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해도 날씨는 여전히 온화하다. 강릉으로 떠나며 날씨를 검색해보았더니 기온이 뚝 떨어질 거라는 예보다. 환절기의 쌀쌀함을 즐길 때는 아닌 것 같아 머플러랑 니트를 주섬주섬 더 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릉은 언제나 따스했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그곳은 언제나 따스하게 날 맞는다. 아마 앞으로도 또 그럴 것 같은 강릉.
명주동 거리, 강릉의 ‘핫플레이스’이라고 했다. 명주(溟州)는 신라 시대에 강릉을 이르던 지명으로 ‘바다와 가까운 아늑한 땅’이란 뜻이다. 1500년 전의 고도 명주는 예부터 문화·행정의 중심지이던 곳인데 강릉 시청이 옮겨가면서 한물간 구도시가 되어버린 듯했다. 그런데 이젠 달라졌다. 구도심 귀퉁이 마을인 명주동 일대가 요즘의 레트로 바람을 타고 찾아가고 싶은 원도심으로 변신했다.
가을볕 아래 명주동 문화마을 천천히 걷기
강릉 대도호부 관아 건너편에서 시작해 그 주변 동네와 골목 한 바퀴를 느릿느릿 걸으며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어릴 적 추억도 소환하고, 숨겨진 예쁜 가게를 발견하는 재미가 걷는 내내 이어지는 풍경. 드라마 시대극을 연상케 하는 오래된 주택과 상점들이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나미 명주. 시나미는 ‘천천히’ 또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을 뜻하는 강원도 말이다. 산책하듯 천천히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공존하는 뉴트로 강릉의 모습이 보인다. 시공을 넘나드는 이 골목에서는 저절로 천천히 걷게 된다.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벽돌담 모퉁이를 돌면 유년의 뜰에서 늘 보았던 백일홍이 옹기종기 모여서 피어 있다. 반쯤 열린 나무 대문 앞으로 한 무더기씩 뿌리내린 채 꽃을 피워 올린 소박한 식물들이 예쁘다.골목 여행을 하는 이들을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 배려다. 저절로 따스함을 얻는다. 낡은 담벼락에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바른 글씨체로 세 줄 적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세월이 느껴지는 담장에 켜켜이 스며 있는 옛이야기를 느끼며 그 길을 걸어간다. 쭉 걷다 보면 빈티지하면서도 멋스러운 건물들이 간간이 눈길을 끈다. 담쟁이덩굴이 뒤덮은 ‘봉봉 방앗간’ 건물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장면으로 더 유명해진 집이다. 근처의 작은 공연장, 박물관, 예술마당, 프리마켓 등의 문화공간에 슬슬 가을 분위기가 덧입혀지는 중이다. 골목길을 걷다 잠깐 앉았다 갈 수 있도록 가게 앞에 의자를 놓은 인심이 더 멋진 풍경을 만든다. 그 의자에 한 번씩 앉아 사진을 담는 여행자들 덕분에 아예 포토존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찾아가 보고 싶은 ‘인싸들의 강릉 여행지’가 되었고, 곳곳에 젊음의 생기발랄한 에너지도 풍겨난다.
오래된 건물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 단장한 소박한 점포들,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을 여행자와 연결해주고 쇠락한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신구(新舊)가 공존하는 원도심 거리답게 옛집을 개조한 카페 ‘오월’의 격자무늬 창문 너머로 동네 할머니가 뒷짐 지고 걸어가시던 골목길 풍경 또한 가을볕에 아련하다. 정겨운 가을날이다. 강릉의 구도심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실 가듯 천천히 느릿느릿 타박타박 걸었던 명주동 골목 나들이다.
강릉 대도호부 관아
명주거리를 벗어나기 전에 건너편 강릉 대도호부 관아(사적 제388호)에 들어가 보는 것도 의미 있다.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강릉 대도호부 관아는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중앙의 관리들이 강릉에 내려오면 머물던 곳이다. 강릉 임영관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객사문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안으로 들어가면 전대청이 있는데 '임영관'이라고 쓴 현판 글씨는 공민왕이 낙산사 가는 길에 들러서 쓴 친필이다. 현재 객사문은 이 터의 남측에 국보 제51호로 지정 보존되어 있고, 서측은 임진왜란 이후 경주에 있던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셔다 봉안했던 집경전(集慶殿) 터다. 해설사님의 해박하고 구수한 해설로 역사적 사실이 더욱 흥미롭다. 누구나 원하면 미리 신청해서 해설사님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관아 곳곳에 우뚝 선 고목이 되어버린 은행나무는 가을이 한창이었다.
바다 언덕 위에 펼쳐진 예술 세계
이제는 시원한 바다를 보며 예술과 자연, 인간이 공존하는 전시 공간에서 감성을 충전할 때다. 묵은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시간이다. 강릉의 괘방산 자락을 배경으로 등명마을에 자리 잡은 ‘하슬라 아트월드’. 산과 바다와 하늘과 바람과 햇살이 함께하는 아트월드다.
조각가 부부가 힘을 모아 만들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움을 선보이고 있는 하슬라 아트월드. 하슬라는 고구려 때 부르던 강릉의 옛 지명이다. 현대 미술관, 아비지 갤러리, 터널 설치미술, 체험학습실, 피노키오 박물관, 마리오네트관 등 볼거리가 한가득이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가 터널을 통과하고 고래 뱃속 터널을 지나 지하 계단, 그리고 피노키오 전시관과 마리오네트 전시관까지 감상하는 내내 눈이 즐겁고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곳. 발길 닿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해안 절벽 위에 위치한 야외 조각공원은 예술 정원으로 3만3000평의 드넓은 자연 속에 있다. 어딜 돌아보아도 산과 바다. 이처럼 바다가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 또 어딜지. 이어지는 스카이워크를 통해 다시 한번 자연을 만끽한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건강하게 로스팅한 산야초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다. 문화예술 공간에서 하루나 이틀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해 아트월드 안에 호텔도 있다.
설화 속의 월화거리 즐기기
강릉을 떠나기 전 전통시장인 강릉중앙시장에도 잠깐 들러봐야 하지 않을까. 강릉역으로 가는 길에 들른 시장통엔 매스컴을 통해 이미 유명해진 아이스크림호떡과 치즈호떡을 맛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맛집들이 즐비하다. 마늘빵과 닭강정 역시 인기여서 사람들이 찾아드는 모습이다. 군것질을 하며 시장 구경을 즐기다 보면 여행은 더욱 흐뭇하다.
중앙시장을 지나 KTX를 타러 가는 길목에 월화거리로 가는 화살표가 있다. 강릉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교동의 ‘월화거리’는 강릉 도심을 지나던 폐철도 부지에 조성된 공원 시설이다. KTX 강릉선 개통으로 강릉 도심 철도가 지하화되면서 옛 지상 철길은 유휴지로 남게 됐다. 강릉시는 기차가 달리지 않게 된 이 공간을 공원화한 것이다.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월화 풍물시장은 기존에 있던 시장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어졌다. 메밀전병이나 감자떡 등 강원도 토속음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간식거리로 옛 분위기를 느끼며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월화거리는 강릉 월화정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 시대 화랑 무월과 강릉 지방 토호의 딸 연화는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경주로 돌아간 무월에게서 연락이 없고 연화는 다른 사람과 결혼할 상황에 처한다. 이에 연화는 산책하던 연못의 잉어에게 편지를 전달함으로써 두 사람이 다시 만나 혼인하게 된다는 것이 월화 설화의 주요 내용이다. 사랑의 메신저가 잉어라니. 무월과 연화의 이름에서 따온 월화정이 있는 이곳을 월화거리로 만들어낸 것이다. 걷는 내내 눈길을 끄는 갖가지 구조물이나 꽃 조형물들이 시민들과 여행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강릉역에서 부흥마을까지 걸을 수 있는 길이지만 노선은 각자의 형편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시장과 월화거리를 지나며 강릉역이 저편으로 보인다. 2017년 12월에 서울 강릉 간 KTX가 개통되면서 114분 만에 강릉에 도착할 수 있어 강릉 당일 여행이 쉬워졌다. 강릉선은 서울역에서 출발하면 청량리-상봉-양평-만종-횡성-둔내-평창-진부-강릉 도착이다. 일상을 벗어나 바다도 보고 하루쯤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을 때 강릉이 있다.
중장년 세대가 떠올리는 추억의 뉴스는 아마 ‘대한늬우스’일 것이다. 당시와 비교해보면 요즘 뉴스는 최첨단 기술 덕분에 시각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줄 뿐만 아니라, 앵커의 말투와 톤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런 시대의 흐름에 역주행하며 7080 레트로 뉴스를 제작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스파-크 뉴우스’의 이화원(19), 정광석(33), 배욱진(34) 씨다.
서울문화재단이 각 분야 영상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만들어가는 온라인 방송국 ‘스팍TV’. 매주 요일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상 속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중 한 주의 시작, 월요일마다 독자들을 만나는 ‘스파-크 뉴우스’ 채널. 정갈한 2대 8 가르마에 금테잠자리안경을 쓴 앵커 배간지의 투박한 외모와 멘트가 압권이다.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레트로풍 뉴스를 기획한 이화원 PD는 이제 갓 미성년자 딱지를 뗀 대학 새내기. 셋 중 막내이지만 팀장을 맡아 기획을 비롯한 영상 편집 등을 총괄하고 있다. 1999년생인 그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의 시절, 그야말로 기억조차 없는 옛 감성에 꽂힌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은 다들 차별화된 것을 추구하잖아요. 다른 것, 그 다른 것과는 또 다른 것, 그렇게 계속 다른 무언가를 찾는데 매일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는 뭘 해도 크게 차별화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과거를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미래가 새로운 것처럼, 1970~80년대의 모습도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인 거죠. 이미 그 시절을 살아온 어른들에겐 진부할지 모르지만, 저에겐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30~40년 전 뉴스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화면 비율을 4대 3으로 맞추고, 화질이나 음질을 일부러 탁하게 떨어뜨려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앵커 배간지의 멘트와 비주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과거 뉴스 영상을 보고 스타일을 연구했고, 재래시장에서 옷과 소품을 골라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다. 앵커로 활약 중인 배욱진(배간지) 씨는 “삐까뻔쩍한 것들을 보면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듯하다”며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평소 낡고 오래된 것들에 관심이 깊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취향만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레트로 열풍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촬영 때 쓰려고 동묘와 황학동 시장에서 1980~90년대 트레이닝복이나 ‘88올림픽’ 로고가 있는 옷들을 사려고 보니 굉장히 비싸더라고요. 이미 힙스터(hipster, 유행을 좇는 사람)들 사이에서 핫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거죠. 그런 트렌드 덕분에 젊은 친구들도 저희 영상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저 옛것을 따라 한다고 해서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을 표현할 수는 없다. 낡았지만 신선하고, 익숙하지만 흥미롭고, 촌스러우면서도 요즘 말로 ‘힙’(hip)한, 복합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관건. 배욱진 씨는 “단순히 오래된 것의 복원이 아닌 패러디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레트로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아예 원본 그 자체를 따라 하는 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을 한 번 재해석하거나 살짝 비틀어보려 했죠. 예를 들어 옛날 영상이나 광고에서 요즘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걸 보면 굉장히 원색적이거나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할 만한 내용이에요. 그런 부분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주려 했어요.”
세 사람의 고민 끝에 탄생한 ‘스파-크 뉴우스’는 올해 6월 첫선을 보이며 독특한 설정으로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셈이다. 촬영을 담당하는 정광석 감독은 거듭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런데 앞으로 저희 콘텐츠에 독자들이 익숙해지면 초반에 느꼈던 참신함이 점점 사라질까봐 걱정이에요. 뉴스 진행 자체가 옛날 방식이라 다소 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거든요. 리포터 영상을 더하거나 청군 백군 머리띠 하고 가을운동회처럼 야외촬영도 해서 넣어볼까 합니다.”
잠시 화제를 전환해 중장년에게 권하고 싶은 레트로 핫 플레이스를 알려 달라고 하자 입을 모아 ‘을지로 커피한약방’을 꼽았다. 배욱진 씨는 “다른 레트로 공간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해 지나치게 트렌디한 느낌이 강한데, 이곳은 자연스러운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곳”이라며 중장년 방문객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광석 감독도 한마디 덧붙였다.
“커피한약방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부모 세대(중장년)가 방문하면 커피값을 받지 않는 이벤트를 하는 날도 있는데, 그만큼 윗세대가 이러한 문화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그런 점에 공감하고, 많은 중장년분들이 저희 뉴스를 통해 정보도 알아 가시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리셨으면 해요.”
레트로에 열광하는 현대인, 과연 그 열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스파-크 뉴우스’의 간판 앵커 배간지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파리의 황금기는 30년 전이었어’, ‘파리의 황금기는 그때(과거)였어’라는 식의 대사가 계속 나와요. 그렇게 계속 현대를 살면서도 전 세대를 그리워하는 거죠. 우리가 현재의 과거를 그리워하듯, 미래엔 또 그때의 과거를 그리워하게 될 거예요.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과거의 어떤 풍요로움을 상상하고 갈망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능 아닐까요?”
레트로는 단순히 오래된, 옛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령 50년째 장사를 이어온 노포와 1970년대 인테리어로 새로 문을 연 식당. 전자는 전통이라 말하고, 후자가 ‘레트로’라 하겠다. 이러한 레트로 콘셉트의 가게들은 중장년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자녀와 함께 데이트 즐기기 좋은 레트로 핫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 익선동 한옥섬을 한눈에 ‘낙원장’
옹기종기 기와지붕 아래 레트로풍 맛집과 아틀리에가 즐비한 익선동 거리. 부티크호텔 ‘낙원장’에서는 골목을 가득 메운 한옥 150채의 전경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1980년대 지어졌던 ‘그린필드’라는 낡은 여관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매입, 지역 아티스트와 협업해 탄생시킨 공간이다. 클래식한 건물 외관과 달리 세련되고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가 레트로 플레이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객실은 일반뷰와 한옥뷰, 프리미엄 한옥뷰 총 3단계로 나뉜다. 그중 LP플레이어가 있는 한옥뷰 룸을 선택하면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익선동 풍경과 함께 LP음악까지 만끽할 수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5 숙박비 평일(일~목) 7만~9만 원, 주말(금~토) 9만~11만 원
◇ 아날로그 선율에 빠지다 ‘바이닐 앤 플라스틱’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바이닐 앤 플라스틱(VINYL&PLASTIC)’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사라져가는 음반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음악체험형 공간이다. 노출콘크리트와 나무 소재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입구 왼편으로는 턴테이블이 놓인 긴 탁자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 바이닐 앤 플라스틱이 선정한 200장의 LP명반을 감상할 수 있다. 1층에서는 클래식, 재즈&소울,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LP음반 9000여 장과 다양한 음향장비를 전시, 판매한다. 2층은 1만6000장에 달하는 CD와 더불어 음악감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 공간으로 꾸며져 여유를 즐기기 좋다.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48 이용시간 화~토요일 12:00~21:00, 일요일 12:00~18:00 (현대카드 미소지자도 입장 가능)
◇ 한국·태국의 퓨전 레트로 맛집 ‘동남아’
태국요리전문점 ‘동남아’의 입구. 세월이 켜켜이 쌓여 낡은 검푸른색 철문을 활짝 열면 레드벨벳 커튼과 이국적인 샹들리에가 맞이한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이 오묘한 식당은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한옥을 개조한 실내는 태국 연회장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로, 동남아 여행에서의 아쉬운 마지막 밤을 표현했단다. 메인 홀 외에 공간을 다양하게 나누었는데, 룸마다 강렬한 색감의 독특한 벽지가 눈길을 끈다. 특히 대중탕 욕조(?)를 연상케 하는 앞마당의 테이블은 겨울철 식사를 즐기기엔 다소 불편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공간이다. 인기 메뉴인 꽃게와 커리로 맛을 낸 ‘뿌빳 퐁 커리’와 태국식 볶음 쌀국수 ‘팟타이’ 등 현지 셰프가 요리한 다양한 오리지널 로컬 푸드를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3-6 이용시간 매일 12:00~22:00, 브레이크타임 15:30~17:00(주말 제외)
◇ 도도한 모던걸의 화려한 외출 ‘경성의복’
익선동 골목을 걸어가다 보면 개화기풍의 원피스와 정장을 입은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궁 일대에서 한복 체험을 하듯, 이곳에서는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 레트로 감성을 한껏 즐기는 것이 트렌드. ‘경성의복’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복고 의상과 셀프 촬영을 위한 포토존이 구비돼 있다. 고풍스러운 원피스와 장신구로 치장하고 모던걸이 되어 거리를 누벼보는 것 어떨까?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30길 56 2층 이용시간 매일 10:00~20:00
가격 의상대여(의상·장신구·모자·기타소품) 3시간 3만 원/6시간 4만 원/하루 4만5000원/1박2일 5만 원
◇ 딸과 데이트하는 날엔 ‘경양식 1920’
1980년대 전후, 가족외식 하면 떠오르는 경양식집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 ‘경양식 1920’. 레트로 거리로 유명해진 인선동 골목에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와 함께 올 수 있는 외식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를 꾸미고 추억의 메뉴들을 불러왔다. 24시간 숙성한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는 남녀노소 모두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실제 방문한 고객들을 살펴봐도 젊은 연인부터 엄마와 딸, 노부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사이드 메뉴로는 1980년대 경양식집에서 맛보던 수프와 멕시칸 사라다(샐러드)를 선보인다. 특별한 날에는 하우스 와인 한 잔 곁들여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17-30 이용시간 평일 12:00~22:00, 주말 11:0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주말 제외)
◇ 뒹굴뒹굴 잠시 쉬어가는 ‘만홧가게’
과거 만화잡지 ‘챔프(CHAMP)’를 비롯해 ‘우주소년 아톰’, ‘스타워즈’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과 그래픽노블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평일에 방문한다면 런치스페셜(라면·즉석밥·계란·김치/단무지+만화 1시간, 6000원)로 이용해보자.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33-7 영업시간 11:00~23:00 가격 1인 기준 10분당 500원, 좌석(주말 및 공휴일) 2000원
동년기자가 직접 다녀온 레트로 핫 플레이스
◇ 최원국 동년기자/ 돌고 도는 레트로 액티비티 ‘자이언트 롤러장’
부천의 레트로 명소 ‘자이언트 롤러장’. 방문한 날은 휴일이라 인파가 붐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30여 년 전 부천의 ‘자이언트 롤러장’이 유명했는데, 장소는 다르지만 복고풍에 맞춰 추억의 이름을 다시 불러왔다고 한다. 지하철 1호선 부천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30년 전 롤러를 타던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옛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아이들과 많이 찾는 듯하다. 롤러장의 경쾌한 분위기를 담당하는 DJ가 있어 음악에 맞춰 롤러를 타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곳곳에 간식을 판매하는 매점을 이용하면 시장기를 해결할 수 있다. 과거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시절의 낭만을 다시 느끼고 싶은 시니어라면 친구 또는 아이들과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위치 경기도 부천시 장말로 376 지하 1층 1일 입장료 성인 1만1000원, 유아~고등학생 9000원 영업시간 평일 12:00~22:00(무제한 이용), 주말 10:00~22:00(3시간 이용)
◇ 윤영애 동년기자/ 시간이 머무는 곳, 우유 카페 ‘희다’
논현동 주택가 골목에 하얀 3층집, 카페 희다. 낮은 계단을 테라스 삼아 나무 소반에 왕골방석이 놓인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언젠가 분명 와본 듯 너무나 친숙한 느낌!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 냄새도 나는 듯하다. 높다란 1인용 앤티크 의자, 사각밥상 테이블, 양은 개다리소반, 자개문양 화장대와 거울, 낡은 찬장과 괘종시계까지. 곳곳을 돌아보며 낡은 물건들에게 속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 있다가 여기로 왔니?’ 메뉴를 보니 우유가 주다. 기본 우유에 커피, 홍차, 말차, 페퍼민트, 미숫가루까지 6가지다. 사이드 메뉴로 옥춘당 때때사탕과 큼직한 레몬 마들렌도 있다.
프런트의 젊은이에게 주문을 하고 대표님이 누구시냐 물으니 본인이란다. 긴 생머리가 멋진 나두리 대표 역시 작년 7월 오픈 이래 가장 연로한 리포터가 왔다며 빙긋 웃는다. 주고객은 복고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고, 우연히 동반한 부모님이 친구들과 다시 와서 단골이 된단다. 대부분의 물건은 나 대표 할머니가 집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것들이다. 때문에 “외할머니 집에 온 것 같다”는 고객의 평이 가장 맘에 든단다.
느슨한 공간에서 익숙한 것을 자연스럽게 누리는 것이 콘셉트였다는 나 대표의 의도는 조용한 음악과 소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갓 씌운 백열등, 도자기, 왕골바구니, 낡은 찬장 속 오래된 커피 잔과 유리컵까지 모든 것이 눈에 익어 정겹다.
‘희다’는 기쁘다[喜]와 많다[多], 즉 기쁨이 넘치는 곳 혹은 우유의 하얀 빛깔을 뜻한다. 오래됨과 잘 어울리는 가게 이름이다. 카페 한편에 ‘검다’라는 글자가 쓰인 화분을 가리키니, 개업 후 “희다인지, 검다인지 카페는 잘돼가냐?” 했다던 아버님의 조크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창밖 현관 옆에는 ‘웃다’라는 이름의 화분도 있다. 잠시 후 혼자 들어온 고객은 동네 주민이라며 아이를 기다리다 들렀는데 편안하고 조용하다면서 레트로풍의 독특한 인테리어에 흡족해한다.
바람 불고 서늘한 가을의 어느 날, 논현동 도심 한복판에서 어릴 적 시골집을 본 듯하다. 500㎖의 대용량 미숫가루우유는 인심만큼 넉넉하다. 남겨온 때때사탕을 구순 노모에게 드리니 어디서 이런 사탕을 사왔냐며 좋아라 하신다. 시간이 멈춘 나만의 비밀 아지트에 다녀온 것처럼 왠지 마음이 따시다.
위치 서울시 서초구 주흥15길 16-4층 영업시간 매일 11:00~21:00