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디지털 카메라나 DSLR 못지않게 발달하고 있다. 특히 카메라의 핵심인 렌즈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많은 투자를 하며 트리플(3개), 쿼드(4개), 펜타(5개) 렌즈까지 출시되고 있다. 일반 카메라보다 휴대가 편리하고, 작동도 어렵지 않을 뿐더러 다양한 앱과 기술까지 접목 가능한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제2직업으로 ‘스마트폰 사진작가’를 꿈꾸고 있다면 김유석 사진작가의 조언에 귀기울여보자.
도움말 김유석 사진작가·결정적순간 대표·페이스북 사진에 관하여 총괄운영자
“스마트폰으로도 사진작가에 도전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유석 사진작가는 “이미 그 벽이 허물어진 지는 오래다”라고 일축했다. 그의 말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스마트폰의 장점이 무수히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카메라의 단점은 무엇일까? 김 작가는 “렌즈가 너무 작고 조리개가 없다는 게 전문가로서 느끼는 최대 단점”이라며 “조리개가 없어 좁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존하기 때문에 빛이 풍부하지 않거나 어두운 곳에서 촬영했을 때는 결과물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다양한 앱을 사용하면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화질이 저하되거나 파일 크기가 작아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배터리 소모가 크고 셔터 음이 크게 나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이에 무음촬영 앱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자칫 초상권 및 사생활 침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구형 스마트폰으로도 작품사진 문제없다
김 작가는 현재 촬영용으로 ‘아이폰6S+’를 사용 중이다. 2015년에 출시된 제품이지만 성능이 우수해 제법 쓸 만하다고. 최근에 나온 ‘아이폰XS’에는 앞서 언급한 조리개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촬영 후 조리개 심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촬영 전 조절이 되는 건 아니지만 후반 작업으로라도 조리개 조절이 되는, 제대로 된 스마트폰이 나온 것은 스마트폰 촬영가들에겐 최고의 희소식이라고. 결국 웬만한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면 촬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사진작가’가 되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 김 작가는 “특별한 과정이나 코스는 필요 없고, 노력과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은 소셜미디어가 최고의 배움터이자 선생님이다. 유튜브를 비롯해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500px 등에 올라오는 다양한 사진 관련 자료와 영상을 익히고, 일상의 매 순간을 사진에 접목하려 노력한다면 누구나 훌륭한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 “가끔 사진작가는 큰 카메라를 사용해야 한다는 오해를 하고 계신 분들을 만난다. 큰 카메라를 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스마트폰으로도 당당하게 세상을 담고 소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유석 작가의 스마트폰 사진 촬영 노하우
① 기술적 방법
아주 단순하다. 촬영 전 렌즈를 꼭 확인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먼지와 지문이 묻어 있으면 사진이 흐리거나 탁하게 나온다. 렌즈를 항상 깨끗이 유지하는 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잘 찍는 첫 번째 방법이다. 렌즈에 스크래치가 생기지 않도록 면봉이나 안경 닦는 융 등을 이용해 살살 닦아주면 된다.
② 애플리케이션 활용
인물사진은 ‘SNOW’와 ‘B612’, 풍경사진은 ‘Analog’ 시리즈와 ‘PICA’, 음식사진은 ‘Foodie’ 앱이 유명하다. ‘Pixlr’, ‘snapseed’, ‘Quickshot’도 추천한다. 그러나 오히려 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좋은 원본을 찍고 그다음에 앱을 이용해 원하는 사진으로 만들면 좋다. 처음부터 앱에 의존하면 당장은 보기 좋지만 추후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가급적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본 카메라를 사용하길 권한다.
③ 기타 장비 구입
스마트폰 촬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스마트폰 삼각대’, ‘OTG케이블’ 등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장비 구입 시에는, 업그레이드가 된 지 오래된 앱 관련 제품은 펌웨어가 맞지 않아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적용이 되는 제품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스마트폰 촬영 시 겪는 시니어 3대 애로사항
① 손떨림: 짐벌(gimbal, 수평유지 장치)을 사용하면 바로 해결된다. 단, 비용이 부담스럽고, 장치도 무거워 체력이 약할 경우 사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② 노안: 일반적인 카메라 파인더엔 시력 조절기가 달려 있으나 스마트폰엔 없다. 줌인 기능을 이용해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줌인으로 촬영하면 사진이 흔들리는 단점이 있다. 요즘엔 자동초점, 자동노출 기능이 뛰어나니 어느 정도 구도만 맞는다면, 스마트폰을 믿고 바로 촬영하는 게 좋다.
③ 체력: 스마트폰은 가볍다. 하지만 오래 들고 있으면 힘이 들 수 있다. 장시간 촬영을 하게 된다면 삼각대를 활용하자.
새해맞이 일출 사진, 잘 찍으려면?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일출과 일몰을 촬영하기에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꼭 바다가 아니더라도 도심 또는 산에 해가 떠오르거나 지는 아름다운 순간을 스마트폰에 담아보면 좋겠다. 이미 촬영해본 이들은 공감하겠지만 찍다 보면 일출과 일몰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따라서 충분히 연습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카메라 모드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면 자동으로 초점과 노출이 맞춰진다. 본인 마음에 드는 구도와 노출을 잡고 슈팅하면 된다. 때론 커다란 태양을 담고 싶을 것이다. 줌 기능을 활용했는데 흔들리거나 심한 노이즈가 발생하면 마음에 드는 장면을 담기 어렵다. 이럴 땐 태양만 찍으려 하지 말고 태양 반대편 하늘로 시선을 돌려보자. 조금 전 보고 있던 노을빛 하늘이 아닌 아주 파란 하늘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전만 해도 다양한 작품이 상영관에 걸렸다. 규모가 크건 작건 작품성이 입소문을 타면 영화관 속으로 관객이 파도처럼 빨려 들어갔다. 멀티플렉스라... 동네 구석구석 들어와 영화 보는 횟수를 늘렸지만 작고 소박한 영화가 설 자리를 빼앗고 말았다.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싶고 또 보고 싶은 사람이 갈 곳 없는 지금의 현실. 그런데 이 척박한 영화 환경을 비집고 보석 같은 영화 한편이 개봉했다. 바로 영화 ‘돌아온다’이다. 정말 그 곳에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올까?
영화 ‘돌아온다’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담다
영화 ‘돌아온다’(감독 허철/제작 꿈길 제작소)는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라고 쓰인 표구가 걸려있는 시골의 한 막걸리 집이 배경이다.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하는 인물마다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 어머니를 찾는 스님과 아들을 찾는 노모, 집 떠난 부인을 기다리는 남자,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모두가 하나같이 막걸리를 들이키는 이유가 있다. 매일 이곳에 모여 누군가가 돌아오기를 염원하며 한 잔, 두 잔 막걸리 잔을 채우던 어느 날. 묘한 분위기의 주영(손수현)이 비밀을 감추고 나타나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었다 뭉쳤다를 반복한다.
영화 ‘돌아온다’는 원래 연극이 원작이다. 2015년 무대에 올랐던 연극 ‘돌아온다’(원작 선욱현/연출 정범철/극단 필통)가 허철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다. 수차례 공연장에 찾아가 연극을 보는 매 순간마다 눈물이 흘렀다고. 허철 감독은 이런 감정의 소요가 생기는 근원이 뭘까 고민하다 연극‘돌아온다’를 영화화하기에 이르렀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김유석도 지난 6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친구인 허철 감독이 내민 ‘돌아온다’의 시나리오를 읽다가 세 번이나 눈물이 터졌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영화 ‘돌아온다’는 2016년 6월에 촬영해 올해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지난 9월,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일종의 실험극이다
연극‘돌아온다’를 본 관객이 있다면 흥미로운 점 몇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는 주인공인 김유석과 손수현 이외 주요 인물이 원작 연극에 출연한 배우라는 점이다. 스님을 연기한 배우 리우진, 노모에 김곽경희, 이황의, 강유미, 정연심 등이 원작에서와 같은 역할로 영화에 등장한다. 연극이 영화화 된 작품이 지금까지 있어 왔지만 원작의 주요 배역을 똑같이 기용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덕혜옹주’나 ‘미스사이공’같이 공연 실황을 영화처럼 편집, 제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영상으로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영상에 맞는 배역을 대부분 찾아 나서지만 허철 감독은 연기 잘하는 기존의 배우를 제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연기파답게 영화에도 잘 녹아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데 연극배우들이 큰공을 세웠다.
두 번째는 배경과 장면을 마치 연극처럼 배치했다는 점이다. 허철 감독의 실험 정신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이야기 대부분은 막걸리 집에서 시작해 다른 시간과 장소 혹은 장면으로 이동한다. 사건이 해결되고 다시 막걸리 집으로 돌아오면 또 다른 이야기로 사건이 번지고 말이다. 혹은 장소를 이동하는 대신 장소의 성격을 변화시켜 활기를 북돋거나 공간에 새로운 성격을 불어넣기도 한다. 새로운 손님이 오지 않는 막걸리 집은 적막하고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막걸리잔 마주치는 소리와 사람들이 조용조용하는 말소리가 전부. 그런데 이곳에 주영이 들어와 일하면서 SNS에 막걸리집을 홍보한다. 이후 막걸리집이 지역의 맛집으로 소개돼 조용했던 장소가 시장만큼 떠들썩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성격이 바뀌기도 한다. 하나의 무대를 마치 여러 장소처럼 이용하는 연극의 기법과도 비슷하지 않은가.
셋째, 이 영화가 연극에서 왔든, 관객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실험 정신이 깃들어져 있든 ‘돌아온다’를 보고 나면 최근 영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후련함과 시원함이 느껴진다. 잠시 잊고 있던 순수를 찾은 것과 흡사하다. 혹시 잔혹하게 피가 철철 흐르는 장면이 보기 싫고, 온 몸을 휘감을 듯 한 대형 SF영화에 질린 관객이 있다면 이 겨울, 잔잔한 영화에 젖어드는 것은 어떨까.
끝으로, 영화 ‘돌아온다’의 허철 감독이 극적인 장면에서 카메오 출연을 한다는 스포일러를 남긴다. 아는 사람만의 깨알 재미이니 눈 부릅뜨고 찾아보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사람이 서로 알아갈 때 인사라는 과정을 통한다. 잠깐 동안의 첫인상. 목소리에서 기운을 느낀다. 표정을 읽는다. 차차 친해진다. 이 모든 과정이 있었나 싶다. 마음은 허락한 적 없는데 친숙하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없다. 반칙처럼 이름도 모르고 “나, 이 사람 알아!”를 외친 사람 손들어보시라. 이제 알 때도 됐다. 그의 이름 석 자 김유석(金有碩), 배우 김유석. 안방극장 터줏대감으로 익숙한 그가 은막(銀幕)에 모습을 드러냈다. 7년 만에… 돌아왔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 같은 배우다
친해질 기회를 언제 줬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너무 친숙하다. 이름 대면 알만 한 배우만큼 참 가깝다. 주위 사람에게도 물어봤다. “배우 김유석을 알아요?” 고개를 갸우뚱함과 동시에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 안다고 백이면 백 대답한다. 사극에서 봤다던가, 찌질(?)한 연기가 좋았다던가. 연기 경력 20년이 훌쩍 넘은 배우 김유석은 이름보다는 얼굴 자체가 이름이고 또 얼굴인 셈. 사람들 대부분이 “어!” 하며 연예인으로 알아차리지만 세 단계쯤은 거쳐야 저 배우가 누군지 감을 잡는다. “제가 나온 작품을 재밌게 보신 분이 길을 지나다가 어디서 봤죠? 초등학교? 우리 동네? 아! 대학교? 연예인 누구 닮았는데? 그러면 제가 ‘그게 저인데요(웃음)’ 그래요.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특별하게 눈에 확 띄지는 않는데 뭔가는 있었고. 그렇게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좋죠. 제가 누군지 그 사람이 알고 나면 ‘정말 그 연기 좋았어요’, ‘팬이에요’라고 말씀해주세요.” 배우란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대중 앞에 선 그들은 사랑받기 시작하면 자리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배우 김유석도 같은 과정을 밟으며 살아왔겠지만 집중해보거나 느낀 적이 없다. 그저 어느 샌가 스며서 젖어버렸다. 어디에도 흔치 않다. 안정적이고 기복 없이 늘 있는 배우 말이다. “등산 같아요. 내가 나를 돌이켜보면. 저 위까지 가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밟아서 올라야 하잖아요? 단 한 번도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쑥 하고 올라간 적 없어요. 그냥 한 발짝, 한 발짝. 그렇게 걷다가 ‘어, 좀 올라왔네’ 그래요. 한참 아래 있던 친구가 갑자기 올라가는 것도 보고 말이죠.” 고등학교 때까지 아무런 꿈이 없던 김유석은 우연히 본 연극 한 편으로 배우가 됐다. 대단한 성공 스토리는 없지만 행복한 삶의 형태 속에서 다른 것 안 하고 원하는 연기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제가 배우를 하면서 한 가지 색깔만 사용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일반적으로 배우를 하면 비슷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잖아요. 제가 안정적으로 보인다고 하셨는데 꽤 독특한 연기도 했어요. 대박 난 작품이 없는 게 아쉬운 거죠(웃음)”
영화 , 스크린으로 돌아오다
김유석을 처음 만난 장소는 4월 말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이었다. 그가 출연한 영화 (허철 감독)가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첫 상견례를 가졌다. 김유석은 TV 탤런트로서 인상이 깊지만 데뷔 초 김기덕과 홍상수의 대표 영화에 출연해 주목 받았다. 2000년대 후반까지 틈틈이 독립영화에 출연하다 한동안 TV 드라마에만 몰두했다. 마지막 영화 이후 7년 만에 선택한, 아니 선택받은(?) 작품이 바로 이다. “이 영화를 감독한 허철이와는 사회 친구예요. 지금은 정치를 하지만 민변이던 송호창, 진선미 의원, 한지승 영화 감독 등이랑 어울려 친한데 지승이가 철이를 데리고 왔어요. 10년 전쯤 만나서 친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극영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다큐멘터리를 하던 친구가요. 어떤 연극을 봤는데 5000만원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이라더군요.” 허철 감독의 말에 김유석은 그저 친구가 잘되기만을 바랐다. 미국에서 잘나가던 교수 허철이 한국에 와서 갖은 상황 속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성 있고 뚝심 있게 영화 만드는 허철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네가 영화를 만들면 내가 뭐든지 할게. 필요한 거 있으면 묻지도 말고 시키기만 해. 네가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지 할게. 그냥 써. 그랬더니 ‘네가 그냥 그걸 해야겠다’ 그러더군요.” 허철 감독은 김유석에게 의 주인공인 변사장 역을 줬다. 이미 감독에게 선택당했던 것이다.
예술은 ‘얘’랑 ‘술’ 먹는 거
사실 김유석에게는 트라우마 같은 것이 있었다. “예술영화는 이제 그만. 데뷔 초에 예술영화로 시작했더니 정말 대안영화나 독립영화 아이콘처럼 제가 그렇게 돼 있더라고요. 예술은 ‘얘’와 ‘술’ 먹는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좀 더 다양하고 보편적이고 편한 영화, 한마디로 흥행이 되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일단은 시나리오나 좀 보자고 말했어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진정하고 읽고 또 읽다가 세 번이나 눈물이 터졌다. 순간적인 감정일지 몰라서 다음 날 또 읽었는데 전날과 다르지 않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관객들도 같은 감정을 느끼면 영화가 잘될 거란 확신이 생겼다. 개런티에 대한 생각은 애초에 접고 시작했다. “몇천만원으로 영화를 만드는데요, 무슨. 당연히 그래야 했어요. 영화를 만드는 것만도 고마운 거잖아요. 작년 3월에 만나 미팅하고 6월에 촬영 들어갔습니다. 영화 찍는 내내 정말…정말 행복했습니다.” 최근 방송 드라마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사전 제작을 도입했지만 모든 제작 환경이 바뀐 것은 아니다. 대본을 받아 외우기가 바쁘게 빨리 찍어 내보내는 속도전의 연속이다. 줄곧 브라운관에서만 활동했던 김유석은 영화 촬영 하는 동안 기운을 얻고 더욱 특별한 경험도 했다. “매번 영화를 할 때마다 느끼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제 나름 영화에 대한 갈증도 있었고, 영화 팀이 주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영화 찍는 내내 허철 감독을 다시 알게 됐어요. 영화 현장에서 철이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정석대로 잘 배운 감독님이었습니다. 흔히 보지 않았던 노하우를 쏟아내는 그런 감독이었죠.” 함께 영화에
출연했던 연기 후배들은 김유석이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입을 모았다. 이에 손사래를 치며 함께한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돌렸다. 이 영화는 연극 를 영화화한 것으로 연극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대부분 주역을 맡았다.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허철 감독이 연극을 보고 그 배우들과 작품 만들겠다고 시작한 영화잖아요. 내가 아니고 연극배우들이 중심이죠. 연극에도 출연했던 리우진, 정연심, 이황의, 김곽경희, 강유미 같은 배우가 탄탄하게 잡고 있었어요. 내 나이가 조금 많은 관계로…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하겠어요? 같이 술 한잔 마시고 그러는 거죠. 제가 슬쩍 낀 건데 이질감 안 느끼고 받아줘서 고맙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 는 전회 매진을 기록했고, 영화계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를 가지고 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것도 뜻깊었다. “영화에 대한 마음이 절실했어요. 어느 순간 드라마 방송만 하다 보니 영화가 굉장한 동경의 대상이 돼 있더라고요. 심지어 영화하는 친한 친구도 저를 방송 연기자로만 생각해서 당황한 적이 있어요.” 애써 외면했다. 영화제나 시상식이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렸다. 좋은 한국 영화가 개봉돼도 찾아보지 않았다. 영화제에도 가지 않았다. 이번 영화를 찍고 나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TV로 챙겨봤다. “무명배우 33명의 축하공연이 인상적이었어요. 시상식에 앉아 있는 배우들이 모두 울더라고요. 배우 심정이 다 그런 거 같아요. 충분히 재능 있는 연극배우나, 안정적이지만 뜨지 못한 배우나, 연기를 막 시작한 배우나 각자 위치는 다르지만 말입니다.”
오빠냐, 아저씨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특히 한국사람) 상대방 이름을 알게 되면 자연스레 나이에 대해 궁금해한다. 새파랗게 어려보이는 김유석이지만 사실 반백(?)을 넘긴 중년의 남자.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외국인과 함께한 자리에서 그가 영어로 “My first son is twenty years old(내 큰아들은 스무 살입니다)”라고 했을 때 ‘twenty(스무 살)’란 단어 자체가 해석이 안 됐다. 너무나 젊어 보이는 외모 때문이었다. 오빠로 느껴야 할지, 아저씨라 해야 할지 그것이 문제였다. “오십? 네? 물리적인 나이는 그렇지만 나의 생각과 신체적인 나이는 아닌 거 같아요. 가끔 제 친구들을 보면 놀라요(웃음). 언제부터 그랬냐면 스물일곱 살 때 러시아에 유학 가서 서른두 살에 왔어요. 그리고 서른세 살에 데뷔를 했는데 지금도 그때랑 마음이 똑같아요.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어요. 7년 만에 영화를 했는데 이렇게 세월이 금방 갔나. 큰아들 키가 제 키를 훌쩍 넘었는데 이렇게 애가 컸나 싶죠.” 데뷔 초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이 사실 별로 없다. 신체 중 노화가 빠른 것 중에 목소리가 있다는데 예전 그대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젊은 외모에 중년의 멋이 가미된 정도.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생각한다. “젊음을 유지하기보다 잘 늙고 싶은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런 노력 중 하나가 불편한 것은 안 해요. 불편한 사람과 술 안 마셔요. 제가 술을 좋아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랑 술을 먹으면 한두 잔에 취하다 체해요. 물론 피할 수 없을 때는 버텨보지만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고, 하고 싶지 않아요.” 김유석은 어느 순간 살아온 모습이 고스란히 얼굴에 담기길 바란다고 했다. 여태까지 믿고 살아왔던 삶이나 연기가 퇴색, 변색, 탈색되지 않으면 좋겠단다. “그렇다고 어떻게 늙고 싶은지가 지금 당장의 고민은 아닙니다. 할 게 많아서 그런 고민할 여지가 없거든요. 사람들이 나이 먹다 보면 자기가 바뀌는 모습을 못 느끼더라고요. 나도 저럴까 걱정은 하죠. 편안해지고 옛것 얘기하고 남에게 가르치려 하는 거 말입니다.”
중년의 배우, 나이 앞에 유연해지다
언제쯤 자신의 실제 나이와 비슷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가 만들어내는 극 중 배역에 녹을 수 있는 여유가 중요하다고 했다. “배우는 자기 나이를 중심으로 위아래 열 살 정도는 연기할 수 있어야 해요. 나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 또한 이번 영화처럼 나이 많은 연기도 가능하고 또 젊은 역할도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웃음)” 혹시 인생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 싶어 물어봤다. 지금까지 못해본 캐릭터를 연기해보는 것 말고는 별로 없단다. 마흔을 넘겨보니 대충이라도 알 수 있었다. 무엇인가를 해서 이루고 채우는 것만큼 비워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낀다. “연기하는 것도 힘들어요. 그냥 소소하게 놀고 술 마시고 힐링하고 비우는 시간이 필요해요. 비워야 또 무엇이 들어올 수 있어요. 가끔씩 작품이 끝나면 일주일이건 한 달이건 절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오거든요.” 김유석은 배우로서 일상에 대한 호기심,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식지 않길 바란다. “제가 맡는 캐릭터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요.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이 하루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잘 보내고 싶습니다.”
경기 성남시의회가 홀몸 노인들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성남시의회는 지난달 28일 임시회에서 김유석(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안'을 가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조례는 시장이 홀로 사는 노인의 고독사를 막도록 해마다 지원 대상자와 범위를 정해 예방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실태조사를 하고 홀몸 노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고독사 노인이 발견되면 시가 관내 장례식장, 응급의료기관, 소방서 또는 경찰서 등 관련 기관과 연계해 장례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이날 통과된 조례는 3월 중순 공포 즉시 발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