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오십여년 동안 골프를 배우고, 스윙 원리를 연구하고, 또 가르쳐 온 경험에서 깨달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꼽는다면 골프의 샷은 모두 창조적이라는 점이다. 그 많은 샷을 연습했어도 골프 샷은 반복할 수 없고 실행되지도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지금 샷을 하는 이 순간과 플레이하는 상황에서 선택하는 샷은 자신에게 오직 이번 한 번의 기회뿐이다” 라는 말은 골퍼라면 누구나 쉽게 들어 왔고 다른 골퍼에게도 해주었던 말이다. 하지만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샷 하기 전, 항상 이미지를 새겨라
최선의 샷을 하려면 자신이 원하는 샷을 창조해야 하는데 클럽을 쥔 손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샷을 반복할 수 있거나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샷을 실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실제로 이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항상 같은 샷의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할수록 샷의 결과는 좋아지지 않고 골프 수준도 낮아진다. 아무리 연습 스윙을 잘하더라도 실제 샷을 구사했을 때 연습 스윙처럼 좋은 스윙을 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반복하려고, 자동화되도록 스윙 연습을 하기보다는 항상 샷을 할 때마다 상황에 맞는 샷을 구상하고 실행할 때 마음과 몸이 일체화되어 활성화되는 능력이 더해져 골프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샷을 준비하고 창조적인 샷을 구사하려 의도해, 특히 오른쪽 두뇌가 활발하게 활동할수록 골프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샷을 하게 되면 오히려 골프 수준은 떨어지게 된다. 준비된 골퍼라면 샷을 하기 전에 항상 이미지를 마음에 새기고 샷을 실행해야 한다. 반대로 샷에 대한 이미지가 없다면 실행할 수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과연 창조적인 샷을 어떻게 구사할 수 있나?
창조적인 골프 샷은 골퍼가 샷을 하기 전에 또는 샷을 하는 도중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만들 수 있다. 샷을 결정하기 전, 스스로에게 분명하고 정확하게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단순히 페어웨이 중앙이나, 그린, 아니면 홀에 공을 넣는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거리, 방향, 위치까지도 세세하게 떠올려야 한다. 특히 공 뒤에 서서 일정하게 호흡하며 표적을 보면서 자신이 의도하는 목표를 구체화할 때 창조적인 샷을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어서 표적에 대한 몸과 클럽의 겨냥을 시작한다. 이때 운동 수행에 대한 각성(arousal) 수준과 강도는 반드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어야 한다. 샷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호흡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샷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샷을 마칠 때까지 수준이 같아야만 한다.
목표에 공이 떨어지지 않아도 실망 마라
어드레스를 준비하는 과정이 일관되어야 창조적인 스윙과 샷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더욱 창조적일수록 향상된 골프 수준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심리적 준비 과정은 또한 마음속으로 표적을 보는 것과 날아가는 공이 표적에 떨어지는 것을 떠올릴 수 있는 것도 포함한다. 마음속으로 표적을 볼 수 있는 것은 창조적인 스윙을 하기 전에 반드시 그려내야 하는 이미지이고, 이러한 과정은 골퍼에게 자신감을 높여주며 강력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날아간 공이 표적에 떨어지는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의미는 샷을 하는 과정에서 공을 컨트롤하려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자신이 설계한 창조적 스윙과 샷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흔히 느낌에 따라서, 임팩트하는 순간 손으로 전달되는 타구감으로 스윙과 샷을 조작하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공이 떨어지지 않아도 실망하기보다는 다음 기회에 창조적인 스윙과 샷을 구사하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에 골프가 우리에게 더욱 흥미를 불러온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모든 샷이 어디로 날아가는지를 알고 있다면 아마 골프가 재미 없어질지도 모른다.
창조적인 샷을 위한 준비과정을 다시 요약하면 규칙적으로 호흡하기, 표적과 날아가는 공이 표적에 떨어지는 이미지 그리기, 표적을 보며 방향 설정하기, 풀 스윙으로 거리에 적합한 연습 스윙하기, 표적에 대한 클럽과 자세 겨냥 점검 재점검하기, 그립 다시 쥐기, 올바른 스탠스 취하기, 심리적 압박감 느끼기, 항상 같은 순서로 준비하기 등이 일관되어야 한다.
창조적인 골프 샷의 구성요인은 클럽 움직임의 시작과 끝, 두 가지를 꼽는다. 골프 기술의 습득 방법과 실행을 운동학습이론서인 (Proctor & Dutta, 1995)에서 제시한 일반적인 운동 기술 습득 과정에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복잡한 동작이 요구되는 과제를 수행하려면 더 큰 프로그래밍 시간이 요구된다. 골프 스윙 동작 자체가 복잡하고 정교하므로 이를 정확하게 수행하려면 공 뒤에서 표적을 보며 준비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운동 프로그램은 항상 공 뒤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2. 움직임은 단순히 인체의 각 관절의 협응이 아니라 공간과의 협응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움직임은 마음, 뇌와 신체가 의도할 때 시작되며 각 관절의 운동 범위와 근육의 수축과 이완 비틀림은 이에 수반될 뿐이다.
클럽을 스윙할 때 동원되는 각 관절들은 일정한 순서에 따라 움직이는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유연하게 연결된다. 흔히 타이밍으로 표현되는 말이다.
클럽 핸들의 움직임을 주목해보면 공간에서 바람직한 경로를 따라 이동할 때 공을 향한 또한 표적을 향한 효율적인 클럽헤드의 경로와 스윙 플랜을 구사할 수 있다. 만약 균형을 취하고 있으며 표적을 향한 피니시 자세를 한다면 스윙에 동원된 각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어 운동한 것으로 보면 된다.
3. 움직임의 오류는 물리적으로 파워를 만들려고 하기 전에 찾아낼 수 있다. 운동 수행중이라도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자기교정(self-correction)이 가능하다.
스윙하는 중에 몸의 균형을 잃거나 임팩트하는 순간 클럽페이스 스윗 스팟에 공이 맞지 않아 스윙을 다하지 않거나 그립 쥔 손을 풀었어도 날아가는 공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4. 야구 배팅을 보면 스윙을 시작하기 전 초기 동작에서 다양한 동작을 볼 수 있다. 배트의 각도, 스윙을 시작하는 위치, 핸들의 위치가 선수마다 달라도 임팩트 순간은 거의 같다. 골프 스윙도 마찬가지다. 골퍼마다 다양한 스윙 방법과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임팩트 순간은 같다. 하지만 골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인은 시작이다. 클럽을 공 뒤에서 표적 반대 방향으로 가져갈 때 처음 10cm를 중요한 구간으로 강조한다. 만약 이 구간이 바르지 않았다고 느껴지면 스윙하는 중에 스스로 교정하게 된다.
5. 골프 클럽을 쥔 두 손이 스윙을 시작할 때 같이 움직이지 않고 따로 움직여도 스윙을 마쳤을 때 즉, 피니시했을 때에는 두 손이 함께 움직인 것을 볼 수 있다.
>>글 박영민 전 고려대 교수
국내 골프칼럼니스트 1세대. 고렫대와 한국체육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0년대 초부터 방송해설은 물론 일간지, 스포츠지 등에 많은 칼럼을 연재했다. '골프의 이론과 실제', '골프'(체육고등학교 교재)등 저서도 다수.
시니어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일’이다. 샐러리맨 사회로 만들어진 대한민국에서 시니어가 되어 마침내 만나게 되는 ‘은퇴’라는 단어에는 인생의 패배자라는 좌절감과 괴리감을 심어주게 만드는 힘마저 담겨 있다. 수많은 시니어가 은퇴 이후의 삶을 꿈꾸면서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은퇴 후 다시 일을 하는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경영의 세계에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는 김진뢰(金鎭雷·63) 카스인바이오 부사장을 만나 그 열정을 찾아본다.
화려하고 성공적이었던 과거를 가진 시니어일수록 은퇴 이후의 직업 설정에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과거를 생각하면 선택폭이 줄어든 지금의 자신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과 함께 두려움도 있다. 주변의 걱정 어린 얘기들이 실제로도 벌어지는 것 아닐까. 이런저런 고민들이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인생 2막을 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화장품이 2막 인생 여는 전환점
“쉬운 일이 어딨어요. 다 발품 팔아야 되는 일이지.”
20대 청년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 그러나 이 말을 한 사람은 예순두 살의 시니어다. 바로 카스인바이오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는 김진뢰씨.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만든 2막 인생에 대해 다분히 생활인적인 감수성을 보여줬다.
그는 과거 삼성생명에서 승진을 거듭하여 상무이사까지 올라갔으며 삼성생명의 자회사였던 인피언컨설팅의 사장을 지내고 퇴직한, 성공적인 대기업형 인재였다. 그랬던 그가 근무하고 있는 카스인바이오는 사원수 20여 명 정도의 작은 회사로, 김 부사장은 화장품인 SRB 제품군을 맡고 있다. 고농도 효소 처리한 미강(현미에서 백미로 정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쌀겨와 깔눈으로 이루어진 속껍질 가루)을 활용해 피부 자극도를 낮춘 ‘SRB(Stabilized Rice Bran)’는 사용해 본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매니악한 유저층을 확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종전에는 쌀겨 성분자체에서 산화가 쉽게 일어나는 특성 때문에 최근까지 화장품에 적절히 활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SRB 환한 쌀뜨물 효소 세안제는 레티놀과 감마오리자놀, 비타민 B군과 비타민 E, 비오틴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풍부한 보습과 영양공급, 브라이트닝 효과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잘나가던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까지 했는데 갑자기 화장품 판매업으로 업종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다지는 이유가 참 궁금했다.
그렇다. 아무리 호평을 받는 제품이 있다 하더라도 그가 근무했던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비교하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곳은 더없이 작은 중소기업이다. 더군다나 그가 과거에 했던 보험과 현재 하는 유통은 하는 일의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많은 격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 그가 자리를 옮길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엔지니어 연구원 출신인 사장이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에요. 차근차근 회사를 키워온 과정을 봤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품이 좋았어요. 그래서 확신이 들었죠.”
한국에서의 중소기업 경영, 정말 대단한 일
경영자와 제품에 대한 믿음이 그의 선택을 결정하게 만들었다는 우직한 답변. 그러나 조직의 사이즈가 다르고 하는 일의 종류가 다른 일이었다. 어려움이 없었을 리 없다. 김 부사장은 삼성그룹의 이사에서 중소기업의 부사장이 되어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설명했다.
“제가 대기업에 오래 있어서 잘 몰랐는데, 요즘은 중소기업을 경영한다는 어려움을 피부로 느낍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우선 대기업의 갑질이 너무 심합니다. 상품 소개를 위해 미팅을 갔을 때 살면서 그렇게 푸대접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넥타이를 안 매고 갔더니 경비실에서부터 차단하더군요. 그나마 삼성 계열사 같은 데는 제가 전직 임원이다 보니 이름 치면 나와서 괜찮았지만…. 현직에 있다 나오면 눈높이를 최대한 낮추지 않으면 적응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30년간 비즈니스마인드를 가지고 살아왔으니 여기에 다른 아이템을 적용해도 될 것이란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어차피 고객을 끌어들여 상품을 판다는 기본적인 원리는 똑같지 않은가.
후배에게 ‘나 아직 얻어먹을 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
삼성을 떠난 임원들의 친목 모임 ‘성우회’에 가서도 자신있게 화장품 설명을 하거나 기업체 사업 설명회, 공기업 바자회, 골프 모임 등 하물며 생일파티 판촉물에도 화장품이 들어갈 정도니 김 부사장의 수완과 흡인력은 탁월하다.
어느 날에는 50개들이 화장품 박스를 들고 주차장에서부터 올라가야 하는 일도 있었다. 또, 어느 날에는 물건을 싣고 하루에 200km를 이동한 적도 있었다. 김 부사장은 그날을 다시 일하기 시작한 뒤 가장 힘들었던 날로 기억했다. 하루동안 미팅 장소에 도착해서 자료 보여주고, 샘플 주고, 설명을 반복하기를 수 차례.
“막노동이 따로 없더군요. 그 외에도 제품 홍보를 위해 안 가본 데가 없습니다. 아파트 부녀회, 관리사무소 등등.”
그는 인터뷰 도중 SRB에 관한 다양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가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자료들이다. 그가 얼마나 준비된 상태에서 일을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봤다. 그 말에 그는 “너무 즐겁다”라고 말했다.
“‘이 제품, 좋은 제품이야’라면서 추천해주고 ‘같이 윈윈해보자’라고 말하는 거예요.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시니어가 갖고 있는 노하우가 얼마나 많아요? 그게 사장되고 있어요. 삼성 출신 임원 모임에 나가보면 일하는 분들 수는 한 10% 남짓 되는 거 같아요. 저는 그건 아니다 싶어요. 연봉 몇 억씩 받다가 여기 와선 반도 못 받고 있지만, 제 용돈은 됩니다. 후배들한테는 ‘나 아직 얻어먹을 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죠. 지금도 후배나 친구를 만나면 제가 밥을 사요.”
그는 “솔직히 우리 세대가 직장을 나와서 요즘 하는 일이 뭐예요?”라고 되물었다. “산에 가는 거, 골프 치는 거, 당구장 가는 거. 요즘 평일에 종로에 있는 당구장에 가면 한 층을 전부 쓰고 당구대는 70개가 넘어요. 손님들을 보면 60대부터 할아버지들까지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사실 그런 건 주말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일을 하려면 대기업에 있었다는 자존심을 내려놔야 하는데, 쉽지 않죠.”
김 부사장은 조금만 둘러보면 ‘정말 할 게 많다’라고 말한다. 일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해당될 수 있는 말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김 부사장은 말할 자격이 있다. 자신의 집을 손수 지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에 있던 시절 타워팰리스를 분양받아서 살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서 미국에 유학을 갔고 그러다보니 가족이라곤 아내와 단 둘인데 50평이 넘는 집에 살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타워팰리스는 세를 놓고 용인에 가지고 있던 땅에 전원주택을 지어서 살기로 했다.
“집을 짓겠다니 제 아는 친구 열이면 열은 다 반대를 하더군요. 차라리 땅을 팔지 그러냐는 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땅을 팔려니 세금이 40%나 됐고 그렇게 세금 내고 땅을 팔자니 차라리 그냥 내가 거기에 집을 지어 사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설계, 감리 등등 직접 진행하여 6개월 동안 집을 지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집에 들어간 부품 종류 수를 기억하고 있었다. 1029개. 견적서를 받아본 그가 한 일은 인터넷에서 각 부품의 가격을 조회한 것이었다. 비용을 줄여 실속 있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3.3㎡당 330만원으로 집을 지을 수 있었다. 그가 은퇴 후에도 꾸준하게 일할 수 있는 천성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인생 마지막 목표를 걸고 하는 일
“지금도 제가 참석하는 모임은 35개입니다. 거기서 알고 지내는 지인들의 입소문이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죠. 처음에는 고생도 많이 했지만 점점 판매가 늘어나니까 재밌어요. 주문도 솔솔 들어오고 있고.”
올해 김 부사장이 계획하고 있는 건 제품 퀄리티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중국 시장 개척과 주부 사원 육성이다.
“소비자보호원이 충북 음성에서 개원식을 할 때 저희 제품을 세트로 구매해서 손님들에게 방문 선물로 사용했어요. 그 입소문과 함께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검증이 이뤄져서 공정거래위원회 바자회에서도 활용됐죠. 저희 제품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세상에 맞닥뜨린 이라면 누구나 두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무모한 일이라고 했지만 과감히 개척한 김 부사장이 갖고 있던 남다른 강점은 그런 모험심과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 아닐까.
“대형 마트 입점을 거절당했을 때, 과거에 보험을 하면서 거절당하던 게 생각나고…. 하지만 보험은 안 보이는 걸 파는 일이잖아요. 지금 하는 건 눈에 보이는 물건이니 자신감이 있죠. 그래서 30년 동안 한 보험 세일즈보다 3년 동안 한 이 일이 더 맘에 들어요.”
낯선 사람과의 인터뷰는 항상 곤욕이다. 사람 만나는게 일인 기자도 이런 사람을 만나기는 흔치 않다. 의도한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인터뷰 말미에 “저도 화장품 바꿔볼게요”라고 이실직고할 뻔했다.
겹겹이 쌓인 사람만남 만큼 농익은 열정으로 2막을 펼치는 그에게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하나 있다. 그의 나머지 시간을 모두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소원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가볼 만한 여행지 100곳’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그곳들 중 30곳을 여행해 봤어요. 그 100곳에 저희 ‘SRB’ 매장을 내는 게 생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 “나는 아주 작은 것에도 다른 사람보다 매우 행복해하는 사람”이라 말하는 그의 눈동자 속에서 한순간 반짝이는 별이 비친다.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헨리 포드(Henry Ford)가 80세 생일을 맞아 열린 축하연에서 “당신이 일생 동안 이루어 놓은 훌륭한 일들 가운데, 가장 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야 물론 나의 가정입니다.”
인류의 과학사에 남긴 공적으로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을 연이어 수상한 폴란드 태생의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퀴리 부인)는 “가족들이 서로 맺어져서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어떤 부나 명예보다도 가정, 가족관계가 귀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웅변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특히 실버 라이프를 살아가는 남성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가정, 특히 아내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노후에 아내 없이 혼자 살아가는 남성보다 더 비참한 존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근래에 들어 결혼 생활 20년이 지난 뒤에 하는 ‘황혼이혼’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결혼해서 30년이 넘은 부부의 이혼건수가 2004년에 4600여 건, 2009년에 7200여 건이었던 것이 2014년에는 1만300여 건으로 10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러한 헌상은 ‘남은 인생은 남편이 없어도, 아니 남편이 없어야 잘 살 수 있다’는 실버 세대 여성들의 독립선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남편들은 월급을 가져다 주는 것, 즉 확실한 ‘현금출납기’의 역할만으로 집안에서 왕 노릇을 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가사노동에서부터 자녀의 육아, 진학, 결혼에 이르기까지 가정에서의 모든 일들은 아내에게 떠맡기고 살아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오랜 유교적 전통과 남성 중심 교육의 결과로 대다수의 아내들은 그것을 당연히, 혹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며 살아 왔습니다.
그러면서 대다수 부부들은 어쩌면 돈보다 더 중요한, 부부간의 대화와 소통 없이 같은 울타리 안에서 동거인 비슷한 생활을 지속해 온 것입니다. 그러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졸지에 ‘현금인출기’ 기능이 사라진 상태에서, 부부가 집안에서 얼굴을 맞대며 지내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전개됩니다. 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남편과 아내의 위상 역전, 혹은 갈등 증폭 현상을 불러오게 됩니다.
평생을 가장으로 군림해 온 남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견디기 힘든 참담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나면 누구나 외롭고 허전하고, 때로는 상당 기간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헤매게 됩니다.
그런 공허함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내인데, 정작 가장 필요하고 가장 의지하고 싶은 순간에 아내는 그런 남편들의 언덕이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그 아내들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남편이 월급봉투를 무기로 삼고, 가정의 문제를 등한시해온 긴 세월동안, 아내는 가정 내에서 자기만의 성벽을 굳건하게 쌓아 왔습니다.
그러니 현금인출기라는 유일한 무기마저 잃어버린 남편이 그 두터운 벽을 뚫고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의 상태가 돼버린 것이지요.
아내 역시 이성적으로는 남편이 안됐다거나, 잘 대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이미 남편과의 사이에 세워진 심리적 장벽은 그 자신조차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튼튼한 것이 돼버렸으니까요.
오히려 은퇴하여 집에 박혀 있는 남편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까지 앓게 되는 여성들의 수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은퇴남편 증후군(Retired Husbands’ Syndroms)’이라는 생소한 정신질환까지 생겨나게 되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부부간의 갈등이 발전하여 급기야 황혼이혼의 폭발적 증가라는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게 된 것입니다.
황혼이혼을 당한 남편들의 그 이후의 삶은 거의 오아시스조차 말라 버린 사막에서의 생활에 가까운 것이 되고 맙니다.
노후에 벌어지는 부부갈등의 경우 자식조차도 아버지를 이해하거나 아버지의 편에 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아내들이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식들 역시 성장기에 아버지는 ‘돈 버는 기계’였을 뿐, 아버지와 따스한 인간적 교감을 나눠 본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남편이 없어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남성의 경우는 배우자 없는 혼자만의 삶을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남편들은 평생 동안 직장생활 말고는 먹고, 입고, 자고, 살아가는 거의 모든 일을 아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막고 행복한 노후의 필수 조건인 ‘배우자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은퇴하기 훨씬 이전부터 남편들이 스스로 현금지급기 역할을 넘어서는, 아내가, 그리고 가정이 필요로 하는 다기능설비(multi-functional equipment)가 되기 위해 노력과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편들의 발상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밥해 먹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소위 3D 업종에 해당하는 가사노동에서부터, 자녀 교육, 진학, 결혼 등의 일들이 결코 아내만의 일이 아닌,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데서 발생하는 ‘공동의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아내도 노후에 남편을 위해 밥 짓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을 즐거워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절대로 없습니다.
저는 은퇴한 이후로도 상대적으로 아내와의 원만한 관계를 향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것은 제가 그런 일들을 잘해서가 아니라, 아내가 평소의 저의 그런 자세와 노력을 인정하고 평가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평상시부터 아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평상시 아내와 함께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차를 마시는 생활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만약 주말의 취미생활을 아내와 같이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요.
평상시 주말에 골프 치는 노력과 시간의 절반만이라도 아내를 위해 할애한다면, 노후에 아내가 남편을 배려하는 노력과 시간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요컨대, 갑자기 늘어난, 두 사람이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을 어색한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평상시에 함께 시간 보내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인 아내를 곁에 잡아 두고, 변함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해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아내가 자신만의 성을 높이 쌓아 올리지 않도록 하는 관심과 배려를 잊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러지 못한 상태로 노후를 보내게 된다면, 무엇보다 아내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아내의 독자적 영역에 간섭하거나 허물려고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은퇴한 이후에도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아내는 남편의 뜻에 따라서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조만간 황혼이혼 통보서를 받아 들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실버 세대 남성들이여!
“형! 남자가 나이 들면 필요한 세 가지가 뭔지 알아? 마누라, 집사람, 와이프래!”라는 실버 보험광고에 등장하는 배우 송재호의 너스레는 결코 너스레가 아닌, 100% 진실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삽시다.
>> 조용경(趙庸耿)
경상북도 문경에서 태어났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해서 한국은행을 거쳐 포항제철(현 포스코)에서 故 박태준 회장의 비서부장과 홍보부장과 회장 보좌역으로 일했다.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신도시사업본부장과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3월까지 포스코엔지니어링(전 대우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현재 포스코엔지니어링 상임고문, 한국트라이애슬론연맹 부회장,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영어사전에서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검색하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 리스트’라고 나온다. 버킷은 얼마 전까지 바께쓰라고 부르던 양동이나 들통을 말하는 것이고, 리스트는 명단이나 목록을 뜻한다. 그런데 두 단어의 조합에서 왜 이 같은 풀이가 나오는 걸까? 해서 좀 더 찾아보니 버킷 리스트라는 단어가 원래 ‘죽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속어 ‘kick the bucket’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중세 유럽에서 교수형에 처하거나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걸어 놓고 발밑에 놓인 양동이를 걷어찬 데서 나온 것이다. 영화 의 마지막 부분에서 유대인수용소장 아민 괴트를 교수형에 처할 때 발밑의 나무로 된 받침대를 걷어차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갈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필자의 두 번째 의문은 다음과 같다. 왜 이처럼 끔찍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단어를 많은 사람이 챙기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마도 누구나 양동이를 걷어차기 전에, 즉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또는 하고 싶은 일들이 있기 때문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영화 제목이 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07년에 나온 영화 는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두 사나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실행해 가는 이야기이다. 평생을 자동차 수리공으로 살아온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와 재벌 사업가인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우연히 중환자실에서 만난다. 카터의 어릴 적 꿈은 역사학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家長)으로서의 책임감과 흑인이란 이유로 포기하고 TV쇼를 보면서 위안을 삼으며 살았다. 반면 에드워드는 자수성가해 전용 비행기까지 갖게 됐지만 세 번의 결혼 실패로 딸에게조차 잊힌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다. 이른바 성공한 만큼 외로움의 빈자리도 큰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이 중환자실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면서 의기투합한다. 급기야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적은 버킷 리스트를 들고 병원을 뛰쳐나간다. 그리고는 3개월 동안 ‘스카이다이빙하기, 문신하기,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냥하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과 키스하기,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눈물이 날 때까지 웃어보기’ 등을 하면서 흥미진진한 나날을 보낸다. 영화에서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임박해서, 혹은 건강을 잃고 나서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미리 하지 않은 사실에 후회하고 그것들이 너무나 쉽고 간단한 일이라는 데 또 한 번 절망한다. 영화는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살면서 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유명인사들이 갑자기 현직에서 사임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4년 3월 애플의 재무최고책임자(CFO) 피터 오펜하이머는 무려 430억원 규모의 주식을 포기하고 그 해 9월에 은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유는 단순명쾌하다. 1996년 애플에 입사해 2004년부터 만 10년째 CFO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제 ‘자유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이는 51세로 아직 한창이지만 회사는 세계 최고가 되었고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 ‘앞으로는 회사와 일이 아닌 자신과 가족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국 430억원과 내가 하고 싶은 일, 즉 버킷 리스트와 맞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구글의 CFO 패트릭 피체트 역시 52세때 ‘아내와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라면서 2015년 3월 회사를 미련 없이 떠났다. 짐 로저스와 피터 린치 등 펀드매니저 중에도 억만장자가 된 다음 유유자적하며 지내겠다고 40~50대에 은퇴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럼 이렇게 유명하고 돈 많은 사람들만 버킷 리스트를 작성할까? 아니다. 평범한 사람 누구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2014년 6월 EBS의 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신권식씨(당시 86세). 경기도 평택에 사는 평범한 농부인 그는 환갑이 되던 해에 농사를 접고 땅도 거의 다 팔아치웠다. 아버지가 평생 일만 하다가 77세에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을 실행한 것이었다. 그 때부터 배운 서예가 늘어 가르칠 정도가 됐고 동네 향교(鄕校)에서 하는 행사에는 제관(祭官)으로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땅을 파는 것을 반대했던 부인이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마음을 내려놓은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래서 그런지 여든이 넘은 두 분 다 건강하다. 조용한 시골에서, 그것도 평생 농사지은 곳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데 부러울 게 뭐 있으며 스트레스가 어디 있겠는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면 오지 않은 은퇴를 걱정하느라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오늘을 놓치지 말고 지금 당장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자. 영화 속 이야기이기는 해도 6개월 시한부 인생도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는가?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포수 중 하나인 요기 베라는 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니까!(It ain’t over till it’s over)” 그의 말처럼 설사 은퇴했다고 하더라도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은퇴(retire)’란 말 그대로 타이어를 다시 갈아 끼우는 것(re-tire)일 뿐이다. 9회 말을 지나 잠시 배트를 놓고 글러브를 벗었지만 다음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정식 리그가 아니라 동네 야구일 수도 있지만 포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 골프에서의 성패 역시 18홀을 끝내고 장갑을 벗을 때까지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최선을 다하는 삶이라면 마지막 순간까지 나만의 버킷 리스트는 살아 있고 거기다 뭔가를 적어 넣을 여백과 그 리스트를 실행할 용기 또한 충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설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을 떠올려보자. 선생은 한국전쟁 통에 남편을 잃고 아들을 먼저 보내는 큰 슬픔을 당했다. 참으로 모진 세월이었다. 누구보다도 불행했지만 누구를 원망하거나 그 뒤에 숨지 않았다. 불행에 이은 고독과 병마를 와 같은 불후(不朽)의 작품들로 바꾸어 우리에게 남겼다. 말년에는 원주로 내려가 소박한 농부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돌아가기 얼마 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모진 세월 가고, 아 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선생의 버킷 리스트에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았다는 것이다. 우리도 버리고 갈 것만 남은 홀가분한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해마다 골프 시즌이 시작되면 반복되는 골프광고를 접한다. 공을 곧게 더 멀리 날아가게 해준다는 새로운 재료로 제작된 드라이버, 높게 날아가서 비거리가 길며 페어웨이에서는 많이 구르고 그린에서는 백스핀을 잘 만들어준다는 첨단 과학을 접목한 공,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트레이닝 도구와 훈련 방법 등등 귀를 솔깃하게 하는 골프의 비법들과 마주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단장한 골프용품을 사용한다고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불행하게도 주말골퍼들의 수준 향상은 골프 클럽이나 공 같은 용품에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질 높은 레슨을 받거나 비싸고 우수한 품질의 용품을 사용한다고 해도 골퍼 자신이 골프에서 요구하는 신체적 운동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언제나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골프에서 요구하는 신체적 운동 능력이라고 해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나 프로골퍼들과 같은 운동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시니어로서 기능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의 가동 범위와 근육의 유연성,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으면 된다.
골프 기능은 기능적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향상되며 또한 기능적 운동 능력은 신체적 운동 능력을 기본으로 해서 증진된다는 점을 이해하면 어렵지 않게 골프 수행 능력, 즉 부상하지 않고 스코어를 낮출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시니어 골퍼가 효율적인 스윙을 하지 못하는 원인은 오래된 습관에 따른 부상, 노화에 따른 관절들의 가동성과 근력의 유연성 약화에 따른 운동기능이 한창때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골프 스윙은 여러 관절들의 상호 조화와 보완 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효율적인 스윙을 하는 데 동원되는 관절들은 크게 발, 발목, 무릎, 엉덩이, 요추, 흉추, 경추, 어깨, 상완골, 팔꿈치, 손목 등이다. 어드레스하였을 때는 모든 관절들이 움직이지 않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클럽을 표적의 반대 방향으로 가져가며 백스윙을 시작하면 각 관절들은 두드러지게 다른 작용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손잡이일 때 오른발은 그대로 지면을 누르지만 발목과 무릎은 회전하기 시작한다.
백스윙이 시작되면 손목도 움직이며 어깨관절에서 상완골도 작동하지만 우리 몸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척추에서 경추와 요추는 그대로 두고 흉추만 오른쪽으로 돌려 몸통의 코일을 만든다.
또한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몸의 중심을 오른발 뒤꿈치로 유지하며 왼발 뒷꿈치를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백스윙을 마쳤을 때 왼팔꿈치는 변화하지 않지만 오른팔꿈치는 90도 정도 굽힌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운스윙에서 임팩트하는 순간까지 관절들의 움직이는 과정에서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이 백스윙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 엉덩이 굽혔다 펴기(Pelvic Tilt Test)
1)어드레스 자세를 취한다.
2)엉덩이를 뒤로 빼며 배를 내밀어 등을 활처럼 휘게 한다.
3)엉덩이 꼬리뼈를 당기고 배꼽을 척추에 닿는 느낌으로 등을 둥굴게 한다.
◇ 팔들고 스쿼트 하기(Overhead Squat Test)
1)두 손을 머리 위로 펼쳐 들고 똑바로 선다.
2)어드레스하듯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무릎을 굽히며 앉는다.
3)무릎을 굽혀 앉았을 때 발바닥이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4)무릎은 발 앞꿈치보다 10센티미터 정도 나올 수 있다.
◇ 브릿지 발 들어 뻗기 (Bridge With leg Extension)
1)두 발 뒷꿈치가 엉덩이에 닿도록 눕는다.
2)두 팔을 지면에 수직이 되도록 들어올린다.
3)등을 지면에 대고 무릎에서 등까지 대각선이 되도록 엉덩이를 들어올린다.
4)한쪽 다리를 몸통과 같은 방향으로 뻗어 발 끝에서 어깨까지 대각선이 되도록 한다.
◇ 엎드려 몸통 돌리기 (Spider Test)
1)두발을 모으고 엎드린 후 손바닥을 지면에 닿도록 옆으로 뻗는다.
2)척추가 좌우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된 느낌으로 한쪽 다리를 뒤로 빗겨 지면에 닿을 때까지 몸통을 돌린다.
예시된 동작을 실행해보면 골프 스윙을 하는 데 자신의 어느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어느 부분은 원할하게 수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효율적인 골프 스윙은 관절의 가동 범위가 제한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다. 예시된 동작들은 효율적인 골프 스윙을 하기 위한 관절들의 움직임과 근육의 유연성을 알아보는 운동이다.
만약 이 동작들을 수행하는것이 어렵거나 통증이 수반되면 바로 멈추어야 한다. 처음부터 운동 범위를 넓게 가져가기보다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실시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동작들을 연습해보면 관절의 가동 범위와 탄력적인 근육들의 움직임을 되찾을 수 있다.
사전에 쓰인 ‘용돈’의 정의는 ‘개인이 자질구레하게 쓰는 돈.
또는 특별한 목적을 갖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다.
말 그대로 그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라는 뜻.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니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용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각기 다른 분야의 시니어 남녀 4명에게 물었다.
질문 ?한 달 용돈은 얼마?
?용돈 주로 어디에 쓰나?
?1년에 가장 지출이 많은 달은?
?세뱃돈은 얼마나 지출하나?
?500만원 혹은 그 이상의 돈이 생긴다면?
“우리 나이 되면 그렇게 욕심내 쓸 곳이 없어요”
(男77, OO 기업 회장)
기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돈 많이 쓸 거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한 달에 저만을 위해 쓰는 돈은 한 50만원 정도입니다. 주로 지인들과 식사하거나, 등산모임에 가서 쓰는 것이 전부죠. 지인들 만나서 제가 주로 밥값을 내는 편입니다. 평균적으로 연말에 씀씀이가 많이 커집니다. 어려운 사람도 도와야 하고요. 그리고 그다음으로 많이 나가는 건 설날 등 명절이지요. 세뱃돈은 아이들 나이에 따라서 차등 지급합니다. 1만원에서 5만원까지 생각해요. 초등학생은 1만원, 중학생은 2, 3만원, 고등학생은 5만원 정도 세뱃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를 위한 큰돈이 생긴다면 좋은 데 쓰고 싶습니다. 봉사하러 요양원에 자주 가는데 그런 곳에 보태주는 게 보람 있지 않겠습니까? 지인들과 밥도 사 먹고 싶고, 직원들과도 나눠야겠죠. 선물도 주고 말입니다. 사실 그렇게 뭘 가지고 싶은 것도 없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린아이, 직원들에게 써야죠. 돈 들어오면 쓰느라 바쁩니다. 회사 빌딩 경비, 용역 직원에게도 나눠드리고 싶어요. 나이 먹으니까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늘 생각하고 삽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보람있게 살고 싶습니다.
“내 이름으로 된 통장 없어요. 단, 돈은 쓸 뿐”
(女66, OO 갤러리 관장)
용돈이 얼만지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가계부도 살면서 써본 적이 없거든요. 돈은 주로 누구를 만나 음식 대접할 때 쓰거나 미술관 갈 때, 미술관에서 차 마실 때 쓰죠. 만나는 사람이 저보다 어리거나 월급 받아 사는 친구들이라면 제가 돈을 써요. 아무래도 내가 쓰는 게 낫죠.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돈은 모을 필요 없다고 가르치셔서 우리 자매들 다 돈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삽니다. 어렸을 때도 아버지가 남들 용돈 4, 5배는 주셨거든요.
문화 교육, 강의 등 문화 관련 분야 굉장히 좋아해요. 예술의전당은 몇 개월 들으면 40여만 원이고 개인교습은 좀 더 비싸요. 그룹으로 클래식 이야기 듣기도 하고요. 문화를 즐기고 지식을 넓히는 게 즐겁습니다. 남편이 장애아동 돕는 일을 정말 열심히 해요. 제가 뭔가 돕는 거 대신 골프를 안 쳐요. 이미 처녀 때 다 해봤고. 골프 안 치는 것만으로도 돈 안 쓰는 거니까 남편 도와주는 거로 생각해요.
사실 양친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특별히 용돈 드릴 곳도 없고, 돈은 항상 비슷하게 나가는 거 같아요. 언제 많이 나가고 적게 나가는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예전에는 세뱃돈 많이 주는 이모고 고모였어요. 그런데 요즘 사촌 조카들 다 시집, 장가가고 우리 집까지는 발길이 안 닿아서 특별히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줘 본 적은 없어요. 단, 우연히 호텔 로비나 헬스장에서 친구 손자를 만나면 단 얼마라도 손에 쥐여주거든요. 좀 큰 애들은 5만원, 어린아이는 2만원. 뭐 그런 돈을 주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내가 너희를 만나서 반갑다’는 의미거든요. 내 버릇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가지고 온 내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큰돈이 생기면 일시적으로 아주 좋겠지요. 일단 친구, 형제 순으로 만나서 밥 먼저 먹으려고요. 먹고 나서 스카프 같은 선물도 준비해서 줄 거예요. 자주 가는 호텔 빵집에 들러서 빵도 사줄 거예요.
“큰돈이 생기면 따뜻한 섬나라 가서 몇 년 살다 오고 싶어요”
(男59, 자유기고가)
카드를 주로 이용하는데 청구서를 보면 들쭉날쭉이더라고요. 60만원 정도부터 300만원까지. 내가 여행을 갈 때는 그보다 훨씬 많기도 해요. 어제도 여행비 460만원 결제했습니다.
돈 쓰는 거야 주로 지인들과 밥 사 먹는 데 많이 사용합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세뱃돈을 주기 보다 받아왔어요. 작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그전까지는 우리 부부가 세배를 하면 세뱃돈을 주셨죠. 우리 가정은 상당히 자유로워서 집을 거점으로 생각해요. 꼭 돌아와야 하는 개념 같은 거 모르고 살았어요. 아이들이 외국에도 많이 가 있어서 세뱃돈 챙겨줄 일이 없었습니다. 몇백만 원이면 푼돈이라 간단히 길 떠나는 데 써야 할 것 같고, 몇억이 생기면 다 접고, 따뜻한 어느 섬나라 가서 몇 년 살다 오고 싶어요. 여행자가 아니라 몇 개월 이상, 1년~2년 각기 다른 대륙에 살아볼 생각이거든요. 죽기 전에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여행가는 거니까 돈이 많이 있어야 해요. 레스토랑에서 누군가에게 밥을 사주어야지 함께 밥을 먹지 않겠어요? 언젠가 캐나다 노바스코샤에서 배낭여행길에 한 노부부와 바닷가재를 먹었는데 수다와 식사를 즐긴 뒤 그 부부가 돈을 내니 참 좋더라고요. 나도 나중에 저렇게 살아야지 했습니다. 그러니 나이들면 언제든지 쌈짓돈이 필요해요.
“친구들 만나 밥 먹는데 돈을 제일 많이 쓰지 않나요?”
(女56, 주부)
용돈은 한 달에 대략 200만원 정도 쓰는 것 같아요. 용돈이라기보다는 그냥 생활비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데 여행도 용돈에 포함했을 때 이 정도 쓰는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 유류비가 많이 나가고요, 친구들을 만나 식사하거나 문화생활도 하고요. 지금까지 명절에 돈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양가 부모님 다 살아계셔서 용돈을 드리는데 각각 20만원 정도 드립니다. 그런데 또 세뱃돈은 줘본 적이 없네요. 매년 설날 때마다 외국으로 여행을 가기 때문에 세뱃돈 생각 안 해봤어요. 이번 설날에는 형제들과 함께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갑니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2014년 3월 애플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피터 오펜하이머가 무려 430억원 규모의 주식을 포기하고 그 해 9월에 은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들 놀라워했지만 정작 피터가 내놓은 이유는 단순명쾌했다. 1996년에 애플에 입사해 2004년부터 만 10년째 CFO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제 ‘자유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이는 51세로 아직 한창이지만 회사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고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 ‘앞으로는 회사와 일이 아닌 자신과 가족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금쯤 피터는 원하던 비행기 조종사 면허를 따고 자가용 비행기 하나 사서 가족과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구글의 CFO 패트릭 피셰트(52세) 역시 아내와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라면서 2015년 3월 회사를 미련 없이 떠났다. 짐 로저스와 피터 린치 등 유명한 펀드매니저 중에도 억만장자가 된 다음 유유자적하며 지내겠다고 40~50대에 은퇴한 피터 팬(?)들이 수두룩하다.
‘종오소호(從吾所好)’는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좇으리라’ 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리라’고 풀이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쉽지 않은 일이다. 젊어서는 엄청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거나 또는 벌었거나 아니면 웬만큼 도(?)가 텄거나 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도 저도 아닌 사람이 좋아하는 것만 하면 ‘또라이’ 또는 ‘고문관’이라는 말을 듣기가 십상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주된 직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마음먹기에 달린 일로 바뀌어 간다. 엄청나게 재산이 많지 않아도 도가 트지 않아도 ‘또라이’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가능한 일로 다가온다는 말이다. 물론 이때 돈이 좀 더 많을수록 좋아하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분수에 맞게 하려고 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널려 있다는 점에서 돈의 많고 적음이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2014년 6월 EBS의 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신권식씨(당시 86세). 경기도 평택에 사는 평범한 농부인 그는 몇 년 전에는 50년 이상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써 온 일기가 언론에 보도되고 책으로 발간되기도 한 분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특이한 점은 환갑이 되던 해에 농사를 접고 땅도 거의 다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평생 일만 하다가 77세에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을 실행한 것이었다. 그 때부터 배운 서예가 늘어 이제 가르칠 정도가 되었고 동네 향교에서 하는 행사에는 제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나도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땅을 파는 것을 반대했던 부인이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마음을 내려놓은 것도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든이 넘은 두 분 다 건강하다. 조용한 시골에서, 그것도 평생 농사지은 곳에서 하고 싶은 대로 사는데 부러울 게 뭐 있으며 스트레스가 어디 있겠는가?
‘종오소호(從吾所好)’야 말로 좋아하는 일, 즐거움을 좇아 사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즐겁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연간 근로시간이 2124시간에 달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가장 모자라는 것은 나만의 시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OECD회원국들의 평균 근로시간 1770시간과 비교하면 354시간, 가장 적게 일하는 독일(1371시간)과 비교하면 무려 1.6배나 더 많은 시간을 돈을 버는 데에 쏟아 붓고 있다. 야근과 주말 근무 등으로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은 아직도 먼 미래의 일인 것이다.
그러다 막상 은퇴하면 말 그대로 막막하기만 하다.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은 있지만 해 본 적이 없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뭐 제대로 놀아본 적이 있어야 놀 것 아닌가? 그런데 은퇴 후 하루에 10시간씩 30년의 시간을 뭔가 의미있는 일이나 활동을 해야 하니까 총 11만시간이다. 등산이나 골프, 배드민턴, 탁구 등 다양한 스포츠와 화투와 카드, 마작 등의 심심풀이를 배우자와 친구들과 함께 즐기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도 하다보면 식상해지면서 시간이 남아돈다는 게 은퇴한 선배들의 푸념이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TV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은퇴 후 11만 시간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만시간 이상을 TV 시청으로 때운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사실 TV 시청이 시간 때우기에는 매우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를 내려놓는 시간에 TV를 본다면 그 또한 나름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기왕이면 TV를 보면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서 나다닌다면 더 좋지 않을까? 나다니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더 좋은 시간 때우기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쿡방’을 보고 요리를 하거나 ‘먹방’을 보고 ‘먹행’(먹거리 여행)을 하는 것이다. 특히 ‘먹행’의 경우 그다지 어렵지 않게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필자에게 꿈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에는 막걸리 양조장이 500곳이 넘는다고 한다. 그곳을 섭렵하는 것이다. 우연이지만 전국의 골프장 수와 비슷하다. 어떤 분은 전국의 골프장을 다 가보는 게 꿈이라고 하는데 그런 분이라면 더더욱 골프장 근처의 양조장도 한번 들러보면 어떨까? 1박 2일로 숙소도 잡아놓고 느긋하게 그 동네 양조장에서 받아온 막걸리 한잔 걸치면서 저녁을 해보라. 골프를 치기로 했으니 동반자가 2~3명은 될 것이고 그 동반자들이 다 마음에도 맞고 사는 형편도 비슷할 터이니 분위기 또한 더없이 좋으리라.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도 한두 잔 마시다보면 그 맛과 운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쿡방’이나 ‘먹방’이 유난히 인기를 끌었던 시기는 경기가 나쁠 때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요즘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이럴 때일수록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TV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돈을 쓰면 그게 경제를 돕는 일이기도 하다. 틈틈이 봉사와 기부활동도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돈을 버는 재미도 쏠쏠하다지만 돈을 쓰는 데에도 재미를 붙이면 그만큼 쏠쏠한 것도 없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니는 재미, 즉 재미를 좇아다니는 재미만한 재미가 없을 것이다. 사는 게 재미있으면 시간도 잘 가기 마련이다.
은퇴 후 11만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좇으리라는 ‘종오소호’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자성어 하나 더. 무엇이나 다 때가 있는 법, 내가 할 수 있을 때 그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물실호기(勿失好機)!
2016년이다. 좋은 것들을 보고, 맛보고, 즐기기에도 인생은 모자라다. 잭 니콜슨(Jack Nicholson)과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 주연한 영화 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 이라고.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모험심을 끌어 모아 생에서 가장 설레는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여행자들은 누구나 가봤고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숙박시설들을 원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www.airbnb.co.kr)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주거지 중 남는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숙박 예약 사이트이다. 여유 공간을 빌려 쓴다는 개념이지만 단순히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시간을 서로 함께하면서 새로운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즉 집주인과 함께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집과 같은 느낌과 함께 새로운 추억도 덤으로 얻어 간다.
에어비앤비가 2016년 꼭 가봐야 할 특별한 공간과 사용자들의 후기를 소개한다. 세계 곳곳의 기발한 숙소에서부터 상상하지 못했던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에어비앤비의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특별한 공간’은 발리의 대나무로 지어진 별장, 멕시코 무헤레스섬의 조개 하우스, 아이슬란드 간헐천 옆의 산장, 캘리포니아 사막 한가운데의 모던하우스다.
멕시코 무헤레스섬 황홀한 조개 하우스
“이 황홀한 건축물에서 정말 즐거운 경험을 했다.
집주인 라켈은 매우 친절했고 이곳에 머물고 난 후 멕시코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마리
‘카리브해의 낙원’ 칸쿤(Cancun)에서 조금 떨어진 무헤레스섬(Isla Mujeres)에 자리 잡고 있다. 1994년 건축가인 집주인 에두아르도(Eduardo)는 해변의 반짝이는 조개껍질로부터 영감을 받아 조개 형상의 집을 짓게 되었다.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주택지에 위치하고 있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칸쿤보다 깨끗하고 조용한 해변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원한다면 숙소에 딸린 개인용 수영장을 이용해도 좋다. 에두아르도와 그의 아내 라켈(Raquel)이 옆집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손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주변에 있는 해변으로는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며, 미화 35달러로 하루 동안 빌릴 수 있다.
발리 우붓 대나무 별장
“내가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숙소 중 가장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서 아내와 결혼기념일을 보냈는데 별장이 너무 편안해서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숙소에서만 하루를 보냈다. 정말 사진에서 보는 만큼 멋진 집이었다.”
- 네이선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네이선 블레차르지크가 자신이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숙소 중 최고라고 극찬한 곳. 발리 중부 내륙에 자리한 ‘예술가 마을’ 우붓과 가까운 열대림 속에 지어진 별장 건물이다. 4층 높이의 별장은 건물 구조부터 가구까지 모두 대나무로만 지어졌으며 발리에서 가장 긴 아융(Ayung)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뛰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숙소 곳곳에 에어컨과 제습기를 두어 촉촉한 열대기후에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고 실내 와이파이와 TV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원한다면 현지의 발리인 요리사를 초청해 특별한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아이슬란드 라가바튼 대자연 속의 산장
“정말 사랑스러운 산장이다.
북적이는 인파를 떠나 뜨거운 욕조에 몸을 녹이며 오랫동안 노을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오드리
뾰족한 피라미드 모양이 재미있는 이 산장은 아이슬란드 남쪽에 자리한 라가바튼(Laugarvatn) 강가 작은 마을에 있다. 수 세기 전 용암이 굳어 형성된 넓은 용암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흔히 볼 수 없었던 나무와 이끼, 식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최대 6명까지 수용 가능한 산장의 뒷마당에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놀이터까지 있어 가족 여행에도 좋다. 차량으로 10분 거리에는 간헐천이 있고, 도보 2분 거리에는 골프 코스와 승마장이 있어 숙박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아름다운 사막 한가운데의 모던하우스
“멋진 집이다. 마치 다른 행성에서 머무는 듯했다.
집주인 린다(Linda)도 친절했고, 우리가 기대했던 모든 것들을 갖추고 있었다”
-제이미
이곳은 최근 LA타임스가 선정한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의 가장 멋진 집”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아름다운 집으로 인정받은 곳이다. 친환경 건축 자재를 사용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사막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머무르기 딱 좋은 곳이다. 통유리로 만들어진 창 앞에 펼쳐지는 사막풍경을 가슴에 담아 봐도 좋다. 매일 아침 산지 과일로 짜낸 신선한 주스가 숙소로 배달된다.
에어비앤비에 대해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08년 설립된 에어비앤비(Airbnb)는 전 세계에 독특한 숙소를 가진 사람들과 숙박할 곳을 찾는 사람들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연결해 주는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 장터다. 아파트를 하룻밤, 성을 일주일, 별장을 한 달 빌리고 싶을 때 에어비앤비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용자들이 특별한 여행 경험을 각자 예산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장터가 되고 있다. 현재 190개 국가 3만4000개 이상 도시의 여행자 숙소 정보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회원수의 지속적인 증가로 회원들이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자신의 남는 공간을 가장 쉽게 홍보할 수 있는 사용자 커뮤니티가 되고 있다. 문의 press-kr@airbnb.com
골퍼라면 누구나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플레이를 즐기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연습하려고하지만 현대사회의 구조적 특성, 즉 가족관계, 직장, 개인적 일상사로 연습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골프는 개인의 성취욕을 충족하고, 사회적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 친구들과의 사교적 모임으로 우의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긍정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 시간이 주어지면 즐기고 싶은 중독성을 가진 스포츠다.
함께 자주 플레이하는 친구의 핸디캡이 자신보다 점점 낮아지고 있다면 대등하게 플레이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겨울 동안 자신만의 연습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면 새로운 골프시즌을 맞이할 때 다른 수준의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인가를 떠올리면 막막해지는 것이 골프다.
연습장에서 스윙과 샷 연습도 하고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플레이도 하고, 간혹 코스에도 나가서 플레이를 해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점도 경험해봤을 것이다. 더구나 함께 플레이하는 동반자나 친구들로부터 특정한 샷이나 잘못하는 점에 관한 지적과 조언을 받으면 그대로 따라서 해보지만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조언을 들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그들은 프로골퍼가 아니고 같은 수준의 골퍼라는 점을 말이다.
골프를 스포츠로 여긴다면 그에 걸맞은 연습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코스에서 플레이하기 전에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을 하고 연습그린에서 몇 차례 퍼트하는 것은 연습이 아니다. 몸을 풀기 위한 준비운동에 지나지 않는다. 플레이를 해오면서 한 샷, 한 샷 모두 다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점은 알지만 진정으로 수준을 높이려면 골프의 다양한 샷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잘 계획되고 조직화된 연습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점을 마음에 두어야 한다. 드라이버를 잘 사용하지 못한다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드라이버 하나만 연습한다고 해서 좋아질 수 없는 것처럼 올바른 연습 방법으로 다양한 샷을 연습해야만 골프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연습장에서 올바르게 연습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자.
첫째, 준비운동을 잊지 말라. 골프 스윙은 매우 격렬한 동작이므로 클럽을 휘두르기 전에 근육이 이완되도록 스트레칭을 습관화해 혹시 모를 상해를 예방한다. 또한 샷 연습을 하기 전에 무거운 클럽이나 2~3클럽을 쥐고 스윙연습을 하며 몸을 적응시킨다. 아주 느리게 클럽을 스윙하면서 몸의 감각을 되살려가며 스윙한다.
둘째, 취약점을 판단한다. 코스에서 플레이할 때마다 1번 홀 티샷부터 18번 홀 퍼트로 마무리할 때까지 모든 샷의 내용을 기록한다. 홀마다 티샷한 공이 슬라이스였는지 훅이었는지, OB나 해저드에 빠진 횟수, 그린을 향한 우드나 아이언 샷이 성공한 횟수,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해서 칩 샷을 했는지, 피치 샷을 했는지를 구분해서 기록한다. 그린에서 퍼트한 횟수와 벙커샷도 기록해야 한다. 적어도 5번 정도 코스에서 플레이한 내용들을 보면 자신이 교정하고 연습해야 할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다.
셋째, 임팩트 순간을 집중한다. 모든 미스 샷의 가장 큰 원인은 임팩트 순간 클럽헤이스의 스윗 스파트에 공을 맞히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클럽페이스를 토우(toe), 가운데, 힐(heel) 로 3등분하고 작은 스윙으로 토우, 가운데, 힐 부분으로 임팩트하는 샷을 연습한다. 어느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임팩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순서를 정해 임팩트하는 것이다. 눈의 초점을 공에 두고 자신이 정한 클럽페이스에 공을 임팩트하면 스윗 스파트에 공을 임팩트하기가 훨씬 쉬워지고 샷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게 된다.
넷째, 샷의 질에 집중한다. 연습장에서 많은 공을 쉴 새 없이 때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샷 연습은 시간당 60개다. 1분에 샷 한 번이라는 마음을 가진다. 한번 스윙하는 데 2초가 걸리는 것이 보통이므로 나머지 58초 동안에는 다음 샷을 준비해야 한다. 땀을 흘리며 단위 시간당 많은 샷을 해봤자 결코 좋은 샷을 익히지 못한다. 타석에서 스탠스도 바꾸지 않고, 그립도 다시 쥐지 않고 바쁘게 많은 연습공을 때리게 되면 오히려 나쁜 샷을 더 많이 하게 되고 나쁜 스윙 습관만 단련할 뿐이다. 한번 샷을 하면 타석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연습 스윙을 한 다음 그립을 올바르게 쥐고 겨냥, 스탠스, 포스처 등을 점검하며 어드레스를 한 다음 샷을 한다.
다섯째, 모든 클럽과 친숙하라. 심리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클럽이 있어도 연습할 때는 클럽별로 일정한 공의 개수를 정하고 샷을 한다. 처음에는 피칭 웨지에서 드라이버까지 순서대로 샷을 하도록 한다. 어느 정도 클럽을 휘두르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면 홀수 번호로 시작해서 드라이버까지 하고 짝수 번호로 되돌아온다. 자주 플레이하는 코스에서 실제 플레이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하면서 티 샷, 세컨드 샷, 어프로치 샷 등으로 상황에 맞는 클럽을 바꾸어가며 샷을 한다. 이때 미스 샷이 나왔다고 같은 클럽으로 다시 샷을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여섯째, 스윙 크기를 조절한다. 스윙 크기에 대한 감각 훈련은 8번 아이언이 적당하다. 8번 아이언으로 2분의 1 크기 스윙과 4분의 3 크기의 스윙을 한다. 스윙의 크기는 백스윙했을 때 왼팔이 지면과 수평이 될 때를 4분의 3 크기로 한다. 상대적으로 왼팔이 오른쪽 엉덩이보다 위에 있을 때를 2분의 1 스윙 크기로 보면 되고 피니시는 백스윙에 대칭되는 위치여야 한다. 스윙 크기를 알면 스윙 타이밍과 리듬감을 익히기 쉬워진다. 바르게 작은 스윙을 구사할 수 있으면 큰 스윙은 훨씬 쉬워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8번 아이언으로 스윙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면 피칭 웨지로 바꿔 같은 연습을 한다. 그린을 향한 어프로치 샷의 정확도가 훨씬 높아지는 것을 보게 된다.
위와 같은 연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코스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플레이를 하되 겨울이라는 점을 활용해 플레이를 즐기기보다는 코스에서도 연습하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한다. 겨울에는 내장객이 많지 않으므로 여유있게 플레이할 수도 있고 덤으로 두세 번 샷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우미의 허용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다른 동반자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티 샷을 두 번씩 시도해 한 홀은 좋은 공을 선택하고 또 다른 홀은 나쁜 공을 선택해 플레이해본다. 좋은 공을 선택해 플레이했을 때를 목표로 자신감을 높일 수 있고, 나쁜 공을 선택했을 때엔 파 세이브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글 박영민 전 고려대 교수
국내 골프칼럼니스트 1세대. 고렫대와 한국체육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0년대 초부터 방송해설은 물론 일간지, 스포츠지 등에 많은 칼럼을 연재했다. '골프의 이론과 실제', '골프'(체육고등학교 교재)등 저서도 다수.
겨울은 모든 골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절이다. 코스에서 직접 플레이를 하지는 못하지만 그 기간을 잘 이용한다면 아무리 주말골퍼고 시니어 골퍼라고 할지라도 지금의 수준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원한다면 겨울철에 자신만의 골프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세워보자. 다른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골프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시즌 오프, 시즌 전, 시즌 중으로 구분해서 계획을 세운다. 겨울철은 시즌 오프, 봄은 시즌 전, 그리고 늦가을까지는 시즌 중으로 구분해서 시즌 오프인 겨울에는 자신에게 맞는 스윙과 샷을 위한 분석과 교정을 중심으로, 시준 전에는 파워를 보강할 수 있는 체력 훈련을, 시즌 중에는 체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전체 기간을 대상으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다.
◇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스윙을 찾으려면
시즌 오프인 겨울철에 자신의 스윙을 분석하여 골프 스윙으로 인한 상해를 예방하고 원하는 샷을 구사하려면 스윙의 기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스윙을 찾아야 한다. 최적의 스윙이란 조건반사적인 스윙을 뜻한다. 이 스윙은 관절의 가동범위 내에서 근육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여 연습할 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수행해온 동작은 의식하지 않아도 같은 동작을 쉽게 반복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윙할 때 사용되는 근육들은 모두 수의근들이다. 대뇌의 의지로 특정한 근육들을 수축하고 이완시켜서 특정한 동작을 하는 것이다. 스윙할 때 근육의 수축과 이완은 백스윙을 마쳤을 때와 피니시 위치에서 느낄 수 있다.
백스윙할 때는 오른쪽 어깨를 감싸고 있는 근육들이 수축하고 있지만 반대로 왼쪽어깨를 감싸고 있는 근육들은 이완되며, 피니시에서는 왼쪽 어깨 쪽이 수축되고 오른쪽 어깨 쪽은 이완된다. 바로 이 수축과 이완에서 파워가 나온다. 눈을 감고 스윙을 해보면 눈을 뜨고 스윙했을 때보다 더 큰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스윙을 할 때 어깨 근육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클럽을 쥐는 손이나 팔, 게다가 몸통 전체의 근육들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또 상체를 지탱하기 위해 하체, 다리 근육들 까지도 동원되어 파워를 발생시킨다.
또한 최적의 스윙은 척추에 연결된 어깨, 어깨에 연결된 팔, 팔에 연결된 손목의 움직이는 순서가 일관될 때다. 특히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백스윙할 때 움직이는 순서를 어떻게 하느냐는 스윙을 연쇄반응처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어서 더욱 중요하다.
최근의 스윙추세와 스윙분석에 관련된 연구 결과들은 이전과는 다른 백스윙의 순서를 강조하고 있다. 원피스로 테이크 어웨이한 후에 팔을 들며 몸통을 함께 돌리며 백스윙을 하기 보다는 두 팔로 클럽을 먼저 테이크 어웨이 한 후에 오른 손목, 팔꿈치, 어깨를 돌리며 백스윙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원피스로 테이크 어웨이한 후에 백스윙을 하면 클럽헤드를 몸 앞에 두지 못하고등 뒤로 가져가므로 다운스윙 할 때 표적선에 대해서 클럽헤드가 아웃사이드에서 인사이드로 움직이는 원인이 되어 표적을 향한 클럽페이스에 따라 슬라이스 또는 풀샷이 되고 만다. 그러나 두 팔로 클럽을 먼저 테이크 어웨이한 후에 오른 손목, 팔꿈치, 어깨를 돌리며 백스윙을 하면 클럽헤드를 몸앞에 두고 스윙할 수 있어 다운스윙할 때 인사이드에서 인사이드로 클럽헤드를 가져가므로 표적을 향한 일관된 샷을 하기 쉬워진다.
◇ 스윙을 교정할 때는
자신의 신체 조건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스윙 방법은 날아가는 공이 증명해주는 것이므로 방향과 거리가 일치된 샷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스윙 방법을 교정해야 한다. 골퍼라면 누구나 골프를 익히는 과정에서 스윙 교정을 시도해 보지만 성공가능성은 높지 않다. 간단하지만 클럽을 쥐는 방법을 바꿔보거나 단순한 퍼팅 동작 또는 그린 주변에서의 치핑, 피칭 방법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경험은 골퍼들 모두 체험해보았을 것이다. 교정하려고 집중하면 할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하고, 새로 시도하는 방법과 이미 구사하던 방법 사이에서 야기되는 심리적 혼란으로 더욱 큰 어려움과 부딪치기 때문이다.
인지 심리학자(Cognitive Psychologist)들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느 분야의 일인자가 되려면 피아니스트는 적어도 8000시간, 골퍼는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습관화되었던 예전 방법을 교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습관화하여 일관되게 구사하려면 2000시간의 반복훈련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복된 연습으로 스윙 교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익혔다고 해도 긴장된 상황에서 플레이하다 보면 다시 예전의 스윙 방법대로 플레이하고 만다. 새로 시도하는 방법과 습관화된 방법 사이에는 심리적 갈등현상이 존재하므로 이미 습관화된 스윙방법은 아무리 바꾸려 해도 두뇌에서 바꾸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동과학적 입장에서 제시한 행동수정 이론은 다행스럽게도 스윙 교정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학습과 발달 면에서 짧은 시간과 심리적 장애 현상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과정을 가속시키는 방법을 스윙 교정 방법에 적용한 것을 소개한다.
△ 1 단계: 스윙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기술한다.
샷의 결과에 따른 스윙방법을 진단하여 문제점을 글과 말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스윙 플래인이 너무 플랫하거나 업라이트하여 공을 임팩트하는 순간이 일관되지 못하다면 신체적 조건에 적합한 스윙 플래인의 형태와 위치를 찾는다.
△ 2 단계: 스윙의 문제점을 자각한다.
이미 습관화된 스윙을 의도적으로 반복하며 플랫한 스윙 플래인이 만들어지는 원인을 느끼도록 한다. 플랫하거나 업라이트한 스윙 플래인이 되었을 때 느껴지는 신체적 감각을 글로 표현한다.
△ 3 단계: 스윙의 문제점을 상기한다.
교정하려는 스윙을 잘못된 스윙이라고 하지 말고 예전에 하던 스윙으로 부른다. 예전의 스윙방법을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 4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자각한다.
새롭게 익히려는 스윙 방법을 천천히 구분하여 스윙한다.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느껴지는 신체적 감각을 표현한다.
△ 5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상기한다.
새로운 스윙방법과 스윙 플래인을 마음속으로 상기하며 스윙한다.
△ 6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과 예전 스윙 방법의 차이점을 기술한다.
예전 스윙 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의 차이점이 느껴지는 신체부위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백스윙을 마쳤을 때 손의 높이가 피니시했을 때 손의 높이를 비교하고 샷의 결과도 비교한다.
△ 7 단계: 예전 스윙으로, 새로운 스윙으로 5번씩 스윙하며 비교한다.
예전 스윙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한 번씩 샷을 한다. 예전의 스윙 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한 샷의 결과를 비교한다. 임팩트 때 느껴지는 차이점과 구질의 차이점도 비교한다.
△ 8 단계: 여러 클럽을 사용하며 새로운 스윙 방법으로 연습한다.
익히려는 새로운 스윙 방법을 강화하는 단계로 구분된 동작을 통합해서 스윙한다. 사용하는 클럽에 적합한 일관된 스윙 플래인을 익힌다.
△ 9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대로 코스에서 플레이한다.
샷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스윙 방법대로 코스에서 플레이한다. 샷을 시도할 때마다 교정한 스윙방법의 구체적 내용을 말로 표현한다.
△ 10 단계: 새로운 스윙 방법을 재진단하고 다시 익힌다.
위에 예시한 9단계의 연습을 적어도 4주동안 반복해서 실시한다. 연습장에서는 거울을 통해서, 코스에서는 비디오를 통해서 예전의 스윙 방법과 새로운 스윙 방법의 차이를 확인한다. 동작 교정이 올바르게 진행되었으면 1 단계로 돌아가서 반복한다. 만약 교정되지 않았다면 티칭 프로에게 조언을 구한다.
>>>글 박영민 전 고려대 교수
국내 골프칼럼니스트 1세대. 고려대와 한국체육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0년대 초부터 방송 해설은 물론 일간지, 스포츠지 등에 많은 칼럼을 연재했다. ‘골프의 이론과 실제’, ‘골프’(체육고등학교 교재) 등 저서도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