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걷고 실비로 먹는 ‘Road & food' (3)

기사입력 2019-12-13 17:26 기사수정 2019-12-13 17:26

걷기와 먹기를 조화롭게 즐길 수 있는 여수 편

▲돌산에서 바라본 종포공원, 돌산대교, 장군도, 여수시 야경(변용도 동년기자)
▲돌산에서 바라본 종포공원, 돌산대교, 장군도, 여수시 야경(변용도 동년기자)
▲여수엑스포역 전경(변용도 동년기자)
▲여수엑스포역 전경(변용도 동년기자)
▲엑스포역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수엑스포 전시장(변용도 동년기자)
▲엑스포역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수엑스포 전시장(변용도 동년기자)
▲여수엑스포 전경2(변용도 동년기자)
▲여수엑스포 전경2(변용도 동년기자)

여수엑스포역은 관광지 철도역으로는 만점짜리 자리에 있다. 열차에서 내려 역 구내를 빠져나오자마자 엑스포 전시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왼쪽에서는 쪽빛 바닷물이 넘실댄다. 일정이 바쁜 사람들은 열차 도착 시각에 맞춰 역 앞에 긴 줄로 늘어서 있는 택시를 바로 잡아탄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끌리듯 엑스포 전시장으로 직진한다. 높낮이 없이 평평하게 설계된 전시장 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어도 걸리는 곳이 없다. 시니어들에겐 맞춤 산책길이다. 자기도 모르게 왼쪽에 있는 바다 쪽으로 접근해 걷게 된다.

조금 걷다 보면 왼편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조그만 섬 하나가 눈에 잡힌다. 소문 난 오동도다. 전시장 끝자락에서 이어지는 다리가 있으니 그 섬에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만만한 섬! 천천히 걸어도 30분가량이면 다 돌 수 있다. 이 섬이 소문난 건 동백꽃 덕분이다. 동백꽃은 한창 피어나는 겨울보다는 지기 시작하는 초봄에 장관을 이룬다. 바닥에 무리를 이뤄 떨어져 있는 빨간 꽃송이와 꽃잎들은 처연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들에게도 질 때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그 교훈을 실감

나게 체득하려면 동백꽃이 떨어지는 3~4월께 오동도를 다시 찾아야 한다.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오동도 전경(변용도 동년기자)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오동도 전경(변용도 동년기자)
▲전설 표지판. 동백꽃이 여인으로 보인다(변용도 동년기자)
▲전설 표지판. 동백꽃이 여인으로 보인다(변용도 동년기자)
▲찬바람에 하나 둘 피어나는 동백꽃. 2월쯤이면 온 섬이 빨갛게 물든다(변용도 동년기자)
▲찬바람에 하나 둘 피어나는 동백꽃. 2월쯤이면 온 섬이 빨갛게 물든다(변용도 동년기자)
▲빨간 동백꽃이 화사하다(변용도 동년기자)
▲빨간 동백꽃이 화사하다(변용도 동년기자)

실비로 먹는 ‘시골밥상...’ 식당

오동도 구경을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뱃속에서 신호가 오게 마련이다. 더욱이 이곳이 맛의 고장 여수임에랴! 오동도 앞에서 돌산으로 가는 해상 케이블카 탑승장 바로 밑에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8000원짜리 여수 가정식 백반을 파는 ‘뚱땡이 할머니의 밥상 시골밥상’ 집은 언제나 손님이 차고 넘쳐 끼니때는 이용이 쉽지 않다. 칠순을 넘긴 뚱땡이 할머니와 마흔도 채 안 돼 아이를 넷이나 출산한 ‘애국자’ 따님이 운영한다. 맞은편 엠블 호텔 투숙객들도 이 식당을 많이 찾는단다.

▲뚱땡이 할머니의 시골밥상 전경. 옥호가 정겹다(변용도 동년기자)
▲뚱땡이 할머니의 시골밥상 전경. 옥호가 정겹다(변용도 동년기자)

특별한 반찬은 없지만, 하나하나 간을 잘 맞춘 맛깔스러운 반찬들과 매일 바뀌는 국 종류 때문에 밥 한 그릇을 더 시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식사를 끝낸 자리엔 종업원이 큰 통을 들고 가서 남은 ‘아까운’ 반찬들을 모두 담는다. 음식 재활용을 않는다는 걸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좁은 자리가 꽉 차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사진도 못 찍고 문전에서 아쉬운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아쉽기는 뚱땡이 할머니와 따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문 앞에 서서 손님을 그냥 보내는 눈빛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진남관 앞 ‘서울해장국’ 식당

▲새벽 5시부터 불을 밝히는 서울해장국 가게(변용도 동년기자)
▲새벽 5시부터 불을 밝히는 서울해장국 가게(변용도 동년기자)
▲정성으로 빚은콩나물 해장국. 계란 노른자가 군침을 돋운다(변용도 동년기자)
▲정성으로 빚은콩나물 해장국. 계란 노른자가 군침을 돋운다(변용도 동년기자)
▲나, 40년 단골이여~ 김영철 씨가 선지해장국을 새벽 5시 20분에 드신다(변용도 동년기자)
▲나, 40년 단골이여~ 김영철 씨가 선지해장국을 새벽 5시 20분에 드신다(변용도 동년기자)

그렇다고 애써 맛집을 다시 찾아야 한다면 여수가 아니지.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전라좌수영(全羅左水營)의 본영으로 사용하던 진남관. 그 오른쪽 앞과 길 건너편 거리에 여수의 오래된 먹자골목이 있다. 모두 다 소개하고 싶은 맛집들이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서울해장국’이 있다.

아니, 맛집 고장 여수에서 엉뚱하게 옥호를 ‘서울~~’로 쓰다니! 그러나 사실 이상할 게 없다. 수십 년 전 여수가 관광지로 채 발돋움하기 전에 개업했으며 그 당시만 해도 서울은 대단한 동경의 대상이었기에. 마치 50, 60년대 서울의 빵집과 양복점 등의 이름으로 뉴욕, 파리, 런던 등을 많이 썼던 것처럼.

이 식당은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한다. 바싹 말린 우거지를 장어로 국물 맛 낸 된장국에 넣어 푹 끓여낸 우거지국, 바삭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콩나물국, 두툼한 선지국은 모두 한 그릇에 6500원,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넣은 김치찌개(8천 원) 등이 하나같이 별미다. 이 식당은 특히 밑반찬에 들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그 때 그 때 구워주는 생김을 찍어 먹게 집간장과 양념간장을 함께 내주고 갓 만들어 내오는 숙주나물, 고추멸치볶음, 계란부침 등도 모두 싱싱하고 맛깔스럽다.

주인 할머니와 따님이 조그만 식당을 무려 종업원 10명가량을 쓰며 운영한다. 김 굽는 직원, 식재료 다듬는 직원, 우거짓국 끓이는 직원, 김치찌개 끓이는 직원 등이 제각각이다. 맛집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불친절은 찾아볼 수 없고 직원들이 손님상을 수시로 체크하며 모자란 반찬은 알아서 채워주는 친절함까지 보인다. 손님들이 저마다 이 식당 칭찬하기에 바쁘다. 팔순이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선짓국을 들고 계신다. 궁금해서 말을 붙여보았다. “40년 단골이지. 맛도 맛이지만 정성이 들어간 건강식이고 배고프던 시절 추억을 떠올려 더 좋지.” 여러모로 완벽한 맛집인 셈이다.

그 밖에도 복춘식당, 조롱박 등 여수의 별미를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이 일대에 많다. 서대회, 아귀찜, 아귀탕, 생선 내장탕, 돌게장, 삼치회 등이 주메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의 많은 아귀찜 식당과는 비교도 안 되게 풍부한 아귀를 넣은 아귀탕이 1만 원. 둘이서 다 먹기 부담스러운 양의 아귀찜도 2만 원 미만이다. 마산 일대가 주산지로 알려진 아귀는 여수에서 더 풍족하게 요리된다. 여수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삼치의 선어회는 여수의 특징적인 음식 중 하나다. 처음 접하면 물컹한 식감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지만 익숙해지면 삼치회만 찾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구이로 먹는 삼치 머리는 클수록 맛이 좋다.

진남관. 이순신광장. 장군섬

(변용도 동년기자)
(변용도 동년기자)
▲진남관 전경. 여수 앞 바다가 내려 보인다(변용도 동년기자)
▲진남관 전경. 여수 앞 바다가 내려 보인다(변용도 동년기자)
▲진남관 앞 이순신 광장. 동상 뒤쪽으로 진남관이 보인다(변용도 동년기자)
▲진남관 앞 이순신 광장. 동상 뒤쪽으로 진남관이 보인다(변용도 동년기자)
▲이순신 광장에 설치된실제 크기의 거북선(변용도 동년기자)
▲이순신 광장에 설치된실제 크기의 거북선(변용도 동년기자)

식사를 마치고 여수의 상징인 진남관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는 이순신 광장을 ‘참배’ 할 차례다. 여수를 하루만 둘러봐도 곳곳에 있는 이순신의 흔적을 발견하곤 새삼 놀라게 된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가 거처했던 곳까지 여수에 있고, 거북선을 건조하고 수리하던 ‘선소’도 세 곳이나 있다. 어머니 처소는 보존작업이 마쳐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띄엄띄엄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는 그 앞에 새로 이순신 공원 조성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심지어 실재하지 않은 소설 속 인물까지 끄집어내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점잖은’ 여수 시민들은 ‘이순신 자원’을 그리 요란하게 활용하지 않는다. 기자도 여수를 몇 번 찾기 전까지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전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해 곳곳에 이렇게 많은 흔적을 남긴 줄은 알지 못했다.

이순신 장군은 사후에도 여수민들을 여러모로 ‘살려주고 있는’ 중이다. 거북선 빵집, 이순신 햄버거 등 여수 상가의 옥호 중 이순신과 거북선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여수민들의 충무공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 역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충정이 한없는 불멸의 영웅은 여수에서 그 숨결이 가장 생생하게 느껴진다.

진남관은 2020년 봄까지 보수 일정이 잡혀있어 내부 관람이 금지돼 있다. 광장의 장군 동상 앞에 실물 크기로 지어졌다는 거북선도 기자 일행이 찾았을 때는 수리 중이어서 입장을 할 수 없었다. 관람객이 너무 많아 수시로 보수를 해야 한단다.

진남관 입구와 장군 동상 너머 장군섬에 이르는 곳까지 장군의 위세가 당당하게 뻗쳐져 있는 일대를 보는 것만으로 성웅 충무공에 대한 참배를 대신해야 했다. 참고로 해방 즈음까지는 장군 동상 앞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차 있었단다.

종포공원 거쳐 오동도 가는 길

▲여수에도 살았던 하멜의 동상. 하멜 등대를 가르키는 듯하다. 옆에 기념관이 있다(변용도 동년기자)
▲여수에도 살았던 하멜의 동상. 하멜 등대를 가르키는 듯하다. 옆에 기념관이 있다(변용도 동년기자)
▲종포공원 앞 바다의 한가로운 갈매기(변용도 동년기자)
▲종포공원 앞 바다의 한가로운 갈매기(변용도 동년기자)
▲종포공원에서 바라본 돌산대교(변용도 동년기자)
▲종포공원에서 바라본 돌산대교(변용도 동년기자)
▲종포공원 앞 거북선대교와 빨간 하멜등대(변용도 동년기자)
▲종포공원 앞 거북선대교와 빨간 하멜등대(변용도 동년기자)
▲밤늦게까지불야성을 이루는 종포공원. 저 멀리 돌산대교 불빛이 선명하다(변용도 동년기자)
▲밤늦게까지불야성을 이루는 종포공원. 저 멀리 돌산대교 불빛이 선명하다(변용도 동년기자)

이순신 광장에서 오동도 방향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자산공원이 있는 방향으로 나지막한 언덕길을 거쳐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몇 해 전부터 여수의 포장마차 촌으로 유명해진 종포공원을 거쳐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다. 우선 종포공원부터 걸어보기로 한다.

이 일대는 여수의 오래된 바닷가 놀이터 중 하나다. 지금은 공원으로 명칭이 붙여져 있지만, 낚시꾼이 모여들고 고기잡이배가 들락날락하던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바로 옆에 새벽마다 경매가 열리고 종일 생선 판매가 이뤄지는 선어 시장이 있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들도 간간이 모습을 보인다.

몇 년 동안 성시를 이루던 포장마차 촌은 인근 하멜기념관 옆으로 옮겨졌다. 정비 차원이었던 모양인데 아직은 포장마차 촌의 모습으로 보기엔 익숙하지 않다. 행정력도 자연스러움에 초점이 맞춰져야 바람직한데...

▲돌문어상회의 인기 메뉴 돌문어비빔밥. 돌문어가 살아날 듯 싱싱하다(변용도 동년기자)
▲돌문어상회의 인기 메뉴 돌문어비빔밥. 돌문어가 살아날 듯 싱싱하다(변용도 동년기자)
▲돌문어상회의 인기메뉴 돌문어 라면(변용도 동년기자)
▲돌문어상회의 인기메뉴 돌문어 라면(변용도 동년기자)
▲밤 늦게까지 북적대는 돌문어상회. 가게 앞에도 포장마차형 코너가 있다(변용도 동년기자)
▲밤 늦게까지 북적대는 돌문어상회. 가게 앞에도 포장마차형 코너가 있다(변용도 동년기자)

종포 공원 일대에 펜션 서너 곳이 있고 펜션 부근에 맛집이 꽤 늘어서 있다. 포장마차와는 구분되는 식당들이다. 여수 특산물 중의 하나인 돌문어 식당이 많다. 돌문어삼합, 돌문어라면 등등. 진화한 여수 음식 종류 중 하나는 해산물을 활용한 라면 요리다. 이 돌문어 식당엔 점심때부터 줄이 늘어서 있다. 젊은 층이 많다. 돌문어라면 뿐만 아니라 해물라면, 돌문어삼합 등 새로운 메뉴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돌문어라면 1만 원, 네 사람이 먹어도 남을 정도의 푸짐한 돌문어삼합은 3만9000원.

기자도 몇 년 전 여수에 와서 라면 요리를 ‘개발’했었다. ‘꼴뚜기 라면’. 시장 아지매한테 1만 원만 주면 한 접시 가득 주는 꼬록(여수에선 꼴뚜기를 꼬록이라고 부른다)을 특별한 레시피 없이 라면과 함께 끓여주면 색다른 국물 맛을 내는 아주 맛깔스러운 라면이 완성된다. 강추!!!

몰포 나비와 나비 반도 여수

▲몰포나비. 여수반도를 닮았다(변용도 동년기자)
▲몰포나비. 여수반도를 닮았다(변용도 동년기자)
▲빠삐용관 내부 나비전시장(변용도 동년기자)
▲빠삐용관 내부 나비전시장(변용도 동년기자)
▲빠삐용관 몰포나비 표본(변용도 동년기자)
▲빠삐용관 몰포나비 표본(변용도 동년기자)
▲위성에서 바라본 나비반도 여수(변용도 동년기자)
▲위성에서 바라본 나비반도 여수(변용도 동년기자)

자산공원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걸어 올라가기에 좀 힘이 들기 때문이다. 관광버스들도 코스로 잘 잡지 않는다. 그러나 노인 체력으로도 천천히 걸어 올라갈 만 하다. 아침저녁으로 산이 아름다운 자색으로 물든다 하여 자산으로 이름 붙여진 그 산속 공원엔 여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또 생뚱맞은 이름의 전시관이 하나 있다.

곤충체험관인데 이름하여 ‘빠삐용(나비) 전시관’이란다. 여수에 빠삐용 전시관이라니.. 입구에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미국 배우 ‘스티브 맥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여수에 빠삐용? 생각해보고 거듭 생각해 봐도 생뚱맞다!

전시관에 들어가 설명을 들어봤다. 여수시의 전직 공무원 한 분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집념으로 나비를 채집해 개인적으로 만든 전시관이다. 시에 기증해 지금은 시가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나비 표본 중에서 대표적인 전시물이 저 멀리 중남미 원산의 몰포나비. 푸른 금속성 광택이 나는 아름다운 몰포나비와 그 나비 모양을 빼닮은 여수반도 그림이 나란히 전시돼있다.

아하! 그제야 조금 몰포나비 채집자의 의도가 이해될 듯했다. 그는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폈음 직하다.

“지구 저편에서 몰포나비가 너울너울 날아와 한반도 끝자락에 앉았다. 여수반도다!”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에서

▲예울마루 전경(변용도 동년기자)
▲예울마루 전경(변용도 동년기자)
▲예울마루 초입 계단의 조형물이 반긴다(변용도 동년기자)
▲예울마루 초입 계단의 조형물이 반긴다(변용도 동년기자)
▲예울마루 계단에서 내려다본 예술의 섬 장도. 좌측은 인공해변을 조성중이다(변용도 동년기자)
▲예울마루 계단에서 내려다본 예술의 섬 장도. 좌측은 인공해변을 조성중이다(변용도 동년기자)

여수에서는 걷다가 가끔 시내버스도 타볼 만하다. 2층 관광버스도 좋지만 무작정 시내버스를 타고 한가롭게 시내를 돌다 보면 대충 여수 시내의 윤곽이 들어와 다음날 일정에 참고하기에도 좋다.

물어물어 버스 몇 번 갈아타고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지역으로 갔다. 고급 아파트촌이 있고 인공 해변이 조성돼있으며 입구 상가엔 여수답지 않게 주차난이 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서울 사람들에겐 식상한 풍경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구원은 ‘예울마루’다. 전시회와 음악회를 수시로 여는 이 건물은 여수 산단에서 매출을 많이 올리는 어느 대기업이 외국인 건축가에 설계를 맡겨 지어서 시에 기부한 것이다. 건물 외벽 없이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 건축물 문외한이 보기에도 시원하다. 건물 바깥쪽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있는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예울마루 관람을 마치고 15분가량 옆의 산길을 돌아 걸어가면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짓고 수리했다는 선소가 나온다.

이순신 장군의 또 다른 작품 ‘선소’

▲거북선을 만들고 수리한 선소(변용도 동년기자)
▲거북선을 만들고 수리한 선소(변용도 동년기자)
▲복원한 대장간 모습(변용도 동년기자)
▲복원한 대장간 모습(변용도 동년기자)
▲선소 건너편에서 바라본 전경. 오리떼가 항상 선소를 지키고 있다(변용도 동년기자)
▲선소 건너편에서 바라본 전경. 오리떼가 항상 선소를 지키고 있다(변용도 동년기자)

이 선소는 여수반도를 에워싼 바다의 ‘골목길’ 맨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적군에게 노출되지 않는 장소를 고른 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웅천 쪽에서도 선소는 보이지 않고 웅천의 바다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촌에서도 이곳이 보이지 않는다. 입지 선택이 탁월했던 셈이다. 그러니 여유롭게 안정적으로 거북선을 짓고 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북선과 수전의 각종 전략 외에도 이순신 장군의 지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순신 장군은 영국의 넬슨 제독과 함께 세계 해전사에서 최고의 명장으로 기록된다. 러일전쟁을 일본의 승리로 이끈 일본의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순신 장군에게 존경을 표한 것도 거북선 뿐만 아니라 해전 전술, 주민 친화력, 그리고 선소 운영 능력 등을 보았기 때문이다. 충무공께 새삼스러운 존경의 묵례를 보내고 이번엔 선소 길 건너의 그 유명한 보리굴비 식당으로.

명사들이 찾는 여수의 보리굴비 식당 ‘석정’

▲석정의 명품 보리굴비. 주인장이 직접 손으로찢어주는 기름기 잘잘 흐르는 굴비 속살. 빨간 젓갈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변용도 동년기자)
▲석정의 명품 보리굴비. 주인장이 직접 손으로찢어주는 기름기 잘잘 흐르는 굴비 속살. 빨간 젓갈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변용도 동년기자)
▲보리굴비정식 밥상. 연잎 차에 돌솥밥을 말아 먹는 향기가 일품(변용도 동년기자)
▲보리굴비정식 밥상. 연잎 차에 돌솥밥을 말아 먹는 향기가 일품(변용도 동년기자)
▲또 다른 인기 반찬. 해물보쌈김치(변용도 동년기자)
▲또 다른 인기 반찬. 해물보쌈김치(변용도 동년기자)
▲굴비 속상을 직접 정성껏 발라주는 주인장(변용도 동년기자)
▲굴비 속상을 직접 정성껏 발라주는 주인장(변용도 동년기자)

굴비 하면 영광 굴비, 법성포 굴비다. 그런데 여수에 명사들도 즐겨 찾는 보리굴비 전문식당이 하나 있다. 옛 여천 지역, 여수 시청 부근에 있는 석정 식당이다.

이 식당도 덕장은 법성포에 두고 있다. 법성포에서 굴비를 말려 여수로 가져와 조리한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굴비 정식엔 굴비와 함께 해물 보쌈김치, 여수산 각종 나물 등 17가지의 반찬을 내놓고 직원이 각 테이블을 돌면서 먹기 좋은 크기로 굴비를 찢어 준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보리굴비 속살, 군침이 돈다. 보리굴비 정식 2만 원. 여수엑스포 준비위원장을 지낸 전 건설교통부 장관 강동석 씨, 지금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윤정희, 백건우 씨 부부 등 명사들이 오래된 단골이란다.

여수에서 11월에 열렸던 세계한상대회 때의 에피소드 한 토막. 대회기간 중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각자 이 식당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단다. 각국 한인들에게까지 이 식당 소문이 났다는 식당 측의 자화자찬이다.

식당 판매보다는 전국에 보내는 택배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선물 포장된 다섯 마리에 택배비 포함하여 6만5,000원, 10마리 세트는 12만5,000원.

구여수와 신여수

▲국동항 고기잡이배를 비춰주는 햇살. 만선의 희망이 아닐까(변용도 동년기자)
▲국동항 고기잡이배를 비춰주는 햇살. 만선의 희망이 아닐까(변용도 동년기자)
▲국동항에 정박 중인 낚시배와 태양이 한 폭의 그림이다(변용도 동년기자)
▲국동항에 정박 중인 낚시배와 태양이 한 폭의 그림이다(변용도 동년기자)

여수시청이 있는 구 여천지역과 구 여수를 잇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내륙 쪽 버스들이 다니는 길과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이다. 웅천지역을 지나 구 여수로 가는 길목 왼쪽에 한국화약 소유 대지가, 있으며 그 건너편엔 여수반도에서 가장 탁 트인 넓은 바다가 있다.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든지 아니면 대단위 리조트로 개발할 만한데, 웬일인지 방치되고 있다. 띄엄띄엄 바닷가 길을 둘러 가면 구 여수의 전통 항인 국동항이 나온다. 옛 여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동항엔 항상 낚싯배들이 수백 척 정박해있고 경매장에선 새벽마다 활발하게 경매가 이뤄진다. 바로 앞 경도엔 미래에셋이 경도 리조트 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경도는 골프장과 함께 여름 한 철 먹거리인 하모(갯장어의 일본말)의 주산지이다. 경도와 고흥 일대의 하모를 최고의 갯장어로 꼽는다. 경도 안엔 하모를 회와 샤부샤부(일본말. 유비끼라고도 함)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있다. 혹자는 일본사람들처럼 갯장어에 기름이 끼는 7월 이후엔 맛이 별로라고도 하고 혹자는 그때의 하모 맛이 일품이라고도 한다. 정답은 없고 각자 취향에 따르면 될 일이다.

자매식당 등 국동항의 맛집들

▲통장어탕. 주인장이 직접 잡아온 통장어로 푹 끓인 보신 요리(변용도 동년기자)
▲통장어탕. 주인장이 직접 잡아온 통장어로 푹 끓인 보신 요리(변용도 동년기자)
▲통장어탕과 상차림(변용도 동년기자)
▲통장어탕과 상차림(변용도 동년기자)
▲통장어로 끓인 장어탕을 먹기 좋게 종업원이 으깨준다(변용도 동년기자)
▲통장어로 끓인 장어탕을 먹기 좋게 종업원이 으깨준다(변용도 동년기자)

그러나 여름철이건 겨울철이건 바닷장어 요리를 꾸준히 하는 식당들이 여수에 많다. 특히 국동항 주변엔 갯장어를 통째로 끓여 내놓는 통장어탕 식당이 몇 곳 있다. 그중에서 여수 시민들 사이에서도 소문 난 자매식당을 찾았다.

장어를 잘라서 국 끓이는 게 아니라 통째로 넣어 끓인 후 손님상에 내와서 종업원이 국자로 장어를 으깨서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눠준다. 된장 국물에 우거지를 넣어 장어 맛과 함께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일반적으로는 토막 낸 장어를 숙주나물을 넣어 함께 끓여 내놓는다. 통장어탕 14000원, 장어 소금구이 2만 원을 받는다.

여수에 가장 많은 식당이 장어탕 식당과 돌게 간장게장 식당이다. 장어탕 식당은 수산시장 안, 시청 주변, 시내 곳곳에 있다. 그중 자매식당이 가장 생명력이 있다는 여수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놓는 멍게 젓갈이 또 일품이다. 자꾸 더 달라는 손님이 늘어나 포장 판매를 시작했단다. 한 통(3kg)에 3만 5000 원, 택배비 4000원이란다.

여수의 수산시장

▲수산시장 물새횟집 주인이 브라보마이라이프를 받아 보고 있다(변용도 동년기자)
▲수산시장 물새횟집 주인이 브라보마이라이프를 받아 보고 있다(변용도 동년기자)
▲꾸미기팔딱팔딱_뛰는_생선을 솜씨 좋게 회_떠주다. 꿈틀대는 듯 하다(변용도 동년기자)
▲꾸미기팔딱팔딱_뛰는_생선을 솜씨 좋게 회_떠주다. 꿈틀대는 듯 하다(변용도 동년기자)

여수에는 수산시장이 몇 곳 있다. 수산시장, 특화시장, 교동시장, 선어시장. 그중 수산시장이 중앙시장 격이다. 몇 년 전에 이 시장에 큰불이 나서 시장이 완전히 전소했었다. 주변의 지원과 상인들의 복구 노력에 힘입어 업그레이드된 새 시장 모습으로 태어났다.

시장 내 수십 곳 되는 활어 판매대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잡는 활발한 모습은 장관이다. 생선 잡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매우 좋다는 어느 보고서에 전폭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물새횟집 아지매. 수십 년간 온 가족이 이 업에 종사해왔단다. 종포공원 옆에 자그마한 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재빠르고 시원시원하게 생선을 잡고, 손님과 흥정도 시원시원하게 하며, 횟감은 그야말로 맛깔스럽게 썰어낸다. 전문가가 따로 없다. 일본 시장 상인들과 일 합을 겨루게 해봤으면 좋겠다. 여기서 회를 떠 가져갈 수도 있으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2층 식당으로 올라가 상차림 값으로 한 사람당 4,000원과 매운탕값 5,000원을 주고 식사를 한다. 서울의 가락시장, 노량진 시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실비다. 생선 산지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세 명이 싱싱한 돔, 갑오징어, 농어, 삼치 등 각종 회를 남길 정도로 푸짐하게 먹고도 6만 원 미만을 냈다.

시내의 실비식당 ‘와사비’

▲와사비 식당의 인기 회(변용도 동년기자)
▲와사비 식당의 인기 회(변용도 동년기자)
▲주인장이 직접 바다에서 잡은 선어로 만든다. 소주가 당긴다(변용도 동년기자)
▲주인장이 직접 바다에서 잡은 선어로 만든다. 소주가 당긴다(변용도 동년기자)
▲푸짐하고 다양한 찬도 구미를 당긴다. 생선별로 찍어먹는 양념장을 달리하고 있다(변용도 동년기자)
▲푸짐하고 다양한 찬도 구미를 당긴다. 생선별로 찍어먹는 양념장을 달리하고 있다(변용도 동년기자)

게장 골목 소개는 생략한다. 여수의 전통적인 먹거리 중의 하나인 간장게장 식당들은 이제 시설과 메뉴에서 한 등급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신 시내의 횟집 한 군데를 더 소개하고 여수의 맛집 소개를 마친다. 여서동 네거리 근처의 ‘와사비’식당. 옥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름 때문에 최근 곤욕을 치렀단다. 얼마 전부터 보는 시선들이 좀 누그러지더란다.

옥호를 ‘고추냉이’로 바꿀 생각은? 이제 겨우 정착단계인데요... 이 식당은 문 연 지가 몇 해 되지 않았다. 6년 전께 문을 열자마자 여수에서 오래된 횟집들을 제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유는 초간단. 남자 사장이 새벽에 바다에 나가 직접 생선을 잡아 오고 여수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건 통영 등지로 달려가 구해와서 오후부터 바쁘게 회를 만든다. 혼자서 몇 사람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게 몇 년을 일해 얼굴이 수척해졌을 정도다. 부인은 서비스 메뉴를 개발하고 상차림을 연구하는 한편 수시로 주방에 들어가 남편과 주방 보조 여인을 돕기도 한다. 이들의 노력은 상차림과 회접시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 식당도 갈치회, 삼치회가 일품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회 한 접시에 4만 원에서 6만 원이면 세 사람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맛집 몇 곳을 소개했지만, 여수의 장점은 어느 식당에 가든 다른 지방에 비해 만족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식당마다 자부심이 대단하고 음식에 들이는 정성이 손님들 눈에도 보일 정도다. 전통인지, 요즘의 트렌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엑스포 이후 시설과 함께 식당들의 자세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먹방과 인터넷에서 칭찬은 많이 받고 악평은 덜 받는 곳, 여수가 됐다.

오동도 입구의 일출

▲오동도 초입에서 바라본 빛 줄기(변용도 동년기자)
▲오동도 초입에서 바라본 빛 줄기(변용도 동년기자)
▲오동도 초입에서 바라본 빛 줄기2(변용도 동년기자)
▲오동도 초입에서 바라본 빛 줄기2(변용도 동년기자)
▲오동도 초입에서 바라본 빛 줄기3(변용도 동년기자)
▲오동도 초입에서 바라본 빛 줄기3(변용도 동년기자)
▲초입에서 바라본 일출. 구름에 가려 빛줄기만(변용도 동년기자)
▲초입에서 바라본 일출. 구름에 가려 빛줄기만(변용도 동년기자)

여수에서 일출을 보는 장소로는 돌산섬 일대를 많이 꼽는다. 그중에서도 섬 끄트머리의 향일암(向日庵)은 일출로 유명해진 곳이다. 정동진과 함께 일출 사진이 워낙 많이 나돌아다녀 우리는 다른 곳에서 일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여수 현지의 정보로는 요즘 오동도 입구의 일출이 장관이란다.

새벽에 일어나 이틀을 기다렸다. 해는 우리의 애를 태우면서, 햇살만 내려보내 고기잡이배들을 비춰줄 뿐이었다.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 대신에 빛줄기만 담았다. 일정상 일출 장면 촬영을 포기하고 서울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철수하면서 여수 지인에게 일출 촬영을 간곡히 당부했다. 간곡히 간곡히 거듭 부탁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일출 사진이 메일로 왔다.

쌩큐 오 선생!

쌩큐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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