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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혁부터 한석규까지… 용띠 스타, 청룡의 해 열일 행보
-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청룡의 해’이다. 푸른 용의 기운을 받은 용띠 스타들이 펼칠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40대 이상 스타를 중심으로 2024년 행보를 알아봤다. 1976년생 용띠 | 용띠 클럽·지성·유지태, 열일 행보 1976년생 연예인 : 권상우, 김민준, 김선영, 김종국, 문정희, 박선영, 박정현, 백지영, 송승헌, 송종호, 안정환, 엄기준, 오지호, 유선, 유지태, 장혁, 조진웅, 정상훈, 차태현, 최원영, 홍경민, 홍경인 등(ㄱㄴㄷ 순) 용띠 스타하면, 연예계 사조직 ‘용띠 클럽’을 빼놓을 수 없다. 1976년생 연예인 모임으로 김종국, 장혁, 차태현이 대표적인 스타이다. 이들은 올해도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먼저, 능력자 김종국은 SBS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출연을 이어간다. 구독자 295만 명을 넘은 유튜브 채널 ‘GYM JONG KOOK’ 운영 또한 활발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을 통해 일상을 공개하고 있는 장혁은 올해 초 배우 최초로 포카앨범(포토카드 형태의 앨범)을 발매한다. 앨범 안에는 음악 대신 장혁이 기획, 연출, 액션 디자인까지 도맡은 느와르 시퀀스가 담긴다. 아이돌이 아닌 배우가 포카앨범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례적인 일로 장혁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차태현은 현재 방영 중인 tvN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3’로 시청자들과 1월 말까지 만난다. 이후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아파트404’로 다시 안방 문을 두드린다. ‘아파트404’는 그와 함께 유재석, 오나라, 양세찬, 블랙핑크 제니, 이정하까지 6명의 입주민이 아파트를 배경으로 기상천외한 일들의 실제를 추적하는 시공간 초월 실화 추리극이다. 2017년 SBS 연기대상에 빛나는 지성은 오랜만에 SBS 드라마로 돌아온다.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커넥션’으로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 팀 에이스 형사가 친구의 죽음을 단서로 20년간 이어진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심리 범죄수사 스릴러다. 지성은 마약 팀 에이스 형사 역을 연기하며, 사회부 기자 역을 맡은 전미도와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비질란테’를 통해 호연을 펼친 유지태는 티빙 오리지널 ‘빌런즈’에 출연하며 연기 변신을 꾀한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범죄계의 소시오패스 역을 맡았다. 더욱이 유지태는 지난해 건국대학교 영상영화과 전임교수로 임명된바, 올해 보여줄 행보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1964년생|용띠 한석규·허준호·남경주, 거물의 존재감 1964년생 연예인 : 견미리, 김도균, 길해연, 남경주, 박상민, 박해미, 배종옥, 손범수, 안내상, 윤다훈, 이병준, 이선희, 한석규, 허준호 등(ㄱㄴㄷ 순) 한석규는 최근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제)’ 출연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MBC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지난 1995년 '호텔' 이후 29년 만이다. 한석규는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파일러이자 이동딸을 혼자 키우는 아빠 연기를 펼친다.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추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 출연했던 허준호는 올해도 넷플릭스 드라마로 시청자와 만난다. 최근 그는 영화 ‘노량’ 인터뷰에서 “‘광장’ 캐릭터를 위해 6~7개월에 걸쳐 20kg을 감량했다”고 밝혔던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는 뮤지컬 ‘컴프롬 어웨이’로 관객과 만나고 있으며, 2월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9·11 테러 당시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극으로 관람객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1세대 뮤지컬 배우’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올해도 열일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안성기는 1952년생 용띠 스타이다. 2022년 혈액암 투병 소식을 전했던 그는 최근 항암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소식을 전해 연기 활동에 기대가 모아진다. 양희은, 이덕화, 이계인, 임하룡, 배연정 등도 동갑내기 스타다.
- 2024-01-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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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테크리스토’·‘렌트’ 등 화려한 귀환…11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생명의 기념비 일정 12월 2일까지 장소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이브’는 나의 생명에 대한 기념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부서진 생명, 죽음에 임박했던 생명을 다시 한번 쌓아 올리고 싶었어요.” - 최만린 ‘생명의 기념비’에서는 조각가 최만린(1935~2020)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자, 그의 대표작인 ‘이브’ 시리즈를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복원을 마치고 돌아온 ‘이브 58-1’이 3년 만에 공개됐다. ‘이브’라는 표제가 붙은 작품들은 한국전쟁을 겪은 예술가의 생명을 향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로잉 작품은 조각 작품과 함께 전시되어, ‘이브’ 시리즈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폐허 속에서도 생명을 찾아내고자 하는 최만린의 의지가 드로잉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최만린의 작업을 연결하여 만든 한승훈의 영상 작품 ‘선명한 꿈’(2023)을 비롯해 ‘이브’와 관련된 아카이브 전시도 함께 진행된다. 최만린의 작품 외에도 김창렬의 ‘물방울’, 임응식의 ‘나목’ 등 한국전쟁을 겪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문학도 소개되어 당시의 상황을 함께 증언해준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 일정 12월 3일까지 장소 부산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 미디어, 입체, 사진 등 다양한 매체의 예술가들이 협력해 인간에 의한 환경재해 심각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인간과 공존해야 하는 동물,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전시다. 현대미술가 고상우, 금중기, 김창겸, 플로라 보르시의 작품 21점이 전시됐다. 고상우는 디지털 회화로 야생 동물을 표현했고, 금중기는 동물 조각품을 통해 인간 활동과 기술 문명의 발전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김창겸은 전통 문양의 꽃과 동물 형상을 활용한 3D 애니메이션 영상, 오브젝트를 결합해 만다라 우주를 창조한다. 사람과 동물의 특징을 하나의 자화상에 결합한 플로라 브로시의 작품은 두 생명체 사이의 유대감을 강조한다. ●Stage ◇몬테크리스토 일정 11월 21일 ~ 2024년 2월 25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권은아 출연 이규형, 서인국, 고은성, 김성철, 선민, 이지혜, 허혜진 등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특히 알렉상드르 뒤마 원작의 소설을 더욱 충실하게 구현하는 방향으로 스토리를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극의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백작 역은 이규형, 서인국, 고은성, 김성철이 맡아 연기한다. 촉망받는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는 그의 지위와 약혼녀를 노린 주변 인물들의 음모로 14년간 옥살이를 한 끝에 탈출한다. 그리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이름을 바꾸고 복수를 꾀하는데, 스스로 빠진 파멸의 길에서 용서와 화해, 사랑의 가치를 알게 된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한다. ◇컴 프롬 어웨이 일정 11월 28일 ~ 2024년 2월 18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박소영 출연 남경주, 서현철, 고창석, 최정원, 최현주, 정영주, 장예원 등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가 국내 초연된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캐나다의 작은 마을 갠더에서 일어난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품이다. 테러로 인해 비행기 수십 대가 갠더에 불시착하고 주민들이 7000명가량의 승객과 협력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류애와 공동체의 힘을 통한 치유의 이야기는 감동을 전해줄 전망이다. 경력 40여 년의 1세대 스타부터 젊은 대세까지 총출동하는데, 모든 배우가 1인 2역 이상 소화하는 것은 물론, 각종 음향 효과까지 직접 구두로 해낸다. ◇렌트 일정 11월 11일 ~ 2024년 2월 25일 장소 코엑스 신한카드 아트리움 연출 앤디 세뇨르 주니어 출연 백형훈, 장지후, 정원영, 배두훈, 김환희, 이지연, 김수연, 김호영, 조권 등 브로드웨이 극작가 겸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뮤지컬 ‘렌트’가 3년 만에 돌아온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00년 한국에서 초연된 이후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2011년까지 공연됐다. 9년의 시간이 흐른 후 2020년에 공연을 재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조기 폐막되는 일을 겪었다. 당시 ‘역대 최고 공연’이라는 호평을 받은 터라 아쉬움을 더했다. 이에 지난 시즌 멤버와 더불어 새로운 멤버까지 총 24명의 배우가 다시 감동의 무대를 펼친다.
- 2023-11-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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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라는 기적이 만든 액터뮤지션 '남경주'
- 남경주(58)는 자타 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다. 그가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오른 지도 벌써 약 40년. 강산이 네 번 바뀐 시간에도 무대 위의 남경주는 나이 들지 않았다. 한결같은 에너지를 자랑한다. 비결을 묻자 그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화려한 무대를 벗어나 마주한 진짜 남경주는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사랑꾼임을 알게 됐다. “제가 오랫동안 뮤지컬 배우를 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해요. 좋아하는 일을 만났기 때문이죠. 그래서 질린 적도 없고 즐기면서 일할 수 있었던 거예요. 하나 더 말해보자면 창조적인 습관을 잘 길러놓았고, 늘 호기심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혼한 후부터 제 삶의 원동력인 가족도 한몫 하고요.” 남경주는 서울예술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1982년 연극 ‘보이체크’로 공연계에 입문했다. 뮤지컬 데뷔는 서울시립가무단 시절인 1984년 출연한 뮤지컬 ‘포기와 베스’다. 이어 그는 데뷔 초 뮤지컬 ‘가스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1990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90년대 당시 남경주의 인기는 여느 아이돌 부럽지 않았다. 꽃미남 외모에 연기력까지 겸비한 그를 보고자 공연장에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팬클럽까지 생겼다. 뮤지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다는 평을 받은 남경주는 최정원과 함께 ‘뮤지컬 1세대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저는 1세대가 아니라 1.5세대”라고 생각을 밝혔다. “항상 저는 1세대가 아니라고 해요. 우리 형님(남경읍)도 계시고, 형님 위에 선배님들도 계시죠.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을 최초로 했던 그분들이 1세대인 거죠. 뮤지컬 대중화 1세대라고 할 수는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우리 후배들이 2세대고, 저는 1.5세대라고 생각해요. 비유를 해보자면 저는 밭을 일궜고, 후배들이 비옥해진 토양에서 열매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선배로서 느끼는 책임감은 매우 크죠.” 벌써 네 번째, ‘넥스트 투 노멀’ 대배우인 남경주에게도 코로나19의 충격은 컸다. 처음 겪어보는 일의 연속이었다. 예정된 공연이 갑자기 취소되고, 1년 넘게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직업을 잃은 것 같은 상실감은 이루 말하지 못할 정도였다. “코로나19로 배우들은 자의식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는데 풍경이 생소했어요. 관객들이 띄어 앉고,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반응이 잘 느껴지지 않는 거죠. 그러다 보니 연기에 몰입되지 않고 어렵더라고요. 우리가 뭔가 잘못하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고요.” 남경주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무대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그는 이번 달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로 관객과 만난다.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이번이 네 번째 시즌으로 7년 만의 귀환이다. 초연부터 ‘넥스트 투 노멀’에 출연하고 있는 남경주는 “보통 뮤지컬과 달리 이 작품은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라면서 “우울한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표현한,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차별점을 짚었다. 남경주는 극 중 아빠 댄 역할을 맡았다. 그의 아내 다이애나는 과거의 상처로 신경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딸 나탈리는 아픈 엄마로 인해 가족에게 소외감을 느낀다. 댄은 아내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헌신하는데, 정작 자신의 상처를 보지 못한다. 가장의 무게가 느껴지는 외로운 캐릭터다. “저도 꽤 가정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제 자신에게서 댄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내가 병이 있는 아내와 같이 산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을 많이 했죠. 댄이 한시도 아내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관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극 중 댄의 아내인 다이애나 역은 배우 박칼린과 최정원이 연기한다. 남경주는 박칼린과 초연 때부터 부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남경주와 최정원은 두말하면 입 아픈 뮤지컬계 콤비다. 남경주가 느낀 박칼린과 최정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칼린 씨는 처음부터 같이했으니까 서로 교감, 호흡이 잘 맞죠. 그리고 저는 칼린 씨가 다이애나 역할의 연기 장인이라고 생각해요. 연기하면서 저도 도움을 많이 받죠. 정원 씨는 이 작품이 처음이어서 아직은 힘들어해요. 그래서 저를 많이 믿고 있고, 저도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죠.” 가족은 나의 힘 남경주는 ‘넥스트 투 노멀’이 ‘가족 힐링 뮤지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역시 연기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저는 가족의 행동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진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가정 안의 문제가 뭔지, 가족한테 가장 필요한 것이 뭔지 알게 되죠. 공연을 보면서 공감도 하고 펑펑 울면서 힐링도 하셨으면 좋겠어요.” 남경주는 이번 시즌에 특히 감정이입을 하면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 이유는 남경주의 딸과 극 중 딸 나탈리의 나이가 비슷하기 때문. 남경주는 2005년 팬으로 만난 연인과 결혼했고, 2008년 딸을 품에 안았다. 남경주는 아빠로서 자신에 대해 “한없이 다정한 딸바보”라고 자평했다. “우리 딸내미는 제가 조금만 엄하게 얘기해도 아주 싫어해요. 그래서 엄한 얘기는 엄마가 담당하고, 저는 늘 응원해주려고 해요. 딸이 부탁하는 것은 웬만하면 다 들어주고요. 딸은 발레 전공으로 예술중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새벽에 집에서 일찍 나가고 방과 후에는 또 학원에 가서 개인 레슨을 받아야 하죠.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알고 보니 남경주도 초등학생 시절 체조를 했다고. 그는 중학생 때 키가 부쩍 크는 바람에 체조를 그만두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고 밝혔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음악도 좋아했던 터라 밴드부 활동을 하고, 고고장에도 자주 놀러 다녔다고 한다. 이후 고등학생이 된 남경주는 마음을 다잡고, 미대 진학을 목표로 미술 공부를 했다. 그러나 결국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기로 전공을 바꿨다. 배우로서 넘치는 끼를 막을 수 없었다. 형인 배우 남경읍의 영향도 컸다. 당시 대학생인 남경읍이 연기하는 모습에 매료된 그는 형을 따라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것. 남경주에게 남경읍은 어떤 존재일까. “어릴 때는 형님이 아버지 역할을 해주셨어요. 많이 삐뚤어질 뻔한 절 잡아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제가 배우 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형님은 미숙한 제가 연기할 수 있게 영감을 준 존재이고, 늘 제 삶의 구심점이 되어준 분이에요. 요즘은 형과 친구처럼 지내요. 자주 만나서 공연 얘기도 하고 일상 얘기도 하죠.” 5남매 중 남경읍은 첫째, 남경주는 셋째다. 남경주는 “둘째 형은 목공 일을 했고, 남동생은 미대를 졸업했다. 막내 여동생은 승무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예술가의 피가 흐르는 집안이다. 그러면서 남경주는 “어머니가 고생하며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셨다”고 말했다. 약사였던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후, 어머니가 생선 장사를 하면서 자식들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2017년 당시에 어머니께서 요양병원에 계셨어요. 어머니께서 위독하다는 연락이 와서 공연을 마치고 병원에 갔는데 이미 눈을 감으신 후였죠. 임종을 지키지 못한 거예요. 그때 정말 목 놓아 울었어요. 어머니께서 고생하셨던 게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고요. 그래도 생전에 어머니께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안겨드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형이 문화예술계에서 자리 잡은 공로로 상을 받으신 거니까 어머니가 뿌듯해하셨죠.” 슬럼프 극복 후 롱런하기까지 앞서 말한 대로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은 남경주의 젊은 날은 화려했다. 인기가 많다 보니 여러 방송과 공연에서 남경주를 찾았고, 그의 피로는 쌓여갔다. 이에 남경주는 1997년 돌연 ‘굿바이 남경주’ 콘서트를 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제 몸은 하나인데 부르는 곳이 너무 많았어요. 쇼 프로그램 MC, 라디오 DJ 등 방송 활동도 많이 했죠. 그러다 보니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 조금 넘게 공백기를 갖고 미국에서 공연도 많이 보고 잘 쉬고 돌아왔죠. 무대가 그립기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미국 유학은 재충전의 시간이 됐다. 남경주의 진짜 슬럼프는 40대 진입을 앞두고 찾아왔다. “이제 더 이상 젊은 주인공 역을 하기 쉽지 않은 나이가 된 거죠.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주인공만 하던 사람에게 아빠 역할, 조연 역할 제의가 들어오니까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더라고요. 힘이 많이 빠졌어요.” 그때 남경주에게 찾아온 작품이 바로 원조 로맨틱 뮤지컬 ‘아이 러브 유’다. 2004년 초연한 ‘아이 러브 유’는 중형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으로 1200회 공연을 돌파하며 5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작품이다. 남경주는 첫 시즌 594회를 포함해 2009년 앙코르까지, 총 830회 무대에 올랐다. 남경주라는 존재감이 재확인된 작품이다. 그 스스로도 ‘아이 러브 유’를 인생작으로 꼽았다. 더욱이 남경주는 이 시기에 공연 중 프러포즈를 했고, 결혼에도 골인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아이 러브 유’는 에피소드 20개를 묶은 옴니버스 형식의 뮤지컬이에요. 배우 4명이 60명이 넘는 인물을 연기하죠.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하면서 연기 변신을 했고, 자존감도 되찾았어요. 결혼이라는 좋은 일도 치렀고요. 당시 슬럼프를 잘 극복한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러브 유’ 최장 공연 외에도 남경주가 남긴 기록은 많다. 그는 1995년 백상예술대상에서 뮤지컬 ‘그리스 록큰롤’로 인기상을 받았다. 남경주는 “뮤지컬 배우가 인기상을 받은 것은 최초였다. 그 이후에도 연극 쪽은 수상자가 있었지만 뮤지컬 배우가 수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1997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2005년 한국뮤지컬대상 인기스타상, 2019년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브로드웨이 42번가’, ‘노트르담 드 파리’, ‘위키드’, ‘시카고’, ‘빅피쉬’ 등이 꼽힌다.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롤모델로 꼽는 남경주. 그는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2014년부터 교단에 선 그는 현재 홍익대학교 공연예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남경주는 “뮤지컬 배우는 노래, 연기, 춤 3박자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배우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라고 얘기해요.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장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노래를 아름답게 잘하는 것보다 감정적으로 솔직하고 풍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공인으로서 책임, 의무감을 갖고 후배한테 좋은 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광대’ 남경주의 롱런에는 이유가 있었다. 관객의 고마움을 아는, 성실한 배우라는 사실이 그의 특별함이었다. 남경주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가정과 내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죽을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 배우는 정년이 없기 때문에 체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감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살까,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일까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독자분들도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함께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행복은 내가 많이 갖는 게 아니라 남들을 웃게 만들고 나눌 때 더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 2022-07-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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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회복, 문화생활 즐기자" 5월 문화 소식
- ●Exhibition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 일정 5월 22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전시 ‘노실의 천사’(Angel of Atelier)가 이번 달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 ‘노실의 천사’는 권진규가 쓴 글에서 따온 것으로, 노실은 거미가 있는 방, 천사는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을 뜻한다. 권진규는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그는 구상과 추상,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여성과 남성, 현세와 내세의 경계를 편견 없이 넘나들었으며 세속을 떠나 이상을 추구했다. 권진규는 생전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비운의 천재 조각가’로도 불렸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과 생활고 등으로 고통받던 그는 1973년 5월 작업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유족이 기증한 작품(총 141점)과 이건희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고려대학교박물관, 리움 등 기관과 개인 소장자로부터 대여받은 작품이 포함됐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개인 소장하던 작품 ‘말’도 있다. 총 240여 점으로 권진규 개인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는 자작시를 바탕으로 불교에 한평생 귀의해왔다는 점에 착안해 시기별로 입산(1947~1958), 수행(1959~1968), 피안(1969~1973)으로 구분해 진행한다. ◇화각 : 오색의 향연展 일정 5월 22일까지 장소 용산공예관 ‘화각 : 오색의 향연’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 화각장 이재만 특별초청전이다. 화각은 황소의 뿔을 이용한 우리나라 고유 각질 공예다. 황소 뿔 하나를 가공하면 10~20cm 정도의 작은 각지(角紙) 단 한 장이 만들어진다. 재료의 수급·가공 과정이 까다로워 예로부터 화각 공예품은 특수 귀족층이나 왕실에서만 사용했다. 1996년 최연소 국가중요무형문화재가 된 이재만 작가는 화각 공예로는 유일하게 지정된 장인이다. 유물을 재현한 화각 봉채함, 바둑판을 비롯해 이재만 화각장이 새롭게 창작한 12지신 필통, 불감, 보석함, 은장도, 가야금, 삼층장 등 화각 공예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Book ◇산산조각(정호승 우화소설)(정호승·시공사)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유명한 정호승 시인이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아 우화소설집 ‘산산조각’을 펴냈다. 시의 압축된 묘사 이면에 숨겨진 서사를 동화적 상상력으로 재탄생시키고 우화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 보다 친근한 이야기로 인간의 삶이 지닌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산산조각’에 등장하는 화자와 주인공은 동식물과 사물이다. 망자(亡者)가 입는 수의, 못생긴 불상, 걸레, 숫돌, 오래된 절간 화장실의 받침돌 같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엄연히 이 세상에 실재하고, 심지어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참나무 이야기’의 참나무는 대웅전의 대들보나 목불(木佛)이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선암사 해우소’의 바윗돌은 싱그러운 차밭에서 안락하게 지낸다. 하지만 참나무와 바윗돌은 전혀 뜻하지 않은 처지에 놓인다. 참나무는 장작이 되고 바윗돌은 해우소의 기둥을 받치며 똥물을 맞고 사는 신세가 된다. 꿈꾸던 미래와 안락함을 빼앗긴 두 존재는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묵묵히 견디는 가운데 삶의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른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듯 ‘나’ 역시 분명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이 세상에 왔으며 존재하기에 살아가야 할 이유 또한 명백하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정호승 시인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그 가치를 통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우화의 방법으로 성찰했다”고 말했다. ◇작별인사(김영하·복복서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간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삶이란 계속될 가치가 있는 것인가’,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 등을 묻는다. ◇다시 말해 줄래요?(황승택·민음사)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의 채널A 황승택 기자가 쓴 두 번째 투병 에세이다. 저자는 인생 42년 만에 급작스럽게 찾아온 급성중이염으로 200여 일 동안 청력을 손실한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면면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혐오의 과학(매슈 윌리엄스·반니) 범죄학자인 저자가 혐오하는 마음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으로, 신경과학·심리학·사회학·통계학적 접근이 눈에 띈다. ‘혐오를 어떻게 멈추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고 혐오범죄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탐구한다. ●Stage ◇넥스트 투 노멀 일정 5월 17일 ~ 7월 31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로라 피에트로핀토 출연 박칼린, 최정원, 남경주, 이건명, 양희준, 노윤, 이석준, 이아진, 이서영, 이정화 등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7년 만에 돌아온다.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굿맨 패밀리 가족 구성원의 아픔과 화해,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16년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 그런 엄마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딸 나탈리, 다이애나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며 흔들리는 가정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아빠 댄, 다이애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들 게이브까지 여러 상황으로 저마다 한계에 다다르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위태로웠던 가족은 서로의 상처를 진심으로 바라보고 작게 피어나기 시작한 희망을 붙잡으려 한다. 이번 프로덕션에는 연기력과 가창력을 갖춘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뭉쳤다. 국내 프로덕션 초연부터 두 번째, 세 번째 재연까지 참여한 배우 박칼린이 다이애나 역으로 다시 돌아온다. 한국 뮤지컬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배우 최정원도 다이애나로 새롭게 합류한다. ◇모래시계 일정 5월 26일 ~ 8월 14일 장소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김동연 출연 민우혁, 온주완, 조형균, 최재웅, 송원근, 남우현, 박혜나, 유리아, 나하나 등 뮤지컬 ‘모래시계’가 2017년 초연 이후 5년 만에 돌아왔다. 동명의 SBS 드라마가 원작이며,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서사시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네 청춘의 이야기를 담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격동의 시대 속 엇갈린 선택과 운명에 처한 ‘태수’ 역에는 민우혁, 온주완, 조형균이 캐스팅됐다. 태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세상의 정의가 되고 싶었던 ‘우석’ 역은 최재웅, 송원근, 남우현이 연기한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좌절했던 ‘혜린’ 역에는 박혜나, 유리아, 나하나가 함께한다. ◇돌아온다 일정 5월 7일 ~ 6월 5일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연출 정범철 출연 강성진, 박정철, 김수로, 정상훈, 이아현, 홍은희, 김곽경희 등 연극은 ‘돌아온다’라는 이름의 식당을 배경으로 한다. 허름하고 작은 식당에서 욕쟁이 할머니,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교사,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 작은 절의 주지 스님 등의 사연이 펼쳐진다. ‘돌아온다’ 제작진은 “누구나 가슴속에 ‘그리운 사람 혹은 무언가’를 하나쯤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 주변에 있을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온 가족과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동과 웃음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 2022-05-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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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을 즐기자" 12월 문화 소식
- ●Exhibition ◇IN TO THE WILD - 이바 트린쿠나이테 개인전 일정 2022년 1월 8일까지 장소 ART Corner H 발트 3국 아트 신에 등장한 리투아니아 작가 이바 트린쿠나이테(leva Trinkunaite). 그의 개인전 ‘IN TO THE WILD’(인 투 더 와일드)가 햇빛담요재단의 복합문화예술공간 ‘Art Corner H’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리투아니아 루벤 아트 파운데이션(Lewben Art Foundation)의 전폭적인 지지로 성사됐다. 이바 트린쿠나이테는 동물과 자연 그리고 인간 사이의 복잡다단한 관계성을 평면 회화 속에서 조망한다. 작가는 인간과 동물의 생태계적 위치 불평등에 주목했다.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자연이 아닌 자연과 동물이 주체가 되어 인간을 응시하는 듯한 눈빛을 작품에 표현해냈다. 이바 트린쿠나이테는 유럽 신진작가들의 회화 연대기로 평가받는 ‘Young Painter Prize’에서 입상한 바 있으며, 발트 국가 특유의 독특한 정서를 담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신작 총 13점이 전시되며, 전시 수익금은 보호종료아동의 한 끼를 위한 ‘밥집 알로’의 식사비로 기부된다. ◇ 한글, 공감각을 깨우다 일정 12월 23일까지 장소 사비나미술관 이번 전시의 부제는 ‘눈, 코, 귀, 입, 몸으로 느끼는 우리말’이다. 13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한글의 소리, 형태, 구조 등을 다각도로 탐구해 한글을 다양한 형식의 시각예술로 구현했다. 특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자 중 가장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의 공감각적 요소에 주목했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47점이 소개된다. 오감을 활용해 작품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관객은 즐겁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Book ◇플라멩코 추는 남자(허태연·다산책방) 올해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허태연 작가의 ‘플라멩코 추는 남자’가 장편으로 출간됐다. 은희경, 전성태, 이기호, 편혜영, 백가흠 등 한국 문학 중심에 있는 소설가 심사위원 전원에게 고른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심사위원회는 “코로나19 시국에 맞는 따뜻한 작품이며, 가독성이 매우 좋다”고 호평했다. 제목만 보면 청춘의 이야기일 것 같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67세의 허남훈이다. 허남훈은 실제 허태연 작가의 아버지 이름이다. 허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1997년 겨울,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 이야기 속에서라도 그분이 살아 계시길 바라며 아버지의 이름을 주인공에게 줬다”고 말했다. 남훈은 26년 동안 굴착기를 운전하며 반평생을 살았다. 마침내 은퇴를 결심한 그는 자신의 중고 굴착기를 거래하기 위해서 한 청년을 만나게 되고,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자신의 굴착기 자랑만 늘어놓다 거래는 불발되고, 이후에도 몇 명을 더 만나지만 거래는 불발된다. 스스로도 ‘전형적인 꼰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남훈은 변화를 결심하고, 과제를 마련한다. 남훈의 과제는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같은 소박한 것들이지만 ‘스페인어 배우기’, ‘플라멩코 배우기’같이 노인인 그에게 험난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특히 남훈의 최종 과제는 스페인에서 ‘진짜 가족’ 만나기다. 남훈의 좌충우돌 가족 찾기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다. 책을 읽다 보면, 시니어 세대는 나의 이야기 같다며 공감할 것이고, 젊은 세대는 부모님을 떠올릴 것이다.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꿈을 내려놓고 억척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던 부모님. 그만큼 현실적이어서, 더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이시아 고타·궁리) 일본 오사카시 공원 한편에는 일본 최초 민간형 어린이 호스피스인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가 있다. 책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이시아 고타는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를 짓기까지 분투한 사람들의 기록을 담았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논픽션 스토리다. ◇탑으로 가는 길(김호경·휴앤스토리) 금융회사 CEO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증권맨이 문화유산답사기를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2년여에 걸쳐 전탑과 모전석탑을 찾아 나섰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문화재에 진심인 그가 전하는 정보는 유쾌하고 유익하다. ◇냄새들(김수정·꿈꾸는인생) 영화기자로 10년을 일하다 작가가 된 그녀. 에세이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이후 두 번째 책을 냈다. 들 시리즈 네 번째 책이기도 한 ‘냄새들’은 냄새에 관한 책 같지만 기억에 관한 책이다. 냄새에 예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며 편하게 읽을 수 있다. ●Stage ◇잭 더 리퍼 일정 12월 3일~2022년 2월 6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공연장 연출 신성우 출연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MJ, 인성, 신성우, 김법래, 강태을, 김바울, 이건명 등 3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잭 더 리퍼’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우 신성우가 연출을 맡았고, 잭 역을 맡아 연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인공 다니엘 역에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MJ, 인성까지, 쟁쟁한 배우들이 캐스팅돼 눈길을 끈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회색 도시 런던이 배경이다. 당시 실제로 일어난 미해결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극 중 사건을 따라가는 극 중 극 형태다. 퍼즐 조각처럼 얽힌 살인마의 존재를 파헤쳐가는 스릴러 뮤지컬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번 시즌 역시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전개,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적인 넘버로 강렬한 짜릿감을 선사하며 새로운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갈 예정이다. ◇엘리펀트 송 일정 11월 26일~2022년 2월 13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김지호 출연 전성우, 강승호, 김현진, 신주협, 이석준, 정원조, 정상운, 고수희, 이현진 등 자비에 돌란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연극 ‘엘리펀트 송’은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의사 로렌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병원장 그린버그가 로렌스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환자 마이클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엇갈리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과 반전이 극의 포인트다. 2015년 11월 국내 초연 후 매 시즌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썸씽로튼 일정 12월 23일~2022년 4월 10일 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출 이지나 출연 강필석, 이충주, 양요섭, 서경수, 윤지성, 임규형, 황순종, 남경주, 정원영, 이영미, 안유진, 이채민 등 지난해 초연한 ‘썸씽로튼’이 1년 만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초연을 성공으로 이끈 강필석, 서경수와 함께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양요섭, 전역 후 첫 뮤지컬 복귀를 앞둔 윤지성이 출연을 확정해 기대를 더한다. ‘썸씽로튼’은 1595년 르네상스 시대, 인류 최초로 뮤지컬을 제작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바텀 형제와 함께 셰익스피어, 노스트라다무스 등 톡톡 튀는 캐릭터가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완성하기까지의 여정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 2021-12-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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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의 문화캘린더
- 여름방학과 휴가가 시작되는 7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 오페라 ‘텃밭킬러’ 일정 7월 3~6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남의 집 텃밭에서 훔친 작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와 그 가족의 우스꽝스럽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애달픈 사연을 담았다. 가족 구성원 캐릭터를 통해 부조리한 자본주의 사회 속 시민들의 현실적인 삶을 투영한다. ◇ 전시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일정 7월 9일~10월 27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이탈리아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과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에서 대여한 287점의 에트루리아 보물들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종교, 제사,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그리스·로마 문명에 영향을 끼친 에트루리아인의 진면목을 확인할 기회다. ◇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일정 7월 10일~8월 25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 손주와 함께 즐길 만한 공연이 시리즈로 마련됐다. 캐나다, 일본 등 국내외 우수 공연단체가 참여해 음악극 ‘아빠닭’, 무용극 ‘댄싱뮤지엄’, 그림자극 ‘루루섬의 비밀’ 등 3개 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 축제 '2019 안양申필름예술영화제' 일정 7월 12~14일 장소 평촌 중앙공원, 평촌CGV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독립·예술영화 대표 영화제로, 축제 기간 42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개막식에서는 ‘별들의 고향’(1974)의 이장호 감독이 공로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더불어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안양시가 선택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특별 상영된다. ◇ 뮤지컬 '맘마미아' 일정 7월 14일~9월 14일 장소 LG아트센터 2004년 국내 초연 이래 15년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맘마미아’가 2019년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원년 멤버인 최정원, 신영숙, 김영주, 남경주 등을 필두로 박준면, 서만석 등 새로운 얼굴들이 함께 화려한 무대를 장식한다. ◇ 영화 '나랏말싸미' 개봉 7월 24일 출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등 훈민정음 창제에 얽힌 세종과 신하들의 갈등과 숨겨진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송강호가 세종 역을 맡아 애민정신이 투철한 임금의 면모와 더불어 그동안 업적에 가려져 있던 ‘인간 세종’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 2019-06-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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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의 문화행사
- (전시)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일정 10월 3일~2019년 3월 3일 장소 롯데뮤지엄 ‘팝아트의 황제’라 불리는 케니 샤프(Kenny Scharf)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하는 회화, 커스텀 조각, 설치작품 등 100여 점이 출품된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젯스톤(Jetstones) 시리즈와 낡고 버려진 장난감, 가전제품을 가지고 형광의 총천연색 공간으로 꾸민 설치작품 ‘코스믹 카반(Cosmic Cavern)을 놓치지 말자. (뮤지컬) 1446 일정 10월 5일~12월 2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출연 정상윤, 남경주, 박소연, 이준혁 등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기념한 뮤지컬 ‘1446’은 훈민정음이 창제된 1446년을 뜻한다. 세종이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한글 창제 당시 세종의 고뇌와 소헌왕후와의 사랑 이야기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세종’ 역으로 정상윤, 박유덕, 세종의 아버지 ‘태종’ 역으로 남경주와 고영빈이 무대에 오른다. (축제)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일정 10월 6일 장소 여의도 한강공원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는 매년 세계적인 수준의 불꽃 전문 기업들이 초청되어 여의도 밤하늘을 무대로 불꽃 연출을 선보인다. 올해는 스페인, 캐나다, 한국이 참가하며 10만여 발의 불꽃을 쏘아 올린다. 이외에 푸드트럭존, 수제맥주존, 플리마켓존 등이 운영되며 불꽃 애프터 파티, 63멀티미디어 쇼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진행된다. (연극) 오슬로 일정 10월 12일~11월 4일 장소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출연 강진휘, 김수아, 김정환, 손상규 등 1993년 일촉즉발의 위기상태였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정상이 최초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오슬로 협정’으로 이름 붙여진 이 사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 (영화) 퍼스트맨 개봉 10월 18일 장르 SF, 드라마 출연 라이언 고슬링, 클레어 포이, 제이슨 클락 등 전 세계에 ‘라라랜드’ 열풍을 이끈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차기작이자 라이언 고슬링과 다시 한 번 협업한 작품으로,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전기를 다뤘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연극) 엄마 이야기 일정 10월 19~27일 장소 아이들극장 출연 박정자, 전현아, 박주업, 이승열 등 한스 안데르센의 동화 ‘어머니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으로 죽음이 데려간 아이를 되찾기 위해 죽음의 사자를 찾아 나선 어머니의 애틋한 여정을 담아냈다. 슬픔, 절망, 인정, 애도의 과정을 통해 사랑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다.
- 2018-09-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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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문화행사
- 가족 나들이하기 좋은 5월, 이달의 추천 전시·공연·행사를 소개한다. 제20회 담양대나무축제 일정 5월 2~7일 장소 죽녹원 및 관방제림 일원 대한민국 대나무 주산지로 알려진 전라남도 담양. 가족 나들이를 계획 중이라면 담양을 주목해보자. 이곳에서는 매년 대나무 심는 날(죽취일)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축제를 연다. 바로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담양대나무축제. 6일간 진행되는 이번 축제에서는 대나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대나무 활쏘기, 대나무 뗏목타기, 대나무 액세서리 만들기, 대나무 부채 만들기 등)이 운영된다.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일정 5월 3일~10월 28일 장소 디뮤지엄 디뮤지엄이 2018년 첫 전시를 공개한다. 날씨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챕터(‘날씨가 말을 걸다’, ‘날씨와 대화하다’, ‘날씨를 기억하다’)로 구성된다. 2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햇살, 눈, 비, 안개, 뇌우와 같은 날씨에 담긴 이야기를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으로 재조명했다.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당신의 날씨에 관한 기억을 새로 추억해보자. 레슬러 개봉 5월 9일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김대웅 출연 유해진, 나문희, 성동일, 김민재 등 포스터에 한 손에는 금메달을, 다른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든 배우 유해진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꾼으로 변신한 살림 9단이자 아들 바보인 유해진은 영화 ‘레슬러’에서 ‘귀보’ 역할을 맡았다. 그가 예기치 않은 사건들과 엮이기 시작하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유쾌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그렸다. 또 나문희, 김민재, 성동일 등 세대를 어우르는 베테랑 연기파 배우들이 만나 호흡을 맞췄다. 얼굴도둑 일정 5월 11일~6월 3일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출연 성여진, 신안진, 주인영, 황선화 등 연극 ‘얼굴도둑’은 개인의 자아와 내면을 비추는 ‘얼굴’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진실한 감정을 놓치며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트립 투 스페인 개봉 5월 17일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등 열정의 나라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은 산탄데르에서 말라가까지 스페인 전역을 여행하며 음식과 인생, 사랑에 대한 수다를 펼치는 미식 여행기다. 영국의 대표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출연해 유쾌한 입담을 보여준다. 시카고 일정 5월 22일~8월 5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출연 최정원, 박칼린, 남경주, 아이비 등 한국에서의 공연은 열네 번째. 최정원, 아이비, 남경주, 박칼린 등이 참여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라인업으로 돌아왔다. 섹시하고 뜨거운 뮤지컬을 찾고 있다면 농염한 재즈 선율과 관능적인 춤이 매력적인 ‘시카고’를 추천한다.
- 2018-04-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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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과 끝이 같은 남자, 배우 남경읍, “어느 날 인생이 나에게 까불지 말라고 말했다”
- 배우 남경읍(59)의 경력을 보니 그가 처음 뮤지컬을 한 것은 이라는 작품으로, 어언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야말로 한국 뮤지컬 1세대라고 불리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 후로도 그는 꾸준히 뮤지컬 활동을 하며 척박했던 뮤지컬 장르를 지금의 보편적 문화계로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또한 수많은 연극과 영화, 드라마에서의 활약으로 정통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각인시킨 그는 얼마 전까지 연기를 가르치는 교육자로서의 삶도 살았다. 여러 사이클을 거쳐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연기자로서 다시 현장에 선 그에게 삶과 사람에 대해 물어봤다. 기자가 배우 남경읍을 다시 만나게 된 건 6년 만이었다. 최고의 전성기는 딱히 없지만 늘 힘이 나는 그래서 변함없이 차분하고 믿음을 주는 인상을 가진 그는 깊은 가을과 어울리는 남자였다.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을 동시에 종횡무진 활동 중인 그는 활발한 외부 활동과는 별개로 얼마 전 큰 아픔이 있었다. 한 달여 전,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낸 것이다. 인생을 바꿔준 어머니의 말씀 “원래 제가 재수할 때 연극영화과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음대를 가려고 했지요. 그런데 어머니가 연기를 할 테면 해보라고 말씀하셨죠. 회상해보니 초등학교, 중학교 때 연극을 했었거든요. 중학교 때는 대본이란 말도 몰랐는데 강감찬, 을지문덕, 이순신 등 위인들을 소재로 막 대본을 썼어요. 그걸로 집에 세트를 만들어서 동네 아이들과 연습도 했고. 그때 문경읍에는 녹음기가 없어서 점촌까지 나가서 녹음기를 사서 녹음해서 연습했어요.” 그는 어머니가 ‘남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라고, 돈 벌려고 아등바등하는 건 남자답지 않다는 거였죠.” 1970년대의 보수적이고 고루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여자. 어머니의 그런 태도는 아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항상 어머니께 감사해요. 그런데 동생인 남경주가 연기를 한다니까 어머니가 한 집안에 광대가 둘이나 있어도 되겠냐며 반대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설득했죠(웃음). 아들 둘을 배우로 만든 어머니는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받기도 했어요.” “남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많은 아쉬움이 있을 듯했다. 그래서 어머니 얘기를 해도 될까 걱정했다. “어머니가 생선장사를 하시며 혼자 4남 1녀, 5남매를 키우셨어요. 약사이셨던 아버지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도를 맞아 집에 못 들어오시고 밖에서 사셨기 때문이었어요. 전국을 유랑하며 글을 쓰면서 사셨던 한량이었어요. 집에는 1년에 한두 번 오셨고, 겨우 하룻밤 주무시고 떠나셨죠. 그래서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어요.” 어찌 보면 어머니가 그에게 한 “남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는 말은 아버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10여 년 전에 승천했다. “아버지가 오시면 동생들이 아버지가 안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우리를 잘 모르면서 간섭하는 아버지가 그저 불편하고 어색했으니까요.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제가 혼절할 정도로 난리를 쳤죠. 그런데 희한하게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눈물이 안 났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어쩌면 그것은 어머니의 삶이 서러움과는 거리가 먼, 후회 없는 삶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형제 우애가 돈독해지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어머니는 아버지 고향인 경북 봉화에 묻혔어요. 아버지는 그동안 벽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에 계셨는데, 이번에 어머니와 합장했죠.” 소통하는 후배들과의 즐거운 만남 요즘 남경읍은 뮤지컬 에 열중하는 중이다. 루 월리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오랜만의 뮤지컬 복귀작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8년 만에 하는 거예요. 매우 아끼는 후배 연출자가 출연을 요청해서 대본도 안 보고 하겠다고 했죠. 작은 역이라고 했는데, 진짜 작은 역이긴 하더라고(웃음).” 그러고 보니 그는 널리 알려진 이미지와는 달리 생각보다 작품이 적다.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는 성향 때문이다. “1년에 한 개나 두 개 정도 해요. 이번 는 워낙 탄탄한 원작에 음악과 연출이 너무 좋아요. 관객 반응도 상당히 좋아서 설 연휴 기간의 공연은 매진이었고. 배우들도 고무돼서 즐겁게 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는 에 함께 출연하는 후배 칭찬을 이어나갔다. “카이가 아주 인간성이 좋고 정말 열정적이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민우혁도 참 멋있는 후배고요. 박민성은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지, 무대 뒤에서 아이비하고 저하고 입 벌리고 보게 돼요. 무서운 후배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무서운 후배들을 이길 생각 말고 뒤처지진 말자고 생각하죠(웃음).” 신이 내린 계시, “까불지 마라” 지금은 탄탄한 중견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지만, 여전히 힘든 순간은 있다. “공연할 때 내가 생각한 대로 표현 안 될 때가 너무 힘들어요. 나는 배우로서 자질이 없다고 자책하고 면박하기도 하고.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 날이 있었는데 그날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 결국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받아들이려면 무한 반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무식한 방법일 수는 있어도 내가 한 만큼 나오니까.” 그는 발레리나 강수진씨가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의 예술세계는 끝이라고 말한 걸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위대한 것을 이룬 사람, 정말 대단한 예술가는 죽기 직전까지 반복해서 연습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가 신문을 며칠 치 모아서 서너 시간을 투자해 한 번에 읽는 편이거든요. 2000년 즈음에, 그렇게 신문을 읽다가 눈에 들어온 제목이 하나 있었어요. 80세 할아버지 피아니스트. 그분이 호로비츠였던가? 외국의 한 기자가 그가 연주를 쉬는 시간에 인터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80세 피아니스트가 휴게실에서도 계속 연습을 하는 걸 보고 물어봐요. ‘그렇게 평생 피아노를 치셨는데 휴게실에서도 또 치십니까?’ 그러자 피아니스트가 말해요. ‘왜? 난 요즘도 조금씩 느는 것 같아.’ 그때 제가 한창 교만했던 때였어요. 그런데 그 글이 마치 신이 내린 계시 같았죠. 까불지 말라고.” 이미 날짜가 지난 신문들에서 하필 그 제목만 눈에 들어와서 그에게 큰 감명을 줬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운명적인 순간이었다. 그는 그 순간 앞으로 평생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게 됐다. “제자들에게도 말해요. ‘까불지 말라’고. 이 말이 저에겐 평생 갈 수 있는 심지가 된 셈이죠.” 같은 연기자로서 이해하는 딸 남경읍의 자녀는 외동딸 남유라 한 명이다. 그녀는 아버지와 같은 연기자의 길을 걷는 중이다. “아직 메이저에서 활동하는 것은 아니에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됐죠. 아내는 무용인이라 이쪽 길이 힘든 걸 알아서 딸이 연기하는 걸 반대했는데, 난 힘들어도 얻는 게 있다고 생각해서 찬성했어요.” 아버지와 딸 사이는 돈독하다. 조언과 대화도 많이 하고, 자신이 연기한 걸 보라고 보여주기도 하며 이쪽 계통 얘기들과 인생에 관한 얘기 등등을 지겨울 정도로 한다고 한다. 어쩌면 부녀 사이를 넘어서 같은 연기자로서의 끈이 서로를 잘 통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동생(남경주)은 작품을 같이 할 때는 대들기도 해요(웃음). 그런데 뭐, 끝나면 다시 잘 어울리고. 술 한잔하자고 만나자 하면 만나서 한잔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보는 것 같네요.” 연출? 정치? 단칼에 거절한다 탄탄한 중견 배우인 그는 여러 연기 영역을 두루 거쳤다. 그에게 연출할 생각은 없는지 넌지시 물었다. 그러자 그는 바로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에요. 우리는 감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저는 제 재능을 알기에 오로지 배우예요.” 그는 신뢰감을 주는 외모 덕분인지 유난히 정치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항상 ‘노’다. “단칼에 거절해요. 저는 장관도 국회의원도 못해요. 내가 나를 알기 때문에.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을 하면 즐거울 건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돈은 아니에요. 그래서 돈을 못 모았지만(웃음).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어머니 말씀이 저에게 계속 남아 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생각은 안 해봤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정말 최선을 다해 하다 보면 그만한 대가가 오겠지 하는 생각이었죠.” 물론 돈에 대해선 내려놨다는 그 말을 지키면서 만들어진 현실적인 고통들도 있었다. “쌀이 없어서 라면을 먹은 적은 이루 말할 수도 없고 어머님 생신날에 차비가 없어서 못 간 적도 있고…. 그런데 그것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경험이 많을수록 배역을 잘 소화하게 되니까요. 슬프고 괴로운 경험이라 할지라도 도움이 될 것이고, 마음 한쪽에는 지나간다고 생각하죠.” 명불허전 진짜배기 남경읍은 올해로 59세다. 그도 작품을 하면서 자신이 나이 들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힘이나 호흡 면에서 특히 그렇죠. 후배들과는 30년 차이가 나니까요. 비교하면 안 되지만 하게 되죠. 나도 한때는 체력 좋았지만 이제 환갑이라(웃음). 그런데 이순재, 신구 선생님은 80대이지만 활동하고 계시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분들은 하늘이 내린 배우라고 봐요. 그래도 70대까지는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에게 사람을 알아보는 덕목에 대해 묻자 ‘처음과 끝이 같으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앞서 말한 죽을 때까지 연습하는 예술가와 같은 관점에서의 말이었다. “사람이 위치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초심을 쉽게 잃죠.” 그렇다면 그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걸까 궁금해졌다. 이미 베테랑 배우에게 묻기에는 어색할 수도 있는 궁금증이었지만, 그만큼 그에게서 나오는 기운이 젊고 열정적이기 때문이었다. “좋은 배우로 남고 싶죠. 그럼 좋은 배우가 뭐냐. 대본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캐릭터 역을 최대한 치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디테일하고 완벽한 준비가 필요해요. 전쟁에서 쓸 총알을 만드는 일과 같죠. 그러다 보니 너무 바빠요. 그런데 그게 나의 취미이고 생활이자 특기, 원동력인 것 같아요.”
- 2017-11-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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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블랙코미디 <대학살의 신>
-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재미있는 연극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이 이다. 팸플릿을 보니 네 명의 남녀주인공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이 담겨있는 신나는 블랙코미디인 것 같은데 왜 제목이 '대학살의 신'일까? 궁금했다. 궁금증은 연극이 끝나고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대학살의 신’ 이라면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도 떠오르고 무서운 이미지가 생각난다. 이 연극은 고상한 척 우아해 보이려고 애쓰는 중산층 두 부부의 이야기로 대학살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았지만 실은 그들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자아가 튀어나오니 대학살의 현장처럼 아수라장이 된다는 의미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 같다는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우선은 주인공이 유명한 탤런트와 뮤지컬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대한, 민국, 만세, 세쌍둥이 아빠인 송일국 씨와 그동안 보아 온 많은 뮤지컬에서 멋진 노래와 연기를 보여주었던 남경주 씨, 최정원 씨, 이지하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뮤지컬이 아닌 연극에서 호흡을 맞추어 연기한다니 매우 흥미롭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예술의 전당 소극장은 아담한 크기에 경사도가 있어 앞사람에 가려 고개를 이리저리 기웃거리지 않아도 무대가 잘 보여서 다행이었다. 대부분 소극장이 좁은 좌석에 높낮이가 크지 않아 앞쪽에 요즘같이 늘씬하거나 건장한 젊은이라도 앉으면 머리에 가려 연극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날의 좌석은 무대와 매우 가까운 곳으로 손만 뻗으면 주인공과 악수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TV에서만 보았던 송일국 씨는 매우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관객에게 다가왔고 뮤지컬 배우인 남경주 씨와 최정원 씨, 이지하 씨는 어쩌면 그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는지 그들의 몸짓과 대사 한마디에 관객은 즐거운 폭소를 터뜨렸다. 2009년에 토니상 연극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여우주연상, 올리비에 상 최우수 코미디 상을 받은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인 야스미나 레자의 고품격 코미디이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는 건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가 보다. 이 연극도 두 아이가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를 두 개나 부러뜨린 사건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모가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피해자의 부모인 미셀과 베로니끄가 가해자의 부모인 알렝과 아네뜨를 집에 초대한다. 생활용품을 파는 직업을 가진 미셀 부부는 상대방이 변호사이므로 기죽지 않으려고 허세를 부리는데 평소 장식하지 않던 튤립 꽃을 한 아름 사다가 집안을 장식하고 고상한 척 대화를 해 나간다. 교양과 매너를 갖춘 듯한 가해자 부모인 변호사 부부는 실은 속물 변호사로 아들의 일엔 관심 없고 돈 되는 변호만 쫓는 남편과 그를 혐오하는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을 가식으로 펼치는 이중인격 아내이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속마음을 감추고 예의 바른 척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피해 아이의 엄마는 가해 아이의 못된 점을 피력하며 반성과 직접적인 사과를 원하고 가해 아이의 엄마는 놀다가 생긴 일인데 자기 아이가 뭐 그리 잘못했나 라는 속마음을 숨기고 있다. 그러니 대화가 겉돌고 결국은 가해 아이 엄마가 남의 집에서 구토를 하고 이에 고상한 척하던 집주인은 감정이 폭발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어느 사이에 각자의 부부가 평소의 불만을 터뜨리는 등 서로를 공격하며 대학살의 현장에 못지않은 상황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다. 송일국 씨의 무난한 연기도 좋았고 뮤지컬에서만 보았던 남경주 씨, 최정원 씨, 이지하 씨의 온몸을 던지며 보여준 연기도 매력적이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어 위선과 가식으로 뒤범벅된 인간의 민낯을 까발린 고품격 코미디 한 편이 관객을 즐겁게 하고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게 가슴을 쳤다. 중간 휴식시간 없이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이 연극은 열정적인 배우들의 연기에 언제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 2017-07-24 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