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산하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1970년대~2000년 초 옛 종로서적과 관련된 자료와 사연을 12월 31일까지 공모받는다. 이번 공모는 2023년 개최될 기획전 ‘종로서적(가제)’을 위해 진행된다. 1970년대~2000년대 초 종로서적에 대한 자료를 모아 시민들이 기억하는 그 시절 종로서적의 모습과 의미를 다시 되새기기 위함이다.
종로서적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2가에 있던 대한민국의 대형 서점이다. 대한민국의 서점 중 가장 역사가 긴 서점이며, 도서정가제를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종로서적은 당대 지식·문화를 상징하는 종로의 대표 서점이었다. 2002년 문을 닫기 전까지 ‘종로에서 만나자’는 말은 종로 2가 종로서적 앞에서 보자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일 정도였다.
공모대상은 ▲종로서적에 대한 개인의 기억 ▲종로서적과 관련된 물건이다. 공모해준 시민들에게는 2023년 기획전 도록을 제공한다. 인터뷰에 선정된 시민에게는 서울역사박물관 20주년 기념품(소진 시 다른 기념품으로 대체 가능)을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공모된 사연 및 자료는 공모해준 시민들의 의사에 따라 향후 전시 혹은 발간될 도록에 수록 가능하다. 공모 결과는 2023년 기획 예정인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응모는 방문 및 우편, SNS를 통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에서 소식참여를 클릭한 후,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한편, 종로서적은 주변 서적들과의 경쟁으로 경영난을 겪었고 인터넷 서점과의 경쟁, 1년 가까이 지속된 노사분규가 매출 부진으로 이어져 2002년 6월 4일 최종적으로 부도 처리됐다. 이후 출판인과 과거 종로서적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종로서적 법인이 설립됐고 새로운 종로서적은 2016년 12월 23일 종로타워에 있던 반디앤루니스 자리에 개점했다.
서점에서 책을 산다는 건 달콤쌉싸름한 일이다. 그걸 처음 안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단짝 친구와 함께 서점엘 갔다. 놀 것이나 즐길 것이 거의 없었던 시절, 친구와 나는 예배를 마치고 적당히 시간을 보내며 놀 곳으로 서점을 택했던 것 같다. 서점이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동선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사춘기의 절정을 지나고 있던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교회 오빠나 남학생에 대해 이야기 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우리는 설익은 얘기로 온 시간을 보내며 로맨스 소설로 허전함을 채웠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각각 책을 골랐다. 나는 ‘첫사랑’을 골랐고 친구는 ‘짝사랑’을 꺼내들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달콤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을 기대하며 골라들었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16살 소년이 자신의 집 별채에 이사 온 공작부인의 딸, 지나이다를 보고 사랑에 빠진 후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는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투르게네프가 러시아의 대문호라고 알려주었지만 혹시라도 가족들 눈에 띄어 놀림을 당할까봐, 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책을 읽었다. 지나이다가 여러 남자들을 다루며 군림하는 장면이 참으로 이상했지만 그보다도 그 여자가 아버지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소년만큼 당황스러웠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책을 읽은 후 불에 데인 것처럼 화끈하고 찝찝한 감정이 여러 날 동안 맴돌았다.
책을 읽는다는 건 뭔가 내밀하고 말로 다하지 못할 비밀을 갖게 되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첫사랑’ 때문이었다. 16살 소년이 겪은 사랑은 불가해 했지만, 그 사랑에 대해 이해하고 싶었고 더 깊이 알고 싶었다. 그 때부터 서점을 드나들며 삼중당 문고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노량진역을 지날 때면 삼거리 모퉁이에 있던 내 첫사랑, 삼우서적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남편과 연애 시절에 드나들었던 명동 충무서적, 가끔 들러 지적 허영심을 채우던 고시촌의 녹두서점까지, 내가 사랑하던 서점들이 다 없어졌다. 이제는 서점에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다.
얼마 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사들도, 관람객들도 관심이 시들해졌던 도서전시회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변신’을 주제로 새롭게 바뀐 도서전시회 중심에 동네책방이 있었다. 전국의 인기있는 동네책방 20 곳이 참여한 덕에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책방이나 미처 알지 못했던 독특한 책방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고양이서점, 시전문서점, 음악전문서점, 한 사람 만을 위해 책을 골라 주는 서점 등 주인의 취향이 제대로 드러난 서점들을 둘러보는 일은 참 즐거웠다. 예전에 비해 젊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음악전문서점 ‘라이너노트’에서 앙드레지드가 쓴 ‘쇼팽의 노트’라는 책을 골랐다. 대형서점에 갔더라면 사지 않았을 책이다. 통영의 한 출판사가 펴낸 ‘통영예술기행’이라는 책은 통영여행 할 때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어들었다.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는 시대라고 한탄하지만 동네 골목 구석구석에 동네책방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서는 책을 파는 일 이외도 독서모임이나 전시회, 세미나,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며 동네 사랑방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있다. 어느샌가 하나 둘 사라진 동네책방들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지난해 말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2015년 독자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온라인 서점을 이용해 책을 구매한 50대 이상은 전체 독자 중 8.4%에 불과했다. 60대 이상은 1.1%였다. 그나마 60대 이상은 2014년과 같은 비율이었지만, 50대는 2014년에 비해 되레 0.3% 포인트 줄었다. 수입이 없다고 볼 수 있는 10대가 3%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부끄러울 정도다. 이렇게 시니어와 친숙하지 않지만, 온라인 서점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 잘만 꿰어 보면 보배가 될 만한 구슬이 가득하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제프 베조스가 1994년 시애틀에 설립한 세계 최초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Amazon.com)이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웃었다. 한두 페이지 정도 손으로 들춰보지 않고 누가 책을 살까 하는 의문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신간을 접하는 방법은 직접 서점에 가 목차부터 읽어 보는 것이었으니까. 지금은 어떨까? 아마존의 2015년 매출은 약119조원이었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이 11조원이었으니 이 회사의 규모가 짐작이 된다. 이렇게 아마존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 서점이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서점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와 같은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을 기반으로 한 형태와 예스24, 알라딘, 리디북스와 같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서점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터파크나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도 도서 유통에 뛰어들었다.
시중 대형서점 규모 점점 줄고 온라인화
최근 서점가 경향을 살펴보면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의 변신이 눈에 띈다. 최근 오프라인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과의 결합을 통해 ‘다이어트’에 열중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바로드림센터’가 대표적. 매장을 기존 서점의 절반 수준인 1653㎡(500평)대 이하의 규모로 줄이는 대신, 전국에 매장을 늘려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책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고, 도서관이나 카페 같은 분위기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오프라인 서점들이 이런 변신을 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
가격 할인, 당일 배송, 포인트 등 쏠쏠
온라인 서점의 가장 큰 장점은 절판되지 않은 이상 찾지 못하는 책이 없다는 데 있다. 만약 절판된 책이라 하더라도, 일부 온라인 서점에서는 중고 서점까지 운영하고 있어 대안을 제시해 준다.
저렴한 가격도 장점 중 하나다. 2014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책의 할인율은 10%로 제한되어 있지만, 거의 모든 책을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은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빠른 배송은 며칠이나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일부 온라인 서점의 경우 오전에 주문하면, 산간벽지가 아닌 이상 오후에 받을 수 있는 당일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수령이 어려워 누군가가 대신 받아 주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 편의점 배송서비스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GS25나 CU와 같은 편의점에서 책을 받아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배송료 부담도 줄었다. 몇몇 온라인 서점은 1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 대해 무료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핀테크 기술 확대로 이용 더 편리
사실 시니어들의 온라인 서점 이용에 가장 큰 진입 장벽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책값을 지불하는 방법이다. 시니어들은 PC사용이나 전자결제 자체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을 활용하고 싶어도 구경만 했지, 직접 구매까지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핀테크(‘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 기술의 급속한 도입이 이뤄지면서 이런 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삼성페이나 네이버페이, 페이코, SSG페이와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런 서비스들은 신용카드를 한 번만 등록해 놓으면 간단하게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PC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기반은 훨씬 간단하다. 지문인식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고, 삼성페이로 결제하는 것을 예로 든다면,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책 한 권을 구매하는 데 드는 품은 지문인식 2번, 터치 2번 정도다. 일일이 결제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이런 핀테크 기술들은 처음 등록은 어렵지만, 한 번 등록해 놓으면 이용이 쉽고, 보안수준도 꽤 높다. 주변의 자녀나 손주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점이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