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0-74세 어르신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A to Z ②
- 코로나19 백신 예약 접종을 어려워하는 어르신을 위해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백신 예약부터 접종까지 각 단계에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서 소개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이재현 연세대 알레르기내과 교수 등 관련 전문가와 질병관리청 관계자들이 참여해 작성된 자료를 토대로 구성했다. *‘60-74세 어르신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A to Z ①’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Q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만 맞을 순 없나? 국내에서 접종에 쓰이고 있는 백신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대부분은 2회 접종 백신이고, 얀센(존슨앤존슨)만 1회 접종 백신이다. 그런데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국내에 수급되는 백신 상황에 따라 백신을 분배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접종자가 백신을 선택할 수는 없다. Q 알레르기가 있는데 접종해도 괜찮은가? 음식 알레르기 같이 약한 알레르기라면 백신을 접종해도 괜찮다. 하지만 아나팔락시스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 이력을 갖고 있다면 접종을 하면 안 된다. 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보인 경우라면 역시 의사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나 관련 성분, 폴리소베이트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 발생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접종을 금지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폴리소베이트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 발생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접종을 금지한다. Q 예방 접종 후 부작용(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발생 가능한 부작용은 국소반응으로 접종부위 통증이나 부기, 발적 등이다. 전신반응으로 발열과 피로감, 두통, 근육통,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부작용은 대부분 3일 이내에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접종 후 3일까지는 부작용이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꼭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람과 함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방 접종 후 바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중 대표적인 것이 아나필락시스다. 이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후 접종장소에서 15분에서 30분 정도 관찰하면 거의 90% 이상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길어도 1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접종장소에서 바로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접종부위 통증이나 발열, 근육통 같은 경증 부작용은 빠르면 4-5시간부터 늦으면 하루가 지나서도 나타난다. 경증 이상 반응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1회 접종이 2회 접종보다 더 강하게 나타나고, 화이자 백신에서는 2회 접종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경증 이상 반응은 젊을수록 더 자주 나타나는데 60세 이상은 부작용이 매우 적은 편이다. 지난 9일 0시까지 60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중에서 부작용 등 이상 반응을 보인 비율은 0.2%로 나머지 99.8%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상 반응을 보인 신고 사례 중에서 92% 이상이 발열과 근육통 같은 일반적인 경우로 분석됐다. 반면 30-59세는 0.7%, 18-29세는 2.9%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경증증상도 대부분 48시간 정도가 지나면 사라진다. 48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더 심해진다면 접종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연락해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또 48시간 이후에 두통이 더 심해지거나 시야장애, 가슴이 답답한 흉통 증상 같은 것이 이어지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게 좋다. 또 접종 후 39도 이상의 고열이나 두드러기나 발진, 얼굴이나 손 부기 등 알레르기 반응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일상 생활을 방해하는 수준이라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혹시라도 아나필락시스 같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뒤늦게 나타나면 바로 119로 연락하거나 가까운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Q 부작용(이상반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부작용이 발열이나 근육통, 접종부위 이상반응이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참을 수 있는 증상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해열진통제 같은 약물을 복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별 문제가 없이 나아진다. 심각한 부작용으로 알려진 아나필락시스는 보통 일찍 확인이 돼 조치가 가능하다. 에피네프린 같은 약물을 바로 투여해 호흡기를 잘 보조하면 대부분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다.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거나 드물게 나타나는 특이한 부작용은 면역글로불린이나 스테로이드, 다양한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미리 접종 전에 상담을 충분히 하고, 접종 후에 의료진 도움을 받아 치료하면 된다. Q 백신 부작용으로 치료비가 발생한다면? 혹시라도 발생할 사고에 대해서 정부에서 보상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인과성이 확인되면 예방접종 피해 국가보상제도에 따라 치료비 등을 보상한다. 또 인과성이 불충분할 때도 우선 중증 환자에게 1인당 1000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한다.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소득 수준에 따라 긴급복지와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Q 접종 후 얼마가 지나야 백신 효과가? 코로나19 백신 효과는 백신을 1회 접종을 하더라도 2주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완전한 예방효과는 코로나19 백신을 2회 접종한 뒤 2주 정도가 지나야 가능한다. 따라서 예방 접종을 1회했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2회 접종 후 2주까지는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물론 2회 접종했다고 해도 감염예방효과가 100%는 아니다. 5월초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에서 1~3월 동안 연구된 논문을 바탕으로 분석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예방효과가 94%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해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79%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예방 접종을 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이보다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3월말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진은 2월 26일부터 3월 25일까지 약 1달간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자 76만3618명과 접종을 받지 않은 일반인 사이의 코로나19 발생률을 비교했더니 1차 접종으로 예방 효과 8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Q ‘코로나19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알레르기 약을 먼저 복용하고 주사를 맞으면 덜 아프고 부작용도 없다’ 사실인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백신이 치매를 유발하려면 신경세포나 뇌에 영향을 계속 줘야 하는데, 백신은 이 정도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이 신경세포나 뇌에 영향을 끼친다는 근거가 없다. 알레르기 약을 먼저 먹고 주사를 맞는다고 덜 아픈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지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누군가가 주사를 맞았을 때 알레르기가 일어날지, 아닐지 모른다. 즉 약을 먹는 게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다만 맞은 부위가 두드러기 같은 과민반응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을 때 항히스타민제가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럴 때는 부작용이 나타난 뒤에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사가 처방해 주는대로 대처하면 된다. 발생하지 않을지 모르는 부작용을 생각해 미리 약을 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Q 백신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나?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생백신이 아니다. 따라서 예방 접종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는 없다. 또 접종 관련 증상으로 기침과 후각 또는 미각 손실은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것은 접종 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항체가 생기기 전에 감염된 것으로 봐야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Q 예방 접종 후에 마스크를 벗어도 되나?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백신을 맞아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접종하고 난 다음에도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같은 개인위생 관리와 방역수칙 계속 지켜야 한다. 정부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종료됐다고 발표하거나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대한 추가 정보를 통해 마스크 착용 정책을 바꿀 때까지는 계속 착용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 2021-05-21 19:08
-
- 손주를 위한 유산, 증여와 자서전
- 앞길이 구만리인 청년 세대의 화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할 수 있지만, 인생의 종착점이 다가온 시니어의 화두는 ‘어떻게 남길 것인가?’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유·무형 자산에 해당하는 증여와 자서전에 대해 살펴본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중소기업의 사장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성공한 사업가로 거듭난 김증여 씨. 최근에는 손주 돌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고 있다. 귀여운 손주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재산을 증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른바 세대 생략 증여를 결심했다. 세대 생략 증여는 절세 효과도 뛰어나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국내 자산가들은 자산 이전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의 증여와 상속으로 자산을 이전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63.6%였다. 과반수가 동의하고 있었다. 이러한 원인은 그들도 윗세대로부터 받은 재산으로 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증여와 상속은 부의 원천 중 하나였다. 실제로 50억 원 이상 부자의 23.7%는 상속과 증여를 부의 원천으로 꼽기도 했다. 다만 상속의 대상이 점차 변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0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상속 및 증여 1순위 대상은 자녀였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10년 전과 비교해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생겼다. 2011년까지만 해도 손주는 상속과 증여 비중에서 9.2%에 불과했는데, 2020년 기준 약 3배 이상 증가하며 31.8%를 기록했다. 특히 50억 원 이상 부자의 경우 10년 전과 비교하여 상속과 증여 대상에서 자녀 비중이 6.3% 감소했으나, 손주의 비중은 23.8% 증가했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여전히 자녀의 비중이 높지만, 손주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세대 생략 증여의 절세 효과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자녀 세대를 건너뛰고 미성년 손주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세대 생략 증여도 늘고 있다. 지난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부모에서 미성년자 손주에게 증여된 재산 총액은 2015년 3054억 원에서 2018년 7117억 원으로 3년 만에 133% 급증했다. 1건당 평균 증여액도 1억5693만 원에서 1억7886만 원으로 늘었다. 특히 부동산을 통한 손주 증여액은 2015년 1296억 원에서 2018년 3653억 원으로 182%나 뛰었다. 실제로 지난해 국세청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직계존비속 증여 재산 가액이 30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세대 생략 증여로 절세 증여세의 세율은 금액에 따라 5단계 구조로 나뉜다. 해당 구간의 초과 금액만큼 최소 10%에서 최대 50%까지 세율이 매겨진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경우에는 10%에 해당하는 1000만 원을 증여세로 내면 된다. 하지만 3억 원이라면 계산이 달라진다. 1억 원일 경우 내야 하는 1000만 원과 더불어 1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인 2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4000만 원을 합해 총 5000만 원을 증여세로 낸다. 세대 생략 증여는 최소 30%에서 최대 40%까지 가산된다. 법규상 손주에게 증여할 경우 기본적으로 30%가 가산된다. 미성년 손주에게 20억 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증여할 경우 40%를 가산한다. 다만 아들이 사망한 후 손주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대 생략 증여의 절세 효과는 아예 없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순차적으로 증여를 한다고 가정하면 조부모는 자녀에게 한 번, 자녀는 손주에게 한 번 해서 총 두 번의 세금을 낸다. 반면 세대 생략 증여는 손주에게 증여하면서 세금을 한 번만 내면 된다. 예를 들어 조부모가 1억 원의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10%의 증여세를 내고, 자녀가 그 재산을 손주에게 물려주면 다시 10%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총 20%에 해당하는 2000만 원의 증여세를 내는 것이다. 반면 조부모가 손주에게 1억 원을 증여하면 할증 과세로 30%가 붙더라도 총 1300만 원의 증여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확실히 절세 효과가 있다. 또한 세대 생략 증여는 상속세를 줄인다. 상속세는 사망 당시 남긴 재산의 가액에 따라 세금이 결정된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증여를 통해 사망 후 남길 재산을 줄이는 것이 낫다. 다만 법에서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가액이 있거나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 가액이 있는 경우에는 과세 가액에 가산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결국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살아야 가산을 피할 수 있고, 손주에게 증여하는 경우는 5년 이상 살아야 과세 가액에서 배제된다. 황혜린 NH투자증권 세무사는 “세대 생략 증여는 할증 과세를 내야 하지만, 상속세를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시니어는 자서전을 남긴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서 주인공은 천국의 중간역 ‘림보’에서 일하는 PD다. 그의 역할은 천국으로 가기 전 각자가 가진 소중한 기억을 선택하게 도와주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첫사랑과의 만남, 디즈니랜드에 처음 간 일, 어린 시절 오빠 앞에서 춤을 멋지게 춘 일 등 각자가 추억하는 삶의 명장면이 달랐다. 물론 택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영화에서는 영상으로 표현했지만, 이를 글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바로 자서전이다. 자서전은 살아온 시간 중 삶의 순간을 선택하고 조립하여 만든 결과물이다. 일상 속 순간을 매일 기록하는 것이 일기라면, 자서전은 한 인간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삶의 기록이다. 현시대에 유행처럼 일어난 현상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자서전에 대한 갈망은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다. 서양에서 이러한 일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예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나 몽테뉴 백작의 ‘수상록’ 등이 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명예로운 일을 한 위인들만 자서전을 쓸 수 있는 걸까? 그것은 아니다.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지나간 시절의 행복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글쓰기는 다른 것에 비해 준비물이 간소하다. 펜과 그 펜을 쥘 힘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지난 시절의 추억과 생각을 정리하는 동시에 알맞은 단어와 문장으로 편집해서 그럴듯한 글로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에 큰 각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시니어들은 어떤 마음으로 자서전을 쓰고 있을까? 지난해 코로나19가 불어닥친 악조건 속에서도 서대문구청이 진행한 ‘행복 타임머신’ 사업에 참여하여 자서전을 쓴 시니어들이 있었다. 올해 4년 차에 접어든 해당 과정은 대학생과 함께 자서전을 써나가는 수업인 동시에 시니어에게는 학교나 다름없었다. 아름다운 종착을 위한 선택 코로나19 이전에는 함께 교외로 나들이를 나가고, 대학교 내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등 대학생과 비슷한 생활을 했다. 실제로 참여했던 분 중에 주위 지인에게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는 분도 있었다고 한다. 수업을 통해 글쓰기 이론을 배우며 실제로 써보기도 하고, 자신의 글을 남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저마다의 고달픈 사연으로 인해 발표 시간은 늘 울음바다였다고 한다. 그렇게 대학생과 함께 적어나간 삶의 얘기들은 ‘안산자락에 살으리랏다’라는 제목을 달고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수업에 참여했고, 수업은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참여 동기는 대부분 비슷했다. 삶의 순간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았던 차에 주위의 권유와 안내 책자를 보고 호기심에 도전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자서전 쓰기는 그들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업 이후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이정표가 생겼다. 수업에 참여한 이상각(75) 씨는 “가끔 수업에서 시 낭송을 했는데, 그 시간이 되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라고 말하며 “자서전 쓰기는 마음가짐을 정돈하는 동시에 나의 소중함을 알려줬다”라고 밝혔다. 엄신자(78) 씨는 “자서전 수업을 통해서 낭비와 후회가 없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라고 밝히며 “글쓰기에 관심이 생겨서 틈틈이 글을 적고 있는데, 나중에 이를 바탕으로 산문집을 한 권 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자서전 쓰기 수업을 진행한 이성림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명예교수는 “자서전은 이제껏 살아온 나날을 정리하는 동시에 내 삶의 정체성을 기록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자서전 쓰기는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인 동시에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마주하는 일이다.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신 분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만큼 각자의 얘기에 공감하고, 서로를 다독였다”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자서전은 후손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서전 수업에 참여한 김옥원(85) 씨는 “내 삶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자서전이 훗날 손주들의 삶에 보탬이 되는 밀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쓴 자서전에 내용을 덧붙여 USB 형태로 손주에게 물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순철 한국기록연구소 대표는 “자서전은 책이 아니라 살아온 이야기다”라고 말하며 “노인들은 자서전을 통해 이야기를 건네면서 자기위로를 할 수 있고, 새로운 세대에게는 그들을 이해하는 미디어다”라고 설명했다.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는 동시에 다음 세대와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멋진 마무리가 있을까? 자서전은 아름다운 종착을 위한 멋진 선택일지도 모른다.
- 2021-05-18 19:09
-
- 시니어의 전원생활을 위한 맹지탈출과 지목변경
- 직장 생활을 정리한 후 노후를 준비하는 시니어 중에는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을 택한 이도 많다. 하지만 몸만 갈 수는 없는 법. 귀농과 귀촌이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주거 공간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시골에서 전원주택 건축 시 알아두면 좋은 맹지와 지목변경(地目變更)에 관해 알아보자. 은퇴를 앞둔 김토지 씨는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에서 노후를 보내려고 마음먹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농지를 상속받았다. 그 땅을 둘러보니 근처의 풍광도 괜찮고 무엇보다 땅 옆에 도로가 나 있어서 출입이 용이했다. 그곳에 전원주택을 짓기 전에 지적도를 살펴봤더니 도로가 없는 땅이었다. 위 사례에서 알아야 할 개념이 바로 맹지(盲地)와 현황도로다. 김 씨의 농지는 지적도에서 맹지로 본다. 맹지는 도로와 접하지 않은 토지를 말한다. 다만 위의 농지는 일반적인 맹지와 달리 현황도로와 접하고 있다. 현황도로는 지적도에는 도로로 표기되지 않지만,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도로를 뜻한다. 김 씨가 농지에서 본 길은 현황도로였다. 건축법에 따르면 건축 시 주의해야 하는 두 가지가 접도(接道)와 도로의 너비다. 건축법상 건축물은 대지의 2m 이상이 도로에 접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건축법상 ‘도로’는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하고, 너비가 4m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예외 규정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형적 조건으로 인해 도로의 설치가 어렵다고 인정하여 그 위치를 지정 및 공고한 구간은 너비가 3m만 넘어도 괜찮다. 아울러 길이가 10m 미만인 막다른 도로는 너비가 2m 이상이면 된다. 그렇다면 위 사례와 같이 현황도로가 인접한 맹지에 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황도로를 일반 도로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우선 현황도로의 소유자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을 받아야 한다. 건축법 제45조에 따르면 허가권자(지자체장)는 이해관계인(토지 소유자)으로부터 동의를 얻어야만 도로의 지정 및 공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서 진입도로를 만들면 맹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종철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맹지에서 벗어나려면 현황도로의 소유자로부터 사용 승낙을 얻거나, 해당 토지를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지로 지목변경 맹지에 진입도로를 설치했다고 가정했을 때 바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집을 짓기 전에 미리 지목과 용도지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목은 토지의 주된 용도에 따라 토지의 종류를 구분하여 지적공부에 등록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목이 전·답인 곳에 건축물을 지으면 불법이며, 원상복구 조치를 하고 과태료 같은 벌금을 내야 한다. 용도지역에 관하여 전 교수는 “용도지역 중 농림지역은 주택 건축 시 농업인의 자격 요건이 필요하고, 자연환경보전지역은 주택 허가가 까다롭다. 상대적으로 관리지역은 허가가 수월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농지를 대지로 바꿔서 집을 지으려면 토지 형질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한다. 농지의 경우 개발행위허가 시 농지 개량 외의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농지전용(轉用)허가를 받아야 하며,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르면 지목변경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지적소관청에 신청해야 한다. 토지 전문가는 “농지전용허가는 일반적으로 개발행위허가 신청 시 일괄 의제 처리된다. 이후 형질변경을 하고 건축 후 지목변경을 신청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토지의 지목을 사실상 변경한 경우에는 그로 인해 증가한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취득세 등을 신고 및 납부한다. 토지의 지목변경으로 인해 증가한 가액은 토지의 지목이 사실상 변경된 때를 기준으로 하여 지목변경 전 시가표준액과 지목변경 후 시가표준액의 차액으로 한다. 아울러 농지전용허가를 받은 자는 농지보전부담금을 내야 한다.
- 2021-05-18 19:09
-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여자를 매혹하는 남자
- 최근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따라서 유행이다. 그런데 성만 한 인문학이 또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고, 종족을 남기고, 늙고 죽어가는 이야기는 다 성에 있다. 성을 한자로는 ‘性’이라 표기하는데 어찌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찾았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성은 그 사람의 본성을 뜻한다. ‘배정원의 성 인문학’은 역사, 예술, 사회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성을 재미있게 풀어볼 것이다. “저런 남자가 현실에 있을까요?” “그레이 같은 남자라면 SM도 두렵지 않아요. 저런 남자랑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몇 년 전 ‘여성용 포르노’라 불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은 여성 독자들의 후기다. 이 책은 처음에는 SM(사도마조히즘)을 그린 이야기로 소개되었고, 언론은 SM에 끌린 여성 독자들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이 소설에 끌린 진짜 이유는 SM이라는 파격적인 성행위가 아니라, 여성의 성 심리를 꿰뚫는 그레이라는 남자 때문이다. 이 소설은 아나스타샤라는 평범하고 순진한 여대생이 억만장자인데다 젊고 머리도 좋으며, 게다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미남인 사업가 그레이의 프러포즈를 받아 그야말로 신데렐라가 되는 이야기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 그레이는 그저 돈이 많은 평범한 재벌이 아니라 머리가 비상하게 좋으며 여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밀당’의 천재다. ‘진토닉’을 주문할 때도 그레이는 그냥 평범한 진토닉이 아니라 “헨드릭스나 봄베이 사파이어로. 헨드릭스에는 오이를, 봄베이에는 라임을 넣어달라”는 특별한 주문을 한다. 마치 007 제임스 본드가 칵테일을 주문할 때마다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Sha ken, not stirred)”라고 말하면서 독특한 취향을 과시하는 것처럼. 여자들은 지루하고 평범한 착한 남자보다는 자기를 쥐락펴락하는 나쁜 남자에게 더 끌리는 약점이 있다. 이런 여자들의 약점을 파고든 남자가 바로 그레이다. 소설 속 아나스타샤는 평범한 여대생 같지만 사실은 이 시대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자다. 우선 그녀는 대학 졸업반이 되도록 남자와의 성 경험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키스 경험조차 없는 ‘순진무구’한 여자다. 게다가 요즘 여자답지 않게 ‘테스’를 좋아하기까지! 아나스타샤의 처녀지 같은 성적 경험은 오로지 그레이에 의해서 개척(?)되고 개발되어간다. 이제까지 많은 여자들과 환락의 성 경험을 해왔던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와의 관계에서 예외가 많아질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아나스타샤가 그에 의해 고지가 점령된, 그녀야말로 진정한 자신의 여자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래서 신데렐라의 조건은 순결’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으로 유능한 남자에 의해 개발되어가는 ‘복 받은 여자’를 통해 여성들의 성적 판타지에 불을 지른 것이다. 그레이는 또한 심리전의 고수다. 적극적으로 아나스타샤에게 접근하지만, 항상 그녀의 빈틈을 정확하게 노린다. 아나스타샤가 위기 상황이면 흑기사처럼 나타나 구해낸다. 데이트를 위해 자가용 헬리콥터를 띄우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로 4000마일을 단숨에 날아오며, 영문학도인 아나스타샤에게 첫 선물로 ‘테스’ 초판본을 보내온 그레이에게 아나스타샤는 점점 함락되어간다. 작가는 여성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다. 그레이가 어릴 때 받은 상처, 고아로 외롭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과 나이든 여자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성들의 모성애 본능을 제대로 건드린다. 많은 여성들이 불행해하거나 뭔가 부족한 남자를 발견하면 자신이 그를 구원할 마돈나라고 착각한다는 사실도 작가는 간파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아나스타샤는 그레이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돈도 있고 명예도 있고 명분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레이의 최대 강점은 여성들이 성에 대해 갖는 판타지를 정확히 안다는 것이다. 소설 속 그레이는 여자의 성에 아주 능숙한 남자다. 그레이가 섹스를 연상의 여성으로부터 배웠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여자를 만족시키는 섹스를 제대로 할 것인지 충분히 상상하게 해준다. 평소 보수적인 가치관 때문에 여자들은 원하는 체위나 행위가 있어도, 현실의 성행위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남자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레이는 아주 주도적으로 자신을 이끌었던 경험 많은 여성을 통해 이미 여성들이 원하는 섹스에서의 모든 것을 차고 넘치게(?) 알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황홀한 섹스를 여자에게 선사할 것인가? 또 적잖은 여성들은 ‘강한 남자에게 당하는 거친 섹스’를 성적 판타지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성적 판타지는 본질적으로 무척 다르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자신의 성적 판타지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데 집착하는 반면, 여자들은 자신의 성적 판타지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다. 그저 상상할 뿐. 만약 어떤 여성이 강간을 당하는 상황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강간을 당하고 싶어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쨌든 우리의 그레이는 SM을 가장하여 사랑이 아닌 계약을 하며(사실은 ‘계약이 아닌 사랑을 하며’가 맞겠지만) 여성의 눈을 가리고, 묶고, 때론 벌을 준다며 무릎 위로 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를 찰싹 아프게 때리기도 한다. 그레이는 이렇듯 거친 섹스에 대한 여성의 판타지를 실현해주면서 여성을 황홀경으로 끌고 간다. 동시에 그는 남성 중심이 아닌 섹스에서도 현실 속 수많은 남자들과 달리 자신의 흥분과 만족만 추구하지 않고 상대 여성의 만족을 더욱 추구한다. 그러니 어찌 여성 독자들이 그레이에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남자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세심히 읽는다면 여자들이 원하는 섹스가 무엇인지 간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 여자들이 남자에게 ‘훅’ 끌리는지, 남자에게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는지 말이다. 비록 그레이만큼 가진 돈이나 명예가 없어 데이트에 헬리콥터를 띄울 수는 없을지라도, 잠자리에서만큼은 자신의 여자에게 하늘 위를 나는 황홀경을 선물해보시기를!
- 2021-05-04 17:02
-
- 홈쇼핑의 진화, ‘라이브 커머스’가 뜬다
-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이 특별 구성, 오늘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구매를 서두르세요!” TV 홈쇼핑에서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익숙한 멘트다. 하지만 TV가 아니다. 웬걸,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지금은 ‘라방’ 전성시대 최근 라이브 커머스 열풍이 거세다. 라이브 커머스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스트리밍 방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덮치기 전까지만 해도 라이브 커머스 경쟁은 지금처럼 치열하지 않았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닥친 비대면 트렌드는 오프라인 소비를 위축시켰고, 유통업계는 너나 할 것 없이 ‘라방’(라이브 방송)에 뛰어들었다. 현재 티몬·쿠팡·11번가 등 이커머스 업계 대부분이 자체 라이브 채널을 운영 중이며, 롯데·CJ·현대·신세계 등 전통 유통 강자들도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조 원가량으로 추정되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2023년 8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퍼스널 쇼퍼처럼 친근하게 기사를 위해 며칠간 인기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들락거리며 아이쇼핑을 즐겼다. 네이버쇼핑라이브를 접속하자 동시 시청자 수가 1000여 명부터 많게는 20만 명에 달하는 채널이 즐비했다. 다양한 채널 중 관심 있는 의류 방송을 누르자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 화면이 나타나며 진행자의 낭랑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궁금한 점 댓글로 마구 남겨주세요!” 라이브 커머스의 두드러진 특징은 쌍방향 소통이다. 홈쇼핑을 보다 보면 상품이 마음에 들어도 몇 가지 의문점 때문에 구매가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다. 반면 라이브 커머스는 화면 하단에 위치한 채팅창으로 궁금한 점을 즉시 해소할 수 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요청 사항도 들어준다. 실제로 의류 방송을 시청하는 도중 판매하는 블라우스가 청바지와 어울릴까 싶어 댓글을 남겼더니 불과 몇 초 안에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청바지와 매치한 모습이 궁금하시다고요? 제가 한번 입고 와보겠습니다.” 이처럼 라이브 방송은 대부분 자연스럽고 격 없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그러나 친근함과는 별개로 상품을 구석구석 뜯어보고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허술하지 않다. 또 채팅창 아래 제품의 구매 링크가 띄워져 있어 방송을 시청하며 결제까지 가능하다. 진행자가 이 모든 과정을 안내해주니 마치 퍼스널 쇼퍼와 원격으로 쇼핑하는 듯한 기분도 든다. 쌍방향 소통의 특성상 각종 ‘애드리브’가 난무할 때도 있지만, MZ세대는 이 또한 유쾌한 콘텐츠로 여긴다. 이에 단순 정보성을 넘어 예능 포맷을 접목한 오락형 방송도 늘어나는 추세다. 시니어 ‘큰손’ 가능성 ↑ 라이브 커머스가 젊은 세대의 이색 놀이 문화로 부상하면서 대부분의 플랫폼이 MZ세대를 겨냥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시니어가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큰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라이브 방송 시청자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40~6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주로 대형 가전이나 명품 의류 등 비교적 고가의 상품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위한 상품과 콘텐츠를 선보여 고객층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니어 전용 라이브 채널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겸 동덕여대 교수는 “모바일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판매자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시니어에게 라이브 커머스는 효과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가 제품을 홍보하는 등 시니어의 니즈에 맞는 콘텐츠가 제작된다면 새로운 소비 시장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커머스의 세계로 빠져볼까? 네이버쇼핑라이브 검색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의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된 업체라면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어 품목이 다양하고 빈도가 잦다. 접속 방법 네이버 모바일 앱 →‘네이버쇼핑’ 탭 →‘쇼핑LIVE’ 탭 카카오쇼핑라이브 네이버가 골라 먹는 뷔페라면 카카오는 코스 요리 같다. 하루 1~2회 정해진 시간에만 방송하지만, 명품 또는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시청자를 효과적으로 끌어모은다. 접속 방법 카카오톡 앱 → ‘쇼핑하기’ 탭 →‘라이브’ 탭 라이브11 11번가는 쇼핑과 예능을 결합한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졌다. 오프라인 매장 습격 방송 ‘털업’, 신상 리뷰 방송 ‘찐텐 리뷰’, 제철 특산물 먹방 ‘생쑈’ 등 재미를 더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접속 방법 11번가 앱 → ‘라이브방송’ 탭 배민쇼핑라이브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도 최근 라방에 뛰어들었다. 각 지역 배달 맛집 소개, 레시피 전수, 먹방 등 다양한 푸드 콘텐츠로 이용자와의 접점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접속 방법 배달의민족 앱 → ‘생생하게 맛있는 쇼핑라이브’ 탭
- 2021-04-14 13:15
-
- 성 전문가가 본 영화 ‘브리저튼’의 흥미로운 점은?
- 최근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따라서 유행이다. 그런데 성만 한 인문학이 또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고, 종족을 남기고, 늙고 죽어가는 이야기는 다 성에 있다. 성을 한자로는 ‘性’이라 표기하는데 어찌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찾았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성은 그 사람의 본성을 뜻한다. ‘배정원의 성 인문학’은 역사, 예술, 사회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성을 재미있게 풀어볼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흥미로운 드라마를 보았다. 시청률 세계 1위일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그 로맨틱한 미국 드라마의 제목은 ‘브리저튼’이다. 19세기 런던 상류층의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한 드라마인데, 줄리아 퀸의 원작 소설 ‘브리저튼 시리즈’ 1권인 ‘공작의 여인’을 극화한 것으로, 화려한 배경과 의상, 그리고 더없이 아름답고 멋진 남녀 주인공이 세간의 화제였다. ‘브리저튼’의 내용은 산업혁명 후 귀족의 입지가 줄어들고 ‘평등’이라는 의식이 확대되던 19세기 영국에서 상류층이 자신의 재산을 증식하고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었던 ‘결혼’에 대한 것이다. 또 그 당시 상류층 여성은 혼자 힘으로는 살기 어려웠기에 가능한 한 재산이 많고 작위가 높은 신랑감을 찾아 결혼하는 것이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그렇기에 혼기에 이른 딸을 가진 부모들과 그 딸들이 결혼이라는 중대한 사업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일은 너무나 당연했다. 여자 주인공은 상류층의 영애인 다프네 브리저튼으로, 그녀는 사교계에 처음으로 데뷔하는 ‘데뷔탄트’에 참석해 당시 권력자인 샬럿 왕비로부터 최고의 신붓감으로 선택된다. 애정 많은 가정에서 자란 다프네는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었다. 다른 상류층 가정과 다르게 다프네의 부모는 진정한 사랑을 하는 관계였기에 다프네도 그런 신랑감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가장이자 오빠의 낮은 안목으로 추천된 나이젤경과 결혼할 위기에 빠지자, ‘비혼’ 의사를 가진 사이먼 공작과 위장 연애를 하며 계속 좋은 신랑감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선남선녀인 그들이 서로의 매력에 무관심할 수 없었을 터.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빠져들고 결국 결혼하게 되지만, 비혼주의일 뿐 아니라 아이도 원하지 않는 사이먼과의 결혼 생활이 순탄할 리 없다. 그런데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절대 대를 잇지 않으리라’ 결심한 사이먼은 오럴섹스를 포함한 다채로운 섹스를 하지만 결코 질내사정은 하지 않는다. 절정의 순간이 되면 질외사정을 해버리는 것으로 피임을 했는데, 섹스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다프네는 그것이 섹스의 전부인 줄 알았다. 사이먼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줄 알았던 다프네는 하녀에게 ‘진정한 섹스’에 대해 듣게 되고, 그가 자신을 속여왔던 것을 눈치 채면서 이들의 결혼은 위기에 봉착한다. 결국 자신도 다프네를 깊이 사랑하고, 아버지에 대한 복수 방법이 치졸했다는 것을 깨달은 사이먼의 개심(!)으로 이 선남선녀의 결혼 생활은 회복되고, 다시 진정한 화합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금 가장 ‘핫’한 상남자로 매력 넘치는 남자 주인공 레게 장 페이지는 이 단순한 드라마가 ‘오만과 편견’, ‘가십걸’, ‘그레이의 35가지 그림자’를 합친 것과 같다고 재치 있게 요약한 바 있다. ‘그레이의 35가지 그림자’는 여성 포르노라고 불리며 세계 여성들을 설레게 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비유한 것으로 그것보다는 수위가 약간 낮아서라고 하는데, 드라마 속 애정 표현 수위는 그럼에도 꽤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극에서는 볼 수 없는 오럴섹스에 대한 묘사와, 아름다운 몸을 가진 두 남녀 주인공이 호화로운 실내에서 혹은 잘 관리된 야외 정원에서 시시때때로 거리낌 없이 나누는 섹스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에로틱한 불을 질렀을 것이다. 성 전문가로서 본 ‘브리저튼’에는 흥미로운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점은 이 드라마에서 사이먼이 피임 방법으로 사용하는 ‘질외사정’은 피임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이먼은 아주 운이 좋았다. 아무 피임 도구나 방법 없이 일단 삽입이 되면 정자가 난자를 만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정자와 난자는 1:1로 만나면 수정이 가능하다. 남자가 흥분하면 정액보다 먼저 나오는 쿠퍼액에는 원래 정자가 들어 있지 않지만, 미리 나와 있던 정자가 섞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래서 질외사정은 결코(!) 피임법이 아니다. 또 이렇게 번번이 절정의 순간에 성기를 빼내는 것은 남자에게 무척 부담스런 행위이고, 극도의 긴장감을 주게 된다. 최고로 긴장을 풀어야 할 순간에 가장 긴장하고 있어야 하니, 남자로서도 성적 오르가슴 순간이 아쉽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질외사정을 하다 보면 사정의 기전에 실제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는 미흡한 성교육! 결혼해서 곧 섹스를 치르게 될 딸이 어머니에게 ‘첫날밤’에 대해 물으면 ‘남편이 시키는 대로 다 하라.하지만 너는 영국만 생각하라’고 가르쳤다던 당시 영국의 여느 귀족 어머니처럼, 다프네의 사랑 넘치고 현명한 어머니도 결혼할 다프네에게 사랑의 행위에 대해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런 미흡한 성교육은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학교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에 대해 알려주지만, 그들이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고 피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성교육은 학교뿐 아니라 부모도 사회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브리저튼’의 미덕은 남자들이 열광하는 포르노는 아니지만 여자들의 성적 흥분감을 높이기에 적당한 에로틱한 드라마라는 점이다. 노골적인 성기 삽입 등의 시각적인 자극에 흥분하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이런 스토리가 있는 낭만적이고 에로틱한 자극에 더욱 성적으로 흥분감을 느낀다. 그래서 ‘브리저튼’을 여성용 포르노라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섹스리스로 내게 찾아왔던 젊은 부부에게 치료 과정으로 이 드라마를 추천해주었더니, 성적 흥분 및 감각을 되살리는 데 분명 도움이 되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성감이 떨어졌다고 느끼신다면 한번 시도해보시길 권한다!
- 2021-04-12 13:15
-
- 찬란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는 넷플릭스 영화
- 나이가 들수록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 같다가도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장소에 방문하거나, 음악을 들으면 학창 시절이 어제처럼 생생해진다. 오늘날 ‘라떼(나 때)는 말이야’가 과거의 무용담을 밥 먹듯이 늘어놓는 이들을 비아냥대는 유행어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 한창때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라떼’가 그리운 이들을 위해 옛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쎄시봉 (C'est Si Bon, 2015) 오늘날 가요계를 주름잡는 대표 가수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꼽힌다면 1960~70년대에는 트윈폴리오가 있었다. 한국 포크 음악계의 전설 송창식과 윤형주가 1967년 결성한 듀오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쎄시봉’은 트윈폴리오에 숨겨진 제3의 멤버 오근태가 있었다는 설정으로 출발해 ‘트리오 쎄시봉’의 탄생 비화와 이들의 얽히고설킨 첫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종로구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과 주인공들이 만들어나가는 음악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시니어라면 반가울 만한 에피소드를 군데군데 갖춰 놓는다. 특히 근태(정우)와 자영(한효주)이 늦은 시간까지 데이트를 하다 ‘통금’시간에 맞춰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 자영을 미니스커트 단속에서 지켜주기 위해 자영의 짧은 치마를 대신 입은 근태의 모습 등은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여기에 ‘하얀 손수건’, ‘담배가게 아가씨’, ‘딜라일라’, ‘웨딩케이크’ 등 세월을 관통하는 명곡들은 덤. 신파적인 감성이 과하다는 평이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기엔 충분하다. 2. 써니 (Sunny, 2011) 파란만장한 학창 시절을 추억할 때면, 세월이 흘러도 또렷하게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함께 울고 웃었던 친구들이다. 1980년대 여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 ‘써니’는 그 시절 시끌벅적한 학창 시절과 학급 분위기를 상기시킨다. 영화는 평범한 주부 나미(유호정)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고교 동창 춘화(진희경)를 위해 옛 친구들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전개 방식을 따르며, 수줍은 전학생 나미가 써니 멤버를 만나 추억을 쌓아가는 모습을 통해 때 묻지 않은 10대의 우정을 풋풋하게 그린다. 한편 중년이 된 써니 멤버들은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는 친구들을 통해 잃어버렸던 정체성을 되찾고, 다 함께 모여 춤 연습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여고 시절로 되돌아간다. 영화는 그 자체로 타임머신 역할을 하면서, 나미의 ‘빙글빙글’, 영화 ‘라붐’의 주제곡 ‘리얼리티’ 등 타이밍 좋게 흘러나오는 추억의 음악으로 향수를 더욱 자극한다. 보니 엠의 ‘써니’를 흥얼거리며, 먼지 쌓인 졸업앨범을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3. 그대 이름은 장미 (Rosebud, 2018) ‘써니’가 여고 동창들의 우정을 이야기한다면,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는 한 여성의 찬란했던 옛꿈과 사랑을 그린다. 주인공은 고등학생 딸을 키우며 하루하루 전쟁처럼 살아가는 싱글맘 장미(유호정)다. 지금은 영락없는 주부의 모습이지만, 그녀에게도 가수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로 꿈을 포기하고, 딸 현아(채수빈)를 낳은 이후부터는 흐르는 세월을 잊으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옛 연인 명환(박성웅)을 마주치게 되면서 마음속에 묻어둔 추억을 하나둘 꺼내보기 시작한다. 전반적인 코드가 ‘써니’와 비슷한 듯하지만,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또 과거보다는 현재 시점을 위주로 보여주며, 엄마로서의 고단함, 딸과의 갈등 등 현실적인 내용에 집중해 밝고 활기찬 과거 장면과 톤을 달리한다. 서로 다른 두 영화를 합친 듯한 구성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극적인 대비를 통해 누군가의 부모로 살아가는 이들도 한때 장미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2021-03-26 09:00
-
- “세샘트리오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해요”
-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첫 구절만 들어도 바로 떠오르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를 부른 세샘트리오. 그 세샘트리오의 보컬이었던 권성희(66) 씨는 누구나 기억하는 노래의 주인공인데도 그 삶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 성격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에 자주 보이지 않아도 그녀는 가수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연예인 자원봉사단체인 한마음회 회장, 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 CEO클럽 회장까지 맡으며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로 데뷔 45년을 맞이한 그녀의 남다른 소회를 들어봤다. “권성희라는 사람은 멋있는 가수였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가정사를 많이 오픈하지 않고 살았죠. 예능에 나와달라는 연락은 많이 받았는데, 남편도 오픈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방송에 나와도 재미없을 거라고 해요.(웃음)” 권성희 씨의 남편은 배우 박병훈 씨. MBC 공채 탤런트 8기 출신으로 ‘제5공화국’, ‘연개소문’ 등의 드라마에 출연한 중견 배우다. 두 사람은 1985년에 결혼했다. 아내가 서른두 살, 한 살 연하였던 남편은 서른한 살이었다. “남편과는 친구 소개로 만나 연애를 해서 결혼했어요. 착하고 성실해 보여서. 그리고 당시에는 제 나이 서른이 넘으니까 주변에 총각이 없더라고요.(웃음)” 결혼하기 전까지는 연하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을 한 후에야 남편 주민등록증을 보고 나이를 알았다고 하니, 남편이 연하인지도 모른 채 결혼한 셈이다. “요즘처럼 SNS도 없었고, 방송하고 연습하고 야간 무대 하고 집에 오는 바쁜 생활이었으니 제가 인기 있는 줄도 몰랐어요. 나중에 솔로로 나오고 팬들도 만나니 그때 체감되더군요. 그래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한 것도 있었죠.” 성악가를 꿈꾸던 소녀, 대중 가수가 되다 소녀 권성희는 마리아 칼라스 같은 프리마돈나가 되겠다고 다짐한 성악 꿈나무였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합격하리라 자신했던 연세대 입시에서 낙방했다. 친구들과 부모님 볼 낯이 없어서 그대로 잠수를 탔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후기 동덕여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낙방의 아픔이 흉터처럼 남은 탓인지, 막상 대학 생활을 해도 학업에 열중하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방송국의 아는 분들에게서 프로그램에 나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죠. 그래서 방송을 ‘살랑살랑’ 했어요. 그런데 방송을 알게 되니 재밌더라고요. 성악을 했지만 현미 씨나 패티김 씨 노래를 즐겨 부르기도 했고요. 저쪽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죠.” 대학교 2학년 때부터는 야간 무대에 서게 됐다. 당시 가수들의 야간 무대는 지금과 달리 자연스러운 무대 활동이었다. 성악을 기본으로 한 탄탄한 가창력으로 주로 스탠더드 팝과 패티김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찾는 무대가 점점 늘어났다. “수입이 좋았죠. 월급쟁이가 3만~4만 원 받던 시절에 하루 4만~5만 원을 벌었으니까요. 어느 무대에서는 10만 원, 15만 원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벌었죠. 아직 무명이었는데도요. 그때 연예계가 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라틴 대중가요, 세샘트리오 결성 야간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경희대 성악과 출신의 전항 씨를 알게 된다. “‘너나 나나 클래식을 했던 사람인데 뭔가 팝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음악을 불러보자’면서 라틴 음악을 제안하셨죠. 들어보니 멋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분이 기타를 잘 치던 홍신복 씨를 섭외했어요. 그렇게 셋이 같이 로스 판초스 같은 혼성 트리오를 결성하기로 해서 만들어진 게 세샘트리오였어요.” 그러나 라틴 음악은 세샘트리오 자신들에게도 새로운 음악이었다.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만나서 연습을 해야 했다. 저녁이 되면 야간 무대에 섰다. 그러면서 레퍼토리를 늘리고 계속 공부했다. “카바사, 마라카스, 탬버린 등 라틴 악기들도 다루기 시작했죠. 노래 연습보다 그게 더 힘들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익숙해지니 그게 없으면 노래가 안 되더라고요.(웃음)” 결성 1년 만에 길옥윤 씨가 작곡한 ‘나성에 가면’이 나왔다. 보사노바 장르로 당시 대중가요에선 없던 노래였다. 그러나 엄혹한 시대를 밝히는 밝은 분위기의 노래였던 덕분일까,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도 대박을 쳤다. “바쁘니까 제가 스타인 줄도 몰랐는데 어느 날엔가 되어 있더라고요. 1978년부터 1983년까지 세샘트리오의 전성기였죠. 일도 많이 하고 미국 공연도 하고. 그렇게 잘나가다가 남자 멤버들이 외국으로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해체되었어요.” 사회는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야 세샘트리오 이후 솔로 활동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권성희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국연예인협회 한마음회에서의 일도 그것이다. 한마음회는 연예인 자원봉사단체로 1981년에 설립되어 2000년에 사단법인이 되었고, 벌써 40여 년이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랜 역사를 지닌 단체다. 권성희 씨는 2009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활동했죠. 장충체육관에서 4000~5000명씩 모셔서 하는 행사는 어려우니 올해는 찾아가는 봉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4월부터 각 구청의 노인복지과와 연계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녀는 시간적·재정적 여유가 있으면 봉사는 누구나 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사회란 모두가 어우러져야지 누구는 너무 잘 살고 누구는 너무 못 살면 안 되잖아요. 우리가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되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분들 덕에 우리 일도 유지되는 거니까요. 한마음회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런 생각으로 일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통합되어 있기에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었겠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여전히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은 조금 나아지나 싶다가도 집단감염이 거듭 발생함에 따라 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권성희 씨는 이런 어두운 시절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회의적으로 생각할 때도 있었죠. 바쁘게 살 때는 행복이 뭔지 모른 채 살았고, 지금은 나른함과 좌절감이 함께 오는 시기죠. 그러나 그런 중에도 행복은 있다고 봐요. 작은 데서 행복을 찾게 되고요.” 그녀는 요즘 시간 여유가 있으니 강아지를 데리고 집 앞을 산책한다. 강아지에게 정이 들어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고. 처음에는 지금의 언택트 상황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힘든 와중에도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사실 외로움은 못 느끼고 살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런데다 저는 주부면서 사회생활도 하기 때문에…. 여자는 자신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어서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런데 남자들은 그게 안 되나 봐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외부 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 걸 못 느꼈는데, 집 안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완전히 ‘삼식이’들이 됐어요. 그리고 저는 집에 오면 도우미 아줌마가 되죠.(웃음)” 봉사를 넘어 진짜 나눔 펼쳐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범생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그녀는 올해 9년째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홍보대사를 맡으며 각 지역 지사의 행사에 참여하는데 굉장히 보람 있어요. 전국을 다녀보면 재밌게 사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리고 서울보다 서울 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되레 건강하고 음악을 즐기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걸 보면서 백 원을 가져서 행복한 사람이 있고 백 원을 가져서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욕심 없이 살면 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지 않을까…. 코로나19도 그렇죠. 마이너스만 된 게 아니라 인생을 성찰하는 시간을 준 거라고 생각해요. 내려놓는 시간으로 말이죠.” 한마음회 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와 함께 그녀는 MBC리더스포럼의 CEO클럽에서 회장직도 맡고 있다. “사람들이 뭘 계속 시켜요.(웃음) 사람 한명 한명이 참 좋아서 애착이 많고, 배울 점도 많은 모임이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은 중요해요. 그래서 사람은 가정에만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톱스타였던 연예인이 막상 일을 그만두거나 인기가 떨어지면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막상 뭘 하려고 하면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안 되려면 끊임없이 사람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그녀는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과 만나서 무슨 이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사람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죠.” 중년 부부의 솔직한 관계 그녀는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아이를 가졌을 때, 그리고 잠정 은퇴를 했을 때라고 말한다. “우리 때는 야간 무대 도는 게 당연했어요. 그래서 하긴 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는 야간 무대에서 노래하기 싫으니 쉬어야겠다, 50 먹으면 안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쉰 살이 되었을 때 3년 정도 쉬었죠.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데 3년 정도 지나니 지루해지더라고요. 어느 순간 ‘내가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속에선 항상 연예계가 그리웠던 거죠. 그래서 앨범을 내고 다시 가수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걸 보면 가정이 있기 때문에 항상 안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였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녀에게 부부란 확고한 동반자다. 서로 아플 때 챙겨줄 수 있는 존재다. “나이 들면 기저질환이 생기잖아요. 부부라면 그런 걸 서로 챙겨줘야 하죠.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서러울 때가 아플 때라고 하잖아요. 부부는 옆에 동반자가 있으니까 그보다 낫죠.” 그래서 그녀는 요즘 유행하는 졸혼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이혼이나 마찬가진데,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관계예요. 불합리해 보이고 나중에는 사라질 거 같네요.” 물론 부부 생활에서 갈등이 없는 부부란 있을 수 없다. 그녀 또한 안 좋았던 시기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걸 잘 넘어간 이유는 제 덕분인 거 같아요. 그런 상황이 되면 지고 들어갔거든요. 뭐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웃음) 그리고 평소에 성질을 안 부리던 사람이 성질을 벌컥 내면 싸우지 않는 게 맞잖아요. 물론 정말로 싫었다면 헤어졌겠죠. 하지만 그보다 좋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상쇄가 됐어요.” 서로 기 싸움하지 말고 내려놔야 한다. 그녀가 말하는 부부 관계의 해법이다. “남편의 교통사고도 있었고, 모은 돈을 날리기도 했고, 아이 입시 문제도 그렇고.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데 그때는 잠 못 자고 엎치락뒤치락했죠. 이제는 뭐든 잘되겠지 하는 마인드로 살아가요.” 그녀는 요즘 재즈를 배우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생활에 치여 못 했던 도전이지만 예순이 넘어 드디어 하게 되면서 자신이 가수로서 나태하게 산 게 아닌가 반성했다고도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주부로서의 권성희, 사회인으로서의 권성희도 소중하지만, 그녀가 가장 자신 있고 가장 영향을 받는 영역은 역시 가수로서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방식대로 온전하게 자신에게 집중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실행하는 시간, 그 모든 과정이 인생의 축복이고 봄 햇살처럼 찬란하다.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현재와 호흡하는 그녀의 열정과 삶이 담긴 재즈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본다.
- 2021-03-19 09:26
-
- ‘루틴’ 만드는 MZ세대, 시니어도 도전해볼까요?
-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한때 연예인 박명수가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남긴 어록이 유행을 끈 적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피곤하다’, ‘티끌 모아 티끌’ 등 노력하면 결실을 맺는다는 뜻의 속담을 거꾸로 패러디한 것이다. 성과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서 끝없는 도전에 지친 청춘들은 그의 어록에 공감했고, 무한 경쟁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회적 인정보다는 개인의 만족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 ‘힐링’과 ‘소확행’이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였다. 그런데 최근 MZ세대가 달라졌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를 외치던 이들이 다시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격증·영어 성적 등 정량적인 스펙을 높이기 위한 과거의 자기계발 트렌드와도 다른 모양새다. 그저 사소한 계획 몇 가지를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전부다. 계획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밤 12시 이후 휴대폰 보지 않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루 30분 책 읽기, 요가 1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저서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에서 이 같은 현상을 ‘일상력 챌린저’라고 명명했다. 엄격한 목표 대신 ‘자기 관리’ 혹은 ‘자기 돌봄’ 차원에서 일상 속 작은 도전을 이뤄나간다는 의미다. ◇ 젊은 세대는 ‘미라클모닝’ 열풍 여러 습관 챌린지 가운데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 있는 것은 ‘미라클모닝 챌린지’다. 미라클모닝 챌린지는 2016년 ‘미라클모닝’이라는 자기계발 서적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새벽에 일어나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유튜버 ‘김유진 미국변호사’가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비결을 담은 영상을 올린 후 관심이 급증했다. 이 챌린지의 유행으로 지난 1월 책 ‘미라클모닝’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상승하기도 했다. 2021년 2월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미라클모닝’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27만3000건이 넘는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챌린지에 참여하는 이들은 기상 인증샷을 찍고 SNS에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챌린저스’, ‘루티너리’ 등 목표 달성 앱의 도움을 받는 이들도 많다. 개인이 만들고 싶은 습관을 정한 뒤 일정 기간 이를 실천하고 인증하는 것이 이들 앱의 공통점이다. 특히 챌린저스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용자들의 인증샷도 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최혁준 챌린저스 대표는 “‘느슨한 연대’라는 말이 있듯이 코로나19로 인해 무기력함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생산적인 목표를 함께 달성함으로써 동질감을 얻고 서로를 독려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시니어도 루틴 형성 중요해 미라클모닝 챌린지는 MZ세대 사이 신선한 문화처럼 떠올랐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 세계를 주름잡은 시니어 리더들은 이미 새벽 기상과 규칙적인 생활의 힘을 극찬한 바 있다. 7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시니어 유튜버 ‘밀라논나’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체중을 재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자신만의 모닝 루틴을 공개하며 건강 비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루틴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시니어는 ‘젊었을 때 다 해봤던 것’이라는 생각에 하루를 흘려보내는 경향이 있는데, 작은 루틴을 만들면 삶에 활력과 성취를 얻을 수 있다”며 “특히 요즘같이 코로나19로 쉽게 무기력해지는 시기에는 더욱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목표가 거창하면 패배감만 커질 수 있으니 ‘동네 한 바퀴 돌기’, ‘화초 기르기’ 등 사소한 일과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 미라클모닝,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꾸준한 도전과 실천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수천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미라클모닝 챌린저 K씨와 L씨에게 그들만의 비결과 변화를 물었다. K씨(36세·마케터·미라클모닝 8개월 차) 모닝 루틴 알람 없이 5~6시경 기상→샤워 후 커피 마시기→운동(요가 30~40분, 플랭크 200초, 스쿼트 200회)→동네 산책(1만 보 채우기)→인스타그램 인증 게시물 업로드 준비물 시간 기록 앱 ‘타임스탬프’, 영상 편집 앱 ‘키네마스터’, 만보계 앱 ‘페이서’ “루틴을 정해놓고 바로 이어서 하는 게 꾸준함의 비결이에요. 말 그대로 ‘그냥’ 하는 거죠. SNS 덕도 커요. 얼굴도 모르는 동지들과 나누는 ‘좋아요’와 ‘댓글’이 매일 눈을 뜨게 만들어줬거든요. 가끔은 SNS에 인증하기 위해 일어날 정도예요. 무엇보다 자신과의 약속이란 사실을 잊지 않고 하다 보니 작은 성취 경험이 쌓였고, 목표하던 7kg 체중 감량도 성공했어요. 이제는 아까워서 포기 못 해요.(웃음)” L씨(43세·주부·미라클모닝 9개월 차) 모닝 루틴 눈 뜨자마자 시간 사진 촬영→간단한 스트레칭 후 명상→인스타그램 인증 게시물 및 긍정의 한마디 업로드→모닝 페이지(매일 아침 떠오르는 생각을 3페이지씩 쓰는 것) 작성→독서 준비물 탁상시계, 명상 앱 ‘캄’, 긍정의 한마디가 담긴 책, 공책, 읽고 싶은 책 “4년 전에도 미라클모닝을 시도해본 적 있는데, 그때는 도전과 포기의 반복이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일을 그만두고 제대로 해보자 다짐했죠. 이번엔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기부여가 팍팍 되더라고요. 그렇게 매일 새벽 오롯이 저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면서 제 자신을 더 잘 알게 됐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마음을 정돈하고 시작하는 하루는 확실히 달라요.”
- 2021-03-16 09:04
-
- 춘화 ‘어부 아내의 꿈’은 남자의 성적 판타지
- 최근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따라서 유행이다. 그런데 성만 한 인문학이 또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고, 종족을 남기고, 늙고 죽어가는 이야기는 다 성에 있다. 성을 한자로는 ‘性’이라 표기하는데 어찌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찾았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성은 그 사람의 본성을 뜻한다. ‘배정원의 성 인문학’은 역사, 예술, 사회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성을 재미있게 풀어볼 것이다. 다시 춘화! 이번엔 일본 춘화다. 일본의 춘화는 유교적 영향으로 성을 은밀하고 숨겨야 할 것으로 대하던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성을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것으로 마주하는 성 문화가 반영되어 만화처럼 가볍고 웃음 나오게 하는 것이 많다. 또한 채색이 매우 화려하고, 섬세한 인물 묘사, 성기 페티시즘이라 할 만큼 과장해서 그린 커다란 성기, 화려한 의상과 가구 등이 특색이다. 서구에서 ‘슝가’(Shunga)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일본 춘화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파리박람회에 출품한 일본 도자기를 싼 포장지에 그려져 있던 춘화는 19세기의 모네, 마네, 고흐 등 인상파 화가들에게 강한 예술적 충격을 주었고, 이들은 일본 춘화를 보며 동양의 신비한 성 문화를 동경했다. 이 그림은 일본을 대표하는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1849)의 작품으로, 그가 그린 춘화(春畵) 중 가장 유명한 ‘어부 아내의 꿈’이다. 가츠시카는 일본의 일러스트 효시라고 일컬어지는 ‘붉은 후지산’, ‘번개를 동반한 뇌우 속의 후지산’,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등으로 세계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일본 풍속화 작가다. ‘어부 아내의 꿈’의 에로틱함과 음란함은 세계적으로 이미 인정받았다. 미국 뉴스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에로틱한 고전미술품’으로 선정했으며,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은 이 그림을 특별 전시한 바 있다. 이 그림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어부 남편이 바다에 일을 나간 지 오래되자 성적인 허기를 느끼던 어부 아내가 하루 일과에 지쳐 잠을 자다 꿈에서 문어에게 강간당하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는 단순한 논평부터, 어부 아내에게 가장 공포의 대상인 바다(문어)에게 강간을 당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황홀의 경지로 들어가 화합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자못 성 심리적인 해석도 있다. 또한 이 그림은 수간(동물과의 섹스)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면서, 일본에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 ‘촉수성애물’(Tentacle Erotica)의 시초라는 설도 있다. 촉수성애물은 특히 남자의 성기를 상징한, 그러나 하나뿐인 인간 남자의 성기로는 불가능한 행위를 여러 개의 촉수를 이용해 여체를 감싸거나 애무하고, 심지어 여체의 항문과 질과 입을 통해 관통하기도 하는 사드마조히즘(SM)의 가학적인 면을 강조해 차용한 음란물이다. 그림 속에서 거대한 왕문어는 굵고 긴 다리로 여인을 삼킬 듯이 온통 감싸고 있다. 문어의 여덟 개 촉수는 여인의 하얗고 풍만한 몸을 끌어안듯 칭칭 감은 채 끈적하게 천천히 움직인다. 문어의 습격(?)이라지만, 그림을 조금만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문어 다리의 위치가 심상치 않다. 문어 다리는 여자의 동그란 어깨와 양팔, 다리를 감싸 잡고, 예민한 성기 부분을 애무하면서 입으로는 여자의 외음부를 애무하고 있다. 문어가 여자를 곧 잡아먹을 것 같지는 않고 희롱을 실컷 한 후에나 생각해보려는가? 그런데 그림의 분위기는 불안하고 공포스럽다기보다 오히려 눈을 꼭 감은 여자의 벌린 입에서 황홀한 신음소리가 감미롭게 나오고 있는 것만 같다. 게다가 문어는 한 마리가 아니다. 작은 녀석 한 마리가 여자의 머리와 목을 스멀스멀 감싸 안고, 다리 하나로는 여자의 하얀 젖가슴 위 유두를 애무하면서 다른 다리를 여자의 입안에 넣고 있다. 수간에 스리섬?! 여자의 자세 또한 강간을 당하는 자세라기보다는 다리를 벌리고 문어의 오럴섹스를 즐기는 것만 같은데 그녀가 분명하게 성적 황홀경을 느끼고 있다는 증표는 하얀 가슴 위에 딱딱하게 봉긋 선 젖꼭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녀를 감싸고 있는 문어의 굵고 가는 다리들은 살아 있는 것이니, 계속 꿈틀대며 하얗고 부드러운 살갗을 애무하듯 쓰다듬을 것이다. 문어의 동그란 두 눈은 위협적이라기보다 애교를 부리는 듯하다. “나 잘하고 있지?”라고 묻는 것일까? ‘어부 아내의 꿈’은 꿈속 장면이지만 폭력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황홀한 정사를 즐기고 있다. 바닷가의 바위틈에서 거대 문어에게 포획되어 섹스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분명 즐기고 있다. 성기를 얼굴 크기만 하게 그리는 게 일본 춘화의 특색인데, 커다란 그녀의 성기를 애무하는 문어의 오럴섹스는 그래서 더욱 자극적이다. 여자는 눈을 감고 머리를 늘어뜨린 채 몸의 모든 예민한 부분에 끈적한 애무를 받고 나른하게 늘어져 절정에 오른 모습이라 그야말로 에로틱하다. 실제로 이 춘화의 배경에 쓰인 글(가키이레)은 문어 머리에서 윗부분에 걸쳐 거의 의태어와 섹스 중에 나는 신음소리로 채워져 있고, 그 안에서 심지어 여자는 문어를 ‘얄미운 분’이라고 부르고 있다니, 여자는 분명 ‘작은 죽음’(Petite Mort, 프랑스에서는 오르가슴을 ‘작은 죽음’이라 표현하기도 한다)을 겪는 중이겠다. 성 전문가의 시점에서 본 이 그림은 여자의 끈적한 성몽이라기보다는, 여자를 만족시키는 섹스에서 더한 오르가슴과 능력을 확인하는 남자의 성적 판타지를 간절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여덟 개의 굵고 가는 촉수로 여체를 휘감아 성감대를 모조리 자극하면서 여자를 그야말로 실신 상태의 오르가슴으로 몰아가는, 환상적이고 주도적인 섹스를 상상하는 그 남자, 가츠시카는 분명 여자의 섹스를 아주 잘 아는 경험 많은 남자다. 여자의 오르가슴은 동시다발적인 애무가 필요하다. 아마 남자들은 파트너를 열심히 애무하다 거친 신음소리에 성기를 삽입하려고 상대의 몸에서 손이나 입을 떼는 찰나 식어버리는 냉정한 오르가슴을 마주할 때의 무력함을 기억할 것이다. 터치와 입맞춤에서 잠시 놓여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사라지는 여자의 오르가슴! 남자들은 그야말로 문어처럼 여러 개의 손, 그것도 빨판이 붙은 촉수의 다리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팔이 모자라 슬픈 동물, 섹스에서 권력을 확인하고 싶은 약한 그대는 남자!
- 2021-03-11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