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어떻게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다 보면 필자의 최근 활동을 말하게 된다. 며칠 후 있을 음악회, 해외여행 정보, 문화센터 입학 정보 등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다. 그러면 자기도 끼워달라며 사정하는 지인이 꼭 있다.
그러면 뒤늦었지만, 음악회 주관하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잘 알아 특별히 몇 장 더 부탁한다. 보통 15만원~20만원짜리 초대권이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해외여행도 인원 제한이 있어 인솔자에게 특별히 인원 추가를 부탁해야 한다. 보통 성의가 아니다. 문화센터도 선착순 인원 제한이 있고 마감일이 있다. 평소 바쁜 탓에 기억력이 깜빡깜빡하기도 해서 얘기 나온 김에 술자리에서 바로 담당자에게 연락해 부탁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초대권을 구해줬는데 연락도 없이 안 나오는 사람이 있다. 기다리는 사람은 피가 마른다. 전화해보면 깜빡 잊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시간이 늦어 그냥 집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차가 너무 막힌다며 필자에게 신경질을 내며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람도 있다. 대중교통이 편한데 굳이 차를 끌고 오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정중하게 못 오는 사유를 문자로 보내온다. 결과는 마찬가지다. 뒷수습을 하면서 초대자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그다음부터는 다른 사람 초대할 생각 안 하고 아예 혼자 간다. 믿을 사람은 필자밖에 없는 것이다.
해외여행도 그렇다. 술자리에서는 기대에 부풀어 현지 얘기로 꽃을 피웠는데 며칠 지나고 나면 마음이 변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못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술자리에서 한 얘기들은 뭔가? 이번에도 뒷수습을 해야 한다. 인솔자는 필자를 믿고 다른 사람을 안 받았으니 필자가 다른 사람을 섭외해 채워야 한다.
문화센터 초대권도 마찬가지다.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라서 담당자에게 특별히 부탁해놓았는데 막상 그날이 되면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답이 없다. 나중에 연락이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인터넷 신청서에 사진을 넣어야 하는데 할 줄 몰라서 포기했다,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 다음 기회에 하겠다 등등 그 이유도 많다. 미안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정보를 전달해주고 싶지 않다.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알아서 찾으면 몰라도 도와줄 생각이 없다.
시니어들의 약속은 현역 때처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안 지켜도 그만이지만, 기분에 젖어 약속을 했다가 술 깨면 마음이 달라지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사람 앞에서는 아예 입을 다물게 된다. 만남도 기피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그것이 더 큰 문제다.
“다음에는 꼭 불러달라”고 하지만 탈락이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음에도 또 펑크를 내거나, 초대자에게 고마움도 표시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 자격이 없는 것이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기 마련이다. 목이 마르지 않은 사람에게 굳이 오아시스를 가르쳐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체코, 오스트리아, 폴란드에 끼인 지리적 위치 때문에 ‘유럽의 배꼽’이라 불리는 슬로바키아는 한국인에게 여행지로 잘 알려진 곳이 아니다. 유명세는 적지만 매력이 폴폴 넘치는 곳. 사람들은 흥이 많고 무엇보다 물가가 싸니 이보다 좋은 곳도 드물다. 한국 기업들이 속속 자리를 튼 이유일 것이다.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유럽에서 가장 작은 수도다. 시내라고 해야 차로 2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11세기의 브라티슬라바 성에서 다뉴브 강 조망
한국의 많은 이가 아직도 슬로바키아를 ‘체코 슬로바키아’로 안다. 현지인들에게 나라 명을 잘못 말하면 발끈하면서 다시 일러줄 것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1993년 1월 1일, 독립국으로 분리되었다.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시내는 걸어서 여행해도 충분하다.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호조로 광장에는 대통령 관저가 있다. 1760년에 건축된 그라살코비크 궁전을 현재 관저로 이용하고 있다. 광장에서 고개를 들면 브라티슬라바 성이 보인다. 테이블을 거꾸로 놓은 듯해서 ‘테이블 캐슬’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납작한 사각형 상이 뒤엎어져 상다리 4개가 솟아오른 듯하다. 11세기에 지어진 후 1800년대 헝가리의 지배 때 파괴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된 성이다. 성안에 스바토플룩
1세와 모라비아인 동상이 있는 것은 당시 모라비아의 영토를 최대로 확장시킨 가장 위대한 군주였기 때문이다. 성 내부는 갤러리로 이용하고, 외부에는 성녀 엘리자베스의 동상과 부서진 유적들이 흩어져 있다. 무엇보다 성 니콜라이 교회의 첨탑 밑으로 보이는 구시가지의 지붕들, 다뉴브 강을 잇는 노비 모스트(Novy′ Most, 새로운 다리란 뜻), 성곽 옆으로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변 풍치가 아름답다. 간헐적으로 운행되는 도심 투어용 빨간 꼬마 열차도 예쁘다.
중세의 물결 일렁대는 올드 타운에 남은 교회와 건물들
성곽을 비껴 조약돌이 박힌 옛 골목길을 걸어 성벽 샛길로 들어서면 올드 타운이다. 성벽 앞에는 십자군 중세 군인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관광객들에게 체험을 유도하고 있다. 카피툴스카 좁은 골목에서 만난 바는 와인이 맛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포도 줄기를 넝쿨 채 치장했다. 해묵은 골목 바에 앉은 연인들의 속닥임이 잘 숙성된 포도주 향처럼 진하게 번진다. 회색빛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 마르틴 대성당(2002년 국가문화재로 지정)은 웅장하고 고풍스러움이 가득하다. 무려 230여 년(1221~1452)에 걸쳐 완성된 성당에서는 합스부르크 왕 11명의 대관식이 치러졌고 베토벤(1770~1827)이 4년 동안 매달려 만든 ‘장엄미사(1823년 완성)’가 초연되었다. 이 도시를 사랑한 베토벤은 ‘월광 소나타(1801년 작곡)’를 만들었다.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살아생전 15번이나 방문했다. 특히 브라티슬라바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리스트는 사망하기 1년 전(1885년)에도 이 성당을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영혼의 안식을 찾곤 했다고 한다. 또 성 프란시스칸 교회와 성녀 엘리자베스를 봉헌한 성 엘리자베스 교회도 유명하다. 특히 성 엘리자베스 교회는 유명한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로 건물 내·외부가 모두 푸른색이라 ‘블루처치’라고도 불린다. 헝가리 왕 앤드류 2세의 딸인 엘리자베스 공주는 14세에 독일 튜링가와 정략결혼을 했으나 20세에 미망인이 된다. 이후 그녀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해 혼신을 다 바쳤다.
골목 속에 숨은 스토리텔링 조각상 찾기
올드 타운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골목은 더 규칙 없는 미로다. 국민 시인, 파볼 오르사그 흐비에즈도슬라브(1849~1921)의 이름을 붙인 광장에는 1572년, 막시밀리안 2세가 만든 분수대(롤랑드)가 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주변에는 구시청사, 국립미술관 등을 비롯해 온통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다. 특히 숨은 스토리텔링 조각상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메인 광장 벤치에서 ‘대화를 엿듣는 나폴레옹’, ‘추밀(Cumil)’은 맨홀 뚜껑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엿보고 있다. 추밀의 동상 머리가 반질반질한 것은 만지면 행복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또 벽 뒤에 숨은 파파라치, 중절모를 벗고 인사하는 노신사 등. 모두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볼거리들이다. 길거리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과 쉽게 구분되지 않아 동상을 발견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구시청사에서는 수시로 축제가 열린다. 때마침 중세 복장을 한 까마귀 무술단원들이 공연시간을 알리면서 손님몰이를 한다. 펜싱과 총을 들고 싸우는 전통극의 스토리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현지의 속살을 들여다본 듯 흐뭇하다. 타운 골목을 배회하다 보면 14세기의 미하엘 성문이 있는 벤투르스카 거리에 이른다. 옛 도시 성벽의 4개 성문 중 유일하게 남은 성문 주변은 중세 분위기다. 오래된 약국은 박물관이 되었고 연륜 깊은 레스토랑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다. 길거리에서는 ‘섹시한 여성’이 와인 시음판을 펼치고 있다.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브라티슬라바. 경제 발전이 되지 않아 그대로 간직된 유적들이 여행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프란츠 리스트의 운명을 가른 도시
벤투르스카 골목의 데 파울리(De Pauli, 11번지) 궁 외벽에는 세기적인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를 기념하는 명판이 새겨져 있다. “9세에 이 연주회를 발판으로 개선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당시 헝가리 땅 도보르얀(현재 오스트리아의 라이딩)에서 태어난 리스트. 그의 아버지는 헝가리 귀족 에스테르하지(Esterha′zy) 가의 토지 관리인이면서 궁정 오케스트라의 첼로 연주자였다. 6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자마자 신동으로 주목받았던 리스트는 9세(1820년 11월 26일) 때 이 궁전에서 첫 연주회를 갖는다. 당시 이 도시의 귀족은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리스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하고 그다음에는 즉흥 연주를 했다. 몇몇 귀족이 내민 악보의 난해한 곡도 거침없이 연주해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완전한 음악교육을 시킬 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귀족들은 즉시 기부금을 모았고 더 나아가 그를 6년간 재정적으로 후원하기로 했다. 후원자 중에는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에스테르하지 가의 니콜라우스 후작도 있었다. 예술을 대대적으로 사랑하는 이 가문은 당시 궁정음악가로 하이든을 두었다. 이후 리스트는 19세기 전반에 유럽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기교를 자랑하는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리스트가 이 도시를 잊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올드 타운의 관광안내소 건물은 음악가 요한 네포묵 후멜(1778~1837)이 태어난 곳이다. 그는 피아노 교본을 써서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모차르트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 유럽 여러 곳에서 활동했던 피아노의 거장이다. 당시 베토벤과 비교될 정도로 뛰어난 작곡가였지만 사후에는 거의 잊히고 말았다. 또 이 도시가 음악의 도시임을 알려주는 멋진 국립극장도 있다.
Travel Data
가는 길 한국에서 체코 프라하나 오스트리아 빈 직항을 이용하면 된다. 빈의 수드반호프 역에서는 평균 한 시간 단위로 열차가 다닌다. 1시간(50㎞ 정도) 정도 소요된다.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에서 버스나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물가 정보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보다 저렴하다.
맛집과 숙박정보 올드 타운의 레스토랑에서는 적당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또 도시에서 가장 큰 즐라테 피에스키 호수 옆 해산물 요리가 일품이다. 역피라미드 모양의 시내 라디오 방송국의 송전탑 위의 회전 레스토랑에서는 브라티슬라바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주류로는 와인은 물론 자두 증류주인 슬리보비츠가 괜찮다. 숙박은 올드 타운이나 시내 중심가를 이용하면 된다.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슬로바키아 북서부의 트르나바 주에 있는 피에스타니는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스파 도시다. 수질과 효능이 좋아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천 단지다. 숙박시설 등을 잘 갖추고 있어 휴양지로 아주 좋다. 또 폴란드의 슐레지엔(Schlesien, 폴란드어로는 실롱스크, 체코어로는 슬레스코, 영어로는 실레지아) 산간 지역에도 수많은 온천이 있다. 슬로바키아 하면 떠오르는 ‘의적’ 유라이 야노식(Juraj Ja′nos˘k, 1688~1713)이 태어난 테르초바에서는 유네스코에 지정된 전통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을 여행하면 3개월 이상도 모자랄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즐겨도 경제적 부담이 적은 나라, 기억해둬야 할 곳이다.
얼마 전 필자가 퇴직예정자 교육에 강사로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강의장에 들어서자마자 맞은편 벽면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가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YOLO’라는 글자였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직역하면 ‘인생은 단 한번뿐’이라는 뜻이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지금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려는 2030세대의 자조적인 의미가 담긴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처럼 자조적 의미가 담긴 ‘YOLO’는 5070세대에게도 이제는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최근 5070세대는 더 이상 누구의 행복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는 세대가 아니라, 직장과 일에서 떠나 과거와는 다른 삶을 꿈꾸고 새로운 소비문화까지 주도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 ‘소비의 반란’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모아둔 재산을 어느 정도 자식에게 남겨주고 떠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자식들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윤택한 삶을 사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은퇴 시기도 빨라지고 있어 어떻게 하면 긴 노후를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당당하게 보낼 수 있을지가 더 큰 관심이다. 많지는 않지만 모아둔 재산을 현명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5070 시니어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5070세대의 똑똑하고 현명한 소비란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가성비를 추구하되 지출초과는 경계하라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도 소위 ‘코스파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가 높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코스파는 비용(cost)과 효과(performance)를 합친 말로 코스파 세대는 ‘가성비를 좇는 세대’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버블 붕괴의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2030세대가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 효과가 큰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등장한 말이다. 우리나라도 구조적 저성장기가 고착화되면서 소비에서 ‘가성비(cost-effectiveness, 價性比)’를 따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는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 ‘싸면서 맛있는 떡’을 찾아 발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행동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가성비 추구 소비는 단순히 최저가 상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상품을 찾는 현명한 소비 형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성비에 입각한 소비에도 함정이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가령 5070세대가 어떤 상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직접 매장을 찾아 상품 정보를 탐색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그 물건을 사용한 경험자들의 사용 후기를 꼼꼼히 체크하고 가격과 기능, 특징 등을 따져본 후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상품가격 대비 효과, 즉 가성비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사용 경험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용 후기를 계속해서 보다 보면 가격 대비 더 좋은 성능의 상품을 찾게 되고 결국에는 애초에 계획한 수준을 벗어난 지출을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성비는 높지만 실제 내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5070세대는 가성비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참고는 하되 구매에 대한 판단과 기준은 자신이 세운 소비계획의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나에게 가치가 있는 소비에 집중하라
남은 여생 아끼지 말고 다 ‘쓰’고 ‘죽’자는 의미의 ‘쓰죽회’가 최근 화제다. 지인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고 공유하는 작은 동호회 성격이지만 평소에 다니지 못한 여행뿐만 아니라 봉사 및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자 하는 5070세대들의 대표적 커뮤니티 중 하나다. 자식들이 들으면 서운해할 법도 하지만 노후에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그동안 모은 재산으로 당당하게 가치 있는 노후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담겨져 있는 활동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식에게 재산을 남겨주고 싶기도 하겠지만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쓰고 싶은 것 못 쓰면서 살고 싶지 않은 게 5070세대의 속내가 아닐까?
그렇다면 5070세대에게 가치 있는 노후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삶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단어는 단연코 행복이다. 인간의 궁극적 삶의 가치는 행복이라는 말에 이의가 없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5070세대에게 행복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다시 귀결된다. 한 언론인은 “행복은 지금 저축하고 나중에 꺼내어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 멋진 말이다. 행복할 수 있을 때 마음껏 그 행복을 누리라는 조언이다. 5070세대는 늘 행복을 뒤로 미루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를 위해 현재가 담보 잡히는 삶을 살기에는 건강도 그렇고 시간도 부족하다. 5070세대에게 지금 바로 이 순간 행복을 누리고 가치 있는 소비를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비하는 것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소비일까? 사카모토 세쓰오가 쓴 를 통해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시니어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일본 고령 시니어 세대들은 자녀가 독립할 때쯤인 50대부터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가꾸는 소비를 점차 늘려간다. 둘째, 건강유지 및 관리 분야의 소비를 늘린다.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이 저하되면서 이를 순응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건강예방과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셋째, 수준 높은 노년의 삶을 위해 문화생활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자녀 독립 후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새로운 즐기는 문화형성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일본 단카이세대(1947~1949)다. 이들은 음악, 공연, 미술을 관람하면서 좀 더 멋을 내고 즐긴 뒤 비싸더라도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긴다.
이 세 가지를 요약하면 일본 고령 시니어들은 노후에 자신을 가꾸는 데 게을리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며 즐겁게 사는 데 기꺼이 돈을 쓴다. 우리나라의 시니어들과는 사뭇 다르지 않은가? 물론 노년의 행복한 소비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일본 고령 시니어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통해 우리나라 5070 액티브 시니어 세대가 행복하고 가치 있는 소비가 무엇인지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존경받는 소비원칙 ‘SPPS Up’
은퇴재무설계에서 잘 쓰는 것도 잘 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젊은 시절 아껴 쓰고 저축만 하고 살았던 5070세대가 소비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를 맞이하면 돈을 잘 써야 한다. 그래야 가족, 동료, 지인들이 좋아하고 존경한다. 나이를 먹어도 돈을 움켜쥐고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은 수전노, 자린고비, 노욕장 등의 불명예스런 이름표만 얻는다. 인품과 지성, 매력만으로 존경받기에는 2% 부족한 사람들인 것이다. 2%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을 잘 쓰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존경받는 소비원칙 ‘SPPS Up’을 실천해야 한다.
앞의 SP는 ‘입은 닫고(Shut Up) & 지갑은 열라(Pay Up)’는 원칙이다. 나이 들어 베푸는 것 없이 잔소리만 늘면 기피 대상 인물이 되기 쉽다. 지인들에게 늘 밥 한번 산다고 호언장담해놓고 막상 기회가 오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오리발 내미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기피 대상 1호다. 반면 말없이 조용히 지갑을 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환영받고 존경을 받는다.
뒤의 PS는 ‘잘 놀고(Play Up), 잘 쓰자(Spend Up)’는 원칙이다. 시쳇말로 좀 놀아본 놈이 잘 논다고 하지 않던가? 여기서 ‘잘 쓰자’의 의미는 흥청망청 낭비하라는 말이 아니라 써야 할 곳, 즉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대상에는 맘껏 투자하라는 의미다.
“여행은 다리 떨릴 때 가는 것이 아니고 가슴 떨릴 때 가는 것”이라는 어느 누구의 말처럼 건강을 잃어버리면 소비도 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가슴 떨리고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 잘 써보자. ‘잘 놀고 잘 쓰는 것’이야말로 5070세대의 바람직한 소비 행동이다.
해피버스데이라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해피버스데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 교육문화정보원(줄여서 농정원이라 부른다) 주관으로 도시와 농촌의 동행이라는 목표로 이루어지는 농촌 체험 브랜드를 말한다.
하늘색의 산뜻한 차에 귀여운 로고가 찍혀 있는 버스를 타고 떠나는 신나는 팸투어다. 농촌체험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마지막 주 토요일에 농림축산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진다. 어른은 1만 원, 어린이는 5000원의 참가비를 내면 도시를 떠나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배우고 점심식사와 선물도 한아름 받을 수 있는 보람 있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해피버스데이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
화창한 6월의 마지막 주에 필자는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6차 산업 농촌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목적지는 6차 산업의 성공으로 마을 사람의 단합이 훌륭하다는 충남 당진의 백석 올미 매실한과 영농조합 마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당진의 유명인사인 심훈기념관에도 들린다니 학창 시절 심훈 작가의 소설 를 읽고 가슴 설레던 날이 생각나 기대되었다.
오전 9시 30분 양재동에서 집합하여 참석자 모두 빨간 글씨로 해피버스데이라는 로고가 찍힌 흰 티를 받아 갈아입으니 서로가 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화기애애한 기분이 느껴졌다. 같이 떠난 잘생긴 스태프들의 유쾌하고 친절한 안내로 더욱 즐거운 체험이 되었는데 6차 산업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농촌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건 1차 산업이고 농산물 가공은 2차 산업이다. 그리고 체험과 관광 서비스인 3차 산업을 합쳐 6차 산업이라고 한단다.
두 시간쯤 달려 충남 당진 ‘할매들의 반란’으로 유명한 백석 올미 영농조합에 도착했다. 곳곳에 귀여운 할매 캐릭터가 우리를 반겨주었고 김금순 대표님의 인사와 한과 마을로 발전한 내력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남편의 고향인 이곳으로 귀농해서 동네 사람들과의 의기투합해 매실을 사용한 명품 한과를 만들어 판매하기까지의 어려웠던 과정과 성공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랑스럽게 소개해준 할매 사장님들의 수줍은 미소도 친근하게 다가왔고 80세인 할머니를 비롯해 모두 높은 연세인데도 행복해 보였다. 할 일이 있고 소득이 있어서일 것이다. 58명의 할머니 사장님들은 올해의 매실한과 매출 목표를 7억 원으로 잡고 있었다. 수익금으로는 백석 올미 힐링타운을 설립하는 게 꿈이라 하는데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한과 공장이 많은데 올미마을에서는 모든 재료를 직접 농사지어 수확한 농산물로만 만든다고 한다. 한과를 튀기는 기름도 하루만 사용한다니 그래서 맛으로나 영양 면으로 믿을 수 있는 훌륭한 상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대표님의 올미마을 소개가 끝나고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었다. 할머니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해준 밥과 반찬은 정말 맛있었다. 모두 근처에서 따온 가지와 호박 등 직접 키운 재료로 만들었고 고기만 사왔다고 한다. 점심을 마친 후에는 블루베리 수확 체험을 하러 나섰다. 토실하고 까맣게 익은 블루베리를 연신 따서 입에 넣기도 하고 나누어준 플라스틱 통에 열심히 담았다. 달콤한 블루베리를 한가득 따서 선물로 받으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다시 한과 체험장으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명품 매실한과 만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튀겨진 한과를 이곳에서 만든 조청에 넣어 밥풀을 묻혀 한과를 만들었다. 맛보고 남은 한과는 다들 나누어 가져왔다. 매실 원액도 한 병씩 선물로 받아드니 큰 횡재를 한 것처럼 기분이 좋다. 이곳에는 따로 마련된 판매장에서는 조청이나 한과, 매실 제품 등 다양한 농산물을 팔았다. 많은 분이 진열된 상품을 구매했고 필자도 직접 만들었다는 조청을 샀다. 김 대표님과 할매 사장님들의 따뜻한 인사를 받으며 다음 목적지인 심훈기념관으로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웠다.
일제 강점기에 농촌 계몽에 힘쓴 심훈 선생의 소설 를 감명 깊게 읽었던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채영신과 박동혁의 사랑 이야기로 기억되는 ,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를 읽으며 감회에 젖었다.
해피버스데이를 타고 블루베리 수확과 매실 한과 체험을 한 오늘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올미마을 할매들의 반란이 성공적으로 이어져 그분들이 바라는 일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며 팸투어를 마쳤다. 우리 시니어들에게도 추천한다. 가족과 함께, 손자 손녀를 데리고 다녀오면 즐거운 하루 나들이가 될 것이다.
‘글을 잘 쓰는 패션 디자이너’
필자의 후반생 꿈이다.
2012년 퇴직한 후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봤다. 패션 디자인, 패션 모델, 발레와 왈츠 그리고 탱고 배우기, 영어회화, 서유럽 여행하기, 좋은 수필 쓰기, 오페라와 발레 감상하기, 인문학 공부하기 등 많기도 했다. 사람이 살아갈 때 무엇이 중요할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필자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선생님이 되어 30여 년을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일했다. 퇴직을 했어도 공무원 연금이 나와 최소한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은 정말 심각하단다. 절반이 빈곤층이라고 한다. 그래도 필자는 평생 원하던 일을 하고 퇴직 후에는 최소한의 생활까지 보장이 되니 이처럼 다행스런 일이 없다. 지금부터는 필자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인문학 공부는 주로 집에서 한국방송 통신대 강의를 통해 충족한다. 요일별로 국문학과 철학, 역사와 서유럽 문화기행,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창 자랄 때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의지만 있다면 TV와 인터넷 그리고 서울 각 구의 문화원에서 무료로 혹은 가성비 높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TV를 바보상자라면서 멀리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자는 제자들에게 ‘정보의 바다’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에서 전복을 구하느냐 미역을 건져 올리느냐는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요즘엔 방송대 강의도 그렇고 교양 프로그램과 양질의 다큐멘터리 등 좋은 콘텐츠가 넘쳐난다. 방송대 강의가 너무 재밌어서 외출을 못할 때도 있을 정도다.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의욕에는 세월도 못 당한다. 필자는 퇴직 후 제일 먼저 강남 라사라 학원에 등록했다. 패션디자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어릴 때 선생님 다음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 패션디자인이었다. 이곳에서 패션디자인 과정 초급 3개월, 중급 3개월을 마치고 서울시 창업스쿨에서 2개월간의 패션디자인 과정을 수료했다. 패션에 대한 열정은 아마 평생 가지고 가게 될 것 같다. 발레는 어려서부터 필자의 로망이었기에 패션디자인 과정을 마친 후 바로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발레를 할 때마다 얼마나 큰 행복을 느끼는지 모른다. 발레가 어린 시절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취미 정도라면 왈츠와 탱고는 능숙하게 아주 멋들어지게 추고 싶다. 운동할 때는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왈츠와 탱고를 출 때는 어느새 끝나는 시간이 되곤 한다. 건강을 위해, 바른 자세를 위해, 힐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춤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에서는 팔십이 넘은 노인들도 발레를 한다. 노인분들의 표정이 참 행복해 보인다.
서초문화원에서는 수필을 잘 쓰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으며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쓴 글이 96편이 될 정도로 글쓰기가 생활화되어 있다. 틈틈이 압구정역에 있는 무지크 바움에 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몇 해 전에는 강남시니어플라자의 모델워킹반에도 등록했다. 주 1회 모델워킹을 연습하고 있다. 2년 동안 패션쇼도 다섯 번 했다. 개성 강한 동료들의 기상천외한 옷차림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옷차림은 전략이고, 옷 입는 것도 일종의 예술 행위’다. 기왕이면 예쁘게 입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훌륭한 액세서리는 젊음이다. 젊은이들을 값싼 옷을 입어도 예쁘지만 나이 들면 옷차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물기 빠진 피부에 옷차림까지 추레하면 볼품이 없기 때문이다.
녹화가 있는 토요일은 될 수 있으면 여의도로 간다. 서포터즈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5포세대, 혼밥, 실업문제, 4차 산업혁명 등 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며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메인 브로드캐스터가 강연한 후 미래참여단 서포터즈들이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 녹화에 참여하면 더 생생한 공부가 된다. 20대 젊은이에서 7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와의 만남도 즐거움 중 하나다. 주 2회는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주관하는 서울 둘레길 걷기에 참여한다. 둘레길 걷기는 주 3회 30분 이상 운동을 해야 하는 시니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배움이 이어지면 기회가 이어진다’고들 한다. 지금 같아서는 지구촌에서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배움에 대한 열정이 식을 것 같지 않다.
이래도 되는 거야?
삶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거냐고요!
어제는 너무 좋아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올해 4월부터 활동하게 된 온․오프라인 잡지 에 필자 글이 실렸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온라인에만 꾸준히 실렸는데 잡지사에서 정해준 주제 ‘으이구! 주책이야!’에 맞춰 쓴 글 ‘교재를 망가트려 죄송합니다’가 7월호에 실린 것이다. 제시한 주제에 맞춰 처음 써낸 글이었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필자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다. 에서 주관한 시니어 헬스 콘서트에 필자와 함께 온 사람들은 대부분 필자 스타일을 좋아하는 여성과 남성들이다. 모두들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인 분들이다. 하는 일도 인터넷 기자, 사회복지사, 공예가, 모델, 시인, 수필가, 교수 등 다양하다. 서초문화원 문화기행 프로그램에서 만난 분도 있고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구두매장에서 필자 스타일에 필이 꽂혀 인연을 맺게 된 분도 있다.
평택여고에 재직할 때 필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사람을 대할 때는 정성껏 대하라. 그 사람이 나와 어떤 인연으로 맺어질지 모른다.” 서둔야학 단톡방, 서민동 단톡방, 서울시 낭송회 시음 단톡방, 왈츠 단톡방, 명견만리 서포터즈 단톡방, 꿈방송 단톡방, 뉴시니어 리더스포럼21 단톡방, 강남시니어프라자 해피미디어단 단톡방, 모델워킹 단톡방, 서리풀 문학회 단톡방, 오페라 동호회 모임,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친구들 등 단체회원 단톡방만 해도 만만치 않은 인적 네트워크다. 살아보니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다. 2년 전 메르스 사태로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에서 녹화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느라 고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필자가 강남시니어플라자에서 모델워킹하는 동료들과 해피미디어단 회원들을 왕창 모시고 갔다. 담당 PD가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모른다.
필자는 바람잡이 역할을 즐긴다.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행사를 할 때는 담당 PD를 초대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필자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각자의 재능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시니어 헬스 콘서트에 참석한 분들도 너무 재밌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필자에게 말했다. 다음 행사에도 초대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아자아자! 이런 것이 바로 윈윈이다.
날개를 달아준 에 감사해하며 오늘도 필자는 저 푸른 하늘을 향해서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지금 필자의 삶은 글자 그대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다. 이런 삶이 수어지교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한 기쁨!
따봉, 원더풀!
건강정보 홍수의 시대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든데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신문이나 방송의 주된 소비층이 시니어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흰 가운을 입은 의사의 단체 출연은 예사다. 음식을 소개하며 자연스레 효능을 소개한다거나, 병을 앓았던 환자가 본인의 경험을 ‘진리’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정작 의료계에서는 이런 건강정보 프로그램의 유해성을 경고한다. TV 건강 프로그램, 제대로 시청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10월, 대한가정의학회 학회지에 흥미로운 논문 하나가 발표됐다.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으로, 50세 이상 성인의 TV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건강 습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이었다. 중앙보훈병원에 다녀간 환자 249명을 대상으로 조사된 이 연구의 결과, TV 건강 프로그램을 신뢰하는 이유로 ‘의사가 출연해서’가 51%(122명)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서’(28.4%), ‘TV에서 전달하는 정보이므로’(11.2%), ‘실제 환자가 나와서’(7.4%) 순이었다. 또 TV가 제공하는 건강정보에 높은 신뢰도를 보이는 환자의 공통점은 TV 시청시간이 길다는 것이었다.
건강의 적은 쇼닥터?
이렇듯 시청자들의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하다. 시청자가 의학적 지식을 받아들일 때 의사의 의견은 마지막 보루와도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의 말을 100% 신뢰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한 예로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발모에 효과가 있다며 자신이 만든 어성초 제품을 방송매체를 통해 홍보한 A원장에 대해 회원 권리 정지 2년과 위반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A원장은 어성초가 탈모를 치료한다고 자신이 만든 제품을 홍보하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후두부 동맥 혈류량이 5배 증가해 발모 효과가 강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의사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어 중징계를 내렸다. 소위 쇼닥터에게 내린 첫 번째 징계로 꼽힌다. 쇼닥터(Show Doctor)는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로,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에 대해 과장하거나 근거 없이 이야기하는 의사와 의료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의협에서는 쇼닥터에 의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4월 의사윤리 강령·지침을 11년 만에 개정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목적 혹은 자신의 병원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사들이 방송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의료법에 의해 광고게재 제약을 받는 병원들은 언론기사 노출이나 방송 출연에 목매는 경우가 많다. 올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4차까지 이뤄진 시정권고소위원회 결과를 살펴보면, 시정권고 총 374건 중 의료기관의 기사형 광고로 지적된 사안이 49건이나 된다.
체험 환자의 증언이 갖는 함정
의사들이 등장하지 않는 건강 프로그램들은 더욱 문제다. 특히 병을 앓았던 환자의 체험담은 시청자들을 솔깃하게 만든다. 방송사는 환자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검증이나 여과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시청자 입장에선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분위기다. 말하자면 의사들이 농담처럼 말하는, “의사는 믿지 않아도 이웃사촌은 철석같이 믿는” 심리를 이용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경험담에는 효험을 얻은 음식이나 민간요법을 만나기 전 어떤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가 대부분 생략되어 있다.
이런 증언 형식의 방송은 언급된 내용에 대한 책임에서 제작진이 비켜설 수 있게 해주는 구조도 된다. 방송은 그저 환자 경험에 대한 내용을 옮길 뿐이다. 일부 인터넷 환우 커뮤니티에는 흥미로운 체험을 한 환자를 찾는, 방송작가들을 위한 별도의 게시판이 운영될 정도다.
한 한의사는 “방송에서 특정 질환에 좋다고 소개된 약재나 음식을 살펴보면 몸에 다른 이상을 일으킬 정도로 비정상적인 분량을 섭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실제 치료 효과는 다른 데서 왔는데 음식이나 민간요법에서 얻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아 그대로 믿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요즘 사람들은 ‘김유정’ 하면 아역배우에서 여배우로 잘 자란 김유정을 생각하겠지만 시니어 세대는 단연 소설 과 의 작가 김유정(1908~1937)을 떠올린다. 그 김유정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 믿겠는가? 경춘선 김유정역에 내려 유정반점과 유정부동산을 지나 오른편에 김유정우체국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김유정문학촌이 나타난다. 여인의 사랑 대신 만인의 사랑을 지금까지도 흠뻑 받고 있는 작가 김유정이 지금 그곳에 살아 있다.
강원도 실레마을에 김유정이 살고 있다
김유정역에 내려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김유정문학촌이 있다. 김유정문학촌이 자리하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은 과거에 ‘실레마을’로 불리던 작은 마을로 김유정이 나고 자란 고향이다.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떡시루 같다 해서 강원도 말로 ‘떡시루’를 뜻하는 ‘실레’가 마을 이름으로 불렸다. 8만 평 규모의 문학촌 안에는 복원된 김유정의 생가터는 물론 소설 속 배경이 됐던 장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무엇보다 이 동네가 재밌는 것은 모든 것이 김유정으로 통한다는 점. 전국을 통틀어 사람 이름으로 지어진 역은 김유정역이 유일하다. 또한 ‘봄·봄’, ‘이쁜네’ 등 동네 안의 상점, 음식점, 소소하게 이름 붙여진 모든 것이 김유정과 연관됐다. 작고 조용했던 실레마을은 김유정과 그의 소설들이 살아 숨 쉬는 풍요의 공간이 됐다. 작가들을 기리는 대부분의 공간은 ‘문학관’이라고 불리지만 이곳은 ‘문학촌’이라 이름 붙였다. 사실 이곳에 김유정이 남긴 유품은 따로 없다. 휘문고보 시절부터 절친으로 알려진 작가 안회남(1909~?)이 월북하면서 김유정의 유품도 함께 가지고 갔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작가의 물건이 없기 때문에 생가터를 복원하고 체험관을 열어 일종의 김유정 테마공원으로 조성했다.
김유정의 동백은 노란색이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김유정의 중에서
지금까지 김유정의 소설 에 나오는 동백꽃이 흔히 아는 빨간색이라고 생각했다면 소설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동백꽃 하면 익히 남쪽에 피는 꽃만 연상해왔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색과 형태를 가진 동백꽃이었다. 강원도 사람들은 노란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 아니면 산동백으로 불렀다. 김유정이 말하는 동백꽃은 노란색 별꽃같이 생긴 것이 촘촘하게 핀 것이다. 언뜻 보면 산수유처럼 생겼는데 꽃 향을 맡아보면 생강 냄새가 난다. 김유정의 동백나무가 궁금하면 동백꽃이 피는 3월과 4월에 꼭 김유정 문학촌에 가보시라. ‘한창 피어 퍼드러진’ 동백꽃의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
29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유정은 살아생전 두 명의 여자를 짝사랑했다. 인간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명창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였던 박녹주(1904~1979)와 시인 박용철의 누이동생이자 시인인 박봉자(1909~1988)였다.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윈 김유정은 휘문고보를 졸업한 해 어머니를 닮은 박녹주를 만난다. 소위 갓 대학에 들어간 남학생이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에게 도를 넘어선 구애를 펼친 것. 2년여에 걸쳐 박녹주에게 사랑을 넘어서 집착에 가까운 행동을 했지만 완강한 박녹주의 거절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고향인 실레마을로 돌아와 주옥같은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자 박봉자가 있다. 1936년 5월호에 ‘그분들의 결혼플랜-어떠한 남편 어떠한 부인을 마지할까’라는 제목으로 김유정과 박봉자가 나란히 글을 올렸다. 일면식도 없던 그녀에게 빠지게 된 것. 30통의 편지를 보냈으나 박봉자는 김유정과 알고 지내던 문화평론가 김환태와 혼인했다. 이후 10개월 후 김유정은 세상을 떠난다. 죽기 전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 , 등을 발표하며 창작에 열을 올렸다. 김유정이야기집에 마련된 오래된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어 귀에 가까이 대면 김유정의 구애를 거절하는 한 여성의 단호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문학계에서는 김유정이 누구와 사랑을 이루었다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연간 100만 명가량이 방문하는 김유정문학촌은 김유정 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행사와 공연을 열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모은다. 특히 5월의 김유정문학제 ‘봄·봄’이 가장 큰 행사라고. ‘봄·봄’, ‘동백꽃’의 점순이 찾기 대회와 ‘실레마을 닭싸움’ 등이 인기 프로그램. 닭싸움은 실제 닭들이 겨루는 행사였으나 동물학대 논란이 있어 올해부터 사람들이 닭싸움을 하는 놀이로 바뀌었다.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김유정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호흡하는 ‘김유정문학촌’이다.
이용 정보
주소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 1430-14
전화 033) 261-4650
관람시간 동절기 9:30~17:00 /하절기 09:0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입장료 개인 2000원 / 단체(20인 이상) 1500원
대한민국의 자랑인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누른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1위 커제 9단과의 마지막 대국에서도 완승을 거뒀습니다. 커제 9단은 이세돌 9단이 패한 후 자신은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한 판도 이기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습니다. 커제 9단은 자신에게 유리한 백돌을 요청해 대국에 나섰지만 끝내 알파고의 위력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알파고는 인간과의 대결에서 단 1패를 이세돌 9단에게 당했습니다. 그만큼 이세돌 9단의 기력은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중국의 기사 5명도 알파고와 대결을 펼쳤지만 역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결이었습니다. 인간이 천년 동안 습득해야 할 기보를 알파고는 단 몇 시간 만에 파악한다고 하니 그 지능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세돌 9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전에 인공지능의 등장은 몇 가지 슬픈 소식을 전해줍니다. 그동안 인간이 해온 각종 직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경우 수천 가지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인간이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모든 지식을 쓸모없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대학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겠지요. 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모습은 슬픔을 떠나 절망에 가깝습니다. 영화 에서 인간의 감정까지 이입해 만든 로봇의 최후는 인간의 마음까지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공상이 어디까지 현실화될지 정말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명하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다른 산업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도 인간 세상에서는 커다란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의 저자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사회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만 “실효성 있는 최저임금을 도입하거나, 기본소득 구조를 마련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사회 전체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빈부격차는 정보의 활용 정도에 따라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시니어 세계에서는 정보의 활용이 크게 떨어질 테니 소득 문제에서도 소외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인공지능(AI)은 물론 드론, 3D 또는 4D 프린터, 무인자동차, 빅데이터,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트코인 등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도 아직 생소한 단어입니다. 이 거대하고 우아한 소프트웨어나 아이디어를 현실 속에서 활용하려면 시니어는 많은 것들을 새로 익히고 습득해야 할 것입니다.
컴퓨터를 익숙하게 다루기도 전에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했던 것처럼, 그래서 많은 시니어들이 그 흔한 SNS의 세상 속에서도 외면당했던 것처럼, 어쩌면 시니어들은 4차 산업혁명의 그늘에서 또 한 번 좌절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우버택시 회사에 택시가 없고 소카 회사에 정작 자동차가 없으며 세계 최고의 숙박업소 에어앤비에 숙박용 건물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시니어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세상에서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 세상에 뛰어들었던 시니어는 좌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소카와 같은 P2P 렌터카를 이용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하고 이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놓은 내 차보다 훨씬 더 값싸게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당장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들의 동아리 모임에 참가해보고 지금 당장 3D 프린터로 자신의 모습을 프린팅해보시기 바랍니다.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비트코인이 세상의 금융거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도 시니어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 exhibition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전
일정 8월 8일까지 장소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 , 등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사랑받아온 픽사(Pixar,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스튜디오)의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다. 제작 과정에 쓰인 스케치, 스토리보드, 컬러 스크립트, 캐릭터 모형 조각 등 약 500여 점을 각 영화별로 전시했다. 정지된 이미지들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움직이는 듯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토이 스토리 조이트로프(zoetrope)’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담은 ‘아트 스케이프(artscape)’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 탄생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
일정 7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이집트 문화부, 샤르자 미술재단의 협력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193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 166점을 초현실주의가 걸어온 흐름에 따라 다섯 파트로 나누어 구성했다. 출품작 중 상당수가 해외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미라’, ‘피라미드’로만 인식되어온 이집트의 새로운 문화와 마주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 book
남자 혼자 죽다(성유진 외 공저·생각의힘)
고독사 중에서도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상태, 이른바 무연사(無緣死)로 생의 마지막을 보낸 209명의 모습을 그렸다. 특히 남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한국의 무연사 현상을 현대 사회 남성의 어려움과 연관해 밝히고자 했다.
치매박사 박주홍의 뇌 건강법(박주홍 저·성안북스)
20여 년 동안 치매 전문가로 살아온 저자가 치매를 비롯한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에 대해 환자와 가족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질병에 대한 기본 정보와 더불어 식생활, 운동, 명상치료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았다.
◇ movie
심야식당2
누적판매 240만 부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만화 을 원작으로, 2015년 국내 개봉했던 영화 의 두 번째 시리즈다. 1편에서 함께한 마츠오카 조지 감독과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 오다기리 조가 다시 만났다. ‘오늘도 수고한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 늦은 밤 불을 밝히는 특별한 식당’이라는 콘셉트로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하는 심야식당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개봉 6월 8일 장르 드라마 감독 마츠오카 조지 출연 코바야시 카오루, 오기다리 조 등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국의 길고양이가 대만과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의 로드무비다. 고양이 마을로 알려진 대만의 관광지 ‘허우통’과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산다는 ‘고양이 섬’ 일본 ‘아이노시마’ 등을 돌아다니며 길 위에서의 공생의 의미를 탐구한다. 영화계 대표 애묘인(愛猫人) 조은성 감독이 기획과 연출을 맡아 고양이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발자취를 담았다. 고양이의 마음을 내레이션을 통해 들려준다.
개봉 6월 8일 장르 로드무비 감독 조은성 내레이션 강민혁
◇ stage
로미오와 줄리엣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원로 연극인 오태석이 번안과 연출을 맡았다. 청사초롱 불빛 아래 한국무용과 풍물이 어우러져 한국판 이 탄생했다. 원작과는 또 다른 비극적 결말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일정 6월 18일까지 장소 명동예술극장 연출 오태석 출연 이신호, 정지영, 정진각 등
천덕구씨가 사는 법
극본을 맡은 김태수 작가는 삶은 끝나지 않은 여행이며,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긴 여행을 준비하는 시니어 세대에게 삶이란 견딜만하다고, 또 웃을 수 있다고 격려한다. 그런 그의 시선을 담아 누구나 겪는 노년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일정 6월 8~18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연출 김순영 출연 오영수, 차유경 등
복순이할배
‘사랑을 모른다’라는 이유로 짝사랑에게 거절당한 태수는 돈 많고 건강한 독거노인 ‘복순이할배’에게 연애 상담을 하게 된다. 산전수전 다 겪은 괴짜 노인과 연애 풋내기 청년이 이야기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뤘다.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대학로 두레홀 4관 연출 박정우 출연 김시권, 정동진, 이재욱 등
시카고
미국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의 오리지널 팀이 2년 만에 내한한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 클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즈 음악을 14인조 밴드의 연주로 즐길 수 있다. 강렬한 조명 아래 관능적인 안무가 돋보인다.
일정 5월 27일~7월 23일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출연 딜리스 크로만, 로즈 라이언 등
시니어 기관 워크숍에 참여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시니어들 모임은 물론 어떤 단체이든 오래 활발한 활동을 하려면 기금이 마련되어 진행비가 있을 때 좀 더 모임이 활성화된다. 그래서 예상되는 지출 비용보다 회비를 더 많이 걷어 모아뒀다가 1년에 한두 번 큰 행사를 할 때 사용하곤 한다. 어떤 모임에서는 일일찻집을 하거나 경매 행사 등을 통해 기본 진행비를 마련하기도 한다. 야유회 때 기부금을 받는 경우도 많다. 오랜 기간 회비를 모으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에 제안서를 넣어 비용을 제공받아 단체 성격에 맞게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커뮤니티를 만들면 활동비를 적게는 50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제공받기도 하다. 구성원에 대한 정보와 단체 운영 내용을 제대로 작성해 보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기금을 제공받아 활동하는 곳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창업과 창직에 관해서는 청년은 물론 시니어 대상으로 기금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의나 모임 장소를 제공받을 수 있고 간식이나 식사비용, 그리고 강의가 이어질 경우 강사비도 제공받을 수 있다.
시니어 모임에서 만원의 행복으로 참여하신 분은 매번 본인의 식사와 차 한 잔 비용밖에 안 되기 때문에 입회비 명목으로 혹은 회비 명목으로 미리 1년 회비를 한꺼번에 받기도 한다. 어떤 모임에서는 자신이 아끼는 물건 중에 덜 필요한 물건을 경매 물건으로 내놓도록 해서 워크숍 행사 중이나 연말 송년회나 신년회 때 경매 행사를 열어 기금 마련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만원의 행복에서 이런 모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친목 모임이든 배우는 모임이든 많아지면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4월 22일, 워크숍 참여기간 중에 기금을 모으기 위해 경매시간을 갖게 되었다. 단체기금을 마련해보는 시간이었는데 놀라운 결과가 있었다. 전체 인원 39명에 여성 참여자들이 17명, 남성 참여자들이 22명이었는데 놀랍게 여성 참여자들이 더 고가의 경매가를 불렀고 남성 참여자들은 훨씬 여성 시니어 참여자들에 비해 경매가가 약했다. 이번 경매 행사를 통해 여성 시니어들의 경제적 결정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 연세가 많아 보이는 한 여성분께서 마치 지름신이 강림한 듯 높은 경매가를 불러 참여자들이 모두 놀랐다. 행사가 끝난 뒤 비용을 많이 쓰게 되셨는데 괜찮으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가격을 부르셨냐고 물었다. 그러자 우문에 현답을 하셨다. “어디를 가도 자신이 가장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는데 한쪽 구석에 쭈그러져 있는 것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분위기도 고조시키고 뭔가 모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그렇게 나잇값을 하고 산다”고 말씀하셨다. 그 깊은 뜻에 모두가 옷깃을 여미며 숙연해졌다.
나이 들어가면서 형님이 되고, 왕언니가 된다는 것은 대접만 바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