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는 자유롭게 예술을 향유했다. 해외 유명 박물관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원화를 감상하는가 하면, 그들이 생전에 살았던 지역을 거닐며 온몸으로 그 분위기를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독한 코로나는 예술을 향유하는 즐거움마저 빼앗아갔다. 하늘길이 막힌 지 1년, 이따금 전 세계 문화 창고를 자유롭게 누비던 그때가 그리워진다면 집에서라도 분위기를 내보자.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유럽의 예술과 낭만이 흐르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러빙 빈센트 (Loving Vincent, 2017)
우체국장 ‘룰랭’(크리스 오다우드)이 아들 ‘아르망’(더글러스 부스)에게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그의 동생 테오에게 전해 달라 부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반 고흐가 생전 머물렀던 마을에 도착한 아르망은 그곳에서 반 고흐의 주변인을 만나고, 그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러빙 빈센트’는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로토스코프’ 기법을 활용해 제작됐다. 로토스코프 기법은 실제 영상 이미지를 한 프레임씩 그려 만화화하는 방법이다. 이 영화에서는 100명이 넘는 화가가 반 고흐의 화풍을 재현하며 6만5000여 개의 유화를 10년에 걸쳐 그려냈다. 생전에는 단 한 점만의 그림을 팔았지만, 죽은 뒤에야 그 능력을 인정받게 된 반 고흐의 고독한 삶을 자신이 직접 그린 듯한 유화들로 만나볼 수 있다.
2.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2011)
약혼자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온 시나리오 작가 ‘길’(오웬 윌슨)이 홀로 밤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한 계기로 1920년대 파리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파리의 예술적 황금기를 동경했던 길은 홀린 듯이 들린 술집에서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피카소 등 거장을 만나고, 매일 밤 꿈같은 야행을 즐긴다. 영화는 주인공처럼 지나가 버린 시대를 예찬하듯 파리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조명하지만, 시대 속 인물의 대사를 통해 현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피카소의 뮤즈였던 ‘아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는 ‘벨 에포크’라 불렸던 1890년대를 동경하고, 벨 에포크 시대를 대표하는 고갱은 “르네상스야말로 최고의 시대”라며 당대를 비판한다. 누구나 인생의 호시절을 그리워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이 지금은 아닌지, 이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뒤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3.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2003)
미술적인 재능을 갖고 있지만 이를 펼칠 기회가 없었던 ‘그리트’(스칼렛 요한슨)가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콜린 퍼스)의 집에 하녀로 취직하고, 그의 뮤즈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소녀와 이를 세기의 걸작으로 탄생시킨 페르메이르 간의 매혹적인 사랑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펼쳐낸다. 여기에 믿고 보는 두 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콜린 퍼스의 섬세한 연기력이 몰입도를 높인다. 실제로는 그림 속의 소녀가 누구인지, 귀족도 아닌 수수한 옷차림을 한 소녀가 어떻게 캔버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영화는 신분을 넘나드는 두 사람의 사랑과 열정을 통해 이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소녀가 진주 귀걸이를 착용하고 캔버스 뒤에 서는 순간을 흥미롭게 담아낸다.
2018년 말에 시작해 올 3월 3일까지 논현동 메르디앙호텔 갤러리에서 러빙 빈센트 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 이름이 생소해 찾아가기가 어려울 것 같았는데 검색한 대로 전철 9호선 강남 신논현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가니 바로 호텔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친구 자녀들 결혼식 때 몇 번 와보기도 했던 곳이다.
유명한 화가 중에서도 유독 빈센트 고흐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멋진 작품을 남겼음에도 외롭고 가난에 시달리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전시회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조금 특별하다. 러빙 빈센트 전은 고흐의 삶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했을 때 전 세계에서 선발된 125명의 화가가 투입됐는데, 영화 제작에 사용하기 위해 그들이 그려낸 고흐의 작품 125점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다.
아들도 이 전시회에 간다고 해서 나는 영화 러빙 빈센트를 먼저 보라고 일러줬다. 이 영화는 제작기간만 9년이 걸렸고 세계 각국에서 무려 125명의 작가가 선발되어 고흐의 작품을 따라 그렸다고 한다.
고흐는 살아생전 그 많은 작품 중 단 한 점의 그림만 팔렸던 작가다. 그가 죽은 1년 후 친구이자 우체국장인 ‘조셉 룰랭’은 아들인 ‘아르망 룰랭’에게 고흐의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러나 고흐의 동생 역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르망은 고흐가 마지막 머물렀던 마을로 가서 그의 삶을 더듬어본다. 영화는 그 여정을 담았다.
1890년 7월 27일 한 남자가 황혼이 지는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 오베르에서 쓰러진다. 수척한 모습의 남자는 총상을 입은 채 피를 흘리며 배를 움켜쥐고 있다. 그는 바로 빈센트 반 고흐. 그의 비극적인 죽음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왜 총상을 입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 영화는 그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5만6000장에 달하는 수려한 유화를 사용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메르디앙호텔 갤러리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고흐의 작품전이라기보다는 그의 작품을 모작해 영화를 만든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회라 할 수 있겠다. 2017년 고흐 열풍을 일으킨 영화 ‘러빙 빈센트’가 탄생하기까지 두 명의 감독과 제작자, 107명의 아티스트들이 간직한 10년간의 특별 스토리도 함께 공개되었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아마추어 작가들이 그린 모작이지만 고흐의 화풍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별 전시실에는 11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고흐의 진품 ‘꽃이 있는 정물화’가 전시되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다른 전시실에서는 얼마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진품 유화는 촬영이 불가했다.
총 9개의 섹션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전시회를 보면서 빈곤에 시달리며 어두운 시간을 살아야 했던 그의 삶이 안타까워 울컥했다. 전시 룸을 나와 그림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는데 사진을 찍어주던 아들이 갑자기 “땡큐~” 했다. 뒤를 돌아보니 그림을 그리고 있던 화가 한 분이 나를 향해 브이를 그리며 웃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화가가 직접 그림을 그리며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3월 3일까지 전시회 일정이 잡혀 있으니 많은 분이 찾아가 나와 같은 감동을 느껴보면 좋겠다.
(연극) 어둠상자
일정 11월 7일~12월 2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출연 송흥진, 신안진, 백익남 등
이강백 작가의 신작 ‘어둠상자’. 고종의 마지막 어진을 찍은 황실 사진사 4대의 고난에 찬 분투극이다. 극중 인물들의 여정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함축적이고 흥미롭게 표현했다.
(영화) 언더 더 트리
개봉 11월 8일 장르 드라마 출연 시구르더 시거르존슨, 토르스테인 바흐만 등
층간소음, 주차문제 등 요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웃 간의 갈등을 다뤘다.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이웃과 돌이킬 수 없는 다툼을 벌이는 영화 ‘언더 더 트리’는 제74회 베니스영화제와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11개 영화제에 초청되어 9개의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축제) 여수동동북축제
일정 11월 10~11일 장소 전라남도 여수시 용기공원 및 선소일원
올해 여수에서 처음 선보이는 동동북축제에서는 전문 아티스트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초대형 북 퍼레이드를 비롯해 ‘북·드럼 전시’, ‘북·드럼 경연대회’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 러빙빈센트展
일정 11월 16일~2019년 3월 3일 장소 M컨템포러리
2017년 11월 개봉해 4주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한 영화 ‘러빙 빈센트’에서 사용된 원화와 제작 과정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아티스트들이 반 고흐의 기법으로 캔버스 위에 유화로 재현한 6만5000여 장의 프레임 중 엄선된 120점을 공개한다. 또 영화 ‘러빙 빈센트’의 비하인드 영상 클립과 소품으로 사용된 코스튬, 고흐의 방을 만나볼 수 있다.
(국악) 다시 만난 아리랑-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
일정 11월 22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분단 이후 잃어버렸거나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북한 작곡가들의 관현악곡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바이올린 협주곡 ‘옹헤야’, 단소 협주곡 ‘긴 아리랑’, 북한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관현악 ‘경축’ 등 총 5개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일정 11월 27일~2019년 2월 24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유라시아의 중심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보여주는 전시로 총3부에 걸쳐 구성했다. 동물 모양 금판과 관모 장식, 누금기법을 사용한 드리개, 문자가 새겨진 잔 등을 통해 당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초원에서 이룩한 물질문명과 삶을 엿볼 수 있다.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37년의 삶 동안 극한 가난과 고독에 시달리며 끝내 자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879점의 그림을 남겼다. 그런 고흐의 영원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는 궁핍하지만 숭고한 예술혼을 지닌 형에게 금전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고흐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동생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 수만 668통에 이른다. 그중 고흐의 예술적 고뇌와 작품의 비화를 엿볼 수 있는 편지 40여 통이 담긴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책방에서 만나봤다.
참고 도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기고 엮음, 예담)
◇ 마스터피스에 얽힌 비화
고갱이 사랑했던 고흐의 ‘해바라기’
한 집에서 작업하던 고갱과 심하게 다툰 후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만다. 고갱은 집에 두고 온 자신의 습작 대신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중 하나를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고흐는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기 습작을 주며 내 해바라기 그림을 요구하는 건 정말 우습다. 그는 내 해바라기 그림을 두 점이나 가지고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라고 해라”라고 쓴다. 이미 해바라기 그림 두 점이 있고, 심한 다툼 후에도 또 한 점을 달라고 한 것을 보면 고흐의 해바라기를 향한 고갱의 사랑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조카 ‘빈센트’를 위한 ‘꽃 피는 아몬드 나무’
테오는 고흐를 향한 존경의 뜻을 담아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빈센트 윌렘 반 고흐’라 짓는다. 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고흐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 “조카가 내 이름을 땄다고 하니 그 아이를 위해 침실에 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라며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아몬드 꽃이 만발한 커다란 나뭇가지 그림”이라고 묘사했다. 이 그림이 바로 고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꽃 피는 아몬드 나무’(1890)다.
◇ 고흐의 추천 도서
빈곤한 생활에도 독서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고흐는 “빵을 먹어야 살 수 있듯 책에 대해 열정을 갖고 끊임없이 정신을 고양하고 탐구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 당시 진지하게 독서에 몰두하며 성경을 비롯해 셰익스피어, 빅토르 위고, 디킨스 등의 작품에 심취해 있었다. 그는 1887년 여동생 윌에게 쓰는 편지에 에밀 졸라의 ‘삶의 환희’, ‘목로주점’, 볼테르의 ‘캉디드’, 모파상의 ‘좋은 친구’ 등에 대해 “그들은 우리가 공감하는 삶을 묘사하고 있어 진실을 듣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킨다”라며 권유하기도 했다.
◇ 현대에 만나는 고흐의 삶
영화 ‘러빙 빈센트’는 전 세계 107명의 유화 작가들이 참여해 10여 년에 걸쳐 고흐의 작품 130여 점을 재현한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고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모티브로 시얼샤 로넌, 크리스 오다우드, 에이단 터너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고흐의 초상화 속 인물을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우체부 조셉 룰랭의 초상’의 조셉 룰랭, ‘아르망 룰랭의 초상’의 아르망, ‘닥터 가셰의 초상’의 가셰 등을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그대, 나의 뮤즈 – 반 고흐 to 마티스’ 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3월 11일까지 열린다. 반 고흐를 비롯한 르누아르, 카유보트, 클림트, 마티스 5인의 거장이 자신들의 뮤즈를 만났던 순간을 표현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에서는 고흐가 ‘해바라기’를 그릴 당시 영감 받은 남프랑스의 노란 태양과 따뜻하게 쏟아지던 햇살을 간접 경험하고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등을 미디어아트로 감상할 수 있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화 한 것이다. 자신의 귀를 자르고 그 자화상을 그렸는가 하면 37살에 권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먼 감독 작품으로 유화 에니메이션이라는 특수한 기법이라 주연 배우가 없다. 예매 순위는 높지 않으나 네티즌 평점이 거의 만점에 가깝다.
영화의 줄거리는 고흐가 죽고 난 후 1년이 지나고 고흐의 친구였던 우체부가 아들을 시켜 고흐가 마지막으로 머물었던 프랑스 남부에 가서 고흐의 죽음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고흐의 주치의였던 가셰 박사, 그리고 고흐와 가까웠던 가셰 박사의 딸, 고흐가 묵었던 호텔 주인 등의 증언을 통해 고흐가 자살한 것인지 타살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존재한다.
고흐는 말년에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 결혼도 못 했다. 자신의 귀를 자르고 사람들과 충돌하는 등 괴팍한 행동을 일삼으니 마을에서도 추방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동네에서도 아이들이 고흐를 미치광이라며 돌팔매질을 하기도 했다. 자살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궁이지만, 가셰 박사 얘기로 우울증에 걸려 있었고 고흐 자신이 자살을 시도했다 말 하니 그렇게 믿어질 수밖에 없다.
고흐는 살아생전 ‘아를의 붉은 포도밭’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기 때문에 무명화가 취급을 받았다. 그랬으니 그의 경제적 궁핍은 상상할 만 하다. 동생 테오가 생활비를 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유명한 화가들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실력은 인정은 받았던 모양이다. 10년 만에 1,000점에 가까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다작이다. 고국인 네덜란드보다 픙광이 아름답고 다채로운 남부 프랑스에 정착한 것도 특이하다. 제대로 된 그림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짧은 기간 동안 그림 공부를 했으나 미술학교에서도 퇴학당하고 그 스승과도 싸우고 결별했다는 것이다. 싸운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성격이 원만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주치의 가셰 박사도 원래는 화가가 되기를 원했으나 포기하고 고흐의 재능을 부러워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화가가 선망의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가셰 박사는 고흐가 죽고 나서 치료비 명목으로 고흐의 작품을 걷어 갔는데 그 후에 고흐의 작품은 천문학적인 가치를 나타냈다. 죽고 난 후에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추앙받게 된 것이다. 작품 중에는 무려 수천만 달러에 경매되기도 했다.
영화는 유화 에니메이션이라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만들었다. 고흐의 잘 알려진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의 침실‘, ’가셰 박사 초상화‘, ’해바라기‘, ’귀를 자르고 난 자화상‘ 등 눈에 익은 작품들이 마치 동영상처럼 살아 움직인다. ’프로방스 시골길의 하늘 풍경‘ 그림은 평범한 사람이 볼 때 하늘은 그저 파란 도화지 같을 뿐인데 고흐는 공기의 흐름까지 븟 터치로 그려냈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고흐의 붓 필치가 원래 생동하는 듯한 강렬함이 있는데다가 그것을 100여명의 실제 화가를 동원해서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었으니 영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에니메이션의 특성 상 눈이 어릿어릿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천재 작가의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그 정도는 넘어갈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