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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품위 있는 노후를 위한 7계명
- 강인한 체력과 연금 그리고 보험이 노후 대비의 끝이 아니다. 전국에 운동 열풍을 일으킨 ‘마녀체력’ 이영미 작가는 진짜 행복한 노후를 원한다면 미리 해야 할 준비가 있다고 말한다. 근사한 중년을 지나 닮고 싶은 노년을 맞이하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일곱 가지 삶의 태도와 자세다. 1. 나이 핑계 삼아 허물어지지 말기 ‘못해’, ‘안 해’, ‘모르겠어’를 구호처럼 반복하며, 위축되거나 뻔뻔해지지 말고 나이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자. 2. 삶이 꼬일지라도 품위는 잃지 말기 유머다. 어쩌면 유머란, 인간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내 보일 수 있는 가장 고급 단계의 품위가 아닐까. 3. 취향이 맞는 유유상종 모임 만들기 근사한 것을 함께 누리고 의미 있는 일에 힘을 모으면서,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지켜보는 관계 즉, ‘도반’. 노후의 널널한 자유와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게 해 줄 값진 재산이다. 4. 외로움은 물리치고, 고독은 익숙해지기 노후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혼자 지내는 힘을 키워야 한다. 이름하여 ‘고독력’이다. 나이 들어가는 이들은 누구나 꼭 갖춰야 할 필수 능력이다. 5. 속마음을 제때, 제대로 표현하기 나이 든 이들에게 ‘남아 있는 나날’은 짧다. 더 이상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가 없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를 제때, 제대로 팍팍 날리면서 살자. 6. 젊은이와 스스럼없이 생각 나누기 자꾸 젊은이들과 만나야 자극받고,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다. 7. 살아온 흔적을 심플하게 정리하기 힘이 남아 있는 동안 내 손으로 조금씩 정갈하게 살아온 흔적들을 정리하고 치워 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욕심으로 부여잡고 있는 것은 나이 든 몸이 감당하기에 벅찬 쓰레기가 되고 말 테니까. “쇠해 가는 육체와 정신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늘어난 자유와 시간을 잘 누려보자는 마음을…!” - 마녀체력(이영미) 에디터 조형애 출처 남해의봄날 디자인 유영현
- 2024-04-1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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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뇌졸중 전 뇌가 보내는 마지막 신호
- 불시에 찾아와 목숨을 위협하고 겨우 목숨을 건져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질환, 뇌졸중. 대비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말 그럴까. 우호걸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전조증상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모두 머릿속에 담아둘 수 없다면 ‘FAST 법칙’만이라도! 뇌졸중은 무엇인가요? 뇌혈관이 터져 출혈이 발생하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두 질환을 합쳐 뇌졸중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뇌가 망가져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건데요. 우리나라 뇌졸중 형태는 뇌경색 76.3%, 뇌내출혈 14.5%, 지주막하출혈 8.9%를 보입니다. 전조증상이 있다고요? 대표적으로 안면마비, 편측마비, 언어장애가 있습니다. 한쪽 혹은 양쪽 눈에 장애가 발생해 물체가 둘로 보이기도 합니다. 갑자기 균형을 잡기 힘들고, 빙빙 도는 어지럼증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유 없이 심한 두통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증상을 기억하기 어렵다면 ‘FAST 법칙’을 떠올리고 빠르게 대처해야 합니다. FAST 법칙 Face: 안면 떨림과 마비가 온다. Arm: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진다. Speech: 말할 때 발음이 이상하다. Time: 증상이 발생하면 바로 119에 전화한다. 시간이 지나 괜찮아지면 뇌졸중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니 뇌졸중이라 불리는 일과성허혈발작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뇌졸중 전조증상으로 48시간 이내 50%가 재발합니다. 재발하면 마비에서 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괜찮아졌다고 방심하지 말고 즉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뇌졸중 증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119에 전화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친지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시 병원에 가세요. 병원 중에서도 뇌졸중센터가 있는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근처 뇌졸중센터는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119도 급성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알고 있습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약물치료와 시술이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혈전 용해제(주사제)를 투약하여 막힌 혈관을 뚫는 건데, 뇌경색 발병 후 4시간 30분 이내에만 할 수 있습니다. 기계적 혈전제거술은 뇌경색 발병 후 6시간 이내, 때에 따라 24시간까지 가능합니다. 이처럼 증상 발병 후 경과 시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치료가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빨리 병원에 가야 많은 선택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대비할 수 없는 만큼 예방이 중요합니다. 고령, 가족력 등 어쩔 수 없는 위험요인도 있지만 고혈압, 흡연,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 비만, 과음 등은 고칠 수 있습니다. 야채, 저염식, 곡물, 생선 먹는 습관을 들이고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코어운동 등 다양한 신체활동을 해야 합니다. 금주가 가장 좋지만 꼭 마셔야 한다면 1~2잔 이하로 해야 합니다. 담배는 금연보조제 도움을 받아 끊는 것이 좋습니다. “FAST를 기억하세요. Face 얼굴 마비, Arm 한쪽 팔다리 마비, Speech 언어장애, Time 골든타임!“ 에디터 조형애 취재 문혜진 도움말 우호걸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디자인 유영현
- 2024-04-1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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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복지주택 문턱 낮추고 ‘분양형’ 부활
- 정부는 2025년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든 입주할 수 있는 분양형 실버타운을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경로당에 식사를 지원하고 요양병원 간병 지원을 제도화하는 등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대비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22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대비할 관련 정책을 밝혔다. 분양형 실버타운 재도입과 장기임대주택 도입 정부는 지난 2015년 폐지됐던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을 다시 도입한다. 현재 노인복지주택은 임대만 가능하지만, 이후 노인복지법 개정 등을 통해 인구 감소지역 89곳에 한해 분양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에 있던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자’라는 자격 요건을 폐지해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든 입소할 수 있게 된다. 주택연금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기존에는 실버타운에 입주하면 주택연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예외를 허용한다. 위탁 운영 요건도 완화한다. 기존에는 노인복지주택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어야 위탁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요건을 없애 앞으로는 호텔, 요식업체, 보험사, 리츠사, 장기요양기관 등 여러 기관이 운영할 수 있게 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이 고령자를 위해 공급하고 있는 ‘고령자복지주택’은 기존 연간 1000가구에서 3000가구 규모로 확대한다. 리모델링형, 민간제안형 등을 신설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추첨제를 일부 도입해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 국토부는 고령자 대상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실버스테이’를 시범사업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고령친화적으로 설계하고 복지관 등 공동시설을 설치하는 대신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특례 등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도시를 개발한다면 택지의 일정 비율을 노인 주거 지역 부지로 제공해 어르신 친화 주택 공급도 늘릴 방침이다. 요양병원 간병 지원 제도화와 치매 주치의 도입 이달부터는 요양병원 간병 지원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이를 바탕으로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제도화할 계획이다. 간병인 관리·운영에 관한 표준 지침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간병 서비스 시장 질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 기관 관리 기준 마련 및 등록제 도입도 추진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대상자는 올해 230만 명에서 2027년 400만 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또한 ‘재택 의료센터’를 현재 95개에서 2027년 250개로 늘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재택 의료 활성화를 유도한다. 중증환자의 방문 진료 본인 부담금도 현행 약 3만 8000원에서 절반 수준인 1만 9000원까지 낮출 예정이다. 어르신들이 집에서도 장기 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중증 환자의 ‘재가 요양급여’도 늘린다. 중증도 1등급 기준 189만 원에서 207만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요양·목욕·간호 등 방문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통합재가기관도 현재 75개에서 1400개로 늘린다. 올해 7월에는 퇴원 환자들이 집에서 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재택간호통합센터’를 도입한다. 같은 달 ‘치매 관리주치의’ 시범사업도 시행한다. 치매부터 건강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치매 어르신 실종 예방을 위한 휴대용 신원확인 시스템도 운영한다. 더불어 치매 어르신이 집과 같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유니트 케어’ 시범사업도 올해 하반기 시행할 예정이다. 경로당 식사 제공부터 노인 건강까지 생활 속 어르신 지원도 늘어난다. 우리나라 경로당은 6만 8223개로 이 중 42%가 평균 주3.6일의 식사를 제공한다. 정부는 경로당·경로 식당 지원으로 올해부터 식사 제공 횟수를 늘려 최종적으로 매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조리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경로당 4만 개에 대해서는 시설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안전관리자도 배치한다. 이 외에 아파트나 일반 거주지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본인이 부담하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 등 유인 정책을 통해 식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인 안전을 위해서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올해 상반기 전체 독거노인으로 확대하고, 2025년부터는 노인 학대 신고 의무 직군을 12개에서 18개로 늘린다. 어르신 건강을 위한 생활 여건 조성에도 나선다. ‘시니어 친화형 국민체육센터’를 확대하고, 파크골프 활성화, 어르신 생활체육지도사 배치 지원 사업, 어르신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어르신 맞춤형 운동 정보 홍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2024-04-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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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방’ 주인공서 그룹홈 설립자로, 논두렁밭두렁 윤설희
- ‘우리 집의 제일 높은 곳 조그만 다락방. 넓고 큰 방도 있지만 난 그곳이 좋아요. 높푸른 하늘 품에 안겨져 있는 뾰족지붕 나의 다락방 나의 보금자리.’ 1970년대 활동했던 혼성 포크 듀오 ‘논두렁밭두렁’의 대표곡 ‘다락방’의 가사다. 이 노래를 알고 있다면 그들이 부부였다는 걸 기억할 테다. 두 사람은 부부의 연으로 가꾼 보금자리에서 더 많은 인연을 보듬어 가족으로 맞았다. 남편 김은광은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아내 윤설희는 여전히 그 보금자리에 남아 사랑의 온기를 더하고 있다. ‘다락방’을 비롯해 ‘외할머니댁’, ‘영상’ 등의 곡으로 사랑받았던 논두렁밭두렁. 종종 방송이나 무대에 나오긴 했지만, 이전처럼 활발한 소식을 듣긴 어려웠던 그들이다. 가수로서의 행보는 그러하나, 사실 부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온 터였다. 쉼 없는 지난날을 한눈에 보여주는 건 아내 윤설희 작은도서관 더브릿지 관장의 SNS 프로필이다. 논두렁밭두렁 멤버로 시작해 다리The Bridge청소년사업가지원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땡큐 이사장, 별빛내리는마을과 봄채 아동 그룹홈 설립자, 사랑하는교회 목사 그리고 작은도서관 더브릿지 관장까지. 적혀 있지는 않지만 음악학원과 24시 어린이집도 운영했다. 그런데 음악학원을 제외하면 가수와 연계된 활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수였던 그들이 이렇듯 의외의(?) 근황을 알리게 된 데에는 아내 윤 관장의 뜻이 컸단다. “첫딸을 낳고 가수 활동은 그만뒀어요. 어려서부터 꿈이 현모양처나 교사였는데, 그 영향인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작은 기타 학원을 운영하다가 종합적으로 음악 교육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연 방송음악학원이 꽤 인기를 끌었는데, 어느 날 보니 엄마들 사이에서 ‘값비싼 학원’으로 알려져 있더라고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짜느라 스무 명 넘는 강사를 초빙한 데다 건물 임대료까지 냈으니, 교육 원가 대비 수업료가 높지는 않았거든요. 어쨌거나 내가 원했던 결과는 아니었어요. 차라리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국가의 보조를 받아 더 부담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교육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렇게 어린이집을 열게 됐습니다.” 갈 곳 없는 아이들, 보금자리를 내어주다 어린이집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가 터졌다. 가장들은 회사 밖으로 내몰렸고, 집집마다 재정난에 시달렸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당시 그런 현실의 아픔을 고스란히 마주했던 윤 관장이다. “IMF로 해체되는 가정이 늘어가는 걸 실감했어요. 낮뿐 아니라 밤에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생겨났죠. 그러면서 24시 어린이집을 떠올렸는데, 막상 우리나라에 몇 곳 없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지방 공연을 다니면서 아이들 맡기는 문제로 고민했던 경험이 있던지라 고충을 해결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24시 어린이집을 개원했습니다. 당시 벼룩시장에 ‘무료탁아상담’이라는 1단짜리 광고도 냈죠. 말 그대로 무료로 탁아 상담을 했는데, 그러면서 정말 많은 가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걸 한 번 더 알게 됐습니다.” 그나마 24시 어린이집에라도 오는 아이들은 다행이었다. 그곳마저 다닐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도망 나온 엄마와 아기, 생활고로 조부모에게 떠맡겨진 손주들, 호적도 없이 버려진 신생아까지. 저마다 딱한 사정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논두렁밭두렁 부부는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 자신의 보금자리를 내어주기로 결정했다. “2000년 6월이었어요. 미혼모의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러면서 그게 바로 ‘그룹홈’이라는 걸 알게 됐죠. 2003년에 ‘별빛내리는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아동 그룹홈을 설립했고, 10년 후인 2013년엔 여자 아동 그룹홈 ‘봄채’를 설립했습니다. 만든 두 개의 그룹홈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2000년 초만 해도 그룹홈이란 개념은 생소했다. 국내에 많지 않은 그룹홈을 운영하는 이들은 대체로 종교인이었는데, 법적 근거가 부족해 이렇다 할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다 2010년대에 이르러 아동공동생활가정(그룹홈) 발전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통과, 아동복지법 개정 등을 통해 관련 지원책들이 속속 생겨났다. 아직도 사회적으로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하지만, 과거 불모지 같았던 때를 생각하면 그나마 형편이 나아진 셈이다. 제 가정도 돌보기 어려웠던 시절, 숱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서 정말 먹고살기 힘든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도 크게 어렵다고 느끼진 못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어 행복했죠. 나만 헌신한다고 여겼으면 여태껏 오래 해올 수 없었을 거예요. 결국은 나에게도 보탬이 되고 즐거운 일이었던 거죠. 요 며칠도 하루 세 시간 자고 밤을 꼴딱 새고 하면서 일을 했는데, 피곤하긴 했지만 기쁨이 더 컸어요. 막상 제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준 건 얼마 되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아이들을 통해 성장했고, 많은 걸 이뤘죠. 결국 그 원동력은 이타심보다는 자기실현에 가까웠다고 봐요.” 남편의 유작 ‘사랑해봤나’를 완성하며 여러 아이를 돌봐야 하는 고단한 상황에서도 가장 큰 힘이 돼준 건 남편인 가수 故 김은광이었다. 오래오래 그들의 보금자리에 함께 머물렀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는 2010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진단을 받고 1년 만에 이별을 겪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슬퍼할 새도 없이 아이들 챙기는 데 여념이 없었던 윤 관장이다. 그러다 한 번씩 불현듯 찾아오는 남편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부랴부랴 애들 밥 먹이고 학교 보내고 나면 그제야 제정신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한바탕 울고 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아이들 챙기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한번은 운전하고 가는데 길을 잘 모르겠는 거예요. 이럴 때 남편이 있었으면 당장 전화해서 물어봤을 텐데, 그럼 그이가 이렇게 저렇게 가라고 설명해줬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부부는 반쪽이라고 하는데 그 이상이었구나, 적어도 3분의 2쯤은 되겠구나, 다 내가 해온 일이라 생각했는데 우리 남편 몫이 참 컸구나, 부부가 함께한다는 건 되게 좋은 거였구나 깨달은 거죠. 요즘도 그렇게 불쑥불쑥 남편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가 있어요.” 최근 윤 관장은 남편의 유작을 하나 발견했다. 연필로 적은 악보였다. 논두렁밭두렁의 노래는 남편이 작곡, 아내가 작사하곤 했는데, 남편이 생전 작곡해둔 노트를 찾은 것이다. 함께 노래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좋은 노래는 듣자마자 좋은 가사가 생각나곤 했다. 남편의 악보를 피아노로 치다 보니 순간 가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사가 지어졌고, ‘사랑해봤나’라는 제목의 곡이 완성됐다. “‘사랑해봤나’ 가사는 그런 내용이에요. 청춘이 빛났던 건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의 기억이 있기에 어쩌면 우리는 더 사랑을 원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곡을 지었고, 곧 음원으로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다가오는 4월에는 완성된 곡으로 남편을 위한 추모 공연을 열려고 해요. 근데 한번 불러보니까 음역대가 제가 소화하긴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동생(가수 윤설하)에게 부르라고 했더니 사랑 얘기는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고사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제가 부르게 됐어요. 저도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지만, 남편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잘 불러보려 합니다.” 아이들아, 언제든 편히 찾아오렴 남편의 추모 공연은 그룹홈이 있는 건물 지하의 소리 소극장에서 열린다. 같은 건물에 더브릿지 작은도서관이 있는데, 이 공간을 마련하게 된 건 그룹홈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우리 애들이 보면 친구가 없더라고요. 학교 가면 엄마 아빠에 대해 얘기할 경우가 많은데 그런 걸 못 하니까. 그러다 보니 자꾸 위축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마침 여기저기서 후원받은 책도 많겠다, 이걸 잘 모아서 지역사회와 공유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작은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과 주민분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교류하길 바랐죠.” 소극장과 작은도서관, 교회와 그룹홈까지 모두 한 건물에 있다 보니 간혹 윤 관장을 건물주라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지원금과 후원금이 있긴 하지만, 공간을 유지하고 식솔들을 챙기려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윤 관장은 또 다른 형태의 그룹홈을 꿈꾸고 있었다. 바로 노인들을 위한 그룹홈이다. “제가 부모 역할을 하지만 많이 부족했죠. 아이들 하나하나 눈 맞추고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하는데, 지원금이나 행정적인 업무들 처리하느라 서류 만지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도 누군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든 생각이 외롭게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그룹홈을 만들고, 아이들과 교류하도록 하면 어떨까 한 거죠. 아이들 수만큼 어르신들이 있다면 저마다 충분히 사랑을 독차지할 테니까요. 가능하다면 언젠가 마당 있는 넓은 집을 마련해 그런 꿈을 이뤄보고 싶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일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하자’라는 포부로 지난 20여 년을 달려왔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비로소 아름다운 세상이라 믿으며, 그런 아름다운 세상에서 더불어 살기를 희망하며 남은 인생도 지금처럼 살아가리라 다짐해본다. 올해로 칠순, 윤 관장 개인만을 생각한 노후의 꿈은 없을지 궁금했다. “글쎄요. 지금처럼 계속 일하는 게 곧 노후의 꿈이자 준비 아닐까요. 요즘도 그룹홈 아이들을 대형 승합차에 태우고 여행도 다니고 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 친구들이 이제 힘들 텐데 일을 그만하라 하죠. 근데 저는 오히려 일을 취미로 한다는 기분이에요. 지금이야 여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말 늙어서 뭘 못 하겠다 싶은 때가 오더라도 작은도서관 관장은 하려 해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도서관 귀퉁이 어딘가에 앉아 책 읽고 있으려고요.(웃음) 한편으론 그룹홈을 떠난 아이들이 종종 찾아오길 바라죠. 이번 설날에도 혹시나 해서 세뱃돈 챙겨 기다렸는데 많이 오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찾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의 형편도 이해합니다. 다만 살면서 힘들고 외로운 순간, 늘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아이들이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 2024-03-1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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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팅 앱서 사랑 찾는 5070, “재혼을 꿈꾸다”
- 1인 가구 750만 명 시대. 사별·이혼을 겪은 중년 1인 가구가 고독사 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이 외로움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사람’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것이 현실. 과거 빵집, 롤러장 등에서 이성을 만나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중장년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성 친구를 만난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혼 남녀 사이에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하 데이팅 앱)의 인기가 높아졌다. ‘로맨스 스캠’(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돈을 뜯는 수법) 등의 사기 피해가 거론되지만, 이전에 비해 믿을 만한 데이팅 앱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라는 사회적인 배경이 더해지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데이팅 앱도 속속 등장했다. 사랑을 찾고자 하는 마음은 젊은이 못지않은 중장년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성 친구가 필요해 신흥강자로 떠오른 시니어 데이팅 앱 ‘시놀’(시니어 놀이터)은 5070의 액티브 라이프를 위한 소셜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이성 친구도 찾을 수 있으며, 취미 활동을 함께할 모임에 가입할 수도 있다. 김민지 시놀 대표는 “통계조사를 보면 60세 이상 법적인 싱글만 54%였다. 이들은 과거 95%가 결혼하는 시대를 살았다. 누군가와 같이 살다가 혼자가 됐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나 고립감은 매우 크며 사회적인 문제가 될 정도인데, 그것을 해결해줄 곳은 없다고 느꼈다”며 시놀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시니어의 외로움·고독사 문제는 분명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데 꼭 ‘친구’가 아닌 ‘이성 친구’가 필요할까. 싱글인 시니어 스스로도 ‘이 나이에 그냥 살아야지. 남사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을 터. 김 대표는 “시니어들이 시간적 여유가 많을 것 같지만, 친구끼리 시간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경제적인 형편도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니 취미와 여가 생활을 함께 즐기기 어렵다”면서 “관심사가 맞는 이성 친구를 만나면 뭐든 함께할 수 있고, 속 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체 통계를 보면 ‘이성 친구’를 검색해서 앱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연애에 대한 시니어들의 관심도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얘기했다.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앱을 운영한 시놀은 8개월 만에 회원 2만 명을 돌파했다. 시니어의 ‘사랑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읽은 덕분이다. 회원 가입은 만 50세 이상인 1973년 이전 출생자만 가능하다. 또한 본인 명의 휴대폰을 통한 인증을 시니어들이 어려워함에 따라 사진 촬영으로 본인 확인을 한다. 이로써 시놀은 로맨스 스캠 등의 피해에 대비했다. 김 대표는 유료화를 빨리 진행한 것도 성공 이유로 꼽는다. 시놀 가입 회원은 자신의 정보와 관심사를 바탕으로 매일 이성 친구를 추천받는다. 그중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면 편지를 보낼 수 있는데, 한 번 전송하는 데 2500원이라는 비용이 든다. 이 시스템은 편지의 오남용을 막고 진정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새로운 사랑을 꿈꾸다 시놀 회원은 60대가 가장 많으며, 성별로 보면 남성이 70%, 여성이 30%라고 한다. 회원의 싱글 사유는 이혼 66%, 사별 18%, 미혼 16%라고 한다. 김민지 대표는 “황혼 이혼도 증가 추세고, 돌싱은 더 이상 흠이 아닌 시대가 됐다. 여성 회원분들은 대부분 재혼을 목적으로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혼인 분들 역시 혼기를 놓친 경우가 많아 결혼에 대한 생각이 강한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시놀을 통해 매칭된 커플은 4600여 쌍. 실제 커플이 되어 후기를 남긴 이들은 10쌍 정도다. 김 대표는 실제 커플 모두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재혼 평균 연령이 남성 51세, 여성 46.8세라고 한다. 회원들을 보면 노후는 혼자 외롭게 보내고 싶지 않아 남은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들도 부모가 새로운 사랑을 찾기를 적극적으로 응원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이며, 삶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나고 있다. 김민지 대표는 “신체가 건강한 시니어들은 젊었을 때 만큼 사랑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시니어가 결혼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보다 성숙해진 시니어들의 연애는 상대방을 더욱 배려하고 함께 나이 듦을 인정할 수 있기에, 진정한 동반자를 만날 확률이 높다”면서 실버 로맨스의 메신저로서 응원을 전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설렘·행복·정서적 안정감을 높여주고, 우리 인생 하반기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그리고 시니어들은 더 많은 자유 시간과 구매력이 있기에 젊은 사람들보다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건강한 에이징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으세요!”
- 2024-03-0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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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고갈, 신(新) 연금으로 해결 될까?
-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논의가 중단된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만큼 받는’ 새로운 연금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모수 개혁 안에는 구체적인 숫자가 언급되지 않은 데다, 곧 다가올 총선으로 인해 연금개혁 논의가 중단됐다. 이에 연금개혁이 지지부진 되고 결국 연금기금 고갈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KDI가 개혁안과 다른 신(新) 연금 기금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21일 KDI가 내놓은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은 미래세대를 위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5%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되, 연금 수급 방식을 낸 만큼 받는 형태로 바꾼 새로운 연금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KDI가 제안한 ‘신연금’ 제도는 원금이 오롯이 보장되는 완전 적립식이다. 기존에 있던 연금은 ‘구연금’으로 분리해 운영하자는 것. 이는 현행 연금 제도의 구조상 보험료율로 약속된 연금 급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보고서를 통해 KDI가 제안한 방안은 △특정 시점에 구연금 제도 정지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은 일반재정으로 보충(미래세대에 부담 전가하지 않음) △기대수익비 1의 신연금 도입 △신연금 제도는 확정기여형(DC)으로 설계해 재정 안정성 담보 △신연금 소득재분배 기능은 동일 연령 내에서 소득 이전 가능한 CCDC형 도입 등이다. 보험료율 35%까지 올려도 기금은 소진된다 현재 국민연금 개혁안에서는 적립 기금의 고갈을 늦추는 방안을 주로 논의하고 있지만, 기금 소진을 늦춰도 세대 간 형평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더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연금 제도는 기금이 소진된 후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우선 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보고서는 “현 국민연금 제도에서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앞 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큰 것에 기인한다”고 짚었다.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크다는 것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대비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하는 지급액이 더 크다는 의미다. 기대수익비가 1이라면 낸 만큼 받는 게 된다. 이강구 KDI 연구위원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금개혁 방식은 대표적으로 보혐료율을 인상해서 적립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기성세대는 기존대로 연금 급여를 받으면서 젊은 세대는 보험료를 높게 내야 해 세대 간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운용 방식을 유지한다면, 보험료율을 현행의 두 배인 18%로 올려도 결국 2080년경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립금이 소진된 이후에는 매해 보험료 수입으로 연금 급여를 충당하는 부과식으로 전환된다. 국민연금의 적립 기금 고갈 예상 연도는 2054년이다. 신승룡 KDI 연구위원은 “부과식에서는 기금이 소진되면 가장 우선하여 보험료율을 높여 연금 급여를 충당해 나가는 방식이 고려된다”면서 “보험료율이 35% 내외까지 올라간다는 것인데, OECD 최고 수준인 이탈리아의 33%를 능가하는 수준이면서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때 기대수익비는 0.44로 “낸 돈의 44%밖에 받지 못하는 충격적인 숫자”라며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기대수익비 1을 만족하는 완전적립식 ‘신연금’ 제도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연금 기금이 소진된다면 기대수익비를 1만큼도 보장할 수 없다고 본다. 저출산이 원인이다. 일차적으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기에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기금이 일단 고갈되고 나면 인구수가 적은 청년층이 인구수가 많은 고령층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기대수익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연금은 ‘구연금’으로 운용하고, 기대수익비가 1인 신연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낸 만큼 받는 연금, 실효성은? KDI가 제안한 신연금제도는 합계출산율이 낮더라도 미래 세대가 기대수익비 1을 보장받을 수 있는 완전적립식이다. 개혁 시점부터 내는 보험료는 신연금의 연금 기금으로 적립하되, 개혁 시점 이전에 낸 보험료에 대해서는 구연금으로 분리하자는 것. 구연금은 기존과 동일하게 기대수익비 1 이상을 지급하는 방식을 따르고, 기금 고갈 후 필요한 금액(미적립 충당금)은 정부의 일반재정으로 채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강구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을 당장 개혁할 경우 2024년 기준 재정부족분은 609조 원 수준이지만, 5년 뒤에 개혁이 이뤄진다면 부족분은 869조 원으로 늘어난다”면서 “609조 원이 굉장히 큰 규모이지만 개혁이 늦춰질수록 부담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KDI 보고서는 연금을 분리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면, 신연금 보험료율을 15.5%로 인상할 경우 40%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 경우 현재 60세인 1960년생의 기대수익비는 2 이상, 현재 50세인 1974년생의 기대수익비는 1.5 내외, 현재 18세인 2006년생 이후 세대의 기대수익비는 1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대수익비를 1 수준으로 유지하는 국민연금이 사적연금과 비교했을 때 굳이 가입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사적연금은 개인이 투자처를 발굴할 수도 있기에 운용 방식에 따라 낸 것보다 더 받을 기회도 있기 때문이다. KDI는 이에 대해 “공적연금은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국가의 의무적 저축”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에서 사회 전반의 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공적연금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만약 개인이 자율적으로 연금을 준비하는 것으로만 노후를 준비하라고 한다면, 일부 고령층의 노후 소득은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국민연금과 같은 대규모 기금의 운용수익률이 사적보험 수익률에 비해 높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신승룡 KDI 연구위원은 “기금 수익률이 좋으면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기대수익비1=원금+이자+기금운용 수익) 나쁜 숫자는 아닐 것”이라며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개인이 직접 투자할 때 평균적으로 기대수익비1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보다 높았기 때문에, 국민연금(신연금) 수익률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같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신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가져가려면 급여 산정 방식을 현행 확정급여형(DB형)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DB형은 향후에 받을 보험료를 계산할 때 보험료를 낸 시점에 결정하지만, DC형은 연금을 받는 시점에 결정한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 변화에 지금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다만 DC형이 연금의 민영화를 촉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신승룡 연구위원은 “개인 계좌제가 아닌 코호트 계좌제로 연령군이나 코호트(그룹)의 계좌를 따로 두는 것을 제안한다”면서 “개인 계좌제와 달리 코호트 계좌제는 가입자가 연금 급여를 받다가 사망하고 나면 적립액은 생존자의 계좌로 이전돼 생존자의 급여를 높이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DC형 신연금 구조라면 연령군에 적용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출 수도 있고, 보험료율 조정으로 소득대체율 조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모수 조정뿐 아니라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이번 제안으로 국민연금 구조 개혁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촉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2024-03-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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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걱대는 정년·연금 톱니바퀴에… 중장년 노후 계획은 ‘균열’
- 전업주부였던 김금자(가명, 56세) 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2년 전 30년간 일했던 직장에서 은퇴한 남편의 수입이 끊기자 뭐라도 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를 더 늦춘단다. 눈앞이 캄캄했다. 많은 중장년이 김 씨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도 남았고, 자녀 결혼도 시켜야 하고, 아픈 곳은 점점 많아지는데, 김 씨는 65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10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퇴직 연령은 빨라지고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늦춰지고 있다. 퇴직 후부터 연금을 받기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기’가 길어지는 이유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50세 이상 인구는 늘어나는데, 국민연금 재정은 고갈 위기에 있다. 맞물려 굴러가야 할 정년 연장과 국민연금이라는 톱니바퀴가 어긋나 있는 상황이다. 정년 연장과 맞물린 국민연금 연금 수급자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건 인구학적으로도 정해져 있다. 697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2020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이 줄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를 포함한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수도 감소세다. 반면 지역가입자 중 연금 수급 연령에 가까운 50대 이상 가입자는 증가 추세다. 문제는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의 소득 공백기다. 60세에 퇴직한다 해도 평균 5년의 소득 공백기가 생긴다. 이에 따른 연금 개혁 요구가 높아지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의 몇 %를 주는지 나타내는 비율)을 50%까지 올리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은 현행 42.5%(2028년 40%)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만 15%로 올리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더 많이 내고 많이 받거나, 더 많이 내고 그대로 받는 방안이다. 자문위원회는 보험료 인상,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의무가입 상한 연령 연장 논의는 불가피하지만 “현재의 소득 공백 기간을 고려하면 급격한 제도 전환은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년 연장 혹은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과 함께 순차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고령층 경제활동 참여를 높일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 60세 연장법(60세 이상 정년제)을 시행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에서는 정년 60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65세로 연장하자는 한국노총의 입장과 계속고용 형태로 이어가자는 정부의 입장이 팽팽하지만,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 연령을 일치시켜 소득 공백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공통된 의견이다. 정년 연장에 밀려나는 중장년 정년이 연장됨으로써 고령층 고용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실제로 정년 연장은 고령자의 퇴직 의사결정 및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네덜란드에서는 법정 연금 수급 연령을 1~2년 늦추면, 예상 퇴직 시점을 3.6~10.8개월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도 법정 퇴직 연령 기준이 높아지면 근로자 평균 퇴직 연령도 높아진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정년 연장을 논의할 때 항상 언급되는 문제점이 ‘청년층의 고용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2013년 정년 연장 이후 이어진 많은 연구는 청년층의 고용은 늘고 오히려 중장년이 일터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발간한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대한 소고’를 보면 60세 정년 연장 이후 45~54세 연령대 고용은 감소했다. 고령층과 중장년층이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는 의미다. 또는 정년 연장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고자 중장년의 조기 퇴직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도 중장년층 근로자 고용이 감소해 총 고용 규모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고용 형태로는 정규직이 줄었고, 사내 직급으로는 차장급 및 부장 이상 직급의 고용이 줄었다. 정년 연장은 소득 공백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중장년 인력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려면 고령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정년 관련 대책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일터에서 밀려나는 중장년의 노동 시장 복귀를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정희진 한국은행 조사역과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논문에서 “중장년층 근로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노동 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중장년 대책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환웅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3년 정년 연장 입법 이후 중장년층의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 격차가 교육 수준에 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정년 연장의 부정적 고용효과를 줄이려면 중장년 중에서도 특히 저숙련 중장년층이 빠른 시간 내에 노동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정책 설계 방안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참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향후 과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대한 소고’,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
- 2024-01-1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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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늘어나는 노인일자리, “지속가능성 확보 등은 숙제”
- 2024년 정부가 발표한 노인일자리 규모는 103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예정이다.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이하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에 따라 ‘약자복지 지원’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양질의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확대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행한 ‘고령사회의 삶과 일’의 ‘2024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주요 안내’에서는 “유형별로는 공익활동형 4만6000개, 사회서비스형은 6만6000개, 민간형 3만5000개가 늘어난다. 베이비붐·신노년 세대를 대비하는 일자리인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 일자리의 증가분이 전체 일자리 증가분 14만7000개의 70%인 10만1000개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유형별 일자리 수로 예측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에 따라 노인일자리 사업량이 확대되며, 이에 소요되는 예산도 4862억 원이 증액된다. 지난해 대비 31% 증액된 금액으로 2조 262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일자리 수당 2018년 이후 6년 만에 인상됐다. 기존 대비 2만~4만 원(+7% 수준) 더해질 방침이다. 공익활동형 일자리 단가는 27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사회서비스형은 71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4만 원 인상된다. 늘어나는 일자리 수를 담당하는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종사자 수도 1220명을 증원하여 6520명까지 늘린다. 다만 최저임금 및 물가 상승 수준 등을 고려한 공익활동 활동비 인상과 노인일자리 수행기관과 담당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도 지속 추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24년 새롭게 추진할 주요 일자리 분야를 4가지로 갈무리했다. △경로당 등 노인여가시설 지원 분야(건강관리·치매예방프로그램 등)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활용 △폐지수집 노인을 노인일자리사업 대상자로 흡수(개인 욕구 및 특성 파악 후 희망자에 한해) 후 노인복지서비스 제공 △취약계층 급식지원사업(경로식당) 대상자 확대 및 이에 따른 인력(조리·배식·위생 관리 등)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로 공급 △타 부처 및 공공기관과 협력한 노인일자리 창출 확대. 대표적인 예 ‘늘봄학교 돌봄지원 서비스’(교육부), ‘시니어 안전점검원’(국토부), ‘경찰서 급식지원사업’(경찰청) 등 아울러 민간일자리 확대에 따라 취·창업 일자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식사 및 세탁 서비스 분야 인프라 지원 사업을 통해 시장형사업단 육성을 지원하고, 지역 내 1인 노인가구의 일상생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참여 노인과 기업의 노인일자리 접근성 향상 및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취업형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고령사회의 삶과 일’ 권두사를 통해 “노년기 일과 사회 활동에 대한 수요를 단순히 연령으로 나눠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 노년층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과 능숙한 디지털 활용능력을 보유하고, 노후준비는 불충분하여 전문성을 발휘하는 노동에의 참여 욕구가 상대적으로 높다. 한편 현 노년층은 고용시장 재진입이 어려운 근로 취약계층이 대다수로, 민간 영역의 취·창업도 필요하나 복지적 차원에의 사회활동도 더욱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권두사 말미에 노인일자리사업이 당면한 주요 정책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의 중장기 수요추계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정책 목표 수립 △노년기 노후소득 보장 및 자아실현의 두 가지 정책목표를 중심으로 한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적 내실화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유형 다양화 및 민간분야 취·창업 노인일자리사업 활성화 △지역거버넌스 기반 노인일자리 수행체계 개발, 사회적 경제 조직 등 수행기관 다변화를 통한 노인일자리사업 전달체계의 지속가능성 확보 △노인일자리 법적 근거 강화, 근거 기반 정책 수립의 통계 구축, 민관협력 강화 등 노인일자리 정책 인프라 확충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령화 대응 정책에서, 나아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고령화 대응 정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행복한 노년의 동반자로서, 노인일자리사업의 사명과 책임을 다시금 새겨보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참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고령사회의 삶과 일’
- 2024-01-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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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뭐더라”는 그만, 대화 막힘없는 한 해 만들기
- "그러니까 내 말은 그거 말이야. 그거 있잖아, 그거! 그게 뭐더라… 아참 그렇지! 그래서 내 말은…. (근데 내가 이 얘기를 왜 꺼냈더라?)” 좀처럼 알던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행선지를 잃어 삼천포로 빠지는 대화. 흰머리나 주름이 신체 노화를 상징하듯, 우리 뇌와 언어의 노화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언어도 늙는다니! 그러나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 체력을 키우듯 언어력을 키우면 노화를 늦출 수도, 더 젊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연령보다 신체 나이가 훨씬 젊게 나오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례를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 난다. 이렇듯 ‘언어 나이’도 실제보다 더 젊게 유지할 수 있다. 흔히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때 노화를 체감하듯, 언어도 마찬가지다. 이미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청각언어치료학과 교수는 “언어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지력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때문에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진단 전 언어의 변화로 주관적 호소 단계를 경험하기도 한다”며 다음 5가지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언어(인지) 노화의 시그널 1)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몰라 자주 헤매고,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느낄 때 2) 당연히 알고 있는, 너무나 쉽고 익숙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할 때 3) 할 일이나 약속을 깜빡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이로 인해 자책감이 들 때 4) 대화 시 다음 할 말을 잊거나 너무 장황해져서 상대방 눈치가 보일 때 5) 상대가 말 한 뒤 바로 받아치기 어렵거나, 말이나 글의 이해가 더딜 때 언어력의 핵심 ‘작업기억 용량’ 늘리기 이러한 시그널은 나이 듦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뇌가 노화되면 언어와 인지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전두엽과 두정엽이 위축되면 ‘작업기억 용량’이 줄어드는데, 이는 언어력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듣고 뇌 속에 잠시 그 내용을 저장했다가 무슨 의미인지 재빨리 이해한 뒤 이에 알맞게 대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탁구공 주고받듯 ‘핑퐁’이 오고가는 원활한 대화 능력은 작업기억 용량에 달렸다. 이미숙 교수는 “컴퓨터 하드웨어 용량이 모자라면 ‘디스크 공간이 부족해 더 이상 문서를 저장할 수 없음’이라는 경고가 뜬다. 이처럼 우리 뇌도 작업기억 용량의 한계로 ‘더 이상 언어 정보를 저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러면 질문이나 대화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고, 순서와 문법이 적절한 맥락에 맞는 말을 이어가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꾸준히 노력한다면 작업기억 용량은 향상 또는 유지 가능하다. 간단한 테스트와 게임으로 단련하는 방법도 있다. 먼저 숫자나 단어 목록을 만들어 이를 순서대로 몇 개나 말할 수 있는가를 통해 자신의 현재 작업기억 용량을 측정해본다. 가령 임의의 숫자 ‘59812’, 즉 다섯 자리 숫자까지 틀리지 않고 말할 수 있다면 여기에 기준을 두고 자릿수를 늘려가거나 거꾸로 말해보는 식으로 연습해나가면 된다. 특정 주제의 그림이나 사진을 이용해도 좋다. 여러 나라 국기를 늘어놓고 하나를 뺀 뒤 무엇이 빠졌는지 맞혀보는 식이다. 이 교수는 “책이나 드라마를 보고 그 줄거리를 쭉 다시 말해보는 방법도 있다. 이런 훈련을 통해 작업기억 용량을 늘리면, 무언가를 실행하고 집행하는 능력이나 문제해결력, 표현력, 추론 및 학습 능력 등이 더불어 향상된다. 이러한 힘은 곧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노후의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노화된 언어력 ‘인지 보존 능력’을 보험처럼 이미숙 교수는 노화로 인한 신경학적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 같은 기능이 있다고 귀띔했다. 바로 ‘인지 보존 능력’이다. 변화나 손상에 대비해 인지력을 보존하거나 비축해두는 기능이다. 늙은 뇌의 느슨해진 연결망을 보완해 언어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준다. 이러한 인지 보존 능력은 일상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가령 교육과 훈련을 얼마나 받았는가, 사회 활동을 얼마나 하는가, 타인과 얼마나 소통하고 교감하는가,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얼마나 하는가 등이다. 특히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위해서는 익숙하고 반복적인 일상보다 새롭고 낯선 경험이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최근 연구에 참여하는 노인들과 새해에 ‘22프로젝트’라는 걸 해보기로 했다. 한 달에 2권씩 책 읽고 요약하기, 일주일에 2번 일기 쓰기, 마음에 드는 외국어 문장 일주일에 2개씩 필사하기 등 어렵지 않은 목표를 세워 성취감을 얻도록 한 것”이라며 “한 달에 2가지씩 내 생애 최초로 해보는 일 도전하기도 있다.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낯선 장르의 소설 읽어보기, 색다른 레시피로 요리해보기, 악기 배워 연주하기 등이다. 결국 이러한 활동 전반에는 언어력이 필수다. 목표를 써놓거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레시피나 악보를 읽는 등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력을 키울 수 있다. 사소하더라도 평생 안 해본 일이 뭐가 있을지 써보고, 하나하나 실행하는 2024년을 보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미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청각언어치료학과 교수(언어병리학 박사) 참고도서 ‘당신의 언어 나이는 몇 살입니까?’(이미숙·남해의봄날)
- 2024-01-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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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 끝 몰린 위기의 40대… 경제적 위기에도 지원 제도는 부족
- 지난 5년간 국내 고용률이 상승한 반면, 전 세대 중 40대만이 고용률 하락세를 보였다. 40대는 이혼률, 자살률 또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상당 부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12월 발표한 ‘50+정책동향리포트’에는 40대를 위한 중장년 정책의 확장 필요성이 언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취업자 수는 2022년 7월 이후 계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10~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국제 비교 자료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40대의 고용률은 2021년 77.3%로 OECD 평균 82.5%에 비해 5.2% 낮았다. 이는 38개국 중 31위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40대 퇴직자 중 47.8%(2022,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휴·폐업, 명예퇴직, 조기퇴직,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퇴사자라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이러한 추세는 201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것. 이와 더불어 2023년 경기둔화, 불안정한 대내외 여건으로 건설, 금융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추진돼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40대가 처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3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발표한 최근 5년(2019~2023) 소액금융 지원 건수 및 금액을 살펴보면 채무 성실 상환자를 위한 긴급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연령대가 바로 40대였다. 고금리로 인한 가계 부채 부담이 40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경제적 위기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2022년 자살률이 전년 대비 3.2% 소폭 감소했음에도 40대의 자살률은 2.5% 증가했다. 40대 남성의 자살원인 1위는 경제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통계청, 2023). 또, 전 연령대에서 40대의 이혼률이 가장 높았는데, 2023년 이혼사유 2위는 경제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환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보고서를 통해 “40대는 일자리, 경제, 관계 등 3대 위기를 경험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특히 2024년 일자리 관련 예산은 청년 및 노인에게만 집중됐고, 40대의 지원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 세대의 취업난은 가계소득 감소, 소비 위축 등 경제 악영향과 중장년의 관계 위기로 이어져 중앙정부 지원이 미비한 시점에서 서울시 40대의 노후준비를 위한 지원방안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3대 위기에 직면한 40대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40대의 직업전환 및 직업역량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런4050 정책을 통해서 이를 좀 더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양한 일자리 진입을 위한 직업·직무능력개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일자리 연계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40대가 관계를 회복하고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40대 특화 전용 직업전환 및 소통 공간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 2023-12-18 0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