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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한 여정을 예술로 밟아온 여성들
- 조병화(趙炳華, 1921~2003) 시인은 축시(祝詩)를 통해 여성 조각가 석주(石洲) 윤영자(尹英子, 1924~2016)를 이렇게 예찬했다. 당신 머리엔 조물주로부터 위탁받은 창조물로 가득하고 당신 손과 몸엔 그걸 뽑아내는 기술로 충만해 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평생을 세월 모르는 불멸의 생명으로 예술을 살아오며, 쉴 새 없이 조물주의 위탁을 만들어냈
- 2017-12-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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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유재의 미술품 수집 이야기] 골동품 수집, 연적과 꽃창살문
- 문방사우(文房四友)란 벼루[硯], 먹[墨], 붓[筆], 종이[紙]를 말한다. 예로부터 선비나 문사(文士)들 곁에는 이 네 가지가 늘 함께 있었다. 벼루에 먹을 갈고 붓에 먹물을 적셔 종이에 글씨를 쓰면 서찰(書札)도 되고 시(詩)도 되고 서화(書畵)도 되고 상소문(上疏文)도 되었다. 보조기구로는 벼루와 먹을 넣어두는 연상(硯箱)이 있고 종이를 말아서 보관하
- 2017-11-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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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유재의 미술품 수집 이야기] 언덕 너머 뙈기밭을 바라보면서
-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을 우리나라 진경산수(眞景山水)의 시발(始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관념의 이입(移入) 없이 자연스럽게 펼쳐 보이자’는 화풍은 특히 중국의 관념적이고 과장된 그것에 비해 스케일이 적고 다소 초라해 보일지라도, 우리의 풍광을 소박한 그대로, 진솔하게 그림으로 남기는 데 큰 의의가 있다.
- 2017-10-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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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값싼 그러나 격조 높은 미술품, 얼마든지 있다
- 우리의 미술품 시장은 화랑과 경매 회사로 양분되어 있다. 물론 작가가 직접 개인적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개인전 기간에도 작가는 화랑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술품은 그리거나 만드는 예술인의 정신세계가 투영되기에, 각각의 개성이 다르고 장르가 다르므로 공산품이나 생필품처럼 쉽게 살 수가 없다. 제아무리 저명한 작가
- 2017-09-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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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합, 시간을 휘어서 맞대어 붙이면
- 성긴 마대로 캔버스를 만들고 물감을 뒷면에서 앞으로 밀어내어, 마대 올 사이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한 뒤, 앞면에서 최소한의 붓질만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사용하는 물감도 회색이나 검정, 청회색 등 단색으로 단조로우나, 보는 이들에게 고요한 명상에 잠기게 한다. 화가 하종현(河鍾賢, 1935~)은 1960년대 우리나라 앵포르멜(informal, 비정형) 추상
- 2017-08-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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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럿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거워라
- 그해 봄부터 매주 목요일 아침 10시, 목동 파리공원에서 우리들은 작은 모임을 가졌다. 연령도 20대에서 60대요, 직업도 틀리지만 쇠귀 신영복(牛耳 申榮福, 1941~2016) 선생의 책과 신문 칼럼 이야기를 듣고,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기탄없는 자유토론의 시간이 즐거웠다.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토론이 격해지면 인근의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며
- 2017-05-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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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에 부딪치는 바다에서 산촌까지
- 전남 진도의 고군면 회동리에서 의신면 모도리까지 2.8km의 바다가 해마다 두 번씩 3월에 사흘, 4월에 나흘간 조수간만의 차(差)와 인력(引力)의 영향으로, 수심이 낮아지고 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한 시간 동안 폭 40여 미터의 길을 연다. ‘모세의 기적’에 비견되기도 하는데, 열리는 바닷길을 걸으며 갯벌을 체험하는 ‘바닷길 축제’가 올해는 4월 26일부
- 2017-03-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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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만에 꿈을 이룬 일흔의 어린 왕자, 쁘띠프랑스 한홍섭 회장
-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생텍쥐페리의 속 한 문장이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소행성을 길들였던 것처럼, 한홍섭(韓弘燮·71) 회장은 자신의 마음속 소행성 ‘쁘띠프랑스’를 길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돈’이 아닌 ‘꿈’ 덕분에 지금의 작은 프랑스 마을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청평호반 언덕
- 2017-03-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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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유재의 미술품 수집 이야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 “고등학교를 남보다 두 해 늦게, 고향 김천에 있는 농고(農高)로 들어갔지요. 그 무렵 구루병을 앓고 있는 사촌 누이동생과 문학을 교류하며 지냈는데, 그 누이가 이듬해 시름시름 앓다 사망했어요. 그 시절의 누이 모습이 잊히지 않아 ‘소녀’의 그림을 그려왔지요.” 창문이 열린 화실 밖, 밤나무에서 매미가 울었다. 박항률(朴沆律, 1950~ ) 화가는 창밖을
- 2017-02-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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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유재의 미술품 수집 이야기] 소리로 열리는, 환희의 빛
- 올해 정유년(丁酉年)은 열두 동물로 나타내는 12지신 중에서 ‘닭[酉]’띠 해가 된다. 예로부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는 새해마다 정해진 열두 동물이 윤회하며 한 해를 상징하는 풍습이 있는데 그로부터 기인된 것이다. 용(龍)을 빼고 열한 동물은 인간 주변에 있는 것들이고, 날개 있는 동물로는 닭이 있을 뿐이다. 중국 서진(西晉)의 진수(陳壽 233~297)가
- 2017-01-20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