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입력 2025-09-12 07:00

[Monthly Issue] 치매 의심될 때 해서는 안 될 행동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12월까지 치매 관련 기사를 연재합니다.



치매는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닙니다. 익숙한 표정이 낯설어지고, 평생 해오던 일이 서툴어지며, 성격이 예기치 않게 변하는 순간이 쌓여 조용히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나 그 변화를 처음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치매 케어’에 관한 궁금증에 답합니다.

실제 가족들의 절절한 경험담과 함께, 초기 신호를 발견하는 법부터 환자와의 대화, 가족의 마음 관리까지. 치매와 마주한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사례1

제 남편은 평생을 약사로 일했고, 기억력 하나는 정말 자신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교회나 상점에 우산이나 작은 물건들을 두고 오는 일이 잦아졌어요. 그땐 그냥 ‘80대면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고 넘겼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간 남편이 빈손으로 돌아왔어요. “찾긴 했는데 어딘가에 두고 왔나 봐”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더군요. 다행히 그날 은행 이용자가 많지 않아서 고스란히 돈을 찾았지만, 가슴이 철렁했어요. 몇 달 뒤 미국에 살고 있는 딸을 만나러 갔는데, 딸이 “아버지 모시고 병원에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아”라고 하더군요.


#사례2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 온 아내는 정 많고 요리를 참 잘하던 사람이었어요. 손주들도 “할머니 요리는 항상 최고”라고 말하곤 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음식을 하지 않으려고 하더군요. 장 보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자꾸 미루기만 했어요. 처음에는 아내도 70세가 넘어서 요리하는 것이 힘든가 보다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기분 전환을 하려고 오랜만에 함께 시장에 갔는데, 아내가 어떤 재료를 사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고, 물건값 계산조차 제대로 못 하는 겁니다.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사례3

남편은 평소에 말수가 적고 참 온화한 성격이었어요.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장사를 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살았죠. 특히 욕설을 하거나 상스러운 말을 하는 걸 굉장히 싫어했어요. 그런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외출하고 돌아온 남편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거예요. 갑자기 엄청 화를 내면서요. ‘이 사람이 40년을 함께 산 내 남편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었어요. 우리 집에 찾아온 아들에게도 온갖 욕을 퍼부었어요. 다음 날 아들이 “치매안심센터에 가보라”고 하더군요.


#사례4

남편은 퇴직한 의대 교수였습니다. 명확하고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죠. 우리 부부는 해마다 옷과 물건을 정리해 기부했습니다. 일종의 연례행사였습니다. 그날도 하루 종일 옷장을 정리하고 기부할 옷을 골라 가방에 넣고 현관 옆에 두었습니다. 잠시 장을 보고 돌아오니 가방이 사라진 거예요. ‘혹시 누가 잘못 가져갔나’ 걱정하면서 집 안을 뒤지다가 붙박이장 문을 열고는 깜짝 놀랐어요. 가방에 담아뒀던 옷들이 전혀 정리되지 않은 채 옷장 속에 마구잡이로 쑤셔 박혀 있었어요. 평소의 남편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이처럼 치매의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다르긴 하지만 익숙하게 하던 일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성격이 급격하게 변하거나, 과거와는 다른 낯선 말과 행동을 한다면 일종의 신호음이 울리는 것입니다. 혹시 이런 변화를 감지했다면 당황하지 마세요. 다음 두 가지를 떠올리고 신중하게 행동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말해줄 때 ‘나이 들면 다 그래’ 하면서 반박하거나 흘려듣지 마세요.

초기 증상을 먼저 발견하는 사람은 함께 지내는 배우자나 자녀보다 따로 사는 며느리, 자녀, 형제, 동네 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분들이 용기 내어 뭔가 달라졌다고 말해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세요. 치매를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둘째 치매가 의심된다고 “당신은 치매에 걸린 것 같으니 병원에 가자”고 다그치지 마세요.

불안과 불신이 커져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치매 진단은 가족이 아닌 의료진을 통해 들어야 합니다. 건강검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밝혀지는 것이 좋습니다. 60세 이상 되면 함께 건강검진을 받는 가족의 전통을 만드세요. 막상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우울증이나 다른 질환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당신을 위해, 당신이 걱정하는 그분을 위해,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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