같은 고충을 겪는 이들을 위해 결혼의 전 과정을 휴대폰 하나로 마무리할 수 있는 앱 ‘웨딩북’과 오프라인 웨딩 체험 공간 ‘웨딩북 청담’을 운영하고 있다. 웨딩북 앱은 웨딩 사업자와 고객을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웨딩홀·스드메·예물 등 제휴 업체의 정보를 제공하고 전속 플래너를 통해 결혼 준비를 돕는 서비스다. 방문하지 않는 이상 비용을 공개하지 않는 관행을 깨고 업계 최초 가격정찰제를 시행해 휴대폰 하나만으로도 대략적인 결혼 비용을 점쳐볼 수 있다.
이 앱을 오프라인 형태로 구현한 공간이 바로 ‘웨딩북 청담’이다. 앱에서 얻은 각종 정보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으로는 1년에 몇 번 열리는 결혼박람회를 제외하고 얻을 수 있는 결혼 정보가 많지 않은 만큼, 예비부부에게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한 바퀴 돌고 나면 요즘 결혼 트렌드가 낯선 예비혼주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간다는 이곳, 웨딩북 청담을 방문했다.
부담은 줄이고, 재미는 더하고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VIP 고객을 위한 공항 라운지를 연상케 했다. 블랙과 실버 톤으로 시크하게 꾸민 카운터 상단에는 ‘터미널’, ‘체크인’ 등의 단어가 적혀 있었다. QR코드로 체크인을 하자 결혼 준비 팁이 담긴 미니북과 비행기 탑승권 모양의 입장권, 웰컴 드링크 한 잔이 제공되었다. 최우성 웨딩북 실장은 “신혼부부가 가장 설레는 순간이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을 때다. 그 두근거림을 재현하고자 했다”라며 공간의 의도를 설명했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총 3층 규모로 구성된 ‘웨딩북 청담’은 각 층별로 다양한 콘셉트를 표방한다. 1층이 공항을 떠올리게 한다면, 각종 웨딩 정보가 보기 좋게 진열돼 있는 지하 1층은 ‘결혼박물관’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2층 ‘혼수마켓’에서는 예물·예복·가전 등 혼수 관련 상담이 이뤄진다.
언뜻 보면 결혼박람회와 유사하게 느껴지지만, 그와 정반대 노선을 추구한다. 박재훈 웨딩북 한국사업총괄본부장은 “결혼박람회는 그 특성상 업체 간에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어 방문객이 편히 정보를 얻기 어렵다. 입장부터 잡혀서 상담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웨딩북 청담은 이런 불편을 해소해 부담보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면 직원의 관여 없이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앱을 다운받은 뒤 ‘마이웨딩’ 탭에서 ‘웨딩북 청담’을 누르고 ‘간편 예약’을 선택해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면 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이용 시간은 1시간이다. 방문 당일 만난 예비 신부 최현혜(28) 씨는 “박람회에 갔을 때는 플래너분에게 좌지우지되고 웨딩 앨범 하나조차 선택해서 보기가 어려웠다. 여기도 플래너분이 따라다닐 줄 알았는데, 혼자서 마음껏 볼 수 있는 분위기라 편했다”며 “상담을 받을 때도 계약을 강요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후기를 전했다.
골치 아픈 ‘스드메’를 한자리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공간을 둘러싼 거대한 책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책장 안에는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라 불리는 웨딩 앨범 1000여 권이 섹션별로 분류돼 있다. 이 중 원하는 업체의 앨범을 꺼내 보면 된다. 결혼을 준비해본 이라면 낯설게 느낄 풍경이다. 여러 업체의 앨범을 한곳에서 비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전 조사 없이 방문했다면 테이블에 설치된 큐레이션 패드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웨딩북과 제휴한 업체 정보를 정리해둔 기기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누르면 앨범이 위치한 구역을 안내해준다. ‘머메이드’, ‘채플’, ‘심플하고 깔끔한’ 등 해시태그별로 정리돼 있어 원하는 취향만 간추려 보기도 쉽다.
앨범을 둘러보고 나면 공간 중앙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드레스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반 드레스 숍에서는 디자인 유출 등의 문제로 드레스 공개를 최소화하고 사진 촬영을 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옷가게에서 쇼핑하듯 둘러볼 수 있다. 2만 원을 지불하면 50여 벌의 드레스 중 원하는 세 벌을 피팅하고, 예비 신랑 및 부모와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곳의 목적은 드레스의 브랜드를 정하는 것이 아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데 있다. 이를테면 디자인이나 원단, 기장 등 숍에서 살피기 어려운 디테일을 보는 것이다. 이후 드레스 투어에 갔을 때 직원에게 원하는 스타일로만 피팅을 요청하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한 앱으로 결혼 준비도 스마트하게
공간을 보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모자이크 모양의 정사각형 아이콘, QR코드다. 1층의 웨딩홀 섹션과 지하 1층의 ‘스드메’ 앨범, 웨딩드레스 섹션에는 각 업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QR코드에 카메라를 가져다 대면 웨딩북 앱과 자동 연결되며 업체 정보 페이지가 나타나 비용과 실제 이용자의 후기를 볼 수 있다. 직원의 부담스러운 간섭과 상담 없이도 웬만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이유다.
‘세상 좋아졌다’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 1층 카운터 뒤편에는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버진로드 체험존이 있다. VR 기기를 착용하면 사전에 촬영된 영상을 바탕으로 인기 웨딩홀의 규모와 분위기를 360도로 느껴볼 수 있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머리에 기기를 쓰자 눈앞이 버진로드로 바뀌었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 목적으로 마련된 공간은 아니다. 웨딩홀 투어의 애로사항 중 하나는 본식 당일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 평일에 상담이 이뤄져 조명, 장식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야 한다. VR 버진로드 체험은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해 예식이 있는 날 촬영을 진행하고, 그 현장을 기기 안에 생생하게 담아낸 서비스다. 가상이지만 발품 팔지 않고 선 자리에서 수십 곳의 결혼식 현장을 방문해볼 수 있다. 자녀와 함께 웨딩홀 투어를 다니고 싶어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시니어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지하 1층에 작게 마련된 ‘젠틀맨 온리’ 존도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재미 요소를 더한 공간이다. 영화 ‘킹스맨’이 떠오르는 이곳에서는 방문자의 키와 몸무게를 본뜬 3D 아바타를 통해 남성 예복을 입혀볼 수 있다. 라펠, 칼라, 타이 등 세부 항목을 선택해 체형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으면 된다. 예복 용어가 낯선 시니어도 놀이 삼아 눌러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비스 특성상 제휴 업체 이외의 정보는 얻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결혼 준비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여러 콘텐츠로 해소한 점이 눈길을 끄는 공간이었다. 플래너 혼자 결혼 준비를 도맡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앱과 공간, 사람 세 가지 유틸리티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도 돋보였다. 실제로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 대다수 고객의 반응이다. 박 본부장은 “IT 시대인 만큼 이제는 결혼 준비도 스마트해질 필요가 있다”며 “이 공간을 통해 결혼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고스러움과 기회비용은 줄이고,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해 지식 레벨을 높여 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34건. 치매로 실종된 부모를 찾아달라며 경찰에 접수되는 실종 신고 건수다.
경찰청에 따르면 치매 노인 실종 신고가 지난해 1만2272건 접수됐다. 하루에 34명꼴이다. 2015년 9046건, 2016년 9869건, 2017년 1만308건, 2018년 1만2131건, 2019년 1만2479건처럼 해마다 그 수가 늘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폭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들이 흔히 보이는 증상 중 하나로 '배회'를 꼽는다. 목적을 갖고 나갔다가 인지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외출 목적과 집으로 가는 길을 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런 배회 증상은 경증 치매 노인들 사이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실종된 노인 중 일부는 경증이라 가족들이 치매 상태인지도 몰랐던 경우도 있다. 또 치매 노인이 성인이다 보니 길 잃은 어린이처럼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걸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치매 환자는 실종을 예방하고 실종됐을 때는 빠르게 대처해야 위험에 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IT 기술이 실종된 노인을 찾는데 도움을 주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전봇대나 지하철역 근처에 ‘사람을 찾습니다’ 전단을 부착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애플리케이션, 문자, 드론 같은 IT기술을 이용해 빠르게 실종 소식을 알리고, 실종자 찾기에 나서고 있다.
실종된 치매 엄마, 당근마켓 덕에 집으로
지난 6월 22일 직거래 중고 마켓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 치매 어머니를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 강북구 번동에서 아버지 손을 잡고 노인 복지 시설로 가던 어머니 A(66) 씨가 실종되자 딸 B(40) 씨가 올린 글이다. 어머니 사진과 이름·연락처, 치매 상태 등과 함께 B씨가 직접 만든 ‘사람을 찾습니다’란 포스터를 담았다.
실종 포스터가 앱에 등록되자 해당 내용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다른 이용자들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 글을 퍼다 날라서다. 결국 실종 3일째인 6월 24일 번동에서 30㎞쯤 떨어진 경기도 부천시 한 길거리에서 A 씨가 발견됐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에서 본 A 씨 얼굴을 기억한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처럼 온라인은 파급력이 크고, 한 번 여론이 쏠리면 경찰도 부담을 느껴 많은 인력을 투입하다 보니 온라인이 ‘실종 신고 창구’ 역할을 한 셈이다.
갈대밭 살펴 쓰러진 실종 노인 찾은 드론
사람이 지나가려면 손을 힘껏 휘저어야 할 정도로 우거진 서울 동작대교 남단 갈대밭. 보통이라면 둘러보기도 힘든 이곳에서 지난 21일 의식을 잃어 쓰러진 노인을 발견했다. 발견한 것은 사람이 아닌 드론. 서울 방배경찰서에 지병을 앓고 있던 80대 노인 C 씨가 외출한 뒤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곧바로 실종 수사에 돌입했으나 거주지인 동작구의 모든 구역을 샅샅이 뒤지기엔 인력이 부족했다.
이에 방배경찰서는 서울경찰청에 드론수색팀 파견을 요청했다. 서울경찰청 장비계 소속 드론 전담 조종요원 2명은 C 씨가 마지막으로 향했던 장소로 추정되는 동작대교 인근 지역으로 출동했다. 그리고 수색 이튿날, 갈대밭 사이를 날던 드론이 촬영한 화상카메라 영상 속에서 사람의 형상이 포착됐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곧바로 드론 지점으로 이동했고, 실종됐던 C 씨가 누워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의식이 없었지만 희미하게 호흡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C 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뒤 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호송했다.
‘실종경보 문자 제도’로 15분 만에 실종자 발견
일분일초가 생명과 직결되는 실종자 수사에서 ‘실종경보 문자 제도’가 시행 한 달 만에 ‘골든타임’을 확보하며 국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실종경보 문자 제도는 실종된 치매 노인을 문자 메시지로 빠르게 찾는 제도다. 국민재난안전포털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부터 7월 8일까지 59건에 달하는 실종경보·해제 문자를 발송했다. 이 가운데 실종경보 문자는 33건(31명) 보냈으며, 해당 문자를 본 시민들의 제보 덕분에 실종자 12명을 찾았다.
실종경보 문자 제도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가 실종됐을 때 실종자 정보를 주민들에게 문자로 발송하는 서비스다. 재난 문자처럼 이동통신사 무선기지국을 토대로 해당 지역 내 주민에게만 실종자의 기본 정보를 알린다.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누르면 실종자 사진과 상세한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다.
전남 여수에서는 실종경보 문자 제도로 실종된 치매 환자를 문자 발송 15분 만에 찾았다. 지난 6월 24일 여수경찰서는 "치매 걸린 아버지가 나간 뒤 들어오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를 받았다. 그리고 오후 2시 16분에 실종된 치매 환자 D(75) 씨의 인적사항을 담은 경보 문자를 발송했다. 그리고 발송 15분 만에 한 주민이 "치매 어르신에게 12시께 담배를 판 사실이 있다"는 제보를 보내왔다. 경찰은 제보를 토대로 실종자를 추적해 D 씨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AI CCTV로 노인 실종자 찾기 더 쉬워질까?
경기도 부천시는 ‘안면 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AI) CCTV 시스템을 구축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공 분야 지능 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본래 코로나19 확진자 얼굴을 인식해 자동 추적을 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AI 기반 CCTV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확진자 정보를 AI에 학습 시켜, 방대한 CCTV 영상 속에서 동선을 추적한다. 이뿐 아니라 연령·성별·체형·옷차림, 마스크 착용 여부 같은 정보도 자동 수집하고, 개인 신원과 얼굴을 특정해 지속적으로 인물을 추적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을 실종자 수색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염병 역학조사를 위한 안면 인식 정보 수집 기술이 더 나아가 초동 수사가 중요한 실종자 추적에서도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면 인식이 가능한 이 AI CCTV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시민이 언제, 어느 곳을 방문했으며, 누구와 만났는지 낱낱이 파악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실종자를 추적하기에 적합한 기술이라는 의견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8년 장시성에서 열린 홍콩 스타 장쉐유의 콘서트장 출입구에 설치된 안면 인식 카메라가 관중 5만 명 가운데 경제 범죄로 수배 중이던 한 남성을 정확하게 집어내, 공안이 체포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비판도 잇따른다. 중국은 이미 국가 전역에 설치한 4억 대 이상의 감시카메라와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 ‘세계 최대 규모의 감시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도 현재 사람의 얼굴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민감 정보'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만 수집할 수 있다. 사생활 침해라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 안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관련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퇴직을 앞둔 57대 A씨는 인생2막을 준비하기 위해 고민이 많다. 이제 막 취업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자녀들은 아직 안정적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정년퇴직’이 다가오고 있어 알 수 없는 걱정과 압박감에 어깨가 무겁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막상 은퇴 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거리고 마음도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A씨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은퇴 뒤에도 일을 하고 싶은 시니어에게 자격증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년이나 노인이라는 나이 문제를 넘어서며 일할 수 있는 좋은 비법이다. 자격증 취득이 재취업과 노후대비, 자기계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 또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관련 자격증을 따면 탄탄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도 도움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변화를 통해 완전한 변신을 꾀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인생 100세 시대를 고려하면 앞으로 40년 넘게 더 살아야 한다. 오래 이어질 인생2막을 다채롭게 꾸려가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알짜배기 자격증 4개를 소개한다.
①자녀를 키워봤다면 누구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는 출산한 산모와 신생아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이들의 건강을 살피고 산후 관리를 돕는다. 출산 전후 산모의 안정과 빠른 회복을 위해 산모에게 유방 마사지, 복부 마사지, 찜질, 산후 체조, 건강식을 제공한다. 또 목욕과 배꼽 소독, 청결, 아기 마사지 같이 신생아 위생과 건강관리를 돕는다. 이 밖에 큰 아이가 있으면 등하교 관리와 식사, 장보기, 빨래, 청소 같은 가사도 전담한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가 되려면 보건복지부나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정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을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지역 내 여성인력개발센터, 돌봄사회서비스센터 같은 해당 교육기관에서 이론 24시간과 실습 36시간 교육을 받는 2주 과정을 밟아야 한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간호사 같은 자격증을 소지해 경력을 인정받으면 이론 12시간과 실습 28시간으로 교육 기간이 1주 과정으로 줄어든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나 교육기관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곳이 있으니 시험 유무도 확인해야 한다. 수강료는 신규 과정 20만 원, 경력자 과정 15만 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교육비 50%를 감면받는다. 수료 뒤 바우처 제공 기관에 취업해 400시간 이상 근무한 재직자는 수강료 50%를 환급받는다.
교육 수료 뒤 군청과 구청 같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바우처 제공 기관에서 ‘바우처 산모관리사’로 취업할 수 있다. 근무는 주 5일, 하루 8시간이 기본으로 단축형(1주), 표준형(2주), 연장형(4주)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보수는 단축형 33만3750원, 표준형 66만7500원, 연장형 133만5000원이다.
근무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산후조리를 했던 방식이나 자녀 양육 방식을 고집하면 안 된다. 복장 제한도 있다. 면 소재 옷만 입어야 하고 액세서리는 금물이다. 향수도 피해야 한다.
취업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라도 교육 수료 뒤 1년이 지나면 반드시 연 8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은 직무와 서비스, 직업 비전, 현장 갈등과 문제 해결, 스트레스 관리 같은 직무와 직접 연관 있는 내용이다. 또 산모로부터 불만을 2번 이상 접수받은 건강관리사는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②공동주택 지킴이 주택관리사
주택관리사는 공인중개사 못지않게 조명되며 정년이 없어 은퇴 뒤 노후대비로 인기 높은 자격증 시험 중 하나다. 주로 아파트와 공공시설, 상가 같은 대규모 공동 주택의 각종 시설과 환경을 유지 관리한다. 또 공동시설 유지와 보수, 관련된 각종 회계 업무인 공과금 납부 대행, 관리비 징수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
주택관리사(보) 시험은 1년에 1회, 1차와 2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 일정과 시험과목을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면 된다. 서울시평생학습터, 아산시평생학습관, 천안시평생학습센터, 인천시민교육센터, 경기도평생학습관처럼 전국 지자체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3~5년 이상 근무 경력을 쌓으면 주택관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 주택관리사로 되려면 5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 관리소장으로 근무 경력이 3년 이상 또는 공동주택관리기구 직원(경비원, 청소원, 소독원은 제외함) 또는 주택관리업자 직원으로 주택관리업무 종사 경력 5년 이상과 같은 경력을 충족해야 한다.
③ 식물과 함께하는 삶, 조경기능사
조경기능사는 식물이나 토목, 물, 조형물 등을 통해 생활공간을 꾸미고 자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해 현장을 조사해 조경에 대한 기본 구상과 계획을 세우고, 부분적으로 실시 설계를 이해하고 있는지, 현장 여건을 고려한 시공으로 조경 결과물을 도출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지표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본다. 조경 기초 설계부터 정원 설계, 잔디 식재 공사, 실내 조경 공사 같이 포괄적인 내용을 알아야 한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실기 시험은 3시간 30분 안에 주어진 조경 작업(도면작업·수목감별·조경실무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도면 작업은 평면도와 단면도를 모두 완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완성하지 못하면 실격이다. 수목감별 평가 방법은 주어진 수목 사진을 보고 수목명을 맞혀야 한다. 조경 실무 작업은 주로 조경수목 식재, 포장(벽돌쌓기), 잔디 파종 같은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조경기능사는 법적 우대사항보다 민간에서 활용도가 높은 자격증이다. 주로 건설회사 조경부서와 조경엔지니어링회사, 조경컨설팅회사, 조경설계용역업체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조경 식자재전문공사업체와 조경관리업체, 조경시설물 설치전문공사업체, 학교·아파트 단지 관리부서, 정원수·온실 재배업체로 진출할 수 있다.
실제 조경시공업계에 따르면 50~60대 중장년층에서 조경기능사 취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시공업계 관계자는 “조경기능공이 예전엔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장비가 발달해서 덜 힘들다”며 “오히려 식물과 함께하면서 은퇴 뒤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일로 바뀌어 가는 중이라 60대 중반까지도 현장에서 조경기능인으로 활약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④웰빙시대, 우리 먹거리 안전하게! 농산물품질관리사
농산물품질관리사는 산지 생산자조직에 소속돼 농산물 품질 관리, 상품과 브랜드 개발, 물류 효율화, 판촉과 바이어 관리 같이 농산물품질을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전문가다. 주로 농산물 등급을 판정하고 농산물 출하 시기를 조절하며, 품질관리기술에 대해 자문한다. 또 농산물 품질 향상과 유통 효율화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자격증 응시에 경력이나 학력, 성별 제한이 없다. 평소 농업에 관심이 있거나 귀농을 생각해볼 법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자격증이다.
농산물품질관리사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있다. 1차 시험은 객관식으로, 100점 만점에 모든 과목 40점 이상, 전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실기시험은 단답형과 서술형으로 시행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자세한 시험 과목과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농산물을 취급하는 대형 유통업체, 공공기관, 지역농협,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덧붙여 농산물을 취급하는 공공기관과 농협에 취업하면 인사 고과와 수당, 승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사는 농업직 9급 국가공무원 채용에서 3% 가산점을 받는다.
“인터넷에서 어르신들이 150만 원에 달하는 블랙박스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을 가끔씩 봤는데, 그걸 우리 아버지가 당할 줄은 몰랐어요. 무려 400만 원이 넘는 회원제 블랙박스 사기를…ㅠㅠ.”
지난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 아버지는 한 자동차용품점에서 블랙박스 설치비용으로 400만 원 넘는 돈을 결제했다. 최신 제품이라도 보통 30만~40만 원이면 살 수 있는 블랙박스를 10배 비싼 값에 구매한 셈이다.
심지어 설치를 요청한 것도 아니었다. 작성자 아버지가 블랙박스를 업데이트하러 차량용품점에 방문했을 때 몰래 설치하고 환불이 안 된다며 결제를 강제한 사건이었다.
계약서는 사진 한 장뿐이다. 작성자는 해당 차량용품점을 고소할 수 있는지 물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아버지나 어르신들이 비슷하게 피해를 본 사례가 많이 등록돼 있다. 몇년 전에 시작된 고가의 블랙박스 사기 피해는 최근까지도 이어지며 계속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도 청주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아버지가 블랙박스 사기를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이 같은 블랙박스 사기는 ‘회원제’를 사기 수법으로 활용한다. A씨 아버지는 6년간 160만 원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안심회원(VIP멤버십) 약정서’를 작성했다.
A씨 아버지가 구매한 제품은 ‘4채널’을 앞세운 제품이었다. 다양한 각도로 영상을 녹화하는 다채널 블랙박스는 복잡한 배선작업이 필요하다. 전방만 녹화하거나 전후방을 녹화하는 블랙박스에 비해서는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 포털사이트에 ‘4채널 블랙박스’라고 검색해봐도 30만 원대 제품이 수두룩하다.
고가의 제품 구매도 문제지만 6년간 AS 받는 ‘유료회원’으로 가입했기 때문에 취소하려면 고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A씨 아버지가 서명한 계약서에는 한 해 2차례 10만 원짜리 메모리카드를 무상교환해주는 사후 서비스 내용도 담겨 있었다. 메모리카드도 간단한 검색을 통해 1~2만 원대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A씨는 “몇 푼 안 되는 메모리카드를 갈아주는 게 회원 관리냐”며 “물정에 어두운 노인을 상대로 한 명백한 사기”라고 분개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기수법이 가격 비교, 계약 세부내용 확인에 취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작정 설치하고 난 뒤 취소나 환불을 요청하면 장착비용과 제품손상비, 그리고 위약금을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계약서를 확인하고 결제했기 때문에 대부분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프라인 거래는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확인하거나 판매원의 설명을 들은 뒤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취소하기가 어렵다”며 “제품 가격도 자율이어서 터무니없이 비싸더라도 사기죄 등을 적용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봤을 때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거나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블랙박스 사기 관련 게시글들은 주로 피해자 자녀가 사기임을 알아채고 올린다. 어르신들은 새로운 정보에 약하다. 비교 검색은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아예 모르는 어르신들은 의외로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기를 당하는 어르신들은 생각보다 조금 아는 노인들이다. 블랙박스에 여러 가지 기능이 들어가면 비쌀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노인들이 오히려 사기를 당하기가 더 쉽다.
전문가들은 확실하게 해당 내용을 잘 아는 어르신이 아니라면 무조건 자녀에게 먼저 물으며 여유를 가지고 계약을 진행하라고 조언한다. 당장 결제하지 않더라도 어떤 상품의 가격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물건이 사라지는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용품점에서 막무가내로 블랙박스를 설치하더라도 회원제 계약을 요구하면 일단 보류하고 관련 내용을 자녀나 아는 지인에게 묻는 것이 좋다.
노부모를 둔 자녀라면 부모님에게 어떤 물건을 사거나 계약을 할 때 자신과 연락을 하고 진행하도록 당부한다면 블랙박스 사기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7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누적 1차 접종자가 1540만 1361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30%를 넘어서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말부터 50대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9월말까지 국민 70%인 36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는 사이, 예방이 필요한 다른 질병에 대한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외출이나 병원 방문을 꺼리면서 오히려 다른 질병과 해당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이유다. 폐렴구균과 대상포진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은 코로나19 못지 않게 폐렴도 합병증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접종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사망원인 3위 폐렴 유발하는 폐렴구균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가예방접종 증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만 65세 고령층에서 폐렴 백신 중 하나인 '23가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은 44.3%로, 66.4%인 2019년 동기 대비 약 22% 감소했다.
폐렴은 암과 심장질환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전체 3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지난 2019년 기준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만3168명이다. 6일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2033명인 것을 고려하면 한 해 폐렴 사망자 수는 지금까지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의 10배에 해당할 정도로 더 신경써야 하는 질병이다.
폐렴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폐렴구균’이다. 폐렴구균 감염으로 폐렴에 걸리면 호흡곤란이나 저산소증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더 위험하다. 특히 균혈증과 뇌수막염으로 진행되면 치명률은 60~80%까지 올라간다. 또 코로나19와 폐렴에 함께 감염되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률이 7.8배 높아진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에서 성인 폐렴구균 예방 백신은 2가지 종류다. 100여개 혈청형 중 몇 개 혈청형을 커버할 수 있는지에 따라 13가와 23가로 나뉜다. 대한감염학회의 성인 대상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폐렴구균 백신 접종 경험이 없는 65세 이상 건강한 노인은 23가 다당질백신을 1회 접종하거나 13가 단백접합백신과 23가 다당질백신을 순차적으로 1회씩 접종토록 권한다. 18세 이상 만성질환자는 13가와 23가 백신을 순차적으로 접종을 권한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전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23가 백신을 접종 받을 수 있다.
고령층 위협하는 대상포진
대상포진 예방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상포진 예방 백신 시장 규모는 109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0.8% 감소했다. 2019년에 비해서는 44.5%나 줄어든 수치다.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에 걸렸다가 몸 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피부에 발진과 수포가 띠를 두른 모양이 통증과 함께 나타난다. 특히 대상포진 환자 3명 중 1명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합병증을 겪는데, 이 환자들은 옷깃만 스쳐도 통증이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대상포진은 모든 연령에서 발병할 수 있다. 하지만 특히 만 50세 이상부터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2020년 대상포진 환자는 50대가 17만1000여명 23.6%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6만여명 22.2%로 뒤를 이었다. 나이 외에도 폐경 여성이나 당뇨 환자 등이 대상포진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만 50세 이상에서 평생 1회 접종하면 된다. 백신을 접종하면 대상포진이 발병하더라도 약하게 앓고 지나갈 수 있고, 대상포진 발생 뒤 신경통 같은 후유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이미 대상포진에 걸렸더라도 예방접종은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 뒤 최소 6~12개월이 경과한 다음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폐렴구균 질환과 대상포진 같은 질병이 코로나19와 동시에 감염되면 환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백신을 통해 예방에 각별히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폐렴구균 백신 등 타 질병 백신 접종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후 최소 14일 간격을 두고 접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