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군은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울산시와 대구시는 경품으로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전남은 해남을 방문한 여행객에게 1인당 5만 원 여행상품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혜택은 어떤 사람들이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자를 위한 혜택이다.
7월부터 59세 이하 시니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맞는다. 6월 17일 기준 70세 이상 어르신 80%는 이미 1차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부와 전국 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백신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이미 2차 접종까지 마치고 14일이 지난 시니어나 곧 접종을 받게 될 시니어를 위해 다양한 백신 인센티브를 소개한다.
정부
정부는 지난 5월 26일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접종자가 가족 모임 인원에서 제외되는 혜택 외에도 공공시설에서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차 접종자도 해당한다. 6월부터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체험프로그램 입장료는 50%, 국립생태원·국립생물자원관 입장료를 30% 할인에, 국립 자연휴양림 입장료는 면제한다.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같은 인기 문화재 관람 프로그램은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회차를 편성할 예정이다.
수도권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진행하는 자체 공연과 전시에 대해 관람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연극 ‘완벽한 타인’ 등 이미 막을 올린 공연부터 연말 ‘송년음악회’까지 자체 공연과 전시를 대상으로 10~30% 할인한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백신 인센티브는 아직 준비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접종 인센티브 제공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자치구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보영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6일 서울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자를 상대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는 백신 1차 접종자가 에버랜드를 35%, 캐리비안 베이·한국민속촌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자유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주차요금을 전액 면제하고, 노상주차장을 제외한 용인시 관내 23개 공영주차장에서도 이용료 20%를 할인한다.
경기도 수원시 소상공인들은 만 60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할인하는 ‘백신 인센티브’ 행사를 준비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만 60세 이상 수원시민은 7∼8월 두 달간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업소마다 자율적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성남·파주·광명·안산시 역시 산하 체육·관광시설과 참여 의사를 밝힌 미용·외식업소 등에서 할인을 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는 오는 12일부터 만 65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광명동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65세 미만 접종자는 50%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광명시민은 중복할인도 받을 수 있다. 7월부터는 시민회관 기획공연 20% 감면, 기형도 문학관 입장객 기념품 증정, 광명극장 기획공연 우선 예약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강원도
강원도는 어르신들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접종 우수마을을 포상하고, 접종을 완료한 어르신에게 유명 인기 가수의 트로트 콘서트 관람 기회를 준다. 가족단위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해수욕장 코로나19 프리존을 운영하고, KTX 경강선 코로나19 프리존 연계 관광상품 등을 출시한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코킷리스트’) 공유 이벤트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시·군 및 코레일과 협의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는 오죽헌시립박물관과 강릉통일공원 무료입장을 허용하고, 강릉시립예술단 공연 은 입장권을 50% 할인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무료 급식, 재가 복지 서비스 대기자 발생 시 백신 접종자를 우선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청도와 대전광역시
대전시는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각종 문화·체육시설 입장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오월드(동물원)와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홈경기 입장료 20% 할인받을 수 있다.
충남 서천군은 백신 인센티브용 특별 관광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다. 7월 20일부터 백신 접종을 받은 여행객에게 공짜로 시티투어를 시켜주고, 단체 여행은 인원수에 따라 10~30% 할인한다. 특별 관광 프로그램 중 농촌 관광 프로그램에는 차량을 지원하는 등의 혜택과 관광기념품도 준비돼 있다.
전라도
전라북도에서는 일찌감치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북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북 투어 패스’를 ‘1+1’ 체제로 특별판매한다. 투어 패스 카드 한 장으로 도내 모든 시·군의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주요 관광지에 입장 가능하며, 맛집·숙박·체험시설·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전북 진안군은 진안 군민에게 국민체육센터 입장료 80%와 골프연습장이용료 50%를 각각 할인한다. 전라북도 무주군 반디랜드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부안군 청자 등은 입장료의 절반을 깎아준다. 전라북도 순창군 강천산군립공원과 전라북도 익산시 보석박물관은 아예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이 외에도 순창군은 8명 이상 단체 관광객에게 교통편과 체험·숙박비를 지원한다. 또 올해부터는 8명 이상 단체 관광객 익산역·남원역·광주송정역·순천역·광주공항 등 기차역과 공항까지 ‘힐링투어 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전세버스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버스비 일부도 지원한다. 그 외 올해 처음으로 전주 한옥마을과 순창 강천산을 연계하는 ‘시티투어 버스’ 운영, 4명의 소규모 관광객에게는 1일 체험비 최대 1만 원, 숙박비 1인당 1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전라북도 군산시는 7월부터 소상공인지원과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시 접종자에게 가점을 준다. 평생학습관 프로그램 수강료도 할인 또는 면제해준다.
전라남도 여수시는 농기계 임대료를 추가로 할인해주고, 사회복지시설 내 노래교실 운영을 허용한다. 전라남도 해남군은 여행사와 함께 ‘백신 안심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7∼8월 동안 1박 2일 이상 해남을 찾는 접종 완료 관광객에게 1인당 5만 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지원해, 기존 19~20만 원인 여행상품을 5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상도와 주변 광역시
울산시의회사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울산시민들에게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5차례 추첨을 통해 135명에게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경품 참여 병원은 울산대병원, 동강병원, 중앙병원, 울산병원 등 13곳이다. 울산박물관은 오는 24일과 다음 달 1일 두 차례 진행하는 ‘제18회 전통문화 체험교실’에 백신 접종자만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대구시는 백신 접종자에게 ‘건강검진권’ 등 경품을 선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지난 8일부터 성인 기준 3000원인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접종 확인서와 신분증을 매표소에 제시하면 무료입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는 시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관람에 이어 영화의 전당·문화회관 등에서도 관람료 할인을 검토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경북도민들에게 공원 입장료를 면제한다. 엑스포대공원 상설공연인 뮤지컬 용화향도 관람료를 20% 할인한다. 공연 ‘인피니티 플라잉’도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백신을 맞은 국민이면 거주지와 상관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경상남도 고성군은 전체 260개 마을 중 백신 사전예약률이 우수한 마을 10곳에 총 10억 원의 숙원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수마을 경로당에는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100만 원 상당의 물품과 운영비를 지급한다. 또 접종을 마친 군민 중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지급 대상과 방법, 형태는 군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방침이다.
경상남도 하동군은 옛 경전선 북천역~양보역 레일바이크와 금남면 금오산 짚 와이어 탑승자에게 이용료 50%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켄싱턴리조트와 비바체 리조트 이용자에게는 이번 달부터 향후 3개월간 숙박료 30%를 깎아준다.
이 외에 불교계가 제공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할인 혜택도 있다. 6월부터 전국 135개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비에서 2만 원을 할인한다. 접종자 당사자에 한해 선착순 1만 명에게 혜택이 제공된다.
VVIP에게만 허용된 초호화 공간부터 소박한 맛집까지, 전 세계 슈퍼리치들이 사랑하는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편집국 bravo@etoday.co.kr
◇ 쿠알라룸푸르 ‘마인즈 리조트&골프 클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명문 골프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마인즈 리조트&골프 클럽’은 상위 1% 슈퍼리치를 위한 멤버십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엄격한 선별 과정을 통해 500명 미만의 소수정예 회원만을 수용한단다. 덕분에 방문객이 거의 없어 여유롭게 황제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타이거 우즈의 우승 코스로도 유명한 이곳의 63개 홀 중 18개 홀은 한국 골프 여왕 박세리가 직접 설계에 참여했다. 코스 중심에는 60만 ㎡가 넘는 거대한 호수가 있는데, 마인즈 리조트 쇼핑몰과 연결돼 유람선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마치 바다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코스의 그린피(green fee)는 4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더 클럽’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는 회원은 물론 자식과 손주 세대도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더 클럽’이 있다. 6만9000㎡의 너른 부지에 들어서 있는 호텔과 레스토랑, 최고급 레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한마디로 상류사회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피트니스, 사우나, 골프 연습장, 풋살, 테니스, 농구 코트 등 다양한 운동시설은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클럽을 구현하고 있다. 회원 전용 시설은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을 배려한 노력이 엿보인다. 오아시스 야외 수영장에는 어린이를 위한 모래사장과 키즈풀이 있고, 사우나에서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패밀리 데이’를 진행한다. 키즈 클럽은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피트니스의 종목별 주니어 레슨은 시즌에 따라 새로운 주제로 운영된다.
◇ 빌리어네어숍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1300억 원짜리 요트를 살 수 있을까? 슈퍼리치를 위한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빌리어네어숍’에서라면 가능한 일이다. 이 사이트 카테고리는 요트를 비롯해 전용기, 헬리콥터, 자동차, 모터사이클, 시계, 레지던스 등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어마어마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3억1950만 유로(약 4161억 원)에 달하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투어 오데온 스카이 펜트하우스가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가 하면 2억6079만3700유로(약 3356억 원)짜리 보잉 B787-8 항공기도 구매할 수 있다. 사이트 내에서 가장 가격이 싼 상품은 명품 모터사이클 브랜드 두카티의 디아벨크로모. 하지만 이조차도 1만6500유로(약 2124만 원)로 만만찮은 가격이다.
◇ 네커 아일랜드
카리브해의 이국적 풍경을 품은 지상낙원. 하지만 1인당 하루 숙박료가 1000만 원에 육박하고 기본 3박 이상부터 이용할 수 있으니 일반인들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곳. 영국 기업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이 소유한 ‘네커 아일랜드’는 타인의 시선과 방해를 전혀 받지 않고 럭셔리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초호화 섬 리조트다. 또한 전 세계 부호들의 단골 휴양지로도 유명한데,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를 비롯해 팝 디바 머라이어 캐리, 자넷 잭슨 등이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객들은 산호초와 터키색의 맑은 바다로 둘러싸인 네커 아일랜드에서 고급스러운 숙박, 워터 스포츠, 최고 수준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용요금은 인원수에 따라 달라진다.
◇ 프레지던트 윌슨 ‘로열 펜트하우스 스위트’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프레지던트 윌슨 호텔의 ‘로열 펜트하우스 스위트’는 하루 숙박비만 약 9000만 원에 달한다. 빌 클린턴, 빌 게이츠, 마이클 잭슨 등 국빈급 명사와 셀럽이라야 예약 가능하다고. 국가 원수나 슈퍼리치가 주 고객인 만큼 안전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서비스가 눈에 띈다. 전용 엘리베이터와 비상구, 금고는 물론 객실 창을 모두 방탄유리로 설치했고, 보안팀이 항시 대기한다. 초호화 객실에서 희귀 고서와 예술품을 비롯해, 큰 창으로 몽블랑 호수와 알프스 산맥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개인 요리사와 집사 등이 특별 서비스도 제공한다.
◇ 거슨 클리닉
1920년대 미국의 맥스 거슨 박사가 창안한 거슨 요법을 중심으로 심신 안정과 건강 개선에 필요한 식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거슨의 웹사이트(gerson.org)에서는 멕시코 티후아나(Health Institute de Tijuana)와 헝가리 부다페스트(Gerson Health Center)의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항암을 비롯해 각종 질환 개선을 위해 설립됐으며 유기농 식단을 기반으로 생식 주스, 자연 보조제, 커피 관장 등을 통해 몸의 기능을 돕는 곳이다. 거슨 요법을 선호했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두 곳 모두 입소하면 최소 2주 동안 머무르면서 거슨 요법에 기반을 둔 힐링 프로그램을 따라야 한다. 멕시코 시설 이용비는 2주에 1만2000달러(약 1390만 원), 헝가리는 8100유로(약 1043만 원) 선이다.
슈퍼리치가 찾는 맛집은?
55도 와인앤다인 와인의 풍미와 어울리는 요리를 제공하는 ‘55도 와인앤다인’은 주식부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비롯해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의 단골집이다. 이곳 메뉴인 디너 코스 어드밴티지의 가격은 7만5000원으로 샐러드, 수프, 게살크림파스타, 푸아그라파테, 생선요리, 한우등심스테이크, 커피가 나온다.
시로’s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는 미국 시애틀의 초밥집 ‘시로’s’를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코스 메뉴인 시로’s 테이스팅 디너 가격은 65달러(약 7만6000원)로 수프, 애피타이저, 회, 초밥 등이 제공된다. 1130억 달러를 보유한 자산가의 식사 치곤 소박해 보인다.
루스티코 미국 전 뉴욕 시장이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의 단골 식당으로 버뮤다에 있다. 이탈리아식 파스타와 피자가 유명하며, 샌드위치와 샐러드 햄버거 등은 점심시간 한정 메뉴로 판매한다. 지역 해산물로 만든 요리 또한 유명하다. 식사는 전화 예약으로만 가능하다.
레스토랑 오늘 ‘레스토랑 오늘’은 한식을 주제로 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이다. SK그룹이 설립한 식문화 전문 사회공헌재단인 행복에프앤씨재단이 운영한다. SK그룹 총수는 물론 임원진, 인기 연예인 방문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 콘셉트에 맞춘 메뉴로 연회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계절마다 바뀌는 코스 요리다.
스미스&월렌스키 20년 넘게 열리고 있는 ‘워런 버핏과의 점심 경매’, 지난해는 약 54억7000만 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귀한 식사 자리는 워런 버핏의 단골 식당으로도 알려진 뉴욕의 스테이크 맛집 ‘스미스&월렌스키’에서 주로 이뤄진다고 한다.
잡어와 묵은지 서울 서초구 소재의 이곳은 만화 ‘식객’ 광어 편에 등장한 맛집이다. 단연 허영만 화백을 비롯해 LG, GS 계열 기업 총수들이 찾는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태안 신진도에서 매일 공수한 생선으로 뜬 회를 2년 숙성한 묵은지에 싸먹는데 그게 아주 별미란다.
영롱한 광채를 뽐내는 ‘오팔’은 밝은 에너지를 가졌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욕망을 풀어놓는 오팔의 의미를 보면 기운이 솟구친다. 기성세대보다 더 스스로를 가꾸고 자기계발과 취미활동에 적극적인 50~60대 시니어들과 닮았다. 그래서 이들을 ‘오팔세대’라 부르나보다.
사실 오팔세대의 오팔(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 글자를 딴 조어다. 동시에 베이비붐세대의 상징 ‘58년 개띠’의 오팔을 의미한다. 198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오팔세대는 이제 은퇴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시장은 오팔세대인 50~60대 시니어 고객 모시기에 집중한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니어 비중이 커지는 만큼 기업들은 그들을 위한 서비스와 문화행사를 강화하며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저금리시대에 예대마진이 줄어들자 시니어에게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며 이들의 자산관리와 똑똑한 소비를 도와 수익창출을 도모한다. 자연스레 최우수고객(VIP) 대열에 합류한 시니어들은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며 화려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백화점: 할인 혜택과 문화행사 강화
50~60대 시니어가 백화점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의 최근 3년 실적을 분석해보면 50~60대의 매출 비중은 30~40대보다 낮지만 고객단가는 가장 높다. 비싼 상품에도 지갑을 잘 여는 우수고객이란 의미다. 이들 중 연간 2000만 원 이상 소비하는 VIP 비중이 일반고객보다 8배가량 높아 백화점으로선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고객이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이 시니어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풍성하다. VIP의 경우 등급별로 차등 적용된 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에선 각각 5~10%, 현대백화점은 5%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아카데미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문화센터 정규강좌 50% 할인, 신세계백화점은 학기별 강좌 1개 30% 할인~무료 수강, 롯데백화점은 1개 강좌 20% 할인~2개 강좌 50% 할인, 현대백화점은 5% 할인 혜택을 준다. 뿐만 아니라 기념일 축하선물과 항공권 할인, 발레파킹, 무료주차 등이 VIP 등급별로 차등 제공된다.
시니어를 위한 문화행사와 이벤트 초청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부터 예술의전당과 제휴를 맺고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VIP 전용 문화공연 ‘신세계 클래식 페스티벌’을 연다. 그동안 서울시립교향악단,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피아니스트 조성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 유수의 클래식 대가가 이 무대에 올랐다. 현대백화점도 매년 VIP를 위한 문화강좌인 ‘더 스튜디오 클래스’를 열고 있다. 연 4000만 원 이상 구매한 ‘쟈스민 클럽’ 회원만 참여할 수 있다. 요리,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강사로 나온다.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 명사가 직접 추천한 책, 공기정화식물, 난, 꽃 등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은행: 알짜 금융상품과 은퇴설계 지원
은퇴했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고객을 위한 금융상품도 시니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올해 1955년생이 65세로 고령자가 되고 1960년생 은퇴자도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은행들이 시니어 특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 꼼꼼히 들여다볼 만하다.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 ‘열두번의 행복’ 시리즈를 추천했다. 이 상품은 매월 찾아오는 월급날의 행복을 은퇴 후에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분할지급식 투자상품으로 ‘낮은 위험,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현재 펀드와 신탁상품이 있다. KEB하나은행은 ‘행복 노하우 연금예금’을 소개했다.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확보하고 매달 수령하는 원리금을 생활자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돈이 많이 필요할 때는 많게, 그렇지 않을 때는 적게, 이자만 필요할 때는 이자만 수령할 수 있다.
노후설계에 대한 실질적인 어드바이스가 필요하면 각 은행의 시니어 혜택 플랫폼을 이용해보자. 신한은행은 ‘신한 미래설계’로 고객의 은퇴를 지원한다. 금융 서비스와 함께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은퇴설계전문가(ARPS) 등 금융 관련 전문자격을 보유한 645명의 미래설계 컨설턴트를 전국 영업점에 배치해 고객의 은퇴 이후 현금흐름을 분석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래설계센터에서는 부부은퇴교실, 미래설계캠프 등 다양한 은퇴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우리은행은 서울 신촌점과 명동점에 ‘우리 시니어 플러스 센터’를 열고 공간 대여와 맞춤형 금융정보 공유강좌, 은퇴설계교육 등을 진행한다. 자산관리와 연금 관련 세미나도 열린다. 이와 함께 시니어 맞춤 온라인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고객 전용 ‘시니어 플러스 홈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카드: 똑똑한 소비 돕는 풍성한 혜택
시니어를 위한 똑똑한 카드 상품도 챙겨보자. KB국민카드는 ‘KB골든대로 체크카드’를 추천했다. KB골든대로 체크카드는 50~60대 고객의 생애주기에 특화된 업종 이용 시 결제금액의 5%가 포인트로 적립되는 중장년층 맞춤형 상품이다. 이 카드는 전월 이용 실적이 30만 원 이상이면 △병원, 약국 등 건강 관련 업종 △대형마트, 주유소 등 생활밀착 업종 △골프, 사우나 등 여가 업종 △생명·손해보험 등 보험료 결제 시 월 최대 2만 점까지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신한카드의 시니어 계층을 위한 ‘신한미래설계카드’도 주목할 만하다. 이 카드의 주력 서비스는 의료비 할인 혜택이다. 병원·약국은 물론 동물병원에서 월 최대 1만 원까지 결제액의 5%를 할인해준다. 생활비 할인 혜택도 돋보인다. 4대 주유소에서 ℓ당 60원(월 최대 30만 원), 3대 대형마트에서 5%(월 최대 1만 원), 대중교통과 택시 이용 시 5%를 할인해준다.
VIP를 위한 프리미엄급 카드도 시니어의 현명한 소비를 돕는다. 롯데카드는 최근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장하며 ‘엘클래스 L60’을 선보였다. ‘프리미엄의 깊이를 경험하다’라는 콘셉트를 가진 엘클래스 L60은 공항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의 VIP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의 탠텀은 해외여행을 할 때 사용하기 좋다. 페닌슐라 등 해외 유명호텔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객실 등급도 올려준다. 공항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항공 마일리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도 ‘더 베스트’, ‘더 클래식’ 시리즈를 내놓았다. 여행과 레저,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른 프리미엄 카드보다 쉽게 바우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호텔·문화: 포인트 적립과 클래식 향연
호텔 회원으로 등록한 시니어라면 할인된 가격이나 포인트를 적립하며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신라호텔은 객실 이용금액의 1~3%, 식음료 이용금액의 최대 1%가 적립된다. 또한 객실 업그레이드 서비스(연간 최대 5회)와 무료 세탁 서비스도 회원등급별로 적용해 지원한다.
롯데호텔은 객실 이용금액에 따라 3~6%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 포인트는 롯데호텔앤리조트 객실, 식음업장을 비롯해 롯데면세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세탁 서비스 10~20% 할인, 식음료 5~10% 할인, 객실 업그레이드, 1박 무료숙박권 등의 혜택도 회원등급별로 제공한다.
풍요로운 문화생활도 시니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예술의전당의 노블회원(70세 이상·무료가입)이라면 공연 40% 이상 할인, 무대리허설 관람, 음악감상강좌 30% 할인, 월간 ‘노블N’ 발송 등의 혜택이 따라온다. 유료회원일 경우에는 공연·전시 5~40% 할인(최대 5매), 선예매 서비스, 음악회 초청, 아카데미 수강료 5% 할인, 제휴매장 및 우대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세종문화회관의 회원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무대 위의 몸짓, 오래된 명화의 감동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연회비는 5만~10만 원으로 공연당 4~6매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세종예술아카데미 할인과 공연 프로그램북 등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유료회원가입이 제한된 상태. 향후 개선된 서비스를 다시 제공할 예정이다.
여수엑스포역은 관광지 철도역으로는 만점짜리 자리에 있다. 열차에서 내려 역 구내를 빠져나오자마자 엑스포 전시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왼쪽에서는 쪽빛 바닷물이 넘실댄다. 일정이 바쁜 사람들은 열차 도착 시각에 맞춰 역 앞에 긴 줄로 늘어서 있는 택시를 바로 잡아탄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끌리듯 엑스포 전시장으로 직진한다. 높낮이 없이 평평하게 설계된 전시장 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어도 걸리는 곳이 없다. 시니어들에겐 맞춤 산책길이다. 자기도 모르게 왼쪽에 있는 바다 쪽으로 접근해 걷게 된다.
조금 걷다 보면 왼편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조그만 섬 하나가 눈에 잡힌다. 소문 난 오동도다. 전시장 끝자락에서 이어지는 다리가 있으니 그 섬에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만만한 섬! 천천히 걸어도 30분가량이면 다 돌 수 있다. 이 섬이 소문난 건 동백꽃 덕분이다. 동백꽃은 한창 피어나는 겨울보다는 지기 시작하는 초봄에 장관을 이룬다. 바닥에 무리를 이뤄 떨어져 있는 빨간 꽃송이와 꽃잎들은 처연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들에게도 질 때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그 교훈을 실감
나게 체득하려면 동백꽃이 떨어지는 3~4월께 오동도를 다시 찾아야 한다.
실비로 먹는 ‘시골밥상...’ 식당
오동도 구경을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뱃속에서 신호가 오게 마련이다. 더욱이 이곳이 맛의 고장 여수임에랴! 오동도 앞에서 돌산으로 가는 해상 케이블카 탑승장 바로 밑에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8000원짜리 여수 가정식 백반을 파는 ‘뚱땡이 할머니의 밥상 시골밥상’ 집은 언제나 손님이 차고 넘쳐 끼니때는 이용이 쉽지 않다. 칠순을 넘긴 뚱땡이 할머니와 마흔도 채 안 돼 아이를 넷이나 출산한 ‘애국자’ 따님이 운영한다. 맞은편 엠블 호텔 투숙객들도 이 식당을 많이 찾는단다.
특별한 반찬은 없지만, 하나하나 간을 잘 맞춘 맛깔스러운 반찬들과 매일 바뀌는 국 종류 때문에 밥 한 그릇을 더 시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식사를 끝낸 자리엔 종업원이 큰 통을 들고 가서 남은 ‘아까운’ 반찬들을 모두 담는다. 음식 재활용을 않는다는 걸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좁은 자리가 꽉 차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사진도 못 찍고 문전에서 아쉬운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아쉽기는 뚱땡이 할머니와 따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문 앞에 서서 손님을 그냥 보내는 눈빛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진남관 앞 ‘서울해장국’ 식당
그렇다고 애써 맛집을 다시 찾아야 한다면 여수가 아니지.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전라좌수영(全羅左水營)의 본영으로 사용하던 진남관. 그 오른쪽 앞과 길 건너편 거리에 여수의 오래된 먹자골목이 있다. 모두 다 소개하고 싶은 맛집들이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서울해장국’이 있다.
아니, 맛집 고장 여수에서 엉뚱하게 옥호를 ‘서울~~’로 쓰다니! 그러나 사실 이상할 게 없다. 수십 년 전 여수가 관광지로 채 발돋움하기 전에 개업했으며 그 당시만 해도 서울은 대단한 동경의 대상이었기에. 마치 50, 60년대 서울의 빵집과 양복점 등의 이름으로 뉴욕, 파리, 런던 등을 많이 썼던 것처럼.
이 식당은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한다. 바싹 말린 우거지를 장어로 국물 맛 낸 된장국에 넣어 푹 끓여낸 우거지국, 바삭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콩나물국, 두툼한 선지국은 모두 한 그릇에 6500원,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넣은 김치찌개(8천 원) 등이 하나같이 별미다. 이 식당은 특히 밑반찬에 들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그 때 그 때 구워주는 생김을 찍어 먹게 집간장과 양념간장을 함께 내주고 갓 만들어 내오는 숙주나물, 고추멸치볶음, 계란부침 등도 모두 싱싱하고 맛깔스럽다.
주인 할머니와 따님이 조그만 식당을 무려 종업원 10명가량을 쓰며 운영한다. 김 굽는 직원, 식재료 다듬는 직원, 우거짓국 끓이는 직원, 김치찌개 끓이는 직원 등이 제각각이다. 맛집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불친절은 찾아볼 수 없고 직원들이 손님상을 수시로 체크하며 모자란 반찬은 알아서 채워주는 친절함까지 보인다. 손님들이 저마다 이 식당 칭찬하기에 바쁘다. 팔순이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선짓국을 들고 계신다. 궁금해서 말을 붙여보았다. “40년 단골이지. 맛도 맛이지만 정성이 들어간 건강식이고 배고프던 시절 추억을 떠올려 더 좋지.” 여러모로 완벽한 맛집인 셈이다.
그 밖에도 복춘식당, 조롱박 등 여수의 별미를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이 일대에 많다. 서대회, 아귀찜, 아귀탕, 생선 내장탕, 돌게장, 삼치회 등이 주메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의 많은 아귀찜 식당과는 비교도 안 되게 풍부한 아귀를 넣은 아귀탕이 1만 원. 둘이서 다 먹기 부담스러운 양의 아귀찜도 2만 원 미만이다. 마산 일대가 주산지로 알려진 아귀는 여수에서 더 풍족하게 요리된다. 여수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삼치의 선어회는 여수의 특징적인 음식 중 하나다. 처음 접하면 물컹한 식감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지만 익숙해지면 삼치회만 찾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구이로 먹는 삼치 머리는 클수록 맛이 좋다.
진남관. 이순신광장. 장군섬
식사를 마치고 여수의 상징인 진남관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는 이순신 광장을 ‘참배’ 할 차례다. 여수를 하루만 둘러봐도 곳곳에 있는 이순신의 흔적을 발견하곤 새삼 놀라게 된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가 거처했던 곳까지 여수에 있고, 거북선을 건조하고 수리하던 ‘선소’도 세 곳이나 있다. 어머니 처소는 보존작업이 마쳐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띄엄띄엄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는 그 앞에 새로 이순신 공원 조성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심지어 실재하지 않은 소설 속 인물까지 끄집어내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점잖은’ 여수 시민들은 ‘이순신 자원’을 그리 요란하게 활용하지 않는다. 기자도 여수를 몇 번 찾기 전까지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전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해 곳곳에 이렇게 많은 흔적을 남긴 줄은 알지 못했다.
이순신 장군은 사후에도 여수민들을 여러모로 ‘살려주고 있는’ 중이다. 거북선 빵집, 이순신 햄버거 등 여수 상가의 옥호 중 이순신과 거북선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여수민들의 충무공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 역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충정이 한없는 불멸의 영웅은 여수에서 그 숨결이 가장 생생하게 느껴진다.
진남관은 2020년 봄까지 보수 일정이 잡혀있어 내부 관람이 금지돼 있다. 광장의 장군 동상 앞에 실물 크기로 지어졌다는 거북선도 기자 일행이 찾았을 때는 수리 중이어서 입장을 할 수 없었다. 관람객이 너무 많아 수시로 보수를 해야 한단다.
진남관 입구와 장군 동상 너머 장군섬에 이르는 곳까지 장군의 위세가 당당하게 뻗쳐져 있는 일대를 보는 것만으로 성웅 충무공에 대한 참배를 대신해야 했다. 참고로 해방 즈음까지는 장군 동상 앞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차 있었단다.
종포공원 거쳐 오동도 가는 길
이순신 광장에서 오동도 방향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자산공원이 있는 방향으로 나지막한 언덕길을 거쳐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몇 해 전부터 여수의 포장마차 촌으로 유명해진 종포공원을 거쳐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다. 우선 종포공원부터 걸어보기로 한다.
이 일대는 여수의 오래된 바닷가 놀이터 중 하나다. 지금은 공원으로 명칭이 붙여져 있지만, 낚시꾼이 모여들고 고기잡이배가 들락날락하던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바로 옆에 새벽마다 경매가 열리고 종일 생선 판매가 이뤄지는 선어 시장이 있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들도 간간이 모습을 보인다.
몇 년 동안 성시를 이루던 포장마차 촌은 인근 하멜기념관 옆으로 옮겨졌다. 정비 차원이었던 모양인데 아직은 포장마차 촌의 모습으로 보기엔 익숙하지 않다. 행정력도 자연스러움에 초점이 맞춰져야 바람직한데...
종포 공원 일대에 펜션 서너 곳이 있고 펜션 부근에 맛집이 꽤 늘어서 있다. 포장마차와는 구분되는 식당들이다. 여수 특산물 중의 하나인 돌문어 식당이 많다. 돌문어삼합, 돌문어라면 등등. 진화한 여수 음식 종류 중 하나는 해산물을 활용한 라면 요리다. 이 돌문어 식당엔 점심때부터 줄이 늘어서 있다. 젊은 층이 많다. 돌문어라면 뿐만 아니라 해물라면, 돌문어삼합 등 새로운 메뉴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돌문어라면 1만 원, 네 사람이 먹어도 남을 정도의 푸짐한 돌문어삼합은 3만9000원.
기자도 몇 년 전 여수에 와서 라면 요리를 ‘개발’했었다. ‘꼴뚜기 라면’. 시장 아지매한테 1만 원만 주면 한 접시 가득 주는 꼬록(여수에선 꼴뚜기를 꼬록이라고 부른다)을 특별한 레시피 없이 라면과 함께 끓여주면 색다른 국물 맛을 내는 아주 맛깔스러운 라면이 완성된다. 강추!!!
몰포 나비와 나비 반도 여수
자산공원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걸어 올라가기에 좀 힘이 들기 때문이다. 관광버스들도 코스로 잘 잡지 않는다. 그러나 노인 체력으로도 천천히 걸어 올라갈 만 하다. 아침저녁으로 산이 아름다운 자색으로 물든다 하여 자산으로 이름 붙여진 그 산속 공원엔 여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또 생뚱맞은 이름의 전시관이 하나 있다.
곤충체험관인데 이름하여 ‘빠삐용(나비) 전시관’이란다. 여수에 빠삐용 전시관이라니.. 입구에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미국 배우 ‘스티브 맥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여수에 빠삐용? 생각해보고 거듭 생각해 봐도 생뚱맞다!
전시관에 들어가 설명을 들어봤다. 여수시의 전직 공무원 한 분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집념으로 나비를 채집해 개인적으로 만든 전시관이다. 시에 기증해 지금은 시가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나비 표본 중에서 대표적인 전시물이 저 멀리 중남미 원산의 몰포나비. 푸른 금속성 광택이 나는 아름다운 몰포나비와 그 나비 모양을 빼닮은 여수반도 그림이 나란히 전시돼있다.
아하! 그제야 조금 몰포나비 채집자의 의도가 이해될 듯했다. 그는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폈음 직하다.
“지구 저편에서 몰포나비가 너울너울 날아와 한반도 끝자락에 앉았다. 여수반도다!”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에서
여수에서는 걷다가 가끔 시내버스도 타볼 만하다. 2층 관광버스도 좋지만 무작정 시내버스를 타고 한가롭게 시내를 돌다 보면 대충 여수 시내의 윤곽이 들어와 다음날 일정에 참고하기에도 좋다.
물어물어 버스 몇 번 갈아타고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지역으로 갔다. 고급 아파트촌이 있고 인공 해변이 조성돼있으며 입구 상가엔 여수답지 않게 주차난이 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서울 사람들에겐 식상한 풍경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구원은 ‘예울마루’다. 전시회와 음악회를 수시로 여는 이 건물은 여수 산단에서 매출을 많이 올리는 어느 대기업이 외국인 건축가에 설계를 맡겨 지어서 시에 기부한 것이다. 건물 외벽 없이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 건축물 문외한이 보기에도 시원하다. 건물 바깥쪽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있는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예울마루 관람을 마치고 15분가량 옆의 산길을 돌아 걸어가면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짓고 수리했다는 선소가 나온다.
이순신 장군의 또 다른 작품 ‘선소’
이 선소는 여수반도를 에워싼 바다의 ‘골목길’ 맨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적군에게 노출되지 않는 장소를 고른 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웅천 쪽에서도 선소는 보이지 않고 웅천의 바다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촌에서도 이곳이 보이지 않는다. 입지 선택이 탁월했던 셈이다. 그러니 여유롭게 안정적으로 거북선을 짓고 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북선과 수전의 각종 전략 외에도 이순신 장군의 지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순신 장군은 영국의 넬슨 제독과 함께 세계 해전사에서 최고의 명장으로 기록된다. 러일전쟁을 일본의 승리로 이끈 일본의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순신 장군에게 존경을 표한 것도 거북선 뿐만 아니라 해전 전술, 주민 친화력, 그리고 선소 운영 능력 등을 보았기 때문이다. 충무공께 새삼스러운 존경의 묵례를 보내고 이번엔 선소 길 건너의 그 유명한 보리굴비 식당으로.
명사들이 찾는 여수의 보리굴비 식당 ‘석정’
굴비 하면 영광 굴비, 법성포 굴비다. 그런데 여수에 명사들도 즐겨 찾는 보리굴비 전문식당이 하나 있다. 옛 여천 지역, 여수 시청 부근에 있는 석정 식당이다.
이 식당도 덕장은 법성포에 두고 있다. 법성포에서 굴비를 말려 여수로 가져와 조리한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굴비 정식엔 굴비와 함께 해물 보쌈김치, 여수산 각종 나물 등 17가지의 반찬을 내놓고 직원이 각 테이블을 돌면서 먹기 좋은 크기로 굴비를 찢어 준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보리굴비 속살, 군침이 돈다. 보리굴비 정식 2만 원. 여수엑스포 준비위원장을 지낸 전 건설교통부 장관 강동석 씨, 지금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윤정희, 백건우 씨 부부 등 명사들이 오래된 단골이란다.
여수에서 11월에 열렸던 세계한상대회 때의 에피소드 한 토막. 대회기간 중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각자 이 식당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단다. 각국 한인들에게까지 이 식당 소문이 났다는 식당 측의 자화자찬이다.
식당 판매보다는 전국에 보내는 택배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선물 포장된 다섯 마리에 택배비 포함하여 6만5,000원, 10마리 세트는 12만5,000원.
구여수와 신여수
여수시청이 있는 구 여천지역과 구 여수를 잇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내륙 쪽 버스들이 다니는 길과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이다. 웅천지역을 지나 구 여수로 가는 길목 왼쪽에 한국화약 소유 대지가, 있으며 그 건너편엔 여수반도에서 가장 탁 트인 넓은 바다가 있다.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든지 아니면 대단위 리조트로 개발할 만한데, 웬일인지 방치되고 있다. 띄엄띄엄 바닷가 길을 둘러 가면 구 여수의 전통 항인 국동항이 나온다. 옛 여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동항엔 항상 낚싯배들이 수백 척 정박해있고 경매장에선 새벽마다 활발하게 경매가 이뤄진다. 바로 앞 경도엔 미래에셋이 경도 리조트 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경도는 골프장과 함께 여름 한 철 먹거리인 하모(갯장어의 일본말)의 주산지이다. 경도와 고흥 일대의 하모를 최고의 갯장어로 꼽는다. 경도 안엔 하모를 회와 샤부샤부(일본말. 유비끼라고도 함)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있다. 혹자는 일본사람들처럼 갯장어에 기름이 끼는 7월 이후엔 맛이 별로라고도 하고 혹자는 그때의 하모 맛이 일품이라고도 한다. 정답은 없고 각자 취향에 따르면 될 일이다.
자매식당 등 국동항의 맛집들
그러나 여름철이건 겨울철이건 바닷장어 요리를 꾸준히 하는 식당들이 여수에 많다. 특히 국동항 주변엔 갯장어를 통째로 끓여 내놓는 통장어탕 식당이 몇 곳 있다. 그중에서 여수 시민들 사이에서도 소문 난 자매식당을 찾았다.
장어를 잘라서 국 끓이는 게 아니라 통째로 넣어 끓인 후 손님상에 내와서 종업원이 국자로 장어를 으깨서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눠준다. 된장 국물에 우거지를 넣어 장어 맛과 함께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일반적으로는 토막 낸 장어를 숙주나물을 넣어 함께 끓여 내놓는다. 통장어탕 14000원, 장어 소금구이 2만 원을 받는다.
여수에 가장 많은 식당이 장어탕 식당과 돌게 간장게장 식당이다. 장어탕 식당은 수산시장 안, 시청 주변, 시내 곳곳에 있다. 그중 자매식당이 가장 생명력이 있다는 여수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놓는 멍게 젓갈이 또 일품이다. 자꾸 더 달라는 손님이 늘어나 포장 판매를 시작했단다. 한 통(3kg)에 3만 5000 원, 택배비 4000원이란다.
여수의 수산시장
여수에는 수산시장이 몇 곳 있다. 수산시장, 특화시장, 교동시장, 선어시장. 그중 수산시장이 중앙시장 격이다. 몇 년 전에 이 시장에 큰불이 나서 시장이 완전히 전소했었다. 주변의 지원과 상인들의 복구 노력에 힘입어 업그레이드된 새 시장 모습으로 태어났다.
시장 내 수십 곳 되는 활어 판매대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잡는 활발한 모습은 장관이다. 생선 잡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매우 좋다는 어느 보고서에 전폭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물새횟집 아지매. 수십 년간 온 가족이 이 업에 종사해왔단다. 종포공원 옆에 자그마한 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재빠르고 시원시원하게 생선을 잡고, 손님과 흥정도 시원시원하게 하며, 횟감은 그야말로 맛깔스럽게 썰어낸다. 전문가가 따로 없다. 일본 시장 상인들과 일 합을 겨루게 해봤으면 좋겠다. 여기서 회를 떠 가져갈 수도 있으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2층 식당으로 올라가 상차림 값으로 한 사람당 4,000원과 매운탕값 5,000원을 주고 식사를 한다. 서울의 가락시장, 노량진 시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실비다. 생선 산지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세 명이 싱싱한 돔, 갑오징어, 농어, 삼치 등 각종 회를 남길 정도로 푸짐하게 먹고도 6만 원 미만을 냈다.
시내의 실비식당 ‘와사비’
게장 골목 소개는 생략한다. 여수의 전통적인 먹거리 중의 하나인 간장게장 식당들은 이제 시설과 메뉴에서 한 등급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신 시내의 횟집 한 군데를 더 소개하고 여수의 맛집 소개를 마친다. 여서동 네거리 근처의 ‘와사비’식당. 옥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름 때문에 최근 곤욕을 치렀단다. 얼마 전부터 보는 시선들이 좀 누그러지더란다.
옥호를 ‘고추냉이’로 바꿀 생각은? 이제 겨우 정착단계인데요... 이 식당은 문 연 지가 몇 해 되지 않았다. 6년 전께 문을 열자마자 여수에서 오래된 횟집들을 제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유는 초간단. 남자 사장이 새벽에 바다에 나가 직접 생선을 잡아 오고 여수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건 통영 등지로 달려가 구해와서 오후부터 바쁘게 회를 만든다. 혼자서 몇 사람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게 몇 년을 일해 얼굴이 수척해졌을 정도다. 부인은 서비스 메뉴를 개발하고 상차림을 연구하는 한편 수시로 주방에 들어가 남편과 주방 보조 여인을 돕기도 한다. 이들의 노력은 상차림과 회접시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 식당도 갈치회, 삼치회가 일품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회 한 접시에 4만 원에서 6만 원이면 세 사람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맛집 몇 곳을 소개했지만, 여수의 장점은 어느 식당에 가든 다른 지방에 비해 만족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식당마다 자부심이 대단하고 음식에 들이는 정성이 손님들 눈에도 보일 정도다. 전통인지, 요즘의 트렌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엑스포 이후 시설과 함께 식당들의 자세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먹방과 인터넷에서 칭찬은 많이 받고 악평은 덜 받는 곳, 여수가 됐다.
오동도 입구의 일출
여수에서 일출을 보는 장소로는 돌산섬 일대를 많이 꼽는다. 그중에서도 섬 끄트머리의 향일암(向日庵)은 일출로 유명해진 곳이다. 정동진과 함께 일출 사진이 워낙 많이 나돌아다녀 우리는 다른 곳에서 일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여수 현지의 정보로는 요즘 오동도 입구의 일출이 장관이란다.
새벽에 일어나 이틀을 기다렸다. 해는 우리의 애를 태우면서, 햇살만 내려보내 고기잡이배들을 비춰줄 뿐이었다.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 대신에 빛줄기만 담았다. 일정상 일출 장면 촬영을 포기하고 서울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철수하면서 여수 지인에게 일출 촬영을 간곡히 당부했다. 간곡히 간곡히 거듭 부탁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일출 사진이 메일로 왔다.
쌩큐 오 선생!
쌩큐 여수!
2018년 개띠의 해가 열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구는 돌고 역사는 기록될 것이고 개개인의 삶은 흘러갈 것이다. 올 새해맞이는 따뜻한 휴양지 코타키나발루에서 ‘지치지 않는’ 여행을 하면서 쉬는 것. 낮에는 바닷가에 나가 물놀이를 하고 배가 고프면 슬렁슬렁 시장통에 나가 애플망고를 실컷 먹고 저녁에는 밤하늘을 보면서 수영을 즐기는 일. 한 해의 초문을 여는 방법으로 이보다 행복한 여정은 없다.
툰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에서 놀고 액티비티 투어도 하고
코타키나발루는 사바 주의 주도(州都)다. 사바 주는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보르네오 섬의 북쪽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여행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 낮에는 툰구 압둘 라만(Tunku Abdul Rahman) 해양공원의 5개 섬을 골라 다니면서 놀면 된다. 가야(Gaya), 마누칸(Manukan), 사피(Sapi), 술룩(Sulug), 마무틱(Mamutik) 섬이다. 툰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의 이름은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인 툰쿠 압둘 라만(1903~1990)의 이름에서 따왔다. 물빛이 아주 맑은 수트라 항구(Sutera Harbour)에서 배를 타고 빠르게 달려 5분도 안 돼 마무틱 섬에 이른다. 5개 섬 중에서 규모가 가장 작고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어 일명 ‘산호섬’으로 불린다. 섬에서 노는 게 지겨운 날에는 시내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키나발루 국립공원(Kinabalu National Park)으로 가서 트레킹을 하면 된다. 골프를 하고 싶다면 탄중아루(Tanjung Aru) 리조트 내의 골프 코스를 찾으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제셀턴 포인트(Jesselton Point)에서 배를 타고 반딧불 투어, 밀림 투어 등을 해도 좋다. 제셀턴 포인트는 주변 섬으로 갈 수 있는 페리 탑승장이다. 이 도시와 인근 섬들을 연결하는 여객선이 드나든다. 수많은 현지 여행사가 있어 각종 투어와 액티비티 투어 등을 예약할 수 있다. 참고로 제셀턴은 과거 영국의 식민통치 시대에 말레이시아의 물자를 실어 나르던 항구로 1945년 오스트레일리아 군인이 내려 거주하던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끝 무렵 일본군으로부터 코타키나발루(당시 이름 제셀턴)를 탈환하기 위해 진입한 오스트레일리아 군이 야영했던 곳이라서 붙여진 지명. 기념 동판 하나만이 남아 그날을 일러준다.
필리핀 마켓 야시장에서 애플망고 실컷 사 먹기
코타키나발루 여행의 백미는 야시장 구경이다. 이 도시로 이주한 필리피노들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하나둘씩 내다 팔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시장. 오후 4시경 문을 여는 노천 야시장엔 활력이 넘친다. 상인들 거의가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어렵지 않다.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에 ‘히잡’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시장에는 망고가 지천이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사 먹을 엄두를 낼 수 없는 애플망고를 보고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새우튀김도 사고 닭 날개(사테, Satay)도 사 먹는다. 한국인이 많이 오는지, 구운 닭 날개 소스에 대해 능숙하게 말한다. ‘매운 맛’이나 ‘맛있어요’라는 말은 아주 잘한다. 바나나튀김도 맛있고 작은 팬케이크는 보는 재미가 있다. 또 첸돌(Chendol)도 재미있다. 간 얼음 위에 꼬물꼬물한 연두색 첸돌과 코코넛밀크, 흑설탕을 넣어 만든 빙수다. 이와 비슷한 아이스카장(Ice Kajang)도 있다. 잘게 간 얼음 위에 야탑 열매와 옥수수, 팥, 젤리 등과 여러 가지 시럽을 넣은 빙수다. 시장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질 시간. 시장통을 비껴 워터 프런트 쪽으로 걸어가면 바다 너머로 해가 진다. 지는 해의 열기는 생각보다 뜨겁다. 숙소로 피신하는 게 답. 달빛과 별을 보며 수영하면서 맛있는 애플망고와 새우튀김을 안주 삼아 지역 맥주 한잔 곁들이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자가 된다.
전통 부족민 볼 수 있는 ‘카다잔-두슨 원주민 민속촌’
사바 지역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어 전통가옥을 재현해놓은 사바 카다잔-두슨 문화협회(Kadazans-Dusuns Cultural Association Sabah)를 찾는다. 사바 주의 용맹한 ‘카다잔’ 원주민 전사와 몬소피아드 사냥꾼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민속촌이다. 카다잔족, 두슨족, 룬구스족, 바자우족, 무루트족(Murut) 등은 이 나라 대표적인 전통 부족들. 카다잔족과 두슨족은 사바 주에서 가장 큰 민족 집단으로 전체 인구의 30%나 된다. ‘키나발루’라는 이름도 카다잔족의 언어로 ‘죽은 자들의 안식처’를 뜻하는 ‘이키나발루’에서 유래되었다.
두 부족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했다. 다른 점이라면 카다잔족은 분지에서 쌀농사를 짓고 두슨족은 구릉성 산지에서 산다는 것. 카다잔-두슨 민속촌에 이들이 살던 집과 풍습 등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 마련되어 있다. 또 매년 5월 30~31일에는 추수 축제가 열린다. 벼를 수확한 후 한 달 정도 풍성한 축제가 벌어질 때 훨씬 볼 만하다.
도시 전망은 시그널 힐에서, 낙조 감상은 탄중아루에서
시그널 힐(Signal Hill) 전망대도 오른다. 걸어서 가기에는 가파른 길이다. 낙조를 감상하기 제일 좋은 곳이지만 낮에는 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의 역할을 한다. 전망대에서는 코타키나발루 시내 전경과 페낭 해변을 둘러볼 수 있다. 근처 시계탑은 랜드마크로 원래 등대 역할을 담당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연합군의 융단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건축물이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근처의 선데이 마켓으로 간다. 잘란 가야(Jalan Gaya)에서 열리는 선데이 마켓은 300개 이상의 노점이 생활용품, 식재료, 약초, 의류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원래는 현지인들을 위한 작은 로컬 마켓이었지만,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판매 품목도 다양해졌다. 필리핀 마켓과 달리 수제품이나 공산품이 많다. 보기 드문 제비집도 있다. 마켓은 생각보다 일찍 파장한다. 다시 가장 번화한 원보르네오(One Borneo)와 와리산 스퀘어(Warisan Square)로 이동해 마사지를 받고 천천히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낙조를 볼 수 있는 탄중아루로 간다. 탄중아루는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 이 도시의 낙조는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해넘이로 꼽힌다. 아쉽게도 바닷가에는 비가 내린다. 낙조를 보지 못하면 어떠리. 맘껏 휴식했으니 이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Travel Data
항공편 인천에서 코타키나발루까지 직항편은 대한항공이 주 2회, 아시아나와 이스타항공이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직항편도 있다. 매주 금요일 출발.
기후 1년 내내 덥고 습한 기후다. 평균 기온은 영상 30℃. 계절에 따른 기후변화가 없어서 여행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나뉘지 않는다. 날씨는 대체로 맑은 편이지만 하루 한 번 열대지방의 소나기인 스콜이 내린다. 코타키나발루의 1월은 우리나라의 한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통풍이 잘되는 얇은 옷 위주로 챙기고, 한 달 평균 일주일 이상 비가 내리기 때문에 우산은 필수다. 고산인 키나발루 산과 쿤다상(Kundasang) 지역은 기온이 서늘한 편이다.
언어 공식 언어는 말레이어다. 하지만 호텔 및 관광지에서는 영어가 널리 사용된다.
통화 정보 자국 통화인 말레이시아 링깃(Ringgit)이 통용된다. 1링깃은 260원대다. 인천 공항에서 환전해서 가면 된다.
사용 전압 200~240V, 50Hz다. 우리나라와 콘센트 모양이 다르니 꼭 어댑터를 준비하자.
음식 정보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 외 볶음밥인 나시고렝(Nasigoreng)이나 국수 등 메뉴가 다양하다. 한국인이 일부러 찾는 집으로는 ‘웰컴씨푸드’가 있다. 주문하면 수족관에 있는 해산물로 즉석요리를 해준다.
숙박 정보 휴양도시라서 고급 호텔, 리조트, 콘도, 레지던스, 아파트 등 묵을 곳이 많다. 골프를 원한다면 리조트를 선택하는 게 좋다. 한 달 정도 머물 예정이면 아파트를 추천한다. 거실 하나에 방 두 개다. 아파트 객실은 에어컨, 평면 TV를 갖추고 있으며, 일부 객실에는 냉장고 등이 완비된 간이 주방도 마련되어 있다. 1일 7만~10만 원 선이다. 수트라 항구 근처의 이마고(Imago) 쇼핑몰·콘도는 장기투숙자가 많이 이용한다. 또 KK 베케이션 아파트먼트 @ 마리나 코트 리조트 콘도미니엄을 비롯해 여럿 있다.
기타 볼거리 북보르네오 증기기차 투어나 새로 지은 시청사, 석호(潟湖, lagoon) 위에 세워진 시티 모스크, 사바 주 모스크(Sabah State Mosque)가 있다. 건물 돔은 온통 황금으로 뒤덮여 있다.
코타키나발루 여행정보 www.mtpb.co.kr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코타키나발루는 관광지를 찾아다니느라 애쓸 필요 없는 곳이다. 많은 곳을 다니기 싫어하는 시니어에게 좋은 여행지다. 대부분의 숙소에는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마사지 숍 등이 갖춰져 있다.
‘캘리포니아’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한여름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캘리포니아의 반쪽 모습만 알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와인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와인 주산지다. 북가주 나파 밸리와 소노마 카운티를 비롯해 중가주 파소 로블스와 샌타바버라, 그리고 남가주의 테메큘라 밸리까지,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이 중 테메큘라 밸리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그래서 더욱 호젓한 멋과 낭만이 있다. 10월, 캘리포니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포도 향 가득한 테메큘라 밸리 와이너리를 목록에 넣어두자. 포도 수확이 시작되는 지금이야말로 탐스런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빈야드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함께 와인잔을 기울일 오랜 친구가 동행한다면 더없이 좋겠다.
“어디? 드라큘라?”
테메큘라를 처음 듣는 사람은 독특한 이름 탓에 십중팔구는 이렇게 되묻는다. 이번 취재에 동행한 이들도 그랬다. 카메라와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나를 대신해 와인 테이스팅에 참여해줄 두 친구였다. 다행히 나보다 주량도 세고 와인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니 이보다 좋은 길동무가 있을까.
LA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 테메큘라는 해발 1500피트의 낮은 구릉지대로 형성되어 있다.
테메큘라라는 이름은 인디언 원주민어인데 ‘물안개 속의 햇빛(Sunshine through mist)’이라는 근사한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침이면 바다에서 불어온 물안개가 온 땅을 덮었다가 낮이 되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테메큘라의 독특한 날씨를 의미한다. 포도 산지로는 그야말로 천혜의 조건이다.
가을이 시작되는 곳, 테메큘라 밸리
10월의 테메큘라 밸리는 아름답기 그지없다.남가주에서 가장 큰 규모인 3만3000에이커(약 4000만 평)에 달하는 포도재배구역(Temecula Valley American Viticultural Area) 은 농업 보존구역에 포함되어 있어 목가적인 정취를 더한다.
테메큘라 올드타운을 지나 동쪽으로 10분 정도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끝없는 포도밭이 펼쳐지면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드는데, 바로 여기서부터가 ‘테메큘라 밸리 와인 컨트리’다. 현재 테메큘라에는 4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이들은 스스로 조합(Temecula Valley Winegrowers Association)을 만들어 각종 이벤트와 투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남가주 최고의 와인 산지이지만 사실 테메큘라 와인의 역사는 불과 40여 년에 불과하다.
1969년에 지어진 캘러웨이(Callaway)를 제외하고는 거의 80년대에 생겨난 젊은(?) 와이너리들이다.
이곳의 매력은 각각의 와이너리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와인 맛도 다르다는 것이다.
시골 마을 소박한 농가 같은 와이너리가 있는가 하면 최고급 리조트까지 완비한 곳도 있다.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는 평소 10~20달러(약 2만원)에 와인 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데 작은 와이너리에서는 인심 좋은 주인이 무료 와인을 대접하기도 해 깜짝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이날 우리가 선택한 곳은 테메큘라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캘러웨이’와 신흥 주자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몬테 데 오로’였다.
테메큘라의 자부심, 캘러웨이
캘러웨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테메큘라 대표 와인이다. 역사도 가장 오래되었고 브랜드 파워도 갖추었다. 골프 산업의 황제 엘리 캘러웨이가 설립, 유명한 양조 장인(匠人) 로버트 페피가 합세해 유럽의 와인 명가에 맞설 만한 명성을 만들어냈다. 캘러웨이 와인은 한국에도 지난 2012년 진출한 바 있다.
유럽의 와인에 비해 미국의 와인은 실용적이고 대중적이다. 때문에 이지와인, 골프와인 등으로 불리는데 이 또한 캘러웨이의 공이 크다.
1976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에딘버러 공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공식 만찬에 등장한 것이 캘러웨이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도네이였고 이후 여왕과 공작이 골프 라운딩을 마칠 때마다 캘러웨이 샤도네이를 마셔 골프와인으로 불려졌다는 일화가 있다.
여왕이 즐겨 마신 화이트 와인이라니…. 41℃에 육박하는 더위에 전열을 가다듬고 샤도네이를 맛보기 위해 캘러웨이 와이너리로 향했다.
테메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다는 캘러웨이 와이너리는 과연 명성대로 우아한 자태다. 현대적인 양조기술, 능숙한 매니지먼트 등 모든 것이 똑 떨어지는 느낌이다.
중국인 매니저 ‘킴’의 안내로 들어간 곳은 와인 저장소.
수백 개의 와인 배럴이 있는 거대한 창고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는데 사실 그보다 더 반가운 것은 얼음창고 같은 시원함이었다(기억해달라. 바깥 기온은 41℃였다).
발효 탱크에서 발효를 마친 와인들은 오크(참나무) 배럴로 옮겨지게 되는데 이곳에서 숙성 과정을 마쳐야 진정한 와인으로 거듭난다. 팀의 설명에 따르면 배럴은 온도보다는 숙성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아주 조그마한 것 하나가 와인의 맛과 향, 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와인은 정말 신비하다. 포도의 종류뿐 아니라 포도나무의 나이, 오크의 종류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린 포도나무에서는 과일 향이 강하고 나이가 많은 포도나무일수록 흙냄새와 같은 깊고 묵직한 맛이 난다. 또 아메리칸 오크에서 숙성시키면 카라멜 향이, 프렌지 오크에서 숙성시키면 바닐라 향이 배어난다.”
배럴 창고에서 나오려는데 유난히 로맨틱하게 보이는 촛불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온다. 알고 보니 이 창고는 와이너리 결혼식의 피로연 장소로도 쓰인다고 한다. 수백 개의 오크 배럴이 있는 와인 창고에서의 결혼 피로연이라니… 너무나 근사하지 않은가. 다음 결혼은 꼭 여기서 하자는 실없는 농을 주고받아본다. 드디어 여왕의 와인, 샤도네이를 맛볼 시간. 캘러웨이 메인 테이스팅 룸에는 패션모델 같은 금발 미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와인을 즐기고 있다.
옅은 황금 색상의 2013 스페셜 셀렉션 샤도네이는 알콜도수 13도로 레몬, 파인애플, 배, 사과 및 바닐라 향이 나며 입안을 감도는 활발한 긴 여운이 일품이다. 단연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이 팀의 설명. 평소 와인 애호가인 친구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많은 분들이 가장 좋은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하는데 사실 가장 좋은 와인은 개개인에 따라 다릅니다. 좋은 와인은 유명한 와인도, 비싼 와인도 아닌 나에게 맞는 와인이 가장 좋은 와인이죠.”
신흥명가, 몬테 데 오로
와인 밸리 초입에 있는 캘러웨이를 나와 다시 동쪽으로 달리면 밸리 끄트머리에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와이너리가 나온다. 지난 2009년 오픈하고 이듬해 첫 수확을 낸 후발주자이지만 최근 월드 와인 챔피언십을 비롯한 유수의 와인 어워즈에서 1등 상을 휩쓸고 있는 ‘몬테 데 오로’ 와이너리다. 사람 좋아 보이는 매니저 제리는 반갑게도 한국어로 제작된 안내서를 가지고 우리를 맞이했다.
최근 한국인 방문객이 늘어나 아예 한국어로 제작을 했다는 것이다.
몬테 데 오로의 주 종목은 레드와인이다. 카르베네 소비뇽, 템프라니요, 시라 등 10여 개의 레드와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100% 이곳 빈야드에서 수확하는 포도만으로 제조하고 있다.
제리를 따라 검붉은 포도송이들이 달려 있는 빈야드로 나갔다. 검푸른 빛의 자그마한 포도 알맹이들이 탐스럽다. 한 송이를 따 입에 넣으니 꿀송이를 넣은 듯 달콤하다. 강한 태양빛에 자연적으로 건포도가 된 것들도 있다. 자연 건포도를 따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당도가 높은 포도가 좋은 와인이 된다. 당분이 이스트에 의해 발효되면서 열이 나고 알코올도 변하기 때문이다. 발효 시초에는 산도(pH)를 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계속해서 적정 산도를 조정하고 있다. 그게 우리만의 양조기술이다.”
프랜치 오크 배럴에서 최대 28개월 동안 숙성된 레드와인은 보틀링(bottling, 병에 담는 과정) 후 다시 4~6개월 숙성한 뒤에 비로소 세상에 나오게 된다.
몬테 데 오로는 메인 테이스팅 룸을 비롯해 다양한 사이즈의 프라이빗 룸을 보유하고 있어 소규모 모임부터 단체 워크숍까지 맞춤 이벤트를 제공한다. 빈야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가 딸린 프라이빗 룸에서 점심을 겸한 와인 테이스팅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근사했다.
치즈와 과일 플레이트와 토마토 소스 미트볼과 함께 우리가 이날 선택한 와인은 2013년산 시라와 2012년산 시라. 제리가 강추한 와인들이다. 와인잔을 바닥에 놓은 채 원을 그리듯 흔들어 공기와 접촉시킨 후, 먼저 향을 맡고 입안에 조금 머금었다가 삼켜야 한다고 알려주는 친절한 제리씨. 이에 화답하듯 친구의 즉석 품평이 이어진다. 맛이 묵직하고 진하면서도 떫은 맛이 강하지 않고 과실 특유의 향이 혀끝을 감도는 맛이 아주 훌륭하다는, 결론은 ‘그레잇’이다. 분위기 탓이었을까 시장기 때문이었을까. 매혹적인 레드와인과 함께 입안에서 녹아 없어지는 블루 치즈가 지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고, 곧 사진기를 내려놓고 친구들과 둘러앉아버렸다. 깊어가는 테메큘라의 가을, 향 좋은 와인이 있고 더 좋은 친구가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다!
걷기 좋은 골프장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카트를 타고 이동하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동료와 수다를 떨며 걸어보자. 대관령의 선선한 바람과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골프장, 알펜시아 700 GC를 소개한다.
2016년 11월, 경기도 광주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연결되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덕분에 강원도 골프장으로의 접근이 한결 수월해졌다. 예전엔 강원도 한번 가려면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서울에서 평창까지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대관령에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는 동계올림픽 유치와 사계절 복합 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건설됐다. 여름엔 수영, 겨울엔 스키를 즐길 수 있고 잘 관리된 골프장까지 갖추었으니 레저활동을 좋아하는 방문객에겐 안성맞춤이다. 당일치기가 무리라면 알펜시아 리조트 내의 인터컨티넨탈 호텔, 에스테이트, 리조트, 콘도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이용해보자. 머무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진 대관령의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빠질 것이다.
국내 최초 레플리카(Replica) 코스
아무리 골프가 좋다고 해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라운딩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땀에 젖어 딱 달라붙은 옷은 스윙을 불편하게 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는 미간을 저절로 찌푸리게 한다. 이런 날씨에도 쾌적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이 있다. 바로 대관령 해발 700m에 자리 잡은 알펜시아 700 GC.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쾌적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한여름에도 20도를 약간 웃도는 기온과 대관령의 선선한 바람은 이따금 흘러내리는 땀을 식혀준다.
골프 마니아라면 한 번쯤 세계 곳곳의 유명 골프장에서 샷을 날리는 꿈을 꿔봤을 것이다. 알펜시아 리조트 내의 알펜시아 700 GC(72파, 6659야드)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그 꿈을 실현해주는 특별한 골프장이다. ‘골프의 성지’라 불리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의 12번 홀, 골프 전문잡지 가 선정한 세계 1위 코스인 파인밸리의 5번 홀,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의 11번 홀 등 이름난 골프장의 시그니처 홀을 재현해 18홀을 구성했다. 이 중에는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코스도 있다.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펼치며 우승을 거머쥔 블랙울프 런의 2번 홀, 최경주가 한국인 최초 PGA(미국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잉글리시 턴 골프클럽의 10번 홀 등이다.
알펜시아 700 GC의 또 다른 매력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11번 홀에선 스키점프대를 바라보며 샷을 할 수 있다”며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홀로 꼽았다. 로열 트룬 골프클럽 7번 홀에서 영감을 얻은 11번 홀은 탁 트인 그린과 알펜시아 리조트의 자랑인 스키점프대가 어우러져 알펜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전경을 연출한다. 국내 유일의 바이애슬론 경기장과 스키점프대 등 동계올림픽 시설물을 바라보며 샷을 할 수 있는 골프장은 알펜시아 700 GC가 유일해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8홀을 모두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에서 4시간 반. 큰 언덕이 없고 완만해 산책하듯 라운드하기 좋다. 4번과 14번 홀 앞의 그늘집에선 시원한 음료와 간단한 간식을 구매할 수 있으니 중간중간 체력을 충전하도록 하자.
이용 정보
주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솔봉로 325
전화번호 033-339-3711
이용요금 주중 13만원 주말 16만원 (성수기 16만원)
캐디피 10만원/팀
카트피 8만원/대(5인승)
평일에 방문하는 여성 골퍼에게는 그린피를 25% 할인해준다.
셰프가 꼽은 골프장 대표 메뉴 - 맛과 자연을 담은 황태짬뽕
강원도 대관령의 특산물인 황태를 주재료로 한 황태짬뽕(1만3000원)은 알펜시아 700 GC의 대표 메뉴다. 낮엔 따뜻하고 밤에는 추운 대관령의 큰 일교차는 보들보들하고 고소한 황태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의 황태짬뽕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말려진 대관령 황태와 쫄깃한 오징어, 새우, 홍합,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맵지 않고 부드러운 맛을 담아냈다. 운동 후에 먹는 따끈한 황태짬뽕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총주방장 윤영범씨는 “황태로 우려낸 담백한 맛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황태는 알코올 해독 능력이 뛰어나 숙취 해소에 좋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기 때문에 시니어에게 좋은 음식”이라 소개했다. 황태짬뽕의 뒤를 잇는 메뉴는 뚝배기 오삼불고기(1만3000원). 자연송이가 들어가 향이 일품인 오삼불고기 한 상이면 허기진 배를 충분히 달랠 수 있다.
언제부턴가 ‘실버타운’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시니어타운’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최근 퇴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 강의 중에 실버타운과 시니어타운의 차이를 질문했던 적이 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그 차이를 모르겠다고 했고 일부는 실버타운은 문제 있는 시설이고 시니어타운은 믿을 만한 시설이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정답은 똑같은 시설을 지칭하는 용어라는 것이다. 그동안 ‘실버타운’이 여러 가지 부정적인 문제를 야기 시키니까 개발업자들이 새로 만들어 낸 용어가 ‘시니어타운’이다. 호박에다가 줄을 그어 수박과 헷갈리게 만든 꼴이랄까.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초반에 소위 실버타운이 수입되었다. 그 당시 필자가 운영하던 건축설계사무소에는 실버타운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출입이 많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산 속에 거창한 실버타운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만 해도 실버타운에 관한 서적도 없었고 자문을 받을 전문가도 국내에 거의 없었다. 필자는 일본 서적을 번역해서 모 대학원에서 사용하던 교재를 어렵게 구해서 연구했다.
1980년 대 후반부터 시작된 신도시 건설이 불러온 건설 붐은 1900년 대 중반까지 온 나라를 공사판으로 만들었다. 그에 편승해서 실버타운 바람도 불었다.
충남 예산에 실버타운을 기획하고 있던 의사를 따라 조찬포럼에 간 적이 있다.
그 곳에 모인 의사들은 머잖아 인간수명 15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평균수명이 75세 정도였던 그 당시로선 좀 허황된 이야기를 하는 자리라고 느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참석한 실버타운 기획자들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노인 천국이 될 것이므로 대규모 실버타운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을 쏟아냈다.
미래 장수사회의 주거대안으로 떠오르던 실버타운은 그러나 정착되기도 전에 IMF와 함께 몰락했다. 개발되었거나 진행되던 여러 곳이 IMF로 부도가 났다. 그 당시 부도가 난 서울 근교 실버타운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근처에 골프장과 스키장이 있는 리조트 인근 산속에 덩그러니 서 있는 시설이었다.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시설에서 노인 몇 분이 식당에 모여서 직접 밥을 해 드시고 계셨다. 개발업자가 부도를 내고 도망가서 입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어르신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계셨다.
2000년 대 들어 고급 실버타운 붐이 일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도심 내에 프리미엄 시설로 개발되었다. 명칭도 시니어타운으로 바꿔 불렀다.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시설들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뉴스를 보면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입주율이 저조해서 운영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어떤 곳은 운영회사가 관리비를 유용해서 단전 단수를 겪기도 하고 퇴소하려고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서 그냥 그곳에 살 수 밖에 없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실버타운, 시니어타운은 노인복지주택의 별칭이다. 건축법에서 공동주택이 허용되지 않는 지역에 허가를 받을 수 있고 공동주택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대시설 조건들도 완화된다. 외관과 내부는 공동주택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이러한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쉽게 허가받고 나서 운영을 재대로 안하니 피해는 입주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실버타운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의 생생한 현장을 함께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앞으로 상당기간 우리나라에서 실버타운이 정착하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신뢰로 되돌리지 못한다면 실버타운은 영원히 외면 받을 것이다.
실버타운은 배려[配慮]의 시설이다. 땅값과 공사비를 계산하고 분양가를 계산해서 산술적 차익을 남기는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90년 대 중반에 실버타운 바람이 불 때 필자도 개발 업자의 요청으로 전국을 돌면서 현장답사를 했었다. 그러나 설계검토만 수십 건 했을 뿐 실제 실버타운개발로 이어진 프로젝트가 없다. 그 때는 개발 업자들에게 이용만 당했다고 억울해 했지만 지금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때 필자가 실버타운을 설계했더라면 아마 지금 건축 인생에 있어 가장 부끄러운 프로젝트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 당시 개발업자들도 그러했지만 필자도 ‘배려’가 무엇인지 그 개념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다 수십 년 전 결혼식 사진을 볼 때면 풋풋하고 아름다웠던 부부의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미래를 약속했던 그날의 설렘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다시 그날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때의 두근거림은 재현할 수 있다. 바로 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이다. 요즘은 30·40주년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거나, 환갑·칠순잔치를 대신해 리마인드 웨딩을 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소박하게 부부 기념사진을 찍는 것부터 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소규모 웨딩 파티까지. 빛바랜 사진 속 신랑·신부를 핑크빛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리마인드 웨딩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봤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도움말 우아한웨딩(wooawedding.com) 장지현 이사
사진 우아한웨딩, 모노페이퍼, 포마이시스, 모먼츠 마켓, 한복 짓는 복나비 제공
메인사진 오철환·권경희 부부(결혼 30주년 기념 리마인드 웨딩 촬영 사진)
리마인드 웨딩을 위한 ‘스·드·메’ 가이드
요즘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는 ‘스·드·메’라는 용어가 자주 쓰인다.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말로, 웨딩 준비에 필요한 필수 요소 3가지를 뜻한다. 많은 웨딩 업체에서도 ‘스·드·메 패키지’, ‘스·드·메 할인’ 등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리마인드 웨딩 역시 바로 이 ‘스·드·메’가 중요하다. 웨딩 디렉터와의 미팅 전 살펴보면 도움이 될 만한 ‘스·드·메’ 팁을 살펴보자.
△ 스튜디오&스폿(Studio & Spot)
웨딩 사진만 찍을 때나 웨딩 파티를 겸하는 경우나 장소 선정은 중요하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콘셉트를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 사진 촬영만 하는 부부라면 리마인드 웨딩의 의미를 살려 과거 결혼식을 올렸던 예식장이나 신혼여행을 갔던 곳, 프로포즈했던 장소 등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별한 파티를 기획하고 있다면 골프장, 리조트, 호텔, 펜션 등과 연계해 1박 2일로 즐겨보는 것도 괜찮다.
△ 웨딩드레스 또는 웨딩한복 & 턱시도
웨딩드레스는 몸매가 드러나는 슬림한 라인보다는 에이(A)라인으로 퍼지는 모양의 드레스가 부담스럽지 않다. 대부분 중·장년 여성은 어깨를 드러내는 탑 드레스는 꺼리는 편이고, 어깨선을 감싸주거나 얇은 천이 덧대어진 스타일을 선호한다. 한복스타일의 웨딩한복도 체형을 보완해주면서 우아한 분위기를 낼 수 있어 찾는 이가 늘고 있다. 턱시도는 딱딱한 느낌보다는 꼬리가 달린 연미복을 입는 것이 중후하면서도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화려한 색의 행거칩과 보타이를 매치하면 위트 있고 발랄하게 연출할 수 있다. 웨딩 파티의 경우, 자녀들도 파티 드레스를 함께 입으면 멋진 파티 스타일 컷을 찍을 수 있다.
△ 메이크업&헤어 스타일
촬영장에서는 여러 각도에서 조명이 비추기 때문에 되도록 반짝이는 펄이나 물광 연출은 피해야 한다. 번들거려 보이지 않도록 매트하게 피부톤을 맞추고, 하얀 드레스에 맞게 밝은 핑크톤으로 메이크업하는 것이 좋다. 평소 어두운 계열의 눈 화장으로 눈매를 강조하는 편이라면, 은은한 골드와 브라운 톤으로 자연스럽게 마무리할 것을 권한다.
중년 여성의 경우 단발머리가 많기 때문에 굵은 웨이브를 약간 주거나 깔끔한 올림머리 스타일로 연출하는 게 잘 어울린다. 티아라와 베일 등을 곁들여 연출하면 탈모나 흰머리 등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
요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힐튼 헤드 섬(Hilton Head Island)이 은퇴자의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골프 애호가라면 PGA투어 RBC 헤리티지대회가 매년 열리는 아름다운 하버타운 링크스코스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힐튼 헤드 섬은 미국의 은퇴자들이 좋아할 요소를 거의 다 갖추고 있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온화한 기후는 한파에 시달리는 뉴욕, 보스턴 등 도회지의 은퇴자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30도를 넘는 여름 더위가 9월까지 이어지기는 하지만 수온은 수상 스포츠에 최적이다. 저녁이면 선선해지니 휴식과 숙면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고즈넉한 대서양 해변과 하얀 요트가 즐비하게 정박된 마리나와 야자수가 어우러진 항구의 전경은 숨 막히게 아름답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넓게 펼쳐진 바다, 하얀 모래와 맑고 깨끗한 습지 그리고 이끼로 뒤덮인 울창한 떡갈나무 숲은 대자연이 주는 은퇴기념 선물이며, 넉넉한 남부 인심은 은퇴자들에게 기를 불러 넣어주는 활력소다. 눈부신 햇살 아래 짭짤한 갯바람을 맞으며 160㎞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30여 개 골프 코스에서 라운딩을 하다보면 인생 후반기의 허무감은 어느새 충만감으로 바뀐다.
카약, 승마, 테니스, 낚시 등 갖가지 스포츠와 취미활동은 힐튼 헤드 섬의 주요 일과다. 19㎞에 걸쳐 펼쳐진 해안을 따라 무리지어 유영하는 돌고래를 유람선을 타고 관찰하며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을 위해 해변의 조명을 모두 끌 때면 자연과의 일체감을 맛보게 된다. 저지대 늪지에서는 새우와 게를 쫓아다니는 푸른 왜가리와 큰 입을 딱 벌리고 햇볕을 쬐는 악어를 만나는 놀라움도 있다.
맨해튼(여의도의 30배)만한 넓이의 힐튼 헤드 섬에서는 4만여 주민이 오순도순 지내지만 해마다 250만 명의 외지인이 찾아와 한가하고 여유로운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쇼핑 환경도 맨해튼 수준이다.
특가 상품에서부터 디자이너 브랜드와 특별한 사람에게 선물할 독특한 기념품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200여 개의 아웃렛과 상점, 그리고 6곳의 마리나 빌리지 상가는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의 눈길과 발길을 끌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자동차로 5시간, 사바나에서 45분(57㎞) 거리에 있는 힐튼 헤드 섬은 큰 다리로 내륙과 연결되어 있어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섬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이나 사바나국제공항에서 항공편을 이용하면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미국 동부 연안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힐튼 헤드 섬은 원래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따뜻한 기후와 야자열매, 풍부한 해산물을 즐기던 곳으로 1663년 영국의 윌리엄 힐튼 선장이 처음 이 섬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 ‘힐튼 헤드’라고 명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섬의 73%가 은퇴자를 위한 주택단지
힐튼 헤드 섬의 73%는 10개의 대단위 리조트형 주택단지가 차지하고 있다. 이 주택단지 가운데 상당수는 매입 자격을 55세 이상의 신중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부분 단지에는 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실내외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테니스장, 연회장, 식당 등이 갖추어져 있고 호수와 숲, 골프 코스와 마리나가 인접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섬에 정착한 은퇴자들은 평균 6차례 이상 방문하여 생활환경을 체험한 후 주택을 매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과 격이 없이 지내는 이 섬의 분위기를 느끼고 썰물 때면 90m나 밀려나 숨겼던 민낯을 드러내는 갯벌을 산책하면서 돌고래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 된다.
이 섬의 지난해 주택매매 가격은 단독주택의 경우 52만달러, 타운하우스와 아파트는 20만달러 수준. 침실과 화장실이 각 2개인 아파트는 20만~40만달러, 단독주택은 25만~45만달러, 그리고 침실과 화장실이 각 3개인 주택은 40만~70만달러를 호가한다. 바다 경치가 아주 좋은 주택은 150만달러를 훌쩍 넘고 700만달러를 호가하는 그림 같은 주택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6개월 정도만 빌려 살아볼 수 있는 아파트도 구하기 어렵지 않다. 스튜디오형은 월 평균 600달러, 침실 1개짜리는 800달러, 침실 2개짜리는 900달러 수준이다.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며칠만 빌릴 경우에도 임대료가 치솟는다. 침실 1개인 주택이나 아파트도 전망이 좋으면 1주에 1200~1800달러, 해변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면 1000~1200달러 정도다. 봄과 가을에는 20% 정도 할인되고 겨울에는 50%나 싸진다. 2억달러 넘게 투입해 새 단장을 한 리조트의 하루 방 값은 일반형 기준으로 130~340달러 수준이다.
주거비가 웬만한 휴양지나 은퇴자 생활지보다 비싸지만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비 총지출은 맨해튼의 50%, 워싱턴이나 보스턴의 75% 수준을 넘지 않는다. 재산세가 다른 지역의 25% 수준인 데다 소득세, 소비세 등 각종 세율이 낮고 85세 이상의 주민에게는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과 휘발유 값이 저렴한 것도 수월찮게 도움이 된다. 이 지역 주민들 가운데는 현역 시절 주택을 구입해 별장처럼 이용하다가 은퇴 후 눌러앉은 사람도 적지 않다. 세컨드 주택을 구입하면 세제 및 금융 혜택이 있는 데다 에어앤비를 비롯한 휴가용 주택 알선 사이트가 붐을 이루면서 목 좋은 곳의 별장은 재테크 수단이 되었다.
미국 남부 사람들이 테러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이 허리케인이다. 힐튼 헤드 섬 주민들은 1850년 이후 섬 주변 반경 80㎞ 이내로 81차례의 허리케인이 지나갔지만 큰 피해를 입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는 전설을 믿고 있다. 천혜의 지형 덕분인지 주민들의 후덕한 인심과 간절한 소망 덕분인지 알 수가 없다.
각양각색의 취미활동 그리고 평생교육도
힐튼 헤드 섬에서는 축제와 이벤트가 풍성하다. 해마다 열리는 다양한 뮤직 페스티벌, 해산물 축제, 고기잡이 경진대회, 카약과 보트 경주 등은 주민과 관광객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자리다.
멋을 살린 음악 카페, 길거리 밴드,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지어진 건물이 늘어선 메이 강변에 각종 포장마차와 공예품 전시판매점까지 어우러지면서 남부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16㎞ 떨어진 블러프턴의 소도심에서는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남북전쟁 때의 화재와 파괴를 견뎌낸 대농장주의 저택과 교회는 박물관과 관광안내소로 활용되고 있다. 수백 년 된 거대한 나무와 옛 건물은 그림엽서로도 간직되고 있다.
은퇴자들의 취향은 제각각이다. 요트, 카약, 낚시 등에 빠져 있는 ‘해양스포츠파’, 생태관찰 보존과 식물 재배에 몰입한 ‘에코파’, 골프, 사이클, 테니스와 달리기 등을 주로 하는 ‘육상스포츠파’, 공예품 만들기, 독서, 해변 일광욕, 흔들의자 등을 즐기는 ‘정중동파’ 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봉사활동과 평생교육은 이곳 은퇴 생활자들의 공통된 일과다. 해안사구와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에서부터 노약자 서비스, 도서관 운영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자원봉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과 협력관계를 맺은 오셔평생교육원은 1600명의 은퇴 생활자들을 대상으로 400여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1년 회비 40달러에, 수업료는 과목당 15달러. 모두 다 합쳐 연간 95달러를 넘지 않게 책정되어 있다. 선생과 학생이 따로 없다. 자신의 전공분야를 가르치고 관심 분야를 배운다. 학습을 하다가도 기분이 내키면 밖으로 나가 현장학습에 들어간다.
미국의 주요 언론과 관련 전문매체의 힐튼 헤드 섬 예찬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최고의 은퇴 생활지’, ‘인생을 바꿀 건강한 봄철 휴가지’, ‘하계 모임을 위한 남부 최고의 장소’, ‘2016년 북미지역 최고의 골프 휴가지’, ‘캐롤라이나 남부 최고의 사이클 친화지역’, ‘미국 남부 5대 하계 가족휴가지’, ‘세계 50대 테니스 휴양지’, ‘미국 최고의 섬’, ‘인터넷 검색이 가장 많은 섬’, ‘사우스캐롤라이나 최고의 해변’, ‘2015년 세계 최고의 여행목적지’ 등등. 이런 찬사 덕분에 이 지역 은퇴 생활자들의 만족감은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