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한다고 한다. 사실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한 조사결과를 보면 노인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9시간 정도다. 보통 성인이 하루 평균 7~7.5시간 잠을 자는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긴 편이다. 다만 노인의 경우 하루 평균 1시간 20분 정도 낮잠을 잔다는 연구결과를 감안하면 일반 성인의 밤 수면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수면장애는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국내 65~84세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57.7%가 불면 증세를 호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최윤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긴 시간을 잠을 자면서 지내는데, 이를 통해 몸과 정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회복시키고 생체리듬을 유지하게 된다”며 “제대로 잠을 취하지 못하게 되면 몸의 활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면역기능 저하와 만성질환 위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년기 수면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노년기 수면장애는 수면 시간 아닌 질(質) 문제
수면장애란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낮 동안 잘 깨어 있지 못하고 졸림을 호소하는 상태, 수면 리듬이 흐트러져 어려움을 겪는 상태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잠자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이다. 잠을 3~4시간만 자더라도 숙면을 취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병이 아니다. 반대로 8~9시간을 자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피곤하며 낮 시간에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수면장애일 수 있다.
노년기 수면장애 중 가장 흔한 것은 불면증과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다. 불면증은 잠들기 힘들거나 잠이 들어도 자주 깨고,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 수면 부족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낮 동안에 피로감과 졸음, 의욕상실 등을 겪게 된다.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는 생체리듬과 관련이 있다. 노인이 되면 생체시계, 즉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뇌신경 기능이 감소하며 일주기 리듬이 일반 성인보다 조금 앞당겨진다. 이에 따라 수면 양상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대부분 오후 7~9시 사이에 일찍 잠이 들어 오전 3~5시 사이에 깨게 된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숙면을 취하도록 돕는 수면 유도 물질 멜라토닌은 해가 진 후부터 생성되기 시작해 새벽 2~4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되는데, 노인의 경우 일주기 리듬이 달라지는 데다 멜라토닌 분비까지 원활하지 못해 시간이 갈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과다수면증과 기면증,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수면장애에 해당한다. 과다수면증은 밤에 최소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는데도 낮에 과도한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다. 기면증은 이겨낼 수 없는 졸음으로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것으로 먹고 말하거나 걷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코골이는 매우 흔한 생리적인 현상이지만,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75%는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 중 호흡 이상이 시간당 5회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하면 심할수록 자주 깨고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낮 동안 심한 피로감과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 아침 두통, 무기력감,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우울감 등을 유발하게 된다. 치료하지 않은 채 수면무호흡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치매 등의 인지장애,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나 당뇨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잠들 무렵 사지, 특히 다리의 특정 부위가 지속적으로 여러 불편감이 느껴져 잠들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전기가 흐르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등 환자마다 불편감은 다르게 나타나고, 이는 움직임을 통해 나아진다. 심한 경우 통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을 꾸게 되는 렘수면이라는 수면 단계에서 비정상적으로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되고, 꿈과 관련된 과도한 움직임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일수록 흔하게 발생하고 파킨슨병과 같은 다양한 신경계 퇴행성 질환과 연관성이 높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년기에 수면장애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치매와의 연관성 때문이다”며 “수면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대표적인 치매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49%나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했다.
불면증은 건강문제와 직결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낮 동안 활동이 적기 때문에 결국 밤 동안 수면장애가 초래된다. 우울과 불안 등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불면증이 올 수 있고 만성 호흡기질환,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궤양, 만성 통증, 빈뇨나 요실금, 고혈압 또는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신체 질환도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약물을 많이 복용하게 되는데 약물의 부작용으로 불면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노인시설이나 병원에 입원할 경우 환경 변화로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인에게 불면증은 그 자체로 힘들 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며 “하루 7시간 미만으로 잠을 자는 노인은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노인보다 건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면역을 약화시키고 결국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수면 방해하는 생활습관 개선으로 불면증 예방
불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면을 방해하는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먼저 커피, 홍차 등에 많이 함유된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특히 늦은 오후 이후로는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기 전 흡연이나 음주도 피해야 한다. 술은 처음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잠을 자주 깨게 하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킨다. 또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수면과 연관돼 있는지 확인하고 바꿀 수 있다면 다른 성분으로 대체한다. 잠이 안 온다고 수면제를 구입해 먹는 것은 결국 깊은 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낮 시간 동안 햇볕을 쬐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도 숙면에 도움을 준다. 낮잠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건강 장수를 위해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과 더불어 충분하고 올바르게 자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수면으로 인생 3분의 1을 보낸다. 그만큼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면은 지친 신체 기능을 회복시켜 다음 날 신체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대로 수면이 부족하거나 질이 떨어지면 신체와 정신 활동에 문제가 생겨 일상에 지장을 초래하고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정신건강 질환은 물론, 신체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최윤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좋은 잠이 쌓인다. 좋은 나를 만든다'는 어느 침대 회사의 광고 문구를 빌리지 않더라도 좋은 수면은 삶의 질을 높이고 각종 질병을 예방한다"라며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게 아니다. 잠을 잘 자야 그만큼 건강한 삶과 몸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수면장애 환자 수는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70만 명을 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모두 70만 9233명으로, 5년 전인 2016년 49만 4915명보다 43.4% 늘었다. 최근 들어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져 2017년 50만 명, 2019년 60만 명을 돌파했다. 2년에 10만 명씩 증가하는 모양새다.
수면장애에는 우리가 잠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자는 동안, 그리고 수면 뒤 생활에 이르기까지 수면과 관련돼 나타나는 모든 문제가 해당된다.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또는 일찍 깨는 불면증 △코골이나 무호흡 등이 나타나는 수면관련 호흡장애 △기면증을 포함하는 과다졸림장애 △하루 주기 리듬과 맞지 않아 나타나는 불규칙한 수면각성장애 △몽유병 또는 렘수면행동장애 등과 같은 사건수면 △하지불안증후군이나 이갈이 등으로 대표되는 수면관련 운동장애 등이 포함된다.
최윤호 교수는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왜 잠을 못 자는지, 왜 자도 자도 피곤한지, 왜 자면서 자꾸 깨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다"며 "수면장애는 사람마다 발생 원인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증상이나 특징만으로 문제를 진단할 수 없다. 정밀한 검사와 진단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잠자는 환경은 조용하고 환하지 않도록, 너무 덥거나 춥지 않도록 한다. 낮잠은 되도록 피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한다. 또 낮 시간, 주로 햇빛이 비치는 시간대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잠자기 전 격렬한 운동은 금물이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나 음식, 자기 전 흡연이나 음주는 삼간다. 특히 음주는 처음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잠을 자주 깨게 하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긴장, 배고픔이나 과식도 좋지 않다. 대신 적당한 수분을 섭취한다. 잠자기 전 따뜻한 우유 한 잔이나 치즈는 숙면에 도움이 된다.
또 수면제를 일상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잠자리에서의 독서나 TV 시청 등의 활동도 건강한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잠들지 않은 채로 오래 누워있는 것도 좋지 않다.
최윤호 교수는 "수면은 우리 몸의 수많은 생체리듬 중 하나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다음날 일어나는 시간이 달라지면 그만큼 건강한 수면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라며 "좋은 수면은 삶의 질을 높이고 각종 신체,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중요한 요소다. 건강한 잠자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TIP. 건강 수면 10계명
1.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한다.
2. 잠자리에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한다.
3. 낮잠은 피하고, 자더라도 가능한 짧게 제한한다.
4. 낮에 하는 적당한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5. 카페인, 알코올, 니코틴은 피한다.
6.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를 피하고 적당한 수분을 섭취한다.
7. 수면제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8.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한다.
9. 잠자리에서 독서나 TV 시청 등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
10. 잠들지 않고 잠자리에 오래 누워있지 않는다.
‘코 고는 것 때문에 부부는 각방을 씁니다’, ‘코 고는 습관 때문에 아내가 여행을 기피하게 됩니다.’, ‘잠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두통이 있습니다’, ‘낮에도 졸립고 운전에 방해가 됩니다’ ‘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코골이 환자는 성인 10명 중 평균 3∼4명꼴로 많은 편이다. 2004년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에 참여한 대상자 자료 분석한 결과 수면다원검사에서 남성 27%, 여성 16%에서 코골이가 확인됐다. 3~12세 아이들은 평균 4~5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
김동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단순히 들리는 소리 때문에 코골이를 코에서 나는 소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기도 내 기류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늘어진 구개수(목젖), 혀, 입천장, 인두 등의 입이나 목 안의 구조물 또는 주위 구조물에 진동을 일으켜 발생하는 ‘호흡 잡음’이다”고 정의했다.
코골이 3분의 1은 수면무호흡증 동반
단순히 코골이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3분의 1이상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 수면무호흡증이 매일 밤 되풀이되면 낮 동안 심한 졸림증과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종종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시니어의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에도 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외 여러 학회에서 보고되고 있다.
코골이의 생리적인 원인은 노령, 호르몬 이상, 비만 등으로 그중에서 비만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부학적 원인으로는 코 저항을 증가시키는 여러 가지 코질환이 있고, 소아의 경우 아데노이드증식증, 구강 인두 점막의 비후 등이 있다. 또한 연구개가 늘어져 있거나 편도선이 커져 있는 경우처럼 기도의 해부학적 이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유발인자로 흡연, 음주, 항히스타민제나 진정제 같은 약물의 복용 등이 있다.
코골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호흡에 관여하는 코, 목, 편도 등에 관한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 먼저 코 안의 용종(물혹), 비중격 만곡증(코뼈가 휜 것) , 만성 비염, 편도 비대증, 대설증(혀가 큰 것) 등과 같은 구조적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이어 체중, 비만의 정도를 관찰하고 합병증과 관련 있는 고혈압, 부정맥 등 심혈관계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다. 치료방침을 정하기 위해서는 내시경이나 X-ray,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등을 통해 폐쇄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한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뇌파·근전도·호흡·심전도·안전도 등을 측정한다. 시간당 무호흡 및 저호흡이 몇 회나 되는지, 중증도는 어느 정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낮에 과도하게 졸리고 잠이 들거나 깰 때 환각·수면마비 같은 증상을 보이는 기면증 등 다른 수면 질환이나 부정맥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체중감소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 수면자세, 금주, 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혀끝을 입천장에 대고 혀를 뒤쪽으로 밀어뜨리는 것과 목젖을 울리면서 ‘아’ 소리를 내는 ‘구강인두훈련(oropharyngeal exercise)’을 매일 했을 때 코골이가 36%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우에 따라 항우울제나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같은 약물치료를 할 수도 있다. 또한 양압기 등 입안에 마우스피스처럼 착용하는 구강 내 장치라는 기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술적인 방법으로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한 부위의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근육 또는 점막의 떨림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김동현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코골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취침 전 식사는 가급적 삼가고 금주, 금연, 적절한 운동, 체중 관리 등 건강한 수면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잠은 누구에게도 예외없는 일상이다. 그러나 수면을 연구하는 수면의학은 쉽게 접하기 어렵다.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개인 병의원에서 수면의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전국에 열 군데가 안 된다. 부산을 제외하곤 모두 서울에 몰려 있다. 전문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면 수면질환을 종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개인 병의원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다.
대중화되지 않은 이유는 돈이 되지 않아서다. 환자가 잘 알지 못하니 수익이 늘기 어렵고, 이 분야에 몰리는 의사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수면의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이번에 만난 신홍범 원장이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신홍범 원장은 현재 국내 수면의학을 이끄는 이른바 황금세대 중 한 명이다. 개원가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수면의학 분야의 전문가 중 대부분이 신홍범 원장 또래다. 수면의학에 대해 매력을 느낀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비슷할 거예요. 제가 서울대 입학하고 얼마 안 된 1993년이었어요. 아직 예과생이라 좀 여유가 있을 때이기도 해서 책을 볼 시간이 있었는데, 당시에 잠과 관련된 일본 책들이 번역되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죠. 아무래도 당시만 해도 일본이 수면의학에선 많이 앞서 있었으니까요. 그때 수면분야 책들을 많이 접하면서 흥미를 갖게 됐어요.”
재미있는 것은 국내에서 수면의학을 대표하는 대한수면의학회 역시 1993년에 창립됐다는 점이다. 수면에 대한 관심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셈이다.
그러다 한국사회의 수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중반 무렵이다. 당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Well Being)’ 바람이 불었는데, 이 중 수면은 핵심분야 중 하나였다.
신 원장의 특이한 이력 중 하나인 미국수면전문의 자격 획득도 이 시기였다. 미국수면의학회가 일시적으로 타국의 의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응시 기회를 준 적이 있었다. 당시 국내에서 7명이 지원해 4명이 합격했는데, 그중 한 명이 신 원장이다. 2006년의 일이다. 현재는 미국수면의학회가 자격 수준을 세부전문의로 높이면서 외국인의 지원을 막아 놓고 있는 상태다.
그의 수면의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자연스레 학회로 옮겨갔다. 지금 그가 학회에서 맡은 역할은 보험이사다.
“스승이신 정도언, 문화식, 김진 교수님들이 계신 곳이니까 당연하죠. 국내 수면의학은 이분들의 피와 땀이 바탕이 됐다고 봐야 합니다. 이 학회가 정립하고 체계화한 내용들이 수면분야가 익숙하지 않은 타 분야 의사들을 교육하는 데 쓰이고 있으니까요. 단순히 수면제만 처방받다 환자가 몇 년 동안 차도 없이 고생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겠죠.”
보험이사? 일반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직함이다. 이 보험이사의 역할은 수면의학의 대중화와 연관되어 있는데, 바로 국민건강보험과 관련이 있다.
“국내에서 수면질환을 본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걸림돌은 비싼 검사비와 치료비예요. 특히 수면질환은 일단 환자가 잘 때 나타내는 뇌파나 호흡을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수인데, 이 검사가 보통 60만~70만원 내외로 무척 고가예요. 검사 자체가 비싸니 환자 스스로도 자신이 무슨 질환이 있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셈이죠. 다행히도 학회와 복지부 측의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연말쯤에는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면다원검사의 급여화(건강보험 혜택 적용)가 이뤄지면 다음 목표는 수면무호흡 치료에 필수적인 양압기(陽壓器)의 급여화입니다. 이 양압기도 250만원이나 되는 고가여서 환자들이 질환을 알고도 치료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신 원장은 국내에서 수면관련 서적을 가장 많이 출간한 저자 중 한 명이다. 이렇게 책이 많아진 것에 대해 그는 수면의학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수면의학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책을 내놓았어요. 그랬더니 예상 외의 반응이었어요. 예를 들어 기면증 환자는 불면증에 관심 없고, 불면증 환자는 수면 무호흡증에 관심이 없는데, 이 내용을 한데 묶어 놓았으니 관심이 없을 수밖에요. 게다가 국내에 수면의학이 대중화가 안 된 상태여서, 질환 때문에 고생했던 환자들은 웬만한 의사 이상의 지식을 갖게 되신 분들도 많아요. 심지어 외국 논문까지 찾아 읽으시는 분도 봤어요. 이렇다 보니 더욱 전문성을 갖춘 내용을 전달할 필요가 있겠다라고 느꼈고, 그래서 한 가지씩 내놓다 보니 6권이나 됐죠.”
그 과정에서 그가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꼽는 책은 다. 교대근무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과 조언이 담겨 있는 책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쪽에 개원하고 있을 때였어요. 유난히 근처에 있는 한국전력이나 한국수력원자력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 거예요. 공통점은 교대 근무자들이라는 것이었어요. 그때부터 교대 근무자들의 수면장애에 관심을 두고 해외 쪽 자료도 자세히 살펴보게 됐죠. 실제로 미국에서 사용되는 수면의학 교과서는 개정돼서 ‘직업수면의학’이라는 분야가 새로 생겨날 정도니까요. 외국은 직업 안전 관련 부처에서 교대근무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만들고 상세한 지침을 전달하고 있지만, 국내 자료는 간단한 2페이지짜리 팸플릿 수준이에요. 그래도 최근에는 수면장애가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도 나타나고, 인식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방관이나 경찰, 군인, 의료인과 같이 교대근무를 멈출 수 없는 직군들도 있잖아요. 그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교대근무를 중단하고 은퇴하거나,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가도 불면 증상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가 2007년 교대 근무를 2급 발암원인(물질)으로 규정했을 정도다.
“실제로 교대근무를 하다 은퇴한 50~60대 시니어들이 여전히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수면 리듬이 망가져서 그래요.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을 하다 수면 중추가 리듬을 잃어버려, ‘잠에 들라’는 신호가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이렇게 교대근무로 인한 불면에 대한 서적을 출간하면, 노동자들이 불면 대책을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생각했죠. 또 한편으로는 기업체에서 교육용으로 대량 구매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약간 있었고, 이 기대로 출판사 측을 설득하기도 했는데 결국 팔리진 않았어요.(웃음)”
이렇게 많은 책을 내게 된 배경에는 글쓰기가 어색하지 않은 그의 성향 탓도 있다. 한미약품에선 매년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미수필문학상을 시상하는데, 그는 장려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
“처음엔 뛸 듯이 기뻤죠.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런데 장려상만 세 번 반복되니까 되레 내 밑천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지더라고요. 친한 동료는 한 번에 대상도 받던데. 나중엔 부끄러워서 가족에게도 숨겼어요.(웃음)”
그가 수면의학분야에서 꾸준히 일을 해 나가는 이유는 수면의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하는 수험생의 생활패턴이 사실은 공부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수험생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야간자율학습이 제도적으로 단축된다든가, 현대자동차가 밤샘근무를 폐지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 것도 수면의학이 영향을 미친 분야라고 생각해요. 또 얼마 전 봉평터널 버스추돌사고를 일으킨 기사가 기면증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면증 환자들이 생활에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해했잖아요. 제대로 치료만 받는다면 사고 날 확률은 거의 없어요. 이런 분들을 돕는 것도 수면의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겠죠. 이렇게 수면의학은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사회에 도움 을 줄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불면에 시달리는 시니어들에 이렇게 당부했다.
“요새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 많이 쓰잖아요. 이렇게 적극적이고 활달한 삶을 사시는 분들이 제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많지 않아요. 낮에 활동이 많은 분은, 자연스럽게 피로도 늘고, 낮잠 잘 시간도 부족하니 밤이 되면 쉽게 잠에 들 수 있는 것이죠. 이에 반해 낮에 활동이 적으면 풀어야 할 피로도 없고, 시간이 남으니 졸거나 낮잠을 자게 되고, 결국 밤에 잠이 안 와 수면제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거예요. 그러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삶을 사셨으면 해요.”
얼마 전 MBC TV의 에서 독특한 장면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MC 전현무가 본인의 수면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전깃줄을 주렁주렁 달고 수면실에 들어가 잠을 청하거나, 방독면처럼 생긴 장비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검사 방법도 독특했고, 질환 이름도 생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방송을 통해 소개된 수면질환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만큼 잠과 연관된 질환은 다양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질환은 ‘노화’와 관련이 있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흔히 수면질환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불면을 생각한다. 잠자는 데 문제가 있다면 불면증과 수면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잠을 못 자는 것이 바로 수면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잠으로 인한 질환은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분야도 넓다.
수면과 관련해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병원을 찾는 질환은 불면증이 아니라 앞서 전현무가 앓았던 수면 무호흡증이다. 코골이가 심각해지면서 잠자는 동안 일시적으로 호흡이 중단되는 증상이다. 주변에서 자다가 코 고는 소리가 멈추면서 “컥컥” 소리를 내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면 수면 무호흡 환자를 만난 것이다.
이 수면 무호흡증은 보통 자는 도중 무호흡증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에 따라 그 심한 정도를 나눈다. 1시간에 5회 이하로 무호흡증상이 나타난다면 정상이지만, 15회까지는 경증, 30회까지는 중등도로 구분한다. 30회가 넘어가면 심각한 중증이라고 진단된다. 이를 의료인들은 RDI(수면호흡장애지수)라고 부른다. 제대로 검사하려면 뇌파와 호흡, 안구의 움직임 등을 살피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수다. 대학병원이나 전문클리닉이 환자가 밤새 잠자며 검사받을 수 있는 수면검사실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면 무호흡 산소공급에 문제 일으켜
수면 무호흡이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수면 중 뇌가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수면이 중단될 때마다 사망을 막기 위해 뇌가 잠에서 깨면서 호흡을 강요하기 때문에 건강의 필수요소라 꼽히는 렘수면, 즉 질 높은 수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현무의 치료를 담당했던 지앤지수면클리닉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현도진 원장은 수면 무호흡의 원인 중 하나로 노화를 지목했다.
“대부분의 환자가 수면 무호흡을 코골이와 연관해서 코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질환은 목과 기도가 문제예요. 입천장과 혀 뒤의 인두 부위가 잘 때 좁아지면서 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인데, 나이가 많아질수록 점막이나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호흡할 때 음압이 걸리면 기도가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뜻밖에도 여성분들이 많이 문제가 돼요. 중년 여성이 갱년기를 맞으면서 탄력을 잃는 현상이 급작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발병 소지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이죠. 이에 반해 남성은 완만한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수면 무호흡증이 나타나면 증상은 다양하다. 깊이 잠들 수 없으므로 낮에 졸리기 시작하고, 머리가 무겁고 심한 경우 두통도 동반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산소 부족이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뇌가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심장박동을 높이도록 명령을 내린다. 피가 많이 돌도록 해 산소를 확보하려는 반응이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높아지면서 뇌졸중 발병의 원인이 된다. 또 심장에 무리를 줘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면 무호흡의 치료는 보통 수술과 양압기의 사용 두 가지가 있다. 현 원장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과거에 잘못된 이론이 알려지면서 흔히 코골이 수술이라고 불리는 목젖 제거 수술이 남용됐어요. 결국, 이 수술은 재발이 가장 심한 수술로 낙인찍혔죠. 실제로 병이 재발해 저를 찾는 목젖 없는 환자들을 적지 않게 봅니다. 하지만 문제는 목젖이 아니에요. 또 무조건 수술로 혹은 양압기로 해결하려는 풍토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에 따라, 생활 환경에 따라 적합한 치료방법은 분명히 있으니까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도 늘어
최근 수면장애 중 새롭게 주목받는 질환 중 하나는 하지불안증후군이다. 잘 때 다리에 벌레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다리가 저리거나 움직이려는 현상이 일어나는 증상이다. 사실 이 증상은 꽤 많은 환자를 고통받게 했는데, 외과적 질환으로 오해 받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이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의 수면을 방해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
학계에서는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부족으로 보고 있다. 도파민 부족은 철분 결핍이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고용량 철분제를 투약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외에도 극히 드물지만, 기면증(嗜眠症)도 수면질환에 속한다. 느닷없이 잠에 빠지는 것은 심한 기면증에 속하고,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심한 졸음을 느낀다면 기면증 초기증세로 볼 수 있다. 심하면 가위눌림이나 잠꼬대, 발작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수면 중 이상행동이 많아지는 것도 수면질환의 하나다. 예를 들어 잠꼬대를 심하게 한다든가 몸을 뒤척이고, 심한 경우 몽유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몽유병은 수면 중 ‘수면 간질’의 가능성도 있다. 꿈이 많아지거나 반복적으로 안 좋은 꿈을 꾼다면 우울증 증상의 하나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시니어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수면질환을 꼽자면 역시 불면증이라 할 수 있다. 불면증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다.
최근 불면의 새로운 원인으로 등장한 것은 스마트폰이다. 밤에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보면 뇌가 활성화돼 쉽게 잠들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동영상은 뇌를 가장 활성화하는 콘텐츠로 꼽힌다. 그래서 전문의들은 잠자기 전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방송 등을 시청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행동으로 꼽는다.
대표적 수면질환 불면증
스트레스는 불면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가족관계나 일, 사회활동 등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계속 교감신경을 자극해 쉽게 잠들지 못하게 만든다. 걱정거리가 많을 때 불면에 시달리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불면증의 해결책으로 일반적으로 수면제 처방이 이뤄지지만 수면제의 약효가 듣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만약 수면제를 먹어도 계속해서 잠을 제대로 청하기 어렵다면 대학병원이나 전문 수면클리닉에서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불면증 역시 노화와 관계가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분당바른세상병원의 박성준 원장은 노화와 함께 다양한 통증이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노화와 함께 여러 관절질환으로 인한 통증이 불면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오십견으로 불리는 동결건이 대표적 증상이죠. 뒤척일 때마다 어깨 통증으로 잠을 깨게 합니다. 때문에 불면으로 다른 합병증까지 발생하기 전에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질환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자세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목 아래에 받치는 베개는 높이가 10cm를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도 척추 건강에 나쁘지 않은데 이때는 적당한 높이의 베개를 받쳐 목이 꺾이지 않도록 하고 무릎과 무릎 사이에 베개를 하나 더 끼워 골반 높이와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불면을 이기기 위해서는 잠드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저녁에도 비교적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망가진 신체 리듬을 회복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문의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햇볕이다.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만으로도 뇌의 송과선에서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이렇게 낮에 햇볕을 쬐며 1시간만 걷는 습관을 지녀도 2~3주 후 뚜렷한 불면증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 다시 잠들지 못하는 시니어들에게 효과적이다.
수면은 7~8시간이 적당
그렇다면 잠자는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2014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근영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가장 권장할 만한 수면시간은 7시간에서 8시간이다. 조사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일 때는 사망률이 21% 증가했고, 9시간 이상일 때에는 사망률이 36%나 증가했다. 너무 많이 자는 것도 건강을 해치는 셈이다.
잠을 부르는 음식, 잠을 쫓는 음식도 따로 있다. 강남 자생한방병원의 유한길 원장은 음식에 따라 숙면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유, 치즈, 상추, 쑥갓, 양파, 둥굴레, 두충 등 몇몇 음식들은 잠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호두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서태후가 애용했다 할 만큼 불면증에 효과가 있어요. 반대로 수박처럼 수분이 많은 음식, 자극적인 음식은 잠을 내쫓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음식이든 과식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식하면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위장이 활발하게 운동을 하게 돼, 당연히 잠을 이루기가 힘듭니다. 술도 마찬가지죠. 한두 잔의 와인은 좋지만, 그 이상은 오히려 잠을 못 이루게 합니다. 그렇다고 술에 곯아떨어져 자 버릇하면 알코올 중독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세포 노화를 촉진시키고 심혈관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논문을 미국 활성산소화학회지인 ‘Antioxidant Redox Signaling’에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말초 혈관에서 활성산소의 생성이 증가되고 세포에 미치는 스트레스 정도가 정상인 보다 높아 혈액 세포의 노화가 촉진되고, 심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수면 중에 무호흡이 발생되면 혈액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감소됨을 입증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는 세포의 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결국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혈액세포 노화가 촉진되고 혈관 내벽의 기능손상이 유발돼 정상인에 비해 고혈압, 부정맥, 동맥경화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율이 증가하게 된다.
김현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환자 본인과 수면 파트너의 수면을 방해해 정상적인 활동에 장애를 주고, 세포의 노화를 촉진시켜 심혈관계 합병증 및 내분비 질환, 인지 장애, 비뇨기 장애를 유발하는 치명적 질환임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며 특히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서 이러한 합병증을 예측하고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자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 코막힘, 수면 중 무호흡, 주간 기면증, 두통, 기억상실, 성격 변화, 우울증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수면 질환으로 증상이 수면 중에 일어나는 만큼 환자 스스로 인지를 하지 못해 치료를 받지 않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역학에 기초한 자료를 바탕으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여러 차례 학계에 보고된 바 있으나 의학적 연관성 및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생체 인자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는 미미했다.
국민 대다수가 잠에 쫓긴다. 학생·직장인 할 것 없이 적정 수면시간인 6~7시간을 채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라이프 사이클이 오랜 시간 유지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졸린 사람이 많아졌다.
낮시간 갑작스럽게 졸음에 빠진다면 기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기면증은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자고 깨야 할 때가 제대로 조절되지 못하는 희귀난치성질환. 국내 환자수는 8만여명 정도다. 수면과 각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히포크레틴 분비가 뇌의 시상하부에서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뇌졸중, 뇌종양처럼 뇌에 이상이 생긴 뇌질환자나 자기면역질환자, 사고로 인해 두부외상을 입은 내외과 질환자도 생길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한해 기면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356명으로 전년 대비 29.7% 늘었다. 최근 3년 새 증가세다. 지난 2012년 기준 성별로는 남성 환자가 63%로 더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 10대, 30대 순이었다.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수면 중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질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 수면장애에 대한 전방위적 관심이 기면증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흔한 증상은 낮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오거나, 졸리지 않을 때도 각성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졸리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아 환자 대부분이 만성피로를 호소한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낮 시간 동안 잠이 오는 증상을 기면증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이 경우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고 또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잠을 못자 피곤한 것과 유전자로 인해 생기는 원인도 차이가 있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모다피닐 또는 퇴행성질환, 뇌혈관질환에 효과적인 카니틸 성분의 약 복용만 잘 하면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만성질환으로 관리 가능하다.
한림대 성심병원 뇌신경센터 주민경 교수는 “기면증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지만 10∼20대 환자가 많다”면서 “관리만 잘하면 정상 생활이 가능해 만성질환으로 봐도 무관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기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