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에이징을 위해서는 몸 건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인생을 즐기면서 오래 살 수 있는 첫 단계다.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라고 하는데, 과연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손성준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교수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알아봤다.
우리의 몸은 11개 기관(System)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기관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모두 제 기능을 해야 신체 대사 활동이 원활해진다. 신체 대사란 우리 몸이 에너지를 생성하고 소모하는 과정을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므로 노화 속도를 늦추고 신체를 단련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사망 위험 낮추는 심혈관계, 근골격계
노화와 관련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제일 큰 기관은 심혈관계다. 중장년 시기는 신체의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혈압과 혈당이 높아지는데, 이는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심혈관계에 이상이 생기면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고혈압, 고혈당증, 고지혈증은 물론 심근경색, 뇌졸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심혈관계의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손성준 교수는 “결론적으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알려진 대로 그냥 걷기만 해서는 안 된다. 숨이 약간 찰 정도까지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심혈관계만큼 근골격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근육계와 골격계는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년이 되면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며, 근감소증이 발병할 수 있다. 근육은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므로 근육이 약해지면 뼈나 연골에 문제가 생기는데, 시니어는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골관절염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손 교수는 “골관절염 환자를 보면 과체중이거나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환자인 경우가 많다. 노화가 오면 11개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퇴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골관절염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치료법이 없는 불치병이라는 점이다.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은 가능하지만 완쾌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근골격계 건강을 위해서는 푸시업, 스쿼트, 계단 오르내리기 등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그는 “근육 건강을 위해서는 영양 섭취 또한 중요하다. 매일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낙상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노화가 오면 균형감각이 떨어지면서 낙상 위험이 높아지고, 건강이 퇴화된다. 손 교수는 “65세 이상 어르신이 낙상을 당해 2주 이상 병원에 누워 있으면 근육이 빠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면서 “실제로 어르신의 입원 일수가 30일을 넘어가면 30% 이상은 1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낙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키우는 스트레칭 운동이 필요하다. 손성준 교수는 한발 서기 운동을 추천했다. 한발 서기는 낙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40대는 20초, 50대는 15초, 60대는 10초 이상 버텨야 한다. 다만 손 교수는 스트레칭 운동은 유연성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질적인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다른 운동과 함께 할 것을 추천했다.
신체 활동 지수를 높여라
손성준 교수는 궁극적으로 신체 활동 지수(Physical Activity Level)를 최대로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신체 활동 지수가 낮으면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고, 혈당 조절에 애를 먹으며, 고지혈증도 우려된다. 또한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근감소증이 생기고 밸런스를 잡는 것도 어려워 낙상의 위험이 따른다. 반대로 신체 활동 지수가 높을수록 다치더라도 회복 가능성이 커지므로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체 활동 지수를 높이는 운동법은 무엇일까. 손성준 교수는 “유산소 운동 50%, 근력 운동 30%, 균형감각 운동 20%, 5:3:2 비율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하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포인트는 운동 시간을 줄이고 빈도를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손 교수는 “일주일에 세 번에서 다섯 번 운동하는 것을 권고한다. 시간은 하루에 15분에서 30분 정도 운동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60분씩 일주일에 이틀 운동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꾸준히 조금씩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체 활동 지수를 한 단계 높이는 것을 3개월 정도 목표로 삼고 운동하기를 추천합니다. 예를 들면 걷는 운동만 한 분은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을 목표로 하고, 조깅이 되는 분은 빠르게 뛰기에 도전해보는 겁니다.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고, 11개 기관이 모두 좋아지면서 웰컴 에이징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습니다.”
자꾸만 늘어가는 달갑지 않은 숫자가 있다. 한살 한살 먹어가는 나이와 눈치 없이 올라가는 몸무게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에만 집착하면 노화를 가속하고, 몸은 망가지게 된다. 33년간 비만 환자를 치료해온 박용우 교수는 예전의 날씬했던 체중이 아니라, 대사이상에서 벗어나 건강 체중으로 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체중계가 가리키는 숫자에는 민감하면서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에는 둔감하다. 해당 수치들이 올라가 ‘체중 줄이고 운동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들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뱃살이 붙으면서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때’부터 혈관 노화가 시작된다. 원리를 파악하고, 보다 근본에 집중하는 ‘탈다이어트’가 필요하다.
Q. ‘몸무게 줄이기’보다 ‘건강한 몸 만들기’가 먼저라고?
나이 들수록 근육은 위축되고 뱃살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배가 나오는 건 단순히 노화 때문이 아니다. 평소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중장년이 돼도 젊을 때의 근육량을 비교적 잘 유지한다. 그 반대라면 생물학적 노화보다 더 빠른 ‘가속 노화’가 진행된다. 체중보다 체형이 중요하다. 근육이 부족하고 체지방률이 높으면 보통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볼록 나온 거미 체형을 갖고 있다.
Q. 자꾸 살이 찌는 원인은 무엇인가?
비만은 몸이 망가진 탓에 과식 증상이 나타나고, 그 결과 체중이 증가하는 만성질환이다. 몸의 신진대사가 무너졌냐, 아니냐에 따라 똑같이 먹고도 쉽게 찌는 사람과 덜 찌는 사람으로 나뉜다. 타고난 체질도 있지만 후자는 몸의 ‘대사유연성’이 좋아서다.
Q. 대사유연성이 좋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포도당을 최우선 에너지원으로 쓰지만 필요할 때 빠르게 지방 연소 모드로 변환해 당과 지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많이 먹지 않는데도 살이 찐다고 느껴지면 이런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식사 후 올라간 혈당을 근육이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상태가 오래되면 대사유연성이 떨어진다. 대사유연성 저하는 모든 대사질환의 근간이 되는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혈관을 늙게 만든다.
Q. 몸을 건강하게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평소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포만감 있게 먹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24시간 굶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소식하면 장수한다는 말에 1일 1식이나 16:8 간헐적 단식(식사 시간과 양은 평소처럼 두되 저녁 식사~아침 식사까지 공복 상태를 16시간 유지)을 하거나, 하루 두 끼만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소식으로 인해 단백질 섭취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근감소증으로 노후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Q. 간헐적 단식은 어떤 원리인가?
대사유연성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영양소 결핍을 막으면서 근 손실 등 다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매일 적게 먹기보다 간간이 굶는 것이 더 낫다. 계속 소식하면 몸이 에너지 부족 사태를 눈치채고 소모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인다. ‘잘 챙겨 먹다가’ 간헐적으로 단식하면 몸이 알지 못한다. 비축된 지방을 차곡차곡 쓰게 돼 자연스럽게 대사가 유연해진다. 16:8 간헐적 단식으로 효과를 내려면 8시간 안에 일일권장섭취량을 충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Q. 어떤 음식을 위주로 식사하는 게 좋을까?
채소, 견과류, 통곡물, 해조류, 등푸른생선, 올리브오일, 버섯, 두부, 플레인요거트 등으로 식사해보자. 알코올과 과당, 밀가루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침엔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섭취를 권한다. 천연 재료에서 본연의 맛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단백질은 다른 영양소에 비해 소화·흡수가 잘 되지 않아 나이가 많을수록 더 챙겨야 한다. 하루 1.2g/kg 정도* 먹어야 하는데, 음식을 챙겨 먹는 게 귀찮아서 단백질 셰이크로 대체한다는 생각보다 부족한 양을 채운다고 여겨야 한다.
*75kg 남성은 75~90g, 60kg 여성은 60~72g
Q. 운동은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까?
주 4~5회 ‘숨이 찰 정도로 힘들게’ 해야 한다. 근력 운동도 병행하면 좋다.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 신체 활동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빠르게 걸어야 효과가 나타난다. 주말에 ‘움직이지 못했던 일주일을 청산한다’며 운동하는 건 매일 1알씩 복용할 혈압약을 일요일에 한꺼번에 7알 복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운동을 하고 있다 해도 8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그 효과가 상쇄된다. 적어도 1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의자 중독’은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암 발생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도 우려된다.
철원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멀지도 않다. 알고 보면 생각난 김에 떠나볼 수 있는 곳이다.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DMZ가 인접해 있고, 겸재 정선의 화폭에 담긴 폭포가 지금도 쏟아져 내린다. 아득한 옛날 후고구려의 궁예 이야기와 임꺽정의 무대였던 지역임을 떠올린다면 조금은 먼 곳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수도권 기준으로 두 시간 정도 거리다. 다가갈수록 북녘을 눈앞에 둔 철원평야는 황금 들녘이다. 절벽에 매달린 한탄강 협곡의 주상절리길은 스릴 넘치게 아찔하다. 전쟁을 대비하고 군부대 포사격 훈련장이었던 땅엔 백만 송이가 넘는 평화의 꽃을 피워 올렸다. 이 땅의 최북단 철원의 풍성한 가을이 마냥 아름답다.
마음을 두드리는 평원의 가을
가을을 마음에 담기에 이 땅의 드넓은 평야만 한 곳이 있을까. 누렇게 물든 대자연과 넓은 평야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철원 소이산은 다른 지역보다 가을이 먼저 시작된다. 새벽부터 분주히 달려서 도착한 소이산 주변으로 운무가 가득하다.
소이산은 해발 362m의 야트막한 산이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금방 오를 것 같은 높이지만 제법 가파르다. 20여 분 숨차게 오른 소이산 전망대는 본래 군부대 주둔지였던 곳이다. 지금은 오르막 길목의 평화마루공원에서 공원과 지질 명소를 안내한다. 오래전의 미군 막사와 초소는 녹슨 채 허름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근처의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인 봉수대오름길로 이어지는 코스도 보인다.
전망대에 오르자마자 펼쳐지는 경이로운 광경에 비로소 가을을 흠뻑 맞는다. 황금빛 너른 들녘의 놀라운 풍광이 전망대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산야는 거대하다. 무한한 대지와 하늘, 철원 북쪽의 평강고원까지 두루 조망할 수 있도록 막힘없이 탁 트였다.
철원평야에 오름처럼 우뚝 솟은 소이산은 고려시대부터 외적의 출현을 알리는 봉수대가 위치했던 곳이다. 철원의 역사와 함께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소이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철원평야 너머엔 비무장지대가 있다. 맑은 날에는 북한 주민들의 움직임도 보인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DMZ 건너편 철의 삼각지대를 미묘한 기분으로 바라본다. 분단이란 현실이 만들어낸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나는 지점이다.
최북단 철원은 가을이 일찍 찾아와 추수도 다른 지역보다 빠르다. 9월 초부터 시작해 10월이 되면 조생종 벼들은 일찌감치 수확을 끝낸다. 이미 추수를 한 논과 벼가 익은 상태에 따라 논마다 채도 대비가 다양하다. 끝없이 넓은 패턴의 선과 면의 들판은 한 편의 작품 같다.
철원평야에서 생산되는 오대쌀은 우리에게 유명하다. 무엇보다 용암 대지와 현무암의 풍화로 비옥한 토양을 자랑한다. 청정환경에서 생산되는 쌀의 질과 밥맛을 결정하는 천혜의 기후 조건 또한 으뜸이다.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에서 패하고 철원평야를 빼앗겨 김일성이 슬퍼했다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닌 듯하다. 철원오대쌀은 지역 특산물로 국내 최초로 브랜드화한 이름이다.
소이산을 내려오는 길 양쪽으로 아침 이슬을 매달고 있는 가을 들꽃들이 예쁘다. 깊은 산속에서 피어나 유난히 색감이 선명하고 맑다. 쾌청한 숲길에서 절로 힐링된다. 소이산을 내려오니 막 운행이 시작된 모노레일이 지나가고 있다. 산길을 오르내리는 것이 편치 않은 교통 약자라면 소이산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된다. 철원역사문화공원 철원역에서 모노레일을 탑승하면 왕복 1.8km 거리다.
주변에 노동당사가 있어 가볼 만하다.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의 노동당사였으나 이후 전쟁의 크나큰 상흔을 그대로 보존한 채 근대문화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다. 현재는 보수공사 중이다.
평화의 꽃을 피워 올리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것이 이슬뿐일까. 소이산 전망대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철원 고석정 꽃밭에선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강원도 북단에 이토록 넓은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니, 꽃 따라 봄가을로 여행 올 만하다. 입구에서부터 짙은 빨강과 다홍, 노랑으로 화려한 융단처럼 펼쳐진다. 꽃 이름이 촛불맨드라미다. 바로 옆으로 고향 마을에서 본 듯한 백일홍이 제각각의 색깔로 꽃밭 가득하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마음껏 즐기는 꽃마당이다.
꽃밭 넓이가 자그마치 23만 1000㎡라고 한다. 축구장 서른 개가 넘는 규모다.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도 한참 걸린다. 맨드라미를 시작으로 백일홍, 천일홍, 메밀꽃, 해바라기, 장미, 코스모스, 가우라, 버베나, 핑크뮬리, 댑싸리, 억새 등 종류별로 가을꽃이 활짝 피어 눈부시다. 봄 시즌에는 노란 유채꽃이나 수레국화, 안개초 등이 피어난다. 꽃길을 걷다 보면 때론 연못이 나타나고 넓은 잔디광장이 나온다. 어린 왕자 조형물이 있는 전망대와 풍차가 볼거리를 더하는데, 일몰 풍경과 꽃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편안하게 꽃구경을 하고 싶다면 꽃밭을 한 바퀴 도는 깡통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고석정 꽃밭은 애초에 군부대 포병 훈련장이었다. 과거 Y진지라 불리던 곳이 철원 지역의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변신했다. 포성이 울리던 허허벌판에 평화의 꽃을 피워 올렸다. 철원이 안보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무한히 넓은 꽃밭에서 계절별로 꽃의 물결을 볼 수 있다.
수직 벼랑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주상절리
철원의 주상절리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위치한다. 화산이 폭발하고 분출한 마그마가 서서히 식으면서 현무암이 되었고, 강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협곡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바위들이 수직의 벼랑을 이룬 비경을 그동안은 배를 타고 돌아볼 수 있었다. 지금은 아찔한 절벽에 선반처럼 매단 3.6km의 잔도(棧道)가 마련되었다. 일명 한탄강 하늘길로 불리는 잔도 덕분에 빼어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까이에서 생생히 만날 수 있다.
트레킹의 출발점은 두 군데다. 순담 게이트와 드르니마을 게이트가 있는데 대부분 순담매표소에서 출발한다. 참고로 드르니는 애초에 양지바른 마을에서 유래되었는데, 궁예가 고려 왕건으로부터 피신할 때 ‘들른’ 마을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전한다. 철원 여행을 하다 보면 유난히 궁예와 연관된 명칭을 자주 본다. ‘말등소’라는 소는 궁예가 왕건에게 쫓길 때 빠졌던 소(沼)로, 말이 너무 힘들어 똥을 쌌다 하여 말똥소라고도 한다. 트레킹을 마치고 시작점으로 다시 갈 경우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현재는 주말에만 운행한다.
잔도는 걷기에 따라 다르지만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우리나라에 잔도가 몇 군데 있지만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는 그 절정이다. 한탄강 협곡 절벽 20~30m 높이 벼랑길에 매달린 잔도를 걸으면서 깎아지른 수직 절벽의 위용에 놀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반원형 전망대는 아찔함의 최고점이다.
틈틈이 쉼터가 나타나니 잠깐씩 쉬면서 절경에 잠겨봐도 좋다. 쪽빛소쉼터, 맷돌랑쉼터, 돌단풍쉼터, 드르니쉼터 등 이름도 예쁘다. 자주 나타나는 13개의 출렁다리마다 지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김새와 위치 등에 따라 돌개구멍교, 한여울교, 선돌교, 수평절리교, 단층교 등의 이름이 붙여졌다.
잔도 위를 걷다 보면 신나고 짜릿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간간이 허공을 걷듯 공포감이 드는 구간도 지나야 하고, 가파른 계단을 몇 번씩 만나게 된다. 나중에는 기진맥진할 수도 있으니 적당한 체력 조절이 필요하다. 감동과 스릴, 억겁이 빚어낸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철원 주상절리길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발견 못하면 2년 생존율 절반으로 뚝
약물 치료 불가능… 개흉없이 시술하는 치료법 TAVI 주목
트로트계의 BTS, 가수 진성은 ‘안동역에서’로 활발한 활동에 나선 지 2년 만에 혈액암과 심장 판막 질환을 진단받으며 힘겨운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암흑의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온 그는 병을 이겨내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극복의 아이콘으로 재조명됐다. 혈액암과 함께 진성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간 심장 판막 질환이란 무엇인지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최소침습적 치료법인 TAVI 시술의 교육 및 관리 자격을 갖춘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국형돈 교수와 함께 그 증상과 치료법을 포함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심장 판막 질환이 생기는 이유
심장에는 경계가 분명한 네 개의 방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는 판막이라는 구조물이 있다. 판막은 심장이 온몸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담은 피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마치 문과 같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며,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판막에 문제가 생겨 원활하게 열리고 닫히지 못하는 상태를 심장 판막 질환이라고 부르며, 대표적으로는 판막이 잘 열리지 않아 혈액이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는 ‘협착증’과 반대로 잘 닫히지 않아 혈액이 새는 ‘역류증’이 있다.
심장 판막 질환 중에서도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은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국내 환자 수는 2010년 4600여 명에서 2021년 1만 9000여 명으로 10년간 4배 이상 급증했다.
평생 쉼 없이 움직이는 판막은 사용할수록 노화된다. 나이 든 판막에 칼슘이 쌓여 판막이 딱딱해지면 순환의 과정에서 혈액이 이동하는 통로가 좁아져 우리 몸의 여러 장기 기관에 적정량의 혈액이 도달하지 못하게 되고, 연쇄적으로 여러 증상을 낳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국형돈 교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악화되면 우리 심장은 온몸으로 피를 내보내는 것을 힘겨워한다. 심장에서 피가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면 심장이 비대해지고 종국에는 펌프 기능이 저하되는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뇌까지 충분한 피가 가지 못하면 잦은 실신을 경험할 수도 있다”라며 심한 경우 급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질환 특성상 초기 단계에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으며, 심지어는 중증에 이르러서도 증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2년 내 사망률이 50%, 5년 내 사망률이 무려 80%에 육박할 뿐만 아니라 주요 전이암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심각한 질환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조기 발견하려면?
다행히 검사 방법이 복잡하지 않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청진 시 특유의 심잡음이 있기 때문에 주변 일반 내과나 심장내과, 순환기내과에서 간단한 청진으로도 1차 소견을 낼 수 있다. 이후 심장 초음파를 통해 확정 진단한다. 심 초음파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경감된 상태다.
국 교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증상이 주로 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 대부분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기 쉬운 증상들인 점을 조기 발견을 막는 문제로 지적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일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우리 몸은 일상을 멈추는 경고가 아니더라도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방법으로 신호를 보내기도 하니 의심된다면 병원을 꼭 찾으세요. 판막 교체 치료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감수해야 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조금이라도 초기 단계에 시술하는 것이 예후가 훨씬 좋아요”
개흉 부담 없이 치료하는 TAVI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아직 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수술 혹은 시술 등의 물리적인 개입을 통해 협착된 판막을 갈아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가슴을 열어 협착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을 이식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고령의 환자가 많은 대동맥판막 협착증 특성상 동반 질환 및 컨디션 문제로 수술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에 수술 고위험군과 불가능군을 치료할 수 있도록 2000년 대 초반 새롭게 고안된 치료법이 바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다. TAVI는 개흉 없이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 기존 대동맥판막 부위에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0년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초기 안정기를 거쳐 최근에는 50여 개의 TAVI 센터에서 시행되고 있다.
TAVI는 전신 마취가 필요 없고, 시술 시간이 짧아 입원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자연스럽게 환자의 일상 복귀 시점 또한 크게 앞당기게 됐다. 또한, SAVR보다 대등하거나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인정되어,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수술이 가능한 수술 저위험군 환자에도 TAVI 시술이 가능하도록 적응증 확대를 승인했다.
국형돈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모든 유형의 TAVI 기기에 대한 최연소 프록터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TAVI 프록터(Proctor)란 TAVI 시술 자격을 갖춘 의료진 중 국제적으로 인증 받은 TAVI 시술 교육 및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의료진을 뜻한다. 신규 TAVI 센터의 경우, TAVI 프록터의 실시간 참관하에 시행되는 TAVI 프록터링을 일정 건수 이상 반드시 이수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국 교수는 “지난해 5월 국민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확대되면서 환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이거나 수술 불가능군 혹은 수술 고위험군 환자는 시술 시 자기부담금이 5%로 감소하여 부담이 크게 경감됐어요.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중증도에 따라 50%까지 시술비가 차등 지원되고요. 이제는 고령이라서, 비용이 비싸서 시술을 외면할 이유는 적어진 셈이죠.”
예방 위해선 걷기, 달리기 효과적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고령 인구에서 발병률이 높은 만큼 동반 질환의 발생률이 높다. 고혈압,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심혈관질환이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며,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인 고지혈증 역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흔히 동반된다.
국형돈 교수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평소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습관을 들이고, 짜지 않게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건강한 심장을 위한 규칙적인 운동 역시 중요하다”며, “간단한 걷기 운동을 비롯해 계단 오르기, 달리기, 줄넘기, 수영 등 몸을 깨우고 긴장을 풀어주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 심장 질환의 위험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상적인 활동량이 평소보다 버겁게 느껴지거나 조금 더 피곤하게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않고 진료를 받아 보길 바란다”라며 질환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좀 더 알고 싶다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적시에 포착해서 관리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질병인 만큼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인, 의사까지도 반드시 알고 준비해야 하는 질환이다. 건강한 2막을 응원하기 위해 뉴하트밸브닷컴을 소개한다. 뉴하트밸브닷컴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장 판막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를 비롯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관한 소개, 증상 및 진단 방법, 치료 방법 등을 알기 쉽게 안내하고 있다. 또한,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은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대동맥판막 치환술 시행 전에 준비할 내용, 의료진 상담 시 꼭 물어보아야 할 체크리스트, 시행 후 회복을 위해 알아 둘 정보 등의 내용이다. 웹사이트 방문자라면 누구든 신청을 통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관한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를 받아볼 수 있으며, 추가로 심장 판막 질환, 대동맥판막 협착증, 의료진과의 진료 상담 가이드를 포함한 자료집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숨 가쁘게 시간이 흘러간다. 어느덧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다. 한겨울 차디찬 공기와 그 풍경 속으로 데려다주는 대청호의 새벽을 찾아간다. 자동차로 어두운 새벽길을 두 시간여 달려 쨍한 추위 속에 호수의 새벽 공기를 맞는 일, 신선하다.
엄동설한의 캄캄한 새벽길은 생각처럼 어렵진 않다. 달려갈수록 조금씩 걷혀가는 어둠을 확인하는 일도, 중간에 잠깐 들른 휴게소의 적막함도 어두운 길을 달리는 사람들만의 즐거움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기준으로 두 시간 정도 새벽길을 달리면 시골길 드문드문 몇 채의 농가와 들판이 내다보이고 대청호를 향한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청호 오백리길 제4구간 출발점인 윗말뫼 주차장은 한적하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총 21개 구간으로 이루어졌다. 이 구간 안에 대전, 청주, 충북 옥천군과 보은군이 경유한다. 그 속에 마을과 산과 들과 강과 호수가 오백리길을 이어준다. 원래는 대덕군과 청원군 사이에 있다고 하여 대청호라 이름 붙였다. 이 지역에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1980년 대청댐 완공과 함께 지역 마을 담수화가 시작되면서 생겨난 인공 호수가 대청호다. 이때 수몰 지역은 86개 마을로 4000세대가 넘었고, 주민은 2만 6000여 명이나 되었다.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생긴 대청호로 인해 어릴 적 따뜻했던 추억 속 아름다운 시골 마을은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루어진 대청호는 인공 저수지로는 저수량 기준으로 소양호와 충주호에 이어 국내 세 번째다. 스무 개가 넘는 대청호 오백리길 구간을 편안히 즐기는 방법은 호수 둘레길을 산책하듯 걷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4코스 호반 낭만길은 대청호수를 가까이에 두고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습지공원과 자연생태관 등이 걷는 길마다 이어지며, 총길이는 약 12.5㎞이고 5~6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지금도 호반길을 걷기 위해 찾아드는 이들에게 큰 불편은 없는 편이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3년 열린관광지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대청호 일대는 장애인, 노약자 등 이동 약자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무장애 관광 환경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제는 이동 약자의 문턱이 더욱 낮아진 대청호 오백리길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정보취약계층이 불편 없이 관련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도 개선한다.
취향에 따른 구간별 길을 걷다가 갈대숲이나 호숫가에 멈춰서 조용히 대청호를 즐길 수도 있고, 또는 드라이브만으로도 좋다. 굳이 걷기에만 집중하지 않고 발걸음에 따라 또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일부를 걷거나 쉼을 택하면 된다. 걷는 속도나 그 길을 모두 걸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일인가. 단 한두 시간을 걸었어도 그저 자연 속에서 음미하는 시간이 의미 있다. 온몸의 세포를 깨우고 다독이는 그 순간만으로도 충만하다.
동이 트기 전 호수에 도착하는 이들에겐 새벽 물안개에 대한 기대가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은 마냥 맑고 쾌청한 호수를 보게 된다.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에 주로 발생하는 물안개가 이날따라 피어오르지 않았다고 글렀구나 생각할 일은 아니다. 새벽의 거대한 호숫가에 서보았는가. 온몸이 떨리고 시리도록 쨍한 상쾌함으로 간단하게 마음의 평안을 던져준다. 이렇게 겨울과 마주한다.
호수 주변에 들면 몇 걸음 옮겼을 뿐인데 공기 맛이 다르다. 건너편의 산과 능선이 호수 안으로 잠겨 흔들림 없는 반영으로 여행자를 맞는다. 호반 둘레길에 깊숙하게 들어가면 질퍽한 습지 위로 풍성한 억새가 숲을 이루었다. 가끔 바스락거리며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가 나곤 한다.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철새가 푸드덕 날고 먹잇감을 찾는 백로의 날갯짓을 보게 된다. 계절에 따라 개구리는 물론이고 메뚜기나 거북도 볼 수 있다. 자연환경이 청정해 구간 안에 자연생태관도 운영한다.
수변탐방로에서 한없이 호수에 취했다가 명상정원 방향으로 향하면 무엇이 기다릴까. 호수와 숲이 함께하는 곳이다 보니 발밑에는 여전히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10분여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숲길의 자연스러움에 젖어든다. 호수와 정원 사이 언덕처럼 완만한 등성이에 ‘대청호 오백리길’ 표지판이 보인다. 쉼을 제공하는 벤치와 정자가 호수를 앞두고 나무 아래 고즈넉하다. 이곳에서 호수를 빙 돌아보며 각자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명상정원은 물속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건네주는 공간인 듯싶다. 한 번쯤 들러서 간단하게라도 그리움을 풀어보도록 전통 조형물이 조성되어 있다. 옛 마을길의 한옥 담장, 장독대, 널찍한 평상 등으로 그들의 깊은 그리움이 해소될까마는 수몰민들을 위로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마을 어귀에서 자라던 나무였는지 여전히 우뚝 서 있는 나무는 사진가들의 피사체가 되어 언제까지나 물속에 잠겨 있는 모습이 애잔하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물속의 작은 섬들이 이루는 반영의 멋과 함께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명상정원에는 드라마 ‘슬픈 연가’, 영화 ‘역린’, ‘창궐’, ‘7년의 밤’ 등의 촬영지였다는 안내가 줄을 잇는다. 이런 이유 말고도 이곳에 서면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아련한 마음이 생겨난다. 세상의 흐름 속에서 변화해가는 현장과 그들의 어제와 오늘, 그뿐 아니라 이 모습을 대하는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은 힐링의 장소로 이곳을 찾는다. 포토존에서 셔터를 누르고 나무 그네에 앉아 눈앞의 호수를 마냥 누리며 새벽의 호수를 만끽한다.
4구간 호반 낭만길은 계속 이어지는데, 명상공원에서 조붓한 길을 따라 1km쯤 거리에 자연생태공원과 추동 취수탑이 자리 잡고 있다. 상수원 취수구역이다. 가래울 마을과 황새바위와 연꽃마을에 이어진 오리골 제방이 시원하다. 철 지난 논과 밭을 끼고 걷는 길에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마을도 지나고, 데크로 연결되는 길도 나온다.
감나무에 넉넉히 남겨둔 까치밥의 푸근함을 올려다보면서 마을 옆 데크를 걷다가 예닐곱 단쯤 되어 보이는 알타리 무더기를 보았다.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라는 인심이었다. 이런 인정 넘치는 구경은 여행의 덤이다. 도로 옆으로 나오니 자전거 부대들이 씽씽 달린다. 시골길을 달리는 라이딩족들의 활기찬 질주가 상쾌함을 듬뿍 얹어준다.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을 찾는 이들이 들르는 곳이 또 있다. 3구간 종착지인 윗말뫼의 더리스. 호수를 앞에 두고 탁 트인 풍경이 압도한다. 더리스&테라베오는 슈하스코 브라질 바비큐 전통요리 레스토랑이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청호 오백리길 산책로와 호숫가의 전경을 보려고 찾아온다. 더리스 정원 아래로 계단을 내려가면 프라이빗한 장소가 나타난다. 커플 의자에 앉아 마음껏 물멍에 빠져들면 된다. 때가 맞으면 거위 떼가 찾아와 물속에서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는 평온한 시간이다. 혹시나 비가 많이 내린 후라면 벤치와 나무가 물속에 잠긴 그림 같은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추운 겨울날 그리움 속 마을을 찾아 떠난 여행지에서 문득 유년의 시간을 발견한다. 그 길 위에서 기억 저편의 할머니와 내 부모 형제들을 만난 듯 뭉클함도 얻는다. 소박한 자연 속에서 비로소 들여다보는 내면 깊숙이에 위로 한 줌 들여놓았다. 떠돌던 마음은 차분히 잦아들고 한없이 따뜻하다. 세상 소음 따윈 잊고 호숫가를 걷는 내 발밑에서 마른 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전부였던 하루가 한동안 몇 알의 비타민이 되어줄 것이다.
여행 정보
자동차로 서울 기준 두 시간 정도 소요. 특히 청주에서 출발해 근교 문의문화재단지와 대청호를 함께 둘러보는 코스도 좋다. 전통문화와 호수의 멋을 제대로 느껴볼 만한 곳이다. 대청호 코스 대전역발 시티투어 순환버스가 토·일 주말에 있다.(2시간 반 정도 소요)
10월은 건강과 관련된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로, 그 수가 무려 30여 개에 달한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시작으로 뇌졸중의 날, 골다공증 예방의 날 등 시니어가 주의해야 할 질환들을 주로 다룬다.
10월 12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관절염의 날이다. 관절염과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응원하고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정됐다. 관절염에 걸리면 심각한 통증과 함께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초래한다.
요즘과 같이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초가을에는 무릎 관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낮은 기온에 혈관이 수축되면서 증상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9월에 65만 2214명이었던 무릎관절염 환자 수는 10월 68만 9992명으로 한 달 만에 약 5.8%나 증가했다.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슬안혈과 같은 무릎 주변 혈자리를 틈틈이 지압해 무릎 관절을 강화하고 건강관리에 나설 것을 권했다.
한의학에서 무릎의 눈이라고 부르는 슬안은 크게 내슬안과 외슬안으로 나뉜다. 의자에 앉아 무릎을 90도 굽혔을 때 무릎 안쪽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내슬안, 바깥쪽이 외슬안이다. 양쪽 슬안혈을 엄지와 검지로 3초간 지그시 눌렀다 떼어주기를 10회 반복하면 무릎 주변 근육과 관절 강화에 효과적이다.
김창연 병원장은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면 무릎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라며 “그러나 무리한 운동은 무릎 연골의 마모를 가속화 할 수 있으니 체력에 맞게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절이 우리 몸의 움직임을 담당한다면 척추는 몸의 구조를 담당한다. 척추는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며 주요 골격을 유지해 ‘신체의 대들보’라 불리기도 한다. WHO는 10월 16일을 세계 척추의 날로 지정해 매년 척추의 중요성과 척추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러나 허리 통증은 일생에 한 번 이상은 경험하는 흔한 증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좌식 생활로 인해 젊은 층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도 늘고 있다. 김창연 병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금 당장 척추 건강관리를 시작하라고 권하는 이유다.
평소 스트레칭을 자주 해 척추 주변 근육을 키워주면 도움이 된다. 시니어들도 누워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으로는 ‘척추기립근 강화 스트레칭’이 있다. 먼저 바닥에 엎드려 누워 양팔을 머리 위로 뻗는다. 이어 숨을 천천히 내쉬며 양팔과 다리, 머리, 가슴을 모두 위로 들어 올린다. 균형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며 수영하듯 왼팔과 오른다리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가, 반대로 오른팔 왼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빠르게 교차한다. 동작을 10회 반복하는 것을 한 세트로 총 3회 실시하면 척추기립근을 강화해 척추의 올바른 정렬과 골반 비대칭 개선에 도움이 된다.
척추관절 질환과 함께 시니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로는 뇌졸중이 있다. 갑자기 맞는다는 의미의 ‘졸중’(卒中)에서 알 수 있듯 건강에 문제가 없어 보이던 사람도 갑작스레 생명을 위협받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뇌졸중기구(WSO)에서는 10월 29일마다 뇌졸중 예방과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뇌기능의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는 질환인 뇌졸중은 ‘골든타임’을 놓쳤을 때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고 후유증이 남기 쉽다. 예방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한의학에서는 뇌졸중을 ‘중풍’(中風)이라 칭하며 치료해 왔다. 현대의학의 표준 치료와 함께 ‘한의학계 구급약’이라 불리는 우황청심원을 활용한다면 뇌졸중 예방과 회복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황청심원의 신경세포 사멸 억제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Antioxidants’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대뇌피질 신경세포에 우황청심원을 처리한 후 뇌졸중을 유도한 결과, 우황청심원을 처리하지 않은 경우보다 세포 생존율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와 일상생활 속 노력도 동반되어야 한다. 김창연 병원장은 뇌졸중 예방 및 증상 완화에 좋은 운동법으로 ‘뒤로 걷기’를 추천했다. 뒤로 걷기는 뇌졸중 환자 재활치료에도 활용되는 운동법으로, 혈관 탄력성을 증가시키고 균형감각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균형감각이 발달하면 좌뇌와 우뇌 연결이 활성화되고, 뇌가 고르게 발달할 수 있게 된다. 주변에 걸려 넘어질 만한 것이 없는지 살핀 뒤 벽을 손으로 짚으면서 하루에 30분씩 뒤로 걷는다면 뇌졸중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김 병원장은 “노년기에도 활력있는 삶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증가하며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며 “건강의 날이 집중된 10월을 맞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섬에 들어가는 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꾸물거렸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두 좋았다.”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가 아니어도 이런 날씨도 나름 괜찮다. 날이 안 좋아서 하늘 사진이 예쁘게 찍히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날들이 고마운 건 무조건 긍정 마인드이어서가 아니다. 아마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만들어준 것이 아닐지. 나이를 먹는 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날씨는 짓궂더라도 섬이 주는 위로가 있음을 안다.
눈앞으로 다가오는 흐린 날의 강화 본섬은 안개 섬처럼 신비롭다. 하늘은 흐렸고 강화대교 아래 서해가 여유롭게 흐르고 있었다. 곧이어 나타난 긴 교량. 강화도와 석모도를 연결하는 석모대교(席毛大橋)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섬이었는데, 2017년 석모대교 개통 덕분에 언제든지 쉽게 가볼 수 있게 되었다.
섬을 잇다, 석모대교
석모도 여행의 시작은 이제 석모대교다. 참고로 석모대교를 건너 왼편으로 돌면 바로 언덕 위로 미니공원과 함께 전망대가 있어서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다리와 서해의 출렁이는 바닷물을 상쾌하게 즐길 수 있다. 그 섬을 쉽게 건넜으니 마음껏 달리며 돌아볼 차례다. 강화도의 서편 바다 위에 길게 이어진 작은 섬 석모도. 긴 다리 하나가 주는 편리함으로 실컷 석모도를 놀아보면 된다. 자동차를 달려 알찬 하루 코스 강화섬 속의 섬 석모도다.
나룻부리항과 어류정항
먼저 가까운 나룻부리항을 들러본다. 강화나들길 11코스에 속한다. 한때 여객선이 드나들던 항구였지만 이젠 나룻부리항 시장으로 그 기능을 대신한다. 오가는 이 드문 어시장 뒤 오도카니 섬을 띄운 바다 위로 갈매기의 날갯짓이 한가롭다.
나룻부리항과 어류정항은 가까워서 간 김에 두 곳 다 돌아보는 것도 좋다.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찾는 곳으로 수산물직판장과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지만 아직은 한산하다. 텅 빈 항구에서 맞닥뜨린 세찬 바닷바람에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사람 없는 한적한 바닷가 바로 옆을 달리다 보면 섬의 길목마다 손맛 좋은 집과 전망 좋은 카페가 기다린다. 자동차로 섬을 달리다 풍경 좋은 구간에선 우선멈춤이다. 낯선 포구와 산길 어디든 걷기에도 좋다. 석모도 바람길이란 이름에 걸맞다. 다만 어쩌다 ‘유실지뢰 주의’나 ‘해안 출입금지’를 접하면 북쪽과 가까운 최전방임을 실감한다.
민머루해변과 언덕 너머 호젓한 장구너머항
어류정항에서 자동차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석모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며 생태관광지로 지정된 민머루해변이 있다. 민머루해변의 고운 모래밭을 걸을 때는 푹푹 빠지는 발에 힘이 들어간다. 모래밭 군데군데 텐트 속에선 캠핑족의 정담이 두런두런 들린다. 조용히 캠핑 의자에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힐링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힐링이다. 물이 빠지면 드러난 갯벌 위로 생물들이 꼬물거리는 게 생생하다. 이럴 때 맨발로 갯벌의 감촉을 맛보아야 한다. 수십만 평의 드넓은 갯벌 위로 갈매기가 사람과 공존하는 바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된 저어새의 번식지이기도 하다. 건강한 생태의 보고다.
민머루에서 서쪽으로 언덕을 올라 넘어가면 자그마한 항구가 나온다. 산마루가 장구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 장구너머항이다. 오르는 길에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민머루의 질박한 풍경이 운치 있다. 뒤엉킨 그물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갯벌 위엔 바닷새와 고깃배가 쉬고 있다. 방파제 부근의 횟집과 수산물 판매하는 가게 역시 한가롭다. 산과 바다와 갯마을이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민머루에 가면 빠뜨리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다.
서해 풍광을 품은 사찰, 보문사
석모도 하면 천년 고찰 보문사를 누구나 떠올린다. 신라 선덕여왕 4년에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홍련암, 남해 보리암과 함께 이 땅의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이다. 문제는 오르막 입구부터 가파르다는 것. 대웅전 진입까지 10분 이내의 거리지만 숨이 턱까지 찬다. 정 힘들다면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승합차를 이용해도 된다.
사찰 마당에 들어서자 열반에 든 부처의 모습을 한 거대한 와불과 사리탑을 중심으로 오백나한이 맞는다. 옆으로 석굴암처럼 천연 동굴에 지은 석실은 보문사의 명물이다. 극락보전과 대웅전, 용왕전, 삼성각, 선방, 범종각 등의 문화재가 고색창연하다. 일반적으로 사찰은 그 역사와 유적으로 가치를 내세운다지만, 오랜 고목 아래서 땀을 식히는 이들에겐 그 앞마당에서 수백 년 자리를 지킨 향나무의 그늘이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시야를 가리지 않고 바다가 내다보이는 서해 풍광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보문사를 품은 낙가산은 그리 높지 않은데 가파른 오르막은 또 있다. 경사가 가파른 계단 400여 개를 올라야 닿는 보문사 꼭대기의 마애관세음보살이다. 이곳에선 이른바 눈썹바위 아래 새겨진 마애석불을 마주하고 앉아 경건하게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사람들을 늘 볼 수 있다. 기도발이 아주 좋은 곳이라 알려져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서해의 노천탕, 석모도 미네랄 온천욕
보문사에서 자동차로 3분 거리에 뜨거운 해양 심층 온천수가 솟아난다. 입구에 들어서니 가족과 함께 온 어린아이가 앞서 달려가며 말한다. “난 여기 오는 게 제일 좋아.” 아이들에겐 따끈한 물놀이일 수도 있겠다. 온 가족이 온천탕에 발 담그고 앉아 몸과 마음을 씻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시간이다.
강화 석모도 미네랄 온천탕은 바다와 인접한 노천탕으로 매일 천연 원수만 사용한다고 한다. 60℃가 넘는 특급 온천수다. 노천탕뿐 아니라 황토방, 족욕탕, 실내탕이 따로 있다. 관절염, 근육통, 아토피피부염 등에 효험이 있으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기며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무엇보다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 노을이 질 무렵에는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환상적인 풍광에 푹 빠질 수 있다.
숲은 이제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숲 기운을 받으며 산책하고 사랑스러운 장미터널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수목원은 석모리 일대 계곡을 따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었다. 특히 숲 체험 프로그램으로 목공예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갖가지 테마식물원, 생태체험관, 전시온실 등 테마별 탐방을 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산과 바다가 공존하고 숲과 자연을 교감하는 기회다.
수목원 입장료는 무료다. 예까지 왔으니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에서 하루나 이틀쯤 머물며 푹 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이제 초록초록한 색감 속으로 들어가는 초여름이다.
자동차로 석모도 당일 여행
서울 기준 자동차로 1시간 30분~2시간
주소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산 154-1
여행 코스 석모대교→(2분)나룻부리항→(3분)어류정항→(10분)민머루해수욕장→(10분)보문사→(2분)
미네랄 온천→(10분)석모도수목원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앞다투어 봄꽃 개화 시기를 전하고 있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산수유, 수선화, 튤립... 그리고 벚꽃엔딩까지 친절한 안내가 줄을 잇는다. 그야말로 꽃철이다. 멀리 남녘 지방까지 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의 기운을 맞을 수 있는 곳, 날마다 꽃이 피어나고 있는 수도권 부천의 꽃 이야기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사정에 따른 변동으로 꽃 축제와 입장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은 언제나 필수다.)
부천 원미산 진달래 꽃동산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이런 시 한 소절이 아니어도 봄을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진달래꽃이다. 부천 원미산(富川 遠美山)은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하다. 봄이 되면 원미산을 뒤덮는 진달래가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만개한 꽃물결 속에 파묻혀 봄을 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초입에 세워진 김소월 님의 진달래꽃 시비(詩碑)를 지나 능선을 조금 오르다 보면 발아래로 저 멀리 부천 FC 스타디움이 보인다. 원미산 167m에 올라 정상의 원미정에서 내려다보는 부천 시가지와 종합운동장, 역동적인 축구장을 진달래 동산이 에워싸는 포인트에 서면 봄을 만끽하는 순간이 된다. 3월 중순경부터 약 한 달 남짓 만발한 진달래를 볼 수 있다.
♤가는 길: 지하철 7호선 부천 종합운동장 2번 출구로 나와서 500m 정도 거리에 있다. 참고로 1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우측 놀이동산을 끼고 부천 순환 둘레길이 나온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둘레길 걷기의 시작이 된다. 특히 1구간의 향토 유적 숲길은 운치 있다.
부천 자연생태공원 튤립 정원
사월과 오월 중순쯤까지 가장 화려한 색감으로 온 누리를 빛내주는 튤립을 볼 수 있는 곳, 부천 자연생태공원이다. 이곳은 부천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 부천 무릉도원 수목원, 농경유물전시관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무엇보다도 테마 정원과 유아 숲 체험관, 힐링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아이 어른 상관없이 다양한 볼거리가 가능한 문화휴식 공간이다. 코로나로 훌쩍 떠나지 못하는 수도권 시민들이 찾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부천 무릉도원 수목원의 튤립은 고결하고 우아한 자태로 봄 햇살을 받으며 가장 강렬한 색감으로 최상의 멋을 보여준다.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튤립 꽃길을 걸으며 선명한 빨강, 노랑과 보라, 하양, 핑크 등의 화사한 꽃들을 들여다보는 행복은 오직 이때뿐이다. 이 무렵 담장 너머 목련은 이미 지는 중이고, 춘덕산에서는 부천을 상징하는 복사꽃 피는 마을답게 춘덕산 복사꽃 축제가 이어졌었다.
튤립 정원을 지나 나타나는 수목원은 편백 군락지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힐링의 숲이다. 천천히 걷거나 곳곳의 벤치에 앉아 봄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주상절리를 연상케 하는 폭포, 생태연못 쪽으로 가면 수생식물들과 시원하게 내뿜는 분수의 물바람을 맛볼 수 있다. 나비정원, 풍차, 귀여운 토끼나 공작새의 미니 동물원은 튤립을 보러 왔다가 자연 속의 풍경에 푹 빠지는 시간이 된다. 출구로 나가면 주변에 맛집도 즐비하다.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 660(춘의동)
7호선 까치울역 1번 출구에서 3분 정도 직진
내비게이션 명칭 검색 : 부천식물원 또는 자연생태박물관
☏부천 자연생태공원 공원 조성과(032-625-3502)로 연락
백만 송이 장미원의 화려한 봄날
해마다 오월이면 장미가 온 천지에 가득했던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 올해도 여전히 피어나겠지만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혹시라도 아쉬움에 찾아가 장미원 둘레 담장 너머로 먼발치의 장미꽃들을 바라볼 만도 하다. 돌아보면서 군데군데 나타나는 장미 터널과 예쁜 포토존이 행복감을 주는 장미원이다.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은 부천시에서 1998년 150000여 그루의 장미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되었다. 장미 한 그루에서 7~10송이의 꽃이 피어나기에 백만 송이의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벚꽃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주변의 도당산이 에워싸고 장미를 비롯한 야생화 단지와 분수대, 체력장 등의 시설들이 갖추어진 장미꽃 테마공원이다. 오월과 칠월 사이에 절정을 이루는 백만 송이 장미를 풍성하게 볼 수 있다.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 산 34
지하철 역곡역이나 까치울역에 내려 마을버스 013-3번
☏부천시청 공원관리과 공원관리 2팀(032-625-4854)
부천 상동호수공원의 꽃양귀비
계절별 꽃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상동호수공원. 그중에서 5~6월이면 붉은 꽃양귀비가 피어나 짙은 아름다움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준다. 부천시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공원으로 호수 근처로 나무 데크 길이 길게 연결되어 있어서 바람 쐬며 걷는 맛이 최고다. 또한 체육 시설과 놀이시설, 휴식 공간이 두루 잘 갖추어져 있어서 산책길에 한나절쯤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원이다.
꽃양귀비 정원에 들면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의 붉은 양귀비와 함께 청보리가 자라나고 있다. 두 가지의 어울림을 조화롭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혹시 코로나의 여파로 꽃밭 가까이 갈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촬영하려면 망원렌즈를 지참해야 한다. 멀리 꽃구경 가기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부천 상동호수공원은 수도권에서 쉽게 나설만한 곳이다.
♤지하철 7호선 삼산체육관역 1번, 5번 출구 역
경기 부천시 길주로 16 복사
부천 중앙공원 능소화 터널
한때는 능소화를 찾아서 저 아랫녘까지 가기도 했다. 이제는 길거리나 동네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꽃이 되었다. 그 옛날 구중궁궐 속에서 다시 찾지 않는 임금이 하도 그리워 궁녀 소화는 날마다 임금의 발자국 소리에 오매불망 귀를 기울였다. 죽으면서도 담장 아래에 묻혀 님을 기다리겠다는 애절한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궁녀 소화, 님의 발소리를 들으려 귀를 활짝 열어놓은 듯 피어난다. 기다림의 세월이 능소화로 곱게 다시 피어났다는 전설의 꽃이다.
부천 중앙공원에 가면 능소화가 터널을 이루어 피어난다. 6월 말부터 7월 중하순까지 흐드러지게 만개했다가 툭툭 떨어지며 진다. 꽃이 지는 모습도 볼만해서 능소화 터널 아래 낙화가 뿌려져 있을 때 다시 가기도 한다. 더위와 비바람에도 흐트러진 남루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꽃잎 하나씩 날리며 지는 게 아니고 미련 없이 꽃 한 송이 통째로 떨어뜨리는 게 능소화의 마지막 모습이다.
♤경기 부천시 중동 1177(부천 시청 뒤편)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원격학습이 늘어나고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비만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15일 통계청에서 발간한 ‘2021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비만율은 38.3%로 2019년(33.8%)보다 4.5%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 지방간, 골다공증 등 각종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질환이다. 새해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 계획을 세우지만 작심삼일이 되곤 한다.
잠실자생한방병원 신민식 병원장은 일상 속에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1·3·5 건강법’을 제안하며 건강관리에 적극적으로 임해볼 것을 권했다.
봄은 활동하기 따뜻한 날씨다. 새해 다짐했던 운동 계획을 다시금 되새기며 지방은 줄이고 근육은 늘려보자.
출퇴근길 ‘한 정거장 걷기’로 군살 제거하자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2019년 24.7%였던 유산소 운동량이 2020년 19.8%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소 운동은 지방을 연소시키고 심폐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꾸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상 속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으로는 ‘걷기’가 있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한 정거장(약 1km) 전에 내려서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으로 닿도록 해야 한다. 빨리 걷기 위해 일부러 보폭을 크게 하면 엉덩이 근육을 다칠 수 있으므로 키에서 1m를 뺀 정도로 자연스럽게 한 발 내딛는 게 좋다.
발의 방향도 중요하다. 걸을 때 양발의 끝이 바깥쪽으로 향하거나 발 간격이 좌우로 벌어지는 경우 무릎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팔자걸음이 습관이라면 보도블록의 선을 따라 걸으며 두 발이 11자로 나란히 유지되도록 연습하는 것이 좋다. 또한 쿠션감이 있는 운동화를 착용하면 보행 시 무릎 및 척추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플랭크 3분 버티기’로 전신 운동 및 코어 힘 강화
늘어난 군살을 걷기 운동으로 제거했다면 이제는 근육을 늘릴 차례다. 근육은 체중의 약 40%를 차지하며 인체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몸 중심의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코어 근육은 몸의 균형과 안정성에 기초가 된다. 따라서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틈틈이 코어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법으로는 ‘플랭크’가 있다. 플랭크는 엎드린 상태에서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어깨와 팔꿈치가 90도가 되도록 바닥을 지지하는 동작이다. 이때 발끝은 가지런히 모아 세우고 엉덩이가 처지지 않게 주의해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가 일직선을 이루도록 한다. 자세가 바르지 않을 경우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확인해야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에너지 소모가 큰 운동이어서 처음에는 30초를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꾸준히 연습하며 서서히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신민식 병원장은 “만약 플랭크 동작 후 허리 부위에 통증이 심하다면 허리 근육이 이미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가까운 의료진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한방에서는 허리 통증 완화를 위해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치료, 한약처방 등을 포함하는 한방 통합치료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5층 계단 오르기’로 엉덩이·허벅지 근육 단련
근육 강화 운동의 효과를 더욱 높이고 싶다면 하체 운동이 효과적이다. 우리 몸의 근육은 50% 이상이 하체에 분포돼 있어 하체 운동을 병행하면 근육량 증가에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엉덩이 근육이다. 엉덩이 근육은 상체를 받쳐주고 몸을 바로세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허리와 상하체 관절 건강까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평소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계단 오르기는 엉덩이 근육과 함께 허벅지 등 하체근육을 자극하는데 효과적이다. 계단 오르기를 5분 동안 하면 수영을 5분 한 것과 같은 열량이 소비돼 체중 관리에도 좋다. 특별한 운동기구 없이 어디든 계단만 있다면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계단을 오를 때는 발바닥 전체를 디디면서 미는 듯한 느낌으로 걸어야 한다. 이때 엉덩이와 아랫배에 힘을 주고 등과 어깨는 곧게 펴는 것이 좋다. 반면 계단을 내려올 때는 체중의 5배 정도의 하중이 무릎에 전해지기 때문에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신민식 병원장은 “군살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 좋다”며 “이번 봄에는 마음만 먹으면 일상에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1·3·5 건강법’을 통해 건강한 일상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5일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걱정되는데 말이다. 이에 아쉬운 대로 영상 통화를 통해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해보자.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과 전조 증상에 대해 짚어봤다.
고혈압, 국내 고혈압 인구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록 생명의 위협은 없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전체 뇌혈관 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 역시 고혈압이 원인이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혈압은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겨울철에 더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씩 떨어질 때마다 혈압이 0.2~0.3㎜Hg 올라간다. 노인이나 마른 체형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노인 혈압 조절 목표는 수축기혈압 140~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를 추천한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국내 고혈압 인구의 절반 이상을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할 정도로 노인 비중이 높다"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의 경우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만큼 평상시 주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 65세 이상 인구서 환자비율 2배 높아져
고혈압만큼 고령자가 주의해야 할 질환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국내에서 6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 족부괴사,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당뇨 합병증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고, 또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고 심지어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비만, 연령, 식생활, 운동부족, 호르몬 분비, 스트레스, 약물 복용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에서 당뇨병 환자 비율이 2배 정도 높아진다.
김은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가 안경을 쓰는 것을 치료라고 말하지 않듯 당뇨병 역시 평생 관리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부모님의 체중이 갑자기 빠진다거나 갈증을 심하고 소변을 참지 못한다면 이미 어느 정도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져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도둑'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골절 등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는 한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척추 압박골절로 키가 줄어든다거나, 허리가 점점 휘고,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심할 경우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여성에서 더 빨리, 많이 나타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우유나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고 술, 담배는 멀리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체중 부하가 실리는 운동과 관절에 과도한 무리가 가지 않는 걷기 운동이 좋다.
한제호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부모님들은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고 허리가 굽는 것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회복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 하지 통증으로 보행 시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늘듯 척추와 추간판(디스크)도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척추나 그 주변의 인대가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척추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한다.
증상은 보행 시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아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일명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두용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는데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곧 치유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며 "부모님의 허리가 굽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면 질환 초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릎 통증․붓기 지속하면 퇴행성관절염 의심
무릎 관절은 평지를 걸을 때 체중의 3~4배, 내리막길에선 체중의 5~6배의 무게를 지탱한다. 노화는 무릎 관절 자체를 약하게 만든다. 무릎 관절을 지탱해 주는 근육과 인대의 탄력성이 줄어들고, 관절연골과 반월연골판의 충격 흡수 기능도 떨어진다. 또 관절액의 윤활 작용도 약화된다.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다리가 맞닿는 내측 무릎에 통증을 유발한다. 처음에는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양반다리 같은 자세에서 통증이 생기지만 병이 진행되면 자세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한다. 휴식이나 수면 시 통증이 심해지고, 아주 심할 경우 일상적인 보행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노동영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부모님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무릎 주위가 붓거나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살 부위 뻗치는 통증 1~2주 지속하면 고관절질환 의심
고관절(엉덩이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곳으로 척추와 더불어 체중을 지탱하는 몸의 기둥 역할을 한다. 항상 체중의 1.5~3배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견뎌야 한다. 걷기만 해도 4배, 조깅은 5배, 계단 오르내리기는 8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고관절 질환은 반복적인 사용과 노화로 발생하는 일차성 고관절 골관절염이 대표적이다. 골관절염이 생기면 넓적다리뼈와 비구가 모두 망가지고,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진행을 막을 순 없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샅이 시큰거리고,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거동까지 불가능해진다.
전상현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샅(사타구니, 두 다리의 사이) 부위나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