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제발 없애 달라는 이유

기사입력 2020-09-18 09:09 기사수정 2020-09-18 09:09

추석 연휴 민족의 대이동이 코로나19의 재유행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광화문 집회 때 사람들이 모이고 이동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눈으로 확인하고 보니 추석이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있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싶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1일 100명을 넘는 상황에서 고향에 가는 게 맞는지 고민이 깊어진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번 추석 연휴를 제발 없애 달라는 이색적인 청원이 올라왔다. 명절은 가족들이 꼭 모여야 한다는 보수적 사회에서 며느리는, 이번 추석에 못 가겠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며, 추석 연휴 걱정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각 지방에서 모인 가족들과 며칠 동안 모여서 먹고 마시며 지내다 보면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성이 커진다. 그러나 어른들이 먼저 오지 말라 말해주지 않으면 상황을 피할 수 없으니 차라리 연휴를 없애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었다.

연휴를 없애 달라는 요구는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며느리들의 절박함은 전해졌다. 1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명을 상회하고 깜깜이 확진자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데다가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성을 높아지고 있으니 걱정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지금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엄중하고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방역 당국은 이달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석 연휴를 특별 방역기간으로 정했다. 성묘 대신 온라인 성묘를, 벌초도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동을 자제해줄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온 나라가 비대면 추석을 이야기하는데 우리 집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식들은 지금 부모의 한마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럴 때 “이번 추석엔 모이지 말고 각자 건강에 힘쓰자”라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현명한 어른이 되어보자. 멋진 부모로 대접받을 수 있을 것이다.

평안한 때는 전통을 지키고 가족 간의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전통이 아름답지만 지금은, 감염병으로부터 자신과 사회를 지키는 게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과하게 조심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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