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변곡점을 제주에서'

기사입력 2019-03-21 11:11 기사수정 2019-03-21 11:11

평범한 직장인 출신의 1963년생 정재경이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은퇴자로서 제주에서 살아보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2015년 제주도에 내려가 한 달 살기 숙소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자연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은퇴자, 환갑을 앞둔 나이, 제주, 낯선 땅 경작하기, 한 달 살기 등 요즘 시니어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키워드를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나도 한때는 제주도에 관심이 많았다. 육지에서 떨어져 있는 섬이라는 묘한 신비감도 있어 신혼여행도 제주도로 갔다.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한라산도 있지만 수많은 오름, 올레길, 바닷가 등 이국적인 분위기가 낭만적인 은퇴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이다.

아주 내려가 살지는 못하는 형편 때문에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요즘 인기 여행 품목이 됐다. 지인 중에도 제주도에서 한 달 살고 온 사람이 있다. 몇 년 전 롱 스테이라는 말을 들어보기는 했으나 그때는 동남아, 뉴질랜드 등 그 대상 지역이 외국이었다. 인건비가 싼 동남아에서 살면 서울 생활비 정도로 여러 도우미를 거느리며 왕처럼 살 수 있다고 했다. 또 뉴질랜드로 가면 천혜의 자연 덕분에 매일 골프를 치며 꿈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서울에서 할 일이 많아 한 달씩 자리를 비우기는 무리다. 모임도 많고 멀쩡한 내 집을 한 달씩 비워둔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 한 달 살기 정도의 롱 스테이는 내게 맞는 조건이다. 그러나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혼자 가면 너무 외로울 것 같고 15일 이상 집을 비워본 경우가 없어서다.


이 책은 이런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저자가 먼저 겪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 책 말고도 제주도에 대한 여러 서적을 소개했다. 이어도, 강정마을, 제주도 특산물 등 제주도와 관련한 정보도 들어 있다. 정착 과정에 체크할 사항 등도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제주도가 아니더라도 은퇴 후 타지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가이드북이 될 것 같다.


제주도는 그동안 땅값이 너무 올랐다.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2015년 신공항 발표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은 것이다. 은퇴 후 노후보장 대책으로 제주도에 투자하기에는 이제 늦었다. 관심을 갖고 몇 년 지켜본 바로는 바람도 많고 *눈비 오는 날도 많아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 신혼여행 때 본 날씨 좋은 제주도의 풍광을 기대하면 안 된다. 어쩌면 방구석에 쳐 박혀 좋은 날씨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적당한 나이, 가격이 오르기 전의 땅 구입 등 절묘한 타이밍에 제주도에서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나는 저자를 따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변곡점이라는 심오한 시간 흐름도 깨닫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버렸다.


한강 변의 궁전 같은 별장을 가진 친구가 있다. 부럽기는 했지만, 그 별장을 편법으로 사고 유지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는 것을 봤다. 그 친구보다 가끔 놀러갈 수 있는 내 처지가 더 나아 보인다. 인생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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