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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을 가르고 하루를 여는 버스 '6514'
- 아침 첫차를 타본 적이 있는가. 어둡고 텅 빈 길을 걸어서 파란 조명 켜진 정류장에 서면 무대 위에 배우가 등장하듯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시계를 보며 발을 구르다 보면 기다리던 첫 버스가 스르르 꿈결처럼 도착한다. 하루를 가장 빨리 여는 사람들이 버스 위에 오른다. 금세 사람들이 들어차고 냉기 가득한 버스 안은 사람 냄새 나는 온기로 따뜻해진다.
- 2019-04-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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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떠나 봄! 여행주간에 떠나요!
- 올봄 여행주간(4.27~5.12)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지자체와 여행 업계와 함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여행주간’이란 여름에만 유독 붐비는 여행 수요를 다른 계절로 분산하고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여행주간 누리집(travelweek.visitkorea.or.kr)에서는 테마별, 지역별
- 2019-04-0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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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의 수다
- 가끔 여자는 남자와 뇌구조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번 경험하는 일이지만 지난여름 여행 갈 때도 그랬다. 오랜만에 동유럽 여행을 가는데 비행시간만 무려 12시간이 걸렸다. 아내가 창 쪽에 앉았고 내 옆으로 다른 팀이 앉았는데 나는 대여섯 시간 동안 옆 사람과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다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는 사이 아내와 자리를 바
- 2019-04-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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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과 발효유로 여는 아침
- 아침이 오면 “또 아침이 왔네” 하고 무덤덤하게 맞이하는 사람도 있고 마치 소중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이 들고부터 아침을 대하는 마음이 사뭇 달라졌다. 아마도 젊은 시절에는 일에 파묻혀 사느라 아침이 주는 의미를 나 몰라라 하고 밀어냈던 탓이리라. 고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 2019-03-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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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 곁에 계실 정생 형께
- (권)정생 형, 이렇게 이름을 부르니 사무치는 그리움이 온몸으로 밀려옵니다. 그리고 윤동주가 자주 쓰던 부끄러움이라는 어휘도 호출됩니다. 부끄럽다는 것은 치기 어린 나의 문학청년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문학청년의 객기만 있었지 형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형은 천방지축인 나와 우리 패거리들을 너그러이 대하셨지요. 그때는
- 2019-03-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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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사(道死)‘
- 나이 들다 보니 죽는 것에 관심이 많아진다. 이미 주변에서 또래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많이 보았다. 젊었을 때는 교통사고 같은 사고사가 많았지만, 이제는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많다. 부모님들도 연로하셔서 작고하시는 분이 많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래서 이 나이쯤 되면 죽음에 대비하게 된다. 죽어서 매장을 원하는 사람도 많지만,
- 2019-03-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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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살이 여행지로 사랑받는 태국 ‘치앙마이’
- 온갖 꽃과 새들이 인사하고 잠이 덜 깬 고양이는 주인의 등에 기대 졸고 있다. 전신줄을 달리는 것은 놀랍게도 쥐가 아닌 다람쥐다. 태국 음식점의 아낙네는 요리 재료 파인애플을 싣고 가게로 향하고 기타를 맨 연주자는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이것이 치앙마이 올드시티의 아침 풍경. 오늘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왓치앙만 사원에 들러 진한 향의 프렌지파니(참파
- 2019-03-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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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 중국인 탄줘잉이 쓴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돼 1년 만에 100만 부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쓴 글이라기보다는 동서양에서 모은 버킷리스트의 내용들이라서 편저라 해야 맞을 것 같다. 읽다 보니 이미 이전에 읽었던 책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달라고 당부했지만 나는 평소의 속도대로 읽었다. 몇몇 내용은 기억이 났고 새롭게 가
- 2019-02-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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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 패션 감각을 배우자
- 뒷모습이 청년 같았다. 낡은 청바지에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중간 톤의 체크무늬 셔츠. 햄버거 주문을 하며 서 있는 남자의 옷차림이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문득 그의 앞모습도 궁금해졌다. 그 순간 그가 햄버거와 커피를 받아들고 뒤돌아섰다. 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슬쩍 훔쳐보았다. 반전이었다. 그는 허리가 금방이라도 휘어질 것 같은 나이로 보였다. 굽은
- 2019-02-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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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아서 소변보는 남자들
- 얼마 전 친척 병문안을 갔다가 병원 내 비뇨기과 앞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지인을 만났다. 지인에게 왜 왔는지 물으니 소변이 잘 안 나와서 혹시 전립선에 무슨 문제가 있나 해서 왔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지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대화를 멈추게 되었는데 지인에게 간호사가 “서서 소변보세요? 앉아서 보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 질문에
- 2019-02-22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