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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바로 시니어 패션 리더
- 낡고 늙음이라는 고정 관념을 끊어내고 시니어 모델로 생애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두 사람을 만났다. 시니어 모델 최초 서울 패션위크 무대에 오른 소은영(제이액터스·75) 씨와 최근 핫한 모델 김칠두(더쇼프로젝트·64) 씨다. 늦은 데뷔이지만 내공 가득 담아 시니어의 멋과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는 두 사람. 그들만의 패션 포인트와 패션 피플로서의 삶을 엿봤다. 인생, 이러니 참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Q. 패션에 관심이 많았나? 처음부터 옷을 잘 입었던 건 아니다. 어렸을 때 동생이 그림을 그렸는데 옆에 있다 보니 색 배합에 관심이 생겼다. 일본에서 들여온 패션 잡지도 오래전부터 봐왔다. 그러다가 옷에 관심이 많아졌다. 친구들이 치마나 바지를 못 입겠다고 하면 수선집에 가지고 가서 새로운 옷으로 만들어 입었다. 집 앞에 나갈 때 그냥 나가는 법이 없다. 어디를 가도 단정하게 챙겨 입고 나간다. 젊은 시절의 옷도 장롱에 그대로 있다. 가끔 입고 나가면 그때처럼 마음이 젊어지는 느낌이다. 시니어 모델로서 늘 당당하게 옷을 입는다. Q. 모델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일흔두 살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4년 차다. 어렸을 때 배우 김지미 씨가 나를 동생같이 예뻐했다. 탤런트가 되고 싶었는데 집안이 엄해서 평생 전업주부로 살았다. 일흔이 넘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고민했다. 집에 앉아서 TV 보고, 친구 만나서 밥만 먹을 수는 없어서 나만의 길을 찾아보려고 했다. 탭댄스와 한국무용을 배워봤는데 적성에 맞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으로 내 나이에 할 만한 활동들을 찾아봤다. 그러다가 시니어 모델 전문 교육기관인 제이액터스를 알게 됐다. 내가 젊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초반에 걱정이 좀 됐지만 잘할 자신이 있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 딱 내 일이다 싶었다. 모델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내 도전도 시작됐다. 재밌다. Q. 나만의 원포인트 패션 비법이 있다면? 단연 스카프다. 대형 박스 2개에 스카프가 가득 들어 있다. 셀 수 없이 많다. 옷을 입을 때 스카프를 늘 염두에 두고 스타일링을 한다. 액세서리도 원래 크거나 화려한 것을 안 했는데 도전해보고 있다. 깔끔하고 캐주얼한 옷을 많이 입는다. 남들은 못 입어도 나라면 소화할 수 있는 옷이 좋다. 스카프도 매보면서 말이다. 스카프 하나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니 정말 좋은 패션 아이템이다. 친구들 옷을 가끔 골라주면 친구 남편들이 더 좋아한다. 옷을 고를 때 나이 고려는 안 해봤다. 브랜드도 전혀 신경 안 쓴다. 단돈 1만~2만 원짜리도 내가 입으면 남들이 명품이라고 생각한다. Q. 시니어 모델 최초 타이틀이 있다던데? 2017년 서울패션위크 박종철 디자이너 무대에 섰다. 시니어 모델로는 최초였다. 시니어 모델의 무대 위 워킹과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며 오디션에 붙여주셨다. 다 남자 모델이었고 여자는 나 하나였다. 12cm 킬힐을 신고 런웨이에 설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청심환을 먹고 겨우 오를 수 있었다. 지금도 계속 무대에 서고 있다. Q.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모델 일을 한다고 해서 급격하게 살을 뺀 적은 없다. 내 생각에 다이어트가 좀 필요하다 싶을 때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체중이 50kg을 넘어본 적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꼭 스트레칭을 하고 한 시간 정도 되는 거리는 무조건 걷는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하체 근력을 키우는 스쿼트는 아침저녁으로 50번 씩, 하루 100번은 꼭 채운다. 피트니스센터는 성격에 맞지 않아 깨끗하고 좋은 목욕탕을 찾아 일주일에 세 번, 3시간 정도 있다 온다. 물속에서 걷고 스트레칭도 하고 말이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7시 반에는 꼭 잘 차린 아침식사를 한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편이다. Q. 모델로서 도전하고 싶은 스타일은? 시니어 모델 하면 단연 카르멘 델로피체 아닌가. 나는 일흔이 넘었는데도 흰머리가 안 난다. 그녀처럼 해보기 위해 탈색을 했다. 이제 머리를 좀 길러 제대로 스타일링을 해보고 싶다. 국제무대에도 나갈 수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한국을 대표해서 어디든지 가고 싶은 의욕은 많다. 기대나 희망이 없으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나이 핑계는 대고 싶지 않다. 큰 무대에 서보고 싶어 건강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제는 나를 위해 살 시간이다. 내 인생을 어떻게 끝까지 마무리하느냐, 그것이 중요하다.
- 2019-03-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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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쟁이가 되려면 ‘TPO’를 지키자
- 곧 3월이다. 여기저기서 꽃망울이 툭툭 터지기 시작하면 사람들 옷차림이 가벼워질 것이다. 간절기에는 아침저녁 온도 차이에 따라 입고 벗을 수 있는 옷이 필요하다. 특히 겉옷을 벗었을 때를 대비해 블라우스나 티셔츠의 소재와 색깔을 잘 맞춰야 한다. 봄에는 가벼운 소재에 파스텔 색조의 옷이 잘 어울린다. 진정한 패셔니스타가 되려면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시간과 장소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잘못하면 패션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옷을 더 품위 있게 입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이나 색깔만 고집하면 고리타분해 보일 수 있다. 또 무조건 비싼 옷보다는 체형과 나이에 맞는 옷을 입는 게 보기에 좋다. 의상과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화려한 액세서리는 오히려 거부감을 준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자. 핸드백, 구두, 소품의 색깔은 두 가지 정도로 맞추는 게 세련되고 단정해 보인다. 패셔니스타 소리를 들으려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백화점 등에 가서 트렌드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옷장에 걸려 있는 옷을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게 코디할 수 있다. 남성 패션에서도 TPO가 역시 중요하다. 잘 차려입어도 가방이나 구두, 넥타이가 안 어울리면 스타일이 살지 않는다. 그리고 좋은 향수를 사용할 줄 아는 남성이야말로 진정한 패셔니스타다.
- 2019-02-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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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보여행의 동반자 ‘배낭’ 어떻게 꾸려야 할까?
- 초보 도보여행자들이 겪는 시행착오 중 하나. 바로 배낭 짐 싸기다. 장거리 코스 생각에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마구 넣게 되는데, 이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독이 되고 만다. 오랜 기간 몸에서 떼지 않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배낭은 소중한 동반자와 마찬가지다. 어떤 동반자, 즉 어떻게 배낭을 꾸리느냐에 따라 도보여행의 질이 달라진다. 배낭을 고르는 방법부터 짐 꾸리기에 유용한 정보까지 담아봤다. 사진 제공 및 도움말 트래블메이트 ◇ 초보 여행자를 위한 배낭 고르는 방법 1 가벼운 것이 좋다 배낭이 가벼울수록 여행은 즐거워진다. 배낭의 절대무게를 고려해 쓸데없는 짐은 덜고, 좌우 무게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이 길수록 배낭의 무게는 체력을 갉아먹는 ‘짐’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작은 무게라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Tip 짐 꾸릴 때 가벼운 것은 아래로, 무거운 것은 위로! 2 안전은 필수 초보 여행자를 노리는 ‘보이지 않는 손’을 조심하자. 이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배낭을 공격하고, 때로는 대담하게 배낭 지퍼에 손을 댄다. 반드시 배낭의 모든 출입구를 봉인해야 한다. Tip 배낭을 살 때 자물쇠를 걸 수 있는 고리가 있는지, 또 튼튼한지 살필 것. 3 짐 꾸리기가 쉬워야 한다 초보 여행자의 아침은 늘 부산스럽다. 배낭에 쑤셔 넣은 옷가지와 세면도구를 찾고, 이동을 위해 짐을 꾸리느라 정신이 없다. Tip 배낭의 주 출입구가 넓게 벌어지면서, 하단 지퍼와 위아래 분리막이 있어 분리수납이 가능해야 짐을 싸고 푸는 시간이 줄어든다. 내용물을 넣어도 변형이 없도록 등판에 지지프레임이 있는 것으로 고르자. 4 내 몸에 딱 맞는 걸 골라라 배낭을 착용했을 때 불편하거나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깨, 등판, 허리벨트가 몸과 밀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배낭은 내 몸에 딱 맞는 배낭이다. Tip 배낭을 사고 나서 한번 짐을 꾸려 직접 메어보는 게 좋다. 빈 배낭을 멜 때와 내용물이 들어갔을 때의 착용감은 천지 차이다. 5 지퍼가 튼튼해야 한다 예쁜 디자인, 유명 브랜드 다 좋지만 여행 중 배낭이 망가지면 낭패다! Tip 배낭 고를 때 꼭 살펴야 할 것은 지퍼, 특히 맞물리는 이빨 부분이 튼튼한지, 봉제는 꼼꼼한지, 어깨끈과 몸체 연결은 견고한지 등을 챙겨야 한다. 눈으로 보고, 직접 당겨도 보자. 6 여행 기간보다는 짐의 양을 고려하라 기간이 길다고 꼭 짐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계절에 따른 옷의 부피나 세탁 편의성 등이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것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Tip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데도 굳이 가져가는 물건은 없는지 살필 것. ◇ 장기 도보여행, 배낭 짐 꾸리기 비법 돌돌 말아 구김 없이 가벼운 수납 팩을 활용해 옷은 최대한 부피를 줄여서 넣자. 티셔츠나 팬츠는 여러 장을 겹쳐 말아 넣으면 구김이 덜 가고 부피도 줄어든다. 구겨지기 쉬운 셔츠나 재킷 등은 가방 맨 위에 넣자. 가벼운 짐은 아래에, 무거운 짐은 위에 여행 짐은 무게에 따라 수납하는 것이 좋은데, 가벼운 짐은 아래에, 무거운 짐은 위에 넣으면 가방을 들었을 때 안정감이 있고 좋다. 구석구석 빈틈엔 작은 소품 수납하기 옷을 넣고 남는 공간에 속옷 같은 작은 옷을 채우고, 선글라스나 카메라 등 충격에 약한 물건은 그 사이사이 남는 공간에 넣는다. 모자나 신발 안쪽에 양말, 화장품, 상비약 등을 비닐 팩에 싸서 넣으면 공간도 절약하고 모양 변형도 막을 수 있다. 용도별 지퍼백으로 냄새 없이 깔끔하게 파우치나 지퍼백은 넉넉히 챙기자. 화장품, 세면도구, 액세서리 등 작은 물품들을 용도별로 지퍼백에 담으면 뒤섞이지 않고, 찾을 때도 편리하다. 또 빨랫감이나 젖은 옷들은 오염될 수 있으므로 지퍼백에 담아서 넣는다. 냄새 걱정도 없고, 다른 짐들이 젖지 않아 좋다. 배낭여행 전용 제품 활용하기 장거리 도보여행을 하려면 옷뿐만 아니라 수건, 세면도구, 화장품, 비상식량 등도 챙겨야 한다. 이때 가정에서 쓰는 제품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보다는 부피가 작고 가벼우면서 실용적인 배낭여행 전용 제품들로 채우는 것이 더 유용하다. # 도보여행 # 배낭싸기 #도보배낭
- 2018-06-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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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문화행사
- 가족 나들이하기 좋은 5월, 이달의 추천 전시·공연·행사를 소개한다. 제20회 담양대나무축제 일정 5월 2~7일 장소 죽녹원 및 관방제림 일원 대한민국 대나무 주산지로 알려진 전라남도 담양. 가족 나들이를 계획 중이라면 담양을 주목해보자. 이곳에서는 매년 대나무 심는 날(죽취일)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축제를 연다. 바로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담양대나무축제. 6일간 진행되는 이번 축제에서는 대나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대나무 활쏘기, 대나무 뗏목타기, 대나무 액세서리 만들기, 대나무 부채 만들기 등)이 운영된다.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일정 5월 3일~10월 28일 장소 디뮤지엄 디뮤지엄이 2018년 첫 전시를 공개한다. 날씨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챕터(‘날씨가 말을 걸다’, ‘날씨와 대화하다’, ‘날씨를 기억하다’)로 구성된다. 2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햇살, 눈, 비, 안개, 뇌우와 같은 날씨에 담긴 이야기를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으로 재조명했다.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당신의 날씨에 관한 기억을 새로 추억해보자. 레슬러 개봉 5월 9일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김대웅 출연 유해진, 나문희, 성동일, 김민재 등 포스터에 한 손에는 금메달을, 다른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든 배우 유해진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꾼으로 변신한 살림 9단이자 아들 바보인 유해진은 영화 ‘레슬러’에서 ‘귀보’ 역할을 맡았다. 그가 예기치 않은 사건들과 엮이기 시작하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유쾌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그렸다. 또 나문희, 김민재, 성동일 등 세대를 어우르는 베테랑 연기파 배우들이 만나 호흡을 맞췄다. 얼굴도둑 일정 5월 11일~6월 3일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출연 성여진, 신안진, 주인영, 황선화 등 연극 ‘얼굴도둑’은 개인의 자아와 내면을 비추는 ‘얼굴’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진실한 감정을 놓치며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트립 투 스페인 개봉 5월 17일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등 열정의 나라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은 산탄데르에서 말라가까지 스페인 전역을 여행하며 음식과 인생, 사랑에 대한 수다를 펼치는 미식 여행기다. 영국의 대표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출연해 유쾌한 입담을 보여준다. 시카고 일정 5월 22일~8월 5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출연 최정원, 박칼린, 남경주, 아이비 등 한국에서의 공연은 열네 번째. 최정원, 아이비, 남경주, 박칼린 등이 참여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라인업으로 돌아왔다. 섹시하고 뜨거운 뮤지컬을 찾고 있다면 농염한 재즈 선율과 관능적인 춤이 매력적인 ‘시카고’를 추천한다.
- 2018-04-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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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나들이 어디로 갈까
-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는 요즘. ‘방콕’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분들 계신가? 부부가 혹은 가족끼리 또는 동성 친구끼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 게다가 ‘먹방’까지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볼까 한다. 경춘선 기차여행[김유정역]_실레마을 이야기길 따라 점순이를 만나다 7호선과 경의중앙선이 교차하는 만남의 장, 상봉역. 춘천 가는 기차는 대성리, 가평을 지나 출발한 지 72분 만에 멈춘다. 내린 곳은 근대문학 ‘봄봄’, ‘동백꽃’의 산실, 실레마을이 있는 김유정역. 역사 맞은편으론 ‘비단으로 병풍을 두른 산’, 금병산이 포근하게 안아준다. 역사를 빠져나와 약 5분 정도 걸었을까. 버선발로 마중 나온 ‘점순이’를 만난다. “그새 좀 컸는가? 반갑단 말보다 다짜고짜 키부터 재 보는데 잘 봐야 내 겨드랑 밑에서 넘을락 말락. 또 고갤 숙일밖엔 도리가 없다. 딸이 더 자라야 성례를 시켜줄 수 있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일만 시키는 장인, 아버지를 못마땅해하면서 나를 충동질해대는 점순이, 반발하다가도 끝내 이용만 당하는 나는 정말 어리석은 머슴이던가. 빙장님, 올가을엔 꼭 성례를 시켜줘요. 더 이상은 못 참아요. 장인의 약속을 반신반의하며 뒷골 콩밭으로 향한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린 비로 안 그래도 고즈넉한 잣나무, 소나무 숲 사이 길은 더없이 폭신폭신. 그 순간이다. 왁자지껄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녀들이 다가오는 게 아닌가. 결코 머물 수 없는 눈웃음의 그녀들이.” 아주 치명적이었던 들병이들 ‘눈웃음 길’을 스치듯 빠져나오면서 그 들병이 꾐에 빠졌던 근식이가 걷던 그 ‘한숨사연 길’을 돌아본다. 오죽하면 자기 집 솥을 훔쳤을까? 세월의 무게만큼 겹겹이 쌓인 잣나무 가지들을 밟고선 심호흡 여러 번에 팔다리도 죽죽 펼쳐본다.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뿜어낸다지 아마. 이윽고 마주한 두 갈림길. 어느 쪽을 택할 텐가? 동백꽃(생강나무) 길 따라 정상도 좋겠고 산골나그네 길 따라 터벅터벅 걸어도 좋겠고. 오늘은 기어코 산골나그네가 병든 남편을 끌고 사라진 으슥한 산 저편으로 가볼 텐가? 김유정역 실레마을에선 김유정문학촌을 구경하고 난 다음 둘레길인 ‘실레마을 이야기길’을 반드시 한 바퀴 산책해야 한다.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의 그곳, 인쇄박물관이 지척에 있는데 많은 분들이 모르고 그냥 지나치고 만다. 김유정 선생이 귀향해 야학을 일으켰던 곳, 금병의숙(錦屛義塾)에서의 인증샷도 의미 있겠고 기차카페로 개조된 폐김유정역에서 타임킬링도 가성비 있다. 인근엔 레일바이크 장도 있고. 또 '먹방'도 빠질 수 없으리. 춘천 하면 닭갈비 아닌가? 역전에서 ‘점순네’를 찾으시라. 꽃 피고 새 우는 고궁 산책[창덕궁]_덕혜옹주가 남긴 마지막 메모를 찾아서 4월 어느 날. 마침 하늘빛은 미세먼지를 걷어내고 바깥 기운도 그리 차갑지 않다. 어제 생일을 챙겨주지 못한 아내를 위해 함께 집을 나섰다. 막상 어디로 가야 하나? 눈치를 살피는데 그냥 ‘가까운 곳’으로 가잔다. 더 어려운 숙제라고? 아름드리 회화나무가 반겨주는, 다리품 많이 팔지 않아도 되는, 5대 궁궐 중 유일하게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은 어떨까. 1405년 태종 때 제2의 왕궁으로 창건되어 임진왜란 이후 불타버린 경복궁을 대신한 곳. 마지막 임금 순종 때까지 약 270여 년간 왕조의 정궁 역할을 한 곳. 그나마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고 ‘시크릿 가든’인 후원이 있어 자연과의 조화미와 전통의 조경미를 만끽한 적 있으신지. 그러나 오늘의 관심사는 따로 있다. 바로 낙선재! 경복궁의 건청궁이 그러하듯 창덕궁 내 단청을 하지 않은 유일한 곳. 여인의 '비운' 같은 게 서려 있다고나 할까? 일본에 볼모로 끌려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고국으로 돌아온 고종의 외동딸 덕혜옹주가 말년을 보낸 곳(정확히는 낙선재의 우측 끝에 있는 수강재). 두리번두리번 돌아서 드디어 만난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어쩌면 혼신의 힘으로 써내려간 것일까. 그녀의 마지막 편지(메모)에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옹주는 1989년 4월 12일, 향년 77세로 이곳 낙선재에서 운명한다. 새들이 우짖고 꽃들이 피어나는 4월이면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 올봄에 방문하신다면 한 가지 추가할 곳이 생겼다. 작년 말에 재개관한 창경궁 대온실이 바로 그곳. 후원 쪽으로 가면 이웃한 창경궁과 연결되는 출입구가 있는데 지척이니 함께 둘러보면 ‘엄지 척’ 장담할 수 있다. 세종마을 도보여행_이 골목 저 골목 헤매기 좋아라 세종마을은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사이에 있는 청운효자동과 사직동 일부 지역을 말한다. 경복궁 서편에 있다 하여 북촌에 대비해 ‘서촌’으로 소문난 곳이다.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입구를 나와 대로를 따라 걷노라면 이윽고 우리은행 건물이 나타난다. 도보여행은 여기서부터 ‘딱’이다. 좌측 골목길로 접어들면 세종마을의 주요 목적지 중 하나인 ‘이상의 집(터)’이 나온다. 백부의 권유로 건축과에 입학한 시인은 1929년 3월, 수석으로 졸업하는데 화가의 꿈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고. 얼핏 카페 같은 이곳엔 비밀의 문이 있는데 그곳을 통하면 잠시나마 그와 호흡할 수 있다. 한 걸음 두 걸음 올라선 다음 이내 날개를 펼쳐 오래된 기와지붕 위로 훨훨 날아올라보라. 이걸 놓치고선 여길 다녀갔다 말할 수 없으리. 할머님과 며느님께서 푸근한 미소와 여유로 차근차근 귀엣말하시듯 이곳저곳 소상히 들려주셨던 ‘이야기가 있는 헌책방’이 다음 코스다. 고인이 된 창업주 할아버지가 결혼하면서 부부의 가운데 이름을 따서 상호로 정했다는 곳, 대오서점이다. 분수를 아는 즐거움 정도로 해석되는 가훈 이야기, 다락방 사연, 풍금 이야기, 드라마 ‘상어’의 주인공(손예진과 김남길) 뒷담화(둘은 흥행작 ‘해적’에서 다시 인연을 이어간다)까지 줄줄 풀어놓으셨는데 그동안 세월이 좀 흘렀나보다. 없던 액세서리 진열대도, 사진 촬영금지 팻말도 보이고 그새 입장료(2500원)도 훌쩍 인상됐다. 오늘따라 주인장도 안보이고 대신 시니어 알바께서 맞이해준다. 가수 아이유가 앨범사진을 찍었다는 상업적 내음 물씬 나는 설명엔 노코멘트할밖에. 좀 걷다 보면 공통으로 생각나는 건 뭐? 때맞춰 신기하게 나타난 곳이 ‘통인시장’이다. ‘골라먹는 맛과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잡도리 쉼터 파라솔 아래에서 ‘셀프’로 즐기기도 편하다. 먼저 1인 5000원 하는 도시락을 구입하면 되는데 엽전 열 냥을 제공하니 하나에 500원인 셈. 그 복잡한 골목길에서 기다랗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 박노수미술관을 지나서 수성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기린교를 건너는 상상도 분명 힐링이다. 다리품을 팔아 ‘시인의 언덕’에 오르면 북한산은 물론 북악산 아래 청와대, 경복궁 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교통 편리한 역세권에 세종대왕, 정철을 비롯해 수많은 다양한 인물들이 살다 간 흔적이 이리도 집약된 곳 또 어디에 있을까? 종로구에 신청하면 해설사와의 동반 투어도 가능하니 봄날엔 놓치지 마시라. 서촌에 바람이 부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봄날은 가고 있다.
- 2018-03-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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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치의 힘
-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도, ‘힙’이 터지는 젊은 패셔니스타도 브로치에 자신을 투영한다.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하고, 어떤 액세서리보다 의미 있는 브로치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다. 주얼리의 힘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남편이 처음으로 사줬던 목걸이, 아들이 선물한 귀고리, 시어머님이 물려주신 브로치 등등 이야기가 담긴 주얼리는 패션의 영역을 넘어 주술과 같은 의미로 우리와 함께하게 된다. 그중 목걸이와 반지처럼 옷 속에 감춰지는 은밀한 주얼리와 달리 대놓고 자신의 존재감을 풍기는 브로치가 다시 트렌드의 쳇바퀴를 돌아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어느 때보다 젊어진 모습으로 말이다. 브로치가 말하는 것들 패션 디자이너 서정기는 한 인터뷰에서 브로치에 대해 정의하길, “브로치는 옷 위에서 ‘나를 봐주세요!’,‘나는 이런 취향을 가졌어요!’라고 외치죠. 고상하게도, 천박하게도, 화려하게도, 얌전하게도, 크게도, 작게도, 엄청 비싸게도, 싸게도 자기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브로치 입니다. 브로치는 개성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죠”라고 했다. 브로치는 자신이 어떤 취향의 사람인지를 드러내기도 하고, 때때로 말보다 더 강하게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최근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까만 드레스 위로 ‘Time’s Up’이란 브로치를 단 여배우들이 등장했다. 이 브로치는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타임스 업(Time’s Up)’ 캠페인을 의미한다. 또 여성 정치인이 입은 옷은 정치적 성명 발표와 같다는 말처럼 종종 정치인들은 브로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암시적으로 전달한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퇴임 후 ‘내 브로치를 읽어보세요’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까지 열 정도로 브로치 정치의 대가였다. 그녀를 비롯해 IMF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힐러리 클린턴 등 브로치를 패션 그 이상의 의미로 이용하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스타일의 방점, 브로치 최근 하이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앤아펠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보그의 전설적인 에디터이자,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의 뮤즈인 카린 로이펠드와 함께 브로치 스타일링법을 소개하는 ‘브로치 더 서브젝트(Brooch The Subject)’를 기획한 것. 몇 개의 하우투(How to) 영상과 사진으로 이뤄진 이 기획은 브로치에 대한 생각의 틀을 넓혀준다. 브로치의 자리를 으레 가슴쪽이나 스카프 위라고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카린 로이펠드는 클래식한 반클리프앤아펠의 브로치를 평범한 블라우스의 깃(칼라의 뾰족한 부분)이나 스커트 벨트 라인, 원피스의 어깨 부분에 살포시 얹었다. 아무것도 아닌 옷을 일순 특별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다. 화장대 구석에 방치해둔 오래된 브로치를 다시 꺼내 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스타일링법은 무엇을 입느냐보다, 어떻게 입느냐가 더 중요한 요즘 시대에 딱 알맞다. 특히 옷장을 열면 한숨만 나오는 이들에게 옷에 대한 스타일링의 영역을 우주만큼 확장해준다. 브로치를 고리타분한 액세서리의 자리에서 ‘힙’, ‘핫’ 같은 요즘식 형용사를 붙이게 만드는 것은 비단 이 프로젝트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고전으로 불리는 버버리 프로섬 역시 이번 시즌에 얼굴만 한 사이즈의 브로치를 선보였다. 어떤 주얼리보다 화려한 버버리 프로섬의 ‘왕’ 브로치는 스트리트 감성이 풍만한 젊은 세대들을 동하게 만들었고, 그들의 액세서리 리스트에 브로치 영역을 추가하게 만들었다. 이토록 젊어진 브로치는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의 패션을 신선하게 만들어준다. 다가올 설, 철 지난 한복이 촌스럽게 느껴진다면 브로치의 힘을 빌려보자. 하나도 좋지만 여러 개의 브로치를 레이어드하면 또 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이때 유색과 무색의 조합을 적절히 이용하면 촌스럽던 한복도 한결 세련돼 보일 것이다. 또한 브로치를 옷이 아니라 진주목걸이 위에 연결해 펜던트로도 활용해보자. 심플한 니트에 브로치를 더한 진주목걸이는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다가올 봄, 좀처럼 생기가 돌지 않는 패션을 위해 브로치 처방을 내려보면 어떨까. 그것도 당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브로치라면 금상첨화겠다.
- 2018-01-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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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주목해야 할 시니어 직업 키워드 5가지
- 올해 주목해야 할 사회 현상 중 하나는 은퇴 세대의 폭발이다.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1955년생부터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이 본격화한 1963년까지 9년간 태어난 이들이다. 정부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숫자는 약 711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의 14.3%에 달한다. 이들이 한꺼번에 은퇴자 인력시장으로 몰리면서 평생 겪었던 경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니어에게 제2, 제3의 직업을 찾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가 됐다. 새롭게 떠오른 무술년 새해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위해 어떤 분야를 주목해야 할까. ‘세대융합창업’ 안 되면 함께하라 최근 정부가 내놓은 창업지원정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세대융합창업’으로 귀결된다. 세대융합창업은 경험이나 자본력은 있지만 창업의 핵심인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첨단기술에 취약한 시니어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능숙하고 여러 가지 영감이나 발상은 많지만 맨몸뿐인 청년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시너지를 얻는 창업 형태를 의미한다. 정부 입장에선 은퇴한 시니어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창업으로 몰고 가기엔 창업 성공률이 높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2003년부터 2009년까지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사업 창업의 생존율은 6년 차에 32%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세대융합창업.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마케팅이나 재무관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은퇴자들의 멘토링이 이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중·장년과 청년의 매칭창업을 지원하는 세대융합창업 캠퍼스를 전국 6개 권역에 신설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창업 팀에게는 총사업비의 70% 이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마케팅 등의 사업비와 창업 공간이 무상 제공된다. 경험자들은 젊은 세대를 수평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이 창업 성공률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조언한다. 지난 12월 리스타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최종웅 대표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공동 창업한 젊은 파트너의 조력이 컸다”며 “구성원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성장동력 여전한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분야는 올해도 여전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3D 프린터나 드론의 경우 올 한 해 대중화를 통해 폭발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 분야는 주요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시니어들에게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접 기술개발에 참여하지 않아도, 본인이 평생 해온 분야를 바탕으로 대중화한 솔루션을 이용한다면 4차산업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인이나 봉제업에 종사하던 은퇴자가 3D 프린터를 통해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은퇴 건설업자가 드론으로 건축물 균열 검사 등을 하는 식이다. 공유경제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공유 경제는 시니어에게 안성맞춤인 분야다. 숙박 공유 대표 기업 에어비앤비 조재은 팀장은 “기존 숙박공유에 참여하는 시니어 호스트의 증가는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 설명하면서 “가이드의 경험과 생활을 공유하는 ‘트립’ 서비스에도 그 특성상 시니어 가이드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위한 ‘건강과 음식’ 고령화와 관련한 건강, 음식에 관한 시장은 고령화 시대에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고령자를 위한 건강음식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틈새를 공략할 여지는 충분하다.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슬로푸드에 대한 요구와 기능성 식품의 대중화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 타나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한국리서치와 2016년 액티브 시니어 7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은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사 먹고(26.9%),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먹지 않으며(39.0%), 음식 성분을 따지며 가려 먹는다(42.3%)고 답했다.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선호한다는 응답률도 31.3%나 됐다. 특히 유가공이나 농산물의 가공제품 상품화는 ‘귀촌’에 맞물려 은퇴자들의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수원시 창업지원센터 최봉욱 센터장은 “올해 시니어들에게 유망한 분야는 4차산업과 함께 건강이나 바이오 관련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식이 바뀌면 시장이 열린다 ‘웰다잉’ 우리 사회의 죽음에 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후 벌어질 일들을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달 시범사업이 끝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부분. 일반인은 관여하기 어려운 의료 부분에까지 고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죽음학 혹은 죽음준비학의 대중화 역시 우리 사회의 ‘죽음 준비’를 시기적으로 앞당기고 방식도 다양화하는 초석이 됐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냈다. 수의나 봉안당의 사전 준비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 외에 엔딩노트 작성, 유품 정리,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관리, 애완동물 신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노령화 속도에 비해, 국내 웰다잉 관련 시장의 다양성이나 규모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내 웰다잉 관련 산업이 종활(終活)로 대표되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전망한다. 인구절벽 속 귀촌, ‘6차산업’ 노려라 귀농과 귀산촌, 귀어촌을 포함한 귀촌은 ‘편의점·커피숍·통닭집 창업’만큼이나 시니어에게 노후를 보내는 가장 흔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보다는 휴양이나 도피의 개념이 컸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귀촌 지역 원주민들과의 갈등.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귀촌인은 조력자나 협력자이기보다는 ‘투자 여력 충분한 동일 업종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마을 일이나 지역 산업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으로 자리 잡게 돼 귀촌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귀촌을 할 때는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상품화를 진행하는 ‘6차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6차산업은 농작물을 경작하는 1차산업과 이를 가공하는 2차산업, 서비스업이 중심이 되는 3차산업을 결합한 형태의 산업을 의미한다”면서 “지역민들에게 귀촌인이 환영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인구절벽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자체를 귀촌 지역으로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작목반이나 어촌계 가입비 무료, 거주지 지원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2018-01-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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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패션, 내 파티 룩의 비밀
- 부르는 곳도, 갈 곳도, 챙겨야 할 날도 많은 한 해의 마지막 한 달. 어떤 자리에서도 당신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을 연말 패션 전략을 준비해봤다. ‘옷장 파먹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음식문화가 있다. 특별한 날 고가의 화려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대신, 자신의 집 냉장고에서 먹다 남은 재료를 꺼내 근사한 음식을 완성한다. 일명 ‘냉장고 파먹기’라 불리는 이 식문화가 패션에도 전이되고 있다. 즉 이젠 무엇을 입는가보다는 어떻게 입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라는 얘기. 지금 줄줄이 소시지처럼 연이어 잡혀 있는 연말 모임을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쇼핑이 아니라 당신의 옷장을 탐색하는 일이다. 만일 여성들끼리의 모임이라면 좀 더 튀는 스타일로, 부부 동반이라면 커플 분위기를 맞춘 격식 있는 룩이 어울린다. 전자의 모임에는 옷장 속에서 가장 손이 덜 탄 옷을 골라보자. 평소에 잘 입지 못했던 옷을 이번 연말 모임에서 ‘데뷔’시키자. 분명 안 입은 이유는 화려하거나, 불편하거나(대부분 사이즈에 관한 문제일 터)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모임에서는 튀어도 좋고, 조금 타이트해도 좋다. 평소의 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니. 이번 시즌 트렌드 중 하나인 ‘원 컬러’ 스타일링에 도전해봐도 좋고, 믹스 매치로 패션에 재미를 더해봐도 좋을 듯. 영국 여왕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톤의 컬러로 통일해서 입으면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도 눈에 띈다. 이때 12색 크레파스 같은 원색보다는 파우더리 핑크, 다크 그레이, 스카이 블루같이 ‘중간 컬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믹스 매치의 경우에도 캐주얼한 원피스에 포멀한 재킷을 더한다든지, 반듯한 화이트 셔츠에 화려한 디테일의 스커트를 매치한다든지 아이템들 사이에 온도 차이를 두어 지루하지 않게 룩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포멀한 자리에는 스커트’라는 공식을 머리에서 지우고 팬츠에 눈을 돌려보자. 연말 시상식에 블랙 슈트 차림으로 등장한 김혜수를 기억하는가. 모두들 여성스럽게 입을 때, 오히려 매니시한 팬츠 슈트로 차이를 두는 것. 이것이 고수의 전략이다. 남자의 경우에는 터틀넥이나 컬러감 있는 스웨터를 이용하자. 나이 불문하고 터틀넥은 여자들을 설레게 한다. 머릿속에 콜린 퍼스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의 시그니처 룩이기도 한 블랙 터틀넥과 속에 곰돌이 스웨터를 입은 모습이 자동으로 그려질 것이다. 그가 여자들이 꼽는 지구에서 가장 멋진 남자 중 한 명이란 사실에는 이 옷차림이 8할의 역할을 했다. 연말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모임의 성격을 반영한 룩이다. 일찍이 파티 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파티 초대장에 드레스 코드를 표시한다. 예컨대, ‘블랙 타이’나 ‘포멀’이라고 적혀 있으면 턱시도에 보타이 차림이나, 정장 슈트를 입으라는 것이고, ‘화이트 타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면(하얀색 타이를 매라는 것이 아니라) 오후 5시 이후의 예복인 연미복을 입으라는 뜻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드레스 코드를 자주 지명한다. 만일 당신의 파티 초대장에 드레스 코드가 표시되어 있다면 그 의미를 잘 파악해서 입자. 너와 나의 연결고리, 커플 패션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는 모임(특히 회사 모임)에는 단정하고 우아한 커플 룩을 연출하자. 이때는 옷의 디자인만큼이나 소재도 중요하다. 겨울 옷, 특히 포멀한 룩에서 고급스러운 소재는 생명이나 다름없다. ‘조명발’ 제대로 받는 벨벳, 자카드, 실크 같은 소재를 활용하자. 그리고 부부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자. 대놓고 커플 룩을 연출하기보다는 남편의 양말 컬러와 아내의 스카프 컬러를 맞춘다든지, 같은 소재의 아우터를 입는다든지, 작지만 요란스럽지 않게 커플 룩을 보여주는 것이다. 패션의 꽃, 액세서리 앞서 얘기했듯이 연말 모임을 위해 새 옷을 살 필요는 없다. 모임 룩에서 중요한 건 옷보다는 액세서리 연출이다. 포멀한 옷차림에서 액세서리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진주로 된 액세서리는 언제나 평균 이상의 멋을 내고, 화려한 스톤이 박힌 브로치는 이때가 아니면 옷장 밖으로 나오기 힘들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이슈가 되는 패션은 영국 전통 브랜드 버버리 프로섬의 패션쇼에서 선보인 브로치 스타일링 법이다. 가슴 한쪽을 가득 채운 빅 사이즈의 브로치(혹은 작은 브로치를 여러 개 레이어드한다)는 힘 없는 옷 혹은 주름진 얼굴로 갈 시선을 브로치로 집중하게 만든다. 평범한 니트에도 단번에 생생한 생명력을 선물하는 것이 브로치의 힘이다. 남자라면 보타이나 서스펜더, 모자 같은 액세서리에 눈을 돌려보자. 출근복과 파티 룩 사이에 쉼표를 찍어줄 아이템들이다. 연말 모임을 위한 메이크업 연말 모임 룩은 대부분 블랙을 바탕으로 하기 쉽다. 이때 메이크업은 평범한 룩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말에는 뷰티 브랜드마다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인다. 과거에는 컬러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질감’이 중요하다. 어깨나 목 혹은 눈 부위에 화려한 질감의 메이크업을 더해주면 컬러 없이도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립의 경우는 반대로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제품이 트렌드다. 얼굴 위의 컬러를 줄였다면, 대신 손끝에 힘을 주자. 펄이 더해진 네일은 다이아몬드보다 당신의 손을 더 빛나게 해줄 것이다.
- 2017-11-2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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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곡차곡 쌓아둔 경험들을 도슨트에 덧입혀봐요
- ‘도슨트(docent)’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작품을 관람객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전시 해설자다.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해주며,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미술관, 박물관이라는 장소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도슨트는 ‘지킴이 역할’도 함께한다. ‘지킴이’란 전시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미술관에 따라서 전시 해설과 지킴이 역할을 구분 없이 함께하는 곳도 있고, 철저히 분리된 곳도 있다. ‘도슨트’에 도전하다 시니어가 되면 젊었을 때 하던 일들은 웬만하면 정리하고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를 가지려는 사람이 많다. 대신 용돈 정도만 벌 수 있는 일거리를 원한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들 만한 취미를 찾기 위해, 여러 교육기관에서 이것저것 배워보지만 잘할 수 있고, 재미도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본인에게 꼭 맞는 취미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도 그랬다.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에서 여러 교육을 받아보다가 겨우 만난 것이 ‘도슨트’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가능 전시품을 수집하고 기획해야 하는 큐레이터는 전문지식이 많아야 하지만, 도슨트는 전문지식이 없어도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교육 과정을 거쳐 도슨트로 활동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박물관, 미술관, 기념관에는 정기적으로 도슨트를 선발해서 교육을 시키고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원봉사는 비용을 받고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도 무료다. 그러므로 도슨트 입문에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지원 정보를 알 수 있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경험을 하고, 실력과 경력을 쌓은 후 원한다면, 자연스럽게 급료를 받고 일할 수 있는 직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현재 유일하게 교육을 시켜 자원봉사가 아닌 급료를 받고 일할 수 있도록 취업 알선을 해주는 곳이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다. 이곳의 교육 프로그램은 시니어 도슨트로서 취업을 했을 때의 마음가짐, 서양미술사, 한국사, 설명할 원고작성,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지켜야 할 예의와 관람객들을 대하는 자세 등을 가르친다. 필자도 이곳에서 교육과정을 마친 후, 취업 알선을 해줘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관람객과 공감대 형성이 요령 작품을 전시할 때는 항상 작품 설명을 써둔다. 그런데도 읽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다. 관람객은 거의 읽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 설명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 얘기해주면 즐거워하면서 다른 관람객한테도 꼭 설명해줄 것을 부탁까지 한다. 다른 관람객도 본인처럼 안 읽고 가면, 이렇게 좋은 내용을 알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에서다. 시니어가 설명을 해주니까 젊은 사람이 설명해주는 것보다 이해가 잘되고 더 크게 감동된다고, 고맙다고, 기뻐하며 갈 때면, 필자도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다. 실제로 관람객들도 필자가 설명하는 것을 볼 때면 참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면서 그들도 즐거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관람객도 행복하고 작품을 설명하는 필자도 행복하고, 이렇게 관람객과 도슨트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하나의 재미이면서 보람이기도 하다. 도슨트 활동이 가져다준 삶의 변화 도슨트를 하기 전에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늘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박물관에서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관람객들과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필자의 삶의 가장 큰 변화다. 시니어가 하면 시너지 효과 더 좋다 젊은 사람들은 아직 부족한 다양하고 소중한 경험들을 시니어는 갖고 있다.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아둔 경험들을 녹여내 도슨트 활동에 덧입힌다면 관람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이 만족스러워하는 도슨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관람객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젊은 사람보다 시니어가 해야 시너지 효과를 더 낼 수 있고, 시니어에게 특히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 취미를 찾지 못한 시니어에게 ‘도슨트 활동’을 취미로 삼아볼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도슨트 Tip 첫째, 설명할 때 긴장하면 관람객과 소통이 안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친구 또는 가족과 이야기하듯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둘째, 작품 설명은 핵심만 몇 개 골라서 설명한 후 흥미를 끌 수 있고 의미 있는 소재 중에서 작가나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이때 세대별로 공감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춘다. 셋째, 시간 배정이 중요하다. 설명은 풀타임의 80%만 하고, 나머지는 질문을 받는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30분이 넘어가면 지루해한다. 넷째, 과도한 복장과 구두, 액세서리, 헤어스타일은 전시 관람에 방해가 된다. 전시 작품보다 시선이 집중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편안한 복장을 한다.
- 2017-11-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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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우 브랜드 마케팅 그룹 회장, “콤플렉스가 힘이 되니, 인생이 엎치락뒤치락이에요”
- 아이디어 닥터, 트렌드 몬스터, 강연여행가, 브랜드 전문가…. 이장우 브랜드 마케팅 그룹 회장(62)의 여러 별칭이다. 이 별칭들엔 이장우 회장의 개인 브랜드 혁신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현재 전통제조업에서 IT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의 기업 7곳에서 고정·비고정의 급여를 받는다. 1년에 최소한 5~6회는 미래 유망 트렌드를 찾아보고자 해외 아이디어 탐방 여행을 가 브랜드의 촉과 감을 갈고 온다. 삶 자체가 ‘살아 있는 브랜드’로 부단한 자기 혁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을 햇빛이 투명한 어느 멋진 날,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그를 만났다. 화려한 컬러의 통 좁은 바지에 선글라스, 중절모는 물론 반지와 팔찌 등 액세서리 일습을 갖춘 그는 말 그대로 꽃중년 그 자체였다. 인터뷰 다음 날, 그는 인도로 3주간 홀로 명상연수를 떠날 예정이라며 한껏 부풀어 있었다. 보통 사람은 한 곳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좌불안석입니다. 무려 일곱 군데에서 급여를 받으신다니 부럽습니다(웃음). 퇴직 후 급여가 오히려 더 많아졌겠습니다. “돈의 재미를 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이 날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니까요. 현재 다섯 군데가 고정급여이고 두 군데는 비고정급여인데 늘었다가 줄었다가 합니다(웃음). 솔직히 퇴직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최고경영자들이 퇴직 즈음해선 쪼잔한 상념이 많아지거든요. 부러진 날개 신세에서 영웅담을 생각한다는 것은 뻥이에요. 하다못해 국민연금, 4대보험 문제는 어떻게 하나, 별 게 다 걱정이 됐어요.” 퇴직 후 바로 이장우 브랜드 컨설팅 그룹을 만드셨지요. 직원 한 명을 둔 미니 지식기업을 창직(創職)하셨습니다. 퇴직 후, 현직 때 마지막 연봉의 두세 배를 번다고 들었습니다. 성공 비결이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실정과 저의 현실을 냉정하게 본 것입니다. 조직 브랜드와 개인 브랜드를 헷갈리지 않은 것이지요. 퇴직 후 회사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조직을 키우기보다 개인으로서 나, 이장우를 키우는 게 효과적이란 생각을 했어요. 규모의 경제에서 제가 대기업, 다국적 컨설팅 그룹과 경쟁하려 한다면 백전백패입니다. 그런 기업들의 CEO와 경쟁한다면 승부수를 던질 만하지요. 개인 브랜드로 승부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퇴직 후 공황을 겪는 것은 조직 브랜드와 개인 브랜드를 헷갈려서입니다.” 퇴직 CEO들이 과거의 성공 스토리에 머물러 인생 2막 설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더군요. “강의, 컨설팅 모두 부단한 콘텐츠 개발 싸움입니다. 대중의 열광, 과거의 영광 모두 거품이고 잠깐이에요. 길어야 1~2년 가기도 힘들고 곧 고갈되지요. 강의는 말이 아니라 콘텐츠로 하는 것입니다. 말 못해도 콘텐츠 있으면 오래 갈 수 있어요. 콘텐츠 없이 말만 잘하면 금방 바닥이 나게 돼 있지요. 멀리 보고 깊이 보려면 끊임없는 공부를 해야지요. 저는 책 공부보다 여행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차원에선 스몰데이터, 감(感)이 브랜드 차별성이에요. ○○에서 들었다, 읽었다는 개인의 스몰데이터가 기업의 빅데이터를 이기기 힘들어요. ‘내가 직접 해봤다, 가봤다, 느껴봤다’를 이야기해야 먹히지요. 경쟁력은 기능이 아니라 나만의 느낌에서 옵니다.” 브랜드 전문가, 아이디어 닥터, 그리고 강연여행가로 별칭이 계속 진화하고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브랜드 연구는 제 평생의 업으로 한 일입니다. 여행은 콘텐츠 개발을 위해 하다 보니 어쩌다 본업이 돼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여행인문학 강의를 좋아하더라고요. 트렌드의 발상지, 원산지를 직접 방문해보자는 데서 출발했는데요. 요즘은 여행인문학으로 관심이 확장됐어요. 저는 관심의 촉, 미래의 촉이 느껴지면 배울 만한 곳이 어디에 있나 찾아봐 세계 어디든 직접 가보려고 합니다. 가령 2009년 도쿄 책방을 갔을 때의 일인데요. 트위터에 관한 책이 한 코너를 다 차지하고 있더군요. SNS가 뜨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미국 뉴저지 스테이트대학으로 공부하러 갔어요. 동양의 중년 남자가 그 먼 곳으로 한겨울에 SNS 공부를 하러 왔다니 학교에서 놀라더군요(웃음). 공부는 선(先)투자이자 선(善)투자예요. 공부하면서 계발하고, 계발하면서 공부해야지요.” 일반인이 ‘트위터’의 ‘트’란 말에도 익숙하지 않을 때 조기유학(?)을 한 덕분에 그는 SNS 브랜딩 홍보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재 페이스북 팔로워 6만 명. 카카오스토리 5만 명, 인스타그램 1만 명의 팬을 확보하는 기틀이 되었다. 그의 ‘본산지, 원산지 찾아 아이디어 탐방 삼만리’는 SNS에서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 치즈학교, 미국 포틀랜드 커피 바리스타스쿨, 영국 수제맥주 학교, 이탈리아 전통 베네치아 파스타 학교 등 관심 분야도, 아이디어 탐방 지역도 무궁무진하다. 전국 방방곡곡, 아니 세계 도처를 누비며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손으로 익혔다. 말 그대로 ‘왔노라 보았노라 배웠노라’였다. 그곳에서 벌어지고 부딪치는 소소한 사고와 우연한 사건들. 그것이 경험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느낌이 되어 그만의 브랜드로 승화된다. 제가 소심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용이 먼저 걱정되는걸요. 항공비, 체재비, 게다가 연수비용까지 만만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버는 것의 20%는 자기계발에 투자한다는 주의입니다. 되도록 스폰서를 잡지 않고 제 돈으로 가는 게 원칙입니다. 후원을 받으면 여행 순서를 깨뜨리고 구속이 되거든요.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공부하는 데 2000만~3000만원 정도 들었어요. 결과적으로 강연, 컨설팅 요청이 들어와 투자한 것의 10배 정도는 뽑게 되더군요.” 그는 처음인 일을 나만의 것으로 차별화하면 브랜드가 된다고 말했다. 가령 커피 바리스타 강의를 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커피와 맥주를 전문적으로 강의하는 브랜드 전문가는 흔치 않다. 흔히 “관광이 아닌 현지 체험, 풍경이 아닌 사람을 만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 회장님처럼 여행을 즐기면서 아이디어 탐방 기회로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여행은 필연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연을 만나기 위해서 가는 것입니다. 일단 떠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보세요. 너무 목적, 목적 하며 따지지 마세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틀에 갇히기 쉽습니다. 기회는 인과관계 밖에서 터져 나옵니다. 많이 가야 합니다. 삶은 가고 싶은 목적지를 갖는 것입니다. 여행은 꿈입니다. 꿈을 가져야 여행을 가게 되고, 여행을 가야 자꾸 꿈을 키울 수 있지요.” 이장우 회장은 “여행은 꿈이고 도전”이라며 “목적을 갖고 가지만, 가서 새로운 목적과 도전을 얻는 우연, 세렌디피티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목적지를 정하면 온갖 정보를 검색, 6개월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짜지만, 막상 가서는 널널하게 현지에서 자유여행을 즐긴다”고. 사전 계획 때는 채우고, 막상 가서는 비운다. 말하자면 서양식 사고의 과학적 플래닝과 동양적 사고의 인문학적 여백의 결합형이다. 이번에 가는 인도행은 이름하여 소울 트립(soul trip). 트렌드의 촉을 읽으면 정통 원산지를 찾아 도전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다듬어 전달하고 퍼뜨린다. 그것이 바로 브랜딩 아니겠는가. 외국어가 가능하다는 점도 세계 도처 어디든 도전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포함해 6개 국어를 하시지요. 최근에는 힌두어, 라틴어까지 공부하신다고요. “새로운 언어를 하나 더 배운다는 것은 머리가 하나 더 생기는 일입니다. 언어를 한다는 것은 사고를 한다는 것이거든요. 여행한 곳을 더하면 새로운 마음의 눈이 하나 더 생기고요. 외국어 공부는 자기를 다른 세상으로 집어넣는 일종의 유체이탈 행위입니다. 리얼하지요. 비유하자면 번역이 사진 속 풍경이라면, 원어는 풍경 그 자체라고나 할까요. 아무리 인공지능 즉시 통번역 시대가 온다 하더라도, 외국어 공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리얼한 것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니까요. 그것은 단지 속도가 아니라 느낌의 문제예요. 앞으로 세상은 지식이 아니라 필(feel)의 경쟁시대가 될 거예요. 지식과 상식은 보편화돼 검색하면 나오니까요. 느낌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아요. 새로운 아이디어 탐방을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요즘 문제되는 것은 세대 간 소통입니다. 기업 자문을 하실 때 신세대 직원들과 같이 일을 하셔야 할 텐데요. 그들이 어려워해 소통이 어렵진 않던가요. “제가 얼마나 신세대랑 잘 노는데요(웃음). 저는 나이듦을 장점으로 활용해요. 바깥바람 막아주지, 아이디어 아낌없이 공유하지, 성과 올려주지, 이들의 입장에선 ‘성과와 실력은 향상시켜주면서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일은 쉽게 풀어가면서 어려운 책임은 상대가 가져가고’ 당연히 좋을 수밖에요. 신세대가 저처럼 나이 든 멘토와 일하는 장점이지요.” 그는 세대 간 불통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매력 자원이라는 무기의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신세대가 기성세대와 소통을 안 하는 것은 어렵거나 겁먹어서가 아니다. 기성세대를 무시해서다. 기성세대에게 배울 게, 물어볼 게, 아쉬울 게, 부러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다. 기성세대가 신세대와 소통하려면 호통이나 비위 맞추기는 불필요하다. 그보다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은 재미와 의미를 갖고 일하지 않으면서 ‘나처럼 돼보라, 해보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냐는 반문이다. 평생 재미와 의미로 점철된 흥미진진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에서의 ‘그늘’이 궁금합니다. “웬걸요. 제가 콤플렉스 투성이인걸요. 콤플렉스가 힘이 되니, 인생은 알 수 없어요. 단점이 강점이 되고, 엎치락뒤치락이에요. 집은 가난했고, 머리는 나빠 구구단도 못 외울 정도였어요. 다행인 것은 지식이 들어가기 힘든 대신 나가기도 힘들더군요. 외우는 데 오래 걸렸지만, 한 번 외우면 잘 안 잊어버렸어요. 그게 외국어 공부의 동력이 되었지요. 또 집이 가난해 구멍가게를 했고, 상고에 진학해야 했지요. 어렸을 때부터 물건 팔고 장사를 하다 보니 세일즈에 일찍 눈을 뜨게 됐어요. 머리 좋은 사람이 끝까지 하는 사람을 못 이겨요. 제 삶의 모토가 ‘긴 호흡으로 살자’입니다.” 이장우 회장과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원고를 한 자 한 자 치고 있었다. 마침 그의 블로그에 인도에서 쓴 따끈따끈한 새 포스트가 올라왔다. 아쉬탕가 요가의 요람인 인도 마이소르의 한 수도원에서 올린 사진과 글이었다. 검은색 뿔테 안경에 주황색 승려복을 걸친 모습이 얼핏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를 연상시켰다. “요가와 명상을 배운다는 사실이 설레었고, 그 느낌은 참 편안하고 좋았다. 영혼이 춤추는 세상을 찾아가는 새로운 배움의 여정임에 틀림없다.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명상과 요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by 이장우 어느 날 문득 그가 명상과 요가 브랜드 전도사로 새롭게 나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여행가 뒤에 붙을 그의 새로운 브랜드 네임이 문득 궁금해진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 연세대학교 졸업.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리더십 스토리텔러. 세계일보에서 CEO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
- 2017-11-13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