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식재료와 조리식품의 취급, 보관에 주의를 기율일 것을 당부했다.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은 지난 5년간 발생한 여름철 식중독 493건 중 109건으로, 발병 원인이 밝혀진 식중독 가운데 22.1%에 달했다. 살모넬라(11%), 캠필로박터(10%), 노로바이러스(7%)가 뒤를 이었다.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신고 건수는 고온다습해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여름철에 대부분 집중됐고, 특히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증상으로는 설사, 복통, 구토, 탈수 등이 있다.
병원성대장균은 동물 대장 내에 흔하게 존재하는 균이다. 장마 등으로 가축의 분뇨 또는 퇴비 등이 환경에 유출되면서 채소를 오염시킬 수 있고, 가축의 도축과정에서 고기에 이행될 수도 있다. 따라서 채소를 충분히 세척하지 않거나 고기류를 충분히 가열하지 않고 섭취할 경우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은 채소를 세척한 후 실온에 방치할 경우, 세척 전보다도 세균 수가 오히려 증가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에 식약처는 음식점이나 집단급식소에서는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 식품으로는 김치, 생채류, 겉절이 등 익히지 않은 채소류 조리 음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원인 식품이 확인된 48건(3384명)의 사례 중 익히지 않은 채소류 조리 음식은 1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김밥, 백반 등 다양한 원료가 포함된 복합조리식품이 10건, 육류가 7건 순으로 발생했다. 식약처와 기상청, 국립환경과학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중독 예측지도’에서는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의 주요 원인 식품으로 총각김치 등 김치류, 샐러드, 진미채 등 건어물류를 꼽고 있다.
식약처는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예방을 위해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함께 소개했다. 먼저 조리한 음식은 2시간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보관할 때는 냉장‧냉동해야 하며, 남은 음식이나 즉석식품을 섭취하기 전에는 75℃이상의 온도로 재가열한 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이어 음식별 올바른 조리 및 취급법을 안내했다. 먼저 김치류의 경우, 한여름에는 겉절이, 열무김치 등 덜 숙성된 김치류 보다 가급적 숙성된 김치나 볶은 김치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채소류의 경우, 특히 집단급식소에서 샐러드와 생채 무침 등 가열 조리하지 않는 채소 메뉴를 제공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약처는 채소를 염소 소독액(100ppm)에서 5분 이상 담근 후 3회 이상 수돗물로 충분히 헹군 다음에 절단해 제공하거나 조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리한 채소는 바로 섭취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바로 냉장 보관해야 한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김밥, 잡채 등을 조리할 때는 교차 오염을 막기 위해 칼, 도마, 그릇 등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달걀이나 고기를 준비하는 원재료용, 달걀지단, 시금치 무침 같은 조리된 음식용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또한 달걀, 생선, 고기 등 원재료를 만진 후에는 비누 등 세정제로 손을 씻어야 한다.
고기류 중 다짐육은 중심온도 75℃, 어패류는 85℃에서 1분 이상 충분히 가열하고 조리해 속까지 완전히 익혀야 한다. 고기를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핏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 가장 아래 칸에 보관하고, 핏물이 냉장고 내부에 묻었다면 즉시 세제와 염소 소독액을 사용해 닦아내야 한다.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은 음식점에서 75건(43%)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환자는 학교 등 집단급식소에서 5262명(77%)으로 가장 많이 발병했다. 이에 식약처는 집단급식소에서 식중독 조기 경보시스템을 통해 ‘식중독 발생시설에서 사용한 식재료와 동일하다’고 통보받을 경우, 익힌 음식으로 변경해 식단을 제공하기를 권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폭염 일수가 많은 8월은 병원성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등과 같은 세균성 식중독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면서 “특히 음식점이나 집단급식소의 조리 종사자는 비누 등 세정제로 손씻기, 가열 조리나 교차오염 방지 등 식중독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봄이 오면 인기가 많아지는 ‘엄마’가 있다. “매화꽃아 니는 내 딸이제, 매실아 니는 내 아들이제”라고 말하는 홍쌍리(79) 명인이 그 주인공이다. 한 해 110만 명의 상춘객이 그녀가 있는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을 찾는다. 1966년 홍쌍리 명인이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매화마을이 됐다. 그녀는 지리산과 백운산을 수놓는 매화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손님들을 초대했다.
“스물네 살에 산에서 일하다 외로운 산비탈에 홀로 핀 흰 백합꽃같이 살기 싫어서, 사람이 보고 싶고 그리워서, 매화꽃을 심었어요. 5년이면 꽃이 피겠지, 10년이면 소득이 있겠지, 20년이면 세상 사람 내 품에 다 오겠지,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홍쌍리 명인은 ‘음유시인’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단어, 문장 모두 시가 되고, 노래가 됐다. 홍쌍리 명인은 자신의 인생을 노래하듯 이야기하면서 여러 번 눈물을 훔쳤다. 늘 사람이 그리워서 자연과 얘기한다는 그녀. 지금 그녀가 제일 그리워하는 사람은 시아버지였다.
나의 아버지, 시아버지!
홍쌍리 명인은 1943년 밀양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는 어머니를 어린 나이에 여의었고, ‘엄마 없는 가난’을 겪었다고 표현했다. 현재도 각종 방송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홍 명인.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잘 불렀고, 가수로 키우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딸을 광대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딸을 부산 삼촌 집으로 보내버렸다. ‘못 배운 가난’까지 품게 된 홍쌍리 명인은 “친정아버지를 내가 제일로 미워했다”고 말했다.
삼촌은 건어물 장사를 했는데, 밤을 팔러 왔던 시아버지 율산 김오천 선생이 홍쌍리 명인을 보고 첫눈에 마음에 들어 했다. 홍 명인을 며느리로 안 주면 밤을 안 주겠다고 했단다. 그렇게 경상도 여인은 전라도로 시집가게 됐다. 스물세 살이었는데, 홍쌍리 명인은 “1965년 당시에는 노처녀였다”고 말했다.
율산 김오천 선생도 유명인이다. 일제강점기에 그는 일본에서 밤나무는 식량 대용으로, 매화나무는 약용을 목적으로 들여왔다. 김오천 선생은 밤나무 사업에 주력했고, 그로 인해 광양의 특산물은 밤이 됐다. 그는 故박정희 대통령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집안에 시집갔으니 편하게 살았을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홍쌍리 명인은 시아버지와 밭일을 하면서 자식들을 키워야 했다. 무엇보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남편이 광산 개발 사업에 투자했다가 망해 화병으로 드러눕고 말았다. 홍쌍리 명인은 무려 33년의 긴 시간 동안 남편 수발을 들었다.
“남편은 빚쟁이가 올까봐 방바닥에 제대로 눕지를 못했어요. 숨을 못 쉬면 산소호흡기가 필요했는데, 당시에는 하동에 산소호흡기가 없으니 순천까지 가야 했죠. 병원 한 번 갔다 오면 반나절이 걸렸어요. 그때 저도 빚쟁이들한테 머리를 쥐어뜯기기 싫어서 머리를 다 잘라버렸어요. 그리고 수건을 벗지 못했죠. 밥 먹을 때 시아버지가 ‘아야, 밥 먹을 때는 수건 벗는 기다’ 하시는데, 그 소리에 눈물이 소낙비처럼 줄줄 흐르는 거예요. 시아버지가 수건을 벗겨보시고는 둘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홍쌍리 명인은 시집온 이듬해부터 매실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아버지의 반대를 꺾기 힘들었다. 그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밤나무를 베고 매실나무를 심겠다고 했기 때문. 시아버지는 홍 명인이 씻겨주고, 안마해주고, 노래를 같이 흥얼거리다가도 ‘매화’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시아버지는 홍쌍리 명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더욱이 법정 스님이 찾아와 ‘꽃 천지를 만들라’는 말에 홍쌍리 명인은 더 많은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매실 사업을 시작한 지 6년이 됐을 때, 부산 대선소주에서 홍실주를 만들었다. 홍쌍리 명인의 매실로 만든 매실주다. 그때 번 돈은 137만 원. 홍쌍리 명인은 그 숫자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 이때 비로소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인정해줬다.
홍쌍리 명인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시아버지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 자수성가했고, 명품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더불어 세상에서 제일 고마운 사람도 시아버지다. 홍 명인은 시아버지가 없었다면 현재의 자신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의 선물, 건강 먹거리
현재 홍쌍리 명인은 6만 평의 청매실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1997년 전통식품명인 제14호에 지정되면서 ‘매실 명인’이 됐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는 홍 명인은 매화와 매실이 진짜 아들이고 딸이라고 했다. “내 꽃딸하고 매실아들은 내가 뭘 입고 가든 맨발로 가든 언제든지 반겨줘요.”
광양에서는 1997년부터 매년 3월 매화축제가 열린다. 그 시작에는 그녀의 제안이 있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간 축제를 열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홍쌍리 명인은 1991년 국무총리상을, 1998년 대통령상(가공식품 부문)을 각각 수상했다. 그녀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대통령상을 수상한 유일한 집안이라고 자랑했다.
홍쌍리 명인은 시집오고 고된 일을 도맡아 하다 결국 탈이 나버렸다. 스물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생사를 오가는 큰 수술을 했다. 당시 의사는 ‘살면 천명이고, 죽으면 제 명’이라고 했다. 다행히 수술을 잘 마치고 퇴원할 때, 의사는 ‘맛없는 것을 연구해보라’고 조언했다. 입에는 맛없는 건강한 음식을 만들라는 뜻이었다.
이때부터 홍쌍리 명인은 ‘오미오색’(五味五色), 오장육부가 좋아하는 건강 음식 개발에 집중했다. 특히 홍 명인이 키우는 매실은 ‘동의보감’에도 ‘마음을 편하게 하며,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하고, 근육과 맥박이 활기를 찾게 한다’고 효능이 적혀 있다.
그녀는 3000개의 장독대를 활용해 매실을 숙성한 건강식품을 만들었다. 매실장아찌, 청매실 농축액, 청매실원, 청매실 고추장 등 30여 종에 달한다. 더불어 홍쌍리 명인은 2007년 광양매실 지리적표시 제36호 등록, 2008년 광양매실산업특구 지정, 2010년 광양매실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등록 및 빛그린 상표 등록을 하면서 광양매실의 브랜드를 키웠다.
“매실 많이 먹어서 죽는다 하면 나는 10번도 더 죽었지”라고 말하는 홍 명인은 아침에 눈 뜰 때부터 잘 때까지 매실을 먹고 마신다. 덕분에 뱃속 설거지가 잘돼 지금처럼 건강한 것이란다. “농사는 작품, 밥상은 약상. 뱃속 설거지를 해서 미움, 증오, 욕심을 버리면 안 건강할 수가 없다”고 외쳤다.
이렇게 자연이 준 건강밥상의 효과를 직접 느낀 홍쌍리 명인은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만약 여유가 있다면 집을 짓고 마음 아픈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당신들이 먹고 싶은 것을 심게 하고, 밥 먹을 때마다 먹고 싶은 것을 빼먹게 하고 싶어요. 고기는 내가 시장에서 사다주고요. 내 몸은 내가 가꾸는 것이에요. 그러면 병이 없거들랑.”
밤에는 등단한 시인으로
홍쌍리 명인은 시인이기도 하다.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혼자 책을 보면서 글을 공부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 자연과 나눈 대화를 글로 썼고, 이는 시가 됐다. 2011년 종합문학지 ‘서울문학인’ 여름호에 ‘학처럼 날고 싶어라’ 등으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인생은 파도가 쳐야 재밌제이’, ‘행복아 니는 누하고 살고 싶냐’ 시집도 냈다.
“사람하고 같이 일하면 좋지만, 내 혼자 일해도 하나도 안 심심해요. 이 꽃이 이 소리 하고 저 꽃이 저 소리 하는 게 다 들려요. 꽃이 ‘마스크 부대가 무서워서 엉엉 울었다, 마스크 부대가 입 한 번 안 맞춰주고 가네’라고 해요. 저는 ‘내 딸 장하다’고 안아주죠. 이렇게 농사꾼으로 사는 게 얼마나 재밌나요.”
홍쌍리 명인은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자연한테 매일매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어떤 교수가, 박사가 이런 것을 가르쳐주느냐”면서 웃음 지었다. 배우 최불암도 그녀에게 “어떤 작가가 그렇게 말이 술술 나올 수 있겠냐. 겪지 않고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오겠냐”고 말했다고.
“저는 글을 쓰든 말을 하든 사투리도 그대로 하고 욕도 그대로 해요. 제가 상사화를 보고 욕을 좀 많이 해요. 야 이 년아, 왕관같이 예뻐서 너를 심었는데 왜 니는 도도하게 서 있느냐. 사람이 꽃을 꺾어서 머리에 꽂든가 화병에 갖다 꽂아야 시집을 가야 예쁘단 소리를 듣는데, 너는 미인하고 똑같이 도도하게 서 있느냐. 이렇게 글을 써놓고 저는 그 소리를 해요. 예쁜 것도 좋지만 정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보고 싶은 사람이 되면 인간 승리자라고 생각해요. 내가 돈이 많으면 무서워서 못 살아요. 그런데 사람 울타리 백만장자가 돼보니깐 높은 담장이 없어도 대문이 없어도 마음 편히 살 수 있더랍니다. 내가 돈이 많으면 진짜 무서워서 못 삽니다.”
홍쌍리 명인은 자신의 이름 앞에 ‘아름다운 농사꾼’이라는 수식어를 늘 붙인다. 처음에는 농사꾼의 삶이 너무 힘들어서 눈물 바람이었고, 섬진강의 강물에 보탬이 됐다고 했다. 이제 그녀는 꽃 한 송이와도 대화가 되는 삶을 살고 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매일매일이 행복이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 행복을 어디다 표현하리. 이 은공을 내가 어떻게 다 갚으리. 참 재미 안 있습니까, 내 삶이? 그런데 인생의 파도를 50대 안에 안 넘으면 안 돼! 힘들어서 안 돼요.”
기댈 곳 없어
일에 기대고
흙에 의지하고
바삐 살아온 그대는
거울 앞에 고인 눈물이 막 해대네
타고난 팔자인걸
보호자도 없이
이 산 저 산 구멍 난 고무신에
발바닥이 아문 삶아
뭐가 그리 좋아
주름 사이 웃음꽃이 피더노
일이 있어 고맙고
흙에 의지할 수 있어
고마워서
웃음이 헤프네
-홍쌍리 -
기분 좋지 아니한가. 무표정하지도 소란하게 호탕하지도 않은, 빙그레 웃는 남도의 섬. 섬은 그렇게 여행자를 맞는다. 뭍과 다르게 섬을 달리다 보면 바다가 있고, 조금 더 달리면 물 빠진 뻘이 나타나고, 저 건너편으로는 또 다른 작은 섬이 오도카니 물속에 잠겨 있다.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비릿한 갯내음이 벌써부터 가슴을 뛰게 한다.
해신(海神) 장보고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섬, 완도. 통일신라시대 이 땅의 해상로를 통해 국제무역을 주도했던 장보고의 이야기는 드라마 ‘해신’이 아니어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역사 이야기다. 이 섬에서 장보고 찾기는 도무지 어려울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른바 ‘장며들기’에 빠져드는 곳이 완도다.
장보고 해상무역의 흔적들, 완도 청해진 유적지
장보고의 활동 근거지 청해진 유적지가 있는 장도를 가려면 완도 동쪽의 장좌리 앞바다로 가야 한다. 한때는 마을에서 하루 두 차례의 썰물 때만 걸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장도 목교가 놓여 있어서 출입이 자유롭다. 특히 바다에 물이 빠졌을 때 갯벌에 나타나는 ‘목책’은 중요한 역사적 흔적이다.
목책은 청해진 방비를 위해 굵은 통나무를 섬 둘레에 박아놓은 것으로, 지금도 1000여 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무심히 바닥을 들여다보면 잘 알 수 없는데, 찾기 쉽게 깃발을 꽂아놓은 친절함. 물 빠진 갯벌에선 살아서 꿈틀거리는 갯고동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부디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땅으로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청해진 유적지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6m 깊이의 우물을 지나게 된다. 바닷속 지하수를 길어 올려 청해진 군단의 식수원으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청해진 터였던 곳의 전진기지와 초소 역할을 했던 모습도 남아 있어서 그 시절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지역에 청해진을 설치한 장보고는 신라, 일본, 당나라 3국의 해상무역권을 장악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적한 분위기의 바다 풍경과 역사적 사실에 다가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무엇보다도 자연 속의 완도를 피부로 느낀다.
장보고 대사의 해상 활동과 일대기, 장보고기념관
청해진 옛 터에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전시와 영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념관이 설립돼 바다를 향한 모습이 고즈넉하다. 상설전시관과 중앙홀 전시관이 있어 장보고 대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으며, 체험형 입체 관람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현장이나 유적지, 기록물 전시장을 ‘아이들과 함께 가보면 좋은 곳’이라고 소개하는 걸 자주 보게 된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보고 배우고 즐길 이 모든 것들이 그저 ‘교육적’이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은 곳이라고만 하니 이 말이 당키나 한가.
죽청리 쪽으로 가면 장보고 동상이 우뚝 서 있는 장보고 어린이놀이공원이 있다. 장보고라는 역사적 테마로 감성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거대한 동상 아래로 장보고의 유년기부터 활동기의 기록이 전시된 전시관이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뜻깊다. 완도는 장보고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는 묘미를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완도의 랜드마크, 완도타워
당일 여행에는 완도타워가 더욱 필요하다. 높은 타워에 올라 완도를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으니, 이럴 땐 슬기로운 여행법이다. 완만한 속도의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노라면 양옆의 산책로와 다도해 일출공원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높이 오를수록 완도의 면면이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앞바다에 보이는 동그랗고 예쁜 섬은 천연기념물 28호인 ‘주도’로 상록수림이 빽빽하다. 녹음이 싱그러운 숲과 선명한 빛깔의 꽃들, 바다를 둘러싼 완도를 바라보면서 타워에 다다른다.
타워까지 이르는 길목에 자리한 중앙광장의 장미터널이 환영하듯 화사하다. 산책하는 걸음으로 언덕배기를 오르면서 고개를 돌려보면 야트막한 완도 시내의 풍경이 아기자기하다. 이어서 가슴이 탁 트이는 전망대. 360도 파노라마로 구성되어 한 바퀴 돌면 완도의 풍경을 한눈에 다 담을 수 있다. 크고 작은 섬과 다리들, 멀리 영암의 월출산, 전복 양식장, 봉수대가 눈앞에 있다. 야간에는 환상적인 조명 레이저쇼가 진행되고, 날씨에 따라 제주도가 보인다는 높이다.
타워 주변엔 현장 수업 중인 아이들이 재잘대며 선생님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땀 뻘뻘 흘리며 아이들을 인솔하면서 완도 역사를 가르치는 젊은 선생님의 열정에 몇 번씩 바라보게 된다. 선생님도 멋지고 아이들도 그저 예쁘다.
여름 한낮, 덥다. 완도에서 맛볼 수 있는 비파주스가 있다. 연한 주황색의 비파는 아열대 과일로 완도의 특산물이다. ‘비파나무 한 그루 있으면 아픈 사람이 없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건강에 좋은 과일이라고 한다. 살구 비슷한 모양에 복숭아와 감의 중간인 듯 부드러운 맛이다. 짚라인 탑승장 옆의 완도타워 매점에서 얼음 가득 넣고 만든 비파주스 한 잔으로 시원하게 갈증을 날리고~.
깊은 숲의 기운, 완도수목원
전남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이다. 수목원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싼 산을 포함해서 상왕봉 아래 조성된 수목원이 어마어마한 규모인 걸 비로소 알고 놀랄 수밖에. 2000ha의 광활한 면적. 거의 축구장 2000개 넓이라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진다. 동식물과 상록활엽수로는 세계 최대 집단 자생지다.
완도수목원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을 수상한 숲이기도 하다.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깨끔길은 ‘동네 앞의 나지막한 산’이라는 전라도 사투리다. 푸르름으로 울창해서 피톤치드 속에 갇힌 듯하다. 빼어난 풍치의 수목원 안에는 산림전시관, 열대·아열대 온실, 동백숲, 관찰로, 수생식물원, 전망대, 야영장, 농구장 등이 갖추어져 있어서 돌아보기만 해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난대림 산길을 몇 군데 걸으며 둘러보고 산림전시관을 돌아보았는데, 당일 나들이다 보니 아주 조금 맛만 본 셈이다. 엄청난 넓이, 한나절로는 어림없다. 하루나 이틀쯤 피톤치드 가득한 숲의 기운을 받으며 느릿하게 ‘숲멍’도 하면서 푹 쉬는 여유를 갖는다면 실로 멋진 힐링이 될 듯하다.
완도의 맛, 전복거리
섬을 떠나기 전 들렀다 가야 할 곳이 있다. 완도 하면 무엇보다 전복 아니던가. 바다의 산삼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과 영양의 최고 식품. 전복거리를 걸으며 수산물과 건어물을 구경하다 구입하기도 하고, 수협 수산시장의 살아 있는 삶의 현장도 느끼는 시간이다. 김이나 전복 등 수산물을 현장에서 구입한 후 가족이 있는 집으로 즉시 택배송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코로나19의 여파인지 거리도 한산하고 수산물시장도 북적이지 않았다. 어서 빨리 소란스럽고 붐비는 파시를 이룬다면 좋으련만.
때가 되면 기분 좋게 허기를 채워야 한다. 완도에선 당연히 신선한 생선구이 밥상이다. 푸짐하게 생선을 구워와 직원이 두툼한 살점까지 발라주고 간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생선의 신선도가 확실히 다르다. 된장에 해초류를 넣고 끓인 갯국의 시원한 맛도 독특하다. 또한 전복 특산지 완도답게 전복 하나가 통째로 고스란히 들어간 전복빵이 있다. 장보고빵이라고도 한다.
빙그레 웃는 섬 완도의 푸른 여름
빙그레 웃는 섬답게 걷다 보면 빙그레식당, 빙그레공원, 빙그레마트, 빙그레… 이런 상호들이 흔하다. 절로 빙그레 미소 짓게 하는 섬. 당일로 가볍게 다녀왔지만, 여유 있게 며칠 정도 완도의 푸르고 느린 풍경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지낼 수 있다면 더없이 충만한 휴식이 될 것이다. 하루 코스로도 버겁지 않았던 스마일의 섬 완도. 그 섬은 지금 푸름에 잔뜩 물들어 있다.
이젠 섬도 당일치기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이라는 말은 이제 구닥다리 옛말처럼 들릴 만도 하다. 그런데도 섬 여행은 좀 예외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단 하루쯤이라도 뚝 떨어진 섬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면 망설일 이유 없다. 한반도 남서쪽 끝자락에서 빙그레 웃음 짓고 있는 청정한 섬, 완도. 당일 도전도 어렵지 않다.
KTX가 바쁜 현대인의 시간을 단축시켜준 것이 여행뿐일까 싶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여유 있는 시간을 제공했고 어디든 훌쩍 나서볼 수 있게 해주었다. 용산역에서 이른 아침 KTX 첫차를 타면 광주역(편의에 따라 목포나 나주역도 가능)에 두 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이어서 버스나 각자의 기동성을 이용해 완도로 곧장 이동하면 된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다. 자기에서, 익숙함에서, 나의 성(城)에서. 이것이 여행의 첫 번째 의미다. 이런 떠남의 관성을 가지고 있는 여행은 나에게 세상의 숨결을 들려준다. 그래서 여행은 내 삶의 보물지도다.
여행에서 가끔 마주치는 어둡고 그늘진 자리는 그대로인 채로 그 자리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을 때 아름다운 곳이 된다. 우리는 우리의 그늘과 친밀해져야 자아에 더 익숙해지고, 더 강해진다. 우리 근대사에서 수탈의 아픈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 목포가 그렇다.
목포는 고즈넉하면서도 생의 치열함과 남도의 향기가 섞이지 않고 각각 공존하는 건강한 샐러드 같은 도시다.
유달산에서 본 굽이진 영산강에서는 망국의 한을 가슴에 묻은 채 바람에 펄럭이는 돛과 노 젖는 소리에 장단 맞춰 사공이 부르는 뱃노래 ‘목포의 눈물’이 들려온다. 구슬픈 가락의 리듬이 애잔하고 참 서럽다.
유달산 주변으로 역사의 어둠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
목포 최초의 서구적 근대 건축물로 1900년 일본 영사관으로 지어져 광복 이후 관공서, 도서관, 문화관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현재는 전시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영산로 29번길 6
◇ 목포근대역사관 2관
1920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으로 문을 연 착취의 최첨병 역할을 하던 곳이다. 현재는 일제 강점기 사회상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이곳은 바다를 매립한 지역으로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의 주 거주지였다. 주변에 아직 일본식 가옥 형태의 주택들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목포시 번화로 18
◇방공호 대피 시설
목포근대역사관 1관 뒤편에 있는 당시 미군의 공습을 대비해 만들어 놓은 방공호. 동굴 안에는 당시 징용으로 공사에 동원되어 수탈당하는 모습을 인형으로 전시해 놓았다. 지난 시절 아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는 생채기다.
해지는 풍경을 좋아한 어린왕자는 슬플 때마다 해지는 광경을 보기 위해 하루에 마흔네 번이나 해지는 구경을 갔다. 유달산 주변에서 느꼈던 아픔이 하찮게 여겨질 정도의 주황빛 노을이 목포에도 있다. 바다와 섬이 만나는 선에 떨어지는 태양은 아픔을 더 큰 슬픔으로 치유해주는 명의다.
바다가 보이는 해변공원은 목포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행복 바이러스의 진원지다. 평화 광장에는 포토존 ‘LOVE GATE’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사랑하는 연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앞 잔잔한 바다 위 워터 스크린에서는 겨울철 과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세계 최대의 부유식 바다 분수와 음악, 레이저 빛이 어우러진 초대형 해상 음악 분수쇼가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276대의 분사용 노즐과 96대의 분사용 펌프가 작동하여 70M 높이까지 분수를 쏘아 올린다. 뿐만 아니라 관람객과 함께하는 사연소개, 프로포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여행자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
해안을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걷다 보면 ‘천연기념물 500호’인 갓바위를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이 갓을 쓰고 서 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에는 배를 타고 나가야만 볼 수 있었는데, 걸어가서도 볼 수 있도록 보행교를 바다 위에 설치해 놓았다.
일반적으로 도시는 세 가지 종류의 각기 다른 결을 가진 공간이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생의 공간, 지나온 시간을 증언해주는 치유의 공간,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창조의 공간이다. 목포의 미래를 위한 공간은 해안 길을 따라 조성돼있다.
◇ 국립 해양유물 전시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바다 속 수중문화유산을 발굴하여 전시한 곳이다. 해양문화체험 등 종합적인 해양문화전시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무료관람이며, 매주 월요일이 휴관일이다.
제1전시실: 서해와 남해에서 발굴된 유물이 전시되어 고려시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제2전시실: 중국 무역선(신안선)과 동아시아 해상교역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제3전시실: 어촌 민속을 중심으로 전시
제4전시실: 한국의 전통 배를 주제로 한 배 전시
◇ 목포자연사 박물관
7개 전시실을 갖춘 지구의 자연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전시관 앞 공원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어 각 계절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지친 몸을 달랠 수 있다. 여기의 입장권으로 옆에 있는 문예역사관, 생활도자관 전체의 관람이 가능하다.
아이들과 동행하는 여행이라면 이곳 문화의 거리에서 하루를 보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추천 맛 집
해빔
해변공원 길 건너편에 해초비빔밥이 있다. 이곳에서 멍게해초 비빔밥, 낚지해초비빔밥 등 각종 해초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맛의 깔끔함과 해초의 싱싱함이 그만인 곳이다. 목표시 미항로 83
돌집 식당
누구나 한번쯤은 남도식당의 푸짐한 반찬과 인심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근래에는 남도 식당들의 음식도 바닷가 특유의 짠맛이 많이 순화되어 누구의 입맛에나 잘 맞는 편이다. 건어물거리와 종합수산시장 근처에 있는 목포식 백반집이다. 남도식당의 문화와 음식이 가진 장점을 경험할 수 있다. 목포시 복만동 2-38
하루 동안 여수를 알차게 여행하고 싶다면, 오동도를 중심으로 한 해양공원 일대를 둘러보길 권한다. 동백숲이 그윽한 오동도와 스릴 넘치는 해상케이블카, 항구 정취가 가득한 종포해양공원, 여수 밤바다를 즐길 수 있는 빅오쇼와 낭만포차 등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걷는 내내 여수의 비췻빛 바다가 펼쳐지는 이 코스를 소개한다.
걷기 코스
여수엑스포역▶ 여수엑스포박람회장▶ 여수엑스포해양공원▶ 아쿠아플라넷 여수▶ 오동도▶ 해상케이블카(지산공원- 돌산공원 왕복)▶ 하멜등대▶ 종포해양공원▶ 이순신광장▶ 여수수산시장▶ 차량 이동▶ 여수엑스포역
여수 여행의 관문 여수엑스포해양공원
여수엑스포역을 나오면 길 건너 맞은편에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있다. 박람회장 주 통로인 디지털갤러리를 통과해 박람회장으로 입장한다. 디지털갤러리는 터널형 둥근 천장에 초대형 LED 스크린을 설치한 공간이다. 거대한 범고래와 해양 생물들이 스크린 속 바다를 유유히 헤엄쳐 다닌다. 갤러리를 지나면 여수엑스포해양공원으로 이어진다. 우주선처럼 생긴 은빛 초대형 전시관들이 둘러섰다. 2012년 박람회가 끝난 뒤 일부 전시관만 운영 중이다. 대형 나무인형 ‘연안이’가 반기는 한국주제관에서는 상설 전시가 이뤄진다. 엑스포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빅오쇼, 아쿠아플라넷 여수, 스카이타워는 건재하다. 이 시설물 옆에 스카이플라이, 범퍼카, 카트레이싱 같은 레저 시설을 추가해 엑스포해양공원으로 재개장한 것이다.
여수의 자랑인 빅오(Big-O)는 높이 47m의 커다란 O형 조형물이다. 빅오 둘레에 분수 노즐을 설치해 워터스크린을 만들고, 홀로그램과 레이저를 쏘아 3차원 입체 영상을 선보인다. 레이저 외에 화염, 분수, 안개 등 다양한 보조장치가 총동원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빅오 근처 좌석에서는 화염의 열기와 분수와 안개의 물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마치 4D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이다. 빅오 안에 여수 소녀 ‘하나’가 등장해 오염되고 파괴된 바다를 되살리자는 원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쿠아리스트의 환상적인 수중 공연
빅오 옆에 있는 원통형 스카이타워는 폐시멘트 저장고를 재활용해 만든 전망대다. 높이 60여m에 달하는 전망대에 오르면 엑스포해양공원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외벽에 설치된, 세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파이프오르간도 특별한 볼거리다. 여수엑스포역에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1일 5회 뱃고동 음색을 내며 연주한다. 낮에는 볼품이 없으나 밤에는 무지갯빛 조명을 밝히고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내며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빅오쇼 앞을 지나 그늘막 아래로 걷다 보면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도착한다. 이곳의 360° 돔 수조와 초대형 메인 수조 안에 약 280여 종, 3000여 마리의 해양 생물이 살고 있다. 물고기 떼가 돔 수조를 오가며 관람객 머리 위를 지나 발밑으로 사라지는 풍경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관람 포인트는 각종 공연을 챙겨보는 것이다. 메인 수조에서 펼쳐지는 수중발레와 탭댄스, 마술, 물고기의 식사시간이 매우 흥미롭다. 식탐 많은 가오리들이 아쿠아리스트를 에워싸고 작은 입으로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스릴만점 여수해상케이블카와 사랑의 섬 오동도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오동도 입구가 나온다. 오동잎을 닮았다는 오동도는 육지와 약 768m의 방파제로 연결돼 있다. 방파제를 걷거나 동백열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오동도에는 동백나무 약 3000여 그루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화살 재료로 사용했다는 시누대를 비롯해 약 194종의 희귀 수목이 산다.
길 양옆에 늘어선 동백나무들이 서로 가지를 뻗어 천연 터널을 이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오동도 정상의 등대 전망대와 해안절벽 속 용굴을 들르게 된다. 여수 사람들은 오동도를 ‘사랑의 섬’이라 부른다. 연인들이 데이트 장소로 즐겨 찾기 때문이라고.
오동도에 많이 피는 동백꽃은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지녔다. 사랑 고백하려면 왠지 오동도에 와야 할 것 같다. 오동도에서 나와 여수 여행 필수 코스가 된 해상케이블카에 탑승하기로 한다. 오동도 입구에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지산공원 케이블카 탑승장에 오른다. 케이블카는 바닥이 강화유리로 된 크리스털 캐빈과 일반 캐빈 두 종류가 있다. 성인 왕복 기준 7000원 차이가 나는데 날이 좋다면 크리스털 캐빈을 추천한다. 바닥이 투명해서 거북선대교와 하멜등대, 종포해양공원이 발밑으로 지나갈 때면 오금이 저린다. 탑승시간은 편도 13분이다. 돌산공원에 도착해 여수의 푸른 바다와 해안을 만끽하고 지산공원으로 되돌아온다.
여수와 하멜의 인연
지산공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터널 안으로 진입한다. 터널을 통과해 하멜등대가 있는 종포마을로 향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10분 정도 걸으면 하멜등대에 도착한다. 항구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을 여수 사람들은 ‘쫑포’라 부른다. 종포에 하멜등대가 있는 이유는 1653년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제주에서 표류하다가 14년 동안 억류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들은 제주도, 강진, 여수에서 부역하다가 1666년 여수에서 탈출에 성공, 일본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멜이 조선에 억류됐던 생활을 기록한 보고서가 바로 ‘하멜표류기’다. 이 보고서는 조선을 유럽에 소개한 최초의 문헌이다. 이런 인연으로 하멜 일행이 부역했던 장소가 종포와 가까워 하멜전시관을 짓고, 전시관 앞 등대는 하멜등대라 이름 붙였다.
종포마을에서 이순신광장까지는 해양공원으로 연결돼 있다. 해안산책로 길이는 700m 정도 된다. 낚시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등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걷는다.
미항 여수의 맛과 멋
해질녘이면 이 길에 낭만포차들이 모여들고,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낭만포차는 저녁 7시부터 동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대표 메뉴는 삼합이다. 전복, 낙지, 새우, 주꾸미 등의 해산물과 채소를 고추장 양념에 볶아 먹는다. 수많은 이가 바닷가 낭만포차에서 삼합에 ‘여수밤바다’ 소주를 마시며 낭만을 만끽한다.
낭만포차거리에서 조금 더 걸으면 이순신광장이 나온다. 광장의 랜드마크인 이순신동상과 거북선이 마주보고 서 있다. 이순신동상 뒤로는 여수 유일의 국보이자 이순신 장군 유적지인 진남관이 있는데 2020년까지 보수 공사를 한단다. 광장 옆으로는 좌수영음식문화거리가 이어진다. 돌게장, 꽃게장, 서대회 등 여수 향토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다. 흔한 백반을 주문해도 한 상 가득 차려진다. 미식가라면 여름 제철을 맞은 하모회와 하모샤브샤브를 먹어줘야 한다.
좌수영음식문화거리와 이웃한 수산시장은 여수 대표 시장이다. 여객선터미널과 이웃해 오가는 인파로 분주하다. 건어물 상점가를 지나면 활어회센터와 돌게장, 갓김치를 파는 상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여수를 떠나기 전, 이곳에서 싱싱한 활어회도 맛보고 장도 보면 좋겠다. 갓김치와 게장은 매장에서 택배로 부쳐주니 두 손 가볍게 귀가할 수 있다.
주변 명소 & 맛집
고향민속식당
여수에 오면 한 끼는 돌게장백반을 먹는다. 세계엑스포박람회장 정문 근처에 있는 고향민속식당은 여수 도착 후나 출발 전에 들러 식사하기 좋다. 주민들이 추천하는 곳이라 믿음이 간다. 돌게장백반을 주문하면 밑반찬이 한 상 가득이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두 종류가 나와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짜지 않은 간장게장은 밥도둑이 따로 없다. 게장은 1회 리필해준다. 여수시 동문로 129, 평일 08:00~21:30 주말 08:00~22:00.
여수동백빵
여수 특산물인 동백을 소재로 만든 빵이다. 모든 빵은 저당, 무방부제로 만든다. 동백꽃 모양의 빵은 예뻐서 먹기 아깝다. 동백화과자, 동백만주, 동백양갱 등의 메뉴가 있으며 세트를 구성해 선물상자에 담아 팔기도 한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포슬포슬한 대두앙금에 찹쌀피를 얇게 두른 동백화과자다. 여수시 중앙로 66-1, 10:00~21:00.
중앙게장백반
이순신광장 옆 좌수영음식문화거리 입구에 있는 게장백반집이다. 돌게장, 꽃게장 모두 파는데, 꽃게장이 단연 인기라고 한다. 돌게는 크기가 작아 살이 적은 게 흠이다. 이 식당의 꽃게장은 살이 꽉 찬 큰 꽃게를 사용해 흡족하다. 주방에서 꽃게 다리를 먹기 편하게 손질해준다. 게 육수로 끓인 된장찌개도 별미이고, 막걸리 식초를 넣어 요리한 서대회무침도 맛깔나다. 여수시 중앙로 72-30, 평일 07:30~22:00 주말 07:30~20:00.
걷기 Tip
여수시티투어 야경코스
여수 야경을 편하게 구경하고 싶다면 야경시티투어버스를 강력 추천한다. 야경시티투어버스는 매일 밤 운행한다. 1967년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중화학공업단지인 국가산업단지 야경과 오동도 야간분수,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투어가 끝나면 낭만포차가 있는 종포해양공원 앞에 내려준다. 소요시간은 약 두 시간. 여수엑스포역 맞은편 도롯가에서 탑승한다. 탑승시간 19:30 요금 어른 9000원, 예약 홈페이지에 예약, 잔여석이 있으면 현장 매표 가능.
아는 것만큼 보인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알고 나면 그 음식은 다르게 다가온다. 맛도 다르게 느껴지고 음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음식인문학 여행’은 우리 땅, 우리 음식에 깃든 다양한 인문학적 의미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그 첫 번째로 강원도 음식을 만나러 간다.
황광해 맛 칼럼니스트
막국수, 감자, 옥수수, 시래기는 먹고 싶어서 먹었던 음식이 아니다. 빈한했던 시절, 먹을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먹었던 음식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빈한한 음식은 다이어트 음식이 되었고 강릉, 속초 등 바닷가의 신선한 해물들은 최고급 미식 재료가 되었다. 강릉, 속초를 거치며 가난한 음식, 풍성한 해물을 만난다. 강릉의 반가 음식도 만난다.
◇ 1박 2일 일정
1. 첫날 오전 9시, 강원도로 출발
20명 기준으로 ‘인문학 여행단’이 구성됩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씨로부터 여행길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인원을 20명 정도로 한정하는 이유는 조촐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누시길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2. 첫날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인제군 용대리 백담사 입구, ‘백담갓시래기국밥’
용대리는 황태, 두부, 버섯이 유명합니다. 용대리 ‘백담갓시래기국밥’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두부, 버섯이 준비됩니다. 메인 음식은 ‘갓시래기국밥’입니다. 주인이 직접 음식을 마련하고 서빙합니다.
3. 첫날 오후 2시~3시 30분, 속초관광수산시장
속초관광수산시장을 돌아봅니다. 인솔 팀과 함께 다니셔도 되고, 자유롭게 다니셔도 좋습니다. 마른 건어물이나 젓갈 등 쇼핑도 가능합니다.
4. 첫날 오후 4시 30분~6시, 교산 허균의 호가 된 ‘교산’과 주문진항, 사천진항
‘도문대작’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식객으로 평가받고 있는 허균. 그의 호 ‘교산’은 외갓집인 강릉 ‘교산’에서 따온 것입니다. 아버지 초당 허엽은 삼척부사 시절 ‘초당두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교산’과 ‘도문대작’ 그리고 초당두부와 방풍나물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인근의 주문진항, 아름다운 사천진항을 돌아봅니다.
5. 첫날 오후 6시 30분~9시, 강릉 교동 ‘기사문’의 저녁식사
동해안 해산물을 자유롭게 사용해 수준급의 해물요리를 내놓는 ‘기사문’에서 저녁식사를 합니다. 회, 튀김, 조림 요리, 한국식 초밥, 볶음 등등 동해안 해산물을 이용한 풍성한 해물 요리를 만납니다. 와인, 증류 소주, 강릉 ‘버드나무 블루어리’의 수제맥주 등 주류도 제공됩니다. 메뉴는 11월 동해 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6. 첫날 저녁, 프리미엄 펜션에서 1박
바다와 산이 보이는 럭셔리한 펜션에서 강원도의 밤을 맞습니다. 1인 1실이 원칙이나 부부, 친구 등 원할 경우 2인 1실로 마련합니다. 숙소 관련 참고. www.pinehill.kr
7. 둘째 날 오전 8시 30분~10시, ‘기사문’의 아침 해장국
아침 해장은 ‘기사문’의 셰프가 마련한 ‘생선누룽지탕’입니다. 시원한 해장국으로 속을 풀고 출발.
8. 둘째 날 오전 10시 30분~12시, 강릉 ‘선교장’ 방문
‘열화당’ 등 의미가 있는 한옥, 정자 등이 많습니다. 반가의 전통이 살아 있는 ‘선교장’에서 산책을 합니다. 역시 인솔 팀과 동행도 가능하고 자유로운 산책도 가능합니다.
9. 둘째 날 12시 30분~오후 2시, ‘서지초가뜰’의 점심식사
창녕 조씨 가문의 음식입니다. 반가에서 일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한 못밥, 질상 등의 이름을 가진 독특한 음식입니다. 깊은 산골의 반가 음식을 만납니다.
10. 둘째 날 오후 2시, 서울로 출발
서울 도착 오후 6시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간단한 간식이 마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