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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한 청춘의 심리를 엿본 영화 '버닝'
- 영화 이야기를 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중이었다. 때마침 얼마 전 삼총사 친구와 보고 온 영화 ‘버닝’을 소개했다. ‘버닝’은 예고편도 몇 번 보았고 칸 영화제에서 수상작으로 꼽힌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큰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좋아하는 배우의 출연 여부이다. 믿고 보는 감독이나 배우가 있다는 말이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으로 제71회 칸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발표 직전까지 유력 수상작이었다는데 예상과 달리 상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 주연을 맡은 배우 유아인은 선량한 얼굴로 역할에 따라 팔색조처럼 변신하는 연기력을 가졌다. JTBC 드라마 '밀회'(2014)에서 청순하지만 은밀한 느낌으로 연상녀와의 사랑을 거침없이 연기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영화 ‘베테랑’(2015)에서는 재벌 2세가 갑질하는 비열한 연기를 무섭도록 잘 표현했다. 극 중 인물에 따라 놀라운 변신을 해온 유아인이 '버닝'에서는 또 어떤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을지 궁금했다. '버닝(burning)'의 뜻은 그저 ‘불탄다’라는 뜻으로만 알았는데, 사전적 의미로는 ‘열정적으로, 열렬히, 엄청나게 빠져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이다. 주연으로 유아인과 신인 전종서,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스티브 연이 나온다. 스티브 연은 매끈한 외모로 미스터리한 역을 잘 연기했다.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종수(유아인)는 작가 지망생이다.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자연스럽게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해미는 종수에게 여행을 떠난다며 키우던 고양이에게 밥을 주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종수가 해미의 집에 갈 때마다 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만 감돈다. 해미가 돌아오는 날 낡은 트럭을 타고 공항으로 마중 나간 종수는 그녀와 함께 있는 벤(스티븐 연)을 만난다. 보기만 해도 부유함이 흐르는 그는 하는 일 없이도 방배동 저택에 살며 우아한 생활에 고급 외제차를 탄다. 종수의 구질구질한 환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해미는 종수와의 만남에 항상 벤을 동행한다. 그때마다 종수가 느꼈을 감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힘들게 사는 자신에 비해 아무 일 안 하고도 여유로운 벤이 껄끄러웠을 것이다. 더욱 힘든 건 자신이 좋아하는 해미를 보며 하품을 하는 등 시큰둥해하는 벤의 태도다. 그 후 해미가 연락이 되지 않자 종수는 벤을 의심하게 되고,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영화는 뚜렷한 결말을 드러내지 않고 모호하게 막을 내린다. 진실이 드러나지 않아, 그 뒷이야기를 상상해야 하는 고통이 따랐다. 함께 영화를 본 세 사람 사이에서도 결말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했다. 진실을 알 수 없어 다소 찜찜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사회 젊은이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의 현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열린 결말은 아쉽지만, 보는 동안만큼은 참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다.
- 2018-07-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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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주가 갑자기 욕을 한다면?
- 귀여운 손주가 앵두 같은 입술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처음 불렀을 때의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훌쩍 커버린 사춘기 손주의 입에서 비속어가 흘러나온다면? 어떤 말로 다그쳐야 할지 말문이 막힐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재잘대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과묵해진 손주와의 대화는 더욱 난관이다. 한창 예민하게 성장통을 겪는 손주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끼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까칠한 질풍노도 손주를 상대하는 말하기 비법, 강금주 청소년 상담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도움말 강금주 청소년 상담 전문가·‘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Q 사춘기 아이 중 조부모와의 대화 갈등으로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나요? 주로 어떤 문제이고, 어떤 해결책을 주시나요? A 요즘은 조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그러나 조부모랑 살든 부모랑 살든 10대들이 겪는 갈등은 비슷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할 불평을 조부모에게 하면서, 자신이 부모와 살았다면 훨씬 더 이해받았을 거라 여기게 됩니다. 막연히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는 이해해줄 문제를 조부모는 잘 모른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러나 반대로, 조부모이기 때문에 아이를 수용하는 범위가 부모보다 더 깊고 넓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을 아이들에게 강조해 말해주지요. “부모보다 너를 더 사랑하고 이해해주려 노력한다”라고요. 물론 가치관 차이나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차이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설명해줍니다. -어느 대학에 갈지, 공부는 잘하는지 학업에 대한 주제 -다니는 학교나 선생님을 나쁘게 표현하는 말 -가족 구성원 또는 아이 친구들에 대한 험담 -형제 또는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는 말 -과거에 잘못한 일을 다시 꾸중하는 말 -아이의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표현하는 말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아이의 실수나 잘못을 비웃는 말 그랬구나ㆍ대단하다!ㆍ잘했어!ㆍ역시 너다워ㆍ너니까 잘하는 거야ㆍ쉽지 않았을 텐데 잘했다ㆍ너 참 대단하구나ㆍ괜찮아ㆍ어쩜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었니? Q 손주와 단둘이 있을 때 대화 소재를 찾지 못해 정적만이 흐를 때도 있죠. 이런 상황에서 조부모가 먼저 꺼내면 좋을 화두는 무엇일까요? A 아이들은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합니다. 내 관심사를 상대가 판단하지 않고 물어주고 들어주면 말이 통하고 자신을 인정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쉬운 화두는 10대라면 연예인(아이돌 가수)인데, 이에 대해 묻기만 해도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쏟아놓습니다. 물론 아이가 말한 그 연예인에 대해 조부모는 전혀 모를 수 있지만 그냥 들어주면서 그 사람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면 한 시간 이상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중간 중간 “다른 사람도 많은데 왜 그 사람이 좋니?”라고 묻거나 “특히 좋아하는 노랜 뭐가 있니? 지금 들려줄래?”라고 말하면 자기가 판단 당하지 않고 온전히 수용되고 있다고 생각해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해진다. Q 손주가 갑자기 욕, 비속어 등 예의에 어긋나는 언행을 했을 때, 조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언어로 잘못된 행동을 알려줘야 할까요? A 아이를 다그치기 위해 똑같이 욕이나 비속어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이 바로 인격의 수준이다. 그 마음을 다른 말로 표현해봐라. 욕을 한다고 해서 네가 더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네가 한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은 너 자신이기 때문에 스스로 설득이 되는 말을 해야 한다. 네가 상대에게 욕을 하면 그 사람은 네가 욕을 하든 안 하든 그대로이지만 욕을 한 너는 그 수준의 사람이 되고 만다”라는 식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네가 한 말이 듣기에 거슬리는데 다른 말로 네 생각을 표현해봐라” 하며 아이들이 다른 말을 생각할 기회를 주면 좋습니다. Q 손주가 부모(조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 대해 험담을 할 때, 조부모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A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겠지요. 특히 자기를 조부모와 살게 한 부모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가 부모에 대해 불평했을 때 부모 편을 드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조부모도 부모랑 똑같다 여겨 마음을 닫겠지요. 아이의 불평은 그대로 들어주고 “다만 너희 부모도 애쓰고 있고 힘들다”라고 말해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도 네 나이 때는 그랬다” 등 부모가 손주 나이였을 때 했던 실수나 생각을 들려주면 아이가 ‘우리 부모도 나 같았구나’ 하면서 이해하게 될 겁니다. Q 사춘기 손주가 부모에게 혼날 때 조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부모가 아이를 혼내는 상황에서 조부모가 나서면 대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이는 끼어드는 제3자에게 더 큰 반항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꾸중을 듣는 손자가 안쓰럽더라도 그 순간에는 그대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아이에게 따로 말할 기회를 만들면 좋겠지요. 손주의 기분이 좀 풀렸을 때 “엄마가 혼낼 때 좀 억울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니? 그래도 네가 엄마의 꾸중을 묵묵히 듣는 것을 보면서 참 대견하다 생각했다”면서 위로해줄 수는 있지만 절대 부모가 잘못한 거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됩니다. 대신 “너한테 기대가 커서 그렇게 혼낸 것”이라 말해주세요. 반대로 손주를 혼내야 하는 상황인데도 가만히 있거나 감싸면 대신 훈육하고 싶겠지만, 어디까지나 자녀교육은 부모의 영역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 2018-07-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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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빈집을 숙소로 만들어 공유경제를 이끌다
- 농어촌 지역의 빈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과 직결되어 있다. 농어촌 주택이 노후화 되면서 매매나 임대가 되지 않아 이로 인한 쓰레기 무단 방치, 화재, 범죄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농어촌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빈집현황 중 농어촌 읍·면 지역의 빈집은 읍 지역 14만 1000호, 면 지역 27만 3000호 등 총 41만 4000호로 집계됐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대한민국 2050년 미래 항해 보고서’에서 2050년 전국 빈집 수는 300만 호를 넘어설 것이고, 전체 10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 ‘빈집 현황과 정비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토지 이용 효율성 저해와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주변 생활환경 악화, 범죄·탈선을 유발하는 우범지대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과 화재 위험성 등 때문에 빈집을 사회적인 문제로 꼽았다. 이렇게 관리의 부재로 생긴 문제가 커져가고 있어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마련과 효과적 정책실행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빈집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제주도를 꼽을 수 있는데, 2016년 기준 제주지역 빈집은 2만 1469호인데 2015년보다 16.2% 늘어났고 전체 주택의 10.4%에 해당한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통계에 따르면 연간 1500만 명으로 상징되는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고, 제주도는 관광사업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제주에는 양질의 숙박시설이 부족하기에 좀 더 발전적이고 효율적인 관광휴양산업을 위해서는 확실한 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에 직면하였다. 빈집 활용한 지역 경제 활성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빈집을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해나가면서 부가가치와 일자리까지 창출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업체가 있어 화제다. 바로 한국형 주택공유 서비스를 제시한 협동조합덤하우스 이사장과 SU그룹㈜ 대표이사인 이태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태희 대표는 2016년 8월에 제주시 일주동로에 협동조합 법인 덤하우스를 설립, 국내 최초로 빈집에 공유경제 체제를 도입하여 관광지 숙박난 문제를 해결하였고, 빈집과 청년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한 혁신적인 주택공유 서비스로 이용객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다. 덤하우스는 집주인이 상시 관리할 수 없는 빈집을 상호 연결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덤하우스에서 빈집을 임차하거나 매입하여 리모델링 후 새로운 숙박공간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덤하우스는 1998년도의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일어난 실천운동, 이른바 ‘아나바다 운동’을 뛰어넘은 ‘온 국민 고쳐 쓰기 운동’을 전개하며 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는 이태희 대표가 2014년 특허출원한 브랜드다. 덤하우스는 이 대표가 전개한 ‘온 국민 고쳐 쓰기 운동’과 추구하는 가치가 일맥상통한 브랜드로서 지역 특성을 그대로 살려 빈집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갖추면서 초가집, 판잣집 등의 우리 고유의 모습을 지키고 갖춘 이른바 ‘빈집을 재탄생시키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이태희 대표는 “초가뿐만 아니라 판잣집도 우리 고유 집인데 갈수록 사라져가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무조건 철거할 것이 아니라 살릴 수 있는 주택은 살려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빈방’이 아니라 ‘빈집’의 재발견 자신의 주거지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엔비는 숙박 제공자와 이용자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구조이지만 덤하우스는 ‘빈방’이 아니라 ‘빈집’을 대여하여 무인시스템으로 출입이 자유롭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며 사생활 침해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덤하우스의 소유주는 토지와 건축물의 실 소유로 인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고, 내 땅과 내 집을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덤하우스만의 특화된 면이라 할 수 있다. 이태희 대표는 “전국의 빈집을 지역별 특성을 살려 복원하고 각 지역을 찾는 다양한 방문객의 숙소뿐 아니라 체험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빈집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해소가 되고, 빈집 소유주에게는 수익을 발생하게 한다. 더 나아가 지역경제의 활성화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지역문화를 홍보하는 것이 협동조합덤하우스 설립 목적”이라고 밝혔다. 결국, 빈집 소유주에게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보장하고, 운영자는 필요한 시설을 완비해 이곳을 찾는 이용객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유지 및 관리는 전문 업체가 맡고, 지역주민에게는 현장관리 일자리를 제공하기에 덤하우스는 지역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는 설명이다. 그 외에 청정의 땅 제주에서 동화 같은 집을 짓고 안정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덤하우스의 신축마을 사업규모는 현재 제주민속마을 총 13동, 제주민속마을풍차상가 총 6동, 신전과동화두모마을 총 8동, 풍차와동화 총 6동, 신전과동화금악마을 총 10동이 진행 중이다. 덤하우스는 집을 빌려주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집이 관리 되어 좋고, 집을 빌리는 이용객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집 전체를 빌릴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군다나 숙박기간 내 1가구 1차량 무상지원과 커피·음료 무제한 무료제공은 물론 여러 가지 오락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덤하우스를 이용하여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게스트 또는 호스트 자격으로 협동조합에 가입하고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어야 한다. 일단 조합원이 되면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조합이 운영하는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투명성 높이며 조합원의 안전장치 마련 이 대표는 “덤하우스의 사업방식은 사업지 활용 토지 확보가 완료되어 있기에 투자방식과 수익구조는 기존 모델과 근본적으로 다르고 메리트가 있다”고 전한다. 보통 부동산투자의 일환으로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하거나 수익형 부동산을 보유하게 되는 경우 실제 사용빈도는 낮고 수익 또한 운영사의 운영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부도내고 방치되기가 다반사다. 무엇보다 공급과잉으로 언제 분양될지 알 수 없이 장기간 방치되어 있는 미분양주택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태희 대표는 “덤하우스로 활용하면 이렇게 불안하게 소유하고 있는 주택들도 수익형 주택으로 바꾸어 분양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세계 100여 개국의 수백 개 모델하우스 중 본인이 주택을 선정하고 토지와 건축물을 구입하면 연 숙박률 50%에도 10%의 수익을 얻는 덤하우스의 주인이 되는 구조”임을 강조했다. 협동조합덤하우스의 사업방식은 첫째, 협동조합 분양은 일반 분양보다 대략 20% 저렴하다. 조합이 시행사 업무를 맡기 때문에 토지매입에 대한 대출이자와 건설사 마진, 마케팅 비용과 같은 각종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일반 분양보다 15~20% 정도 가격이 저렴하다. 둘째, 투명성을 높이며 조합원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사업지로 활용할 토지 매입이 관건인데 이를 100%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덤하우스는 이미 사업지로 활용할 토지를 사전에 확보했기에 사업에 지장이 있거나 추가로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 없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마지막으로 덤하우스에 참여하려 해도 소유하고 있는 빈집이 없는 경우에는 덤하우스가 기획하고 설계, 시공하는 여러 테마하우스를 분양받아 덤하우스에 등록하는 방법이 있다. SU그룹㈜ 부동산 주요사업인 11개 마을의 제주세계민속마을은 9만 5000㎡ 규모의 신축 덤하우스다. 상상과 고대의 세계마을이 조성된 1차 마을 사업으로, 파키스탄 레드씨 그룹에게 투자의향서를 발송하였고 결국 MOU를 체결, 진행하면서 마침내 2018년 4월 제주세계민속마을 건설공사 프로젝트에 2억 달러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또 중동국가의 요청으로 세계민속마을 2차 10개 마을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우디 3억 달러 세계마을 사업 투자유치를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초가와 기와집이 혼재하는 마을을 완공하고, 한경면 두모리에는 신전과동화라는 동화 속 마을이 진행 중이며, 한림읍 금악리에는 풍차마을이 시작되었고 이후 콜로세움인제주, 피라마드마을, 기차마을, 만리장성, 아라비안나이트 등의 콘셉트도 추후 덤하우스로 등록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태희 대표는 “올해 제주도에 ‘빈집 숙소’를 30호까지 늘리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덤하우스를 확대하여 조합원들이 전국 어느 지역을 가든 편리하게 해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올해 제주도에 ‘빈집 숙소’를 30호까지 늘리는 목표 마을 특화사업을 구축하여 경제적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이태희 대표는 그 일환으로 지역별 청년이장제도를 도입해 청년들이 운영, 관리하는 덤하우스 설립을 지원하고, 지역특산품을 비롯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가 하면, 관광정보지 ‘하하코리아’의 지역별 신문 발행으로 정확한 지역 정보를 제공한다. 또 지자체로 하여금 덤하우스를 관리하는 청년들에게 기본급여로 청년실업수당을 지원받게 하는 것은 물론, 덤하우스의 운영으로 발생되는 수입은 조합의 배당금을 제외하고 청년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등 지역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방안을 계획 준비 중에 있다. 협동조합덤하우스 이태희 대표는 “공공의 이익과 협동조합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양심적인 삶을 살아왔고 한국형 공유경제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덤하우스 사업 이해부족에서 오는 편견과 배척을 통한 여러 가지 제도적 불리함이 무척 힘들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개선과 적절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 2018-07-0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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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덜아 내 죽거든 태워서 물치 바다에나 뿌려다오”
- 어머니, 대추꽃이 여물고 원추리꽃이 피었어요. 그간 잘 계셨는지요. 지난해 추석 지나 애들이 집을 장만했다고 해서 보고도 할 겸 찾아뵙고는 꽤 여러 달이 지났어요. 그때 선산에는 검불이 내렸고 큰 소나무 가지에서 부엉이가 귀를 쫑긋거리며 내려다보고 있었지요. 두 분이 생전 그렇게 불화했는데 나란히 누워 산천을 바라보고 계시는 걸 보면 많은 생각이 나지요. 끌끌한 아들을 삼형제나 두었고 전답도 있었고 당시 농가치고는 제법 큰 언덕배기 집에서 동네를 내려다보며 살았는데 두 분은 무엇 때문에 열흘이 멀다 하고 큰 소리를 냈는지요. 싸움이랬자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트집을 잡고 당신은 대꾸를 좀 하시다가 심상치 않으면 옆집으로 피해 가시고는 했는데, 그럴 때면 엄습해오는 불안으로 제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지요. 심한 날은 물 사발이 날아가고 밥상이 엎어지기도 했지요. 대개 싸움은 저녁에 시작되었는데 아버지의 언성이 높아지면 형들은 슬그머니 숟가락을 놓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저만 남았지요. 저는 늘 두 분 사이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는 했지요. 유사시 어머니를 보호해야 했으니까요. 아버지의 재떨이를 씻어온다든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물을 떠다 드리는 등 어떻게든 아버지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쓰곤 했지요. 손찌검이라도 당하신 날 저녁에는 혹시 어머니가 저를 버리고 집을 나갈까봐 마루 끝에 앉아서 부엌일을 다 마칠 때까지 기다리곤 했지요. 막무가내로 밀려오는 졸음에 벽에다 머리를 찧기도 했는데 그런 나를 마구간의 소가 푸우푸우 하품을 하며 건너다보곤 했지요. 어떤 날은 어머니의 치마끈을 손목에 감고 잤는데 당신은 그런 저를 꼭 안아주곤 했지요. 당신도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한참 커서도 당신 젖을 만지며 자는 버릇이 있었지요. 어머니는 한창 바쁜 가을거두미할 때 낳아 젖을 충분히 못 먹여서 그렇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것은 당신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애착이자 막내의 권리 같은 것이기도 했지요. 어려서는 아버지가 죽어버리거나 집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형들에 대한 원망도 대단했지요. 두 분이 싸우거나 말거나 저만 남겨두고 사라져버렸다가 아침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저를 대하는 형들이 얼마나 미웠던지요. 그러나 열 살 위인 큰형과 덩달아 한패가 된 작은형은 그게 별일 아닌 두 분의 일상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거겠지요. 사서를 읽고 주역까지 공부해 근동에서는 유식자로 소문난 아버지가 당신을 왜 그렇게 못살게 굴었을까요? 아버지는 늘 당신을 소처럼 미련하다고 했는데 일테면 붓끝처럼 예민한 아버지와 일자무식인 당신 사이에 요즘 말로 하자면 소통이 안 되었던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알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래서 당신은 늘 이런 말씀을 했지요. “난 죽어도 경주 이 씨네 산엔 안 간다. 똑때기 들어두거라” 하고 당부하셨지만 우리는 그 말씀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그런 일로 훗날 저는 ‘성묘’라는 시를 쓴 적이 있어요. 야덜아 내 죽거든 태워서 물치 바다에나 뿌려다오. 어머니는 살아생전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선산이 수만 평이나 있고 아들자식이 이름 석 자는 쓰고 사는 집에서 될 법이나 한 일이냐고 감동골 솔밭 속의 아버지와 합장을 해드렸습니다. 30촉짜리 전등이나 하나 넣어드릴걸, 평생 어두운 집에서 사시던 분들. 그때는 스님들 아니면 화장도 안 할 때였는데 아무튼 아버지와는 무덤 속에서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다는 말씀인 줄은 알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죽고 없는 사람의 말을 누가 들어주겠습니까. 누구에게도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두 분 다 돌아가시고도 아버지를 미워했던 감정은 오래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시기에 이르러 제 시 속에 당신의 이야기는 여러 번 나오는데 아버지 이야기는 한 번도 안 했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저도 아이들을 낳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의 삶과 인생에 대한 슬픔과 고통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아버지에게 죄송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 후로는 일부러라도 작품 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곤 했지요. 제가 어머니에게 제일 죄송한 것은 결혼을 늦게 한 것이지요. 제가 방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면 늘 환쟁이 하면 비렁뱅이 된다고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환쟁이와 유사한 글쟁이가 되어 오래도록 동가식서가숙했지요. 정처를 못 얻고 어쩌다 집에 들르면 “야야, 돈 아껴서 장가가라” 하시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술이 점점 맛있다고 말벌처럼 웅웅거리곤 했지요. 저는 당신이 세상 버리고 10년도 더 지나 아주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어요. 당신의 막내며느리가 된 제 아내는 시부모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결혼을 한 셈이지요. 그리고 애들이 태어나고 친가나 처가의 왕래가 있을 때마다 제게 있어야 할 커다란 배후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곤 했지요. 그리고 결혼이든 뭐든 인생이 거쳐야 할 과정에 있어서 정상이 아닌 것은 많은 비정상을 낳는다는 것을 생각하곤 했지요. 그리운 어머니. 그동안 남의 나라를 다녀보기도 하고 하늘같이 높은 집에서 살아도 보고 맛있는 것들을 먹어보기도 했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든 저는 아직 당신 품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 먹은 음식보다 맛있는 음식도 없었고 어머니가 깔아주던 이부자리의 포근함, 그때 맡은 어머니 냄새보다 더 좋은 냄새도 없었어요. 이제 편지를 마쳐야 해요, 어머니. 아무도 없는 산중에 같이 계시는 세월이 얼만데 이제는 아버지가 뭐라 하시든 아무 대꾸도 하지 마시고 불쌍하게 여기셔요. 남자가 늙고 힘 빠지면 갈 데가 어디 있겠어요. 딸애가 결혼하면 모두 데리고 뵈러 갈게요. 편히 계셔요. 이상국(李相國)시인 강원도 양양 출생. 1976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뿔을 적시며’, ‘달은 아직 그 달이다’ 등이 있다.
- 2018-07-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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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 같은 ‘반려동물’에 유산 줄 수 있을까
- 반려동물이 가족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펫팸족(pet과 family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실제로 3가구당 1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며 반려동물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재벌 리오나 헴슬리는 반려견 ‘트러블’(몰티즈 종 암컷)에게 1200만 달러(현재 가치 약 129억 원)의 유산을 남겼다. 우여곡절 끝에 트러블의 상속금은 200만 달러(약 21억 원)로 감액됐지만, 2010년까지 풍족한 생활을 유지하다 세상을 떠났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4마리의 반려견들에게 3000만 달러(약 320억 원)를 물려주기로 약속했다. 자신이 떠나도 반려견들이 충분한 보살핌을 받기를 바라는 배려라고 밝혔다. 이는 ‘먼 나라’의 별난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이 가족의 영역으로 성큼 들어서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다”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68.3%에 달했다. “반려동물에 과한 정성을 쏟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는 답변은 82.6%나 됐다. 내 개와 고양이를 위한 미래 대비 최대 1000만 원까지 신탁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는 70대 L 씨는 고양이 사료와 간식, 화장실용품, 병원 진료 등으로 월 평균 2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쓴다. 얼마 전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종양 치료로 수술과 입원을 하는 바람에 100만 원이 훨씬 넘게 들었다. 하지만 L 씨는 “고양이들이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친구 같은 존재이기에 여건이 허락하는 한 좋은 돌봄을 해주고 싶다”며 “재산은 얼마 없지만 소액이라도 가능하다면 만일을 위해 고양이 의료비와 미래 생활비 마련을 대비한 펫신탁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펫신탁(Pet Trust)은 반려동물 주인이 죽거나 병환 등으로 돌볼 수 없는 상태가 될 때를 대비해 미리 금융기관에 반려동물 양육자금을 맡기는 상품이다.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새 양육자에게 약속된 유산을 지급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벌써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국내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펫신탁은 법률상 동물 앞으로 직접 유산을 상속할 수 없어 수익자와의 별도계약 체결이 필요한데, 크게 3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주인은 자신을 대표로 관리회사를 설립하고 반려동물에게 남기고 싶은 재산을 사전에 회사로 옮겨놓는다. 동물보호, 동물구호와 관련한 단체도 신탁관리자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본인 사망 후 맡게 될 새로운 주인을 수익자로 하는 유언서를 작성하고 반려동물 사육을 위한 신탁계약을 체결한다. 관리회사는 새로운 주인이 제대로 동물을 키우는지 신탁감독인을 두고 관리한다. 국내의 펫신탁은 KB국민은행이 첫선을 보였다. 2016년 10월 반려견을 위한 ‘KB펫코노미신탁’을 처음으로 출시했고, 같은 해 11월 고양이 기르는 가구들의 요청으로 가입 대상을 고양이[猫]까지 확대했다. 신탁재산 교부 방법은 일시금 또는 분할지급을 선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일시금 지급 방식이었으나 반려동물 보호·관리 강화를 위해 리뉴얼 과정을 거치며 분할지급 방식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가입 대상도 폭넓다. 현재 개나 고양이를 기르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다. 만 19세 이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입양을 계획 중인 고객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일시금을 맡기는 경우 200만 원 이상, 월 적립식인 경우 1만 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납입 최고한도는 1000만 원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양육자금 상속기능 외에도 반려동물의 입양과 의료비 등을 위한 자금 일부 인출 기능이 부여돼 자금 활용의 유연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 1% 미만 '7세 이하만 가능’ 등 제약 많아 주부 B 씨는 최근 반려견의 잦은 구토로 걱정이 많다. 강아지 배에서 ‘쿨렁’ 하는 소리가 들리면 또 토하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치료비 부담 때문에 매번 병원에 데려갈 수가 없어 근심이 많다. B 씨는 “강아지가 구토를 해 동물병원에 몇 차례 다녔는데도 사료를 불규칙하게 먹어서인지 증상이 자주 반복된다”며 “애견보험 가입도 고려하고 있지만, 과연 보험료에 비해 얼마나 실속 있는 보장을 받을 수 있을지 망설여진다”고 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펫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는 NH농협손해보험(반려동물장제비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보험(펫사랑M정기보험)·롯데손해보험(롯데마이펫보험)·삼성화재(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현대해상(하이펫애견보험) 등이다. 이들 펫보험 중 NH농협손보의 반려동물장제비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펫사랑M정기보험은 반려동물의 진료비를 중점 보장하는 보험이 아니다. NH농협손보의 반려동물장제비보험은 반려동물이 사망할 경우 장례비용을 제공하는 보험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펫사랑M정기보험은 펫 용품 할인과 무료 케어 혜택으로 눈길을 끄는 상품이다. 반려동물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 중 효시격인 상품은 삼성화재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이다. 반려견의 상해·질병 치료비 손해 및 피보험자 소유 개로 인한 배상책임손해를 보상해준다. 상해·질병 치료비 손해(사망 제외)는 자기부담금 1만 원을 제외한 금액의 70%를 보상하며 배상책임손해의 경우 자기부담금 10만 원이 공제된다. 이 상품은 보험기간 1년의 순수보장성 상품이며, 신규가입 시 가입 동물이 만 6세 이하여야 한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은 반려견은 물론 반려묘도 가입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고양이 병원비도 보장해주는 이례적인 상품이다. 7세 이하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수술·입원비를 담보하는 ‘수술입원형’과 통원진료까지 보장하는 ‘종합형’ 상품을 판매한다. 수술 1회당 최고 150만 원, 입원 1일당 10만 원을 담보하며 종합형은 통원 1일에 최대 10만 원까지 추가 보장한다. 2마리 이상 동시 가입할 경우 보험료를 각각 10% 할인해준다. 현대해상의 ‘하이펫애견보험’은 여타 보험에서 보장이 되지 않는 피부질환, 구강질환, 고관절, 슬관절 질환 등을 특약을 통해 해결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여타 보험들과 마찬가지로 선천적·유전적 질병, 중성화, 미용, 임신·출산 등은 보장받을 수 없다. 보험가입 기간 1년간 총 보상한도는 500만 원이다. 자기부담금 1만 원을 제외하고 최대 80%까지 보상된다. 생후 90일에서 만 7세 이하일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이지만, 이들 3사의 펫보험 가입률은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펴낸 ‘반려동물시장의 성장과 보험업계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의하면, 우선 펫보험에 가입하려면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의 확인·등록을 위해 ‘반려동물 등록제’를 통한 등록번호가 필요한데, 반려동물의 등록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지적된다. 반려동물의 등록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반려동물의 연령을 속이거나, 하나의 보험으로 유사한 외모의 반려동물에 대한 보험금을 수령하는 등의 문제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 보장 범위의 한계도 있다. 반려동물 가족의 니즈가 큰 정기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 중성화 등이 보장 범위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김도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험 수요를 높이려면 슬개골 탈구 등 실질적으로 반려인들의 수요가 높은 의료 행위에 대한 보장 추가가 필요하며, 동물병원과의 제휴를 통해 보험 가입한 반려동물의 의료 이용을 관리하는 등 모럴해저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보험의 연간 보험료는 대략 20만~40만 원대(반려동물 종류 및 연령, 보험사 및 보장별 상이)로 보험료 부담도 적지 않은 편이다.
- 2018-06-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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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으로 기획하는 여행 일정
- 여행은 일종의 병이다. 갈 곳을 정하면,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듯 급하게 떠나곤 했다. 돌아올 때면 더 허겁지겁 돌아왔다. 그래도 머릿속은 삭제 버튼을 누른 듯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허전했다. 서울시도심권50 센터에서 진행하는 ’여행을 기록하는 맘대로여행 in 상하이‘ 프로그램을 보고 ’바로 이거다!‘싶었다. 여행 기획하기, 실전 여행하기, 여행기 만들기 등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여행을 기획하는 교육과정이었다. 주로 여행을 가면 정해진 일정에 맞춰 편하게 따라다녔다. 종종 쇼핑의 들러리가 되어 계획에도 없던 물건으로 가방을 채우기도 했다. 수동적이었기 때문에 감동도 덜 했고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그런 아쉬움을 느끼던 차라 얼른 참여했다. 이력서와 면접을 통해 12명이 선발됐다. 총 8회, 24시간의 교육이 끝나면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는 등 실전 기획에 들어간다. 항공권은 보조를 받고 그 외 비용은 자기 부담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짠내투어’가 됐다. 항공권 예약을 위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도로 확인했다. 인민광장 근처에 숙소를 정했기 때문에 김포공항과 홍차오공항을 이용하기로 했다. 한국 국적기보다는 중국 민항기의 가격이 저렴해 동방항공을 선택했다. 예약은 빠를수록 좋다. 할인항공권을 취급하는 여행사로 G마켓 여행, 인터파크투어, 여행박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시간대와 가격이 적당한 것을 고르면 된다. 싸게 사는 요령은 성수기를 피하고 유효기간이 임박한 항공권이나 공동 구매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호텔 예약은 몇 개의 앱을 비교해보면 된다.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등을 통해 각 나라의 호텔을 찾아볼 수 있다. 처음 본 사람과 어느 관광지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오전과 오후 중 언제 떠날지 등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그룹 이름을 ‘즐상’이라고 지었다. 상하이를 즐기자는 의미였다. 처음에는 여자 둘, 남자 둘, 총 넷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여자 둘만 남았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한 팀이 되면 의견이 안 맞아 팀이 깨지는 일이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여행을 계획대로 강행할 것인지 포기해야 하는지 위기가 있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각자 업무를 분담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조와 달리 네 명이 나눌 일을 두 명이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계획은 몇 번이고 수정됐지만, 상하이 여행책과 인터넷의 도움으로 제 자리를 찾아갔다. 상하이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상하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상상 속 상하이에서 푹 빠져 보낸 시간은 기대와 행복에 젖게 했다. 여행에서 무엇을 보든 상관없다. 각자의 느낌은 다르기 마련이고 어차피 다양성을 즐기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애써 계획을 짜고도 팀원의 기호를 신경 쓰며 존중과 배려의 시간을 보내는 겸손한 경험도 우리를 멋지게 만들었다. 패키지여행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떨림으로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과연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떠듬떠듬하는 언어보다는 몸짓 언어가 아주 효과 있다는 경험을 한 이후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실수도 즐기며 불편함도 경험으로 받을 준비를 했다. 이번 상하이 여행은 조사한 것을 하나하나 펼치며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근사한 안목이 더해지기를 기대하며 설렘을 마주했다.
- 2018-06-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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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권력 순위는 엎치락뒤치락
- 실제 이야기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불분명하지만 인터넷상에 떠도는 이야기다. 어느 할아버지가 가출을 했다. 아들에게 편지를 써놨는데 “3번아 잘 있어라. 5번은 간다”라는 다소 모호한 내용이 있었다. 3번은 누구를 뜻하고 5번은 누구인가? 그 집의 권력순위 1위가 고등학생인 손자이고 2위는 며느리, 3위는 가장인 아들, 4위는 애완견, 마지막 5위가 할아버지라고 했다. 이 내용을 풀어보면 “아들아, 애비는 서러워서 집 나간다”라는 말이 된다. 1번, 2번은 권력 순위라기보다는 집에서 관심을 많이 받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불편한 진실은 집에서 순위의 근거가 나이가 많다거나 돈 벌어오는 거와는 별로 연관이 없다는 점이다. 돈을 많이 쓰는 사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돈을 쓰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 권력 순위의 앞자리를 차지한다. 친구 모임에서도 돈을 펑펑 잘 쓰는 친구가 늘 대장이다. 다음으로 돈 많은 친구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도록 아주 기분 좋게 펌프질하는 친구다. 직장에서 필자는 돈을 벌어오는 부서에 있었다. 수입을 많이 올리면 당연히 사장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그런데 봉급쟁이 고용 사장의 속 깊은 예쁨은 필자보다 예산부장이 더 많이 받았다. 적자일 때는 필자가 들볶이지만 흑자일 때는 예산부장이 먼저, 필자는 늘 후순위로 칭찬을 들었다. 예산부장은 회사의 살림을 맡은 사람이다. 어느 날 사장으로부터 속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너는 돈을 벌어왔지만 실제 그 돈을 쓰게 해주는 사람은 예산부장이다. 예산을 적절히 편성해서 내가 쓸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도 목소리 큰 사람은 안주인이다. 돈 벌어오는 남편은 성능 좋은 돈 버는 기계 대접이나 받는다.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도 다른 장관들보다 파워가 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오면 뭐하나. 내가 쓸 수 없다면 그림의 돈이다. 아내는 자식들 앞에서 필자를 항시 앞세운다. “아빠가 오리고기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오늘 저녁 외식은 오리고기로 하자” 하면 아무도 토 달지 않고 오리고기 집으로 낙착이 된다. 필자는 음식 메뉴 선택은 늘 아내에게 정하라고 하지만 아내는 언제나 필자 의중을 살핀다. 표정이나 말투에서 힌트를 얻어 필자 마음을 읽어낸다. 그리고 아빠의 뜻으로 몰고 가면 아이들도 반대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필자가 우리 집 권력순위 1위라고 늘 믿고 있다. 집 안에서 쓰는 돈 대부분은 아내의 손을 거친다. 설날 세뱃돈도 우리 부부 몫으로 합산해 아내가 단독으로 준다. 아내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왔지만 그 돈의 바탕은 할아버지이고 아버지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어린 손주들을 데리고 외식하면 아내가 카드로 계산을 한다. 이 장면을 아이들도 다 보고 있으니 당연히 할머니가 사는지 알까봐 아내는 “오늘 저녁은 할아버지가 쏘는 것이니까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드려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할아버지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다. 아내는 직접 돈 쓰는 재미를 느끼고 나는 인사 받는 재미로 으쓱해진다. 최근에 경치 좋은 바닷가 리조트로 놀러갔다. 우리 부부와 딸 내외 그리고 외손자를 포함해 다섯 명이 갔다. 전날 저녁, 회를 안주로 과음을 해서인지 늦잠까지 잤다. 아침식사를 하러 나가자고 했지만 밥 생각이 별로 없었다. “곧 점심을 먹으면 되니 간단하게 라면이나 끓여먹자”라고 필자가 제안했다. 모두가 좋다며 컵라면을 사오겠다고 했다. “아니 컵라면 말고 끓여먹는 라면이 좋지”라고 즉각 제안을 했다. 당연히 아내가 필자 말에 맞장구쳐줄 줄 알았다. 그런데 “설거지하기 귀찮으니 컵라면 먹어요”라며 필자 말을 무시해버렸다. 게다가 필자 눈치를 살펴야 할 사위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컵라면 사오겠습니다” 하고 뛰어나갔다. 별것 아니지만 약간 체면이 손상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만한 일에 정색하기는 싫었다. 속으로 ‘이거 불안한 1위의 권력이 유지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잠깐 들기는 했다. 가정 내 가장의 권력은 경제력에서 나온다. 소설가 김훈은 남자는 죽는 날까지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의 파워는 경제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남자들이 퇴직을 하고 수입이 없어 아내로부터 용돈을 받아쓰는 순간 날개 부러진 새의 신세가 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말하기 곤란한 곳에 돈 쓸 일도 있고 정당한 곳에 썼다고 해도 일일이 다 말해야 하는 상황도 마치 남자의 자존심이 구겨지듯 서럽다. 아이가 잘 때도 사탕봉지를 끌어안고 자듯 남자는 돈줄을 죽는 날까지 잡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필자는 지금까지 번 돈을 아내에게 다 주지 않았다. 봉급의 일부를 아내에게 주고 재산 증식 등 대부분의 굵직한 돈 관리는 직접 했다. 물론 아내가 궁금해하지 않도록 쓰는 곳을 오픈했고 아내는 의심하지 않고 이해하고 잘 따라왔다. 아내는 엄밀히 말하면 가정살림을 꾸리는 필자의 고용 사장으로서 풍족하지는 않지만 본인의 의사대로 살림을 잘 해나갔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보이지 않는 오너보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고용 사장이 실제 일은 다 한다. 우리 부부는 컵라면 사건처럼 작은 일에는 독단을 부리기도 하지만 늘 배려하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한다. 우리 집 권력순위 1위는 나인가? 아내인가? 필자가 아내를 받쳐주지 않으면, 아니 아내가 필자를 받쳐주지 않으면 우리 부부는 모래성의 성주에 불과하다. 평행선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 바퀴처럼 언제나 함께 달려야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 집의 권력 1순위는 부부가 공동 1위라 하는 것이 맞겠다.
- 2018-06-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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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세 이상 주축으로 한반도 평화 만들기 ‘은빛순례단’
- SNS를 통해 솔깃한 소식이 들려왔다. 젊은 시절, 사회에서 한몫 제대로 하던 시니어들이 뭉쳐 모종의 계획(?)을 꾸민다고 했다. 앉아서 말로만 걱정할 게 아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밖으로 나가 세상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대와 이념, 종교를 떠나서 터놓고 우리 얘기 좀 해봅시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세대에게 불안하지 않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다는 이들이 모였다. 열정만큼은 청춘인 60대 이상 시니어가 주축인, 이름하여 ‘한반도평화만들기 1000인 은빛순례단(이하 은빛순례단)’이다. 갈등을 넘어서 마주 보다 “걸으면서 세상과 나누고 귀를 기울이는 행동을 하자.” 이런 의견이 모인 것은 작년 9월 지리산 실상사에서 있었던 연찬 모임에서였다. 남북에 불어온 훈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시기였다. 한반도 전쟁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고 이 땅을 물려받을 미래 세대를 위해 뭔가해보자며 의견을 모은 것이 ‘은빛순례단’을 탄생시켰다. 지난 3월 1일 서울 승동교회에서 성대하게 출발 행사를 치르고 난 뒤 은빛순례단의 첫 번째 행보는 국립 현충원 참배였다. 호국영령을 모신 현충원은 엄숙한 장소이면서도 정치 대립이 극명한 곳이다. 소위 내 편의 영령만 찾아가 고개를 숙이고 참배한다.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부영 이사장은 은빛순례단으로 발을 떼면서 난생처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았다. 1974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뒤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다 민주당 국회위원을 지낸 인물. 그가 박정희 묘역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고 말하면 놀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이부영 이사장은 “마음이 복잡했지만 이것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우리 역사가 또 다른 질곡 속에서 갈등과 대결을 되풀이할 뿐이라 생각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로 인해 마음속 무엇인가가 씻겨나간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단순히 분노와 적개심이 아니라 이해와 성찰, 현재의 과제를 생각하게 해준 계기였다고. 이를 옆에서 지켜본 도법 스님(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은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일생 지켜왔던 자기 원칙을 깨기란 쉽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은빛순례단의 운영단장을 맡고 있는 수지행 실상사 기획실장도 현충원 방문이 꽤나 충격적이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애국지사 임정요인(臨政要人) 묘역에서 돌아가신 대통령의 묘역 말고도 신돌석 의병장, 홍범도, 김규식 등의 묘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를 지킨 분들 또한 잠들어 있는 곳인데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새해 어떤 정당인이 누구의 묘소에 참배했는지 그 사실에만 가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두고 부정적 시각으로 적대시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 또한 인정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은빛순례단의 생각이다. 이후 은빛순례단은 몽양 여운형 선생 묘소와 4·19 기념탑을 참배하고 종교계 인사를 만나는 등 비교적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4월에는 충주, 충북 음성, 옥천, 영동 등지에서 걷기 순례와 연찬, 방문 순례를 했다. 5월에는 전남 일대를 돌며 평화의 소중함을 알렸다. 도법 스님과 느리게 함께 걷는다 인천 지역에서 은빛순례단 걷기 모임이 있던 날, 도법 스님과 수지행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다기에 함께 가기로 했다. 이날은 문화해설사와 함께 인천 차이나타운 일대를 걸으며 개항의 역사를 비롯해 한국전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역사 탐방으로 꾸며졌다. 60세 이상을 은빛, 이하를 금빛이라 칭하는 은빛순례단. 은빛과 금빛이 어울려 신구 세대가 함께 조화롭게 어울려 걷는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은빛순례단은 3·1운동 100주년인 내년까지 연찬 모임, 방문 순례, 걷기 모임 등을 통해 세상과 경계 없이 나누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행동을 이어나간다. 이날 모임에는 도법 스님 외에도 이삼열(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손이덕수(디자인 아티스트) 부부, 정세일(생명평화기독연대 공동대표) 씨 등 은빛순례를 함께하고자 하는 50여 명이 동참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도법 스님이 세상을 향해 얼굴을 든 것은 20여 년 전. 지리산 댐 건설 반대운동을 펼치던, 지리산 실상사 주지 시절이었다. 2004년에는 주지 자리를 내려놓고 탁발순례길에 나서기도 했다. 깨달음과 가르침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세상과 마주했다. 수지행은 도법 스님을 도와 일정을 짜고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한다. 수지행이 일정을 짜주면 도법 스님은 따져 묻지 않고 순례길에 응했다. 매일같이 10km를 걷는 강행군을 계속해온 순례의 달인들이다. 인천으로 향하던 지하철 안에서 문득 궁금해 도법 스님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길에서만 사시냐?”고 말이다. 도법 스님은 “나는 할 줄 아는 게 걷는 것밖에 없다”며 미소를 짓는다. 잠시 생각을 하다 “순례, 즉 걸으면서 얻은 것이 많았다”고 했다. 순례는 꼭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주제가 있는 활동도 하는데 그중 첫 번째가 ‘경청 순례’라고 했다. “우선 각 종교계를 먼저 만나고 있어요. 천주교 주교회의장 김희중 대주교를 만났습니다. 은빛순례단의 취지에 대해 말씀드리고, 종교계가 우리 사회 통합에 역할을 해주시기를 바란다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천도교, 기독교,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의 단체들도 만나볼 생각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갈가리 찢어져 있는 마음을 잇고 벽을 허물어 넘어설 것인가가 화두이자 과제입니다.” 두 번째는 연찬 순례다. 대중을 상대로 평화의 한반도로 만들려면 과연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이야기하는 마당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현장을 찾아가는 걷기 순례를 한다. 걷게 되더라도 많이 걷지는 않는다. 시니어가 주축이다 보니 걷기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있다고. 매일 8km 정도는 걸을 생각이었으나 좀 더 시니어 세대의 상황에 맞게 계획을 바꿨다. 도대체 왜 걸으십니까?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하고 말았다. 걷지 않고 편히 쉬면 그만 아니냐? 걷는 행위를 거스를 수 없는 순례길. 다리도 성하지 않을 텐데 왜 굳이 길 위를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장수시대인 만큼 환갑을 넘겼다고 해서 뒤로 물러나 안주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도법 스님은 말했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버린 것입니다. 옛날과 비교해 뭔가 할 일이 없는 세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할 게 많은 시대인데 그것을 못 찾고 있는 것이죠.” 은빛순례단 중심에서 도법 스님과 함께하는 이부영 이사장에게서 들은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전쟁 불안이 고조되니 자녀들 입에서 이민을 가고 싶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이부영 이사장이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내가 젊었을 때 뭘 한다고 설치고는 다녔는데 결국 내 손자, 손녀들한테 전쟁 불안을 대물림해야 하는 상황이구나.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헛살았나? 하는 자괴심이 컸다더군요.” 이부영 이사장은 남은 세월이라도 이 땅의 미래 세대들이 평화롭게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스스로와 아이들에게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또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순례가 시니어에게 더욱 적합한 사회운동이자 시민운동이라 생각했기에 선택했다고 했다. 세대가 극단적으로 충돌하다 도법 스님 눈에도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 포착됐다. 은빛순례단이 출범식을 하던 날, 태극기와 함께 한쪽에서는 성조기를, 한쪽에서는 한반도기를 흔들며 서로에 대해 극단적으로 불신과 적개심을 표출하던 모습. 99년 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드높이던 우리 조상들이 원하던 미래는 아니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모든 종교와 이 편과 저 편이 벽을 넘어서 함께 독립선언을 했습니다. 그날을 기리는 날 후손은 서로를 불신하고 적개심을 표출했죠. 독립선언을 했던 선조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서로 반목하는 모습, 이것을 풀어내지 않고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편안하고 평화롭게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한반도를 넘겨주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러려면 누군가가 벽을 허무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바로 어른들이 나서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든 다 만날 겁니다. 찾아가서 만나는 것과 만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다르니까요.” 도법 스님은 사회를 좀 더 종합적으로 균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새의 날개 이야기를 했다. “흔히 새는 두 날개로 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온몸으로 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온몸으로 날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아요. 대한민국이라는 새도 온몸으로 날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좌우 갈등만 있었는데 지금은 세대 갈등도 있습니다. 어른과 젊은이들 사이가 대단히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불만스러운 것이죠. 모든 관계가 소중하고 고마워야 하는데 그런 마음들이 깨진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보여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려면 삶의 모든 과정을 평화롭게 다뤄갈 수 있는 실력과 방법, 정화의 체질화, 문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본이 돼야 한다. 평화운동은 통일이 돼도 지속돼야 한다. 일상의 평화. 결국 은빛순례단이 미래 세대를 위해 다지고 싶어 하는 기본이란 일상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상생하는 평화가 아닐까.
- 2018-06-2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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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의 은퇴 교육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 평생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며 하나의 일에만 매달려 살아온 이들에게 두 번째 삶, 은퇴 후 인생설계는 그저 막막한 일일 뿐이다. “후배들에게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잔소리했지만, 정작 회사 밖으로 나오니 눈앞이 캄캄하더라”는 어느 공기업 정년퇴직자의 소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퇴직 후의 삶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자사 임직원의 은퇴 준비,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선명한 미래가 업무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 아닐까. 이런 기업 중 모범 사례로 꼽히는 포스코를 찾아 인생설계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본지 제호와 비슷해 친숙하게 여겨지는 이 이름은 포스코의 퇴직 후 인생설계 프로그램명이다. 교육 참여는 50세 이상의 포스코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은 2001년부터 포스코인재창조원이 운영해온 정년퇴직 예정자 대상의 교육 과정인 ‘그린 라이프 디자인’이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교육 진행 과정 중 정부의 정년퇴직 연장 정책에 따라 2016년과 2017년에는 정년퇴직자가 발생하지 않게 되면서 프로그램 운영에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준비기간’에 대한 의견도 반영됐다. 교육 시점이 정년퇴직 3개월 전부터 시작되어 인생설계에 제대로 반영하기엔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린 라이프 디자인 교육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약 3000여 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인재창조원 관계자는 “정년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그린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이 퇴직이 임박한 이들을 대상으로 실제적으로 필요한 서류 처리나 연금 문제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은 퇴직 후 생활에 대한 마인드 변화, 방향성 제고와 같은 포괄적인 부분이 중심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래가 명확해야 근로의식 높아져 올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에 참여 예정 인원은 330명. 포스코의 주된 사업장인 포항과 광양의 임직원 300명과 서울 근무자 30명이 참여한다. 강의에 참여하는 인원만 13명. 포스코인재개발원의 교수 외에 다양한 분야의 사외 강사들이 각 전문 분야의 교육을 담당한다. 포스코인재창조원 김일수 교수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50대를 넘어선 직원들이 퇴직 후 삶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젊은 시절부터 포스코에 몸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의 삶에 겁을 먹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회사가 나서서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생애설계와 퇴직 준비를 지원해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근로의식도 고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또 퇴직 후 삶의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부분도 있고요.” 2016년과 2017년 진행된 프로그램에는 총 7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본인의 생애설계에 대한 진단과 자산관리, 생애관리, 건강관리 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뤄졌고, 관심 분야와 관련한 현장 탐방과 체험 학습도 이뤄졌다. 참여자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어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4.88점의 반응이 나왔다.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은 올해 변화를 줬다. 초기 프로그램이 1일 8시간 포괄적인 방식으로 진행돼 교육시간 부족, 교육 내용 전문성에 대한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직업형 트랙과 자산형 트랙으로 나눠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산형 트랙의 경우 자산관리는 결국 부부 공동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임직원의 배우자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원한다면 두 프로그램 모두 참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재무관리 교육과 달리 특정 금융상품의 밀어주기가 없다는 점도 참여자들에게 환영받는 이유다. ‘먹고사는 문제’ 이외의 것까지 직업형 트랙은 1인 창업이나 프랜차이즈 창업의 특징과 차이점, 창업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위험 요소, 재취업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구직 목표 설정, 자격증 취득 등과 같은 현실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자산형 트랙은 수익형 부동산이나 부동산 경매 또는 공매에 대한 정보, 세금과 관련 법률에 대한 소개, 각종 금융상품이나 상속·증여와 관련한 교육도 실시한다. 또 각 프로그램에선 즐거운 여가를 위한 본인의 여가 유형 진단에서부터 여가 활용 방법과 건강관리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 등도 함께 소개한다. 프로그램의 구성이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것이 흥미로운 부분. 포스코인재창조원 관계자는 이렇게 주제가 넓어진 것에 대해 “직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임직원들의 관심이 많은 건강과 재무, 인간관계, 여가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것은 단순한 재테크 활동뿐만 아니라 정년퇴직 후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재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이나 준비사항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개인별로 성격검사와 적성검사도 실시한다. 여기에 직원에게 재취업 장애요인은 없는지 체크한다. 오프라인 교육과 별도로 사이버학습을 사전학습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다. 인생설계, 창업, 귀촌과 같은 커리어 디자인과 재무 디자인, 라이프 디자인을 온라인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은퇴 대비에 ‘눈치 보기’는 없어 올해 브라보 라이프 디자인 프로그램의 참석률은 전체 대상자의 20% 정도. 은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정년퇴직을 10년 앞둔 임직원까지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편이다. 혹시 회사가 먼저 나서서 ‘퇴직’에 대해 논하는 것이 사측에서 퇴직을 권하는 것처럼 비춰지진 않을지, 또 프로그램 참여가 퇴직 의사를 밝히는 것처럼 여겨지진 않을지 의문을 가졌지만 참가자들은 “사내 분위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갖는 의문”이라고 일축한다. 한 프로그램 참석자는 “포스코라는 기업의 특성상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정년 때까지는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문화 때문에 정년퇴직 후 생애설계에 대해 논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이 사내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 2018-06-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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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리스틱힐링요가, 삶의 활력을 발견하다
- 건강 100세를 사는 방법은 다양하다. 식이조절이나 운동, 취미생활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유지한다. 그러나 과거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급변하는 미래 테크놀로지를 접하며 살아가는 시니어 세대에게 일상이 스트레스일 수 있다. 생활 속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어주는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홀리스틱힐링협동조합’의 곽승현(51) 대표다. 급변하는 사회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들어봤다. 삶의 균형을 되찾다 곽승현 대표가 개발·보급하는 홀리스틱 힐링 시스템은 인도 정통의학인 아유르베다를 통합적으로 적용한 프로그램이다. 고대로부터 전해져 오는 요가, 자연요법 등과 함께 균형이 깨진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과정이다. 우리 몸을 정화하는 독소 제거 치유과정을 시작으로 올바른 식이요법, 올바른 운동과 호흡, 이완, 감정조절, 및 명상까지 체계적으로 접근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쌓여 있는 스트레스와 질병을 완화하고 행복감과 긍정적인 자아를 되찾는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움직임과 균형을 통해 고요해질 때 평온과 행복을 느끼는 것에 방점이 있다. 홀리스틱 힐링의 마지막 단계는 사랑과 봉사로 균형 잡히고 온전한 삶을 추구 한다. 인도에서는 홀리스틱 아쉬람(공동체)이 체계화되어 있다. 곽승현 대표는 홀리스틱요가힐링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주체자로서 본질을 찾게 도와주는 힐링 전도다. 이렇게 산지도 벌써 20여 년은 됐다. “요가는 20대 중반에 접하게 됐습니다. 생활고는 물론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학업을 지속해야 할지 갈등을 겪을 때였습니다.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고 해결하고 싶었는데 마침 한 단식원의 광고를 보게 됐죠. 호흡으로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바로 찾아갔어요. 그런데 잠시 배운 요가명상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호흡을 통해 몸의 움직임, 조화 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요가의 길로 접어든 첫 단추였습니다.” 이후 명상과 수행을 위해 산으로 절로 돌아다니면서 공부를 하던 중, 부인 이선 박사를 만났다고 한다. 당시 부인도 깨달음을 찾아 수행하고 있었다. 부인과 함께하면서 삶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명상과 수행만이 행복한 삶으로 향하는 중요한 단서라는 점에 공감하고 체계적인 요가 수행을 위해 인도 유학길에 올랐다. “인도 하리다와(Haridwar)에 있는 구랑클 캉그리(Gurukul Kangri) 대학에서 요가를 배웠습니다. 유명한 수행센터란 곳도 다 찾아다녔어요. 네팔, 미얀마, 그리고 스리랑카 등에 있는 유명한 수행센터는 거의 다 찾아다니면서 요가수행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요가의 본질과 다양한 수행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지요.” 곽승현 대표 부부는 오랜 공부와 요가수행을 하는 가운데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쳤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또한, 긍정적인 자아로 내면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며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행이 함께 하는 삶, 인도에서 배우다 곽승현 대표는 특히 인도 공동 수양체인 아쉬람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이를 통해 인도인의 삶이 요가수행과 함께 체계화돼 정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도인은 일상생활과 요가수행이 어우러진 삶의 주기를 4단계로 나누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25살까지를 제1기 인생이라고 한다. 이때는 공부하는 학습기이다. 제2기를 칭하는 ‘그라스타’는 인생을 뜻하는데 결혼을 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는 결혼과 직업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돈을 버는 생활이 계속된다. 제3기 인생은 은퇴기로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고요한 숲속이나 아쉬람에서 요가와 명상으로 노후생활을 보낸다. 이처럼 인도의 요가 수행을 통해 균형 있고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 곽승현 대표는 구랑클 캉그리 대학에서 요가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홀리스틱 요가 힐링 시스템을 개발하여 국내에 처음으로 보급하였다. 원광대학교 디지털대학의 요가학과 교수로 홀리스틱 요가 힐링 시스템 활용법을 가르쳤다. 온전한 인생을 찾아 살다 예측할 수 없는 빠른 사회 변화는 우리 삶을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곽승현 대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육체적 움직임이 느려진 시니어의 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심리적 압박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인적이고 통합적인 홀리스틱 요가 힐링은 시니어뿐만 아니라 균형적인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많은 수행을 통해 배웠습니다. 균형 잡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죠. 특히 인도에서 수행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이것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서로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지도 체험했습니다. 제 건강한 삶이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것을 나누다 보면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되겠죠.” 혼자서 건강한 삶을 찾아가기보다는 함께 찾아간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찾아낸 홀리스틱 힐링 시스템이 추구하는 가장 높은 단계가 사랑과 봉사라는 점을 되짚어본다.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이란? 사랑과 봉사로 세상과 함께 나누며 미덕을 실천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새삼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 2018-06-08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