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0년 차 부부가 황혼이혼을 할 지경이 되어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내는 그동안 남편의 고약한 성격으로 인한 막말과 냉대를 참고 살아온 게 억울하다면서 남은 인생을 좀 더 자신을 위해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그동안 가족을 위해 회사에서 온갖 눈치 보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은퇴 후 힘 빠지고 경제력이 없어지니까 아내의 잔소리와 구박이 서
나는 당뇨 환자다. 2008년부터 벌써 10년이 되었다. 3개월마다 병원에 들러 건강을 확인한다. 그때 상황에 맞게 약을 써가며 관리를 해 오고 있지만, 체중은 자꾸만 늘어나고 당 수치도 점점 올라간다. 의사는 약으로 개선이 안 되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인슐린 주사가 내심 겁나고 두렵다. 너무 비참한 생각이 든다. 인슐린 주사를 앞둔 밤, 나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다.”
열애에 빠진 젊은이들이 막 헤어진 연인을 돌아서자마자 보고 싶다고 할 때, 또는 반백의 불효자가 이미 저세상으로 가신 부모를 뒤늦은 후회와 함께 애타게 그리워할 때, 또는 어느새 망백(望百)의 나이가 된 이산가족이 고향에 두고 온 부모 형제를 죽기 전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다며 눈물을 쏟을 때나 쓸 법한 간절한 염원을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스위스에서 삶을 마감한 호주의 생태학자(데이비드 구달)가 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점심때까지 의자에 힘없이 앉아 있다가 약간의 점심을 먹고 다시 의자에 붙어 있어야 하는 삶이 더는 쓸모가 없다고 보고 올해 5월 자기의 삶을 안락사로 마감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며 자기 주도적인 삶을
중학교 2학년 여름, 사춘기라서 감성에 젖어 있을 때였다. 원고지를 묶어놓고 토요일이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를 지도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감정에 취해 생각나는 대로, 내 마음대로 쓰는 것이다. 그마저도 여름 한 계절밖에 쓰지 못했다.
3학년 때, 작문시간에 글짓기를 해서 제출했는데 작문 선생님이 부르셨다. 영문도 모른 채 갔더니 이미
시집간 딸이 친정 부모를 생각해서 삼척으로 놀러 가자고 한다. ‘아니 웬 삼척!’ 삼척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내게는 탄광이다. 삼척, 정선, 사북, 고환 일대의 탄광 지역 벨트라인이다. 업무차 여러 번 가 본 곳이다. 뒤이어 파노라마처럼 연상되는 기억들의 바탕에는 석탄이 있다. 수십 년 전의 기억이지만 어제처럼 또렷하다. 기차역 주위에 산더미처럼
김영철(59) 바인그룹 대표는 가방에 MP3를 네댓 개씩 갖고 다닌다. MP3마다 영역별로 다운받은 강의 파일이 담겨 있다. 산책할 때도, 러닝머신에서도, 심지어 출장 갈 때도 늘 강의를 듣는다. “리더의 에너지는 공부에서 나온다. 공부는 가장 확실한 자기충전 방법이다. 리더가 직원들에게 나눠줄 것은 에너지다. 내가 매일 공부하는 이유다.” 김 대표의 지론
열다섯 살 소녀는 키가 멀대같이 컸다. 친구들이 꺽다리라고 놀려댔다. 선생님은 운동을 권했지만 소녀의 눈에는 모델과 영화배우의 화려한 옷들만 아른거렸다. 아버지가 가끔 사오는 잡지를 들춰보며 무대에 오르는 꿈도 꿨다. 패션계를 주름잡던 모델 루비나를 흠모하고 카르멘 델로피체처럼 되고 싶었던 소녀는 자주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그리고 어느새 75세가 되어
‘기업과 나라 걱정으로 가득한 사람’. 권오용(權五勇·63) 효성그룹 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그를 단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계에서 ‘뼛속까지 홍보맨’의 요직을 거치면서 여러 굴지의 오너와 인연을 갖게 된 그는 국가와 사회,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진 사람이다. 그가 상임이사로 일하는 한국가이드스타(이사장 최중경 전
채우기보다 비우기가 더 어렵다. 채우는 쪽으로 발육한 욕망의 관성 때문이다. 채우면 채울수록 더 허기지는 게 욕심이지 않던가. 지긋이 나이 들어서도 사람은 때로 갈피없이 흔들린다. ‘비우기’에 능하지 않아서다.
귀촌은 흔히 이 ‘비우기’를 구현할 찬스로 쓰인다. 욕망의 경기장인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가급적 빈 마음으로 생활을 운영해 한결 만족스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