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A 씨는 요즘 딸의 패션이 어딘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배꼽이 드러나는 짧은 티셔츠에 통이 큰 바지와 머리에는 곱창밴드. 30년 전 20대였던 자신이 주로 입던 스타일이다. 한때는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만 입던 딸이 어느 순간부터 옛날에 유행한 통 큰 바지를 입으니 낯설기도 하고 낯익기도 하다.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이제야 실감이 든다.
반면 20대 직장인 B 씨는 엄마의 과거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30년 전 사진임에도 촌스럽지 않은 엄마의 패션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곱창 밴드를 엄마가 30년 전에 착용하고 있었다니 제법 놀랍다. 촌스럽기는커녕 시대를 앞서 나간 엄마가 오히려 패셔너블해 보이는 느낌이다.
1980~90년대에 유행하던 패션이 레트로 열풍 속에서 다시 유행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유행이 지났지만 최근에 그때 아이템들이 재해석되면서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시니어에게 익숙하고 반가울 최신 유행 1980~90년대 ‘잇템’들을 소개한다. 잇템은 꼭 있어야 하거나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을 말하는 신조어다.
배꼽티
‘배꼽티’는 상의 길이가 짧아 배꼽이 보이는 티를 말한다. 1990년대에 ‘X세대’라고 불린 당시 젊은이들은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였다. 그들은 당시 보수적인 사회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을 패션으로 많이 드러냈는데 배꼽티 역시 그때 유행했다. 당시 배꼽티가 최근 ‘크롭티’(cropped T-shirts)라는 이름으로 2030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보다는 자신만의 멋과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패션이라고 볼 수 있다.
통바지
1990년대에 유행했던 통이 큰 일명 ‘통바지’ 역시 ‘와이드 팬츠’로 재해석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리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이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편하고도 멋스럽게 넓고 넉넉한 핏의 바지가 다시 젊은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요즘 거리에 나가면 크롭티에 통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버핏 재킷
‘오버핏(over fit)’ 재킷은 폼과 어깨 사이즈가 큰 재킷을 의미한다. 과거 ‘파워숄더’로 유행했던 이 오버핏 자켓은 다시 2030 사이에서 다시 ‘잇템’이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촌스러운 아빠 양복 패션으로 여겨지던 오버핏 재킷은 몸에 딱 붙는 슬림핏 대신 넉넉한 폼과 넓은 어깨로 개성을 드러내며, 다시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곱창밴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액세서리 중 하나인 ‘곱창 밴드’가 최근 다시 유행하고 있다. 생김새가 곱창을 닮아 ‘곱창’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밴드는 고무줄을 천으로 감싼 형태의 머리끈이다. 1990년대 배우 김희선이 착용하며 엄청난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옷을 잘 입기로 유명한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곱창 밴드를 사용해 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밋밋할 수 있는 헤어 스타일링에 화려한 디자인의 곱창 밴드로 포인트를 줘 개성을 뽐낼 수 있다.
집게 핀
1990년대를 풍미했던 또 다른 헤어 액세서리인 ‘집게 핀’ 역시 2030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간단하게 머리를 묶을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템이면서 다양한 디자인으로 멋을 내기에도 좋다. 머리를 올려 묶으면 멋스럽고, 내려 묶으면 우아한 느낌을 준다.
이 외에도 ‘나팔바지’라고 불린 ‘부츠컷 바지’, 청자켓에 청바지를 입는 ‘청청패션’과 같은 복고 패션이 요즘 시대에 맞게 재해석돼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유행이 돌고 도는 원인으로 유행의 ‘한정성’을 꼽는다.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 ‘비바스튜디오’의 박준오 디자이너는 유행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유행은 한정성이 특징”이라며 “이 한정성 안에서 환경이나 문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유행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바지 핏을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스키니 핏, 슬림 핏, 레귤러 핏 등 종류들이 있지만 사실 바지로 표현할 수 있는 핏은 한정적”이라며 “그 안에서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유행이 돌고 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는 “복고풍의 새로운 유행을 의미하는 ‘뉴트로’라는 키워드가 최근 떠오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미 나올 것들은 다 나왔기 때문”이라며 “어떻게 새로 버무리고 재해석해서 보여주느냐가 패션의 트렌드가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뉴트로 패션은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기성세대에게는 추억과 친밀감을 선사하며 시니어와 젊은층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철 지났다며 옷이나 액세서리를 쉽게 버리지 말고 보관하면 패셔너블한 시니어가 될 수도, 손주에게 유용한 패션 아이템을 선물할 수도 있다.
스크런치와 집게핀 등 90년대 유행했던 머리 장식품과 복고풍 올림머리 등 빈티지 헤어스타일이 다시 인기를 끌면서 얼굴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방법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는 올해 가장 주목할 뷰티 트렌드로 스크런치를 꼽았다. 스크런치는 천 속에 고무줄을 넣어 만든 머리끈으로 생김새가 곱창과 비슷해 '곱창밴드'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배우 김희선과 심은하가 착용해 인기몰이를 했지만 그 후 촌스러운 스타일의 대명사로 불리며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가수 셀레나 고메즈와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국내외 연예인들이 90년대 하이틴 패션과 함께 활용하면서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다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곱창밴드의 포스팅 수는 전년 대비 63배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게로 머리를 고정하는 집게핀 역시 스크런치와 함께 유행을 타고 있다.
올림 머리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장식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얼굴형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크런치나 집게핀으로 머리카락를 올려 묶으면 가려졌던 얼굴형과 턱이 자연스레 드러나기 때문. 따라서 사각턱이나 광대뼈가 두드러져 보이는 마름모꼴 얼굴 등 얼굴형에 고민이 있던 사람은 유행에 함께하기 망설여질 수 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90년대에는 옆머리를 내려 얼굴 라인을 숨겼다. 더듬이 머리가 시대를 풍미했던 이유다.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은 컨투어링 화장, 마스크 및 미용 기기 사용 등으로 얼굴형을 관리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컨투어링은 ‘윤곽 형성’이라는 뜻으로 피부 톤보다 어두운 셰이딩 파우더나 파운데이션을 사용해 음영을 주는 피부 표현 방법이다. 양쪽 헤어 라인과 눈썹이 이어지는 콧대, 콧볼, 특히 얼굴 바깥 부분에 음영을 주면 된다. 각진 턱을 숨겨주고 턱을 보다 날렵해 보이게 한다.
리프팅 밴드 등 미용기기를 사용해 집에서 얼굴형을 교정하는 방법도 있다. 리프팅 밴드는 귀에 걸거나 머리까지 묶어 턱 라인을 당겨주는 제품이다. 얼굴 부기 완화 및 얼굴 라인 교정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SNS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페이스 롤러 또한 인기다. 페이스 롤러는 금속이나 천연석 등의 소재로 된 구슬을 굴려 얼굴을 포함한 신체 부위를 마사지하는 기구다. 얼굴형을 관리하고 뭉친 근육을 푸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얼굴형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면윤곽수술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 방법을 고려하기도 한다. 안면윤곽술은 사각턱, 턱끝, 광대뼈 등을 조절해 얼굴형을 개선하는 성형수술의 한 방법이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오창현 대표원장은 “같은 헤어스타일도 얼굴형에 따라 굉장히 다른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며 “특이한 얼굴형으로 인한 문제가 심하지 않다면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 등으로 얼굴형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대표원장은 “뼈의 돌출이나 과성장이 심하다면 수술적인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에 앞서 얼굴형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불필요한 수술은 권하지 않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중장년층에게 기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요즘 젊은이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틀면 그만이지만 1970~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 손에는 통기타가 들려 있었다. 수학여행 혹은 대성리 MT촌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던 세대가 지금의 50대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이들을 주축으로 하는 기타 모임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그중 고르고 골라 찾은 모임이 바로 네이버 밴드의 ‘기타플러스’! 기타가 좋아 모인 이들은 만나서 뭘 할까? 마침 정기모임이 있다고 하여 이들을 따라가 봤다.
번지수 잘 찾아온 거 맞죠?
만남의 장소는 지글지글 구수한 냄새 피어오르는 경기도 광명의 한 곱창구이 전문점이다. 그런데 곱창집 분위기 한번 특이하다. 주방 앞에 통기타, 스피커, 마이크 등 뭔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 라이브 카페, 라이브 바(Bar)는 들어봤지만 ‘라이브 곱창집’은 처음이다. 이곳은 바로 기타플러스 모임 대표인 김문기 씨가 12년째 운영하는 ‘곱창프린스’. 자연스레 모임 장소로 낙점됐다. 정기모임은 2주에 한 번꼴이다. 가까운 지역은 물론이고 전주, 강릉, 용인 등 먼 거리에 있는 회원도 모습을 보인다. 취재 당일은 전주에서 김형우 씨가 나타났다. 멀리서도 이곳을 찾는 이유에 대해 묻자 “곱창집에서 라이브 무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 앰프 있는 거 봐요. 여기서 연주하면 너무 멋집니다. 기타 연주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마음 터놓고 할 수 있어서 멀어도 자주 들릅니다.”
회원들이 하나 둘 곱창집 안으로 들어오면 반갑게 서로 맞이하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곱창을 구워 먹으며 술잔을 기울인다. 그러다 자리가 무르익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타를 손에 잡는다. 또 누군가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모습은 곱창집에 들어온 일반 손님.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게 싫지 않은지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보내고 신청곡도 들려줄 수 있는지 묻는다. 곱창집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기타치고 노래 부르는 회원들 실력이 수준급이라 더욱 놀랍다. 고수가 아니라고 손사래 쳐도 긴 시간 갈고 닦은 실력은 어딜 가지 않는다. 곱창프린스는 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들만의 무대인 셈이다.
음악 없는 내 인생은 없다
‘기타플러스’는 연세대학교 클래식 기타 동아리 ‘오르페우스’ 11기 김문기 씨가 4년 전 만든 모임이다.
“기타 치는 몇 명 동호인과 서로 음악 공유하고 가르쳐주려고 시작한 동호회입니다. 점점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 전국적으로 어울리는 모임이 된 것이죠. 20대에서 70대까지 회원이 1200여 명 됩니다. 그중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많이들 움직이죠.”
김문기 씨는 곱창집과 기타플러스 운영은 물론 음악활동도 꾸준히 한다. 편곡자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낸 ‘기타연주곡집’ 세 권을 올 초까지 연이어 발표했고, 기타 연주로 무대에도 서고 있다.
기타플러스가 회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서슴없이 온라인에 연주 영상을 올릴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이다. 누군가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기타 연주가 늘기 때문이라고 유정순 씨는 말한다.
“기타를 혼자 칠 때와 사람들 앞에서 칠 때 자세가 다르답니다. 남 앞에서 연주하려면 적어도 연습을 1000번은 해야 한대요. 온라인에 영상을 올리는 정도만 되도 연습을 무지하게 많이 한겁니다. 노래건 기타 연주건 남 앞에서 발표하고 싶은 게 본능이잖아요.”
기타에 푹 빠져 사는 이유를 물으니 자신들이 포크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그러면서 옛 추억을 쫓고 느끼고 친구들과 기뻐하고 말 그대로 빠져들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회원 정영순 씨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어 기타를 들었다고 말한다.
“저는 손자손녀에게 기타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5년 됐어요. 처음에는 동네 문화센터에서 배웠는데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더라고요. 잘 아는 동생이 기타플러스에 가입한다고 해서 저도 들어왔는데 배울 점도 많고 정겹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도 친정에 온 거처럼 편안했어요. 다들 반갑게 맞아주시고 좋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모여 기타를 통한 친목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기타플러스’. 최근 가산디지털단지 내 건물에서 지원을 받아 공연을 할 만큼 모임의 연주 실력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정기적인 모임은 물론 대외적인 공연도 할 계획이다. 기타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젊게 살아가는 모임 ‘기타플러스’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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