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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개울장
- 필자가 사는 아파트 뒤편으로 북한산 국립공원으로부터 2km 정도의 길이인 개천이 흐른다. 개천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걷다 보면 두 정거장 아래의 전통 재래시장도 지나게 된다. 토요일에 산책을 하다가 시장가 개천에 커다란 장이 선다는 것을 알았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와 음악 공연 등 재미있는 공간들이 있음을 알았다. 흐르는 물을 보통 개
- 2017-07-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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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재를 망가트려 죄송합니다”
- “교재를 망가트려 죄송합니다.” 월요일 수업에 들어간 나는 제자들에게 45도로 고개를 숙여 정중히 사과했다. 평소에 “학생들에게 교사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교재다”라고 강조해왔다. 옷차림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완벽해야 직성이 풀렸던 필자인데 이 노릇을 어쩌랴? 교재인 얼굴을 심각하게 손상시켰으니 교사로서 참으로 체통이 안 서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덧붙
- 2017-07-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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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가 만난 사람] ‘이상희 헤어팝’ 이상희 원장
- 그녀는 뽀얗고 하아얀 뭉게구름 같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색다르고 기발한 발상이 피어오른다. 집중해서 듣자니 성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이상희 헤어팝’의 이상희(李相熙·56) 원장. 직업은 미용사인데 그녀 인생에서 봉사를 뺀다면 삶이 심심할 것만 같다. 손에 익은 기술을 바탕으로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니 말이다. ‘누군가를 돕는다’란 말에
- 2017-07-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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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의 권위와 책임도 지나치면 주책이다?
- 자신의 무게, 즉 자아라는 의식의 무게는 지구의 무게보다 무겁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 결혼한 지 40년째에 접어드는 지금도 아내가 생각하는 가장의 책임과 무게는 남편이 생각하는 책임과 무게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가끔 가장의 권위를 존중해 달라고 하면 지금 같은 시대에 무슨 권위가 필요하냐고 되묻는다. 아내에게 농담으로 “당신과
- 2017-07-0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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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사촌이 보험이다
- 아들이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며느리가 급성 맹장염이어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아이 셋을 당장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고양시 일산에 살고 있는 아들네는 요즘 보기 드물게 아이가 셋이다. 맨 위의 손녀가 7세이고 그 밑에 4세 손자와 2세 손녀가 있다. 하나같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급한 김에 수원에 살고 있는 딸한테 전화를 했다. 딸은
- 2017-07-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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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장기요양 등급 신청하니 울 엄마는 4등급
- 친정엄마가 89세가 되셨다. 예전 앨범 속에는 싱그럽고 꽃다운 모습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느새 아흔이 다 되어가는 할머니다. 그래도 올 초까지는 지팡이를 짚고 버스를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도는 버스투어를 즐기셨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이 고향인 엄마는 집 앞에서 버스에 올라 평창동 세검정과 부암동 윤동주기념관을 지나 엄마의 고향인 통인시장까지 가는 코스의 버
- 2017-07-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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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에서 만난 사람] 꿈의 은퇴촌, 캘리포니아 라구나우즈 빌리지를 가다
- 미국은 세계에서 실버타운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독립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독립적인 가족문화 때문일 것이다. 은퇴 후 자식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내 스스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시니어들의 의식도 한몫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에 이미 실버타운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이름난 대규모 은퇴 단지만 3000여
- 2017-07-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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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방생활사 전문가 허운홍’ 낭만주부 나방 엄마로 허물 벗고 빛을 보다
- 나방을 고운 시선으로 본 적 있던가? 여름밤, 밝은 조명 주위로 크고 작은 나방이 몰려들면 무서웠다. 누군가는 살충제를 들고 나와 연신 뿌려대기도 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의 사오정 입에서 나오는 나방은 그저 웃음거리. 더럽고 지저분하고 방해되는 날개 달린 벌레. 인간사 속 ‘나방’이란 정체의 위치가 그러했다. 허운홍(許沄弘·64)씨가 나방의 생활사에 대
- 2017-07-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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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치매
- “아파트 꼭대기층서부터 좀 찾아내려와 주실래요?” 퇴근 후 분리수거와 음식물봉지를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갔다가 얼른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어르신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하신다. 항상 출입구에 앉아 계시던 A어르신께서 병원에 다녀오신 후 타고 가실 실버카를 조카가 가지러 간 사이 어디로 가신 것이다. 항상 눈 여겨 보시고 안타까워하시던 분들이라 모두 여기저기로
- 2017-07-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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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버릴 수 없는 것
- 식탁에 놓인 아내의 정리수납 전문가 자격증을 보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삼십년을 같이 살면서 집안에 쌓인 짐들을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아내의 고집스런 성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사를 간다는 것이 불가능 할 정도로 여기저기 쌓인 짐이 많다. 이집에서 산 지 이십 년
- 2017-06-23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