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전국 평균 90%를 넘어섰다. 일부 시골 지역을 제외하면 대도시 지역은 95% 이상으로, 국민 대부분이 고인을 화장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장이라는 장법은 화장 이후 유해를 봉안 또는 자연장 하기 때문에 2차 장지가 필수적이다. 이번 편은 ‘장례 비용 얼마나 들까’의 마지막으로 화장장 비용과 2차 장지 비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화장장 비용
화장 비용은 지자체의 복지 성격이 강하다. 한 분의 고인을 화장하는 데 필요한 원가가 33만 원 정도인데 관내 주민들의 화장 비용으로 5만~15만 원을 받고 있다. 그래서 고인이 거주하던 주소지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화장장일 경우 적은 비용으로 화장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화장할 경우에는 훨씬 비싸다. 예를 들어 주소지가 서울로 되어 있는 분이 서울시 화장장(서울시립승화원,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하면 12만 원인데, 성남이나 인천에서 하면 100만 원을 내야 한다.
만약 지자체에서 화장장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에는 화장장려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는 관할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화장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설 봉안당, 자연장지
화장 이후 유해를 모시는 봉안당과 자연장지 역시 지자체에서 공설로 운영하여 지역민들은 적은 비용으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화장장을 운영하지 않는 안산, 양주, 광명 등에서도 공설 봉안당이나 자연장지를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공설이 사설에 비해 시설이 열악한 경우가 있었으나, 근래에는 시설이 많이 좋아져 사설과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사설은 봉안당이나 수목장의 위치나 크기를 직접 선택할 수 있지만, 공설은 순서대로 모셔야 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곳에 모셔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서울의 경우 공설 자연장(수목장, 잔디장)은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지만, 봉안당은 이미 만장되었기 때문에 국가유공자와 기초생활수급자만 모실 수 있다.
사설 봉안당, 자연장지
사설 봉안당은 서울 공설 봉안당이 만장될 때쯤 서울 근교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서울 외곽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사설 봉안당의 특징은 같은 모양이지만 선호하는 높이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흔히 아파트에서 로열층이라고 하는 것처럼 봉안당에서는 눈높이 쪽을 로열단이라 부르고 가격도 가장 비싸다. 제일 아랫단이나 윗단에 비해 3배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서울 근교 봉안당의 로열단 가격은 일반실 기준으로 600만~800만 원 정도다.
사설 자연장지는 수목장이 유행하면서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산이나 공원 같은 곳에 널찍널찍 심어져 있는 나무에 유해를 모시는 곳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의 사설 수목장지는 공원묘지처럼 작은 나무들을 줄 세워 식재하고 분양하는 방식이다. 쉽게 생각하면 공원묘지에 봉분 대신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형상이다. 공동목, 개인목, 부부목, 가족목 등 다양한 크기의 나무들을 선택할 수 있으며, 보통 성인 크기의 가족목 분양 가격은 1000만 원이 넘어간다.
이러한 사설 봉안당이나 자연장지의 경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20~40% 정도의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1000만 원짜리 봉안당을 할인 없이 소개할 경우 400만 원 정도의 리베이트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장지 소개 업체와 장례지도사들이 3:7 정도로 나눠 갖는다.
산골, 해양장
산골은 유골을 뿌리는 장법이다. 산골이 불법이다 아니다 논란이 많은데, 정확히 말하면 불법은 아니다. 우리나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산골에 대한 조항이나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뿌려도 되는 것은 아니다. 국유지나 타인의 사유지에 허락 없이 뿌리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화장장에는 유택동산이라는 산골장이 있다. 이곳과 개인 사유지에 산골하는 것 외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근래에는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해양장도 유행하고 있다. 인천, 강릉, 부산 등에서 허가받은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데, 해안가에서 5km 이상 떨어진 곳에 부표를 설치해 그곳에 유골을 뿌리는 방식이다. 일본의 경우 해양장이 굉장히 고급스럽고 다양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해양장은 산골한 후 유족이 원할 경우 간단한 제례의식을 진행하는 정도로 아직 많은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비용은 50만 원 내외다.
장법을 결정하고 장지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전문가가 조언을 해주느냐는 것이다. 괜찮은 공설 시설에 모실 수 있는 자격이 되더라도 되도록이면 알선 수수료를 주는 곳으로 안내하는 장례업자나 장례지도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가지 쓰지 않고 적절한 장지를 선정할 수 있도록 사전 상담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딸 부부가 5월 연휴를 캠핑장에서 보내기로 했다며 편한 날 와서 하루이틀 쉬었다 가라고 했다. 직장인에게는 황금 같은 연휴여서 여느 때 같았으면 해외여행을 가느라 분주했겠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캠핑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야영장은 빽빽하게 자리 잡은 나무들 사이에 있어 울창한 산속 같았다. 딸 부부는 거기에 텐트를 치고 5일간 머물며 친정과 시댁 식구들을 초대했다. 친구들도 시간이 날 때 들락거렸다. 밥을 해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콕 생활에 답답했던 아이들이 텐트 사이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나도 한마디를 보탰다.
“할아버지도 기뻐하셨을 거야.”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곳은 국립하늘숲추모원이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 때 장례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죽은 다음의 일은 너희들 몫이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소풍 삼아 오가기 편한 곳이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식들은 아버지와 의논 끝에 수목장을 선택했다. 수목장이란 화장한 유골을 나무 주변에 묻는 장례 방식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삶의 방식이 변하면서 장례문화도 매장에서 화장으로, 그리고 요즘은 수목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선호하는 장례 방법 1위(46.4%)는 수목장이다.
국립하늘숲추모원은 축구장 55개 넓이의 수목장림으로 조성돼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 뇌사자, 질병 등으로 6개월 이내 사망이 예측되는 사람에 한해 최대 1년까지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현재 가족목 분양은 없지만 운이 좋으면 직접 방문해 계약이 취소되었거나 기간이 경과한 추모목을 예약할 수 있다.
우리는 직접 가서 아버지가 잠들 나무를 골라 예약을 했다. 비용도 사설 수목장에 비해 저렴했다. 15년 이용료는, 나무 상태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가족목의 경우 200만 원 내외다. 계약은 15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세 번 더 연장할 수 있으니 최장 60년간 사용할 수 있다.
아버지를 푸른 나무 아래 묻고 꽃과 커피로 소박한 상을 차렸다. 원래 지형 그대로 추모 숲을 조성했기 때문에 어디가 산인지 어디가 묘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 느낌이다. 반듯하게 잘 가꿔진 사설 수목장림과는 전혀 다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우리 가족은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주말이면 캠핑 장비를 둘러메고 국립하늘숲추모원 캠핑장을 찾는다. 처음엔 수목장림에 캠핑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좀 낯설었지만, 지금은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수시로 아버지를 보러 간다. 우리들이 깔깔깔 웃는 소리가 아버지한테도 들리도록 목청껏 웃고 돌아오면 마음도 한결 좋다.
딸 부부도 캠핑을 하면서 매일 산책 삼아 가서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커피와 밀크캐러멜을 드렸다고 한다. 돌아가신 분 묘소는 명절날에나 가는 줄 알았는데 아무 때나 수시로 찾아갈 수 있으니 좋다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수목장을 강추한단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수목장림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내가 묻힐 곳을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나의 취향이나 선호 방식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찾아올 자녀들도 고려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고민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또 전통적인 매장묘 형태로 자리 잡을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묘지 부족을 생각하면 봉안당(납골당)이 답이지만 빽빽한 아파트 같은 장소를 마뜩찮아 하는 이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에 가까운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목장은 말 그대로 별도의 봉분이나 시설 대신 나무 밑에 골분을 뿌리거나 함에 넣어 묻는 방식을 말한다. 수목장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업계에선 1993년 스위스의 우엘리 자우터(Ueli Sauter)란 사람이 유언에 따라 친구의 골분을 나무 밑에 뿌린 것을 시초로 꼽는다. 이후 자연을 해치지 않는 ‘녹색장묘’의 개념으로 확산되다, 2004년 故 김장수 교수의 수목장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국내 보급이 시작됐다.
서양에선 자연친화적 가치 중요시
국내에서 수목장이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자연장’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이후 국내에 자리 잡은 수목장의 개념은 유럽이나 다른 국가의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수목장을 시작한 스위스나 독일,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들의 경우 골분을 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묘비나 봉분 등의 인공시설은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영국에서는 골분함을 사용하더라도 생분해성 재질의 제품을 써 시간이 지나가면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배려하고 있고, 스위스는 유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나무에 페인트로 표시하는 것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의 문화는 다소 다르다. 아무래도 고인을 모시는 것은 자손의 도리로 여기는 문화가 남아 있고 제사나 차례와 같은 풍습이 유지되는 만큼, 묘소는 고인을 모시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운영되는 추모공원의 수목장을 보면 나무 밑에 오래 보관이 가능한 분골함으로 하거나 작은 비석을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예 소규모의 봉안당을 갖추는 경우도 있다.
기존 숲 활용, 국내에선 많지 않아
수목장은 기존 숲을 활용한 자연수목 활용 방식과 공원묘지 조성을 위해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는 식재형으로 나뉜다. 시설에 따라서는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는 곳도 있다. 자연수목을 활용할 경우 숲을 자연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관리가 어렵고 제반 시설을 갖추기가 만만치 않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선 산림청에서 조성한 경기도 양평군의 하늘숲추모공원이 대표적이다. 인천가족공원에서는 자연수목을 활용한 것과 임의로 식재한 두 가지 방식이 모두 쓰인다. 이외에 공설이나 사설 수목장 시설은 대부분 식재형이라고 보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과 달리 대부분의 수목장은 울창한 숲을 활용하는 모습보다는 인공적으로 갖춰진 정원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수목장의 증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에서도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되어 묘지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수목장 같은 자연장지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종·문중의 자연장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등의 제도개선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도 지난해 자체 상조회사인 ‘SJ산림조합상조’를 설립하고, 수목장을 위한 자연장지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에 있다.
비싼 가격도 걸림돌
수목장의 단점 중 하나는 비싼 가격이다. 애초 취지대로라면 자연에서 온 인간을 자연으로 되돌린다는 개념이라 돈이 들 이유가 적지만, 국내에서는 수목장이 인공적으로 조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나무 값’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이다. 여럿이 함께 안장되는 공동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반 봉안당(납골당) 시설보다 비싸다.
공설 시설의 경우 계약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50만~200만원 내외의 분양비용이 필요하고, 별도의 관리비가 청구되기도 한다. 사설은 훨씬 비싸 함께 사용하는 공동목은 300만~4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고, 부부목은 1000만원 정도가 든다. 일가(一家)가 사용할 수 있는 가족목은 서울과 가까운 사설 공원묘지의 경우 5000만원이 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