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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무엇보다도 영원한 ‘가수’ 송창식의 삶의 법칙
- 미사리 카페 ‘쏭아’에서의 밤 11시, 전설적인 포크 가수이자 대한민국 가수 송창식은 막 공연을 끝내고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남양주 작업실로 이동했다. 새벽 5시에 잠들어 오후 2시에 깨는 생활을 수십 년째 하고 있는 그에게 있어 이 늦은 시간은 보통 사람들로 치면 저녁식사 시간쯤 된다. 국내에 단 두 대 있다는 1억 원짜리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 1982년에 만들어진 아다마스 기타 등등 송창식의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수십 년 묵은 것들과 함께, 그리고 그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노래와 인생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저에게 트윈폴리오는 없었던 역사예요.” 충격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인기 듀오였으며 자신이 소속해 있었던 트윈폴리오를 부정하는 송창식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의 담담한 목소리만큼이나 그가 트윈폴리오를 부정하는 이유에는 단단한 논리가 있었다. 트윈폴리오로의 복귀, 불편했다 기인, 괴짜, 천재, 도사 등등 그를 가리키는 과장된 별명은 많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자극적인 별명들이 무색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음악인이다. 사실 송창식은 한창 쎄시봉 열풍이 일었을 때 언론에서 곧잘 언급이 되었지만 뭔가 겉도는 느낌이 있었다. 음악인 송창식의 입장에서 볼 때, 쎄시봉으로 인한 복고 열풍 속에서 트윈폴리오가 다시 세상에 불려나오는 것은 이상하고 거부감이 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상황을 “사기 치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과격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수’ 송창식에게 그 말은 더없이 솔직한 심경의 토로이기도 했다. 어째서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것일까? 그 결론을 이해하려면 그의 노래와 삶을 들여봐야 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길 가는 사람 1947년생 송창식은 지난해 6월 목 수술을 했다. 지금은 목소리의 폼은 회복됐지만 음정 등 컨트롤이 좀 덜 되는 단계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연습을 해도 일이 년 이상은 지속해야 다시 예전의 컨디션으로 돌아가는 게 가능하단다. “연습을 안 하면 음정이 안 돼요. 노래는 계속 연습해야 역량이 쌓이죠. 지금 성대의 새순이 올라왔으니, 이제 노래하는 성대로 만들어야 해요.” 대한민국 영원한 가객이라고도 불리는 그가 하는 말은 갓 가요계에 데뷔한 연습생들의 마음가짐과 비슷했다. 말하자면 그는 철저한 현역 프로 음악인으로서 안주를 거부하고 있었다. “저도 처음에는 가수로서의 목적이 다른 사람들과 비슷했어요. 노래 잘하고 싶었고 인기가수가 되고 싶었고 돈도 잘 벌고 싶었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욕구로부터 떠난 지 오래됐죠. 송창식은 거기 있는 거 같지 않다는 인식은 그 때문일 거예요. 노래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니까.” 그렇다면 송창식에게 노래란 무엇일까. 그는 한마디로 ‘공부거리’라 표현했다. 그리고 공부거리이기 때문에 계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할 게 계속 생기니까요.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죽을 때까지 해도 다했다고 보긴 어려울 거예요.” 노래는 평생의 공부거리 그에게도 소위 최고의 인기가수였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이의 기준으로는 ‘그 정도면 다 이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송창식에게 인기는 큰 의미가 없다. 인기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기는 내 일이 아니에요. 사람들 것이지. 사람들이 최고 인기가수를 만드는 거지, 가수가 잘나서 최고 인기가수가 되나.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뿐이죠. 인기는 계속 내려가요. 그리고 인기는 공부가 안 돼요. 공부는 습득해야 가능한 일인데 인기를 공부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그게 사람인가?(웃음)” 그가 스튜디오에서 녹음용으로 쓰는 1억 원짜리 모니터 스피커를 갖고 있는 이유도 ‘공부’ 때문이다. 과거에 그는 자신의 앨범을 녹음할 때 당연히 엔지니어들에게 맡겼는데, 어느 때부턴가 그들을 믿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아예 오디오 엔지니어링을 공부해서 1979년부터는 자신의 앨범을 직접 레코딩했다. 카페 ‘쏭아’에서 노래를 하는 이유 또한 그의 목적인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연을 매일 할 수 있는 곳은 카페밖에 없어요. 그게 공부예요. 어떤 때는 열렬하게 반응하고 어떤 때는 취한 사람들이 떠들고 말도 걸고. 보통 콘서트장에서 하는 노래와는 너무 다른, 다양성이 있는 환경에서 연주 경험을 쌓는 게 가능하죠. 그래서 다른 어떤 곳보다 카페가 좋아요.” 인터뷰가 있던 날, 그는 목이 안 좋다고 하면서도 열한 곡이나 불렀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공부를 한 거냐고 묻자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에서 억지로 어떻게든 끝내 해내는 공부’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개량 한복 입고 새벽 1시에 껄껄 웃는 송창식은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이긴 하다. 인기는 내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 그렇다면 그는 요즘 가수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했다. “노래에는 기본기가 있어야 해요. 복싱으로 치면 샌드백 치고 로드워크 하고 줄넘기 하는 것과 같죠. 그다음에 링 위에 올라가 스파링을 하죠. 기본기를 안 하고 스파링만 해도 권투는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챔피언이 되기 어려워요. 그처럼 옛날에는 기초 없이 노래해도 부른 노래가 유행가가 돼서 가수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가요계를 바라볼 때 늘 그 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죠.” 그는 기본기와 연습이 가져다주는 위대한 결과를 철저하게 믿고 스스로 실행하는 사람이다. “노래와 연습량은 완전히 정비례해요. 그러니까 천재적인 음악가다, 이런 표현은 인정하기 어려워요. 우리가 알기에 최고의 음악 천재는 베토벤인데 이 사람이 정말 둔재였거든요. 아버지가 때려가면서 연습을 시켰기에 세계의 악성(樂聖)이 될 수 있었던 거죠. 모든 것은 몸으로 하는 거예요. 제가 바둑을 3단쯤 두는데, 바둑을 하면서 느낀 게 머리도 몸이라는 거였어요.(웃음) 매일 놓는 사람과 안 놓는 사람은 천양지차. 부단하게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연습량이 많으면 확실히 노래를 잘할 수 있어요. 연습 없이 재주만 있으면 언젠가는 고꾸라지죠.” 트윈폴리오가 ‘지워진 역사’가 된 이유 그는 요즘 가수들은 기초가 잘되어 있다고 평했다. 그런 면에서는 옛날 가수들보다 확실히 낫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초만 잘되어 있지 옛날 가수들처럼 대중과 스킨십하며 치열하게 파고들며 돌파하려는 자세가 없다고 했다. “나는 요즘 가수들이 하는 방법이 좋아요. 그런데 끝까지 가야만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데 중간에 멈추는 것 같아요. 일장일단이 있는 거지. 그게 좀 아깝죠. 그런데 그건 더, 나중 후배들이 하게 되겠죠. 그 친구들은 지금 가수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하니까. 한 이삼십 년 후에는 대형 가수들이 나올 수 있겠죠.” 이제 그가 트윈폴리오로서의 역사를 부정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예술의 발전을 믿으며 매일 공부하며 사는 그에게 있어 트윈폴리오로서의 복귀는 자신의 삶을 후퇴시키는 일과도 같았다. 그래서 트윈폴리오로서 사람들에게 불려 나올 때면 환호 속에서도 그의 마음은 계속 불편했다. “트윈폴리오가 일흔 살이 됐으면 발전한 흔적이 있어야지 전혀 없었으니까. 옛날 추억에 기대서 돈이나 벌려는 것 같았으니까. 가수 송창식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는데 트윈폴리오는 계속 뒷걸음치는 것 같았으니까요.” 첫 번째는 안 하지만 두 번째도 안 한다 송창식은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도 선다. 파트너는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인 함춘호다. “나는 첫 번째는 안 하는데 두 번째도 안 해요.(웃음) 그 사람과 경쟁이 안 된다면 그 사람이 하지 않는 걸 추구해서 내 것으로 만들지. 그래서 함춘호와 함께 기타를 치는 게 맞는 거예요.” 악기는 시작이 언제냐에 따라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고 한다. 20대부터 기타를 치는 사람은 10대부터 기타를 친 사람이 갖는 테크닉은 절대 안 생긴다는 것이다. 10대 때 기타를 치면서 잡히는 손가락 모양과 뼈가 자라면서 생기는 특별한 테크닉은 나이 먹으면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타를 스무 살 이후에 친 송창식은 일찌감치 기타를 친 사람들과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딴 걸로 메꿔야죠, 나는 오랫동안 음악을 해서 훨씬 폭이 넓기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할 수가 있죠.” 함춘호와의 협연에서 그가 세컨드 기타를 맡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공연을 더 멋지게 만들 수 있는 역할을 선택한 것이다. ‘첫 번째는 안 하는데 두 번째도 안 한다’는 그의 말은 가요계에서 그가 어째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는지 설명해주는 절묘한 묘사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가 자신만의 자리를 갖게 된 것은 그런 허허실실로 균형 감각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송창식처럼 사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 따라서 송창식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집요하게 구분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점에서 그는 불가의 구도자 같은 인상에 묵직한 도인의 아우라를 갖게 된 것이리라. 다소 왜곡되는 게 있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이 믿는 길을 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어쩌면 오해 속에서 사는 건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그게 아닌데 좋다고 여기는 건 아닌가 의심할 때가 있긴 해요. 그런데 원래 성격이 그냥 넘어가는 성격이라서요. 빠릿빠릿하지 않고 게으르고.(웃음)” 송창식을 멘토로 여기고 그의 삶을 따라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 그는 분명하게 말한다. “내가 가진 가치를 실제로 느낀다면 모를까, 내 방식이 정석이 되긴 어려워요. 단지 ‘저 사람이 하는 저 방식도 괜찮지’ 정도로 인식될 순 있어요. 사람들에겐 내가 멘토가 되는 건 불편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죠. ‘나는 이걸 자연스럽게 갖게 돼서 여기까지 온 것이지 너희들은 나를 멘토로 삼으면 너무 힘들다. 그러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요. 노래를 잘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나처럼 사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거든요.” 돈이 없으면 안 쓰면 된다 송창식처럼 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자부심이라기보다는 그가 자신의 삶을 가만히 반추하면서 나온 솔직한 결론이다. 우선 그가 가진 인내의 기준은 보통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어렸을 때 너무나 가난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심지어 거지조차도 못 되었다. 그는 거지 굴에 갔다가 매를 맞고 쫓겨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거지도 자신들끼리 뭉쳐서 만든 사회가 있었는데, 자신은 거기에도 못 끼었다는 것이다. “견딘 게 많았어요. 너무 춥고 배고팠으니까. 그런데 그걸 언급할 수 없는 게, 견딘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추우니까 ‘아, 추워. 배고파’ 했던 적은 있었지만 ‘죽겠네, 이 상황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은 없었어요. 그냥 습관적으로 견뎠죠. 그래서 나에게 견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희열도 없죠. 견딘 게 아니니까. 그냥 인생 살면서 넘어간 거니까.” 그는 돈에 집착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의 생각에 돈은 없으면 안 쓰면 되는 일이다. “그게 안 된다는 게 웃겨요. 난 돈이 없어서 서울예고를 중퇴했는데 이렇게 살고 있잖아요.”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스님이 됐을 것 송창식이 노래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새벽 2시가 다 되도록 음악 얘기만 한 터라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사자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노래를 하지 않았으면 아마 중이 됐을 거예요. 남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하는 일이니까요.” 송창식을 스님이라고 가정할 때 납득이 잘 안 되는 사람은 그리 없을 것이다. 그는 즐거운 상상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스님은 사회 속에 있죠. 울타리 속 계급이 있어요. 그래서 나는 아마 종단에서 빠져 나오지 않았을까.(웃음)” 송창식이 세상에서 이것만큼은 절대로 안 한다는 게 있다. 종교 교주다. 누구보다도 교주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 또 캐묻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왜냐하면 제일 높은 거니까요. 제일 높은 건 제일 나쁜 거예요.” 너무 단순한 대답인데도 설득력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클래식 쪽에 야망이 있었죠. 그러나 고등학교를 중퇴하며 그 야망이 꺾였죠. 당시엔 죽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때의 내가 있으니 지금의 내가 있다고 봐요. 필연적인 거였던 셈이죠. 그래서 지금은 새옹지마보다, 더 나아가서 ‘나쁜 건 다 좋은 거다, 좋은 건 다 나쁜 거다’라고 생각해요.(웃음)” 나쁜 것은 좋고 더 좋은 것은 더 나쁘다. 송창식이 사는 법을 우직하게 정의하는 그 문장은 삶에 대한 끝없는 긍정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절대로 상하지 않는 금강(金剛) 송창식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긍정과 자신감, 그 힘의 원천은 삶과 사람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자신감은 원래 사람들이 갖고 태어나는 거예요. 그리고 자신감은 절대 상할 수 없어요. 동네 깡패들에게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빌지언정 자신감은 안 상하는 거예요.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놓은 거니까요. 그때 자신감이 상했다면 자신감이 없는 거예요. 그런 걸 불교에서는 금강이라고 해요. 금강은 절대로 안 상합니다. 그것을 갖고 있으면 세상 살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어쩌면 금강에 대한 얘기야말로 송창식이 말하는 삶에 대한 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문답 후에 남는 것은 사람 좋은 웃음이었다. 즐겁고도 평온한 웃음. 그리고 송창식은 그 웃음에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내가 죽어도 사람들에게 기억이 안 됐으면 좋겠어요. 죽을 때 내가 냈던 노래판들 다 가져가면 좋겠어요. 그것들이 정말 가치가 있는 거라면 다음 세대의 누군가가 또 나와 같은 걸 할 테니까요. 그런데 이미 남겼으니 어쩌겠어.(웃음)” “그거면 된 거지” 하며 그가 너울거리듯 웃으면 기자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다.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해가 진 후 미사리 쏭아에 가면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단 한 사람의 손님도 소홀히 하지않고 진지하게,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애간장 태우는 목소리로 부숴버릴 듯 노래한다. 또 가 보고 싶다.
- 2018-06-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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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사, 치과기공사 비켜! ‘3D 프린터’ 납신다~
- # 퇴직한 김 모(68세) 씨의 취미는 피규어 모으기다. 최근엔 3D 프린터로 직접 그의 얼굴을 본뜬 피규어를 만들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피규어라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손주에게 줄 장난감도 미리 설계도를 다운받아 만들 계획이다. 손주가 좋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흐뭇하다. 오후엔 충치치료 때문에 치과에 다녀왔다. 구강을 스캔한 후 바로 3D 프린터로 출력하기 때문에 손쉽게 보철물을 씌울 수 있었다.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같지만 현실이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이미 상용화된 제품들의 사례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지만 그간 눈치채지 못한 제품도 많다. 4차 산업혁명은 첨단기술의 융합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3D 프린팅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는 올해 삶에 큰 영향을 줄 10대 기술 중 하나로 ‘3D 금속 프린터’를 꼽았다. 플라스틱이 아니라 금속으로 프린트하면 더 가볍고 강한 부품을 만들 수 있다. 3D 프린팅은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미국에서 1983년에 개발되어 벌써 3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 기술은 주로 산업체에서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사용됐다. 그런데 최근 3D 기술 관련 주요 특허가 만료되며 3D 프린터가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다. 제작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단축하는 ‘3D 프린팅 기술’ 그동안 사용해온 2D 프린터는 종이에 잉크로 글자나 그림을 출력해왔다. 이와 비교할 때 3D 프린터는 3차원 그래픽 설계도로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한 층씩 쌓아올려 입체적인 물체를 인쇄한다. 과연 3D 프린팅 기술이 제조업에 혁신을 가져올까? 가장 대표적인 혁신으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전 시제품 제작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보통 시제품 제작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그런데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몇 시간만으로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또 부품을 조립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완성품 제작도 가능하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대로 소량 맞춤 생산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얼굴을 본뜬 피규어나 예술 작품도 제작 가능하다. 유통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공장에서 규격대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했다. 그런데 3D 프린터가 가정에 보급되고, 출력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나 동네 가게가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언제 어디서든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재고도 없어진다. 무엇보다 제조 과정이나 운송에 드는 노동과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임플란트에서 인공 장기까지, 의료와 3D 프린팅 기술의 만남 3D 프린팅 기술은 의료, 식품, 건축, 교육, 자동차 등 이미 많은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은 아니다. 그렇다면 시니어는 어떤 분야에 주목해야 할까.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의료 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떠오르는 헬스케어와 3D 프린팅 기술의 만남도 혁신이 기대되는 분야다. 인간은 신체 구조가 다 다른데 지금까지는 정형화된 보형물을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정교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벨기에 연구자들이 83세 환자의 턱에 3D 프린터 기술을 적용한 티타늄 뼈를 이식하는 데 성공해 큰 화제를 모았다. 3D 프린팅 기술은 이미 치의학과 보청기 분야에서 대중화되었다. 시니어는 임플란트나 틀니 등으로 치과에 갈 일이 많다. 그동안 치과기공사가 치아의 본을 뜨고, 금형을 제작하던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제 구강을 스캔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하루 만에도 시술이 가능해진다. 보청기 또한 일대일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족과 의수도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 코스 요리도 뚝딱! 버스도 하루 만에 찍어내! # 평소 양식을 좋아하는 최 모(65세) 씨는 동창들을 초청해 샐러드와 스테이크를 점심으로 먹었다. 디저트로 만든 케이크에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예쁜 장식을 올렸다. 먹고 싶은 음식은 레시피를 다운받으면 푸드 프린터가 알아서 만들어준다. 최 씨가 운전하는 자동차도 맞춤 주문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전기차다. 이번 주말에는 친구 딸 결혼식에 가야 해서 옷과 신발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대로 설계도를 다운받아 3D 프린터로 출력할 예정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식품산업에까지 번지고 있다. 영양가 있고 멋지게 장식된 음식을 이제 3D 프린터가 만들어주는 시대다. 다운받은 레시피를 3D 푸드 프린터로 인쇄하면 시간도 단축되고, 정교한 장식도 가능하다. 만약 만성질환이 있다면 식이요법대로 건강식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기술로 3D 프린터는 피자, 초콜릿, 케이크, 치즈, 초밥을 출력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 있다. 한편 시니어는 나이가 들면서 음식을 씹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기업인 바이오준(Biozoon)은 고령자들을 위한 3D 프린팅 식품을 개발했다. 이젠 유명 요리사들이 디자인한 부드러운 식품으로 영양가 있는 맞춤 식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3D 프린터가 냉장고처럼 주방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자동차나 패션산업도 3D 프린팅 기술을 피해갈 수 없다. 최근 자동차산업은 자율주행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이었지만, 최근 미국의 로컬모터스(Local Motors) 사는 자동차를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맞춤형 주문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큰 공장도 필요 없다. 이 회사는 자율주행 버스도 하루 만에 제작했다. 패션은 신소재나 트렌드에 적극적인 산업으로서 3D 프린터 도입 역시 활발하다. 집이나 항공기 부품 등 3D 프린터로 만드는 제품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물론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불법으로 총기를 제작하거나 지적재산권, 3D 프린팅으로 만든 물건의 안전에 대한 책임 문제 등이 그렇다. 그러나 출력 소재가 다양해지고, 기술 개발이 빨라지면 3D 프린터가 시니어에게 많은 혜택을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날이 진화하는 3D 프린터가 가져올 미래가 기대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 2018-06-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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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손녀의 그림 솜씨
- 몇 해 전 집안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도배를 새로 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벽지 색상 고르는 일부터 매우 고민이었다. 많은 샘플 중에서 전체 벽지는 깔끔한 베이지를 골랐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엔 포인트 벽지라 해서 한쪽 벽면을 포인트 주어 예쁜 벽지를 바르는 게 유행이었다. 여러 가지 중 나는 하얀 바탕에 분홍색 커다란 꽃이 구름처럼 피어있는 벽지를 선택했다. 도배한 후 바라보니 참 깨끗하고 예뻤다. 지금 여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사랑스러운 손녀가 그 당시 세 살이었다. 어느 날 놀러 온 손녀에게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쥐여 주었다. 점심을 차리다가 돌아본 나는 깜짝 놀랐다. 요 예쁜 녀석이 그리라고 준 스케치북은 놔두고 새로 한 포인트 벽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이라기보다 그저 둥그런 원을 수없이 그리고 줄을 그어대는 낙서였다. 아기의 눈에 작은 스케치북보다는 넓은 벽면이 그림 그리기에 더 좋아 보였나 보다. 새로 한 벽지가 아까워 깜짝 놀랐지만, 더 중요한 건 어린 손녀의 그림 솜씨여서 속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칭찬을 시작했다. “어쩌면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릴까? 커서 화가 되겠네!” 그저 동그라미일 뿐인 그림을 보며 호들갑을 떨었더니 더욱 신이 나서 그려댄다. 새로 해서 깔끔해진 벽이 보기 좋아 흐뭇했는데 울긋불긋 줄이 그어지고 피카소 그림 같은 이상한 모양이 잔뜩 칠해졌다. 아들네가 돌아간 후 이걸 어떻게 할까? 벽을 바라보며 심란했다. 이쪽 부분만 새로 벽지를 바를까 생각했지만 매주 주말마다 놀러 오니 계속 그려 댈 것이어서 그냥 아기의 솜씨를 감상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당분간은 도배를 새로 하지 않을 일이 생겼다. 동생이 태어났다. 손녀에 이어 손자가 생겼으니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손자가 두세 살 되면 또 누나처럼 벽에 그림을 그릴 테니 아이들이 좀 더 클 때까지 벽지를 새로 바르는 일은 보류하기로 했다. 손녀가 다섯 살이 되니 제법 그림을 잘 그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집에 올 때마다 하얀 종이에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더니 벽에다 붙여달라고 한다. 참 잘되었다. 조금은 지저분해 보였지만 손녀의 흔적이라 그냥 두었던 벽에 그림을 붙이니 낙서도 가려지고 손녀의 솜씨를 매일 볼 수 있으니 기분이 좋다. 이제 우리 집 벽면엔 손녀의 솜씨로 가득 채워졌다. 더 붙일 곳이 없어지니 새로 그림을 그리면 어떤 건 떼어내고 새 그림을 붙인다. 이래저래 우리 집 도배는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주엔 손녀가 어떤 그림을 그릴지 행복한 상상을 하며 흐뭇하다.
- 2018-06-0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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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서 만나지 못하는 한 줄기 빛
- 가계부채 1500조 원 시대다. 하우스푸어, 파산 등등의 우울한 단어들은 이미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암울한 처지는 아무리 남의 얘기로 분류하려고 해도 막연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로서 정립되어 발전해온 만큼, 우리 대부분은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국가가 만든 시스템들이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김윤영 원장을 만나 엄혹한 금융위기 시대의 사회적 역할을 물어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돈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돈에 웃고 돈에 운다. 그리고 아마도 돈에 우는 사람이 웃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그 돈에 우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미소금융재단,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에 분산되어 있던 정부의 서민 관련 금융 지원 시스템을 한곳으로 통합시키고자 만들어진 서민금융진흥원은 2016년에 문을 열어 이제 2년여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서민금융진흥원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게 가장 좋은 거죠. 어려운 사람이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역할이 없어져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자꾸 역할이 커지는 게 현실이죠.”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이 단순히 대출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민들의 편의를 높이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은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 몇 년 전, 전셋값의 이상 폭등이 계속되어 전세 비용과 매매 비용이 별 차이가 없게 되자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명제가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지금 15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폭탄이 됐다. 이러한 각박한 현실에서, 김윤영 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출 서비스를 넘어서 인간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출이 능사가 아닙니다.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해선 모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것보다는 자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게 옳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컨설팅, 관리 등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업상담사를 자체적으로 열 명 보유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워크넷과 잡월드 등과 연계해 일자리 연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못하면 사회복지사와 연결시켜주기도 하죠.” 금융생활 및 경제적 자립 지원 노후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에 가입해 계속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이라 해도 이제 은퇴하게 되면 150만 원 정도 받는다. ‘월급쟁이로 살면서 큰돈 모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빚 없으면 다행’이라는 말들까지 나온다. 그래서 노후를 맞이한 많은 시니어가 일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지만 정작 일자리는 없는 게 현실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 문제에 주목해 일자리 구하는 일을 돕고,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하다못해 족발집을 창업하고 싶다면 족발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부터 세무, 인테리어까지 가르쳐줍니다. 전국에 150명의 컨설턴트가 있어 현장으로 직접 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예전에는 대출만 해주고 말았죠. 지금은 이 사람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종합적인 상담을 해주고 있어요. 금전 이외에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비금융 서비스까지 아우르겠다는 서민금융진흥원의 계획은 전국 43개 통합지원센터 종합상담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정보원과도 연계하고 전국 3500여 개에 이르는 주민센터도 활용해 서민금융진흥원에 더욱 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문턱이 낮아야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취약계층 자립자금, 전통시장 소액대출, 미소금융 자영업자 지원대출, 개인·프리 워크아웃, 바꿔드림론 등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통해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지원을 넘어선 재기의 발판 마련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아오는 분들은 대부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빨리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가게 해야죠.”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경제 언론에서는 심심찮게 기사를 내고 있지만 과연 그러한 발전을 체감하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 원장은 여전히 생각보다 취약계층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대학생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 거래 실적이 없어서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대부업을 찾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죠.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금융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을 바로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 열 번, 백 번 생각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빚쟁이가 되는구나’라는 자괴감과 부끄러움 때문이다. 김 원장이 ‘문화’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정서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찾아와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 사실 서민금융진흥원이 하는 일은 일반 금융 회사들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금융 회사들이 대출을 해주잖아요? 그들은 돈 빌려준 사람의 정보를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채무자가 돈을 안 갚고 있으면 찾아가서 ‘어렵습니까?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럼 이자는 이렇게 감면해줄게요’ 하고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렇게 가장 잘 아는 곳에서 깎아주고 감면해줘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정부에서 나서서 금융 회사와 협약을 맺고 정책 자금으로 돕는 거죠.” ‘돈을 연체하려고 빌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김 원장은 서민의 마음과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얼마 전 정부에서 1000만 원 이하 소액 채무를 10년 이상 갚지 못하고 있는 연체자 159만 명의 빚을 탕감하거나 유예해준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소위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도덕적 해이’론에 대한 반박이다. “그 1000만 원을 빌려서 10년 연체했단 말예요. 10년이면 이미 은행이 안 갖고 있거든요. 팔아넘겨져서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가 있을 돈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채무자는 얼마나 추심으로 고통을 받았겠어요. 물론 1000만 원은 큰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년을 고통받은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환 능력이 없으면 감면해줘야죠. 이 건에 대해 도덕적 해이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도덕적 해이가 없을 순 없겠죠. 그러나 소수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지원을 안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필요했다고 봐요.” 빚 독촉에 시달리는 이들을 돕자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얼마 전 서민금융 이용자들의 수기집을 발간했다. 이 책에 실린, 부채로 어려움을 겪다가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이용해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23편은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김 원장은 수기집 사연들 중 ‘이제는 전화를 맘대로 받을 수 있고 집도 갈 수 있고 회사도 갈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의 보통 일상도 ‘빚쟁이’가 되는 순간 사치가 된다. 그들로선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 것이 가장 바랐던 일일 것이다. “빚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다리 뻗고 잘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우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이 나면 119를 찾듯 서민금융 하면 우리를 연상하게 됐으면 해요.” 우리나라의 복지체계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 송파 세 모녀 사건. 엄마가 보건복지부 희망의 전화인 129번을 알았다면 그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지만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곳곳에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홍보가 잘 안 돼서 활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들 중 하나다. 특히 시니어 중 신용회복위원회는 알아도 서민금융진흥원은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전국에 폐지 줍는 노인 수가 170만 명이나 된다 합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죠. 그런 분들에게 재기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저희를 통해 희망을 얻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보람입니다.” 희망을 주고 확인하는 것이 보람 최근 정부기관들은 효율성 강화를 위해 각 기관에 흩어진 DB와 역할을 통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16개 기관이 모여 MOU를 체결했다. 노후준비지원 중앙협의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노후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 다 모였고 서민금융진흥원도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이런 협의체가 있으면 출범하고 끝나잖아요. 이제는 실제적인 액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간에 폐지 수거 체험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강변하는 김 원장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따뜻함과 진솔함을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러한 소탈한 솔직함이야말로 지금 하고 있는 업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 2018-05-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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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킷리스트는 계획이 아니라 실천이다
- 요즘엔 지역문화행사를 통해 다양한 연주를 볼 수 있다. 부러움으로 자신도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다만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만 할 뿐이다. 새로운 일을 하려 할 때 두려움이 항상 우리를 포기하게 한다. 이제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 내 속에 감추어진 감성을 일깨워보자. 사회생활을 열심히 한 후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 즉 버킷리스트(Bucket list) 중 악기 연주도 빼 놓을 수가 없다. 그중 비교적 배우기 쉽고 악기의 이동이 가능하며 남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색소폰(Saxophone) 연주를 권해본다. 최근에 색소폰에 대한 열기가 높아 동호인들 모임과 봉사활동도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색소폰은 1840년대 벨기에 출신의 아돌프 삭스(Adolphe Sax)가 발명했으며 그의 이름을 따 ‘색소폰(sax + o + phone)’이라 불리게 됐다. 색소폰은 목관악기로 관의 측면에 구멍을 뚫어 연주하는 관측 공의 원리를 이용하여 연주한다. 색소폰의 종류로는 알토, 바리톤, 테너, 소프라노가 있으며 일반인들은 주로 여성의 낮은 목소리 음역과 맞는 알토와 남성의 목소리의 음역과 맞는 테너 색소폰을 사용한다. 보통 악기의 가격은 제조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인이 사용하는 색소폰은 약 5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이다. 유튜브에서도 색소폰 강의를 들을 수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인근에 있는 학원을 추천한다. 악기를 연주하므로 얻는 장점 1. 자신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므로 삶이 즐겁다. 2. 복식호흡을 통해 폐활량이 증가하므로 건강해진다. 3. 악보를 머릿속에 그리며 연주하므로 치매를 예방한다. 4. 연주를 통하여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한다. 5. 연주하는 자신과 타인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6. 연주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교제를 하여 삶의 질이 향상된다. 7. 유행하는 노래의 흐름으로 젊은 세대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8. 건강한 동안 평생 함께할 수 있다.
- 2018-05-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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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텃밭에 대한 유감
- 봄이 왔다. 농부들이 바빠지는 농사철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도 농사를 짓는 곳이 있다. 도시텃밭에서 상자를 이용한 농사다. 대부분 건물의 옥상이나 아파트 베란다 같은 곳에서 관상용으로 취미 삼아 농사를 짓는다. 아파트 건축 후 남은 자투리 텃밭도 있다. 텃밭을 개인이 관리하고 농사짓는 것은 정서면에서도 좋다. 다만 지자체에서 ‘도시농부’ 또는 ‘자투리 텃밭’이라는 이름을 달고 개발하여 지역주민에게 한 평이나 두 평정도의 아주 작은 농토를 분양하고 관리를 해 주는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자체 도시텃밭은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아 경쟁이 심하다. 도시민들이 여가를 이용해 직접 농사를 지어보게 함으로써 여가선용도 되고 건강도 도모하면서 가족끼리 농사짓는 기쁨도 맛보라는 의미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자투리땅이라도 농사는 농사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낭만에 젖어 아무나 덤벼들기는 어렵다. 농사를 지으려면 농토는 기본이고 씨앗이나 모종이 있어야 한다.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기위해 퇴비도 듬뿍 넣어야 하고 비료도 필요하다. 친환경 농사를 위해 농약을 치지 않으려면 수시로 손으로 벌레를 한 마리 한 마리 잡아야 한다. 삽이나 괭이, 호미, 등 농기구도 필요하다. 가물 때는 물도 줘야 하고 장마 때는 배수로에도 신경 써야 한다. 잡초도 없애주고 농작물이 넘어지지 않게 버팀목도 세워줘야 한다. 또, 농사는 시기가 있으니 영농일지를 써가면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 때문에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어렵다. 농군학교에 다녔어도 농사 전문가로부터 지도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행이도 이런 관리와 지원, 지도를 지자체에서 해주고 있다.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어느 지자체에서 자투리 텃밭 분양공고를 봤는데, 6㎥에 2만 원을 받고 씨앗과 퇴비를 주겠다고 한다. 삽이나 괭이 등 농기구도 빌려준다. 단 호미는 각자 사라고 한다. 지자체에서 농토를 갈아엎어서 구획을 정리해주고 각종 지원을 해준다. 담당 부서가 있고 이 일을 맡아서 하는 담당 공무원이 있다. 겨우 2만 원을 받으며 이런 지원을 해주는 것은 손해 장사다. 지자체의 손해에는 다른 사람이 낸 세금이 들어가서 형평을 맞춘다. 귀농하는 농부들의 첫 번째 애로사항이 농사를 지어도 팔 곳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 중 시골의 일가친척으로부터 농산물을 사 달라는 전화를 받아보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팔지 못해 애타하는데 도시농부를 만든다는 낭만으로 지자체가 세금을 쏟아 붓는 도시텃밭은 재고해야 마땅하다. 대기업이 참기름 들기름까지 짜서 파니까 재래시장 상인들이 해 먹을 것이 없다고 한다. 예전에는 큰 동네마다 수동식 국수 기계를 갖춘 국수 공장이 있었고 아이스케이크 공장, 정미소도 있었다. 이제는 산업화와 경영 효율화에 밀려 다 없어졌다. 시골의 면 소재지에 가 봐도 지역민을 위해 생산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겨우 미장원, 이발소나 일용잡화를 파는 구멍가게만 있을 뿐이다. 5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은 지역의 축제장이었지만 대형마트에 밀려 거의 사라졌다. 농촌에도 피와 같이 돈이 돌게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농촌의 농산물을 도시에서 소비해 주지 않으면 팔 곳이 없다. 지자체에서 관리해주고 그저 세금만 잡아먹는 도시텃밭이라면 그만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고추, 상추, 가지는 시장에 가서 1000~2000원만 주면 한보따리 살 수 있다. 입술이 없으면 잇몸이 시린 법이다. 농촌이 죽으면 도시도 죽는다. 지자체에서 도시 텃밭자리에 꽃동산을 만들고 도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꽃을 가꾸게 하면 좋겠다. 대형마트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제 논리에 반해서 하루정도 문을 닫는 날을 만든 것이 본보기다.
- 2018-05-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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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 운동에 좋은 신발과 함께 즐거운 아웃도어 라이프!
- 한없이 걷고 싶어지는 4월이다. “신발이야 대충 운동화나 아무거나 신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걷기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신발을 잘 골라야 한다. 걷는 데 좋은 신발은 통상적으로 쿠션이 적당하며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밑창이 위판보다 넓어야 한다. 특히 앞꿈치와 발바닥 닿는 면적이 넓어야 한다. 별도의 장비 없이 의류와 신발만 갖추면 언제든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걷기’는 다른 레포츠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체육 활동임이 분명하다. 2016년 기준 산림청은 우리나라의 등산 인구가 월 1회 이상 1500만 명, 연 1회 이상 30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를 내놨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월 3회 이하 체육 활동에서 등산이 1위(40%)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추세는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전 구간 개통된 2012년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걷기’ 열풍과도 맞물려 있다. 당시 지자체마다 둘레길 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했는데 대다수의 둘레길이 산과 산을 잇는 임도 구간에 조성됐고, 이는 자연스레 걷기 인구와 등산 인구가 급증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등산에 부담을 느껴 걷기부터 시작한 사람들이 차후 등산에 도전하는 경우도, 반대로 등산에서 출발해 걷기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마라톤’ 인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의류와 신발만 있으면 언제든 도전 가능한 마라톤은 구애되는 장소도 없기에 등산과 트레킹보다도 접근이 쉬운 체육 활동이다. 현재 국내에서 1년 동안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는 무려 500여 개를 웃돌며, 국내 러닝 인구는 6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마라톤이 지속적 인기를 안고 국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면, ‘트레일러닝’은 지난 4년 동안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신생 아웃도어 활동이다. 트레일러닝은 이름 그대로 트레일에서 이루어지는 달리기 행위다. 산길, 들길, 해변, 계곡 등 포장되지 않은 자연의 길을 달린다는 점에서 마라톤과 구분된다. 등산, 트레킹, 트레일러닝, 마라톤으로 분류되는 네 가지 아웃도어 활동에 최적화된 신발별 특징에 대해 정리했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신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와 기능이 매우 다르다. 따라서 사전에 본인의 활동 패턴을 고려한 아웃도어 슈즈를 꼼꼼히 점검한 뒤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적재적소에 맞는 신발은 아웃도어 활동의 컨디션과 밀접하게 연관되기에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다. 신고 싶은 신발을 신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신발이 건강하게 걷거나 뛰기를 위한 용도보다는 유행이나 디자인에 치우쳐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신발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신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와 기능이 매우 다르다. 따라서 사전에 본인의 활동 패턴을 고려한 아웃도어 슈즈를 꼼꼼히 점검한 뒤 선택할 필요가 있다 *걷는 기쁨이 두 배 등산화 vs 트레킹화 등산화는 우리나라에서 보통 트레킹화, 하이킹화, 워킹화, 트레일화 등으로 혼용돼 불리는데 크게 지형, 거리, 고도에 따라 어떤 경우에 등산화가 적합한지 트레킹화가 적합한지 살펴봤다. 물론 체력을 비롯한 컨디션과 산행 경험에 근거한 개인차가 있기에 아래 열거한 기준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①해당 지형에 돌이나 바위가 많을 경우, ②산행 거리가 10km 이상일 경우, ③산의 표고가 500m 이상일 경우에는 등산화가 좀 더 안전하다. 반면 ①도심 속 공원이나 야트막한 산길을 걸을 경우, ②산행 거리가 5km 내외로 다소 짧을 경우, ③산의 표고가 500m 이하일 경우에는 트레킹화가 더 편하다. 그렇다면 등산화와 트레킹화를 고를 때 각각 어떤 점을 좀 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까? 먼저 등산화는 경사진 산길을 오래도록 걷는 상황을 대비해 약간 무게감이 있더라도 ①다리가 접질리지 않도록 발목 부분을 단단히 잡아주면서, ②발에 쌓이는 피로감이 분산될 수 있도록 쿠셔닝이 좋고, ③미끄럼 방지기능이 우수한 트레일 그립의 제품을 선택하면 좋다. 더불어 1박 이상의 종주 산행이나 장거리 산행으로 이어질 경우 갑작스러운 우천에 대비해 전 방향 방수·투습 성능의 고어텍스 중등산화가 적합하다. 중등산화는 경등산화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장시간 산행에도 발을 지속적으로 잡아주어 안전성이 높다. 반면 트레킹화는 주로 짧은 거리의 당일 산행이나 트레킹, 도심 속 공원을 가붓이 산책할 때 적합하기 때문에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기보다는 ①신었을 때 우선 가볍고, ②착화감이 편안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트레킹화는 데일리 슈즈로도 활용이 가능하므로 ③일상생활을 할 때도 신을 수 있도록 색감이나 디자인을 함께 봐도 좋다. 편의에 따라 다이얼을 돌려 신발을 빠르고 편하게 신고 벗을 수 있는 ‘보아 시스템(The Boa System)’ 제품도 괜찮다. ◇추천 등산화 K2 ‘NU 클라임 이보’ 엑스 트랙션(X Traction) 기술을 통해 신발 측면과 뒷면에 X자 형태의 지지 구조를 만들어 발을 안전하게 잡아준다. 더불어 한국형 화강암 지형에 맞는 엑스 그립(X Grip) 밑창을 통해 거친 산길에서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노스페이스 ‘다이내믹 하이킹’ 2012년 첫 출시된 이후 매 시즌 업그레이드된 기술력과 디자인을 더하는 국내 대표 등산화 시리즈다. 보통발 타입, 평발 타입, 까치발 타입 등 발 모양에 맞게 쿠션과 아치의 높이를 차별화했다. ◇추천 트레킹화 라푸마 ‘에어벤트’ 무봉제(No-Sew) 공법을 통해 무게를 줄여서 착화감이 편하다. 아치 분리형 3D 밑창을 사용해 반발탄성과 유연성을 높였고, 미끄러짐 방지기능이 우수한 트레일 그립을 적용해 비가 올 때도 미끄러짐이 덜하다. 밀레 ‘헬리움 뮤온’ 무게를 줄여 발의 부담을 덜고 착화감을 높인 초경량 워킹화. 밀레의 자체 개발 초경량 기술 라이트엣지(Lite Edge)를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갑피 전체를 무봉제 공법으로 제작해 신발의 무게를 최소화했다. 릴라릴라 ‘디지솔 노르딕’ 디지솔 노르딕 워킹화는 착화력과 통기성이 우수해 워킹화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 보행 때 앞으로 밀어주는 스프링 쿠션, 발뒤꿈치 부분의 충격 흡수, 우수한 미끄럼 방지기능으로 올바른 보행을 유도하는 디지솔 기능이 있다. 강력한 아치 서포트 기능이 장착된 우수한 탄성의 PU 인솔은 일반 쿠션 인솔보다 반발탄성이 20%나 더 높아 보행 때 피로를 덜 느끼게 해준다. 최적의 등산화와 트레킹화가 걷는 기쁨을 더해준다면, 내게 꼭 맞는 러닝화와 트레일러닝화는 달리는 기쁨을 더해준다. 러닝화와 트레일러닝화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달릴 때 신는 신발이다. 등산화·트레킹화와 비교했을 때 기본적으로 무게가 가볍고 생김새가 날렵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러닝화와 트레일러닝화 역시 ‘어떤 길’에서 신느냐에 따라 각각의 기능이 현저하게 다르다. 먼저 러닝화는 알려진 대로 가벼운 조깅이나 마라톤을 할 때 신는 신발이다. 달릴 수 있는 코스는 다양하다. ①집 근처 골목길이나 도로, ②인근 운동장과 트랙, ③한강 둔치를 비롯한 마라톤 코스 등 많다. 이들 길은 달리기 편한 평지이지만 포장된 인공의 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트레일러닝화는 말 그대로 트레일(trail)에서 신는 러닝화로서, 이때의 길은 포장되지 않은 자연의 길이다. 달릴 수 있는 자연의 길 역시 범위를 한정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①임도를 비롯한 둘레길, ②경사진 산길, ③들판, 계곡, 해변, 사막 등이 있다. 러닝화와 트레일러닝화는 달릴 때 신는 신발이므로 통기성과 신축성이 뛰어나야 한다. 발등에서 뒤꿈치, 발목까지 최적의 피팅감을 제공해야 함은 물론 내구성 또한 우수해야 한다. 다만 앞서 강조했다시피 ‘어떤 길’에서 신느냐에 따라 우선적으로 체크해야 할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먼저 러닝화의 경우 ①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가벼운지, ②포장된 인공의 길을 같은 동작으로 지속적으로 달릴 것에 대비해 쿠셔닝이 좋은지, ③발이 지면에 닿는 모든 순간의 충격을 흡수하는 동시에 충격에서 비롯된 반발력을 통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한지 등을 체크해야 한다. 트레일러닝화는 ①흙과 바위 등의 불규칙한 지형과 오르막 내리막 등의 경사 변화에도 발의 뒤틀림이나 꺾임 없이 안정적으로 잡아주는지, ②젖은 길바닥에서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접지력을 겸비했는지, ③장시간 달려도 발이 피로하지 않도록 쿠션감이 좋고 편안한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추천 러닝화 나이키 ‘에픽 리액트 플라이니트’ 경량성과 내구성 등 러너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를 동시에 제공하는 혁신적인 폼 솔루션을 장착한 제품으로, 전작인 ‘루나에픽 로우 플라이니트2’에 비해 더 가볍고 탄력적이다. 아식스 ‘젤 카야노’ ‘젤 카야노’ 시리즈는 국내 러너들 사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아식스의 대표 러닝화다. 달릴 때 발목이 바깥쪽으로 심하게 꺾이는 외전 성향의 러너에게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아디다스 ‘울트라부스트’ ‘울트라부스트’ 시리즈는 차별화된 쿠셔닝은 물론 에너지 리턴기능의 부스트(boost) 기술력을 통해 최적의 탄성을 자랑한다. 중창과 갑피 사이의 공간을 띄워 어떤 발에도 최상의 피팅감을 선사한다. ◇추천 트레일 러닝화 라스포르티바 ‘헬리오스’ 라스포르티바의 마운틴러닝화 시리즈. 무게 480g으로 가벼워 스피드를 내기에 좋고 오프로드에서 특히 탁월한 착지력과 접지력을 자랑한다. 어퍼는 메시 소재, 뒤꿈치는 에어메시를 적용해 통기성 또한 우수하다. 단거리 트레일러닝에 추천한다. 알트라 ‘론픽’ 뒤꿈치와 앞꿈치의 높이가 같은 제로 드롭(Zero Drop) 플랫폼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달리기를 유도한다. 또한 대다수 한국인의 발 모양에 맞게 발볼 부분이 넓어 편안한 착화감을 자랑한다. 장거리 트레일러닝에 추천한다.
- 2018-04-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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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입니까?
-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일명 ‘버킷리스트(bucket list)ʼ라고 한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버킷리스트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항목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에 앞서 서베이를 통해 시니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여행, 취미, 관계·가족, 일·성취, 보람, 도전 등 총 7가지 주제로 나눠 알아봤다. 서베이 대상 브라보 동년기자단,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수강생, 낭랑18세 시니어 치어리더팀 등 50세 이상 남녀 140명(50대 61명, 60대 53명, 70대 이상 26명) 서베이 방법 주제별 버킷리스트 예시 항목 15가지 중 선택(중복 선택 가능) 및 그 외 항목이 있는 경우 별도로 작성 ◇브라보 버킷리스트 상위 20위 목록 7가지 주제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여행’이다. 상당수 시니어가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제주 올레길 투어’ 등 제주 여행과 관련한 버킷리스트를 희망하고 있었다. “쉽게 이룰 수 있으니까”, “외국어 부담 없이 여행하고 싶어서”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밖에 혼자 여행 떠나기(27),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25), 캠핑카/크루즈 여행하기(18),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9) 등 운동이나 레포츠 등 몸을 쓰고 활동적인 취미보다는 배움, 글쓰기, 책 읽기, 전시회 관람 등 문화적, 정서적 활동을 원하는 이가 많았다. 아직 특별한 취미를 찾지 못해 ‘새로운 취미 갖기’(24)를 버킷리스트로 선택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밖에 텃밭 가꾸기(21), 그림 관련 취미 갖기(19), 수영 배우기(16), 취미 동호회 가입(14), 수화 배우기(6) 등 가족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항목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애인 같은 친구를 만드는 등 새로운 관계 확장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휴대전화번호를 정리하거나 불편했던 관계를 해소하는 등 관계 정리에 관한 항목들도 눈에 띈다. 그밖에 외국인 친구 사귀기(21), 7명 용서하기(17), 휴대전화번호부 정리하기(15), 첫사랑에게 편지 쓰기(7) 등 제2직업을 향한 욕구와 더불어 전문 분야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포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내고, 강연, 전시회를 여는 등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경향이다. 그밖에 귀농하기(15), 창업하기(12), 10년 후부터는 일 안 하고 놀기(8), 자격증 10개 따기(8) 등 버킷리스트 서베이 전체 항목 중에서 ‘재능기부’가 1위에 올랐다. 단순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살린 사회적 활동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그밖에 장기기증 신청하기(16), 아프리카 봉사활동 가기(15), 봉사활동 1000시간 채우기(13), 유기견 돌보기(6) 등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을 추구하는 웰빙(well being)을 넘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등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유언장 작성 등 웰다잉 관련 항목이 상위권에 올랐다. 그밖에 드레스 입고 파티하기(17), 세컨드하우스 짓기(14), 레스토랑에서 고급 코스요리 먹기(13), 주식·펀드 투자하기(12)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는 이들이 가장 빠르게 실행하고 이룰 수 있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버킷리스트 만들기’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순간 이미 한 가지 항목은 해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공모전 참가하기(14), 파격적으로 염색하기(13), 무인도에서 살아보기(7), 타투(문신) 해보기(6)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위한 7가지 방법 도움말 박창수 작가 하나,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라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도 목표는 유럽 배낭여행부터 서울 나들이까지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먼저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의 경우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그만큼의 비용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행 자금을 위해 적금을 든다거나 평소 걷기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등의 세부적인 목표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귀농이나 창업 등 오래 준비해야 할 목록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실천할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리스트를 차례로 적어나가자. 둘, 작은 목표는 매년 갱신하라 큰 목표가 담긴 버킷리스트와 작은 목표를 써놓은 버킷리스트를 따로 마련하고, 작은 목표 리스트는 매년 갱신한다. 원대한 목표만 적어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의욕도 저하되고, 실천 의지도 약해진다. 한 해, 한 달 정도 투자해 부담 없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작성하자.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며 얻은 자신감은 큰 목표를 이루는 데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셋, 유행에 편승하지 마라 버킷리스트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뤄가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원하는 목표나 유행에 따라 버킷리스트를 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정말 뭘 원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 만족도가 높을지 등을 깊이 생각해보고 진정 나만을 위한 목록들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넷, 남의 눈치 보지 마라 돈이 많이 든다거나 스스로 주책없어 보이는 행동이라 여기고 가족이나 친구들 눈치를 보면서 버킷리스트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또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남에게 보였을 때 더 그럴싸하고 훌륭해 보이는 일들을 적곤 한다. 이른바 체면치레 때문에 시니어들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여행, 공부, 취미, 봉사 등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목표이지만, 그중에 한두 가지만이라도 나만의 개성과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것을 적어보면 어떨까? 다섯, 크게 쓰고 소문을 내라 자기 꿈을 소문내는 것은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혼자서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기분 좋은 속박(?)을 느끼는 편이 낫다.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선언을 하거나 큰 종이에 적어 서재나 화장대 등에 붙여 자주 인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인은 물론 스스로와의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진다. 여섯, 1+1을 생각하라 나를 위한 버킷리스트이지만, 그것이 사회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외국어 배우기’와 같은 단순한 목표를 뛰어넘어 ‘외국어를 배워 어려운 아이들에게 방과 후 재능기부하기’ 등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법까지 생각해본다면 더욱 뜻깊은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다. 일곱, 버킷리스트에는 점수가 없다 목표로 정한 버킷리스트를 꼭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물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경우에 말이다. 버킷리스트는 숙제나 시험처럼 누군가에게 검사받고 평가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족과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부담 갖거나 서두르지 말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길 바란다. 무엇을 이뤘느냐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발걸음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독자제보 브라보 버킷리스트 랭킹 20위 안에 해당하는 버킷리스트에 도전해 이뤄내신 분들을 찾습니다. 제보할 이야기가 있으신 분은 bravo@etoday.co.kr로 접수 부탁드립니다.
- 2018-04-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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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비 건강 정보보다 내 몸 공부가 먼저입니다”
-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귀가 닳도록 듣던 말이다. 세월이 갈수록 이 말이 실감 나는 것은 나이 듦의 증거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강건한 정신, 건강한 육체를 유지할 것인가. 건전한 사회에서 어른으로서 중심을 잡는 비결은 무엇인가. 이 화두를 놓고 심혈관 세계적 권위자로서 대중을 위한 건강전도사로도 활약 중인 엄융의(73)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만나봤다. 대학로에 있는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그는 영국 출장에서 돌아와 전작 ‘내 몸 공부’에 이은 후속작을 집필 중이었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엔 ‘온 세상 천지가 헬스 클럽이다’란 문장에서 커서가 반짝이고 있었다. 심혈관 분야의 권위자이신데, 요즘 일반인을 위한 강연 저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십니다. 건강 전도사로 나선 동기가 있으신지요. “한마디로 내 몸을 알자는 것입니다. 건강 정보는 넘치는데 정작 자신의 몸에 대해선 몰라요. 발에 신발을 맞춰야 하는데, 신발에 발을 맞추는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심장이나 혈관 건강에 좋은 식품, 심지어는 약 이름까지 줄줄 꿰면서 그것들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잖아요. 아무리 많은 건강 정보를 알고 있어도 자신의 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건강은 ‘내 몸 스스로 알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는 “육체적 건강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문학작품을 통해 작가의 건강을 짐작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도스토옙스키나 마르셀 프루스트가 대표적인 경우. 간질병을 앓고 있었던 도스토옙스키는 작품에서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간질의 전조증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내면 의식의 흐름을 추구한 것은 신병인 천식의 영향도 크다. 천식 발작으로 고생한 그는 외출하기가 힘들어 실내 생활을 주로 하며 내면에 집중했다. 모두 자신의 지병을 수용, 강점으로 역전시킨 경우다. 문학 작품을 통해서도 작가의 건강을 유추할 수 있군요. 혹시 사람을 처음 만나실 때 상대의 건강 상태 등을 유의해 살피십니까. “그런 직업병은 없습니다. 다만 술, 특히 와인을 잘하게 생겼나, 아닌가는 꼭 봅니다.(웃음) 제가 와인을 즐기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프렌치 패러독스를 언급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기름진 것을 자주 먹고 담배도 많이 피는데 미국, 북구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심장질환이 걸리는 비율이 낮은 것은 지중해식 식생활 때문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매일 적당량의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살고 뇌졸중에도 덜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평소 식습관과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젊은 제자들과 와인 담화를 나누는 게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신세대 제자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시는지요. “저는 제 동료, 동년배들보다 제자들, 젊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더 재미있어요. 제가 그들과 어울리는 비결은 지갑은 열고, 입은 닫는 것이지요. 훈계하기보다 그들의 관심사, 와인에 얽힌 이야기 등을 나누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우리 집은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지트예요.” 지난해 출간하신 저서 ‘내 몸 공부’는 서울대학교 비자연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셨던 교양강의를 기본으로 저술한 것이지요. 강의 당시에도 파격적 평가방식으로 화제였다고 들었습니다. “평가를 내 방식대로 했어요. 출석, 시험은 각각 25%로 하고 나머지는 ‘우리 몸의 이해’를 자신의 전공과 연결해 자유 형식으로 제출하라고 했지요. 에세이든, 음악이든, 무용, 미술작품이든…. 단 자신의 주장을 담으라는 게 제 요구사항이었어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제한 범위를 정해주면 잘하는데요. 오히려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 어쩔 줄 몰라 해요. 늘 밑줄 좍, 별 세 개의 참고서식 요약정리, 받아쓰기에만 익숙해 있기 때문이지요. 대학은 내 주장을 펼치는 연습을 하는 곳이란 게 제 신조입니다." 그는 연구실에 놓여 있는 손 모양의 조각상을 가리켰다. “강의 때 학생이 제출한 과제물”이라며 “창의성 부족을 탓하기보다 자극하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님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 외에 사회적 건강을 함께 강조하십니다. “사회적 건강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환경을 말합니다. 그 지표는 배려지수입니다. 정신과 육체처럼 개인과 사회의 건강도 분리되지 않아요. 사회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어떻게 개인이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비교, 경쟁이 만병의 근원입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분노조절장애는 비교-경쟁의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객관성이란 명목 하에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다른 항목은 배제하고, 인정을 안 해요. 겉으로 드러난 것만 실력으로 인정되니 모두 한줄서기, 1등만 하려고 목을 매게 되는 것이지요. 내 뜻대로 이기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우울증, 사회적으로 분노조절장애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기, 서로 배려하고 협동하는 사회적 건강 회복 운동이 필요합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엄 교수는 선진국에서 어린이들에게 팀 스포츠, 청년들에겐 오페어(Au-Pair) 제도를 활발히 시행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딸이 영국에서 워킹맘으로서 직장과 가정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은 오페어 덕분”이라고 말했다. 오페어 제도는 외국인 가정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는 대가로 숙식과 일정량의 급여를 받고, 자유시간에는 어학공부를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도 점수따기 경쟁보다 이 같은 폭넓은 사회경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사회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가 말하는 대로는 실행하고, 하는 대로는 실행하지 말라”는 시쳇말이 있지요. 교수님이 직접 행하시는 건강 습관이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내 방식에 맞춰 마음 편하게 사는 겁니다. 저는 의학 통념이나 유행을 무조건 따르지 않아요. 진리라기보다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한시적 학설이니까요. 먼저 나를 알고자 하고, 나에게 직접 실험해보는 편입니다. 평균적인 인간의 리듬은 말 그대로 평균이니까요. 내가 거기에 반드시 속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유행이나 학설이 내 몸에 맞나 실험해보고 관찰하는 게 내 기본 신조예요. 가령 예전에 ‘아침형 인간’ 바람이 불지 않았습니까. 저는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이에요. 새벽 두세 시까지도 너끈히 일하지만 아침엔 일어나기가 힘들어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헌 나라의 노인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웃음) 아침형 종달새 스타일에 맞춰 생활하는 실험을 해보니 나랑 영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내 올빼미 스타일대로 살기로 했지요. 나를 관찰하고 거기에 맞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것이 건강 비결입니다.” 엄 교수는 스마트 밴드를 팔목에 차고 있었다. 이를 통해 깊은 잠, 얕은 잠을 몇 시간 잤는지, 심장박동수를 체크해 그에 따른 생체리듬을 읽고, 자신의 건강상태는 물론 라이프스타일도 조정한단다. 이외에 그가 실천하는 건강 습관은 걷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되도록 앉지 않으며, 목적지보다 한두 정거장 먼저 내려 ‘하루 1만 보 이상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중년 이상이 되면 영양제든 뭐든 약을 한 움큼씩 복용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지요. “모든 약은 기본적으로 독입니다. 한 가지 증상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기관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요. 자연식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치유하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음식은 가공이 안 된 것일수록 몸에 좋고요. 접시에 담겼을 때 원래의 재료를 알아볼 수 있는 음식일수록 몸에 좋습니다.” 그는 “한국의 의사들이 지나치게 복잡한 검사와 약, 주사 위주의 처방에 의존하는 것은 불합리한 의료수가 시스템, 보험 체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이요법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은 수가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모두 불행을 겪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청·장년기 이후의 건강관리는 예전과 달라야 하는지요. 특히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건강에도 내려놓기가 필요합니다. ‘건강 과신하지 말라, 비교하지 말라’입니다. 장년기 이후 건강 적신호가 울리는 사람은 두주불사의 타고난 건강체질파입니다. 이들은 젊었을 때의 건강을 과신하기 쉬워요. 오히려 한두 가지 지병을 안고 사는 사람이 건강한 것은 평소 주의를 하고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은 ‘비교하지 말라’입니다. 만보계를 갖고 걷더라도 참여자 비교 순위를 체크하며 경쟁에서 꼭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어요. 피트니스 클럽에서 트레드밀을 뛸 때도 옆 사람의 속도를 따라 하려고 하거나 더 빠른 속도로 뛰는 사람이 있어요. 이런 경쟁심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쉽습니다.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기 스타일, 페이스, 리듬을 알고 즐기세요.” 교수님은 50대 중반부터 기러기 부부 생활을 시작, 1년 반 정도를 떨어져 사시는데 어떠십니까. “손주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집사람과도 그렇습니다.(웃음) 평생 전업주부로 살다가 50대 중반에 애 다 키워놓고 영국 유학을 가 공부를 하겠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것 해보라’고 찬성했지요. 우리 부부가 45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원만히 해온 비결은 ‘덜 간섭하기’예요. 부부 갈등은 내 스타일대로 바꾸려 하는 데서 옵니다. 우린 체질, 습관, 성향이 다르지만 최대한 존중하려고 해요. 제가 주례사를 할 때 늘 강조하는 것도 ‘상대를 내 스타일대로 바꾸려 하지 말라’입니다.” 교수님은 황우석 교수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활동을 같이하셨죠. 또 지금은 정계에 있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스승이기도 하셨고요. 이들의 부침(浮沈)을 보면서 깨달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입니다. 황 교수, 안 대표 모두 재능 있는 인물인데요. 황우석 교수는 능력보다 너무 많이 나갔어요. 자신의 관리 범위를 벗어났는데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몰랐다고나 할까요.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려면 학문 분야는 적절히 위임해야 합니다. 그걸 못 한 게 문제였어요. 안철수 전 대표도 기대가 되는 제자였지요. 학계에 딱 적합한 사람인데… 생각이나 꿈이 커도 현실이 잘 따라주지 않을 때 기다리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진득함, 그게 아쉽지요. 너무 빨리, 높이 가고자 하기보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즐기며 가는 게 내가 생각하는 인생 의미이자 재미입니다.” 공자는 일흔의 나이에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다)’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한 바 있다. 종심(從心)은 세상의 기준에 휩쓸리지도, 나의 기분에 휘둘리지도 않는 중심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마음을 풀어놓지도(방심, 放心), 잡아놓지도(조심, 操心) 않고 고삐를 늦췄다 당겼다 조절할 수 있는 경지…. 엄융의 교수의 인생 키워드는 종심과 통한다. 새로 보는(see) 내 몸, 마음공부를 시작하면서 새 봄맞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졸업.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리더십 스토리텔러. 세계일보에서 CEO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리더의 언어병법’, ‘성공하는 CEO의 습관’, ‘하이터치 리더’, ‘용인술, 사람을 쓰는 법’ 등이 있다.
- 2018-04-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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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인생을 사는 법
- 언젠가 ‘바람의 딸’로 유명한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 씨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참 공감 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노후에 가장 행복하게 사는 법 4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무엇일까요? 하는 물음이었다. 세 가지까지는 모두가 아는 내용이어서 잘 대답했는데 네 번째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 4가지는 첫째가 돈이요, 둘째가 아내요, 셋째는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넷째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그것은 ‘혼자서도 잘 노는 법’이라고 했다. 자녀들이 다 출가하여 빈 둥지가 된 집안에 아내와 함께 살아도 어느 정도는 각자의 취미도 있게 마련이다. 또한, 언젠가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노후가 되면 혼자서도 잘 노는 법을 터득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것은 각자의 취미와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공부이다. 공부라고 하니까 뭐 거창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자격증을 따거나 시험에 합격하는 그런 것만이 아닌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하고 그 분야에 관련된 전공 서적을 읽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무엇을 하던 그 분야를 알려면 책을 봐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머리에 흰 서릿발이 내린 노인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이것이야말로 혼자서도 잘 노는 법에 해당한다. 그림을 좋아하면 그림을 그리면서 세계 유명한 화가에 관련된 책을 탐독하고 그림이 전시되고 있는 박물관을 탐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팝송을 좋아하면 올드 팝부터 현재 유행하는 팝송까지 섭렵하고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들의 콘서트를 참가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사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하는 어쩔 수 없는 농사가 아니다. 씨앗 한 알을 뿌려도 토양의 질을 달리해서 그 발아를 살펴보고, 기후에 따라 자라는 모양도 관찰해보며, 최적의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미 연구해 놓은 책들을 탐독하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다른 방법도 연구해 보는 것이다. 어떤 조건에서 파종하고 물을 주고 거름을 해야 최고의 소출을 낼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 선생이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며 생계가 어려워 닭을 키우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어떻게 처세를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나온다. 유형지 강진에서 다산은 둘째 아들 학유가 닭을 키운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를 쓴다. “네가 닭을 기른다는 말을 들었는데, 닭을 기르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중에도 품위 있고 저속하며 깨끗하고 더러운 등의 차이가 있다. 진실로 농서(農書)를 잘 읽어서 그 좋은 방법을 선택하여 시험해 보되, 색깔과 종류로 구별해 보기도 하고, 홰를 다르게도 만들어 사양(飼養) 관리를 특별히 해서 남의 집닭보다 더 살찌고 더 번식하게 하며, 또 간혹 시를 지어서 닭의 정경을 읊어 그 일로써 그 일을 풀어버리는 것, 이것이 바로 독서한 사람이 양계하는 법이다.”라고 했다. 이왕 닭을 기를 바에야 연구하여 품종을 개량하여 남의 집 닭보다 살찌고 번식력이 강한 닭을 기르고, 여가에 닭 기르는 책인 (鷄經)을 저술하라고 했다. 다산의 글 속에는 행복에 이를 수 있는 비법이 다 들어 있는 듯하다. 미국 어느 대학에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게 사는 법이 무엇인지 조사를 했다. 결과는 ‘공부하는 것’이란 답이 나왔다. 이제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들 한다. 은퇴하고도 50년 가까이 더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할까 고민해야 한다. 제2의 인생을 출발할 때는 될 수 있으면 본인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맞는 일이라고 힘들지 않고 고통이 없을 수 없지만,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그 일을 좋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즐거워하고 좋아할 수 있으면 그 어려움은 쉽게 감내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공부하는 것이 인생을 오래 산 사람들이 꼽은 행복의 비결이라 한다. 행복하기 위해 진정 내가 하고 싶었던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가슴 설레어 보자. 인생이 달라 보일 것이다.
- 2018-03-13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