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부부가 5월 연휴를 캠핑장에서 보내기로 했다며 편한 날 와서 하루이틀 쉬었다 가라고 했다. 직장인에게는 황금 같은 연휴여서 여느 때 같았으면 해외여행을 가느라 분주했겠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캠핑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야영장은 빽빽하게 자리 잡은 나무들 사이에 있어 울창한 산속 같았다. 딸 부부는 거기에 텐트를 치고 5일간 머물며 친정과 시댁 식구들을 초대했다. 친구들도 시간이 날 때 들락거렸다. 밥을 해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콕 생활에 답답했던 아이들이 텐트 사이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나도 한마디를 보탰다.
“할아버지도 기뻐하셨을 거야.”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곳은 국립하늘숲추모원이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 때 장례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죽은 다음의 일은 너희들 몫이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소풍 삼아 오가기 편한 곳이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식들은 아버지와 의논 끝에 수목장을 선택했다. 수목장이란 화장한 유골을 나무 주변에 묻는 장례 방식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삶의 방식이 변하면서 장례문화도 매장에서 화장으로, 그리고 요즘은 수목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선호하는 장례 방법 1위(46.4%)는 수목장이다.
국립하늘숲추모원은 축구장 55개 넓이의 수목장림으로 조성돼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 뇌사자, 질병 등으로 6개월 이내 사망이 예측되는 사람에 한해 최대 1년까지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현재 가족목 분양은 없지만 운이 좋으면 직접 방문해 계약이 취소되었거나 기간이 경과한 추모목을 예약할 수 있다.
우리는 직접 가서 아버지가 잠들 나무를 골라 예약을 했다. 비용도 사설 수목장에 비해 저렴했다. 15년 이용료는, 나무 상태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가족목의 경우 200만 원 내외다. 계약은 15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세 번 더 연장할 수 있으니 최장 60년간 사용할 수 있다.
아버지를 푸른 나무 아래 묻고 꽃과 커피로 소박한 상을 차렸다. 원래 지형 그대로 추모 숲을 조성했기 때문에 어디가 산인지 어디가 묘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 느낌이다. 반듯하게 잘 가꿔진 사설 수목장림과는 전혀 다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우리 가족은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주말이면 캠핑 장비를 둘러메고 국립하늘숲추모원 캠핑장을 찾는다. 처음엔 수목장림에 캠핑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좀 낯설었지만, 지금은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수시로 아버지를 보러 간다. 우리들이 깔깔깔 웃는 소리가 아버지한테도 들리도록 목청껏 웃고 돌아오면 마음도 한결 좋다.
딸 부부도 캠핑을 하면서 매일 산책 삼아 가서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커피와 밀크캐러멜을 드렸다고 한다. 돌아가신 분 묘소는 명절날에나 가는 줄 알았는데 아무 때나 수시로 찾아갈 수 있으니 좋다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수목장을 강추한단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수목장림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