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PART 06-2] 이제는 전자책으로 채우자

기사입력 2016-10-05 08:55 기사수정 2016-10-05 08:55

1만원짜리 메모리만 있으면 3200권 담는다

▲리디북스의 앱(App)을 이용해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실행시켰다. 종이 질감은 느껴지지 않지만, 여전히 커피와 잘 어울린다.(브라보마이라이프)
▲리디북스의 앱(App)을 이용해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실행시켰다. 종이 질감은 느껴지지 않지만, 여전히 커피와 잘 어울린다.(브라보마이라이프)

여행을 상상해 보자. 여행을 떠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물건 중 하나는 바로 책이다. 여행이 좀 길어진다면 두세 권도 모자랄 것 같은데, 막상 무게를 생각하면 벌써 어깨가 쑤신다. 사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거주공간이 협소해지고, 중고 책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제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것은 부담이 된다. 늘 지니고 다니지 않는 이상, 정작 그 책이 필요할 땐 내 손에 없다는 것도 아쉽다. 이러한 부분을 모두 해결해 주는 방안이 있다. 바로 전자책이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전자책이 국내에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아이리버가 ‘스토리’란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으면서부터다. 그 전까지 아마존의 킨들과 몇몇 외국제품이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통되었지만, 전자책의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몇 가지 단점에도 스토리는 대중들에게 전자책의 존재를 알렸고, 그 이후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들이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크레마와 페이퍼가 대표적

전자책과 전자책 단말기는 구분 지어야 한다. 전자책은 종이책 대신 화면을 통해 읽을 수 있도록 파일 형태로 만든 책을 말한다. 형식은 크게 PDF와 E-pub 형태로 나뉜다. 전자책 단말기는 이러한 파일들을 읽을 수 있는 기기이다. 대부분 전자잉크(e-ink)라는 흑백화면을 채용하고 있는데, 이 전자잉크는 깜빡임이 없어 장시간 들여다봐도 책과 다름없이 눈이 편안하며 화면을 유지하는 전력이 ‘0’에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시중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전자책 단말기는 크게 2가지 정도.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알라딘의 책들을 읽을 수 있는 한국 이퍼브에서 내놓은 ‘크레마 카르타’와 리디북스의 ‘페이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전자책 시장을 선도했던 아이리버에선 2012년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고, 교보문고의 경우 자체 단말기 SAM시리즈를 내놓았다가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 형태를 전환했다.

크레마 카르타는 특정 회사만을 위한 단말기가 아니어서 다양한 형식의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에 리디북스의 페이퍼는 호환성이 떨어지지만 가볍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크레마 카르타는 15만9000원에 판매 중이고, 리디북스의 페이퍼는 14만9000원, 저가형인 페이퍼 라이트는 8만9000원이다.

전자책은 꼭 전용 단말기를 통해 읽지 않아도 된다. 교보문고처럼 각 온라인 서점들은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갤럭시탭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테블릿을 통해 전자책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전자책 단말기에 비해 이런 테블릿 기기가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우선 컬러로 볼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장점. 특히 잡지나 화보 위주 서적의 경우 컬러와 흑백 화면이 주는 감동 차이는 매우 크다. 또 스마트폰은 항상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기 때문에 애써 따로 챙겨서 지닐 필요가 없다. 대신 전자책 전용 단말기와 달리 오래 보면 눈이 부시고, 배터리 소모가 빨라 느긋하게 독서를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 이북을 대중화시킨 최초 기기 중 하나인 아이리버의 스토리. (브라보마이라이프)
▲국내에서 이북을 대중화시킨 최초 기기 중 하나인 아이리버의 스토리. (브라보마이라이프)

가장 큰 장점은 ‘부피’

보통 책 한 권은 몇KB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자책은 수천 권의 용량도 부담 없다고 한다. 리디북스에서 판매 중인 전자책 몇 권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던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용량은 11.7MB다. 지난해 영화를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앤디 위어의 <마션>은 7.7MB.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는 19.5MB다. 글자와 함께 사진이나 삽화가 얼마나 쓰였는지에 따라 용량이 결정된다. 평균적인 용량을 10MB 정도라고 생각하면, 1GB에 100권, 32GB 정도 용량이면 어림잡아 3200권이 저장 가능한 셈이다. 시중에 32GB 메모리카드가 1만원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부담 없는 용량이라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관법을 통해 정한 공공도서관의 최소 기준이 열람석 60석 이상에 기본 장서 3000권 이상이다. 작은 메모리카드 하나로 공공도서관 하나를 가방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저렴한 가격도 전자책의 장점. 전자책도 도서정가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판매는 10% 할인이 전부다. 그러나 사용기간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전자책의 장점을 살려, 장기대여라는 일종의 ‘꼼수’를 쓰는 온라인 서점이 많다. 10년 장기임대의 형식을 빌려, 실질적으론 50%상의 할인행사를 하기도 하고, 1년 대여의 경우 70% 할인도 흔하다. 영구 소장 목적이 아니라면 요긴한 서비스다.

물론 전자책을 읽는다는 것은, 특유의 향기와 손끝에 전해지는 종이의 질감을 함께 즐기는 종이책에 비할 바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손에 쥐어지는 무게감도, 글자들이 정렬한 모양새도 아닌, 정보와 메시지다. 그런 면에서 전자책은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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