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060 마음에 핀 청춘의 꽃, 팬덤 문화로 활짝 피다
- ‘뒷방 늙은이’를 거부하는 시니어들이 있다. 젊은 층 못지않게 인터넷과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하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이 ‘덕질’에 뛰어들며 새로운 ‘엄마·삼촌 팬’ 문화를 만들고 있다. 시작은 MZ세대와 비슷했지만 남다른 재력과 소비력으로 차원이 다른 덕질을 보여주는 ‘오팔 세대’를 들여다봤다. 요즘 어른들은 뭔가 다르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 남은 인생을 수용하는, 그저 나이 들어버린 존재가 아니다. ‘노(NO)노(老)’를 외치며 활발한 사회활동과 네트워킹으로 정체성을 찾고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한다. 이들은 바로 오팔 세대다.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세대는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1958년 개띠 ‘58’과 발음이 같고, 은퇴 이후에도 삶을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세대의 다채로운 행보가 다양한 색을 담고 있는 보석 ‘오팔'과 닮았다는 의미다. “너네만 덕질하니? 엄마도 삼촌도 한다” 최근 오팔 세대 사이에서 ‘덕질’이 화제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 같았던 덕질이 전 세대로 퍼지고 있다. 덕질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분야는 연예인, 게임, 만화, 음식, 반려동물 등 매우 다양하다. 오팔 세대의 덕질은 MZ세대 못지않다. ‘내 가수’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은 무조건 본방 사수다. 관련 기사도 부지런히 확인한다. 음원 결제도 서슴지 않는다. 신한카드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연령대별 음악·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증가율은 20~40대가 71%인 데 비해 5060세대는 101%로 크게 늘었다. 오팔 세대는 MZ세대 덕질의 필수인 ‘스밍 총공, ‘조공’, ‘기부 서포트’, ‘굿즈 구매’ 같은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스밍 총공은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올리고자 특정 시간에 일제히 해당 곡을 듣는 것을 말한다. 조공은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보내는 행위다. 기부 서포트는 스타와 팬덤 이름으로 기부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굿즈는 사진과 DVD, 각종 소품 등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상품이다. “이것이 어른의 덕질이다” 바야흐로 트로트 르네상스다. 2019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 흥행을 계기로 그동안 ‘고리타분한 음악’으로 치부돼 비주류로 밀려났던 트로트가 오팔 세대 덕에 가요계에서 다시 급부상했다. 그 중심에는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이 있다. 그의 팬클럽 ‘어게인’은 오팔 세대만의 팬 문화를 만들었다. ‘이것이 진정한 어른의 덕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들은 MZ세대 팬들과는 다르다. 팬카페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드러내며 댓글을 단다. 온라인에서 처음 만났지만 익명성 뒤로 숨지 않고 서로 예의를 지키고 싶어서다. 송가인이 한참 어린 딸이나 손녀뻘이라도 ‘가인 님’, ‘가인 씨’라고 부른다. 말도 잘 놓지 않는다. 송가인의 SNS에는 “송가인 님 덕에 힘을 얻고 있어요”와 같은 존칭 문장이 주를 이루는 반면, 아이돌 SNS에서는 “언니 보고 벽 부수다가 우리 집 원룸 됐어”, “오빠는 경마장 가지 마. 말이 안 나오니까”와 같은 요즘 유행하는 ‘주접 댓글’을 볼 수 있다. 남다른 조공 문화도 눈에 띈다. ‘건강이 최고’라 생각하는 오팔 세대 팬들은 송가인에게 홍삼, 참치회, 산낙지 같은 건강식품을 박스째로 선물한다. 브랜드 의류나 액세서리보다는 몸을 챙겨주려는 마음이 돋보인다. 미스트롯 흥행을 디딤돌 삼아 2020년 출격한 ‘미스터트롯’은 ‘엄마 부대’라는 새로운 광풍을 일으켰다.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는 6월 16일 임영웅의 생일을 기념하며 ‘착한 덕질’의 표본을 보여줬다. 전국적으로 선풍기 100대 기부, 취약아동 생계비 지원, 저소득 어르신 무릎인공관절 수술 지원 등 릴레이 나눔 캠페인을 이어갔다. 또 서울부터 부산까지 팬클럽·지역연합이 모여 전국 곳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에 릴레이 광고를 진행했다. 전국의 영웅시대가 서울 지하철역 생일 전광판 광고를 보러 지방에서 올라오기도 했다. 구매 대란 만든 삼촌 팬 오팔 세대는 ‘뒷방 늙은이’를 거부한다.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아낌이 없다. 덕질도 이런 활동 중 하나다. 오팔 세대는 소비 력이 남다르다. 최근 브레이브걸스에 빠진 ‘삼촌 팬’들이 이를 제대로 보여준다. 해체를 앞두던 브레이브걸스(민영, 유정, 은지, 유나)가 올해 초 역주행을 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보통 역주행은 반짝인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인기를 계속 이어가며 대세로 떠올랐고, 광고계에서도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브레이브걸스의 잠재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삼촌 팬의 활약이 컸다. 통 큰 팬 일화도 끝없이 나온다. 한 팬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캐릭터 꼬부기를 닮아 ‘꼬북좌’라는 별명을 가진 유정의 꼬북칩 광고 계약을 기원하며, 과자회사 주식을 3000만 원어치 매수했다. 주방용품 브랜드 해피콜은 브레이브걸스를 내세운 마케팅을 시도해 ‘쁘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해피콜에 따르면, 프로모션을 시작한 5월 24일부터 일주일간 자체 온라인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00% 늘었다. 해피콜 자체는 물론, 주방용품 시장 전체로도 기록적인 수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브레이브걸스 삼촌 팬들은 일단 제품을 구매하고 본다. 멤버가 사용하는 제품은 일단 산 뒤 해당 업체에 ‘여성만 쓸 수 있는 거냐’고 나중에 문의하는 식이다. 이처럼 브레이브걸스가 광고하는 상품은 삼촌 팬 덕에 매출이 2~4배 이상 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덕질의 순기능 덕질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트로트 열풍으로 보는 오팔 세대의 부상과 팬덤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오팔 세대에게 덕질은 잃어버린 나의 정체성을 찾고 위안을 얻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오팔 세대는 덕질을 시작하고 인생이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지난 4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는 임영웅의 ‘찐팬’ 68세 홍경옥 씨가 소개됐다. 그의 방에는 응원봉과 포스터, 그립 톡, 머그잔, 가방, 우산 등 임영웅 굿즈가 300개 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생활용품 굿즈도 임영웅 얼굴에 작은 상처라도 날까 전혀 쓰지 않고 모셔두고 있다. 홍 씨가 이토록 임영웅에게 빠져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 힘든 시절을 보내며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던 때, 임영웅의 사연과 노래가 큰 위로로 다가와서다. 홍 씨의 남편은 임영웅이 아내의 웃음을 되찾아준 고마운 존재라고 밝혔다. 덕질은 세대 간 격차를 좁혀주기도 한다. 엄마의 늦은 덕질을 본 자녀들은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지만, 점차 부모의 취미 생활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27세 정소라 씨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이제는 콘서트 티케팅을 도와드리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탓에 미뤄졌던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또 취소됐다. 기다린 지 1년이 넘었다. 예약 대기까지 걸어놓으며 부모님께 공연을 보여드리려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렇듯 많은 자녀가 부모의 취미 생활에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의 팬카페에서는 부모를 대신해 티케팅과 스밍을 하고 있다는 자녀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팔 세대도 공연 티케팅 같은 적극적인 덕질로 자녀 세대와 더욱 가까워질 지름길을 찾고 있다. 자녀들이 아이돌에 빠지거나 그들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현상을 이제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의 ‘좋은날’ 회원은 유튜브 채널 ‘니나노 텔레비전’에서 “처음 하는 덕질이라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딸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딸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딸이 음원 다운로드와 사이트 가입 등을 도와주면서 엄마 마음을 알게 됐다며 이해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팔 세대가 뒤흔든 팬덤 경제 오팔 세대는 새로운 덕질 문화를 만들며 팬덤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오팔 세대의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는 등 디지털에 상당히 익숙한 세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이비부머를 필두로 하는 오팔 세대의 거대한 규모와 높은 소비력 덕에 은퇴 후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한 상품이나 서비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며 “이들의 문화나 행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팔 세대 덕질의 주요 동기는 ‘젊음’과 ‘향수’, 두 가지 키워드로 꼽을 수 있다. 젊게 살고 싶은 욕구가 소비와 여가 활동의 주요 동기가 돼 MZ세대의 전유물이던 덕질을 모방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경제 성장기 동안 억제됐던 문화 향유 욕구가 은퇴 이후 불이 붙으며 과거의 문화, 가치, 감성을 담은 콘텐츠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유통업계는 이런 트렌드에 주목해 친필 사인 양주잔, 실크 스카프, 돋보기 목걸이등 오팔 세대 맞춤 굿즈를 출시하고 있다. 강좌와 학습, 여가 활동이 확산되고 삶의 단계 변화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동호회를 비롯한 커뮤니티도 활성화되고 있다. 초고속 성장을 이끈 세대로서 배워야 산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오팔 세대는 팬덤 문화에도 빠르게 정착했다. 서툴렀던 스마트폰 사용이나 온라인 세상에서 서로 도우며 디지털 기반 덕질의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모습이다. 새로운 덕질 문화를 만들고 있는 오팔 세대가 MZ세대를 넘어설 신소비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팬덤의 경제적 파급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은퇴 후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젊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어 주 소비층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오팔 세대. 이들이 만드는 팬덤 경제가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서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2021-08-22 13:00
-
- [카드뉴스] 여름휴가 때 읽는 신간
-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 (하세가와 가즈오 외 공저·라이팅하우스) 평생 치매를 연구한 하세가와 박사가 치매에 걸리면서 써 내려간 투병 기록. 책을 통해 치매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빨리 은퇴하라 (최승영 저·이은북) 은퇴를 앞둔 이들을 위한 진로탐색서. 단순히 불안한 마음을 잡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점점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김영미 저·혜윰터) 노화로 우울감을 느끼던 저자가 환갑의 나이에 자전거 라이더가 된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적 사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전국 자전거길을 섭렵한 저자의 도전이 짜릿한 설렘을 선사한다. 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 (로라 엘 마키 외 공저·뮤진트리)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인생 철학을 그가 남긴 희대의 명작들로 살펴본다. 평생 민중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정의를 향해 나아갔던 위고의 삶이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전한다.
- 2021-08-12 18:54
-
- ‘관심 더하고 남 탓 줄이고’ 황혼 부부 행동 가이드
- 30년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스트레스가 켜켜이 쌓인 남편, 함께 보내는 시간이 영 답답한 아내. 깊어지는 황혼의 동상이몽,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이를 회복하는 데 그리 대단한 방법은 필요하지 않다. 배우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을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신혼의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되찾을 수 있다. 아래 사례가 자신의 이야기 같아 ‘뜨끔’했다면, 부부 사이를 개선하는 생활 속 크고 작은 행동 가이드를 실천해보자. 시작이 반이다! CASE 1 은퇴 증후군 VS 갱년기 김은퇴 35년 일한 대기업에서 퇴직했다. 한동안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유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고생 끝에 얻은 명예와 남부럽지 않은 연봉, 화려한 인간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듯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당신 뒷바라지하느라 내 인생이 끝났다”며 언성을 높이고 잔소리를 한다. 잘나가던 시절이 꿈만 같고 매일이 우울하다. 이홍조 어느 날부터 몸이 자주 홧홧하더니 관절통, 근육통, 불면증까지 전에 없던 증상이 밤마다 괴롭힌다. 한평생 반복된 가사노동에 체력은 점점 떨어져가는데, 남편은 은퇴하고도 하루 종일 누워 일어날 줄을 모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동안의 인생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억울함과 분함, 회한이 사무친다. 밤만 되면 20~30년 전 서운했던 일까지 하나하나 생각나 일일이 따지고 싶은 기분까지 든다. 행복 솔루션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활동을 하던 시절 직장은 밥벌이 수단 그 이상의 개념이었다. 성공의 상징이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지표였다. 또 오늘날과 달리 ‘워라밸’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던 당시에는 가족에 소홀할지언정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풍족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가정 평화를 위한 최선이라고 여겼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30~35년간 직장에 헌신하다 은퇴한 이들은 가정과 직장 모두로부터 버려졌다는 생각에 상실감을 느낀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존감 회복이다. 먼저 아내는 앞선 상황을 이해하고 남편의 장점을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재취업을 독촉하는 대신 승진한 날, 큰 프로젝트를 성사한 순간,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자식 대학 보낸 때 등 생애 성취 경험을 되짚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며 의욕을 북돋아준다. 회상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아내 또한 그동안의 삶이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남편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정에 최선을 다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또 남편 역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한 회사의 책임자가 아닌 배우자와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을 고민해보고, 가정에서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편 남편은 아내가 ‘갱년기’라는 인생의 터널을 지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가시 돋친 말과 행동이 진심이 아닌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외면하기보다 이야기를 들어준다. “왜 또 그래”, “당신 그거 병이야. 병원 가” 등의 반응은 전쟁의 총성을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표현하는 게 어색하다면 갱년기 증상에 좋은 음식, 영양제 등을 챙겨주며 ‘당신의 상태를 이해한다’는 마음을 슬쩍 내비쳐본다. 나이 들수록 배우자의 건강을 챙기는 것만큼 소중한 애정 표현은 없다. CASE 2 여가 시간의 동상이몽 강바다 회사 다닐 때부터 쉬는 날마다 낚시를 즐기는 것이 인생의 몇 안 되는 낙이었다. 은퇴 후에는 막연한 불안과 우울함이 찾아올 때마다 종종 바다를 찾는다. 낚싯대를 잡고 머리를 식히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아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내가 혼자 즐기는 취미 생활에 불평을 토로한다. 운동은 취미가 없는데, 자꾸만 함께할 것을 강요해 잦은 언쟁이 벌어진다. 최운동 은퇴 전 해외 주재원이었던 남편은 집을 비우는 날이 잦았다. 그러다 간혹 시간이 나면 집에서 누워 있거나 홀랑 낚시를 하러 바다로 떠나버렸다. 용기 내 함께 운동할 것을 제안하면 “일 때문에 바빠 그렇다. 퇴직하면 같이 놀러 다니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하지만 은퇴하니 이제는 “취미가 다르지 않느냐”는 핑계를 대며 함께하는 시간을 피한다. 행복 솔루션 20~30년 함께 산 부부라도 관심사가 다르면 공통의 취미를 갖기 어렵다. 은퇴 전부터 각자의 여가 시간을 보낸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이가 더 소원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부부끼리 ‘따로 또 같이’의 영역을 찾아야 한다. 먼저 지난 일주일간 부부가 함께한 시간, 활동, 대화 내용 등을 적어본다. 그 다음 이를 반성의 지표로 삼아 ‘주 3회 저녁 식사 후 산책하기’, ‘주 1회 같이 문화생활 하기’ 등 실천하기 쉬운 부부 생활 강령을 만들어본다. 요일별로 정해도 좋다. 이를테면 월·수·금은 ‘부부 동반의 날’, 화·목·토는 ‘혼자만의 날’을 보내기로 약속한다. 다소 숙제처럼 느껴져도 긴 시간 쌓인 마음의 벽을 서서히 허물고 함께하는 시간을 길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 다음 서로의 취미에 발을 들인다. 반드시 같은 ‘활동’을 하지 않아도 좋다.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데 방점을 둔다. 이를테면 남편이 낚시를 할 때 옆에서 자수를 하거나, 아내가 공원에서 조깅을 하는 동안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다. 상대는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존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본인은 배우자에 대해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찾고 싶다면, 서로의 관심사를 탐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때 배우자의 관심사를 다 안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데이터가 연애 시절에 멈춰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상대방을 알아가던 풋풋한 그때처럼 “당신이 요즘 재미있어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 “당신, 예전에 ○○하는 것 좋아했던 것 같은데 맞아?” 등 호기심 어린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CASE 3 다시 불붙은 경제권 전쟁 박지출 은퇴 전 가정의 경제권은 아내가 책임졌다. 월급은 타는 족족 아내에게 가져다주고, 30년 넘도록 용돈을 받아 썼다. 상호 합의 하에 이뤄진 결정이기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과자 한 봉지를 사더라도 아내 눈치를 보느라 답답할 때가 많았다. 노년기만큼은 주도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은퇴 후에는 소일거리를 찾아 직접 번 돈으로 골프용품을 사고 소소한 취미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마저도 아내가 간섭하려 든다. 오경제 남편이 피땀 흘려 벌어온 돈을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 결혼 생활 내내 꼬박꼬박 가계부를 정리하며 재산을 불리는 데 힘썼다. 덕분에 노후 자금에 보탬이 될 건물을 사고, 투자로도 수익을 얻었다. 그래도 자식 결혼 전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남편이 은퇴 후 소일거리를 시작한 뒤부터 벌이를 공개하지 않고 고가의 물건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변한 남편의 태도가 당황스럽다. 행복 솔루션 경제권은 신혼, 황혼을 막론하고 부부 사이 다툼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결혼 생활을 갓 시작한 신혼부부는 경제권 쟁탈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언쟁이 오고 간다면, 황혼 부부의 갈등은 그동안 참아온 불만이 특정 계기로 폭발하면서 시작된다. 특히 가정에서 성 역할이 비교적 뚜렷한 베이비붐 세대 부부는 주로 남편이 돈을 벌고 아내가 경제권을 관리해, 돈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내 쪽으로 힘이 편중되며 갈등이 빚어진다. 이에 많은 남편이 은퇴를 기점으로 재정 독립을 선언하고, 아내는 달라진 남편의 태도를 비협조적으로 느낀다. 비슷한 상황으로 갈등을 겪는 부부가 있다면 두 사람의 합의를 거쳐 경제권을 교체해보는 것이 좋다. 남편은 가계부 작성, 대금 납부 등 재정 관리를 오롯이 책임지고, 아내는 정해진 용돈으로 한 달간 생활하는 것이다. 역할을 바꾸면 각자가 진 부담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우자의 고충을 깨닫고 서로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매달 ‘가계 대화의 날’을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가계 대화의 날에는 가계 자산과 부채, 현금 흐름 등을 공유하고 재테크 계획을 논의한다. 모래시계를 활용하면 발언권을 보다 공평하게 가질 수 있다. 날짜는 매월 말이나 초가 적당하다. 지난 한 달간의 재무 상황을 살펴보며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되 배우자의 잘못을 질책하지 않는다. 도움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원장
- 2021-08-12 18:46
-
- 백신보험 아닌 백신보험, 금감원 주의보 발령
- 백신 예방접종을 받는 시니어들은 백신보험에 가입할 때 더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백신보험’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이 실제로 백신 부작용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아서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 3일 이른바 ‘백신보험’으로 보험사가 시판 중인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백신보험으로 알려진 상품들은 대부분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이며, 백신 접종에 따른 모든 부작용을 보장하는 게 아닌 만큼 가입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약제, 음식물, 곤충, 꽃가루 같은 외부 자극으로 인해 가려움증, 두드러기, 부종,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백신 접종의 부작용 중 하나지만 백신 접종이 쇼크의 직접 원인으로 인정되는 확률은 0.0006%다. 이는 100만 명 중 6명꼴이다. 올해 상반기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3월 25일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이 처음 출시됐다. 지난달 16일 기준 생명보험사 6곳, 손해보험사 7곳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 시 최초 1회 또는 연 1회 100만~2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료는 연간 2000원 미만 수준이다. 현재까지 체결된 계약은 20만 건 정도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에 ‘백신 보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는 점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은 근육통, 두통, 혈전같이 흔한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0.0006% 확률로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만 보장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시니어들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이용해 보험회사 제휴업체들이 무료로 이 보험에 가입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무료보험 가입 대신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보험사마다 상품구조, 보장요건, 보장금액이 다르므로 가입할 때 상품 주요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곳은 보험회사이므로 제휴업체가 아닌 보험회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금감원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을 팔 때 ‘코로나 백신 보험’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광고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제휴업체를 통해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도 상품의 주요 내용을 안내하도록 유도한다.
- 2021-08-04 10:51
-
- 소소한 추억과 휴식, 함께하는 여행의 매력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앞마을 냇터에 빨래하는 순이, 뒷마을 목동들 피리 소리. 그리운 고향 그리운 친구, 정든 내 고향 집이 그리워지네!” ‘그리운 고향’의 1절 가사인데, 시니어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곡은 1970년대 ‘노래의 전령사’로 불렸던 작곡가 전석환이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치 보이스’의 ‘Sloop John B’를 개사한 것이다. 사실 이 곡의 주인은 비치 보이스가 아니다.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이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의 민요를 편곡한 노래다. 노래의 내용은 주인공이 긴 여행을 마치고 ‘Sloop John B’라는 배를 타고 고향 바하마로 돌아가는데 항해 중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주인공의 모든 것을 약탈당하고 엉망진창이 된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 여행은 내 생애 최악의 여행이야! 난 집에 가고 싶어!”라는 하소연을 되풀이하며 노래를 마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검프가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때도 같은 곡이 흘러나온다. “이건 최악의 여행이야! 난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부분이 강조되며 겁에 질린 검프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하지만 그 최악의 여행이 검프에게 전혀 새로운 관계와 기회를 열어준다. 이처럼 노래도 반전 매력이 있다. 가사의 내용과 달리 비치 보이스의 화음은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12줄 기타 소리는 언제 들어도 시원하다. 일상의 소중함 코로나19로 꼼짝 못 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 여름휴가에는 여행을 가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가족 여행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은 지난번 여행을 떠올리며 벌써 걱정되고 불안해서 약을 더 달라고 한다. 가족끼리 즐겁게 지내자고 떠나서,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좋겠지만, 막상 닥치면 잘 안 된다. 가족 여행의 목적은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이다. 여행 계획을 독단적으로 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 ‘함께’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계획도 같이 정해야 한다. 같이 가는 사람들의 의견을 최소한 하나씩은 반영해야 한다. 물론 각자의 취향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하다. 무조건 손주가 좋아하는 대로, 부모가 좋다는 대로 하는 여행은 다른 구성원에게 최악의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이때는 리더의 적절한 중재가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 중 가장 현명한 이가 리더를 맡아서 여행의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획을 융통성 있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함께 즐겁게 여행을 하려면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물론 지름길은 없다. 일단 인정과 칭찬이 들어간 언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즐거움과 행복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한 걸음 물러나는 지혜 혹은 인내할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하얀 거짓말이 때론 필요하다. 여행의 리더는 독단적인 결정 대신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함께하는 사람들은 리더가 “좋지?”라고 물어보기 전에 먼저 좋다고 말해주는 게 좋다. 다만 반응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싫다는 표시가 없는 무언의 긍정도 수긍하자. 비언어적인 소통도 중요하다. 계획을 이행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하는 구성원의 마음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다.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 소중한 존재일수록 기대를 많이 하고 상처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마음 상태가 되어야 성공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여행에서 함께하는 시간 동안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갖추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일수록 여행을 통해서 쌓는 소소한 추억의 즐거움과 휴식이 주는 재충전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엔 가까운 곳으로라도 잠시 떠나보기를 권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깨닫는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집, 가족, 일터, 평범한 일상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낀다. 떠나는 목적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금 돌아온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것. 그것이 여행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 Sloop John B - The Beach Boys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치 보이스는 윌슨가의 형제와 사촌 형제들이 모여서 만든 5인조 밴드다. 당시 미국 서해안 젊은이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서프 음악(Surf Music)의 선두주자였다. 원래 그룹명은 ‘Pendletones’였으나, 첫 싱글 앨범 발표를 앞두고 당시 레코드 회사에서 서핑이라는 곡 주제에 맞게 이름을 ‘The Beach Boys’로 바꿔버렸다. 원곡은 섬나라 바하마의 낫소에 살던 선원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민요로, 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가 출간한 민요 모음집에 실리면서 알려졌다. 비치 보이스는 비틀스 타도(?)를 목표로 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이를 위해 최신 녹음 기술을 활용하고 편곡에도 굉장히 신경을 썼다.
- 2021-08-04 08:46
-
- 은은한 향기 즐기는 ‘향멍’으로 힐링하세요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힐링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중장년층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대안으로 ‘향멍’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향멍은 향불을 피워놓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를 즐긴다는 의미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겪는 중장년층이 늘었다. 2020년 12월 21일부터 2021년 3월까지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한 ‘노란우산 심리상담 서비스’ 결과를 살펴보면 심리상담 전체 210여 건 중 60세 이상이 24.5%로 가장 많았다. 또 50대 31.1%, 40대 32.1% 순으로 중장년층이 90% 정도를 차지해 코로나 블루가 중장년층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 블루를 겪는 중장년층에게 향으로 심신을 다스리는 ‘향 테라피’가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좋은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향기는 단순히 기분뿐만 아니라 뇌의 변연계를 통해 감정, 기억,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기관에 전달돼 영향을 미친다. 향 테라피가 스트레스 완화, 면역력 개선, 세포재생을 돕는데 목표를 두는 이유다. 향초는 국내외에서 불면증과 정서적인 안정을 위한 치료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향기를 내는 아이템은 방향제와 향수, 향초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향과 기능성을 동시에 잡은 향 제품인 ‘인센스 스틱’이 화제다. 스티브 잡스와 이효리 같은 유명 인사들이 인센스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인센스는 향을 의미하는 것으로 ‘불태우다, 밝게 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incendere’에서 유래했다. 오래전부터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종교의식과 치료를 위해 향을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센스 문화가 제(祭)의 목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에 아로마테라피라는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되면서 힐링을 위한 심신 안정과 발향 목적으로 확장됐다. 불을 피워 연기와 향을 내는 인센스 스틱은 전통적인 ‘향’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것으로, 자연스럽고 부담 없는 향기로 공간을 채워주면서 심신 안정과 탈취에 도움을 준다. 또 에센셜 오일이나 허브 같은 자연의 향과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이에 빠진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사용자들은 피어오르는 연기를 멍하게 바라볼 때 긴장과 고단함이 풀린다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인센스 홀더도 인기다. 취향에 맞는 인센스 홀더를 선택해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 공간의 분위기를 더해줄 수 있다. 인센스 스틱은 머금은 향기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여러 가지 향을 맡아본 뒤 본인에게 맞는 향을 고르거나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효과를 지닌 향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보스웰리아 향은 진정작용과 긴장, 불안에 효과가 있으며, 장미와 라벤더 향은 진정과 스트레스 완화,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약 4000년 이상 사용돼 왔다고 알려지는 샌달우드 향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흥분된 신경상태를 진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침향 향기는 집중력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스민과 바닐라, 계피 등은 연인과 사랑스러운 순간을 보낼 때 보탬이 된다. 이 외에도 인센스 스틱은 살균과 해충 퇴치에도 효과가 있다. 실내 공기가 탁하고 냄새가 날 때 피워도 좋다. 다만 인센스 스틱을 과도하게, 특히 환기가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면 연기가 폐를 자극하거나 호흡을 방해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인센스는 피우는 향을 느끼기보다는 타고난 뒤 남은 잔향을 즐기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향을 피울 때는 환기골을 만들어 주고, 갇힌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창문을 가끔씩 열어주는 것이 좋다.
- 2021-08-03 16:36
-
- 소득 불안에 ‘부업’ 뛰는 60세 이상 20만명 훌쩍 넘어
- 직장에서 밀려난 65세 이상 인구가 소득 불안에 시달리며 여전히 취업시장에 남아 단기 임시직인 아르바이트 같은 ‘부업’에 뛰어들고 있다. 2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분석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60대 이상 '부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부업자는 '주된 일 외에 다른 부업을 한 적이 있었던 사람'인데 전체 부업자 56만3000명 가운데 60세 이상 부업자가 22만2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14만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60세 이상 부업자는 2017년 13만3000명, 2018년 16만5000명, 2019년 18만 명, 2020년 17만9000명(모두 6월 기준) 등 대체로 증가 추세를 이어오다 올 들어 폭증해 2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부터 1955년생 70만 명을 시작으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정년퇴직에 내몰리고 있는 현상과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부업을 하는 사람들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과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부업 비중이 높았다. 직장에서 밀려난 65세 이상 연령층이 소득 불안에 시달리며, 취업시장에서 단기 임시직 알바 자리까지 전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1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갈수록 더 많은 고령층이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55~79세 인구 1476만6000명 가운데 앞으로도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68.1%(1005만9000명)로 지난해 조사보다 0.7%포인트 늘었다. 이는 지금 일을 하고 있으면서 장래에도 일하기를 원하거나 지금은 일이 없지만 앞으로는 일하고 싶다고 희망한 사람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고령층 인구가 매년 늘어나면서 생산연령인구와 단시간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 내국인 인구 5013만3000명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처음으로 800만명을 돌파하며 전체 인구의 16.4%를 차지했다. 1년 전 비중 15.5%보다 0.9%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2030년이 되기 전에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 2021-08-03 10:58
-
- 코로나 걸린 고령층 60% 인지장애 경험…치매 빨라질 수도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고령층에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인지기능 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은다. 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6일부터 미국 덴버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 2021)에서 소개된 3개 연구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고령층에게 지속적인 인지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60세 이상 코로나 환자 60% 인지장애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진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60세 이상 고령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인지 능력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 대상자 중 60%가 인지장애를 겪었다. 특히 환자들 중 3분의 1가량은 증상이 심각했다. 또 인지장애를 겪은 환자들은 코로나19 중증도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아픈 증상과 관계없이 단지 감염됐다는 사실만으로 인지장애를 겪었다”며 “고령 환자들이 매우 가벼운 코로나19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인지장애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인한 인지능력 변화가 영구적인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3년 뒤에 재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완치 2개월 후에도 인지기능 떨어져 그리스 테살리아대학교 연구진은 퇴원 후 2개월이 지난 코로나19 고령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지기능 장애 발생 여부를 관찰했다. 관찰 대상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1세로 퇴원 2개월 후 인지기능 저하를 경험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지기능 저하는 환자들이 보인 호흡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에도 뇌 전문 의료진에게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환자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의료 제공자들이 인지장애를 코로나19 후유증의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며 “내과 또는 호흡기 내과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선별해 진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혈액 내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베타아밀로이드 증가 미국 뉴욕대학교 연구진은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평균 69세 고령 환자 310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이 중 158명은 건망증과 어지럼증 같은 신경계 증상을 경험했다. 가장 흔한 신경학적 증상은 독성 대사성 뇌병증(TME)이었다. 혈액분석 결과 TME 증상을 겪은 확진자들에게서 알츠하이머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타우(tau) 단백질이나 베타아밀로이드(βA)가 더 많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들이 겪는 생물학적 변화가 알츠하이머와 기타 뇌질환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환자들은 알츠하이머 증상과 발생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협회의 의학 및 과학 부문 부회장인 헤더 M. 스나이더(Heather M. Snyder) 박사는 "이러한 새로운 데이터는 코로나19 감염이 지속해서 인지기능을 손상하고 알츠하이머 증상마저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불안한 추세를 암시한다"며 "우리는 코로나가 우리 신체와 뇌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연구 결과에 우려를 나타냈다. 중요한 연구 결과임에는 틀림없지만 코로나19와 알츠하이머 또는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 간 연관 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리처드 아이작슨 미국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알츠하이머 예방클리닉 원장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단순포진도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뇌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환자들의 기저 상태가 알려지지 않아 코로나19가 이들의 알츠하이머 증상을 가속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환자들이 이미 알츠하이머 지표가 있었다면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그 정도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 2021-08-03 10:51
-
- 은퇴한 아버지는 왜 하루 ‘십 리’씩 달리게 됐을까?
- 언제나 아빠가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달리기를 시작하고부터. 기억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봄, 저는 고향인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힐링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홍천군국민체육센터를 기점으로 산악 임도를 왕복하는 코스였는데, 그때 출발지에 계셨던 아빠는 제가 임도를 빠져나와 도로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반대편에서 제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만나자 다시 방향을 바꿔 저와 함께 골인 지점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셨습니다. 그 기억이 참 강렬했는지 아빠가 달리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 후로 아빠의 달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머릿속의 아빠는 거의 양복 차림을 하고 계셨고, 그 모습으로 앉아 계시거나 서 계실 뿐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빠는 무려 40여 년을 우체국에서 일하셨거든요. 취미로 이따금 특이한 나무나 돌을 방 한구석에 모으시기도 했지만, 그럴 때조차 아빠는 양복 차림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 아빠가 양복이 아닌 추리닝을 입고 계신 모습을 자주 보기 시작한 건 아빠가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였습니다.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하루 9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냈던 아빠는 갈 곳을 잃고부터 휴대폰에 만보기 앱을 깔고 집 근처 강변을 천천히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정신없이 걷고 걸었습니다. 그래봤자 하루 만 보였지만, 이전의 아빠를 아는 저로서 이러한 변화는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심지어 아빠는 며칠 뒤 담배도 끊으셨습니다. 출퇴근을 하기 위해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운동, 아니 활동의 전부였던 아빠가 하루 만 보씩 걷기 시작한 것은 공허함을 달래고 채우기 위해서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걷느냐’는 물음에 아빠는 ‘하루 만 보씩 걷지 않으면 내 인생이 망할 것 같다’고 농담 섞인 대답을 돌려주셨습니다. 한때 모든 것이었던 세계에서 자신만 쏙 빠져나온 느낌이었을 겁니다.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아빠는 몸을 움직이는 일의 뿌듯함을 아는 사람이 됐습니다. 최소 ‘걷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됐습니다. ‘하루 만 보씩 걷지 않으면 내 인생이 망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던 아빠. 아빠가 만 보씩 걷는 것을 넘어 저처럼 달리길 바라는 마음에 평소 아빠 앞에서 건강, 무병장수, 힐링, 다이어트, 상쾌한 컨디션, 삶의 질 등 달리기가 주는 좋은 점에 대해 거듭해서 떠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그때까지도 절대 달리지 않았습니다. 하루 만 보씩 걷는 것만으로 아빠는 인생의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거리를 더 걸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달릴 필요성은 더더욱 느끼지 못하셨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달리는 것이 걷는 것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떤 중대한 계기가 있지 않고서 하루아침에 달리는 것 또한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당위성을 부여하는 수밖에! 다급했던 저는 아빠에게 어느 날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회사에서 가족과 함께 달리고 인증을 해야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같이 달릴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집에는 아빠밖에 없으니 저와 같이 딱 3km만 달리자고. 일종의 책임감,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안겨드린 셈이죠. ‘하얀 거짓말’이랄까요? 어찌됐든 더 늦기 전에 아빠가 하루빨리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일단 딱 한 번만 달리면 계속해서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저의 제안에 아빠는 한참을 침묵하셨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정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부정하지 않음’이 곧 ‘긍정’이라는 것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속한 날이 다가왔습니다. ABC마트에서 미리 구입한 255m의 아식스 러닝화를 아빠에게 건네드렸습니다. ‘딸을 위해서 무조건 뛰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빠는 저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함께 달렸습니다. 만보기 앱을 켜고 집 앞 강변을. 미리 앞서 달려가 사진을 찍는 저를 의식하셨는지 아빠는 처음부터 무척 빠르게 달렸습니다. 그 모습이 조금은 ‘러너’ 같아서 저도 모르게 ‘아빠 러너 같다!’ 하고 크게 외쳤습니다. 그 소리가 싫지 않으셨는지 아빠는 더 빠르게 무리하며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며 쌕쌕거리더니 멈춰버리셨습니다. 800m 지점이었습니다. 초보 러너를 3km 연속해 달리게 하려 했다니. 아빠의 표정을 보는 순간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800m까지 뛰었으니 800m는 걷고, 다시 800m를 뛰자고. 1.6km, ‘1mile 달리기’로. 마침 다리 아래였습니다. 집에서 목적한 곳까지 두 개의 다리가 있는데, 첫 번째 다리인 이 다리까지 달렸으니 두 번째 다리까지는 걷고, 그 다리에서 되돌아 다시 첫 번째 다리까지 달리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집까지 걸어가자고. 800m의 여유를 얻은 아빠는 그사이 바쁘게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800m에 다다르자 방향을 바꿔 다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는 처음보다 훨씬 느려졌고 자세도 엉성해졌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저는 왠지 아빠가 ‘달리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을 벗어나 800m를 달리고, 800m를 걷고, 되돌아 800m를 달리고, 800m를 걸어 휘청휘청 집으로 되돌아오는 이 짧고 고된 여정이 앞으로 아빠에게 좀 더 나은 인생을 사는 듯한 기분을 주기를 바랐습니다. 이날의 달리기가 어땠는지 궁금했지만 바로 여쭙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아빠에게 ‘뭐하시냐’고 짧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1시간 뒤 도착한 답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아빠 달리고 왔어!’ 이것이 지난 1월의 일입니다. 그리고 어느 해보다 무덥게만 여겨지는 여름의 한복판을 건너고 있는데도 아빠는 멈추지 않고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해와 함께 일어나 여전히 달립니다. 1.6km에서 시작해 2km, 3km, 이제는 하루 4km 넘게 달립니다. 물론 한 번에 모든 거리를 달리지는 않아요. 이를테면 2km 뛰고, 조금 걸으며 숨을 돌리고, 다시 2km 뛰는 식으로 나눠 달립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거리가 아니니까요. 일단 이불 밖을 나와, 러닝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하루 4km 가까이 늘어난 자신의 달리기에 대해 아빠는 ‘십 리 달리기’라고 명명해 부르십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달리냐’는 물음에 아빠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하루 십 리씩 달리지 않으면 내 인생이 망할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는 달리고 나면 몸도 기분도 개운하고, 그리고 어쩌면 ‘총각 시절 몸무게’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코로나19 시대가 과거의 기억이 되고, 내년 봄에는 꼭 아빠와 ‘힐링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제가 이 지면을 통해 아빠의 ‘십 리 달리기’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일평생 달린 적 없는 누구라도, 마음만 있다면 달릴 수 있다는 증언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일단 나가서 800m, 아니 100m만 뛰어보세요, 그럼 알게 되실 거예요.
- 2021-08-01 14:44
-
- 폭염도 잊게 만드는 8월 문화 소식
- ● Exhibition ◇요시고 사진전 일정 12월 5일까지 장소 그라운드시소 서촌 코발트빛 바다와 그 위를 헤엄치는 관광객, 알록달록한 파라솔. 전시장에 걸린 사진들은 잊고 있던 어느 여름날의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휴양지의 찬란한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낸 요시고의 전시가 국내 관객을 찾았다. 요시고는 스페인 출신 포토그래퍼 겸 디자이너로 본명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다. 유명 IT 매거진 ‘와이어드’와 베네통 매거진 ‘컬러스’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재는 ‘킨포크’, ‘비트라’ 등 글로벌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중해부터 마이애미, 두바이, 부다페스트 등 세계 여러 여행지를 기록한 35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대칭적 구도와 기하학적 기법 등 작가만의 표현 방식이 두드러지는 ‘건축’ 섹션을 시작으로 미국, 아랍에미리트 등 사막의 풍광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섹션을 거쳐 해변과 바다, 관광객의 모습을 담은 ‘풍경’ 섹션으로 마무리된다. 작가가 작품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해,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함께 거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방문객이 많고 대기 시간이 길어, 여유롭게 관람하고 싶다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윌리엄 웨그만 : 비잉 휴먼 일정 9월 26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개념미술의 선구자 윌리엄 웨그만의 전시가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네덜란드를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윌리엄 웨그만은 화가의 그림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1970년대 미국 사진계의 보수적인 관행을 깨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드러내며 사진 예술을 주류로 끌어내는 데 이바지한 예술가다. 특히 그는 자신의 반려견 ‘만 레이’를 의인화해 인간 사회를 풍자하고 내러티브를 시각화하는 사진 작업을 발표했다. 촬영 즉시 인화되는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활용해 후보정 없이 반려견과의 교감만으로 즉석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 ‘캐주얼’, ‘키’를 비롯해 희소성 높은 대형 폴라로이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여 점의 작품을 망라한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선보인 작품 외에 50점 이상이 국내에 처음 공개되며, 디올, 입생로랑, 마크제이콥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작도 선보인다. 반려견을 모델로 삼아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한 윌리엄 웨그만의 이번 전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친 현대인에게 웃음을, 반려동물 가구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 (하세가와 가즈오 외 공저·라이팅하우스) 평소와 달리 기억이 흐릿할 때 떠올려보는 질문이 있다. ‘100에서 7을 빼보세요.’ ‘하세가와 척도’의 문항 중 하나로, 치매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인지 기능 검사법이다. 이 척도를 만든 하세가와 박사는 평생 수천 명의 치매 환자를 돌본 치매 의료계 1인자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치매에 걸렸다. 그의 나이 88세의 일이다. 신뢰받던 의사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된 그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마지막까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치매 연구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듬해 치매에 걸린 사실을 공표하고, NHK 방송국과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 이 책은 그 기록의 결과물이다. 50년 넘게 치매를 연구했지만, 그는 환자가 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치매에 걸렸다고 24시간 비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 기억력은 흐릿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그렇기에 주변인이 치매 환자를 삶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대신 “나는 치매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남긴 2년간의 투병 기록은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기에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불안은 줄어들고 희망은 커진다. 치매를 절망적인 질환으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의 단단한 태도 덕분이다. 의사와 환자의 기로에 선 그의 이야기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치매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억을 잃어도 삶은 계속될 수 있다는 단서와 희망을 보여준다. ◇빨리 은퇴하라 (최승영 저·이은북) 은퇴를 앞둔 이들을 위한 진로탐색서. 단순히 불안한 마음을 잡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점점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김영미 저·혜윰터) 노화로 우울감을 느끼던 저자가 환갑의 나이에 자전거 라이더가 된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적 사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전국 자전거길을 섭렵한 저자의 도전이 짜릿한 설렘을 선사한다. ◇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 (로라 엘 마키 외 공저·뮤진트리)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인생 철학을 그가 남긴 희대의 명작들로 살펴본다. 평생 민중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정의를 향해 나아갔던 위고의 삶이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전한다. ● Stage ◇엑스칼리버 일정 8월 17일~11월 7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권은아 출연 김준수, 이지훈, 신영숙, 민영기, 최서연, 이상준 등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2년 만에 재연을 올린다. ‘엑스칼리버’는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영웅 서사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시골 청년 ‘아더’가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사들의 틈에 끼지도 못했던 평범한 인물이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이 벅찬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서양 신화 속 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국내 관객의 정서를 반영해 초연 당시 서사를 대폭 수정했으며, 아더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 또한 초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물, 불, 연기를 비롯한 특수 효과와 샤머니즘적인 퍼포먼스, 신비로운 영상 등 다양한 시청각적 장치로 마법과 마술이 공존하던 시대의 배경을 극대화해 몰입감을 더할 예정이다. ◇분장실 일정 8월 7일~9월 12일 장소 대학로 자유극장 연출 신경수 출연 배종옥, 서이숙, 정재은, 황영희 등 일본 현대 연극의 거장 시미즈 쿠니오의 대표작으로, 연극 ‘갈매기’가 공연 중인 어느 극장의 무대 뒤편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네 여배우가 ‘맥베스’, ‘세 자매’ 등 고전의 명장면을 연기하며 무대를 향한 열정과 삶에 대한 회한을 풀어낸다. 배종옥, 서이숙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표현하는 진짜 ‘배우 연기’가 완성도를 더한다. ◇광화문연가 일정 ~9월 5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윤도현, 엄기준, 강필석,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 등 이지나 연출, 고선웅 작가, 김성수 음악감독 등 최고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2017년 처음 선보인 창작 뮤지컬로, 죽음을 눈앞에 둔 ‘명우’가 미스터리한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와 함께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을 토대로 해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등 1980~90년대를 장악한 음악이 옛 시절의 추억을 깨운다.
- 2021-08-01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