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돈의 여유가 허락된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여행’이라고 답한다. 여행은 일상과 다른 새로운 시간으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좋은 기회다. 평소와 다른 일을 준비하다 보면 사소하든 중요하든 놓치는 것들이 생기는데, 이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체크리스트다. 은퇴도 일종의 여행이다. 그것도 2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 그 끝을 알기 힘든 긴 여행이다. 그만큼 은퇴 여행에서는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돈과 관련해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알아보자.
최문희 FLP컨설팅 대표
◇ 은퇴대비자산의 충분성
가장 기본적인 은퇴대비자산은 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이다. 이들 연금으로 은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면 다른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으로 은퇴생활비를 보충해야 한다. 소유 주택이 있다면 주택연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 외의 부동산이 있다면 임대소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해야 한다면 매각시기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매각을 서두르다 보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매도시기를 결정하려면 시기별로 필요한 은퇴생활비와 준비된 자금의 차액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금융소비자정보포털(fine.fss.or.kr)인 ‘파인’에 접속하면 본인이 가입 중인 금융상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파인’의 서비스 중 연금저축어드바이저(advisor.fss.or.kr)를 활용하면 희망하는 연금액과 현재 준비된 연금액의 차액을 직접 계산해볼 수 있다. 또한 부족한 연금액을 준비하는 데 활용할 만한 연금상품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연금저축어드바이저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 미리 회원으로 가입해두면 좋다. 통합연금포털은 ‘파인’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 향후 소득창출 능력
과거에는 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층 보장만 제대로 준비해도 큰 어려움 없이 노후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금리·고령화 사회의 본격화로 3층 보장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준비한 자금이 필요 은퇴자금보다 적다면 추가로 소득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에도 소득창출과 관련한 본인의 능력을 점검하고 실행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 소비습관
수입이 중단된 상태에서 소비는 가계경제의 우량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이성은 소비통제를 외치지만 습관에 젖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갑작스런 소비통제는 특히 배우자와의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적·외적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소비통제와 관련한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 ‘예산(budget)’을 활용하면 좋다. 예산을 세우고 주기적으로 체크하면 소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부채관리 능력
과도한 부채를 안고 은퇴를 하면 가계경제는 큰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용대출은 은퇴 직후 대출이 중단되거나 대출금리가 높아진다. 부채청산은 은퇴 이전에 꼭 달성해야 할 것 중 하나다. 부동산 같은 투자자산의 구입으로 생긴 부채라도 가격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예상수익과 대출이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과감하게 매각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현재 가입 중인 보험 점검
은퇴 후 생활비는 의료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노후에는 의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 이에 대비해 별도의 자금을 준비해도 좋지만 보험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과거에 가입한 보험이 있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가입한 보험의 보험기간이 만료되었거나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입 중인 보험들의 보장금액과 보장기간을 검토해보고 필요하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보강해야 한다. 금융소비자정보포털(fine.fss.or.kr)인 ‘파인’에 접속해 ‘내보험다보여’를 클릭하면 보험가입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단 2006년 이전에 가입한 보험상품 정보는 가입한 보험사의 콜센터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 기타 체크해야 할 사항들
① 현금흐름의 갑작스런 중단에 대비한 비상예비자금(손해를 보지 않고 바로 찾아 쓸 수 있는 현금 및 현금등가물)
② 기부나 자선 등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필요한 자금
③ 자산의 양도 및 임대, 기타 사업 등으로 인해 발생할 소득세나 자산의 증여 및 상속에 대비한 증여세와 상속세
④ 아직 은퇴 전이라면 은퇴대비저축이나 투자금액 등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ssdks@naver.com
A(65세)씨는 요즘 원치 않는 혼족 생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 모임에 열심히 나갔으나 지금은 발길을 뚝 끊은 상태다. 한때 동기회 회장까지 맡았던 그는 몇 년 동안 일체 연락도 하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즐겁지만 식사비와 가벼운 음주 비용마저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TV뿐이다. 그는 지금 강남의 10억 정도 하는 아파트에서 소파를 침대 삼아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TV를 보고 있다. 밖에 나간 아내가 빨리 들어오지 않아 분을 삭이면서.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하다 55세에 퇴직한 A씨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아내와 함께 고품격 해외여행은 물론 뮤지컬 관람 등 문화생활을 즐겼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로서 그동안 고생한 보람을 맘껏 누렸던 것이다. 그러나 고가의 아파트도 있으니 어찌 되겠지 하는 맘으로 5년을 즐기는 동안 어느새 저축해놓은 돈이 동나버리고 말았다. 그 허전함과 불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정했던 아내와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했고 A씨는 집 안에 틀어박혀서, 아내는 밖으로 나도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A씨가 다시 액티브 시니어로서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택연금 가입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나?
A씨가 가택연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주택을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10년 동안 일을 쉰 65세의 은퇴자에게 재취업의 길은 멀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9억원 이하의 아파트로 이사하면 1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A씨가 9억원짜리 아파트로 이사한 뒤 바로 주택연금 신청을 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주택연금 월 수령액은 신청 당시의 연령과 주택가격, 지급방식, 보증료 크기 등에 따라 다르다. 만일 A씨가 매월 일정한 금액을 종신지급받는 조건으로 가입할 경우 월 227만4000원 정도를 받게 된다([표 1] 참조). 현재 A씨는 국민연금으로부터 매월 약 70만원을 받고 있으므로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합치면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생활비를 250만원 정도로 낮추면 7억짜리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고, 200만원까지 낮추면 5억짜리 아파트로 이사할 수도 있다. 월 생활비를 250만원으로 낮추면 3억 정도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200만원으로 줄이면 5억원의 여유자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액티브 시니어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주택연금 신청자 얼마나 되나?
주택연금은 2007년 7월에 도입된 이후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누적 가입자 수는 2012년 말 1만1393명에서 2016년 말에는 3만4444명으로 증가했다. 매년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신규 가입자 수는 2012~2015년 5000~6000명 선에서 2016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그림 1] 참조). 2016년 신규 가입자 수(1만309명)는 2015년보다 58.9%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지난해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내집연금’ 3종 세트 출시와 가입요건 완화 덕분이다. 주택연금이 고령층의 주요 노후준비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한편 2007년 7월 주택연금 출시 이후 2016년까지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1.9세, 평균 주택가격은 2억8300만원, 월 평균 수령액은 9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84.0%로 가장 많았고, 주택 규모는 85㎡(약 25.8평) 이하가 78.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집연금’ 3종 세트란?
‘내집연금’ 3종 세트는 2016년 4월 25일 출시된 상품으로 다음 3개의 주택연금을 묶었다. ① 일시인출 한도를 70%로 늘여 만 60세 이상 고령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게 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 ② 40~50대가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다가 향후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때 최대 연 0.3%p의 전환장려금을 지급하는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 ③ 1억5000만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월 지급금을 최대 15% 더 많이 주는 ‘우대형 주택연금’.
첫째,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은 부부 중 한 명이 만 60세 이상이고 부부 기준 9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 또는 다주택 보유자의 경우는 보유주택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이면 가입할 수 있다. 합산 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2주택자는 3년 이내에 비거주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 가능하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는 주택가격의 1.0%를 가입비 형태로 초기보증료를 납부해야 하며, 매년 연금지급 총액의 1.0%를 연보증료를 납부해야 한다. 보증료는 월 지급금 보장 및 미래손실 충당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된다. 보증료는 연금지급 총액에서 자동 공제되므로 직접 납부할 필요는 없다.
연금지급 한도의 70%까지 일시에 인출해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활용할 수 있다. 일시 인출한도 금액은 주택가격과 연령에 따라 다르므로 주택금융공사에 문의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만일 인출한도 전액을 사용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 전부를 상환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서울보증보험의 내집연금연계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부부 모두 사망하거나 주택소유권을 상실했을 경우, 그리고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을 경우에는 주택연금이 종료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종료 시점에 주택가격이 연금수령 총액보다 많을 경우에는 남는 부분이 자녀에게 상속되므로 주택연금 가입 후 주택가격이 오르면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연금수령 총액이 주택가격보다 많으면 부족분에 대한 청구는 하지 않으므로 혹시라도 자녀에게 빚으로 떠넘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필요도 없다.
둘째,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은 40~50대 중·장년층이 주택연금 가입을 미리 약속할 경우 이자 혜택을 주는 연금상품을 말한다.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장기 주택담보대출로 보금자리론을 빌려 집을 살 때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을 약속하면 연금전환 시점까지는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다가 전환 시점이 되면 빚을 일시에 상환한 뒤 남는 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방식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만 40세 이상이고 무주택자 또는 부부 기준 9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일 경우 이용할 수 있으며,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60세가 된 후 희망하는 시기에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택연금 전환가능 여부는 전환신청 당시의 주택연금 가입요건에 따라 결정된다. 만일 전환신청을 했는데 가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주택연금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 연보증료는 연금지급 총액의 0.75%다. 주택연금 종료 사유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과 동일하다.
이 주택연금은 금리를 0.15%p 우대해준다. 또 은행에서 만기 일시상환식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받은 사람이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면서 주택연금 가입을 약정하면 추가로 0.15%p를 우대받아 총 0.3%p의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대이자는 60세 연금 전환 시점에 전환 장려금으로 일시에 받을 수 있다. 가령 만기 일시상환식 변동금리부 은행 대출을 가진 45세 B씨(3억원 주택 소유)가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고 주택연금 가입을 예약하면 주택연금으로 전환되는 60세에 296만원을 받는다.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에 가입한 뒤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조기상환 수수료는 면제된다. 단 주택연금 전환 이후 해지할 경우에는 면제된 조기상환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셋째, 우대형 주택연금은 부부 기준 1.5억원 이하의 1주택 보유 고령자의 노후생활비 지원을 위한 연금상품으로 일반 주택연금보다 월 지급금이 8~15% 정도 많다. 대출한도의 45% 이내에서 필요에 따라 수시인출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상품의 장점 중 하나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대출한도 45%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자기자금으로 초과하는 금액을 상환한 뒤 우대형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자기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상품의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 연보증료는 연금지급 총액의 0.75%다. 주택연금 종료 사유는 앞의 두 상품과 동일하다.
주택연금 가입 방법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상담→가입신청→주택연금 약정 및 실행’이라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상담은 콜센터(1688-8114)를 이용할 수 있고, 가까운 주택금융공사 지사나 은행 지점을 방문해 받을 수도 있다. 방문상담을 할 경우에는 예약상담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예약을 하지 않고 그냥 방문하면 오래 기다리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예약상담은 홈페이지(www.hf.go.kr)나 콜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가입신청 단계에서는 필요서류 제출 및 주택연금 보증신청이 진행된다. 필요 서류는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2부, 주민등록초본 1부, 전입세대열람표 1부, 가족관계증명서 1부, 인감증명서 2부 등이다. 가입신청을 하기 전에 거래할 은행을 정하고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있는 은행에서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조기상환 수수료가 면제된다. 주택연금 약정 및 실행 단계는 주택금융공사에서 은행으로 보증서를 발급한 뒤 고객이 거래은행을 방문해 주택연금 약정을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연금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주택연금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주택연금은 노후준비가 부족한 고령자들이 노후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연금을 수령하다 중도에 해지하면 초기보증 수수료를 날리게 되므로 배우자와 자녀 등 주택의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의견을 나눈 뒤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7년 7월 주택연금 도입 이후부터 2016년 말까지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중도에 해지한 사람은 총가입자(3만9429명)의 12.6%인 4985명이나 된다.
주택 소유자가 사망한 뒤 배우자가 계속 연금을 받으려면 배우자가 채무를 인수해야 한다. 배우자가 채무인수 및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할 때까지 주택연금이 일시적으로 정지되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 사전에 채무를 넘겨받는다는 약정, 즉 사전채무인수약정을 맺으면 주택 소유자 사망시 추가 약정을 맺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소유자 사망 후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주택연금 이용 중 이사를 할 경우에는 담보주택을 변경해야 주택연금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단, 이사하려는 주택가격(평가액)에 따라 월 지급금이 달라지거나 정산을 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주택금융공사에 문의해보는 게 좋다.
>>손성동(孫盛東)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한국연금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동년기자로 활동한 지도 어느덧 만 1년이 돼가고 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나태(懶怠)에 빠져 글쓰기를 망각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내가 정말 글다운 글을 썼을까?” 하고 뒤돌아보며 반성을 하게 된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지난 1년 동안 한시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기자생활 1년 동안 덤으로 얻은 행운도 많았다. 대학로에서 두 번씩이나 연극을 관람했고 올 초에는 압구정동에서 이라는 뮤지컬도 관람했다. 젊어서는 살기 바빠 문화생활을 못했고 나이 들어서는 관심이 떨어져 고작해야 1년에 영화 한 편 보기도 쉽지 않았는데, 지난 1년 동안 동년기자로 활동하면서 문화생활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2월 22일에도 큰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여의도 KBS홀 본관에서 공연된 이투데이 신춘음악회 에 초대된 것이다. 필자는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그런데 당일 아침부터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오후가 되자 오락가락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필자가 사는 인천공항 근처에는 진눈깨비와 비가 섞여 내리면서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퇴근시간에 맞춰 막내아들에게 회사로 나오라고 했다. 공연장까지 가는 방법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 번이나 확인해보았지만 쉽게 가는 노선이 잘 찾아지지 않았다. 결론은 회사 통근버스로 김포공항까지 이동한 다음 공항전철역에서 9호선 급행열차로 갈아타고 가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려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다. 가다 보니 허기는 또 얼마나 몰려오든지…. 서둘러 현장에 도착해 일단 표를 받아놓고 시간을 보니 공연시작 20분 전이었다. 빠듯하긴 했지만 저녁을 굶고 관람할 수는 없어 근처 김밥 집으로 달려갔다. 모처럼 아들과 둘이 마주 앉아 김밥과 라면을 시켜 먹으면서 오랜만에 서로의 관심사를 물으며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식사가 끝나고 부리나케 공연장으로 돌아오니 공연은 이미 시작되었고 겨우 안내를 받아 착석하고 관람을 했다.
오프닝 무대로 타악그룹 RUN의 ‘두드림’은 힘차고 역동적으로 리듬을 타고 있어 오랜만에 필자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겨울 끝자락에서 만난 ‘마음이 따뜻해지는 콘서트’는 오는 봄을 맞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필자의 마음을 녹여줬다. 아들은 가수 린의 인기 드라마 OST곡을 제일 좋아했다. 자신의 세대와 공감이 되고 감성이 맞아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깜찍한 걸그룹 ‘모모랜드’의 공연은 싱그러워 젊은 층의 관람자들은 물론이고 시니어들도 한마음으로 공감하고 어우러진 멋진 공연이었다.
중견가수 김장훈의 넘치는 끼와 재치는 마력이 있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문화는 대중과 함께 호흡을 해야 그 힘이 발휘된다는 생각을 새삼 해보았다. 마지막으로 메인무대를 장식한 가수는 등장하기 전부터 한껏 기대를 갖게 한 대형 록 가수 전인권이었다. 가늠할 수 없는 울림통, ‘전인권 밴드’의 현란한 연주, 관중을 사로잡는 매력과 포스가 한껏 발휘된 무대였다. 공연의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 시간에 갈 길이 먼 필자와 아들은 아쉬움을 남긴 채 자리를 떠야 했다.
아들은 공연장을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러 가는 내내 공연의 잔상(殘像)에서 벗어나지지 않는지 따뜻하고 멋진 공연이었다고 끊임없이 조잘댔다. 황급히 돌아오면서 9호선 국회의사당역을 찾느라 이리저리 헤맨 필자와 아들은 영락없는 촌뜨기 신세였다. 겨우 지하철을 타고 두어 정거장쯤 갔을 때 무심코 안내방송으로 다음 정차할 역이 노량진이라는 멘트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만 것이다. 일찍 집에 도착하려고 공연 엔딩도 보지 않은 채 조금 일찍 빠져나왔는데 반대로 가는 지하철을 타다니! 필자와 아들은 마주보면서 멋쩍은 웃음을 나누고 노량진역에서 내려 부리나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갈아탔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전철을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택시 잡기가 힘들었다. 승강장을 보니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30여 미터나 늘어서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걸어가다가 택시가 보이면 타자. 그게 더 빠르겠다.” 아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그날 밤, 집에 도착할 때까지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한 시간여를 눈길을 걸었다. 칼로 에이는 듯한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고 귀를 손으로 감싸면서 걸었지만 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걸어가는 길이 싫지 않았다. 오랜만에 부자가 함께 걷는, 눈 내린 밤길은 따뜻한 콘서트만큼이나 훈훈했다.
운에 관한 이야기를 논하다 보니 정말 어떻게 하면 운 좋은 사람 대열에 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성공적 삶을 살고 있는 분야별 대가, 아름다운 가정에서 근심 걱정 없이 사는 이들을 만나다 보면 공통점이 느껴진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임에도 이구동성 하는 말과 행동이 있다는 것. 일본의 정신경영 대가 니시다 후미오의 저서 과 , 미국의 에리카 J. 초피크와 마거릿 폴이 함께 쓴 , 지금까지 만난 취재원의 인생이야기를 바탕으로 ‘운 좋은 습관 만들기 5일 행동강령’을 구성해보았다.
◆1일차◆ “긍정적인 말과 표현을 하자”
2014년 개봉된 시니어 본격 로맨스 다큐멘터리 영화 를 보면서 긍정적 표현과 말의 힘을 느꼈다. 영화 속에서 소녀 감성 89세 강계열씨가 남편과 대화할 때 사용되는 단어와 문장은 긍정적인 표현으로 이뤄져 있다. 행동 또한 사랑이 넘쳐난다. 운이 좋아지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31일간의 행동강령으로 구성된 의 3일 차에서 주목하는 것이 바로 ‘긍정적인 말’이다.
‘말은 마음(혼)을 만들기 때문에 무섭다.’
책에서 인용한 이 말은 일본인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말이다. 부정적인 말을 사용함과 동시에 안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고 나쁜 감정으로 빠져버리기 쉽다. 마치 불쾌한 경험을 했거나 어디선가 그 일이 이뤄진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결과는? 당연히 좋을 리 없다. 차가운 분위기가 흐르고 말을 못 걸 뿐 아니라 며칠을 지속하다 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나 고민스럽다.
장난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한 끗 차이다. 더 많은 문장을 생각해보길. 일상생활에서 내가 쓰는 말이 어떤지 말이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안정적이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이 넘친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취재원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선택한 말을 손으로 옮기면서 그 사람의 인상, 심상 등을 생각하게 된다. 안정적인 목소리와 함께 긍정적인 단어 사용은 상대방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고 다시 만나고 싶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긍정적인 표현이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솔루션
부정적인 말, 긍정적인 말로 바꿔 말하자.
입버릇처럼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훈련이다. 말을 내뱉기 전에 자기가 할 말을 곱씹어 보고 천천히 말을 한다. 밉다, 싫다, 짜증, 아니다. 불쾌하다, 재수 없다 등만 일상에서 쓰지 않도록 주의하자.
◆2일차◆ 상대방을 감동시키자
니시다 후미오의 책 의 내용은 정말 간단하다. 하루에 한 번씩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행동이 일상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삶을 개선해나가는 성공 법칙이라고 소개한다. 성공을 위해 뭘 배우고, 어떤 사람을 찾아가는 것 말고 먼저 남을 위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 배려하고 좋은 행동을 하려는 마음은 소소한 변화에서 집단적 실천까지 불러일으킨다. 선한 일을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고, 인체 면역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테레사 효과(The Mother Theresa Effect)’(하버드의대 보고서·1988)라고 부른다. 테레사 수녀가 명상록에서 밝힌 일화, 즉 9000명분의 식사가 똑 떨어졌을 때 빵을 한 가득 실은 트럭이 오는가 하면, 죽어가는 아이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약이 기증 품목에 들어 있었던 사례는 너무 유명하다. 하나님의 사랑만으로 가능했을까? 테레사 수녀의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이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다. 최근 식품업체 ‘오뚜기’에 대한 국민적 성원도 테레사 효과의 일면이다. 시식사원 전원 정규직 전환, 심장병 어린이 돕기 사업, 1500억원의 상속세 완납 약속 등으로 ‘갓(God)뚜기’라는 별칭까지 얻고 ‘이젠 오뚜기만 먹겠다’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이들은 결코 어떤 효과를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니다. 한결같은 선행을 이어나갔고 시간이 흘러 긍정적인 효과로 다가온 것일 뿐이다.
☞솔루션
1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사람의 장점을 생각해볼 것.
2 진심을 다해 인사할 것.
3 연애하라. 그리고 더욱 사랑하려고 노력하라. 상대에 대한 좋은 마음이 쌓여 행동으로 옮겨지면 운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3일차◆ ‘부정적 생각이 엄습할 때 3초의 룰’
사람이 살다 보면 실패도 있고, 기분 나쁜 일, 견디기 힘든 일도 당하게 된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풀이 죽고, 화를 내고, 한숨을 내쉬고, 눈살을 찌푸린다, 그리고 심지어는 운다. 니시다 후미오는 에서 이런 동작과 표정은 뇌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킨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의식적으로라도 부정적인 표정과 동작을 취하지 말기를 조언한다. 그 비책이 바로 ‘3초의 룰’이다. 불쾌한 일이 있어났을 때 그 일을 잊기 위한 신호를 정해두는 것이다. 최면에서 깰 때 ‘레드선’ 하면서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표정, 동작 또는 말도 좋다. ‘3초의 룰’은 부정적으로 흘러갈 감정선을 긍정의 에너지로 변환해준다.
☞솔루션 : 에잇! 물러꺼라~! 나쁜 생각, 나쁜 상황이여!!
나만의 스타일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밟고 지나갈 수 있는 룰을 만들어 사용하라. 행동, 말, 동작 뭐든 좋다.
예) 손뼉을 친다, “아무 일 아니야!”라고 말한다. 또는 발을 구른다든지, 물을 마신다든지 한다. 가능한 한 간단한 것이 좋다.
◆4일차◆ 당당하고 씩씩하게 걷자
20대 초, 한 연극배우가 연극배우와 뮤지컬 배우를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 뮤지컬 배우는 딱 봐도 ‘내가 배우야’라는 걸 강조하듯 세련된 옷을 입고 구름 위를 통통 튀듯 당당하게 걷는다, 머릿결을 찰랑거리면서 누군가를 만나면 ‘솔’ 음에 목소리를 맞춰 리듬감 있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연극배우는 잦은 연습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무대가 아닌 이상 화려함은 내려놓고 걷는다. 한 사람의 의견이었지만 납득이 가는 내용이었다. 노래와 춤을 추고 큰 무대에서 관객을 아우르는 공연을 주로 하는 뮤지컬 배우와 대사를 통해 섬세한 연기를 해내는 연극배우의 표현 방식 차이에서 오는 행동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실생활에서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뮤지컬 배우의 걸음걸이를 권하고 싶다. 어깨를 쫙 펴고 턱도 좀 살짝 올리고 웃으면서 당당하게 걷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치유를 느낀다. 심각하게 힘든 일이 있었다면 더 어깨를 펴고 걷는다. 이 또한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당당하게 걷는 사람은 폼도 나고 다른 사람에게 신선한 느낌을 준다.
☞솔루션 : 당당하게 걷기 전에 할 일
어깨와 등, 무릎을 쫙 편다. 목도 크게 한 번 돌려준다. 얼굴 표정도 중요하다. 한껏 당당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내 몸 구석구석에 말한다. “컨디션 최고!”라고.
◆5일차◆ ‘내면아이’ 존중하고 사랑하기
최근 등 인간의 심리를 소개한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었다. 그중 공감하면서 실생활에 적절히 대입해봤던 것이 에서 말하는 실천이었다. 책 한 권의 내용을 짧게 설명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인간 누구에게나 내면아이와 내면어른이 존재한다. 내면아이가 내면어른으로부터 방치되거나 혹은 억압당했을 때 분노나 고통의 표현은 과격해질 수 있고 피해의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 반면 내면아이를 사랑으로 보듬고 훈련시키면 놀라운 능력과 자기 발전의 원동력을 주기도 한다. 내 안의 또 다른 나가 아니라 둘 다 나라는 것. 둘의 관계가 좋으면 좋을수록 살아가는 데 무리가 없다. 간혹 말을 내뱉기 전 ‘이 말을 하면 실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자. 그런 일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혹 그랬다면 이는 내면아이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생기는 일일 수 있다. ‘내면아이’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면 이에 관한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내면아이가 가진 순수하고 맑은 정신은 ‘막돼먹은 아이’로 혹은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실천성’으로 표출된다. 가장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알아야 할 나. 내 안에 꿈틀거리는 아이가 있다고 느껴지면 말을 걸어보길 바란다.
☞솔루션
내면아이 깨우는 세 가지 방법
1 글을 써서 대화한다. 그것이 부정적일지라도 글로 써서 뭐가 문제인지 생각해본다.
2 혼자서 역할놀이를 하듯 내면아이와 큰 소리로 대화한다. 이상한 짓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말도 안 되는 투정처럼 일을 그르쳤던 상황이 있었다면 꼭 필요한 과정이다.
3 그리고 마음껏 말하도록 내버려둬라. 음성언어로 내뱉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운 좋아지는 습관에 대해 찾아보고 글을 쓰다 보니 느끼는 것은? 운이 좋고 나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이나 현상이 혼자만의 생각으로 한순간에 부정적이거나 또는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너무 의미심장하게 운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어제 에스컬레이터를 탔으면, 오늘은 계단으로 가보자. 내게 가까운 작은 선택과 실천이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는 운을 가져다줄 것이다.
힘든 상황이 닥치면 의식적으로라도 부정적인 표정과 동작을 취하지 말기를 조언한다. 그 비책이 바로 ‘3초의 룰’이다. 불쾌한 일이 있어났을 때 그 일을 잊기 위한 신호를 정해두는 것이다
를 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퇴임 후 예순두 살의 나이로 이스탄불과 중국의 시안(西安)을 잇는 1만2000km에 이르는 길을 걷는다. “침대에서 죽느니 길에서 죽는 게 낫다”고 말한 그는 은퇴 이후 사회적 소수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삶을 여행을 통해 꼼꼼히 기록했다. ‘나이 듦’은 생각하기에 따라 젊음보다 오히려 장점이 많을 수 있다. 속도를 늦춰 살고 여유 있게 세상을 바라보면 된다. 이미 쓴 노트의 페이지는 되돌릴 수 없다. 아직 남아 있는 빈 여백에 새로운 인생 이야기를 쓰는 일, 지금 바로 시작하자.
이 글은 필자의 현장 경험을 가감 없이 반영한 ‘생생 정보’다.
여행지 선택, 어떻게 해야 하나?
전 세계의 유명인들이 망명국으로 선택한 곳은 유럽이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그들이 유럽을 정착지로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럽은 소도시별로 다양한 매력이 있다. 유럽 여행 좀 했다고 말하는 이들은 여행지를 나라가 아닌 도시로 구분 짓는다. 다양한 ‘인문’을 접할 수 있는 것 이 유럽 여행의 큰 매력이다. 또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라서 운치 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어느 계절이 여행하기 좋을까?
여행 갈 때는 좋은 계절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봄이 가장 좋다. 여름이나 가을도 무난하다. 유럽의 여름은 지중해성 기후라 한국보다 훨씬 뜨겁지만 대신 습도가 낮다. 더우면 바닷가 근처에서 머물며 해수욕을 즐기면 된다. 가을 단풍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으며, 겨울에는 설경을 감상할 목적이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북유럽 쪽의 겨울은 낮이 아주 짧다. 오후 3시쯤 해가 지기 때문에 관광할 시간이 너무 짧다. 겨울 여행은 긴긴 밤 속에서 보내는 날이 많을 수도 있다. 젊은 나이도 아닌데 굳이 타지에서 돈 써가면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비자 등 각 나라별로 주의해야 할 사항
유럽의 많은 나라가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을 맺었다. 솅겐조약은 180일 이내에 90일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는 규정이다. 그래서 솅겐국 내에서 총 체류가 90일을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 한 달 체류는 문제되지 않는다. 참고로 유럽연합(EU)은 회원국 총 28개국에서 영국이 탈퇴(2016년)하면서 27개국이 되었다. 알기 쉽게 권역별로 정리하면, 서유럽권(프랑스, 이탈리아, 몰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독일,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동유럽권(그리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체코,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폴란드, 헝가리), 북유럽권(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발트 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이다.
숙소 구하기와 추천 사이트 소개
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박이다.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겠지만 밥을 해먹을 수 있는 독채를 빌려 쓰는 게 좋다. 외국에는 캠핑시설이 엄청 잘되어 있다. 자동차를 렌트해서 여행할 경우 캠핑장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외국의 시니어들은 값싼 호스텔을 많이 애용한다. 단, 호스텔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휴식을 취하기 힘들다. 숙박기간은 미리 정할 필요가 없다. 일단 며칠 동안 지내보고 더 연장할 것인지는 그때 정해도 늦지 않다. 사람 마음은 늘 바뀌게 마련이다. 또 한 가지, 숙소를 서로 바꿔서 지내는 방법도 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능하다. 이동을 많이 하지 않으면 경비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
추천할 수 있는 대표적 해외숙박사이트
에어비앤비www.airbnb.co.kr
트립어드바이저www.tripadvisor.co.kr
익스피디아www.expedia.co.kr
부킹닷컴www.booking.com
여행 경비 줄이는 방법
우리나라 환율을 기준해서 환율이 낮은 나라를 선택하면 된다. 참고로 동유럽이나 발트 3국은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피서철의 유명 관광지를 피하는 것도 경비를 아끼는 방법이다. 환율이 낮은 나라라도 피서철에는 여행객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행태가 일상화되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선진국도 다르지 않다.
신용카드와 현금,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여행 중에 쓸 카드는 미리 만들어가는 게 좋다. 분실이 염려되겠지만 해외 현지인들이 한국에서 만든 카드를 쓸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비상시에 쓸 현금은 옷 속이나 자신만 아는 비밀스러운 곳에 넣어둔다.
여행 가방은 최대한 간편하게 싸라
여행은 가볍게 해야 한다. 휴식을 하러 떠난 여행지에서 많이 가져간 짐 때문에 이런저런 부담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럽의 골목들은 한국과 달리 엄청나게 울퉁불퉁하다. 옛것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기에 결코 편한 길이 아니다. 부족한 물품은 현지에서 구입하면 된다. 실제로 의류 등은 한국보다 훨씬 싸다.
최악의 영어 실력, 여행지에서 괜찮을까?
각 나라별 언어를 익힐 시간은 없다. 영어만 할 줄 알면 어디선가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영어 실력이 최악이라면 짧고 간단하게 말하면 된다. 어린아이가 이해할 정도로 쉽게 언어를 구사하면 상대가 충분히 알아듣는다. 영어권이 아닌 나라의 현지인들도 영어 실력은 나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니 영어를 못한다고 절대 고민하지 말라. 무엇보다 전 세계 공용어인 ‘제스처’가 있으니 여행에 있어 언어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해본 적 없는 배낭여행, 어떻게 하나?
모든 일이 숙달되기까지는 누구나 초보 시절을 겪어야 한다. 처음부터 베테랑은 없다. 패키지여행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배낭여행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생하고 돈 많이 쓰는 여행을 왜 하는지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배낭여행의 매력을 백번 설명해봤자 입만 아플 뿐이다. 그러나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지금이라도 바꿔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방법이 있다. 패키지여행을 자유여행으로 바꾸면 된다. 패키지여행을 가서 가이드 안내대로 따라다니지 않고 일행들에서 빠져나와 자유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패키지여행 반 자유여행 반으로 구성된 이색적인 여행 프로그램들이 많다. 패키지여행이 온전한 배낭여행보다는 안전성을 보장해주니, 그렇게 몇 번 실행해보라. 어느새 배낭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여행자 보험, 반드시 들어야 하나?
여행자 보험은 3개월을 기준으로 한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 지역 경찰서에 가서 확인서를 받아오면 된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험을 청구하면 의외로 황당할 때가 많다. 잃어버린 물건 가격에 상관없이 소정의 액수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물건 변상은 기대 이상으로 박하지만 한 푼도 못 받는 것보다는 낫다. 또 현지에서 몸이 아플 경우 병원에 가는 데 도움을 준다.
강도를 만났을 때 대처법
여행지에서는 가끔 ‘강도’를 만나기도 한다. 특히 치안이 안 좋은 나라에서는 강도를 만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여행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지의 도둑들은 혼자 행동하지 않고 대부분 두세 명이 함께 움직인다. 이들은 처음에는 ‘여행자’인 척하고 따라 붙는다. 그러고는 경찰이라고 하면서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이럴 때는 재빨리 상황 판단을 해야 한다. 제복을 입었는지 확인부터 하라. 말대꾸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그들의 허점을 먼저 공략하면 된다. “제복을 입지 않았군요?”라고 말하거나 ‘경찰 증명서’를 보여달라고 하면 그들은 도망가기 바쁘다. 동양인들에게 접근하는 이들은 ‘푼돈’을 뜯으려는 자들이지 사람까지 해치려는 생각은 안 한다.
예방접종주사, 꼭 맞고 가야 하나?
예방접종을 하고 가면 훨씬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방주사 비용은 생각보다 비싸다. 특별히 ‘위험지역’이라는 보도가 없는 나라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지역을 자주 이동하지 않는다면 전염병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아플 때 도움 받는 법
현지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 젊은 약사가 있는 곳을 선택하라. 나이든 약사는 대부분 영어를 잘 못해서 설명이 어렵다. 현지에서 병원에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픈 곳에 대해 유창한 영어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치료를 안 해주는 병원도 있다. 이럴 때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민박집 도움을 받아라.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인터넷으로 찾으면 가능하다.
교통수단 이용 방법
여행지에서 이동은 필수다. 인터넷으로 미리 교통 정보를 알아보고 가겠지만 이 방법보다 유용한 것은 현지에 도착해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찾는 것이다. 친절한 가이드가 있는 곳도 있고 달랑 지도 한 장만 주는 곳도 있다. 상황에 따라 가이드에게 질문을 하면 된다. 특히 어려운 지명은 발음이 어려워 상대가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으니 메모지에 써서 보여줘라. 그들은 전문가다. “싼 것을 원한다”고 말하면 2클래스를 알아서 척척 끊어줄 것이다. 이런 과정이 익숙해져도 직접 티켓 창구로 가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라. 자동기계를 잘못 이용하면 티켓 값을 순식간에 날릴 수 있다. 티켓을 발부받으면 정확한 날짜에 예약이 되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날짜가 아닌 ‘이틀 뒤’라는 식으로 말하면 그들의 날짜 계산이 잘못될 수도 있다.
여권을 잊어버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여행 중에 여권은 생명줄과도 같다. 복사본을 준비해가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여권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증명사진 두 장 정도는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여권을 잃어버리면 가까운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는데, 큰 도시의 경찰서는 이런 과정이 훨씬 복잡하게 진행된다. 그래서 작은 파출소를 선택해서 신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고 후 그 나라의 수도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면 임시 여권을 만들어준다. 계획했던 여행 날짜만큼 충분히 머물 수 있다.
국세환급금(Tax Refund) 받는 요령은?
여행지에서 특산물을 살때는 ‘Tax Refund’가 표시된 현지 숍에서 사라. 물건을 구매했다고 말하면 영수증을 발급해준다. 말하지 않으면 절대 영수증 발급을 안 해준다. 영수증은 모아놨다가 마지막으로 여행하는 나라 공항에서 제출하면 된다. 대부분은 자국의 영수증만 환급해준다. 다른 나라의 영수증은 ‘Tax Refund’ 바로 옆에 있는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푼돈이라도 아끼면 적지 않은 돈이 된다.
기타 주의해야 할 사항들
여행지에서는 늘 변수가 있다. 이럴 때는 벌어진 상황에 맞춰 계획을 빨리 바꿔야 한다. “끝까지 해볼 테야” 하는 고집이 더 큰 변수를 일으킬 수 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에 한국에 비상연락책을 두어 명 구해놓는다. 현지에서 일이 생기면 필자의 블로그(www.sinhwada.com)에 댓글을 남겨도 된다. 인터넷의 세상은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고 가깝고 빠르다.
건강을 위해 도시락을 먹는다고 하면 의아할 것이다. 도시락은 편리하고 손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만큼 맛과 영양은 부실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저 가볍게 한 끼 때우기 식사가 아닌 내 건강상태까지 고려한 맞춤 도시락이라면 어떨까? 물론 가장 중요한 ‘맛’을 빼놓을 수는 없다. 프리미엄 도시락 전문점 ‘바빈더박스’에서 찾은 맛과 건강, 그리고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계기로 본지 제작에 참여한 김홍관 시니어 인턴기자가 직접 체험하며 맛본 도시락 후기까지 담아봤다.
‘대한민국 액티브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5060세대의 고민 1위는 ‘건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운동이나 음식을 통해 건강을 챙기려는 이는 많지만, 꾸준히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가 있거나 다이어트를 결심하면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음식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건강을 위해서라지만 번거로운 일이라 관리에 소홀해져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바빈더박스의 장대근 대표는 이러한 식단 관리의 불편함은 줄이고 맛과 건강을 더할 방법으로 ‘도시락’을 제안한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면서 맛과 영양까지 담아내기 위해 ‘건강한 조리법’과 ‘엄선된 식재료’를 원칙으로 삼았다.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후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미슐랭 셰프들에게 요리를 사사한 장 대표는 음식이 우리 몸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길로 운동학을 배우며 헬스 트레이너와 크로스핏(고강도 복합운동) 자격증을 따는 등 음식과 운동 두 분야를 고루 섭렵했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는 개인의 입맛과 건강을 고려한 맞춤형 도시락 상담이 가능하다. 도시락은 원하는 기간, 시간, 횟수 등을 정해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어 꾸준한 식단 관리에 유용하다. 장 대표는 “중·장년의 경우 커다란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는 일상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능적인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필수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으면서도 자극적인 맛은 줄인 도시락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처럼 여기는 도시락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수비드(sous-vide, 저온 진공조리) 공법으로 재료의 식감과 영양을 살렸다. 인스턴트 도시락에는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튀김 메뉴가 주로 쓰이지만, 바빈더박스 도시락에는 튀긴 음식은 찾아볼 수 없다. 재료의 수분과 영양소 파괴를 줄일 수 있는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하면 손은 더 많이 가지만 시간이 지나 도시락을 먹어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지 않고, 유기농 채소 등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 ‘도시락이라는 작은 공간에 자연을 가득 담아 정성을 선물하겠다’는 게 그들의 모토(motto)다.
새해를 맞아 건강 식단 관리를 염두에 두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김홍관 시니어 인턴기자가 나섰다. 직접 자신의 상태를 토대로 상담을 받고 그에 맞춘 도시락을 주문했다. 조리해서 바로 먹지 않는 도시락의 특성상 포장 후 5시간 뒤에 맛보았다.
◇ “비타민과 영양은 올리고, 염분과 당분은 낮추고” (61세 남성 시니어, 기자 본인)
이번 탐방은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수제 도시락 전문점에서 이루어졌다. 자신의 체형, 건강상태, 입맛 등을 고려한 맞춤형 도시락 주문이 가능해 육식을 줄인 채식 위주의 식단을 요청했다. 상담 결과 단백질과 비타민 성분이 풍부하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생굴해산물볶음 도시락을 추천받았다. 신선한 생굴과 더불어 주꾸미, 홍합, 야채 등이 어우러진 메뉴다. 시중에 파는 도시락은 물기가 별로 없는 반면, 본 도시락은 재료 본연의 수분을 함유하는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해 식감이 부드러웠고 맛도 좋았다. 반찬은 오징어젓갈, 매실절임, 배추김치, 소고기장조림 등이었다. 간이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해 먹기 편했다. 밥은 곤드레나물밥이었는데, 볶음밥처럼 수분이 없고 꼬들꼬들했다. 도시락에 담기 전 팬에 볶아내기 때문인데 상담 시 요청하면 부드러운 밥으로 받아볼 수 있다. 도시락 용기가 환경호르몬이 발생되지 않는 무해한 재질이라 시간이 지나 온기가 없는 음식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도 된다고 한다. 도시락 용기와 포장 디자인은 우리나라 전통 문양인 문창살을 형상화해 고급스러워 보였다. 기본 메뉴에 국물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 역시 컨설팅 과정에서 된장국 등을 추가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은 주문 메뉴에 따라 차이가 난다. 기자가 주문한 도시락 가격은 1만2000원.
◇ “굶지 않고 맛있게 즐기는 다이어트 도시락” (60세 여성 시니어, 다이어트 중)
저칼로리, 저지방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도시락을 주문했다. 컨설턴트는 바빈더박스의 메뉴 중 여성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헬스메뉴’를 제안했다. ‘헬스메뉴’는 기름기가 없고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닭가슴살이 담긴 샐러드다. 비타민과 칼슘이 풍부한 미니 양배추, 그린 빈, 방울토마토, 케일, 아마란스 등 신선한 채소와 말린 과일이 들어 있다. 닭가슴살과 채소는 40~60도에서 저온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해 수분기가 많았다. 촉촉한 닭가슴살과 신선한 채소 본연의 맛과 향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샐러드드레싱은 과카몰리와 오리엔탈소스가 제공된다. 과카몰리소스는 아보카도로 만들어 걸쭉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 오리엔탈소스는 간장을 베이스로 해 가볍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주문한 도시락 가격은 8000원.
△ 도시락 문의 www.babindbo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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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점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6 (02-336-8180)
기능성 신발은 어느 틈엔가 우리 일상의 익숙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신발을 단순한 멋내기용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열쇠로 여기게 된 덕분이다. 기능성 신발을 다루는 멀티숍 릴라릴라는 현재 전국 3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 체인으로서 그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이재훈 대표를 만나 기능성 신발의 미래와 포부를 들어봤다.
릴라릴라의 이재훈 대표는 SK종합상사에서 의류 수출 일을 하면서 자신의 적성이 유통 쪽에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확신이 들어 공부를 하다 보니 미국에서 글로벌 패션 매니지먼트까지 익히게 됐다. 그 과정에서 연구를 거듭해 마침내 ‘기능성 컴포트슈즈 멀티숍’이라는, 한국에 없던 사업 모델까지 발굴해냈다.
“릴라는 휴식을 뜻하는 릴랙세이션(relaxation)에서 온 말입니다. 해외에서도 편안함을 강점으로 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말이기도 해요. 기능성 신발을 파는 멀티숍이니 편안하다는 느낌을 쉽게 주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이제 7년 차. 이재훈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본다.
“대형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26개 브랜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지금보다는 네 배 정도 더 브랜드 런칭을 하는 것이 1단계 목표예요. 그리고 기능성 신발을 찾으러 전 세계를 다니다 보니 기능화 시장이 시니어 케어로 이어지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발 근육이 사라진 부분을 지지해 보행을 도와주는 로봇 같은 제품들도 나오고 있어요. 그런 제품들을 렌털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의료 비즈니스로 가는 게 2단계 목표죠.”
건강을 최우선으로 편안하고 멋진 제품을 선택
스포츠의학 비즈니스로의 확장도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 대표가 제품을 고를 때 중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건강’이다. 그리고 그다음이 ‘편안하게’, 마직막이 ‘멋지게’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기준에 맞춰 제품 개발이 잘된 신발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2017년의 초점도 가장 핵심은 발 근육 부분입니다. 근육이 없으면 골격이 틀어지고 작은 골절이나 내부적 손상에도 통증을 견딜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근육이 유실되지 않도록 잘 걸을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목표죠.”
릴라릴라의 판매 철학에는 고객을 위한 정확한 컨설팅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대표는 기능성 신발의 특성상 편안한 부분에 대한 내용을 고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한 풋컨설팅 매니저 서비스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좋은 상품을 개발하거나 찾아내는 것은 본사와 제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죠. 그리고 운영팀은 고객의 상태를 잘 캐치하여 맞는 제품을 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건강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해요. 그래서 4단계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시니어 마음은 시니어가 되어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릴라릴라의 매장의 풋컨설턴트 매니저들의 전반적인 연령대는 높은 편이다. 이 대표는 매니저들이 주로 50대 중반 이상이며 자신도 그 연령대의 직원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릴라릴라는 고용 면에서도 사회적인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 교육은 교육을 받는 본인이 직접 체험하고 공감할 때 훨씬 더 효과가 좋습니다. 기능성 신발에 대해 관심이 높은 연령대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러한 판매 접점 교육이 가능합니다.”
고객의 건강을 밀도 높게 파악하여 셀렉션해야
기능성 신발 시장은 독일과 미국, 일본에서 그 저변이 크게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쪽에서 나오는 라인업과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기에 릴리릴라가 그보다 못하지 않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저도 젊었을 때는 신발을 패션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발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건강한 보행을 위한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에 트러블이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제품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신고 다닙니다. 훨씬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있는데 아쉽습니다.”
사실 그의 말처럼 불편한데 마치 기능성 신발인 것마냥 얘기되는 제품들이 많다. 그런 제품들이 많다는 것은 대안도 그만큼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쪽 시장으로 당연히 고객들이 올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대안이 없어서 불편해도 그런 신발들을 신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업을 할수록 단순한 소개보다 고객의 건강을 꼼꼼하게 살펴 셀렉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대안이 있는데, 잘못된 부분을 잘 설명해드려야 하는데 설명을 잘 못할 경우 아쉽더군요. 그리고 저희가 지금 가진 제품들로 고객의 이슈를 커버할 수 없을 때도 안타깝습니다.”
보다 다양한 기능성 신발 추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60대에서 90대에 속하는 시니어들의 발 건강에 관한 연구들이 폭넓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많은 이들도 공감하고 있다. 현재 이 역할을 릴라릴라가 선도적으로 해나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독일이나 일본은 신체 움직임에 맞는 스포츠화의 발달이 많이 돼서 스포츠화와 제화가 합쳐진 제품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은 유수의 몇몇 체육대학교에서 일정 부분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아직 활성화는 안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구상 중입니다. 독일과 일본 사례도 계속 알아보고 있어요. 확실하게 세팅이 되면 국내에서도 이 부분을 연구하는 분들과 함께 작업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7년의 작은 성공들을 주춧돌로 삼아 100년을 내다보고 고령화 시대에 편하고 건강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로 승부하겠다는 그의 바람이 순풍에 돛 단 듯이 힘차게 나아가길 응원한다.
이재훈 대표는 ‘릴라릴라’ 브랜드를 밀어주는 고객들에 대한 보답으로 상품에 내재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발업을 하는 부친의 사업을 보며 배운것이 신발의 핵심은 편안함이라 말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감격에 젖은 백전노장은 손을 번쩍 들어 객석과 무대를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정확히 27년 만의 커튼콜. 과천시민극장의 연극는 백발이 돼 돌아온 노배우의 재기와 시민들의 소망을 이루어준 ‘꿈의 무대’였다. 두려움을 떨치고 조명 앞에 당당하게 선 그들만의 이야기는 밤새도록 끊일 줄 몰랐다.
과천시민극장의 다섯 번째 연극
작년 12월 1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 공연을 이틀 앞둔 극장 안은 긴장감과 설렘이 감돌았다. 소품을 나르고 무대를 걷는 시민배우들의 모습에서 전문배우 못지않은 집중력마저 느껴졌다. 과천시민극장은 작년까지 5기수의 시민배우를 배출했다. 작년 9월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5기 시민배우 12명을 선발했고 출연자가 많은 의 특성상 시민배우 1기에서 4기까지 총출동해 공연을 완성했다. 시민극장이라 해서 수준 이하일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 극단 ‘모시는 사람들(모들)’의 전문배우들이 시민배우를 도와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백제예대 방송연예과 서민희 교수의 연출, 극단 모들 이재훤 배우의 연기 지도로 전문성을 한층 올렸다. 오랜 호흡을 맞춰온 과천시민극장의 음향과 조명, 무대 스태프 또한 꼼꼼하게 무대를 챙겼다. 과천시민극장의 드림팀은 직장인·주부·선생님·학생, 20대에서 60대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배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무대가 그리웠던 그가 돌아왔다, 연극배우 전한원
본지 지난해 11월호 ‘브라보가 만난 사람’에서 찾아뵀던 김정숙 연출가는 인터뷰 당시 시니어 연극을 이야기하다 과천시민극장에 참여하는 60대 배우를 언급한 바 있다. 젊은 시절 연극을 그만뒀던 김정숙 연출가의 극단 선배가 시민배우로 돌아왔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공부를 열심히 하셔서 이제 진짜 배우가 될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가 바로 무대감독 역의 전한원(65)이다. 전한원은 1989년 연극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계를 떠났다. 이후 평범한 가장과 직장인으로 살아온 그는 은퇴 후 그렇게나 그리워했던 무대로 돌아왔다. 시민극장을 통해서다.
“연극을 그만둔 뒤 대학로를 지나갈 때면 고개를 돌리고 다녔습니다. 아예 그곳에서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어요. 집에서는 드라마도 안 봤습니다.”
이 작품에서 무대감독은 이 연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배역. 30년 가까이 무대를 떠났던 그에게 맡겨졌다.
“부담스러웠어요. 대본을 딱 읽어보고 이것은 내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배역이 주어지고 나니까 두렵고 떨렸습니다. 배역 소화를 잘 할 수 있을까? 원래 제가 자신감 덩어리인데 말입니다(웃음). 연습 과정에서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고 또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옛날에 내가 배우였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조금 편해졌습니다.”
는 사람이 죽고 사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삶의 깊이를 아는 배우가 필요했다. 무대감독은 전한원이 적역이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노련했고 연기는 더욱 깊어졌다. 은퇴 뒤 넉넉한 웃음과 기품 또한 넘쳤다.
이제 연극이든 영화이든 무조건 도전할 겁니다
에서 의사 깁스 역의 권용각(57)씨는 충훈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잘생긴 이목구비에 나긋하고 지긋한 목소리에 정확한 발음까지. 배우가 아닌 교사가 본업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권용각씨도 한때 연극과 멀지 않은 곳에서 살았다. “국어국문학이 전공이지만 대학교 때 연극을 했습니다. 졸업하면서 국립극단에 들어가 연출을 하다가 나왔어요. 과천여고에서는 연극부를 만들어 학생들이랑 연극도 했고요. 대본을 외워 아이들과 하는 독서모임에서 모노드라마 연기도 했습니다. 시민극단은 우연히 오디션 공고를 보고 들어오게 됐습니다.”
작년 2월 권용각씨는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심근경색이었다.
“제가 수술을 한 다음 심근경색으로 죽은 사람을 세 명이나 봤습니다. 아플 때 생각한 것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한번 해보자’였습니다. 그래서 시민배우에 도전했어요. 지금 너무 행복해요. 무대 위에서 걸어 다니는 게 너무 좋아요. 저는 바로 시작할 겁니다. 안 되면 영화 엑스트라나 하고 다니지요 뭐.”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대기할 때 앉아 있었던 의자와 자신의 그림자를 카메라에 담던 권용각씨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덤덤하게 무대를 거닐던 모습. 이제 아이들의 선생님에서 만인의 배우로 거듭날 것이다. 과천시민극단에서 만난 시민배우들은 직업만큼이나 각자의 이야기 또한 다양했다. 배우의 꿈을 이루고 싶은 전업주부, 전직 연극배우였다가 아이를 다 키우고 다시 돌아온 여배우, 은퇴 후 배우가 되겠다는 직장인, 요가 선생, 방과 후 선생님,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 속에 농사를 짓다가 오디션에 참가한 배우 등 과천시민극장의
는 사연과 사연이 만나 아름다운 공연을 만들어냈다. 행복한 시민배우들의 공연, 올해 또 이어지기를 바란다.
☞연극
연극 는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 주의 그로버즈 코너즈라는 가상의 마을에서 1901년에서 1913년 사이에 일어난 평범한 일상을 의사인 깁스와 지방신문 편집장 웹의 집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연극이다. 극중 주인공인 조지 깁스와 에밀리 웹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죽음을 통해 담담하지만 소중한 하루하루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눈부신 조명 아래 화려한 런웨이 위를 당당하게 워킹하는 모델을 보면 ‘나도 저렇게 폼 나고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골드스톤 그룹의 대표이자 시니어 모델로 활동 중인 김성훈(56)씨 역시 또래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느끼곤 한다. 고맙고 즐거운 일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되고 노력할 것도 많다. 박수갈채를 받는 빛나는 겉모습 이면에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해온 그의 속사정 그리고 패션에 대한 애정을 들어봤다.
, 등 영화 속 영웅들은 평상시 유능한 회사 경영자이지만, 사건·사고가 생기면 슈트를 갈아입고 나타나 악당을 물리친다. 그들의 변신을 한눈에 알아보게 하는 것은 바로 패션. 화려한 망토나 로봇 슈트는 아니지만 김 대표 역시 패션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만끽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모습 중 하나였어요. 회사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망토를 두르고 슈트를 입고 ‘부우웅’ 하고 나가서 악당들과 싸우는 영웅! 우연히 찾아온 시니어 모델의 기회이지만, 그런 판타지를 채우고 있죠. 옷을 갈아입고 무대와 카메라 앞에 섰을 때의 쾌감과 스릴이 정말 대단해요.”
2011년, 평소 준비성이 철저한 그는 다가올 인생 2막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시니어 모델’에 대해 알게 됐고, 50세의 나이로 시니어 모델계에 입성했다. 여자 모델에 비해 남자 모델의 수가 극히 적은 시니어 모델들 사이에서 패셔너블하고 끼가 충만한 그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댄스스포츠를 10년 정도 배웠거든요. 그러다 보니 워킹이 자연스럽고 포즈를 취해도 선이 잘 살더라고요. 그 덕분에 패션쇼에서 메인 모델로 설 기회가 많았죠.”
탐나는 삶, 티 내지 않고 살기
자신의 관심사인 패션을 드러내면서 끼와 매력을 뽐낼 수 있기에 즐겁기도 했지만 우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았다. 그의 본업인 회사 경영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활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회사의 대표로서 긴장하거나 엄격해야 할 때가 있는데 ‘우리 대표는 모델 한다고 일에 소홀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곤란하잖아요. 직원들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 내 즐거움만 생각할 수는 없죠. 또 경쟁업체 등에서 그런 부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 있으니 사생활에서도 행동에 주의하려 해요.”
회사 대표로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이지만,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는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려 한다. 화려하게 비치는 모델의 특성상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 자신의 즐거움을 드러내는 게 다른 이에게는 불편함이나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다.
“처음 한두 번 모델로 설 때는 주변에 자랑도 하곤 했는데, 계속 그러니까 친구들도 반기는 표정이 아니더라고요. 내가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어엿한 회사 대표인 데다가 모델까지 하니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볼 땐 부러울 수도 있고, 약이 오를 수도 있겠죠.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모습을 드러내는 게 관계에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마음은 그게 아니라도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즐기고 신중하게 행동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아내까지 그의 인생을 탐낸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의 모델 활동을 우려했던 아내가 자신도 시니어 모델로 무대에 서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것.
“집사람이 저한테 모델 활동 이전이랑 이후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람이 참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표정이며 분위기가 훨씬 여유롭고 밝아졌다면서요. 특별히 피부 관리를 하거나 머리를 심은 것도 아닌데 내가 봐도 얼굴이 참 좋아졌어요. 그런 변화를 느낀 아내가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무대에 나와 함께 서고 싶다는 거예요. 물론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죠.”
최고의 패션 아이템은 ‘건강한 몸매’
어릴 적부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그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쇼핑이라고 한다. 시간이 나면 백화점이나 아웃렛에 들러 트렌드를 살피며 스트레스도 풀고 패션 감각을 키운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 중에는 해외 명품 패션 관련 분야도 있어 패션 트렌드에 대한 지식과 안목이 남다르다. 그런 그의 ‘패션 포인트’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포인트를 안 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꾸며보려고 욕심내다가 오히려 촌스럽고 어색해 보일 수 있거든요. 넥타이나 행거칩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포인트는 시계 정도로 하나만 살리고 나머지는 톤을 맞추는 정도로 마무리하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때와 장소에 맞게 연출하는 겁니다. 요즘 중·장년 대부분이 어디서든 등산복을 애용하잖아요. 저마다 개성과 매력이 다른데 등산복이라는 테두리 안에 가두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산에 갈 때는 등산복을 입더라도 크루즈 여행을 갈 때는 드레스도 입어보고, 고궁 나들이 갈 때는 한복도 입어보고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해야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데 도움이 돼요.”
그가 시도 중인 패션은 영화 의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 스타일이다. 슈트 버튼이 양쪽으로 나란히 있어 허리선이 드러나기 때문에 배와 등의 군살이 없어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
“제 패션 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한 보디(body)예요. 몸매가 돼야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나고 멋스럽거든요. 그래야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할 때 자신감도 붙고 그러면서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되죠. 그러면 삶이 더 즐겁고 행복해져요. 물론 지금 내 몸매가 그런 상태는 아니지만, 오히려 목표가 있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더 즐거워지곤 해요. 자신만의 롤 모델이나 위시 리스트를 갖는 것도 중요하죠.”
새해부터는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해 꼭 ‘킹스맨 슈트’를 입겠다는 그는 원하는 옷을 입기 위한 노력이지만 육체적·정신적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에게 롤 모델은 누구냐고 물었다.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패셔니스타 닉 우스터 등도 롤 모델이라 할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배트맨이 가장 완벽한 제 롤 모델 아닐까요?”
뮤지컬 하면 관객들은 기본적으로 신나는 음악에 짜릿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완벽한 해피엔딩을 생각한다. 창작 뮤지컬 은 뮤지컬 상식을 깨고 실질적으로 관객의 의식 속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길에 버려지고, 이용당하고 또 주인이 잃어버린 유기견의 처절한 생활, 뮤지컬 속 노래와 대사를 통해 그들의 피할 수 없는 슬픈 삶의 끝을 조명해본다.
잔뜩 녹이 슬은 철창 안으로 꾸며진 무대. 이곳은 유기견 보호소다. 버려진 개의 종류도 다양하다. 여행가방 속에 버려졌던 푸들, 투견장 진돗개 ‘진’, 폐기 처분된 군견 셰퍼드 ‘중사’, 그리고 강아지공장 모견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던 말티즈 ‘마티’까지. 다양한 학대와 이유로 들어온 유기견의 일상과 아픔이 공연 속에 펼쳐진다. 어두운 밤. 한 마리의 새 유기견이 들어오면 보호소에 있던 유기견 중 한 마리는 입양 보내진다. 유기견들은 보호소에 후원된 다양한 사료를 먹고 더욱더 예쁘게 돼 새 주인 만날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그 문이 도대체 어디로 통하는지는 오직 셰퍼드‘중사’만 알고 있다.
뮤지컬 은 SBS 프로그램 속 코너 ‘더 언더독: 개를 버리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반향이 컸던 인기 프로그램이 소재였기에 계획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유기견의 안락사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흥행 양극화가 분명한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은 말 그대로 모험. 절대 즐겁게 웃고 손뼉 칠 뮤지컬이 아니다. 극 초반 멋진 군무와 주연 배우의 솔로곡 열창으로 박수가 터지지만 극에 몰입하면서 손보다는 눈이 무대에 집중하게 된다. 모견으로 강아지공장에서 숱한 학대를 받아온 강아지가 노래를 부르는데 박수 치기가 미안할 정도. 뮤지컬이라는 매개로 극을 만들었지만 떠들썩하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게 사실에 근접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새끼 잃은 만신창이 엄마 말티즈 ‘마티’
말티즈의 실제 끔직한 모습은 TV 프로그램과 각종 포털사이트에 보도된 사진을 통해서 접했을 것이다. 동그란 슬픈 눈의 말티즈 배는 수십 번의 강제 임신·출산으로 해지고 뜯겨 있었다. 에서 하얀색 털 가운을 입고 힘없이 등장한 말티즈 ‘마티’가 바로 강아지공장에서 구조된 모견이다. 무대 뒤 영상은 강제적인 임신과 출산으로 최악의 삶을 사는 모견 ‘마티’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티는 살아갈 힘을 잃은 생명처럼 죽기를 바라고 아파하고 힘들어 신음한다. 실제로 불법 유통되는 강아지공장의 새끼는 어미와 35~40일도 같이 못 있고 경매장으로 팔려 나간다고. 공연 속 모견 ‘마티’는 강아지로 보이는 인형을 안고 다니며 애착을 보이고 분리불안증에 시달린다. 맹인견 늙은 골든리트리버는 눈이 멀어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극 후반에 안락사되는 골든리트리버는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도 주인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주인을 위해 평생을 바친 맹인견은 다시 하늘로 가 주인과 만날 날을 꿈꾼다.
사설 보호소가 아니면 차갑고 딱딱한 그곳에 누워야 한다
유기견이 보호센터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은 10일에서 많게는 20일 전후다. 이들이 그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입양 혹은 안락사다. 극 초반, 신이 나서 한 유기견이 사람을 따라 보호소 밖으로 달려나간다. 다다르게 되는 곳은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는 차가운 스테인리스 탁자 위. 너무 기쁘게 유기견 보호소를 뛰어나왔지만 주인이 아닌 주삿 바늘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5분 뒤 신나게 달리던 몸은 생명을 잃는다. 몸이 늘어진 채 커다래진 동공 속으로 자신이 살았던 세상의 마지막 장면을 담아낼 뿐이다.
뮤지컬 은 유기견과 학대 받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박수갈채를 연발하고 신나서 소리 지르는 공연을 생각하고 공연장에 들어간다면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대형 뮤지컬에 현실 상황을 적극 반영했다는 것만으로도 은 신선한 도전이다. 무엇보다 은 착한 공연으로 불리며 공연 외 유기견을 위한 다양한 봉사와 사회 계몽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공연장 로비에는 반려견을 맡겨놓고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반려견 돌봄 서비스를 운영한다. 또한, 유료 티켓 1매당 사료 100g이 자동으로 기부되는 ‘유기견 후원 프로젝트’ 등 다채로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웃고 즐기는 뮤지컬을 넘어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볼 수 있는 공연의 등장이 반가울 따름이다. 물론 시니어에게도 뮤지컬 을 권할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유기견이 되는 순간 벌어질 끔찍한 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공연은 2월 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