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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가 이빨 빠진 호랑이? 유튜브라는 새 이빨을 달다
- 은퇴 선배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내 편이 없어.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라는 말이 딱이지.” 20년간 국회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은퇴한 김상호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으로의 인생이 막막하기만 하던 어느 날, 치과 의자에 누워 임플란트 시술을 받다 문득 생각했다. ‘요즘은 기술도 좋아졌는데, 이빨이 빠졌다고 옛날만 그리워하고 있을 게 아니라 임플란트를 해서 새 이빨로 힘차게 살면 되지 않나?’ 김상호 씨는 그렇게 유튜버 ‘임플란트 타이거’로 새롭게 태어났다. 임플란트 타이거의 ‘내편TV’는 정부의 제도, 복지정책 등 몰라서 못 받는 혜택을 쉽게 설명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다. 공문서에 쓰이는 언어에 익숙한 그로서는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전문 분야를 고른 셈이다. “시니어나 저소득층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은 유용한 정보를 모를 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할 때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지조차 몰라요. 게다가 은퇴 후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부 정책이나 제도 관련한 용어를 읽기 어려워한다는 걸 알았어요. ‘이거 되겠는데’ 싶었죠.” 내편TV의 콘텐츠 제작은 영상이 주가 되는 타 유튜브 채널에 비해 간단하다. 조용한 환경에서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고, 자료가 되는 문서를 캡처해 화면을 구성하고, 거기에 녹음해둔 음성을 붙여 컷 편집을 하면 끝난다. 귀찮은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일명 ‘귀차니즘’ 성향 덕분에 개발해낸 포맷이다. 영상용 촬영을 안 해도 되니 어디서나 영상 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덕분에 언젠가 김 씨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한 달 살기를 한다 해도, 내편TV 콘텐츠는 계속해서 업로드될 것이란다. 내편TV의 성공 이후 포맷, 콘텐츠까지 그대로 따라 하는 유튜버가 왕왕 생겼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정보성 채널 1세대가 겪어야 할 숙명쯤이라 여기고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는 데에만 집중한다. 이를테면 여행 기간 내 올라가야 할 콘텐츠를 미리 제작해 업로드 일정을 예약해두고 여행을 떠나는 식이다. 이때는 미리 만들어야 하니, 5월의 종합소득세 신고 관련 정보처럼 시기를 타는 정보보다 그렇지 않은 것들 위주로 영상을 제작한다. “제 채널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이 사라지면서 역으로 수혜를 본 케이스죠. 그래서 당시에 우후죽순으로 내편TV의 형식을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처음에는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요. ‘처음이라 선례를 따라 해보는구나’라고 생각하죠.” 유튜브 코리아에서 선정한 유튜버 50인에 선정되었고, 내편TV 구독자 60만 명 달성을 앞두고 있는 김 씨는 새로운 정보 제공 채널 ‘어그래TV’를 지난 5월 개설했다. 그의 실제 지인들과 통화하며 나눈 음성을 따 영상화함으로써 생활 밀착형 언어로 생활 정보 혹은 시사 상식을 전달하는 것이 콘셉트다. 아직 성장세는 미미하지만 내편TV의 성공 경험을 믿고 꾸준히 운영해보려 한다. 조만간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국가 부처의 국민소통실과 협업해 정책과 제도를 안내하는 영상을 만들 예정이고, 또 유튜버가 되는 방법에 대한 책을 내기 위해 원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튼튼한 새 이빨을 갖춘 호랑이는 도전을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
- 2023-06-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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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인생2막 스타 꿈꾸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 바야흐로 인플루언서 시대.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통찰력을 나누며 인생2막 스타를 꿈꾸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3인 소개한다. 유튜브 ‘내편TV’ 임플란트 타이거(1969년생) 국회 공무원 출신 ‘임플란트 타이거’ 김상호 씨는 ‘내편TV’를 통해 정부 제도나 복지 정책 등의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한다. 최근 새로운 정보 제공 채널 ‘어그래TV’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강철헬스전략’ 강철진(1953년생) 수학교사 출신 강철진 씨는 ‘강철헬스전략’을 통해 시니어를 위한 운동 정보와 방법을 일러준다. 자칭 건강전도사로, 63세에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유튜브 ‘꽃중년’ 허은순(1967년생) 아들의 권유로 패션 유튜브를 시작한 허은순 씨. 이제는 그의 콘텐츠를 기다리는 팬들도 생겼다. 삶의 기록처럼 유튜브를 하며 ‘나이 들수록 푸르게 살자’는 일종의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 2023-06-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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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보며 구역질하는 사람
-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아침 뉴스쇼를 보는데 구역질이 났다. TV를 끄고 싶다.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다. 그래도 켜놓는다. 저것들의 사악함에 치가 떨리지만 지켜본다.” 어떤 칼럼니스트가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그 기분을 완전히 이해하고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서 구역질에 대해 찾아 공부하면서 이리저리 생각해보게 됐다. 고치는 방법까지 연구하지는 못했다. 구역질은 구토와는 좀 다르다. 속이 메스꺼워서 구토하려 하는 상태가 구역질이다. 바꿔 말하면 욕지기(토할 듯 메스꺼운 느낌)다. 오심(惡心)도 비슷한 상태다. 위가 허하거나 위에 한(寒)ㆍ습(濕)ㆍ열(熱)ㆍ담(痰)ㆍ식체(食滯) 따위가 있어 가슴속이 불쾌하고 울렁거리며 구역질이 나면서도 토하지 못하고 신물이 올라오는 게 오심이다. 이 단계를 넘으면 반위(反胃), 구역질을 해 위에 들어갔던 음식이 입으로 다시 올라오게 된다. 욕지기가 나서 몸이 괴롭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세상을 향해, 지 몸에 대해 욕지거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경남 통영의 욕지도 출신 언론인은 즤네 고향의 거리 이름이 욕지거리라고 하더라. 그럴듯한 농담이지만 고향을 그렇게 욕보이면 되겠나. 욕지(欲知)는 불교 화엄경 구절에서 따온 좋은 말인데.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유배 시절 시에는 울다가 앓다가 딸꾹질에 구역질에 대낮에도 이불을 끼고 방구석에 엎드려 있는데, 강진 사람 윤시유(尹詩有, 1780~1833)가 목이 긴 술병에 석 자가 실히 되는 농어를 들고 와 손수 회를 떠주어서 함께 먹고 즐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배부르고 취한다고 병이 나으랴만 당장의 괴로움을 그렇게 해서 잠시 잊었다고 한다. 구역질이라는 거부반응은 신체적 원인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이유에서 빚어지는 현상인 경우가 많다. 단종실록엔 단종이 즉위하던 해에 “내가 본래 구역질이 심하다”며 자주 통곡했다는 기록이 있다. 열두 살 소년이 실록의 표현대로 혈기가 아직 충실하지 못한 탓이겠지만, 재위 3년 만에 비극적으로 몰려나야 했던, 소위 계유정난(癸酉靖難)의 한 조짐으로 읽힌다. 명종~선조 연간의 학자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 1554~1637)은 절친했던 대암(大庵) 박성(朴惺, 1549~1606)이 타계하자 아래와 같은 제문(祭文)을 지어 애도했다. “아, 슬픕니다. 공은 악을 미워하기를 악취와 같이 여겨 구역질을 했습니다. 더불어 눈 마주치기를 부끄러워하고 혹 서로 가까워질까 두려워했는데, 지금 혼이 올라간 하늘에서도 저들의 추악함을 차마 보실 수 있겠습니까?[嗚呼哀哉 公之疾惡 如臭斯嘔 羞與交目 恐或相狃 今也魂升 能忍彼醜]” 미추(美醜)와 은원(恩怨)의 시비가 없다는 저세상에서도 더러운 꼬라지는 못 볼 만큼 개결(介潔)한 분이라는 말이다. 구역질은 트림, 재채기, 기침, 하품, 기지개와 함께 자연스러운 신체반응이지만 점잖은 자리나 어른 앞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예기(禮記)’ 내칙(內則)에 “부모나 시부모가 계신 곳에서는 (…) 감히 구역질하고 트림하며, 재채기하고 기침하며, 하품하고 기지개 켜며, 한 발로 기울여 서거나 기대지 않으며, 곁눈질하여 보지 않으며, 감히 침을 뱉거나 코를 풀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추워도 감히 옷을 껴입지 않으며, 가려워도 감히 긁지 말라니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문집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의 동지(動止)에도 하지 말라는 행동이 참 많다. 그러니까 글 제목이 그렇게 돼 있겠지만. -남이 보는 앞에서는 가려운 데를 긁지 말고, 이를 쑤시지 말고, 귀를 후비지 말고, 손톱을 깎지 말고, 때를 밀지 말고, 땀을 뿌리지 말고, 상투를 드러내지 말고, 버선을 벗지 말고, 벌거벗고 이[蝨]를 잡지 말고, 잡은 이를 화로에 던져서 더러운 연기가 나지 않게 하며, 손톱에 묻은 이의 피를 씻지 않아 남이 추하게 여기게 해서는 안 된다. -말할 때 몸을 흔들지도 말고 머리를 흔들지도 말고 손을 흔들지도 말고 무릎을 흔들지도 말고 발을 흔들지도 말며, 눈을 깜빡이거나 눈동자를 굴리지도 말고, 입술을 삐쭉거리거나 침을 흘리지도 말며, 턱을 받치지도 말고 수염을 쓰다듬지도 말고 혀를 내밀지도 말고 손바닥을 치지도 말고 손가락을 튀기지도 말고 팔뚝을 뽐내지도 말고 얼굴을 쳐들지도 말며, 자리를 긁지도 말고 옷을 끌어 잡지도 말며, 부채 머리를 거꾸로 던지지도 말고, 허리띠 끝을 돌리지도 말라. 구역질에 관한 대목도 있다. “거울을 늘 손에 쥐고 눈썹과 수염을 매만지며 날마다 고운 자태를 일삼는 자가 있는데, 이런 짓은 부녀의 행동이다. 옛날 어떤 천부(賤夫)가 거울을 보고 찡그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등 온갖 모습을 짓다가 남의 이목을 기쁘게 할 수 있는 태도를 택해 습관적으로 용모를 꾸미는 일이 있었는데 남들은 그를 사랑했지만 그 같은 사람은 나를 구역질나게 만드는 존재다.” 그런데 왕 앞에서 구역질 핑계를 댄 사람이 있었다. 성종 때의 병조참판 김순명(金順命, 1435~1487)은 유명한 술꾼이었나보다. 성종이 아침부터 비틀거린다고 지적하자 “신은 평소 구역질이 나서 숨이 막혀 얼굴로 올라와 그런 것이지 술에 취했던 게 아닙니다”라고 변명했다. 그러자 성종은 “거의 넘어질 뻔한 걸 내 눈으로 봤다”면서 “병조는 직임이 가볍지 않으니 이 뒤로는 몹시 취해 직무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훈계했다는 기록이 있다. 11년간 일기를 써서 널리 알려진 미암(眉庵) 유희춘(柳希春, 1513~1577)은 가문의 생활수칙이라 할 수 있는 ‘정훈(庭訓)’ 내편(內篇)에 이렇게 썼다. “무릇 존자(尊者) 앞에 앉을 때에는 반드시 머리를 조금 낮추고 머리를 들지 않는다. 비록 방기(放氣, 방귀)는 소리 없이 내더라도 구역질이나 트림이나 재채기나 기침이 나오면 머리를 돌려 피해야 한다.” 해도 괜찮은 게 있으니 그나마 참 다행이다. 소리만 내지 않으면 어른 앞에서 방귀를 막 뀌어도 되는가보다(근데 냄새는 어떡하지?). 이덕무도 ‘해도 된다’를 넘어 하라고 권장한 게 많다. 앞에 인용한 그 글이다. “글을 읽다가 옛 사람이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 정의를 위해 강개한 나머지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일이 적힌 대문을 만나면, 마땅히 비장강개한 마음으로 눈물까지 흘리면서 자신이 그 일을 당한 것처럼 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의 설화로만 보지 말고 두고두고 생각하여 비록 나라에 몸은 바치지 않았을망정 나라에 난리가 나거든 정의를 위해 절개를 지키고, 죽음으로써 나라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을 것을 기약해야 한다.” 그런데 구역질을 어떻게 참고, 눈물을 어떻게 만들어 내나. 그게 맘대로 되는 건가. 어쨌든 뉴스를 보고 구역질을 하는 사람이여, 잘못되고 추하고 더러운 것은 계속 구역질하며 미워하시되 정의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죽음으로써 나라의 은혜를 갚도록 노력해보시게나.
- 2020-12-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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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의 변화는 새로 구입하는 인테리어가 아니어도 된다]
- 아파트이건, 오피스텔이건 집이 깔끔하고 살만하다 싶으면 비싸다. 가격도 문제이지만 필자는 동네 형님들이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더 안 내킨다. 뭔가 집안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보자. 두 아이들이 우리부부의 품을 떠난 주말 너무 허전하고 아이들이 보고 싶고 안쓰럽고 걱정도 되면서 그래 확 이사도 가고 싶고, 변화도 갖고 싶고 그냥 살아야할 현실 속에서 고민한다. 필자는 아들 방으로 홈카페물건 넣어두었던 것을 아들 책장을 갖고나와 혼자작은발매트아래에 깔고 살살 끌고 나와서 tv옆으로 두고 홈카페의 물건을 옮겨본다. 신혼시절 작은 방에서도 이렇게 옮겨봐야지 하면 남편이 출근한 뒤에 혼자 이렇게도 저렇게도 바꾸곤 했다.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걱정해주던 남편이 역시 뭔가 집안가구나그릇을 움직이는 소리에 방에서 나와 걱정해준다. 별로 큰 움직임이 아닌 줄 알고 있다가 거의 이사가는집수준으로 해놓으니 어쩌려고 이러냐고 밥도 안 먹고 일하는 필자를 위해 중구집전화번호 쓱 가져가서 간짜장을 주문해준다. 이번 추석 때도 아이들 두부부가 이야기만 하고 과일 먹고 커피마시고 엄마만 애를쓰니 설거지를 좀 하면 안 되냐고 내편을 들어준 남편은 확실한 내편이다. 오래살기를 바란다. 감사히 간짜장먹고 다시 집안에서 가구의 대이동이 이뤄진다. 가구 속의 홈카페의 생두나 커피 잔으로 쓰는 도기류나 유리잔세트는 물론 책장이라 책도 모두 꺼내서 다시 내려놨다가 또 옮기고 내일은 일요일이라 저질렀는데 생각보다 너무 무거운 찜질기가 복병이었다. 친정엄마께서 살아계실 때 교통사고 당한 딸을 위해 사주신 제품이기도 하지만 따뜻하고 시원하고 아주 좋은 고가의 찜질기라 거실 쪽으로 움지이니 어머, 삭신이 쑤실 테지만 힘좀 썼다. 두손,두팔,심지어 두 다리를 지렛대삼아 밀기도 한다. 미쳤나보다. 왜 시작했나. 할 정도이다. 막내아들 결혼 후 외국으로 일하러 나간 후 첫 주말이다. 오늘 밤 잠은 다 잔 것같아 내몸을 힘들게 하고 뭔가 허탈하고 무기력해지는 나를 못살게 하고 싶은데 새로운 분위기를 위해 가구를 새로 구입할까 아니면 슬라이드 장으로 짜야하나 상담하러 갈까 하다가 집에 있는 아들이 두고 간 책장을 이용해본다. 홈카페장이 있던 자리엔 김치냉장고를 가져온다. 물론 이것도 머리로 그림을 그려본 내용이다. 계속 하다 보니 오후3시쯤 시작한 일이 밤 11시가 다 되어 마치게 되었다. 그런 김에 청소도 하고 버릴 것도 버리고, 집안 분위기도 바꾸고 일석삼조이다. 대단하다. 필자는 온몸이 힘들지만 아주 대 만족이다.
- 2016-09-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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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기획-나이들수록 소통에 힘써라] ② 시니어를 변화하게 하는 메머드급 에너지… 가족 '소통'
- 지난해 은퇴한 김석현(62세) 씨는 아침부터 부산한 아내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아내가 어디가는지 보다는 오늘도 점심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아내에게 한마디 건넨다. “나도 같이 가면 안돼?” 은퇴한 부부의 싸움은 의외로 단순한 일에서 비롯된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 냉장고 문 열었다 닫었다, TV 보며 빈둥거리는 남편들은 분노한다. “평생 고생하며 가족들 먹여 살렸는데, 퇴직하고 돈 못 버니 아내들의 괄시가 시작됐다”며 서운해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누구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 은퇴 이후 40~50년을 함께 살아야 할 부부가 서로에게 적응하는 방법을 몰라 빚어지는 갈등이라고 말한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싫거나 미운 존재가 아니라 그저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남편이 직장 생활을 했을 때 하루 종일 ‘자유’를 누리던 것들이 갑자기 그 자유가 없어져버렸다. 그 때문에 짜증과 스트레스가 쌓여 결국 심리적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부이혼 전문가는 "은퇴한 부부 사이의 가장 무서운 싸움은 ‘침묵’에서 시작한다. 남편은 뭐든 아내가 말하는 것은 ‘잔소리’로 생각한다. 서로에게 성의 없이 대답하면 대화를 조기에 차단함으로서 번거롭지 않고 필요이상으로 감정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긴 할 것"이라 의사소통 단절을 지적했다. 어떻게 대화를 해야 소통이 될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은퇴는 끝이 아닌 30~40여년이나 남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인생의 중간기착점이다. 따라서 은퇴 시기에는 남편과 아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부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게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서로 감정 소통이 안 돼 서먹서먹하게 지내거나 심지어 얼굴을 맞대면 짜증이 나는 사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며 “힘들겠지만 상대가 뭘 원하는지 뭘 하려는지 맞추려는 최소한 노력과 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은퇴와 함께 찾아오는 건강과 인간관계의 위기, 외로움과 허무함, 노후 계획 등 은퇴를 계기로 부부가 함께 우정을 나누듯 충분히 생각하고 작은 일부터 함께 하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길어진 노후생활을 위해 특히 감정이 동요하고 통하는 감성소통을 해야 한다.” 곽 교수는 공통된 관심사를 만들어 감정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기 때문에 일단 배우자가 표현한 감정은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한다. 곽 교수는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가를 느끼고 그것을 상대에게 적절히 표현해서 그에 대한 해답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통이 잘되는 부부는 외롭지 않아 프라우스 부부심리상담센터 송금희 원장은 “부부 간에는 풀 수 있는 것보다 풀 수 없는 문제가 훨씬 많다. 갈등 해소의 핵심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하다 보면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송 원장은 황혼 부부들에게 가장 먼저 ‘들어주는 연습’을 주문했다. “소통이 안 되거나 갈등이 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는 닫고 입만 연다는 것입니다. 자기 말만 하고 상대의 이야기는 듣지 않아요. 상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야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배우자의 감정에 대해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거든요.” 이에 이혼전문 H변호사는 은퇴 후 부부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진 황혼 부부에게 각자가 실천해야 할 두 가지를 제시했다. 남편에게는 아내와 하는 말의 수를 늘리라는 것과 본인 스스로에게 좀 더 유연해지라는 것이었다. 아내에게는 남편이 원하는 행동에 동행해주도록 노력하라는 것과 자신만을 위한 동적인 취미생활을 하라고 조언했다. 부부행복전문 A코치도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부부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대화라고 피력했다, "일상 속 의사소통을 위한 대화만으로는 부부 사이의 갈등을 해소되거나 유대감이 높아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의 감정을 수용하는,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자주 해야 행복한 부부로 살 수 있다"고 단순하지만 기본적인 얘기를 꺼냈다. 송 원장은 “상담센터를 찾은 중년 부부들의 대부분은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그렇게도 소통을 원하지만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소통의 의미를 자신에게 맞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요점, 자신의 주장에 맞춰서 진행되는 게 의사소통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자신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답답해하고 심지어는 ‘우린 말이 통하지 않는 부부’ 라고 결정 짓고 포기해버린다”며 “상대에 대한 어설픈 배려로 오히려 얘기를 혼란 속에 밀어 넣을 때가 많은데 그냥 다 털어놓고 밑감정을 얘기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훨씬 이해가 빠르게 되니까”라고 설명했다. 부부행복 전문 A코치는 "아내가 ‘내 마음이 우울해’라고 말했을 때 남편이 ‘그래 너 마음이 슬프구나’ 라고 반응이 돌아와서, 아내가 ‘그래, 저 사람이 내 마음이 슬프다는 걸 알아주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소통이 이뤄진 것"이라 조언했다. 세상에는 싸우지 않는 부부, 문제가 없는 부부는 단 한 쌍도 없다. 갈등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을 주고받는 소통을 하면 갈등은 해소되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 받을 수 있다.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를 하면 내편, 동반자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 이상 외롭다고 느끼지 않게 되고, 부부 사이에 애정과 신뢰, 친밀감도 높아진다. 부모 자식간 소통 방법은 공감대 형성부터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다. 집안이 화목해야 바깥일도 잘 풀린다는 이야기이다. 화목한 집안을 만드는 중심에 바로 부모가 있다. 화합하는 부모는 자녀들과 효율적으로 소통하며, 이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원활한 소통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화목한 가정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자녀, 그리고 가족을 변화시키는 부모의 소통방법이 더욱 중요해지는 오늘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직장을 다니거나 대학생이 되면 말 붙이기 조차 어렵다는 고백을 한다. 물론 중학생, 고등학생 때도 마찬가지다. 머리가 커져 말 붙이려 하면 “바쁘니까 나중에 말씀하세요.”라고 훅 가버린다. 부모는 배신감마저 든다. 특히 일만 해 온 아버지와 대화는 더 어색하고 불편해 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릴 수 없다며 자식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게 문제이다. 아버지들은 자식들과 대화를 한답시고 자식 붙들고 옛날 과거 얘기하면서 늘어지면 더 어렵게 된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기 위해서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갈등이 생겼다면 ‘난 그 말 듣고 좀 화나고 기분이 안 좋았어’라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대광고 김철경 교장은 “마음을 전달하는 말을 할 때는 감정의 주체가 자신이기 때문에 ‘나 전달법’으로 말해야 합니다. 나 전달법은 ‘나는~’으로 시작해 자신의 감정까지 넣어서 이야기하는 것을 말하죠”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내 마음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이때 ‘너는~’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 상대방은 그 말이 자신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느낀다. 그래서 상대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도리어 방어, 공격, 회피로 대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들이 계속 늦게 집에 오는 경우 아버지가 ‘너는~’으로 시작하는 말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란노 아버지학교 관계자는 "부모자식 간에서는 반드시 자식이 잔소리로 여기면 세상없이 중요한 말도 잔소리임을 인정하고 중단해야 한다. 특히 요즘 부모들은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고 자녀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보내야만 부모 도리를 다 하는 것으로 믿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대부분 대학 입시를 앞둔 고3만큼 바쁘고 고달프다. 부모는 그런 자식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알아서 저자세를 취하기 쉽다. 사소한 일로 툴툴거리고 짜증을 내도 공부만 잘하면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런 습관이 굳어지면 자식이 성장해도 “어머니 그만 간섭하세요.” “아버지가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등의 무관심한 말들을 서슴지 않고 내뱉게 된다. 단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존경심이 우러나기를 바라기는 어려운 환경이 되버렸다고 한다. 김철경 교장은 "부모자식 간 대화부재의 원인은 가족들의 개인주의,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이 가장 멀어진 데는 서로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손을 먼저 내밀지 않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중년 남성이 가장 외로울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을 때 자녀들이 모른 척할 때’라는 응답이 50%를 넘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접받고 싶은 만큼 상대에게 대접하라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소통의 방법을 제시해도 나이가 들수록 그토록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사실,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 전에 속내는 대접받고 싶기 때문이다. 한비자의 에서는 “논리나 말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상사의 의견이 명예와 명분을 중요시 하는데 실리를 따지며 얘기 하면 천박하다 할 것이고, 실리를 중요시 하는데 명예와 명분을 따지면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이는 타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의 어려움을 설파한 것이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존경과 신뢰가 있는 소통 사례를 잠깐 살펴보자. 선일여중의 호빵맨 최용범 교사는 SBS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서 학생지도 달인으로 소개됐을 만큼 유명하다.25년 경력의 베테랑 학생주임 최용범 (56)씨. 오토바이를 타고 매일 순찰을 돌며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짜잔~’하고 나타나는 그는 학생들의 수호천사이자 효과 빠른 긴급 구조대다. 윽박 대신 애정으로, 강요 대신 믿음으로 인근 지역에서 학생 선도의 최고봉이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학생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위해 양팔에 찬 휴대폰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더 놀라운 점은 학생들에게도 그의 번호가 모두 저장돼 있다는 것. 학생들의 119 역할은 물론, 전교생의 생일까지 빠짐없이 축하 메시지를 챙겨 보낸다. 단순히 전교생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문자를 보낸다고 해서 쌍방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이든 선생이지만 그의 진심이 인성교육 철학과 만나 고스란히 아이들의 마음에 전해지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능교육 양병무 대표(60)는 소통을 잘하는 CEO로서 “공자의 불치하문(不恥下問) 즉 아랫사람에게 묻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소통 덕목을 제시했다. 나이 먹었다고 세상사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이는 결코 소통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윗사람이 말을 걸지 않으면 아랫사람은 입을 열지 않는다. 아버지는 열렸는데 왜 자식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느냐고 채근할 일이 아니다. 소통의 부재는 전적으로 윗사람 탓이다. 그냥 기다리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다가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묻는 것은 사실 말을 거는 행위이기도 하다. 물음에는 답이 따른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고 저절로 소통이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묻고 대답하며 가르쳐 주는 관계가 형성되면 아랫사람도 어려워하지 않고 모르는 게 있으면 찾아와 묻는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자식, 아내, 부하, 학생, 후배 등 이들에게 권위와 가식, 억압과 통제의 사슬을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건 자신의 위신을 깎는 게 아니라 자신의 관용과 적극적인 이해의 태도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권위는 강요하는 게 아니라 존경에서 온다. 윗사람이 어렵게만 느껴져서는 존경의 마음이 아니라 두려움과 불안만 쌓이는 건 순식간이다.” 불치하문의 소통, 그것이 비로소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최적의 답이 아닐까 싶다. 결코 나이가 들어서 문제가 아니라 부부, 부모 자식, 스승과 제자 등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작은 진심부터 시도, 원활하고 건강한 소통 메커니즘이 작동되기를 희망한다.
- 2014-02-25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