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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시 만나고 싶은 골퍼일까?
- 모 신문사 골프 전문기자는 같은 학과 선배다. 둘이 함께 기자 시험 준비를 해서 며칠 차이를 두고 둘 다 기자가 됐다. 그러곤 시간이 한참 흘러 나는 기자를 그만두고 우여곡절 끝에 프로 골퍼가 됐다. 그 선배는 한 우물을 파서 골프 전문기자가 됐고. 내가 프로 골퍼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이다. 나는 선배에게 이렇게 물었다. “멋있는 골퍼란 어떤 골퍼인가요?” 숱한 골퍼와 라운드를 해봤을 그 선배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다시 만나고 싶은 골퍼가 멋있는 골퍼라고 생각한다”고. 나는 “그렇군요”라며 고개는 끄덕였지만 그 말이 깊이 와 닿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만나고 싶은 골퍼는 어떤 골퍼일까요?” 그는 이번에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골프를 잘 치는 사람도 멋있지만 아무래도 골프 규칙을 잘 지키는 골퍼와 다시 라운드하고 싶지.” 그러고는 “다른 플레이어에게는 관대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엄격한 골퍼와는 꼭 다시 만나고 싶더라”라고 말을 더했다. 그때만 해도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않고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선발전을 통과한 사실에 우쭐하던 나는 가슴이 ‘턱’ 하고 막혔다. 시원한 샷을 날리고 좋은 점수를 내는 것을 골프에서 가장 큰 덕목으로 꼽던 나에게 그의 답은 의외였기 때문이다. 그가 오랫동안 골프 전문기자로 취재를 하면서 나보다 실력이 출중한 골퍼를 한두 명 만났겠는가? 그런 그는 ‘누구는 파워가 압도적이어서 멋있다’라는 말 따위는 꺼내지도 않았다. 또 ‘누구는 쇼트 게임을 귀신같이 잘해서 다시 쳐보고 싶더라’라는 말도 입에 담지 않았고. 그 대신 원칙과 배려 같은 덕목을 최고로 꼽은 것이다. 그랬으니 골프는 스코어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먹은 것이 체하지 않았겠는가? 그의 말을 가슴에 담은 뒤 내 골프는 조금 바뀌었다. 스코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냐고? 천만에, 그건 아니다. 점수와 상관없이 내게는 규칙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친선 라운드를 할 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골프장이 정한 로컬 룰 대신 일반 규칙(영국왕립골프협회가 정한 공식 규칙)을 기준으로 삼았다. 함께하는 골퍼들에게는 최대한 관대하게 규칙을 적용한 것은 물론이고. 심심풀이로 내기를 할 때라도 승부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렇다고 이기든 지든 대충 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늘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이런 부분만 지킨다고 다가 아니었을까? 지난해 과 동기들과 라운드한 뒤 저녁식사 자리에서 동기로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얘기를 들었다. 쉽게 말하면 “너 그런 식으로 골프 치지 마라”는 말이었다. ‘내가 동기들과 골프 칠 때도 내기를 해서 주머니를 턴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엥? 이건 또 무슨 소리지? 그 자리에선 술 취한 친구가 한 주정이라고 넘어갔다. 그런데 자리에 누워 잠이 오지 않았다. 선배 말에 감화를 받고 ‘다시 만나고 싶은 골퍼가 되기로’ 마음먹은 지 한참 뒤에 들은 얘기라서 더 그랬다. 그래서 이튿날 그동안 한 번이라도 나와 라운드한 같은 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법 여럿이었다. 혹시 라운드하면서 불쾌한 일이 있었다면 사과한다고. 또 혹시 나와 골프 쳐서 기분 상한 동기가 있느냐고도 물었다. 그런 적도 없고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래도 꺼림칙했다. 혹시 나는 기억 못 하지만 당한(?) 친구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러다 짚이는 친구가 한 명 떠올랐다. 자기 고객과 동반 라운드를 할 때 나를 초대한 친구였다. 초대를 받고 나는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명색이 프로 골퍼인데 네 회사 접대 골프에 부르는 거니 출장비는 주는 거냐?”고. 친구는 “친구 사이에 무슨 출장비냐?”며 “내기라도 할 테니 능력껏 가져가라”고 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나는 프로가 치는 블랙 티에서 치고 다른 이들은 화이트 티에서 플레이했다. 핸디(속어로 핸디캡 차이를 줄인 말, 실력 차이를 감안해서 오가는 덤)도 넉넉하게 주고. 그런데 그날따라 샷이 너무 잘 됐다. 까다로운 코스였는데 치는 족족 가서 붙더니 버디를 대여섯 개나 잡아낸 것이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고전하더니 모두 핸디캡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그렇게 소소한 수고비(?)를 챙기고 헤어졌다. 나로선 그날 함께한 사람들에게 승부가 주는 짜릿함을 느껴보라고 최선을 다한 것이었는데. 그 일이 떠오르자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곤 안부와 함께 예전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혹시 그날 일로 마음이 상했다면 미안하다’고. 그 친구는 “무슨 소리냐?”며 “아무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래도 나는 친구와 통화를 마치고 나서 내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과연 다시 만나고 싶은 골퍼일까?”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다시 물어도 마찬가지다. 다시 만나고 싶은 골퍼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그동안 뱁새 김용준 프로 칼럼을 사랑해준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에게 감사드린다.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필자에게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 2021-12-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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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3 홀이라고 드라이버 잡지 말란 법 있어?
- 비가 그치더니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그래도 태풍 뒤끝이라 바람은 말도 못 하게 세게 불었다. 아마추어 제자들과 라운드한 그날 뱁새 김용준 프로는 첫 네 홀에서 선방했다. 강풍에 순응하며 전부 파를 기록한 것이다. 이어서 맞이한 5번 홀은 파3로 215m였다. 맞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김 프로는 일단 3번 우드를 들고 티잉 구역으로 올라섰다. “드라이버를 잡아야 할까요?” 캐디를 바라보며 그가 혼잣말처럼 작게 물었다. “저기 저 큰 태극기가 다 펴질 정도로 바람이 세면 네 클럽 더 봐야 한대요.” 김 프로 얘기를 들었는지 아니면 마땅히 해야 할 얘기라서 그랬는지 성격이 밝은 캐디가 조언했다. 캐디가 가리킨 쪽에는 폭이 얼마나 큰지 가늠도 안 되는 초대형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대주주의 국적이 외국이라 한동안 우리 국민에게 미움을 산 회사가 물류센터에 세운 것이었다. 여태 본 것 중에 제일 큰 태극기를 내걸어서라도 기업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꾀를 낸 것이려니 하고 김 프로는 짐작했다. 아차 얘기가 딴 데로 샜다. 다시 맞바람 속 긴 파3로 돌아가자. ‘흠, 그렇다면 250m쯤 쳐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김 프로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래도 그렇지 파3에서 드라이버를 잡는다는 것은 좀 그렇지?’ 어줍잖게 프로 골퍼로서 자존심을 세우는 듯했다. ‘3번 우드로도 250m를 칠 수 있다’는 데 그의 생각이 미쳤다. ‘그래, 강력한 우드 샷을 보여주자’라고 그는 마음먹었다. 그리고 시원하게 클럽을 휘두른다고 휘둘렀는데 볼은 페널티 구역으로 날아갔다. 너무 세게 치려다가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크게 슬라이스를 낸 것이다. 벌타를 받고 110m 지점에 드롭했다. 강한 맞바람에 8번 아이언으로 세 타째 샷을 했다. 볼은 핀 왼쪽 뒤 프린지로 떨어졌다. 내리막 짧은 어프러치가 남아 여차하면 더블 파를 기록할 판이었다. 그는 이리저리 살피더니 느긋한 어프러치로 깔끔하게 핀에 붙였다. 그래도 더블 보기. 그는 후회했다. ‘이런 똥멍청이 같으니라고. 자존심이 스코어 카드에 기록되냐고? 스코어가 자존심이지.’ 바람에 고전하며 그는 어느덧 17번 홀에 이르렀다. 185m짜리 파3였다. 블랙티(보통 프로 골퍼나 아마추어 중에서도 핸디캡이 아주 낮은 플레이어가 치는 티)가 화이트티와 같이 놓여 있었다. “흐흐, 코스 세팅이 아주 합리적이네요.” 김 프로는 너스레를 떨었다. 아마추어 제자들 입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앞 핀이라 175m 정도 보면 적당했다. “170m네요.” 거리측정기로 재본 제자가 말했다. 내리막을 감안한 숫자일 터. 물을 건너야 하고, 그린 앞에 키 높이 벙커가 있는 홀이라면? 경험상 내리막을 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문제는 여전히 강한 맞바람이었다. 몇 클럽을 더 볼 것인가? 아까 물에 빠뜨리고 더블 보기를 한 5번 파3 홀과 비슷한 강풍이었다. 그렇다면 네 클럽이나 더 길게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3번 우드로 쳐야 한다는 말인데?’ 김 프로는 또 망설였다. 그러다 마침내 우드를 잡아들었다. 제자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시원하게 샷을 날려놓고도 김 프로 역시 볼이 날아가는 동안 조마조마했다. 혹시 너무 크게 친 것은 아닐까 싶어서. 그런데 웬걸. 볼은 기가 막히게 날아가다 오른쪽으로 살짝 밀리더니 툭 떨어져서 핀에서 여남은 발짝쯤에 섰다. “굿 샷”이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제자 차례다. 아마추어 중급자에게는 175m도 부담스러운데 맞바람까지 강하게 부니 여간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다. 다음 차례인 제자가 드라이버를 잡았다. “파3에서 드라이버를 다 잡네요”라며 그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애쓴 다음 스윙을 했다. “굿 샷” 하고 캐디가 소리쳤다. 결과가 제법 좋았다. 약간 밀렸지만 거리는 딱 맞아서 오른쪽 프린지에 멈췄다. 다음 제자 역시 드라이버를 잡았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휘둘렀다. 두 사람이나 서너 클럽 길게 잡은 것을 봤으니 확신을 가질 만했다. 볼은 시원하게 날아가 그린에 멈췄다. 김 프로 볼보다 예닐곱 발짝 더 오른쪽에. 마지막 제자는 그린 앞 페널티 구역에 빠졌다. 차마 풀 스윙을 하지 못한 탓이리라. 온 그린 시킨 제자가 파를 하면서 김 프로가 그 홀 상금을 독식하는 것을 막았다. 쩝. 몇 번으로 몇 미터를 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몇 번으로든 그 몇 미터를 쳐내는 것이 중요하지. 스코어 카드에 점수를 기록할 때 티 샷이 몇 미터 나갔는지 혹은 세컨드 샷은 거리가 얼마 남았을 때 몇 번 클럽으로 쳤는지 기록하던가? 독자는 부디 자존심을 세우느라 클럽을 잘못 선택하지 말기 바란다. 상황에 맞는 클럽을 선택해서 한 타라도 줄이는 것이 진짜 자존심을 세우는 비결이다. 말만 번지르르하지 김 프로도 클럽별 거리만 생각하다 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하.
- 2021-11-2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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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라이스로 고전하고 있다면 클로즈드 그립을 잡아라
- 독자는 어떤 그립을 잡고 있는가? 위크 그립? 뉴추럴 그립? 스트롱 그립? 나는 위크 그립을 잡는 플레이어를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백이면 백 뉴추럴 그립 아니면 스트롱 그립이다. 뉴추럴 그립을 잡는 플레이어에게 ‘왜 뉴추럴 그립을 택했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골프를 시작할 때 그립에는 세 종류가 있다(위크, 뉴추럴, 스트롱)고 듣고 깊게 따져보지 않은 채 뉴추럴 그립을 선택했다고. 이들에게 ‘왜 스트롱 그립을 잡지 않느냐’고 물으면 의외의 답을 듣는다. 바로 ‘스트롱’이라는 이름 탓에 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약하다는 뜻의 ‘위크’와 중립이란 뜻의 ‘뉴추럴’, 그리고 강하다는 뜻의 ‘스트롱’이 있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많은 사람은 가운데 것을 고른다. 같은 종류 물건인데 값이 싼 것과 비싼 것, 그리고 중간인 것이 있다면 십중팔구 중간 것을 고른다. 이 성향은 문화적 배경까지 더해져서 더 강해진다. 바로 중용(中庸) 때문이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할 때 그 중용 말이다. 무슨 소리냐고? 어느 한 편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중용을 큰 미덕으로 삼았던 탓에, 뭔가를 선택할 때 적당한 것을 고르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스트롱 그립을 쓰는 플레이어가 적은 것은 그 이름뿐 아니라 별명 탓도 있다. 스트롱 그립은 일명 ‘훅 그립’이라고도 부른다. 훅은 왼쪽으로(오른손잡이 골퍼인 경우) 감기는 것을 말한다. 처음 들을 때 볼이 왼쪽으로 감긴다면 선뜻 그 그립을 선택할 사람이 있겠는가? 나도 그랬다. 독학으로 골프를 시작하면서 별 생각 없이 뉴추럴 그립을 택했다. 어깨너머로 보며 익힐 때도 오랫동안 다른 그립으로 바꿔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숱한 시간을 슬라이스로 고생했다. 필드에서 제법 좋은 점수를 낼 수 있게 된 뒤에도 내 샷은 항상 슬라이스였다. 드라이버 샷은 비행접시처럼 휘었다. 흔히 슬라이스로 고생하는 골퍼에게 11시 방향을 보고 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내 경우엔 11시 방향으로 쳐도 오른쪽으로 가끔 아웃 오브 바운드(OB)가 날 정도로 오른쪽으로 많이 휘었다. 그래서 나는 10시 방향을 보고 드라이버 샷을 치곤 했다. 아이언 샷도 마찬가지였다. 치기만 하면 오른쪽으로 밀렸다. 그런데 어떻게 점수를 내고 급기야 프로 골퍼까지 됐냐고? 바로 일관성 덕분이다. 내 샷은 아주 일관되게 오른쪽으로만 휘었다. 열심히 휘둘러댄 덕에 힘이 붙어서 거리가 제법 났다. 그러니 늘 목표보다 한참 왼쪽을 겨누고 치면 원하는 곳에 볼을 갖다놓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선 내 샷은 페이드(살짝 오른쪽으로 휘는 샷)라고 자위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지독한 슬라이스로 고전했다. 말이 좋아서 일관성이지,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샷으로 좁은 홀에 서는 것이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내가 스트롱 그립 맛을 본 것은 프로 선발전을 통과하기 불과 얼마 전이었다. 하루는 당시 자주 겨루던 박창교(2014년 아난티클럽 챔피언) 선배에게 완패했다. 그날따라 박 챔프는 드라이버 샷을 반듯하게 날리면서 거리도 부쩍 멀리 보냈다. 당시 나보다 쇼트 게임이나 퍼팅 실력이 뛰어난 그였다. 그날은 비거리까지 나를 바싹 따라붙으니 당할 재간이 없었다. 라운드가 끝나고 식사를 하면서 박 챔프는 그립을 바꿔봤더니 효과가 너무 좋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바로 스트롱 그립으로 바꿔 잡아봤다는 얘기였다. 그랬더니 슬라이스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더라는 것 아닌가? 그 뒤 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스트롱 그립을 잡아봤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드라이버 샷 슬라이스가 크게 줄었다. 그만큼 비거리도 늘었고. 아는 만큼 본다고 하던가? 그 뒤로 TV 골프 중계를 보면 선수들 그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럴 수가! 스트롱 그립을 잡은 선수가 훨씬 많지 않은가? 왜 이걸 몰랐을까? 수년간 슬라이스로 말 못 할 고생을 한 것이 너무 억울했다. 그 뒤로 조금씩 스트롱 그립으로 고쳐가면서 적응했다. 그리고 지금은 스트롱 그립을 잡으라고 가르친다. 스트롱 그립을 어떻게 잡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 알 것이다. 셋업을 하고 위에서 내려다볼 때 왼손 손마디가 두 개나 두 개 반 정도 보이면 적당하다. 세 개까지 보이면 너무 과한 것이다. 칼럼 제목은 ‘클로즈드 그립을 잡아라’인데 클로즈드 그립이 뭔지 얘기를 안 하고 끝낼 뻔했다. 클로즈드 그립은 내가 지은 이름이다. 나는 스트롱 그립 대신 클로즈드 그립이라고 부른다. 클로즈드는 스트롱이라는 말이 주는 편견을 털어낸다. ‘클로즈드’(Closed)는 ‘닫았다’는 뜻이다. ‘열었다’는 뜻인 ‘오픈’(Opened)의 반대말이다. 나는 위크 그립은 오픈드 그립이라고 이름 지었다. 뉴추럴 그립은 그대로 뉴추럴이라고 부른다. 슬라이스로 애를 먹는다면 클로즈드 그립을 잡기를 권한다. 훅으로 고전하고 있다면 오픈드 그립을 잡으면 좋다. 클로즈드 그립이니 오픈드 그립이니 하는 것은 세계 최초로 뱁새 김용준 프로가 이름 붙인 것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주기 바란다. 많은 경우에 이름이 실질을 지배한다. 골프에서 그립 이름도 그렇다.
- 2021-10-2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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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실전에서도 잘 치고 싶다면 랜덤 연습을 하라
- 독자는 골프 연습장에 가면 공을 몇 개나 치는가? 연습을 잘 안 한다고? 아이고, 이런. 그렇다면 돌려서 물을 수밖에 없다. 독자는 골프 연습을 할 때 한 시간에 공을 몇 개나 치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루가 아니고 한 시간에 말이다. 적어도 200~300개는 쳐야 연습답게 한 것 아니냐고? 그렇게 많이 치고 어디 쑤신 데도 없다면 강골이다. 아니면 어쩌다 한 번 연습하느라고 무리하는 것이거나. 한 시간에 100개 정도 치면 어떠냐고? 뱁새 김용준 프로는 이 개수가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한 시간에 100개 안팎이고 1분에 1~2개 말이다. 진짜 그렇게 보냐고? 진짜다. 실전에서 잘 치고 싶다면 한 시간에 100개 안팎만 연습해도 충분하다. 아니 100개 안팎을 쳐야 한다. 무슨 얘기냐고? 바로 랜덤(Random) 연습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랜덤 연습이 뭐냐고? ‘랜덤’은 우리말로는 ‘무작위’다. ‘랜덤 연습’은 ‘무작위 연습’이다. 연습할 때 클럽 하나를 갖고 여러 번 치지 않는 방법을 말한다. 샷을 할 때마다 클럽을 바꾸는 것이 랜덤 연습이다. 한 클럽으로 치더라도 다른 샷을 하는 것도 랜덤 연습이고. 한 번은 페이드를 치고 다음번은 드로를 치는 식으로 말이다. 랜덤 연습의 뜻은 알겠는데, 진짜 효과가 있냐고? 그렇다. 랜덤 연습은 기초를 뗀 골퍼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연습 방법이다. 짧은 시간에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특히 연습장에서는 그럭저럭 잘 치는데 필드에 나가면 고전하는 중급자라면 랜덤 연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랜덤 연습인지 설명하겠다. 이미 알고 있는 독자는 추임새를 넣어주기 바란다. 어~얼쑤! 연습 타석에 들어섰다. 볼을 치기 전에 스트레칭을 실컷 한다. 클럽을 번갈아 들고 빈 스윙도 충분히 하고. 첫 홀은 파4라고 가정한다. 첫 샷은 드라이버 티 샷이다. 가볍게 스윙해서 페어웨이에 떨구기로 작정한다. 실전에서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첫 샷은 부드럽게 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목표도 꼭 정한다. 저 멀리 그물 끝에 있는 타깃을 맞히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연습 스윙을 한두 번 하고 셋업을 한다. 볼이 밀리기 십상이라면 목표보다 살짝 왼쪽을 본다. 웨글링을 한 번 하고 샷을 한다. 볼은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티 샷을 잘 했으면 다음은 아이언 샷이다. 150m쯤 남았다고 상상한다. 풀 스윙을 하면 6번으로 칠 수 있는 거리다. 그렇지만 첫 홀이니 넉넉하게 5번 아이언을 잡기로 한다. 목표를 정한다. 연습 스윙을 두 번 하고 셋업을 한다. 스윙을 한다. 이런, 부드럽게 치려다가 조금 두껍게 맞았다. 아이언으로 친 볼이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다고 가정한다. 웨지를 든다. 서른 발짝쯤 되는 피칭 앤드 런(살짝 띄운 다음 굴러가게 하는 샷)을 하기로 한다. 볼을 떨어뜨릴 지점을 정한다. 바닥에 모여 있는 공 세 개를 목표로 잡는 식이다. 연습 스윙을 서너 번 하면서 헤드 무게를 느낀다. 셋업을 하고 스윙을 한다. 원하는 지점을 살짝 지나 떨어졌다. 볼을 정확히 맞히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스윙이 조금 강했나 보다. 거리가 멀어서 조금 부담스러운 퍼팅을 남겼다고 가정한다. 첫 홀은 이렇게 파 아니면 보기를 한 것으로 친다. 다음 홀로 넘어간다. 다음 홀은 파5라고 친다. 전 홀과 마찬가지로 드라이버 티 샷을 한다. 세컨드 샷은 같은 방식으로 우드를 잡는다. 연습 스윙을 한 다음 셋업을 하고 샷을 한다. 우드가 잘 맞았다면? 웨지 거리만 남았다고 본다. 혹시 우드 샷을 실수했다면? 짧은 아이언 거리가 남았다고 가정한다. 9번 아이언 따위를 연습한다. 애초부터 작전을 달리할 수도 있다. 우드가 서툰 골퍼라면 세컨드 샷 때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식이다. 하이브리드를 치고 짧은 아이언으로 파5를 풀어가는 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다음 홀은 파3라고 상상한다. 160m가 살짝 넘는 제법 긴 파3다. 아까와 마찬가지 루틴을 밟아 롱 아이언 샷을 한다. 역시 롱 아이언은 부담스럽다. 토핑이 난다. 그린에 한참 못 미쳤을 것 같다. 롱 아이언을 한 번 더 치고 싶어도 꾹 참는다. 실전에서는 연습이 허용되지 않으니까. 웨지를 골라 장거리 웨지 샷을 연습한다. 이런 식으로 18홀을 돌면 된다. 시간이 많이 남아 아쉽다면 한 바퀴 더 돈다. 전에 가본 골프장이나 갈 예정인 곳의 야디지(코스 안내도)를 손에 넣어 한 홀씩 넘기면서 해보면 더 실감 난다. 랜덤 연습을 할 때는 반드시 샷을 할 때마다 연습 스윙도 하고 웨글링도 하면서 실전과 흡사하게 루틴을 밟아야 한다. 같은 샷을 두 번 연속 치는 것은 금물이다. 랜덤 연습 효과가 반감된다. ‘연습은 실전처럼’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연습이 바로 랜덤 연습이다. 물론 매번 랜덤 연습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랜덤 연습을 자주 섞어주면 효과가 있다. 나도 한 달 내내 랜덤 연습만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실전 감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랜덤 연습을 해도 별무신통이면 뱁새 김 프로가 책임지냐고? 흠흠. 기초를 뗀 골퍼가 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 말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랜덤 연습을 했는데도 효과가 없거나, 랜덤 연습을 하기가 버겁다면 아직 기초를 더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얼씨구. 은근슬쩍 빠져나가는 모양새라니.
- 2021-09-23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